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마왕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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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국의 용사입니다. 기나긴 여정 끝에 드디어 운명의 숙적을 마주하게 되었고요. 그 순간, 언제나와 같은 음성이 들려옵니다.
라고요. 아마도 이것은 신의 음성이겠죠.
당신의 동료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들과 함께 당신은 달려왔습니다. 오로지 마왕을 쓰러트리겠다는 일념 하에 당신은 검을 들어왔습니다.
오랜 공방 끝에 마왕은 잠시 틈을 보였고, 이제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이안, 지금이야! 오랜 친우가 외칩니다. 당신은 성검의 선택을 받은 영웅. 검을 들어, 사악한 마왕의 심장을 찌르세요.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는 제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무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마왕에게 성검을 찔러 넣는다.)
▶:끝내 그의 심장에 검이 박힙니다. 이때, 검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와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신의 힘이에요. 성검을 쥐여주고, 영웅의 의무를 알려주며, 당신의 동료들을 만나게 해 준 그 신 말이에요.
이윽고 시야가 새하얗게 물듭니다. 드디어 끝인 걸까요? 당신 덕에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의무를 완수한 기분은 어떤가요?
이안 브란트:(그저 얼떨떨할 뿐이다. 세상의 평화니 하는 것은 거창하기만 하고…. 그래도 원하던 바를 비로소 이루어내었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점차 빛이 잦아들고,
잠에서 깬 듯한 몽롱한 기분이 느껴지며 천천히 시야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14번! 오늘 학교 안 나왔냐!
우렁찬 목소리가 울립니다. 음? 이건 누구의 목소리죠? 아니, 애초에 여기는 어디인가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낯선 듯 익숙한 얼굴들이 교복을 입은 채 자리에 앉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수학이라고 적힌 교과서가 올려져 있고, 벽에는 동그란 시계와 선풍기가 달려 있습니다.
첸 티엔:이아안, 왜 그래요? 어서 대답해야죠.
▶:친절한 목소리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당신은 당황하고 맙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당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바로 마왕이니까요!
선생님: 14번, 이안. 안 온 걸로 처리해도 되니?
▶:선생님의 성난 목소리가 울리고, 다시금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여전히 어리둥절하지만 우선은 대답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이안 브란트:저…, 여기 있긴 한데요. (너무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입 다물고 있음!)
▶:이안이 대답하자, 그제야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의 번호를 호명하기 시작합니다.
첸 티엔:어제 늦게 주무셨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왜 여기에…?? (질문 먼저!)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왜?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이 무척 자연스럽게 이곳을 정의내릴 단어를 떠올리고 있단 사실을요.
이곳은 1학년 A반 교실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이안 브란트이며,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짝의 이름은 첸 티엔. 마왕과 똑같은 얼굴을 한 동급생 친구입니다.
그러고 보니 벽에 걸려 있는 선풍기 말이에요. 당신은 제국에서 저런 물건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이리 자연스럽게 단어를 떠올렸던 걸까요?
애초에 당신은 왜 이곳에 있죠? 마지막, 마왕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던 그 순간이 이토록 생생한데 말이에요.
첸 티엔:저…, 요? (검지로 자신 가리키며….) 제 자리 원래 여기잖아요.
이안 브란트:네, 그러니까, 저희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응?)
첸 티엔:네? 저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누가 들으면 제가 당신에게 고백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이안 브란트:아직?
첸 티엔:휴…, 알겠어요. 이 시간 끝나고 고백하면 되는 거죠?
이안 브란트:당신이 마왕이라고? …….
첸 티엔:(당신의 눈앞에 대고 손을 휘휘 저었다.) 저기요~ 이안 브란트 씨, 제 말 듣고 계세요? 마왕은 무슨 마왕이에요? 아까 조는 것 같더니, 잠이 덜 깨셨나….
자, 심호흡하시고요. 눈 똑바로 뜨고 절 한번 보시겠어요? 솔직히, 그런 역할엔 안 어울리게 생겼잖아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분명히 맞는데. (티엔을 빤히 바라본다. 빠안…….)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아는 마왕의 얼굴이 맞습니다. 익숙하고, 증오스러우며, 동시에 당황스럽습니다. 평범한 옆자리 학생일 뿐인 티엔과의 추억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거든요.
그의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원래의 마왕과 당신이 주고받던 것과 결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안은 자연스레 이 몸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일까요?
첸 티엔:요즘…. 뭐…, 게임 같은 거라도 하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뜬금없는 질문이나) 저 안 싫어하세요?
첸 티엔:네? 저 당신 좋아하잖아요.
이안 브란트:왜요?
첸 티엔: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곳에서 고백을 시키시는 건 좀~…. (수줍은 체하며 제 볼을 감싸 쥐었다.)
이안 브란트:… … 이상한 수 쓰셔도 안 넘어가여. (꿋꿋!) 됐고요, 다 됐고…. (교실 내부에 이상한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
▶:여전히 평범한 수업시간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 뿐입니다. 아, 마침 시계 아래에 달려 있는 거울 속 당신과 눈이 마주치네요. 익숙한 얼굴입니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면 혼란스럽진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늘 입던 갑옷이 아닌, 고등학교의 교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낯선 동시에 낯익습니다.
이안 브란트:(아니 그쪽이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주변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과 나누었던 시답잖은 대화 같은 것도 하나둘 떠오릅니다. 쓸데없이 생생한 기억이네요.
이안 브란트:(자기 얼굴 만지작… 그러다 다시 티엔에게) 저희 원래 아는 사이였어요?
첸 티엔:저 차였어요?
이안 브란트:말 돌리지 말고.
첸 티엔:말은 당신이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꿍얼거렸다.) 소꿉친구잖아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진학했고, 지금도 이렇게 친하게 지내구요. 왜 모른 척하세요?
제가 어제 당신 도시락 뺏어 먹어서 그래요? 겨우 소시지 하나였는데…. (잉.)
이안 브란트:(소꿉친구 그거 청춘 클리셰잖아 나는 믿을 수 없어….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이야말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도시락이 문제가 아니고 세계 평화가 달려 있는데. 중얼중얼)
첸 티엔:(눈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울망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왜 그렇게 차갑게 말해요….
이안 브란트:미인계 쓰지 마세여.
첸 티엔:그런 짓 한 적 없는데…. (문득) 저, 예뻐 보여요?
이안 브란트:저희 말이 좀 안 통하는 것 같아요.
첸 티엔:그래서 싫어요?
이안 브란트:말을 말아야겠다….
첸 티엔:(헤헤….) 오늘 점심도 같이 먹을 거죠?
이안 브란트:원래 그런 사이예요?
첸 티엔:네에, 저 당신 도시락 아니면 굶어야 해요.
이안 브란트:밥 안 챙겨 다녀요?
첸 티엔:…그으, 아침마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요. 핫케이크가 재가 되어서 바스러지는 걸 본 뒤부턴 포기했어요.
이안 브란트:아……. 네.
가급적이면 요리하지 마세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첸 티엔:그래서 당신이 챙겨주겠다고 했잖아요……. (2차 울망.)
이안 브란트:제가요? 언제요?
첸 티엔:진짜 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은 뭐 캥기는 거 없어요?
첸 티엔:…… ……아!
오늘도 많이 좋아해요. 됐죠?
이안 브란트:(이건 분명 수작이다, 날 어떻게 해보려는 마왕의 어쩌고저쩌고…….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려 교실 앞을 바라본다.)
첸 티엔:(힐금…. 눈치를 보며 자세를 정돈했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선생님이 교실을 떠나기도 전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들이 보이네요. 시계를 보면 점심시간입니다.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첸 티엔:우리도 점심 먹으러 가요.
이안 브란트:……네에. (나는 도시락을 싸왔나? 본인의 짐?가방?을 살펴본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가방은 텅 비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제가 원래 도시락?을 싸오는 쪽인 거죠?
첸 티엔:제 요리…, 드시고 싶은 거예요?
이안 브란트:아니, 그런 게 아니고…. 도시락 없어요. 오늘 그냥 굶어요.
첸 티엔:왜 굶어요? 매점이라도 가면 되죠. 오늘은 제가 살게요.
이안 브란트:돈 많으세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봄)
(마왕이니까 많나?)
첸 티엔:(쫌 당황….) 부족함 없이 자라긴 했는데요…….
이안 브란트:(다른 세계의 당신도 그런 편이었지… 같은 생각이나 은은하게 하고 있으며) 그럼 가요.
첸 티엔:네에……. (기웃.) 그런데, 이안. 그 목걸이는 새로 산 거예요?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목걸이요? (제 목 부근을 더듬어 목걸이를 확인한다.)
▶:티엔의 말에 당신은 뒤늦게 목걸이를 차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제국의 영웅으로서 여정을 하던 와중 발견했던 신전을 기억해냅니다. 이 목걸이는 그곳에서 얻게 되었던 신물이에요. 당신의 모든 마력을 지불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꽤 쓸 만한 아이템이라 챙겨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신물이기 때문일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의 목에 걸려있다니 말이에요. 목걸이를 보면, 당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신하게 됩니다. 당신은 제국의 용사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티엔은, 당신이 죽여야 하는 마왕과 똑같이 생겼고요.
첸 티엔:아, 초콜릿 드실래요? 몇 개 가지고 있는데.
▶:하는 짓은 마왕이라기엔 좀, 그렇지만요.
이안 브란트:(목걸이를 잠시 매만지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 웃지 마세요. (정드니까!)
첸 티엔:(추욱….)
이안 브란트:기운은 좀 내시구요.
밥 먹으러 가요.
▶:매점으로 향하면, 내부는 에어컨 덕에 시원합니다. 학생들은 역시나 북적이네요.
이안 브란트:(제 몸을 내려다 보며 교복, 그리고 목걸이를 훑다 말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별다른 얘기를 하지는 않는지 들어보자!)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일만 오면 드디어 보충수업 끝이다~
방학 때 학교 올 거면 방학 왜 하냐, 진짜.
그래도 내일은 자습만 한다던데.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첸 티엔:이안, 보충수업 끝나면 뭐 할 거예요?
이안 브란트:집? 에 가야겠죠? (집? 에 가면 상황 파악이 좀 되지 않을까?) 당신은요? (예의상 물어봄)
첸 티엔:그거 말구요. 이제 몇 주간은 학교 나올 일 없이 쉬는 거잖아요. 같이 놀러라도 갈래요?
이안 브란트:아, 그거라면…. (잠시 생각하더니) 학생인데 공부 안 하셔도 돼요? (문득 이런 질문)
첸 티엔:(눈 깜빡….) 저…, 모셔가려는 대학이 많아서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재수 없는 발언이나 했다.)
이안 브란트:(거기서도 당신 모시려던 사람은 많았지……. 혼잣말하며 허공 보기! 그러다가 꾹 인파 속으로 밀어 넣어줘요) 먹고 싶은 거 사오세요. 전 안 먹어도 괜찮아요.
첸 티엔:(어어 하는 사이 인파 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안 먹어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기어이 당신 몫의 샌드위치와 주스를 사 와 내민다.) 여기요. 당신도 드셔야죠.
이안 브란트:독 안 타셨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당신이 건넨 것을 받아 든다.)
첸 티엔:좋아하는 사람을 독살하는 취미는 없어요.
이안 브란트:자꾸 고백하지 마세요.
첸 티엔:고백한 적 없는데요?
이안 브란트:그럼 뭔데요?
첸 티엔:그냥…. 평범한 표현이죠? 좋아한다는 말은 고백이라기엔 너무 가볍잖아요.
이안 브란트:평범의 기준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원래 이런 사람인가? 고개를 기울이다, 곧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한적한 곳으로 걸어가며 주스에 빨대를 콕.) 어디 놀러가고 싶은 데라도 있나 봐요?
첸 티엔:요즘 유독 계곡이나, 바다 같은 델 가고 싶더라고요.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이안 브란트:뭐어, 그래요. 하루 정도는…. 근데 저희 둘이 가요?
저희 친구 없어요? (마왕이 있다면 동료들도 있을 것 같은데. 다시 갸우뚱거린다.)
첸 티엔:이아안…. 눈치 없단 소리 자주 듣죠?
이안 브란트:제가요?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아뇨?
… 아닐걸요?
첸 티엔:좋아요, 그런 셈 치고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려볼게요.
유독 계곡이나 바다 같은 델 가고 싶더라고요~. (이전의 말을 반복하며 당신을 빤히 본다.)
이안 브란트:그래요…, 받아들일게요. (일대일 도전을?)
첸 티엔:……진짜요? 데이트, 약속하신 거예요. 무르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네에…. 뭐.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첸 티엔:(히죽!) 반으로 들어가서 쉬어요, 바깥에 있으니까 좀 어지럽네.
이안 브란트:왜 어지러우시지. 더워서? (얼굴을 눈으로 훑고는 함께 교실로 돌아간다.)
▶:점심시간 이후에도 수업은 계속 이어집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알 수 없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아니, 되살아난다는 말이 맞는 걸까요? 떠오르는 것인지, 혹은 마왕의 세뇌에 당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종례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또다시 티엔이 말을 걸어옵니다.
첸 티엔:오늘도 같이 갈 거죠?
이안 브란트:오늘도요? …… 음. 그렇게 해요.
▶:짐을 챙겨 반에서 나가 교문에 이를 무렵이면, 톡, 톡. 차가운 물방울이 당신의 팔과 얼굴에 떨어집니다.
소나기인 걸까요? 생각이 이어지기 무섭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어떻게 할까요? (우산… 있나? 가방을 뒤져본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실패 |
가끔 비를 맞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첸 티엔:(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다 멈칫한다.) ……그으런가요?
이안 브란트:있으면 쓰고 가야죠. 꺼내세요.
첸 티엔:(얌전히 우산을 꺼내 펼쳤다….) 가까이 붙으세요. 어깨 다 젖어요.
이안 브란트:그럼… 실례할게요. (우산 아래로 들어와선 당신 곁에 조금 붙어 걷는다.)
첸 티엔:(바짝 붙은 채 조심조심 걸음을 내디뎠다.)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아, 저녁 얻어먹으러 가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네? 저희 집에 사람 없으면요…. (남의 부엌 태우는 것보다야.)
첸 티엔:가족분들 계시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잘 모르겠는데.
첸 티엔:당신이 모르면 어떡해요?
이안 브란트:가보면 알겠죠.
첸 티엔:계시면 저 쫓아내려구요?
이안 브란트:어떻게 하고 싶으신데?
첸 티엔:전 계셔도 상관없는데. 오랜만에 아버님 얼굴도 뵙고 싶고요. 잘 계시죠?
이안 브란트:어. 음. 잘 모르겠어요. 계시다면 그렇지 않을까요?
첸 티엔:당신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전 당신이 더 수상한 것 같아요….
첸 티엔:저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요?
이안 브란트:왜 자꾸 아직이라고 하세요?
첸 티엔:아직 고백을 못 해서요.
이안 브란트:저 불안하게 만들지 마세
네?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그런 고백? 아니면 다른 고백? (의미심장!)
첸 티엔:다른 고백? 그게 뭐예요? 청혼?
이안 브란트:그런 거 말고, 왜.
… 고해성사 같은 거?
첸 티엔:……? (고개를 기울였다.)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시고…. 빨리 가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우뚝) 당신이 날 좋아할 리가 없는데.
첸 티엔:(덩달아 멈춰 선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이안 브란트:…우린 원래 그런 사이니까?
첸 티엔:그런 사이가 뭔데요?
이안 브란트:양립하기 어려운 사이요. (비유가 아니고 정말로!) 말하자면 용사와 마왕 같은….
첸 티엔:요즘엔 용사와 마왕이 결혼하는 만화도 많이 나오던걸요?
이안 브란트:그런 얘기가 아니라. (머뭇거리다) … 그냥 가요. (걸음을 옮긴다.)
▶:티엔은 당신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곤 돌아갑니다. 역시나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집을 둘러봐도, 휴대폰을 뒤져봐도 별달리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유일하게 당신을 당신이라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이 목걸이뿐이네요. 어느새 시간은 흘러 밤이 찾아옵니다. 묘한 불안감이 당신을 감쌉니다.
허나 신은 언제나 당신의 편이었습니다. 동료들을 만나게 해주었고, 강한 힘을 주었고, 성검을 쥐여주었죠.
지금은 이렇게 알 수 없는 세계에 떨어져버렸지만, 이 일도 해결될 것이 분명합니다.
...
...
▶:...
고요한 밤입니다.
낯설지만 낯익은 침대에 누운 당신은 어느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천둥처럼 울리는 음성.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당신이 태어나면서부터 들었던 음성. 지겹게도 당신을 따라다니던 말.
▶:마왕을 죽여라.
다시 한 번 들립니다.
그래요, 당신은 이 음성 때문에 용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제국의 영웅, 이안 브란트가 되어야 했어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나태해지거나, 머뭇거리는 순간 이 목소리는 당신의 의무를 일깨웠습니다.
신관이었던 당신의 친우가 말했죠. 이건 신의 계시라고요.
언뜻 동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들과의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요, 당신이 돌아가야 하는 현실은 이쪽이죠. 이쪽이어야 할 겁니다.
그들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사라진 당신을 찾는 듯 말이에요.
동시에, 그들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아,
당신은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그들의 얼굴이 사라져 있었으니까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2
()
1
1
▶:눈도, 코도, 입술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빈 백지 같은 머리를 가진 채 그들이 웃습니다.
웃는 건 어떻게 알았나요?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웃고 있습니다.
이안!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요.
그리고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아침이에요.
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당신은 다시금 눈을 떴습니다.
▶:아까는 그저 꿈이었던 걸까요.
그런데, 이안.
당신, 지금 동료들의 얼굴이 기억나나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9/29/11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
1
1
▶:당신은 동료들의 생김새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하루가 지나도 돌아가지 못한 몸, 환상이라기에는 너무나 실감나는 세상입니다.
결국 익숙하게 등교를 하고, 인사를 하고, 수업을 듣고 있지만, 당신은 여전히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은 여전히 생각나는데, 함께 했던 여정들은 기억에 남아 있는데 말이에요.
첸 티엔: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안 브란트:저 말예요, 당신 말고는 친하게 지내는 다른 사람 없던가요?
첸 티엔:갑자기요? 음…….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시지 않았나요?
이안 브란트:(책상에 머리를 가볍게 쿵….) 특별한 사람은 없었다는 거네요.
첸 티엔:(깜짝! 조심스럽게 당신의 고개를 들어 올려 이마를 문질러 주었다.) 저로서는 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어제부터 이상한 말만 하시고.
이안 브란트:(당신을 밀어내려 손을 올리다가도 툭, 내려버린다. 이상하게 그 손길이 싫지만은 않아서. 침묵 끝에 단어를 고른다.) 좀,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첸 티엔:누군데요? 기억나는 특징 같은 건 없어요?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이안 브란트:말하기 좀 그런데. … 혹시 당신에게 적대적이던 사람 없던가요?
첸 티엔:있기야 하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이랑은 접점이 없을 것 같은데요. (동종업계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안 브란트:그렇다면… 모르겠네. (힘없이 말을 잇는다.) 당신은 어제 꿈 안 꿨어요?
첸 티엔:꿈은 안 꿨는데……. (슬그머니 안색을 살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기도 했다.) 잠을 설치긴 했어요. 좀, 아프더라고요. 요즈음 무리를 했나~?
이안 브란트:아프지 마세요. 굉장히 신경 쓰이네 그거. (뭔가 내 탓 같기도 한 게….)
첸 티엔:신경 쓰여요?
이안 브란트:조금요.
첸 티엔:왜요~?
이안 브란트:그런 게 있어요.
첸 티엔:저 좋아하세요?
이안 브란트:아닐걸요.
첸 티엔:왜요?
이안 브란트:그런 게 있어요. (그런 꿈도 꿨는데.)
첸 티엔:비밀이 늘어나셨어요. (입을 비죽 내밀며 당신의 손을 끌어왔다. 손바닥을 펼치게끔 쥐고, 그 위로 검지로 글씨를 써 내렸다. '내일 바빠요?')
이안 브란트:당신은 비밀 없어요? … 간지러워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바빠요. 여기선 할 게 없거든.)
첸 티엔:아직까지는요. (다시금 글씨를 쓴다. '안 바쁘면 저랑 놀아요.')
이안 브란트:(끄덕인다. 당신 곁에 있다 보면 그나마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램.)
▶:고개를 끄덕이면, 동시에 쿵! 하고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감각이 울립니다.
쿵, 쿵, 쿵. 심장이 뜁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신의 음성입니다. 영혼에 새겨진 용사의 의무가 반응합니다. 어째서 이 순간에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당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던 마왕이기라도 한 걸까요?
티엔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그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의 안색을 살필 뿐입니다.
첸 티엔:이안…, 괜찮아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밀치듯 제게서 떨어뜨려 놓는다. 이어 힘겹게 숨을 고르고, 기이한 음성으로 물든 머리가 조금이나마 정리되면 제 앞을 지키는 이가 보인다. 눈을 뜨면 걱정스런 표정의 당신이, 깜빡, 눈을 감으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당신이……. 결국 무엇도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다.) … 괜찮아요. 잠시, 머리가 아파서.
첸 티엔:(한 차례 밀려나면, 무슨 표정을 지었던가? 알 수 없다. 망설임을 담은 손이 당신의 어깨 근처를 배회하다, 결국 닿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양호실에라도 데려다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대답하려 얼굴을 들었으나, 당신의 시선을 마주하면… 덜컹, 하는 의자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등으로 제 뺨 언저리를 누르며) 그럴 필요 없으니까, …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나는 당신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자리를 박차고 교실을 벗어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교실로 돌아가나요? 어쩌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죠. 이안, 어떻게 행동하나요?
이안 브란트:(운동장 한 구석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기만 한다. 누군가 꺾어다가 땅바닥에 버려둔 꽃 하나를 집어들었고,) 날더러 어쩌라는 건지…. (그것을 풀밭 한 구석에 꽂아둔다. 겉보기엔 제법 그럴싸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혼자 시들고 말 테지.)
(한숨 끝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당신이 있을 교실로 돌아간다. 제법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첸 티엔:(여전히 당신의 눈치를 살폈다.) …아픈 건 좀 나아지셨어요?
이안 브란트:아주 괜찮아졌으니 걱정 마세요. (곁눈질로 당신을 살폈으나, 눈을 마주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첸 티엔:저……. (짧은 침묵.) 혹시, 제가 친한 척 구는 거… 불편하세요?
이안 브란트:그런 게 아니라…. (당황하여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다시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시선을 돌려낸다.) …… 어쩌면요. (제가 아니고 다른 존재가 불편해 하는 거긴 한데요. 그래도. 더 가까워지면 안될 것만 같아서요. 그런 변명들은 내뱉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첸 티엔:그렇구나…. 죄송해요.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다가도 입을 다물었다. 의자를 뒤로 끌어 밀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선다. 조금은 다급한 몸짓이다. 떨림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 같기도 했다.) 저…,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양호실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께 말 좀 전해주세요.
이안 브란트:(한 발 늦게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휘청이듯 불안해 보여서, 지금껏 제게 보여준 행동들이 모두 진심처럼 느껴져서.)
티엔. (당신의 이름을 불러,)
…… 아프지 마세요. (부질없는 말을 전한다.)
▶:길고도 짧았던 보충수업이 끝이 납니다. 수업이 마칠 적이면 항상 티엔이 당신을 기다리곤 했었죠. 그러나 오늘, 당신의 옆자리는 비어있네요.
아무래도 양호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티엔 가방 챙겨서는 양호실 창문으로 빼꼼 내부 살피기….)
▶:창문으로 본 내부의 침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네요. 한 쪽에 마련된 책상에는 양호 선생님이 계시고요.
이안 브란트:(노크 똑똑… 하고 들어가요) 저어, 첸 티엔 학생 여기 왔었나요?
선생님: 티엔? 조금 전에 조퇴시켰어.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길래. 아마 바로 병원엘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혹시 같은 반 친구니? 짐이 있다면 네가 좀 챙겨서 집으로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안 브란트:(멍하니 빈 침대를 보며 가방끈을 꾹 움켜쥔다.) 아… 감사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양호실을 떠나 티엔의 집으로 향한다.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그 현관문 앞에 서서 이걸 어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서 있는다. 원래대로면 서슴없이 문을 두드렸을까? … 본인으로선 알 수 없다.)
▶:문을 두드리나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문자를 보내봅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간결한 문장을 보낸다.)
[집이에요?]
▶:...
...
...
한참을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이걸 어쩌나 싶어 현관문에 머리를 툭? 기대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소리가 크게 난다.) (쿠웅…….)
▶:쿠웅. 한동안 정적이 일더니, 곧 안쪽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문 너머에서 가느다랗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첸 윈: 누구세요?
이안 브란트:티엔 친구인데요. … 티엔 집에 있나요? (조심스레!)
첸 윈: (문 빼꼼 연다.) 이안 오빠? 왜 또 낯을 가리고 그러세요. 근데, 저희 오빠 지금 집에 없어요. 엄마랑 병원 갔거든요.
이안 브란트:(낯 안 가리는 척하려다 그냥 어색하게 웃음) 아, 그럼… 이거. (가방을 내밀며) 안 챙겨가서요.
첸 윈: 아…. 전해 줄게요. 감사합니다. 들어왔다 가실래요? (안 그러실 것 같긴 한데. 예의상 묻는다.)
이안 브란트:(도리도리…) 들어가서 쉬어요. 그럼. (인사하고 얌전히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당신은 갑작스레 어디선가 흘려나오는 마력을 느낍니다.
마력? 당신은 현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있으면서 목걸이에서 느껴지는 걸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마력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이곳에서는 마력이니, 용사니, 마왕이니, 그저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이야기인걸요.
마력의 흐름을 자세히 느껴보면, 한 오래된 책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안 브란트:(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말곤 책방으로 걸음을 돌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단촐합니다. 관리하는 사람은 있는지 늘어선 책장에 먼지는 쌓여있지 않네요.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오래된 소설들, 시집, 참고서, 문제집이 보입니다. 사람은 없고, 종이 냄새만 맡아집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책방을 둘러본 끝에야 종이 뭉치들 사이에 끼워진 제목 없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책 찾는 건 내 전문이 아니다…. 제목 없는 책을 집어들고 이어 펼쳐봅니다.)
▶:책을 뽑아 들어 살피면, 책 안은 완벽한 백지입니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그때, 당신의 목걸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립니다.
웅, 웅, 웅….
흔히들 세상이 무너진다고 표현하죠. 당신은 정확히, 무너지는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공간이 흐릿해집니다. 당신의 눈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이곳을 유지하던 무언가가 사라진 듯 공간의 형체가 불안하게 일렁거리더니,
깜빡.
▶:당신은 갑작스레 바뀐 풍경에서 눈을 뜨게 됩니다.
당신은 고풍스러운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창밖에서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익숙한 방 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돌아가야 할 세계의, 당신의 방입니다.
돌아온 걸까요? 이렇게 갑자기요?
▶:잊혀져갔던 기억이 돌아오는 기분입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방, 익숙한 침대의 감촉.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니, 딱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방 안에 액자가 걸려있네요.
이안 브란트:(기이하게도 익숙한 기억.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인다. 필히 햇살에 눈이 시리기 때문일 것이다. 낯익은 방안을 살피다 말고, 액자 안을 바라본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액자 안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초상화입니다.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는 모습. 용맹한 용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액자에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사악한 마왕의 마수에서 세상을 구해낸 영웅, 세계의 구원자.
그래요, 당신은 마왕을 검으로 찔렀습니다. 영혼을 부수는 검인 만큼 마왕의 영혼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저 너머의 그는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돌아왔는걸요.
머지않아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익숙한 동료의 음성입니다.
▶:이안 님, 일어나셨나요? 클라라예요.
…역시 아직 정신을 못 차리신 걸까….
조심스럽게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온 이는 당신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클라라: 이안 님! 일어나셨군요!
▶:새하얀 머리카락, 새하얀 사제복, 손에는 스프가 담긴 접시를 들고, 당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클라라는…
꿈에서와 같이 얼굴이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8/29/11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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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느껴집니다.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얼굴이 없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존재하지 않아요.
마왕의 저주인 걸까요? 아니면, 이것조차 꿈인 걸까요? 꿈이라기엔 이 모든 풍경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클라라: 이안 님, 며칠 만에 겨우 눈을 뜨셨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셔요. 마왕은 무사히 토벌되었으니까요.
이안 브란트:마왕은… (이마를 짚었다.) 죽었나요? 그렇다기엔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생생한걸요. 그 이외의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클라라: 영혼이 산산조각이 났으니, 죽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 뒤로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답니다. 다만, 아직 그를 따르던 마물의 잔당이 남아 있어서 대대적인 토벌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안 님이 깨어나시면, 그 선두에 이안 님이 서서 지휘하실 수 있게끔 황실 기사단장이라는 직위를 내려주셨어요. 무려 황제 폐하께서요!
이안 브란트:(어떤 것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다. 눈썹을 늘어뜨린 채) 황송스러운 일이군요. 그렇지만… 저는 조금 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당장 그대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요.
클라라: 얼굴이 안 보인다고요? 저주라도 걸리신 걸까…. (걱정스러운 눈치다.) 다른 불편한 곳은 없으시고요?
이안 브란트:그것 말고는, 기이한 꿈을 꾸었는데…. (책장 너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클라라: (허투루 듣지 않고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썩 심각한 낯으로 당신을 훑어내렸다.) 저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요. 정신적인 공격에 휘말리신 건 아닌 듯싶은데…. 말씀해주신 건에 대해서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자문해 볼게요. 이안 님에게는 안정이 최우선인 것 같네요.
아, 참! 대신전에서 마왕을 무찌른 공을 높이 사 신물을 보내왔어요. 함부로 놔둘 수가 없어 제가 늘 가지고 다녔는데, 혹 실례가 되었을까요? (품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당신에게 내밀었다.)
이안 브란트:저주가 아니라면 다행이겠지만. (고개를 푹 숙이면 가느란 머리칼이 제 뺨을 간질인다. 문득 당신이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때를 떠올린다. 나는 지금조차 당신을 잊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저주가 아니면 무어라 할 수 있지? 저주보다 강력한, 그보다도 깊은…….)
(말없이 물건을 받아 들고 살핀다.)
클라라: 진실의 눈 이라는 신물이에요. 그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대의 영혼을 꿰뚫어볼 수 있답니다.
앞으로 이안 님께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마왕을 무찔렀다고 해서 세상에 있는 모든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반지를 받아 들면, 동시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옵니다.
웅, 웅, 웅….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 당신의 영혼을 부릅니다.
신의 힘과는 다른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눈앞이 점차 깜깜해지고, 당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클라라의 음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깜빡.
다시 눈을 뜨면, 보이는 건 책장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오래된 소설들, 시집, 참고서, 문제집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습니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컴컴해졌어요.
그때,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 손에, 반지가 놓여 있어요. 클라라를 만났던 순간은 역시나 꿈이 아니었습니다. 잠시나마 당신은 당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온 거예요.
진실의 눈. 상대의 영혼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신의 물건. 당신은 마왕의 심장을 성검으로 찔렀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영혼은 결코 멀쩡하지 않겠죠.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묘합니다. 머릿속의 기억이 어지럽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제국에서 태어나고, 걷고, 뛰며, 정해진 운명에 따라 성검을 뽑게 됩니다.
당신은 모험을 떠납니다. 동료를 만나고, 신전에서 기도를 합니다.
동시에, 다른 세계의 당신은 걷고, 뛰고, 자라나며 평범한 일상을 보냅니다.
성검이니, 운명이니, 그런 것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농구를 하는 것이 즐거운 나이로 커갑니다.
…검을 든 용사인 당신은 마왕이 사는 성으로 진입합니다. 마물을 물리치고, 성의 꼭대리고 진입한 순간, 마왕이 뒤를 돌아봅니다.
▶:동시에 배경이 비가 내리는 하늘로 뒤바뀝니다. 우산 속에 당신과 마왕,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맞닿은 체온이 어쩐지 뜨겁습니다. 마왕, 아니, 티엔이 웃습니다. 그의 두 귀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장면이 끊깁니다. 밀려오는 둘의 기억 모두가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발 앞에 툭, 하고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차고 있던 목걸이가 또다시 웅, 웅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이안 브란트:(과연 어느 것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과다한 정보 끝에 선택의 기로 앞에 서자면 선 자리 그대로 주저 앉는다. 그럼에도 그는 간단히 시들어 버리고 싶진 않았다. 목걸이를 부여잡은 채 책을 한 페이지씩 천천히 넘긴다.)
▶:표지도, 제목도 없는 온통 새하얀 책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당신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당신의 연대기입니다.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태어난 순간부터 검을 쥐고, 모험을 떠나던 그 모든 기억이 누군가에게 기록되듯 차례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당신이 성검을 들어 마왕을 찌른 순간부터 끊겨 있습니다.
마치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는 듯이요. 그 뒤로는 백지입니다.
이 기록은 누가 쓴 것이죠? 신? 마왕?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존재?
▶:당신은 누구인가요? 제국의 위대한 용사? 아니면, 평범한 고등학생? 첸 티엔은 누구인가요? 세상을 멸망시키려드는 사악한 마왕인가요, 그저 당신을 향해 말갛게 웃어 보이던 옆자리 친구인가요?
이 세계는 만들어진 세계인 건지, 정말로 살아 숨 쉬고 있는 당신의 세계인 건지,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 동료는 정말 당신의 동료가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시점에, 당신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이안 브란트:[몸도 아프다는 사람이. 괜찮아요?]
[금방 갈게요.]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없다. 하나 당장에 당신을 봐야만 해답이 나올 것 같아서.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정류장으로 향한다.)
…
[보고 싶은 것 같아]
▶:학교 앞 정류장으로 향하면, 낯익은 이가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에겐 상대의 영혼을 꿰뚫어볼 수 있는 신물이 있었죠.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공을 인정받아 얻은 신물. 그리고 눈 앞의 당신. 두 가지를 번갈아 보며 반지를 어루어 만졌고, 곧 그것을 제 손가락에 끼운 채 당신에게 다가갔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반지를 끼고 티엔을 바라봅니다. 평범한 몸입니다. 사악한 마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나 당신은 이상한 점을 쉬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왕과의 마지막 결투 중 정확히 당신이 성검으로 찔렀던 그 부근. 유리에 탄환이 박히듯, 심장을 중심으로 점차 깨지는 듯한 형상을 한 영혼의 모습이 보입니다.
육체가 망가지기는 쉬워도 영혼은 쉽게 망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마왕을 무찌르는 데에 사용했던 성검 정도의 물건이 아니고서야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봐도 성검의 흔적입니다. 그의 영혼은 바스라지고 있어요. 소멸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평범한 21세기의 현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 그런 평범한 인물의 영혼이 어째서?
당신이 생각하기에, 첸 티엔은 마왕인가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6/28/11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용사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악한 마왕을 무찔렀습니다.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로 성검을 뽑고, 그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이변은 없습니다. 마왕은 곧,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첸 티엔:(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본다.) 아, 오셨어요?
이안 브란트:몸은 좀 괜찮아요? (안색을 살핀다.)
첸 티엔:그으게…. 사실은 그것 때문에 보자고 한 건데요. (창백하다. 핏기 없는 입술을 달싹여 답을 건넸다. 멋쩍은 양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카락을 꼬아내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왜요? 많이 아파요? 안 괜찮대요? (한 발 다가가며 질문을 쏟아낸다.)
첸 티엔:그런 건 아니고요. 큰 병원으로 옮겨서 검진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해외로 나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차례 뜸을 들였다.) 친한 척 구는 거 불편하다고 하셨는데… 불러내서 죄송해요. 그래도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작별 인사는 얼굴 보고 하고 싶었거든요.
이안 브란트:(눈을 크게 뜬 채 바라보다, 곧 눈꼬리가 아래로 향한다.) 불편한 거 아니에요. 그런 적 없었어요. 나는, 그냥… 우리가 더 함께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목소리는 당신을 해치라고 말하는데, 내가 곁에 있다가 당신을 해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래서, 그래서…….
(불규칙한 숨소리가 이어지고,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눈물에 젖는다. 슬픔, 혼란, 원망…, 갈 길을 알지 못하는 감정들이 묻어난다.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리며 뺨이 젖어 엉망이 되었으나 그 모습조차 숨길 생각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첸 티엔:목소리…? 해치다뇨? 죄송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당혹스러운 낯이다. 띄엄띄엄 답을 늘어놓다가도, 눈물 젖은 시선을 마주하면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야 만다. 혹여나 당신의 살갗에 상처를 내기라도 할까, 손에 낀 반지를 하나둘 덜어내고는 당신의 눈가를 훔쳐낸다.) 왜 울고 그래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손길이 닿으면 훌쩍임이 그치고, 숨을 씨근거린다.) 봐아…. 이해 못하잖아요. 제가 그런 게 있다고, 누누이 말했죠. (괜히 억울한 맘이 들어 눈을 치켜 뜨다가도 시선을 낮춘다. 그래, 상처 준 사람이 누군데. 억울할 것도 없지.) 지금 당신이 아픈 것도 나 때문이면 어떡해요.
첸 티엔:(꼼꼼히 눈물을 닦아 냈다. 다정을 한참이고 지나친, 애정 어린 손길이었다.) 제가 아픈 게 왜 당신 때문이에요? (그럴 리 없다며 단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첸 티엔은 평범한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용사니, 마왕이니, 성검이니, 영혼이니, 그로서는 알 턱이 없다. 눈물 자국마저 지워낼 무렵이면, 힘에 부친 듯 벤치 위로 주저앉았다. 한 차례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당신을 올려다 본다.)
당신 탓이라고 우기고 싶은 거라면…, 말 대신 저 좀 책임져 주시겠어요? (그리고 양팔을 벌렸다.) 걷기 힘드니까 업어 주세요. 그대로 병원까지 데려다주시고요. 또, 꼬박꼬박 편지 보내 주세요. 그리고…. 다 나아서 돌아오면, 그때는 제 고백도 받아 주실래요?
이안 브란트:그것도… 그런 게 있어요. 말해도 못 믿을 거면서. (애정 가득한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쥐고는 가벼이 얼굴을 기댄다. 잔뜩 붉어진 눈가 주변으로 닿는 손이 선득하게 시리지만 그것을 구태여 떼어내고 싶지 않아 그 찬 기운 위로 뺨을 부빈다.)
(이어 벤치에 앉은 당신이 저를 올려다 보고, 두 팔을 벌리면… 기껏 닦아낸 정성이 무색하게 눈물이 고인다. 이번에는 제 손으로 눈가를 훔쳐내었고, 굳은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그런 거 못 해요.
(실로 그것은 거짓이었다. 용사 이안 브란트는 마왕을 죽이는 것이 그 평생의 목표나 다름 없었다. 어느 세계에서는 제게 부여된 의무만으로 한 사람을 오래토록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두 세계 사이에서는 어떤 저주만으로 그를 잊지 못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무나 저주보다 깊은 것으로는, 이안 브란트는 무얼 못하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그저 당신을 끌어안았다.) …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티엔. 당장 날 사랑한다고 말해 줘. (좋아한다는 말은 가볍다며. 그렇다면 나는 가볍지 않은 것까지 가지고 싶어. 무겁고, 깊은…….)
첸 티엔:(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의 관계는 일방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다. 자신이 요구하면 당신은 때로는 흔쾌히, 이따금 어쩔 수 없단 듯이 웃으며, 간혹 툴툴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그리하여 첸 티엔은 가정하고야 마는 것이다. 언젠가 관계의 끝이 찾아오더라도 당신이 저를 붙잡으라 말할 날은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첸 티엔은 기꺼이 당신의 품 안으로 자신의 온기를 내맡겼다. 목에 팔을 두르고 힘껏 껴안았다. 바야흐로 거머쥔 것이다. 불확실한 앞날은 염두에 둘 생각도 않는다. 그저 속삭였다. 자신이 가장 오래도록 품어 온 언어로, 겹겹이 쌓아 물비늘이 되고 만 마음을.) 我爱你.
첫눈이 내리던 날,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눈물이 하늘로 거슬러 올라가기 전까진 이 마음 변할 일 없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원래 눈 오는 날은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들 하지 않던가. 하필 두 사람의 계절은 겨울에 가까운 바람에 함께 눈을 맞았으며, 하필 당신의 곁에 내가 있었기에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더운 여름 속에 당신이 나를 끌어안게 되는 것을 보아 사랑이란 기이한 것이지 않나.)
(당신을 끌어안은 채,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티엔. …티엔, 첸 티엔. (그 이름을 간절히 부른다. 제게 영원을 내걸었으면 그 목숨의 반절 정돈 맡겨 주었으면 하여. 이후에는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받지 않으면 당신이 조금은 아쉬워 할까. 그래도, 함께 하늘 볼 날이 아주 오래 남았으니 괜찮겠지.)
▶:생환의 목걸이를 사용합니다.
▶:목걸이를 움켜쥔 채 티엔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목걸이에서 환한 빛이 나오더니 당신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사용했던 마력이, 다시금 그를 살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네요.
흩날리던 그의 영혼이 다시금 모이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은 꼭, 하늘의 별무리가 티엔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어둡고 캄캄한 밤하늘 아래, 별빛에 의지한 채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 안습니다.
당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검을 쥐고, 마왕을 향해 달려들던 그 모든 순간들이 빛무리가 되어 사라집니다. 당신은 저편이 아닌 이 세계를 택했는걸요.
티엔의 영혼은 이변없이 수복됩니다. 당장은 위태롭더라도 안정을 취하면 이전과 다름없이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겠죠.
▶:그렇게 된다면 아주 오래 함께 하늘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때야말로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까요.
해는 언제나 저물고 떠오릅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된 당신과 티엔, 두 사람의 일상도 그리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돌아온 세계는 어느 쪽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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