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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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란트:이 학교 설립자, 미친놈이었던 거 알아?
 :소문과는 다르게 딱히 위악적인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되레 친절하기까지 한 태도로 이안 브란트가 말을 걸어 왔습니다.
모두 판에 박힌 듯 고루하기 짝이 없는 스태그필드에서 유일하게 돌출된 존재인 이안 브란트가 당신의 룸메이트가 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입니다. 새로운 룸메이트가 발표된 이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당신의 짐이 모두 정리가 된 지금에야 방문을 벌컥 열더니, 반갑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없이 대뜸 꺼내는 말이란 저런 것입니다.
첸 티엔:(눈 동그랗게 뜬 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조금은 긴 앞머리, 알이 두꺼운 안경 탓에 표정이 전부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그런 말…. 하, 하시면. (안 되는데. 문장 완성하지 못하고 우물거리기만 한다.)
이안 브란트:안 될 게 뭐 있어? (심드렁하다.)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 안쪽으로 굽은 데다가 그 끄트머리가 살벌할 정도로 뾰족합니다.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좁게 짜인 창문으로는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떤 구석은 한 번도 그림자가 벗겨진 적이 없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에 달라붙은 이끼들은 구더기 떼처럼 우글거립니다.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바람의 무덤입니다.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뜨리고 마침내 죽는 곳.
온갖 곳에서 묻혀 온 수십 갈래의 냄새가 엉키고, 매일 밤 살벌한 바람 소리가 창을 뒤흔듭니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들은 따가운 야유처럼 학생들의 몸에 날아와 박힙니다.
이런 곳에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제대로 된 사람일 리 없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본인이 먼저 말을 꺼냈으면서, 금방 관심 없다는 듯 구는 룸메이트의 모습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슬쩍 안경 치켜올림.)
 :(하) 안경 덕분일까요? 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불, 옷가지, 세면도구를 비롯한 어떤 물건도 챙긴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책 한 권을 덜렁 손에 들었을 뿐입니다. 제목은 「프나코티카」. 처음 보는 책입니다.
기숙사 방을 옮기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단출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새 룸메이트의 옷매무새는 학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만 같군요. 삐져나온 셔츠, 회보랏빛 머리카락에 꽂힌 액세서리, 주머니에 불룩 튀어나온…… 저거 담배인가요? 넥타이핀은 또 어디에 버렸나요? 학칙 제2항에 따르면 언제나 착용하게 되어 있는데…….
하기사 저치의 품행이 방정치 못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학교 제일의 문제아라는 별명이 허명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새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 갈 301호에서의 3개월이 녹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숨 합 삼킨다.) 다, 담배….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아. (주머니 뒤적이더니 담배갑을 꺼냈다. DUNHILL,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다.) 왜, 궁금해? 펴 볼래? (자연스럽게 한 개비 반쯤 빼내어 당신의 쪽으로 담배갑을 돌려준다.)
첸 티엔:(안 그래도 하얗던 피부가 더욱 시허옇게 질렸다. 저절로 공손한 자세가 된다. 양손을 모으고, 손끝을 꼼질거리고….) 피, 피우시면 안 돼요…. 거, 건강에 나쁘잖아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위아래로 훑더니, 픽 입꼬리를 올리며 담배갑을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노력해볼게. 기숙사 짐은 다 옮겼어?
첸 티엔:(노력하겠다. 그 한마디에 표정이 핀다. 순식간에 양볼에는 혈색이 돌고, 입꼬리는 미미하게 호선을 그린다. 이렇듯 첸 티엔은 늘 쉽게 마음 한쪽을 내어주곤 했다.) 네, 네에…. 음. 그, 그러니까…. 브, 란트 씨?
이안 브란트:말해. (팔짱 낀 채 이어질 말을 재촉했다.)
첸 티엔:헉…. 벼, 별건 아니고요. (재촉받은 만큼 답이 늦어진다.) 브, 브란트 씨는…. 짐이, 그, 그것뿐이신지…. (손에 들린 과 이안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훔쳐보았다.)
이안 브란트:아~ …. 나는 원래 301호에 살았거든. (빛바랜 책 「프나코티카」를 제 책상에 올려둔다. 제목 이외엔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을 것.) 좋겠지. (유치하다.)
 :당신은 지금까지 계속 방을 바꿔야 했는데 저 자는 방을 바꾸지 않는 행운을 누렸나 봅니다. 운이 좋은 몇몇 학생들은 전 학기에 이어서 같은 방을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미 자신이 방을 옮길 때부터 이안 브란트의 짐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이안 브란트:(당신이 정리한 짐을 대강 훑기만 한다.) 아무튼, 3개월 동안 같은 방을 쓰게 되겠네.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해. (악수 청하듯 손 내밀었다.)
첸 티엔:아…! (화들짝 놀라며 내민 손 붙잡는다. 과하게 긴장한 탓에 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닿았을 무렵에는 손의 떨림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체, 첸 티엔이에요. 자, 잘 부탁드려요.
이안 브란트:그래…, 티엔. (손을 놓지 않고 물끄러미 내려다 보더니, 예고도 없이 제 쪽으로 당겼다. 좁은 틈을 두고 눈이 마주친다.) 내가 도와줄 건 없고? 궁금한 거라든가.
첸 티엔:(거리 확 좁혀지면 속절없이 얼굴 붉혀내고 만다. 안경알 너머로 보이는 백안 마주하기 수줍어 시선 비껴내기도 했다.) 그으, 음…. (한참 눈 굴리다 겨우 골라낸 질문이란.) 네, 넥타이핀은…. 잃어버리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거, 잃어버렸던가…. 기억이 안 나네. (붉어진 얼굴을 본 뒤엔 다시금 웃는다. 잡았던 손을 놓는다면, 그대로 당신의 넥타이를 더듬기 시작한다. 넥타이핀을 빼내기라도 할 것처럼 집요하게 만지작거리는 손길.) 난 학칙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되거든.
첸 티엔:(넥타이를 더듬는 손길에도 어깨를 움츠려 낸다. 뻣뻣하게 세운 허리, 잘게 떨리는 숨. 명백히 겁 집어먹은 사람의 태도다. 별일 아님에도 그랬다.) 어, 어째서요…? 퇴, 학이라도, 당하시면….
이안 브란트:안 잡아먹어. (손 놓고 두어 걸음 멀어진다.) 계속 그렇게 있으면 진짜 잡아먹을 수도 있으니까 긴장 풀고. (당신을 곁눈질로 보며, 언뜻 웃는다. 제 책상 앞으로 걸어가 위에 놓인 책을 뒤적이더니 얇은 종이 한 장을 쥔 채 다시 다가온다.) 읽어볼래?
첸 티엔:(히끅. 딸꾹질하면서도 얌전히 양손 모아 내민다. 종이를 읽어봅니다.)
 :사감용 학칙 제4항을 공개합니다.
이안 브란트:학교의 설립자는 편집증 환자인 게 뻔하잖아. 그것이 있대. 전형적인 편집증 환자의 망상이지 않겠어?
첸 티엔:그것......?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
이안 브란트: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괴물이 있으며, 그것이 우리를 노린다는 이야기 아닐까? 뭐어,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미친 설립자가 남긴 학칙일 뿐이고. (어느새 제 책상에 놓았었던 책을 다시 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숙사 창문 바깥으로 툭 던져버린다. 빛바랜 책에는 「신곡」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다.)
첸 티엔:(다시금 숨 들이킨다. 눈치 보다가도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살핀다. 신곡프나코티카가 아니라?) 그, 그렇게 막…. 던지시면….
 :바깥을 살폈음에도 책이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책의 제목이 바뀌었음을 눈치챈 티엔, 이성 판정 0/1
이안 브란트:내 책인데 뭐 어때. 그리고 곧 12시니까 바깥을 돌아다닐 사람도 없을….
 :이안이 말을 이어가던 찰나,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벽면에 걸린 시계는 11시 49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79
판정결과:실패
(문소리에도 놀라 토끼 눈을 뜬다. 조금은 올망거리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누, 누구…. 오실 만한 분…. 있으세요? (일단 이쪽은 친구가 없다.)
이안 브란트:찾아올 만한 사람은 없는데. (문을 벌컥 열었다.)
첸 티엔:(소리 없는 비명.)
 :문을 열면 티엔의 전 룸메이트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스테판 버니스입니다. 오컬트에 다소 과하게 전념하고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당신에게 아주 사근사근 대해줬던 좋은 룸메이트였습니다.
첸 티엔:(아! 전 룸메이트다. 중요하니까 다시 서술하겠다. 전 룸메이트다. 첸 티엔은 그를 친구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다. 상대가 자신을 친구라고 여길 리 없을 테니까…. 같은 자존감의 부재 탓이다. 이안의 등 뒤에서 고개만을 빼꼼 내민다.) 버, 버니스 씨…? 고, 곧 자정인데.
버니스: 첸, 저기…. 혹시 내 책 못 봤어? 짐을 옮기고 보니까 사라져 있어서. 네 짐에 섞인 게 아닌가 해서 찾아왔어. 도서관에 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데…….
첸 티엔:책…? 제, 제목이 뭔데요…?
버니스: (머뭇거린다.) 어, 좀 누런 장정의 책인데…….
첸 티엔:(눈썹이 아래로 처진다.) 으, 으음. 그, 그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제, 목을 알려주시면.
버니스: (무얼 고민하는지 뜸을 들였다.) …맥베스, 맥베스인 것 같아. 그거 우리 문학 숙제잖아. 본 적 없을까?
이안 브란트:(불쑥 대화에 끼어든다.) 그 책이라면 너희 방 창틀에 올려져 있던데? 아까 너희 방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봤어. 자정 이후로 기숙사를 돌아다니거나 외출하는 건 금지잖아. 곧 12시가 되니까 빨리 돌아가서 확인해봐. 없으면 내일 찾아보고.
버니스: 부, 분명히 없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정말 열두시네. 내일 찾아봐야겠다. 아, 나는 너희 방 바로 밑이야! 201호! 내일 보자, 첸!
첸 티엔:(헤헤…. 웃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안 브란트:(어쩐지 못 마땅한 기색으로 버니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더니 문을 쾅, 닫았다.) 친해?
첸 티엔:(쾅 소리에 어깨를 움츠러트린다.) 네, 네에? 그, 냥…. 저, 전 룸메이트예요. (안 친하다는 뜻.)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창가로 다가가, 얼굴을 내밀어 바깥을 살피더니 창문을 닫았다.) 평소에 잠은 몇 시에 자는 편?
첸 티엔:음. 루, 룸메이트분께 맞추는 것 같아요. 일찍, 주무시면…. 가, 같이 일찍 자고요. 브, 브란트 씨는…?
이안 브란트:그래? 크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 적어도 새벽 2시 전에는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자자고.
첸 티엔:네에, 조, 조용히 지낼게요.
이안 브란트:그렇다고 너무 눈치 보며 지낼 필요는 없는데. (눈 꿈벅.)
첸 티엔:(소문은 과장된 걸까? 슬그머니 이안을 본다. 상냥하신 것 같은데.) 네, 네에. (한결 긴장 풀린 듯한 대답이다.) 감사해요…. (헤헤 웃으며 덧붙였다.)
이안 브란트:나 나쁜 사람 아냐. (긴장이 풀린 듯싶으면 이때다 싶어 무해한 웃음.) 이제 슬슬 잘 시간인데… (뜸.) 도와줄까? (뭘?)
첸 티엔:(고개 기울인다.) 뭐, 뭐를요…?
이안 브란트:(눈 깜박깜박.) 잠자리 준비?
물론 다른 것도 도와줄 수 있지만…. (진짜 뭘?)
첸 티엔:(덩달아 눈 깜박깜박.) 다, 다른 거…? 저어, 이불 꺼내는 것 정도는 저, 저도 할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다른 거. 모르면 됐어…. (의미심장.) 옷 갈아입고 잠이나 자자.
첸 티엔:(눈 동글동글.) 네에…. 아, 안녕히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굿나잇 키스는? (부러 묻는다.)
첸 티엔:(얼굴 화르륵 달아오른다.) 네, 네에?! (삑사리 났다.) 그, 그, 그, 그, 그런 건, 사,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이안 브란트:고지식해. (그저 바라본다….)
첸 티엔:(우웃…. 곧바로 몸 움츠러든다.) 죄, 죄송… 해요…?
이안 브란트:죄송할 것까지야…? (어리둥절하다가도 기회다 싶어.) 죄송하면 해 줄 거야?
첸 티엔:(볼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것치고는 부정의 답 내어놓지 않으니, 언뜻 긍정의 표시로도 비쳤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입술이 호를 그린다. 당신에게 성큼 다가가 숨결 닿을 거리를 두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치를 사람처럼, 당신의 안경을 벗겨내고, 온전히 시선을 맞추며, 셔츠 깃을 붙잡더니… 뺨에 짤막하게 입맞춤을 하고 떨어질 뿐이다.) 잘 자.
첸 티엔:(선 채로 죽었다. 고장 난 로봇마냥 몸 삐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앗. 그으. 어어…. 네, 네에. 브, 브란트 씨도…. (점점 줄어드는 말소리.)
이안 브란트:원래 하려던 거 했으면 진짜 쓰러졌을 것 같네…. (중얼대더니 당신의 손을 끌어 침대에 앉혔다. 그 옆에 앉은 채 바라본다.) 빨리 너도 해 줘야지. (제 뺨을 콕콕 누른다.)
첸 티엔:(닿은 손끝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다. 영 눈 마주치지 못한다. 시선 아래로 떨구었는데, 당신 허벅지가 시야 속으로 들어올 건 또 뭔가. 기묘한 분위기 속, 의도치 않았다고는 하나 파렴치한 눈길 보내버린 셈이다.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것 같아 눈을 질끈 감는다.) 저, 저어…. 지, 진짜 해요?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의 본래 의도부터가 명백하였으니 묘한 시선이든, 의식하기 시작한 당신이든,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낯으로 당신의 허벅지를 짚고 당신의 방향으로 무게를 기울였다. 거리가 퍽 좁혀진다. 그는 당신이 감은 눈,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을 쳐다보기만 할 테니, 눈을 뜨면 곧장 시선이 이어질 것이다. 슬그머니 허벅지를 훑는 것은 덤이다.) 으응, 얼른 해 줘.
첸 티엔:(티 나게 몸을 떨었다. 두려움이나, 부담감에 의한 떨림이 아니었다. 겨우 이 정도 손길에도 몸을 움칠거리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은가. 열감이었다. 첸 티엔은 차마 당신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정확히는 하얀 눈 위로 비친 제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므로 눈 질끈 감은 채 소리 들린 쪽으로 고개 들이밀기만 한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방향을 제대로 잡을 리 없다. 당신이 피해내지 않는다면,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테지.)
이안 브란트:(분명히 입술이 맞닿았으며, 그것을 느끼더라도 감히 떨어지지 못하게 당신의 손 한쪽을 움켜쥐었다. 다만 강압적으로 힘을 주지는 않았는데, 구태여 그리 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저를 확 밀어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기 때문. 입술 맞닿아있기를 몇 초, 손을 놓으며 몸을 뒤로 무른다. 그대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목에 팔을 둘러 안고는 쪽, 적나라하게 소리가 날 정도로 당신의 입술을 물고 빨아당기며, 다시 삼키길 반복했다.)
첸 티엔:(입술 맞닿은 순간 파드득 놀라며 몸 물리려고 했으나, 손이 붙잡힌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포기했을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도 당신을 거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차마 끌어안지 못한 채 손 허공에 두긴 하였으나, 어설프게도 당신의 행동 따라 하기까지 하였으니 두 사람 사이로 질척이는 소리가 울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젖은 소리 들릴 적마다 숨이 거칠어졌다. 흥분이 몰리는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모으기도 했다.) 브, 란트 씨이…. (앓는 듯한 음성. 어쩔 줄 몰라 하며 매달린다.)
이안 브란트:(당신이 키스에 제대로 응할 즈음, 허벅지 위로 올라타 앉는다. 제 자세를 고치며, 동시에 허공에 놓인 당신의 손을 제 허리에 둘러주기도 했다.) 으, 응…. (낮게 삼켜내는 신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면 부러 아랫도리가 닿게끔 꾹, 비비며 자극한다. 다시 같은 물음. 이번에는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도와줄까? (그러고 보니 스태그필드의 제일의 문제아, 이안 브란트의 방탕한 소문 하에는 음란을 즐긴다 따위의 말이 돌았던 것 같기도 하다.)
첸 티엔:(겨우 입맞춤 한 번. 그 한 번의 숨에 아랫도리 세운 채 상대를 올려다보고 있는 꼴을 보아하면, 소문의 주인공이 이안 브란트가 아닌 첸 티엔이라고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옷 위로 부피 드러낸 것을 당신의 허벅다리 아래로 비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몽롱한 눈, 떨리는 음색으로 애원했다.) 도, 도와…. 주세요.
이안 브란트:(배시시 웃는 낯을 보자면 그는 순수하게 기쁜 듯도 보였으나… 정황상 그는 순수한 이를 꼬드겨 일을 여기까지 저지른 자, 순진무구한 미소로 당신을 안심시키고 있음이 뻔하지 않은가. 그대로 입을 맞추어 짧은 키스를 이어가더니, 당신 아래 무릎 꿇고 앉아 크기를 키운 것 위로 제 뺨을 부볐다.) 들키면 안 되니까… 소리 잘 참아야 해? (당신의 허리 부근을 더듬어 벨트를 풀어재끼는 자가 올려다 보며 말하였다.)
첸 티엔:네, 네에…. (홀린 듯이 대답한다. 올려다보는 것은 이안 브란트이고, 내려다보는 것은 첸 티엔임에도 꼭 자신이 당신을 올려다보는 것만 같다. 그런 느낌이 일 정도로 맹목적인 대답이었다. 옷이 벗겨질 때마다 마른침을 삼킨다. 목울대가 티 나게 움직이며 흥분을 대변한다. 경험 없는 이는 아주 사소한 접촉, 별것 아닌 분위기, 흔한 말 한마디에도 제 것 세워내고 만다. 정갈히 차려입은 교복 아래, 핏줄 불거질 정도로 커진 것이 드로즈 아래 어설프게 가려져 있을 것이다. 이어질 행위는 첸 티엔으로서는 알지 못하는 쾌감일 터, 그러므로 더욱이 미미한 기대 숨겨내지 못한다.)
이안 브란트:착하네…. (고개를 묻은 채 체향을 들이마시듯 숨을 들이킨 뒤에야 교복 바지와 드로즈를 한 번에 끌어내렸다. 다만 완전히 벗겨내지 않고 무릎 부근에 걸쳐지게 내버려둔 채 제 입술 가져다 대는 모습에서, 이쪽도 못지않게 성급함을 알 수 있었다. 벌써부터 진득하게 늘어지는 투명한 액을, 붉은 혀를 내어 핥는다. 당신은 반응을 살핀 뒤, 아래에서 위로 기둥을 핥아내고는 망설임 없이 당신의 것을 제 입에 담는다.)
(당신이 밀어낼 새도 없이 볼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물건을 빨아들인다. 츄읍, 으응…, 타액에 젖고, 거품이 이는 소리, 동시에 얕은 신음소리까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얇은 회보라색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옆머리를 고정시킨 핀마저 흔들려 찰각거리는 소리를 자아냈다.) ㅡ기분, 좋아? (문득 성기의 끝만 입에 문 채 당신을 올려다본다. 발음 형편 없이 뭉개진졌겠지만, 그럼에도 눈매 휘어 웃었다.)
첸 티엔:(감히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질척한 소리 들릴 적마다 발가락이 곱아든다. 허리를 바짝 세우다가도 등을 굽힌다. 어깨를 움츠리다가도 젖힌다. 귀두에 숨결 닿을 적에는 힉, 소리를 내며 몸을 바르르 떨기도 했다. 또다시 손이 허공을 배회한다. 당신을 붙잡을 수는 없었으므로 애꿎은 시트만을 구겨 낸다.) 읏, 조… 금만, 더, 깊게…. (붉은 눈은 흐려질 대로 흐려져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다. 본능 좇아 허리를 치댄다. 잔뜩 발기한 것이 혀며, 여린 입천장을 짓뭉개듯 누르며 드밀어졌다.)
이안 브란트:우, 읍…. (서투른 허릿짓으로 귀두 끝이 목젖을 짓눌러 숨이 가빠질 즈음, 허벅지를 짚으며 고개를 뒤로 물렸다. 입술과 성기 사이로 타액이 얇은 실처럼 이어졌다가 툭 떨어진다. 콜록, 흐으…, 기침과 함께 거친 숨이 터져 나오고, 눈가가 잔득 붉어진 채 올려다 본다. 당신이 그러하였듯 그는 마치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는… 건방진 건 별로 안 좋아해. (허벅지 위에 손을 얹는다. 가만히 있어야지, 내가 허락할 때까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한참 시선을 마주한 뒤에야 숨 가라앉는다. 다시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성기를 쳐다보았으나, 이전처럼 과하게 삼켜내지는 않았다. 도드라진 핏줄을 손끝으로 긁어눌렀다가, 뿌리 부분을 둥글게 말아쥐더니 느긋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혼자 할 때는, 이렇게 해? (부러 짓궂은 말을 내뱉으며 당신의 반응을 살폈다.)
첸 티엔:죄, 송…. 해요. 너무, 좋, 아서…. (순순히 용서를 구한다. 당신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 것마냥 그리했다. 감상 숨기지 않고 뱉는 것도 아랫사람의 태도와 다름이 없다. 피가 몰린 탓에 얼굴이 붉고, 눈가는 더더욱 붉다. 열띤 숨을 색색 내쉬며 당신의 손길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다. 꼭 허락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리고 보상처럼 온기가 닿아오면, 또다시 몸을 움칠거렸다. 우, 읏…. 삼켜내지 못한 신음이 잇새를 타고 흘러나온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짓궂은 말에도 볼 붉혀내거나 눈물 보이지 않았다는 것. 당신의 질문에 답 내어놓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홀린 듯 대답한다.) 아, 니요…. 자, 잘, 안 해서. (진득한 액이 수치도 모른 채 계속 흘러나온다. 첸 티엔 또한 수치를 잊은 사람마냥 덧붙였다.) 브, 브란트 씨는…. 어, 떻게 하시는데요…? 저, 저도,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이제, 말 잘 들어야 해? (홀린 듯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 떨림과 함께 조심스레 내놓는 대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즐긴다. 어김없이 미소 지었다.) 그으렇구나. 그래서 만지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질질 싸는 거야? (붉게 물든 귀두 끝을 손 끝으로 튕기듯 건드린다. 이어 몇 번이나 손목을 움직여 진득하니 흘러나온 액체가 손에 잔득 묻어날 즈음, 다른 손으로는 제 바지 버클을 풀어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 하의를 모두 끌어내린다. 제 손을 핥아 적시고, 팔을 뒤로 하여 제 뒤를 느긋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무릎 꿇고 있으니 당신의 시야에서는 아래를 쑤시는 모습 제대로 보일 리 없으나, 움찔대거나 혹 들썩대는 몸짓이 시야에 담겼을 것이며, 또한 그가 흘리는 나직한 신음소리만은 명료하게 들렸을 테다.) 으응, 이렇, 게…. 할, 수 있겠어?
첸 티엔:(한껏 볼을 붉힌다. 당신 말마따나 질질 흘려대고 있었으니, 꼭 자신이 변태가 된 것만 같아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노라면 이어지는 행동에는 넋을 놓을 수밖에 없다. 첸 티엔은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기에 숨소리마저 줄여내곤 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거친 호흡 숨기지 못했다. 가슴팍이 크게 오르내린다. 뻐근해져 오는 아랫배나, 차오르는 흥분을 어쩔 줄 몰랐던 탓이다. 붉은 눈동자가 오롯이 당신만을 담았다.) 허, 락만…. 해, 주신다면….
이안 브란트:(하의를 모두 벗어 바닥에 대강 던져놓고는, 당신의 무릎 위에 앉는다. 허벅지의 맨살끼리 닿는데, 열이 올랐음에도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살결을 보아 평소 체온이 높지 않은 모양. 그 상태로 당신의 손을 끌어다 제 뒤로 끌어놓으니, 이는 명명백백한 허락이다.) 아프지 않게, 해 줘. 아프게 하면 내가 너한테…. (이하생략.) (픽 웃으며 뺨 위로 입을 맞춘다. 당신의 것을 매만지는 손길 또한 여전하였다.)
첸 티엔:(허락이 떨어졌으니 망설일 것도 없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허리를 붙든다. 경험이 없고, 수줍음이 많다 뿐이지 성에 무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대로 좆이든 손가락이든 처박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허리 감싼 팔의 반대편, 빈손은 앞으로 향한다. 당신의 것을 쥐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받았던 행위 흉내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뿌리 끝까지 말아쥐고, 서툴게 흔든다. 악기를 다루는 손은 마냥 곱지 않으므로 손마디 여기저기 박인 굳은살이나, 탄탄한 손바닥이 기둥을 문질러댔을 것이다.) 저, 적셔야…. 할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스태그필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곱게 자란 도련님들이 다니는 학교 아닌가? 이안 브란트 또한 손등 방향에는 상처든 흉이든 나있었을지 몰라도 손바닥 안쪽은 마냥 보드랍기만 하였을 테다. 거칠은 손바닥이 열 오른 성기에 닿자 그는 움찔, 놀라 허리를 뒤로 휘었다. 저절로 신음 새어나온다.) 하, 으읏…. (선단에 묽은 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머지않아 흘러내렸고, 당신의 손길을 따라 적셔진다. 매달리듯 어깨를 붙든 손이 가늘게 떨려왔다.)
(소리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맞춘다. 이미 일 제대로 벌어진 지 오래니, 입맞춤 또한 대담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빨아 당기거나 핥아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입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고, 고개 비스듬히 틀어 더욱 깊이 탐하였다.)
첸 티엔:(입술 맞닿아 옴에도 흠칫 떨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 낸다. 서툴지만 혀 얽어내기도 했다. 기둥 쥐고 흔드는 손이 급해진다. 손바닥 최대한 마찰시켜 위아래로 움직이고, 거친 손마디로 선단을 훑는다. 끈적이는 것이 온 곳에 문질러졌다. 위며, 아래며, 전부 질척이는 소리가 난다. 첸 티엔은 소리에 민감한 이였으므로 흥분은 배가 되어 그를 파묻었을 것이다. 살눈 같던 이는 당신의 온기 하나에 속절없이 녹아버리고 만다.)
치, 침대에…. 누워, 주시면…. 안 될까요? (넣고 싶어. 사정 부추길 때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의 액이 아니더라도 아래를 적실 방법은 얼마든 있지 않나. 본능이 무지를 덮는다.)
이안 브란트:(혀의 서툰 움직임에도 싫지 않은 듯 막힌 신음소리만이 줄줄 새어나왔다.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조그맣게 속삭였다.) 기, 분 좋아…. (그는 가벼이 당신의 넥타이를 아래로 당겨 내리고 셔츠 맨 윗 단추만을 툭, 풀어주었는데, 이는 섹슈얼한 의도보다는 당신을 편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벗지 않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물론 이런 생각도 있었고.)
(이어지는 목소리에는 거절도, 질문도, 또 요구도 않고 내려가 침대에 몸을 누였다. 당신이 무얼 원하며,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려는 심산. 분명 침대까지 당신을 끌고 온 것은 본인인데, 눕고 나서야 제가 누운 곳이 당신의 침대임을 깨달았다. 위에 덮인 것은 당신이 가져온 침구일 테니, 온통 한 사람의 향이 났다.)
첸 티엔:(썩 자연스럽게도 당신의 다리를 벌리며 그 사이로 자리를 잡는다. 서툶에도 망설임 없는 것을 보면 이어질 행위를 머릿속으로 그려 본 것이 분명했다. 시, 실례할게요. 덧붙이는 말과 함께 당신의 양 허벅지를 붙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밀어 올렸다. 다리 벌려진 채 들어 올려졌으니 바짝 선 성기며, 다물린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그 위로 욕정 어린 시선이 진득이 따라붙는다. 자신이 어떤 눈을 하고, 감히 당신을 탐미하고 있는지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눈치였다. 별다른 망설임 없이 구멍 앞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숨결이 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름 위를 핥아 보다, 이윽고 혀를 밀어 넣는다. 축축한 것이 내벽을 갈랐다.)
이안 브란트:이런 건 가르친 적 없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어조는 아니었다. 서툴던 입맞춤이나 당신의 반응을 보아 제가 당신의 처음인 것은 확실하였으니. 신기함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중얼대는 걸 보아 당신을 제법 낮잡아 본 듯.)
(당신의 손길 닿는 대로 다리를 벌리는 이는 별달리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하나 짙게 묻어나는 욕망을 제 눈으로 마주하였을 때는, 잠깐이지만 호흡을 멈추었다. 정지된 호흡은 더운 살덩이가 예민한 부분에 닿았을 즈음, 하윽, 낮은 탄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양손으로 제 입을 가려 더 이상은 소리가 크게 나올 리 없었다. 간헐적으로 새어나오는 신음, 민감한 내벽이 움찔거리고, 허리는 휘다 못하여 뒤틀린다. 앞으로 가하는 자극 없었음에도 부풀어오른 성기에서는 물처럼 줄줄 프리컴이 흘러내렸다. 가해지는 자극에 잔뜩 달아오르기만 할 뿐, 사정하지 못한 몸이 잘게 떨린다.) 이제 그, 만…, 넣어 줘. 응?
첸 티엔:아, 안 돼요…. 그, 냥 넣으면. 아, 아플 거예요. (이것 또한 당신에게 배운 행위였다. 안을 탐하면서 말 이었던 탓에 발음은 잔뜩 뭉그러졌을 것이다. 집요하게도 안을 핥아 댔다. 코끝이 골에 문질러질 정도로 혀를 꾸욱 밀어 넣고, 뜨겁기까지 한 안을 샅샅이 문지르고…. 구멍에서 혀를 빼내면, 숨을 나누었을 적처럼 가느다란 타액이 늘어진다.)
꼭… 푸, 풀어야 한다고 배, 웠으니까. 조, 조금만 더…. (하아…. 흥분 감추지 못한 채 더운 숨을 내쉬었다. 숙였던 허리를 펴고, 좆 대신 중지를 밀어 넣는다. 충분히 적셔 뒀던 덕에 뻑뻑하지 않다. 그럼에도 연신 당신의 안색을 살핀다. 눈치 보면서도 깊숙한 곳까지 꾹꾹 눌렀다. 타인보다 확연히 기다란 손가락, 연습 게을리하지 않았던 탓에 불거진 손마디가 안을 가르며 자극한다.)
이안 브란트:그, 런 거 안 해도……. (혀가 빠져나간 구멍은 숨 고를 때마다 옴작대길 반복했다. 손가락이 안을 파고들자 힉, 숨을 들이키며 콱 조여든다. 깊은 곳을 찌를 때면 앓이가 새어 나왔고, 복부에서부터 열기가 퍼지는 감각과 함께 몸이 달아 올랐다. 타액으로 적셔둔 탓에, 질꺽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간혹 예민한 부분을 스칠 때는 재촉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삼키듯 물어왔다. 얼마 있지 않아 사정감을 참는 것인지 불규칙적으로 몸이 오르락내리락거렸고, 인상 찌푸린 채 속삭인다. 옷깃 잡아당겨 제 쪽으로 끌어왔다.) 이제, 괜찮으니까, 얼른 넣어….
(문득 그는 생각난 것이 있는지 침대 아래 널브러져 있을 바지를 힐금 쳐다본다. 콘돔… 있는데. 그러나 마음을 고쳐 먹은 양 금세 시선 거두고 당신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흥분감에 들뜬 눈빛이다.)
첸 티엔:(티 나게 머무적거렸다.) 콘돔…. 어, 없이 할 수는….
이안 브란트:그냥 하면 더 기분 좋을 텐데도오…. (느릿느릿 말한다.)
첸 티엔:(수상할 정도로 얼굴이 붉어진다. 콘돔 없이 삽입하는 걸 상상하기라도 한 걸까.) 하, 하지마안….
이안 브란트:나 콘돔 없는데. (잘도 거짓말을 했다.) 너 있어?
첸 티엔:(우웃….) 어, 없어요….
이안 브란트:그럼 여기서 그만할까나아……. (마음에도 없는 말을….)
첸 티엔:소, 손으로만…. 해 드리는 건….
이안 브란트:(상체 일으켜 셔츠 단추 주섬주섬 채워준다.) 자자.
첸 티엔:(우, 울먹.)
이안 브란트:(손 멈춘다.) 그러긴 싫지?
첸 티엔:네, 네에. 죄, 죄송해요…. 제, 제가, 괜히, 흐, 흥분해서. (눈가가 붉다. 이런 상황에서도 행위 관두지 못할 줄은 몰랐다. 정말 변태 같지 않은가.)
그, 그런데…. 그냥, 했다가…. 아, 안에다 해 버리면, 어, 어떡해요?
이안 브란트:(눈매 슬슬 쓸어주었다.) 죄송할 건 없고. 안에 하면 뭐…. 안에 하는 거지. (또 대책 없는 말만 한다. 무얼 걱정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싶다.) 임신할 일은 없으니까 괜찮지 않아? (뭐가?…)
첸 티엔:(그런가? 허술하게도 그 말 한마디에 넘어가 버리고 만다. 묘하게 기대 어린 낯.) 그, 그러엄…. 계, 계속해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뺨에 가볍게 쪽쪽.) 내가 움직일까?
첸 티엔:(배시시 웃는다.) 브, 브란트 씨가…. 워, 원하시는 쪽으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귀엽긴. 몸 완전히 일으켜 짧게 키스했다가, 당신을 뒤로 눕혔다.) 그럼… 괜찮지?
첸 티엔:네, 네에…. (순종적인 대답. 순순히 몸을 뉜다. 몸이 달아 있으니 아래는 여전히 발기한 채였다.)
이안 브란트:착하네. (상체 간지럽히듯 가슴팍을 손 끝으로 훑었다가, 발기한 것을 힘주어 쥐고는 쿠퍼액이 흘러나올 때까지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어 액이 질금 새어 적셔질 즈음, 귀두 부분을 제 구멍에 맞추어 천천히 내려앉는다. 이질적인 것이 닿자 입구가 긴장한 듯 수축했다.) 흐으, 아…! (단단한 좆이 내부를 천천히 헤집으면, 부드럽게 풀린 내벽이 한껏 기둥에 들러붙어온다. 그는 몸을 가르는 듯한 감각에 눈매 일그렸으나 실은 빠듯하게 채워지는 것이 기껍기만 하여, 몸 벌벌 떨면서도 끝까지 밀어넣었다.)
첸 티엔:(기어이 뿌리 끝까지 밀어 넣어지면, 참았던 숨을 내쉰다. 뜨거운 내부가 제 좆을 물어오는 감각이 생경하면서도 만족스럽다. 문득 첸 티엔은 생각하고야 만다. 이 감각을 모르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끝끝내 황홀 어린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정말 홀린 것만 같았다.) 브, 란트 씨…. 너, 너무 좋아요. (달뜬 말들을 숨김없이 뱉는다. 부, 붙잡아도 될까요? 물으면서도 슬그머니 당신의 허리에 손을 둔다.)
이안 브란트:응, 거기 잡, 아, 괜찮으니까…. (제 안을 압박하는 부피감이 익숙해지면 겨우 숨을 토했다. 정신 차린 뒤 제 시야에 비치는 것은 황홀경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하는 당신, 오롯이 이안 브란트만을 올려다 보는 첸 티엔, 제 꼬임에 넘어간 한 마리의 순진한 어린양이나 다름 없는….)
(눈매가 희미하게 휘었다. 제 의지와는 관계 없이 깊숙이 박힌 내벽이 아릿하게 느껴지면,) 깊어…. (조그맣게 중얼대며, 다리에 힘을 주어 허리를 조금 들었다. 반쯤 빠졌던 성기가, 추락하듯 내려앉는 몸짓에 다시금 안을 파고든다. 그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 제 셔츠가 힘없이 나풀거리며 몸을 스치는 것이 거슬린 탓, 셔츠를 입에 문 채 허릿짓을 이어갔다.)
첸 티엔:읏…. (소리 참아내지 못하고 흘린다. 타인에 의해 제 것을 깊숙이 처박을 때마다 몸을 움칠거리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당신을 붙든 손에 힘을 준다. 당신이 내려앉을 무렵, 허리 붙든 손 그대로 아래로 꾸욱 내리누른다. 배우는 것이 빠른 이였다. 어느 곳을 자극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제 손가락을 물어댔는지 잊었을 리 없으므로, 부러 예민한 부분 짓뭉개도록 문질렀다.) 더, 더어….
이안 브란트:(느긋하던 몸짓이 조급해지기 시작할 즈음,) 하, 윽, 잠깐…. (아래로 누르는 손길에 다급한 숨을 삼키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 입에 문 셔츠가 구깃해진 채 툭, 몸에 닿았고, 허벅지는 경련하듯 떨렸다. 허리를 세워 좆을 제 안 깊이 박아넣었다, 빼길 반복하다 말고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당신을 껴안는다. 질질 새어 나온 물이 셔츠에 닿아 엉망이 되는 걸 알면서도, 그 상태로 얕게 허리를 들썩이며, 귓가에 밭은소리를 낸다. 당신이 제게 욕정할 때마다, 몸이 눅진해질 정도로 박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첸 티엔:(안은 녹진하며, 붙어오는 몸은 뜨겁고, 귓가에 내려앉는 신음은 유혹적이다. 더는 본능 내리누를 수 없었다. 흐린 눈으로 당신 담아내고, 거친 숨결 내뱉더니, 허리 쥔 손 아래로 내려 골반을 붙잡는다. 동시에 쳐올렸다. 누운 채로 추삽질 해대는 꼴이 지체 높은 집안 도련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하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살과 살이 부딪힐 적마다 퍽, 퍽, 소리가 났다. 분명 허리며 골반이며 시뻘건 손자국이 남을 테지.) 브, 란트 씨이…. (잔뜩 잠긴 목소리. 열감에 들떠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윽, 가, 갈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힉, 아, 안 대앳, (벌어진 다리 새를 들쑤시는 감각이, 별안간 강렬해진다.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몸 전체가 흔들렸다. 배 안 쪽이 퍽, 저릿할 정도로 쳐올려질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 들며, 반사적으로 제 안에 들어찬 성기를 꽉 조였다. 우위를 점한 양 오만하게 굴던 이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애원의 어조가 이어진다. ) 아, 안에 싸, 줘…, 잔뜩……, 아, 흐윽……! (결국 허리를 바르륵 떨며 절정했다. 맞닿은 셔츠 부근이 묽은 액으로 축축해지더니, 뚝, 뚝 침대 위로 흘러내린다.)
첸 티엔:(무어라 대꾸하지도 못한 채 허리 짓쳐 올리기만 했다. 내벽이 경련하듯 떨리는 순간, 더 밀어 넣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곳까지 욱여넣으며 파정했다. 한 차례 사정했음에도 힘 빠지지 않고 어설프게 서 있는 것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싸지른 씨가 빠져나올 수 없게끔 좆으로 입구를 막아둔 꼴이 된 셈. 밀어낼 생각도, 밀려날 생각도 않은 채 쾌감에 젖어 흐리멍덩한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하아…. 입, 마, 맞춰주시면. 아,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팽창한 성기가 정액을 울컥, 쏟아내면 내벽이 짓눌리는 것만 같아 화들짝 몸을 움츠렸다. 사그라들지 않은 성기, 들어서면 안 되는 곳까지 삼킨 씨물 탓에, 사정 이후에도 들어찬 아래가 징징 울리는 듯하여 얕게 앓는 신음을 내었다.)
(쌓아둔 욕정을 제 안에 배출해내고도, 미련하게 애정 어린 행위를 바라는 모습이 퍽 기꺼웠다.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짓더니만, 쪽, 소리나게 버드키스를 했다.) 기분, 좋았어?
첸 티엔:(수줍음 탓인지, 남아 있는 열감 탓인지 얼굴이 붉다. 그 상태로 헤헤 웃음 지었으니 틀림없이 바보 같은 낯이 되었을 게 뻔하다. 본인은 제 표정 알 턱이 없으니 흐물거리는 입꼬리 가다듬지도 못한 채 배시시 미소 짓기만 했다.) 네에... 브, 브란트 씨는…. (다만 이어질 물음에는 썩 부끄러운 티를 낸다. 얼굴 발개진 채 흘긋, 흘긋, 시선 옮겨대며 눈치를 보더니, 겨우 묻는다.) 괘, 괜찮, 으셨나요?
이안 브란트:바보…. (순수한 낯을 찬찬히 살피더니, 눈가, 코끝, 뺨, 다시 입술 순으로 입 맞췄다. 흥분에 상기되었던 볼이 금방 가라앉는다.) 나도 좋았어. 그런데…. (뜸.) 가르쳐 준 적도 없는 걸 잘만 하더라. 내가 처음 아니지? (처음인 걸 빤히 알지만 놀려먹을 속셈이다.)
첸 티엔:(바보 소릴 들으면 금세 울상짓는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면 올망거리기까지 한다.) 그, 그럴 리가요…. 브, 브란트 씨가, 처음, 이었는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눈물이 고인다. 하얀 속눈썹이 느리게 깜빡였다.) 브, 란트 씨는…. 처, 처음, 아, 니신 거죠.
이안 브란트:농담이야. 울지 말구. (눈가에 쪽, 입 맞춘다. 한 치의 생각도 없이 눈 깜박댄다.) 그럼 안 돼?
첸 티엔:(우물거린다. 한참을 입속말을 해대다, 겨우 답한다.) 그, 럼…. 채, 책임…. 안 져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나 좋아해? (대답 않고 본인 물음부터.)
첸 티엔:(기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애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을 운운하기는 어렵지 않나. 사람 대 사람의 호감을 물은 것이라면 흔쾌히도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란 것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선뜻 답 내어놓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보기만 한다. 다만 첸 티엔에게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관계가 전제되는 것이었기에,) …조, 좋아하게…. 될 거예요. 분명….
이안 브란트:그렇구나아. (솔직히, 허둥지둥거리며 제가 감히 어떻게…. 라는 답을 내놓을 줄 알았다. 의외의 대답에 이안 브란트는 평이한 어조로 반응했다. 한참 말이 없다가, 또 한 번의 물음.) 내가 너 좋아해도 되는 거지?
첸 티엔:(이번에는 당신이 직전 예상했던 대로 허둥대기 시작한다. 시선이 바쁘게 오가고, 수없이 눈을 깜박이고,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저, 저를… 요. (자신 없는 목소리. 제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
이안 브란트:안 돼? (뚱…하다.) 나 내 침대로 돌아갈래.
첸 티엔:(눈 동그랗게 뜬다. 눈매가 아래로 처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무래도 당신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 조심스럽게 삽입한 것 빼낸다.) 씨, 씻는 거…. 도, 도와드릴게요.
이안 브란트:(입술 삐죽거리다가… 빼낸 것 그대로 다시 꾹 밀어넣었다.) 지금 씻으면 사감이 쫓아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이러고 잔 다음에 내일 아침에 씻을까? (정말 대책이라는 게 없다.)
첸 티엔:윽, 브, 브란트 씨이. (그마저도 자극이 되었는지 눈가를 샐그러트린다. 몇 차례 숨 고른 뒤에야 말 잇는다.) 그건, 아, 안 돼요…. 부, 불편하실 거예요. 아, 아프기라도 하면….
이안 브란트:(숨 고르는 당신의 얼굴 위로 도장찍듯 꾹꾹 입을 맞추었을 것이다. 걱정 가득한 말들 모두 무시하고,) 한 번 더 할까? (또 대책없는 말이나….)
첸 티엔:(얼굴 시뻘게진 채 어떤 답도 내어놓지 못했다.)
이안 브란트:싫다곤 안 하네…. (제 아래에 들어찬 것을 삼키듯 조인다. 움찔대는가 싶더니, 이어 태평하게 말한다.) 씻으러 갈까?
첸 티엔:(욱여넣은 좆이 재차 크기를 키운다. 당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아래를 세워대는 걸 보면 뒤늦게 배운 쾌락에 단단히 빠졌다 싶다. 그러나 제 흥분보다도 우선되는 것이 당신의 말이라.) 네, 네에…. (순순히 상체를 일으킨다. 도, 도와드릴게요. 덧붙이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느껴지는 부피감에 숨 짧게 들이켰다. 심정 같아서는 이대로 다시 입을 맞추고, 제 아랫배에 욕정이 한가득 채워질 때까지 허리를 움직이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눈가 붉히면서도 아래를 세우고, 제게 하염없이 매달리겠지만……. 벽에 걸린 시계를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으응…, 오늘은 재워줄게. (천천히 길들이는 게 좋지 않나, ―첫 날부터 일 저지른 사람이 생각할 것은 아니긴 하다만― 생각하며 저 또한 몸 일으켰다. 성기를 빼내자 안에 싸지른 희멀건 것이 주르륵, 새어나온다.)
첸 티엔:(당신이 몸 일으키는 것마저 과하게 느끼었는데, 하물며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정액 보며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수상할 정도로 달아오른 얼굴. 파드득 놀라 허리를 세우더니 어설프게 걸치고 있던 재킷의 주머니를 더듬거린다. 꺼낸 것은 장식 없는 흰 손수건이었다. 그대로 새어나온 것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눈은 질끈 감은 채였다.) 죄, 죄, 죄송해요…. 아, 안에다, 해서….
이안 브란트:(죄송하다는 말은 또 들은 체도 안 했다. 허벅지 안쪽으로 닿는 손수건의 감촉, 또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당신의 손길이 썩 나쁘지 않아 가만 웃었다. 그동안 그는 두 사람 분의 셔츠 단추를 능숙하게 뚝뚝 풀어내리더니, 얼추 당신의 행동이 멈추었을 즈음 손수건을 휙 낚아채듯 받아간다.)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첸 티엔:(무시당하는 것은 익숙했으므로 유감을 가질 일도 없다. 뒤바뀌는 화제에도 그저 눈 깜빡이며 수긍하기만 한다.) 앗…. 네, 네에. 혹시 모르니까요. 이, 이상한가요…?
이안 브란트:아니이, 좋아서. (배실 웃으며 손수건의 멀끔한 부분을 쥐었다 놓는다. 이어 당신의 셔츠를 확 젖혀 끌어내렸다.) 빨아서 돌려줄게. 셔츠는 여벌 있어? 없으면 내 것 빌려주고.
첸 티엔:(기겁…. 하며 셔츠 자락 붙잡는다. 옷 벗겨지지 않게끔 애를 썼다. 귀 끝이 붉다.) 괘, 괘, 괜찮아요. 호, 혼자 할 수 있어요. 여벌도, 있고요…. 머, 먼저 씻으세요.
이안 브란트:할 거 다 해놓고 왜 부끄러워해? 보이면 안 될 거라도 있어? (힘으로 셔츠 확 젖히며….) 같이 씻어.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이안 브란트:(무참하게 셔츠 뜯은 사람 됨...)
첸 티엔:(무참히 벗겨져 버린 사람….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 그런 건…. 아, 아니지만. 부, 끄럽단 말이에요…. (점점 줄어드는 말소리.)
이안 브란트:왜…? (정말 이해 못하는 눈치.) 우리 방금 섹스했는데.
첸 티엔:(눈 질끈 감는다. 선 채로 죽은 것 같다.)
이안 브란트:(눈 깜박깜박.) 더 박아달라고 애원하고, 좋다고 울며 매달리고, 허리며 허벅지며 붙들어서 내 안에 처박았잖아? 심지어는 안에 쌌으면서…….
첸 티엔:가, 가, 가, 같이, 씨, 씻을게요! (말문 틀어막듯이 내뱉는다. 삑사리는 덤이었다.)
이안 브란트:(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하하… 씻으러 가자. (체액으로 젖고, 구겨진 셔츠를 툭 벗어둔 채 기숙사 방 안의 욕실로 향한다. 씻는 동안엔 의외로 말이 없다. 수줍음이 많은 당신을 배려한 것일까? 혹은…. 졸려, 조그맣게 중얼대며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박기만 하는 걸 보아 그저 노곤해진 탓일지도.)
첸 티엔:(손 모아 따뜻한 물 떠내 당신 어깨에 뿌려주느라 여념이 없다. 몸이 식으면 안 되니까. 사심 없는 단순한 호의.) 드, 들어가서 주무세요. 오, 옷은 제가 빨아둘게요. (제게 기댄 이를 조심스레 흔들어 깨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듯하다가도, 수건 가져와 당신의 어깨며 팔이며 묻어난 물기를 닦아준다.)
이안 브란트:귀엽긴…. 옷 대충 둬, 내일 일어나서 치우면 되니까.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몸에 밴 호의가 마음에 들어, 평소 같으면 어림 없었을 어리광을 부렸다.) 같이 자자. (전혀 존 적 없는 것처럼, 백색 눈이 말끄라미 당신을 쳐다본다.)
첸 티엔:(머뭇….) 그,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면요? 도, 동성 교제는, 아, 안 된다고 했는데. 오, 해 사기라도 하면….
이안 브란트:(못마땅한 기색이 스치기도 했다.) 괜찮을 텐데…. 뭐, 신경 쓰여서 잠 못 잘 정도라면 관두자. (간단히 마음 접는다.)
첸 티엔:(무어라 대꾸하려는 것마냥 우물거리다가도, 이내 어깨 추욱 늘어트리고 만다.) 네, 네에. 먼저….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할 말 있으면 해.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 털어내며 말했다.)
첸 티엔:(흘끔거리며 눈치를 본다.) 조, 졸업…. 하고 나서, 가, 같이…. 잘 수 있을까요?
이안 브란트:(웃음기를 숨기지 못했다.) 졸업하고 나서도, 보고 싶을 것 같아?
첸 티엔:(볼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으나, 누가 보아도 긍정으로 읽힐 법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당신을 바라보는 이 파안하더니, 손끝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훑는다.) 약속해. 마음 바뀌지 않겠다고. 그럼 같이 자게 해 줄게.
첸 티엔:(웃는 얼굴 홀린 듯 바라보았다. 따라 눈매를 휘고,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 달아오른 볼까지 더해지니 사랑에 빠진 소년과 다를 바가 없다. 두 사람 사이 사랑은 없겠으나, 적어도 첸 티엔은 당신을 특별히 여기게 될 테지.) 야, 약속…. 할게요. 맹세해요….
이안 브란트:(그 얼굴을, 사랑스러운 이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대꾸 없이 당신의 이마 위로 입술 찍어누르기만 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무척이나 기꺼운 낯이었다.) 씻고 나와, 먼저 자고 있을게.
첸 티엔:(헤헤 웃으며 욕실로 돌아갔다. 몸 꼼꼼히 씻은 뒤 침대로 향하였으나, 체액으로 얼룩진 침구를 보고서는 울상지으며 당신의 곁으로 향했다.) 브, 란트 씨이…. 재, 재워주세요. (훌쩍.)
이안 브란트:(눈을 뜨면 울상이 된 당신과 마주한다. 아….) 으응, 이리 와….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는 벽 가까이 당겨 누운 뒤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잠긴 목소리.) 누가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첸 티엔:(울먹… 이면서도 침대 위로 올라간다.) 하, 하지마안…. 바, 바닥에서 자본 적은 없단 말이에요. (이래 봬도 도련님.)
이안 브란트:도련님이네, 알았어…. (이불 끌어다 어깨까지 덮어준다.) 별일 없을 거야. (목소리 속삭이다시피 줄어들더니 곧 고른 숨소리만 들린다.)
첸 티엔:(고른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안정을 되찾는다. 당신의 옆에서 잠을 청했다.)
 :어느덧 밤이 깊습니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 할 시간입니다. 방을 옮기며 무거운 짐을 들어서인지, 혹은 계획에도 없던 첫경험 탓인지… 온몸이 아릿합니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잘 덮으면, 방이 캄캄해집니다.
물건의 윤곽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손발도, 옆에 누운 사람도 찾을 수 없는, 한없이 확장되기만 하는 어둠이 공간을 뒤덮습니다.
분명히 학교의 정원에는 가로등도 켜져 있고, 저 밖에는 달도 떠올라 있을 텐데도 당신의 시야에 빛은 한 줌도 들지 않습니다.
이 어둠은 수 억 년을 존재해왔지만 동시에 아주 갓난 것입니다. 아마도 단 하루도 나이를 먹지 않았을 겁니다. 단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데, 단 한 번도 밤을 넘긴 적이 없는데, 어찌 나이를 먹을 수가 있겠어요. 당신의 눈꺼풀 밑에서 내내 숨어 있던 어둠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은…
 :아마도 당신이 잠에 빠졌기 때문일 테죠. 그리고…
첸 티엔: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가 쿵, 쿵, 하는 소리, 비명 소리, 무엇인가 방 안에 들어오는 소리, 오도독 오도독, 부러지는 듯한, 아니 무엇인가를 씹는 듯한 소리.
당신은 얼핏 깨어납니다. 그러더니,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눈을 뜬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의 손처럼 생긴 것을 씹어대는 어떤 괴물의 형상입니다. 이성 판정 1/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74
판정결과:실패
2
 :당신이 막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끔찍한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도무지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손이 당신의 눈꺼풀을 가립니다. 얼음으로 만든 자갈이 쏟아지는 듯 몸이 차갑고, 떨리고, 두렵습니다. 바로 앞에서 낯선 목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자야지?”
이윽고, 그것이 자장가와 비슷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당신은 속절없이 잠에 빠져듭니다. 이런 것을 눈 앞에 두고 자면 안 되는데도… 위험할 게 분명한데도… 졸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몸 안에서 한기가 얇은 천처럼 사라락 퍼져나가는 감촉이 섬칫합니다.
 :숨이 가빠오릅니다. 무거운 것이 목젖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고통에, 헐떡이며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좁은 창문으로 한 줄기 햇살이 투명하게 내리치고 있고, 숲에서는 새 소리가 낭랑합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은 꿈이었을까요? 몸 속은 여전히 얼음을 품은 것처럼 차디찬데,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흔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첸 티엔:(악몽을 꾼 건 간만이었다. 그런 것을 목도하여 섬뜩함을 느낀 것도 간만이었고. 그도 그럴 것이, 첸 티엔은 답지 않게 괴담을 즐기곤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토록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 것은…. 표정이 흐려질 찰나, 무의식중에 옆자리를 더듬는다.)
 :분명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을 텐데, 옆자리는 텅 비어 있습니다.
첸 티엔:(우웃…. 조금은 풀죽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혹시라도…. 쪽지 같은 걸 남겨주시진 않았을까? 내심 기대하며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본다면… 이안은 당신의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새 침구를 꺼낸 것인지, 어제의 이불은 구깃구깃 뭉쳐둔 채 대강 바닥에 던져두었습니다. 언제 자리를 옮긴 걸까요?
그는 여즉 잠에 빠져 있습니다. 숨소리도 없이, 아주 조용히. 어떻게 할까? 시간을 살펴보면, 슬슬 기숙사의 조식 시간입니다.
첸 티엔:(괜히 당신을 귀찮게 한 것만 같아 절로 어깨가 늘어진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와 당신 곁으로 다가서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브, 브란트 씨…. 아, 아침이에요. 이, 일어나셔야 해요.
 :더 잘래…. (고개 돌리더니 베개―첸 티엔의 것―에 얼굴을 묻었다.)
이안 브란트:더 잘래…. (고개 돌리더니 베개―첸 티엔의 것―에 얼굴을 묻었다.)
첸 티엔:(어깨에 손 올리고 흔들어본다.) 아, 아침은 드셔야죠…. 구, 굶으면 건강 나빠져요. (우우.)
이안 브란트:아파서 쉬고 싶어…. (도리도리. 참고로 엄살이다.)
첸 티엔:(우뚝. 삐걱. 삐걱삐걱.) 앗. 어엇. 그. 으음. 네, 네에.
저, 저 혼자 다, 다녀올게요. 푸, 푹 쉬세요.
이안 브란트:(베개에 얼굴 묻은 채 손 하나만 흔들어 배웅하다가,) 굿모닝 키스는? (눈 뜨지도 못 했으면서, 고개 움직이며 묻는다.)
첸 티엔:(후다다닥 멀어진다.) 주,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나는 또 감정 없는 원나잇 상대였던 거지…. (헛소리하며 다시 베개에 고개 푹.)
첸 티엔:(울먹울먹)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훌쩍이며 다가온다.)
이안 브란트:(고개 비스듬히 돌려, 제 한쪽 뺨 톡톡 두드린다.)
첸 티엔:(흑…. 훌쩍…. ㅠㅅㅠ…. 상태로 고개 숙인다. 어찌나 덜덜 떠는지 볼에 입 맞추는 순간에도 떨림이 전해졌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길다란 속눈썹이 떨리더니, 백색 눈이 드러난다. 얇게 휘어 웃는 눈. 손을 뻗어 머리 쓰다듬어주었다.) 이따 봐.
첸 티엔:(얌전히 쓰다듬을 받는다. 그사이 기분이 풀렸는지 볼에는 혈색이 돈다.) 네, 네에….
(평소대로 기숙사를 나설 준비를 했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단화의 앞코를 바닥에 툭툭 대어 뒤꿈치 구겨지지 않게끔 신은 다음에야 밖으로 나섰다.)
이안 브란트:(당신이 밖으로 나갈 즈음엔 몸 일으켜 손 흔들어주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를 뒤로 하고 향한 식당에는 학생들로 바글거립니다. 잠에 빠져 스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도 라틴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암기에 여념 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침을 먹으러 온 당신은 그 학생들 중에 버니스가 없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대신 그의 룸메이트인 게이먼이 받아 온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만 있습니다.
혼탁한 동공은 주변의 풍광을 의미 없이 반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주변 학생들이 그를 스쳐 지나가도 어깨 한 번 움츠리지 않고 돌처럼 굳었습니다. 외부와는 완전히 유리되어 메마르고 척박한 감옥에 영원히 수감된 듯한 모습입니다. 어떻게 할까?
첸 티엔:(주변을 둘러보다, 게이먼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염려 거두지 못하고 다가선다. 쭈뼛거리는 걸음이 이어졌다.) 저, 저기…. 괘, 괜찮으세요?
게이먼: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허공을 바라보고만 있다.)
첸 티엔:(머뭇…. 거리다 슬그머니 어깨를 쥐고 흔들어 본다.) 저, 저기이…?
첸 티엔:
정신분석
기준치:51/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게이먼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미동도 하지 않는 걸요. 당신은 굳어있는 게이먼의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발견합니다.
첸 티엔:(이, 이상해. 주춤거리며 한 발자국 물러서다가도,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슬그머니 가져와 본다.)
첸 티엔:(흠.)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60
판정결과:실패
(브란트 씨 보고 싶다.)
 :아... 게이먼은 종이쪽지를 강하게 쥐고 있습니다. 아마 빼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첸 티엔:(낑낑대며 한 번 더... 시도해볼 수 있나요?)
 :귀여워라... 굴려주세요!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62
판정결과:실패
(발라당.)
게이먼: (옆에서 끙끙대는 당신을 돌아본다. 그러더니 중얼거린다.) 나는 봤어.
첸 티엔:(파들짝! 후다닥 종이쪽지에서 손을 거둔다. 뒷짐을 졌다. 하, 하긴. 이, 이러는 거 못 보셨을 리가….) 뭐, 뭐를요…?
게이먼: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빌어먹을, 아무도 안 깼어. 사감들도 우리를 무시했어, 무시했다고. 무시했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을 빠르게 지껄인다.)
첸 티엔:(움찔…. 겁먹은 눈으로 게이먼을 바라보았다.) 무, 무슨 일, 이셨길래…?
게이먼: 검은 사슴…, 검은 사슴이 다가왔어. 버니스는 죽었어. (실성한 듯 웃는다.)
첸 티엔:거, 검은 사슴…? 버, 니스 씨가 죽었다뇨. 대체, 무슨…. (혼란스러운 낯이다.) 어, 어젯밤까지만 해도…. 대, 대화했는걸요. 11시, 50분… 쯤에요.
첸 티엔:
정신분석
기준치:51/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게이먼: 버니스가 창문 바깥으로 상체를 내민 건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 하하…. 나는 다리만 남은 버니스랑 하룻밤을 샜다고! (새된 웃음이 이어진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하고, 그의 손에 있던 종이쪽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첸 티엔:(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 이해했음에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더 멀어진다. 혼란 어린 낯은 두려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발밑에 떨어진 종이쪽지를 줍는다.)
 :주변의 사람들이 버니스를 말리기 시작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이 웃어댈 뿐입니다. 버니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티엔, 이성판정 0/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83
판정결과:실패
2
 :종이 쪽지는 어디에선가 찢어낸 듯 절단면이 고르지 않습니다. 사감용 학칙 제5항을 공개합니다.
곧장 사감 선생님이 찾아오며, 게이먼은 끌려가듯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게이먼이 부린 소동이 아침 식당을 뒤집어 두었습니다. 벌떼처럼 웅성거리는 소리 중에서, 유독 몇 마디가 당신의 이목을 잡아 챕니다.
첸 티엔: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97
판정결과:실패
학생1: 어제 봤어? 창문 밖에 새까만 것이 휙 지나가더니...
학생2: ……버니스는 왜 ……를 착용하지 않은 거
 :야?
학생1: 그래도 열두시를 넘었으니까 소용은 없었을걸.
 :신경 쓰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통에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감 선생님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신과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 학생들이 많아 사감 선생님에게 말을 붙이기는 힘듭니다.
사감 선생님: 게이먼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인도 하에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니 모쪼록 학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소문은 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게이먼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립시다. 모두 학업에 열중하여 스태그필드의 명예를 드높입시다.
 :학업 스트레스요?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을 믿겠나요?
그러나, 기묘한 위화감이 당신을 엄습합니다.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갑고 선뜩한 것이 뱀처럼 등골을 타고 기어오릅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탁한 동공에는 자아랄 만한 총기
따위 없습니다.
첸 티엔: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91
판정결과:실패
 :그리고, 어느새 당신마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5/22/9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 순간,
이안 브란트:정신 차려. (어깨를 툭 건드린다.)
첸 티엔:(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브, 브란트 씨이…. (이어 울상짓는다. 안도에 의한 눈물.)
이안 브란트:(얼굴에 스친,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당신이라면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나 당신을 보는 낯은 어제와 다름없다.) 울지 말고.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평소와는 다르게 모범적인 교복 차림입니다. 여전히 넥타이에 백합 교표는 달지 않았지만요.
이안 브란트:저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넥타이핀은 빼두고 다니는 게 좋을 거야. (어젯밤처럼, 당신의 넥타이핀을 고집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첸 티엔:(눈물 찔끔 삼켜 내고, 젖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무, 무슨…. 뭐, 뭔가 아시는 거예요? (그러나 다시금 훌쩍인다.) 버, 버니스 씨가…. 주, 죽었다는데. 거, 거짓말, 이겠죠…?
이안 브란트: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싶으면, 빼놓는 게 좋아.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어깨에 내려앉은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준다.) 신경쓰여?
첸 티엔:(고개 끄덕인다. 손등으로 눈물 훔쳐내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정확히, 어떤 것이? (구태여 질문한다.)
첸 티엔:정말, 주, 죽었을까요? 게, 이먼 씨는…. 왜, 저렇게 벼, 변하셨는지. 다른 학우분들도…. 왜, 이렇게…. (울먹임 탓에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안 브란트:다들 죽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부정하기 어렵겠지. (게이먼이 있었던 자리를 눈으로 훑더니) 사람은 충격적인 것을 보면 미치기도 하잖아.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너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너무 많은 걸 알려고 들지는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울지 마. 곧 수업 시간이야. (주변을 살피더니, 젖은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첸 티엔:(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다. 어젯밤 당신이 창밖으로 던졌던 그 은 무엇인지, 넥타이핀의 용도는 무엇인지, 버니스가 착용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검은 사슴이란 무엇인지, 또, 당신은 대체 왜 이 모든 걸 아는 이마냥 구는지…. 그러나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의문은 오직 하나였다.) 브, 란트 씨는…. 괜, 찮은 거예요? 아, 안전하신 거, 맞죠.
이안 브란트:나? 나는… 괜찮아. (말갛게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수업에 빠지면 분명히 벌점을 받을 게 분명한 데다가 이 학교의 양호 선생님은 꾀병 같은 건 절대 용납해주지 않는 성미입니다.
이 일에 대해 알아보려면 적어도 수업이 끝난 이후가 좋겠네요. 두 사람은 수업을 들으러 향합니다.
정신없이 사흘을 흘려 보내고, 마침내 오늘 저녁에서야 지금까지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버니스와 게이먼에게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려면……. 역시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기숙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숙사 단면도가 공개됩니다.
사흘 동안 당신은 이안 브란트와 같은 방을 쓰며 지냈겠지요. 그와의 사이는 어떤가요? 여전히 괜찮은가요?
첸 티엔:(첸 티엔은 착실히 이안 브란트에게 길들여져 갔다. 이러쿵저러쿵. 각종 검열 행위를 거친 뒤 남은 생각은 별것 없었다. 이, 이렇게까지 했으면…. 가, 같이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안 브란트:(그러고 보니 어젠 악몽을 꿨어? 자면서 식은 땀을 흘리던데….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슬그머니 오늘도 같이 자지 않겠느냐 물었었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걱정하는 듯한 낯 금세 웃음으로 뒤바뀌었을 것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을 쳤을 것이 뻔하다. 한두 번이 어렵지, 다음날부터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제 침대 안으로 들이밀며 그 ‘교육’인지 ‘조교’인지에 모를 것을 두 사람의 생활 루틴에 집어넣었다.)
 :기숙사부터 돌아봐야 할 이유는 사실 게이먼과 버니스 뿐만이 아닙니다. 분명히 공사 중이라는 4층에서, 밤마다 쿵, 쿵, 하고 돌로 바닥을 짓찧는 소리가 났거든요. 당신의 심장이 뛰는 것과 꼭 같은 박자로…….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은 201호입니다. 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의 기숙사 방은 바로 위층인 301호입니다. 원한다면 다른 친구들의 기숙사 호실을 방문해도 좋습니다.
기숙사 입구 바로 옆에는 사감실이 설치되어 있고, 두 대의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통행합니다. 기숙사는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있으며 옥상은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지하 1층과 2층은 기숙사 비품을 모아두는 창고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지상층만 통행합니다.
첸 티엔, 언제나 학칙을 상기하세요.
밖으로 나서기 전, 교복은 제대로 착용했나요?
첸 티엔:(넥타이핀이 조금 느슨하게 끼워졌단 것 빼고는 흠 잡을 곳 없는 착장일 것이다.)
 :좋습니다. 언제든 탐사를 중단하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학칙을 지키기만 하면요. 이제 어디로 갈까?
첸 티엔:(지금이 몇 시지? 우선은 시계부터 확인한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학칙에 적힌 7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 원한다면 모두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이안과 함께인가?)
 :혼자입니다! 이안은… 흠. 뭘 하고 있을까요? 오늘도 기숙사 방에 없네요.
첸 티엔:(이럴수가... 자신감이 하락했다. 어깨 움츠린 채 1층으로 내려갔다. 사감실 기웃기웃.)
 :사감실입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사감실 내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다가 문 단속을 깜빡하고 간 모양으로, 문은 밀기만 하면 열립니다.
들어갈까요?
첸 티엔:(주춤거리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야 만다. 그랬더니... 사감실 문에 부딪히고, 문이 열리지 뭔가? 그럼 어쩔 수 없다. 들어가야지.)
 :아... 티엔은 실수로 사감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감실의 한쪽 벽면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 우편물을 보관하는 선반이 자리합니다.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는 등 볼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작은 책상이 벽면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사감들이 쓰는 사무용 책상이 그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엿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 칸막이가 높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첸 티엔:(우웃…. 욱신거리는 무릎 문지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무용 책상 근처로 다가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기숙사 학생 명부와 학생 관리 지침열쇠 뭉치 등이 있습니다.
첸 티엔:(열쇠 뭉치에 슬그머니 손을 댄다...)
 :열쇠 뭉치는 각 기숙사 호실의 예비용 열쇠와 마스터 열쇠가 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쉽게도 옥상 열쇠, 지상 4층, 지하 3층의 출입구 열쇠는 없네요.
첸 티엔:으, 으음. (마스터 열쇠... 훔친다.)
 :무사히? 열쇠를 훔쳤습니다.
첸 티엔:(헤헤...)
(이어서 기숙사 학생 명부를 흘끔흘끔 훔쳐본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가장 최근의 기숙사 학생 명부를 발견합니다. 201호에는 게이먼의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그 밑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화이트로 지워져서 알아보기 힘듭니다. 301호에는 이안 브란트와 첸 티엔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반면, 3개월 전의 학생 명부를 살펴보면, 301호에는 이안 브란트의 이름이 제대로 적혀 있는데, 룸메이트의 이름은 또 화이트로 지워졌습니다.
첸 티엔:(누가 안 좋은 일을 당하기라도 한 걸까? 표정이 어두워진다. 명부에서 시선을 떼고 학생 관리 지침을 훑는다.)
 :학생 관리 지침은 사용한 지 오래된 듯 일부가 찢겨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조항은 두 개 뿐입니다.
사감용 학칙 제 1,2항을 공개합니다.
첸 티엔:(넥타이핀…. 하나를 더 구해볼까? 브란트 씨가 체벌받기라도 하면…. 따위의 생각을 하며 사감실을 벗어나 201호로 향했다.)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입니다.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문고리를 열면 쉽게 돌아갑니다. 어떻게 할까?
첸 티엔:(쿠당탕! 또다시 넘어지고야 만다. 문고리를 쥔 채 넘?어졌으므로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문고리는 당겨지고 문은 열렸을 것이다.)
 :오늘따라 기숙사 바닥이 미끄럽네요. 청소를 제대로 해두지 않은 걸까요? 하하... 실수로 201호 안으로 들어갑니다.
내부는 평범한 2인용 기숙사입니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으며, 내부에는 침대와 옷장이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사람 하나가 몸을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창문이 있습니다. 창문 윗부분 벽에는 다른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백합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첸 티엔:죄, 죄송해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중얼거리며 화장실 문을 열어 본다.)
 :301호와 동일한 구조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이안과 같이 씻었던가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칫솔도 하나, 샤워 타올도 하나 뿐입니다.
첸 티엔:(갸우뚱…. 이상 눈치채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간다. 옷장을 열어보았다.)
 :왼쪽 옷장에 든 옷들은 모두 게이먼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름이 쓰여 있고, 평소 그가 입던 옷들이 놓여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 옷장은 옷 한 벌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첸 티엔:(침대는...? 흘끔 본다.)
 :이불이 구겨져 있고 잠옷이 널려져 있는 왼쪽 침대에 비해, 오른쪽 침대는 생활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침대도 커버가 깔리지 않은 매트리스 그대로입니다.
당신의 뇌리에 아주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찾아 듭니다. 정말 그럴 리는 없지만, 꼭……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니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지 않나요?
죽은 이의 유품을 정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다가, 지난 사흘 간 이 학교를 방문한 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버니스의 부모님마저 찾아오지 않았어요. 자식이 사라졌는데.
첸 티엔:(위화감에 휩싸인다. 그러고 보니, 명단에서도…. 주춤거리며 창문으로 다가선다.)
 :창틀에는 가 말라 붙어 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핏자국을 눈으로 쫓으면, 창틀을 툭 건드리고 있는 나뭇가지 위의 을 발견합니다. 손을 내밀면 닿을 위치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첸 티엔:(맥베스…. 중얼거리며 손을 뻗는다.)
 :누런 장정의 표지는 종이나 양의 가죽이 아닌 처음 보는 재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상하게 누린내가 나서 역겹습니다.
「맥베스」입니다.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첸 티엔:무, 무슨 냄새지…. (손바닥에 닿아오는 촉감이 낯설다. 손 움츠리며 표지를 훑었다. 제목은 맥베스가 맞나?)
 :흠. 표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적절한 판정을 굴려?주세요?
책의 제목은 틀림없이 맥베스입니다.
첸 티엔:으 으음.
오컬트
기준치:5/2/1
굴림:80
판정결과:실패
(추욱.)
 :다른 거?
다시?
첸 티엔:음...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헤헤.)
 :책이 인피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5/22/9
굴림:51
판정결과:실패
이, 이게 무슨…! (기겁하며 책을 떨어트린다. 덜덜 떨리는 손 부여잡은 채 심호흡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져, 불안은 가중되기만 한다.)
(떨어진 책으로부터 비죽 튀어나온 책갈피에 시선을 두었다.)
 :책갈피 자체를 살피면 책갈피가 아니라 웬 종이 조각임을 알아차립니다. 사감용 학칙 제3장을 공개합니다.
떨어진 책이 펼쳐집니다. 맥배스의 4막 1장이군요.
첸 티엔:(종이들을 훔치고, 도망치듯 방에서 뛰쳐나온다. 그러던 중... 쿠당탕! 지겹지도 않게 넘어지고 만다. 손이 스친 곳은 다른 친구들의 기숙사 호실이었다. 첸 티엔에게는 친구가 없겠지만, 아무튼. 불특정 호실의 문을 노크한 셈이다.)
 :201호를 벗어나던 찰나…, 갑자기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듯 합니다. 넘어진 것과 관계 없이요!
첸 티엔: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어라, 당신의 방은 301호가 아니었던가요? 왜 201호에 왔더라? 아무래도 엘리베이터에서 층을 헷갈려 잘못 내린 모양입니다. 남의 방에 들어오다니… 게이먼에게 사과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게이먼은 혼자 방을 쓰게 된 모양이네요. 좋은 일이지요. 그러고보니 당신도 새 룸메이트로 이안 브란트가 배정되기 전엔 룸메이트 없이 혼자 방을 썼었지요. 룸메이트가 생긴 것은 마음에 드나요? 하하...
왜 201호에 왔더라. 전에 어떤 이야기를 들었더라. 게이먼이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사실일 리가 없습니다.
...이 다가왔어. ■■■는 죽었어.
■■■가 창문 바깥으로 상체를 내민 건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
나는 다리만 남은 ■■■랑 하룻밤을 샜다고!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간밤에 끔찍한 악몽을 꾼 걸까요?
다른 친구들의 방문이 벌컥, 열립니다. 당신의 클래스 메이트가 왜 왔냐고 묻는 듯한 얼굴로 쳐다 봅니다.
첸 티엔:(그 시선에 기가 죽은 듯 몸을 움츠린다.) 그, 저어…. 호, 혹시…. 하, 학우들 사이에 부, 적 같은 것이 도나요? (그리고 냅다 뜬금없는 말을 던져버린다. 첸 티엔은 역시 사교에는 재능이 없었다. 허둥거리며 부연한다.) 앗, 그게…. 그, 그걸 착용하면…. 여, 열두 시 넘어서도…. 아, 안전하다기에요. (부러 틀린 말을 뱉는다.)
학생: (문에 비스듬히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대꾸한다.) 부적?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어도 그런 걸 착용하면 "벌점"(손가락 두 개 까닥.) 받을 게 뻔하잖냐. 우리가 착용할 수 있는 거라곤 교복, 그리고 넥타이핀 뿐이라고. 첸, 갑자기 와서는 웬 뜬금없는 말이야?
첸 티엔:(우웃….) 아, 아침에, 식당에서…. 그런 얘기를 들, 었던 것 같아서요. 차, 창문 밖으로 새까만 것이 지나갔다고…. 왜, 그, 그걸 착용하지 않은 거냐면서요.
학생: 새까만 것? 네 이야기 듣고 보니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는 하네.
어젯밤 내 창문에 거대한 사슴 같은 게 스쳐지나가더라고. 악몽인가, 싶어서 다시 잤는데 악몽치고는 너무 현실감이 넘쳐서…… 사슴이 그렇게 클 리가 없는데 말이지.
첸 티엔:사, 사슴이요? 이, 이상한 소리…. 같은 게 드, 들리지는 않았나요…?
학생: 검은 사슴이었나. (곰곰.) 이상한 소리? 전혀 모르겠는데...
첸 티엔:으, 으음. 그, 것 외에 특별한 건... 없었던 거죠?
학생: 그래, 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니. 혹시... (별안간 진지한 표정을 한다.) 너도 학업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냐?
하긴… 나도 가끔 없는 애를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어. 저번에 우리반 학생들은 모두 27명인데, 내가 간식 나눠주려고 챙겨왔는데 28개를 챙겨 온 거있지. 깜빡깜빡 한다니까.
옥스퍼드로 가면 이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랑도 안녕이다! 너도 어서 쓸데없는 데 기운 빼지 말고 문학 에세이나 써. <맥베스> 4장 분석.
 :클래스메이트는, 다시 공부하러 가 보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한 후 문을 닫습니다.
첸 티엔:(어쩐지 시무룩…. 한 상태가 되어 301호로 올라갔다. 브란트 씨가 계시면 좋겠는데.)
 :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가 머무는 방입니다. 아쉽게도 이안은 자리에 없습니다. 또 누굴 만나러 간 건지.
그런데... 왜 여태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백합 액자가 걸려 있는 다른 방과는 다르게, 301호에는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습니다.
첸 티엔:(주인 잃은 토끼 됨…. 올망거리는 눈으로 헌팅 트로피를 바라본다.)
 :좁다란 두개골에서 두 갈래로 뻗어나온 사슴뿔은… 기형입니다. ‘정상적인’ 사슴이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구조네요. 과하게 자라난 뿔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구부러졌으며 심지어는 서로 맞닿아 이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뿔은 이상하리만치 무도해 보입니다.
그 외는 모두 다른 기숙사 방과 같습니다. 두 사람의 침대와 옷장이 각각 1인용씩 나뉘어져 있고, 머리맡에는 창문이 있습니다.
첸 티엔:(으음. 알쏭달쏭한 낯으로 트로피에서 시선을 거둔다. 침대에 털썩 걸터앉는다. 브란트 씨, 역시 나 말고도 다른 친구가 많으시겠지….)
 :이안의 침대맡에서 검은 액체를 담은 유리병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으응…? (유리병 빤히 본다.)
 :그저 검기만 합니다. 유리병은 쉬이 열릴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첸 티엔:(유리병 이리저리 돌려보다…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준다. 병마개가 똑. 하고 뽑혀 나왔다. 아무튼 실수다.)
 :유리병을 열면, 호수... 아니, 의 냄새가 납니다.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그 외에는 평범합니다.
첸 티엔:뭐, 뭐지…? (얌전히 밀봉한다. 침대맡에 유리병을 내려놓은 뒤,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에는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이안의 교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자켓 주머니에서 네모나고 조그만 종이갑 그리고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어쩐지 죄짓는 기분. 하지만…. 반려동물을 두고 나간 주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닐까? 티엔 토끼는 주인의 재킷을 뒤적거렸다. 종이갑을 획득했다.)
 :별로 인자하진 않지만 하여간 주인이라면 그 정도는 봐 줄 겁니다. 종이갑에는 콘돔이 들어 있습니다. 3개들이. 분명 어제도 그런 건 없다고 했지 않았나요? 의문스럽네요...
첸 티엔:(순식간에 붉어진다. 의문보다도 수줍음이 앞선 탓에 다른 생각 이어지기도 전에 종이갑을 원래 있던 곳으로 쑤셔 넣는다. 종이 조각을 펼쳐본다.)
 :처음 만난 날 본 것과 같은 형식입니다. 사감용 학칙 제7항을 공개합니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하 1, 2, 3층, 지상 4층, 옥상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문득 직전 쑤셔 넣었던 종이갑을 슬그머니 훔쳤다. 시간 흐르는 것도 모르고 그것을 제 소지품에 숨기느라 여념이 없었으니 다른 층까지 둘러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숙사를 모두 둘러본 찰나, 문득 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7시 5분입니다. 원래 7시부터는 자습 시간인데… 학칙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사감이 다급하게 기숙사에 들어왔다가 당신을 맞닥뜨립니다.
사감: (당신을 보자마자 한숨을 푹 쉰다.) 첸, 벌점 1점이다. 앞으로는 결코 벌점을 받지 않게 주의하도록.
 :기분 탓일까요…, 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이 사감은 의외로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그는 당신을 자습실까지 데려다줍니다.
첸 티엔:(우물쭈물…. 고개를 푹 숙인다.) 죄, 죄송해요.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서….
사감: 다음부터는 시간을 엄수하는 게 좋을 거다. 7시 30분이 넘어서는 절대 학교를 돌아다녀서는 안 돼, 알겠지?
언제나 학칙을 상기하도록.
 :그 말을 마친 뒤 사감은 당신이 자습실 안까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돌아섭니다.
그러고 보니, 문학 다음 시간 숙제는 마침 <맥베스>와 관련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었죠. 이번 자습 시간에는 맥베스를 읽어볼까요.
첸 티엔:(7시 30분 이후에 학교를 돌아다닌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이런저런 의문 억지로 삼켜낸 채 맥베스를 펼쳤다.)
 :당신이 책을 펼치면,
별안간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자갈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꽂힙니다. 아마도 평범한 소나기예요, 곧 지나갈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요…….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맥베스의 첫 대사를 읽는 순간, 당신은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로 맥베스가 맞나요? 맥베스라고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맥베스처럼 읽히는 게 아니라요?
자, 집중하세요. 다시 한번 읽어보면,
글자가 우그러지더니 아예 다른 내용으로 변합니다.
다시 말하느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불러내지 마라.
 :물리칠 수 없는 것… 아까 들었던 검은 사슴 괴물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 수상쩍은 책을 계속 읽으면 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 확실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당신은 문득 생각하고 맙니다.
첸 티엔:(홀린다는 것은, 불가항력으로 이끌린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에게 시선을 빼앗긴 것도, 이 책장을 넘겨내고자 들어 올린 손도 모두 저항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지 못한 채, 미지의 책을 펼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또렷한 기억은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맥베스>, 아니지, 티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바로 <프나코티카>를 읽던 것이었습니다.
책의 상태는 아주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영어로 쓰여진 책은, 기이하고 모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모두 읽으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7주가 흘렀습니다. ㅡ신화서를 초독한 첸 티엔은 광기에 빠졌습니다ㅡ 벌써 그렇게나 되었다고요?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는데도요.
지난 몇 주, 혹은 며칠, 혹은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예의 4층에서는 쿵, 쿵, 하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렸고, 당신은 책을 읽어내리고, 당신의 옆에서는,
이안 브란트:밥은 먹어가면서 해야지. 뭘 읽고 있는 거야?
수업인데 안 가?
사감이 너 찾길래 아프다고 말해뒀어.
내 말, 듣고 있어?
 :그동안 이안 브란트가 당신을 살펴주었나 봅니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지나치게 잠을 자지 않으면 재웠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기이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히 지난 몇 주간 당신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는데도, 이안은 한 번도
병원에 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출일에 은근히 당신이 기숙사에 남아, 제 곁에 머무르기를 권하기만 했었지요.
이상하게도 당신의 위험한 연구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그저 착각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몇 주간의 연구가 영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꽤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었거든요. 누가 이 책을 나무에 두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전 주인은 제법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옆에 필기해 두었습니다.
 :이를테면 선행연구를 완벽하게 수행한 셈이죠. 덕분에 당신은 상대적으로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난해한 데다가 중구난방으로 쓰여 책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의 다른 내용을 살피려면 지금보다 배는 시간이 더 소요되겠지요.
그래도 “프린의 크룩스 안사타”라는 주문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찾아낸 기록이 사실이라면요.
■■■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첸 티엔:(문득 정신을 차리면, 옆자리가 비어있음에 크나큰 허전함을 느낀다. 7주간 이안 브란트의 보살핌을 받았던 탓일까? 머릿속은 어지럽고, 생각은 쉬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보고 싶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 괴물이 전 영국을 통틀어 단 하나 밖에 없었다면, 자신과 함께 할 새로운 존재를 바라오진 않았을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안 브란트:(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늘도 공부하는 중이야?
첸 티엔:브, 브란트 씨이. (선명한 시선이 당신에게로 향한다.) 저…. 어, 언제부터, 이렇게…. 고, 공부했었죠? 조금, 혼란스러워서….
이안 브란트:공부를 시작한 지? 7주쯤 되었을까. (당신의 목을 껴안았다.) 공부는 끝난 거야? 그럼 나랑 바람 쐬러 나가자. 내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거든.
첸 티엔:으, 으응…. 그, 그동안 보, 살펴 주셔서 감사했어요. (사교성의 부재는 뜬금없이 작별 인사와 다름없는 말을 입에 올리게끔 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재, 재미있는 거…? 지, 지금이 몇 시지. 나, 가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의도라면 이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럼 내 말 잘 들을 거야? (슬며시 웃는다. 당신에게서 떨어져 시계 방향으로 턱짓했다. 현재 시간은 오후 10시 31분. 자정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은 상황.)
첸 티엔:저어, 워, 원래도…. 잘. (들었던 것 같은데. 눈치 보며 덧붙인다. 시간을 확인한 뒤에는 안도한 낯이 된다.)
이안 브란트:그건 그렇지마안. (슬그머니 당신의 넥타이핀을 빼내어 책상 위에 얹었다. 손버릇이 썩 좋지는 않은 모양.) 어때? 갈 거야?
첸 티엔:(넥타이핀이 빠진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모양. 그저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티엔은 나가기 전 책상 위에 널브러진 종이 두 장을 발견합니다. 사감용 학칙 제 6항, 10항을 공개합니다.
이안 브란트:(당신과 손가락을 엮어낸 이는 의기양양하게 계단을 올랐다. 묻지 않는다면 별다른 설명도 없다.)
첸 티엔:그, 그런데에…. 어딜 가는 거예요? (순전한 호기심. 얌전히 뒤따르고 있다.)
이안 브란트:옥상. 우연히 열쇠를 얻었거든. 궁금하지 않아? (힐금 돌아본 낯은 태연하기만 하다.)
첸 티엔:허억. (숨 들이킨다. 바지런히 움직이던 두 다리도 딱딱히 굳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안 브란트:가자아. (양손 덥썩 잡고 질질 이끄는 중….)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76
판정결과:실패
이안 브란트:(질질질 끄는 중...)
너한테만 할 얘기가 있단 말이야.
첸 티엔:(질질질…. 끌려간다.) 하, 하지마안…. 거, 거기. 출입 금지 구역이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네. (뻔뻔하게 굴기 시작했다.)
첸 티엔:(우웃….) 드, 들키기라도 하면…. (눈썹 추욱 처진다.) 채, 책임져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원래부터 책임지고 있었는걸. (의아….)
첸 티엔:아, 앞으로도...
이안 브란트:앞으로도.
첸 티엔:(무슨 상상을 한 것인지 볼이 붉어진다.)
이안 브란트:(볼 쿡 누른다.) 무슨 생각 중?
첸 티엔:겨, 결혼…. 아, 아차. (뒤늦게 합, 입을 막는다.)
이안 브란트:결혼?
첸 티엔:(시선이 분주히 좌우를 배회한다. 더 붉어질 수 없을 만큼 볼이 달아오르면,) 가, 가요…. 옥상. 네에. 어서어.
이안 브란트:(입꼬리 올려 웃더니 재차 손을 끌어당겼다. 당신이 제 뒷통수를 볼 즈음 읊조린다.) 좋을지도?
 :두 사람은 옥상 입구까지 올라갑니다. 열쇠를 꺼내 옥상의 문을 엽니다. 녹이 슨 손잡이가 돌아가자 붉은 철가루가 아래로 흩날립니다.
 :그 뒤를 따른 당신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절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들, 메마른 뼈처럼 어둠 속에서 허옇게 번뜩이는 포말들, 멀리서 달려와 이곳에서 살점을 털어내는 바람들, 군인의 경례처럼 일제히 한 손을 흔드는 잎사귀들.
또, 등을 돌린 채로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
이안 브란트:별거 없지? (웃으며 돌아본다.)
첸 티엔:(그러나 첸 티엔은 그 모든 것보다도 제 눈앞의 상대, 이안 브란트만을 바라보았으니….) 으음. 마, 많은걸요. (당신 한 사람 눈에 담기에도 벅차다. 그런 감정이 있다.)
이안 브란트:하긴. 여기 경치가 예쁘긴 하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으며, 당신을 부르듯 손을 까닥였다. 주인이 제 애완동물을 부르는 모양새나 다름없다.)
첸 티엔:(조르르 다가간다. 어떤 모양새로 비치든 간에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기꺼웠으니.) 으응…. 겨, 경치 말고요. 저, 저한테…. 브, 브란트 씨는 별게, 아니니까….
이안 브란트:나 좋아해? (다시 묻는다.)
첸 티엔:(여느 때와 다르게 웃는다. 순한 웃음임에는 변함없으나, 눈물 어리지 않았고, 근심 하나 찾아볼 수 없으며, 확신으로 가득 찬 미소는 더욱 선명했을 것이다.) 네에…. 그, 그렇게 됐어요.
이안 브란트:좋아하는 거구나…. (가느랗게 웃더니 순식간에 거리 좁혀진다. 백색 눈이 감겼고, 고개 비스듬히 입술을 맞대었다. 아마 당신이 지닌, 지고지순한 사랑과는 거리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는 마치 당신을 칭찬하며 상을 내리는 것처럼….) 나도 좋아해. (하나 거짓은 없었다.)
첸 티엔:(기꺼이 상을 받는다. 떨어지는 칭찬에는 그저 기꺼워하기만 했던가. 입맞춤이 오가고,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음에도 연인이라고는 정의할 수 없는 관계. 첸 티엔은 문득 상실을 느꼈다.) 저, 저랑... 가, 같은 마음은, 아니신 거죠?
이안 브란트:왜 아니라고 생각해? (고개를 기울인다.) 나랑 결혼하고 싶다며. 나도 그래.
첸 티엔:저를 사랑하세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바라보던 백색의 시선이 발 끝으로 향하더니, 제 무릎을 세워 그러안는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생각에 잠기어 목소리는 숨결보다 작아진다. 제 감정을 헤아리는 건 늘 어려웠다. 그럼에도 늦지 않아 무릎에 뺨을 기댄 채 당신을 바라본다. 형형히 빛나는 것 같기도, 고스란히 당신을 비추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랑해. 그런 게 아니면 설명할 수 없어.
첸 티엔. 의심하지 마, 내 감정을. (건방진 건 싫다고 했어. 벌써 잊어버린 거야? 속삭이기도 했다. 진지한 기색은 어느덧 사라진다.)
첸 티엔:거, 건방지게 굴면…. 떠나가실 거예요? (그리 묻는 목소리는 물에 젖어있다. 짧은 정적. 바람 소리를 타고 흰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사위가 어두웠으므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눈이 아닌 장대비처럼 보일 터였다.)
(첸 티엔은 하늘이라는 이름 가진 주제에 그와 닮은 곳 하나 갖지 못한 이였다. 푸르지도 않으며, 무언가를 포용해내지도 못하며, 그 어떤 것들의 위에 서지도 못하는…. 그러나 이안 브란트라는 사람은 첸 티엔을 고스란히 비추었으므로, 당신을 볼 적이면 그제야 자신이 하늘이 된 것만 같아서….)
저, 를…. 버, 리실 거예요? (기울어진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음을 안다. 당신이 눈 한번 감아버리는 순간 자신은 어디에도 비치지 못하니, 하늘은커녕 무엇조차 되지 못하지 않나. 고개를 푹 숙였다. 바닥으로 눈물 조각 떨구어내기도 했다. 건네어진 말 한마디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자신이 못내 볼썽사납기만 하다.)
이안 브란트:건방지게 굴면, (손등으로 느긋하게 당신의 뺨을 훑는다. 붉어진 눈가에 닿을 손은 유난히 차게 느껴졌을 것이다.) 떠나가는 게 아니라… 바로 앞에 꿇어앉혀서 벌해야 않겠어? 다신 잘못하지 못하게, 하나하나, 교육시켜줘야지……. (강조하듯 끊어 말한다. 당신을 제 것이라 아로새기듯.)
(흐트러진 하이얀 머리카락은 보기 좋으니 바람결에 날리게 내버려 둔다. 비도 눈도 모두 당신을 닮았다. 하얗고 부연 것, 물기로 가득한 것, 마르지 않는 것, 예고도 없이 한없이 젖어들게 만드는 것…….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온통 당신인데, 하늘을 닮지 않을 수가 있나. 처음부터 생각했다. 퍽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울지 마. (당신이 직접 제 눈을 마주할 때까지는, 그저 어깨에 기대어 있기로 했다. 어줍잖은 위로조차 건네지 못할 정도로 제멋대로에, 서툴기만 해서. 다만 확신한다.) 내가 널 버릴 일은 없어.
첸 티엔:(억지로 울음 삼켜 낸다. 히끅거리는 숨소리가 잇새로 새어 나온다.) 그, 럼…. 마, 말씀해 주세요. 브, 란트 씨의 사랑이란, 뭔지….
(첸 티엔의 사랑이란, 어두운 절벽 위, 별이 총총 빛나는 아래 거센 파도와 바람 소리가 두 사람을 에우고, 모든 가변하는 것들 아래에서 영원을 맹세하는 것…. 지금의 상황과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또렷이 말한다. 이번만큼은 말 더듬지 않았다.) 제 사랑은…. 현재예요. 이 모든 것이…. (사랑이었노라고.)
이안 브란트:내 사랑? (무얼 생각하는지 저 먼 파도에 수놓인 하이얀 포말을 바라보기만 했다. 히스의 꽃말은 고독이었던가? 이는 맥락 없는 사고일 뿐이다. 이윽고 당신을 보고,) 네 모든 것을 가지는 것. 영원까지도. (말갛게 웃는다.) 언젠가 증명해줄게.
그때까지, 내 사랑을 믿어. 지금, 당장의 내가, 네 곁에 있잖아. (확신하되 당장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당신을 향한 요구 뿐이다. 첸 티엔의 사랑은 현재인데, 이안 브란트는 어쩐지 먼 미래를 바라는 것처럼 굴었다.)
첸 티엔:(첸 티엔은 언젠가, 와 같은 불확실한 답을 바라지 않았다. 어느 시간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감히 증명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당신을 눈에 담는 것이 전부였다. 물기 어린 눈 위로 사랑의 형상이 일렁인다. 붉은 홍채에 일렁이는 것은 화촉을 닮았다. 초를 타고 흘러내린 것은 당신의 색을 빼닮았으니, 이안 브란트는 과히 첸 티엔의 전부라 이를 만하다.) 내, 내일의 당신은요? 모레의 당신은…. 그, 이후의, 브란트 씨는. (사라질 것처럼 말하지 말아요. 이 말만큼은 내뱉지 못했다.)
이안 브란트:(당신이 눈에 담은 자는 한 점의 동요 없는 멀끔한 낯을 하고 있다. 간간이 당신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눈물 방울을 닦아줄 뿐.) 내일도, 모레도 나는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원한다면, 어쩌면 네가 원하지 않더라도…. (무얼 가늠하는 것인지 말 이어지지 않았다가, 금방 해사한 미소를 짓는다.)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곧……. (이내 잠잠해진다.)
하려던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네가 공부에 전념하는 동안 나도 무얼 찾아봤거든. 그 얘기를 해 주고 싶었어, 우리 학교의 비밀.
아, 이것부터 말해주는 게 좋을까? 게이먼이 돌아왔어. 걔도 '버니스'를 기억하지 못해.
첸 티엔:(그저 눈물 떨구며 고개 끄덕이기만 했다. 이어지는 말에는,) 버, 버니스…?
이안 브란트:네, 전 룸메이트. (웃음.) 잘 생각해봐. 기억에 구멍이 난 부분이 있을 거야. 이를테면… 넌 왜 201호에 들어갔어?
첸 티엔:저, 전 룸메이트…? 전, 혼자, 방을 썼는데…. (어지럽다. 직전 눈물을 쏟았던 탓인지, 기억의 공백 탓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한 손을 들어 올려 이마를 짚었다.)
이,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 그걸…. 찾아보려고. (자신 없는 투.)
이안 브란트:(들어 올린 손을 깍지껴 내리더니 이마를 툭 맞댄다.)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울어서 그런가. (금세 떨어졌다.) 넥타이핀을 끼고 있어서 그래, 백합 교표가 그려진 거 말야. 그건 학생들을 세뇌하기 위한 마법이 걸린 도구거든. 앞으로는 빼고 다니는 게 좋을 거야. 이미 내가 빼두긴 했는데. (또 웃는다.)
…이 학교의 설립자가 미친놈이라고, 내가 말했었나? (물론 말했겠지, 가장 처음부터.)
첸 티엔:(뒤늦게 자신의 옷을 내려다본다. 매무새를 다듬고 싶었으나, 손깍지 풀고 싶진 않았으므로 움직이지 않았다.) 네, 네.
이안 브란트:이 학교의 설립자는 미친 사교도야. 사감과 교사들은 설립자의 유지를 이어 학생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고, 그 대가로 학교를 유지하는 거지….
내일 도서관에 가봐. 가서 이 지역과 학교에 대해서 조금만 조사하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거야.
첸 티엔:가, 같이 갈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난 벌써 둘러봤는걸. (어깨 으쓱이기만.)
대신… 오늘은 어울려 줄 수 있는데. (당신의 옷깃을 정리하던 손길이 은근하게 목덜미를 훑는다.)
첸 티엔:(시선을 피했다. 답지 않게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이, 이만 드, 들어가요. 피, 곤하실 테니까….
이안 브란트:내가 싫어진 건 아니지?
첸 티엔:그, 렇게 된다고 해도…. 곁에, 두실 거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싫어하지 마.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첸 티엔:그,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중얼인다.)
이안 브란트:약속해 줘.
첸 티엔:(한참을 우물거리더니, 묻는다.) 왜, 그런 걸…. 바라시는 거예요? (자신이 보아 온 당신은 언제나 우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제게 매달리는 것만 같아서….)
이안 브란트:거칠게 굴어도 괜찮아? 혹은 그 편이 좋은 거야? (나긋한 어조.)
첸 티엔:(한 걸음 물러선다.) …도, 돌아갈래요. 시간도, 마, 많이 늦었고….
이안 브란트:사랑해 주었으면 해. 그것 말고 이유는 없어. (낮은 속삭임.)
네 말대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 날씨도…….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안은 금방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합니다.
그를 따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당신의 눈에… 옥상에 떨어져 있는 낡은 종이 조각이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아까 문을 열 때 그 근처에 끼어 있던 것이 떨어진 모양이에요.
첸 티엔:(종이 조각을 집어 든다.)
 :사감용 학칙 제9항을 공개합니다.
사감용 학칙을 읽고 있노라면, 이안이 당신을 부릅니다.
이안 브란트:곧 자정이야, 돌아가자.
첸 티엔:(3개월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향후 마주하게 될 모든 일에 자신이 없다.) 네….
 :3개월이 되기까지는 일주일 가량 남았습니다. 두 사람이 방으로 돌아오면 자정이 되기 직전입니다. 문득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신화서가 사라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책이….
이안 브란트:책이? (창의 커튼을 치던 이가 돌아본다.)
첸 티엔:어, 없어졌어요. 여기에, 부, 분명 뒀는데.
이안 브란트:(눈 깜박거린다.) 누가 들어온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순 없는 노릇이니까…. 내일 찾아보는 게 좋겠네. 내일은 토요일이니 학교를 돌아다니기도 쉬울 거야.
첸 티엔:으응…. (불안한 낯이 된다. ■■■도 책을 잃어버리고, 그 책을 찾으려다…. 문득 몸을 바로 세운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고개 기울이다가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주,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오늘은 같이 안 자는 거야?
첸 티엔:가, 같이 자는 거…. 불편하실 것 같아서.
이안 브란트:안 불편하면?
첸 티엔:(시야는 아래를 향한다. 확신 없는 어조.) 저, 정말요?
이안 브란트:안 불편해. 여태 계속, 같이 잤는데…. (성큼 다가가서 손을 붙잡았다.) 오늘은 같이 자.
첸 티엔:그, 그럼…. (붉은 눈은 여전히 당신을 담아내지 않는다. 다만, 온기는 밀어내지 않고 붙잡았다.) 오, 늘 만큼은…. 다, 다정하게, 대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허리 숙여 당신의 손등 위로 입술을 묻는다.) 그렇게 할까….
첸 티엔:(그제야 당신을 바라보았다. 수심 가득했던 낯에도 혈색이 돈다.) 가, 같이 자고 싶어요. 계속, 조, 졸업하고 나서도…. (초라한 고백마저 읊조리고.)
이안 브란트:(뜸.) 영원히?
첸 티엔:그, 것마저도…. 가, 가져 주신다고 하, 셨는데. 아, 아닌가요?
이안 브란트:맞아, 그러니까… 같은 마음인 거네. (손을 놓고 끌어안는다.)
첸 티엔:어, 언젠가는…. 증명, 해, 해주실 거죠. 얌, 전히 기다리면…. 예, 뻐해 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으응, 내가 좋아하는 건 너니까. (숨죽여 웃었다.) 언제든 예뻐해 줄 수 있어.
첸 티엔:(대꾸 없이 당신의 어깨 위로 고개를 묻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으리라.)
이안 브란트:손만 잡고 잘까. (당신이 제게 밀착하도록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첸 티엔:으응…. (순순히 손길을 받아들인다. 남몰래 그 체향을 한껏 들이마시기도 했다.) ...이, 입도…. 맞춰주시면, (짧은 정적.) 아, 안 되겠죠….
이안 브란트:(손의 힘을 놓는다.) 고개 들어볼래?
첸 티엔:(느릿느릿 들어 올린다.)
이안 브란트:다정하게, 해 달라고 했지. (망설임 없이 입술 맞댄다. 그뿐이었다.)
첸 티엔:(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일순의 숨결만으로도….) 사, 사랑한단 말도…. 듣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사랑해. (그의 눈에 당신이 고스란히 담긴다.)
첸 티엔:(언제나처럼 웃었다. 바보 같은 표정이었다.) 저, 저도요.
이안 브란트:…참으려고 했는데. (슬그머니 눈을 접어 웃더니만 다시 입 맞추었다. 전보다 농밀한 입맞춤이 이어진다.)
첸 티엔:(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첸 티엔은 착실히 이안 브란트의 손길을 타지 않았던가. 밀어내는 법 잊어버린 사람마냥 숨을 나눈다. 썩 익숙히, 어쩌면 능숙하다 이를 정도로 혀를 얽었을 것이다. 다만 양손만큼은 여느 때처럼 어디에도 두지 못한 채 뒷짐을 졌다.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셈이다.)
이안 브란트:(진득하게 혀를 섞는다. 타액에 젖어 질척이는 소리가 날 즈음 고개를 떼어냈다.) 이제, 잘 하게 됐네…. (언뜻 웃으며 다시금 입술을 포개고, 매끄럽게 입 안을 파고들어 더운 입 안을 집요하게 훑는다. 동시에 당신의 허리를 더듬는 것 같더니만 어느새 손을 찾아 쥐었다. 내 허리 잡아, 조그맣게 속삭였다.)
첸 티엔:으, 으응. 브, 브란트 씨가…. 가르쳐, 주, 셨으니까요. (수줍은 듯 볼을 붉힌다. 입술이 번들거리는 이치고는 순진한 낯이었다.)
(허락이 떨어지면 그제야 허리를 찾아 쥔다. 얼핏 어설퍼 보이는 손길이었으나, 기다란 손가락은 셔츠 위를 더듬거리다가도 이윽고 자릴 잡아낸다. 약하지 않은 힘이 당신을 옭아매었다. 눈을 감고 당신의 출입을 받아들이는 것도 잠시,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낸다. 콧대가 비벼지고, 턱 비스듬히 기울인 채 다시금 입술을 맞물린다. 숨결과 함께 흥분 또한 나누었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 붙든 채 몇 걸음 밀어내었을 것이고, 당신의 등허리에는 책상이 닿았을 터다. 금방이라도 당신 눕혀낼 것처럼 혀를 얽어대었다. 혀뿌리부터 끝까지 빨아들이고, 여린 입천장을 혀끝으로 문지르고, 숨 쉴 틈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바투 붙는다.)
이안 브란트:(입술 떼어낼 때면 가쁘게 숨을 골랐다.) 천, 천히…. (말 끝맺지 못한 채 다시 당신의 숨을 탐한다. 제 뒤로 책상이 닿는다면 당신의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위를 짚었다. 자연스레 책상 위로 걸터앉았고, 섬세하지 못한 손길이 책상 위의 물건들을 바깥으로 걷어내었다. 펜 따위가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났으나 그런 것은 들리지도 않는 양 혀를 섞는 행위에 집중하였다. 더운 살덩이가 여린 부위를 건드릴 때면 몸을 떨며 발 끝을 움츠렸고, 다시금 팔로 당신을 껴안고 뒤로 체중을 실었다. 책상에 상체 누인 채 다리로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이는, 당신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한 탓에 어깨를 살며시 밀어냈다.)
첸 티엔:(첸 티엔은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리며 소리의 근원을 찾고는 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마저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책상 위의 것들이 바닥을 굴렀음에도 시선 돌리지 않고 당신만을 바라본다.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는 눈이다. 한편에는 짙은 애정이, 한편에는 진득한 욕망이 어린 눈. 양팔로 당신을 제 아래에 가두다시피 한 채 고개를 숙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흰 머리카락이 두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 이안 브란트는 내려다보며, 첸 티엔은 올려다본다. 두 사람은 기묘하게도 그 눈높이를 유지하였다. 첸 티엔이 내려다보고, 이안 브란트가 올려다보는 상황임에도 그 우위만큼은 변함이 없다.)
브, 브란트 씨…. 저어, 바, 받아주세요. (언제나처럼 애원했다. 당신의 두 다리가 제 허리를 감쌌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가 문질러질 테지. 허공에 좆질하듯 허리를 흔들었다. 욕정에 뒤덮인 이는 감히 당신을 탐한다.) 제, 것…. 사, 삼켜주시면…. 아,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주인님에게 좆 세우고 허리 흔드는 건 또 어디서 배웠담….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버릇없는 아랫것의 체벌을 앞둔 듯 읊조렸음에도 그 낯은 전혀 기분 상한 기색이 없었다. 저만을 담는 형형한 눈빛이며 아래에 닿는 선명한 부피감,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에게 명백히 욕정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한 순간 그의 몸마저 달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 그리고, 오늘은 다정하게 해주기로 ―분명 섹스를 의미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했었지 않나? 외려 야시시한 웃음을 흘리며 당신의 하의를 끄른다.)
그런데, 티엔…. 여기서 하면, 문 열리는 순간 다 보여질 텐데. (아무리 고압적인 스태그필드 스쿨의 기숙사라고 하더라도 자정이 지난 시간 학생들의 방문을 벌컥 열어버릴 정도로 몰상식한 이는 없을 것이다. 하나 당신을 겁주기라도 하듯, 동시에 자극하듯 속삭여 왔다.) 정말 괜찮겠어?
첸 티엔:(올라가는 입꼬리 마주하는 순간 옷 아래의 것은 더욱 단단해졌을 것.) 으, 응…. 괘, 괜찮아요.
(당신이라면 자신을 타인에게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감히 학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방문을 열어젖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확신에 확신이 더해지니 남는 것은 불안이 아닌 흥분뿐이다. 달뜬 숨 내쉬며 당신의 바지춤에 손을 올린다. 허락을 기다리기라도 하는지 곧장 벗겨내지는 않았으나, 손끝은 주춤거리며 옷감 위를 더듬는다.) 이, 런 거…. 조, 좋아하시잖아요.
이안 브란트:좋아하지, 모범생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에게 욕정해서 학칙마저 어기고, 씹질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 알리는 것도……. (나는 좋을 것 같아. 당신의 하의 모두 무릎까지 끄른 뒤, 기둥 아래서부터 위까지 손끝으로 느긋하게 훑기도 하였다. 당신과 시선 마주한다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한 승낙.)
첸 티엔:알, 려지면…. (정말 브란트 씨의 이 되겠어요. 뒷말은 이어내지 못한다. 다만 귀 끝이 시뻘건 것을 보아 감 좋은 이라면 이상한 생각을 했겠거니 짐작할 수는 있을 터다. 당신 손길 얌전히 받아들이며 몸을 떠는 것도 잠시, 허락 떨어지는 순간 익숙한 손길로 바지며 속옷을 내린다. 드러난 살갗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다 빠듯한 숨을 내쉬었다. 허벅지 안으로 투박한 손을 밀어 넣는다. 거친 손바닥 아래 보드라운 살갗이 잡히니 더는 자제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대로 다리를 벌린다. 드러난 구멍 위를 엄지로 쓸어보더니,)
저어…. 따, 따로, 공부한 게, 있는데….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금방이라도 처박을 것처럼 주름 벌려대었던 손을 거둔다. 이어 그 손이 향하는 곳은 당신의 셔츠 단추였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 둘, 푼다.) 해, 해봐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알려지면… 아무도 널 건드리지 않겠네. 누가 감히 내 것을 건들겠어. (뺨을 감싼 손이 다시 붉어진 귓가를 천천히 덧대듯 그려왔다. 처음에는 셔츠 단추며 바지 버클을 푸는 데도 몇 날 며칠이 걸릴 것처럼 손 엇나가기만 하던 당신이 제법 능란해진 모습을 보자니 비죽 웃음이 나기도 했다. 모두 제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니 희열마저 느꼈다.)
(허벅지, 이어 둔부까지 닿는 찬 온기에 허리를 조금 움츠렸다 편다. 곧장 기대하는 눈빛이 되었다. 기다란 손가락이 제 안을 쑤시고 잔득 헤집어 놓을 것을 기다리고 있자니 저절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으나, 손이 빠져나가면 아쉬운 듯 입술을 축이기만 했다.) 으응, 해 봐. 뭔데? (능숙해졌나 싶어도 손의 떨림 여전하니, 아무리 당신이 본능에 못 이겨 거칠게 군다 한들 이안 브란트의 눈에 비치는 첸 티엔은 순진무구한 한 마리의 토끼처럼 보이기만 했다.)
첸 티엔:(손 닿는 곳마다 얼룩덜룩 달아올랐을 것이다. 당신만이 물들일 수 있는 피부. 오로지 이안 브란트에게만 반응하는 몸이다. 성급한 손길로 마지막 단추마저 끄르면, 조심스럽게 셔츠 자락 어깨 뒤로 젖혀 낸다. 잘 짜인 근육이 시야 안으로 들어오면 또 한 차례 볼을 붉히고, 수줍은 양 웅얼거린다.)
이, 쪽으로도…. 느, 느낄 수 있다고, 하길래요. (눈치 보며 당신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차마 움켜쥐지 못한 채 어정쩡히 올린 손가락이 윗가슴을 더듬는다. 지문 아래로 뜨거운 체온 닿아오니 도리어 흥분한 것인지, 손길은 더욱 대담해진다. 한껏 움켜쥐며 손바닥으로 살갗을 비빈다. 손가락 사이로 유두가 거치면 그대로 붙잡아 엄지로 꼭지 살살 돌려보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어디 한 번 해 보라는 듯, 팔에 불안하게 걸쳐진 셔츠를 마저 벗으며 재차 끄덕였다. 처음 당신의 손길을 허용한 것은 단순히 저를 만족시키고자 ‘공부’해 왔다는 당신이 귀여웠기 때문. 하나 손짓 이어갈수록 자극이 집요하기까지 한 탓에 제 신경이 온통 그 끝으로 몰리며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내쉬는 숨까지 거칠어지고, 크기를 키운 아래에서는 투명한 액이 맺히기 시작했다. 굳은살 밴 손 끝이 유두를 비비면 고개 꺾으며 허리를 잘게 떨었고, 곧 몽롱한 눈빛이 당신에게 닿는다.) 하아…, 공부, 하면서…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 계속 상상했어?
첸 티엔:(감히 고개를 끄덕인다. 바짝 선 유두를 제멋대로 문지르고, 그 위로 입술을 문대며 혀를 굴리는 상상을 했다. 한껏 만족한 당신이 칭찬하듯 제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그대로 발기한 좆 처박아서 씹질 하는 장면까지도 떠올렸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아래를 세워 어쩔 줄 모르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을 것이며, 어쩌면 당신의 침구 위에서 발정 난 이마냥 허리를 들썩이기도 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그때의 발칙한 기억이 스쳐 지나가면, 현재의 첸 티엔은 속절없이 눈가를 붉혀 낸다.)
(무어라 말을 덧붙이는 순간 과거의 행적이 까발려질 것 같았으므로 어색히 말문을 닫아버리고, 대신 상상했던 것처럼 가슴 위로 입술을 묻었다. 분명 처음임이 틀림없음에도 유두를 머금는 꼴이 서툴지 않다. 당신이 제 좆 삼키며 보여주었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한 덕이다.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듯 핥아 올리고, 혀를 둥글려 뿌리를 누르고, 흘러내릴 리 없는 액을 삼키기라도 하듯 빨아들인다. 양 볼이 움푹 패며 츕, 츄읍,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안 브란트:(어쩌면 이안 브란트는 그 전부터 당신이 벌인 일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이 정리하고 나간 침구가 돌아왔을 때는 묘하게 흐트러졌던 것도, 그 위에서 숨을 들이쉬니 당신의 체향이 똑똑히 느껴지던 것도. 아, 그리고 콘돔 박스가 사라진 것도. 아마 모두 알고 있었겠지만 말을 얹지는 않았다. 이안 브란트 또한 혼자 남은 시간이면 꼭 첸 티엔의 침대에 누웠기 때문이다. 대단히 무얼 하지 않더라도, 꼭 당신에게 젖어드는 듯한 기분이 좋아서. 이런 걸 무어라고 칭하는 게 좋을까, 역시 공범일까…. 붉어진 눈매나 입술 닫아버리는 모양새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기만 했다.)
(열이 몰려 통통하게 부어오른 유두 위로 말캉한 입술이 닿으면 속절없이 허리를 휘었다.) 하아, 윽…. (얕은 신음소리가 잇새로 흩어졌다. 그는 당신이 상상한 것처럼, 당신의 머리통을 쓰다듬고, 지그시 눌렀다. 이내 떨어진 손은 아래로 향하더니 다리 더욱 벌려 손 끝으로 제 아래를 천천히 헤집으며 넓히기 시작했다. 언제든 당신의 것을 삼킬 수 있게끔.)
첸 티엔:(쓰다듬은 곧 계기가 된다. 길들여진 첸 티엔은 당신의 쓰다듬을 칭찬 내지는 허락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므로 여전히 가슴에 입술 묻은 채 제 손을 아래로 내린다. 안을 헤집는 손등 위로 자신의 손바닥을 겹치고, 이미 손가락이 들어찬 구멍 안으로는 자신의 손가락마저 쑤셔 넣었다. 중지와 약지를 한 번에 밀어 넣는다. 뒤늦게 내벽을 가르며 들어간 손가락이 당신의 움직임에 맞추어 추삽질을 시작했다. 쳐올리면 쳐올리고, 밀려나면 밀려난다. 움직임 멈추지 못하게끔 당신의 손가락과 제 손가락을 얽으며 여린 내부를 들쑤시기도 했다. 두 사람분의 손가락으로 들어찬 구멍은 한껏 벌어져 있을 테니, 손가락이 움직일 적마다 쿨쩍이는 소리가 났다.)
이안 브란트:(예상치 못한 행동에 제 손가락 빼내려 들었으나 당신이 손 얽어온 탓에 그대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비집어 넣은 채 안에서 얽힌 손가락이 내벽 깊은 곳까지 사정없이 찔러대는 탓에 소리 참지 못하고 눈가만 붉힌다.) 윽, 흐앗…, (가슴 위로 닿는 뜨거운 혀, 동시에 아래를 들쑤시는 두툼한 손가락의 감각에 눈 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당신이 닿은 부분마다 참을 수 없이 달아오르고, 저릿한 느낌이 솟구쳤다. 몽롱하게 풀려 있던 눈매가 삽시간에 일그러지더니, 애원에 가까운 소리가 목을 긁었다.) 아윽, 그, 그만, 티, 티엔…, 시러, 갈 것 같……! (채 말 끝 맺지 못하더니 두 사람 분의 손가락을 에워싼 구멍이 꽉 조여들었고, 눈 까뒤집더니 성기가 덩어리진 허연 액체를 울컥, 뱉어냈다.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지며 늘어진 몸 바르르 떨기만 한다.)
첸 티엔:(내부가 경련하듯 떨리며 조여 온다. 손마디 압박될 정도로 죌 무렵이면 눈가를 찌푸리며 신음을 흘린다. 유두 문 채였으므로 바짝 선 돌기 위로 뜨거운 숨이 닿았을 것이다. 뒤늦게 입을 떼어내니 얼마나 핥아대었는지 한쪽 유두가 유난히 붉고 부어 있었다.)
브, 란트 씨…. 이, 이러다간, 들킬 거예요. 소리, 차, 참으셔야 해요….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여전히 시선 흉흉했다. 자신이 남긴 자욱을 눈으로 훑는다. 입 안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 들어 고인 침을 삼켜내었다. 목울대를 울리며 안을 헤집던 손을 빼내더니, 핏줄 불거질 정도로 발기한 것을 구멍 위에 문지른다. 입구에 구멍을 맞추고, 금방이라도 꿰뚫을 것처럼 허리를 움직인다. 뒤로 물렸다, 앞으로 민다. 옴짝거리는 구멍 안으로 귀두만이 걸쳐졌다, 빼내어지길 반복했다.)
이안 브란트:(벌겋게 물든 채 부어오른 가슴이며, 멀건 액체로 젖어든 성기며 쾌감이 몰려 아릿하기까지 하다. 깜박깜박, 몇 번이나 눈을 깜빡댔으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고, 힘이 풀린 팔을 뻗어 당신의 목을 감싸 안는다.) 으응, 소리… 참을 수 있게, 티엔, 네가 도와줘야지…. (고개를 틀어 입을 맞추었다. 이어 방 안에 울리는 것은 질척하게 혀가 섞이는 소리였을 것이다. 뜨거울 정도로 더운, 발기한 것이 제 입구 부근을 문지르면, 더한 자극을 기대하듯 뒷구멍이 오물거린다. 애가 타 먼저 입술을 떼어낸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속삭였다.) 빨리, 넣어 줘….
첸 티엔:(말 끝나자마자 단번에 뿌리 끝까지 쑤셔 박았다. 녹진하게 풀린 내부가 좆을 꽉 물어오는 감각이 소름 끼칠 정도로 기껍다. 더 깊은 곳, 결장 안까지 처박아 씨물을 잔뜩 뿌리고 싶었다. 허벅지 아래로 희멀건 액이 줄줄 흐를 때까지 흘레붙으며 애정을 증명받고 싶었다. 한없이 소중한 사람, 눈물 한 방울 흘릴 일 없게끔 어루만지고 싶다가도 볼 축축이 젖을 때까지 욕정을 풀어내고 싶었다. 천박한 충동질이 머리를 들이민다. 명백히 교육받지 못한 것, 당신이 가르쳐 주지 않은 것임에도 수도 없이 당신을 범하는 상상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단단히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으응, 브, 브란트 씨…. 사, 랑한단 말, 듣고 싶어요…. (흐릴 대로 흐려진 눈. 잠긴 목소리로 앓듯이 중얼거린다. 동시에 허리를 뒤로 물린다. 어찌나 느리게 움직였는지 내벽 딸려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입구에 귀두 끝이 걸쳐질 정도로 빼내었다, 퍽. 단번에 꿰뚫는다. 안을 가득 채운 좆은 전립선을 미묘히 비껴간 채 내부를 짓누를 뿐이다. 당신이 느끼는 부분 모를 리 없는데도 그리했다. 애태우는 것처럼 느린 추삽질이 이어졌다.)
이안 브란트:(안을 가르는 이질적인―그럼에도 동시에 익숙한― 것에 아, 윽, 울먹임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오며, 턱이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그는 당신을 갈증하며, 타액을 모두 삼키면 갈증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절박하게 입술을 탐닉하였다. 그 탓에 이어질 흐느낌은 모두 뭉그러진다. 부끄러움 한 치 모르는 이처럼, 입술 떨어질 때면 더, 더 해 줘어…, 쾌락을 찾아 당신의 혀며 성기를 제 몸으로 욱여넣게끔 했다.)
우윽… 빨, 리이…, (뱃가죽의 안쪽을 강하게 짓쳐올리던 것이 내벽을 긁어내며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내부가 허전해지면 허리를 들썩이며 좆을 오물오물 삼켜오고, 뒤늦게 끝까지 꿰뚫리는탓에 절정이라도 맞이하는 양 온몸을 벌벌 떨며 다시금 눈을 뒤집었다. 온통 흥분에 절여져 초점 하나 맞지 않으나 그는 오롯이 당신을 눈에 담았다.) 아, 으읏…, 사, 사랑해…. 티에엔…, 결혼, 할 테니까아, 당장, 임신, 해버려도 조아아……. (제 무어라 내뱉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숨 쌕쌕 내쉬며 어깨 움찔거리기만 한다.)
첸 티엔:(그 말을 듣는 순간 흥분 참아내지 못하고 허리를 짓쳐 올린다. 정확히 당신이 느끼는 곳을 처박고, 뭉근히 문지른다.) 이, 임신, 해, 줄, 거예요? (말이 끊길 적마다 좆을 처박았다. 더듬는 것이 아닌, 단순히 힘주어 움직인 탓에 문장이 매끄럽지 않게 튀어나온 것.)
이안 브란트:(전립선 뭉근하게 짓눌려지는 순간 헉, 하며 헛숨 들이키며 사정감을 참는다. 몰아치는 강렬한 쾌감에 정신 못 차리고 제 입술을 물었다가, 손톱을 세워 당신의 등을 긁기도 하였다. 울리기는 몇 번이나 울렸던 주제에, 제 것에 흠 생기는 것은 즐기지 않는 듯하였으니 이는 무의식적인 행동에 가까웠다.) 힉, 으응, 그러니까아, 내 안에 정액 가, 득 뿌려, 줘어….
첸 티엔:(행위에 빠져든 탓에 상처 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좆을 처박을 때마다 당신의 몸과, 그 아래에 받친 책상이 밀리며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낸다. 방 안은 온통 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다. 소음과 신음과 거친 숨소리…. 그런데도 추삽질은 거칠어지기만 했다. 들킬 것이라는,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하고 안을 들쑤시기에 급급하다.)
윽, 조, 좋아요…. 잔, 뜩…. 받, 아주세요. (허릿짓이 점차 빨라지며 살과 살이 맞붙는 소리가 커진다. 사정감이 차오르는 만큼 허리를 붙들어 낸 손에 힘을 주고, 뱃가죽 위로 좆이 쑤셔지는 것 보일 정도로 욱여넣으며 정액을 쏟아냈다. 몸이 부르르 떨린다. 파정했음에도 흥분 가시지 않는지 아래를 뭉근히 움직였다.) 이, 임신…. 하려면, 이, 이걸로는 안, 될 텐데….
이안 브란트:(철퍽이며 살갗이 맞부닥치는 소리가 연신 이어지고, 장기가 흔들려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착각까지 일었다.) 아흐, 너무, 깊, 어…, (이안 브란트는, 자존심 상 스스로 인정한 적 없으나 강압적인 행위나 어느 정도의 고통을 즐기는 축에 속하였다. 그러니 빠져나가려는 양 당신의 허벅지를 밀어내고 몸을 뒤틀었음에도 정적하게 좆을 세우고, 제 안을 들락거리는 것을 바짝 물며 앞뒤로 멀건 액을 질질 흘려대는 것이다. 본능에 휩싸여 거칠게 내부를 가르고, 들어오면 안 되는 곳까지 닿을 듯한 두툼한 것은 외려 쾌감을 더하기만 했다. 내부에 뜨거운 액이 들어찰 즈음, 흐윽, 숨 들이키며 기어이 두 번째 사정이 이어졌다. 묽고 탁한 액이 배를 적신다.)
ㅡ자, 잠까안, 아…! (힘없이 흔들리던 이가 움찔 당신의 팔을 움켜쥐었다. 축축이 젖은 눈이 감겼다 뜨인다.) …침대에서 마저 해 줘. (바스스 웃으며 목을 끌어안았다.)
첸 티엔:으응…. 가, 감사해요. 허락, 해주셔서…. (볼 발그레 붉힌 채 수줍어했다. 허락이 떨어졌으니 망설일 것은 없다. 제 목을 안아오는 상대를 한껏 끌어안는다. 당신의 무릎 아래에 팔을 끼워 떨어지지 않게끔 붙잡고, 안을 채운 성기 빼내지 않은 채 걸음을 뗀다. 발 내디딜 적마다 매달린 몸 흔들거렸을 테니 의도치 않게 내벽을 쿡쿡 찔러댄 셈이다. 당신을 제 침대에 조심스레 뉘고, 허리 숙이며 무게를 싣는다. 자세가 아래로 기울어짐에 따라 삽입한 좆은 더욱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어졌을 것이다. 제 것 들어찬 아랫배를 지그시 눌러본다.) 저어, 사, 사랑한다는 말…. 하, 한 번 더 듣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흔들림에 따라 내부 자극되더라도 으응, 조그맣게 앓는 소리 내며 당신에게 뺨 비비기만 했다. 시야가 뒤로 젖혀짐에도 당신을 좇는 시선은 끊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당신의 붉어진 눈을 바라보았고, 두 번째 움직임에 따라 하늘대는 하얀 머리칼을, 마지막으로는 제 배안쪽 깊숙이 박힌 것을 쳐다 본다. 다리를 훤히 벌린 채 아랫배 눌림에 따라 아래 강하게 물었다.) 사랑해…. (어느덧 나긋해진 목소리가 읊조렸다.) 너도 말해줘야지.
첸 티엔:사, 사랑해요…. (입꼬리 실룩이며 답한다. 헤실거리는 낯, 바보 같은 미소. 고개 숙여 코끝을 비비적대기도 했다. 후희를 나누기라도 하듯 살짝살짝 허리를 치대다가도, 훤히 벌어진 다리 붙들어 자신의 양 어깨 위로 걸치게끔 했다. 그대로 시트 짚어 몸을 숙인다. 당신의 시야 속으로 접합부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아래에 깔린 몸을 혹사시켰다.) 이, 러면…. 더, 깊, 이. 들어간대요. 저, 정말…. 그, 런 것 같나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고개 숙여 코끝 닿을 즈음 멱을 당겨 입 맞추었다.) 귀엽긴. (몸이 반 접혀 꿰뚫릴 듯 욱여넣은 탓에 파득 시트를 움켜쥐며 미간 일그렸다가도, 곧 눈 가늘게 휘며 당신의 뺨을 쓸었다. 칭찬하는 듯한 손길이다.) 이, 런 것도, 공부했어? 내게 더, 깊이 박아넣고 싶어서?
첸 티엔:(눈 깜빡임이 잦다. 명백히 부끄러워하는 모양새. 그러나 첸 티엔이 당신의 물음에 답하지 않을 리 없었으므로, 숫기 없는 끄덕임이 따라붙는다.) 아, 아프지는…. 않, 나요? 우, 움직여도, 될까요…? (그리 묻는 것치고는 이미 크기를 키운 것이 안을 짓뭉개듯 누르고 있었다. 성기 반쯤 빼내었다 넣으며 잘게 허릿짓한다. 힘 실려있지는 않았으나 부러 위로 밀어 올렸기에 뱃가죽 위로 좆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터다.)
이안 브란트:으응, 괜, 찮아, 움직여도…. (성기의 모양대로 내벽이 수축하였다가 이완하기를 반복했다. 이미 한 번의 정사가 있었던 데다가 애저녁부터 콘돔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 시켜두었으니, 내부는 흘러나온 애액이며 받아낸 정액으로 뒤섞여있다. 그러니 추삽질을 할 때마다 접합부에는 즈붓, 흰 거품이 이는 자극적인 소리가 날 수밖에. 발 끝 오므라들며 우윽, 윽, 억눌린 신음만이 입술 틈으로 새어나온다.)
첸 티엔:(음란한 소리 들릴 적마다 마른침을 삼켜 낸다. 이미 한 차례 당신의 안에 액을 싸질렀음에도 갈증이 일었다. 손 더듬거리며 뻗어 자신의 베개를 가져오더니, 당신의 허리 아래로 받쳐준다다. 그리고는 기어이 무릎을 세워 몸을 반쯤 일으킨다. 질걱이는 소리 묻힐 정도로 체중 실어 푹, 푹, 쑤셔 박는다. 좆이 구멍을 들락거릴 때마다 희멀건 액이 묻어 나왔다.)
흐, 으…. 브, 브란트 씨이. 너, 너무 좋아요…. (물기 어린 목소리. 귓전에 대고 속삭인다. 당신의 모든 곳을 핥고, 모든 것을 삼켜보고 싶었으므로 젖은 혀를 내밀어 귓바퀴를 핥아보기도 했다. 뜨거운 숨이 내려앉는다. 축축한 살덩이를 귓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안 브란트:(온전한 무게를 실을 때마다 뿌리까지 콱, 밀어넣어지며 얇은 뱃가죽이 불룩 솟았다. 그럴 때마다 침대와 몸이 뒤흔들린 탓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제 몸이 감당 못할 쾌감 탓인지 눈 앞이 명멸하는 것만 같았다. 바르르 떨리는 손이 당신의 팔을 움켜쥐어 기다랗게 손톱 자국을 남겼다.) 우윽, 읏, 티엔…. (따듯한 살덩이가 귓가를 간질이고, 질척이는 소리는 적나라하게 고막에 부딪히자, 그는 쭈볏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허리 받쳐주며 다정히 굴다가도 결국엔 혀 내어 아무 곳이나 핥으며 본능을 좇아 허리 치받는 꼴이란…. 이래서는 발정난 개나 다름없지 않나? 이안 브란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하나 비아냥과는 거리가 멀었고, 우습게도 그러한 당신의 행동이 흡족하여 견딜 수가 없는 쪽에 가까웠다.) 하아, 이, 름, 불러 줘….
첸 티엔:으응, 브, 란트 씨이…. 이안, 브, 란트. (내뱉는 이름은 세뇌와 다름이 없었다. 그 이름자 결코 잊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아로새기는 행위. 첸 티엔은 이미 이안 브란트의 개나 다름이 없다. 손 내밀면 거리낌 없이 턱 얹는 순종적인 반려. 좆을 전부 빼내었다, 구멍이 맞물리기도 전에 쑤셔 누른다. 사정없이 내벽을 가르다가도 전립선 위를 짓누르며 흘레붙는다. 더, 깊이…. 넣고 싶어. 턱 막힌 곳 쿵쿵 찧으며 제 욕망을 풀어내었다.)
이안 브란트:으, 응…. 티엔. (제 이름 불릴 때면 움칠 몸을 떨기도 하였다. 깊이 쑤셔질 때면 빡빡하게 달라붙어서는, 좆 빼낼 때마다 벌겋게 달은 내벽이 딸려온다. 퍽퍽 소리날 정도로 접합부가 부딪혀 눈 앞이 흐려지고, 거친 숨을 뱉는 동안에도, 그러면서도 그가 생각하는 것은, 역시 티엔 브란트가 좋겠지….)
티엔, 잠, 까안…. (당신이 몸이 잔득 달아오를 즈음, 문득 당신의 어깨를 밀어냈다. 얕게 숨 고른 뒤 눈매 발개진 채 살며시 웃음 짓는다.) …뒤로, 해 볼래? (주도권 쥐는 것을 좋아하니 여러 체위 중에서도 후배위는 여태 가르친 적 없었을 것. 그러나 당신이 오늘처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박아재끼는 날엔, 한번쯤 가르쳐 두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여서.)
첸 티엔:(정신없이 박아대는 와중에도 당신이 자신을 불러세우는 소리만큼은 놓칠 리 없다. 밀어내는 대로 밀려났으며, 좆 반쯤 빼낸 채로 멀거니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다.) 뒤, 뒤로, 요…? (이해하지 못한 듯 눈 동그랗게 뜬다. 썩 순진한 낯이었으나 흉흉히 세운 것 당신 안으로 밀어 넣고 있단 점에서 순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붉은 눈 껌뻑이다, 이윽고 허리 뒤로 물리며 발기한 것을 빼낸다. 가르침을 기대하는 이마냥 양 볼을 붉혔다.) 가, 르쳐 주세요….
이안 브란트:(순진무구한 낯을 양손으로 감싸 그 위로 두어 번 입 맞추었다.) 으응, 가만히 있어 봐…. (안을 채우던 것이 빠져나가면 얼마 있지 않아 거품이 인 씨물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나, 아랑곳하지 않았고 자세를 고쳤다. 오늘도 같이 자면 되니까….)
(그는 뒤돌아 침대를 짚었고, 당신의 한쪽 손은 제 골반께를 붙잡게끔 당겨왔다. 이내 옴작대는 구멍 위로 부풀어 오른 성기를 맞추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제 깊숙한 곳까지 헤집었던 것이니 입구는 기다렸다는 듯 매끄럽게 귀두를 삼켜 물었다.) 이제, 가르쳐 줬으니까… 움직 일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는, 곁눈질로 당신을 보더니만 하나로 묶은 제 머리카락을 부러 당신 손아귀에 쥐어준다. 나직이 웃음 흘렸다.) 마음대로 해 봐.
첸 티엔:(어설픈 손길로 골반을 움켜쥐고, 입구에 귀두를 맞추었을 때까지만 해도 흥분 어린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안을 헤집을 것처럼 골반을 고쳐 쥐었으나 빈손 위로 머리카락 올려지는 순간 모든 움직임 멈추어낸 채 뻣뻣이 굳어버린다. 손바닥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엄지로 훑어보다, 남몰래 고개를 숙여 향을 맡아보기도 한다.) 조, 좋은 냄새….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탓에 남몰래, 가 될 수는 없었겠다 싶지만. 어정쩡히 귀두 밀어 넣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눈만 깜박깜박.) …뭐하는 거야? 냄새만 맡고 있네, 강아지도 아니고, 너….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순진해 빠져서야, 원.) 아. 아니면, 내가 해 줬으면 하는 거야?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곧장 허리 뒤로 밀어 성기를 꾸욱, 집어넣었다. 반쯤 욱여진 성기를 오밀조밀 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집중해야지.
첸 티엔:우, 읏…. (다른 것도 아닌 목소리에 흥분해 액을 질질 흘려대고 만다. 나직이 깔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속절없이 신음을 흘린다. 녹진히 풀린 내벽이 제 좆 물어오면, 그제야 쥐었던 머리카락을 놓고 양손으로 골반을 붙든다.) 네, 네에…. 집중, 할게요.
(대답과 동시에 꾸욱 밀어 넣는다. 얼굴이 아닌 등이 보이는 것이 못내 낯설다. 볼기와 장골이 맞닿는 감각조차 생소하다. 어색한 몸짓으로 허리 움직이니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드러난 어깨며 등이며 옴폭 파인 허리며 골이 이상하리만치 외설스럽게 느껴졌다. 홀린 듯이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댄다. 등허리 위로 쪽, 쪽, 거리며 입을 맞추었다. 마음대로 해 봐, 그 명에 따라 처음으로 제멋대로 움직인 셈이다.)
이안 브란트:(끝까지 들어간 직후 끄응, 앓이를 하며 숨 들이켰다. 고작 체위 하나 바뀌었다고 어색하게 몸짓하는 당신을 보고 있자니 귀여워 픽 웃음이 나왔으나 그 얼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등덜미부터 허리까지 말랑하고 더운 입술이 닿는 것, 무엇보다 애정 담긴 행동임을 알지만 당장 그에게는 야살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으응, 거기, 기분 조, 아…. (아양을 부리듯, 꼬리 흔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성기를 받아낸다.)
첸 티엔:브, 브란트 씨이. (숫제 울먹인다. 그 행위가 더없이 유혹적이었던 탓이다. 숨 씨근거리더니,) 여, 여기이. 기분, 좋, 아요? (좋다, 는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었다. 흔들리는 허리를 쥐어 아래쪽으로 잡아당긴다. 동시에 짓쳐 올렸다. 퍽, 퍽 처박으면서도 더욱 깊이 꿰뚫기라도 하겠다는 것마냥 허리 붙들어 내리는 손 멈추지 않았다. 내벽이 좆 물어올 틈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본능 따라 움직이는 꼴이 진정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더, 깊이…. 사, 삼켜주세요. 네에? (애원하며 매달렸다. 부피 키운 것이 전립선 위를 마구잡이로 짓누른다.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지, 허리 쥔 손 놓아 당신의 두 팔을 쥔 채 뒤로 당긴다. 시트를 짚어낼 수 없으니 고개는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며, 반대로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올리게 될 것이다. 그대로 팔 붙든 채 찧듯이 콱 쑤셔 넣더니, 접합부 맞물린 곳으로 당신의 손을 끌어온다. 벌어진 구멍을 손가락으로 더듬게 했다.) 이, 만큼…. 버, 벌어졌는데도. 더…. 느, 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하윽, 응, 기, 기분 좋아아, 더, 해 줘, (허리 움켜쥔 손아귀에 힘 들어가는 것을 저지할 생각조차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기분 좋은 곳에 닿고 싶어 허리 비틀어대면서도 뒤는 뻑뻑하게 조여물고, 앞으로는 질금질금 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의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머릿속을 휘젓는 쾌락에 시트 구겨질 정도로 움켜쥐며 채 삼키지 못한 타액마저 흘려대니, 이래서는 누가 주인이며 개인지.)
(팔 쥐어 당긴다면 상체는 힘없이 무너져 시트 위로 얼굴을 박고 만다. 윽, 웃, 하며 뭉개진 흐느낌을 흘리나 일말 저항의 기색은 없었다. 고개 비스듬히 틀어 겨우 숨 내뱉고, 어그러진 인상 가다듬을 틈도 없이 쿵쿵 쑤셔박힌다. 바깥으로 싸지르는 것이 없으나 온몸이 벌벌 떨며 초점 잃은 눈 뒤집히는 꼴이며 경련하는 내부를 보아 절정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다.) 힉…, 더…, 더 이상으은, 아, 흑…….
첸 티엔:흑, 브, 브란트 씨…. (가슴팍이 가파르게 오르내린다. 눈가가 일그러지고, 이를 꽉 악물었으며, 팔 쥔 손에 핏줄 도드라진 것을 보아 사정감을 억지로 내리누른 모양. 한 손 풀어내어 당신의 앞을 쥐었다. 기둥을 훑고, 액을 짜내기라도 하듯 미약한 힘 주어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다, 이윽고 귀두를 거쳐 요도구에 손가락을 대어 본다. 엄지로 귀두 끝을 문질러도 프리컴이나, 이전에 파정한 액만이 묻어나오는 걸 보면 사정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배출을 돕는 것이 반려의 도리가 아닌가. 몽롱한 눈으로 당신의 어깨에 입술을 묻는다. 그러나 이 세우는 일은 일절 없었다.)
더어, 하, 하실 수…. 있어요. 조, 좋아하시잖아요, 이런 거…. (살갗 핥아대며 웅얼거린 탓에 발음은 부정확하다. 쉼 없이 쑤셔 박았던 탓에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정액은 물처럼 묽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움직임 멎어들 기미 보이지 않으니, 찰박거리는 소리마저 날 지경. 앞 문지르는 손 또한 멈추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욕정은 끝이 없다. 당신 떠올리며 자위했던 것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내고 있는 꼴이다.)
이안 브란트:(제 앞으로 성마른 손길이 닿아 자극을 가하자, 발끝을 오므렸다 펴고, 허벅지 잘게 경련하며, 부옇게 흐려진 시야에선 결국 생리적인 눈물마저 흘러내렸다. 그, 그마안, 더느은…, 완성되지 못한 단어들을 중얼대듯 내뱉으나 머지않아 뻣뻣한 성기 끝에서 허옇고 묽은 액체가 울컥거리며 쏟아져 나와 당신의 손이며 침대 시트를 더럽힌다. 이안 브란트의 몸은 이미 그의 통제 밖으로 벗어난 것만 같았다.)
(내장이 짓눌려지고, 그럴 리 없음을 알면서도, 당신의 윤곽대로 내부의 모양이 짜맞추어지는 것만 같다. 아래에서는 살갗끼리 부딪히고 물 찌걱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음에도 그의 귓가에는 오직 당신의 목소리만 웅웅거렸다. 타액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으로 얼굴을 묻은 시트가 젖어든다.) 흐긋…, 티, 티엔, 이, 임신할 것 가타아….
첸 티엔:(등을 바라보며 추삽질을 이어갔으므로 당신의 얼굴을 살피지 못했다. 그러므로 눈물 흘러내린 것 또한 알지 못한다. 본래의 첸 티엔이라면 눈물 고이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며 당신을 살폈을 텐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욕구를 푸는 것에 여념이 없다. 묽은 액체가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앞을 쥐고 흔든다.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를 탐하기에 급급했던 탓이다.)
으응, 해, 해주세요…. 임신. 여, 여기에, (콱, 쳐올림과 동시에 아랫배를 꾹 누른다. 자궁이 있을 리 만무하나 하복을 정성스레 더듬었고, 자궁구에 좆 밀어 넣기라도 하는 것마냥 욱여넣는다.) 잔, 뜩…. 바, 받아주세요. (속삭이며 들쑤신다. 분명 낯설기만 하던 체위인데, 기묘하게도 만족스러웠다. 배 맞댄 상태보다 더욱 깊이 박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 허리 움직이는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퍽, 퍼억, 퍽. 좆이 구멍을 가득 채울 때마다 아래에서 멀건 액이 튀었다. 볼기 시뻘게질 정도로 살 부딪힌 뒤에야 허리를 바르르 떤다. 내벽 채운 것에서부터 울컥, 뜨거운 액이 밀려 나옴과 동시에 상체를 숙인다. 당신을 끌어안듯 등과 가슴을 맞댄 채 숨을 골랐다.)
이안 브란트:아, 안대앳, 나, 바, 방금, 갔, 아으읏…! (재차 앞을 만져오는 탓에 요도구 갈라진 틈새로는 정액인지 프리컴인지 모를 멀건 액이 자꾸만 새어나왔다. 당신을 만류하듯 절박한 목소리가 튀어나오다가도, 신음을 참으려 아랫입술 무는 탓에 말이 완성되지 못한다. 첸 티엔이 이토록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손 하나 올리는 것에도 허락을 구하지 않았던가?― 모든 행위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나 첸 티엔의 행동 하나하나는 결국 마음대로 하라는 이안 브란트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는 제멋대로인 동시에 이안 브란트의 말을 꼬박꼬박 지키고 있는 셈이지 않나.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아득한 쾌락인지 짙은 애정인지 모를 것에 잡아먹히기라도 할 듯.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에 빠져버려 척추를 타고 묘한 전율이 흘렀다.)
으응, 안에, 힛…! (아랫배 내리누르면 좆대 위로 불거진 핏줄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아 숨이 턱 막혀왔다. 처음 하는 체위인 탓에 기술이라곤 없이 힘으로 치받기만 하는데도, 오히려 거북하리만치 강한 쾌감에 절여져 고통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아 두 사람의 속궁합이 퍽 잘 맞는 듯싶다. 뱃속에 좆물이 그득 채워지는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기어이 물 같은 액을 쏟아내며 절정에 치닫는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바르륵 떨리기만 하던 몸이 추욱 늘어져 앞으로 쏟아진다.)
첸 티엔:(스러지는 몸 껴안았다. 맞닿은 온기가 평소보다 더욱 뜨겁다. 이어진 정사 탓이겠지. 열 오른 어깨 위로 고개를 묻는다.) 브, 브란트 씨이…. 어, 어떠셨어요? 오, 늘은….
이안 브란트:으응, 기분, 좋아…. (여운에 몸 바르작대더니 껴안은 당신의 팔을 끌어와 그 위로 입술 묻는다.) 바로 안아 줘. 그리고 키스도….
첸 티엔:(드물게도 당신의 명을 곧장 이행하지 않는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입술을 달싹이기만 했다.)
이안 브란트:왜애.
첸 티엔:바, 바로…. 안, 으려면…. (귀 끝이 붉어진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 잇는다.) 아, 안에…. 넣은 것, 빼야, 하잖아요.
이안 브란트:빼면 되지. 아직 만족 못 했어? (팔에 입술 묻은 채 말하느라 뭉개지는 발음으로 이런 질문….)
첸 티엔:(급기야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오른다.) 하, 하지마안…. 이, 임신, 해주시겠다고. (점점 줄어드는 목소리.) 하, 하셨는데….
이안 브란트:아, (숨죽여 웃었다.) 이대로 잘까?
첸 티엔:(어깨에 얼굴 묻은 채로 고개 끄덕인다. 볼을 비비적대는 감각만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 그치만…. 브, 브란트 씨가 힘드시다면, 빼, 뺄게요.
이안 브란트:귀엽긴. (어깨 위로 닿는 뺨의 온기가 아주 뜨거울 지경이다.) 힘들진 않지만… 키스하고 싶으니까 지금은 빼 줘. 아래는… 원한다면 언제든 채워넣게 해 줄 테니까.
첸 티엔:(그제야 느지막이 제 것을 빼내었다. 여전히 머뭇거렸으나, 느린 몸짓은 불만이 아닌 부끄러움 탓이다.) 이, 입…. 맞춰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몸을 돌려 마주보는가 싶더니,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곧장 당신의 시야가 뒤집혔을 것이다. 그는 당신을 눕힌 뒤 다시금 성기를 빠금거리는 구멍에 맞추어 앉는다. 느릿하게 집어넣은 탓에 접합부에서는 치덕이는 소리가 났다. 상체 숙여 입술끼리 맞대었다가 뗀다.) 됐지? (눈물 흘려 붉어진 눈매가 어렴풋이 휜다.)
첸 티엔:(느릿하게 내려앉는 만큼 내벽이 제 것 물어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마저도 자극이 되어 눈가 샐그러트리다가도, 붉어진 눈매를 마주하는 순간 눈 동그랗게 뜬다. 직전의 자극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는 표정.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들어 올린다. 감히 당신 뺨에 가져다 대지 못하여 허공을 유영했단 것이 흠이라면 흠.) 우, 우셨어요…?
이안 브란트:으응, 기분 좋아서…. (손 끌어서 제 뺨 위로 얹어준다. 평소보다 열 오르고, 물기 젖은 뺨. 당신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입을 맞추며, 당신이 했던 물음을 그대로 돌려준다.) 오늘, 어땠어?
첸 티엔:(그제야 엄지로 물기를 훔쳐내었다. 제 손은 당신의 뺨보다는 차가울 것이니 손등 대어 열 식히기도 한다. 그마저도 이어지는 말 듣고는 우뚝 멈추어내고 말았지만.) 앗. 그으. 음. (눈 깜빡임이 확연히 는다. 시선이 갈피를 잃고 배회하기 시작한다. 얼굴이며, 목 곳곳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안 브란트:혹시 싫었어? (아니라는 것쯤은 빤히 알면서도 일부러, 눈썹 늘어뜨리고서.)
첸 티엔:조, 조, 조, 좋았어요! (새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이안 브란트:다행이다. (칭찬하듯 콧등에 쪽.) 이제 더 가르칠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구.
첸 티엔:허억. (숨 들이킨다. 금세 불안한 낯이 되었다.) 저, 저는…. 아, 직. 더…. 배, 배우고 싶은데요….
이안 브란트:(기다렸다는 듯 입꼬리 올린다.) 하긴, 아직 머리채 잡는 법도 모르는데…. 옆에서 더 알려주는 편이 좋겠지?
첸 티엔:(다른 의미로 숨 삼켰다. 이번에는 울상이 된다. 시시각각 표정이 바뀐다.) 저어, 그, 그런 건…. 시, 싫어요. (금방이라도 눈물 떨굴 듯한 표정. 시선 맞추지 못한다.) 그, 그건…. 브, 란트 씨가 아, 아플 것 같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울지 말고. (시선 맞추지 않더라도 그는 당신의 얼굴을 훑으며 애정을 속속들이 확인한다. 손등으로 눈매 쓸어주며) 내가 아픈 건 싫어?
첸 티엔:네, 네에…. 펴, 평생 행, 복하기만…. 하셨으면. 해, 해요. (한 줌의 진심이었다. 굳이 자신의 곁이 아니더라도, 함께 있을 수 없더라도 당신이 행복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안 브란트:나는… 너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바투 끌어안는다.) 너도 안아 줘.
첸 티엔:(그 말을 들으면, 세상 다 가진 이처럼 웃는다. 어떤 것을 받아도, 어떤 말을 듣더라도 이보다 기뻐할 수는 없을 것. 볼 붉힌 채로 당신을 꼬옥 끌어안는다.) 저, 저도…. 그래요. 같, 이…. 조, 졸업해요, 저희.
이안 브란트:원한다면…. (당신에게 고개 묻은 채 눈 느릿하게 내리감았다. 이대로 자도 되지? 질문하는 듯싶었으나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잘 자.
첸 티엔:(그저 이불 끌어와 당신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그 상태 그대로 잠을 청한다.)
 :다음날, 늦은 아침 당신은 깨어납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요. 이안은 옆자리에 누워 잠을 자고 있습니다.
첸 티엔:(헤헤…. 웃으며 이안의 자는 얼굴을 구경한다. 이불은 잘 덮고 있을까?)
이안 브란트:(이불도 얌전히 덮었으며, 언제 훔쳐? 가져왔는지 모를 당신의 잠옷마저 입고 있다.)
첸 티엔:(으응? 어쩐지 눈에 익은 잠옷…. 일부러 똑같은 걸 사신 걸까? 단단히 잘못된 오해를 한다. 헤실거리며 이불을 더 꼼꼼히 덮어주었다.) 지, 지금이 몇 시지…. 도, 도서관에 가 봐야 하는데.
 :토요일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나가더라도 통금 시간이나 자습 시간에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의 말대로 학교에 비밀을 감추어 두었다면, 그 장소는 도서관 혹은 교무실일 겁니다. 고작 3년 머물렀다가 대학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음모를 주도할 수 있을 리 만무할 테니까.
이안 브란트:나가게? (미동도 않고… 눈 반만 뜨고 묻는다.)
첸 티엔:(어엇.) 나, 나가지 말까요? (이런 소리나.)
이안 브란트: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거야?
첸 티엔:다, 당연히요…. (헤헤.)
이안 브란트:합격…. (뭐가? 미묘하게 부은 것 같은 눈 베개에 묻으며) 잘 갔다 와.
첸 티엔:으, 으응…? (갸우뚱.) 네에, 그, 금방 다녀올게요. 앗. 그으…. 오, 오는 길에 뭐라도 사, 올까요? 드, 드시고 싶으신 거라든지.
이안 브란트:난 너만 있으면 돼…. (그냥 먹고 싶은 거 없다는 뜻이다.)
첸 티엔:(어? 떻게 이해했는지 순식간에 볼이 붉어진다.) …그, 금방…. 올, 게요?
이안 브란트:으응, 난 조금만 더 자고 있을게. 옷 빌려줘서 고마워. (참고로 빌린 적 없다.)
첸 티엔:(앗?) 제, 제 건…. 다, 브란트 씨 거니까…. (금세 수긍한다.) 주, 주무세요. (깨지 않게끔 발꿈치 든 채 조심조심 걸었다. 도서관으로 향한다.)
 :자, 학교를 돌아보기 전에, 첸 티엔 학생은 학칙을 지키고 있나요? 우선 교복부터 점검해봅시다. 마이는? 조끼는? 하의는 제대로 기장을 맞추어서 입었나요?
넥타이핀을 다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에요… 반지나 귀걸이 같은 것은 하고 있지는 않나요?
첸 티엔:(완벽히 차려입었다. 단, 넥타이핀만 빼고.)
 :좋아요, 그럼 출발해 볼까요.
첸 티엔:(힘껏 발 내디딘다.)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생이라면 토요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여유 따위는 없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골치 아픈 문학 에세이를 써야 하는 불운한 학생들을 제외하면요.
그 탓인지 도서관은 한산하기 짝이 없습니다. 들창으로 내리쪼이는 햇빛에 케케묵은 먼지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사서 선생님은 고개를 규칙적으로 꾸벅입니다. 데스크 앞에는 표지가 헤진 대출 명부가 있습니다. 옆에 있는 흑판에는 도서 대출 연체자 목록이나 공지 사항 따위가 붙여져 있습니다. 지난 이 백 년 동안 과분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장서들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첸 티엔:(주무시나…?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가 대출 명부를 흘긋 봤다.)
 :대출 명부를 살펴 보면, 적어도 지난 육 개월 동안은 이안 브란트가 <신곡>을 대출한 기록은 없습니다. 그는 대체 무슨 책을 빌렸던 걸까요?
첸 티엔:으, 으음…. (고개 기울인다. 시선을 옮겨 흑판을 본다.)
 :흑판의 연체자 목록을 살피면, 며칠 단위로 연체한 학생들도 있지만 심하게는 연 단위로 책을 반납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처음 보는, 모두 낯선 이름들입니다.
이 좁은 학교에 3년이나 살면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모두 얼굴과 이름 정도는 익숙해질 법한데 말입니다. 그토록이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같은 책을 빌렸습니다. <맥베스>.
그러고 보니 대출 명부에도 존재하였던 이름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버니스, 그린, 리우, 핀저…… 이런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던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전혀……
불현, 낯설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뇌리에 나타납니다. 웃을 때마다 살짝 보이던 덧니, 시험 기간에 나눠주던 초콜릿, 기억의 파편을 그러모으다 보면 아주 서글프고 끔찍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나치게 가난한 집안의… 장학금을 받았고… 혹은, 다들 당신과 제법 가까웠던 이들 아닌가요? 어떻게 이들을 모두 잊어버릴 수가 있지? 이성 판정 0/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4/22/8
굴림:57
판정결과:실패
3
 :티엔, 이성치 3 감소.
첸 티엔:(숨이 가빠온다. 어떻게 한 사람의 존재를, 이토록 까맣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불현듯 두려움에 휩싸여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윽고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81
판정결과:실패
 :학교에 옥스퍼드를 작년에 몇 명이나 보냈고, 누가 기부금을 내서 입학했으며, 또 스쿼시 경기의 우승자는 누구인지… 쓸데 없는 정보만 잔뜩 알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옛 신문들을 읽다가 흥미로운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학교가 착공된 해의 4월 19일, '인부가 모두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네요.
옆의 책장에는 수십 개나 되는 판본의 <맥베스>가 책장 하나를 가득 메웠습니다. <리어 왕>이나 <신곡> 등 유명한 희곡들은 모두 여러 판본을 모아두었지만, <맥베스>는 유난합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잠깐!)
(안경이 흐릿한 탓인 것 같다. 북북 닦았다.)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역시.)
 :수많은 <맥베스> 중 유독… 소름끼치고 빛바랜 책을 찾습니다. 이전, 잃어버렸던 「프나코티카」입니다. 왜 여기에?
첸 티엔:이게 왜 여기에…? (프나코티카를 책장에서 빼낸다. 무언가 특별한 점은 없을까?)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당신이 잃어버렸을 때의 상태 그대로네요.
첸 티엔:(슬그머니 책장을 넘겨 본다.)
 :모든 것이 그대로입니다. 프린의 크룩스 안사타 주문과, ■■■의 기록을 다시 확인합니다. 책을 계속해서 연구하기에는 마땅하지 않아 보입니다.
첸 티엔:(으음. 책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는다.)
(첸 티엔의 안경은 뽀득뽀득해졌다. 다시한번 자료를 조사해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ㅠ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뽀득뽀득.)
 :안경을 닦은 보람이 있네요. 학교의 역사에 대한 책을 찾다 보면...
핸드아웃 학교 설립자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첸 티엔:괴물…. (중얼거린다. 301호에는 백합 액자가 없었는데. 오히려 기록과 아주 흡사한 것이…. 어두운 낯으로 기록을 제자리에 돌려두었다. 교무실로 걸음을 옮긴다.)
 :교무실에는 당직을 서는 선생님들 두엇만 남아 있고, 남은 책상들은 주인을 잃은 채 텅 빈 상태입니다. 주말이니 수상한 일은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3학년 담당 부장 선생님은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교무실 벽면에는 책장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첸 티엔: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70
판정결과:실패
(벌컥!!!)
 :티엔은 귀여운 제가 왔습니다ㅡ 합니다. 당직을 서는 선생님들은 당신을 흘긋 보더니 볼일 있으면 얼른 보고 나가라는 말만 하고 본인 업무에 치중합니다.
첸 티엔:(머쓱…. 다시 발꿈치를 든다. 책상을 흘긋흘긋 훔쳐보았다.)
 :학생 출석부나 에세이가 너부러져 있습니다.
첸 티엔:(출석부 흘긋흘긋.)
 :명부에는 있지만 당신의 기억 속에는 흐릿한 이름들을 몇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름들 옆에는 하나 같이 3개월 주기로 이어지는 날짜와 Ex라는 글씨가
나란히 쓰여 있습니다.
이 이름들이 금번 기숙사 명부에서는 지워진 이름들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3개월 전, 혹은 6개월 전 기숙사 명부에는 분명히 이 이름들 중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3개월을 주기로 학생들이 죽어나갔다는 뜻입니다. 죽은 이들은 학생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식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모양입니다. '사감용 학칙 제1항.' 편리하기 짝 없는 조항이네요 .
첸 티엔:
교육
기준치:65/32/13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Ex는 expired의 약자라는 걸 깨닫습니다.
첸 티엔:(인신공양…. 손끝이 살짝 떨린다. 출석부에서 시선을 떼고 에세이를 본다.)
 :도서관에서 읽었던 정보와 별다를 것 없습니다. 4월 19일, 인부들이 모두 죽는 사고가 발생했고, 설립자는 당시 궁정에서 '신비한 힘을 가진 점술가' 내지는 '마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는 등입니다.
첸 티엔:(괴물 때문에 사망 사고가 벌어진 걸까? 책장 가까이 다가선다.)
 :연구용 교과서나 졸업 앨범 등이 꽂혀 있습니다.
첸 티엔:(교과서를 슬쩍 펼쳐보았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교과서라고 볼 수 없는 제목의 책들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필기된 문장 중에서도 실제 교과서를 출처로 두지 않은 것들이 제법 보입니다.
그러한 책들에 적힌 것들은 꽤 익숙한 문장과 비유들입니다. 바로 당신이 지난 시간 홀린 것처럼 들여다 보았던 문장들이니까요. 프나코티카에 나오는.
첸 티엔:(혹시, 선생님들께서는…. 졸업 앨범을 넘겨보았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앨범을 살피던 중, 무려 10년 전의 앨범에서 익숙한 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의 룸메이트, 이안 브란트 말이에요.
비슷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에는… 쌍둥이가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닮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드문드문 앨범에 출현합니다. 때로는 4년 전, 때로는 17년 전, 때로는 43년 전….
첸 티엔:(엄지로 당신의 사진을 쓸어보았다. 사진을 떼어갈 수 있나요?)
 :원한다면 찢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첸 티엔:(사진을 챙겼다. 부장 선생님은 아직도 부재중이신가? 교무실을 둘러본다.)
 :부장 선생님은 자리에 없습니다. 여유롭게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첸 티엔:(부장 선생님의 자리로 슬그머니.)
 :3학년 학생들의 전체 명부를 입수합니다. 읽어볼까요?
첸 티엔:(천천히 훑었다.)
 :당신은 A부터 차례대로 명부를 읽어내려갑니다. 아보트, 아놀드, 앤더슨…… 아, 당신의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도 이 중 기숙사 명부에서와는 다르게 이안 브란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기숙사 명부에는 있되 학적에는 없는 학생이라니. 그러고 보니까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가 3학년… 무슨 반이었더라? 동아리는 뭐였더라? 룸메이트가 된 지 3개월이 모두 흘러가는데도 기본적인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교실과 동아리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주머니에 넣어 둔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알아요. 그러니 상관없어.)
(교실로 향했다.)
 :12학년과 13학년을 모두 합해봤자 채 삼 백 명을 넘지 않는 곳입니다. '명문'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들이란 으레 그러하잖아요. 전국에서 똑똑하기까지 한, 혹은 그저 똑똑할 뿐인 아이들을 조금씩 긁어모아서, 그 아이들에게 지식과 함께 저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주입시키고, 자만심과 이기심을 비료로 주며 키우는 온실.
그렇게 동문들의 이름을 내세워 으스대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들이 동문의 자격을 갖출지 면밀히 기록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이 어느 교실을 썼고, 무엇을 공부했으며, 성적을 몇 점이나 받아냈는지…… 그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적은 교실 중 어느 곳도 이안 브란트가 남긴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수업을 들었었죠? 하나하나 곱씹다보면, 이안 브란트와 첸 티엔의 수업은 2년 동안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봐야 하는 시험과 과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이 학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안 브란트는 이 학교에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 같습니다. 이성 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1/20/8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아무나 붙잡고 묻는다.) 저, 저기…. 브, 브란트 씨 말이에요. 이, 안 브란트. 며, 몇 반이었죠?
학생: (지나가던 학생이 돌아본다. 12학년의 학생 명찰을 달고 있다.) 이안 브란트? 우리 학년 걔 말하는 건가? 잘 모르겠는데....
첸 티엔:12, 학년이요? 13학년이 아니라…?
학생: 분명히 12학년이지? 브란트 말이야. (옆의 친구에게 묻는다.)
학생2: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런 애가 있었나?
학생: 무슨 소리야? 전에 우리 같이 기숙사에서 마주친 적도 있지 않아?
학생2: 글쎄, 전혀 모르겠는데...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봐, 얜 13학년이라고 하잖아.
학생: 진짜라니까...
 :학생들은 저마다 말이 다릅니다. 13학년인 그를 12학년이라고 하지 않나, 없는 사람 취급하질 않나…. 의문이 쌓여가는 그때, 별안간 침묵이 찾아옵니다.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조용해지더니, 제 갈 길을 갑니다.
첸 티엔:저, 저기…? (황급히 말을 붙여 본다.)
 :그들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탁한 동공을 한 채, 같은 표정을 짓고. 기묘한 위화감이 당신을 엄습합니다.
이 상황,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사감용 학칙 제1항,
학생들이 알아서는 안 될 것을 알게 되어 학업에 큰 지장을 겪게 된 경우, 학교는 특수한 수단을 통하여 학생들의 기억을 조정해야 합니다.
첸 티엔:(브란트 씨가 일러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당연하단 듯 넥타이핀을 착용했을 테고, 그랬다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채 동아리실로 향했다.)
 :회화·조각·성악·합창·문예창작·사격·승마…… 스태그필드는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교양 교육을 동아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소 동아리의 방문을 열면 조각상이 있고, 합창 동아리의 문을 열면 악보가 흩어지네요.
특별히 눈에 띄는 것도, 말을 걸 만한 학생들도 없습니다. 이대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 하는 걸까요? 그리 생각하던 참에…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동아리실의 지하로 향하는 문에 진흙 발자국이 나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금까지 어째서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눈에 띄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첸 티엔:(주춤거리면서도 지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동아리실 지하로 내려가는 길, 먼지가 훅 내려앉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 사악하고 모독적인 광경이 이를 드러냅니다.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이전에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가 코를 들쑤십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이란 생명은 잡아 삼키고 썩히고 부패시키는 것……..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첸 티엔:(흡, 숨을 삼킨다.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발자국을 살폈다.)
 :진흙은 축축합니다. 이 방의 주인이 이곳을 벗어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 합니다.
발자국을 살피면, 지상과 가까운 부분은 인간의 신발과 흡사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짐승의 발굽 모양을 닮도록 변합니다. 지하로 완전히 내려가는 부분은 어둠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해서 진행하는 일이 현명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대로 모든 증거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일도 현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첸 티엔:(다시 한번 주머니 속의 사진을 더듬는다. 이렇게 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이대로 도망치지는 않을 셈이다.)
 :당신은 지하로 내려갑니다.
캄캄한 곳입니다.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듯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전, 당신의 눈을 뒤덮었던 바로 그 늙고 어린 어둠입니다. 사방에 뻗쳐 있는 적의에 피부가 베인 듯 아려옵니다. 겨냥하는 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그 악의는, 언젠가 본 사슴뿔과 꼭 닮았습니다.
조금 뒤에야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송장 옆에 몸을 뉘인 듯 공기는 서늘합니다.
이 학교의 지하에는 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몇백 년, 몇천 년, 혹은… 감히 영겁이라고 빗댈 만한 세월이 흐를 동안, 내내. 이성 판정 0/1D2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40/20/8
굴림:24
판정결과:보통 성공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26
판정결과:보통 성공
 :손으로 주변을 더듬어 나가던 중,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딱딱한 것이 잡힙니다. 그 순간, 뜨거운 것에 가열되는 듯 기포가 들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썩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있으면 있을수록 기분 나쁜 장소입니다. 그 어떤 수사도 이곳을 적확히 묘사하지는 못 할 겁니다. 꺼림칙하고, 울적하고, 사위스러운 곳.
움직일 때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물건들이 자꾸만 부딪히는데, 쨍그랑,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으스스하고 소름이 끼칩니다. 그 소리 자체가 소름이 끼치다기보다는, 마치 주술 의식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듭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75
판정결과:실패
(골똘히...)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곳의 주인이 어떠한 주술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주술이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그 책'을 다시 읽는다면, 그 책에 나와 있지 않을까요?
우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두워서 내부는 보이지도 않고, 불길한 소리마저 들리는 곳. 발자국을 남겨둔 이곳의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첸 티엔:(자리를 떠나기 전, 직전 짚었던 딱딱한 것에 시선을 둔다.)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는 않으나, 노란빛이 도는 반짝이는 것입니다. 챙겨갈까요?
첸 티엔:(덥석 챙기고, 이곳을 떠난다.)
 :음습한 지하에서 나오니, 다시금 햇살이 창문 근처에서 너울집니다. 당신이 쥐고 있던 것은 순금입니다. 아주 귀한 마법 재료지요.
그렇다면 지하실에서 괴물은 대체 어떤 주술을 꾸미고 있었던 걸까요? <프나코티카>를 다시 읽는다면 알 수 있을지도요.
첸 티엔:(당신이 있을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바깥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당신의 뒤통수를 콕 찌릅니다. 그것이 날아온 곳은 기숙사의 옥상으로, 익숙한 보랏빛 머리카락이 흩날리다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첸 티엔:브, 브란트 씨…? (갸우뚱. 뒤통수를 매만지다가도 종이비행기를 주워 펼쳤다.)
 :사감용 학칙 제8항을 공개합니다.
기숙사로 돌아갈까요?
첸 티엔:그것…. (한동안 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기숙사로 돌아갑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평소의 이안 브란트가 당신을 맞아줍니다.
이안 브란트:잘 다녀왔어?
첸 티엔:브, 브란트 씨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어리광을 부리기라도 하듯 종종걸음으로 다가선다.) 이, 이상해요…. 전부, 모든 게….
이안 브란트:왜 울 것 같은 표정이야. (갸우뚱, 고개 기울인다. 당신의 책상 위에는 도서관에서 다시 찾았던 그 책이 놓여 있다.)
첸 티엔:(우물거린다.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 그러나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이안 브란트:궁금한 게 많은 것 같네…. 생각 정리 끝나면 불러. (뺨 위로 짧게 입 맞춘 뒤 떨어진다.)
첸 티엔:브, 브란트 씨가…. 어디에도 있었어요. (시선 내리 깐 채 웅얼거리더니, 주머니를 뒤적인다. 꺼낸 것은 당신의 사진이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었어요….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올곧기만 하다. 한 치의 의심이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애정으로만 가득 찬….) 하, 하지만, 저는. 브, 브란트 씨를 아니까…. 그런 건, 시,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나, 나중에…. 내키신다면. 다,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이것까지 봤을 줄은 몰랐네. (그럼에도 천연스러운 낯, 눈을 깜박이기만 한다.) 나는 언제든 설명해 줄 수 있어. 저것부터 먼저 읽어봐도 좋고. (턱짓으로 책상 위의 책을 가리켰다.)
첸 티엔:그럼…. 머, 먼저 듣고 싶어요. 저,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당신이니까.)
이안 브란트:무얼 설명해 주는 게 좋을까? 내게서 뭘 듣고 싶은 거야? (침대에 풀썩 걸터앉더니 제 옆자리를 두드린다.)
첸 티엔:(순순히 당신의 옆자리에 앉는다.) 브, 브란트 씨에 관한…. 모든, 것이요.
이안 브란트:어디까지 알고 왔는지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고민에 빠지는가 싶더니 망설임 없이 내놓는 말이 있다.) 이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리고 너도 나를, 이제 사랑하잖아. 그렇지?
첸 티엔:으응…. 쓰, 쓰다듬어 주세요. (볼 발그레 물들이고 웃기만 한다. 당신을 놓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지.)
이안 브란트:(당신의 머리통을 껴안고, 찬찬히 쓰다듬는다. 제 뺨을 부비기도 했다.) 지하에는 다녀왔어? 무엇인지는 확인했고? 그게 내 사랑의 증명인데…….
첸 티엔:사, 사실…. 그, 것들이 무얼 뜻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챙겨 온 순금을 꺼내 내민다.) 제, 제가…. 이, 걸 챙겨와 버렸는데. 다, 당신의 사랑을 마, 망치기라도 한 거라면…. (눈썹을 추욱 늘어트린다.)
이안 브란트:응? 그건 가지고 있어. 나중에 반지라도 맞추어 줄까. (눈썹뼈 부근을 슬슬 매만져주기만 했다.) 너를 영원토록 내 곁에 둘 수 있게 만드는 거야. 겁 먹을 것 없어. (쉬이, 이어 당신을 달래듯 속삭인다.) 이안 브란트는 의심해도 괜찮아, 그렇지만 티엔…, 내 감정은 의심하지 마.
첸 티엔:(반지 소리에 헤실거리며 웃다가도 눈 동그랗게 뜬다.) 의, 의심한 적 없어요. (그냥 받아들일 뿐이지. 이제 감히 당신의 뜻을 거스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것이 첸 티엔의 사랑이었으니까.) 시, 실은…. 처, 음엔 조금 무서웠는데. 브, 란트 씨의 증명이라고, 하니까…. 다, 괜찮아졌어요.
이안 브란트:정말?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너라면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2년 전부터 너를 좋아했거든. 너를 내 것으로 만들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 얹어져 있던 그 책을 가져온다. 모독적인 단어로 이루어진 것들을, 마치 동화라도 읽어주는 양 무릎에 놓고 보여주기 시작한다.)
 :주문 동족의 껍질을 뒤집어 씌울지니이 공개됩니다.
그래요, 한 가지 결론에 닿게 됩니다. 당신의 룸메이트는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을 제 것으로 만드려고 하고 있는, 끔찍한 괴물일 뿐이지. 지금까지 괴물의 옆에서 기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첸 티엔:(무어라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마냥 입술을 달싹인다. 다소 미약한 불안과 초조가 엿보인다. 다만,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저어…. 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으응, 말해 봐. 뭔데?
첸 티엔:제, 제가…. 처음, 인 거죠? (괜한 어리광을 부리는 것만 같다. 귀 끝이 붉어졌다.) 그으, 브, 브란트 씨의 전 룸메이트 분은…. 권, 권속이 되진, 않은 거죠?
이안 브란트:당연한 거 아냐? 그런 것들은 내게 전혀 필요하지 않거든. (환한 낯으로 붉어진 귓가를 훑는다.) 티엔, 나는 너만 필요했어….
(재차 당신을 끌어안았다.) 앞으로도, 너만이 나의 유일무이한 이해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가변하지 않는 존재로 남아, 영원을 맹세해 줘….
첸 티엔:(기꺼이 그 품에 고개를 묻는다. 당신이 인간이든, 괴물이든, 그런 것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이안 브란트의 곁에서 영원을 맹세할 수 있게 되었으니 첸 티엔은 그저 수줍어하며, 또 기뻐했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한참이나 당신을 껴안고 있었다. 문득 고개 들게끔 턱 붙들더니 입술을 맞댄다. 이내 당신의 입 안으로 무엇인가를 흘려 넣는다. 진흙과 아주 흡사한 감각.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모두 삼켜, 내 피야.
네 몸에 흐르는 피가 모두 내 것이 된다면, 평생 함께할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함께 졸업할 수도 있고, 매일 껴안고 잠들 수 있고…. 아, 결혼한다면 이름은 티엔 브란트가 될 거야. 괜찮지? 앞으로… 일주일 즈음 남았을까.
첸 티엔:(꺼리는 기색 하나 없이 받아 마신다. 오히려 입술 맞대는 순간 길들여진 대로 허리 움칠 떨기까지 했으니, 첸 티엔은 진정 이 상황을 행복이라 여기는 듯했다. 다만, 티엔 브란트. 라는 대목에서는 숨을 들이켰는데,) 겨, 결혼…. 해주실, 거예요? (행복에 겨운 음성이었다. 눈가 접어 웃기까지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바보 같은 미소.) 시, 시간이…. 조, 금만 더, 빠르게 흘렀으면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제 것을 모두 삼켜낸 이의 뺨을 칭찬하듯 쓸어내렸다.) 네가 원한다면 뭐든. 금방 지나갈 거야. 이제 일주일이나, 세 달, 이 년 같은 것은 시간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거야.
티엔, 나는… 늘 외로웠어. 그런데 이젠, 네가 있으니까 다 괜찮아질 것만 같아. (절벽 끝의 에리카. 괴물이 늪에 잠기어 보았던 것, 그러고 보니 히스의 꽃말은 고독이었던가? 사고의 맥락은 분명했다.)
 :일주일이면, 주문에 필요한 십자가를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던 세계로부터 쫓겨나서 광기의 세계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사실마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런 것이 중요할까요?
 :그리하여 7일의 시간이 흐릅니다.
평소와 같은, 건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이안은 아침이면 당신을 깨워 수업에 보내거나, 침대에 앉아 당신을 배웅하기도 했습니다. 밤에는 언제나처럼, 함께 잠들었습니다.
룸메이트와 보내는 마지막 날, 그날은 기숙사 계단의 출입이 금지되었습니다. 공사가 명목이라지만 아마 거짓말이겠죠.
이안은 당신을 엘리베이터로 잡아끌었고, 이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학생이 두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도 엘리베이터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4층에서 멈춥니다. 어떻게 할까?
첸 티엔:(헤헤…. 웃으며 맞잡은 손을 고쳐 쥔다.)
이안 브란트:(잡은 손을 끌어,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내린다. 또한 웃는 낯이다.)
 :두 사람은 어둡기만 한 4층에 내립니다. 세상을 뒤로 한 당신을 어둠이 끌어안습니다.
이제야 안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의 피로 직접 그린 마법진에는 몰약과 유황, 알 수 없는 짐승의 유해가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는 환희에 찬 낯으로 당신을 포옹합니다.
2년, 이 숲에 처음으로 씨앗이 움텄을 때부터 이곳의 주인이었던 그가 살아온 세월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는 얕은 인내심을 붙들고 그 시간 동안 당신만을 기다려 왔어요.
그러니, 저것에게 포상을 내려요. 당신을 줘버립시다.
비로소 당신이 저것의 주인이 됩니다.
이안 브란트:사랑해, 너를…. (다시금 고백한다. 이안 브란트가 호수를 닮았다고? 괴물에게는 당치도 않는 소리겠지. 그는 이었다. 고여 있으며, 메말라가고, 부식되고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고 외로운 것. 그래서 이기적인 이는 하늘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티엔, 언제까지나 날 위해 울어 줘, 한껏 네게 젖어들게 해 줘, 그리고 나를, 네 모든 것으로 가득 채워주었으면 해.)
첸 티엔:(당신이야말로 자신의 주인이며, 이 의식은 곧 자신에게 내려질 포상이 아니던가. 긴장조차 내려놓고 웃는다.) 저, 저도요. 브, 란트 씨를…. 사랑하게 됐어요.
(첸 티엔은 단 한 번도 이안 브란트를 괴물이라 여긴 적이 없었다. 이안 브란트는 그저 이안 브란트이며, 껍데기뿐일 자신을 삼켜줄 수 있는 유일한 자였다. 그러니 당신의 본질이 이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첸 티엔에게 이안 브란트는 언제나 호수였기에. 떠다니는 것 두려워해 날마다 울기만 하는 자신을 한없이 따스하게 포옹해 줄, 나만의 검은 호수.)
 :기어이 당신은 그만의 하늘로 남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할지도 모르죠. 인간이길 포기한, 끔찍한 괴물을 숭배하는……. 그러나 발자국에 어떤 오욕이 남든지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난 연후일 테니까요.
첸 티엔 - 이안 브란트의 권속이 되어 그 곁에서 영겁을 살아갑니다.
보상 없음
첸 티엔:저어, 그런데…. 브, 브란트 씨. (우물쭈물 묻는다. 여전히 볼은 붉다.) 왜, 저를…. 조, 좋아하시게 된 거예요?
이안 브란트:손수건…. (단 한 단어만을 내놓았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기억 조작의 탓인지, 시간의 흐름 탓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안 브란트가 다른 학생과 시비가 붙어 얼굴에 상처 덕지덕지 난 채 운동장에 누워있던 날이 있었다. 그래서 제 얼굴에 흠집 낸 놈을 언제 무슨 핑계로 잡아먹나, 미친 고민을 하던 찰나였던가? 누군가 손 덜덜 떨면서도 손수건을 건네주고 갔었더라. 어느 시간대의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에게 반창고를 건네주었던 것이 사랑의 계기가 된 것처럼, 아마 이 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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