13월의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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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눈이 되지 못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완연한 추위가 오기 전 대지 위에 자리한 생명을 얼리겠다고 각오한 듯한 사나운 날씨입니다.
누군가는 겨울이 다 왔는데 웬 비냐며 재수 없다 여기겠지만, 조문객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지독하게 어울리는 날이라고 말이에요.
오늘은 그 유명한 린튼 저택 주인의 장례식인걸요. 마을에서 가장 재산이 많으며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었던…. 그와 부부의 연을 맺은 당신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가혹한 시대입니다.
▶:명예 드높은 가문의 일원인 당신이 이젠 홀로 남았으니, 누구든 당신과 가문을 물어뜯으려 들지 모릅니다.
그뿐이면 다행이죠. 순식간에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배우자가 아끼던 물품을 모두 모아 관에 넣어주었습니다. 6피트 아래에 묻힌 그는 과연 편히 잠들었을까요.
이안 브란트:(이런 날조차 특별한 생각을 않는다. 정확하게는, 배우자의 죽음 앞에서 다른 것을 사고할 여력이 없었다. 침잠한 낯, 느리게 눈을 깜박이기만 할 뿐이다.)
▶:비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조문객들이 당신에게 형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고 하나둘씩 떠나갔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앞에 나타납니다. 그 역시 겨울비를 맞으며.
첸 티엔:안녕하세요, 이안.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당신을 책임지게 된 첸 티엔이라고 해요. (장례식에 참석한 이치고는 애도의 끝자락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낯짝이다. 여유롭기까지 한 태도로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민다.)
이안 브란트:(낯선 목소리에 시선을 들고 총기를 잃은 눈이 깜박, 형형한 푸른 눈을 마주한다. 겨울비와 함께 내려앉은 어둠 속 그것만은 가라앉은 기색 한 점 없었으니 마음 한 구석이 환기되는 것 같기도 했다. 감정이 채 죄책감으로 이르기 전,) 책임… 이요? (인사말에 앞서 멍청하게 중얼댔다. 종이를 받아들어 펼친다.)
▶:종이를 펼치면, 그것은 유언장입니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당신의 배우자의 유언장이요.
의심할 여지 없이 당신이 사랑하는 배우자의 필체였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친구인 첸 티엔에게 넘긴다는 말, 재산과 더불어 하나뿐인 배우자인 이안을 책임져 달라는 말…. 중요한 말이 많지만, 눈에 더 들어오지 않습니다.
모로 보아도 배우자가 쓴 것이 확실하지만 위화감을 느낍니다. 왜 당신을 생판 남에게 부탁한다는 거죠? 1년밖에 되지 않은 결혼 생활 동안 유언장을 작성했다고요?
이안 브란트:(제 배우자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던가. 하지만 친구라기에는…. 힐금, 퍽 멀끔한 낯의 첸 티엔을 바라보았다.)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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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65 32 13
성공
(제 배우자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는 몰라도 상황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양손으로 유언장을 쥔 채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안…, (짧은 간극.) 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어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지, 그리 묻는 것 같다.)
첸 티엔:티엔,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차례 목을 가다듬고 재차 말한다.) 티엔이라고…, 불러주세요.
(들고 있던 우산을 당신의 방향으로 기울인다. 제 어깨 젖어 드는 것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마저 이야기할까요. 마차를 준비해두었어요. (그리고 빈손을 내민다. 일련의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안 브란트:(짧은 끄덕임. 그러나 곧장 당신의 이름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옷이 젖으시는데…. (당신의 검은 머리칼이며 옷 위로 맺히는 물방울을 쳐다본다. 그러나 당신의 의지는 확고해 보이니 만류하기보단 서둘러 자리를 옮기는 편을 택하였다.) …감사해요. (일시 망설였으나 손을 붙잡았다.)
▶:두 사람은 마차에 오릅니다. 좁은 공간, 서로를 마주한 채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덜컹이는 소리, 발굽 소리가 비에 섞여 들립니다.
첸 티엔:(물기를 닦으란 듯 손수건을 내민다.) 이안 씨는 절 처음 보실 테죠. 결혼식엔 참석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날은 너무 바쁜 날이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결혼 생활은 어떠셨나요? 헤더, 그 친구에게 많은 걸 전해 듣긴 했지만…. 그래도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네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의도를 파악하였음에도 손수건은 양손으로 받아 꼭 쥐고만 있다. 당신의 어깨 부근을 연신 힐끔댔다. 음성이 이어지자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아, 네에. 티엔 씨… 께서 결혼식 이후라도 한 번 저택에 오셨다면 그이가 기쁘게 맞아 드렸을 텐데….
그저…. (어설프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무탈한 결혼 생활이었지요. (구구절절 결혼 생활에 대하여 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입에 발린 문장만을 내놓았다.)
첸 티엔:(차라리 불행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몰염치한 생각을 하면서도 표정에는 변화 한 줌 보이지 않는다.) 그간은 정말 바빴거든요. 이제라도 시간을 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유언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무리 유서라지만 누군가를 떠안는다니, 귀찮음을 감수해서라도 린튼 가의 재산이 탐나는 걸까요? 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을 책임지면서, 영원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티엔은 유서를 다시 꺼내고는 당신의 앞에 종이를 내려둡니다.
첸 티엔:자…. 믿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저는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짧은 간극.)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선이라면 전부 이뤄드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당신께 이 유언장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시켜드려야겠죠.
하나, 나 헤더 린튼은 모든 재산을 나의 친구 첸 티엔에게 증여한다.
둘, 첸 티엔은 재산과 더불어 하나뿐인 나의 배우자, 이안 린튼을 책임질 것.
셋, 만일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첸 티엔이 거부하면 즉시 모든 재산 권리는 이안 린튼에게 이동한다.
…여기까진 이해하셨나요?
이안 브란트:그간의 일도, (이런 것은 구태여 묻지 말라 배웠으니 별 물음은 없었다. 당신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이는 그저 유순하게 눈매를 접었다.) 잘 해결되신 거면 좋겠네요.
그, (당신에게 받은 손수건의 귀퉁이를 꾹꾹 눌렀다.) 저는, 크게 바라는 것 없으니… 부담 가지진 않으셨으면 하고……. (주제 넘는 말이려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제 앞에 내밀어진 글을 당신의 목소리에 따라 읽어내렸다.) 음. 네에.
첸 티엔:(눈 마주하기 어려워 시선을 떨구어 낸다. 입꼬리를 휘어 내는 것이 벅차다. 다만, 첸 티엔은 언제나 이안 브란트의 앞에서만큼은 웃고 싶었으므로….) 단 한 번도 부담이라 여긴 적 없어요.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구겨진 손수건에 시선을 둔다.) 말씀드린 것 중에선 세 번째 항목이 가장 중요해요. 당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저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니 재산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만족이란 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척도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만의 네 번째 항목을 만들었으면 해요.
이안 브란트:감사해요. (짤막한 감사의 말을 건넨다. 처음 만난 이가 보이는 커다란 호의란 말만이라도 충분히 기뻤으니, 아마 만족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었다. 하나 당신의 말이 이어지자 시선을 들었다.) 네 번째 항목…. 어떤 내용으로요?
첸 티엔:삼 일. 그동안 이안, 당신을 성심성의껏 책임질게요. 그 삼 일이 지난 뒤에는 당신이 결정을 내려주세요. 계속해서 저의 책임을…, 배우자의 마지막 부탁을 받아들일지 말이에요.
사흘 후에 당신이 떠나라고 말한다면, 저는 재산도, 책임도, 이안 브란트, 당신도. 깔끔하게 포기할 테니까요. 어때요?
이안 브란트:(삼 일. 그는 고민의 여지 없이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당신이 저를 갑의 위치에 세워주는 것은 의아하였으며, 본래의 성씨를 붙여 부르는 것은 낯설었을까.)
첸 티엔:(고개 끄덕이는 것을 보고선 말 잇는다.) 사흘 동안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드릴게요. 그러니까, 당신도 제 요구를 들어주시겠어요? 하루에 한 가지씩만요.
이안 브란트:(원하는 건 무엇이든. 글쎄, 그는 썩 욕심 없는 이였으니 마땅히 바라는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 하나 있다면 평범한 결혼 생활이었을까?)
네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선이라면, 전부. (당신이 제게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첸 티엔:(허락이 떨어지면, 유언장 아래에 네 번째 항목을 덧붙인다. 이어 유서를 갈무리해 품에 넣는다.) 전부요?
이안 브란트:(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다.) 아, 그으,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강조하니 주눅들었다.)
첸 티엔:눈치 보라고 한 소리는 아녜요. 그저…. 제가 뭘 요구할 줄 알고 그런 대답을 하시는지, 궁금해져서요. (빙글거리는 낯이다. 농담을 가장해 내뱉는 말이 썩 짓궂다.) 금전이나 육체적인 요구를 해버릴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요. 왜 그렇게 쉽게 답하시나요?
이안 브란트:(금전적인 부분이야 배우자의 재산을 모두 그에게 맡기는 것까지 가능하다.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러나….) 노, 농담이 지나치세요. (내내 핏기 없이 창백하던 낯이 농 하나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냥….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요. (실로 바라는 것이 재산이라 치더라도, 유언장에 적힌 그 ‘책임’이라는 것은 대략 흉내만 내어도 상관없는 부분이지 않나. 발 벗고 나서 저를 거둘 필요는 일체 없었다.) …아닌가요? (까만 눈이 당신을 바라보았다.)
첸 티엔:(불그스름해진 뺨 위로 제 손등을 대어 보았다가, 금세 거둔다. 검은 눈 마주하면서까지 당신에게 닿아 있을 자신은 없었다. 좋은 사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지금도, 봐…. 남편을 잃은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속내를 내리누른다. 침잠하던 눈이 푸른 기를 되찾는다. 그제야 시선 사이마다 온기가 어린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이안 브란트:(처음 손을 잡았을 때는 느끼지 못하였는데, 이제 보니 당신의 손은 퍽 차가웠다. 원래 손이 찬 편이신 걸까, 아니면 추우신 걸까? 아직 가늠하기 어려웠다.) 제가 보기에는…. 좋은 분이세요. (손수건으로 여직 물기 젖은 당신의 어깨를 슬며시 훔쳤다. 모퉁이가 너덜해진 손수건을 고이 두 번 접어 당신에게 다시 내밀었다.)
첸 티엔:(내민 손수건을 받아 쥔다. 손아귀에 힘을 주었으니 모퉁이는 물론이며 곱게 접힌 부분마저 구겨졌을 것이다. 주름질 대로 져버린 손수건을 손안으로 감춘 채 답한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윽고 마차가 멈춥니다. 창 너머로 당신의 저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확히는 헤더 린튼의 저택이요.
첸 티엔:(먼저 마차에서 내린 뒤 손을 내민다. 꼭 에스코트라도 하는 모양새.)
이안 브란트:이렇게 안 해주셔도…. (그리 말하면서도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여전히 냉기가 돈다.) 추우신가요? (슬그머니 물음 던지며 마차에서 내렸다.)
첸 티엔:(조심스레 감싸 쥔다. 당신이 땅을 디딘 뒤에도 미련스레 손 놓지 않았다.) 아뇨, 체온이 낮은 편이거든요. 많이 차갑나요?
이안 브란트:(또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마저 예의범절로 받아들였다는 게 차이일까.) 아, 아뇨. 추우신 걸까 걱정했어요. 원래 그런 것이라면 다행이구요. (저택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느리다.)
첸 티엔:(옅게 웃는다. 맞잡은 손을 타고 어깨의 떨림이 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정하시네요. 그런데, 놓지 않으시나요?
이안 브란트:네? (눈 깜박대다 겹쳐진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머, 먼저 놓으실 줄 알고…. (슬그머니 손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첸 티엔:(그제야 손을 놓고 저택의 대문을 밀어 연다.)
이안 브란트:(뒤따라 저택의 안으로 들어섰다.)
▶:티엔은 이윽고 린튼 가의 문을 넘습니다. 길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저택의 안까지 걸어 들어가는 모습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는 이 저택에 방문한 적이 없을 텐데도 말이에요. 사용인들 역시 당신을 맞이하려다 들어온 티엔을 보고서는 의아해하는 눈치입니다.
시종장: 이안 님, 이분께서는…?
이안 브란트:(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에 의아함이 스치다 말고.) 첸 티엔 씨예요. 남편의 유언장에 따라… 한동안 저택에 머무르실 거예요. (저택 내 이 자를 아는 사람은 없는 걸까? 남몰래 갸우뚱거렸다.)
▶:사용인들은 당신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고개를 조아리며 길을 엽니다. 티엔은 여전히 이 저택이 본인의 집이라도 되는 양 앞서 걷고 있네요. 그는 사용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뒤에야 말문을 엽니다.
첸 티엔:밤이 늦었으니, 남은 이야기는 내일 나누도록 할까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하나 묻는다.) 저택에 와 본 적 있으신가요?
첸 티엔:(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이 헤더와 결혼하기 전에는요.
이안 브란트:으응, 그러면 주무실 곳은…. (느릿느릿 말한다.) 손님방을 내어드리라 할까요?
첸 티엔:그러실 필요 없어요. 손님방이 어디에 있는 것쯤은 알고 있거든요.
그럼…. (머무작댄다.) 잘 자요.
이안 브란트:(결혼 이전에는 자주 오셨던 걸까?) 밤중이라도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는 재차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깁니다. 안내도 받지 않고 손님방으로 향하는 군요. 구조를 저리 잘 알다니, 정말로 이 집에 자주 드나들던 사람처럼 보입니다.
어느새 밤이 깊었습니다. 서서히 비가 그치긴 하는지, 장례식이 진행될 때보단 빗줄기가 약해 보이네요.
창밖을 보면 앙상한 나뭇가지가 손뼈처럼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스산합니다. 늘 곁에 있던 배우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함께 누웠던 침대도 한없이 크게만 느껴집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사한 배우자의 장례를 치르며 조문객을 맞이하고, 본인이 유산을 받은 후원자라 자처하는 티엔도 만났습니다.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비를 맞은 몸이 이제야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하네요. 이만 잠자리에 들도록 합시다.
이안 브란트:(바깥의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반쯤 친다. 본디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었으나 늘상 존재하던 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체감이 다르다. 그래도 저를 책임지겠다는 낯선 이, 첸 티엔을 떠올리자면 이 고독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그는 필히 저의 편이 되어줄 것처럼 대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배우자를 잃고 슬퍼하기 바빠야 할 이가 다른 사람의 존재에 위안을 얻는다니, 괜한 죄책감이 밀려들기도 하였다.)
(정자세로 누워 하루를 곱씹고 있노라면 겨울 바람이 창을 거세게 두드려 크게 덜컹이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파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으나 창밖에 다른 것이 존재할 리 만무, 그저 어둠 뿐이다. 그 어둠을 지켜보고 있자니 유독 섬뜩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몸을 웅크렸다. 내일 밤은 티엔 씨에게 잠들 때까지만 옆에 있어달라고 할까. 그런 것은 귀찮아 하시려나…. 불안과 별개로 피곤한 몸은 금방 잠에 빠져든다.)
▶:당신은 꿈을 꿉니다.
그곳에는 당신의 배우자가 서 있습니다.
참 다정했던 사람이었죠.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당신을 아낌없이 사랑해주던….
이안 브란트:(손등으로 눈을 한 번 비볐다. 꿈인가? 그이는 분명…. 발이 매인 듯 서서는 배우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이 돌아오지 않을 말을 중얼대며 한참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당신이 그에게 말을 걸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마른 풀들이 자라납니다.
이윽고 배우자는 손을 내밉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행동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이어진다. 무심결에 그의 손을 붙잡았다.)
▶:맞잡은 손은 따스하나 스산하고 기이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분명 연인이 나오는 꿈인데 왜 이리 불길한지, 어쩐지 이상한 꿈입니다.
곧 마른 풀들이 재가 되어 눈처럼 휘날리고 가려졌던 바닥이 드러납니다.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마법진을 밟고 서 있습니다. 뱀이 꿈틀대듯 꼬인 글자는 뜻을 알 수 없고 불길한 검은 빛이 납니다.
배우자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맞잡은 손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그는 힘줄이 드러나도록 당신을 꽉 붙잡고 있어, 꿈인데도 불구하고 아픔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마침내 그가 말합니다.
헤더 린튼: 사랑해, 이안.
▶:목소리는 다정했으나 이런 분위기에서 들으니 소름이 끼치네요. 마법진에 적힌 문자가 번뜩거리며 공중으로 휘날립니다.
그리고 바닥이 꺼집니다.
추락합니다.
주위가 암전됩니다.
▶:꿈에서 깨니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흥건합니다. 분명 배우자가 나온 꿈이었는데….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서 긴 악몽을 꾸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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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65 32 13
성공
▶:시간을 확인하니,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네요.
이안, 몸단장을 위해 사용인을 부르나요?
이안 브란트:(꺼림칙하긴 하나 꿈이니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침대 헤드에 기댄 채 시간을 확인하고, 늦었네…. 그럼에도 몇 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앉아있기만 했다. 미적미적 일어나 사용인을 부른다.)
▶:이윽고 사용인이 문을 두드립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따뜻한 물에 몸을 적시고, 옷을 입고 나오면 그들이 머리를 꼼꼼히 정리해줍니다. 저택에 알맞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창문을 통해 바깥을 확인하면 비가 그쳤습니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햇빛이 비치네요.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서면, 티엔이 보란 듯이 멀끔한 차림으로 서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기다리기라도 한 걸까요?
그는 어제와 달리 한 쪽 어깨에만 코트를 걸치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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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력65 32 13
성공
▶:코트의 안쪽에 붕대를 맨 손이 보입니다. 어젠 두 손 다 멀쩡했는데, 그 사이에 다친 걸까요?
첸 티엔:아침 식사를 함께하려고 했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기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안 브란트:죄송해요, 조금 늦게 일어나서 못 들었나 봐요…. (티나게 손을 힐금댔다. 자기 딴에는 티나지 않게 애쓴 것이다.) 그나저나 손은 어쩌다가….
첸 티엔:(그런 말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컵을 깨트렸거든요. 조각에 베인 것뿐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간밤엔 잘 주무셨나요?
이안 브란트:치료는 제대로 하신 거예요?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덧나면 안 되니까….
(시선을 들기 전, 꿈을 떠올리니 재차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눈썹 사이를 얼핏 좁혔다. 표정을 가다듬은 뒤에야 눈을 마주하며) 네에, 저야 뭐…. (대강 얼버무렸다.) 티엔 씨는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첸 티엔:(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의 표정 하나 살피지 못할 리 없다. 그러니 말 얹는 것 대신 다치지 않은 손을 내민다.) 걱정해주신 덕에요. 사용인들이 식사를 준비해두었다고 하니, 같이 내려갈까요.
이안 브란트:(가볍게 손을 얹는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으, 어제 말씀하셨던, 소원도 언제든…. (식당으로 내려간다.)
첸 티엔:마침 그 얘기를 나눌까 했어요. (그리고는 입을 다문다. 손 맞잡은 채 식당으로 향하고,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당신과 마주 보고 앉은 뒤에야 말을 잇는다.) 전 이미 소원을 정해 두었어요. 제 것을 말하기 전에, 당신의 소원을 들어보고 싶네요.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이안 브란트:저어, 그럼…. (테이블 위로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궁금한 것이 있는데. 솔직하게 답해주실 수 있나요?
첸 티엔:(느릿느릿 시선을 맞춘다.) 말씀하세요.
이안 브란트:(대단한 말이라도 할 것처럼 뜸을 들이다, 드디어 결심히 선 것인지 주먹을 꼭 쥔 채 말문을 열었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던가요? (제 질문이 다소 작업스럽다는 걸 아주 잘 인지하고 있으니 귓바퀴가 빠르게 달아올랐다. 눈이라도 질끈 감고 싶어졌다.)
첸 티엔:(붉어진 귓바퀴를 눈에 담노라면, 웃음이란 자연스레 뒤따르는 법이다. 퍽 장난기 어린 어조가 이어진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나요?
이안 브란트:익숙하신 것 같아서요. 잘 아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에 대해서…. (그리고 이 저택까지도.) 저, 저, 전부, 제 착각이라면,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하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뒤늦게 눈을 떴다.)
첸 티엔: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우리가, (뜸.)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안 브란트:기억에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말끝 흐린다.) 음, 아주 옛날에 만나서 기억을 못 한다던가…?
첸 티엔:그거언~ 조금 실망이네요. (첸 티엔은 제 얼굴을 어떻게 써먹어야 가장 좋은 효과가 나는지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굴곤 했다. 지금도 그렇다. 고개를 비스듬히 트니 푸른 눈이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잊힐 만한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안 브란트:(다시 눈을 질끈!) 그건 맞지만,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수긍해버렸다.) 어릴 때 만났다거나,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다면… 요?
첸 티엔:글쎄요~ 아예 만나지 못했을 수는 있어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거예요. 저라면 분명, (자연스레 팔을 뻗는다. 당신의 손등 위로 제 손바닥을 겹쳤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은 꼴이다. 이쪽이야말로 작업을 거는 모양새.) …어떻게든 당신 눈에 들고 싶어서 몸을 기웃거렸을 게 뻔하니까요.
이안 브란트:그러니까 티엔 씨 말은…. 저희 만난 적 없다는 말이죠? (슬그머니 겹쳐진 손을 거둔다. 당신의 손이 차니 제 몸에 오른 열이 확연히 느껴진 탓이었다. 작업 거는 듯한 당신의 말은 예?의? 정도로 받아들였다.)
첸 티엔:당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세요.
이안 브란트:(웃.) 확실히 말씀해 주세요.
첸 티엔:그게 중요한가요? (뒤늦게 손을 거둔다.) 이렇게까지 궁금해하실 이유라도?
이안 브란트:중요하지 않나요? (오히려 당황스러운 눈치.) 제가 잊어버린 거라면 떠올려 보려고 노력할 테니까….
아무튼! 이유와 관계 없이 답은 제대로 해 주셔야겠어요. 왜냐하면…. (잠잠.) 저 아직 만족하지 못했고… 또, 티엔 씨는 저를 만족시켜 주셔야 하니까요…? (이거 말이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첸 티엔:하하…. 맞아요. 저는 당신을 만족시켜드려야 하니까. (퍽 다정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애정을 표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눈치다.) 그럼,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대답이 되었을까요?
이안 브란트:(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눈 반짝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노력할 테니까…. 힌트 주셔야 해요. 저희 과거에 만났을 때처럼 대해 주신다거나… 뭐 그런 것들요.
첸 티엔:과거에 만났을 때처럼요?
이안 브란트:뭐, 뭔가 문제라도?
첸 티엔:흠. (불안한 침묵.)
이안 브란트:왜, 왜요?
왜요? 응? (당황.)
왤까? 응? 뭘까? (응???)
첸 티엔:고민해봤지만, 역시 그건 안 되겠어요. 제가 파렴치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단 말예요.
이안 브란트:뭐, 뭐예요? 왜요? 뭐지? 왜요? (혼란만 깊어지는 아침….) 처, 처음에 이상한 행동 하셨나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에 대한 방어기제로 잊어버린 걸까요? 네?
첸 티엔:(어깨 으쓱하기만….) 글쎄요~. 질문 한 개에 소원 하나, 아니었나요?
이안 브란트:(우웃.) 마, 말씀해 주세요. 소원….
첸 티엔:잠들기 전에…. 같이 차를 마셔주세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갸우뚱.) 그런 건 소원이 아니라도 들어드릴 수 있는데. 무슨 차요?
첸 티엔:힘들게 구해 온 차가 있거든요. 그럼, 저녁에 찾아뵐게요. 괜찮죠?
이안 브란트:(흔쾌히 답한다.) 네에, 좋아요. 다른 것은 저녁 전에 사용인에게 준비해 두라고 이를게요. 제 방에서 모시면 될까요?
첸 티엔:네에. 부탁드려요. 참, 식사 후엔 잠시 바깥일을 보고 와야 할 것 같아요. 늦지 않게 돌아올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조심히 다녀오세요. (우선 끄덕이다가) 어디 가시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첸 티엔:최근에 시작한 사업이 있거든요. 준비할 것이 많다 보니…. (미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나저나, 제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이안 브란트:아, (허둥지둥 고개를 내저었다.) 불편하시다면 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첸 티엔:아녜요. 전 당신의 관심이 기껍거든요. 얼마든지 묻고, 궁금해해 주세요. (이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것은 아닌지, 그 몫의 앞접시는 깨끗하기만 하다.) 금방 다녀올게요.
이안 브란트: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몰래 안도!) 다녀오세요. (당신이 떠난 뒤 남은 접시를 쳐다본다. 아침식사는 잘 하지 않는 편이신가? 돌아오시면 좋아하는 음식을 여쭈어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또한 간단히 식사를 마친다.)
▶:곁에 있던 이마저 자리를 비우니, 저택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손님용 방과 서재를 둘러볼 수 있겠네요.
이안 브란트:(이럴수록 몸을 바삐 움직이는 편이 좋지…. 짐은 좀 푸셨을까? 손님용 방으로 향하였다.)
▶:티엔이 묵고 있는 방입니다. 고급스러운 벽지와 커튼이 방의 분위기를 책임지고, 값비싼 가구와 바닥에 깔린 타일은 잠깐 묵는 사람일지라도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마호가니로 만든 침대와 책상옷장, 그리고 닫는 걸 깜빡했는지 열려있는 창문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함부로 들어와도 괜찮은 걸까. 그렇지만 손님이 잘 쉬고 계시는지 확인하는 것도 안주인의 도리고, 또, 음. 사실 궁금해.) 창문…. 열려있네. (창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창문이 열려있는 탓인지 방 안은 유독 한기가 돕니다. 창밖으로는 정원이 바로 보입니다. 잔디에 내린 서리를 알아볼 만큼 추위가 한걸음 가까이 다가온 듯합니다. 창틀에는 앙상한 가지가 걸쳐 있어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름 돋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원 나무 뒤로는 고르게 가지치기 된 수선화 화단이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어쩐지 춥더라. 팔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창문을 닫았다. 정원에 시선을 두었다가도,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창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침대 위를 살펴보았다.)
▶:사용인이 벌써 정리한 것인지, 그가 정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침대는 구겨진 흔적 없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대신 침대의 주변엔 그가 저택에 들어올 때부터 소지하던 가방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
……. (참지 못하고 가방 안을 힐끔.)
▶:안을 살펴보면, 당신에게 보여준 유언장이 한 장 들어있고 밑부분엔 종잇조각 몇 개가 깔려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이건 이미 보여주신 거니까 봐도 괜찮지 않나? ―안 괜찮다.― 유언장을 펼쳐 보았다.)
▶:복사본으로 보입니다. 당신과 맺었던 네 번째 항목이 배우자의 필체와 다른, 티엔의 필체로 보란듯이 적혀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원본은 지니고 계시는 건가? 밑부분의 종잇조각을 꺼내 확인했다.)
▶:찢어진 종잇조각이 가방 바닥에 굴러다닙니다. 오래된 종이에서 떨어져나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6
관찰력65 32 13
실패
종이군. (눈 비빈다.)
▶:다른 조각 하나에 짙은 펜으로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이건… 라틴어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눈 크게 뜨고 살펴보기...)
이안 브란트
82
관찰력65 32 13
실패
내 능력 밖이군.
(가방을 원 상태로 돌려놓은 뒤 책상 위를 확인했다.)
▶:서랍이 하나 달린 평범한 책상입니다. 위에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둔 연필꽂이와 종이 몇 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서랍을 벌컥! 열어본다.)
▶:비상용 구급약과 붕대 두 개가 들어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3
지능50 25 10
성공
▶:원래 구급약품은 세 개씩 구비되어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컵을 깨트렸다고 했던가요. 그때 하나를 사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컵은 어쩌다가 깨트리신 거지. (이따 채워놓으라고 말해야겠다. 서랍을 닫고 책상 위 연필꽂이를 살펴본다.)
▶:만년필과 연필 몇 자루가 보입니다. 근처에 잉크병도 놓여있네요.
이안 브란트:(만년필을 꺼내들었다. 사용하셨으려나?)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9
관찰력65 32 13
성공
▶:펜촉의 음각 부분에 갈색으로 변색된 듯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음각 부분 문질러봤다. 별 건 없나?)
▶:흔적이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오네요. 이외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가루를 대충 턴 뒤에 잉크병으로 시선을 옮긴다.)
▶:잉크병은 리본 띠가 둘러져 있고 왁스로 봉해져 있습니다. 개봉된 적 없는 물품인 듯하네요.
이안 브란트:(헤헤? 모르겠다. 옷장을 열어봅니다.)
▶:그가 가져온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7
관찰력65 32 13
성공
▶:똑같이 생긴 넥타이핀이 두 개 놓여 있습니다. 자주 착용하는 물건인 걸까요? 흠집까지 완벽하게 닮아있네요.
이안 브란트:(진짜 모르겠다. 눈만 깜박깜박. 물어보면 말씀해 주시려나? 옷장을 고이 닫고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책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한쪽엔 널따란 창이 있습니다. 서재를 관리하던 사용인이 책이 손상되지 않게끔 커튼을 치네요. 두꺼운 천의 뒤로 어느덧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서재에는 당신의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책장 세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으며,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이 책장 옆 로비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가까이엔 장작이 타오르는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위로는 순록 머리 박제 걸이가 걸려있는데, 무용한 뿔의 기세가 한눈에 느껴집니다.
이안 브란트:(손님 방 먼저 들르길 잘한 것 같기도. 커튼 뒤를 살피며 생각했다. 책장을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로 확인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7
자료 조사60 30 12
실패
(자, 잠깐. 다시다시.)
이안 브란트
54
자료 조사60 30 12
성공
(열심히 뒤적거렸다.)
▶:이안은 열심히 책장을 뒤적거립니다. 첫 번째 책장에서 라틴어 사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장도 살펴보나요?
이안 브란트:(라틴어 사전에서 종잇조각에서 확인한 글자를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사전 옆구리에 끼고 두 번째 책장을 살피러.)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면 얼마든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두 번째 책장을 살핀다면 자료조사 판정.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0
자료 조사60 30 12
실패
(울고 싶어졌다.)
▶:이안은 꽤 오랜 시간 책장을 뒤적입니다. 두 번째 책장에선 마녀에 관한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책장도 살펴보나요?
이안 브란트:(이것도 옆구리에 끼고 세 번째 책장을 살피러.)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6
자료 조사60 30 12
성공
▶:마지막 책장에선 암호학이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이것두 챙긴다. 책 세 권 모아서 테이블 위에 얹는다. 얹기 전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없는지 확인!)
▶:무릎까지 오는 높이의 테이블입니다. 고급스러운 금칠이 되어있네요. 위에 올려진 것은 없었으므로, 책 세 권을 내려놓아도 여유 공간이 남습니다.
이안 브란트:(특별한 건 없나? 테이블 아래도 확인한 뒤 소파 위에 앉는다.)
▶:푹신한 소파입니다.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얌전히 앉아서 라틴어 사전부터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분명 이런 느낌의 글씨였는데~…하며 느낌으로 승부.)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8
지능50 25 10
성공
▶:라틴어 사전과 기억을 대조하다보면, 어렴풋이 해석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붉은 배양지의 결실]
이안 브란트:(응? 전혀 모르겠어. <마녀에 관한 이야기> 책을 펼쳐본다.)
(피를? 이해하기 어렵군…. 마지막으로 암호학 책을 읽어본다.)
(책 세 권을 다시 제자리에 꽂은 뒤 벽난로 가까이 다가갔다.)
▶:큼직한 장작이 넉넉하게 들어있어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주변엔 장작이 쌓여있어야 할 텐데,여분의 장작이 다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네요. 사용인이 깜빡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저어. (슬그머니 서재를 관리하는 사용인을 불렀다.) 여분의 장작이 없는 것 같은데.
사용인: (서둘러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창고 열쇠가 갑자기 사라져버려서요. 내일 마구간지기가 장에서 나무를 사온다고 했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안 브란트:열쇠가 사라졌다고요? 어쩌다 잃어버린 건지는 알고 있구요? (고개를 기울인다.) 일단 알겠습니다. 고생이 많아요.
사용인: (고개를 젓는다.) 그것까지는… 죄송합니다.
이안 브란트:아, 아닙니다. 저도 알아봐야겠네요.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겠군. 마지막으로 시선을 들어 순록 머리의 박제품을 눈에 담기도 했다.)
▶:용맹한 뿔을 보아하니 가치가 어마했겠어요. 사용인이 날마다 먼지를 닦아내며 관리하는 사치품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8
관찰력65 32 13
성공
▶:박제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걸려있는 벽지에 음영이 져 있습니다. 음영의 모양은 마치 커다란 액자라도 걸어둔 마냥 기다란 사각형입니다. 원래는 다른 물건이 걸려있었나 봐요.
이안 브란트:(왜?지? 정말 모르겠다. 저택에서 지낸 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별로 아는 게 없네…. 서재를 빠져나간다.)
▶:서재를 나오면, 막 저택에 들어선 듯한 모습의 티엔과 마주칩니다.
첸 티엔:서재에 계시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용무는 다 끝나셨나요?
이안 브란트:아, 네에. (손을 툭툭 털었다.) 잠시 서재를 둘러보고 있었어요. (손님 방에 들른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일은 잘 해결하고 오셨구요?
첸 티엔:그럭저럭요. 식사는 하셨나요?
이안 브란트:아직요. 그러고 보니 티엔 씨는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아침에 보니까 별로 식사를 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
첸 티엔:있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당신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요. (또다시 손을 내민다. 일련의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아침은 일부러 거른 거예요. 제 걱정하시라고요. (농인지, 진담인지.)
이안 브란트:아녜요, 무얼 좋아하시는데요? 사용인에게 말해둘게요. 손님께 마땅한 대접을 해드려야죠. (에스코트라기엔… 자주 내미시는데. 습관인 걸까? 손 끝만 가볍게 스친 뒤 내렸다.) 걱정했어요, 정말로요. 다음부턴 챙겨 드셔야 해요.
첸 티엔:(손 끝 스치자마자 붙잡았다. 다만, 당신이 놓는다면 순순히 멀어질 것이다.) 매운 걸 좋아해요. 향이 센 음식도…. 당신, 그런 건 잘 못드시잖아요. (내뱉는 말마다 웃음기가 스친다. 먼저 걸음을 옮긴다. 발끝이 식당으로 향한다. 저택의 구조를 꿰고 있는 듯 움직이는 것은 여전했다.)
이안 브란트:잘… 아시네요. (놀란 듯 당신을 바라보다, 손을 놓지 않고 걸음을 따랐다.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붙잡은 손을 보며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힌트인 걸까?) 그래도 내일은 준비해두라 이를게요. 오늘은 시간이 늦기도 했고, 또… 창고 열쇠를 잃어버렸다 하여 다들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요.
첸 티엔:(맞잡은 손을 힘주어 붙든다. 당신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서로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질 정도로만, 앞서 걷더라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정말 괜찮은데. 정 신경이 쓰인다면, 거창한 요리 대신 샌드위치나 팬케이크를 준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왕이면 당신이 직접 만든 게 먹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기어이 잡은 손을 잡아당겼고, 당신의 걸음이 일순 멈칫대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시선을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건 어렵지 않지만…. (정말 그런 걸로 괜찮은 걸까?) 오히려 그건 제가 좋아하는 음식 같은데.
첸 티엔:(순순히 걸음을 물렸으니 두 사람의 보폭이 겹치는 것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첸 티엔에게 있어 이안 브란트의 바람이란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다름이 없다. 대처할 틈도 없이 마음 한켠을 내어주고야 마는 것.) …그래서 그래요. 좋아하게 됐거든요, 저도.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아뇨, 안 될 것은 없지만…. (못 먹는 것, 좋아하는 음식, 할 줄 아는 요리… 그런 것을 모두 알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 텐데. 아무리 제 배우자의 친구였다한들 식성까지 전해 들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은…….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테이블 앞에 앉은 뒤에야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해야 하는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죠? 혹은 제가 떠올려야 하는 게 많을 수도 있겠고….
첸 티엔:(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제 앞에 놓인 유리컵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사흘이란 시간은 짧고도 기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지만…. 괜히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장례식을 치른 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여러모로 피로하실 텐데요.
(그래서 당신의 불행을 바란 것이었다. 그랬다면, 그걸 빌미 삼아 당신에게 사랑을 고하고 요구하고 애원할 수 있었을 텐데. 나를 사랑해주신다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라며 속삭일 수 있었을 텐데.)
이안 브란트:제가 알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셨으니 제 앞에 나타나신 거잖아요. 사과할 필요 없죠. (애써 괜찮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신발 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는 소리가 났다.)
내일 아침식사는 제가 만든 팬케이크로 해요. 대신…. 오늘 차를 마신 뒤엔 잠이 들기 전까지 제 곁에 있어 주세요. (한 가지 요구에, 한 가지 소원. 정당한 대가이지 않나?) 말씀하신 대로 좀, 피로하고 혼란스러워서…. 어젯밤엔 악몽을 꿨거든요.
첸 티엔:…어려운 부탁은 아니네요. (곤란한 부탁이기는 했지만. 뒷말은 삼켜 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곁에 앉아 졸음이 내린 얼굴을 보면서까지 행실을 바르게 할 자신은 없었다. 달빛이 앉은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리고,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기억 속에 박아두기라도 하듯 더듬게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괜찮겠어요? 질 나쁜 소문이 돌게 될지도 몰라요.
이안 브란트:그래야 불공평하지 않죠. (눈을 내리깔고 웃는다.) …린튼 가의 안주인께선 유독 티타임이 긴 편이시거든요. (농처럼 사용인들이 하던 말을 전한다. 배우자를 잃고 홀로 남은 이의 행실을 물어뜯으려는 이는 한둘이 아닐 테지만, 저택 내 이안 린튼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실질적으로 부정한 일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 아니란 것도 모두 알고 있을걸. 원체 그런 성정이었으니까. 그래도 질 나쁜 말이 돈다면야, 그건 당신을 저택에 들일 때부터 통제 불가능했을 소문 아니겠나.) 그런 것쯤은 괜찮아요. (미리 변명하자면, 그저 밤이 길었고 그때 당신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 둘까.)
첸 티엔:린튼 가의 안주인…. (곱씹는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참 이상하지, 꼭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인 것만 같아.) 안 어울려요.
당신이 괜찮다면야, 더 이상 대꾸하진 않을게요. 사실, 저는…. 그런 소문이 퍼졌으면, 하고. (일순 숨을 멈춘다. 그저 욕망뿐인 말을 고스란히 뱉어낸다.) 바라는 쪽이거든요.
이안 브란트:안 어울리나. (턱을 괴고 고개를 비스듬하게.) 뭐어, 이제 아니긴 하죠. 이안 브란트예요, 다시. 배우자도 이름도 모두 잃었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구요. (중얼거림. 검보랏빛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았다가 놓는다.)
그건… 왜요? (단순한 물음. 불행을 바라는 이유는 도무지 짐작이 되지를 않았다.)
첸 티엔:(짧게 웃는다. 역설적이게도, 그 낯짝은 당신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 같진 않다. 읽어낼 수 있는 것이라곤 시답잖은 애정뿐일….)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을 넘보는 사람도 없어질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저를 넘보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요. (푸른 시선 마주하더니 나직이 웃었다.)
첸 티엔:있을 수도 있죠. 없다고 생각하세요?
이안 브란트:글쎄요, 마을 사람 모두가 생각할걸요. 린튼 가의 소유물 중 가장 필요치 않은 게 이안 린튼이라고. 아, 정정하자면 당신 한 사람을 제외하고요…. (짧은 웃음. 애정을 고스란히 읽어내었으니 부정할 필요도 없었다.)
첸 티엔:그야, 당신은 소유물이 아니니까요. (첸 티엔은 당신과 마주 앉을 적이면 항시 왼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곤 했다. 단순히 테이블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기에는, 꼭 무엇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손끝을 꼼질거리면서….) …다 아시면서, 저를 밀어내진 않으시네요.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손끝을 툭 건드렸다가, 그 손등을 쓸어보기도 했다.) 제게 모든 걸 맞추고 계시잖아요. 그 정도로 저를 알고, 아끼는 사람을… 제가 모르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에 대해 알기 위해…. (뜸.)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첸 티엔:(놀라지 않는다. 당연한 순리처럼 당신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호수가 하늘을 품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도 같으니 거부할 수도, 거절할 이유도 없다.) 걱정 마세요. 저, 이제는…. 기다리는 것도 잘하게 됐거든요.
밤이 늦었네요. 슬슬 방으로 돌아갈까요? 구해 온 찻잎을 사용인에게 전달해야 하니, 먼저 올라가 계세요.
이안 브란트:(가벼운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에,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천천히 오세요. (방으로 돌아간다.)
▶:머지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이부자리를 정리하던 중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네에, 들어오세요.
▶:이윽고 문이 열립니다. 티엔이군요. 손에는 트레이가 들려 있습니다.
첸 티엔:죄송해요. 좀 늦었죠? 다른 분께 차를 우려 달라고 부탁하느라 시간이 걸렸네요.
이안 브란트:아, 아뇨. 일찍 오셨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눈 깜박깜박.) 앉으세요. (의자를 꺼내준다.)
첸 티엔:(테이블 위로 트레이를 내려놓고 제 몫의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찻잔 두 개를 각자의 앞에 오게끔 둔 뒤 찻주전자를 기울이니, 붉은 수색의 찻물이 잔에 가득 담긴다.) 그렇게 말씀해주실 줄 알았어요.
이안 브란트:얼마 걸리지 않았는걸요, 정말로…. (의자에 앉아 붉은 찻물을 쳐다본다.) 무슨 차예요? 색이 곱네요. (따라준 잔을 들고 한 모금 홀짝였다.)
▶:찻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 비릿한 맛과 함께 오한이 듭니다.
첸 티엔:기문 홍차예요. 고향에서 들여온 건데, 입맛에 맞으실지 잘 모르겠네요. 이쪽으론 조예가 깊지 않아서, 아직까진 뭘 마셔도 다 비슷한 것 같거든요. 향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밀크티 논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렇게까지 차이가 느껴지진 않던데. …앗. 이런 말은 싫어하시려나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7
이성65 32 13
실패
(기분 나쁜 감각이 척추를 타고 흐른다. 욱, 입을 틀어막으며 잔을 황급히 내려놓았고, 잔이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손등 위로 더운 찻물이 튀었다. 하필 서재에서 읽었던 글이 떠오르니 붉은색을 띤 액체가 일순 혈흔처럼 느껴졌다. 비위가 썩 좋지 않아 속이 울렁거리는 탓에 잠시 허리를 굽혔다가,) 아, 죄송…, 죄송해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정신없이 고개를 든다. 미안한 얼굴이다.)
첸 티엔:(사뭇 침착한 낯이다. 당신의 반응을 예상한 것만 같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당신의 손등을 문지른다. 흰 천 위로 붉은 흔적이 남았다.) 맛이 이상한가요?
이안 브란트:(기껏 준비해 주신 것인데 이런 반응을 보여버렸으니. 분명 변명하려고 했었다. 변명거리는 무엇이 좋을까,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서 그랬다고? 그러나 당신의 표정을 살핀 이상 혼란스러운 모습만 내비친다.) 저, 그게…. (횡설수설하며 손을 빼내어 의자를 짚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첸 티엔:(대꾸하지 않는다. 대신 보인 행동이라곤 제 몫의 잔을 채우는 일이다. 이전과 같이 찻주전자를 들어 기울인다. 찻잔 가득 붉은 수색의 찻물이 담긴다. 잔을 쥐어 입가에 가져다 댄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붉은 액체를 삼킨다. 차마 삼켜내지 못한 것들이 턱을 타고 흐르고, 목울대는 끊임없이 울렁인다. 순식간에 잔을 비워낸 뒤 손수건으로 제 입가를 훔치니, 그마저도 붉다.) 음, 확실히 독하긴 하네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 준비한 차인걸요.
(울 듯 웃는다.) 사흘 내내 이 차를, 저와 함께 마셔주시는 것…. 그게 제 소원이에요.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이게… 대체, 뭐길래요? (떨리는 음성. 시선은 당신의 눈길, 목선, 다시 손으로 타고 흐른다. 붉은색이 퍽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망설이는 듯 제 주먹을 쥐었으나,)
이미, 들어드리기로 약속했잖아요. 저어, 무르지 않을 테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낯 위로 드러난 애절함에는 속절없이 허락을 입에 담는다.)
(다시금 찻잔을 시야에 담은 뒤엔 한쪽 눈을 일그렸으나 금방 묵묵하게 묻는다.) …얼마나 마셔야 하는데요?
첸 티엔:…한 잔이면 돼요. (속삭이듯 덧붙인다. 답지 않게 주눅 든 모양새다.) …죄송해요.
이안 브란트:(아주 조금 울고 싶어졌다. 찻잔과 눈싸움이라도 하는 양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은…. 혀가 아릴 정도로 단 것도 같이 준비해 주세요. 안 그럼 마시지 않을 거니까요.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레몬 사탕이라거나, 제비꽃 설탕 절임이 이 근방에서 꽤 유명해요. 농 아닌 농을 중얼대며 제 몫의 차를 들이켰다.)
첸 티엔:(기실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은 어린아이의 장난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헛구역질할 정도의 맛이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에게 난폭한 짓을 할 리 없으니, 당신의 부정 한 마디라면 순순히 모든 것을 거두고 떠났을 터였다. 그러나 당신은.)
…으응, 내일은 단 걸 사러 나갔다 와야겠네요. 또… 갖고 싶은 건 없고요? 꽃다발이라도 사 올까요? (제 애원 한 마디에 자신의 불편조차 감수하는 것. 틀림없는 애정이었다. 그렇기에 재차 울 듯 웃는다. 이전보다는 행복에 치우친 호선이었다.)
이안 브란트:(겨우 찻잔을 비웠다. 미간 잔뜩 찌푸린 채 찻주전자를 쳐다본다.) 꽃다발은…. 곤란하겠는걸요, 흰 국화가 아닌 이상. 가지고 싶은 건 없고, 대신 내일 아침으로 팬케이크 구우면 세 접시 드셔야 하고, 단 걸 사오시면 티엔 씨도 좀 드시고, 또…….
(뒤늦게 울렁….) 죄송하지만, 이, 일단 지금 좀 누워도 괜찮을까요….
첸 티엔:앗…. (그제야 당황한 낯이 된다. 허둥대는 것도 잠시,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부축한다. 조심조심 침대에 눕혀준 뒤 의자를 끌어와 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알았어요. 전부 당신 뜻대로 할 테니까, 지금은 좀 쉬시는 게 좋겠네요. 잠들 때까진 곁에 있어 드릴게요. 악몽을 꿀까 두려우신 거라면, 손이라도 잡아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네, 곁에….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으나 별안간 눈을 뜬다.) 잠시만 같이 누우시면 안되나요?
첸 티엔:네, 네? (드물게 삑사리를 낸다.)
이안 브란트:옆자리가… 허전해서……. (긴 정적 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 여, 역시 곤란하겠죠? 네. 그, 아, 빈자리가, 어, 그, 어제, 너무, 이상해서 제가. 말도 안되는 말을, 그만. (뚝딱뚝딱 단어를 겨우 나열했다. 드디어 미쳤군 이안 브란트.) 저 갑자기 괜찮아져서 가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첸 티엔:아뇨, 아뇨!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키운다. 뒤늦게 눈을 굴리며 웅얼거린다. 귀 끝이 무척이나 붉다.) …그으, 갑자기 큰소릴 낸 건 죄송해요. 그러니까…. 음, 눕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이안 브란트:그으… 러면요? (뭐가 더 있느냐는 투로 물었다가 잠시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 네! 네. 잠시 누워있기만 하면, 네, 죄, 죄송해요. 남편에게도 이런 어리광은 부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제, 제가 이상해지긴 했나 봐요. 바깥에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그래야겠어요…. (옆자리를 내어준 뒤 이불을 가슴께까지 올리는 손이 발발 떨린다.)
첸 티엔:(남편이라는 단어 하나에 수줍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대신 남은 것은 웬 여우 한 마리다.) 헤더 린튼보다 첸 티엔이 더 편하다는 뜻 아니겠어요.
원래, 사람은…. (능청스레 대꾸하며 침대에 몸을 뉜다. 당신이 의식할 수 있게끔 부러 무게를 실었으니 틀림없이 제 쪽으로 매트리스가 출렁였을 터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선 어리광을 부리게 된대요. (고운 미성이 흠 없이 가라앉는다. 적당한 저음을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고,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틀어내었으니 서로의 간격은 좁혀지기만 했다.)
이안 브란트:하하, 배우자끼리는 조금 불편한 구석이 있기는 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내포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눈치도 없고 고지식하기만 한 발언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에게 침대 옆자리를 내어 줄 정도라니, 제 당신을 이미 의지하고 있는구나 싶었다. 이래도 되나? 의문이 밀려들기는 하였으나 딱 사흘만은 모르는 척하기로 마음 먹었다. 매트리스에 무게가 실리자 눈동자만 데굴 굴려 당신을 쳐다봤고, 낮은 속삭임에 긴장이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짧은 침묵 뒤 변명 같은 것들을 나열했다.) 저어, 실은 어제 꿈에서 그이가 나왔는데, 기쁘지가 않았어요. 기분 나쁜 꿈이라 그랬던 거겠지만…. (꿈에서 붙잡힌 손이 문득 아리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데….) 손도 잡아 주시겠어요?
첸 티엔:하지마안, 불편한 구석이 없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건 정말 축복 같은 일일걸요. (그마저도 좋은지 배시시 웃기만 했다. 당신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새파란 시선은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첸 티엔은 언제나 이안 브란트만을 응시했으니, 이마저도 당연한 일이다.)
제 손은 차갑지만, 그 덕에 땀이 고일 일은 없어요. 밤새도록 붙잡고 있더라도 불쾌하진 않을 거란 소리죠. (아주 흔쾌히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힘 있으나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걱정 말고 주무세요. 곁에 있을게요.
이안 브란트: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처럼 들렸으니 시원찮은 맞장구를 치기만 했다. 그러나 당신의 미소를 바라볼 적엔 따라 웃었다.)
으응, 감사해요. 신경써 주셔서. (온기 나눌 정도로 맞닿은 손. 당신이 곁에 있기 때문일까? 금세 졸음이 밀려와 눈을 느릿하게 껌벅이기 시작했다. 발음이 조금 뭉그러지면,) 좋은 밤, 되시고…, 내일도…. (띄엄띄엄 이어지던 음성이 멈추고, 색색 고른 호흡을 내뱉는다.)
▶:흐려지는 정신 사이로 잘 자요. 그리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무의식의 공간 속에서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이 튀는 풍경이 가히 아름답고도 기이합니다.
곧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선을 돌리면 당신의 배우자가 서 있습니다.
그가 없는 시간이 얼마나 그리웠길래, 하루도 빠짐없이 꿈에 나타나는 걸까요. 그는 다시금 당신의 손을 부여잡습니다.
차갑습니다. 죽었다 한들 꿈에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을지…. 닿은 온도가 불길함을 끌고 옵니다.
▶:손을 잡은 사람이 당신의 배우자가 맞나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맞나요?
의문이 일은 순간, 배우자의 얼굴이 새까맣게 지워집니다. 눈 색도, 코의 모양도, 입술의 두께도, 피부색도 전부요. 공포감이 비가 되어 내리기라도 하는지, 젖은 발을 타고 벌레가 기어오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머리카락 색이 금색이던가요? 분명 짙은 갈색이었는데? 눈은 영롱한 오팔이었지 않았던가요? 그의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고, 결혼식엔 서로 반지를 나누었잖아요.
잠시만, 그 장면 속에서 배우자의 표정은 기억나던가요?
비는 어느새 잉크로 뒤바뀌어 사방을 새까맣게 물들입니다.
▶:시야가 잉크로 채워지기 전, 떨어진 검은 비가 홀로 움직이는 걸 목격합니다. 자아라도 생긴 듯한 모습에 혼란이 입니다. 곧 주변이 암전됩니다. 거부감에 토악질이 납니다.
첫 만남은 어땠지?
그와 당신이… 만난 적이 있긴 했던가?
주로 무슨 대화를 나누었었지?
표정이 어땠었지?
전부 까맣게 지워져버립니다.
▶:두통 때문인지, 당신은 저절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다지 기분 좋은 기상은 아니네요. 식은땀이 뺨을 타고 몸을 덮었던 천으로 떨어집니다. 그가 전해야 하는 말이 있기라도 한 건지. 눈을 떠도 꿈에서 느낀 불안은 가시질 않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잉크처럼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0
이성64 32 12
성공
헤더…. 아냐, 분명, 분명히…. (몽중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더듬을 기억조차 사라지는 순간 눈을 뜬다. 습관적으로 제 옆자리를 살폈다.)
▶:헤더 린튼. 그의 이름을 부르니 생김새가 선명히 떠오릅니다. 밀색 머리에 금안을 지닌 이가 아니었던가요. 어째서 꿈속에선 기억해내지 못했던 걸까요?
옆자리는 텅 비어있습니다. 동시에,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빈자리를 쓸어본다. 분명히 나는 그와….) 네, 들어오세요…. (힘없이 대꾸한다.)
첸 티엔:이안, 일어났어요?
이안 브란트:아, 티엔 씨…. (뒤늦게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 아침 약속이 있었지.) 금방 준비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휘청이고 맙니다. 몸이 좋지 않은 걸까요? 이제야 깨달은 것이지만, 미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첸 티엔:(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다가선다. 차가운 손이 당신의 이마를 짚는다.) 열이 나네. 괜찮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괜찮아요, 그냥… 기분 나쁜 꿈을 꿔서. (조용히 읊조린다.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며) 오늘 아침, 약속했는데. 지금이라도 괜찮으면….
첸 티엔:사흘까진 아직 하루가 남아 있는걸요. 아침은 내일로 미뤄도 되니까…. 지금은 쉬시는 게 좋겠어요, 네? (열을 식혀주기라도 하듯 양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 쥔다.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와 덮어주기도 했다.) 저어, 혹시…. 기억나는 건 없나요?
이안 브란트:으응, 죄송해요. (시원해…, 무의식적으로 찬 손 위로 뺨을 비빈다. 침대 위로 다시금 몸을 뉘인다. 검은 눈이 느리게 껌벅이며 당신을 올려다 본다.) 기억나는 거? 기억나지 않는 건 있는데…. 배우자가 누구였는지 말이에요. 다시 기억났지만. (잠에 취한 탓인지, 혹은 불안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여과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었다.)
첸 티엔:네? 그럴 리가…. (이어 짧은 침묵. 불안을 내비치는 것도 잠시였다. 금세 다정한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흉을 매만진다. 이마 곳곳에 시린 손길을 남기며 말 잇는다.) 사용인들을 시켜 약을 준비하라고 할게요. 그걸 드신 다음엔 한숨 더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전 그사이에 당신과 약속했던 걸 사서 돌아올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말을 흘려 넘기는 듯 아무 말이 없다가, 문득.) 제가 뭘 기억해야 하는데요? 그냥,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마 위로 손길이 닿으면 눈을 꼭 감았다 뜬다.) 전 잘 모르겠단 말이에요….
첸 티엔:(한참을 머뭇거리다, 이마를 짚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손바닥이 당신의 입술을 덮는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다. 이어질 행동은 명백하다. 제 손등 위로 입을 맞추는 것. 검은 머리카락이 커튼마냥 당신의 위로 드리워진다.) ……기다릴게요.
이안 브란트:(미묘한 낯이 되었다. 조금은 울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는 재차 이불을 끌어와 당신에게 덮어준 뒤에야 방에서 나갑니다.
외출 전 사용인들에게 말을 전했는지, 머지않아 사용인들이 방에 드나들며 당신의 이마를 닦아주거나 방을 환기한 후 몸을 덥혀줍니다.
극진한 간호 덕인지 당신은 곧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식사와 약을 가져온 사용인이 입을 엽니다.
사용인: 열이 많이 내려서 다행이에요.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이안 브란트:(이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었는데. 그래도 내일 약속을 지키려면 일찍 회복하는 편이 좋긴 하겠지….) 으응, 이제 많이 괜찮아요.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사용인: 저희가 할 일인데요. 참, 오늘은 비구름이 어느 정도 개어 정원에 햇빛이 들어왔답니다. 여름날처럼 화창하지는 않지만, 기분전환 겸 산책은 어떠신가요? 수선화 꽃잎에 서리가 예쁘게 올라왔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준비하겠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럼… 그렇게 해 주겠어요? (끄덕인 뒤 창이 난 방향을 힐금 쳐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스미는 것이 보입니다. 산책하기엔 딱 좋은 날씨일 것 같아요.
사용인들이 당신의 옷을 챙겨줍니다. 모시는 주인이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어깨에 덮을 케이프와 담요까지 준비해주네요. 정원으로 향하나요?
이안 브란트:(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를 재차 생각하며 정원으로 향하였다.)
▶:정원의 잔디와 서리에 빛이 반사되어 반짝입니다. 비가 내려 가볍게 언 잔디는 밟을 때마다 사박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한동안 많은 꽃이 필 일은 없다지만 겨울 정원은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늘이 져버려 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는 눈덩이가 쌓여있고, 중앙에는 겨울이라 작동을 중지한 분수대가 있습니다. 여름날 배우자와 함께 분수대 근처에서 근사한 점심을 즐기곤 했었죠. 저편에는 노란 띠를 둘러 출입을 막은 우물이 보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허물고 새로 지을 예정이라고 배우자가 그랬었지요. 우물에는 사용인을 포함하여 인부들이 모여있습니다. 오늘에서야 공사를 진행하려나 봅니다.
이안 브란트:(느린 걸음이 이어지더니 가장 먼저 우물로 향하였다.) 공사를 하려는 건가요? (근처의 사용인에게 묻는다.)
사용인: 앗, 네. 조심하세요. 주인님께서 허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니 부술 때 파편이 튈지도 모른답니다. 으음, 보기엔 멀쩡해 보이긴 하지만요.
▶:낡은 우물을 어떻게 허물고 지을지 논의하느라 시끌시끌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6
듣기60 30 12
실패
(...안 들려. 다시.)
이안 브란트
63
듣기60 30 12
실패
▶:간간이 인부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옵니다.
인부1: 또 오게 됐네. 키야, 정원 경치 좀 봐. 죽이는데.
인부2: 그러게 말이야. 전엔 저택 안쪽이었나? 으리으리했었지.
이안 브란트:(흠 모르겠어. 우물이… 멀쩡해 보이나? 빠안.)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5
관찰력65 32 13
성공
▶:정말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군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정말 오래되었다는 이유 뿐인가? (곰곰이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눈길이 정원 구석에 쌓인 눈덩이 위로 닿았다.)
▶:날이 맑지만, 그늘이 진 탓에 다른 곳보다 춥네요. 눈 외에도 나무나 화단에서 떨어진 이파리가 쌓여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0
관찰력65 32 13
성공
▶:어라? 눈덩이 사이로 흰색 종잇조각이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어라? (종잇조각을 주워들었다. 차갑당.)
▶:차갑당. 종잇조각에는 알아볼 수 없는 언어가 적혀 있습니다. 눈에 익은 것이, 꼭 어제 라틴어 사전에서 본 단어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품에 쏙 집어넣는다. 나중에 서재에 가면 맞춰볼 수 있으려나? 지금 나의 뇌가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
지능50 25 10
극단적 성공
(우와.)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기억, 복제, 이동.]
이안 브란트:(머리 쓰는 거, 생각보다 잘할지두. 그런데…. 찜찜한 단어투성이다. 분수대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에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앉아서 화단과 나무를 구경하기 좋겠네요. 본격적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기 전 바라본 정원은 앙상하지만, 그만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정원사: 아니, 그래서….
▶:화단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원사와 사용인일까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일단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귀 쫑긋.)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5
듣기60 30 12
어려운 성공
정원사: 애니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 이유가 도망을 가서 그렇다고? 이번에 응접실 담당에서 창고 정리 담당으로 바뀌었잖아. 싹싹하고 일도 잘했는데. 휴가 간 거 아니야?
사용인: 시종장님이 휴가 신청서는 받지 못했다고 하셨어. 그런데, 애니의 짐들은 그대로 남아있더라고.
정원사: 저번에는 제임스가 갑자기 그만두더니. 도망도 휴가도 아니라면 땅으로 꺼지기라도 했나? 열쇠는 잘 좀 두고 가지. 창고 열쇠도 사라졌다며?
사용인: 그러니까 말이야.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존이 장에 가서 장작을 사오기로 했어. 왜, 마구간지기 존 말이야.
▶:이윽고 대화는 멎어드네요.
이안 브란트:(대화가 멎어들고 두 사람이 각자의 할 일을 하러 갈 즈음 쭈볏거리며 정원사의 근처로 다가갔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최대한 시비X 나무람X 궁금O임을 표하는 중.) 저어, 애니가 갑자기 그만둔 건가요? 창고열쇠는 아직 찾지 못했고?
정원사: 아이고, 주인마님. (급격히 공손해지는 태도.) 저도 자세한 건 잘…. 행적을 찾아볼 수 없으니 도망갔다고 짐작하는 것뿐입니다. 열쇠는 아직도 찾지 못했구요.
이안 브란트:그, 그럴 필요…. (손을 휘저었다.) 그나저나, 우물의 공사는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알고 있나요? 바빠 보이던데.
정원사: 글쎄요, 오늘 막 시작했으니 일러도 삼일은….
▶:정원사의 대답이 돌아옴과 동시에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옵니다.
꺄아아아아악!
아악! 저, 저게 뭐야? 설마 사람이야?!
우물가 쪽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우물가의 방향으로 급히 뛰어갔다.) 무슨 일인가요?
▶:가까이 다가가면, 사용인들이 뒤늦게 당신의 접근을 막으려 들지만, 손 틈새로 목격하고야 맙니다.
도르래에 이끌려 올려진 허연 몸뚱이가 버석대는 잔디 위로 눕혀집니다. 칼에 몇 번이나 찔렸는지 옷자락은 혈흔으로 가득하고, 시신의 상태는 썩 좋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알아차립니다. 1년 동안 보아온 사용인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요.
저 시체가 도망갔다고 소문이 난 애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5
이성63 31 12
실패
rolling 1d4
(
3
)
=
3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속이 뒤틀렸다. 부정조차 할 수 없는 살인의 흔적. 제 곁의 사용인에게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내 묻는다.)
사용인: (급하게 당신을 감싸며 안위를 살폈다.) 이안님, 일단은 자리를 피하시는 게 좋겠어요.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으신데, 저런 장면을 계속 보았다가는….
이안 브란트:그렇지만, 저택에…. 저택의 사용인이. (시신을 살피려 한 걸음 다가갔으나 속이 이만저만 뒤틀리는 것이 아니었다. 선명한 핏자국을 보고 있자니 어제의 그것까지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 결국 사용인에게 몸을 기대어 자리를 피한다. 대체 왜, 언제, 누가…. 알지 못하는 것만 늘어난다.)
▶:자리를 피하는 순간, 애니의 옷자락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잔디밭으로 떨어집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잠시…. (사용인에게 부탁하려 하였으나 목소리가 잠겨 나오지 않았다. 직접 허리를 굽혀 반짝이는 것을 주워들었다.)
▶:마른 잔디를 헤집다 보면 손가락에 풀과 흙이 아닌 다른 것이 만져집니다. 작은 열쇠입니다. 저택에서 사용하는 방의 열쇠는 손바닥에 꽉 차는 크기인데, 이 열쇠는 손마디 정도입니다. 문을 여는 열쇠로는 보이지 않네요.
사용인: 응접실로 가시겠어요? 진정에 좋은 차를 내어드릴게요.
이안 브란트:(열쇠를 품에 넣는다. 어디에 쓰는 열쇠지?) 그렇게 해 주세요. (어깨를 감싼 케이프 자락을 쥔 채, 걸음을 옮겨 응접실로 향한다.)
▶:당신은 응접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뒤이어 들어온 사용인이 재빠르게 따뜻한 허브티를 내어주네요.
사용인: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이안님, 괜찮으신가요?
이안 브란트:(차…. 안 마시고 싶은데. 어젯밤을 떠올린다. 평소 같았으면 고맙다고 말 전하며 곧장 잔을 들었을 텐데 오늘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였으니 대단히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이긴 하겠다.) 네에, 괜찮아요…. (그저 이마를 짚고.) 애니가 사라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했죠?
사용인: 일주일은 된 것으로 알아요. 정확히는 저희도 잘….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안님…. 이런 때에 이런 말씀을 드리긴 죄송스럽긴 하지만, 오늘 이상한 일을 전해들었답니다.
이안 브란트:아니에요, 죄송할 것까지야…. 말씀해 주세요. 무슨 일인데요? (고개를 들었다.)
사용인: 장작이 모자라지 않게 마구간지기가 장을 보러 간 건 알고 계신가요? 존이 구매한 장작을 마차에 실어서 돌아오려는 찰나에 기이한 걸 보았다지 뭐예요.
돌아오려는 길에 지금 저택에서 머무는 사람을 보았다고 했어요. 이름이…, 첸 티엔이라고 했나요?
존이 그러는데…. 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그를 피하더래요. 마치 유령이나 불길한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꺼리듯 비껴갔다나.
곧 떠날 사람이긴 하지만…. 친밀히 지내시는 것 같아 염려되어요. 부디 조심하세요. 아셨죠? 느낌이 좋지 않답니다.
이안 브란트:네에, 창고의 열쇠를 잃어버려서 장작을 사러 갔다고…. (말없이 이야기를 전해듣기만 했다.)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던데. 그는 스스로 촉이 꽤 좋다고 자부하였으나 첸 티엔에게서는 그 어떤 불길한 기운 느낀 적 없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 할 정도로 몸이 둔해지기라도 한 건지, 그게 아니라면… 그를 너무 믿어버린 건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기만.) 조심할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용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담요를 가져와 당신에게 둘러주고, 벽난로에 장작을 더 집어넣곤 응접실을 떠납니다.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겠지요.
물을 먹지 않은 나무라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얼어있던 공기가 온기를 받아 점차 부드럽게 펴집니다. 푸근한 소파에 앉아 방을 둘러보면, 바로 앞에 찻잔과 신문이 놓인 테이블이 있습니다. 밑엔 거대한 러그가 깔려있고, 벽을 보면 저택의 역대 주인을 그려놓은 초상화가 여러 개 걸려 있습니다.
바깥 정원과 연결되어 나갈 수 있는 거대한 창문에선 해가 저무는지 오렌지빛깔이 응접실 안으로 쪼개져 들어옵니다. 그 옆엔 단풍나무로 만든 장식장이 놓여 있는데, 흰 레이스로 꾸며져있네요.
이안 브란트:(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창문 밖을 바라본다. 사용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는 당신 생각을 했다. 언제 오시려나….)
▶:어느덧 해가 지고 있습니다. 서리가 그린 엷은 눈꽃이 유리창에 콕콕 박혀있네요. 바람을 막는 두툼한 겨울용 커튼은 고급스러운 진녹색을 띠고 있으며 러그에 닿아 끌릴 만큼 기다랗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6
관찰력65 32 13
성공
▶:커튼의 끝자락에 거무죽죽한 물이 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창문과 가까이에 닿아있는 러그의 끄트머리 또한 물들어있네요. 짙은 색이라 잘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안 브란트:어디서 튄 물이지? (커튼의 끝자락을 살펴보다 말고 허리를 숙여 러그를 확인했다.)
▶:커튼에서 본 것과 같은 검은 자국이 듬성듬성 묻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검은 자국을 꾹꾹 눌러본다. 뭘까? 뭐지?)
▶:자국을 눌러보면, 딱딱하게 굳었던 것이 바스라져 손가락에 묻어 나옵니다. 빛 아래에서 보니 짙은 갈색을 띠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안 브란트:…. (난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고 싶어! 잠시 아찔해졌다. 고개를 들어 테이블을 살폈다.)
▶:찻잔에서 기분 좋은 향긋함이 풍깁니다. 오늘 자 신문이 놓여있네요.
이안 브란트:(자리에 선 채 신문을 펼쳐 읽는다.)
▶:옆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내용입니다. 커갈수록 부모와 다른 외모가 두드러졌는데, 산파가 실수하여 가족이 뒤바뀌었다고 하네요. 현대판 체인질링이 아니냐는 기자의 사담이 적혀있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의 심정이나 이후 결정, 가족들의 상태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흥미 유발이 목적인 신문에 후일담이 적혀있을 리 만무하죠.
이안 브란트:(신문을 고이 접어 다시 올려둔다. 벽에 걸린 초상화를 눈으로 훑어보았다.)
▶:저택의 역대 주인들을 그린 초상화가 줄지어있습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칼을 가졌거나, 시린 하늘을 닮은 푸른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화목한 가족을 그려놓은 초상화엔 다른 머리카락 색을 가진 아이들도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7
지능50 25 10
성공
▶:역대 주인을 그려놓은 초상화인데, 아무리 찾아도 밀발 머리를 가지고 있거나 금색의 눈을 가진 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금발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그려져 있다지만, 배우자의 머리카락과는 색이 전혀 달라요.
이안 브란트:왜…? (검은 머리카락, 푸른 눈…. 초상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리없이 당신을 생각한다. 방금 읽었던 신문까지 더하여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으니 속이 뒤틀릴 따름이다. 아냐, 나의 배우자는……. (이어지는 단어는 없다. 테이블을 짚었다가, 창문 옆의 장식장 가까이로 다가간다.)
▶:열지 않아도 큼직한 유리문 덕에 내부가 보입니다. 귀중품을 넣어두어서 그런지 문은 잠겨 있네요. 장식장 문손잡이 아래에 열쇠 구멍이 작게 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정원에서 주웠던 열쇠를 열쇠 구멍에 집어넣는다. 맞을까?)
▶:찰칵. 잠금쇠가 경쾌히 돌아갑니다. 문을 열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조심스레 장식장의 문을 열어봅니다.)
▶:다른 지역의 기념품이나 선물 받았던 귀중품을 넣어둔 곳입니다. 당신과 배우자가 그려진 초상화도 작은 액자에 담아 놓았는데… 어라? 액자가 서 있지 않고 바닥을 보며 엎어졌네요. 옆에는 온갖 찻잔이 일렬로 서있습니다. 모두 값비싼 사치품이죠.
간혹 귀한 손님에게 내어가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고요. 그중 찻잔 하나가 비스듬히 들려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액자를 반듯하게 세웠다가 고민 끝에 다시 엎어둔다. 눈에 띄는 찻잔 하나를 확인하였다.)
▶:찻잔 안에는 큼직한 열쇠가 들어있었습니다. 열쇠의 고리 부분엔 창고라고 적혀있네요. 보통 열쇠 보관을 이중 삼중으로 할 리는 없을 텐데. 조금은 뜬금없군요.
이안 브란트:(고리 부분의 글씨를 확인하면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창고의 열쇠가 왜 이런 곳에? 우선 열쇠를 품에 챙겨넣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장식장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장식장의 문을 닫으면, 바깥에서 타오르던 석양빛이 많이 누그러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벌써 저녁이 다 지나 밤이 오고 있나 봐요. 이 조용한 응접실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낸 듯합니다.
그리고, 와장창! 응접실 문 바깥에서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물건이 박살 나는 굉음이 들립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식어버린 허브차는 창 바깥의 나무에 부어버렸다. 마신 체라도 하는 게 좋을 테지. 그러던 중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다급히 응접실의 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한다.) 무슨 일이에요?
▶:저택의 복도 중앙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들려옵니다. 소리의 근원으로 향하나요?
이안 브란트:(복도 중앙으로 다가갑니다.)
▶:복도의 중앙으로 나서면, 신발에 밟힌 유리 조각이 파삭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유리 조각? 고개를 들면 혼란의 중심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티엔이 서 있습니다.
그의 주변엔 액자 틀이 부서져 조각이 나뒹굴고 있으며, 유리가 바닥의 타일과 불빛을 만나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액자가 어디서 떨어지기라도 했나요? 그러고 보니, 복도 중앙에는 가장 큰 초상화가 걸려있었죠.
부서지고, 유리에 찢겨 너덜거리는 초상화 조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이의 얼굴이 가장 크고 세밀히 그려졌던 그림이었습니다. 옆자리에 배우자가 없는 지금, 이 초상화가 배우자를 가장 닮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초상화가 이젠 눈 주위의 그림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안 브란트:(소란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널브러진 유리 파편에도 개의치 않고, 너절해진 초상화의 조각 일부를 집어들었다. 사색에 잠긴 눈은 그것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배우자의 잔재를 곱씹는 모습처럼 비칠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제 기억을 되짚을 뿐이었다. 빛나는 금색 눈, 밀색의 머리카락. 헤더 린튼. 나의 배우자. 나를 보며 웃는, 내게 사랑을 고하던……. 아, 이건 진정 내 기억이 맞는가?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뒤늦게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고, 한 걸음 다가간다. 검은 머리카락, 시리도록 푸른 눈.) 다치지는…, 않으셨어요?
첸 티엔:(시선을 피했다. 걸음을 물리지는 않는다. 그저 좁아 드는 간격을 받아들이기만 했다.) 겨우 그런 걸 물어보시네요. 절, 탓하지도 않으시고….
이안 브란트:(당신이 시선을 피하였으니 저 또한 눈을 돌려 얼굴이며 손을 살필 뿐이다. 다친 곳은 없는 걸까.) 떠나간 남편이…. (산 사람보다 중요할까요. 책 잡힐 만한 말은 삼켜냈다. 보는 눈이 있으니 손 또한 내밀지 않았다.) 우선 제 방으로 갈까요? 거기서 이야기해요.
첸 티엔:(서로가 서로에게 손 내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내 서러웠다. 한 차례 입술을 감쳐물고, 뒤늦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안 브란트:그럼, 먼저 가 계시겠어요? 금방 갈게요. (아무렇지 않은 듯 당신을 지나쳐 근처의 사용인에게 다가갔다.) 정리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죽은 배우자의 초상화의 조각 또한 사용인에게 건넸다. 시선은 끈덕지게 따라 붙었지만.)
첸 티엔:(이안 브란트가 첸 티엔을 지나친 적이 있었던가?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른 다음에야 걸음을 옮긴다.)
▶:사용인은 공손한 태도로 조각을 받아듭니다. 곧이어 많은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복도를 정리하기 시작하네요.
이안 브란트:(그제야 자리를 비운다. 제 방으로 향하였다.)
▶:방으로 돌아가면, 당연하게도 티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가 준비하기라도 한 것인지, 테이블 위로는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가 놓여있네요.
이안 브란트:외출은 어떠셨어요? (어제처럼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는다. 다만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즐거웠어요. 당신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나간 거였으니까…. (흘긋, 눈치를 보더니 품에서 곱게 포장된 병 두 개를 꺼낸다. 레몬 사탕이 담긴 것과, 제비꽃 설탕 절임이 담긴 것.)
첸 티엔:즐거웠어요. 당신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나간 거였으니까…. (흘긋, 눈치를 보더니 품에서 곱게 포장된 병 두 개를 꺼낸다. 레몬 사탕이 담긴 것과, 제비꽃 설탕 절임이 담긴 것.)
이안 브란트:으응, 같이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퍽 애정을 담아 골랐겠지, 포장 또한 신경 쓴 티가 난다. 마음이 풀리는 것도 잠시.) …저택은 소란스러웠어요. 사용인 하나가…. (말을 잇지 못한다.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는 듯 헛기침을 했다.) 차는, 오늘도 식기 전에 마시면 될까요?
첸 티엔:(침잠한 낯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지 않는 말에도 의문 표하지 않는 것을 보아 저택의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이다.) 화…, 내지 않으시네요.
이안 브란트:(가라앉은 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화냈으면 해요?
첸 티엔:(여전히 비껴가는 시선.) 아뇨…. 하지만, 그러셨더라도 좋았을 거예요. 조금 슬프기야 했겠지만.
이안 브란트:저어, 화 안 났어요. 그렇지만… 왜 그랬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찻잔을 손끝으로 툭툭 건드리기만 한다.)
첸 티엔:(무어라 말을 하려다가도, 입술을 달싹이기만 할 뿐 튀어나오는 음성이 없다.) …죄송해요. 그, 사람이. (답지 않게 호흡이 거칠어진다.) 원망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안 브란트:어째서, 원망스러운데요? (짐작가는 바 있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당신의 말로 듣고 싶었다.)
첸 티엔:답하지 않는다면…. 실망하실 건가요?
이안 브란트:글쎄요…. (미적거린다.) 내일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첸 티엔:모든 게 끝난다면,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안 브란트:사흘의 시간이 끝나고?
첸 티엔:그 뒤에도 당신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요.
이안 브란트:오늘도 곁에 누워 주세요. 그럼 대답을 듣지 않더라도 만족할 테니까. (잔을 들기 전 힐금 쳐다본다.) 이거 말이에요. 티엔 씨도 꼭 마셔야 하는 거예요?
첸 티엔:(우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답이 돌아온다면, 꼭 기대하게 되어버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도 마시는 편이 안심되지 않나요? 적어도 독이 들진 않았다는 소리가 되잖아요.
이안 브란트:음. (잠잠해졌다.) 그런 이유라면 마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별로, 걱정되지 않으니까. (제 몫의 차를 모두 마신다.)
▶:찻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갑니다. 여전히 비릿하며, 오한이 드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3
이성60 30 12
실패
첸 티엔:절 너무 믿으시는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윽…. 여전히 기분 나쁜 감각. 찻물을 억지로 삼킨 뒤 의자 뒤로 몸을 기댄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첸 티엔:당신은 제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하신 적이 없는걸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당신의 곁으로 다가선다. 시린 손이 당신의 이마를 짚는다. 지난밤처럼 다정한 손길이었다. 험한 일이라곤 해본 적 없어 보이는 손이 이마의 흉을 훑고, 내려가 눈두덩이를 밀어 내린다. 억지로 당신의 눈을 감긴 뒤에는,) 벌써 내일이 마지막 날이네요.
이안 브란트:(무얼 말하려다 말고 화제를 틀었다.) 저어, 먹여 주세요. 절 위해 사오신 것, 둘 중 아무거나. (눈을 내리감은 채 입을 작게 벌렸다.)
첸 티엔:(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곧이어 사부작거리는 소리를 낸다. 기다란 끈을 풀어내는 소리, 단단히 잠긴 유리병의 뚜껑을 여는 소리, 내용물 중 가장 정갈하고 예쁜 것을 고르느라 손가락을 피해 둥그런 것이 도르르 굴러가는 소리까지. 이윽고 인기척이 가까워졌을 것이다. 다만, 당신의 예상과는 달리 입술에 닿는 것은 간식거리를 쥔 손가락이 아닌 또 다른 입술일 터다. 늘 서늘하기만 하던 체온과는 달리 말랑하고 따뜻한 것이 당신의 입술을 뒤덮는다. 벌린 입 사이로 혀와 함께 달고 시큼한 사탕이 드밀어졌다.)
이안 브란트:(말캉한 입술이 닿자 아, 하며 놀란 듯 의자의 팔걸이 위에 올려뒀던 손 말아쥐었다. 혀를 받아들일 때면 당신의 옷자락을 더듬대었으나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손이 조금 떨렸을까. 입술이 떨어진 뒤에야 상기된 낯, 느릿하게 뜬 검은 눈이 당신을 쳐다본다.) …익숙하신 것 같아요. (곧 시선이 떨어지고, 말없이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린다. 달아….)
첸 티엔:그래 보이나요? (입꼬리가 어색히 말려 올라간다. 갈 길 잃은 시선은 당신의 입술을 바라보다, 아래로 떨어져 옷자락을 쳐다보았다가, 옆으로 밀려나 유리병을 응시했다가도, 종내에는 검은 눈을 담아낸다. 그 무렵에는 귀 끝이 조금은 붉어졌을까. 말머리마저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거울을 보지 않아도 제 꼴이 어떤지 훤하다.) 전, 서툴렀던 것 같은데.
(더운 숨을 내쉰다. 습관적으로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손등 위로 제 손바닥을 겹치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얽고….) 한 번만 더, 해 봐도 될까요? 그럼…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낯선 표정을 보고 있자니 희미하게 눈꼬리가 휘었다. 아니, 정말 낯선 게 맞을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손을 빼내지 않고 당신의 시선을 마주한 채 그는… …….)
저, 그런데. (문득 당신을 만류하는 듯 고개를 조금 돌려냈는데,) 지, 지금은 괜찮아지긴 했지만, 아픈 게 옮기라도 하면… 죄송할 것 같아서…. (그 이유란 엉뚱하기 짝이 없다.)
첸 티엔: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고개 돌린 만큼 따라가 다시금 입술을 부빈다. 강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애원에 가까운 구애였으며, 거부를 염두에 둔 고백이었다.) 제게 옮겨주세요. 네?
이안 브란트:(당신의 구애에 벽은 쉽게 허물어진다. 애초에 벽을 세운 적이 있긴 하던가? 이상한 일이었다. 입술이 맞닿고, 허공을 배회하던 손이 조심스레 당신의 목을 감싸안았다. 퍽 연인 같은 모양새였다.)
첸 티엔:(희멀건 손이 당신의 등을 더듬더니 이윽고 익숙하게도 허리를 잡아 쥔다. 애정의 크기만큼 그러안으면, 당신은 언제나 제 팔 안에 감겨주었으며 이번 또한 다를 바는 없다. 애절하리만치 품 안의 이에게 매달린다. 호흡을 갈취했다. 입 속 머금은 숨 한 줌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젖은 살덩이를 얽고, 혀를 빨아당겼다.) …거부하지 않으시네요.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마치 당신을 탐색하듯 입술을 포개고, 다시 할짝이다 말고 혀를 섞었다. 호흡이 길어지자 버거운 듯 팔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였으나 거부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다면 실망하실 건가요? (대답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이어지는 당신의 대답과는 관계 없이, 재차 입을 맞추고 숨을 나눈다.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니 한번만 더….)
첸 티엔:(그럴 리가요. 건네어야 했을 대답은 입맞춤에 먹혀 사라졌다. 사랑에 빠진 이는 기꺼이 상대의 바람을 받아들였다. 마주 본 이를 제 품에 가두다시피 고개며 허리를 숙였으니 꼭 당신을 소파에 파묻는 꼴이 되고야 만다. 켜켜이 쌓인 애정이 뭉쳐 욕정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욕망 어린 두 눈은 하늘이라 이르기엔 깊다. 호수를 닮은 눈이 정확히 당신을 응시하고 물결을 닮아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안고 싶어요, 당신을.
이안 브란트:…. (색색 느린 숨을 내쉰다. 당신이 지닌 감정을 분명하게 읽어낸다.) 두 가지만 대답해 주시겠어요?
첸 티엔:…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요.
이안 브란트:(진득한 애정이 묻어 있는 뺨을 어루만진다.) 저를… 사랑하시나요?
첸 티엔:그 무엇보다도요.
이안 브란트:하하. (힘없는 웃음 뒤 이어지는 질문.) 나도 그랬나요?
첸 티엔: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네요. (다만 입가 위로 입 맞추었다. 행동으로써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안 브란트:(짧은 입맞춤 뒤 얼굴을 떨어뜨렸다. 기어이 부정한 말을 귓가에 속삭인다.) 안아 주세요. 당신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첸 티엔:(허락 떨어지자마자 깊숙이 입 맞춘다. 혀를 섞지 않는 담백한 입맞춤. 그러나 서로의 감정만큼은 뒤엉켰을 터다. 그대로 당신을 들어 안더니, 침대 위로 몸을 뉜다. 매트리스 출렁이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요? 이건… 소원은 아니에요.
(기어이 당신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목에서부터 하나, 둘, 셋. 조급함이 뻔히 보였으나 성급히 굴진 않았다. 오히려 느리다. 셔츠를 반쯤 풀어 헤치고, 목선이 드러나면 그 위로 입술을 묻는다. 살갗에 입술 댄 채로 입 열었으니 뭉개진 발음이 흘렀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싫다면 거절해도 된단 뜻이에요.
이안 브란트:말씀하세요…, 뭐든. (당신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았다. 긴장한 듯 몸 움츠러들기도 하였으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당신의 애타는 시선과 몸짓을 제 시야에 담고, 그것을 아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기억은 덧씌울 수 있는 것인가?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제 손가락에 엮고, 뒷통수를 느리게 쓸어보기도 했다. 그는 그러겠다며 고개 끄덕였으나, 뭐든… 거절하지 않을 것처럼 당신을 껴안았다.)
첸 티엔: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 사랑하지 않으시더라도. (숙였던 고개를 들어 당신을 내려다본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틈 없이 훑는다. 영원히 기억되리라.) 사랑한다고…,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사랑하지 않더라도. (되새겨 중얼거린다. 검은 눈 위로 푸른색이 비친다.) 그런 것으로도 괜찮으신 거예요?
첸 티엔:괜찮아요. (마주했다. 내뱉는 말에는 망설임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말 한마디면, 전…. 괜찮아지게 될 것만 같거든요.
이안 브란트:(맥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것만은 거절할래요. (어찌된 일로 당신의 부탁을 거부했다. 그러나 당신을 거부한 것은 아닌 양 또렷한 시선이 당신을 향했고, 곧 눈 휘어 웃기도 했다. 그는 대신,)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요. (대신 훗날을 기약했다. 꼭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처럼. 그러니 당신은 부탁할 필요 없어.)
(긴장으로 인한 떨림이 조금 잦아들고, 툭, 당신의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어낸다.) 괜찮죠?
첸 티엔:(당신의 의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으니 아쉬움 표하는 것 대신 환히 웃어 보이기만 했다. 당신의 손이 닿아올 적에는 조금은 수줍어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풋풋한 낯짝 한 것치고는 옷 벗겨내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다. 셔츠 단추를 모조리 풀어낸 뒤에는 옷자락을 어깨 너머로 젖혀 살결이 드러나게끔 했다. 이어 바지 버클까지 풀어내리니 실로 이 행위가 처음은 아닌 것만 같다. 능숙히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뒤 바짓단을 끌어 내린다.) 당신이야말로…. 괜찮아요? 젤도, 콘돔도, 아무것도 없는데.
이안 브란트:(마냥 처음인 것 같지만은 않은 기시감. 셔츠를 젖힐 때까지는 고장이라도 난 양 이불을 손 안에 쥐락펴락하기만 하였으나, 하의까지 끄른 뒤에는 양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괘, 괜찮아요. 다정하게 해 주시기만…. (연인에게 할 법한―그야 이 행위 자체가 본디 연인끼리 할 법한 것이니― 말을 내놓았고, 민망한지 고개를 떨구었다.)
첸 티엔:으응, 그럴게요. 도중에라도 그만두고 싶어진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셔야 해요. 아셨죠? (문장의 끝마다 입을 맞추었으니 쪽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속옷마저 벗겨 낸 다음에는 퍽 부드러운 손길로 드러난 성기를 훑는다. 검지 하나만으로 선단부터 뿌리까지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 양 허벅다리를 붙잡아 밀어 올린다. 손길과는 대조되게도 썩 흉흉한 시선이 구멍 위로 가닿는다. 인지하지 못한 새 마른침을 삼켰다. 목울대 울리는 것이 뻔히 보였을 테지. 이어 드러난 입구 위로 손가락을 문지른다. 밀어 넣는 일 없이 그저 닿기만 했다.) 처음엔, 조금 아플 거예요…. 참을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으응, 괜찮, 을, 것… 같지만. (입술 맞닿는 소리가 날 적마다 몸을 작게 떨었으니 목소리 내는 것마저 끊어지고는 했다. 생경한 감촉이 제 물건 위로 닿으니 일순 척추부터 저릿한 느낌이 들어 몸을 작게 비틀었다. 그러나 다리만은 여전히 적나라하게 벌린 채. 성기의 끝에서는 작은 자극에도 금세 투명한 액이 새어나온다.)
(아래를 적실 만한 것이 있던가? 생각과 함께 시선이 침대 옆의 협탁으로 이어졌으나, 이 방에 있는 물건이라곤 대부분 전 배우자의 손길이 닿은 것일 테니 당신이 내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그저 양 허벅지를 손으로 붙잡고 고개를 끄덕인다.) 잘 참을 수 있어요. 아픈 것도 그렇고, 그으, 소리도요.
첸 티엔:아픈 것도, 소리도,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어요. 특히 아픈 건요. (허벅지를 붙든 손등 위로 입을 맞추는가 싶더니 손 아래 맨 살갗 위로 입술을 내리누른다. 그리고는 더욱이 아래로 내려가 회음부 위로 입을 맞대고, 종내에는 구멍을 입술로 덮어버린다.)
그래야 제가 끝까지 다정하게 굴 수 있을 테니까…. (입술을 타고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을 터다. 다물린 입구 위로 몇 차례나 쪼듯이 입을 맞춘 뒤에야 혀를 내민다. 일말의 거부감도 없이 축축한 살덩이로 주름진 곳을 할짝대다, 입구를 가르고 밀어 넣는다. 안이 좁아 구태여 고개를 들이박지 않더라도 내벽이 혀를 감싸오는 것만 같다. 회음부 위로 코끝이 부벼질 정도로 얼굴을 바짝 붙인다. 그 상태로 혀를 굴렸으니 채 삼켜내지 못한 타액이 내부를 적실 터였다. 적나라한 소리가 침실을 채우기 시작한다. 겨우 이 정도로 안이 젖을 리 없으니, 부러 질척이는 소릴 내는 셈이다.)
이안 브란트:(무어라 대답하려던 것도 멈추고 파드득 놀라며 당신의 한쪽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밀어내려는 듯했으나 힘은 주지 못하였고,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자, 잠깐, 거, 거긴…. 부끄러워요, 응? (수치심에 미약하게 울먹인다. 오늘 아침 막 눈을 떴을 때처럼 얼굴 끝까지 열이 올라 머릿속이 빙글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때처럼 나쁘기만 한 기분은 아니었고, 오히려….) 흐, 이상한, 데에…. (점차 할딱이는 숨을 토하기만 한다. 입구가 타액으로 젖어 눅진하게 풀어지고, 반사적으로 움찔댔다.) 이, 이제, 괜찮으니까, 이거어… 그만해 주시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신을 쳐다보았는데, 눈가는 유난히 새빨갰다.)
첸 티엔:(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의 의사를 따르지 않을 리 없다. 당신의 음성이 떨어지자마자 고개를 물렸으나 보란 듯 혀 빼문 상태였으니 둥글린 혓바닥 사이로 타액 늘어지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을 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푸른 눈을 유순히 뜨고, 눈썹마저 늘어트렸으니 꼭 무언가를 조르는 듯한 표정이 되고야 만다. 그래,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의 의사를 따르지 않을 리 없다. 다만 제 뜻을 위해 아양을 부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아직 덜 풀렸어요. 이대로는 손가락도 받아내지 못할걸요.
(바지 위로도 세운 것이 도드라질 정도로 흥분한 이치고는 얌전한 태도다. 욕구보다도 우선되는 것이 있다면 이안 브란트의 만족이었으니, 어디까지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차 허벅지 안쪽에 뺨을 부빈다.) 이런 사이에서는…. 얼마든 내보일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새빨간 혀 앞으로 진득하게 늘어지는 타액을 보며 얼굴을 더욱 붉혔으나 눈을 감지 않고, 그대로 당신을 홀린 듯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늘어뜨린 눈썹가를 매만졌다. 당신은 고운 얼굴을 어떻게 써먹어야 가장 좋은 효과가 나는지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굴곤 하였고, 이안 브란트는 당신의 원색적인 수작에도 속절없이 넘어가고는 했다.)
(이런 사이? 대체 어떤 사이라고 명명할 수 있나? 배우자를 잃은 미망인, 그리고 그 배우자의 친구? 혹은 과거를 나누었던 사이? 그것도 아니라면….)
(머뭇대는 듯 짧게 침음한 그는 제 오른손 검지 끝을 할짝였고, 그대로 타액으로 젖은 입구에 꾹 밀어넣는다. 당신 말대로 손가락 한 마디만으로도 뻐근하게 아픈 감이 있었으니 조그맣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 그럼. 조금만 해 주, 시면…. 이후에는 제가 할게요. 해 주시는 게 싫은 건 아니고… 그으, 다치셨으니까. 손 쓰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요. (힐긋, 붕대를 감아두었던 손을 쳐다보며 당신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허벅지 안쪽으로 뺨을 비비는 모양새 꼭 맹목적으로 제 애정을 바라는 털짐승 마냥 느껴졌으니, 쓰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첸 티엔:(스스로 손가락을 적시는 행위도, 내밀한 부분에 검지를 밀어 넣는 것도 전부 보았다. 앓는 소리 들려올 무렵엔 제 호흡이 거슬린단 이유만으로 숨마저 참아내었으니, 그야말로 맹목을 넘어선 사랑이었다.)
(머리 위로 닿는 손길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신이 짐승이었다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정이란 당최 무엇이기에 두 사람을 이리도 얽히게 만드는가? 자신은 물론이며, 당신도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렇기에 가변하는 것 사이에서 서로의 온기에만 기대게 되는 것이겠지. 뺨 비볐던 곳 위로 가벼이 입술을 누른다. 답지 않게 이를 세우기도 했다. 뭉툭하고 날카로운 것이 살갗을 뭉근하게 파고들었다. 그대로 맨살을 빨아들이니 하얗던 살결은 금세 붉은 기로 얼룩덜룩해지고 만다.)
(츕,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영문 모를 소리를 뱉는다.) 제 걱정은 마세요. 같이 하면 되니까요…. (이어 다시금 구멍 위로 입을 맞춘다. 내민 혀가 이전보다 망설임 없이 내벽을 파고든다. 살갗 위로 입술이 닿을 정도로 깊숙이 밀어 넣고 핥아 올린다. 혀끝으로 여린 벽을 간질이다가도 꾸욱 꾹 눌러대길 반복했다.)
이안 브란트:(말릴 생각조차 않고, 외려 당신이 입술을 쉬이 묻을 수 있도록 다리를 벌려낸다. 손은 당신의 검은 머리칼 사이를 헤집다, 잇자욱이 새겨질 즈음 시트를 짚었다. 그리고는 그저, 한동안 사용인에게 환복이나 목욕 시중을 부탁하지는 못하겠다고… 부정한 상황과 대조되게도 퍽이나 천진한 생각을 했다.)
(같이, 무얼? 생각 더 이어지기 전 예민한 곳에 말캉한 살덩이가 닿았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으, 응…. (내벽이 끈덕지게 풀어질수록 신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혀를 세워 내부를 누를 때마다 고개를 젖혔고, 결국 얼마지 않아,) 힛, 저, 저어. 이제 혼자 해도 될 것 같아요…. (하며 당신을 조심스레 밀어냈다. 당신이라면 필히 밀려났을 테니 타액 늘어지는 모습 다시 보게 되었을 것이고, 그는 묘한 수치심을 느끼었으나 성기에서는 투명한 액이 기둥을 타고 흐르고 있었으니 그 기저에는 쾌락이 깔려 있음은 명백하였다. 젖은 구멍에 제 검지를 다시금 꾹, 집어넣으면 혀로 눅진하게 푼 덕 비교적 수월케 들어갔다.) 윽…. (이어 제 안쪽을 뭉근히 누르더니, 조바심이 난 것인지 손가락 하나를 더 늘려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첸 티엔:(한 차례 밀려나는 것도 잠시, 금세 밀려난 만큼 다가선다. 당신의 흥분을 눈에 담는 만큼 조급해지는 것만 같다. 이전보다 거칠어진 숨이 입구며, 그 안을 들락이는 손가락 위로 닿았을 것이다.) 같이, 하자고 했잖아요….
(젖은 음성을 끝으로 재차 혀를 밀어 넣는다. 손가락 사이로 혓바닥을 얽었다. 쏘삭이는 움직임 따라 추삽질을 흉내 내다가도, 손가락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흥분에 젖어들어 제 내벽을 자극하기 바빴으니, 당신의 목소리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하였다. 무슨…, 열에 잠긴 음성은 의문을 표하려 들었으나 놀란 듯 힉, 하며 숨 들이켜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미끌거리는 살덩이가 제 손가락과 내벽에 닿아오니 자극은 배로 치솟는다.)
아, 힉, 티, 티엔 씨이…. (애원하듯 당신의 이름을 부르나 손가락을 빼내었다가 밀어 넣는 움직임 또한 성급해지기만 하였다. 문득, 당신이 어서 안을 채워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리 생각했다. 스스로 손가락 끝을 구부리고 내벽을 짓누르고, 가위질을 하며 억지로 내벽을 넓히니 더운 살점이 딸려나올 듯 안을 조인다. 그 위로 젖은 혀가 스치니 적나라하게 질걱대는 소리가 나는 것도 당연하였다. 스스로 깊숙이 밀어 넣은 손가락 끝이 예민한 구석을 스치자 순간 눈 앞이 명멸하는 듯했고, 어느새 손가락 하나를 더 늘려 내부를 쑤시기 시작하였다.) 이, 이제에, 그냥, 해, 주세요…. 응? (바르르 떠는 손이 당신의 옷깃을 붙잡는다. 점차 사정감이 밀려와 결국 당신을 재촉하고 만다.)
첸 티엔:(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거절했을 터다. 아직, 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기어이 당신을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며, 몇 차례나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몸을 겹쳤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티엔 씨가 아니라…. 티엔, 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당신의 뜻대로 해드릴게요. 잠기다 못해 갈라질 대로 갈라진 목소리였다. 발정 난 이의 음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건을 내밀면서도 핏줄 불거진 손으로 제 바지 버클을 풀어 내리고 있으니, 욕정을 숨길 생각도 없는 듯하다. 옷 벗는 시간조차 아까워 벨트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지고, 바지며 속옷을 허벅지에 걸쳐둔 채 당신의 허벅다리를 당겨 잡는다. 흉흉히 크기 키운 것을 꺼내어 수음하기라도 하듯 제 손바닥으로 문지르더니, 뒤이어 구멍 위로 귀두를 맞춘다. 금방이라도 삽입할 것처럼 자리를 잡았으나 귀두는 내부를 가르지 않고 입구를 따라 미끄러지기만 한다.)
응? 이안…, 어서요. (벌리고 있던 다리를 가운데로 모은다. 양 허벅지가 맞붙게끔 고정한 뒤, 틈 없이 맞닿은 다리 사이로 좆을 비집어 넣는다. 그대로 허리를 흔들었다. 좆기둥이 입구며 허벅지를 쓸어대며 열감을 남겼다.)
이안 브란트:(낮게 깔린 음성 유일히 제게 속삭이자 떨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신의 이름을 읊조리는 것 망설임이 있더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단지 입술 달싹이기만 했다. 옷을 끄르는 행동은 서두르되 명백히 욕정의 일부를 내리누르는 듯싶었는데, 그럼에도 당신에게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채 다물리지 않은 구멍 위로 성기의 끄트머리가 맞추어지자 입구는 애가 타듯 움찔움찔거렸다.)
(다리를 한 데 모으자 팔꿈치로 겨우 받치던 무게가 결국 침대 위로 완전히 넘어간다. 살결 위로 뜨겁고 단단한 감각이 스쳐 몸이 더욱 달아오르니,) 아…! (저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와 시트를 움켜쥔다. 그제야 막혀 있던 숨이 트이며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티엔…, (그는 그 사랑이라는 것을 확인 받고 싶었다. 그러니 속삭인다.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진정 누구의 바람인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첸 티엔:(수도 없이 들어왔을 이름이었다. 그러나 당신의 목소리로 듣는 제 이름자란 어째서 이다지도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인가. 흥분 내리누르기라도 하듯 숨을 들이켠다. 들이쉰 것 내쉬지 않은 채 모았던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좆을 붙잡아 입구에 맞춘다. 옴짝대는 구멍이 성기 끄트머리 물어오는 것 고스란히 느끼며 허리를 움직인다. 아주 굼뜬 움직임이었다.)
네에, 허락, 해 주셔서… 감사해요. (나직이 읊조린다. 눈가 샐그러트린 채였다. 귀두가 내벽을 가르고 들어가는 것이 생생히도 느껴졌다. 성기를 반쯤 밀어 넣었을까. 녹진하고 뜨거운 내부가 사정없이 좆을 물어댄다. 콘돔을 쓰지 않아 더욱 그리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대로 해 달라고 했던가. 이대로 당신의 안에 정액을 흩뿌리고 싶다. 이것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속내를 내비친다면, 당신은 나를 밀어낼까.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허리를 숙인다. 입술을 찾아 맞춘다. 다물린 입술 사이를 비집고 혀를 밀어 넣는다. 당신의 혀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당신이…. 제 아이를 가져주셨으면, 했는데….
이안 브란트:아, 흐윽…! (잇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간다. 앞서 풀어두었다지만 바짝 긴장한 내벽은 반사적으로 밀려드는 것을 빠듯하게 조여물었다. 내부를 짓누르는 부피감에 더불어 성기 위로 불거진 핏줄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끅, 아, 아파, …. (본능적으로 통증을 말하였다. 그러나 통증 이상으로 뱃속에서부터 묘한 감각이 올라와 머릿속이 저릿저릿할 지경이었다. 허리를 숙이자 생좆이 더욱 내부를 파고든 셈이었으니 일순 숨 내쉬는 것 멈추었다. 하아, 당신의 입맞춤으로 겨우 숨통을 트며 어설프게 혀를 내밀기만 했다. 젖은 입술이 떨어지자 더듬더듬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으응, 저어, 아, 안아, 주세요, (당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일까? 아무래도 좋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는 당신을 밀어내지 않고 외려 끌어당겼으니, 영락없는 허락이었다.)
첸 티엔:(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랬기에 아프단 말 한마디에 모든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으나, 재차 허락이 떨어지면….)
이안…. (줄곧 마음에 품은 이름을 읊었다. 그리고는 좆을 끝까지 욱여넣었다. 내벽이 부피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성기 모양으로 길이 날 때까지 허리를 물리지도 않고 그저 그대로. 꽉 막힌 길을 억지로 넓혔으니 제게 오는 자극 또한 적지 않다. 압박감 고스란히 느껴 내며 입술을 감쳐문다. 땀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고통스러울 당신에게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이마 위로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안 브란트:티엔, 으응…. (정신없이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아래 꿰뚫는 감각에 절로 눈살을 찌푸리고, 흐윽, 윽, 겨우 흐느끼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기어이 살이 한계까지 벌어져 물건을 받아들이면 뱃속이 뜨거운 것으로 꽉꽉 들어차는 것만 같아 몸을 덜덜 떨었다. 고통이 점차 잦아들고, 한참 애정 어린 입맞춤이 이어지면 젖은 눈이 당신을 바라보더니 어깨 위로 머리를 부볐다. 아픔을 내리누르니 목소리가 잘게 떨렸으나 그는 제법 어리광처럼 속삭인다.)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은데. 약속 말이에요…. 아침, 해 드리기로 했던 거어. 하루 더, 미뤄도… 되는 거죠? (약속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제 곁에 있길 바랐다. 우선 하잘것없는 명분을 하나.)
첸 티엔:(젖은 눈 위로도 입을 맞추었으니 당신의 얼굴 중 입술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닿고 싶었다. 고통에 적응할 시간 주는 것도 잠시, 허리 조금 물리더니 느릿느릿 밀어 넣었다. 직전 억지로 제 물건을 욱여넣던 것과는 퍽 대조될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짓쳐 올리기는커녕 깊숙한 곳에 제 성기대로 모양을 내기라도 할 것마냥 귀두를 문지를 뿐인 행위. 잘박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하루, 더…. 같이 있고 싶단 뜻이죠?
(허리에 감긴 손을 풀어 제 목에 두르게끔 했다. 콧잔등을 부비며 입을 연다. 잠긴 목소리 위로 웃음기가 더해지니 내뱉는 말들은 긴 숨을 닮아 있었다.) 고작 하루로 만족할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제 안으로 꾹꾹 밀려드는 몸짓에는 반응을 억눌렀다. 그 다정을 모두 받아들이고 싶었다. 으응, 앓는 듯한 음성만이 이어졌으나 기둥이 전립선 위를 짓누르는 순간 목선이 휘며 고개를 젖혔다.) 힉, 으, 응…. 같이, 있어요, 나랑…. (몸을 바르작대더니 목에 팔을 감았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안 브란트는 원체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신을 바라보던 그는 찡그리듯 웃으며….) 계속 있어, 주실… 거예요?
첸 티엔:(그날 이후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의 고통마저 기꺼워하게 되었다. 자신으로 인해 아파하였으면. 자신에 의해 붉게 물들었으면. 드러난 모든 곳에 제가 새긴 자국을 달고, 첸 티엔이라는 사람에게 짓눌려 호흡마저 편히 내쉴 수 없기를. 그러나, 그 모든 추악한 욕망도 당신의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가라앉고 만다. 그리하여 첸 티엔은 다시금 깨닫고 마는 것이다. 자신은 이안 브란트의 행복 앞에 그 무엇도 줄 세울 수 없다.)
(고개 젖힌 탓에 드러난 목 위로도 입을 묻는다. 입맞춤에 그치지 않고 혀를 내어 핥아 올리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이를 세우는 일은 없었다. 드러난 모든 곳에 잇자국을 새기고 싶었으나, 당신을 곤란케 하고 싶진 않았다. 드러나지 않는 곳, 내밀한 부위, 사랑만이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제 사랑을 새겨넣는 것으로도 족하다. 목선을 따라 말캉한 살덩이를 눌렀다. 혓바닥은 기어이 턱선을 타고 올라가 귓바퀴를, 귓구멍마저 핥아대기 시작했으니 짐승과 다를 바 없는 꼴이 된다.)
당신이, 저를…. 사랑해주신다면요. (그리고 속삭였다. 동시에 삽입한 것을 끝까지 빼내더니, 단번에 꿰뚫는다. 대답 들을 생각 없는 이마냥 허릿짓이 끊이지 않았으니,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만이 추잡스럽게 울렸다.)
이안 브란트:(목선 위로 닿는 당신의 검은 머리칼부터 둥근 머리통을 쓸어본다.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내 고개를 더욱 젖혀 입술을 더욱 깊숙하게 묻을 수 있게끔 내어주기도 하였다. 귓가에 질척이는 소리가 웅웅 울리니 제 목소리 채 가늠하지 못하고 새된 음성이 튀어나온다.)
아…! 우읏, 티, 엔…. (귓바퀴 위로 젖은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구멍이 수축하여 좆을 오밀조밀 물어댔다. 무어라 대답 내놓기도 이전, 능숙하게 쳐올리는 몸짓마다 윽욱거리며 하릴없이 신음을 내뱉는다. 장기가 속으로 밀려드는 것 같이 버거운 느낌도 잠시, 예민한 살점 위를 쑤셔대니 금세 눈가가 젖어들었다. 쾌감에 온몸에 들어가있던 힘이 금방 허물어질 때면 그는 제 무슨 얘길 내놓는지도 이해 못하고 노골적인 말들을 내놓고는 했다.) 아윽, 흑, 안쪽…, 저릿저릿해져서어…. 읏, 이, 이상해요, 티엔, 힉, 저어, …. (덜덜거리는 몸이 당신에게 매달려 온다.) 쌀 것 같아요, 시, 시러어… 윽….! (살갗끼리 맞물리며 퍽, 소리를 낸다. 성기가 내부 깊은 곳까지 짓쳐 올리는 순간 성기에서 허연 액이 울컥, 쏟아졌다.)
첸 티엔:(절정에 치닫은 것인지, 내벽이 강하게 수축하며 좆을 물어대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를 놓아 줄 생각이 없었다. 제 하순 강하게 깨물어 억지로 사정감을 내리 눌렀다. 직전까지 당신의 귓구멍을 희롱하던 차였으니 귓바퀴 위로 거친 숨을 내어놓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두어 차례 깊은 호흡을 내쉬는 것도 잠시, 붕대 감기지 않은 손으로 당신의 성기를 찾아 쥔다.)
이상, 한 거 맞아요? 사실은… 싫지 않잖아요. (열띤 목소리가 귓전에 내려앉았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기둥을 문질렀다. 감싸 쥔 손 돌려가며 사정액을 손바닥이며 기둥 위로 얇게 펴 발랐다. 손짓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로, 아래로 번갈아 움직이다가도 윗부분으로 올라가 귀두를 감싸 쥐었다. 남은 정액을 모조리 짜내기라도 하듯 손톱 세워 요도구를 긁었다.) 더, 싸도 되는데….
(앞을 매만지며 뒤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덜덜 떨리는 내벽에도 아랑곳 않고 깊숙이 박아넣었다.) 한 번, 더… 해볼 생각 없어요?
이안 브란트:(진짜, 이상하단 말예요….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내저었으나 울긋불긋 달아오른 얼굴이며, 몽롱해진 눈가 타고 흐르는 눈물은 명백히 발정난 꼴이었다. 막 사정한 몸은 흐물흐물 풀어져 당신의 손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결국 시트를 움켜쥔 채 흐느끼는 듯한 음성만을 흘렸다.)
히윽, 저어, 바, 방그, 가, 써요, 응? 안, 나오니, 까아… (희부연 액이 기둥을 타고 툭, 툭 떨어지던 것이 멈추고 어느덧 투명한 액만 질금질금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손길 닿을 때마다 예민한 몸을 움츠리러 들었으나, 옴작대는 아래로 재차 성기가 깊이 처박히니 놀라 허리 휘었다. 눈 앞이 자꾸만 번쩍, 불이 튀는 것만 같아 겨우겨우 숨을 몰아쉬며 말 잇는다.) 으응, 더어, 계속, 해 주세요….
(잠시 머뭇대는가 싶더니,) 아, 직… 못 가셨잖아요…. 같이, 하, 기로 했으니까아. 만족하실, 때까지……. (젖은 눈이 깜박인다.)
첸 티엔:으응, 이안…. 같이, 해요. (젖은 눈망울마저 물기 없어질 때까지 핥아대고 싶었으니, 당신이란 사람에게 단단히 발정한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발갛게 물든 살갗을 보아하니 필시 자욱이 남을 듯하다. 그마저도 흥분에 가려 눈치채지 못하였으니 행위는 더욱 거칠어졌을 것이다. 허릿짓을 할 때마다 매트리스가 크게 출렁였다. 아래에서 흔들리는 다리가 못내 신경이 쓰여 그대로 들어 제 어깨 위로 올렸다. 의도치는 않았으나 더욱 깊숙한 곳까지 좆을 박아넣는 꼴이다. 사정하지 않았을 뿐 쿠퍼액 질금질금 흘려댔을 것이 뻔한 물건이 내벽을 쿡쿡 쑤셔대었으니 내부를 채운 액이 애액마냥 새어 나왔을 것이고,)
이렇게, 잔뜩…. 흘렸어요. 당신, 안에…. (첸 티엔은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단어 뱉을 적마다 추삽질이 이어졌다. 상체 오롯이 당신에게 겹친 채 허리만을 움직였다. 퍽, 퍽, 찧는 소리에 물기가 더해졌다.) 더, 채워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더, 아, 안 드러, 가아, 흑…. (고통 이상으로 쾌락에 절여져 허리를 강하게 쥐든, 다리를 어깨 위로 밀어올리든 흐느끼는 신음성을 내뱉기만 하였다. 바깥에 누군가 지나치기라도 하면 상황이 퍽 곤란하게 될 터인데, 다른 것은 모두 잊은 듯 머릿속이고 시야에 온통 첸 티엔을 담았다. 좆대를 밀어넣었다 뺄 때마다 붉은 속살이 딸려나오길 반복하였으니 선정적인 모양새였다.)
(정체 구분할 수 없을 액으로 적셔진 아래에서 쿨쩍이는 소리가 이어진다. 당신의 입술을 찾아 고개를 틀었다. 혀를 내어 입술을 할짝이고, 여전히 혀 빼어 문 채, 흐리멍덩한 발음으로.) 응, 안에…. 채워, 주시는 거어. 우읏, 뱃속…, 징징 울려서어…, 기분 져아여….
첸 티엔:(저를 찾는 이에게 기꺼이 입 맞추는 것 대신 빼문 혀를 입술로 물었다. 그 상태 그대로 쪽쪽 빨아들이기만 하였으니 입맞춤이라기엔 이기적이며 난폭했다. 어느 한 곳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으니 더욱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다음이란 게 있다면 당신의 정액을 마시게 해 달라며 아양을 떨어 볼까. 파렴치한 생각을 갈무리할 생각도 않고 내부를 쿵, 짓찧었다.)
저도, 기분 좋아요…. (당신보다는 명확한 발음으로 비음 섞인 만족을 내비쳤다. 밀려드는 사정감을 내리누르기라도 하듯 눈가 살풋 찡그렸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안에, 싸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혀를 빨아당기는 행동에 당신의 몸을 조금 더 끌어당겨 밀착하였다. 할딱이는 숨과 교성은 입맞춤에 먹혀들어갔다. 그저 위아래로 젖은 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네, 네에. 흐읏, 싸 주세요오, 여기…, 제, 안에, 전부우…. (각인을 남겨주었으면 한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게, 더는 잊어버리지 않게. 접합부를 바짝 붙인 채 조르기라도 하는 양 성기를 문 내벽이 꾹국 조여들었다.)
첸 티엔:윽, 이안…. (깊은숨을 토해냈다. 사랑해요. 입속말을 웅얼거렸으나, 입술만을 달싹였으니 당신에게 닿았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말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족되는 감정이 있으니….)
(사랑을 고함과 동시에 허리를 바르르 떤다. 후희를 즐기기라도 하듯 느릿느릿 좆질하며 당신의 이마를 쓸어보기도 했다.) …아프진 않았어요? 저, 조금…. 흥분했던 것 같아서요. (또다시 입가에 입 맞춘다. 쪽, 소리를 내고 떨어지는 가벼운 키스였다.)
이안 브란트:(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들리지 않더라도 전해지는 감정이 있었다. 가느란 떨림과 함께 배가 젖어들었고, 마침내 제 깊은 곳까지 욕망이 밀려들면 그것은 기묘하게도 만족감을 자아내었으니 귓가가 어릿할 정도로 달아오르기도 했다. 흥분감이 남아 몽롱하던 눈은 두어 번 깜박이더니 입맞춤 뒤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으응…, 안, 아팠어요. (사실 이건 거짓말.) 그런데, 오늘 밤도, 내일 아침도… 같이 있어주실 테니까. 조금은, 아파도 괜찮지 않나 하구요…. (그리고 이게 솔직한 맘이다. 그렇게 해 주실 거죠? 물음 건네듯 당신을 쳐다본다. 아픈 것은 어렵지 않게 참을 수 있었다. 외려 이를 빌미삼아 당신더러 밤 내내 곁에 남아달라 말할 수 있다면, 나쁠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첸 티엔:(삽입한 것 빼내지 않고 당신을 끌어안는다. 맨 살갗 맞붙인 채 당신의 왼팔을 끌어와 손을 만지작거리니, 그 모습이 꼭 연인의 한 장면과 다를 바가 없다. 손가락과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끼며 대꾸한다.) 정말 아파도 괜찮은가요?
이안 브란트:(손을 그대로 맞잡은 채. 별다른 고민 없이 순순히 대꾸했다. 정말 괜찮지만 말이에요,) 아프게 할 거예요?
첸 티엔:가끔은 그러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요. (깍지 낀 손을 당겨 제 앞까지 끌어다 둔다. 약지는 채워져 있을까?)
이안 브란트:왜애, 생각보다 취향 나쁜 편이신가. (부러 농을 했다. 숨죽여 웃기도 한다. 배우자의 물건을 정리하며 결혼반지는 함께 묻어두었으니 손은 깨끗하기만 하다.)
첸 티엔:(약지를 매만지는 것도 잠시, 웃는 이의 입가에 입 맞춘다.) 글~쎄요. 못되게 굴어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반지라면 땅속에 묻혀 있는데. (약지 매만지는 손길을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첸 티엔:계속 묻어 둬요, 그런 건. (조금은 뚱한 투다. 얼핏 신경질적으로 들릴 법도 하나, 부러 입술 비죽 내민 채 툴툴거렸으니 당신에게만큼은 아이의 투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어진 물음에는 머뭇거렸는데, 그럼에도 답을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다만 가라앉은 낯으로, 평소의 가벼움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답한다.) 당신 손에 상처를 내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화내지 말아요오. (삐죽이는 입술 위로 입을 짧게 맞추었다 떨어진다. 아이 같은 투정에 웃음이 새었고, 주저 없이 허락을 말한다.) 으응, 덜 아프게 해 주세요.
첸 티엔:(짧은 입맞춤 한 번에 내민 입마저 쏙 들어가니,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언가 싶다. 허락 떨어지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붙잡아 둔 손을 제게 끌어당기고 조심스레 입을 벌린다. 축축한 혀가 약지를 감싸며 핥아 올리는 것도 잠시, 반지로 채워져야 할 곳을 강하게 깨문다. 자국으론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자국을 넘어선 각인이 되기를. 이것이 흉으로 남아 평생토록 자신을 기억하기를.)
이안 브란트:(손가락 위로 닿는 날카로운 감각. 잇새로 윽, 앓는 음성이 샌다. 어깨를 움츠렸으나 허락 떨어뜨린 이상 밀어낼 생각 없다. 아니, 허락한 적 없더라도, 온통 저를 향하는 푸른 시선에서 지대한 욕심을 읽어낸 이상 밀어내지 못했을 테지. 얼얼한 고통에도 약지 위로 깊은 잇자국이 새겨지는 모습 지켜보기만 했다. 문득 물음을 던진다.) 반지, 끼고 있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첸 티엔:(새겨진 자국을 살살 핥아주었다. 당신의 고통을 바란 것은 자신이었으며 고통 준 주체 또한 자신이었음에도, 앓는 소리 들리는 순간 심장이 추락하는 듯한 기분 느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똑같이 했을 거예요. 자국을 새기고, 그 위로 반지를 끼워주었겠죠. 그렇게 된다면…. 그 반지는 결혼반지 따위가 아니라, 자국을 가리는 용도로 전락하게 될 거 아녜요? 상상만 해도 마음에 들어요.
이안 브란트:남겨둘 걸 그랬나요? (제가 물었던 곳을 다시금 할짝이는 모습이 퍽 짐승의 모양새 같아 손 끝으로 뺨을 훑고 턱을 슬그머니 긁어주기도. 소리 없이 웃는다.) 별로 가리고 싶지 않지만…….
첸 티엔:(기꺼이 턱 길게 빼며 손길을 즐긴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당신의 뺨에 제 머리를 부비기도 했다.) 어째서요? 추문이 돌 텐데요.
이안 브란트:그러길 바라셨잖아요. (귀엽긴. 턱을 당겨 뺨 위로 입을 맞추었다 떨어진다.)
첸 티엔:제가 바라는 건 다 들어주실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이안 브란트:뭐어, 대부분 들어드리고 있는 것 같지만요. (농조로 대꾸했다.)
첸 티엔:다른 분들께도 이러시나요?
이안 브란트:어떨 것 같나요?
첸 티엔:(금세 기죽은 낯이 된다. 물론 꾸며낸 표정일 것이다.) 그런 건 싫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눈썹 부근을 매만진다.) 그러지 않으니까요. 다른 분들은 제게 바라는 게 없어서.
첸 티엔:(부러 눈 질끈 감았다 뜬다. 약한 척, 순진한 척…. 온갖 체란 체는 다 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바라도 바라도 부족하기만 한데….
(짧은 정적. 무언가 깨달은 사람마냥 덧붙인다.) ……앗차차. 그분들께선, 그냥 지금처럼 바라는 게 없는 채로 지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제가 당신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을 거 아녜요. 아주 잘하고들 계세요.
이안 브란트:뭐가 그렇게 부족할까아…. (귀여운 척 안 해도 귀여운데. 흠. 팔랑이는 속눈썹을 톡 건드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만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고 저인 것 같구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이렇게까지 들어드릴 일도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그는 곧잘 휘말리는 사람이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유 없이 휘둘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당신의 바람이라면 모두 들어주려는 듯 구는 것, 단순히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첸 티엔:노력해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노력. (유순히 눈 깜박거리더니 제 아랫배 위로 당신의 손을 올려놓는다.) 만족하셨을까요?
첸 티엔:(아랫배 쓰다듬으며 귓가에 쪽 입 맞춘다.) 아뇨오. 전 욕심쟁이라서요. 욕심 많은 사람은 별로신가요?
이안 브란트:아뇨, 좋아해요…. (웃는다.) 원하는 게 분명한 사람이 좋아요. 다음에는 더……. (생략했다.)
첸 티엔:(헤 웃는다.) 오늘은…. 이대로 자고 가도 될까요? 그 말을 들으니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요.
이안 브란트:이대로? (이건 되물었다.)
첸 티엔:이대로. (잽싸게 답했다.)
이안 브란트:그, 그래도 괜찮나요? 안 괜찮지 않을까요? 아침에, 사, 사용인들이 찾기라도 하며언. (당황한 티 역력하다.)
첸 티엔:(태연하다. 뻔뻔스럽기까지 했다.) 당신이 이 저택의 주인이잖아요? 들어오지 말라고 한 마디만 해주시면 되죠. 잘 교육된 분들이시니 손님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도 않을 테고요.
이안 브란트:저, 저, 그런 건 잘. (못하는데. 입술 달싹대더니 무어라 대꾸하길 관두고 당신을 껴안았다.) 일찍 깨워주셔야 해요.
첸 티엔:으응, 제가 알아서 다 할게요. (꼬옥 마주 안는다.) 그러니까, 푹 주무세요. 피로하실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응…. (당신과 있으면 무어든,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좋은 꿈을 꾸게 해 주세요. (누구에게 비는지 모를 것을 조그맣게 읊는다.)
첸 티엔:나쁜 꿈을 꾼다고 하더라도, 눈을 뜨면 곁에 제가 있을 테니까…. (이마 위로 입술을 내리누른다.) 현실로 도망쳐 오세요. 언제든 안아드릴게요.
이안 브란트:네에, 당신은, 떠나면 안 돼요…. (은연중 떠나간 이를 떠올렸으나 결국 애정을 받아들일 이는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어색한 듯 몸을 조금 뒤척이고는 하였으나 하루가 어김없이 길었으니 어렵지 않게 잠에 빠져든다. 당신의 품을 찾아든다.)
▶:...
...
몽롱한 감각을 딛고 허우적거리며 눈을 뜨게 됩니다.
주변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엉킨 혼란스러운 풍경입니다.
붉은 하늘은 노을 대신 새빨간 물감이 튀어 그대로 굳은 건지 우둘투둘 튀어나와 있습니다. 내려앉을까 걱정이 될 정도네요.
손을 뻗으면 촉감이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구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시커먼 구멍이 뚫려있네요.
▶:거대한 벌레가 파먹기라도 했는지 테두리가 뾰족합니다. 발 밑에는 구정물처럼 까만 액체가 일렁이고, 움직일 때마다 물이 튀어 다리를 간질입니다.
여태까지 꾸었던 꿈 중에서 가장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분위기입니다. 늘 나타났던 배우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탁, 탁탁, 탁탁, 탁.
타닥, 탁, 탁, 탁탁.
곧 누군가가 마구 뜀박질이라도 하는 양 물소리가 거세게 찰박거리며 당신의 주위를 어지럽힙니다.
무언가가 당신의 어깨를 확 잡아챕니다.
▶:밀발의 머리색, 잘 아는 크기의 손과 익숙한 피부색, 시선 차이. 어느 모로 보나 당신의 배우자가 서 있습니다.
얼굴이 갈기갈기 갈라진 채, 마치 티엔이 찢어버린 초상화처럼요.
당신은 또다시 배우자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잊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얼굴이 없는 배우자는 말이 없습니다. 하려고 한들 못하겠죠. 초상화가 찢겨나간 것처럼 입이 사라졌으니까요.
찢어진 종이마냥 어정쩡히 사라진 입으로부터 검붉은 액체가 질질 흘러나옵니다. 점성이 있는지 액체는 찐득하고 무겁게 떨어집니다.
곧 액체를 당신의 입에 넘기려는 듯 배우자는 당신의 어깨를 누르며 무릎을 꿇립니다. 당신의 위로 고개를 숙이는군요.
▶:잡힌 어깨는 쇳덩이가 양옆에서 누르는 것마냥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쏟아지는 액체를 무력하게 바라보면,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혈액입니다. 그것도 고약한 죽음의 악취를 풍기는.
부패한 피가 당신을 타고 내려가 주변을 적시고 차오릅니다.
발목에서, 허벅지로, 허리로, 가슴으로, 목까지...
당신을 누르며 함께 가라앉으려 합니다.
곧 머리끝까지 차올라 넘쳐버린 혈액의 강에 잠기려던 때,
▶:풍덩.
큰 물체가 물에 빠지는 파동이 피부에 닿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자, 아니, 누군가가 당신의 손과 허리를 안았습니다.
부식되어 점점 탁한 빛을 띠는 혈액의 강에서 당신을 끌어올립니다.
티엔입니다. 당신을 피바다에서 건진 그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불현듯 수면 위로 수많은 시체가 떠오릅니다.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 배우자의 외형을 띈 시체들입니다. 텅 빈 얼굴이 바느질하듯 메꿔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덧그려진 얼굴은... 이 또한 티엔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그이가 티엔으로 덮이다니, 정말이지...
■■한 꿈이네요.
▶:당신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충격으로 기상했단 말이 더 어울릴 법하네요. 시트에 닿았던 목덜미와 등에서 축축함이 느껴집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
이성59 29 11
극단적 성공
rolling 1D2
(
1
)
=
1
(헤더, 이런 건 싫어요, 무서워요, 잘못했으니까…. 꿈속에서 중얼대었던가. 혹 말조차 내놓지 못하였던가? 시커먼 핏물로 가득찬 꿈을 되새긴다. 헤더 린튼, 제 배우자는 어떻게 생겼더라, 머리색은? 사랑한다 말하던 목소리는 어땠지?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긴 하였던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니, 그런 것보다…. 티엔은? 무엇보다 맞잡은 손의 감각을 떠올린다.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 옆자리를 살폈다.)
▶:옆자리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전날의 잠자리는 꿈이라도 된 것마냥 침구며, 당신의 몸이며 모든 곳이 보송보송하네요. 티엔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로는 찻주전자와 찻잔이 놓여 있네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부르기 전 문득 넷째 손가락을 쳐다봤다. 잇자국이 남아 있을 피부 위를. 이어 잠긴 목소리.) 티엔….
첸 티엔:(그제야 시선을 돌린다. 눈 마주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당신에게로 다가오는 이는 결단코 꿈이 아니다. 현실의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의 손을 붙잡았다.) 이안, 표정이 왜 그래요? 또…. 악몽을 꾼 건가요?
이안 브란트:(악몽인 걸까? 분명히 기분 나쁜 꿈이다. 죽은 배우자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져 제 이름을 부르지조차 못하고, 저는 무력하게 꿇어앉아 침식되고, 당신은……. 배우자의 낯 위로 새겨진 얼굴이 선명하다. 그것만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손을 당겨 당신의 품 속에 고개를 묻는다. 혼란에서 깨어날 때면 쓸데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 안아 주세요…. (느릿느릿 시선을 든다.) 그리고, 이것도 다시 새겨주시면 안 될까요? (왼손을 내밀었다. 결혼반지 대신 상흔이 채워진.)
첸 티엔:(기꺼이 내민 손을 붙잡아 약지 위로 사랑을 새긴다. 아프지 않게 깨물었으니 어제보다는 옅은 자국이 남을 터다.) 이것 말고, 다른 소원은 없나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요.
이안 브란트:마지막 날? (뻔히 알면서 묻는다.)
첸 티엔:(붙잡았던 손을 놓고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오늘이 사흘째잖아요. 다 아시면서.
이안 브란트:모르겠어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요.) 당신 소원은 더 없어요?
첸 티엔:오늘도 차를 준비해뒀는데. 마셔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지금 마셔야 해요?
첸 티엔: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좀 더 다정하게 얼러 주시면요…….
첸 티엔:음…. 입으로 넘겨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자꾸 다 입으로 넘겨 주시려고 하시네요…. (그런 취향? 이신가. 도리질했다.) 그냥 일으켜만 주세요.
첸 티엔:다정해 보이잖아요. (순진한 낯짝. 아마도 꾸며냈을 것이다. 붙잡은 손에 미약하게 힘을 준 채 당긴다.)
이안 브란트:다정하고 사심 있어 보이세요. (일어선 채 몸을 기댄다.) 안은 채로 데려다 주세요.
첸 티엔:이러언…. 다 들통났네요. 그런 건 싫어하시나요? (순순히 당신의 말을 따른다. 한 손으로는 등을 감싸고 남은 한 손은 무릎 아래로 집어넣어 당신을 안아 올린다. 그대로 테이블까지 향해 의자 위로 몸을 앉혀주었다.)
이안 브란트:좋아해요. (명료하게 답한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안아 달라는 뜻은 아녔는데, 그래도 좋네요. (당신의 목을 껴안고 그 위로 콧대를 스친다. 좋은 냄새…. 의자에 앉으면 찻잔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꿈에서도 봤어요.
첸 티엔:무엇을요?
이안 브란트:피. 그리고… 그이도, 당신도요. 전부 꿈에 나왔어요. (알아듣기 어려운 나열 뿐이다.) 이 차 때문인가요?
첸 티엔:(그럼에도 단어 하나 놓치지 않고 경청했다. 그런 것치고는 답이 아닌 질문을 내어놓긴 했지만.) …무언가 떠오른 게 있나요? 제게 하고 싶으신 말은 없고요?
이안 브란트:내가 당신을 사랑했나 봐요, 그렇죠? ……. (답 이어지기 전 핏빛의 물을 모두 삼켰다.)
▶:여전히 찻물은 비릿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7
이성58 29 11
실패
첸 티엔:그건… 추측인가요?
이안 브란트:(꿈에서의 핏빛을 겹쳐보았기 때문일까, 더욱 속이 뒤틀리는 것 같다.) 추측이겠죠, 확실한……. (어느 쪽이 덮인 걸까요? 중얼거리기도 했다. 다른 말을 잇기 전 기다리는 것이 있는 양 입을 작게 벌리고 입술을 톡톡 두드린다.)
첸 티엔:(옅게 웃는다. 레몬 사탕이 담긴 유리병 뚜껑을 열며 물었다.) 이건~ 마지막 소원인가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요. (사랑. 재촉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이안 브란트:(사랑…. 단어를 입안에서 굴리기만 한다. 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면서,) 마지막이라는 말 좀 별로인 것 같아요. (답 내놓지 않은 채 불만을 표하기만.) 티엔, 어서요~….
첸 티엔:(모양이 모나지 않고 예쁜 것을 골라 집은 채 당신에게 다가선다. 입가에 사탕을 대어주는 것 대신 이마와 이마를 투욱 맞댄다.) 소원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오늘까진 제가 당신을 책임지기로 했잖아요. 그럴 수 있게 해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지근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친다. 무슨 소원을 생각하였든간에, 오늘까진, 제가 당신을, 책임지기로. 이야기 듣는 순간 생각과는 영 새로운 말이 튀어나온다.) 내일도 책임져 줘…. (그저 눈매 늘어뜨린 채 배시시 웃는다.)
첸 티엔:(답하지 않는다. 대신 골라둔 사탕을 입에 문 채 당신에게 입 맞추었다.) 그것 말고, 다른 소원은 없나요?
이안 브란트:사심 있게 먹여주시구요.
첸 티엔:이런 걸 바라시는 것 같길래요.
이안 브란트:당신도 바라시잖아요.
첸 티엔:저를 너무 잘 알게 되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더 알고 싶지만요.
첸 티엔:어째서요?
이안 브란트:잊은 만큼… 채워 넣어야죠.
첸 티엔:어째서…. 잊었다고 확신하시나요?
이안 브란트:잊은 게 아니면요? (당신의 입술을 엄지로 훑는다.)
첸 티엔:어쩌면 제가 파렴치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친구의 유지를 빌미 삼아 그의 배우자를 취하려 드는…. (입술 새로 혀를 내밀었으니 엄지 위로 말캉한 살덩이가 스쳤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그런 사람이었더라면 어젯밤 저를 취하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바람결처럼 웃는다.) 좀 더 계획적이고, 이성적이었겠죠. 사흘의 불리한 계약을 걸지도 않았을 거고요. 이렇게, (붉은 혓바닥을 꾹 누른다.) 욕망하고, 불안정한 모습… 보여 놓고.
애절한 눈 제게 숨기지도 못하면서. 파렴치해지려면 좀 더 노력하셔야겠어요. (이내 입 맞춘다.)
첸 티엔:역시, 저를 너무 잘 알게 되신 것 같아요…. (내뱉는 목소리가 조금은 떨렸을까. 숨 나눈 뒤에는 당신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어깨 위로 고개를 묻은 채 수 초간 아무런 말도 않는다.) 내일도 책임져 달라고 하셨던가요?
이안 브란트:으응, (당신의 둥그런 뒤통수를 느리게 토닥였다. 사탕은 여전히 달았다.) 그래 주실 거예요?
첸 티엔:그러기 위해 노력해보려고요. (재차 당신을 힘주어 끌어안고, 놓는다. 미련 어린 낯짝이었으나 행동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니까… 당신도 노력해 줄래요? 첸 티엔을 떠올려주세요.
이안 브란트:기꺼이. (떨어진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오늘도 나가시나요?
첸 티엔:네에. 그런데…. (물끄러미 손을 내려다 본다.) 내밀지 않았는데, 잡아주시네요.
이안 브란트:잡아주었으면 하는 얼굴을 하고 계시길래. (양손으로 붙잡는다.) 안 되나요?
첸 티엔:티가 났나요?
이안 브란트:많-이.
첸 티엔: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숨길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요.
이안 브란트:그게 좋은 건데. (중얼거리더니 맞잡은 손을 살랑살랑 흔든다.) 실은 저도 붙잡고 싶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겠어요? 저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아래두요. (웅얼웅얼.) 그래도 가야 하죠?
첸 티엔:(앗.) 가지 말까요?
이안 브란트:으응.
첸 티엔:그럼 당신은 날 잊게 될 텐데도?
이안 브란트:(웃.) 너무해.
첸 티엔:오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음엔 두고 가지 않을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약속. (잡은 손을 풀고 새끼손가락을 엮었다.) 노력하고 있을게요.
첸 티엔:(얽어낸 소지 위로도 입을 맞추었으니, 가히 사랑이었다.) 으응. 금방 돌아올게요.
이안 브란트:여기도. (다시금 입술을 톡톡 친다.)
첸 티엔:(입 맞추는 것 대신 엄지로 입술 위를 쓸어주었다.) 연인처럼 대해주시네요?
이안 브란트:아직 안 되나요? (뜸.) 더한 것도 했는데.
첸 티엔:하지마안, 사랑한다는 말은 한 번도 해주시지 않았어요.
이안 브란트:(흠.) 그 말이 듣고 싶은 거예요?
첸 티엔:네에.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요.
이안 브란트:처음? 사흘 전을 말씀하시는 걸까, 아니면…. (짤막한 웃음소리 흘리더니 곧 입술을 겹쳤다 떨어진다.) 사랑해요. 또, 고맙고요. 나를…. (잠시 말 멈춘다.) 다음 말은 다녀오면 할게요. 아직은 이른 것 같기도 하네.
첸 티엔:(떨어지는 이 붙잡고 재차 입 맞춘다. 직전보다는 길고 깊었을 것이다.) 서두를 이유가 하나 더 생겨버렸네요. 기다려 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으응, 원래 기다리는 건 잘 하거든요. 조심히 다녀와요.
▶:이윽고 티엔은 방을 나섭니다.
당신은 다시금 홀로 남겨집니다. 그러고 보니, 창고 열쇠를 발견했었죠. 장작이 부족하다 하였으니 창고에 내려가 수를 헤아려보는 것도 좋겠네요.
이안 브란트:흠. (어제 입은 옷을 뒤적여 창고 열쇠를 찾아낸다. 열쇠가 왜 그런 곳에 있었는지 물어볼 걸 그랬나? 방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어쩐지 당신의 손길이 닿은 옷을 갈아입고 싶지 않았으니 겉옷만을 대강 걸친 뒤 그 위에 케이프를 둘렀다. 품에 열쇠를 넣고 창고로 향합니다.)
▶:열쇠를 사용하여 문을 열면 퀴퀴한 먼지 냄새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간지럽힙니다. 문 가까이엔 초와 성냥이 놓여 있네요. 불을 켤까요?
이안 브란트:(먼지 냄새…. 엣취, 작게 재채기했다. 성냥으로 초에 불을 켠 뒤 내부를 살펴본다.)
▶:초를 켜고 들어가면, 가벽과 선반, 장작이 차례로 눈에 들어옵니다. 오크통이 가벽 너머 누워있고, 주변에 쌓인 장작은 당신의 어깨높이까지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선반들이 줄지어있는데,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물건도 바닥에 굴러다니는군요.
이안 브란트:(허리를 숙여 바닥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먼저 집어들었다. 걸려 넘어지면 곤란하니까….)
▶:먼지로 뒤덮인 가죽 가방입니다. 형태가 어색한 걸 보아 수제품인 것 같네요. 귀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팔 쭉… 뻗어 먼지 탈탈 턴 뒤,) 킁. 엣취. (가죽 가방의 겉면을 확인했다. 별 생각 없이 열어본다.)
▶:가방의 안에는 작은 수첩과 귀걸이, 목걸이 같은 귀금속 몇 개가 들어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까마귀가 다녀갔나보당…. 오래된 물건일까? 귀금속의 상태를 확인하며 수첩을 열어본다.)
(가방 주인의 이름은 없나? 없어도, 얼추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가방을 챙기고 벽면의 선반을 확인했다.)
▶:다 낡아서 닳아빠진  한 권을 찾아냅니다.
이안 브란트:(조심조심 책을 꺼내 펼칩니다.)
방에… 뭔가 있나? (갸우뚱. 책을 제자리에 집어넣은 후 가벽 너머의 오크통을 확인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8
관찰력65 32 13
실패
...(아잇 차암 먼지가. 눈 부비적.)
이안 브란트
24
관찰력65 32 13
어려운 성공
▶:찢어진 종잇조각을 찾아냅니다.
이안 브란트:(바닥에 쭈그려 앉아 초를 내려놓는다. 찢어진 종이 조각을 맞추어 보려다 말고, 푸른 눈이 남은 초상화의 조각을 집어들었다. 가만 그 위를 쓸어보고, 시선 맞추는 마냥 쳐다보기도 하였다. 초상화의 조각을 챙겨 창고 바깥으로 나간다. 다시 방으로 향합니다.)
▶:기본적으로 손님용 방과 비슷한 구도지만 더 널따랗습니다. 아무렴, 원래 배우자와 함께 지내던 부부의 침실이기도 하니까요.
옆자리에 그이가 없어도 당신이 늘 잠을 자고 아침을 맞이하던 방입니다.
넉넉한 침대가 벽면에 놓여 있고, 책상 위로 창문이 크게 나 있습니다. 구석에는 큼직한 옷장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용 침실에 없는 두툼한 러그는 온 바닥을 크게 덮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창고에서 챙겨온 것들을 테이블 구석에 내려놓은 뒤 침대를 확인했다. 괜히 낯선 기분이 든다.)
▶:사용인들이 바로 정리하기 때문에 늘 말끔하고 깨끗한 이불보와 시트입니다. 오늘은 사용인이 아닌 티엔의 손길이 닿았지만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빨리 오면 좋겠다. (침대 위로 털퍽. 앉았다가 침대 아래도 확인해 봅니다. 별 것이 없다면 책상 위를 확인하러 벌떡. 일어났다.)
▶:흑단으로 만든 어두운 톤의 책상입니다. 짙은 무게감이 고급스러워 보여요. 당신이 누워도 될 정도로 길이와 넓이가 남습니다. 책상 위엔 만년필과 깃펜, 잉크 병 등 필기구가 놓여 있고 서랍이 달려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책상 위의 필기구를 달각거리다 말고 서랍을 열어봅니다.)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네요. 열쇠 구멍이 보이지만, 열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내가 방 주인인데 좀 부숴도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이성을 되찾고 다른 곳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 창문을 확인했다.)
▶:날이 흐립니다. 오늘도 비가 올까요? 날은 점점 더 추워지니 슬슬 눈이 올 때도 되었겠네요.
이안 브란트:눈이 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발길을 돌려 옷장을 열어봤다.)
▶:드레스룸까지 갈 필요 없이 편한 옷들을 주로 넣어둔 옷장입니다. 잠옷이나 여벌 복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5
관찰력65 32 13
성공
▶:배우자의 오래된 재킷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옷이네요. 안쪽 주머니가 불룩합니다.
이안 브란트:이런 옷이 있었나…. (뭐어, 내 기억이 맞는 기억인지도 모르니 그런 것이 중요할까. 안쪽 주머니를 확인했다.)
▶:주머니에는 작은 물건을 담는 소형 로켓이 들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열리나? 로켓을 열어봅니다.)
▶:로켓을 열면, 당신의 머리 색과 같은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쏟아집니다. 설마… 당신의 머리카락인가요?
이안 브란트:(당황한 기색 역력하다. 머리카락에는 무언가로 자른 흔적이 있을까요? 확인해 봅니다. 제 뺨에 스치는 머리카락을 비비 꼬기도 하며.)
▶:단정히 정돈된 머리카락입니다. 특별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뭐지? 뭐지. …뭐지?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쓸어 구석에 둔다. 로켓도 마찬가지로 대충 내버려두고 러그로 시선을 돌렸다. 위를 살피다 말고 들추어 보기도 한다.)
▶:러그를 들치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나타납니다. 덮였던 러그를 여러 번 올렸는지, 아니면 이 부근만 깨끗이 관리했는지 윤이 나네요. 사용인이 청소를 이렇게까지 꼼꼼히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8
관찰력65 32 13
실패
▶:육안으로는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청소를……. 열심히 했나? (잘 모르겠당. 바닥을 손으로 쓸어봅니다.)
▶:바닥을 더듬어보면, 갈라져 있는 이 손끝에서 느껴집니다.
이안 브란트:(틈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열 수 있는 건가? 곰곰.)
▶:잡아서 들어볼까요?
이안 브란트:(들어올립니다!)
▶:틈을 들어올리면, 문이 존재합니다.
손잡이는 보이지 않고 알파벳이 적혀 있는 자판이 달려있습니다. 평평한 판이 고정되어있고, 자판을 누르는 순간 글자가 입력됩니다. 판의 위에는 문장이 음각되어 있네요.
이안 브란트:(방에… 이런 게? 언제부터? 응? 이렇게나 모르는 게 많은데 여기서 어떻게 살았나 싶다 그냥. 문장을 읽어봅니다.)
(눈 깜박깜박…. 글자는 총 몇 글자 입력해야 하는 걸까? 알 수 있을까요?)
▶:총 여덟 글자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안 브란트:Ian, Brant…. (제 이름 읊조린다. 이름을 비밀번호로 쓸 정도의 사랑이란 또 뭘까…… 모호한 말투성이지만 책에서 읽었던 내용 생각해내 알파벳 세 번 밀어서 써 봐요. 자판을 눌러 LDQEUDQW를 입력했다.)
▶:탁, 탁, 타각, 자판을 눌러 문자를 넣습니다.
나의 사랑, To. LDQ EUDQW.
비밀 공간에 쓰이는 암호가 자신이 이름이라니, 기분이 어떤가요?
곧 잠금쇠가 풀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내더니 바닥에 놓인 문이 들어 올려집니다.
내려다본 안쪽은 어둠 아래 높낮이가 제멋대로인 계단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고급 저택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곤 하지만 층과 층을 가로지를 정도로 긴 계단이 놓인 방이라, 상상이나 하겠나요. 더군다나 여긴 2층입니다.
이만한 장치를 놓으려면 벽을 세워 숨기거나, 대공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어둠이 짙네요. 불을 켤 만한 것을 챙기는 게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음각으로 쓰인 문장을 손끝으로 훑는다. 바보 같아…. 속삭이며 언뜻 웃었던 것도 같다. 초에 불을 붙인 뒤 계단 아래로 향한다.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중얼대기도.) 공사 중인 인부들이 하던 말이 이거였나? (으리으리한, 저택 안쪽에서의 공사…. 확실히 모르기 어려운 일이었겠는데.)
▶:계단을 내려갈수록 역한 비린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진해지며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긴장과 불안이 등줄기를 타고 서서히 흐를 즈음 마침내 바닥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사세한 빛에 비친 지하실은 제법 충격적인 광경을 선사합니다.
차디찬 돌바닥엔 새빨간 액체로 거칠게 그려진 마법진이 있습니다. 마법진 위로 무수히 많은 글귀가 적혀있는데, 바라만 보아도 기괴함이 묻어납니다. 글자가 어그러져 움직인단 착각이 들 만큼 제멋대로 자란 덩굴처럼 얼키설키 꼬여있습니다. 수많은 글자를 쓰기 위해 걸렸을 시간과 집념이 소름 끼칩니다. 마법진 위로는 낡은 의자가 하나 자리해있고, 의자 다리에 바닥과 똑같은 붉은 액체가 튀어있으며, 그 옆엔 바퀴 달린 2단 트레이가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힘들다…. 사랑은 진짜 지독한 거구나……. 문득 꿈을 떠올리며 마법진을 살펴봅니다.)
▶:어디선가 마주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 조악한 문양을 똑똑히 본 적이 있습니다. 꿈에서 배우자와 함께 밟고 있던 그 문양입니다. 도망가지도 못했던 꿈이었는데, 현실에서 똑같은 마법진을 보게 되었다니… 그저 우연일까요?
이안 브란트:(이런 게 침실 밑에 있어도 되는 걸까? 정말 이거 괜찮은 건가? 진심으로 아찔해지고……. 마법진 위의 낡은 의자를 확인합니다.)
▶:이곳저곳 칠이 벗겨진 낡은 의자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졌고 간단한 못질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다리 부분과 팔을 얹는 거치대에 앉을 이를 묶는 가죽끈이 있습니다. 쓸리고 닳아있는 게 누가 의자에 앉았는지 몰라도 묶인 인간이 있었단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안 브란트:(눈 앞이 캄캄해짐……. 의자 다리에 튄 붉은 액체를 살핀다.)
▶:붉은 부분도 보이지만 거뭇하게 마른 부분이 훨씬 많이, 아주 잘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속안좋아…. 2단 트레이를 윗칸부터 확인한다.)
▶:2단에는 주사기가 보이며, 붉은 액체가 묻어있습니다. 내려올 때 맡은 냄새의 근원이 여기인지 알코올 솜이 버려져 있으며 남은 약물이 들은 병이 여러 개 어질러져 있습니다. 1단에는 아주 낡은 가죽 수첩이 놓여있네요.
이안 브란트:(하……. 가죽 수첩을 열어봅니다.)
▶:펼쳐보면, 적혀있는 필체가 배우자의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미 유서로 지독하게 보았으니까요. 의미를 모르겠는 단어가 반복되다, 읽을 수 잇는 내용이 차츰 나타납니다.
수첩을 다 읽으면, 뜯어진 페이지가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안 브란트:우와………………….
(뜯어진 페이지를 확인합니다.)
▶:수첩을 읽은 당신은 자신의 뇌가 배우자에 의하여 꼬여있음을 알아냅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정말로 사랑했다고 믿었는데. 상대가 사실 진짜 연인의 자리를 빼앗아 꿰찼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당신의 뇌를 주물러대기까지 했다면 믿을 수 있겠나요?
그런 인간과 1년을 함께 했었습니다.
자그마치 1년을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
이성58 29 11
극단적 성공
rolling 1d4
(
1
)
=
1
(솔직히 말이다, 그 기억이란 게 바뀌었음을 얼추 눈치챘을 때…. 헤더 린튼이 원한 것은 으리으리한 저택과 넘쳐나는 돈 정도라고 생각했다. 은연중 저를 사랑할 만한 사람은 당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정말…. 당신 말이 다 맞잖아. (넘보는 사람이,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지….)
자, 그러니까…….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를 짚었다.) 1년이나, 고작 나를 사랑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정적.) 대단히… 바보 같긴 하네. (한숨 쉬듯 웃음을 흘렸다. 아, 이런 와중에도 당신이 보고 싶은 걸 보니 사랑이란 저주가 맞긴 한가 봐, 그렇지….)
▶:이윽고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벽에 붙어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내려오는 이를 확인합니다.)
▶:어렵지 않게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티엔입니다. 어둠을 더듬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티엔? (허여멀건 낯빛에 그제야 사람다운 기색이 돌기 시작한다.)
첸 티엔:이안? 거기 있어요?
이안 브란트:으응, 여기 있어요. (초를 들고 계단 앞에서 마중이나.)
첸 티엔:당신을 찾다가… 문이 열려 있길래 내려왔어요. 그나저나, 여긴….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원래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안 브란트:저어, 할 말이 많은데…. 당신에게, 제가,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정신이 없어서. (초를 내려놓고 당신을 우선 껴안는다.) 원래는……. 어떤 곳이었는데요?
첸 티엔:(그저 당신을 꼭 마주 안는다. 차마 괜찮다는 말은 내뱉지 못했다. 자신 또한 많이 마모된 것이겠지.) 가문의 창고로 쓰이던 곳이었어요. 긴히 보관해야 할 문서나, 만일을 대비한 재보나 보관 식량 따위를 쌓아두던 곳이요….
이안 브란트:잘 다녀왔어요? 보고 싶었어요…. (어깨 위로 뺨을 부빈다.) 그렇구나…………. (많아지는 점.) 문의 암호는 누가 설정해 둔 거예요? (아찔….)
첸 티엔:암호요? 대대로 내려오던 거예요. 무의미한 알파벳의 나열이었는데…. (뜸.) …이상한 걸 계속 물으시네요. 무언가 떠오른 게 있나요?
이안 브란트:아 힘드네……. (힘들어요……....)
떠올렸다기보단, 그으, 찾아버려서요. (우물쭈물하다가 가죽수첩을 보여줬다.) 본 적 있어요?
첸 티엔:(가죽 수첩을 받아 넘길수록 표정이 일그러진다.) 사랑…. (그리고는 읊조린다.) 그래서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당신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거라고요.
이안 브란트:죄송해요.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지금에야…. (어쩌면 지금까지도 모르는 것밖에 없지 않나. 입술을 감쳐물었다.) 혼자 힘들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첸 티엔:(엄지로 입술을 쓸어주었다. 깨물지 마세요, 그리 덧붙이기도 했다.) …아녜요. 저도 당신에게 사과해야 할 게 있고. 들어주실래요?
이안 브란트:으응, 그래도…. (잠잠.) 말씀해 주세요. (정보 과다로 아찔한 감정 애써 수그리는 중….)
첸 티엔:매일 밤 마셔 달라고 주었던 차 말이에요. 제 피를 담은 거였어요. (기이할 정도로 덤덤한 목소리. 손가락으로 당신의 뺨을 훑는다.) 당신이 제 피를 마시면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이안 브란트:그럴 것 같았으니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말야……. 당신의 손 위로 뺨을 기댄다.) 뭐, 직접 듣는 건 감회가 새롭긴 하지만.
첸 티엔:다 알면서도 드셔주셨던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런 표정으로 부탁하셨으면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뭐어, 원한다면 얼마든 마셔드릴 수 있지만. 당신이 다치는 건 싫어요…. 게다가, 효과도. (그 주문이라는 것 때문일까.)
첸 티엔:모르길 바랐어요. 타인의 피를 마시게 한다니…. 정상적인 부탁은 아니잖아요. 당신이 절 경멸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뺨에 대었던 손을 거둔 뒤 어깨 위로 고개를 묻는다.) 죄송해요. 기껏 마셔주셨는데, 무엇 하나 괜찮아진 게 없네요.
(두서없이 내뱉는다. 체념 어린 투였다. 고해에 가까운 말이기도 했다.) 괴물을 만났어요. 3일 안에 당신의 기억이 완벽하게 돌아오면…. 모두 원래대로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고요. 오늘도… 떠오른 게 없다고 하셨죠?
이안 브란트:티엔, 사과하지 말아요…. (눈썹 늘어뜨리고는 당신을 더욱 품에 당겨안는다.) 제가… 아침에 전하다 말았던 말 있죠. 고맙다고 했던 것, 마저 말씀 드려도 될까요? (당신의 뒤통수를 느리게 쓸며 말을 잇는다.) 다시 나를 찾아와 줘서 기뻐요. 포기하지 않고, 손 잡아주고…. 모든 것을 잊은 날 여태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꿈에서 날 구해줬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돕고 싶어. (검은 머리카락 위로 입을 맞춘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응?
첸 티엔:(힘주어 당신을 끌어안는다. 모든 것을 놓아버릴 심산이었으나, 또다시 당신에 의해 끌어올려졌다. 언제부터 당신에게 손을 내밀게 되었더라. 자각도 하기 전 든 버릇이었기에 고찰한 적도 없었으나, 이제는 알 것 같다. 내밀면 붙잡는다. 언제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온기가 있다. 조건 없는 애정이었다.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뇌를 인위적으로 꼬았다면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이 있을 겁니다.
헤더 린튼은 비밀이 많았으며 당신을 포함한 아끼는 것은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숨겨놓는 인간이었습니다. 지하실 역시 마찬가지였죠.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당신은 이곳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장소조차 감시하에 놓았는데, 이동이 편리한 물건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겁니다.
생각합시다. 당신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안 브란트:원래대로…. (당신을 품에 안은 채 곰곰.)
이안 브란트
65
지능50 25 10
실패
oO(잘 모르겠고 당신이 좋은 것 같은데.)
여기 적힌 아티펙트라는 거요…. 집안에 있긴 할까요?
첸 티엔:글쎄요. 죽은 이의 물건이니…. 그의 물건은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반지는 같이 묻어주었다고 하셨잖아요. 다른 것들도…?
이안 브란트:으응, 모두…. 어쩌면 그것도 함께 묻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에게 중요해 보이던 물건은 모두 묻었으니까. (잠시 떨어져 이마를 짚는다. 무덤마저 파헤쳐야 하나, 역시 내키지 않지만….) 가 볼까요?
첸 티엔:(슬그머니 눈치를 본다.) 내키지 않으시다면, 그냥…. 되찾지 않아도 돼요. 전 이대로도 만족하거든요.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잖아요.
이안 브란트:마지막?
첸 티엔:그런 약속이었으니까요. 오늘까지 당신이 기억을 되찾지 못한다면…, 제 존재는 다시 잊혀지겠죠. 다시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 그게 제 마지막이 될 테고요.
이안 브란트:싫어요. (드물게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다.) 곁에 있어주신다고 했잖아요. 당신을, 사랑하면……. 잠자리에서 하셨던 말과 달라진 것 같은데. (입술 삐죽거린다. 내려놓았던 초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당신을 붙잡았고,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느리지 않다.) 그런 걸로 만족하지 마세요. 저, 욕심 많은 사람이 좋다고 했잖아요.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사랑하고… 영원히 곁에 남을 때까지 만족 같은 단어 입에 올리지 마세요. (어느덧 지하에서 빠져나와 바깥을 향해 걷는다. 그는 당신을 돌아보며, 퍽 장난스런 투로….) 원하는 건 전부 가지게 해 줄게요.
첸 티엔:(돌아보는 낯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전부요?
이안 브란트:전부. 그러니 벌써 만족하지 말고, 대신….
제 소원도 하나 들어주세요.
첸 티엔:바라는 게 생기셨나요?
이안 브란트:네에. 들어주실 거예요?
첸 티엔:무엇이든지요. 내용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남은 생은 평생 첸 이안으로 살게 해 주세요. (눈매 접어 웃는다.) 나쁘지 않은 거래죠?
첸 티엔:우연이네요. 저도, (말을 삼킨다. 목소리가 떨렸던 탓이다. 고개 들어 마주 웃었으나, 아무래도 볼품없는 미소였을 것 같다. 목이 메여 자신이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으니 분명 그랬겠지.) 저도…. 당신을 가지게 해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이안 브란트:(무엇보다 기쁜 우연이었다. 두 사람 감정의 방향이 같았으니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운명 같은 말들이었다. 사랑 어린 미소에 그는 힘있게 끄덕이기만 하였다. 당신의 전부가 될게, 그러니 당신도 나의…. 끄덕임이 함의하는 것은 사랑이었다.)
(헤더 린튼의 무덤으로 향한다. 탈것이… 있을까?)
▶:저택을 나서면 겨울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눈 결정도 내려 진눈깨비로 보이기도 하네요. 마구간에는 말이 준비되어 있고, 마차를 탈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눈…. 손바닥 위로 닿는 찬 감촉을 느낀다.)
(...여기서 잠깐! 나는 말을 탈 수 있는가?)
▶:승마 판정?
이안 브란트:(승...마? 일단 말에 올라봅니다...)
이안 브란트
74
승마5 2 1
실패
(쭈르륵.)
첸 티엔:(쭈르륵… 떨어지는 이안 서둘러 받아낸다.)
첸 티엔
84
승마50 25 10
실패
(이쪽도 답이 없는 듯…) …마차를 부를까요?
이안 브란트:(웃.) 못 타시는구나. 네.
▶:두 사람은 마차에 올라탑니다.
이안 브란트:배워야겠다…. (말 복복 쓰다듬어주고 떠나요.)
▶:까만 밤길을 한참 내달렸습니다. 마차로도 몇십 분이나 걸리는 거리였군요.
내리는 비가 얼굴을 때리고 바람결에 볼이 얼고 있으나 쓸쓸하진 않습니다. 더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묘지에 도착하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 묘비가 보입니다. 마을에서 가장 큰 부를 가진, 티엔의 것을 빼앗은 배우자의 자리입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삽이… 있나? 이왕 파는 거 본격적으로…….)
(무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나마 비를 쓸어본다. 손바닥에 닿는 돌은 비석은 무엇보다 차다. 눈빛이 금세 가라앉았으니 제 감정은 슬픔과 맥이 비슷하였다. 뇌를 헤집어 놓은 정도의 세뇌 때문일까, 혹은 ‘사랑’에 대한 연민일까? 헤더 린튼이 내민 사랑의 결과물은 끔찍하였으나, 그 사랑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럴지도 모르지. 이안 브란트는 알고 있다. 다른 어떤 감정보다 비이성의 면모를 지닌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람임을 포기해서라도 누군가의 곁에 있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운 곳의 삽을 챙겨든다. 한 번 결심한 이상 무덤을 파헤치는 행동에 큰 망설임은 묻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헤더.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잖아요. 제 발 밑의 관을 내려다본다. 이내 관의 뚜껑을 열었다.)
▶:,,,
무슨 정신으로 6피트 가까이 되는 높이를 파내었는지 과정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관을 열면 배우자의 시체가 누워있습니다. 시체의 발치엔 물건을 모아 담아 둔 상자가 놓여 있군요.
이안 브란트:(시신을 향하던 눈길을 금세 떨어지고 만다. 말없이 상자를 열어봅니다.)
▶:상자를 열어보면, 결혼 반지나 그가 아끼던 자잘한 물품, 기다란 원형 뿔을 닮은 막대가 들어있습니다. 당신이 수첩에서 읽었던 사랑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은 이제껏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록 원치 않은 저주일지라도 말이에요.
지금에서야 당신은 직접 사랑을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안, 당신의 사랑은 어느 쪽인가요?
이안 브란트:(무덤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본다. 정확히 제 키만큼의 높이. 손 내밀어 무덤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이게 그 사랑인가 봐요. 꽤… 기분이 이상하네요. (당신에게 내밀었다.)
첸 티엔:(당신을 지상으로 끌어당긴다. 끝까지 맞잡은 손 놓지 않은 채 사랑을 받아들었다.) …뒤돌아보진 않으시네요. 미련은 없으신가요?
이안 브란트:괜찮나요? 제가 뒤돌아봐도. (나직이 웃는다.) 괜찮다고 해도… 돌아보지 않을 테지만요.
첸 티엔:실은, 괜찮지 않아요. 돌아보지 마세요. 이제는 저만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오는 진심이 있다. 함께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것마냥, 사랑을 쥔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돌아보지 않아요. 제게 필요한 모든 것은 눈 앞에 있는걸요. (흙 묻은 무릎을 털었다.) 머리에 넣어 휘저으라고 했죠……. (생각하니 또 아찔!)
▶:이안, 사랑을 사용하나요?
이안 브란트:(이런 거 정말 넣어도 되는 걸까 같은…. 장르 다른 만화에 나올 법한 대사 생각하고 마는데……. 우웃.)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첸 티엔:얼마든지요. 사랑해요.
이안 브란트:(우웃. 아티펙트를 사용합니다.)
▶:사랑을 몇 번 휘젓나요?
이안 브란트:(아……. 다시 아찔해졌다. 8번 휘젓습니다.)
▶:당신은 머리에 사랑을 밀어넣습니다. 8을 그리면서 8번을 휘젓습니다.
뇌가 휘저어지는 감각이 좋은 기분은 아닐 텐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진정으로 아끼고 원하며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서?
한 번, 두 번, 사랑이 저어질 때마다 물이 천을 적시듯 온갖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신이 느낀 원래 감정, 지내온 시간, 진짜 추억들이요.
되살려낸 기억 속엔 언제나 티엔, 그가 있었습니다. 거짓으로 자리 잡은 모든 게 안개 걷히듯 사라집니다.
8번을 모두 휘저으면, 그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첸 티엔:이안, 지금은 어때요?
저를 기억하시나요?
이안 브란트:모두……. (와락 끌어안는다.) 모두 기억해요. (말 잇지 않고 그저 온전한 사랑의 온기를 느낀다.)
첸 티엔:(기꺼이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는다. 당신의 에우리디케는 나이니, 더는 뒤돌아보지 마세요.)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사랑해요…, 티엔. 언제까지나, 당신의 곁에 있을 거예요. (계절이 순환하듯, 모든 것이 되돌아와 제자리를 찾듯. 그러나, 혹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하여도 그는 당신의 곁에….)
▶:비가 내리는 묘지, 거짓 사랑이 잠들어 누운 관 앞에서 두 사람은 다시금 진심을 확인합니다.
이 겨울비가 그치면 그때야말로 차갑고 시린 눈송이가 떨어지겠죠.
하지만 무엇이 걱정이겠어요.
이제야말로 당신이 선택한 진실한 이와 겨울을 보내게 될 텐데.
그림
▶:탐사자 이성 회복 1D6
이안 브란트:
rolling 1d6
(
2
)
=
2
▶:KPC의 존재가 되살아납니다. 광기가 치료되려면 2D8주가 걸립니다.
첸 티엔:11
▶:'사랑' 아티펙트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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