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의 탈출구는 죽음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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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나라에는 위대한 술탄이 살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술탄, 파디샤는 취임 이후 매일 밤 꿈을 꾸었습니다.
제국이 불타오르는 광경 속, 처음 보는 이가 하렘에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불길한 꿈이 계속되는 건 아마 반란 때문이겠죠. 전쟁과 정복은 그칠 새가 없습니다.
몇 번의 꿈을 꾸었을까요?
당신이 정복한 공국에서 화해를 위해 파디샤의 하렘에 왕자를 보내옵니다.
그날 밤, 걷은 베일 아래에는 매일 꿈속에서 보던 얼굴이 있습니다.
...
...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신이 축복했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수도, 눈부신 아라베스크 타일로 빼곡히 뒤덮인 궁전과 성전,
바람에 시트러스 향을 실어 보내던 과실수들, 형형색색의 튤립 꽃밭이 하나같이 시커먼 재로 변해갑니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집채만한 범선들이 불길에 차례차례 바다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아비규환 속, 하렘에서 어떤 이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베일이 날리는 불씨에 그을리지만 맨발로 달려나갑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피에 젖은 땅이 번들거립니다.
모든 상황을 목격한 당신, 어떻게 반응하나요?
이안 브란트:(열기 속에 서, 당황한 낯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잠시. 땅에 발이 묶이기라도 한 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하지 않겠는가? 그는 무력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눈을 감고, 이것은 꿈일 것이라고…….)
▶:철퍽! 결국 그 사람은 잿더미를 밟고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사방에 튀는 핏물이 옷을 더럽힙니다. 그 겨를에 도망자가 무심코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은 알지 못하는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 푸른 눈동자에는 당신의 얼굴이 또렷히 비칩니다. 일렁이는 불길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려 한 순간….
발리데 술탄:무슨 꿈을 그렇게 꾸시나요?
▶:누군가 당신의 손을 잡아 끌어 잠을 깨웁니다. 또각, 똑, 하는 소리와, 손을 부드럽게 받쳐드는 감각, 향유의 화려한 장미 향이 느껴집니다.
눈을 떠 보면, 이곳은 화려한 석재 건물의 내부입니다. 금과 보석으로 꾸며진 장식들로 가득한 술탄의 방입니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창살 너머로 드리우는 달빛을 받으며 시종들이 당신을 치장하고 있습니다.
아, 또 그 꿈을 꾼 모양입니다. 최근들어 계속해서 반복해 꾸는 꿈입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꿀 때마다 현실처럼 느껴져 꿈임을 자각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말을 건 발리데 술탄, 선왕비는 당신의 손톱을 막 다듬은 차입니다. 목 끝부터 발 끝까지 가려진 검은 드레스와, 검은 베일은 선왕의 죽음을 상기시키네요.
발리데 술탄:등극 초기라 정무가 많아 지치신 모양이어요.
이안 브란트:아. (지나치게 생생한 꿈. 주먹을 쥐었다 풀고,) … 그런가 봅니다.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구태여 불길한 꿈까지 나눌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발리데 술탄:하지만 이번에 하렘에 들어온 이는 최근에 반란을 정복한 공국에서 화해를 위해 보내 온 사람이니, 피로하시더라도 한 번은 만나보아야 한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부터 보지 않으면 될 일이니, 부담 갖진 마시어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 반응이 조금 늦다.) 일정을 소화하는 덴 문제 없을 것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발리데 술탄:그리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무릇 권력은 병력을 이기지 못하고, 병력은 재력을 이기지 못하며, 재력은 민심을 이기지 못하지요. 이런 민심은 정의로만 구현할 수 있고요. 술탄께서도 선왕을 본받아 술탄만의 정의를 세우시기를.
▶:발리데 술탄은 하툰의 방으로 가실 시간이 되었으니, 이만 물러가겠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뜹니다.
▶:하렘으로 향하면, 수많은 반려들이 술탄의 행차를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새로 온 하툰은 신분 덕분에 하람에 오자마자 본인이 사용할 방을 얻는 특권을 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렘의 분위기는 차분할 뿐입니다.
패전국이 보내는 인물은 대개 공물입니다. 원래라면 직접 통치자의 자리에 오르거나, 원하는 공국의 술탄과 결혼하여야 마땅한 신분이었겠지만, 하렘에 들어온 이상 앞에 놓인 것은 두가지 뿐입니다. 평범한 죽음, 혹은 술탄의 선택. 이번에는 어떤 선택이 이어질까요? 서로를 가늠하는 눈길들이 어지럽습니다.
이안이 하툰의 방 문 앞에 서면, 환관들이 문을 엽니다. 추상적인 무늬가 꼼꼼히 수놓아진 카페트 옆에는 간단한 다과가 올라가 있는 좌식 테이블과 기댈 수 있는 쿠션이 놓여 있습니다. 색유리가 끼워진 창은 빛을 받을 때마다 보석처럼 여러 색을 방 안에 드리웁니다.
방의 중앙에는 여러 겹의 베일이 드리워진, 침실로 향하는 문이 있습니다. 베일 너머로 흐리게 침대와, 그 옆 바닥에 꿇어앉은 하툰의 인영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이런 분위기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당당하고 올곧아야 할 시선은 분주하게 주변을 살피다 말곤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품위니 위세니 하는 것들엔 퍽 재능이 없었다.) … 들어가겠습니다. (조심스레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 안으로 들어서면, 하툰은 당신의 옷자락을 들어 입을 맞춥니다. 술탄에게 복종하는 이들이 으레 행하는 예의입니다. 일련의 행동에 머뭇거림은 없었습니다. 여러 겹의 베일을 뒤집어쓴 탓에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요.
첸 티엔:왜 이리 늦으셨나요~? 첫날밤을 눈물로 지새워야 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요.
이안 브란트:별로… (안 늦은 것 같은데. 마음을 졸인 것 같지도 않고. 물론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그 모습을 가만 내려다 보더니) 편하게 계세요.
첸 티엔:불편해 보이나요? (정말?)
이안 브란트:(머뭇…) 편히 쉬시라는 말이었습니다. 먼 길 오는 데 불편한 건 없으셨고요.
첸 티엔:불편했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지 않나요~?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태연한 행색이다. 몸을 일으키더니, 이윽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뒤집어쓴 베일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마음 쓰실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오는 길은 편안했고, 이곳도 썩 마음에 들거든요.
이안 브란트:불편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셔도 됩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구요. (흔들리는 베일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성급하지 않게 베일의 끝자락을 붙들었다.)
첸 티엔:(내치지 않는다. 가만히 베일을 붙든 손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윽고 내뱉는 말에는 숨길 생각 없는 짓궂음만이 담겨 있다.) 벗겨 주시게요~?
이안 브란트:(원한다면 당장이고 걷어낼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 허락하신다면.
첸 티엔:어째서 허락을 구하시나요? (그럴 위치는 아니지 않나.)
이안 브란트:그러지 말까요?
첸 티엔:아뇨, 이대로가 좋아요.
이안 브란트:그럼, 허락해 주실래요?
첸 티엔:(짧은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브란트:(천천히 베일을 들어 올린다.)
▶:수 겹의 베일을 들어 올리면, 그 아래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선명한 푸른빛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 직후, 당신은 기이한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이 시선을, 얼굴을 잊을 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이 사람을 본 적 있습니다. 반복하여 꾸는, 그 꿈 속에서의 얼굴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0
이성65 32 13
어려운 성공
(꿈에서 보았던 사람이 눈앞에 실체로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인가. 이것은 신의 벌인 농간인지, 예사롭지 않은 꿈이 예지몽이기라도 한 건지…. 멍하니 시선을 마주하더니) … 우리 어디서 본 적 없던가요.
첸 티엔:지금 유혹하시는 거예요~? 그런 것치고는 고리타분한 대사인데요.
이안 브란트:그런 것이 아니라, (당황한 눈치로 물러난다.) … 아니라면 되었습니다.
첸 티엔:왜 멀어지시나요? (손을 뻗어 붙잡는다. 물러난 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끔 몸을 숙인다.) 오늘만큼은 한 침대에서 같이 자야 하는걸요.
이안 브란트:아…. (당혹감이 묻어나는 음성. 저를 붙잡는 손길이 낯설어, 다가가지도 혹은 밀어내지도 못하고 부자연스레 서 있기만 하였다. 끝내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나 망설이던 끝에 당신의 곁에 앉았다.)
첸 티엔:알아요. 제가 마음에 안 차시는 거죠? (당신이 제 곁에 자리를 잡으면, 그제야 손을 거둔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파디샤의 하툰인 걸요. 새 반려의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주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이안 브란트: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조금 어색하여 그러는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멋쩍은 듯 시선을 돌려내다 말고,) 부탁이라 함은?
첸 티엔:절 의심하지 마세요. 천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누가 어떤 소리를 하든 저를 믿어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 무슨 꿈을 꿔도요?
첸 티엔:네에, 설령 제가 당신을 해치는 꿈을 꾼다고 하시더라도요.
이안 브란트:… 그럴게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나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믿음이 깨어져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네요. (당신을 바라보았다.)
첸 티엔:(히죽 웃는다. 무엇이 달가워 웃음 짓는 것인지, 당신은 알 수 없을 터다.) 티엔天, 첸 티엔이에요. 제국의 태양의 곁을 차지하기엔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이안 브란트:첸, 티엔. (몇 날 동안 꿈 속에서 봐왔던 자. 당장 제 눈 앞에 보이는 실재의 인물. 그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태양이라…, 그런 위치이긴 하죠. (제게 어울리진 않지만. 이어 휘어진 푸른 눈을 바라보며 저도 옅게나마 웃었다.) 잘 어울려요. 당신과 당신의 이름 말예요.
첸 티엔:뭐든 다 긍정해주시네요. 이러다간 제 버릇이 나빠지겠는걸요. (가벼이 대꾸하고, 미소 어린 얼굴을 시야 속으로 담아 낸다.) 무엄한 소리겠지만, 저도…. 당신의 이름을 듣고 싶어요.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이안이에요. 이안 브란트. (서슴없이 제 이름을 내놓았다. 당신의 부탁에 비하면 어려울 것 없는 질문이다.) 다 긍정해주는 편이 좋지 않나요. 들어드릴 수 있는 부탁이라면 모두 원하는 대로 해드릴 수도 있고요.
첸 티엔:어디까지 들어주실 수 있는데요?
이안 브란트: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첸 티엔:내일도 제 방으로 찾아와 주시겠어요~…. 이런 부탁은요?
이안 브란트:어렵지 않은 부탁이네요.
그런 것을 원하세요?
첸 티엔:아뇨, 그냥 한번 말해 본 거예요. 정말 뭐든 다 들어주려고 하시네요.
이안 브란트:필요한 것만 말씀해 주세요.
첸 티엔:삐치셨어요?
이안 브란트:그럴 리가 있겠나요.
첸 티엔:그랬다면 귀여웠을 텐데.
이안 브란트:(머뭇) 귀여워 하진 마세요….
첸 티엔:왜요~? 귀여움받는 거, 좋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그럴 위치는 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낸다.)
첸 티엔:내외하지 마세요. 저희, 오늘만큼은 한 침대에서. (부러 강세를 준다.) 잠들어야 한다니까요~?
이안 브란트:(흠, 헛기침을 했다.) 그것도 어렵지 않은… (뜸) 일이긴 하지요.
첸 티엔:어려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안 브란트:당신 말씀대로 처음 만난 사이니까….
첸 티엔:휴…. 알겠어요. 누워 보실래요? (옆자리를 툭툭 친다.)
이안 브란트:참고로 긴장 안 했습니다. (얌전히 눕는다.)
첸 티엔: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긴장하신 것 같아 보여요. (베개며, 쿠션을 잔뜩 끌어와 당신과 자신 사이에 벽을 세우듯 늘어놓았다.) 이 정도면 버틸 만하시겠죠?
이안 브란트:내외하시네요.
첸 티엔:그러지 않길 바라세요?
이안 브란트:그럴 필요는 없단 거죠. (자리에 앉아 가로막는 것들을 대강 밀어내어 치운다.)
첸 티엔:배려해드린 건데.
이안 브란트:괜찮습니다.
첸 티엔:그럼~ 붙어서 자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왜… 요?
첸 티엔:내외할 필요는 없다면서요?
이안 브란트:그거랑 그거랑 … 다… 르지 않나요?
첸 티엔:외로운 결혼생활이 되겠네요….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눕는다.) 파디샤도 어서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그런 말씀 마세요. 원하신다면 내일도 찾아올 수 있고, 당장 곁에 꼭 붙어 자는 것도 가능하니까.
다만… 정말 원하시나요?
첸 티엔:내일도 찾아와 주세요.
이안 브란트:붙어 자는 건?
첸 티엔:그건 빈말이었어요.
이안 브란트: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제가 당신의 모든 말을 믿을 수 있게끔.
… 어서 주무세요.
▶:늦은 밤, 서로는 서로의 옆에서 잠에 듭니다.
창밖에 보이는 달과 별들이 그런 두 사람을 비추며 깜빡입니다.
차가 식어가는 향기만이, 패전국의 공물과 새로운 파디샤를 덮는 밤이 지나….
▶:하렘, 친위대 숙소, 항구, 성전 중 한 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는 항구에 들르기로 한다.)
▶:물새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항구입니다.
바다에서 직접적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생선의 비린내가 훅 끼쳐옵니다. 수많은 물건들이 하역되거나 선적되고 있습니다.
빠른 말투로 고함을 치는 상인들이 물건을 감독합니다. 이곳은 세무서와,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거리 안쪽과, 배를 가져다 대는 선착장으로 나뉩니다.
이안 브란트:(바닷내음이 코끝에 머무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세무서로 걸음을 돌렸다.)
▶:비단이나 보석부터 향신료와 각종 신기한 물건까지, 팔지 않는 것이 없는 제국의 상점가입니다.
상점가의 중앙에는 무역선이나 상점이 신고를 하는 세무소가 있고, 그곳엔 언제나 재무대신이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상점가를 둘러 보았으나 구미가 당기는 것이 있진 않다. 애초에 물욕이 없는 편이니. 세무소를 둘러보던 중 재무대신과 대화를 시도한다.) 요즈음 이곳에 별 일은 없는지요.
재무대신:위대하신 술탄을 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한차례 예를 표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물류가 오가는 곳은 언제나 복잡한 법이지요. 전쟁 덕에 특수한 물류가 오가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아, 물류 하니 생각난 것인데…. 얼마 전 하렘에 들어 온 하툰 말입니다. 첸 티엔이라고 했던가요? 그의 몫으로 오는 짐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이안 브란트:(눈인사를 한 뒤에, 의아한 양 고개를 기울인다.) 그의 짐에 무슨 문제가 있던가요?
재무대신:보통 하툰의 짐은 호화로운 물건이나, 돈이 되는 물건이나, 산지의 물건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의 경우엔 주기적으로 공국에 편지 같은 걸 보낼 뿐이지 받는 것이 없더군요.
이안 브란트:뭐, 받는 짐이 없는 거야 아주 이상하진 않으나… (굳이 바다를 건너지 않더라도 이 땅에서 마땅히 필요한 물건들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테니.) 편지에는 무엇 특별한 점 없었습니까?
재무대신: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9
설득50 25 10
실패




이안 브란트
77
위협50 25 10
실패




이안 브란트
73
매혹40 20 8
실패
▶:글쎄요, 마치 국내의 정세를 전하는 듯한 움직임이었죠.
재무대신은 그리 가늠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물류를 확인해야겠다며 자리를 뜹니다.
이안 브란트:(물류를 확인하고 있는 재무대신 뒤에서 빼꼼…) 전쟁으로 인해 오가는 물류라 함은 역시 무기 따위의 것들입니까?
재무대신:그렇습니다. 생필품이나 병기의 가격이 특히 올랐죠.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저희 제국은 부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안 브란트:하하, 이것을 잘된 일이라 해야 할지. (어색하게 웃더니 곧 말을 흐렸다.) 전쟁에 대해선 따로 도는 말이 있진 않는지요.
재무대신:별다른 말은 없습니다. 굳이 고르자면 대다수의 국민이 저희의 정복 전쟁을 찬성하고 있다, 정도가 되겠군요. 지난번에는 공국을 정복하였으니, 추후에는 그곳을 저희의 허브로 사용하게 되겠죠.
이안 브란트:국민들이… 그렇군요. (하기야, 정복 전쟁이 성공적이기만 하다면… 그만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니. 고민에 빠진 듯 턱을 매만지다가) 공국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재무대신:거의 폐허에 가깝습니다. 간신히 국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 무역을 하거나 무엇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고분고분히 숨을 죽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반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이안 브란트:(더 이상 말을 얹지 않는다. 재무대신과 가벼이 인사를 나누곤 선착장으로 향한다.)
▶:선착장에는 아름다운 범선부터, 산전수전을 겪은 듯 전투의 흔적이 남은 작은 사략선까지 다양한 배들이 정박되어 있습니다. 세금을 신고하는 듯한 해적들이 두셋씩 모여 킬킬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너른 바다와 배를 훑어보고는 해적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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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60 30 12
어려운 성공
▶:어디서 돈이 났는지 사막의 도시, 페트라 쪽으로 가는 상인들은 돈을 가득 가지고 있고 노예도 가득 거느리고 있더군?
보통 그리로 가는 대상들은 육로를 사용하는 편인데, 가끔 해상을 이용해 넘어가는 것들이 있어. 그네들을 하나 잡기만 하면 돈벼락은 따놓은 당상이지.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페트라를 향해 출발하는 거대한 상단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페트라는 사막 내륙에 있는 바위에 만들어진 도시로, 무역의 요충지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쳐가는 길목에 가깝습니다. 이런 물량이 오가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네요.
다음 시찰부터 페트라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시찰을 마무리하고 왕궁으로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왕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이안 브란트의 통치가 1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발리데 술탄과 현자가 앞으로 나옵니다. 현자가 먼저 입을 엽니다.
현자:백성들이 왕의 인정을 받지 않고 제위에 오른 술탄을 향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는 술탄께서 궁 바깥에 있는 성전에 들러 사람들에게 신실함을 보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발리데 술탄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발리데 술탄:술탄은 정당한 계승을 치렀습니다. 하잘것 없는 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궁 바깥에 있는 성전에 가 예배를 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신실함이라면 궁 내부의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도 충분해요. 이는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수작일 뿐입니다.
▶:이안은 어느 측의 의견을 따르나요?
이안 브란트:… 소문에 휘둘릴 필요 없겠지요. 당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서는 것이겠고요. (고심 끝에 내놓는 답변. 민심을 챙기는 것은 자신이 이 왕궁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난 뒤라도 늦지 않는다. 발리데 술탄의 의견을 따릅니다.)
현자: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발리데 술탄: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이안은 발리데 술탄의 뜻에 따라, 권력을 가오하합니다. 왕권을 의심한다면 권력과 업적으로 증명하면 될 일입니다. 궁내를 총괄하는 환관들이 파디샤의 업적을 칭송합니다.
하지만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입니다.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1
▶:민중의 지지도가 1만큼 감소됩니다.
▶ 그렇게 술탄의 첫 통치, 1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 친위대 숙소, 성전, 페트라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친위대 숙소로 향합니다.)
▶:왕궁 입구에는 친위대들이 숙식을 하고, 훈련을 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언제나 정복 전쟁, 혹은 반란의 위험이 있기에 제국의 군대는 만전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크게 친위대 본부와, 새로 들어온 군인의 훈련소로 나뉩니다.
이안 브란트:(나라란 항상 위기에 대비해야 하며 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군인의 훈련소에 들르기로 한다.)
▶:신입 친위대들이 훈련하는 곳입니다. 낙타나 말을 매어 두는 마굿간에는 어리고 경험이 없는 말들과, 꼭 그만큼 어리숙한 젊은 군인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가까이 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한창 진지한 이야기를 숙덕거리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나는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가… 군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9
듣기60 30 12
실패
▶:적군이 항복해오는데도 그 사람들을 …야 하는 게 어려워.
…는 구덩이를 파 놓은 채로 안에 버려두고 가고.
물론 다시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생각하면 전부 …는 게 맞긴 한데, 그래도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
노예로 데려와서 일을 시키면 이득일 텐데 굳이 …야 하는 걸까? 그 …는 전부 어떻게 처리하게?
이안 브란트:(드문드문 들리지 않는 단어들이 있긴 하였어도, 대략적인 맥락이 가리키는 것은 명백하였다.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걸음을 돌린다. 친위대 본부로 향하였다.)
▶:친위대 훈련소에서 가장 큰 건물입니다. 제법 오래 친위대에 몸을 담았던 장군이나, 각 부대의 대장들의 사무실이나 접견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군사자료가 있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금지되어있지만, 당신에겐 무용한 일이지요.
친위대장의 책상에는 어지러운 자료들이 가득 놓여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책상 주인이 없는데 읽어봐도 되나 싶긴 하나, 뭐…, 그럴 만한 위치이지 않은가. 사람이 있었더라면 기꺼이 내어주었을 테니. 자료를 훑어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8
자료 조사60 30 12
성공
▶:자료를 훑다 보면, 당신은 이 자료들은 침략 계획서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전쟁은 반란의 진압이나 군사적 충돌 등 갖은 핑계를 들어왔습니다만, 그건 모두 선왕부터 계획되어온 정복 전쟁에 불과하다고요.
이안 브란트:(쓸데없이 디테일하네…. 자료를 한참 읽어나간다. 종전에 훈련소에서 들었던 대화와 제 들고 있는 자료가 겹쳐지면,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보아야 하는가, 그것을 우려한다. 허나 당장 자신은 선왕이 계획해 둔 것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일련의 자료들을 대강 정리해두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물자를 옮기는 작은 항구를 향해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왕궁으로 돌아가려던 걸음을 옮겨 다시 훈련소로…. 이번에는 젊은 군인들에게 별로 은밀하지 않게 다가간다 그때도 별로 안 은밀했던 것 같기는 한데.) 요즈음 훈련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가요?
군인: 위대하신 술탄을 뵙습니다! (후다닥 예를 갖춘다.) 제국의 친위대는 대우가 좋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어떤 배경 없이도 자력으로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저희 모두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국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브란트:아…. (좀 더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 머뭇거리다가) 그야 그렇지요. 그래도, 원하는 개선 사항이라거나… 그런 거 없습니까? (아무래도 없다고 답하겠죠…….)
군인: 당치도 않습니다! 언제나 술탄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안 브란트:(…더 캐내긴 어렵겠군. 시무룩. 형식적인 인사치레를 나누곤 왕궁으로 돌아갑니다.)
▶:왕궁으로 돌아가고자 걸음을 옮기면, 항구를 향해 이동하는 외국인 무리 중 한 명이 기회를 보다 은밀히 말을 전합니다. 술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는 하지 못합니다. 저를 믿으신다면 나중에 혼자서 북쪽 항구 아래 곁길로 와주세요.
그리고는 누가 볼새라 빠르게 사라집니다.
다음 시찰부터 비밀통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2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정원에 처음보는 방문자가 있습니다.
옷차림으로 보건대 신학자처럼 보이는 이는,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당신의 옷자락에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선 참담한 얼굴로 입을 엽니다.
신학자: 위대한 술탄이시여, 끔찍한 악몽이 국경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게 무슨 말입니까, 악몽이라니.
신학자: 국외에서 번성하던 이교도에 관해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그 이교도가 국내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술탄께서도 아시겠지만, 그 이교도는 종말을 믿으며 세계가 황혼에 접어들었다고 여기는 작자들입니다. 때가 되면 죽지 못한 자들이 무덤에서 일어나고, 전 대륙이 멸망에 빠질 것이라 믿기에 끔찍한 일을 빈번히 저지르지요.
이안 브란트:(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종말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떠드는 이교도야 어딜 가나 존재하지만…, 죽지 못한 자들이 무덤에서 일어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신학자: 저희는 사특한 술법에 의해 일으켜진 시신을 죽지 못한 자라 이르고 있습니다. 이교도들은 죽지 못한 자를 만들기 위해 살아 있는 자를 죽이거나, 시신을 훼손하지요. 그리고 그 탓인지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질병처럼 보이는 것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살아 있는 자를 해치기까지 하다니,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텐데…. (뜸.) 질병처럼 보이는 것?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신학자: 정확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부패된 시신이 병균을 퍼트리는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2
▶:전 진영의 지지도가 2만큼 차감됩니다.
신학자: 현재는 민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이안, 이교도를 막기 위해 하렘, 친위대, 항구, 성전 중 어느 곳을 중점으로 관리할까요?
이안 브란트:(성전을 중점으로 관리합니다...)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1
▶:민심이 1만큼 상승합니다.
신학자: 부디, 위대하신 술탄이시여. 이 일에 대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이교도들이 더는 이 제국에 마수를 뻗을 수 없게끔 민생을 살펴 주십시오.
이안 브란트:그리 해야겠지요. 혹 이교도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신학자는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갑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2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 성전, 페트라, 비밀통로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성전으로 갑니다.)
▶:도시의 중앙에 있는, 성전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부촌입니다. 반짝이는 타일들이 집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어,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번쩍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전에서 모이는 사람들의 속삭임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크게 현자가 머무는 성전과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로 나뉩니다.
이안 브란트:(이곳이 민심의 동향을 확인하는 데는 제격이겠지. 낯을 적당히 가리고는 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로 향한다.)
▶:사암으로 만든 판석이 깔린 길이 집의 윤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 중정, 혹은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커피와 단 간식을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좋은 옷을 입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립니다.
이안 브란트:(이어지는 돌길을 걸으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고, 곧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별 일 없나아...)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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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교도가 믿는 것은 …이죠. 결국 이 …나,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현재에 불만족한 사람들에게 종교가 퍼지는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 이긴다면 누군가는 지게 되죠. …한 사람들은 언제나 생겨날 거예요. 그러니 종말론 같은 게 유행하는 게 아니겠어요?
소음 사이로 희미하게 날려 온 말소리를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는 천으로 얼굴을 가리어 이방인의 행세를 한다. 흠, 짧은 헛기침 뒤에 나지막이 질문을 던져) 이곳에서도 이교도가 말썽인가 보지요?
주민: 어머! 여행객이신가 보군요? 제국의 풍경은 마음에 드시나요? (짤막하게 웃고,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어딜 가나 이교도는 말썽이지요. 그나마 이 제국은 이교도의 손이 비교적 덜 뻗쳐 있었지만, 최근 하층민들을 위주로 비밀스럽게 집회나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듭니다. (미소로 화답하나, 가리어진 탓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층민 사이에서요. (일시 말이 없다가) 집회에 대하여 아시는 바 있으신가요? 최대한 피해 다녀야겠군요…. (찾아 다녀야 할 것이다…….)
주민: 그저 소문이긴 하지만, 수도의 남부에 펼쳐진 드넓은 갈대밭 어딘가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 특정한 시간과 날짜에 이교도의 사제가 방문한다던가요? 참, 무서운 일이에요.
▶:다음 시찰부터 갈대밭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참, 남부를 여행할 때는 갈대밭은 피해야겠네요. (가야 하겠지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종말론은 믿는 이들은 보통 당장의 제국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겠지요?
주민: 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들도 참, 불만을 가질 시간에 일을 하나라도 더 찾는 노력을 들인다면 훨씬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텐데 말예요. 어리석기 그지없죠.
이안 브란트: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천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이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번화가에서 벗어났고, 성전으로 향하였다.)
▶:경건한 분위기의, 향 냄새가 풍기는 성전입니다. 이곳은 언제나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현자:위대하신 술탄을 뵙습니다. 마침 술탄께 아뢰고자 한 예언이 있습니다만, 어찌.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이안 브란트:(가벼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자:아주 먼 옛날, 저희에게 주어진 예언입니다. 새로운 술탄이 등극할 때마다 예언을 전달해드리는 게 저희에게 맡겨진 일 중 하나죠.
백성들이 말하는 종말이라는 건, 결국 이 예언을 뜻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술탄께서는 모든 것들이 싸움을 시작한다면, 어찌 대처하실 겁니까?
이안 브란트:(그는 여러 상념에 잠긴다. 종말이란 것은 막연하기 짝이 없으나 전쟁과 죽음, 혹은 민심 같은 것들은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니. 그는 예언에 대하여 끊임없이 염려해야 할 것이다.) …… 제 곁엔 현명한 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나는 그대들과 대안을 찾아낼 수 있겠지요. (하나 제 불안을 내보일 필요는 없을 터이니, 그저 모호한 미소로 답변하였다.)
현자:(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예언이 목전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에 이르러 누가 살아남게 될지는, 정세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농담이니 너무 굳어있진 마십시오. 술탄의 말씀대로 저희가 함께할 것입니다. 민중을 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안 브란트: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데 재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농.) 상시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왕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3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친위대장과 재무대신이 앞으로 나옵니다.
친위대장이 먼저 입을 엽니다.
친위대장:술탄이시여, 오랜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친위대에 줄 봉급 지급이 닥쳐 있습니다. 한번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크지만, 병사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한시 바삐 급여를 지급해야만 합니다. 혹여나 술탄께서 친위대의 봉급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다른 국가들이 제국의 국경을 넘보거나 제국의 신용에 손실이 갈지 모릅니다.
▶:재무대신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재무대신:하지만, 국고는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급여를 미루고 이번 무역에 예산을 투자한다면 커다란 이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생필품의 가격이 뛴 지금! 배에 물건을 싣고 교역해야만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이득을 얻기 힘듭니다.
▶:이안, 어느 쪽의 의견을 따르나요?
이안 브란트:급여를 미루는 것은 곤란하지요, 이득을 보기 이전에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니. (줄 건 줘야지…. 친위대장의 의견을 따릅니다.)
▶:술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대신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이안은 친위대장의 뜻에 따라 친위대의 봉급을 우선적으로 지급합니다.
친위대는 연이은 전쟁에 지쳐있었지만, 술탄이 하사한 금을 받고 기뻐합니다. 친위대의 연병장에는 언제나 입대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로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4
▶:상인의 지지도가 4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첫 통치, 1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는 첸 티엔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첫 만남에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며칠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수께기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나- 제법 편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아마 그의 친밀한 성격 때문이겠지. 종종 받아치기 어려운 농을 던지긴 해도 첫 날을 제외하곤 어려운 부탁을 한 적도 없고. 막역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나름 어색하진 않다… 정도일까.)
▶:그러던 어느 날, 하렘에서 한바탕 큰 소란이 입니다.
환관이 창백한 얼굴로 술탄을 뵙길 청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환관: 하툰들이 편을 나누어 다투는데, 하인들이 다룰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원래 하툰들끼리의 싸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의 그 하툰이 엮인 데다, 그를 탓하거나 두둔하는 하툰들이 내로라하는 공국의 귀족이나 왕족들이라 저희의 선에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부디 하렘에 방문하시어 상황을 살펴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안 브란트:무슨 일이길래 그럽니까? 어서 가시지요. (하렘으로 향한다.)
▶:환관을 따라 하렘으로 가보면, 첸 티엔의 방 근처에서 소란이 일고 있습니다. 환관이 술탄의 행차를 알리면, 일순 조용해지지만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티엔의 방으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난장판이 된 방의 모습이 보입니다. 보석함은 이리저리 굴러다녀, 바닥에 떨어진 보석 몇 개는 갈라져 있고 벽에 걸려 있던 장식 또한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고 있습니다.
여러 하툰들이 거리를 둔 채 술탄을 맞이합니다. 오히려 소란의 중심인 티엔은 멀끔하기만 하고, 그를 감싸듯 둘러 싼 하툰과, 대치하듯 선 하툰만이 씨근덕대는 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하툰: 파디샤시여, 저자는 공국의 첩자임이 틀림없습니다. 그의 행실을 낱낱이 들추어 죗값을 물어야 해요.
이안 브란트:무슨 일… 인가요? (눈 깜박…) 첩자… 라뇨?
하툰: (첸 티엔을 향해 쏘아내듯 말한다.) 궁 안을 캐내듯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으셨나요? 하렘의 생활에는 거의 참여하지도 않으셨고요.
첸 티엔:(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별다른 대답은 늘어놓지 않았다.)
하툰: 그가 이곳에 온 뒤부터 제국에 이교도가 번성하고 있어요. 그의 국가는 이교도가 가장 많이 기승을 부리던 곳이었고요.
그가 이곳에 이교를 퍼트리러 온 것이라면요? 저희는 그저 이교도가 궁으로 침입하지 않도록 막으려고 했을 뿐이에요.
이안 브란트:이교도… 말인가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머뭇거리다가 하툰의 손 꼭 붙잡고 도담도담…) 성 안팎으로 이교도에 대한 악소문이 파다하지요. 그대의 뜻 잘 알겠으나…, 우선 다들 돌아가는 게 좋겠군요.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해산…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같은… 눈…….)
▶:하툰들은 술탄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도, 이윽고 고개를 조아리며 자리를 뜹니다.
이안 브란트:(주변이 물러나면 티엔과 눈을 맞춘다.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 제자리에 두며) …음. 대화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첸 티엔:꼭 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옆에서 같이 주섬주섬….)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마음 상하진 않았어요. 굳이 비위를 맞춰주실 필요는 없다는 소리예요.
이안 브란트:제 말투 원래 이런 거 아시잖아요. (얼추 정리가 되면 침대에 툭 걸터앉으며)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단순한 오해?
첸 티엔:(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오해라고 말한다면, 믿어주실 거고요?
이안 브란트:믿는다고 했으니까 대화하자는 거예요.
첸 티엔:(기다렸던 대답이 돌아오면, 그제야 당신의 옆으로 가 앉는다.) 오해 맞아요. 제가 무슨 수로 이 제국에 이교를 퍼트리겠어요~? 이곳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신세인데요.
이안 브란트:궁 안을 돌아다녔단 건? (갸우뚱, 하며 묻는다.)
첸 티엔:(태연히 답한다.) 구궁전을 돌아봤을 뿐이에요. 어떤 장식이 되어있나 궁금했거든요. 제가 보기보다 속물적이어서요~.
이안 브란트:그래서 마음엔 좀 들던가요? (가만 웃더니) 하렘의 생활엔 왜 참여하지 않으시구요.
첸 티엔:네에…. 맘에 드는 것 중 몇 개를 좀 훔쳤는데. 괜찮죠? (물론 농담이다.) 그것도 오해예요. 그쪽 무리에 녹아들지 못했을 뿐이지, 다른 분들이랑은 잘 지내고 있는걸요. 아까도 보셨잖아요? 절 감싸 주시는 분들도 계셨단 거.
이안 브란트:다음부턴 그냥 달라고 하세요. (천연히 대꾸한다.)
잘 봤어요. 솔직히 못 지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걱정은 안 되네. (담담히 말하다, 약간의 망설임 뒤) 그나저나아, 본토에서 받는 것 없이 편지만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눈을 또 깜박…)
첸 티엔:그렇긴 한데…. (눈꼬리를 늘어트린다.) 저, 의심하시는 거 아니죠?
이안 브란트:믿기로 했잖아요. 그럼 당신도 절 믿어야죠. (희미하게 웃는다.) 그렇지만, (우뚝) 재무대신께서 편지 내용을 꽤나 의심스러워 하시길래…. 무얼 전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첸 티엔:…타지로 오게 되었지만,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띄엄띄엄 덧붙인다. 다만 그 말끝이 조금은 어색하다.) 파디샤께서도 저를 아껴 주시니 걱정은 마시란, 뭐. 그런 말들이요.
이안 브란트:(분명, 재무대신에게 듣기론……. 제 손 끝을 매만질 뿐 더 캐묻진 않는다. 만일 그가 진정 다른 뜻이 있어 이곳에 왔다고 한들 심증만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으니.) 그래요,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주시구요.
첸 티엔:뭐든 들어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뭐가 필요한데요?
첸 티엔:오늘도 같이 있어 주세요.
이안 브란트:왜… 요? (의아한 양 묻는다. 거절의 뉘앙스는 아니다.)
첸 티엔:알고 싶으세요?
이안 브란트:네에.
첸 티엔:제가 파디샤를 좀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장난치지 마시구.
첸 티엔:어떻게 아셨지?
이안 브란트:솔직하게 말해 달라니까, 매번…….
첸 티엔:솔직하게 말한다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될까요?
그럴 리 없다는 걸 아니까 장난치는 거예요. 제 유일한 취미 거리인데, 좀 봐줘요.
이안 브란트:왜 그렇게 단언하세요?
첸 티엔:이곳엔 마음 줄 사람이 많으니까요?
이안 브란트:모르겠네요. 누구에게도 마음 준 적이 없어서. (시선을 돌려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다가)
(이내 주제를 돌린다.) 큰일이네요, 이교가 번지게 되어…. 고향에서도 꽤 곤란을 겪으셨겠네요.
첸 티엔:왜 말을 돌리시는 거예요?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으신가~?
이안 브란트:(멋쩍은 표정으로) 딱히 말 돌린 건 아니지만. (맞다.) 뭐, 그런 것 말고도 신경 쓸 게 많으니까…….
첸 티엔:독수공방을 한 건 하툰이 아니라 당신 쪽이었네요. 다른 하툰들께도 말씀 전해 드릴게요, 파디샤께서는 원체 그런 분이시니 너무 마음 쓸 것 없다고요. (이부자리를 정돈하며 몸을 뉠 채비를 했다.) 뭐가 그리 신경 쓰이시길래 그래요?
이안 브란트:(어이 없단 웃음을 짓고는) 음, 그냥… 이것저것. (뭉뚱그려 대답한다. 뺨에 닿는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몇 번 꼬아대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 흐름대로라면 곧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긴 하니까요? 알고 있더라도 내 힘으로 대응할 수 없는… 뭐, 그런 일들. (어깨를 으쓱였다.)
첸 티엔:(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불쑥 팔을 뻗는다. 당신의 손을 거친 탓에 굽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큰일? 하긴, 제국에도 이교도가 퍼지고 있다면서요? 그 말이 하렘에까지 흘러들어온 걸 보면 헛소문은 아닌 것 같고.
이안 브란트:(제 눈 앞으로 손길이 스쳐가면 몸을 움츠리는가 싶다가도 새카만 눈동자가 당신의 손을 가만 따라갈 뿐 별 움직임이 없다. 한 박자 늦게 끄덕이고는) 네에, 안 그래도 최근 하층민들 사이에서 이교도의 집회가 이루어진다고 하길래, 한 번 들러볼까 싶어요. 가끔 사제까지 방문한다고 하니 뭐라도 건질 수 있겠죠. … 으음, 정말 벌써 규모가 커진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여하간…,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죠. (얼굴에 드리웠던 근심을 지우곤) 주무실 거예요?
첸 티엔:집회요? (퍼뜩 몸을 일으킨다. 조급하게, 다그치듯 물었다.) 혼자 가시게요?
(괜한 이를 내몬 것만 같아, 뒤늦게 숨을 고른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더듬더듬 말 이었다.) …위험해요. 그러다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이안 브란트:어…, (솔직히 별 생각 없었다! 되돌아오는 반응이 뜻밖인지라 조금 당황한 눈치, 한참 말이 없다가) …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실답잖은 물음.)
첸 티엔:당연하죠! 뭘 그런 걸 묻고 그러세요? (속상함을 그득 담은 눈이 당신에게로 고정되었다. 정확히는 당신의 이마와 뺨에, 지워내지 못한 흉터에.) 우리…. 그렇게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걱정해줄 수 있는 사이긴 하잖아요. (아닌가요? 그런 의미를 담아 눈을 깜박였다.)
이안 브란트:… 특별한 관계, 아닌가? (이 또한 맥락 밖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리 묻는 목소리는 사뭇 진지하였고, 제 머리칼을 넘겨주던 손을 가볍게 제 쪽으로 끌었다. 시선이 마주치면 짤막하게 웃으며 손을 놓았지만.) 그럼요, 그런 거겠죠. 당신 말대로… 저도 당신 걱정은 늘 하니까.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요. 다칠 일 최대한 없게 할 거고, 또, 음… 다쳐도 금방 낫고…. (대책 없는 말인 것 같은데, 이 말은 하지 말걸 그랬나. 속으론 생각했다.) 아무튼 위험한 일은 없도록 할 테니까요.
첸 티엔:금방 낫기는. (주제넘은 타박을 뱉고선, 멀어진 손을 재차 움켜쥐었다. 그 손마디 사이로 제 손가락을 끼워 넣고, 온기와 온기가 얽히면….) 조금이라도 나를 특별히 여겨 주신다면, 다치지 말아요. 지금 약속해 주셔야 해요. 듣기 전까진 안 재울 거니까.
이안 브란트:진짠데. 전 당신 믿는데, 당신은 안 믿어주는 거예요? (눈썹을 늘어뜨리고 서운한 시늉을 해 보이다가도, 손에 닿은 온기가 드물게 따스하여 속절없이 웃고 만다.) 안 자도 상관 없긴 한데.
… 농담이고, 약속할 테니까 걱정 말고 계세요.
첸 티엔:믿으니까 걱정하는 거예요. 적어도 제가 본 당신은 누구에게나 상냥했으니까. (그렇기에 타인을 살피느라 자기 몸 조금 다치는 것 정도는 개의치 않아 할 것 같아서. 뒷말은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저 맞잡은 손을 조금 더 끌어당기기만 했다.) 저, 기다리는 건 자신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그렇게 보이던가요? (상냥하게 대하던 일이 있었나, 잠시 고민에 빠진다. 뭐,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이내 순응하였다. 손을 놓지 않고 한참 쥐고 있다가 손등 위로 짧게 입을 맞추고)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기다릴 일 없을 거예요.
… 아무튼. (조금 떨어져서는 침대 위를 툭툭 두드리고) 오늘 여러모로 일이 많았잖아요. 피곤하실 텐데 일찍 주무세요.
첸 티엔:아까도 그러셨는걸요. 다른 하툰의 손을 붙잡으시고…. (도담도담~ 당신의 행동을 흉내 내기라도 하듯 손등을 쓸어내린다. 얼핏 투기로도 비칠 법한 행동이나, 어조의 끝자락에는 명백히 장난기가 묻어 있다.) 같이 자야죠. 그래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이안 브란트:제가, 사람 달래는 법은 잘 몰라서…. 그건 그냥…, 음,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기만 할 뿐 얌전히 있는다.) 무슨 의도가 있거나 한 건… 딱히, 아니니까……? (장난임을 알지만 어쩐지 변명하고 있는 기분. 슬며시 손을 놓고는 자리에 누우려다가) 저 이제 진짜로 긴장 안 해요…. (별안간 또 변명!)
첸 티엔:(의아한 낯이 표정을 스쳤다 사라진다. 비어버린 손과 변명을 늘어놓는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어느 한쪽의 감정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두루뭉술한 어조를 꾸며내 본다.) …다음에도 또 다른 분 손 잡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말에서 그 어떠한 의도도 읽어내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한다. 한참 고민하는 듯하더니) 잡지 말까요?
첸 티엔:제 뜻대로 해주시려고요?
이안 브란트:들어 보고… 해줄 수 있으면…….
첸 티엔:에이, 이런 부탁은 여지를 주면 안 돼요. 오해할 새도 없이 거절하셔야죠~.
이안 브란트:그치만, 들어줄 수 있는 데까진 들어주고 싶은데….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고, 고개를 숙여 잠시나마 시선을 멀리 두었다. 책임지지 못할지도 모르는 것에 여지를 두면 안 된다, 그쯤이야 잘 알지만……. 곧 자리에 누워선 당신을 옆으로 살짝 끌어당겨 누이고는) 내일도 올까요?
첸 티엔:(괜찮다는 양 당신의 어깨를 도닥였다.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랬기에 순순히 몸을 뉜다. 이전보다 좁아진 거리는 애써 신경 쓰지 않은 채.)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이안 브란트:같이 있고 싶은데. (정적) … …아. 그, 그러니까, (제 귓가가 달아오르는 느낌에 눈을 굴리고) 그, 그런, 심각하거나 부담스러울 만한 이유는 아니고….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은 오랜만이라서…? (기어이 뺨까지 붉어져선 손등으로 슬쩍 가려낸다.)
첸 티엔:(덩달아 입을 다문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정적은 짧았으나 깊숙했고, 깊으나 무겁지 않았다.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때 이른 수줍음은 전염된다고 하였던가, 볼이 홧홧해짐을 느꼈으나 첸 티엔으로서는 자신의 표정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 그으, 러면…. 내일도 와 주세요. 편하게…, 쉬다 가시면…. (답지 않게 말을 더듬는다. 여유를 부리는 데 능통한 자라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이란 늘 그를 당황케 하는 것이었다.)
이안 브란트:(웃음 섞인 표정,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당연지사일 텐데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되돌아온다. 그는 당신을 힐끗 살피더니 밀려드는 민망함에 소리 없이 웃었다. 제가 내뱉은 말이 그 첸 티엔 마저 곤혹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으니 이 얼마나 열없는 발언이었나 싶어서. 살며시 손을 붙잡았다 놓고는) … 그럼, 우리 내일도 봐요. 늦지 않게 올게요.
▶:두 사람은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다음을 약속하면서요.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여전히, 눈앞에서 티엔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둘아봅니다. 여러번 이 꿈을 꾸어서일까요? 이제는 티엔의 표정이 선명히 눈에 들어옵니다.
마주한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새빨개진 눈가에, 앙다문 입까지. 이곳을 벗어나려 들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꼭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눈에 담으려는 것처럼요.
문득, 티엔이 당신을 향해 외칩니다. 이제는 이 말소리가 무엇인지 선명히 들을 수 있습니다.
첸 티엔: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요. 둘 중 한 명은 죽게 될 테니까.
이안 브란트:… 왜, 그런 말을 해요? (나를 떠나고 싶어서? 혹은, 떠나고 싶지 않아서? 뒷말은 내뱉지 않을 것이다. 끝을 앞두어도 물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의문을 해결할 새도 없이, 어딘가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한 감각과 함께 눈앞이 어두워집니다.
마치 죽음을 겪는 것 같은 끔찍한 어둠입니다.
...
...
...
▶:목소리를 구분하기 힘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이제 일어나세요. 무슨 꿈을 그렇게 꾸시는 거예요? 라며,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뜨면, 그곳은 익숙한 침실입니다. 옆자리에 걸터 앉은 티엔이 막 당신을 흔들어 깨운 참이네요.
이안 브란트:(미간을 찡그린 채 눈을 몇 번 깜박였고, 곧 팔을 뻗어 당신의 손을 쥐어본다. 손 위의 선명한 감각에) … 이번에는 진짜네요. (하며 놓아줘)
첸 티엔:진짜라뇨? 정말 꿈이라도 꾸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끄덕인다.) 당신이 나오는 꿈을 꿨는데… 매번 선명하거든요.
첸 티엔:우와~……. 잘못 들으면 정말 오해할 법한 말인 거 아시죠? (괜히 짓궂은 목소리를 낸다. 당신의 안색이 나빠 보였던 탓이다. 자신이라도 평소대로 행동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현실을 찾아 쥐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옆구리를 콕 찌른다.)
이안 브란트:간, 지러워요. (끙, 미동 없던 몸을 조금 비틀었다. 곧 침대 위로 얼굴을 파묻고는 조그맣게 웅얼거려) 오해해도 상관 없잖아요, 난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당신 꿈을 꿨는데…. (평소 같으면 하지도 않았을 말을 지껄인다. 꿈자리가 사나웠던 탓이 크며, 동시에 꿈에서 눈을 떴는데도 당신이 보이니 현실 감각이 돌아오는 것이 조금 늦기도 하고.)
첸 티엔:어어~?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는데. (당신을 일으켜 세우는 건 포기한 눈치다. 다시금 옆자리에 몸을 뉘고, 한껏 간격을 좁힌다. 팔을 뻗으면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을 거리. 그러나 손을 뭉그적대면서도 마음껏 행하진 못하였다.) 제가 한 번 오해하기 시작하면…, 아주 큰 일이 나거든요. 정말 안 일어나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무슨 큰~일이 일어나는데요? 뭐, 어디에 불이 나기라도 할까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시답잖은 농담을 던진다. 제 곁으로 한 사람 분의 무게가 실리면 고개를 약간 돌려 당신을 쳐다보며)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은데. (안 되나? 한 손을 꼼지락대다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조금 뻗는다.)
첸 티엔:좋아해요. ……갑자기 이런 말을 듣게 되실 수도 있거든요. 이 정도면 큰~일 맞죠? (내민 손을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제야 머무적대던 손을 당신에게로 뻗으면, 지난날 밤과 다를 바 없이 온기가 겹쳐진다.) 곧 환관들이 올 거예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이안 브란트:(한참 말이 없지만 반쯤 드러난 얼굴 표정에서는 그 감정이 선명히 묻어난다. 놀란 것 같기도,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 조금은 서글퍼 보이기도 한 표정. 이어 희미하게 웃으며) 큰일이긴 하네요, 좋아하게 되면…. (꿈에서 보았던, 눈물을 참아내는 듯하던 당신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당신을 좋아하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언젠간 당신의 그런 표정을 보게 될 것만 같아. 그는 꼭 그런 예감이 들었다. 하나 그런 주제에 당신을 손을 놓지 않고 외려 다잡았으니,) … 그럼, 일으켜 주세요. (참 우습지 않은가?)
첸 티엔:(첸 티엔의 눈길이란, 원체 바삐 움직이며 여러 것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그저 검은빛으로 물들기 일쑤인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당신의 표정이 변하는 것 또한 놓칠 리 없다. 그 애환을 가만 바라보면서도 손을 거두지 않았으며,) …싫어요? 그런 말, 듣는 거 말예요. …대답 안 해주시면 계속 이대로 누워 있을 거예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을 욕심을 내비쳤다.)
이안 브란트:싫은 것처럼 보이던가요? 안 싫은데. … 싫지 않다고 하면 계속 말해주시려고? (느물거리는 태도. 당신의 손을 끌어다 아주 제 눈 앞에 두었고, 손등 위로 제 뺨을 가져다 대곤 눈을 감았다.) 정말, 싫은 건 아닌데… 가끔 그런 예감이 들 때가 있잖아요. 더 좋아하게 되면, 사랑하게 되면… 분명 곤란해지는 때가 올 것 같다고. (느릿하게 눈을 떠 당신의 푸른 눈을 마주한다.) 그렇지 않나요?
첸 티엔:말 한마디 뱉는 게 뭐가 어렵다고요. (에둘러 긍정한다. 타인과 맞닿은 손이 낯설면서도 못내 기꺼워 밀어낼 시늉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시선을 마주하기만 했다.) 그럼…. 곤란해지기 전까지만 이렇게 지낼까요, 우리.
이안 브란트:그래요, 이 정도면 괜찮을 테고…. (얼굴 가로 가져다 뒀던 손을 놓아준다. 당장의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랑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는 무얼 더 욕심내거나 마음에 담지 않고 지금에 만족하기로 한다. 딱 이만큼의 관계. 그러나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마음이란 관계를 놓지 않고 지속하기만 하여도 필히 깊어지는 것이라. 그 사실을 깨닫는 건 한참 후의 일일 것이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작게 소리내어) 아. 근데, (머뭇거림.) 그렇지만…, 그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억지로 말하는 거라면 조금 싫을지도 모르겠고…. (중얼거렸다. 마음을 강요하기보단 거짓된 말은 굳이 듣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첸 티엔:억지로 말하는 것 같았나요?
이안 브란트:아…니 그건 아닌데에.
첸 티엔:(문득 말한다. 갑작스러우나 다정하고, 쉽게도 내뱉었으나 가볍지는 않은 말이었다.) 좋아해요.
……이건?
이안 브란트:(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당신을 바라본다. 그 표정은 말하지 않아도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생각이 명확히 읽힌다. 농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이나, 그것이 꼭 진심처럼 느껴져 얼굴에 열이 오르는 터라 애써 시선을 피하였다.)
이, 이번에도 싫냐고 묻는 거라면…
(뜸을 들인다.) …… 좋아요.
첸 티엔:(히죽, 웃으며 몸을 일으킨다. 손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이제 일어날 시간이에요.
이안 브란트:(얼굴을 푹 숙인 채 손을 겨우 붙잡아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조그맣게 웅얼거린다.) 이따 또 올게요.
그렇게 술탄의 다음 통치, 2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이안의 통치도 2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까다로운 정무의 처리 방식에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은 남아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건 마치 키 큰 갈대들이 빼곡히 심겨 있는 풀밭을 헤쳐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아가는 발걸음마다 억센 줄기가 살을 찢습니다. 흔들리는 풀숲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지, 풀 사이 숨어있는 독사의 움직임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갑니다.
하렘, 페트라, 비밀통로, 갈대밭 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비밀통로로 향합니다.)
▶:친위대 훈련소 근처에 위치한, 친위대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작은 항구입니다.
외국인이 말한 곁길로 들어서면, 친위대 숙소의 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곳에 작은 일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 안쪽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여럿 보이고, 판자촌들이 가득 지어져 있습니다. 판자촌을 감시하는 듯한 불량배처럼 보이는 몇명도 어슬렁거리고 있고요.
이안 브란트:(판자촌 쪽으로 걸어갑니다. 흠! 무해한 사람인 척을 해요.)
▶:판자촌으로 들어서면, 그때 당신에게 말을 붙였던 외국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당신을 알아본 것인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네네요.
외국인 친위대: 이곳까지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굳이 술탄께 여기로 와 달라 청한 이유는, 이 말이 제게도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술탄께서 저나, 혹은 제 민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신다는 약조를 해주신다면…. (그리 말하며 흘긋, 눈치를 본다.)
이안 브란트:(무해해 보이게… 부드러이 웃는다.) 약조할 테니 편히 말하시길.
외국인 친위대: 그것이…. (한참을 머뭇대다, 겨우 말을 이었다.) 선왕의 죽음에 외국 세력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의심한 건 선왕이 살아계실 적이었습니다. 저희 국가 사람들 사이에서 왕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오갔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저 뜬 소문이라 생각했지만…. 정말로 며칠 뒤에 선왕께선 서거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공국의 사람들이 제국을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친지에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마치 제국에 큰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 같이요. 술탄께서도 모쪼록 존체를 보중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말씀을 드려봅니다.
이안 브란트:(예상치도 못한 말들에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늦지 않게 표정을 갈무리해낸다. 이어지는 말들을 가만 듣기만 할 뿐, 별 반응이 없다가) 다른 세력이 개입한지도 제법 오래되었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거군요. (이야기가 끝나고야 입을 연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진 정확히 돌지 않는 거지요? 아무쪼록 전하기 어려운 말이었을 텐데 얘기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외국인 친위대: 네, 그 일이 무엇인지는 저희로서도…. (말 끝을 흐린다.) …아, 주제넘은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 왕자님은 잘 계시지요? 1년 전 이맘때쯤에 하렘에 들어가셨는데…, 첸 씨 성을 쓰시던 분이십니다.
이안 브란트:아, (고개를 끄덕이며) 잘 지내시죠. 오늘도… (같이 잤는데? 같은 말은? 안 해도 될 테니까?) 인사하고 왔는데. 밥도 잘 먹고, 하렘의 다른 분들과도 잘 어울리시고…. (잠잠) 공국에는 별 일 없는가요, 제국에 관한 말을 제외하곤…?
외국인 친위대: 여전히 이교도가 들끓고는 있습니다만…, 이외에 특별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 저도 소식을 전해 듣고 있을 뿐이라….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이안 브란트:아닙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곤 판자촌에서 나섭니다. 가는 길에 불량배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좀 들어보고...)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7
듣기60 30 12
어려운 성공
▶:불량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그들이 그저 한량이 아니라 말단 친위대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말단 친위대원1: 우리가 뭐,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이곳의 치안을 지키고 있는 것 아닙니까? 돈 몇 푼을 받고 있기야 하지만요.
말단 친위대원2: 그럼. 군인은 젊을 적에 바짝 벌어둬야 해. 군대의 급여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잖아? 결국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돈이 필요하지. 대의나 명예는 그 다음에 이루어지는 거야.
▶:그들은 킬킬대며 다시금 판자촌을 따라 길을 걸어갑니다.
이안 브란트:(잠자코 듣고만 있다가 또 멀어지는 것도 보기만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왕궁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어느덧 이안의 통치가 4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발리데 술탄과 재무대신이 앞으로 나옵니다. 재무대신이 먼저 입을 엽니다.
재무대신:하렘에 배당된 예산이 지나칩니다. 등극 초기라 예산이 쓰일 곳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하툰들이 사익을 취하는 것이 아닌지 저어됩니다. 왕실 개인이 가져가는 금액은 국고 지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발리데 술탄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발리데 술탄:지금의 파디샤를 위해서는 하렘 전체를 단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툰들은 이 시기에 한창 경쟁을 하곤 하니 말린다면 내부에 반발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저 의견을 들어주는 건 왕실의 사유재산을 재무대신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이 아닌지요?
이안 브란트:대단히 사익을 취하기까지야 하겠느냐만… 그것보단 여타 국고 지출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재무대신의 말이 옳으니. (재무대신의 의견에 손을 들어줍니다.)
▶:대신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술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이안은 재무대신의 뜻을 따라 하렘의 예산을 줄입니다. 하지만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2
▶:귀족의 지지도가 2 만큼 차감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4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 페트라, 갈대밭 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갈대밭을 시찰합니다.)
▶:수도 남부에 펼쳐져 있는 갈대밭은 족히 도시의 절반은 될 듯한 크기의 습지입니다.
이곳은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길이의 갈대와 키 큰 풀이 아무렇게나 웃자라 있으며,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들이 수없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몇명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갈대밭 안으로 들어섭니다. 다들 경계심이 가득한 눈치입니다. 서로 말도 걸지 않고 주변을 살피고 있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이거, 조심해야 되겠는데. (발밑을 바라보며 중얼대다가 주변을 둘러보았고, 곧 사람 한 명을 붙잡고 소근소근 물어본다.) 혹, 집회가 열린다던 곳이 이곳인지….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5
설득50 25 10
실패
▶:붙잡힌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당신의 손을 털어냅니다. 그리고는 갈대밭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4
관찰력65 32 13
어려운 성공
▶:풀이나 나뭇가지들이 기묘히 꺾인 흔적을 발견합니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시무룩... 하다가 흔적을 따라 갑니다.)
▶:그쪽을 향해 나아가면, 저 멀리서 두런두런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종말이 다가왔을지언정,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에서는 새로운 삶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시 바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걸인들이 한데 모여 썩어가는 등걸이나 바위에 걸터앉은 채 그 이야기를 집중해 듣고 있습니다.
이교도 사제: 이 구덩이를 보십시오.
▶:사제가 가리킨 곳에는 [죽은 자는 모두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는 문구가 써진 판자에 덮인 구덩이가 있습니다.
이교도 사제: 제가 3일 전, 이 구덩이에 죽은 이를 넣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있다면 그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을 겁니다.
자, 다들 들으십시오.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죽은 자는 모두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고 말입니다.
▶:그가 그 말을 하며 판자를 젖혀보면, 그곳엔 시체가 놓여 있습니다. 그 시체는 이윽고 눈을 뜨고 일어나, 오물로 가득한 자신의 신체를 털어냅니다. 그리고는 마치 갓 죽은 것 같은 모습으로 이교도 사제의 발에 입을 맞춥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3
이성65 32 13
성공
이교도 사제: 모두 이 광경을 잘 보십시오. 그리고 간증해주십시오.
자, 이렇게 영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제는 신도 몇몇과 함께 자리를 뜹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사막 방향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사제가 자리를 뜨면 조심스레 근처로 다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힌 문구를 몇 번이나 읽다 말았고… 가능하다면 구덩이나 판자 내부를 살펴봅니다. 왜, 뭐, 트릭을 써서 속인 걸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
▶:판자는 평범한 나뭇조각인 것 같습니다. 시체가 몸을 일으켰던 구덩이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오로지 한 구만을 위한 구덩이였다는 듯 특별한 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별 것 없군. (고개를 들었고, 이어… 다시금 허름한 행색의 사람 하나를 붙잡고 물어본다.) 저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걸인: 예?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살아가는 게 힘들기에 소문을 따라 이곳에 찾아온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괴상한 말을 퍼트리는 곳인줄은 몰랐습죠.
이안 브란트:그렇군요…. 혹시 무슨 소문을 들으신 것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걸인: 더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는 소문이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렇군요……. (한동안 말이 없다.) 저 사제라고 하는 사람은 이곳에 자주 출몰하는가요?
걸인: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저도 오늘이 처음이었던지라…. 다만 소문이 퍼진 걸 보면 이번이 첫 집회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렇군요………. (늘어가는 점.)
(또 말없이 갈대밭을 둘러보기만 하다가, 가벼운 목례를 하곤 자리를 뜬다.)
▶:그리하여 어느덧 5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도착하면, 처음보는 인물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옷자락에 입을 맞춥니다. 옷차림으로 보건대 신입 친위대로 보이는 그는 천천히 입을 엽니다.
신입 친위대: 위대한 술탄이시여, 이교를 퍼트리는 자를 목도했는데 그 행위가 괴이쩍어 보고를 올리고자 합니다.
암암리에 이교를 전파하던 이가 있어, 뒤를 캔 끝에 병사들과 함께 그를 급습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 안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이안 브란트:집 안이 대체 어땠길래 그리 말하십니까?
신입 친위대: 그 집의 지하에는…, 이미 죽은 시체들과 아직 죽지는 않았으나 천천히 죽임을 당하는 듯한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저희는 신속히 그들을 구조하려 하였으나….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들어왔다며 오히려 저희가 그들의 의식을 방해했다 여기더군요.
병사들을 쫓아내고 이교도 사제를 숨기는 것을 보아 이교에 단단히 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장면이 너무나도 수상하여 저희가 따로 조사를 해보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암암리에 계속 수를 불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 방법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안,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7
▶:전 진영의 지지도가 7 만큼 차감됩니다.
상인들이 거래 시 이교를 퍼트린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모양이네요. 그외에도 하렘의 하툰들조차 이상 행동을 벌인다는 보고가 들어옵니다. 더는 이 왕궁조차 이교도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안, 이교도를 막기 위해 하렘, 친위대, 항구, 성전 중 어떤 곳을 중점으로 관리하나요?
이안 브란트:(항구를 중점으로 관리합니다.)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2
▶:상인의 지지도가 2 만큼 상승합니다.
신입 친위대: 술탄이시여, 부디 이 일에 대해 조사를 이어가주십시오.
▶:신입 친위대는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5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 페트라 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하렘을 시찰하기로 합니다.)
▶:하렘의 복도로 들어서면, 생활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시종들과 마주칩니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듯한 이들을 치장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바쁘게 돌아다니는 시종들을 보다가 옆에서 슬쩍 말을 걸어…) 많이 바쁜가 보네요. 별 일은 없나요?
시종: (꾸벅, 허리를 숙인다.) 술탄을 뵙습니다! 별일이야 없지요. 이맘때쯤이면 으레 하렘은 분주해집니다. 연례행사나 다름없죠.
이안 브란트:이맘때쯤 무슨 일이라도 있던가요.… (진짜 모름!)
시종: 아! 하렘의 법도이니 술탄께는 보고가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름이아니고, 새로운 파디샤께서 즉위하시면 발리데 술탄을 제외하고는 하렘의 모든 하툰이 바뀝니다. 선왕의 반려들은 전부 구궁전으로 가고, 새로운 하툰들이 들어오는 것이지요.
그 탓에 요즈음 하렘은 분주합니다. 발리데 술탄께서 한시바삐 파디샤의 마음에 드는 인물을 찾으라 명하셨기에, 당분간은 계속 정신이 없을 듯하네요.
이안 브란트:아, 그렇구나…. (바보처럼 멀뚱거리다가) 음. 그렇군요……. 다들 분주하겠네요. (남일처럼 말하기만)
▶:시종은 이내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제일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그 뒤로 구궁전으로 바삐 발걸음을 하는 환관과 시종들이 보입니다. 많은 짐을 옮기는 것이 마치 큰 이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환관: 발리데 술탄의 물건이니 조심해서 옮기십시오.
이안 브란트:(한참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짐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발리데 술탄의 짐 또한 옮겨야 하는 거겠지. 나르고 있던 물건들을 힐긋… 보다가) 짐을 모두 옮기는 것인가요? (할 얘기도 없고… 답이 뻔하고 시시콜콜한 물음을 던지기만 한다.)
환관: 술탄을 뵙습니다. (가볍게 목례했다.) 예, 정확히는 발리데 술탄의 거처가 구궁전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구궁전은 술탄께 위협이 되는 이들을 가둬두거나, 선왕의 여인들이 기거하는 곳이기에 새로운 발리데 술탄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벌써 방을 옮기는 것은 조금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만…. 발리데 술탄께서 직접 명하신 일이니 저희는 그저 따를 뿐이지요.
▶:다음 시찰부터 구궁전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6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친위대장과 현자가 앞으로 나옵니다. 현자가 먼저 입을 엽니다.
현자:친위대가 질서를 앞세운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가택을 수색하거나 멋대로 세금을 걷는 등 교란이 심합니다. 일부 병사들은 수색을 명목으로 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지요? 병사들이 멋대로 집안을 수색할 수 없도록 해야합니다.
▶:이어서 친위대장이 입을 엽니다.
친위대장:그들은 대개 해적이나, 오갈 곳 없는 신분 출십으로 업무에 비해 충분한 봉급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 비용으로나마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죠. 게다가 그런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그들 때문에 수색을 멈춘다면 이교도 소탕에 지장이 생깁니다. 술탄이시여, 민중의 말은 과장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들의 말을 전부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안 브란트:특히 봉급이 적은 말단에서 그런 일들을 종종 벌이는 듯하던데…. (판자촌 앞에서 보았던 한량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이교도 소탕을 명목으로 하여도 애꿎은 이들을 괴롭히는 꼴이 되어선 안되겠지요. (현자의 의견을 따릅니다.)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3
▶:파디샤는 현자의 뜻에 따라 친위대의 가택 수색을 금합니다. 하지만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집니다.
병사의 지지도가 3 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600일째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안은 하렘을 지나가던 도중 정원 구석에서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티엔을 발견합니다. 그는 비싼 옷이나 장신구들이 바닥에 끌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얼핏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하렘에서 벗어날 길을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 뭐하고 있어요? (조심히 당신 곁으로 다가갔고, 자세를 낮추어 묻는다.)
첸 티엔:(눈이 동그래져선 당신을 바라본다.) ……놀랐잖아요! 인기척 좀 내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나름 낸 것 같은데. 못 느끼는 게 더 신기해요…. (이런 말.) 뭘 그렇게 집중하고 계셨는데요?
첸 티엔:제 목걸이가 사라져서요…. 그걸 찾고 있었어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건데.
이안 브란트:(갸우뚱거리다가) 목걸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중요한 거예요?
첸 티엔:네…. 제국으로 오기 전에 부모님께 받은 거예요. (답지 않게 시무룩한 눈치다. 바닥을 짚고 있던 손을 탈탈 털어내고는 크기를 가늠했다.) 이… 정도 크기의 물건이에요. 녹색 돌이 동전만 한 모양으로 달려 있고, 별 모양의 부조가 새겨져 있어요. 중앙에는 붉은색 보석들이 마름모 모양으로 붙어 있는데….
……보신 적 있나요?
이안 브란트:중요한 거네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진 기억 안 나시구요? … 찾아보라 명할까요?
첸 티엔:(고개를 젓는다.) 일을 키우고 싶진 않아서요. 혹시 바쁘세요? 같이 찾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당신 표정을 살피다가) 빨리 찾아내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당신 뜻이 그러시다면야. 안 바빠요. 이 근처에서 찾아볼까요?
첸 티엔:(제 편을 들어주는 이를 만난 덕인지, 그나마 표정이 밝아진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주변을 둘러볼까요?
이안 브란트:(주변을 찬찬히 둘러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일시적 광기
57
관찰력65 32 13
성공
▶:정원의 분수대, 소원을 비는 동전 사이에 얼핏 붉은빛이 비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8
행운50 25 10
성공
(분수대 안을 살펴봐요… 목걸이가 보일까요? 안 보이면 직접 가져오는 수밖에…….)
▶:동전 사이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꺼내려면 분수대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네요.
이안 브란트:(옷을 대강 걷어서는 분수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목걸이 건져서 돌아오기….)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7
민첩성65 32 13
성공
▶:분수대 바닥이 매우 미끄러웠으나, 다행히도 미끄러지지 않고 목걸이를 건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물기를 대충 털어내곤 어디 상한 덴 없는지 목걸이를 살펴보다가) 저어, 찾은 거 같은데요. (조심히 불러봐요)
첸 티엔:(반색하며 다가왔다. 목걸이를 돌려받고자 손을 뻗었으나, 그 손가락은 보석에 닿기도 전에 당신의 손을 찾아 쥐었다.) 다 젖었네. 분수대에 있었나 봐요?
이안 브란트:아, (목걸이를 돌려주려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멈추어 선다. 당신도 젖겠어요, 하며 조심스레 손목을 틀었고, 그 대신에 목걸이를 손에 쥐어주며) 당신이 이걸 분수대에 직접 던졌을리는 없을 테고. … (생각 끝에) 이런 일 전에도 있었던 건 아니죠?
첸 티엔:있었다면~ 어쩌시려고요? (목걸이를 돌려받자마자 목에 건다. 그리고는 제 소맷자락을 끌어내려 당신의 손을 꼼꼼히 닦아주었다.)
이안 브란트:어쩌긴요,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할 테니까…. (눈을 몇 번 느리게 깜빡거리다) 괘, 괜찮은데. (그러면서도 얌전히 손을 맡기고 있다.)
첸 티엔:그건 안 돼요~! 그럼 저도 불려가야 된단 말이에요. (아무튼 똑같이 갚아줬다는 뜻. 어느 정도 물기를 훔쳐낸 뒤에야 손을 놓아주었다.) 저 분수대 말예요, 안에 동전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된 줄 아세요?
이안 브란트:아. … …아! 네, 자, 잘? 하셨어요…? (머뭇… 이거 이런 말 해도 되나 싶긴 한데.) 뭐어, 소원 빈다고 동전 던지는… 그런 거 아닌가요? 아닌가? (바라봄)
첸 티엔:(그저 웃어넘긴다. 개구진 낯이다.) 맞아요! 하렘을 오가는 이들은 많지 않은데, 이만큼의 동전이 쌓일 정도라면 다들 바라는 것이 있었단 소리겠죠. 당신도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걱정되니까. (분수대 안의 동전 개수를 대강 세아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보네요. 저는. 음.
… 만사형통? 그런 거?
(입을 다물었다.) 당신은, 있어요? 빌고 싶은 거….
첸 티엔:응? 정말 괜찮은데. 이젠 아실만큼 아시잖아요, 겨우 그런 일로 힘들어할 사람 아니란 거. (이어지는 말에는 그저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만사형통…….
…….
…….
……재미없게.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안 브란트:그건 알지마안. (시선을 피한다. 정적.) … 좀 더 생각할 시간을 … …….
저 고민할 테니까 당신부터 알려주세요. (추욱)
첸 티엔:그러엄…. 동전 남는 거 있으세요? (불경한 말을 잘도 한다.)
이안 브란트:… 동전 비슷한 것도 괜찮나요? 동전보다 비싸니까 봐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대체 뭘 봐준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옷소매 근처에 달린 조그맣고 동그란 장식품 하나를 떼어내 건네준다.)
첸 티엔:(헤헤 웃으며 장식품을 받아 든다.) 책에서 읽은 건데요, 아주 추운 지방에는 눈이라는 게 내린다더라고요.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이안 브란트:들어본 적이야 있지만. 왜요?
첸 티엔:어느 왕국에 한참 동안 눈이 그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대요. 그들은 그 시대를 겨울이라 명명했었고요. 그쪽도 만만찮게 혼란스러웠나 봐요, 제국과 공국이 이교도로 앓고 있는 것처럼요.
결국은 두 주연에 의해 겨울은 물러가고, 봄이 찾아왔대요. 그 후로는 눈이 내리더라도 왕국이 얼어붙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한 번쯤은 눈이란 걸 직접 보고 싶단 생각이 들지 뭐예요. 언젠가 나라가 평화로워진다면 북부 대륙으로 여행이라도 떠날까 봐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목소리를 낮춘다.) 저, 하렘에서 잠~시만 도망쳐도 될까요? 당신만 모른 척해주시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잠~시라 함은, 얼마나요?
첸 티엔:……2년?
이안 브란트:2년 뒤엔 돌아오시게요?
첸 티엔:더 있어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죽었다 셈 치면 안 돌아와도 될 텐데. 그렇게 하고 싶으면… 뭐, 그러셔도 되지 않으려나.
첸 티엔:그건 싫은데. 왜요, 기다리는 건 싫어요?
이안 브란트:싫은 건 아닌데.
… 왜 돌아올 건데요?
첸 티엔:저…, 이젠 티엔 브란트니까요?
이안 브란트:(콜록, 짧은 기침을 한 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떠나고 싶진 않나요? 여기, 솔직히 별로일 텐데.
첸 티엔:나쁘진 않은데요? 따뜻해서 마음에 들어요.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도, (웃음기 어린 눈이 당신을 담아낸다.) 있고요.
이안 브란트:여기 재미있는 사람 없는데. (이해할 수 없단 듯 고개를 기울이다가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아무튼….
떠나고 싶으면 떠나요, 눈 감아 줄 수 있으니까. 원한다면 돌아와도 괜찮고,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간극.)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거고. 기다리는 건 잘하거든요.
첸 티엔:정말 괜찮아요? 기약 없이 기다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이안 브란트:쉽진 않겠지만 뭐, 바쁘게 지내다 보면 훌쩍 지나가지 않을까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다가) 그래도 천 일 동안은 어디 안 가실 거 아녜요. 아닌가?
첸 티엔:남은 400일 동안 매일매일 찾아와 주신다고 약속해주시면요.
이안 브란트:약속 안 하면 가버릴 거예요?
첸 티엔:내외할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건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약속할게요.
첸 티엔:그럼…. (손안의 장식품을 굴리다, 이윽고 분수대 안으로 던져 넣는다.) 당신과 함께 첫눈을 보고 싶어요. ……이것도 약속해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여긴 눈이 내리지 않는데. (짤막하게 웃고) 같이 가자고요?
첸 티엔:네에, 2년 동안 함께 여행해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제 일은 어쩌구요?
첸 티엔:유능한 부하 없어요?
이안 브란트:많아도… 그래도 되나요? (되겠나요?)
첸 티엔:된다고 하면 정말 같이 가 주시게요?
이안 브란트:음…… 안 되겠지만. 되면 가죠.
적성에 안 맞았는데… 잘된 거죠. (급기야.)
첸 티엔:이런 것까지 다 들어주려고 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이안 브란트:줏대 없는 사람은 취향이 아니신가?
첸 티엔:취향이 아니면 어쩌시게요?
이안 브란트:뭐, …… 어쩔 수 없는 거죠.
첸 티엔:당신이 날 좀 더 욕심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순순히 포기하시네. 그보다도, 고민해본다던 소원은 어떻게 됐나요~?
이안 브란트:욕심냈으면 좋겠나요? (가만 웃고는) 그럼… 저도 당신과 첫눈을 보고 싶어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첸 티엔:당연하죠.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덤덤히도 뱉는다.) 2년은 안 되겠지만, 2주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땐 정말 우리 둘뿐이겠네.
이안 브란트:더 오래도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안 될 테니까, 좋아요. 그걸로 만족. (물결 속에서 반짝이는 장식품을 바라보며 중얼댄다.) 정말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
첸 티엔:그렇게 만들면 되죠. 간혹 느끼는 거지만, 당신은 꼭 큰 짐을 홀로 진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슬그머니 손을 가까이했다. 손등과 손등이 스치더니, 검지만을 얽어낸다.) 제가 좀 덜어가 드려요?
이안 브란트:으음, 별로… 그런 건 아니지만요. (뜸을 들이더니) 어떻게요? (가만 웃기만 한다.)
첸 티엔:저랑 같이 있으면 편하다면서요. 400일이든, 그 뒤의 14일이든, 계속 같이 있어 드리면 되는 거 아닌가?
이안 브란트:(몇 번 눈을 깜박였고, 이어 기쁜 듯 웃다가도) … 같이 있으면서 뭐 해주실 건데요? (장난스럽게 물었다.)
첸 티엔: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어지간한 건 다 해드릴 수 있을걸요. 아, 요리만 빼고요.
이안 브란트:저도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봐서, (고개를 반쯤 기울이고) 요리는 왜 제외하구요? 싫어하시나?
첸 티엔:아뇨, 굳이 꼽자면 좋아하는 쪽인데……. (곰곰) 다… 새카맣게 타버리더라고요?
이안 브란트:… … 그건 먹어드릴 수 없겠네요. (빠르게 납득했다.)
사실 곁에 있어주시기만 하면… (당신을 힐끔 쳐다보며)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 없으니까요. 앞에 한 말은 장난이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첸 티엔:(첸 티엔은 기대를 떠안는 것에는 재능이 없었다. 시선을 즐기면서도 버거워하였기에 특정한 관계가, 품어낸 마음이 중해지기 전에 잘라내고 도망치는 것이 특기라면 특기였으나,) …부담 말인데, 가지면 안 되나요? 양손 가득 끌어안고 있을 테니까, 못 이긴 척 다가와 함께해주실 순 없을까요. (구태여 그것을 자처하는 이유는, 글쎄.)
이안 브란트:(그는 무언가 말하려 입술을 떼었으나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꾹 다물었다. 주저로 굳어버린 표정. 이유 모를 호의, 나아가 묻어난 애정에서 그는 더없는 열락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겨우 입을 열어 조그만 목소리로) 왜 그렇게까지요? 저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은데. (조심스러운 음성은 필히 거부의 뜻보단 근본적인 의문으로 읽힐 것이다. 그는 물었다. 당신이 부담을 함께 끌어안을 이유 있냐고. 타인을 위해, 고작 자길 위해서….)
첸 티엔:(600일,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첸 티엔은 여러 관심에 노출되어 왔다. 수많은 의심이 그의 뒤를 따랐으나, 참으로 이상하게도 이안 브란트의 시선만큼은─제 모든 행동이 그에게 보고되지 않았을 리 없는데도!─ 한결같았다. 무던한 눈이었다. 그리고 첸 티엔은 그 눈으로부터 평온을 느꼈다.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으리라.)
(그저 타인에 지나지 않는 이를 위해 부담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이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첸 티엔은 그러한 군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기꺼이 그리하길 바라는 이유는, 언제까지고 그 평온을 곁에 두고 싶어서, 잠잠하던 눈이 기쁨에 물드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어서, 다감한 목소리가 제 이름 두 음절을 입에 올리는 것이 반가워서, 그럼에도 찾아오는 정적이 불편하지 않아서, 문득 찾아 쥔 손이 더는 미지근히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에…. 이 모든 것을 얄팍히 굳혀 정리한다면,)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당신을. (부정할 수도 없는 애정만이 남아 있었기에, 첸 티엔은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안 브란트:(600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안 브란트는 자신이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였다. 위세와는 거리가 멀고 의심이 더디며, 거절할 줄도 모르는 자가 이런 위치에 가당키나 한가? 그는 언제부턴가 제 쓸모를 따지기 시작했고, 항시 효용에 대한 고뇌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지긋지긋한 일이었다. 그런 사람이, 꼭 그랬던 주제에, 단지 이곳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단 이유만으로 지금을 행복이라 여기는 것은……,)
(사랑. 문득 당신의 애정에 대답한 적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면 호의를 수락하는 것보다 우선으로 내뱉는 것이 있다.) 저도 좋아해요. (숨을 들이키고, 이어 중얼대는 것이 있다.) …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것 같아. 그 말만은 삼켜버렸다.)
첸 티엔:(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그러니 답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럼에도 같은 종류의 애정이 돌아온다면,) ……손, 잡아도 될까요?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이안 브란트:(어떤 고갯짓이나 대꾸도 없이 그는 당신의 손 끝을 붙잡았다. 온기가, 마음이 전해지면 이어 느릿하게 손가락을 엮어내었고) 소매, 조금 축축하신 것 같은데. 옷도 갈아 입으셔야 할 것 같고. (고개를 까닥여 흙먼지가 묻은 옷자락을 가리키곤) 들어갈까요?
첸 티엔:오늘도 같이 있어 주시려고요?
이안 브란트:그럼 안 되나요?
첸 티엔:당신 말마따나 옷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데. (짓궂음만큼은 여전했다.) 아! 도와주시려고요~?
이안 브란트:(처음 같았으면 금세 얼굴을 붉혔겠지만,) … …… 도와드려요? (농담인 거 알아요… 하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첸 티엔:(어라? 하는 눈빛.) 정말~?
이안 브란트:(잠시 움찔!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끄덕인다.)
첸 티엔:(꺄악~ 하는 투.) 책임져주실 거예요? (뭘….)
이안 브란트: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데요? (당황!)
첸 티엔:400일이 지나도 절 믿어주세요. 그거면 됐어요. (그리고는 맞잡은 손을 이끌었다.)
이안 브란트:… 너무한 장난 안 치시면. (얼른 조건을 덧붙였다.)
첸 티엔:그런 장난 친 적 없는데요?
이안 브란트:방그음, 장난 치셨잖아요. (쪼금 억울함)
첸 티엔:너무한 장난까지는 아녔잖아요.
이안 브란트:우리 기준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첸 티엔:……너무했나요? (정말?)
이안 브란트:(끄덕!) 또 저 민망해 하라고 그런 말 하시는 거잖아요, 저 이제 다 알아요.
첸 티엔:(맞긴 하다.) 그치만…. 저희 결혼했는데. 저런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진심 아니면서… 장난이면서어…. (억울해서 쭝얼거리다가 힐끔 바라본다.) 진심 같으면 들어드릴 수 있어요 저도……. (아마.)
첸 티엔:그럼, 도와주세요.
이안 브란트:(우뚝) 진짜, 로…?
첸 티엔:(히죽!) 아뇨, 농담이에요.
이안 브란트:이런 게 너무한 장난이라는 거예요……. (눈썹 추욱)
첸 티엔:(헤헤 웃으며 눈가를 문질러주었다.) 장난인 쪽이 낫지 않겠어요? 진심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셨을 텐데~.
이안 브란트:진심이면, (머뭇)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뭐어……, 아무튼. (얼렁뚱땅 접어버리고) 앞으로 그러기 없어요! (다시 손을 잡은 채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눈앞에서 티엔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돌아봅니다.
마주한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분명 이곳을 벗어나려 들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그저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눈에 담은 채 소리 없는 눈물만을 흘립니다.
첸 티엔: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요. 둘 중 한 명은 죽게 될 테니까.
▶:뒤이어 이쪽으로 날아오는 충격이 몸을 뒤흔듭니다.
그 충격이 지나면, 으레 꿈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일까요? 끔찍한 고통이 엄습하더라도 꿈에서 깨지 않습니다.
커다란 충격 속에서, 당신은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들을 목격합니다. 살들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소리가 마치 사냥터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이 여흥의 사냥감은 사람입니다. 어깨가 뜨거워집니다. 오른팔에 둔중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날아오는 살 중 하나가 어깨를 관통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살은 그저 빗나간 것뿐입니다. 화살이 목표로 했던 것은 당신이 아닙니다. 티엔에게 날아온 수많은 화살이 베일과 비단옷을 찢고 붉게 물들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
이성64 32 12
극단적 성공
▶:흘러내린 피가 바로 옆, 깊은 수로를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물 위에 뿌려진 화살들은 수면을 뚫지 못하고 맥없이 물 위를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훅. 눈 앞이 어두워집니다.
목소리를 구분하기 힘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또 꿈을 꾸고 계시나…. 이젠 일어나셔야 해요. 라며,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뜨면 그곳은 익숙한 침실입니다. 티엔이 당신을 흔들어 깨운 참이네요.
이안 브란트:(낮게 침음하더니, 팔을 뻗어 당신의 손을 찾아쥔다. 이후 아무런 행동이 없다.)
첸 티엔:(잠투정이라기엔 가라앉은 행태에 대번 걱정스러운 낯이 되고야 만다. 빈손으로 당신의 이마를 더듬는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악몽이라도 꾼 거예요?
이안 브란트:(꿈이 얼마나 잔혹했노라 하는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당신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안 아파요, 괜찮으니까…. (어렵사리 입을 열었고, 손을 놓아준다. 이어 걱정스러운 시선을 마주하면 난데없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퍽 진지한 어조.) 당신도 제 꿈을 꾸나요?
첸 티엔:(그 물음을 들으면, 문득 이전에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번에도 제가 나오는 꿈을 꾸셨나 봐요. (이마에 얹어 두었던 손으로 흉을 매만졌다.) 전 꿈 없는 밤을 보냈는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무심한 태도로 답하였다. 이마에 닿는 손길에 한참 눈을 감았다가 뜬다.) 잠시만 안아줄래요?
첸 티엔:……. (답지 않게 우물거렸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명백히 서운한 투다. 그럼에도 당신을 끌어안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다.) 부담도 나누어 가지겠노라 다짐한 게 겨우 어제 일인데…, 벌써 뭔갈 숨기려 드시고. 그러면 더 신경 쓰인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 또한 팔을 둘러서는 당신의 등을 조심히 토닥이고) 그렇지만 당신이 들어서 하등 좋을 것 없는 이야기인걸. 더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몰래 인상을 찡그렸고, 두른 팔에 힘을 주어선)
만약에 말이에요. 우리가 함께 있어서 둘 중 한 명에게 큰일이 생긴다고 하면. 그땐 떠날 거죠?
첸 티엔:예를 들면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위험해진다거나….
첸 티엔:그 정도라면, 그냥 당신 곁에 남아 있을래요.
이안 브란트:(어깨를 붙잡곤 한껏 끌어안았던 당신을 조금 떨어트려 놓는다.) 그러지 말아요….
첸 티엔:왜요? (밀어내지 마세요, 덧붙이며 떨어진 만큼 안겨들었다.)
이안 브란트: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서. 당신이 다친다거나…. (애써 밀어내었던 만큼 당신이 파고 들면, 결국은 손을 놓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첸 티엔:그럼…. 도망쳤으면 하나요? (기대어 오는 이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는다. 도닥이기라도 하듯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안 브란트:(주억거림 끝에 힘없이 중얼댔다.) 그땐 차라리 날 떠났으면 해. (꿈에서 느꼈던 참혹함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다.) 너무한 말인가요?
첸 티엔:네에, 정말 너무해요. (바짝 붙는다. 이 온기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놓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당신이 지켜주면 되잖아요.
이안 브란트:어떻게든 곁에 있고 싶고, 지켜주고 싶어요. 제 마음은 언제나 그래요. (그럼에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은 생기기 마련인지라. 한 사람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며, 그 후엔 시간을 넘어도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니까. 애초에 그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최선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첸 티엔:그런 거, 묻지 마세요…. (느물거리며 답을 흘려낸 적은 참 많았을 터다. 그러나 이토록 명확히도 대답하길 거부한 적은 그에게도 처음이었으리라. 그만큼 상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겨우 알아챈 마음을, 맞닿은 애정을 멀리하고 싶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으응…, 그냥 이러고 있을까요. (꿈이란 현실과 반대라고 하는 말이 통하길 바라며, 더 이상은 꿈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눈 앞의 당신을 힘주어 끌어안을 뿐이다. )
그렇게 술탄의 다음 통치, 3년이 시작되어갑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이안의 통치도 3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주변을 둘러싼 사건은 불확실한 베일 속에 싸인 것만 같습니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이 희망일지, 공포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림자를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하건 실체는 무심하게 춤추고 있을 뿐이니까요.
구궁전, 페트라 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구궁전으로 향합니다.)
▶:수백년 전부터 조금식 증축된 궁전은 보안을 위해 건물을 쌓아올릴 때마다 그 건물을 설계하고 건설한 사람들을 처형합니다. 그 탓에 설계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도망칠 길을 몰래 만들어두곤 했습니다. 수백명이 만들어 낸 복잡한 퇴로들이 얽혀, 구궁전의 길은 마치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은 크게는 선왕의 하툰들이 지내는 별실과 왕위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갇히는 감금실로 나뉩니다.
이안 브란트:(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별실로 걸음을 옮긴다.)
▶:하툰들이 가득 모여있는 별실입니다. 선왕이 승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검은 휘장이 드리워진 곳이 여럿 있습니다. 내부엔 모여 앉은 중년의 하툰들이 조용히 잡담을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쫑긋… 소리를 들어봐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2
듣기60 30 12
성공
하툰1: 선왕의 죽음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툰2: 시신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요.
하툰1: 암살자들이 시신을 크게 훼손했다면서요? 장례를 치르기도 어려웠다고 하던데.
하툰2: 쉿, 그런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돼요. 아시잖아요.
그래서 발리데 술탄이 관을 그대로 닫으신 거겠죠. 선왕의 시신이 훼손됐다는 게 알려진다면 국가적으로도 사기가 떨어질 테니까요.
▶:그 뒤로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다들 생각에 잠긴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그거 굉장히… 처음 듣는 말인데. 본인의 안위도 잠깐 생각해보고는 감금실로 향한다.)
▶:구궁전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입니다. 이곳의 창문들은 창문이라기보다는 숨구멍에 가깝습니다. 몇몇 문에는 석회를 발라 왕위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가두어 둔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몇몇 환관들은 이곳에서 유령을 봤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었죠. 그런 감금실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안 브란트:(별 일이 다 있는 곳이니 유령을 봤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조그맣게 내놓은 구멍을 쳐다보다가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가선 귀를 기울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7
추적10 5 2
실패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뒤늦게 복도의 벽돌들이 옆으로 밀려나 벽처럼 보이는 곳에 낡은 길이 열린 것을 목격합니다.
티엔이 그 안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쿵. 벽이 도로 닫혀 버립니다.
이안 브란트:(예측하지 못한 이를 목격하여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름을 부를 순 없어 입을 꾹 다문다. 별다른 장치가 있진 않은지 살펴보면서 닫힌 벽 꾹꾹 밀어보기나….)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4
행운50 25 10
실패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장치가 있을 법도 한데…. 그러나 벽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시무룩….)
(벽 앞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다가 종내 별 소득 없이 왕궁으로 돌아간다. 티엔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하렘으로 향할까요?
이안 브란트:(갑니다!)
▶:하렘으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익숙한 길을 따라 티엔의 방으로 향하면, 그는 멀끔히도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첸 티엔: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세요?
이안 브란트:그게…, (주저한다.)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어요?
첸 티엔:뭐를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구궁전에서 본 것 같은데. (음.) 오늘 거기 가셨어요?
첸 티엔:(잠시간의 침묵.) 솔직하게 답하지 않으면…, 미워하실 건가요?
이안 브란트:미워하진 못하겠는데. 좀 슬플 것 같기도 하구.
첸 티엔:나중에 전부 말해드릴게요. ……이 정도는요?
이안 브란트:(시무룩) 얼마나 나중에요?
첸 티엔:천 일 동안 절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했었죠. 그 천 일이 지나기 전에는 꼭 말해드릴 테니까요. (그리고는 양팔을 벌린다. 안아달라는 것마냥.) 당신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저 스스로 확신을 내리지 못해서 그러는 거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믿을 수 있다만… 그래도 조금 슬픈데. (추우욱. 쪼금 불쌍한 표정 짓다가) 너무 기다리게 하진 말아요. (느릿하게 당신을 안았다 놓아준다.)
첸 티엔:(어쩔 줄 몰라 하며 그대로 당신을 마주 안는다. 자신을 놓으려 드는 당신을 재차 끌어안으며 간격을 벌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렇게 할게요. 이젠 저도 당신을 마냥 기다리게 두고 싶진 않으니까.
이안 브란트:(다시금 끌어안은 자세가 되면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곤 웅얼댄다.) 저 좋아하시죠. (말꼬리를 늘이며 말해)
첸 티엔:그럼요. 처음으로 좋아해 본 타인인걸.
이안 브란트:그럼 됐어요. (씩씩하게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처음이란 건 좀 의왼데. (덧붙이다) 이제 괜찮으니까 놓아줘도 될 것 같은데에.
첸 티엔:그렇게 의외인가? 딱 봐도 연애 경험은 없어 보일 텐데요. (당신이 고개를 들면, 그제야 실없는 말을 건넨다. 이제는 팔을 거두어도 멀어지지 않을 테니, 온기를 놓음에 주저가 없다.)
이안 브란트:딱 봐도는 아니고, 뭐,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가 싶을 정도…. (꽤 디테일하게 정정해준다. 물러서다가도 다시 한 번 꼭 안았다가 자리를 뜬다.) 나중에 봐요.
▶:하렘을 나서면, 문득 구궁전에서 보았던 통로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길의 구조는 친위대 훈련소에서 본 비밀통로와 꼭 유사했어요. 그리고 비밀통로의 끝은 왕궁 아래를 중심으로 수도에 거미줄처럼 깔린 지하수로와 이어졌었죠.
다음 시찰부터 지하수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이안의 통치가 700일 즈음이 되는 날입니다.
환관이 긴밀히 다가와 말을 전합니다.
환관: 술탄이시여, 발리데 술탄과 친위대장이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친위대장의 딸이 하렘으로 끌려왔는데, 동시에 발리데 술탄이 아끼는 심복이 실종되고 친위대장의 사람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실은, 친위대장은 그의 딸이 하렘에 가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리데 술탄의 명을 어길 수 없었던 모양이고요. 그의 보복으로 발리데 술탄의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두 사람은 세력의 핵심입니다. 이대로라면 두 세력 모두 큰 손실을 입을 것이 뻔합니다.
두 사람 다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고 싶어하니, 서로 대립을 포기할 리는 없을 것이고…. 파디샤께서 한쪽을 지지해주십시오. 그래야만 더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안 브란트:그것 참 큰일이군요…. (대립이란… 뭘까? 심란한 얼굴로 한참 바닥의 무늬만 세고 있다가… 친위대장을 지지하기로 합니다…….)
환관: 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날 늦은 밤, 친위대장이 전서를 보내옵니다. 파디샤의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발리데 술탄께서는 선왕이 살아계셨을 때처럼 권력을 유지하려 하시지요. 하나 그분은 이제 새로운 발리데 술탄을 위해서라도 권력을 내려두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1
▶:귀족의 지지도가 1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700일 가량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페트라, 지하수로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페트라로 향합니다!)
▶:페트라로 가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상단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어떤 지형지물도 보이지 않고, 시시각각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모래사장을 한참이나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를 뒤로 하고 별과 해의 방향만을 이정표 삼아 걷기를 며칠 째, 드디어 바위로 만든 도시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각국에서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개방구역과, 이곳에서 생활하는 거주민이 사는 주거구역으로 나뉩니다.
이안 브란트:(체력이 좋은 편이라지만 며칠씩 걸은 것은 간만일 테니 조금 눅눅해진 상태…. 느린 걸음으로 개방구역 방향으로 향한다.)
▶:무역상들이 적당한 곳에 짐을 놓고 쉬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단 근처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떠드는 외국인들이 가득 있네요. 특이하게도, 구석에 웅크린 채 몸을 떠는 캐러밴이 한명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한숨 돌리는 동안 걷었던 베일을 다시 뒤집어 쓰고 그의 가까이로 다가간다. 모래 섞인 바람에 나부끼는 천을 한 손으로 붙잡고는 조심스레 물음을 건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2
설득50 25 10
실패
(사람 좋은 시늉...을 해봐요)




이안 브란트
79
매혹40 20 8
실패
안 되네.
캐러밴: 당, 당신도 어차피 믿지 못할 거잖아.
난 분명 봤어, 봤다고! 그 사람들이 시신을 일으키고 있었어.
죽은 자를 되살렸다고. 우리 중에도 죽지 못한 자가 있을지 몰라. 그 사람들은 전쟁을 이용하고 있어. 자기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그는 계속해서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다시금 시선을 허공에 둡니다. 더는 대화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이것은 나의 능력 부족이다… 놓아드림. 개방구역을 조금 더 둘러본 뒤 주거구역으로 향합니다.)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무역상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여기서 나고 자란 이가 아니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독자적인 언어를 쓰기에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들 사이에서 확연히 이질적인 기색을 풍기는 탐험가가 한 명 섞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이건 내 전공이 아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탐험가를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다가간다.) 여행 다니는 분이십니까?
탐험가: 음! 외지인이신 모양이죠? 상인이라기엔 짐이 가볍군요. 여행객이신가요?
이안 브란트:대충 그런… 네! 맞습니다.
이곳은 이번에 처음 온 거라서 아직 어디가 어딘지도 파악하기 어렵네요. (웃기만…) 많이 돌아다니셨나 봅니다, 한눈에 알아보시고.
탐험가: 이곳에서 지낸 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처럼 짐 없이 온 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여행객이더군요. 그래요, 차라리 여행객이 낫지. 요새는 상인들마저 뒤가 구리니 원.
이안 브란트:상인들이 왜요, 문제라도 있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어봅니다. 진짜 잘 모르긴 한데.)
탐험가: 상인들이 부유한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나, 간혹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짐과 돈이 많은 이들이 이곳을 들리지 뭐예요. 그리고 꼭 이상한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를 않나.
이안 브란트:이상한 사람들이요,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어떤 사람들이길래 그런가요. 혹 무슨 종교와 관련되어 보이진 않았습니까?
탐험가: 허어, 어떻게 아셨죠? 제 생각도 그래요. 상인들은 그들을 노예라 부르긴 했다지만, 노예라기엔 너무나도 순순하게 상인들을 따라가는 꼴이 의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제가 몰래 그들의 뒤를 밟아 보았는데….
▶:탐험가는 낯선 상단의 무리가 페트라를 거쳐 사막의 폐허로 향했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 폐허의 위치에는 지하 납골당이 있다는 얘기도요.
다음 시찰부터 지하 납골당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사막의 폐허요. (갈대밭에서 사막을 향해 가던 이들을 떠올린다. 동시에 갈대밭에서의 기이한 소동을 떠올리면 이교도가 만연하였음을 새삼스레 실감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그대 말씀이 많이 도움 되었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뜬다. 왕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8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한가로운 저녁, 수평선에서 소금기를 머금은 주홍색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악공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가 파도 소리와 함께 울려퍼집니다.
이안은 하렘의 해안가가 보이는 정원에서, 발리데 술탄이 당신을 위해 연 연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하툰들이 그 연회에 참가하여 파디샤의 잔을 채우거나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우드를 뜯거나, 노래를 부르는 하툰, 춤을 추는 하툰들로 연회장은 북적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티엔도 끼어있고요.
그는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도 연회를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차려진 음식을 덜어먹다가도, 친분이 있는 하툰들과 주사위 놀이를 하며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어요.
▶:그러다가도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눈웃음을 짓습니다.
이안 브란트:(이런 분위기는 영 적응이 되질 않는다. 얌전히 한 곳에 앉아 주변을 구경하다가, 티엔과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손을 흔들어 준다.)
첸 티엔:(마지막의 마지막 판까지 우위를 점하고 나서야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당연한 듯 당신의 옆자리를 꿰찼다.) 왜 그렇게 어색하게 있어요?
이안 브란트:어색… 하니까…? (잠잠.) 뭐 하고 오셨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즐거워 보이시니 좋네요.
첸 티엔:당신을 위한 연회인데도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도박……. ……이 아니라! 건전한 놀음을 좀 하다 왔는데. 관심 있어요?
이안 브란트:뭐어, 그래서 더 어색한 거 아닐까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요, 뭐. 이 자리에서 돈이 오가진 않았을 테니 건전하겠죠 그 정도면. (대강 납득하며 웃더니) 도박… 에는 재능 있는 편이 아니라서요. 당신은 좀 많이 있어 보이긴 한데.
첸 티엔:(멈칫…. 따낸 장신구들을 슬그머니 숨겼다.) 전에도 생각한 거긴 한데, 당신…. 대체 절 뭐로 보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냥 웃음…) 뭐든 잘 하는 것 같아서 그래요.
첸 티엔:못하는 것도 많아요.
이안 브란트:뭐 못하는데요? 요리 말고.
첸 티엔:몸 쓰는 거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안 브란트:그거 말고는, 또?
첸 티엔:…솔직하게 구는 거?
이안 브란트:으응, (한참 말이 없다가)
어쩔 수 없죠. 그럼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하는 건 뭐예요?
첸 티엔:그것도 솔직하게 구는 거요. (두 눈에 다시금 애정이 스친다. 서로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아한단 말, 망설이지 않는 편이라.
이안 브란트:(금방 뺨에 붉어져선 고개를 숙인다.) 제 생각엔 사람 놀라게 하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첸 티엔:(붉어진 뺨 위로 자신의 손등을 대어 본다. 다른 이들에 비해 확연히 서늘한 체온을 지녔었기에, 당신의 열을 식히기엔 모자람이 없을 터다.) 놀랄 만한 이야긴 아닌 것 같은데. 설레셨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손을 살며시 쥔 채, 그 손등에 뺨을 가만히 가져다 대고) … … 알면서 묻는 것도 잘 하구.
첸 티엔:그래서, 싫어요?
이안 브란트:싫은 것 같아요?
첸 티엔:아뇨, 확인받고 싶어서요.
…대답, 안 해줄 거예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슬 내저었다.) 아니, 좋아요….
▶:어느 순간, 즐거운 연회장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툰들이 마치 광대를 보는 것처럼 웃거나, 가벼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서는 바다에서부터, 불안정한 모습으로 흔들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광대 같은 걸 부른 적은 없습니다.
얼굴을 살피려 해도, 당신에게로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은 석양을 등지고 있어 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 순간 그의 품에서 무언가 반짝, 빛을 내며 시야를 방해합니다.
그림자는 술탄께 신의 영광이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반짝이는 것을 휘두릅니다. 그것이 칼이라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티엔이 반사적으로 당신을 감싸안고, 그림자의 칼에 베여 쓰러집니다. 삽시간에 평화롭던 연회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 전투 발생
이안 브란트:(창백한 낯으로 티엔의 상태를 살피려던 것도 잠시, 급히 뒤에 두었던 검을 빼어 든다. 그는 본디 정치니 경영이니 하는 통솔의 학문보다는 단순 검을 쥐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하나 검을 지니고 다니긴 하였으나 실제 사용하는 것은 제법 오랜만인지라 ―나라가 평화롭진 않았어도, 직접 전투에 임할 일은 없었으니― 조금은 어색하게 자세를 취하였다. 몇 번 손을 꾹 쥐었다 펴고, 이어 상대에게 날카로운 검을 휘두른다.)




이안 브란트
58
도검60 30 12
성공
피해 8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98
도검30 15 6
대실패
피해 6
▶:죽지 못한 하툰은 공격을 회피할 생각조차 없어 보입니다. 그저 검을 맞고, 상처가 벌어짐에도 아랑곳 않고 눈 먼 공격만을 휘두릅니다.
죽지 못한 하툰, HP-8. 잔여 HP는 5입니다.




죽지 못한 하툰
82
도검30 15 6
실패
피해 1
이안 브란트:(미미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연유인지도 알지 못하나, 당장 검을 휘두르는 것 이외엔 문제를 타파할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이안 브란트
60
도검60 30 12
성공
피해 8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6
도검30 15 6
극단적 성공
피해 2
(검이 당신을 스치면, 또다시 이지없이 손에 쥔 것을 휘두른다.)




죽지 못한 하툰
15
도검30 15 6
어려운 성공
피해 6
이안 브란트:(이거 빨리 끝내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몸을 옆으로 틀어 공격을 피하려 시도한다.)




이안 브란트
25
회피57 28 11
어려운 성공
(재차 숨을 고르고 자세를 정돈하였고, 손에 든 검을 휘둘러 공격한다.)




이안 브란트
15
도검60 30 12
어려운 성공
피해 4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27
도검30 15 6
성공
피해 3
▶:죽지 못한 하툰, HP-4. 잔여 HP는 1입니다.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87
도검30 15 6
실패
피해 2
이안 브란트:(한 번만 공격이 들어가도 쓰러질 것 같다고, 상대의 상태를 얼추 가늠하고는 검을 비스듬히 들었고, 날카롭게 내질렀다.)




이안 브란트
80
도검60 30 12
실패
피해 8
죽지 못한 하툰:(시체는 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지 못한 하툰
79
도검30 15 6
실패
피해 6
이안 브란트:(검을 한 손으로 굳게 쥐고 앞으로 휘둘렀다.)




이안 브란트
95
도검60 30 12
실패
피해 11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26
도검30 15 6
성공
피해 5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4
회피57 28 11
성공




이안 브란트
81
도검60 30 12
실패
피해 8




이안 브란트
68
도검60 30 12
실패
피해 9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94
도검30 15 6
실패
피해 4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7
도검60 30 12
실패
피해 10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92
도검30 15 6
실패
피해 3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0
도검60 30 12
성공
피해 6
죽지 못한 하툰:







죽지 못한 하툰
96
도검30 15 6
대실패
피해 1
▶:괴물이 당신의 칼에 쓰러지자, 뒤늦게 병사들이 달려옵니다. 하렘의 내부에서 벌어진 소동이라 지원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모양이에요.
몇몇 이들은 서둘러 부상자를 옮기고, 몇몇 이들은 괴물의 처리를, 몇몇 이들은 얼어붙은 하툰들을 각자의 방으로 안내합니다.
괴물을 살펴보던 병사 중 한명이 다가와 보고합니다.
병사: 하렘은 궁의 심부라 이런 것이 함부로 침입할 수 없습니다. 이 괴물은 바다를 통해 온 듯한데, 설마 바다에서부터 사람이 배도 없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의 실책입니다.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종종 죽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괴이한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것이 수도나 궁궐에까지 손을 뻗칠 줄은….
▶:이안,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1
▶:전 진영의 지지도가 1만큼 하락합니다.
병사: 술탄이시여, 왕궁과 항구, 친위대 거점과 성전 중 어느 곳의 순찰을 강화할까요?
이안 브란트:(왕궁의 순찰을 강화하도록 합니다.)
▶:이안,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2
▶:귀족의 지지도가 2만큼 상승합니다.
병사: 술탄의 뜻에 따라, 명하신 대로 왕궁의 순찰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800일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지하수로, 지하납골당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지하수로로 향합니다)
▶:제국의 지하에는 멀리 있는 수원지로부터 물길을 끌어오는 상수도 시설이 거미줄처럼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도관을 관리하기 위해 사람이 들어가 보수할 수 있는 길을 복잡하게 뚫어두었습니다.
석회가 발려진 수도관이 얼기설기 엮여있고, 그 옆을 따라 보수하는 통로가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3
행운50 25 10
실패
▶:하렘의 구궁전을 둘러보던 도중, 우연히 짚은 벽이 뒤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그대로 벽 안으로 밀려들어가 어딘가로 떨어져버립니다.
이안, 3만큼의 체력을 잃습니다.
수로로 들어오면, 문은 저절로 닫힙니다. 옆으로 수로가 흐르는 길은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넓이입니다.
좁은 길폭 전반에 이끼가 끼어있어 자칫하면 미끄러질 것만 같습니다. 수로의 안 쪽으로 갈수록 파도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이런 소리가 들려올 만한 곳은 한 군데 뿐입니다.
▶:왕궁에서 가까운, 섬과 연결되는 수로입니다. 궁과 지나치게 가까운 탓에 군사 훈련만 이루어질 뿐 사람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는 섬 말이에요.
수로 역시 군사적 목적으로 궁과 연결되도록 만들어두었으나,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수로의 저 안쪽에는 녹색 불빛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자연동굴을 다듬은 듯 종유석이 자라있는 저수조의 물 한 가운데 작은 배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 배 자체가 녹색 불빛을 내며 지하를 밝히고 있어요. 저수조의 가장자리에는 간단한 책장이 있고, 그곳에는 작은 단지가 올라가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끙, 낮게 신음하며 발목을 몇 번 돌려보고는 자리서 일어났고, 망설임 없이 수로의 안쪽으로 향하였다. 들어가는 길 떠오르는 생각은 이 기묘한 녹색 불빛의 출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 안쪽으로 들어오자마자 한 가운데 가라앉은 작은 배로 시선이 향한다.)
▶:잿빛 입자들이 파충류의 피갑같은 모양으로 얽혀 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5
관찰력65 32 13
성공
▶:배를 살피고 있노라면, 문득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살아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라도 하는 것마냥 꿈틀대며 타인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어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8
이성63 31 12
어려운 성공
(여차하면 가져다 대려던 손을 거두고는 몇 발짝 물러났다. 그러면서 가장자리의 책장에 가볍게 등을 부딪혀 뒤를 돌아본다.)
▶:저자가 환각 상태에서 목격한 이계의 신들과, 그들에 관한 지식들이 적힌 다양한 자료들이 꽂혀 있는 책장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0
자료 조사60 30 12
성공
▶:더불어 하나의 자료를 더 발견합니다. 이 자료는 어떤 신화를 정리해 둔 총론서처럼 보여요.
기이한 자료를 확인한 당신,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
이성62 31 12
극단적 성공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모든 자료들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기엔 어색해요. 꼭 뒤에 이어지는 구성이 있는 것처럼….
이안 브란트:(서둘러 글을 읽어내리면, 의아한 듯 책장 위의 단지를 확인한다.)
▶:단지 안에는 잿더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3
관찰력65 32 13
실패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6
관찰력65 32 13
성공
▶:잿더미 사이로 타지 않은 물건의 잔해가 보입니다. 저건…. 낯이 익네요. 언젠가 당신이 걸쳤던 장신구가 아닌가요?
주문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소지했던 물건을 태워 만든 재와, 대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쩌면 주문의 대상은 당신일지도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6
이성61 30 12
성공
▶:그리고 이안은, 어느새 통로를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발리데 술탄입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선 조용히 입을 엽니다.
발리데 술탄:놀라셨겠지만, 이는 모두 파디샤를 위한 일이랍니다.
이안 브란트: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일시 물러난다.)
발리데 술탄:예언에 대해서는 들으신 바가 있으신가요?
이안 브란트:무슨 예언, 말입니까?
발리데 술탄:바람의 시대 끝에선 대지와 하늘이 굉음을 내며 두 갈래로 쪼개지고 모든 것들이 전쟁을 시작한다.
싸움을 시작한 것들 중 살아남는 것은 하나도 없으리라….
대대로 전해져 오는 예언이랍니다. 선왕의 정복전쟁을 비롯한 이 모든 것이 제국에 닥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지요.
이안 브란트:그런 것이라면 들어보았으나, 대체 이것과 예언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지….
발리데 술탄:생과 사를 초월한 지배자가 된다면, 멸망조차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요.
파디샤에게 이 주문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요. 이 주문은 원래 신비주의자라는 이에게 선왕과 내가 받던 주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불행히도 누군가 선왕을 암살했고…. 신비주의자는 겁을 먹고 도망을 쳤지 뭐예요.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두루마리에는 주문의 일부가 남아있었죠. 나는 제국을 위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래서 당신께서 혼자 그 주문이라 하는 것을 마무리 짓고 있단 말인가요? 한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한 사람을 끔찍한 존재로 만드는…. (경악으로 일그러지던 것도 잠시, 허탈한 웃음이 튀어나온다.) 대체 제국을 위한 선택이 무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발리데 술탄:제국이 스러지는 것만은 막아야지요! 우리에게는 이 제국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주문을 방해할 생각은 마세요. 모든 고관대작이 이 일에 동의했으니까요.
또, 당장 반려를 잃더라도, 마음이 맞는 반려는 얼마건 새로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파디샤께서 계시는 자리란 그런 것이니까요.
무엇들 하느냐? 파디샤를 왕궁으로 뫼시거라.
▶:발리데 술탄의 뒤에서 대기하던 사병 몇이 명령을 따릅니다. 그들은 당신을 모시고 왕궁으로 돌아옵니다. 행여나 당신에게 상처라도 날까 노심초사하는 눈치였고,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였어요.
궁으로 돌아오면, 수로에서 확인했던 자료들이 떠오릅니다. 지식인들을 모아 그 자료를 연구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이런 일을 꾸민 사람이 있는 것도 모자라, 대다수가 이 일에 동의하였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인지. 그러면서도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조심히 다루어야 할 대상이 된 것이 무엇보다 끔찍하였다. 불현듯 효용을 따지던 저 자신이 떠올라, 뜻대로 쓸모가 있긴 했네…, 무너지듯 자조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저 말고도 죄 없는 한 사람이 엮여있지 않던가? 그는 고민 끝에 머릿속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써내려선, 해당 소란에 대하여 알지 못할 지식인들에게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여 보고하라 지시하였다.)
▶:알 아지프에 관한 연구를 지시합니다. 지식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시일이 걸릴 듯하다고 말이에요.
▶:그리하여 어느덧 이안의 통치 9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환관이 긴밀히 다가와 말을 전합니다.
환관: 술탄이시여, 상인들과 민중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이교도의 전파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생필품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상인들은 물건의 가격을 내리느니 자신들이 쓰려 하고, 민중들은 물건을 비싸게 사거나 사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이대로라면 어느 한 쪽의 시민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양측 다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하니 대립을 포기하는 일도 없을 테지요.
파디샤께서 한 쪽을 지지해 주십시오. 그래야만 더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안 브란트:결국은 모두 나라의 혼란이 문제인 것이겠지만. (짧은 한숨 끝에) 외부와의 무역에도 곤란이 클 테고 생필품의 값이 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니. (상인의 편을 들어줍니다.)
환관: 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날 늦은 밤, 재무대신이 전서를 보내옵니다. 파디샤의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오히려 무역을 하는 우리의 제국에서는 이 또한 큰 차익을 얻을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저희가 내는 세금이 국가를 유지할 기틀이 된다면 좋겠군요.
하지만 한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이안,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3
▶:민심이 3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9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렘에서 전갈이 옵니다.
환관이 창백한 얼굴로 술탄을 뵙길 청합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요청에 응합니다.)
환관: 술탄을 뵙습니다. (서둘러 예를 취한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 번 연회에서 술탄을 감쌌던 공국의 하툰께서 그 뒤로 몸이 안 좋으셨는데, 오늘은 열이 심하게 오르셨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의 기후가 맞지 않아 회복이 더디신 듯합니다. 생명에 지장이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술탄께서 아셔야 할 듯하여….
이안 브란트:(표정을 겨우 가다듬고 급히 하렘으로 향합니다.)
▶:환관을 따라 하렘으로 가보면, 티엔은 침대에 누운 채 들끓는 열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오한이 이는지 날씨에 비해 두꺼운 옷과 이불을 감싸고 있는데도 몸이 떨리는 게 보여요. 병상 옆에는 냄새조차 거의 나지 않는 환자용 미음과 연한 차가 줄어든 것 없이 그대로 놓여 있고, 창살이 쳐진 문은 꼭꼭 닫혀 있습니다. 하툰을 모시는 칼파들이 곤란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안 브란트:(주변 이들을 모두 물리고, 당신에게 다가선다.) … 괜찮다고 하셨으면서.
첸 티엔:(바라 마지않던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감고 있던 눈을 뜬다. 흐린 시야 속 당신이 담겨 들자 반사적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뭘…. (한 차례 숨을 내쉰다.) 근데, 여기… 조금 추워진 것 같지 않아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곁에 앉아 이마를 짚으며) 열이 이렇게나 많이 나는데 뭐가 괜찮다고 그래요. (걱정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추워지긴…, 여긴 늘 똑같아요. 알잖아요, 사시사철 뜨겁기만 한. 당신 몸 상태가 그러니까 그렇죠. (눈썹을 추욱 늘어뜨리며)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어요?
첸 티엔:열은 금방 내리니까요. (이마에 얹어진 손을 끌어와 그 손바닥 위로 뺨을 비볐다. 당신 손은 평소보다 더 뜨겁네. 당신 말마따나 제 몸 상태 탓에 그리 느껴지는 거겠지만.) 그러엄…. 오늘도 챙겨 먹었는데. 당신은요? 표정, 안 좋아 보여요. 또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고?
이안 브란트:(뺨에 가져다 대었던 손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 넘기곤 침대맡에 툭 기대어선) 먹은 것 같지 않던데. 입맛 없으면 따뜻한 차라도 많이 마셔요, 그래야 금방 낫지. (애써 미소 지었다.) 무슨 일 있긴요. 나야 늘 똑같죠. 문제가 있다면 당신이 아프다는 거, 그건데. (우물쭈물거리다가) 아니라고 할 거 알지만, 결국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첸 티엔:노력은 해 볼게요. (어서 나아야 당신과 첫눈을 보러 갈 수 있을 테니까. 덧붙였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지켜준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좀 서운해요.
이안 브란트:응, 잘 챙겨먹고, 잘 쉬고… 그래요, 당신이 말했던 천 일도 얼마 남지 않았네. (평소보다 더운 손을 쥐며 중얼거렸다. 천 일. 최근 지하수로에서 보았던 자료도 꼭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이 단순 우연 같지만은 않아 불안감이 점차 피어올랐으나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그저 조금 멍하니 있었을 뿐.) 그거나 그거나 같은걸요, 결국은……. (울상.)
첸 티엔:(문장 사이의 공백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그러므로 구태여 온기를 나누었다. 부여잡은 손, 그 위로 입을 맞추며,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혹은 그다음까지도 곁에 있겠노라며.) 만약 내가 위험했다면, 당신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면서…. (절 사랑하시니까요. 속삭인다.)
이안 브란트:(부정할 수 없는 말에, 손끝을 바르작대기만 하고) … 전 금방 나으니까 괜찮거든요.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택도 없는 말을 한다. 이어 당신 곁에 누워선 당신의 곧게 뻗은 손을 어루만지고, 나지막이 묻는다.) 날 사랑하나요?
첸 티엔:어떨 것 같은데요? (그리 묻는 것치고는 애정이 아롱거리는 눈이었다. 꾸며낸 것이라고는 가정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랑이 듬뿍 담긴.)
이안 브란트:글쎄, … 전 당신이랑 달리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라. (그러면서도 입꼬리를 느른히 올리는 모양새가 퍽 장난스럽다.)
첸 티엔:(사랑한다는 말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첸 티엔은 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싶었다. 단순히 세 음절로 표현되는 것보다 더, 깊고 무거운 어느…. 그러므로 첸 티엔은 말을 골라내었다. 조금은 뜬금없이 들릴 답을 잘도 내어놓는다.) …하렘의 탈출구는 죽음뿐이라고들 하죠. 들어본 적 있나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기울이다가도 순순히 대답한다.) 들어본 적 있죠. 왜요?
첸 티엔:그래서, 이곳으로 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더듬는다.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내 쓰임을 다한 뒤엔 죽음으로써 자유를 찾게 될 거라고요.
이안 브란트: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할 거 없죠. (손바닥을 찬찬히 훑고, 맞대어 보던 것을 멈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첸 티엔:아뇨. 지금은 당신 곁이 내 자유인걸. 난 살아남을 거예요. …대답이 되었을까요?
이안 브란트:응…, (바스스 웃는다.) 꼭 살아줘요. 나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할 테니까….
첸 티엔:(숨죽여 웃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조금 더 가까이, 거리를 좁혀 당신의 온기를 붙든다.) 그동안 제가 수상한 짓을 좀 많이 했었죠. 왜 캐묻지 않았나요?
이안 브란트:믿어달라고 했으니까….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엔, 당신을 믿기보단 당신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행여 믿음이 배신 당하고 우스운 꼴이 되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그 모든 것이 미련한 제 업일 테니 당신을 탓할 생각 없었을 뿐. 시작은 꼭 그러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을 마주하는 얼굴에는 옅은 웃음기가 묻어난다. ) 나중에 말씀해 주신다길래 기다린 것도 있고요. 왜요, 말할 마음이 생겼어요?
첸 티엔:(지난 몇백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의 몇백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라 불리길 저어하였고, 더 나아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쉬이도 애정을 입에 담고 있지 않나. 지난한 사랑이었다. 이제는 당신이 그저 경청하지 않길 바랐다. 어떤 업이든 함께 짊어지고 싶었다. 그 정도의 온전한 신뢰를, 과연 쌓을 수 있었을까. 당신은 나를 믿고 있을까. 그것만큼은 첸 티엔으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늘 말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신이 없어서. (당신이 나를 미워하게 될까 봐.)
이안 브란트:왜 자신이 없었을까. (당신이 어떤 대사를 이어갈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긴장하는 기색은 없었다. 몸을 반쯤 일으켜선 침대맡에 기대어 앉는다. 여전히 손은 놓지 않은 채. 일으켰던 몸은 곧 당신을 향하여 기울어졌고, 그늘이 진 순간, 이마 위로 짧게 입을 맞춘다.) 당신을 믿어요. … … 그러니까 당신도 날 믿어줬으면 해.
첸 티엔:(문득 생각하고야 만다. 당신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감히 영원을 바라며 그간의 비밀을 낱낱이 고했다.) …하렘에는 자진해서 들어왔어요. 제국의 동향을, 나아가 이번 술탄의 목적을 살피려고요. 그러니까…, 공국의 첩자란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는다. 놓고 싶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비어있는 손으론 당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이런 거 말했다가 큰일 나는 거 아녜요?
첸 티엔:내치실 건가요?
이안 브란트:아니, 그럴 생각은 없는데,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평온한 반응이다.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저한테 그런 얘기 다 말했다가 당신한테 무슨 해라도 생길까 봐 그러지.
첸 티엔:날 걱정할 땐가요? 제가 당신 정보를 공국에 넘겼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안 브란트:넘겼어요? (그저 웃었다.)
첸 티엔:조금은.
이안 브란트:어떤 거요? 별 거 없지 않나.
첸 티엔:그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같은 거요. 별거 아닌가?
이안 브란트:가족에게 보낸다던 그 편지로? (웃음) 언제부터?
첸 티엔:좀 됐는데. 이젠 당신 얘긴 안 해요. 당신은 이교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던걸요.
이안 브란트:이교도와 관련 있는 줄 알았어요? (신기해 하기만…)
첸 티엔:제국의 수뇌부가 이교도를 퍼트리고 있으니까요. 당신도 그런 줄로만 알았죠. (불현듯 손을 놓고 몸을 일으킨다. 현기증 탓에 한동안 이마를 짚다가도, 당신에게서 돌아앉는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목이 드러나게끔 했다.) 목걸이 좀 풀어 주실래요?
이안 브란트:그거라면… …… 아주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묵묵히 몸을 붙잡았다가, 당신 뜻대로 목걸이를 풀어서 손에 쥐어준다.) 이건 왜요?
첸 티엔:(손안의 목걸이를 몇 차례나 굴려보다, 당신에게 건네었다.) 부적이에요~. 가지고 계세요. 설령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되더라도…. 한 번쯤은 당신을 지켜줄걸요.
이안 브란트:(머뭇거린다.) 부적 같은 용도라면, 당신이 지니고 있는 편이 낫지 않아요? 몸도 아프면서….
첸 티엔:괜찮아요. 그런 거 없어도 당신이 날 지켜줄 테니까. 아닌가요?
이안 브란트:(대꾸 없이 목걸이를 받아들던 손이 멈춘다.) … 직접 채워줄래요?
첸 티엔:(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돌아보실래요?
이안 브란트:(얌전히 뒤를 돌아선 허리를 세웠다. 조금은 어색한 눈치.)
첸 티엔:(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숨길 생각 않는다.) 머리카락도 걷어 주셔야죠.
이안 브란트:이런 건 좀 어색해서…. (슬그머니 변명을 덧붙이며 머리카락을 걷었다.)
첸 티엔:(목걸이를 펼쳐 당신의 목에 두르다가도, 드러난 목 위로 입술을 내리눌렀다.) 이것도 부적. (나직이 웃으며 그대로 당신의 등에 몸을 기대었다.) 오늘은 제 꿈 꾸지 마시고요. 아무래도 악몽인 것 같더라고.
이안 브란트:(몸을 뻣뻣하게 굳히다가도 황급히 목덜미를 가렸다. 손 틈새로 붉어진 피부가 훤히 보였을 테고, 색이 가라앉을 쯤에야 당신 손을 붙잡아서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 그러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해요. (주문의 대상은 미래를 내다보는 꿈을 꾸게 된다고 했었나. 그 말이 맞다면, 저와 당신의 미래란 꼭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일까? 무력함이 밀려와 침울한 투로 읊조렸다.) 앞으로도 제 꿈엔 나오지 말아요.
첸 티엔:(혼곤한 중에도 장난기는 그대로였던 터라,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떨기만 했다.) 왜 이렇게 침울해하시지…. 무슨 꿈이길래 그래요?
이안 브란트:(한참이나 말을 고르고 골라,) … 당신을 잃는 꿈을 꿨거든요.
첸 티엔:(당신만큼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었다. 채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다, 조심스레 되묻는다.) 계속 같은 꿈을 꾸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끄덕였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당신 꿈을 꾸었다고 했잖아요. 어느 순간 그 꿈이 끊기지 않고, 조금씩 길어져서. … 단순한 꿈이라면 좋을 텐데.
첸 티엔:꿈에서 최악을 보여준다면, 현실에선 최선을 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미미하게 웃곤) 그럴 수 있을까요. 뭐어, 적어도 제게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손등 위로 입을 맞춘다.) 난 당신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아플 텐데 더 누워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선 당신을 다시 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어깨 위까지 덮어준다.)
첸 티엔:(문득 손을 뻗는다. 당신의 소맷자락을 쥔 채 놓지 않았다.) …가시려고요?
이안 브란트:(내려다 보았다.) 아프시면… 혼자 있는 편이 편하지 않아요?
첸 티엔:이젠 혼자 있는 게 불편할 지경인걸요.
이안 브란트:저랑 있는 게 좋다는 뜻이시죠?
첸 티엔:당신도 꽤 잘하시네요. 알면서 묻는 거 말예요.
이안 브란트:(당신 손을 고쳐 쥐고는) 누구한테 배워서.
첸 티엔:그럼 얼른 그 누구 씨의 옆자리를 채워주셔야겠어요.
이안 브란트:(곧장 옆에 누워선) 저한테 더 말할 건 없어요, 이제?
첸 티엔:……대충 다 말한 것 같은데요? ……아닌가?
이안 브란트:그냥 더 있나 싶어서 물어봤어요. (눈만 깜빡거리기)
첸 티엔:……아! 그러고 보니까, 제일 중요한 걸 못 말했네요.
(슬그머니 당신을 끌어안더니, 배시시 웃었다.) 오늘도 사랑해요. 됐죠?
이안 브란트:(응? 이런 것을 물은 건 아녔는데.) 저도요. (그럼에도 싫지 않은 듯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궁금했던 것을 물어야겠다….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아, 그러고 보니까… 구궁전에선, 뭐 하고 있었어요?
첸 티엔:선왕의 세력이 이교도와 관련이 있어 보여서, 물증을 찾고 있었어요. 구궁전엔 비밀 통로가 많잖아요. 숨겨놓은 게 있겠다 싶어서요.
이안 브란트:그래서 뭔가 찾았어요?
첸 티엔:(고개를 젓는다.) 웬 수로를 발견하긴 했는데, 사병이 지키고 서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이안 브란트:무슨 수로요? 누가 지키고 있었다니? (갔던 곳이랑 다른 길인가, 곰곰이 생각한다.)
첸 티엔:지하 수로요. (기억을 더듬어 본다.) 통로 너머로…, 조그만 배가 떠 있는 것까지는 봤어요.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음. (말없이 끄덕였다.) 저어. 하나 더 궁금한 거 있어요. 거기, 어떻게 들어가는 거예요? (…)
첸 티엔:벽에 스위치 같은 게 있는데……. (…) 그냥 다음에 같이 가요.
이안 브란트:… …… 그렇구나. 아, 아녜요. 안 가도 괜찮아요.
첸 티엔:(갸우뚱.) 가고 싶으신 거 아니었어요? 상관없긴 하지만…. (입을 가리고는 하품했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 사람 마냥 베개에 볼을 묻었다.)
이안 브란트: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걸 보여줘도 되나 싶어졌다.) 졸리면 얼른 자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첸 티엔:당신도……. (잠에 취한 목소리다.) 꿈, 꾸더라도 너무 슬퍼하진 말고요. 눈을 뜨면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
이안 브란트:응, 잘자요. (당신의 더운 뺨을 한 번 어루만지고는 그 얼굴을 한참이나 보다 잠에 든다.)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티엔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찾는 것마냥 주변을 살피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어요.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돌아봅니다.
마주한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울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우나 감내할 수 있어요. 미래를 바라는 눈은 새파랗게 빛나기만 합니다.
첸 티엔: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요. 둘 중 한 명은 죽게 될 테니까.
하지만…….
▶:뒤이어 이쪽으로 날아오는 충격이 몸을 뒤흔듭니다.
마치 반복되는 연극처럼 수백개의 화살이 날아듭니다.
그 화살 중 하나가 빗나가 어깨를 관통하지만, 수백 번 꾼 꿈 속에서 이제는 아픔도 무가치합니다.
눈앞에는 수백 번 보았던 그의 마지막이 있습니다. 그에게서 흐른 피가 바로 옆, 깊은 수로를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물 위에 뿌려진 화살들은 수면을 뚫지 못하고 맥없이 물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깨어나야 할 텐데도, 오늘은 어쩐지 꿈 속입니다.
이안,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이것이 정녕 꿈이라면 끝을 보기 전 깨어나야 할 것이고, 아픔은 겪지도 않을 터인데. 그는 이 꿈이 꼭 제가 마주해야 할 현실 같았다. 당신 곁에 꿇어앉아 얼마의 눈물을 흘렸고, 그는… …… 이내 꺾이지 않은 화살 하나를 쥐어 들었다. 촉이 퍽이나 매서워 보였으나 그런 것은 두렵지 않았다. 당장 이 꿈 속이든 현실이든, 이 지옥을 벗어날 방법은 죽음 하나밖에 없어 보였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1
관찰력65 32 13
어려운 성공
▶:이곳은 명백히 꿈속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우려대로, 이 일이 당신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면? 문득 옆의 수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화살이 물을 뚫고 지나가지 못했으니, 둘이 함께 물로 뛰어든다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눈앞이 빙글 돕니다. 불타는 갈대밭의 아우성이 펼친 비단처럼 눈에 들어옵니다.
한 발자국 늦게서야, 당신이 꿈속에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도한 곳에 있는 것은 발리데 술탄과 신비주의자입니다.
파디샤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발리데 술탄이 격분하여 병사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 주변엔 친위대장과, 현자와, 재무대신이 모여 있어요.
▶:넷은 당신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갑니다. 옆에서 병사들이 화살범벅이 된 티엔을 들어올립니다.
발리데 술탄:둘 다 데려오라.
▶:데려간다니, 어디로?
훅, 눈앞이 어두워집니다. 목소리를 구분하기 힘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이제 일어나셔야죠. 전 여기에 있잖아요. 라고,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뜨면, 익숙한 침실입니다. 옆에 있는 티엔이 당신을 막 흔들어 깨운 참이네요.
이안 브란트:(눈을 뜨면, 그는 억눌렀던 숨을 뱉어내고는 눈 앞의 당신을 와락 껴안았다.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확하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어깨를 잘게 떨기만 하였다.)
첸 티엔:(당황은 찰나였다. 잘게 떨리는 어깨를 힘껏 감싸 안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은 당신의 곁에 있음을 알렸다.) 파디샤…. 아니, 이안. 저, 여기 있어요. 괜찮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선명한 온기를 감히 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어깨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훌쩍, 소리낸 뒤엔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응, 저 두고 어디 가면 안 돼요….
첸 티엔:(고개를 감싸고, 보랏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어디 안 가요. 제게 주어진 영원이 다 할 때까지 당신 곁에 있을 거니까요. 저, 티엔 브란트잖아요. (부러 장난기 어린 목소릴 내기도 하고.)
이안 브란트:(평소 같았으면 수줍은 듯 웃었겠지만, 영 그럴 기분이 나질 않았다. 힘없이 몸을 기대고만 있다가 조그맣게,)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몰라요. (어제는 확신했던 주제에 그리 중얼거렸다. 하나 그 제물이라 하는 게 당신인 것이 뻔해 보이고, 그 말은 즉슨 저 때문에 당신이 위험해졌다는 말이 아닌가. 어제의 말대로, 꿈을 토대로 최선을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종내 희망에 기대어 당신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어야만 하지 않나. 그런 것이 끔찍하게도 싫었다. 저는 고작 꿈 때문에, 쉬이도 후회하고 마는 사람이니. 그러니까 티엔, 영원 같은 건 내걸지 않으면 안 될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할 것을 생각한다.)
첸 티엔:하지만…. 나는 어느 세계에서든, 어느 시간에서든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 같은데. (고저 없는 목소리였다. 고백보다는 명제를 밝히는 것에 가까운, 그저 사실을 읊을 뿐인 그런 투 말이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든 말든, 그건 상관없어요. (물론! 사랑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급하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원인이었을 테니까. 당신은 그런 제게 휩쓸렸을 뿐이고요.
그러니까……, (조금은 물기 어린 목소리를 내었던가. 알 수 없다.) 날 사랑했다는 사실을 후회하진 말아주세요.
이안 브란트:사랑해요. (후회 뒤에서도 망설임 없이 진심을 속삭인다. 그래, 자고로 후회란 돌이킬 수 없어진 순간에서야 비로소 하게 되는 것이니까. 이안 브란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더 이상 가정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휩쓸리는 것도 곁에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그러기로 마음 먹은 건 저고요. (하나 이어지는 음성은 조금 느릿해져서) 저도,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사랑하게 될 텐데……. (짧은 간극 뒤에)
내가 모두 망쳐버릴 것만 같아, 그게 무서워서….
첸 티엔:망쳐도 돼요. 어떻게 되든 좋아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불확실한 끝을 예감하면서까지 누군가의 영원을 욕심낸다는 건, 그리하여 두 사람분의 미래를 그리게 된다는 건….) 그저 곁에 있어 달라고, 그 말 한마디만 해 주신다면….
이안 브란트:(눈물이 방울져 떨어진다. 그러나 주저하지 않고, 떨리는 음성은 말하였다. 당신 뜻이 그러하다면…, ) 곁에 있어줘요. 당신의 사랑이 다할 때까지 날 떠나지 말고, 오래도록 저와 함께해 주세요….
… 같이 첫눈을 보러 가요. 손도 잊지 말고 잡고 있을게요. (붉어진 눈가를 문질렀다.) 그 뒤엔 피어나는 꽃을 보러 갔으면 해…….
첸 티엔:이안 브란트 씨, 보기보다 욕심쟁이시네요. (문지르지 마세요, 걱정 어린 타박을 뱉으며 당신의 손을 잡아 세웠다. 그대로 깍지를 껴 잡아버리곤 말을 이었다.) 사랑이 다 할 때까지 당신을 떠나지 않으려면, 적어도 천 년은 함께 있어야 할 텐데. 괜찮겠어요?
이안 브란트:(끄덕임 뒤에) 당신만 괜찮으면, 천 년이고 뒤에도 못 놔 줄 것 같은데. 저 지금 살면서 제일 욕심 내고 있는 중이에요.
첸 티엔:뭐든 못 해주겠어요. 저~번에 말씀드렸었잖아요. 당신이 날 좀 더 욕심내줬으면 좋겠다고…. (흘러내린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드러난 이마에, 그 위로 자리한 흉에 입을 맞춘다.)
지금도 그래요. 그보다 더한 것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 말하면, 문득 깨닫는 것이 있다. 아, 이것이 내 사랑의 형태이구나. 무엇이든 내어주고 싶었다. 당신에게는 영원조차 아깝지 않다.)
이안 브란트:그러다 전부 저한테 줘버리시겠어요. (싱거운 웃음.) 곁에 있다 보면 더 욕심 나는 게 생길지도 모를 테니까. 뭐든 해주는 건 나중으로 미뤄주세요.
(불현듯 꿈 속에서 들은 당신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뒷말을 어렴풋이 상상하며, 동시에 확신한다. 어떤 말이든 당신은 내게 사랑을 말했겠구나. 그리고는, 아직 때가 되기엔 시간이 남았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미리 언질을 해두기로 마음 먹는다.) 있죠, 혹시나 위험한 순간이 오면, 그땐 물 속으로 뛰어들어요. 알았죠? 물론 그때도 내가 곁에 있겠지만……. (뜸.)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첸 티엔:물속으로…? (의아한 양 고개를 기울였으나, 이윽고 긍정한다.) 기억해 둘게요. 당신도 조심해야 해요. 알겠죠?
이안 브란트:조심할 테니까, 당신도… 더 아프면 안 돼요.
그렇게 술탄의 통치, 3년이 끝나갑니다.
흘러간 시간의 방향은 과연….
▶:시찰 직전, 지식인이 다가와 허리를 숙입니다.
지식인: 술탄이시여, 지난번 명하셨던 연구를 진행하고 있사온데, 그중 지나치기 어려운 주문을 해석하게 되어 보고드리러 왔나이다.
남은 연구도 성심성의껏 마무리 짓겠나이다. 모쪼록 존체를 보중하소서.
▶:이윽고 지식인은 물러갑니다.
지하납골당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지하납골당을 수색합니다.)
▶:이미 수백년 전 폐허가 된 도시 아래에는,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모를 긴 지하납골당이 있습니다.
석회를 발라가며 얼기설기 판 굴들이 개미굴처럼 이어져 있는데다 관리도 되지 않아, 이곳에 들어가서 횃불이 꺼지거나 길을 잃는 순간에는 이곳 자체가 무덤이 됩니다.
먼지 끼고 흙냄새가 나는 지하터널의 벽마다 안치된 채 방치된 해골들이 가득합니다. 수만개의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8
행운50 25 10
실패
▶:순간, 관리되지 않은 바닥이 무너져 내립니다.
수천개의 해골과 토사, 잔해로 인해 당신은 처음보는 공간에 외따로 떨어집니다.
이안, 체력 1 감소.
주변을 둘러보면, 그곳은 아주 긴 복도입니다. 복도의 벽에는 일렁이는 별 같은 모양의 부조가 새겨져 있고, 복도의 끝에는 거대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허리를 툭툭… 자리에서 일어나면 조금 뻐근한 감각 이외엔 괜찮은 듯하여 옷을 털어내기만 한다. 시선을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별 모양의 부조를 먼저 살펴본다.)
▶:그 별 중앙에는 붉은 색의 보석들이 깨진 마름모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부조는 아주 최근에 새겨진 듯, 다른 곳과 달리 깔끔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8
지능50 25 10
어려운 성공
▶:당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무늬와 꼭 닮아있네요.
이안 브란트:(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이어 복도 끝의 공간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관이 보입니다. 관의 뚜껑에는 하나같이 죽은 자는 모두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는 글이 써져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들이 놓여 있네요.
이안 브란트:(관… 열릴까요? 이거 열면 후회할 것 같긴 한데 일단 열어봅니다.)
▶:인종, 국적, 성별을 가리지 않는 시체들이 뉘어 있습니다. 다른 관 속의 광경도 이것과 다를 바가 없겠죠.
이안 브란트:(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마 잠깐 짚음)




이안 브란트
38
이성61 30 12
성공
(얌전히 열었던 관을 닫고 테이블 위의 두루마리를 본다.)
▶:이교도들을 전파시키기 위한 자료들이 가득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
자료 조사60 30 12
극단적 성공
▶:또한, 새로운 자료를 발견합니다. 이 자료는 어떤 신화를 정리해 둔 총론서에 불과한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2
지능50 25 10
성공
▶:자료를 읽고 있노라면, 문득 깨닫습니다.
당신은 이전에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 자료에서 강조된 부분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구간이었습니다.
각각 이교도의 신과, 세계의 멸망에 관해 쓰였다고 추측한 문서는 합쳐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두 개의 주문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교도의 신이 불러올 멸망에 대비해 몸과 마음을 바쳐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의 신을 강림시키고, 그를 따르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합니다.
모독적인 글귀를 읽은 당신, 2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이안 브란트:14
▶:이성이 14만큼 차감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9
지능50 25 10
성공




이안 브란트장기 광기
광기발작 : 실시간
중요한 사람 탐사자의 백스토리에서 중요한 사람들 항목을 봅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중요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관계에 맞게 행동합니다. 1D10라운드 동안 지속됩니다.
라운드 : 1
▶:그 순간,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커다란 충격이 밀려들어옵니다.
땅이 찢어지면서 내는 비명소리, 하늘이 벌어지면서 내는 신음소리가 전신을 울립니다.
어떤 소리는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집니다. 인간인 이상, 어디서든 이 충격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일시적 광기 장기 광기
38
이성46 23 9
성공
▶:이성 수치 1 감소합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지하 전체가 떨립니다.
천장에서 흙과 돌가루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깊은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는 끔찍한 비명소리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들이 연이어 들려옵니다.
이안,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우선… 이곳에서 벗어나 왕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빠져나갈 길이 있을까요?)
▶:복도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궁으로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하…… 일단 돌아갑니다.)
▶:바깥은 지상에 현현한 지옥입니다. 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해가 있었던 자리가 마치 벌어진 듯 갈라져 있고, 그 안으로 이채가 도는 틈새가 생겨나 있습니다.
인간의 가시를 벗어난 색이 구멍 내부에서부터 일렁입니다. 그 속에서부터 생전 보지 못한 생물체들이 유영하듯 허공을 흘러내려옵니다.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도시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장기 광기
77
이성45 22 9
실패
10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장기 광기
11
지능50 25 10
어려운 성공
(숨을 들이킴과 동시에 입을 틀어막았다. 차라리 꿈 속에서 보았던 지독한 불난리였다면 예상했던 바 이렇게나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진 않았을 것이다. 위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몸을 숙여 바닥만을 내려다 본다. 알고 싶지 않아도, 단숨에 이해가 되는 상황.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나았을 텐데. 그럼에도 저는 움직여야만 했으니. 왕궁으로 향하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는 길디긴 길목에서 오늘 무언가 끝장나리라 직감한다. 지긋지긋한 꿈이든, 현실이든. )
▶:납골당을 벗어나 왕성으로 향하면,
사방이 불타고 있어 길이 어딘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사방에서 멸망의 때가 왔다!는 함성이 들려오고, 거리로 죽지 못한 자들이 걸어들어옵니다.
성전의 아라베스크 무늬는 그들의 손톱에 긁혀 의미를 잃어갑니다.
그 아수라장 중, 궁궐의 벽이 무너집니다.
가장 비천한 자부터 고귀한 자들까지 다를 것 없는 날것의 모습으로 뛰어다닙니다. 죽지 못한 하툰들이 친위대에게 달려듭니다.
권력에 눌린 환관들, 병사들을 제외하면 항거하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체테와 날붙이, 화살들이 죽지 못한 하툰들을 베어내지만 그들이 가른 건 그저 베일과 반짝이는 보석일 뿐입니다. 베일을 병사들에게 집어던진 하툰들이 차츰 세를 불리기 시작합니다.
하렘의 사람들은 새로운 주인 아래 원하던 힘을 찾습니다.
한편 거리에서는, 배와 창고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부유한 자부터 빈한 자들까지 다를 것 없는 날것의 모습으로 뛰어다닙니다. 죽지 못한 해적들이 시민들에게 달려듭니다.
재산가들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담벼락의 문을 걸어잠그고, 범선을 물 위에 띄워 도망칩니다. 그런 이들을 제외하면 항거하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갈대숲을 누비던 발이 대리석으로 된 성전을 피로 더럽힙니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던 담벼락을, 고통도 괴로움도 모르는 육체로 뛰어넘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계층도, 힘도, 재산도 구분되지 않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죽이기 위해 맞서고 있습니다.
▶:누가 저항하든, 그 모든 것은 수많은 시체의 수 앞에서 무의미합니다. 거대한 죽음의 군대가 생자를 물어뜯습니다. 자신과 같이, 죽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속삭입니다.
당신은 그 혼란 속에서, 익숙한 데자뷰를 느낍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앞으로는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누군가를 찾는 것마냥 주변을 살피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어요.
그리고는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돌아봅니다.
▶:마주한 얼굴음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울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우나 감내할 수 있어요. 미래를 바라는 눈은 새파랗게 빛나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안.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티엔, (서둘러 당신에게 다가간다.)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 손 놓지 말아요.
첸 티엔:네? 무슨….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이안 브란트:나중에 전부 말해드릴게요. (언젠가 당신이 말했던 것을, 똑같이. 손을 붙든 채 주변을 빠르게 훑으면, 몇 번이나 바라본 장면이니 수로를 찾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무런 뜻도 없는 꿈인 동시에, 뒤바뀌는 미래를 그리는 꿈. 그 속에서 찾은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한다. 당신과 함께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장기 광기
55
행운50 25 10
실패
▶:두 사람은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부터 화살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간발의 차로 티엔이 날아오는 화살에 어깨를 스쳤으나, 그리 큰 상처는 아닙니다. 고통을 인지하기도 전 수면의 표면이 둘을 사정없이 두드립니다.
귓가와 온 몸을 스치는 부글거리는 물거품이 둘을 감싸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물살에 휩쓸립니다.
물속에서는 시야가 검습니다. 해가 없는 세상에서 물속이란 지하와 마찬가지니까요.
시커먼 어둠 위로, 수면의 붉은 일렁임만이 구별됩니다. 도시의 불길만이 이 암흑을 밝히는 태양입니다.
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거대한 물살이 소용돌이처럼 두 사람을 휘감으면, 몰아치는 파도가 둘을 해안선의 바깥으로 끌어당깁니다.
▶:결국 정신이 든 건, 왕성 근처의 어떤 섬 위입니다. 규칙적으로 등을 쓸고 지나가는 파도가 두 사람을 흔들어 깨웁니다.
차가운 암반과 티엔의 안색은 그 온도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창백한 얼굴이 죽음을 연상시키지만, 분명히 살아있습니다.
첸 티엔:(수 차례 숨을 고른다. 가쁜 숨을 오롯이 들이쉰 뒤에야 주변을 살핀다. 이윽고 푸른 시선이 당신에게로 가닿으면,) …당신도 눈치챘나요? 물밑에서 이상한 주문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이대로 함께 있으면, 둘 중 한 사람은 죽게 될 것 같던데. (여전한 애정만이 당신을 반긴다.)
이안 브란트:(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는 것도 잠시. 걱정스런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더니 곧 떨리는 팔로 당신을 끌어 안는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울지 않는다. 당신이 살아 있으니까.)
하지만…, (뜸.) 떠나지 않을 거죠? 저를 사랑하시잖아요…….
첸 티엔:(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힘주어 당신을 끌어안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이미 수백 번의 꿈속에서 보지 않았나. 그는 미련 없이 등을 돌리다가도, 언젠가부터는 달리기를 주저하였고, 언젠가부터는 뒤를 돌아보았으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도망치길 포기하였으니까.) 곁에 있어도 될까요? 언제까지나….
(한참 온기를 맞대다가도, 이윽고 떨어진다.) …그런데, 당신이 절 구한 걸 모든 이들이 봤을 거예요. 그들은 저희를 찾으려 들겠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당신은 불현듯 깨닫습니다. 모든 이야기에 시작과 끝이 있듯이, 무언가를 소환하는 주문에는 반드시 쌍으로 그들을 송환하는 주문 또한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당신은 그 모든 자료를 읽어내렸을 겁니다.
이안 브란트: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주세요. 영원을 약속해 줘. (차갑지만, 선명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 위로 입을 맞추었다. 마주하던 눈이 살며시 휘었다. 당신이 내게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하였잖아, 그건 나도 그런 것 같아. 그러니, 이번에는 내 영원을 내걸어도 될까. 후회할 일도 없을 테니까.)
… 으음, 저들을 돌려보내는 주문이 있는 것 같아요. 성공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것 외엔 방법이 없어서…. (그는 제가 읽었던 것을, 모두 티엔에게 설명한다.)
첸 티엔:…마침, 여긴 사방이 트여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안 브란트:(망설임의 여지 없이 손을 잡았고,) 이야기를 끝내러 갈까요. (가만 웃었다.)
첸 티엔:(틈 없이 붙잡는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맞아, 이거… 당신이 준 부적이요. 꽤 신기한 거던데. 알고 있었어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빈 손으로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붙들고 물어본다.)
첸 티엔:아~ 그거. 한 번쯤은 소유주를 지켜준다고 하더라고요. 미신이긴 하지만. (문득 묻는다.) …… ……진짜예요?
이안 브란트:미신 좋아하시나 보네. (소리죽여 웃었다.) 진짜래요. 아쉽게도 끝나면 파괴된다고 하는데.
첸 티엔:반짝이는 걸로 하나 더 사주세요.
이안 브란트:어떤 게 좋을지 잘 생각해둬요. 제 옆에 잘 붙어 계시고요. (긴장감 없던 웃음 끝에, 숨을 가다듬더니, 고대신의 수호 주문을 외운다.)
▶:목걸이의 중앙을 따라, 마치 불꽃 모양으로 일렁이는 연녹색의 빛이 흘러나옵니다.
이안 브란트:(그 불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더니, 희미하게 웃는다. 이어 당신과 손을 잡은 채 다음 주문을 왼다. 바람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야기의 다음 장을 열 때가 되었다.)
▶:둘은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끝내고자 선언합니다.
바람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야기의 다음 장을 열 때가 되었다!
▶:바다에서 불어온 돌풍과 사막의 모랫바람, 불타오르는 대지의 냄새가 둘의 주변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지평선에서부터 일어나는 파도의 벽, 그리고 사막에서부터 불어나는 모래연기의 덩치가 마치 화산의 폭발을 연상시켜요.
두번째로 주문을 외치면, 음악을 연주하던 이계의 생물들이 움직임을 멈춥니다. 끔찍한 불협화음이 멎으면, 그들은 음악 대신 그들 자신의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허공에 떠있는 이채, 해가 있던 자리에서 무언가가 일렁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선언을 하자, 그 둘 사이에서 곧은 빛이 하늘로 뻗어나갑니다.
빛이 이채를 가르면, 그를 중심으로 창공과 바다, 땅이 둘로 나뉘어갑니다.
▶:그 모습은 빛의 길처럼 보이지만, 이 갈라짐 사이에서 나오는 수십, 수만가지의 색은 생전 보지 못한 빛의 향연입니다. 행성이 비명을 지르고, 우주가 뜯겨나가며 저항합니다.
일순, 세상이 멈춥니다.
파도가 몰아치던 모습 그대로 굳습니다.
불어오던 모래폭풍이 허공에 뜬 암반처럼 숨을 참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 번져 있는 수채화같기도 합니다.
허공에 튄 물방울이 이채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색색으로 반사합니다. 세계의 멸망이라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서로의 맥박이 잡은 손으로 전해져 옵니다. 그 찰나가 지나면,
마치 그 모든 재해가 거꾸로 돌아가듯 되감깁니다.
세상을 가른 균열이 아물어갑니다.
불어오던 모래폭풍도, 밀려오는 파도도 이전으로 빠져나갑니다.
바람이, 공기가, 대기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듯 휘돕니다. 그 흐름에 흉악한 비명을 지르던 이계의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것들은 구르듯, 혹은 쫓겨나듯 균열 안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들과 함께 죽지 못한 자들,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먼지처럼 스러집니다. 하늘을 떠도는 그 무수한 이계의 생물체들이 한낱 개미떼처럼 보입니다.
▶:세상을 반으로 가르던 이채는 이제는 오색의 태양처럼 큰 빛을 내뿜습니다. 이계와 이곳을 잇는 아주 작은 구멍, 그 구멍이 닫히는 걸 거부하는 것처럼 그 안으로부터 발악하듯 어두운 손이 뻗어나옵니다.
작은 틈 사이로, 그 손틈 사이로 누군가가 이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거대한 빛과 함께 균열은 닫혀갑니다.
하늘에는 언제나 우리를 비추던 해가 떠 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에서 불씨와, 여름의 장미가 내는 녹진한 향기, 소금의 냄새를 전해줍니다.
맞잡은 손이, 그리고 그들이 휩쓸고 간 대지에서 나오는 신음이 우리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첸 티엔:(모든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 입을 연다.) 아까 사 주시겠다고 했던 거 말예요, 목걸이 말고… 다른 걸 골라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어떤 게 좋으신데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첸 티엔:반지요. 이왕이면 약지에 딱 맞는 걸로요.
이안 브란트:… 약지면, 제가 생각하는… 그… ……. (어물거린다.)
첸 티엔:뭘 생각하셨길래요?
이안 브란트:다 아시면서….
첸 티엔:(그 말을 들으면, 한없이 웃어버리고 만다.)
▶:제국이 쌓아올린 문명, 그리고 많은 아름다움은 파괴되었습니다.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이룩한 것들은 찰나의 미미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상처입고, 영생을 바라며 죽지 못한 자가 된 사람들 역시 스러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지켜낸 사람들, 그리고 서로가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예언대로 멸망은 찾아오는 것일지 모릅니다.
예정되어있는 종말을 맞이한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의 삶이 위대한 신의 입장에서, 찰나일 뿐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바람의 시대에서 인간의 삶을 선택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지켜낸 왕국의 이야기는, 하람의 탈출구는 죽음 뿐이기에라는 설화가 되어 끝없이 구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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