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최후의 괴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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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밤입니다.
내내 그랬듯이, 이 도시에는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도시의 안전을 수호하는 경찰에게 감사하고, 그 경찰 중에는 당신도 있습니다.
이제 신입 딱지는 뗄 만한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갔지만, 한 가지 여전한 것은 그날 이후로 당신은 팬텀 블루 미스트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놀이공원의 화려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속에서 작별을 고한 괴도는 안녕, 이라고 말한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괴도에 대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일상을 휘저어 놓았던 괴도가 사라졌으니, 마침내 평온한 일상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이안, 아직도 종종 괴도를 생각하나요?
팬텀 블루 미스트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종적을 감춰버린 괴도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요?
이안 브란트:떠올리고 싶지 않더라도 당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 집! 청소 업체를 불러 얼추 치우긴 했다지만 그 난장판의 흔적이 남아있었으니까. 이를 테면 벽에 찍힌 총알 자국이나 소파 구석에서 굴러 나오는 탄알 같은 것 말이다…. 평범한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눈에 닿을 때마다 당신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 귀걸이. 이걸 그대로 차고 있어도 되는 건가, 싶긴 했다. 당신의 소중한 물건이니 언젠가 내버려두면 가져갈까 싶어 빼 두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이안 브란트의 인생에 있어 액세사리 같은 건 있어본 적이 없으니, 원. (아마, 귀걸이 끼고 씻어도 되나요? 인터넷 검색도 해 봤을 거다….) 함부로 빼려다가 피 보고 나서 빼내지도, 바꿔끼지도 못하고 가만 내버려 두었다. 낯선 것이 귀 근처에서 달랑거릴 때마다 당신의 손길을 기억해냈다.
마지막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그다지 음울한 모습 비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놀이공원을 다녀온 주말 이후 첫 출근을 했을 때부터 동료들의 반응이 그러했다. 그러니까, 별안간 차게 된 귀걸이를 어떻게 빼는지도 몰라서 그대로 하고 갔던 월요일에!
ㅡ“이안 씨, 새로 보는 귀걸이네?”
아, 네에.
이안 브란트:ㅡ“뭐야~ 그런 거 안 하고 다녔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사 준 건가?”
아, 그….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ㅡ“어머, 그런 거야? 애인이라도 생겼나? 잘 된 거야~?”
아, 음, 그……. (조금 많이 눅눅해졌다.)
*ㅡ“어……~ 하하. 내가 커피를 어디다 뒀더라?”
그러고 나서 동료들의 반응부터가 이안 브란트를 실연 당한 이 취급이었으니 그는 좋든 싫든 도리없이 당신을 매일같이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이안 브란트:여하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점차 줄어가고만 있다. 특별하긴 했겠지, 서로가. 그렇다고 그 특별이 반드시 재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만일, 다시 만나 딱 한 마디만 전할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역시, 여전히 좋아해. 려나?
▶:Forget-me-not. 그의 바람대로 된 것일까요? 당신은 여전히 팬텀 블루 미스트를 생각하며, 애정합니다.
새것으로 말끔하게 교체한 창문 유리가 도시의 야경을 비춥니다.
환한 보름달이 떴지만, 달을 등지고 자신만만하게 대사를 읊었던 어떤 이는 더 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기준치:40/20/8
굴림:88
판정결과:실패
▶:때마침 빛이 반사된 탓인지, 당신의 모습이 창문에 비칩니다. 귀걸이가 유난히 빛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이안 브란트: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문득 귀걸이를 힘껏 쥐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집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에요.
이안 브란트:(돌아온 첫날 귀걸이를 빼내려고 끙끙댄 날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귀걸이는 건들지 않는 편이었다. 그야 당신이 제게 주었다고는 하나 결국 당신의 것이고, 기이한 기능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데 손을 댔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럼에도 오늘은 귀걸이를 슬며시 더듬어 보았다.)
▶:당신이 귀걸이를 더듬어 보아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귀걸이는 그저 빛나기만 할 뿐 당신을 어디에도 데려가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어째선지 삽시간에 졸음이 찾아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수마예요.
이안, 잠자리에 드나요?
이안 브란트:(갑자기 졸리군…. 직장인이란 그런 걸까? 잠자리에 듭니다.)
▶:당신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무시할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경장니임, 일어나보세요. 지금 잘 때가 아니에요.
돌연 더없이 싸늘한 냉기가 닿아옵니다. 당신은 분명히 푹신한 이불 속에서 잠들었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당신이 눈을 뜨면 어째선지 너무나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지독한 추위가 몰려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게 돼요. 입고 있는 옷은 잠들기 전에 입은 그대로이며, 그렇기에 별다른 소지품은 없는 듯싶네요.
손에선 아주 강한, 부자유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찰캉. 쇳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당신의 한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수갑에 매달린 쇠사슬은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지, 늘어져 있지 않고 좀 떠 있네요.
이안 브란트:(나 최근에 원한 산 일 있나? 문을 안 잠그고 잤던가? 당혹스러워 이마를 짚으려던 찰나 철컹, 하는 쇳소리에 숨을 죽였다. 어둠에 적응하려는지 눈만 몇 번 깜박거린다.)
▶:눈을 깜박이고 있노라면, 또다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첸 티엔:이제야 깨어나신 모양이네요.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질 않으셔서, 걱정했잖아요.
▶:익숙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당신의 옆에서 들려옵니다. 슬슬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네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이 마치… 감옥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문이 보이고, 딱딱하고 거친 바닥은 조금만 움직여도 생채기가 날 것 같네요. 천장에서 물이 새는지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당신의 바로 앞에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익숙한 가면과 망토, 한쪽 귀에서 빛나는 푸른 안개꽃의 귀걸이. 당신이 아는 괴도가, 당신과 반대쪽 손에 같은 수갑을 찬 채 앉아 있습니다. 어쩐지 그의 옷이 낡고 너덜너덜한 것처럼 보이는걸요.
이안 브란트:(익숙한 목소리에 파뜩 몸을 떨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나? 당황한 속내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말없이 어둠에 적응한 눈을 분주하게 도르륵 굴렸다.) 다쳤어요?
첸 티엔:그걸 먼저 걱정하시는 거예요? (웃는다. 관성적인 미소였으나, 조금은 흐렸으며 조금은 지쳐 보였을 것이다.) 왜애, 영화 같은 곳에서는…. 대체로 어째서 이런 곳에 이런 꼴로 갇히게 되었는가~를 먼저 물으시던데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대답은 안 하시는 거구요…. (당신의 낯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떨어진다.) 그러엄, 아세요? 무슨 상황인지.
첸 티엔:(구태여 변명하진 않았다. 시선 떨어지는 것도 지적하지 않았고.) 네에. 아주 잘 알지요. 이건…… 경장님의 꿈이거든요!
이안 브란트:꿈? (어리둥절.) 꿈이라기엔 좀 사실적이고 추운데. (고개 들어 당신을 쳐다본다.) 진짜 같네요. 당신도….
첸 티엔:굉~장히 실감 나는 꿈을 꾸고 계시나 보죠, 뭐. (어깨 으쓱.) 어째서 제가 나오는 꿈을 꾸고 계셨나요? 혹시이, 처음이 아니라거나~?
이안 브란트:(눈을 느리게 껌벅댄다.) 저어, 꿈 자주 안 꿔요. 좋아할수록 꿈에 안 나와요…. (무심결에 중얼대다 말고 멋쩍은 듯 고개를 틀어 어깨 위로 제 볼을 부빈다.) 아무튼 당신 뜻은 잘 알겠어요.
첸 티엔:(일순 장난스러운 기색이 사라진다.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도 입술을 달싹이길 수차례, 결국은 볼품없이 묻는다.) 아직도 절 좋아하시나요?
이안 브란트:음,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느릿느릿 말을 잇는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네. 여전히.
첸 티엔:어째서요? 그렇게 당신을 두고 떠났는데도요. 제멋대로인 이별 통보였잖아요.
이안 브란트:(힘없이 소리 내어 웃는다.) 그런 표정으로 이별 통보 해 봤자 싫어지지 않는걸요. 좀 더 확실하게 하셨어야죠. 꽃 같은 것도 두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말고요.
첸 티엔:그래 봤자 겨우 꽃 한 송이고, 입에 발린 말 한마디일 뿐인걸요.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표정 날카롭지 않다. 오히려…. 말 더 잇지 않는 대신 당신에게 몸을 기댄다.) 이건…. 경장님의 꿈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아직도 절 사랑하신다면…. 입 맞춰 줄래요? 여긴 현실이 아니잖아요. 이런 것쯤은….
이안 브란트:정말 그뿐이었던 건 아니잖아요. (온통 진심뿐이던 얼굴을 떠올린다. 기울어지는 무게를 느끼며 숨을 멈추었다. 괜히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현실 아니니까 한 대만 때려도 되나요?
첸 티엔:무드는 더 없어지신 것 같고요.
이안 브란트:짝사랑하는 사람이 꿈에 나왔다고 키스하는 취미는 없단 말예요. (그리 말하면서도 비스듬하게 기울인 고개를 가까이했다. 숨결이 닿을 즈음 멈추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사랑한다고….
첸 티엔:그 전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네에, 말씀하세요.
첸 티엔:경장니임, 제가 첫사랑인 거죠?
이안 브란트:그런 건 왜 물어보시지. (조금 떨어졌다.)
첸 티엔:왜 멀어지시는 거죠?
이안 브란트:질문의 저의가…?
첸 티엔:그냐앙. 빨리 대답해 줘요.
이안 브란트:(입술 우물거린다.) 네에, 맞아요.
첸 티엔:(당신이 멀어진 만큼 몸을 붙인다. 고개 살짝 숙여 입술 위로 입 맞춘다. 가벼운 접촉 후 코끝이 닿을 거리에서 속삭인다.) 그렇다면, 경장님께선 짝사랑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으실걸요.
이안 브란트:(희미하게 웃는 듯하더니 다시 입술을 포갰다. 입맞춤은 길지 않았으나, 찰나에 부족함은 없었다. 입술 떨어뜨렸다가도 재차 겹쳤다.) 아직도 저를 사랑하시나 봐요.
첸 티엔:(나직이 웃는다. 조금은 뜬금없을 말을 꺼내기도 했다.) 저어, 영화를 자주 보거든요. 좋아하기도 하고.
이안 브란트:네에에, 그런데요? (말끝 늘인다.)
첸 티엔:어느 유~명한 영화에서는 이런 말이 명대사로 꼽히더라고요. 뭔 줄 아세요?
이안 브란트:으응, 뭔데요?
첸 티엔:Always. (눈꼬리 휘는 것도 잠시, 입가에 스치듯 입 맞춘 뒤 떨어진다.)
여긴 아마 감옥인 것 같아요. 지금까진 절대로 열리지 않았는데, 조~금 전에 경장님이 이 꿈에 들어오시면서 틈이 생겼네요. 어쩌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안 브란트:(Always…. 대답 대신 웃는다. 이안 브란트는 입맞춤마다 눈을 꼭 감았다 떴는데, 시선이 밝아질 때마다 푸른 눈이 제게 향하고 있었고, 그는 그걸 사랑이라 정의 내려도 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네에, 여긴 당신의 꿈이기도 하다는 말인 거죠?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갸우뚱거렸다.)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첸 티엔:그을쎄요. 일단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금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몸 일으키니 손과 손을 연결한 수갑이 당신의 팔마저 들어 올렸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처, 천천히 일어나요. 조심하시구. (수갑에 의해 쭈륵 딸려갔다. 손 연결하고 있는 것 내려다본다.) 저희 묶여 있네요.
첸 티엔:네에. 풀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조금 마니악한 꿈을 계속 꾸는 수밖에 없겠어요. (히죽 웃는다.) 괜찮으시죠?
이안 브란트:저, 저 그런 취향 없어요. (무슨?) 힘들면 저한테 기대시구요. (주변을 슬며시 둘러본다.)
▶:감옥은 춥고 어둡습니다. 창문이 없는지 빛도 들어오지 않아요. 무언가를 보려면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뭔가 있네요? (반짝이는 것을 주워들었다.)
▶:반짝이는 걸 주워보면, 그것은 녹슨 열쇠입니다. 이걸로 감옥의 문을 열 수 있을지도요.
이안 브란트:(티엔에게 건네줬다. 이건 내 전공보다는. 빤히.)
첸 티엔:(순순히 열쇠를 받아 든다. 쇠창살 사이로 팔을 뻗어 잠금쇠에 열쇠를 끼워 넣은 뒤 돌리니, 문이 기분 나쁜 쇳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두 사람은 감옥 밖으로 나옵니다.
이곳은 아마도 지하인 모양이에요. 창문이 없는 복도를 한창 걷고 있노라면, 발소리가 울려 기괴한 메아리를 자아냅니다.
이안 브란트:(무섭지 않다. 나는 무섭지 않다. 열심히 걷는다.) 춥지는 않아요?
첸 티엔:(걸음 내디디는 속도가 평소보다 더디다. 반응 또한 조금은 느렸을 것이다. 뒤늦게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본다.) …응? 아, 저는 괜찮아요. 여기이, 망토도 있고. (수갑 차지 않은 손으로 망토 쥐곤 살랑거린다.) 당신은요? 아까 춥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저 봐요, 어디 아픈 거 아녜요? (이마끼리 꿍… 해서 열 재본다.)
첸 티엔:아까부터 절 애 취급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순순히 끌려갔을 것이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으면, 열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체온이다.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그런 온도.) 그냥~…. 조금 지쳐서 그래요. 그동안 꽤 힘들었거든요. 경장님을 못 뵈어서 그런가~….
이안 브란트:소중한 사람 취급이에요. (천진한 눈으로 쳐다본다. 올망졸망.) 그런 것보다느은, 빨리 나가서 쉬는 게 좋겠네요. (그동안의 일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니 구태여 묻지 않았다.) 힘들면 기대요, 아시겠죠? (재차 강조하며 느린 걸음을 옮긴다.)
첸 티엔:으응. (냅다 당신의 팔에 팔짱을 낀다. 응? 왜요? 기댄 거예요. 이쪽도 올망졸망한 눈을 했다.) 당신 얘기도 해주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승진은 하셨나요?
이안 브란트:기댄 거구나.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이어 맘에도 없는 말이나.) 저느은, 당신 없이도 잘 지냈어요. 승진은 아직.
첸 티엔:잘 지냈다고요? 불공평해요.
이안 브란트:네에, 실연 당한 막내 취급 받으면서 이틀 동안 제가 메뉴도 골랐으니 좀 불공평하긴 하죠….
첸 티엔:실연당한 막내 취급? 경장니임, 많이 상심하셨었나 봐요. (만족? 했는지 팔짱 더욱 꼬옥 끼기만….) 어떻게 대꾸하셨는데요?
이안 브란트:응? 메뉴라면 첫날은 클럽샌드위치를 골랐고 둘째날은 비엘티샌드위치를 골랐어요.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제가 못 골랐어요. (걷기 힘드신 걸까? 같은 생각이나.) 직장 동료들에겐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그런 취급 받은 거구요….
첸 티엔:아하~……. 경장님이랑 결혼하는 건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네요. (이런 발언이나.)
▶:계속 걷다 보면, 갑작스레 바닥이 꺼지고 거대한 웅덩이가 하나 나타납니다.
웅덩이라고 할지, 호수라고 부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이 출렁이는 가운데, 호수의 건너편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 주변에 미약하게나마 횃불이 타고 있어 호수의 모양새가 얼핏 보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첸 티엔:(참방, 물을 밟으며 묻는다.) 경장니임, 수영은 잘하시나요?
이안 브란트:할 줄은 알아요. 잘하세요? (큰 웅덩이를 살펴본다.) 근데 결혼은 왜요?
첸 티엔:(고개 도리도리 젓는다.) 매~일 매일 샌드위치만 먹게 될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샌드위치 안에는 빵 채소 고기가 다 들어가 있는데두? (갸우뚱?)
첸 티엔:경장님이랑 결혼하는 건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 ( 말했다. 호수 근방으로 다가가며 말을 잇는다.) 호수를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생쥐와 개구리라고, 둘은 호수를 건너기 위해 발목에 밧줄을 묶어 서로를 연결하거든요.
이안 브란트:
교육
기준치:65/32/13
굴림:84
판정결과:실패
결혼 안 해요? (다른 생각이나 하는 중.)
첸 티엔:(옆구리 콕 찌른다.) 제 얘긴 안 듣고 계셨던 거죠?
이안 브란트:그렇지만요. (뭔가 할 말 많은 얼굴.) 됐어요 결혼 안 할게요….
교육
기준치:65/32/13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거, 결국 개구리가 생쥐를 익사시키고, 매가 죽은 생쥐를 낚아채는 바람에 개구리도 같이 죽는 이야기잖아요? 지금 하기엔 너무나도 지독한 농담입니다.
첸 티엔:이건 경장님의  속이라니까요? 이런 곳에서 결혼을 논하는 건 무드 없어요.
▶:아무래도 이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가는 건 위험한 일 같습니다. 서로가 수갑으로 묶여 있다면 더더욱 그래요! 자세히 보면, 빈 궤짝이나 나무판자 같은 것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감각이 있다면 저것들을 밟거나 배로 써서 호수를 건널 수 있을 거예요.
저 이런 거 많이 해봤어요. 건물 난간 위를 걷는 건데요오. 다시 떠들기 시작한 괴도는 내버려 두고, 출발합시다.
이안 브란트:꿈에서 키스까지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애. (쭝얼거리며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균형감각?이라는 걸 믿고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판자를 밟아본다.)
이안 브란트: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두 사람은 무사히 호수를 건넙니다.
이안 브란트:(코어를 갈고닦은 보람….)
▶:계단은 좁아,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누가 앞에 서든 투박한 돌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저 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85
판정결과:실패
(티엔 콕콕.)
첸 티엔: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91
판정결과:실패
(모르겠어요 눈.)
이안 브란트:흐으음.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쫑긋...)
▶:경쾌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합주입니다. 지금까지 거쳐 온 일에 비하면 다소 뜬금없는 음악이군요.
이내 시야가 환하게 밝아집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린 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이 경쾌하게 깔리고, 고성의 높은 창문으로는 몽환적인 달빛이 밀려들어 옵니다.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드레스와 슈트를 입고 쌍쌍이 대화를 하고 있네요. 테이블에는 은빛 접시가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무도회의 정경입니다. 하지만 이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네요.
잠깐, 뭔가 신경 쓰이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99
판정결과:실패
(응?)
▶:뿔이 달린 가면과, 드레스에 달린 꼬리 장식. 발굽 모양의 희한한 구두. 조금 특이한 가장무도회네요.
첸 티엔:(당신을 붙잡아 계단으로 끌어당겼다.)
▶:아무래도 그는 이 무도회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것 같네요. 맨얼굴로 뻔뻔하게 무도회에 참여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는 가면이 있지만 당신은 없거든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면, 저쪽 테이블에 누군가 두고 간 것인지 얼굴을 대부분 가리는 가면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면 들키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가져올까요? 저거…. (가리켰다.)
첸 티엔:으응, 그러는 게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네에에. (조심조심 테이블로 향한다.)
이안 브란트: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삐끗! 했다가 벌떡...)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우당탕.)
첸 티엔:(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보다…. 큰 소릴 내자마자 후다닥 달려가 망토로 당신을 감싼다. 밀회를 즐기는 연인인 것마냥 상대를 붙들고는 그대로 가면을 집어 당신의 얼굴에 씌워주었다.)
이안 브란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음. 감사해요…. (끙, 앓는 소리 내며 가면을 제대로 착용했다.)
▶:이제는 무도회장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고성의 1층을 차지한 홀은 천장이 아주 높고, 천장에서부터 뻗은 샹들리에가 내려온 구조입니다. 밖으로 나가는 문과 창문이 보이네요. 위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거대한 액자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중앙에는 춤을 출 수 있는 텅 빈 공간이 있고, 사이드로 만찬 테이블이 보입니다. 한쪽 구석에는 흥겨운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고, 그리고 예의, 가면을 쓴 참석자들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무도회장 안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어디부터 볼까요…. (가면을 쓴 참석자들을 곁눈질로 힐끔댄다. 꿈이라기엔 사공이 많네….)
▶:그들을 곁눈질로 살피다 보면, 그중 하나가 가면을 벗습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 튀어나온 사슴의 뿔. 긴 혀를 내밀어 썩은 음식을 먹는 그는 악마라고밖에는 묘사할 수 없습니다.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참석자들은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악몽 같은 일이네요.
이안 브란트:(싫다…. 당신 곁에 바짝 붙는다. 참석자들과 간격을 벌리며 계단 옆의 액자를 확인한다.)
▶:밖에서 본 성의 그림이 걸린 커다란 액자입니다. 당신의 키를 넘어서는 크기예요. 그림의 배경은 밤이고, 역시 달이 떠 있네요. 고성은 상당히 높아 보여요. 뾰족한 탑이 솟아 있군요. 성 밖에 그려진 건, 묘지일까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의 홀에 환한 불이 켜져 있네요. 그 안쪽에 기이한 괴물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자는 천천히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이 그림은 움직이고 있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망토 꼬옥 쥐었다. 아주 꼬오옥. 계단을 살펴본다. 올라가도 되나?)
▶:붉은 양탄자가 깔린 계단이지만, 어째선지 중간이 뚝 끊어져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겠어요.
이안 브란트:저기 끊겨 있네요…. (바깥으로 나가는 문과 창문을 확인했다. 못 나갈 것 같긴 하지만.)
▶:문은 어째서인지 단단한 나무판자로 못질이 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들인다면 부술 수 있겠지만, 큰 소리가 나니 모두에게 들키는 건 확실하겠죠. 창문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도저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이거 그냥 갇힌 거 아냐? 멀찍이 서서 만찬 테이블을 구경했다. 어쩐지 다가가기 싫은 기분.)
▶:새하얀 테이블보 위, 무수한 접시가 올려져 있고 당연히 모든 접시는 차 있습니다. 파리 떼가 꼬이는 썩은 음식,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음식, 역한 유황 냄새가 훅 끼쳐오는 음식. 병 와인에서는 녹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후르츠 펀치엔 붉은 피와 함께 도마뱀의 눈알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딱 하나, 멀쩡해 보이는 고기가 접시에 담겨 있는데… 당연하지만 멀쩡하지 않겠죠?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예상은 했지만 속이 안 좋네요…. (울렁~…. 테이블에서 떨어지려 조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오케스트라 앞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그 외에도 구색을 갖춘 많은 악기를 든 악단이 알지 못할 경쾌한 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악단은 단정한 턱시도를 입었네요. 단, 그들 중 누구도 머리가 보이지 않아요! 악보는 어떻게 보는 걸까요?
때마침 음악이 한층 경쾌하고 신나는 무도곡으로 변합니다.
모든 이들이 쌍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군요. 강한 기시감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괴도라고 해도, 괴물이 날뛰는 무도회장에서 설마…….
첸 티엔:경장니임, 저희도 춤을 출까요?
이안 브란트:안 추는 게 더 튈 것 같긴 하네요. (순순히 수락하며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춤을 춥니다. 동물의 머리를 한 악마들이 춤을 추며 웃습니다. 빙글빙글, 턴을 돌 때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괴도의 얼굴을 비추며 내립니다. 거추장스러운 수갑도 지금만큼은 가까이 붙어 있으니 방해되지 않네요.
춤을 추던 중, 갑자기 음악이 빨라지면서 당신은 박자를 놓치고 맙니다. 몸이 어긋나자 옆의 이들과 부딪칠 것만 같아요.
이안 브란트:
예술(춤) Roll
기준치:5/2/1
굴림:45
판정결과:실패
예술(춤) Roll
기준치:5/2/1
굴림:55
판정결과:실패
예술(춤) Roll
기준치:5/2/1
굴림:78
판정결과:실패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호되게 부딪쳐, 당신은 그만 가면을 떨어트리고 맙니다. 당신에게 사과하려던 이들이 순간적으로 몸을 굳힙니다. 그리고….
■■■■! ■■■ ■■■ ■■!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을 웁니다. 음악이 뚝 끊어집니다.
춤을 추던 이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물의 털이 곤두서고, 꼬리를 흔들고, 발굽으로 땅을 두드리면서…
아,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아요. 누군가 먹던 접시를 놓칩니다. 음식이 쏟아져 바닥을 더럽히고, 그리고 그중 하나가 당신의 신발 앞까지 굴러옵니다. 당신이 상상했던 그것이 맞을 거예요.
■■■! ■■■ ■■■! ■■■ ■■!
첸 티엔:경장님, 도망쳐야 해요!
이안 브란트:아, 알 것 같아요. (기절하고 싶은 거 애써서 발을 떼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이건, 뭐랄까…. 제 권한 밖의 일이었어요!? (아무튼 그런 게 있어요 얼굴. 뛰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야 하지?)
▶:이안은 어느 방향으로 뛰었을까요?
이안 브란트:(어…. 어디로 가야 하지? 계단? 떨어지는 거 아냐? 혼란스러우나 일단 계단 방향으로…. 아니라면 티엔이 도와주겠지….)
이안 브란트:
회피
기준치:65/32/13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회피
기준치:65/32/13
굴림:956072
+2:보통 성공
+1:보통 성공
  0:실패
-1:실패
-2:실패
▶:당신을 잡으려 드는 수많은 손과, 앞발과, 어쨌든 다른 것들에 긁혀 상처가 납니다. hp-1.
수갑에 묶인 채 뛰어가는 기분은, 정말이지 당신이 괴도가 된 기분이에요. 이런 기분을 언제 또 느껴보겠어요?
하지만 어디로 도망칠 수 있죠? 문은 봉쇄되어 있고, 창문은 너무 높고, 계단은 도중에 끊어져 있는데도요!
■■! ■■! ■■! ■■ ■, ■■ ■■■■!
아우성은 커져만 갑니다.
이안 브란트:(싫다진짜아아아…. 우우웃.)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커다란 액자의 그림이 커튼처럼 일렁입니다.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요. 어쩌면… 그림을 통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방법이 없긴 하지만…. 한숨 푹.) 그림으로요! (이번에는 먼저 말하고! 그림 방향으로 뛰어들듯 향했다.)
▶:괴도는 곧장 당신의 말을 따릅니다. 두 사람은 그림으로 뛰어듭니다.
▶:강한 밤바람이 불어 눈을 뜨기 어렵습니다. 절로 재채기가 나올 정도네요.
첸 티엔:그림 속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런 건 또 처음 경험해보네요.
▶:그림으로 본 고성 밖에는 무엇이 있었던가요? 아, 분명히 묘지였습니다. 이곳은 공동묘지입니다. 비석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고, 계속 흙냄새가 납니다. 달빛만큼은 여전히 밝아, 원한다면 비석을 살펴볼 수도 있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엣취. 눈 비비작거린 다음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게요….  팬텀 블루 미스트도 처음 경험하는 게 있으시구나. (비석에 적힌 글씨를 살펴봅니다.)
▶:메리 레이시 벨 - 흡혈귀와 외계인의 습격으로 사망.
마빈 그로버 - 그림자 위에서 검은 개에게 덮쳐져 사망.
메리제인 힐 - 깊숙한 굴에 빠진 뒤 실종. 시체는 찾지 못함.
기이한 사인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사인으로 사망하는 게 가능이나 한가요? 비석을 훑어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질 때였습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갓 만들어진 듯 깨끗한 비석에 발이 걸립니다. 돋을새겨진 글자에 시선이 간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죠. 이 낯선 이름들 사이, 당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름이잖아요. 첸 티엔.
첸 티엔:경장니임, 왜 그래요? (당신의 등 뒤에 답삭 달라붙는다.) 귀신이라도 나올까 봐 그래요? 눈이라도 가려줄까요?
이안 브란트:여기이…. 꿈이라고 했죠? (표정이 굳는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들 하던데, 그럼에도 불안감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첸 티엔:(비석 뻔히 보았음에도 특출난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손을 들어 당신의 볼을 마구 문지르기나 했다. 꼭 굳은 표정을 풀어내기라도 하듯이.) 네에, 이니까요. 계속 가보자고요.
▶:갓 만들어진 무덤엔 새 흙이 얕게 덮여 있습니다. 깊게 묻히지 않은 듯, 새하얀 이 언뜻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손 잡아 주세요…. 추워요. (볼 문댕문댕했으나 쪼끔 녹아내림…. 흙을 툭툭 차며 관 들여다본다.)
▶:관을 들여다보면,
이안 브란트: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지금 당장 저 관을 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닫힌 상자가 있다면 안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이안 브란트:(바깥에는 별 게 없네. 그럼 안에는? 가에 쪼그려 앉아 관을 들추어봤다.)
▶:열린 관을 들여다보면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그것에 안도할 새도 없이,
툭.
누군가 당신의 등을 밀쳤습니다. 아니, 밀친 걸까요?
괴도는 당신의 옆에 있는데도요. 오히려 경악과 놀람으로 눈을 크게 뜬 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붙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은 관 안쪽으로 떨어집니다.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아니, 애초에 얕은 무덤이니 작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요?
▶:이 추락이 멈추지 않습니다.
▶:당신은 계속, 계속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꿈은 키가 클 징조라고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그건 아니겠죠. 수갑이 묶여 있던 손목을 내려다보면 그저 말끔하기만 합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마치 동화 같아요! 토끼 굴 대신 끝없는 무덤에 떨어진 게 다를 뿐이죠. 하지만 이 추락의 끝은 어떨까요?
굴 안쪽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걸려 있습니다. 당신이 떨어져 내리며 액자들을 바라보면, 그것들이 전부 초상화임을 알 수 있어요. 다만 정적인 자세로 앉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닌, 생동감 있는… 인물화에 더 가깝나?
이안 브란트: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73
판정결과:실패
(갑자기 혼자 떨어져서 혼란스럽기만. 눈 열심히 깜빡깜빡.)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69
판정결과:실패
(모르겠는데.)
▶:무수한 초상화의 공통점을 깨닫습니다. 전부 동일한 사람이 등장하고 있어요. 아이가 점점 자라는 형상입니다. 평범한 일상이네요.
추락은 아직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속도가 한층 느려지지 뭐예요? 당신은 여유를 갖고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볼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아는 얼굴인가? (관의 주인을 생각하면 알 것 같기도 한데. 유심히 그림을 살펴본다.)
▶:당신은 유심히 그림을 살펴봅니다. 초상화 속 아이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초상화가 소곤거리며 당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그저 이 굴에 떨어진 단 한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일까요? 이유를 알지 못할지라도, 초상화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첫 번째 초상화가 속살거립니다. 이야기를 듣나요?
이안 브란트:(뭔데……. 눈 도륵도륵 굴리다가 이야기 경청합니다.)
▶:두 번째 초상화 또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경청하나요?
이안 브란트:(익숙한 모습….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러모로 화가 많이 나긴 했지……. 순순히 납득?했다.)
▶:두 번째 초상화 옆에서, 당신은 피자 배달부가 되어 도망치는 팬텀 블루 미스트와, 가장무도회에서 당신에게 춤을 권하는 팬텀 블루 미스트총을 맞은 척 피를 흘리는 가증스러운 팬텀 블루 미스트당신에게 붙잡힌 채 꼴사납게 애원하는 팬텀 블루 미스트의 그림을 봅니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 반짝이 폭탄이 당신에게 뿌려집니다. 어디선가 감미로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오네요. 꼭 귀걸이를 선물받았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에요.
이안, 이성 회복 +1d3.
이안 브란트:(가증스럽……. 아무래도 그건 너무하긴 했지. 좀 더 애원하는 모습 봤어야 했어.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림을 구경했다. 고개 들어 눈처럼 내리는 반짝이를 쳐다본다.) 바보 같네요, 이거…. (삐쭉 웃음이 나온다.)
rolling 1d3
(
3
)
=
3
▶:다정한 추락이 이어집니다.
세 번째 초상화가 말을 걸어옵니다. 들어보나요?
이안 브란트:(헤헤? 상태로 귀만 열었다.)
▶:당신의 위에서 불꽃이 터집니다. 당신은 이때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더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결국 팬텀 블루 미스트는 당신을 떠났는데도요.
이안 브란트:바아보. (입술만 삐쭉.)
▶:…추락의 속도가 한층 느려집니다. 이제 거의 공중을 유영하는 기분조차 들고 있습니다.
네 번째 초상화가 속삭입니다.
그림 속 팬텀 블루 미스트의 귀걸이가 빛납니다. 이윽고, 추락하고 있는 당신의 귀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귀걸이가 빛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나레이션을 읊는 것처럼요.
이 공간에서의 텔레포트는 불가능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요! 한쪽 귀걸이를 가진 사람이 끌려오고 말았습니다. 불안전한 이동이었으므로 '영혼'만 말이에요.
마지막 초상화가 이야기를 맺어냅니다.
…추락이 끝납니다. 당신은, 푸른 안개꽃이 한갇그 핀 꽃밭에 떨어집니다. 은은한 향기가 당신을 감쌉니다. 아주 편안하고, 안온한 기분이 들어요.
이곳은 팬텀 블루 미스트의 관. 언제고, 그가 죽게 되면 눕게 될 무덤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이 그를 구하겠다고 다짐한다면, 그는 앞으로도 숨 쉴 수 있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아무일도없었어요오.)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쵸?)
▶:그럼요. 당신은 그저 귀를 기울였을 뿐인데요.
다시금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곳에서 탈출할 아이디어 판정을 요구하세요. 지금은 당신이 탐사자 잖아요!
이안 브란트:(꼭 아이디어라야 할까?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그래도 이안 브란트는 말 잘 듣는 탐사자니까…….)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응?
▶:응? 아기햄스터가 열심히 두뇌를 굴려봅니다. 귀걸이는 서로 이끌리는 것 같으니, 지금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팬텀 블루 미스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응? (반질반질햄지눈됨.)
쓸 수 있는 건가? (귀걸이 만지작거린다. 당신에게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로는 익숙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순식간에 시야가 흔들리고,
첸 티엔:……경장님!
……이안 브란트, 일어나요!
▶:눈을 뜨면, 아까의 그 무덤가입니다. 관은 굳게 닫혀 있고, 괴도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흔들고 있네요. 수갑은 여전히 당신과 괴도의 손목을 잇고 있습니다. 서로의 귀에 매달린 귀걸이도 그대로예요.
첸 티엔:갑자기 관 안으로 쓰러지시더니 기절해버려서, 얼마나 놀랐다고요! 좀 괜찮아요? 기억은 나고? 제가 누구게요?
이안 브란트:…어라. (바보 같은 말부터 내뱉는다.) 그러게, 누구더라…. (팬텀 블루 미스트? 아니면 첸 티엔? 안아달라는 듯 팔만 뻗었다.) 추워요.
첸 티엔:기억 안 나시는 거예요?! (충격! 그대로 엎어지듯 당신에게 몸을 기울인다. 한쪽 손은 바닥에 짚은 채 다른 손으로는 당신의 볼을 마구 문질렀다. 타인이 보았다면 오해할 만한 자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뭐. 지금 이 순간 이곳에는 두 사람뿐이니 상관없지 않을까?) 이름이요. 이름 먼저 불러 주시면요.
이안 브란트:(볼 문질문질 반죽 당하며…. 한쪽 손은 바닥에 반쯤 고정된 채, 다른 손은 당신의 허리를 감았다.) 첸 티엔…. (금방 깊은 잠에서 깬 사람처럼 순하게 웃기만 한다.) 여기서 나가면… 결혼하면 안 돼요? 아, 이런 말 하면 못 나가나?
첸 티엔:(단연코 이런 말을 들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첸 티엔은 예상치 못하게 쏟아지는 애정에 약한 편이었으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으니 답지 않게 뺨 붉혀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가, 갑자기요? (천하의 팬텀 블루 미스트가 말을 더듬게 될 줄이야! 열이 식기는커녕 더 오르는 것만 같다. 꼴사나운 낯짝 숨기기라도 하듯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는다.) 경장니임……. 무드 없단 소리 자주 들으시죠?
이안 브란트:갑자기 아닌데에. (천연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 품에 얼굴을 묻은 당신을 더욱 끌어안는다. 이런 반응도 하실 줄 아시고.) 그런 말 자주 듣지도 않구요. (느리게 등을 토닥이기만 했다.)
첸 티엔:충분히 갑작스러운걸요. 한참 기절해계시다가 일어나셔서는, 곧바로 하신다는 말씀이…. (투정 어린 목소리. 한껏 당신의 품에 안겨들었다.) 좋은 꿈을 꾸시기라도 한 거예요?
이안 브란트:아녜요, 저 깨어있었어요. 계속 떨어지다가요, 당신의 어릴 적 그림도 봤어요. 근데 사실은 떨어지면서 본 거라서 당신이 아닐 수도 있고요…. 아무튼 나는 당신을 계속 봤는데……. (잠에 취한 사람처럼 혼자 열심히 종알거렸다.) 좋은 광경만 본 건 아니지만, 좋긴 했어요.
첸 티엔:(자신이 기이한 일에 휘말리듯, 당신 또한 설명할 수 없는 일에 휘말렸구나 싶다. 대꾸하는 것 대신 당신의 가슴팍에 귀를 댄다. 느릿느릿 뛰는 박동을 들으며 물었다.) 좋은 광경만 본 건 아니었다면서…. 그래도 저랑 결혼하고 싶으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으응, 저랑 결혼해야 오래 사실걸요…. (헤헤 웃는다.)
첸 티엔: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이안 브란트:혼자 위험하게 지내셨던 거잖아요? 계속….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걸요.
첸 티엔:그럼…. 경장님도 계속 휘말리게 되실걸요. 매번 위험해지실지도 몰라요.
이안 브란트:경찰이 원래 다 그런 거죠. (눈 껌벅댄다.)
첸 티엔:우리 경장님, 이렇게 착하셔서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실지…. (트이듯 웃는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경장님이 쓰러지셨던 동안, 의 문이 열렸어요. 저 위로 올라가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같이 가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착한 게 아니고 당신을 좋아하는 건데도.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휘말리진 않았을 게 뻔하니까.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에, 같이 가야죠. 실은 저 없으면 안 되면서. (손 꼬옥 잡고 탑으로 향한다.)
첸 티엔:그렇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당신을 사랑하게 될 줄은…. (수줍음을 투정으로 포장했다. 손깍지 껴 고쳐 쥔 채 탑으로 향한다.)
▶:그림에서 보았던 뾰족한 탑의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원한다면 들어오라는 것처럼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음… 귀엽군. 탑의 문을 구경하다 말고 별안간 볼뽀뽀해버렸다….탑 안으로 들어갑니다.)
▶:탑 안에 들어가면, 그곳은 천장까지 빙글빙글 가파른 나선계단이 이어져 있습니다. 다리를 혹사할 시간이네요.
첸 티엔:(조금? 시들었?다.)
이안 브란트:운동…. 하셔야죠.
첸 티엔:아……. 제가요?
이안 브란트:업어드려요?
첸 티엔:수갑 때문에 불편할걸요.
이안 브란트:수갑만 아니었으면 업히실 것처럼 말씀하고 계세요.
첸 티엔:경장님은 역시 절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였죠? 동거했을 때부터인가?
이안 브란트:원하신다면 안아드릴 수 있을….
동… 거?
첸 티엔:네에, 동거.
이안 브란트:저… 희가요?
첸 티엔:호텔에서 같이 지냈잖아요? 그럼 동거죠오.
이안 브란트:그걸 동거… 라고 해도 되는 걸까요?
첸 티엔: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잠들었는데도요?
이안 브란트:맞긴 하지만, 뭐랄까, 진짜 '동거'보다는 잠만 같이 잤다는 느낌이잖아요?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첸 티엔:문란하게 들리네요?
이안 브란트:저, 저희 진짜 잠만 잤잖아요! 다른 거 안 했잖아요. (뻘뻘….)
첸 티엔:(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의뭉스럽게 웃기만….)
이안 브란트:왜 그렇게 웃기만 하시는 건데요…. 그때는 뽀, 뽀뽀 같은 것도 안 했잖아요? (쪼끔 빨개졌다.)
첸 티엔:안 했을까요오?
이안 브란트:해, 했, 했……? (더듬더듬 옷을 여몄다…….)
첸 티엔:옷은 왜 여미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추워서.
네.
첸 티엔:이상한 생각 하신 거 아니죠오?
이안 브란트:네, 네. 네. 그럼요. 뽀뽀가 이상한 생각은 아니니깐. 응. 저희 가요. (손만 잡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첸 티엔:(히죽… 웃으며 뒤따른다.) 그런데 말이에요, 경장니임.
이안 브란트:네, 네?
첸 티엔:경장님은 경찰이시고, 저는 괴도잖아요?
이안 브란트:네에, 그렇죠….
첸 티엔:그런데 저희가 결혼을 해버리면요. 경장님의 입지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응? 서류상으로만 하면 아무도 모를 것 같은데, 별 문제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말하지 않는 이상 남편이 누구인지 같은 건 다들 신경 안 쓰지 않을까요?
첸 티엔:나이 지긋하신 상사분께 그래서, 자네 배우자가 무슨 일을 한다고? 같은 질문을 받기라도 하시면 어떡해요?
이안 브란트:음, 으으음. 사업이요오……. (손 꼼지락.) 이렇게 하면 되지 않으까요?
첸 티엔:어떤 사업이요?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안 브란트:(눈썹 추우욱.) 어, 어려워요. 회사 다닌다고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첸 티엔:(귀엽군…. 또다시 당신 볼 문지르기나 했다.) 그리고 말이에요오. 전 서류상으로만 결혼하는 건 싫어요.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잖아요? 커~다랗고 화려하게 식을 올리고 싶은데요.
이안 브란트:(말랑반죽됨…. 곰곰.) 저야 상관없지만. 괜찮은 거예요? 당신은, 그렇게 해도….
첸 티엔:괜찮지 않을까요? 당신 말곤 아무도 제 얼굴을 모르는걸요.
이안 브란트:음, 그러니까 평소엔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신다는 거죠? 신기하다 그거……. (마치 당신도 사람?이라는 걸? 처음 깨달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
첸 티엔:(옆구리 콕.) 평~범한 제 모습도 사랑해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콕 찔렸다.) 평범한 티엔 씨는 평범한 직장도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말하고 다니시는 거예요?
첸 티엔:응? 전 일 같은 거 안 해요. 쌓아놓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대체로 훔친 물건일 것이다.) 적당~히 증여받은 걸로 놀고먹고 있다고 하니 다들 부러워하시다 말던걸요.
이안 브란트:하긴, 바쁘니까. 아무튼 이해했어요. 친구 많아요? (뭐 이런 거나 묻는다.)
첸 티엔:별로 없어요. 괜한 사람이 휘말리는 건 싫거든요. 위험해질 게 뻔하잖아요.
이안 브란트:근데 결혼식은 크게 하면 누구 불러요. (갸우뚱….) 얼른 많이 사귀어 오세요. 친구만.
첸 티엔:네에, 친구만. (웃는다.) 그러는 당신은요? 부를 사람 많아요?
이안 브란트:(잠시 심각해졌다….) 저도 없는데요 친구. (있을 것이다.)
첸 티엔:…직장 동료는요?
이안 브란트:직장 분들은 와 주시겠죠? 말만 하면. 당신에게 익숙한 얼굴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부르고 싶지 않아졌을 뿐이에요….
첸 티엔:(히죽…….) 왜요~? 반갑고 좋을 것 같은데요. 저어, 이름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 어셔 씨, 제레미 씨…. 켄드릭 씨가 당신의 옆자리 동료였었죠, 분명?
이안 브란트:(입이 벌어졌다….) 저에 대해서만 잘 아는 게 아니고…. 모든 것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듯해요?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결혼식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지두.
첸 티엔:어어~? 당신이 결혼하자고 했어요~? (졸래졸래 쫓아간다.)
▶:얼마나 계단을 올랐을까요? 나선계단의 중간쯤, 더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아득한 높이에서…
갑자기 계단이 아래부터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이안 브란트: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4
바로 네 걸음 아래의 계단이 바스라지며 아래로 떨어집니다. 어찌나 높은 곳인지, 두꺼운 벽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상당히 늦게 울려요.
탑이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이안 브란트: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3
다시금 계단이 무너집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발밑이 푹 꺼집니다. 아찔한 높이에서의 추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끔찍한 고통이 오겠죠. 어쩌면 당신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새로 돋아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당신은 위쪽으로 밀려납니다. 괴도가 당신을 밀치고 대신 떨어진 것입니다. 두 사람은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당신은 이어진 손목에 격통을 느낍니다. 사람 한 명의 무게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네요.
첸 티엔:(미안한 듯 웃어 보인다.) 죄송해요. 많이 무겁나요? (이어 아래를 흘긋 본다. 여전히 탑은 진동하고 있으니….) 우리 경장님이 손상될까 봐 걱정이긴 한데, 뭐어. 조금만 더 올라가면 끝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빨~리 달려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괴도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수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는 열쇠 따기에 무한한 재능이 있었죠. 그가 무엇을 시도하는지는 뻔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안?
이안 브란트:괜찮, 잠깐, 뭐해요…! 풀면 저도 뛰어내릴 거예요-?! (기겁하며 극단적인 말부터 내뱉었다. 어쩐지 당신 곁에만 있으면 이렇게 되는 것 같다니까. 대체 사랑이 뭐길래! 힘껏 당신을 위로 끌어당겼다.)
▶:끌어올린다면,
이안 브란트:
근력
기준치:75/37/15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쭈우욱.)
▶:당신은 어렵지 않게 괴도를 쭈우욱 끌어올립니다. 마침내 괴도를 계단 위쪽으로 올리면, 거짓말처럼 붕괴는 멎고 둘은 안전해집니다.
어느덧 탑의 꼭대기입니다. 출구에서 환한 달빛과 서늘한 밤바람이 동시에 불어옵니다. 풀리다 만 수갑이 잘그락거리고….
첸 티엔:팔 아파요. (우.)
이안 브란트:어디 봐요. 그러니까, 왜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해요…. (눈썹 추우욱 기운 상태로 당신의 손목을 살펴본다. 쪼물쪼물….)
첸 티엔:하지마안, 당신까지 떨어져 버릴 것 같았단 말예요. (냉큼 손 내밀어 보살핌받는다.) 그런 건 싫어요….
이안 브란트:저는 당신 다치는 게 더 무서운걸요. (당겨 안아서 머리도 복복….) 당신 혼자 아픈 걸 전 그냥 보고 있는 게 더 싫구요….
첸 티엔:저도 그런걸요. (얌전히 포옥 안겼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할 때면, 전 늘 지금처럼 행동할 거예요. 그래도… 같이 살아주실 건가요?
이안 브란트:평소보다 질문이 더어, 많으신 것 같아요. (검은 머리카락 위로 입술을 묻는다.) 네에, 문제 없어요. 제가 앞으로 순발력을 더 키워오면 되겠네요.
첸 티엔:(눈 감은 채 손길을 즐겼다. 그대로 속삭인다.) 이게 이라고 해서, 깨어난 뒤에 없던 일인 셈 치면 안 되시고요. 약속.
이안 브란트:당신도 약속해요.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까지 꾸욱.)
첸 티엔:네에, 약속. (다만 새끼손가락 대신…. 겹쳐둔 몸 떼어내더니, 입술 위로 쪽! 입 맞춘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다시금 수갑이 잘랑이는 소리가 났다.)
이안 브란트:(조그맣게 웃어버린다.) 꿈에서 깨면 또 만나 주세요….
▶:이윽고 최후의 괴도와 형사는 마지막 장으로 접어듭니다.
▶:높은 탑 위에 섭니다. 보름달을 제외하고는 별이 하나도 뜨지 않은 밤하늘입니다. 종탑이었나 봐요. 줄이 달린 종이 걸려 있네요. 줄을 당기면 종이 울리는 구조입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줄에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종을 울리고 돌아가세요.
이안 브란트:종이네요. (종에 종이가…. 쓸모없는 생각이나 하는 중.)
첸 티엔: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이안 브란트:종을 울리고 돌아가래요. 당겨 볼까요?
첸 티엔:네에.
이안 브란트:(줄을 잡아당겨 종을 울린다.)
▶:종을 울리자, 청명하고 맑은 종소리가 퍼져나갑니다.
동시에 그 커다란 보름달이 하나의 출구로 변합니다. 공간에 생긴 균열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하늘에 뻥 뚫린 구멍을 보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미 이상한 일들을 충분히 겪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위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단 말이죠?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데다가, 여긴 비행기나 기구, 하다못해 행글라이더나 거대 풍선도 없는데요.
첸 티엔:경장니임, 저 믿으시죠?
이안 브란트:그럼요, 그렇지만 날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농.)
첸 티엔:하하…. 여긴 꿈이니까요. 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요?
조금 전에, 구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러니까아, 끝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게요. 보세요. 팬텀 블루 미스트의 사상 최대최후의 마지막 마술이에요~! (장난스레 윙크하며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은혜 갚는 까치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하하, 웃어버리곤 내민 손을 살포시 잡았다.) 사상 최대최후의 마지막 마술에, 관객은 저뿐이고요?
첸 티엔:유일해진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안 브란트:그거 듣기 좋네요. 가장 행복한 것 같은걸요.
▶:최후의 괴도는 그저 웃으며 자신의 유일을 끌어당깁니다.
두 사람은 종탑의 바깥에 발을 디딥니다.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추락에 대비하지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은 하늘 위에 서 있습니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갑니다. 잠시 숨어 있었던 별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반짝이는 별빛 아래에서 괴도는 당신을 더 위로, 위쪽으로 끌어올립니다.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분명히 계단도 받침대도 없는 하늘인데 무언가 당신의 발아래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없습니다. 이건 마술이거든요. 아니면, 마법이라거나. 어쩌면 기적이겠고요!
그렇게 하늘을 걸어, 그저 평화롭게 걸어가, 달의 모양을 한 문 앞에서…. 괴도는 말합니다.
첸 티엔:사실…. 귀걸이를 돌려받을 생각이었어요. 당신이 결혼하자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요.
(그리고는 파안한다. 짓궂은 투다.) 그러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것 때문에 놓지 못하게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경장님, 아니, 이안.
▶:괴도는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첸 티엔:앞으로도 제 유일이 되어주시겠어요?
▶:바람이 불어, 당신의 귓가를 훑고 지나갑니다. 귀걸이는 아직 당신의 귀에 걸려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 많은 선택을 해왔죠. 이번이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될 거예요.
귀걸이를 돌려주면, 이 지긋지긋한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날 것입니다. 귀걸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더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겠죠.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저도 돌려드릴 생각이었어요, 그때 당신이 귀걸이 빼는 법만 알려주고 갔으면…. (장난스러운 어조. 깊은 숨을 내쉰 뒤 말갛게 웃는다.) 저어, 샌드위치 말고 다른 것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요? 요리도 못하진 않거든요, 매일 아침 샌드위치만 차려드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손끝으로 당신의 손을 느리게 훑는다. 정확하게 왼손 약지 위에 멈췄을 때, And he said….) 좋아요. (YES!)
▶:당신이 팬텀 블루 미스트에게 뜻을 전하자, 그는 더없이 행복하게 웃습니다. 괴도답지 않은 미소네요. 대중에게 보일 법한 웃음이 아닙니다. 정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표정인걸요.
그가 당신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살짝 매만집니다. 서로의 귀에서 푸른 안개꽃이 반짝입니다.
첸 티엔:약속한 거예요. 그럼… 다시 만나러 갈게요. 그땐 반지를 준비해올 테니까요.
▶:괴도와 형사는 재회를 기약합니다.
그가 당신을 잡았던 손을 떼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갑이 깔끔하게 풀어집니다.
당신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힘을 느낍니다. 공간의 균열로, 달의 구멍을 통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첸 티엔:안녕, 이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작은 속삭임을 끝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바야흐로 위대한 모험의 끝입니다. 새까만 어둠이 눈꺼풀을 덮고…
▶:...
...
...
새 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입니다.
간밤에 좋은 꿈을 꾼 것 같아요.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한 기분입니다. 그래요, 꿈에 괴도가 나왔었죠. 그건 정말 꿈이었을까요? 당신은 그와 나누었던 약속을 생각하며, 서서히 잠기운을 몰아냅니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납니다. 옆을 보니, 왠지 창문이 열려 있네요. 분명히 창문을 닫고 잤는데 말이에요. 아, 잠시만.
▶:누군가 아주 가뿐하게 창턱에 착지합니다. 어디서 들어온 걸까요, 이 사람?
마치 새가 날아 들어온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는, 푸른 안개꽃 다발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정말이지, 성급하고 무드 없는 프로포즈네요.
다시 만난 괴도는 즐거운 듯이 웃습니다.
첸 티엔:좋은 아침이에요, 내 사랑?
▶:물론, 이것은 당신에겐 최선의 결말이겠지요.
당신은 괴도와 함께하는 진정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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