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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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내가 전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자는 상술밖에 모르는 야만인이오. 그런 자에게 땅을 하사하시다니, 폐하도 참. 무슨 생각이신 건지.
▶:숨을 내뱉을 때마다 퍼져나가는 입김.
첸 티엔:말이 지나치시네요. 저는 한 영지의 영주로서 이 자리에 참여한 것인데도요.
▶:이른 아침의 햇살이 당신의 발끝에 닿아 부서져 내립니다.
???: 영주? 하! 이렇게 작은 부락을 언제부터 영지 취급해줬단 말이오? 말이 좋아 변방의 영지지, 실상은 북방 민족이나 도망자들이 숨어드는 곳 아니오.
▶:이미 겨울은 끝자락이 다 와 가건만, 설산을 곁에 둔 이곳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 외교의 귀재도 다 한물 갔지. 기근이 끝난 지금, 당신은 버림받은 촌구석이나 들여다보는 버림 패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소?
▶:...
...
???: 영지민의 행동은 곧 영주의 거울이오.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게요.
▶:얼어붙은 몸에 감각이 없어질 즈음, 복도를 울리던 고함은 잠잠해지고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립니다.
하나둘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봐도 기다리던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군요. 반갑지 않은 얼굴들은 한번씩 당신을 훑고 지나가더니, 마지막에 나오던 하인은 당신의 바로 앞에 침을 뱉고는 자신의 주인을 따라가 버립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주군은 아직 저곳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무성의하게 열린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장 상석에 앉은 티엔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는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당신이라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요. 한 눈으로 봐도 피가 날 정도로 꽉 쥔 주먹과 가늘게 떨리는 눈가. 당신이 온 것도 모른 채 그저 자리에 앉아 있네요.
이안 브란트:(타인의 언행은 신경쓰지 않는다. 모두 덮어놓고 당신을 걱정할 뿐. 마지막까지 당신이 나오지 않으니 자연스레 눈썹이 기울었다.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아마 탁탁 바닥을 치던 꼬리가 느려지더니 스르륵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문 안쪽을 살핀 뒤로 걱정은 더욱 불어났다. 다만 당장 당신을 불렀다간 제 앞에서 표정을 갈무리하느라 힘을 들일 터이니, 조금 더 이곳에 서 기다리기로 했다.)
첸 티엔:(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의 손이 차갑게 얼 때까지,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뒤늦게 당신을 떠올린 눈치인지, 푸른 눈이 크게 뜨였다.) 이안……. 기다렸나요?
이안 브란트:아, 아닙니다. 별로 안 기다렸어요. (벽에 기대어 있다가, 걸음 소리 들리자 귀를 쫑긋 세우며 몸을 곧게 세웠을 테다. 실없는 웃음 내보이며 손을 등 뒤로 감춘다. 구태여 회의실 내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먼저 물어보지는 않았다.) 돌아갈까요?
첸 티엔:안 기다리긴. (염려 어린 타박을 뱉는다. 당신의 권유에 응하는 것 대신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저어, 오늘은 장갑을 안 들고 와서…. (힐끗 눈치를 본다.)
첸 티엔:장갑은 왜요? (달라는 듯 한 차례 손을 살랑인다.)
이안 브란트:안 끼고 잡으면 차가울 것 같은데…. (웅얼웅얼.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첸 티엔:(옅게 웃는다. 붙잡은 손을 끌어와 손등 위로 제 반대편 손을 겹쳐 낸다.) 많이 기다렸네요? 손이 나보다 차갑잖아요.
이안 브란트:(차가울 텐데.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손을 겹쳐낸 자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조금요. 생각에 잠겨 계신 것 같길래…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어 당신의 표정을 살폈다.)
첸 티엔:(고요한 낯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으나, 피로한 티 숨기지 않았으니 당신만이 볼 수 있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감싸 쥔 손을 여러 차례 쓰다듬고, 고쳐 쥐어 제 온기를 나눠준 뒤에야 놓아주었다.)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웅냥? 쓰다듬어주셨당.)
(다시 생각?이라는 걸 해본다.)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우우웅.)
첸 티엔:(머리 톡톡 쓰다듬어줌…) 요즘 들어 계속 당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 같네요. 미안해서 어쩌지.
이안 브란트:(쪼끔 따끈해진 손. 당신이 쉽게 쓰다듬을 수 있게 고개도 조금 숙여냈다.) 더 오래 기다릴 수도 있어요. 그게 제 일인걸요.
첸 티엔: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요. 빨리 나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주변 영주들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네요.
이안 브란트:전 괜찮은데….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시침을 뚝.)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첸 티엔:그을쎄요, 논지가 확실하지가 않아요. 그냥 트집을 잡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요. (느릿느릿 걸음을 뗀다. 당신이 뒤따를 수 있도록.) 의미 없는 언쟁만 반복되고 있죠. 내가 이 영지를 처음 하사받았을 때만 해도 호의적이셨던 분들인데 말예요~.
이안 브란트:(한 걸음 뒤에서 따라 걷는다. 습관처럼 발소리를 죽여서.) 다들 신경이 예민해지셨나 봅니다…. (그럴 만한 일이 있던가? 열심히 생각… 이라는 걸 다시 해본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특별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첸 티엔:난 서재에 들러야겠어요. 당신은 이대로 쉬러 가도 좋고, 내 곁에 있어 주어도 좋고. (하하, 웃고는 걸음을 재촉해 서재로 쏙 들어가 버린다.)
▶:티엔은 복도 끝에 있는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 버립니다.
최근엔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격주로 열리는 귀족 회의에서는 항상 의미 없는 기싸움이 난무하고, 끝나면 티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죠. 그렇게 당신만이 남겨진 복도는 고요합니다.
서재회의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쪼르르 티엔을 따라 서재로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 실례하겠습니다, 슬그머니 언질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방으로 책이 채워져 있는 서재입니다. 책장 사이사이에 나 있는 창문들은 책들이 햇빛에 바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두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티엔은 소파에 앉아서 서류를 뒤적이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책장에 시선을 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있을까?)
▶:벽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에는 군주론과 관련된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습니다. 어느 정도 걸어서 책장을 살피다 보면, 비교적 최근에 들여놓은 책장에는 종교에 관련된 책들이 꽂혀 있는 것이 보이는군요.
이안 브란트: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손이 얼면서 머리도 같이 얼었나…. 책장에 머리 꿍.)
▶:한 번 더?
이안 브란트: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뒤적뒤적뒤적.)
▶:뒤적뒤적뒤적. 책장을 뒤지다 노란색 책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노란색 책의 표지를 훑더니 내용을 살핍니다.)
▶:어쩐지 유별나게 이교도를 옹호하는 책입니다. 이단이란 말을 지적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논하고 있는 것 같네요. 책을 앞뒤로 살펴봐도 저자나 관련 종교가 적혀있지 않은 걸 보니 조금 수상합니다. 그 외의 책들을 봐도 이교도를 옹호하거나, 새로운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담아낸 책이 전부네요.
이안 브란트:(책을 읽다가 말고 소파에 앉아있는 티엔을 힐긋 살펴봤다.)
▶:직전, 회의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지 서류에 집중을 못하는 듯 보이네요. 몇 분 동안이나 계속 같은 페이지만 노려보고 있습니다. 간혹 다시 앞 장으로 넘기는 것을 보아하니 서류를 처리하긴 글러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영주니임. (책을 들고 곁으로 쪼르르.)
첸 티엔:(느지막이 서류를 내려놓는다.) 네에, 내 기사님.
이안 브란트:이 책, 저자가 적혀 있지 않아서 어디에 꽂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혹시 아시나요? (책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맞긴 한데.)
첸 티엔:으응? (내민 책을 살핀다.) 이런 책은 또 언제 들여두었담. 내용은 살펴봤나요?
이안 브란트:네에, 이교도를 옹호하던 책이던데…. 그런 것치고 관련 종교는 적혀있지 않던걸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첸 티엔:(서류를 내려둔 뒤 눈가를 문질렀다.) 이교도라고 하면…. 그 종교겠네요. 우리 나라는 A교를 국교로 지정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수도에서는 타교에 대한 배척이 심한가 봐요. 그러다 우리 영지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거겠죠. 이런 일로 영주민들을 탄압하고 싶진 않아서 모른 척해주는 중이고요. (이어 손을 내려 검지를 입가에 댄다.) 당신도 그렇게 해 줄 거죠?
이안 브란트:(입 꼬옥 다문 채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당신이 그러라면 그래야지.) 피곤해 보이시는데…. 따뜻한 차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첸 티엔:으응, 부탁해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헤헤….) 쉬고 계세요. (책을 적당한 곳에 꽂아두고 서재를 나온다. 주방이 있는 방향으로 가기 전 회의실에 먼저 들렀다.)
▶:직전, 회의가 진행되었던 회의실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영주들이 티엔을 존중하고자 티엔의 회의실에서 격주마다 회의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은 그런 불결한 곳은 갈 수 없다며 오지 않는 귀족도 생기고 있습니다.
회의실 내부에는 길게 이어진 책상 하나와 여러 개의 의자*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티엔이 앉았던 의자에 폭 앉는다. 이 정도는 당신도 허락해 줄 것 같았다…. 책상 위를 훑어본다.)
▶:회의실 책상 위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회의 자료가 놓여 있습니다. 제일 위에 놓여있는 것은 최근 들어 뒤숭숭해진 영지 분위기에 대한 안건입니다.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티엔의 영주에 대한 자질을 의심하게끔 만들어진 허위 사실들이네요. 그러나 한 명 두 명 믿는 자들이 늘어나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며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엔 폭동도 일어나면서 주위 영주들까지 다 알게 되었습니다.
이안 브란트:(흩어진 자료를 한 데 갈무리했다. 당신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도 얼추 알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
▶:정리가 덜 된 자리에는 오늘 자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책상 위에서 본 안건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고, 한 면에는 영주가 밤마다 광증에 휩싸여 살인을 일삼는다는 헛소문도 서술되어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면에는 영주인 첸 티엔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며 영주를 옹호하는 말도 보인다는 점일까요.
이안 브란트:(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지만 마을로 나가 봐야 할 일이 생길 것만 같군…. 옹호글이 적힌 면이 위로 올라오게끔 신문을 접어 올려두었다. 회의실에서 나온 뒤로는 걸음을 평소보다 서둘렀다. 금방 따뜻한 차가 놓인 트레이를 들고 당신이 있는 서재로 돌아왔다. 티엔은 쉬고 있나?)
첸 티엔:(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서류를 거꾸로 들고 있는 것도 여전했다.)
이안 브란트:(테이블 위에 트레이를 내려놓는다.) 오늘은 쉬시는 게 좋을 듯한걸요.
첸 티엔:응? 아직은 멀쩡한걸요. (이때다 싶어 서류를 내려놓고 당신에게 시선을 둔다.) 오늘은 뭘 준비해주셨나요?
이안 브란트:오늘으은…. (소리 나지 않게 조심해서 찻잔을 내려놓는다. 슬그머니 서류를 멀리 치워버리기도 했다. 차분한 손길에 따라 잔이 채워진다.) 라벤더 잎으로 만든 차예요.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요. (오늘의 당신은 일찍 자는 게 좋지 않겠는가, 권유하는 말이기도 했다. 소파 옆에 서서 당신이 차를 들기까지 기다린다.)
첸 티엔:향이 좋네요. (서류 치워지는 것 보고서도 말 얹지 않는다. 대신 찻잔을 들어 고운 수색을 한 모금 머금는다.) 아무래도 내 기사님이 나를 재우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렇지?
이안 브란트:주군의 무탈을 위하여 노력하는 게 기사의 업무 아니겠습니까. (나직이 웃었다.) 방금까지 서류도 거꾸로 들고 계셨는걸요.
첸 티엔:쿨럭, 쿨럭. (급히 입가를 가린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찻잔을 내려두고서는 시치미를 뗐다.) 네, 네? 그럴 리가요. 차암, 이안.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데….
이안 브란트:어, 엇. (파들짝 놀라 제 품을 뒤졌으나 나오는 건 없다. 다음부터 손수건도 챙겨다녀야지….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무어든 말씀하세요.
첸 티엔:(제 품에서 손수건 꺼내 입가를 닦았다….) 오늘 회의 중에, 영지 내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말이 나왔거든요. 직접 둘러보고 싶지만, 난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까요…. 당신이 내 대신 영지를 둘러보고 와 줄래요?
이안 브란트:(주군께 도움이 되지 못하다니!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허공을 배회하던 손을 뒤로 숨겼다. 당신이 지닌 손수건의 디자인도 몰래 힐끔댔을 테다.) 얼마든지요. 특별히 신경 써서 들렀으면 하는 곳 있으십니까?
첸 티엔:(보랏빛 라벤더와 블루베리가 수 놓인 손수건이었다. 꼭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만 같지.) 우선은 성 밖으로 나가서…. 광장을 보고 와줄래요? 오늘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보라색을 좋아하시는구나….)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당신은 티엔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성 밖으로 나서기로 합니다. 호위로 배정받고 난 이후에 이런 단독 명령을 받은 건 또 오랜만이네요.
복도 양쪽 끝에 나 있는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면,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성의 내부가 보입니다. 아무리 사용인들에게 불을 환하게 켜놓으라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성 틈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들 탓에 벽에 걸린 촛불의 대다수가 꺼지고 맙니다.
1층을 지나가다 보면, 일을 하던 사용인이 눈치를 보다가 쪼르르 달려와 말을 전합니다.
사용인: 저어, 기사님. 영주님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요…
이안 브란트:아. (멈춰 선다.) 말씀하십시오.
사용인: 요새 영주님께서 통 잠을 못 주무세요. 밤마다 자꾸 성 안을 돌아다니시는데, 몽유병이라도 걸리신 걸까요…? 기사님께서는 아시는 게 있으신지….
이안 브란트:글쎄요, 짐작 가는 바는 없지만…. (하필 오늘 자 신문에서 본 기사가 떠오른다. 그럴 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다른 문제점은 없으시고요?
사용인: 네, 조금 피로해보이시는 것 외에는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용인은 꾸벅,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납니다.
다시금 성 밖으로 이동합니다. 1층 문을 열고 나가면, 내부와 마찬가지로 을씨년스러운 정원이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얼마 전 민심이 최악에 가까웠을 때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흔적입니다. 아직 보수하지 못해 그때 망가진 그대로 남아있네요.
폭동의 흔적을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특유의 수완으로 나라의 경제를 안정시킨 티엔은, 모두의 환호 속에서 귀환하였으나 귀국하자마자 양날의 검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최측근인 당신과 함께 이런 변방의 마을에 유배 보내지듯 수도에서 쫓겨났죠.
그런 티엔이 자신을 위해, 그를 믿는 측근들을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를 비웃듯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갑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한 것처럼요. 이 모든 상황이 과연 우연일까요?
이제, 어디로 갈까?
이안 브란트:(갖은 중상모략에 매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안 브란트는 당신이 노력 그대로 보답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데. 세상 일은 왜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 걸까? 제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쥐여줄 수 있는 위치였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성 밖으로 나와 광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깔끔하게 닦인 마차용 도로 한가운데에 분수대가 있는 광장입니다. 분수대 근처에는 피켓 같은 것을 들고 종교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과, 옆에서 오늘 자 신문을 팔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종교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 가까이로 다가간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듣는다.)
▶:다들 비슷한 구호를 외며 이교도를 인정해달라고만 외치고 있습니다. 영주인 티엔이 암암리에 이교도를 승인하고 있는 상황에도 왜 이런 시위가 성행하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그들 가까이 서서 흘러가듯 묻는다.) 영주님께서는 이미 이교도를 암암리에 받아들이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렇게…?
이교도: (구호를 외치던 것을 멈추고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실례지만, 나으리께서는 A교를 믿고 계시지요?
이안 브란트:(잠잠해졌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이 문제가 되나요?
이교도: 되고 말고! 그쪽 종교인들과는 대화할 생각 없으니, 썩 꺼지십시오!
이안 브란트:(흠. 어쩔 수 없지. 순순히 물러나는 듯하다가도) 무슨 종교를 믿으시는지만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이교도: 그런 것쯤이야……. 우리는 황 왕을 믿습니다. 되었지요? 이제 방해는 마십시오.
이안 브란트:감사?합?니다? (습관처럼 인사를 건네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오늘 자 신문을 팔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값을 치르고 신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신문을 구매합니다. 그런데 뭔가 성 안으로 날아오는 신문과는 조금 달라 보이네요.
읽어보면, 영주가 밤마다 돌아다니는 것을 본 목격자들의 목격담이 줄줄 이어집니다. 그와 관련된 실종자들의 명단도 같이 나와 있군요. 그는 정말 나라의 영웅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마을을 망치고 있는 게 영웅일 리 없다며 주장하는 글도 실려있네요.
이안 브란트:(신문을 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끄트머리가 구겨진 신문을 등 뒤로 숨긴 채 아이에게 말을 건다.) 혹시이, 다른 내용이 실린 신문도 있나요?
아이: 요즘엔 다들 영주님 얘기밖에 안 해요. 소문이 이렇게나 흉흉한걸요?
이안 브란트:으응, 어떤 소문이요? (짧은 숨을 내쉰다.) 여기에 적힌 거요?
아이: 네. 저는 매일 여기서 신문을 팔아서,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신문을 보거든요? 글쎄, 실종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지 뭐예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아. (느릿느릿 말한다.) 어떤 공통점이요?
아이: 실종된 사람들은 전부 A교의 신자이거나, 영주님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대요.
이안 브란트:(영주님을 노골적으로 싫어한 사람은 없어질 만하지…. 라고 5초 생각했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반대로…. A교의 신자가 실종되었다는 건 차라리 이해가 간다. 황 왕을 믿는다는 이교도와의 종교적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겠나, 짐작할 수라도 있지. 후자를 처리할 만한 사람은 이안 브란트밖에 없는데……. 물론 앞의 말은 농담이다.) 다른 얘긴 더 없구요? (품에 가지고 있던 사탕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준다. 티엔을 위해 상시 구비해두는 것이니 꽤 고급진 것이리라.)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이: 헉. (냉큼 받아 챙긴다.) 이건 나리께만 말씀드리는 건데요….
신문의 목격담은 대부분 장터에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기, 이교도들 보이시죠? 저 사람들이랑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드로 향하는 걸 봤어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아아…. (가볍게 끄덕인다.) 고마워요. 다음에도 알게 되는 게 있으면 말해줘요. (헤헤.) 도움이 됐어요. (바로 다른 장소로 갈 수 있을까?)
▶:어느덧 해가 저물었으니, 오늘은 이만 티엔에게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성으로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아, 기다리실라….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티엔에게 돌아갔다.)
▶:조사를 끝마친 밤, 성으로 귀환하기 위해 돌아가는 도중….
피투성이의 익숙한 사람이 보입니다. 저건… 티엔?
이안 브란트:(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정말 티엔인가? 그렇다면 저를 대동하지 않고 다니면… 위험하지 않나? 밤인데. 복잡한 생각을 갖고 그를 쫓아갑니다.)
▶:그를 쫓으면, 그는 뒤를 돌아보다가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성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잠깐…. (소리를 내어 부르려니 소란이 생길 듯하여 입을 꾹 다물었다. 최대한 빠르게 그를 따라 달려갔다.)
이안 브란트:
추적
기준치:10/5/2
굴림:41
판정결과:실패
추적
기준치:10/5/2
굴림:12
판정결과:실패
(직속기사가 이런 데서 지면 곤란하거든…. 빠르게 쫓아갑니다.)
▶:당신은 손쉽게 그의 뒤를 쫓습니다.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그는 결국 신경질적으로 당신을 돌아봅니다. 검은 긴 생머리에 붉은 눈. 언뜻 티엔과 닮아보였으나 전혀 다른 사람이네요.
???: 사람 잘못 보셨어요. 그만 쫓아오세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아님을 확인하자 꽤나 거칠게 팔을 잡아챘다.) 신분을 확인해야겠는데요.
???: 그냥 영주민이에요. 이 영지는 이제 영주민마저 핍박하나 봐요? 안 그래도 흉흉한 소문이 도는데, 소문 더 늘리지 말고 갈길 갑시다.
이안 브란트:그냥 영주민이라기엔…. 그 피는 어디서 묻으신 겁니까? 옷차림은 왜…. (말 잇지 않고 한숨만 내쉰다.)
???: 술집에서 몸싸움이 나서 그럽니다. 요즘 같은 시기엔 다들 예민하니까.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이안 브란트:(눈 앞에 선 이의 낯을 단단히 익혀둔다.) 가보십시오. (이 이상으로 소란을 일으켰다가는 사람이 몰려올지도 모르고, 그랬다가 주군에게 피해가 가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결국 그를 놓아주었고,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그는 어디 방향으로 갔을까?)
▶:광장으로 향하는군요. 중앙 광장을 거쳐 주택가로 들어섭니다.
이안 브란트:(확인해야 할 곳이 많네. 성으로 돌아갑니다.)
▶:성으로 돌아가면, 낯익은 하인이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하인: 기사님! 영주님께서 주무시던 중에 뛰쳐나가서 통 돌아오질 않으세요. 제발 영주님을 찾아주세요.
이안 브란트: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래된 주인이 사라졌는데도 당황하지 않은 침착한 모습.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한 타이밍. 혹시 이 사람은 잘 짜인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안 브란트:영주님이 아니시던걸요. (답지 않게 날카롭게 대꾸하고 지나친다. 티엔은 어디에 있지?)
▶:하인은 당신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섭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습니다.
티엔의 방으로 올라가볼까요?
이안 브란트:(티엔의 방으로 향합니다. 발걸음이 조금은 빨라졌을까.)
▶:방문은 살짝 열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나요?
이안 브란트:(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티엔의 모습이 보입니다. 예전과 달리 수척해진 모습이네요. 간혹 얼굴도 찡그립니다. 마치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린 사람처럼요.
이안 브란트:(초조하던 낯이 그제야 조금 펴진다.) 영주니임…. (발걸음도 덩달아 느려졌다. 이부자리를 간단히 정리했다.) 편히 누워 주무세요.
첸 티엔:(인기척을 느끼기라도 한 듯 느릿느릿 눈을 뜬다.) 이안……? 왜 이리 늦었어요. 기다렸는데.
이안 브란트:일이 조금 있어서…. (말끝을 흐린다.) 오늘 푹 주무시면 내일 말씀드릴게요. (괜찮죠? 그렇게 묻듯 옅게 미소 지었다.)
첸 티엔:으음. (졸린 눈을 두어 번 깜박이니 뒤늦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손으로 정리하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거나, 다친 곳이 있는 건 아니죠?
이안 브란트:그럼요. (위험한 일에 휘말릴 뻔한 것 같긴 하지만 영주님을 생각해 참았답니다 잘했죠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생략한 채 눈만 깜박인다.) 얼른 주무세요. 잠드실 때까지 옆에 있을게요.
첸 티엔:(말갛게 웃는다. 그제야 시트에 몸을 제대로 누이며 방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의자가 있으니까…. 들고 와서 가까이 앉아 줘요. 그리고 내가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 주면 좋겠는데.
이안 브란트:(당신이 이르는 대로 의자를 끌어 곁에 앉는다. 이불을 목까지 포옥 끌어올리고.) 차는 다 드셨어요? 왜, 서재에서 드린….
첸 티엔:당신이 준 건데 당연히 그래야죠. 왜애, 독이라도 탔나요? (농.)
이안 브란트:독이라도 탔으면요? (눈을 깜박거린다.)
첸 티엔:그래도 마셔야지. 네가 준 건데……. (졸음이 몰려오기라도 한 듯, 말소리가 느려졌다.)
이안 브란트:(손등으로 당신의 앞머리를 정리한다.) 제 마음 말곤 탄 적 없어요. (그것도 독일까요? 나직한 웃음소리에 이어 단조로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린다. 당신이 알려주었을 게 뻔한 자장가를….)
첸 티엔:그래서 달았구나. 녹진하고 부드러웠어. (당신의 손을 타기라도 한 것마냥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 그 상태로 입만을 움직여 답한다. 노랫가락이 들릴 적에는 미미하게 입꼬릴 끌어올리기도 하였으니, 정말로 당신만이 볼 수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풀어질 대로 풀어져 흠잡을 곳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 당신에게 내비칠 수 있는 최대의 신뢰였다.)
(잠에 취한 것인지 띄엄띄엄 끊어지는 목소리로 덧붙인다.) 그런데…. 네 마음이, 독이라고 한다면…. 서운해할 거니?
이안 브란트:설탕은 탄 적이 없는데. (당신의 말 뜻 뻔히 알면서도 농담스런 말을 끼얹었다. 제 마음이라도 들킨 듯하여―잠깐, 들킬 게 있나?― 멋쩍었던 까닭이다. 이안 브란트는 잠을 청하는 첸 티엔의 곁을 지키는 것을 꽤 좋아했다.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꾸며내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 그것도 눈에 익은 당신의 뒷모습도 아니고, 바로 앞에서…. 새파란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것만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렇게 느껴지나요? (짧은 간극. 그래도….) 서운하지 않아요. (그야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더 넓은 곳을 보아야 하니까. 제 시답잖은 정이 짐이 되어선 안 되는 법이지.)
첸 티엔:닮았긴 하지. 해독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히…. (문득 눈을 뜬다.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이안 브란트:(얼굴을 느릿하게 뜯어 살피던 눈과 마주쳤을 것이다. 가만 웃는다.) 어서 주무시지 않고요.
첸 티엔:(마주 웃는다. 이불 덮인 어깨가 잘게 떨렸다.) 너는 항상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이안 브란트:영주님께서 허락해주셨으니까…. (한참 전으로 돌아가볼까. 처음엔 긴장하여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을걸. 눈을 내리까느라 당신의 손 언저리에 시선을 두고, 당신과 살갗이라도 스쳤다간 화들짝 놀라 물러났었을 테다. 당신이 먼저 다감하게 웃지 않았더라면, 먼저 손 내밀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곁을 지키며 눈을 마주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 결국 모두 당신이 허락한 것이지 않나.)
첸 티엔:(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잡아달라는 것마냥 손바닥을 위로한 채 내밀었다.) 내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뭐든 해줄 것처럼 말하는구나.
이안 브란트:(순순히 손을 겹쳐낸다.) 그게 기사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직위를 내려놓더라도 당신의 말이라면 모두 들어주게 되겠지만 말이다. 당신이라면 제게 해가 될 일을 시키지 않을 테니까….)
첸 티엔:(손가락 사이마다 제 손가락을 얽어낸다.) 그럼…. 티엔이라고 불러보겠어? 허락할 테니까.
이안 브란트:(티나게 굳었다. 우뚝.)
첸 티엔:왜? 기사의 도리라면서. (장난기 어린 눈. 티 나게 어깨를 떨었다.)
이안 브란트:맞지만요오…. (말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열었다. 그럼,) 티엔… 니임.
첸 티엔:(베개에 뉜 고개를 젓는다. 검은 머리카락이 시트에 눌리며 흐트러졌다.) 티엔.
이안 브란트:(어깨가 묘하게 움츠러들었다. 눈썹도 기울었다. 곤란한 모양인지 퍽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을 바라보았으나…. 의지가 꽤 확고해 보이는 탓에 먼저 뜻을 굽히고 말았다.) 티엔…. (여전히 발음을 뭉개며 끝을 늘였으니 티에엔….에 가까운 발음이었을 것이다.) 되셨죠? 이제에….
첸 티엔:으응, 됐어요. 마음에 들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맞잡은 손 놓지 않은 채 잠을 청했으며, 머지않아 고른 숨을 내뱉었을 것이다.)
▶:고요한 밤이 찾아옵니다. 방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나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곁을 지킨다.) 부디 평온한 밤 되세요, (당신의 손등 위로 입술을 묻는다. 입맞춤에 담은 것은 존경, 헌신, 혹은…….) 티엔. (이름을 속삭인 뒤 떨어진다.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듭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당신의 주인에게 문안을 갈 수도, 이대로 바로 마을을 둘러보러 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나가기 싫어. 그냥 영주님 옆에 있고 싶은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눈만 깜박깜박. 그래도 가야지 내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한다. 모시는 이를 가장 먼저 찾아뵙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았을 터이니 우선 당신이 있을 곳으로 향하였다.곧장 장터로 향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가벼운 차림이다.) 영주니임.
첸 티엔:(일찍이 서재로 향했을 테니 어제처럼 서류를 든 채 당신을 맞이했을 터다. 멀끔한 차림새에 그렇지 못한 짓궂은 어조.) 이상하네요. 어제는 그렇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주셨으면서….
이안 브란트:(서재의 문을 열고 고개만 빼곰 내민 채 당신을 불렀으니,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문 밖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첸 티엔:어어~? 인사하러 온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문 바깥에서 얼굴 챱. 해서 말랑말랑하던 표정 가다듬고 다시 들어선다. 업무모드 ON!)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저는 오늘… 장터와 길드에 다녀올 테니 필요한 게 있다면 다른 사용인들에게 언질해 두겠습니다.
첸 티엔:으응. 부탁할게요. 참, 오늘도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켜줄래요? 당신이 있으니까 안심되더라고요.
이안 브란트:네에에. (다시 말랑.) 다녀올게요.
▶:장터길드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장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상점들이 줄줄이 위치해있습니다.
장터는 활기찬 분위기라기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오네요.
이안 브란트:(소란의 중심으로 다가가 소리를 듣는다. 무슨 일이지이.)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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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65/32/13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쪼금 더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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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65/32/13
굴림:95
판정결과:실패
(귀 탁탁 침. 물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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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65/32/13
굴림:92
판정결과:실패
(갸웃?)
주민1: 그거 들었어? 옆집에 살던 그 사람, 어젯밤에 실종됐대. 분명 영주의 짓일 거야.
주민2: 그게 무슨 억측이오? 아무리 그 사람이 영주의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지만, 영주가 그걸 들었을 리도 없는데.
주민1: 왜, 요새 영주가 밤마다 돌아다닌다는 말도 있잖어. 영주가 아니면 누가 그 사람을 죽이나? 설마, 입버릇처럼 '죽는 날까지 A교를 믿을 것이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죽임당했겠어?
▶:대화를 나누던 둘은 이내 쉬쉬하며 각자의 가게로 돌아갑니다.
이안 브란트:(설마가 사람을 잡는구나…. 장터 내의 상점을 둘러본다. 특별한 건 없나? 날이면 날마다 오는 어쩌구가 아닙니다 같은 거….)
▶:파격적인 물건은 보이지 않네요. 다만, 당신이 상점을 둘러보고 있으면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며 당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갑니다. 무어가 그리도 바쁜지 멈춰서지도 않은 채 어이쿠, 죄송합니다. 하며 지나쳐버리네요.
스친 사람이 지나간 곳에는 쪽지가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티엔에게 줄 만한 걸 찾고 싶었는데. 이를 테면 반짝반짝하는 거. 기분 전환도 되고 좋아하실 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스친 사람이 지나간 방향을 살피며 쪽지를 주워듭니다.)
▶:쪽지 안에는 며칠 뒤를 가리키는 날짜와 단 한 문장만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둥지트는 날? 쪽지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 길드 방향으로 걸어갔다.)
▶:길드로 들어서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쩐지 서로 비슷한 옷들을 입고 있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네요.
직전 당신을 스쳐지나간 사람도 이런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아닌 척 스쳐지나가면서 대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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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65/32/13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이 무리를 스쳐지나가며 쪼그만 귀를 쫑긋거리면, 접수처에 앉아 있던 직원이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겁니다. 어쩐지 불안한 눈치네요.
어떻게 할가?
이안 브란트: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소리 죽여 묻는다.)
직원: 잠시, 저쪽에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무리와 떨어진 방향을 눈짓했다.)
이안 브란트:아, 그럼요. (자리를 옮긴다. 일면식이 있던 사람 대하듯 자연스럽게? 걸었다.)
직원: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자리를 옮깁니다. 직원은 응접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뒤에야 입을 엽니다.
직원: 저기 모여계신 분들 말인데요, 저희 마을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런데 좀…. 불안해서요.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지….
이안 브란트:낯선 복장이긴 하던데…. 혹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던가요?
직원: 종교에 관련된 얘기요. 아무래도 이교도 무리인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저런 이방인들이 저희 마을에 와서 길드에 등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이사를 온 사람인가, 싶어서 받아줬지만…. 그렇게 하나둘 받아주다 보니 수가 늘어나 지금은 길드 내에 이 마을 사람들이 드물 정도가 되었지 뭐예요.
저 사람들, 전부 같은 옷을 입고 있었죠? 저 옷들은 길드에서 지급되는 게 아니에요. 무슨…. 자기들의 신을 상징한다나?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었지만, 아시다시피 저희 영주님께서는 이교도를 핍박하지 않으시니까요……. 무슨 생각이신 걸까요? 정말.
이안 브란트:(내 주군께서 아량이 넓으시긴 하지만, 이런 것을 방치할 인물은 아닌 듯싶은데…. 무엇보다 영주로서의 위치에 위협을 겪는다면 곤란하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하여 알려드리는 게 좋겠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감사의 인사를 했다. 길드 내 다른 수상한 동향은 없나?)
직원: 저, 그리고…….
이안 브란트:네?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직원: 얼마 전부터 이교도에 선동되어 넘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데…. 사람 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종교에 미친 사람이잖아요? 모쪼록 몸 조심하셔요.
이안 브란트:아…. 그렇죠. (안팎으로 난리군….) 혹 저들이 주민들을 위협하기라도 한다면 영주 성에 와 알려주시겠어요? 그럼,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뒤 성으로 돌아간다.)
▶:어느덧 벌써 어둠이 드리웁니다.
성으로 돌아간 뒤 무엇을 하나요?
이안 브란트:(산책 갔다가 돌아오면 주인을 보러 가는 게 맞다…. ―평범하게 업무가 끝나면 보고를 올려야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만― 손만 뽀득뽀득 씻고 티엔에게 갑니다. 티엔은 어디에 있지?)
▶:서재에는 불이 꺼져있고, 침실에는 불이 들어와있습니다. 아무래도 침실에 있는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침실 문을 두드린다. 똑똑.)
첸 티엔:(당신의 발걸음 소리 하나 알아듣지 못할 리 없다. 그럼에도,) 누구시죠? (장난기 어린 목소리다.)
이안 브란트:저예요오. (저를 알아봤음이 빤하였으니 곧장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첸 티엔:문을 열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은 없는데 말이에요.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보고 있던 서류를 덮어두고 당신을 향해 몸을 틀었다.) 잘 다녀왔나요?
이안 브란트:앗. (애매하게 문을 연 채 우뚝! 서 있다.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서….) 어, 네에. 다녀왔어요.
첸 티엔:농담이에요, 농담. 어서 들어와요.
이안 브란트:(그제야 풀린 표정으로 당신의 곁에 쪼르르 다가갔다.) 저어, 보고 드릴 게 있는데. (주운 쪽지를 당신에게 내밀었다.) 이런 걸 발견했어요.
첸 티엔:응? (고개 기우뚱. 쪽지를 받아 읽은 뒤 돌려주었다.) 어디서 발견한 것인데요?
이안 브란트:지나가던 사람이 떨어뜨린 모양인데, 이교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드에서 이야기하는 걸 봤거든요. 정황 상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는 데다가, 심지어 최근에 이교도에 선동되어 넘어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서…. 제 생각에느은… (말이 조금 느려진다.) 조금,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아….
첸 티엔:앗……. (문득 손을 멈추었다. 덩달아 눈치를 보며….) 난…… 그 이교도들의 교회를 하나 지어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광장에서 시위하는 것 정도는 그만둘 테니까….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릴 냈다.) 상황이 많이 심각한가요? 난…. 아무것도 몰랐어요. 아무것도 내 귀에 들어온 것이 없어서.
이안 브란트:(뒷짐을 진 채 눈을 도륵 굴린다.) 물증은 없으나, 이교도들이 A교를 믿는 자들을 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실은 누군가 영주님과 유사한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보았거든요. 아마 영주가 밤마다 돌아다니며 사람을 해한다는 헛소문도 그들 때문에 비롯된 것 같은데…. (고개가 조금 떨어진다.) 죄송합니다, 발견했을 때 어떻게든 잡아 왔어야 했는데.
성 내부의 사용인 중 일부도 이교도들에게 가담하는 듯하니, 혹 제가 없을 때 성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을 너무 믿지는 마시고요….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괜한 불안을 조장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밀려들었다.)
첸 티엔: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죠. (눈썹 늘어트리며 웃는다. 입 안이 썼다. 그런 소문이 돌 정도로 제 평판이 떨어졌을 줄은 몰랐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요.
난, 애초부터…. 너만 믿었어, 이안.
이안 브란트:저는 늘… 티엔 님의 편일 테니까요. (꼭 을 덧붙이긴 했지만 당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발음해 보였다. 슬며시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 밤이 많이 늦었네요, 제 주군께서는 잠자리에 드셔야 할 듯싶고요.
첸 티엔:(당신의 말 한마디에 표정이 풀어진다. 역시 첸 티엔에게 이안 브란트란….) 당신은 항상 날 재우려 드는 것 같고요.
이안 브란트:피곤하실 것 같아서요. 재우지 말까요? (뭔….)
첸 티엔:우와…….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이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죠?
이안 브란트:(어리둥절.) 그런 식이… 어떤 겁니까?
첸 티엔:흠.
이안 경, 오늘 밤…. 자고 가지 않을래요? …처럼 말씀하셨어요.
이안 브란트:(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낯.) 그렇지만, 그, 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나요…? 곁에 있으라고오…. (급기야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첸 티엔:아~……. 그렇지, 참. 내 기사님은 둔하기로는 세계 제일이셨지.
이안 브란트:응? (응? 눈만 깜빡거린다.) 저 둔하지 않아요.
첸 티엔:네에. 그런 셈 칠게요. (….) 내일도 날 위해 움직여줄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그런 셈? (어쩐지 충격 받았다….) 얼마든지요. 어딜 다녀올까요?
첸 티엔:(그저 웃고….) 이번엔 민가를 둘러보고 와줬으면 해요. 주택가랑, 빈민가를 살펴보고 와줄래요?
이안 브란트:(열심히 끄덕였다.) 그럼 이제 재워도 되나요?
첸 티엔:어떻게 재워주실 건데요?
이안 브란트:따뜻한 차를 타드리고 이불에 말아서 자장가를 불러드리거나 책을 읽어서요. 손도 꼬옥 잡구.
첸 티엔:날 애취급 하는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설마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취급이랍니다.
첸 티엔:정말요?
이안 브란트:네에, 애 취급했다면…. 불 끄기 전에 굿나잇 키스까지 해드리고 곰인형도 안겨드렸을 거예요.
첸 티엔:굿나잇 키스까진 좀 탐나는데요. 해주면 안 되나?
이안 브란트:…네? (한 박자 늦게 답했다.)
첸 티엔:응?
이안 브란트:음…….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어제도 비슷한 걸 해드렸으니까요.
첸 티엔:……으응? (이번에 이쪽이 한 박자 늦게 답한다.)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그런 걸 받은 기억은 없는데요??
이안 브란트:원래 굿나잇 키스는 그런 거니까요. (뭐가?) 차를 가져올게요. (사라졌다….)
첸 티엔:……으응???
이안 브란트:(잠시 후, 어제처럼 트레이에 담긴 찻주전자를 가져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금방 찻잔을 당신 앞으로 밀어둔다.) 오늘은 레몬그라스 차예요.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대요. (멀뚱멀뚱.)
첸 티엔:(고분고분 찻잔을 쥐며 묻는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을 탔나요?
이안 브란트:으음, 어쩌다보니까요….
첸 티엔:어쩌다보니?
이안 브란트:독이라면 타지 않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그냥…. 그렇게 됐네요? (얼렁뚱땅 대꾸했다. 당신에 대한 애정은 감추어지는 게 아니니까.)
첸 티엔:(크게 웃는다. 근래 들어 가장 걱정 없이 웃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즐거움뿐인 낯.) 하하…. 그렇게 됐다는 말이 이렇게 듣기 좋은 말일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줄래요? 말씀드렸다시피, 당신이 타준 거라면 독이라도 마실 수 있으니까. 듬뿍 넣어줘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웃음을 홀린 듯 지켜보다 덩달아 미소 지었다. 당신이 늘상 이리 웃을 수 있게 된다면 평생쯤은 아무렇지 않게 바칠 수 있을 것만 같다. 끄덕이는 대신 조심스레 대꾸했다.) 그래도 저는… 영주님이 무엇보다 본인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대의나, 이안 브란트 같은 것보단.)
첸 티엔:이미 그러고 있는걸요. (첸 티엔은 늘 부와 명예를 거머쥐려 노력하였으며, 제 안위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고, 스스로의 욕망을 솔직히 마주했다. 그랬기에 이안 브란트를 사랑한 것이다. 자신의 명예는 당신이었으며, 제 안위 또한 당신의 손에 달렸고, 스스로의 욕망마저도 당신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바꾸어 말하자면 이안 브란트는 첸 티엔의 모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여 자신보다도 당신을 우선하게 되어버리는 것이겠지. 당신은 나의 행복이니까.) …그래 보이진 않나 봐요?
이안 브란트:가-끔은요. 일 때문에 몸 상하는 게 보이는걸요. 그래서 제가 자꾸 재워드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 부러 투정하듯 말하기도 한다. 이안 브란트에게 쏟아붓는 신뢰나 애정이 과하지 않는가, 그런 문제는 감히 지적할 수가 없었다.)
첸 티엔:그건 어쩔 수 없죠. 영주란 자리란 게, 내 몸이 편할수록 영주민들이 불편해지는 곳이잖아요? 원래 권력 쥔 사람들은 고생깨나 하는 법이에요. (달래듯 답하고는 찻잔을 기울인다. 찻물을 머금고 향을 느끼니, 역시….) 내일은 라벤더 차가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맞는 말입니다만…. 대꾸 없이 가만히 있는다. 건강 상해가며 일하더라도 짜인 듯 상황은 악화되기만 하니까, 주변이 당최 도와주지를 않으니까 말이다. 그저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뿐인데, 이럴 거면, 다 관둬버리고 단둘이 지내는 편이 낫지 않나? 그런 생각까지 하고 만다. 있지, 당신과 관련된 일이면 자꾸 속이 좁아지는 이유는 왤까?) 아, 입에 안 맞으시나요? (찻잔을 눈짓했다.)
첸 티엔: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역시 라벤더가 좋아서요. 안 되나?
이안 브란트:(살래살래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될 건 없지만요. 다 드셨다면… 남은 것은 제가 마셔봐도 되나요? (눈 깜박. 찻잔은 하나뿐이니 당신의 허락이 필요했다.) 처음 타는 차라, 혹시 덜 우러난 건 아닐까 싶어서요.
첸 티엔:음.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부러 반박하지 않고 제 찻잔을 당신에게 밀어주었다. 잔에는 찻물이 반 즈음 남아있었을 터다.) 내가 마시던 걸 먹어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찻잔을 양손으로 고이 받아들었다. 바닥에 앉아있었더라면 아주 무릎까지 꿇었을 테지. 당신이 입술이 닿지 않았을 방향으로 입을 갖다대 한 모금 마신다. 갸우뚱.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다시 마셔본 뒤 또 반대로 갸우뚱. 그냥 라벤더 차가 더 좋으신 거구나, 정도로 결론 내렸다. 찻잔을 내려놓는다.) 감사해요. 내일은 라벤더 차로 준비해드릴게요.
첸 티엔:(조금만 더 돌리지 그랬어. 그랬다면 나와 같은 곳에 입술을 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심기 어그러진 양 입술 비죽이기도 하였으나, 고개 갸우뚱거리는 이 가만 보고 있노라면 금세 낯 펴지고 만다.) 으응, 부탁할게요. 오늘도 자장가를 불러 줄래요?
이안 브란트:아, 네에. (당신이 제게 남겨준 것을 버릴 순 없으니 급히 남은 차를 입에 털어넣었다. 이때라면 우연히 당신이 입술을 댄 곳을 스쳤을지도 모르지. 트레이를 분주하게 정리한 뒤 당신의 곁에 앉는다. 포근한 이불을 꼭꼭 목 끝까지 끌어올려주고, 한 손을 가볍게 쥔다. 찻잔의 온기가 남아 평소보다 따스한 손이다. 어제와 같은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첸 티엔:(언젠가는 직접 입 맞출 수 있게 될까? 혼자만의 바람을 삼키며 당신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맞잡은 손을 잠결에라도 놓치지 않게끔 깍지를 껴 고쳐 쥔다.) 어제와 같은 노래네요. 슬슬 다른 곡도 가르쳐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깍지 낀 손을 살랑살랑 흔들기도 했다. 우뚝. 잠시지만 내일의 업무에 자장가 알아오기가 늘어날 뻔했다. 어쩌면 그게 1순위가 될 뻔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이어지는 말이 없었다면 말이다. 헤헤 웃는다.) 네, 알려주세요.
첸 티엔:으응, 오늘은 가사가 있는 노래를 알려 드릴게요. (그리고는 목을 가다듬더니, 맞잡은 손을 끌어와 제 입가에 가져다 댄다. 숨결이 당신의 손등 위로 내려앉았다.) 당신에겐 생소한 언어일 테니까…. (손등에 제 입술을 바짝 붙인다. 제 발음 하나하나 입 모양 변하는 것 느낄 수 있게끔.)
(我的情也真 我的爱也真 月亮代表我的心내 감정은 진실하고, 내 사랑 역시 진실하답니다.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어딜 보나 자장가로 쓰일 법한 노래는 아니었다. 따지자면 절절한 사랑 노래에 가까운 곡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차피 당신은 알아듣지 못할 테니까. 겨우 그 이유 하나만으로 거짓을 입에 담는다.) 좋은 꿈을 꾸세요, 달빛이 당신의 밤을 지켜줄 거예요…. 라는 뜻인데. 따라 할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숨결이 닿을 때마다 손등이 간질거렸다. 손등만 간질거리는 게 아닌지, 어째 가슴께가 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개 작게 끄덕인 뒤 더듬더듬, 느리게 발음을 따라한다. 생소한 언어일지언정 당신에게서 비롯한 말소리이니 한 자도 놓쳤을 리 없다. 당신에 관한 것이라면 놓치지 않고 있음을 퍽 자부할 수 있었다. 정작 중요한 마음은 눈치채지 못하였으면서…. 다시, 처음 읊조린 것보다 또렷한 발음으로 단어들을 되새겨 속삭인다. 눈가가 가늘게 휘어진다.) 잘 따라했나요? 저….
첸 티엔:한 번 더요. 한 번만 더. 응?
이안 브란트:(당신의 말을 따르려는 듯 입술을 열었으나,) 다음 가사는 없나요? (묻기만 했다.)
첸 티엔:그러면 너무 길어지는데. (손등에 입술 댄 채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아주, 긴~……. 노래거든요.
이안 브란트:그러엄, 내일 더 알려주실 건가요?
첸 티엔:으응, 그렇게 할까…. 하루에 한 소절씩 알려 드릴게요. 꽤 오래 걸리겠네요. 다 배우기 전까진 계속 내 밤을 책임져줘야 해요.
이안 브란트:저어, 열심히 공부할게요. (단순히 당신이 일러주는 가사를 공부하겠단 말만은 아니었다. 당신의 언어 또한 기꺼이 배우겠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낯 위로 엷은 미소를 띄운다.) 다 배우고 나서도 책임지게요. (당신이 읊어준 의미를 곧이곧대로 믿고 있을 게 뻔한 이는, 뜻도 알지 못하는 가사를 재차 읊었다. 좋은 꿈을 꾸세요, 언제까지나 지켜드릴 테니…. 그런 애정을 담아서.)
첸 티엔:(당신이 나의 언어를 배워서, 나의 거짓말 또한 알게 된다면 그땐 어떤 표정을 지어 줄까? 그때도 지금처럼 웃으며 시선을 맞추어 줄까? 당신이라면 분명 그리 해주겠지. 볼을 붉히고 시선을 피할지언정 나를 떠나지는 않겠지. 기묘한 확신에 사로잡힌다. 그도 그럴 것이,) 네에, 책임져주세요…….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애정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당신과 나의 애정은 분명 사랑이리라. 느릿느릿 눈을 감는다.) 이안, 너도…. 좋은 꿈 꿔.
이안 브란트:(숨소리가 가라앉을 즈음, 어제와 같이 당신의 손등 위로 입을 맞추었다 떨어진다.) 오늘도 평온한 밤 되세요. (벌써부터 뺨 발그스름히 상기된 채 말이다. 마치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또다시 아침이 밝아옵니다. 당신의 주군을 만나러 갈 수도, 곧바로 민가를 둘러보러 나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오늘도 평소보다 가벼운 차림이다. 티엔은 어디에 있을까? 침실과 서재를 기웃거렸다.)
▶:서재의 문이 반쯤 열려 있네요.
이안 브란트:(서재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첸 티엔:허락 구하지 않아도 되니, 들어와요.
이안 브란트:(슬그머니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티엔의 낯빛을 살피며 앞에 선다.) 오늘도 다녀올게요. 주택가와 빈민가였죠?
첸 티엔:(고개를 끄덕인다. 간만에 악몽을 꾸지 않은 것인지, 낯은 파리하지 않고 멀끔했다.) 당신은 좀 주무셨고요?
이안 브란트:(잠 설치지 않은 듯하니 몰래 안도했다. 뿌듯해해도 되는 걸까? 아무튼….) 네에, 저야…. 영주님 덕분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걸요.
첸 티엔:꿈을 꾸지는 않았고요?
이안 브란트:꿈? (곰곰이 생각한다. 이안 브란트는 꿈을 꿨을까? 꿨다1 꾸지 않았다2 1 )
음…. 꾼 것 같기는 해요. 그런 건 왜 여쭈어 보시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어물어물 물었다.)
첸 티엔:으응, 나는 당신 꿈을 꿨는데…. 당신은 혹시 내 꿈을 꾸진 않았는지, 그런 게 궁금해져서요?
이안 브란트:제가 꿈에서 무얼 하던가요? (뒤늦게 웃는다.) 말씀 듣고 나니 꿈에서 영주님을 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첸 티엔:차를 우려주었어요. 내가 라벤더 차를 가져달라고 부탁하니까, 당신은 레몬그라스 차도 좋다면서 눈꼬리를 늘어트리고선…. (이즈음 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가 첸 티엔의 호오에 말을 덧붙일 리 없지 않나.) 당신 꿈속의 나는 무얼 하던가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오늘 푹 주무신 걸 보니까 레몬그라스 차도 좋은 것 같긴 하지….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당신 몰래.) 웃어주셨던 것 같아요, 그냥…. 저를 보고. (걱정 없이 웃는 당신의 얼굴을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나 곱씹었으니, 꿈에 나왔다면 필히 그 모습이었을 테다.)
첸 티엔:아무래도, 내 기사님께서는…. 나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라지 않나. 가볍게도 말했다.)
이안 브란트:(수줍은 듯 웃었다.) 가장 좋아하죠, 영주님을. (또한 순순히 긍정하였다.) 그러엄…. 일찍 돌아올게요.
첸 티엔:(무어라 덧붙이는 것 대신 마주 웃었다. 손 살랑살랑 흔들며 그저 인사말만을 입에 올린다.) 몸조심하고요.
▶:주택가빈민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허리 숙여 인사한 뒤 바깥으로 나왔다. 곧장 주택가로 향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며, 한쪽 구석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군요. 치안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한 소년이 덩치가 커 보이는 소년에게 마구잡이로 맞고 있습니다.
그러길래 적당히 돈 많은 집 눈치 좀 보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평등? 평등 좋아하시네. 그런 웃기지도 않은 소리나 할 거면 당장 손이 발이 될 때까지 빌고 와!
이윽고 덩치 큰 소년은 손을 털고는 가버립니다.
아이는 심하게 구타당했는지 살려달라는 말 한 마디를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집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 주변 사람들은 소년을 봐도 고개를 돌릴 뿐 그 누구도 먼저 나서려 들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괜찮나요? (서둘러 소년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핀다. 애써 침착하려 들었으나 당황한 기색이 엿보인다. 이곳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셈이지….)
▶:고통이 심한 것인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합니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적절한 처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배웠던 것을 떠올려본다…. 소년을 바르게 뉘이고 치료를 시도했다.)
응급처치
기준치:40/20/8
굴림:48
판정결과:실패
….
응급처치
기준치:40/20/8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그분의 기사로 살아갈 수 있는 법이겠지…….)
▶:아이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눈을 뜹니다.
아이: 누, 누구세요?
이안 브란트:(흠.) 그냥 지나가다 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길래…. 괜찮나요? 누가 이런 짓을…?
아이: (머뭇거리는 눈치다.) 이, 이방인은… 아니신 거죠? 저희 영지 분이신 것 맞죠?
이안 브란트:(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짓고 고개 끄덕인다.) 영주 성의 사용인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니 (대충 맞지….) 편하게 말해주셨으면 해요.
아이: (영주 성의 사용인! 그 말을 듣자마자 경계 어린 낯이 된다.) 영주도, 치안대도 다 거짓말쟁이들이에요…! 영주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믿나요?
이안 브란트:(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침과 함께 말을 흐렸다. 불쌍한 척?을 했다.) 영주와 직접 마주하는 일도 없는걸요. 그런데에, 거짓말쟁이라뇨?
아이: (앗… 아아…. 순식간에 안쓰러운? 눈이? 된다. 동질감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경계심 녹아내리며….) 최근에 우리 마을에 이방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아세요?
돈 많은 이방인들이 우리의 집까지 빼앗아가고 있어요. 치안대나 영주님에게 건의도 넣어봤지만, 치안대는 매입에 관한 건 자기들이 관여할 수 없다며 나 몰라라 하고, 영주님은 아무런 답도 돌려주지 않으셨어요. 영주민의 고통을 못 본 척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면 뭔가요?
이안 브란트:(잠시 아무 말도 없다. 텔레파시를 보내는 중이다. 영주님 저를 용서하세요….)
아, 그랬죠. 길드 근처를 지나가는데, 이방인들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굴던지요…. (얼추 맞장구를 친다.) 그런데 집을 빼앗아간다니요? 대체 어떻게? 방금 당신을 이렇게 만든 이는 또 누구고….
아이: (한껏 누그러졌다. 당신의 연기가 완벽히 먹힌 모양이다.) 돈이요. 돈으로 집주인을 매수해서….
방금 그 사람은 제 형이에요. 제가…. 이방인들에게 항의를 하려다가, 그 사람들이 본보기로 저희 가족을 내쫓았거든요. 그래서 형이 화를 낸 거예요.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난다.) 아무튼,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꾸벅.)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얼른 가서 사과를 해야지만….
이안 브란트:(고민에 잠긴 듯 입매를 매만진다. 당장 제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방법은 없는 것 같으니, 근본적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수밖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볼게요…. 몸조심하세요. (아이가 사라지는 방향을 지켜보다가 빈민가로 걸음을 옮겼다.)
▶:빈민가로 향하는 길, 길거리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 부인들, 일터를 나가는 남자들, 뛰어노는 아이들 모두 알 수 없는 종교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길드에서 보았던 그 무리와 같은 옷이네요. 이건 이방인들에게 점령당한 걸까요, 아니면 이방인들의 종교에 점령당한 걸까요? 어째서 이렇게나 심각한 상황이 영주인 티엔의 귀에 들어가지 못했던 걸까요?
빈민가에 도달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마을에 사람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지 외곽에 빈민가가 생겼습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대부분의 빈민이 표독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중 한명이 당신에게 달려들어 돈을 요구하기도 하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돈을 주었다간 모두 달려들 듯싶고, 또, 무엇보다… 애초에 돈이 없다…. 돈을 쓰러 나온 게 아니니 있는 게 없다. 멋쩍은 낯이다.) 죄송하지만 저도… 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빈민들은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이들, 다시 구걸의 대상을 찾는 이들로 나뉘어 뿔뿔이 흩어지네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빈민가의 구석에 입구가 열린 빈집이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주변을 둘러보다가 빈집으로 들어갑니다.) 계십니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엉성한 집이네요. 판자로 만들어져 있고, 그 흔한 창문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간이침대와 옷걸이좌식테이블이 바로 보이는 구조네요.
이안 브란트:실례하겠습니다아…. (작게 중얼거리며 옷걸이를 살핀다. 걸려있는 옷이 있는가?)
▶:요새 광장에서 자주 보이는 시위꾼들이 입는 망토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가져갈까요?
이안 브란트:(바로 훔쳤다…. 간이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잠만 자는 듯 이불만이 놓인 침대입니다. 청결엔 관심도 없는지 먼지가 가득하네요.
이안 브란트:(나가면 망토도 탈탈 털어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나…. 좌식테이블을 눈으로 훑는다.)
▶:일종의 보고서처럼 보이는 종이만이 가득합니다. 이전 것들은 누군가에게 보내기라도 한 것인지 보이지 않고, 근래의 보고서만이 남아있네요. 최근 날짜의 보고서를 읽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의아한 표정으로 종이를 집어들었다. 읽어봅니다.)
(성 내부에 잠입한 사람이 있는 듯하니, 이교도의 문제가 제 주인에게 올라가지 않은 이유도 대충 알 만하다. 꽤 침착하게 보고서를 읽어내렸다. 하나 마지막에 적힌 날짜를 보자 낯빛이 어두워진다. 서둘러 성으로 돌아간다.)
▶:빈집을 나오면, 빈민가 한쪽에 마련된 무덤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성으로 돌아가기 전 살펴보나요?
이안 브란트:(걸음을 멈추어, 무덤가에 시선을 둔다. 혹 실종자와 관련된 것이 이곳에 있지는 않을까?)
▶:장례를 치를 돈이 없는 자들이 죽은 자들의 시체를 유기하는 곳입니다. 역한 냄새와 함께 묻히지 않은 시체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곳저곳에 쌓여있는 탓에 신원조차 구분해내기 힘들 지경입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중에서도 최근에 버려진 것인지 그나마 멀쩡한 시체 한 구가 보입니다. 무슨 의식이라도 한 건지 몸 위에는 노란색의 액체 같은 것으로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고, 곳곳에 자상이 남아있었긴 하지만요. 억울한 죽임을 당하기라도 한 것인지 저항흔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유를 모를 실종이 늘어난 만큼 이 정도의 사단은 각오하고 있었으니,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몸을 조금 숙여 몸 위에 적힌 말들을 읽어보았다.)
▶:모든…. 은 그…. 을 위해.
몸을 숙여 시체를 바라보면, 품 안에서 세례 반지 또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독실한 A교의 신도에게만 주어진다는 반지였죠.
이안 브란트:(사람 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종교에 미친 사람이잖아요? 문득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이교도들이 A교의 신자들을 해하고 있음이 명백해 보이니…. 지금 시신을 수습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듯하니, 곧장 성으로 걸음하였다.)
▶:해가 지고 다시 성으로 발걸음을 옮길 무렵, 하늘에는 잿빛 구름이 뒤덮이기 시작합니다.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성으로 들어서면….
성문은 반쯤 열려있고, 짓밟힌 정원이 보입니다.
당신의 눈에 띄는 것은 성안으로 이어지는 발자국들이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하얗게 질려 성의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조금 더 일찍 돌아왔어야 했나? 티엔은 어디에 있지? 다급하게 내부를 돌아본다.)
▶:발자국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서면, 1층 홀에는 유리조각들이 가득합니다.
촛불들은 강풍이라도 들어닥친 것처럼 모두 꺼져있고, 홀 가운데에 걸려있는 티엔의 초상화에는 단검으로 꽂힌 종이 한 장만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발걸음마다 유리조각이 부수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린다. 검을 빼내고 종이를 펼쳐보았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날짜, 어딘가 익숙합니다. 이교도들의 보고서에서 보아왔던 둥지 트는 날의 날짜와 영지전의 날짜가 동일하지 않나요?
불과 반나절만에 폐허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한 성. 깨진 창문들은 귀신이라도 드나드는 것처럼 흉흉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티엔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군요. 2층으로 올라가볼까요?
이안 브란트:(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이 말은, 당장은 제 주인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 떨리는 손을 한 번 쥐었다 펴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서재의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서둘러 서재 안으로 들어간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당신을 부른다.) …영주님?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저기 흩어진 서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 고의로 밟아버린 것처럼 펼쳐지고 찢긴 고서가 널브러져 있고, 열린 창문으로는 배가 새어들어와 책상은 엉망이 된 지 오래로군요.
그리고 뒤돌아서 있는 티엔이 보입니다.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는 바람결에 흩날려 위태롭게 느껴질 지경이네요.
첸 티엔:(뒤돌지 않은 채 말했다.) 이안…. 잘 다녀왔나요?
이안 브란트:(당신에게 다가가던 걸음이 느려지더니 거리를 두고 멈춰 선다. 대신, 조금 떨어진 채 당신이 다친 곳은 없을지 전신을 눈으로 꼼꼼하게 훑는다. 당신의 면전이라면 외람되이 그런 짓은 하지 못했을 테니, 차라리 시선 마주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일찍 왔었어야 했는데….
첸 티엔: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죠.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인 것 같던걸요. 그게 오늘이었을 뿐이고. (썩 덤덤한 목소리였다. 다만, 내민 손은….) 조금, 떨려서 그러는데. 이리 와서 잡아주지 않을래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아랫입술을 물었다. 제 아무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을 수많은 위협 속에 홀로 두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곁에 있었더라면, 적어도 당신이 홀로 떨어야 할 일은 없었을 테니까…. 숨 고른 후 금세 거리를 좁혀냈다. 당신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당신의 손을 붙들어 손등 위로 가벼이 입술을 스친다. 걱정 어린 눈이 당신을 올려다 본다.) 혹, 다치신 덴….
첸 티엔:괜찮아. 별일 없었으니 일어나 줄래? 너도 알잖아. 난 네가 무릎 꿇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맞잡은 손을 깍지 껴 고쳐 쥔다. 이제는 습관이 된 행동이었다.) 내가 많이 무지했던 것 같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지.
이안 브란트:(자세를 세우기 전, 깍지 낀 손 위로 가볍게 뺨을 부볐다. 그렇게 해서라도 불안으로 차게 질렸을 손을 온기로 녹였다. 맹목 어린 검은 시선이 일렁였다.) 성 내부에 잠입한 자가 있었나 봐요. 주민들의 건의를 중간에서 파훼하거나 주변의 귀족을 회유하는 등…. (빈민가에서 보았던 보고서에 대하여 간단하게 일렀다.)
첸 티엔:그래, 그렇구나……. (흐려지는 목소리. 평소와 같은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체념에 가까운 어조로 읊조렸으나, 그 속에 다정 하나만은 미미하게 어려 있다. 그래, 당신에게만은 평소와 다름없는 투였을 것이다. 유약한 면모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약점을 내비친 것이 아니라 제 약한 모습마저 감싸주리라 믿어버리는 것까지 전부.)
(맞잡은 손을 놓는다. 아주 느린 나머지 손가락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것이다. 깍지 낀 것마저 떨쳐내고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본다. 푸른 눈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눈에 어린 것이 위성의 꼬리인지, 사람의 눈물인지는 당신을 제외한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 경? 마지막으로 명령 하나를 할게요.
도망가세요. 지금부터 남쪽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린다면, 당신 목숨 하나쯤은 건질 수 있을 거예요. 더는 내게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사세요.
이안 브란트:(잡은 손이 떨어지는 데 있어선 불만을 찾을 수 없었다. 그야, 당신이 다시 잡아주는 것이 당연하니까. 노래의 다음 구절을 일러주기로 약속했지 않았던가. 그러니 당신은 오늘 밤도 제 손을 끌어당겨, 더운 숨이 닿도록 입술을 묻고, 찬란하게 웃어주어야 하지 않나…. 시리도록 반짝이는 푸른 별과 마주한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겨우 입술을 달싹였다.)
시, 싫어요…. (기어이 어리고 유약한 말을 내뱉는다. 이래서는 기사로서 완전히 실격이다. 볼품없이 떨리는 목소리, 물기에 젖어든다.) 저, 보내지 마세요…….
첸 티엔:(웃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어렵지 않아야 하는데…. 기어이 고개를 들어 눈을 깜박거린다. 눈가 붉어지는 것은 그저 눈이 건조해 그런 것이라 치부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내가…. 당신 버릇을 잘못 들였나 봐요. (다시 마주한 눈은 조금은 시렸을 것이며, 조금은 다정했을 것이다. 모진 말 내뱉으면서도 당신을 향한 애정 하나 숨겨내지 못하였으니, 과연 영주로서는 실격이다 싶다. 손을 들어 당신의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드러난 흉을 엄지로 쓸었다.) 이렇게 내 명을 거부하는 걸 보면요.
이안 브란트:(제게만 보이는 당신의 유약한 모습을, 모두 시선에 담아둔다. 당신의 시선이 다시 제게 향할 때까지 묵묵하게 기다릴 뿐이다. 호흡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떼어내려면, 처음부터 허하지 마셨어야지, 당장이라도 엄하게 대해주셔야지…. 이마 위로 손길이 닿으니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다. 처량하게도 눈썹이 추욱 처진다.) 그러면… 안 되나요? 저는, 그냥…. (짧은 호흡. 당신과 있고 싶어요.) 같이 있게 해 주세요, 네? (도망을 치든, 끝을 기다리든…. 당신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첸 티엔:왜…. (숨을 씨근댄다. 들어 올렸던 팔이 힘 없이 떨어졌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왜냐니…. (짧은 침묵. 끝내 고른 사유는 가장 피상적인 것이다. 부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차고 넘치지도 않는 정도의 감정만을 드러내….) 언제까지나 곁을 지키겠다고 하늘에 맹세하였는걸요, 그대의 기사로서….
첸 티엔:(간혹 당신의 충성이 애정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애정은 맹목을 넘어선 사랑이 되었다.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를 사랑하며 이안 브란트는 첸 티엔을 사랑한다.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는 그랬다. 하나, 이안 브란트의 깨달음이 그 정도 수위에 지나지 않는다면 자신과 함께 침몰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손을 내민다. 놓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이안 브란트는 부표처럼 떠오를 테니….) 검을 줘요.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의 사랑은 늘 그랬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시선이 닿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당신이 행복하기만 하면 됐다. 늘 막연했다.)
(제 감정의 형태도 모르면서 함께 죽음으로 뛰어들 각오를 하는 사람. 당신의 행복이 무언지도 알지 못하면서 감히 목숨을 내거는 사람. 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아둔하며…. 이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그는 한참의 주저 끝에 칼집에 든 검을 양손으로 내밀었다.)
첸 티엔:(오늘만큼은 당신의 사랑이 기껍지 않았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편안한 작별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짧은 숨을 내쉰다. 내민 검집을 쥐더니, 그대로 바닥에 팽개친다. 탁, 탁, 탁…. 기다란 것이 바닥에 튕겨 널브러진다. 분명 검날이 상했을 터다. 당신이 아끼는 검이었을 텐데.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오늘부로 너는 내 기사가 아냐. 어디로든…. 가 버려.
이안 브란트:(바라보는 눈동자가 떨린다. 무얼 말하려다가도 입술을 달싹일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물 밖에 내놓은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하여 뻐끔거리는 꼴이었다. 고개가 절로 떨어졌다. 검은 얼마든지 흠집이 나도 좋았다. 그는 몸을 함부로 쓰는 편이었으니 당신의 기사로 임명된 이후로도 몇 번이나 검을 갈아끼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순 소모품에 불과한 물건이 바닥에 나뒹구는 모양에도 울고 싶어진 것은, 그 검 또한 당신의 손을 탔을 테니까. 당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까. 눈썰미가 좋았던 당신은 검을 바꿔들 때마다 알아채고 이런저런 말을 얹고는 했었고, 검이 상할 때면 일찍이 검을 하사한 적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당신의 손으로 직접 내쳤음의 의미는 명백하니까….)
(저를 밀어내는 이유가 분명함에도 일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든다. 어린 아이처럼 매달리고 싶었다. 죄송하다고, 말 잘 들을 테니 내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빌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랬다간 당신이 더 슬퍼할 것만 같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급히 자세를 낮춘다. 널브러진 검을 손으로 더듬더듬 집어내려니 양 무릎이 기어이 바닥에 닿는다. 무릎 꿇는 거, 좋아하지 않으신댔는데…. 서둘러 일어나 시선을 내리깐다.) 죄, 죄송해요, 이따가… 다시 올게요. (볼품없이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당신의 말 누구보다 잘 이해하였으나 못 들은 체를 했다.)
첸 티엔:(지금, 당신을 보았다가는 그저 잠겨 들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뒤를 돌아 서재를 빠져나간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당신이 떠난 서재를 지키고, 한참이나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바닥이 조금 젖어들었을까. 그러나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신을 두고 도망치는 꼴이나 다름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검을 다시 장비한 채 서재에서 빠져나왔다.)
▶:당신은 서재를 빠져나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요. 여전히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고, 한층 싸늘해진 기온은 손끝을 마비시켜옵니다.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 걸까요?
성에 난 길을 따라 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광장입니다. 광장에서는 이제 막 시위가 끝난 것인지, 무리들이 장소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여요.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정신 차리자…….)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3
판정결과:실패
▶:저들을 따라가면 본거지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들키지 않게 무리 속에 숨어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높게 묶은 머리카락을 풀어 정리하고, 훔친? 망토를 덮어썼다. 조심스럽게 무리 안으로 섞여든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무리 안으로 섞여든다면, 그들은 당신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뭐하다가 이제 와? 다 왔으면 가지.
무리는 주택가로 향합니다. 행렬을 따라 주택가로 들어서면, 몇몇 영주민은 자신의 아이를 감싸며 행렬을 두렵게 쳐다봅니다.
걸음이 이어집니다. 행렬이 멈춘 곳은 주택가에서 가장 큰 집입니다. 크기로만 봐서는 영주성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지 소음이 들려오고, 환한 불빛이 당신이 있는 곳까지 내려옵니다.
무리와 함께 주택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엄청난 수의 인원입니다. 마을 인구의 절반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네요. 그리고 이 많은 인원을 감당하고 있는 홀의 가운데에는 커다랗게 장식된 조각상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조각상을 쳐다본다. 무얼 조각한 거지….)
▶:거대한 제왕처럼 생긴 조각상입니다. 이 세계의 생물처럼 보이지 않고 박쥐와도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네요.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조각상의 아래에 글귀가 새겨져있네요.
이안 브란트:(눈 가늘게 뜨고 글귀를 읽어봅니다.)
▶:위대한 우리들의 신, 황 왕을 위해.
1층의 홀에는 기도실A기도실B응접실서재로 통하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기도실A로 걸음을 옮겼다. 습관처럼 발소리를 죽여 움직인다.)
▶:기도실이라고 적힌 문이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나요?
이안 브란트:(문 밖에서 소리를 들어봅니다. 누가 있나?)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말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인기척은 확실히 느껴집니다. 여럿은 아닌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기도실이라서 정말 기도를 하고 있는 걸까? 문을 조금 열고 슬쩍 안을 살핀다.)
▶:문을 열자마자 피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시체가 보입니다. 낯이 익습니다. 마을에서 사라졌다던 실종자들이군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티엔?
이안 브란트:(…일 리가 없지. 아니 차라리 당신이 맞으면 좋겠어…. 티엔과 유사한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던 그 사람일까? 얼굴을 확인했다.)
▶:그래요, 티엔일 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티엔의 모습을 흉내 낸 신도인 것 같아요. 그는 검은색 가발을 벗으며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신도: 여긴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작업 중이니까 썩 나가.
▶:그리고는 문을 닫아버리네요.
이안 브란트:(대답했다간 들킬 수도 있을 테니까…. 말없이 기도실B의 문 앞에 선다. 닫혀 있나?)
▶:문은 닫혀 있습니다. 안에서는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이안 브란트:(문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고 소리를 들어봅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신도1: 둥지 트는 날에 맞춰서 준비를 끝냈습니다.
신도2: 순조로운 진행이군요. 그날이 되면 우리는 이단자들을 처단하고, 마침내 저 성안에 우리들의 신을 모실 수 있을 겁니다.
신도1: 그렇다면 차기 영주는 대신관님이 되시는 겁니까? 귀족 연합들은 전부 자신들의 끄나풀을 앉히고 싶어 안달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요?
신도2: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허수아비를 물색할 시간은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들의 목소리가 어쩐지 익숙합니다. 이 목소리들, 귀족들이 회의에 나올 때 대동하던 하인과 기사들의 목소리네요.
이안 브란트:(포섭했다는 이들인가? 어쩐지 응접실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서재로 총총….)
▶:불이 꺼져 있는 서재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나요?
이안 브란트:(아무도 없나? 안심하며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로 들어서자 낡은 종이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희끗희끗한 불빛들에 비쳐 몇 권의 책들이 보이네요. 제목을 보면, 티엔의 서재 한구석을 채우고 있던 종교 책들입니다. 우리들의 신, 황 왕을 위하여.
이안 브란트:(여기서부터 온 책들인 걸까…. 서재 내부를 둘러보다 말고 눈에 띄는 책 몇 권을 뽑아 읽어봤다. 모두 이교도에 관한 책인가?)
▶:모두 이교도에 관한 책입니다.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 기괴한 그림들과 알 수 없는 언어들의 나열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4/32/12
굴림:61
판정결과:보통 성공
(불쾌해…. 책을 제대로 읽기 전에 덮은 듯하다….)
(터덜터덜 응접실의 앞에 선다.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조금 더 크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듣기
기준치:65/32/13
굴림:79
판정결과:실패
(안 들리는군. 문을 아주 조금 열어 내부를 확인해봐요.)
▶:문을 열면, 화려하게 장식된 샹들리에가 돋보이는 응접실이 보입니다. 테이블을 기준으로 양쪽 벽면에는 책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 책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사람은, 얼마 전 당신에게 거짓을 고했던 성의 하인입니다. 그 하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응접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ㅇㅆ네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응접실 안의 사람들은…. 전부 성의 사용인들입니다. 당장 티엔의 곁에서 그를 보필하던 얼굴조차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3/31/12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다들 하나 같이…. 혀를 찬다.)
▶:1층의 끄트머리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사람들 사이에 섞여 2층으로 올라갑니다.)
▶:사람이 북적이던 1층과는 달리 2층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합니다. 2층에 다다르면 복도 한 가운데에  하나만이 덩그러니 존재하네요.
이안 브란트:(주위를 둘러보며 복도를 걷다 보니 문 앞에 도달했다. 그 앞에 우뚝 멈춰 선다. 내부에 인기척이 느껴지는가?)
▶:이렇다 할 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문을 조금 열어본다. 여차하면 도망가야 할 수도 있으니 긴장한 상태로….)
▶:문은 쉽게 열립니다.
안은 마치 거대한 홀처럼 아무것도 없고, 방 끄트머리에 1층에서 보았던 석상과 비슷하게 생긴 석상이 놓여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1층의 석상보다 크기가 크고, 좀 더 정교하다는 정도일까요.
석상의 뒤로는 창문을 타고 달빛이 은은하게 들어옵니다. 분명히 아름다워야 할 달빛이 석상의 역광이 되어 마치 악마의 안개처럼 너울거립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도 중인 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안 브란트:(익숙한 사람일까…. 멀찍이 서서 얼굴을 확인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낯선 인물입니다. 마주쳤던 신도들과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들보다 위험해 보인다는 사실도.
이안 브란트:(숨을 죽여 그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석상의 앞에서 기도라도 올리는 시늉을 한 뒤 티나게 그를 힐끔거렸다.) 저기….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는데, 여기는 무얼 하는 곳인가요? (시답잖은 질문을 우선 던졌다.)
▶:그 사람에게 말을 걸면, 뒤돌아 당신을 직시합니다.
마주친 눈은 벌의 눈처럼 육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세계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2/31/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5
(
2
)
=
2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대사제: 선문답을 할 생각은 말라. 우리는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다. 네가 우리를 조사하고 다녔다는 것도. 쓸모가 보여 살려두었지.
이안 브란트:언제부터….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다. 하기사, 이틀간 검도 없이 무방비하게 돌아다녔는데 언제 죽었어도 이상할 건 없다만…. 깊이 눌러쓴 망토를 끌어내리니 늘어진 보랏빛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쓸모라니, 무슨 말입니까?
대사제: 우리는 황 왕을 위해 이곳에 또 하나의 카르코사를 만들 계획이다. 안식일이 되면 우리는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지. 그리고 우리는, 나를 대신할 허수아비를 물색하고 있다.
이안 브란트:(잠자코 이야기를 듣는다. 안식일이라 함은 영지전이 벌어지는 날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대사제: 우리의 계획을 안전하게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네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네가 이른바 혁명군이라는 이름으로 현 영주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영주가 교체되는 것이니 영지전은 무산되겠지.
하지만 그 계획을 현 영주에게 알리러 갈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두 번의 제안은 하지 않는다. 현 영주의 명예냐, 네 목숨이냐. 선택하는 것은 너다.
이안 브란트:그래, 그렇군…. (이따가, 다시 가겠다고 말했는데…. 기다리시면 어떡하지. 숨소리도 없이 잠잠해졌다.) 당신들과 손을 잡는다면… 현 영주는 어떻게 되지? 자리에서 끌어내린 뒤에는?
대사제: 그건 이곳의 인간들이 결정 내릴 일이다. 영주민들의 바람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겠지.
이안 브란트:(맥없이 헛웃음을 흘린다.) 현 영주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만 한다면 당신들의 뜻대로 움직여 주겠어. 어떤가? 당신들이 이미 마을의 분위기를 장악한 이상…. 조건을 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대사제: 그렇다면 무릎을 꿇어라. 너는 이 순간부터 영주의 기사가 아닌 황 왕의 종이 되는 것이다.
이안 브란트:그거면 됐어.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당장의 그에게는, 당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없었다. 영주의 명예나, 마을의 안위 같은 것보다… 그저 첸 티엔이 살아주기만 한다면 될 것 같다. 눈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어 앉는다. 다만 당신을 다시 볼 낯이 없네….)
▶:당신은 대사제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당신의 주군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목숨보다 더 소중한 명예란 없는 법입니다. 그것이 티엔을 이루는 것이라고 해도요. 목숨만 보전한다면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대사제는 당신과 함께 2층 문을 열고 나와 신도들에게 당신을 소개합니다. 혁명군의 대장이라고요.
누군가는 야유를 날릴 법도 한데, 그 누구도 당신을 향해 야유하지도, 환호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당연히 벌어졌을 일인 것마냥 그저 한 번씩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 기이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든, 당신은 이미 선택했고 그 선택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영지전까지 남은 시각은 24시간. 당신이 신경써야 할 것은 그것이지 다른 무언가가 아니겠죠. 대사제는 당신에게 사제와 같은 로브를 걸쳐주고는,
대사제: 가는 길은 네가 더 잘 알 테지. 굳이 안내하지는 않겠다.
▶:성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록 당신을 따라 들려오는 수많은 발걸음과 함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목숨 앞에서 당신이 버렸던 것들. 당신이 목숨과도 같이 여긴 충성심, 세간이 정한 기사의 정의, 그리고 당신이 티엔에게 맹세한 서약.
모든 것을 배신하는 걸음에는 사소한 것들은 꽃잎처럼 떨어져나가고, 그 사이에서 진심이라는 봉우리만 남습니다.
성을 봉쇄하고, 매일같이 걸었던 곳을 걸으며 밖을 바라보면 어스름한 새벽엔 해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의 몸을 짓누르듯이 내리던 비는 어느새 약해져 새벽녘의 이슬처럼 가끔 보입니다.
당신의 주군과 마주합니다.
이안 브란트:(성을 향하여 걸어가는 내내 생각한 것이라곤, 당신의 앞에 어떤 얼굴로 서야 할지…. 단지 그것만을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그런 표정은 짓지 말걸, 다시 오겠다는 말은 하지 말걸. 당신보다 먼저 그 방을 떠날걸. 그래야 당신이 나를 쉽게 떨쳐버릴 거 아냐.)
(기어이 혁명군의 대장으로 당신의 앞에 선다. 무미건조한 낯을 하고선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첸 티엔:(덤덤한 낯이다. 당신이 왜 그들과 함께하는지, 어째서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는 고심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기어이 그들에게 매여 저 대신 가라앉으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비는 그치고 해가 든다. 야속할 정도로 좋은 날씨였다. 몇 차례 눈을 깜박거린 뒤에야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왔네요.
이안 브란트:(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애써 가라앉힌 낯이 당신의 웃음 한번에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결국 입술을 한 번 달싹인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당신이라면 제 입모양만으로도 말을 읽어낼 게 분명했다. 티엔. 끝내 당신의 이름을 속삭인 것이다. 이름을 불러달라 하였잖아, 그렇지….)
(정정하듯 다시금 입에 올리는 말은 매정하기만 하다.) …첸 티엔.
첸 티엔:(당신의 짐작대로다.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의 속삭임 하나 읽어내지 못할 리 없다. 그랬기에 희소했다. 대답하는 것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처럼.)
이안 브란트:당신은 더 이상… 나의 주군이 아닙니다. (끄덕임에 따라 마음 또한 흔들렸을지 모르지. 일순 숨을 참았다. 이 순간이 끝나면 어떻게든 도망가세요. 무엇보다 자유롭게 사세요. 이왕이면 아주 먼 곳까지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전해야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당신의 이름 몇 번 불러준 적이 없고, 자장가의 가사는 배우지 못했으며, 잠들기 전 차를 우리는 법도 당신께 일러준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위해….)
▶:직후, 당신의 뒤에 선 이들의 목소리가 달라붙습니다.
혁명군의 이름으로서 성의 주인인 첸 티엔에게 고한다.
이것만 알아주세요.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묵인한 죄, 몇 차례에 걸친 살인죄, 영지민들을 고통으로 몰어넣은 죄를 물어,
모든것은 그저, 당신을 위해서 그랬어요.
지금부터 첸 티엔의 모든 직위를 박탈한다.
▶:검날에 반사되는 빛이 꼭 당신을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전하지 못한 말은 산더미처럼 쌓였으나, 걱정하진 마세요.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을 거예요.
야속하게도 해는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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