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영홍

 


타이포
도입
도화국 185년 모월 모일, 오늘도 도성 안 저잣거리에서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요란합니다.
나라가 저주받았으니, 복사꽃이 피어나는 때 기어이 붉도록 멸망하리라.
언제부터 시작된 소문일까요.
며칠 사이 온 도성에 짜하게 돈 이 소문은 아무리 이 나라 가장 높은 곳에 앉은 그대라 하여도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나라가 멸망하려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기에 이 나라는 여태껏 평화로웠습니다.
그대가 다스리고 난 뒤로는 더욱이 그러하였죠.
당장 풍년이 들고 겨울 걱정이 없다며 감사의 제를 하늘에 올린 것이 몇 달 전이었는걸요.
게다가 사흘 후면 복사꽃이 만발하는 이 계절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 도화제(桃華祭) 역시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멸망이라니요, 그런 불길한 단어가 어울릴 리 없는 곳입니다.
보세요, 오늘도 하늘이 저리 청명하고 아름답지 않던가요.
그렇다 하더라도 불안감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궁궐 바깥으로 몰래 시찰이라도 나서볼까봐요.
평화로워야 마땅한 도성 안을 그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이 기이한 감각이 조금이나마 가실까요.
한참을 고민하다, 그대 곁에 시립하고 선 위 련과 문득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 새카만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것도 같아요.
그래요, 설마 별 일이라도 있겠어요.
비록 오늘도 복사꽃은 피어나지 않았지만….
위 련:(눈이 마주치면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오늘은 궁 밖으로 나갈 계획이십니까?
첸 티엔:(시선이 마주치면, 뒷짐 진 손을 풀더니 손짓한다. 가까이 오라는 것마냥.) 글쎄? 네게만 알려 줄 테니 이리로 와 보련.
위 련:(거리낌 없이 다가가 고개를 들었고, 좁은 거리를 두고) 어디 비밀스런 곳이라도 가실 예정입니까? 어딜 가시든 저는 따라가겠지만….
첸 티엔:(거리를 좁힌 것치고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애초에 밀어를 속삭이기 위해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면 구태여 당신을 곁에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그 답을 알고 있으니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다.) 대로를 둘러볼 예정이란다. 마음만 같아선 후미진 곳의 끝까지 걸음하고 싶다마는, 내 호위는 유~독 날 과보호하려 드는 경향이 있으니 허락하지 않을 게 뻔해. 그렇지?
위 련:(당신을 물끄럼 바라보는 낯은 변화가 없다. 잠시 단어를 고르다가) 그거야… 전하를 목숨 바쳐 지키는 것이 제가 호위로서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감히 말씀을 더 얹자면, 종전에 전하께선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으니 과보호도 아니라고……. (말끝을 흐리는 표정은 언뜻 걱정하는 모양새였다가도 금세 무던해진다. 그야, 그 길에는 제가 함께 할 것이니.) 환복 하시렵니까?
첸 티엔:(눈가를 좁히더니, 손을 뻗는다. 측근의 흉을 어루만지듯 쓸어내리며 모진 말을 했다.) 주제넘은 말을 하는구나. 나는 단 한 번도 네 목숨을 바란 적이 없단다. 아련阿漣, 너는 내 사람이니 내가 바라지 않은 일은 하지 말렴. (말과는 다르게 퍽 다정한 손길이었다. 머지않아 손을 거두고, 다시 뒷짐을 진다.)
네가 도와줄 테니? (이어지는 것은 농이다.)
위 련:(제 시선 앞으로 다른 이의 손길이 와닿으면 일시 눈썹을 찡그리다가도 그 고운 감촉에 눈꼬리를 내리고 만다. 찰나 눈길을 바닥에 고정한 채 주저하였으나, 곧 시선을 들어 두 눈을 마주 본다.) … 군주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건… 사람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락을 구하듯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귓가가 금세 붉어진다.)
첸 티엔:농이란다. 그리 귓가를 물들일 것까지는~ (없지 않으니? 짓궂은 시선은 그리 말하는 듯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리해야지. 처소로 가야겠다. 홀로 걷기 두려우니 함께 가 주렴.
위 련:(그 짓궂은 시선을 흘려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허나 걸음은 주저 없이 당신을 뒤따른다. 언제나 그러하듯 당신과 보폭을 맞추어, 한 걸음 느리게.)
처소로 돌아가면, 잠행을 나가기 위한 환복을 합니다.
당신과 함께 나가기로 한 련 또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옵니다.
위 련:(잠시 당신을 바라보더니, 새어 들어온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을 낮게 묶어주고) 가실까요?
첸 티엔:(그 손길을 피하지 않고 나직이 웃기만 하였다.) 이건 네 일이 아닐 텐데~…. 환복을 도와 달라 말할 때는 들은 체도 안 하더니, 굳이 머리 끈을 찾아 쥐는 연유를 모르겠구나.
위 련:전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거라면 환복까지도 도와드릴 수도 있사옵니다. 허나… 농이지 않으셨습니까. (가끔 당신의 말이 농인지 진심인지 가늠하지 못할 때가 있긴 했지만…. 지금이 이때인가? …… 눈을 도륵 굴리다가 고개를 숙여) 신이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첸 티엔:무례를 범하였으니 죄를 물어야겠지. 명일에도 끈을 쥐고 나를 찾아오렴. (가벼이 대꾸하고는 지나친다. 경쾌한 어조에 걸맞은 가벼운 발걸음이다. 다만 보폭은 좁기 그지없었는데, 당신이 제 뒤를 따르길 기다리는 마음에서였다.)
위 련:그리 하겠습니다. (당신이 지나치고야 고개를 들어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서둘러 당신을 뒤따른다. 제 손으로 묶어낸 검은 머리칼이 걸음에 흐트러지는 것을 한참이나 본 것 같은데도, 당신을 한 걸음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묘한 일이다. 어딘가 홀리기라도 했나, 남몰래 고개를 저어냈다.)
첸 티엔:(걸음 소리가 겹치면, 문득 입을 연다.) 궁 밖으로 나가면, 포목점엘 들러 볼까 싶다. 함께 해 주겠니?
위 련:(새로이 옷을 짓고 싶으신가…, 무어든 원하시는 바 있겠거니 하며 더 생각하지 않고 대답을 내놓는다.) 예, 뒤따르겠습니다.
1일차 낮, 도성
따사로운 봄의 햇볕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낮의 시간, 궁궐의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넓이의 돌담길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걸어 얼마즈음 지났을까요,
눈 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그대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눈부신 일상입니다.
반촌 | 학관 | 저잣거리·장터 | 기루 | 주막 | 빈민가
강가 | 민가 | 빨래터 | 논밭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첸 티엔:(상기된 눈치로 거리를 둘러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본다.) 련아, 밖에서는 나를 어찌 부를 생각이니? 궐에서처럼 경어를 쓰는 것은 눈에 띄지 않겠어.
 :(우선 주변을 살피고, 위험요소가 없음을 확인하면 풀어진 표정으로 당신을 마주한다.) 전, (습관처럼 전하라고 부르려다 말고 우뚝! 서서) … 어떻게 부르셨으면 하… 시나요?
첸 티엔:(눈매가 휜다. 명백히 짓궂은 말을 건네는 투로 말 잇는다.) 가가哥哥~ 정도면 이 저잣거리에 녹아들 수 있지 않겠어. 그렇지 않니?
위 련:저는 가끔 그대가 하시는 말이 농인지 진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색하게 눈치를 살피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잊지 않는다. … 딱히 부를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포복점부터 가시겠어요?
첸 티엔:어려울 게 무어 있나. 네게만은 늘 진심이란다. (그리 불릴 것이라곤 생각조차 안 했다. 정정할 생각 않고 당신의 손을 잡아끈다. 잰걸음을 옮기다 보면, 저잣거리 한 곳에 색색의 옷감이 곱게 늘어진 가게가 보인다.)
네 옷을 새로 지을까 싶다. (점원을 돌려보내고, 손수 옷감을 고른다.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안목은 상인의 것보다 나으면 나았지, 뒤떨어지진 않으리라. 제일 먼저 집어 든 천은 물빛을 띠었다.) 이런 색은 어떠니?
위 련:저를 얼마나 아껴주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에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 (한 걸음 뒤에서 걷는 것이 익숙한 만큼 당장은 당신의 이끄는 대로 옆에 서 걷는 것이 어색할 따름이다.) 저는 새 옷이 필요치 않으니 그대가 필요한 것을 사시는 것이…. (그러나 이미 마음 먹을 대로 먹은 듯하니 더 이상은 거부 의사를 표하지 않는다. 당신이 집어 든 색을 확인하면 저도 모르게 당신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였다가) 마음에 듭니다.
첸 티엔:(맞춰 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뻔뻔하리만치 눈길을 붙잡아 두다가도, 이윽고 거둔다. 직전 고른 옷감을 들춰 둔 채 이번에는 붉은빛의 천을 골라 든다.) 그럼, 이건?
위 련:전에도 비슷한 색으로 선물을 주신 적 있지 않으신지. (제 머리를 살짝 기울이면 머리를 장식한 붉은 천이 흔들리고, 곧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주군께서 제게 쥐어준 것이라면 뭐든 좋습니다.
첸 티엔:뭐든? (재차 묻는다.)
위 련:그리 여쭈시면 답하기 곤란합니다만. (눈치 보다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라면……?
첸 티엔:이런, 미안하구나. 네겐 계속 묻게 돼. 곤란하다면서도 늘 답을 내어놓기 때문인지…. (입가를 가리고 숨죽여 웃었다.)
붉은 의복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들 하지. 그럼~, 련아. 내가 네게 전하고 싶어 하는 길吉은 무어일 것 같으니?
위 련:… 방금 미안하다고 하셨으니 오늘은 더 묻지 않으실 거라고 믿었는데. (멋쩍음에 괜히 눈길을 돌리지만… 이번에도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대 언제나 제게 무운을 빌어주심은 알고 있으나… 정확히 무어라 할 것이 있습니까? (의아한 듯 질문한다.)
첸 티엔:네 짐작과 다른 것이 없단다. 그저 언제나 내 곁에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었어. (점원을 불러 고른 것들의 값을 치른다. 추후 의복이 완성되면 찾아오겠노라 말을 전하고는, 다시금 당신의 손을 붙든다.) 기왕지사 저잣거리에 나온 몸, 주막에라도 들러 봐야겠다.
위 련:그대가 원하기만 하시면, 저는 항상 그대 곁에 있을 겁니다. (나직이 대꾸한다. 당신의 손길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는, 머뭇거리어도 늘 당신의 손을 마주 잡음은 변함이 없다.)
 :주막 : 커다란 주막은 도화국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들어서려 하면 주모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무래도 축제 근방이라 손님들이 지나치게 많은 모양이에요. 죄송합니다 손님! 이곳은 영 무리이니 다른 주막을 찾으세요! 하는 점소이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첸 티엔:(추욱… 처진 눈으로 련이를 봐요)
위 련: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 없……. (잠잠) 쫓아낼까요? (아니다.)
첸 티엔:(눈 동그래지며….) ……으응? 살벌한 농담을 하는구나…. 괜찮으니 다른 곳으로 가 보자. (앞으로 보이는 돌담길로 걸음을 옮겼다.)
위 련:원하시는 것 같길래. 아니면 다행입니다. (저벅저벅...)
 :돌담길의 옆으로는 반촌과 학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첸 티엔:(학관을 기웃거린다.)
 :학관 - 장차 나라의 녹을 먹을 이들이 수학하는 학관입니다. 열띤 목소리들이 이 곳까지 들려오고 있네요. 이곳에는 그대를 알아볼 이들이 여럿이겠지요. 굳이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들려오는 목소리를 가만 듣더니, 문득 말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글에는 재주가 없었단다. 학문에도 큰 뜻을 품지 않았어. 책을 외는 것보단 정자에 올라 거문고를 뜯는 게 적성에 맞았지.
가끔은 백성들에게 미안해지곤 해. 나보단 내 누이가 이 자리에 더욱 걸맞았을 테니 말이야. (흠, 흠. 괜히 헛기침을 한다.) 근처에 반촌이 있었지. 그곳도 둘러보자꾸나.
위 련:제가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전에 연주를 들려주셨을 때를 떠올리자니 실력이 뛰어나셨던 것 하나는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도화제 일 처리로 종일 바쁘셔서 못 들은 지 오래된 것 같긴 합니다만…. 도화제가 마무리 되기만 하면 그땐,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본래의 성정 상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입 밖으로 내진 못하나, 당신의 연주를 다시 듣고자 하는 마음을 조심스레 내비추었다.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연주에 몰두하던 당신의 옆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단 이유였다. 이내 덧붙인다.) 이미 성군이십니다.
 :반촌 -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네요. 지금은 한량들을 제외한다면 다들 관청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죠. 이렇게 한적한 분위기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첸 티엔:네가 바란다면, 얼마든 들려주마.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란다. (즉시 튀어나오는 답을 보아하니 고민 한 톨 거치지 않고 뱉은 말인 듯싶다. 그렇다는 것은 곧 아주 당연한 사실을 입에 올렸다는 뜻이 되나, 당신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으니 첸 티엔으로서는 거리낄 게 없었다.)
한적하군~…. 높은 곳을 보았으니 이젠 아래를 보아야겠지. 빈민가로 가자.
위 련:(요구한 바 있었음에도 이리 쉽게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다. 조금은 놀란 듯 바라보더니, 느슨한 웃음을 지어낸다.) 기다리겠습니다.
 :빈민가 - 낮의 빈민가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합니다. 밤이라고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첸 티엔:(생각에 잠긴 양 검지로 제 볼을 툭, 툭 두드렸다.) 역시~…. (백성 모두가 따듯한 곳에 등을 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말간 얼굴 위로 수심이 드리웠으나, 순간이다.) 기루에는 소문이 모여든다지. 들을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몰라. 같이 가 주겠니.
 :기루 -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직 햇살이 밝은 지금은 그 문이 단단히 걸어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 즈음이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겠죠. 희미한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여즉 나는 것도 같습니다.
위 련:아직 닫혀 있는 곳이 많네요. (가만 당신 옆을 지킨다.)
첸 티엔: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대로 기루를 지나쳐 다리를 지난다. 중심에서 을 내려다보았다.)
 :강가 - 느리게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맑은 물 아래를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분주하게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 다닙니다. 소일거리삼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워 놓은 노인들도 간간히 보이네요. 논밭빨래터민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논밭을 둘러본다.)
 :논밭 - 싹이 난 보리와 농작물들이 그득한 논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있습니다. 새참이라도 먹으려는 참인가봐요, 활기와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대의 가슴 속에서도 열의가 간질간질 피어올랐을 텝니다. 나라의 백성들조차도 이토록 열심이거니와, 하물며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인걸요. 논밭의 옆을 지나치면 문득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첸 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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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농부1: 웜마, 빠닥빠닥 갈라져부렀구만…. 이래가지고 어디 농사 짓겄어?
농부2: 걱정이여.... 보릿고개는 둘째치고 보리도 못 먹게 생겨부렀으니께...
농부1: 에효... 하늘도 무심하시제, 이러다간 올해 농사는 영판 꽁이겄구만.
농부2: 비나 좀 왔으면 좋겄는디..... 어째 이리 시퍼렇게 맑기만 혀....
 :확실히 근 한 달 간 거의 비가 오지 않았지요. 으음, 이러다가는 도화제 대신 기우제를 지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걱정이 마음 한 가득 들어찹니다.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니까요.
첸 티엔:……. (입가가 미미하게 굳는다. 이어 빨래터로 향했다.)
 :빨래터 - 수양버들이 한가롭게 흔들리는 아래로, 아낙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넙적하고 판판한 돌 위에 젖은 천이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하는 소리,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떠드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아낙네1: 어디서 그런 노래를 배워왔는지 영판 모르겠다니까.
아낙네2: 글쎄, 웬 남자였다고 하던디….
아낙네1: 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런 쓰잘데기없이 불길하기만 한 노래를 가르쳐주는 놈이 있단 말여?
아낙네2: 가르쳐줘도 안 부르면 될 것인디… 엉덩이를 호되게 때려줘야 그만 부르련지 원….
아낙네1: 어떻게 생긴 놈이여? 내 만나면 아주 요절을 내버릴 것이여.
아낙네2: 그게…, 어떻게 생겼다더라?
머리도 눈도 새까만 사내였다던 거 같은데, 그런데 한쪽 눈이 애꾸에 영판 거지꼴이라. 얼굴도 어디 거하게 데인 것 같드만.
 :듣고 있자면 문득 위 련과 눈이 마주칩니다. … 새카만 눈과 머리카락. 닮았네요. 하지만 그가 그럴 리가 없죠. 그저 어딘가 닮은 사람인 걸까요?
아무튼 누군가가 노래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이 상황이 당혹스럽습니다. 그 노래를 퍼뜨리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유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첸 티엔:(눈이 마주치면, 금세 고개를 돌린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이 나를 곤란케 할 리 없다.) …손 좀 잡아주겠니? 조금~… 불안해서.
위 련:그저 소문일 뿐입니다. 부디 걱정 마시길. (손을 뻗어 맞잡아온다.)
첸 티엔:(익숙한 온기가 닿아오면, 그제야 민가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들이 만연하고, 저 한 곳의 서당에서는 소리 높여 글을 읽는 목소리도 한창 들려옵니다.
첸 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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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59
판정결과:보통 성공
 :귀를 기울이니 그 사이에 섞여 있는 노래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위 련:(표정이 미묘하게 굳는다. 걱정이 한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돌아보며) 멈추게 할까요?
첸 티엔:(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되었다. 그럴 것까지야.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눈을 깜박인다. 그렇게 수 초, 정적이 오간다. 이윽고 맞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더니 왕성을 향해 몸을 튼다. 관청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니다. 가는 길에 저잣거리를 둘러봐야겠다.)
 :저잣거리·장터 -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지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첸 티엔:(쫑긋...)
백성1: 곧 축제가 열릴텐데, 이리도 사람들이 적어서야 어쩌면 좋담.
백성2: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들긴 하더이다, 예년보다야 훨 적은 숫자라고 하지만서도….
백성3: 역시 그 소문 때문이겠지요, 멸망하고야 말 거라는….
백성2: …거짓말이겠지요?
백성3: 글쎄요, 당장 복사꽃이 피어나지 않는데 그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축제를 앞두고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며 자리를 뜹니다.
얼추 도성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지요.
다시금 돌담길을 걸어 왕궁의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노을이 지는 하늘, 련과 걸어 들어오는 길 위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비쳐듭니다.
따스하고 다감하여 그대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위안이 되어 주어요.
1일차 낮, 사건1
도성 시찰의 마지막 여정은 왕궁 안이 됩니다.
관청에서 슬슬 퇴근하는, 혹은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고 있자면 어느새 발걸음 끝에 닿는 곳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후원입니다.
도화국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이 나라 곳곳에 복숭아 나무들이 가득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가꾸어지는 곳을 고르라면 분명 왕궁의 후원 안에 있는 복숭아 언덕일 테지요.
겨울이 지난 덕분에 날이 길어 여즉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후원 안쪽, 수로가 흐르는 돌담을 지나치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 복숭아 나무들이 언덕 아래서부터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꽃망울들을 올려다보면, 오늘도 피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된 일일까요….
생각하던 찰나, 시선의 끝에 문득 거슬리는 것이 보입니다.
첸 티엔:(자세히 볼 수 있나요?)
자세히 본다면, 분명 저것은 누군가의 옷자락입니다만...
이 곳에 사람이 있을 이유가 있던가요?
그러나 그대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그대의 호위무사가 앞으로 나섭니다.
입가에 손가락을 하나 대는가 싶더니, 기척을 죽여 옷자락이 흔들렸던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요.
' 챙강! '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첸 티엔:(불안이 가중된다. 숨을 죽이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을 내디딘다.)
그가 향한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면 누군가를 향해 검을 마주 겨누고 있는 련이 보입니다.
어라,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은….
□ □:….
검을 쥔 손끝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처투성이입니다.
고 있는 옷은 반쯤 해졌고 얼굴이나 몸 곳곳에 오래된 화상 자욱이 남은 모양이 흡사 거지꼴에 가깝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검은 머리가 길게 허리까지 늘어져 있고, 한 쪽만 남은 올곧은 흑색이 상대를 곧게 응시합니다.
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랍도록 이질적이고 당혹스러운 어느 것이 있습니다.
그는 닮았어요,
아니,
꼭 같이 생겼습니다.
그대 앞에 서 있는 위 련과요.
곳곳에 있는 화상 자욱과 눈 하나 없는 것을 제외하자면 쌍둥이라 믿어도 될 정도입니다.
황급히 련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 역시도 명확하게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SanC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위 련:… 누구입니까? 신분을 밝히십시오.
나오는 목소리의 끝에는 약간의 떨림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는 말끄러미 위 련을 응시하는가 싶더니…,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이번에 닿아오는 시선의 끝에는 그대가 있습니다.
그가, 말끄러미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 눈 안에서 흔들리는 감각은, 글쎄요. 헤아릴 수조차 없이 무수한 어느…….
그가 훌쩍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그는 련이 따라붙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였습니다.
아연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련은 그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옵니다.
위 련:(칼을 쥔 손에는 가느란 떨림이 있다. 칼을 칼집에 집어넣곤) 괜찮으십니까? … 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겠습니다.
첸 티엔:(반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다만, 손아귀에 잡힌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허공을 쥐어 낸 손을 가만 내려다보다, 황급히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겨 낸다.) 련아, 너…….
(다급한 손길 숨길 생각도 않고 당신의 눈가를 더듬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선명한 빛을 띠고, 그 눈부처에 제 모습이 어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떨림을 거둔다.) …아니, 아니다. 어디 다치진 않았고?
위 련:(고개를 돌리면 흑색의 두 눈이 당신을 맞는다. 눈가에 닿는 손길을 밀어내지도 않고, 그저 손 끝에 힘을 주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아 둔다. 내색하지 않으려는지 담담한 투로)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다친 곳도 없고, 괜찮습니다. 다만……. (그는 누구일까요, 이어질 말은 분명하나 입술을 꾹 다문다.)
첸 티엔:(이상하리만치 위 련을 닮은 자. 당신의 얼굴쯤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었으므로, 자신이 본 것이 착각이 아니란 사실이 첸 티엔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가 소문의 근원임을 안다. 그러나,) …다만, 내 곁에 있어. (낯익은 얼굴이 상처에 뒤덮여 있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
련아, 나는 백사는 될 수 없는 성정이란다. 천 년이란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이루어 내거나, 누군가를 기다리진 못해. (행여 네가 치명상을 입어 죽기라도 한다면? 거북한 가정을 했다.) 그러니 너는 다치는 일 없이 내 곁에 남아주어야 해…. 알겠니?
위 련:(오늘은, 한 번 더 결례를 범하기로 했다. 당신이라면 나를 용서할 테니. 망설임 없이 제 쪽에서 왕의 손을 붙잡았다.)
그렇다면 지금만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거스를 수 없도록…, 부디 명령하세요. 언제까지나 당신의 곁을 지키는 일도 저의 쓰임이라고. 그리 명하신다면 저는 그대가 원하실 때까지, 그대의 곁에 있을 것이옵니다. (나지막이 내뱉은 말 위로 희미한 웃음을 쌓았다.)
첸 티엔:(고개 숙이는 방법을 알지 못하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시선을 내리 까는 것이 전부다. 맞잡은 손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쓰임을 다하고자 새겨진 상처를 어루만지다 보면, 첸 티엔은 위 련의 쓰임에 대해 번민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 그럼….
호위, 위 련은 예를 갖추고 왕명을 받들라.
위 련: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잠시나마 손을 놓고는 자세를 낮추었고, 다시 고개를 들면 그대와 눈이 마주하길 기다린다. 언제나와 같이.)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첸 티엔:(당신이 자세를 낮추면, 그대로 손을 뻗어 머리 끈을 풀어낸다. 무어라 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붉음을 띠는 그것을 제 소맷단 속으로 갈무리했다.) 이 순간부터 위 련은, 이 끈이 해지기 전까지는 다칠 수 없고, 내 곁에서 멀어질 수 없느니라. (권위를 앞세워 억지를 부린다. 드물게도 명백한 하대마저 입에 올리면, 그제야 눈을 마주한다.) ……그러니 함께 가 주렴. 나를 홀로 두지 말아.
위 련:(나풀대던 머리끈이 제게서 사라지면, 항시 잊지 않고 착용하던 것인 만큼 어색함이 느껴져 손을 올려 머리를 매만진다. 허나 당신이 주었던 것이니, 당신이 거두어 가는 것도 이상하진 않아,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길이 어두우니 제 손을 잡으시지요. (해가 완전히 지지도 않았는데도, 돌아갈 길이 훤히 닦여있는데도 그는 그리 말하였다. 옅은 온기로나마 당신의 불안을 덜어주고 싶었다. 함께 있을 것이라고, 멀리 가지 않겠다고.)
첸 티엔:(말없이 당신의 손을 붙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왕궁으로 돌아가며, 머릿속으로 곱씹어봅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1일차 밤, 왕궁
어둠이 찾아들어도 그 기이할 정도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아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침전에 들었습니다.
련은 그대에게 경비를 강화하겠노라며,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장에 종을 울리라 몇 번이고 이야기하고 문 바깥으로 시립합니다.
그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새벽입니다.
그대 뒤로 찾아든 선득한 것을 감각하던 순간.
□ □:……
등 뒤를 돌아보면 그가 서 있습니다.
그대가 아는 위 련과 꼭 같은 낯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연히 다릅니다.
얼굴 곳곳에 얼룩진 화상 자욱과 가려진 한 쪽 눈은 그에게 무엇인가 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합니다.
□ □:… 전하.
얼마나 시선을 마주했을까요.
그가 서슴없이 그대 앞에 무릎을 꿇어 부복합니다.
새어 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어느 슬픔과 그리움에 잔뜩 젖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첸 티엔:(선연히 다르나, 그 또한 위 련이었다. 읊조리듯 탄식한다.) …어찌 이리 다친 거니. 나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았을 텐데.
□ □:(자신을 다른 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아연해지는 것도 잠시,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는) … 호위 위 련,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걱정하는 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도화국의 멸망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머뭇거림 없이 이어서) 지금 불려지고 있는 도화국의 멸망에 대한 노래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도화국은 반드시 멸망하게 되며, 전하께서도 필히, (잠깐의 호흡 끝에 다시 말을 잇는다.) 목숨을 잃으실 겁니다.
첸 티엔:(복사꽃이 피어나는 때 기어이 붉도록 멸망하리라. 소문을 떠올리며 입가를 늘어트린다. 웃음기 하나 담기지 않은 눈이나, 당신만큼은 다정히 품어 낸다.) 불경한 소리를 하는구나.
(그러나 당신이 감히 내게 거짓을 고할 리는 없다. 들이밀어진 전말을 그저 담담히 수긍하며, 뜬금없게도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렴. 네게 무릎 꿇으라 명한 적 없단다. 할 말이 남았다면, 널 일으킨 뒤에 들으마.
余 漣:(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피한다. 허락 받지 않은 자가 왕의 침전에 숨어 들어온 것부터, 제가 내뱉는 모든 말들이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어 그는, 제 앞에 내밀어진 손을 붙잡는 데는 거리낌이 없었으나, 손을 놓음에는 찰나 주저하였다. 곧 꿇은 무릎을 바로 세우면, 걱정 어린 음성이 이어진다.) 모두 들어주실 겁니까?
첸 티엔:(어렴풋이 웃는다.) 내가 너를 마다한 적이 있었니.
余 漣:(당신의 웃음에 한참 시선을 고정했다, 고개를 숙인다.) 도화국은 이미 멸망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소인은 죽지 못해 살아남았고, 도화국의 멸망을 막고자, (무언가 말하려다 뚝, 멈추었다. 곧 단어를 바꾸어 말을 잇는다.) … 인과의 법칙을 거슬러 이 곳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리 누추한 모습으로 전하 앞에 나타난 것은, 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길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마냥 무던하던 낯에 희미한 기쁨이 스쳤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단 사흘만, 저를 믿고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첸 티엔:(상처투성이인 얼굴 위로 기쁨이 스치면, 도리어 슬퍼하고 만다. 하늘을 띠던 눈동자가 물을 닮는 순간이었다. 다만, 유약함을 드러낼 수는 없으므로 평정을 가장한다.) 누추하지 않아.
(단언한다. 그리고는 재차 손을 뻗었다. 그 뺨을 어루만지려다, 행여 제 손끝이 고통을 덧나게 할까 두려워 멈추어 낸다. 어색히 그친 손이 당신의 귓가를 서성이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는 거두어진다.) …그 사흘간, 네가 아플 일이 없다면야.
余 漣:(푸른 두 눈을 바라보면 입술을 천천히 떼다가도, 아무 말도 뱉지 못한 채 다시 입을 다문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리 전하고 싶었다. 그 슬픔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주제 넘는 말을.)
저는 괜찮습니다. (당신의 손이 닿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이어질 사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지, 의미를 구분하기 모호한 말을 한다. 훌쩍 일어서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전하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첸 티엔:…길이 어두워 빈손으로는 걸음을 떼지 못할 것 같아. 네가 좀 도와주겠니.
余 漣:… (손을 붙잡으려다) 그 전에 환복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첸 티엔:(의아함을 내비쳤으나, 그마저도 잠시였다. 순순한 수긍의 바탕에는 짙은 신뢰가 깔려 있을 터다.) 그래,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네 도움을 받아야겠구나. (무언갈 고민하기라도 하듯 눈을 굴리더니, 문득 묻는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환복한 뒤에 네 머릴 묶어 줄까 하는데. 어찌 생각하니?
余 漣:그 정도면 늦어지지는 않을 테니, 전하가 원하시는 대로 해주십시오. … 부족하지만 도와드리겠습니다. (수수해 보이는 어두운 색의 옷가지를 챙겨 앞에 선다. 어색한 손길로 옷의 매듭을 풀어내다 문득 말을 꺼낸다.) 곧 보게 될 것들에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
첸 티엔:널 처음 봤을 때만 할까. (무딘 손길을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상황에서든 나를 중히 여기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는구나 싶어 힘없이 웃어버리고 만다. 종내에는 당신의 손을 부드러이 감싸 쥐고, 밀어낸다. 내뱉는 말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다.) 한 세월이 걸리겠구나. 되었으니 물러나 뒤를 보고 있으렴.
사방탁자 위에 함을 놓아두었는데, 그걸 보며 기다려주겠니. 아랫것들 몰래 많은 걸 모아두었지. 네 마음에 드는 끈을 골라두는 것도 좋겠구나. 원한다면 가락지를 내어줄 수도 있단다.
余 漣:그리 갑작스레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었으나 계획이 틀어져…. (어설픈 미소를 흘렸다.) 그 정도로 손이 둔하진 않으니 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말과는 달리 옷의 앞자락을 놓고 쉬이 밀려난다. 뒤돌아 서는 이의 귀 끝이 어렴풋하나 붉어졌다. 이어 걸음은 당신이 말하는 대로 향하였으나 함의 겉 모양새를 가만 구경할 뿐, 먼저 그것을 열어보진 않는다.) 머리 끈이면 충분하며, 원하는 바 있다면 그것을 전하께서 골라주셨으면 합니다.
첸 티엔:(의복을 갈아입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몇 차례 천과 천이 스치며 사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이어 발을 떼기라도 하였는지 걸음 소리가 났다. 소리가 멈춘 곳은 당신의 등 뒤였다.) 열어 보래도. (검은 머리가 당신의 어깨 위로 늘어진다. 귓가에 대고 말을 늘어놓는 꼴은 연정을 속삭이는 이와 다를 바가 없으나, 자각은 없다.) 싫어하는 걸 안겨줄 수는 없잖니. 적어도 네가 바라는 색의 끈을 골라 주렴.
余 漣:(그는 태생부터 동물적인 감각이 예민하였으며, 특히나 왕의 호위를 맡은 뒤엔 작은 소리 하나에도 크게 반응하였다. 허나 당신의 발걸음만은 항상 귀 기울이되 경계한 적 없었으며 그것은 몇 번의 시간을 반복하든 같았다. 위 련은 간만에 타인의 걸음걸이에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제 등을 내보였다.)
전하께서 내려주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명을 거절할 순 없어 짧은 침묵 끝에 대답을 내놓았다. 하나 남은 시선을 당신의 눈동자에 고정한 채.) 그럼, 푸른색이 좋겠습니다.
첸 티엔:(시선이 맞닿으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눈을 휜다.) 원한다면.
(함을 열어 푸른 끈을 꺼내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머리를 묶어 낸다. 손빗으로 잔머리를 빗겨 주며 묻는 것은, 순수한 의문이자 미미한 자책이었다.) 네 곁에 있었을 나는, 네 머리를 묶어준 적이 없었니? 네가 내 선물을 잃어버렸을 리는 없을 텐데.
余 漣:(당신에게 제 머리카락을 맡긴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으면 당신의 다정한 손길에, 마음이 간지러운 감각에, 목덜미가 언뜻 붉어진다. 이어지는 물음에는 일순 시선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회한이 묻어나는 투로,)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첸 티엔:……그래, 그랬구나. (짤막이 수긍했다.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성치 않은 몸을 보아하니 험한 일에 휘말린 것이 분명하고 얄팍한 끈은 풍랑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오히려 잘 되었어. 덕분에 네게 새 물건을 안겨줄 수 있게 되었잖니. (끊어진 끈은 다시 이어내면 된다. 첸 티엔은 자신했다. 몇 번이고 그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기쁘단다. 그러니 너도 자책하지 말렴.
余 漣:(퍽 다정한 목소리에도 감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당신이 저를 질책할 거라 생각한 적 없다. 다만, 잃어버린 붉은 끈을 떠올리면 위 련은, 언젠가 그것과 함께 떠나보낸 자를 떠올리고 말아, 그런 연유로 그는 자책 말란 당신의 말에 대답할 수조차 없었다. 그 슬픔에 어찌 예의를 차릴 새도 없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하며, 한 손을 당신에게 내밀었다.)
첸 티엔:(답지 않게 내밀어 진 손을 바라만 보았다.) 련아, 아련阿漣.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고개를 들어 주어. (재촉하듯 손을 붙잡는다. 부러 짓궂은 목소릴 냈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 너를 보는 건 썩 괴로운 일이거든.
余 漣:… 예, 전하. (그 부름에 잠깐이나마 당신을 마주한 뒤엔 바삐 걸음을 옮긴다. 매일같이 그렸던 그대라도, 계속 눈으로 품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나는 몇 번을 이어내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고, 그건 아마… 그대 또한 그렇지 않은가. 뒤이어 그가 향하는 방향은, 밖이 아니라…,)
그는 방 한 구석으로 향하여,
그곳에 있는 화병을 자연스럽게 옮겨두고 몇 번인가 벽을 두드리면…
소리도 없이 벽의 한 구석이 문처럼 미끄러져 열립니다.
그대조차 모르던 통로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면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 평화가 지속되어 잊혀졌을 뿐입니다,
미소 짓던 이는 그리 말하던가요.
통로의 안쪽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습기의 냄새가 났습니다.
통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요, 굽이굽이 갈라지는 몇 갈래의 길에서 그는 주저없이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이내 막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천장 쪽에 있는 뚜껑을 밀어내면 그 사이로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이 드러나네요.
여긴 어디인가 생각하고 있노라면 련이,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단단한 손을 잡으면 그대로 몸이 끌어올려집니다.
여긴…, 복숭아 나무 숲이었네요.
도성 곳곳에 있는 복숭아나무 숲이 이런 용도를 겸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나왔던 출구를 그가 수습하는 사이 좌우를 돌아보면 오른쪽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기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습을 마친 련은 자연스럽게 그대를 기루 쪽으로 인도합니다.
험상궂게 생긴 경비가 기루의 출입을 막아서려 들면, 그는 자연스럽게 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어 보입니다.
명패를 보자마자 얌전해진 경비를 지난 이후로, 꼭 자기 집마냥 기루를 성큼성큼 지나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복도를 거침없이 걸으며 몇 개인가의 방을 지나치더니, 이내 가장 안 쪽의 방 하나로 들어섭니다.
그리고는 여즉 비어 있는 방 안, 병풍의 뒤로 티엔을 숨깁니다.
余 漣:무슨 이야기가 들려도 소리 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첸 티엔:(수 초간 당신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곧 자리로 돌아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술상을 주문합니다.
...
시간이 지나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몇 명인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 발소리가 다소 많습니다.
하나, 둘, 셋… 몇 명이나 되는 걸까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입니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바싹 주의 깊게 들어보자면…,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위 련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몇 개인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余 漣:분명 축제의 시작까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할 것입니다.
???: 호오, 확실한가. 자네의 예언은 언제나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이 날씨마저도 예언할 수 있는 지는 몰랐군.
余 漣:그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 그렇다고 해도 말야, 자네의 덕분에 계획이 더할나위없이 순항하고 있다네.
??: 이대로만 간다면 자네도 분명 본국에서 커다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余 漣:상이라 하시면…,
???: 원하는 것은 전부 다 가질 수 있겠지, 이 도화국을 다스리게 해달라 청하여도 기꺼이 폐하께서는 들어주실 것이네.
余 漣:…… 그것 참, … 분수에 벅찬 청이로군요. 저는 그저 평안히 먹고 살 정도로면 만족합니다.
???: 하하…, 하긴, 몽땅 불타 없어지고 나면 다스릴 것도 없겠지.
??: 그러고 보니 말인데, 잘 숨겨 두었나?
???: 아아, 물론이지. 빈민굴에 아주 꼭꼭 숨겨 두었다고.
??: 반드시 축제의 시작까지는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되네, 명심하도록. 폐하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괴상한 노래가 돌기 시작해서 아주 신경쓰인다고.
???: 그래봤자 허수아비 군주인데 알아채기나 하겠나? 하하. 우리에게는 예언자가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걸세.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익숙한 목소리… 인 것 같은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대가 이런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느낄만한 상황이 특별히 있던가요?
...
이후로도 몇 번씩이나 서로의 입단속을 다짐하던 그들 모두가 이 방을 뜨고 나면,
그제서야 련은 그대를 병풍 뒤에서 나오게끔 합니다.
그 얼굴은 침중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余 漣:돌아가실까요, 날이 밝아오기 전에.
첸 티엔:(묻고자 한다면 무엇인들 물을 수 있겠으나, 구태여 파고들지 않았다. 그저 손을 내밀 뿐이다.) 꼭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선…. (이어지는 한숨.)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余 漣: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전하께서 괴로워하지 않길, 하고…. (애초에 이 반복의 이유는…. 그래, 지금 와서 제 모든 행동들이 도화국을 위한 것이라 말함은 핑계에 불과하다. 나는, 오로지 그대를 위해……. 당신이 내민 손을 붙들곤, 손등 위로 짧게 입술을 묻었다.) 돌아가요.
그대가 다시금 왕궁의 침전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이미 날이 슬슬 밝아올 즈음입니다.
余 漣:… 오늘 밤, 같은 시각에 찾아오겠습니다. 빈민굴로 가야 할 일이 생겼으니.
첸 티엔:…네가 무얼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저는 길고, 결심은 짧다. 맞잡은 손을 놓고 한 걸음 다가섰다. 가까이서 당신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감싼 붕대 위로, 더는 푸름을 담을 수 없는 눈이 위치한 자리에 입을 맞추고서야 물러섰다.) 이 이상 내가 사랑하는 걸 잃지 않게끔 노력해 주겠니. 어명이란다.
余 漣:(놀라는 것은 아주 잠시이고, 상처 입은 얼굴에는 적나라한 애환이 드러났다. 기쁨과 슬픔, 자책, … 갖은 감정이 점철된 낯은 곧 하나의 표정으로 수렴한다. 그는 덧없이 웃었다.)
많은 걸 사랑하시잖아요. (그러니까, …. 어명이라는 말에도 한 끗 끄덕임조차 없다. 그는, 당신이 아는 위 련에 비해 유난히 대척이 없다. 그는 몇 초간 문을 응시하더니 오늘 밤 뵙겠다는 말을 다시금 남기곤 훌쩍, 창문을 넘어 사라진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위 련의 목소리입니다.
위 련:기침하셨습니까, 전하?
직전까지 들었던 목소리와 다를 바 전혀 없는.
2일차 낮, 사건2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첸 티엔:
건강
기준치:75/37/15
굴림:71
판정결과:보통 성공
건강합니다... 건강해요!
조금 피곤하기야 하지만 어떻게든 눈을 부릅뜹니다.
그야 그대는 한 나라의 군주인걸요, 고작 하룻밤 샜다고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 쓴 맛에 달나라에 갔던 정신마저 번쩍 든다는 차를 물처럼 들이키고 나선 회의장으로 향합니다.
회의에서는 오늘도 도화제에 대한 여러 회의가 한창입니다.
축제에 관한 세부 사항은 관련 세부 기관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지만….
그러던 와중에 귓가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축제의 첫날 밤에 이루어질 불꽃놀이에 관련한 내용이네요.
이 불꽃놀이는 매년 열리는 도화제의 명물이기도 해서, 타국에서도 보러 오는 이들이 아주 많은 편이랍니다.
불꽃놀이 이전에 그대가 연설을 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신하1: 불꽃놀이에 대해서 재고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신하1: 최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잔불이 커다란 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으니…
□□□: 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신하1: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난다면,
□□□: 어허! 괜한 소리 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 문득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꽃놀이를 강행하자고 열변을 토하는 관리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그렇네요, 이번 도화제를 주관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부처의 장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요. 이재하였지요.
도화제의 전반적인 진행과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특별설립부처의 장을 맡고 있는 이입니다.
원래의 관직은 예부상서로, 의례적 절차를 담당하는 예부에서 도화제의 전반적인 준비를 담당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어제의 대화와 더불어 반드시 불꽃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합쳐보면…
그렇네요.
어쩐지 그의 태도가 참 껄끄럽고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한 부의 상서씩이나 되는 사람을 내치기에는 마땅한 물증이 없습니다.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행동할 수 없습니다.
생각에 잠겨 말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회의가 끝나고 관리들이 빠른 속도로 물러갑니다.
그대의 곁에 련이 시립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서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이는 사정을 설명한 후 련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함께 움직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그대가 철인이 아닌 이상 쉬어야 한다는 것은 마땅합니다.
또다른 이가 찾아올 밤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요.
첸 티엔:(곁의 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인다.) 련아, 아무래도 궁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2일차 낮, 도성
그대는 련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이 왕궁의 옆문을 지나 돌담길을 걷다보면 저잣거리로 이어집니다.
축제의 전날인지라 어제보다도 훨씬 붐비는 것 같네요.
오늘도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다지만…,
오늘따라 손님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기름 가게 주인이 눈에 띕니다.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손님: 기름 값이 금값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만.
기름 가게 주인: 어휴, 그렇게 많은 기름을 다 어디다 쓰려는 건지….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겠어.
손님: 하긴, 노래도 구구절절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지… 도대체 어디에서 사가는 건지."
기름 가게 주인: 당장 내일이 축제인데 말이여……, 그런데 정말 그 멸망이란 것이 올까?
손님: 예끼! 거 불길한 소리 하고 있어.
대화를 통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슬쩍 련이 뒤에 숨으며….) 저게 다 무슨 소리람? 노래라면 어제 들었던 걸 말하는 걸 테고, 기름값이 올랐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구나. 네가 가서 무슨 연유인지 들어나 봐 주렴.
위 련:제가…요? (제가요?)
첸 티엔:안 돼? (안 되나?)
위 련:안 되는 건 아니지만…. (눈 데록)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첸 티엔:(방긋~)
위 련:어디 가지 마시고 조심히 자리에서 기다리십시오….
첸 티엔:그래, 그래.
위 련:(당신의 요구(?)에… 그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아리송한 얼굴로 곁에 돌아온다.) 대단히 중요해 보이는 얘기는 없었습니다만….
최근 들어 기름을 파는 가게의 기름이 동이 날 정도로 사들여졌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도화제 기간에는 으레 있는 일이라지만, 그런 것 치고도 지나치게 많아서 기름 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그리고, 또 뭐더라. (가물가물 손을 접어가며 얘기를 이어 나간다.)
직접 사러 오는 것이 아닌 아랫사람들을 부리는 것으로 보아 기름은 아마도 반촌에서 사들여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개인 불꽃놀이 혹은 다른 기름을 사용할 만한 일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 아닐지, 하고 말씀해주시던데….
노래는 전… 아니고, (전하라고 말할 뻔했다. 입을 꾹 다물었다가) 도련님께서 예측하신 게 맞더군요. 이외엔 더 이상 중요해 보이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반촌에서 사들여지는 것 같다, 라고 하면… 역시 예부 상서일까요.
그의 자택에 찾아가 본다면 물증을 구할 수 있을까요?
당장에 의심가는 것은 그밖에 없습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렇지만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기루에서 들었던 말들을 미루어보건대, 숨겨두는 것은 빈민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렇지만 반촌에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확실히 예부 상서도 반촌에 살고 있으니까요.
확인차 한 번쯤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 잠깐만요.
그나저나 우리… 예부 상서의 거처는 알고 있던가요?
첸 티엔:(잘했다며 마구마구 도닥여 주는 것을 잊지 않고….) 그럼, 반촌으로 가봐야겠다.
위 련:다음부턴 대신 안 가드릴 겁니다. (마구 도닥임 받고 함께 반촌으로 저벅저벅…….)
 :반촌 -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관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덕에 인기척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그나저나 이 많은 집들 가운데 어떻게 예부 상서의 집을 찾아내죠?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아 이거 골치아프네…, 한참을 헤맸지만 고래등같은 집들은 전부 비슷비슷할 뿐입니다. HP-1.
지쳐서 포기할 즈음이 되어서야 눈 앞의 명패에 [이재하]라고 적혀 있는 기와집이 들어옵니다.
첸 티엔:(어떻게든 잘 찾아온 것 같은데? 뭔가 살펴볼 만한 것이 있나요 기웃거립니다 ...)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아니, 사실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반역이며 방화라니, 감히 이 평화로운 도화국에 그러려는 이가 얼마나 있겠어요.
어젯밤 겪었던 일들 전부가 꿈이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 꾸며낸 거짓말이라 믿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어젯밤 찾아들었던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아른거립니다. 그 얼굴에 얼룩졌던 화상 자국이며 안대로 가려졌던 한쪽 눈 같은 것들, 혹은 그대를 불러오던 그 목소리…….
생각이 많아진 채로 터덜터덜 돌아나오던 찰나, 파드득 날갯짓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어라…? 지금 뭔가를 보았나요?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예부 상서의 집으로 무리지어 날아드는 새 가운데 한 마리의 발목에, 작은 대나무 통이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도 전시에나 쓰일 법한 잘 훈련된 전서구 같네요. … 그런 것이 왜 도화국에?
첸 티엔:련아, 너도 봤니? 이 도화국 안에서 전서구를 쓰는 이가 있을 줄이야.
위 련:예, 봤습니다. 현 도화국에 그런 것이 쓰일 일이 있을 리가 만무한데.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예부 상서의 집을 바라보다) 허나 지금은 들어갈 방도가 없어 보이는군요….
첸 티엔:어쩔 수 없지. 책잡힐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니,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헌데…. 한동안 헤맨 탓인지 피로가 가시질 않는구나. 네가 끌어준다면 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손잡고 싶음~)
위 련:(당신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아침에도 피곤해 보이시던데, 정말 제가 손을 잡아드리는 것만으로도 괜찮으신지…. 많이 힘드시다면 사람을 불러 오겠습니다.
첸 티엔:다른 이들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그랬다간 기다리는 동안 수마에 질 것 같구나. 지금은 네 손만이라도 빌려주련? (뻔뻔스럽게도 손을 내민다.)
위 련: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등을 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 말씀하신다면…. (주저하더니 손을 살며시 붙잡는다.) 돌아가시는 대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첸 티엔:두 다리가 멀쩡한데 네 등을 고생시킬 필요는 없지~. (미지근한 온기가 닿아 오면, 그제야 걸음을 뗀다.) 그래, 쉬어야겠어. 그동안에도 곁을 지켜 주겠니? 지난날에 알려 주었던 곡조를 불러 주어도 좋고. 네 목소리를 들으면 좀 더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거든.
위 련:(당신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제가 하는 일이 전하의 곁을 지키는 일이니, 명하신다면 언제나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노래는 조금 … 자신 없지만. (얌전) 잠이 드신 뒤에 물러나겠습니다.
그나저나…, 도화제가 끝난 뒤에 하고 싶은 일은 없으십니까? 요새는 축제 문제로 정신이 없어 매일이 바쁘시니 어쩔 수 없다지만…. 원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미리 일러두어 준비하겠습니다.
첸 티엔:음~…. 일러둘 것도 없기는 하다마는, 한적한 곳에 올라 현을 튕기고 싶긴 하구나. 누군가가 내 연주를 듣고 싶다 청하여서 말이야. 기껏 들어낸 바람인데, 이루어 줘야지. 안 그러니?
위 련:매번 소박한 것들을 청하시니 힘 들일 것이 없어 아쉽습니다. 가끔은 거창한 것을 원하셔도 좋을 텐데요. (엷은 미소를 띤 채) … 예. 언제나 분에 넘치는 약속을 받는 것 같아 황송할 따름입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저 편에 깔려 있습니다.
일단은 돌아가볼까요?
밤에 찾아올 손님을 맞이하려면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자 둬야 합니다.
2일차 밤, 빈민가
...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눈을 뜨면 어둠뿐인 방 안에 시선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대가 일어나기까지 내도록 기다린 것일까요.
앉아있는 자세에는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일어나셨습니까, 묻는 목소리 역시 여상하고 다정스러울 뿐입니다.
첸 티엔:이런…. 깨우지 그랬니. 네 곁에 있었을 나도, 너라면 그래도 된다고 일러두었을 텐데 말이야.
余 漣:어제도 소인이 찾아오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셨을 듯하고…, 당장 서두르지 않아도 되어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미미하게 웃었다.) 그럼, … 한결같은 나의 주군이시여. 오늘도 저와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첸 티엔:잠시만, 흐트러졌구나. (팔을 뻗어 지난날 묶어 준 끈을 매만졌다. 머지않아 손을 도로 거두었으나, 아쉬운 낯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되었다. 좀 더 단장해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은 없겠지.
余 漣:……. (잠시나마 곤혹스런 표정이 스쳤고, 곧 아무렇지 않게 그 손을 재차 붙잡아 일으켜 주었다.) 가시지요.
오늘도 그는 자연스럽게 그대를 이끌어 침전의 비밀통로로 향합니다.
먼지와 습기찬 통로를 지나 뚜껑을 밀어 열고 나서면,
또다른 복숭아나무 숲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앞선 등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새 어둑하고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뒷골목의 곳곳에는 빈 집이 있습니다.
첸 티엔:(가장 먼저 보이는 집1에 눈길을 둔다.)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어딜 봐도 잔뜩 낡은 구석구석에는 콤콤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금이 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곳에 드나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첸 티엔:(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군…. 그대로 집터를 떠나 집2로 향한다.)
 :들어가 보면 수많은 통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가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기름 가게에서 사간 기름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역시 이 곳에 전부 있었나 보네요. 기름을 잔뜩 머금은 통이 미끈거립니다. 여기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번지는 것은 금방이겠지요. 통이 옮겨진 것인지 사이사이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띕니다. ……어디로 옮겨진 것일까요?
첸 티엔:(문득 당신의 얼굴에 시선을 둔다.) 련아, (이어 머뭇거린다. 망설일 필요가 없는 위치이나, 이상하게도 당신의 앞에선 말을 고르게 된다.) 혹시 그 흉은….
余 漣:(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전조도 없는 불길에 도화국이 모두 불탄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반드시 그걸 막아야겠지요. (천연하게 대답하곤 입을 닫았다.)
첸 티엔:나는, 네가…. (몇 차례 입술을 달싹이다, 입가를 굳힌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이 이상 당신을 보았다가는 볼품없는 비애를 뱉어내게 될 것이 뻔했으므로, 그저 고개를 돌려 낸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그 손만큼은 힘주어 쥔 채 집3의 터를 살폈다.)
 :먼지 뿐인 빈 공간입니다. 빈 집이네요.
余 漣:…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젠 일어나지 않을 과거일 뿐입니다. (그저 당신을 따라 걷는다.)
첸 티엔:그리 말하지 말렴. 적어도 지금의 내게, 너는 과거가 아니니까.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를 내었던가. 알 수 없다. 집6을 본다.)
 :기름 통으로 가득 찬 공간입니다. 집 곳곳에 기름통을 나누어 두었나 봅니다.
첸 티엔:(그대로 집9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면… 이곳에는 온갖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첸 티엔:...이런 곳에 이? (조심스럽게 집어 먼지를 털어 낸다. 제목이 있을까?)
 :대부분 제목이 적혀 있지 않은 책으로,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면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나 무언가를 불러내는 주문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읽어보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20/10/4
굴림:65
판정결과:실패
 :아..... 이걸 언제 다 뒤질 수 있을까요? 어지럽군요. 다소 오랜 시간을 지체하긴 했지만…, 티엔은 눈에 띄는 정보를 얻습니다. ▶ 핸드아웃
첸 티엔:(누가, 어째서 이런 일을 꾸민단 말인가? 책을 내려두고 집12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곳은 제법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해봤자 그나마 창고를 면한 것 같이 보이는 정도지만요. 회의실로 썼던 용도일까요, 벽에는 어지럽게 글월들이 붙어 있고 탁자 위에는 지도들이 널려 있습니다. 증거가 될 터이니 전부 챙겨갈 수 있겠네요.
첸 티엔:(글월을 읽어 본다.)
 :글월들은 전부 누군가 보내온 것입니다. 하긴, 이 쪽에서 보낸 것들을 여기에 붙여 놓지는 않았겠지요. 흘려 적어뒀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략적인 계획은 도화제 첫 날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사이 도성 곳곳에 불을 놓고 그 사이 왕궁을 쳐 승기를 가져오는 것.
둘째, 약 1년 전부터 준비된 계획이며, 계획 안에는 도화국의 관리 몇몇을 매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셋째, 이재하는 매수된 관리 중 하나이며, 그 중 가장 열성적으로 계획에 임하고 있으니 포상을 바란다는 내용.
마지막으론…, 도화국의 왕은 죽여도 관계가 없으나, 그의 곁에 붙어있는 호위무사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움이 될 터이니 살려서 데려올 것.
 :글월을 전부 확인하고 나면, 전혀 알지 못했던 음모가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SanC (1/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88
판정결과:실패
3
(맞잡은 손을 놓는다. 행여나 손을 떨게 될까 봐, 당신이 그것을 눈치챌까 염려한 탓이다. 증좌를 챙기고 지도에 시선을 둔다.)
 :지도들은 대개가 도화국의 것입니다. 영월 제국의 국경에서 도성까지 닿을 수 있는 최단 거리들이 몇 개고 그려져 있네요. 회의에 회의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듯 지도는 지저분합니다.
余 漣:… 괜찮으십니까? 적잖이 거북한 사실임은 알지만… 그래도, 놓지 말아주세요. (손을 내밀고, 당신을 기다린다.)
첸 티엔:(내민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낸다. 물건을 챙기는 양 손을 가득 채우고서야 시선을 맞추어 낸다.) 괜찮아. 다만, 손은 잡을 수 없겠구나. (고작 이 정도 일이다. 내색할 수는 없다. 내비치고 싶지도 않다.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을 앞에 두고 유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는 안 되었다.) 거둘 게 워낙 많아야지. 나중에, 나중에…, 잡아 주렴.
余 漣:예, 그 모든 것이 역모의 증거가 될 테니 챙겨두는 것이 좋겠지요. 손이 부족하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순순히 손을 내리고는 당신의 뒤에 묵묵히 선다. 당신의 심경을 모두 이해하면서도 가라앉은 눈은 곧 당신을 비껴 나갔다. … 당장 맞잡지 못한 두 손에, 나중을 기약하는 말에, 조금은 서운한 낯을 지었던가.)
첸 티엔:(그 낯을 보면 속절없이 손을 내밀게 되고 만다. 비록 짐으로 가득 찬 손이나 무엇을 쥐고 있더라도 그 위로 당신의 손 하나만큼은 얹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고뇌한다. 그 애정이 당신을 이곳으로 떠민 것은 아닐까, 라고. 그럼에도 내민 손을 거두고 싶진 않았기에 몇 개의 손가락만을 엮어 낸다. 어설프게 얽힌 손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롭다.)
(집11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 것도 없는 빈 집입니다.
余 漣:(당신은 매번 나를 외면하지 못하는구나. 제 앞에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눈에 담아본다. 그 시선에 제가 겪었던 여섯 번의 반복, 그 시간 속의 무수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면 그제야 어렵사리 손을 얹었다. 위태롭게 이어진 연결을 놓치지 않도록, 그 손 끝이라도 힘 주어 붙잡았다.)
첸 티엔:(그대로 집10을 본다.)
 :기름통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첸 티엔:(집7로 향했다.)
 :빈 집입니다.
첸 티엔:(이어서 집8로 간다.)
 :문을 열어젖히면 들리는 것은 날갯짓 소리입니다. 코끝으로 새의 배설물 냄새가 언뜻 지나간 것도 같네요. 곳곳에 새장이 걸려 있고, 안에는 각각 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첸 티엔:(새장의 를 살폈다.)
 :잘 살펴보면 새들의 발에는 하나같이 작은 대나무 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예부 상서의 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것이네요. 그래요, 전부 하나같이 잘 훈련된 전서구들입니다. 이만큼 한번에 많은 양은 아마 그대도 처음 보았을 거예요. 그야 도화국은 오래도록 평화로웠는걸요.
첸 티엔:
교육
기준치:87/43/17
굴림:77
판정결과:보통 성공
 :자리하고 있는 전서구들은 비둘기 같은 작은 새들이 아닌, 매와 독수리 같은 크고 머리도 좋은 녀석들입니다. 큰 만큼 의심을 사기도 쉽지만 동시에 멀리 보낼 수도 있는 종류들이지요. 문득 기루에서 들었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어쩌면 이 전서구들이 보내지는 곳은….
첸 티엔:...네가 아니었다면 이 모든 일들을 모른 채 지나갈 뻔했구나. (그리하였기에 당신이 살던 도화국이 화마에 휩쓸리고, 당신 또한 불에 그을려서…. 문득 고개를 젖히고, 여러 차례 눈을 깜박인다. 평정을 가장한 채 걸음을 서둘렀다. 집5로 가자.)
 :곰팡이가 슨 벽이 맞이합니다. 빈 집입니다.
첸 티엔:(마지막으로 집4를 본다.)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냄새가 납니다. 묘하게 비릿하고 어딘가 서늘한…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해온 도화국에서 이만큼 이질적인 냄새를 맡기도 힘들겠지요.
눈 앞에는 수많은 병장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날이 잘 갈린 단도, 장검, 창, 철퇴… 쇠의 냄새에 머리가 흐려질 지경입니다. 이만큼이나 많은 무기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관아도 아닌 이런 빈민가에 말이에요.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1
판정결과:실패
 :... 별달리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시간을 꽤 지체한 듯하니 빨리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부를 확인하고 돌아나오면, 그래요. 다시 돌아갈 시간입니다.
련은 이번에도 묵묵한 얼굴로 그대를 침전까지 데려다 줍니다.
서찰들과 지도를 한 구석에 잘 정리해 두는 그대의 뒤로 여상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余 漣:지금까지 이렇게까지나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처음입니다. (이어 읊조리듯) 어쩌면 이번이라면,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첸 티엔:그 끝에, 네가 있을까?
끝이라, 그러고 보면 그는 시간의 인과를 거슬러 오른 존재라고 했었지요.
세상이 그리 쉬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 역시 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사실이니까요.
余 漣:(굳게 닫힌 입술이 열리면,) 그토록 바라던 결말에, 제가 아주 없기야 하겠습니까. (빙그레 웃어보이다, 다시금 진지한 투로 말을 잇는다.) 내일 밤은 거사일이니 분명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내일 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부디 무사하시길.
위 련과 함께 계십시오…, 적어도 그는 확실히 믿을 수 있으니.
제 할 말을 다 한 상대는 무어라 되물을 틈도 없이 훌쩍 창틀을 넘어 사라집니다.
복잡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 새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위 련:전하, 기침하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들어온 련은 그대를 보고 아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그러고보면 확실히 빈민가는 다소…도 아니고 아주 먼지 투성이였죠.
그 곳을 밤 내내 거닐다 왔으니 적어도 어딘가에 나갔다 왔다는 건 확실하게 들켜 버린 모양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위 련:…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하겠는데요, 전하.
첸 티엔:(힘이 풀린 양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픈 척 눈을 내리 까는 모습이 썩 자연스럽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화제를 흘려 넘긴 적이 한두 번은 아닌 듯싶다.) 글쎄~…. 좀 어지럽구나. 잠을 설쳐 그런가 보아.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겠니?
위 련:(화들짝 놀라서는 당신 곁으로 급히 다가갔다. 주저앉은 몸을 감싸며, 빠른 눈길은 당신의 몸을 훑으나 다친 곳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크게 안도하여 놓아준다.) … 그렇게 구셔도 소용 없습니다. 자객이 든 것은 전혀 아닌 듯하고…, 어딜 다녀오신 것입니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그나마 다행이지만… 요즘처럼 괴이한 소문이 도는 시기에 제게도 숨기는 것이 있다면, 신의 입장에서 여러 모로 걱정이 되오니.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뺨에 남은 흙먼지를 살살 털어주고) 전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첸 티엔:(이리 걱정을 해오니 말할 수 없는 것이지. 모든 걸 알게 된 당신이 그처럼 다치게 될까 두려워 고집스레 입을 다문다. 뺨을 스치는 손이 그저 기꺼워 그것을 붙들고는, 손바닥 위로 제 뺨을 가져다 댄다.) 넘어가야만 할 텐데. 혹여나 내가 숨겨 둔 정인을 만나고 왔노라 답한다면~ (눈가가 휜다. 명백한 농이자, 짓궂은 장난이었다.) 어찌하려고 그래?
위 련:(손바닥 위로 닿는 감촉이 어색하여 손을 내빼려다가도, 제 손톱이 뺨에 닿을까 싶어 가만 두었다. 시선을 피하지 못해 바라보는 이의 귀가 점차 붉어지고, 뺨까지 마저 붉어지려던 찰나.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본다. 곧 묘한 기분에 얼굴을 돌리고) 정인이 있으시단 말씀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만, 그런 거라면 제게, 더, 말씀을 해주셔야 하지 않는지……. (중얼대는 소리가 점차 줄어들다 뚝 끊긴다.)
첸 티엔:(당신이 얼굴을 돌리면, 붉어진 귀가 그대로 보일 터다. 첸 티엔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왜? 어째서 네게 말을 해야 하지? (그리 말하며 붙잡은 손 위로 뺨을 비빈다. 선명한 청색 위로는 오롯이 치묵만이 담겼다.)
위 련:… 저는, 계속 전하의 곁을 지킬 사람이니… 전하께서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모든 바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전하께서 어느 분을 연모하는지 알 필욘 없겠지만, 언제,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정도는……. (제가 뱉어놓고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횡설수설 하며 답을 내놓고는) 손은……. (감히 놓아달란 말을 하지 못해 제 얼굴색을 숨기지도 못하고 눈꼬리를 내리기만 했다.)
첸 티엔:놓길 바라니?
아닐 텐데.
위 련:(거진 울 듯한 표정이 되면) … 그래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놓아 주십시오.
첸 티엔:왜? 안 될 이유는 없지. (나직이 웃는다. 다만, 당신을 울리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순순히 손을 놓는다.)
위 련:(불에 덴 듯 손을 떼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께서는 한 나라의 왕이며, 저는, 군주를 모시는 사람이니…. (띄엄띄엄 말하다 말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애써 태연하게 화제를 돌린다.) 그래서, 말해주지 않으실 겁니까?
첸 티엔:말했지 않니? 숨겨 둔 정인을 만나고 왔노라고. (웃음기 어린 말로 화답한다. 참으로 가벼운 행색이었다.) 때가 되면 알려 주마. 지금은 안 된단다.
위 련:진심이십니까? (팔자눈썹 되며…….)
첸 티엔:왜, 서운한가?
위 련:… 조금은. (많이 서운한 눈빛)
첸 티엔:어째서 서운함을 느끼는지, 잘 생각해 보렴. 네가 답을 찾게 될 무렵에 네 궁금증을 풀어 줄 테니.
위 련:(고개를 끄덕이려다 말곤 입술을 감쳐물었고) … 여쭙기 송구하오나…, 당장 전하께서 진실을 숨기는 이유가, 절 믿지 못하기 때문이십니까? (초조함이 묻어나는 얼굴.)
첸 티엔:(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본다. 상정하지도 못한 질문을 들은 것마냥 의아해 했다.) 해가 저물 무렵이면 늘 네게 곁을 지켜 달라 부탁했었지. 침상에 누워 졸음에 질 적이면 매번 네게 손을 잡아 달라고도 했었어. 그런데도 내가 널 믿지 못하는 것 같으니?
위 련:(고개를 가로젓는다. 곁을 내어줄 정도로 믿기에, 그렇기에 더 서운한 것이겠지. 제게 가능한 모든 걸 내어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비밀이 만든다는 건 -그것이 숨겨둔 정인이니 뭐니 하며 서두를 열었다면 더욱!- 애석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무얼 서운해 하고 아쉬워 할 처지던가? 지엄하신 국왕에게 … 고작 호위가, 그 곁을 지킨다는 이유로? 떠오르는 수많은 물음을 애써 지워내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숨기는 일이 있으시다는 건…. (잘은 몰라도 얼추 곤란한 일에 휘말렸음은 확실하겠지. 당신의 손 위에 제 손을 얹고) 부디 조심하십시오.
첸 티엔:...이것 하나만 말해 줄까. (얹어진 손을 단단히 붙잡는다.) 네가 고작 호위였다면, 감히 내 손을 붙잡을 수도 없었을 거란다. 그러니 괜한 생각은 말아. 응?
위 련:(그럼, 무엇이지? 그 물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비천한 자 그것을 묻지 못하여 제 입술을 깨물기만 하였다. 손 위로 닿는 감각이 얼음처럼 차고도 또 여름 볕처럼 더워서, 위 련은 제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제 심정조차 불확실한 이 순간에도 확연해지는 것이 있다면, 당신의 모든 행동에 헤아릴 수 없는 뜻이 있을 거란 믿음. …종은 주인의 뜻을 의심하지 아니할 지어다.)
3일차 낮, 왕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어느 새 새파란 하늘에는 해가 중천입니다.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바깥 역시 온통 분주하고 떠들썩하네요.
그리고 도화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꽃들로 인해 멸망하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고요.
아무튼, 어쩌겠어요.
축제는 시작되었고 운명의 시각은 점차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이고요.
자, 도화국의 왕이시여. 무엇을 할까요?
첸 티엔:(간밤에 챙겨온 것들이 있다. 이것을 증좌 삼아 역모를 꾀한 자들을 잡아들이리라.)
그대는 명확한 유착의 증거를 토대로 역모에 가담한 자를 잡아 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군사들이 이재하와 그의 측근을 그대의 눈 앞에 끌고 옵니다.
이재하:전하, 이게 어찌된 일인지요. 대체 무엇을 두고 무고한 이를 죄인 취급 하시는지, 저는 억울하옵니다!
첸 티엔:무얼 그리 걱정하는가? 예부 상서, 그대가 진정 결백하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대도 알지 않나, 과인은 죄 없는 이에게 박하게 굴진 않아. 듣자 하니 그대들이 역모에 가담했다더군? 물론 그럴 리 없겠으나, 사안이 사안이지 않나. 규명을 위해 호송한 것뿐이니 마음 놓고 있도록. 면밀히 조사하여 그대의 억울함을 풀어주도록 하겠노라. 약조하지. (가둬 두어라, 그리 덧붙이며 손짓한다.)
이재하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의 측근이 모두 끌려 나가고 나면,
잠시 후 예부를 압수수색하던 병사 중 한 명이 련을 불러 무어라 대화합니다.
대화를 마친 련이 그대에게 다가와 병사에게 받았다며 두루마리 하나를 건넵니다.
위 련:예부 관청의 탐검 중 발견했다고 합니다.
첸 티엔:네가 수고가 많구나. (그리고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인다.) 이 뒤에 일이 없다면, 나와 같이 저잣거리나 둘러보지 않으련?
위 련:수상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물었다.)
첸 티엔: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함께 가 주겠니?
위 련:얼마든지요.
첸 티엔:(환복한 뒤에 저잣거리로 나선다. 당신의 손을 꼭 붙든 채다.) 이전에 포목점엘 들렀지 않니. 지금쯤이면 네 옷이 다 지어졌겠다 싶더구나.
위 련:마음에 걸리는 것이 제 옷이었습니까? (가볍게 웃음을 흘린다.)
첸 티엔: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장난스레 대꾸한다.)
위 련:있으실 텐데. (많지 않나… 생각하다가) 그나저나 오늘 있었던 예부 상서의 일은 정확한 물증이 없지 않았나요? (갸우뚱)
첸 티엔:밀고 받은 것이 있단다. 무턱대고 잡아들인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렴. (손을 이끌며 걸음을 재촉한다. 눈여겨 두었던 옷감으로 지은 옷을 받아 들고 나서야 걸음을 늦춘다.) 더 좋은 것을 내어주고 싶었지만~…. 침방을 통해 호위의 옷을 짓는 건 네가 곤란해할까 싶어서. (고개를 기울인다. 아니니? 그리 묻는 듯했다.)
위 련:다 뜻이 있으리라 생각하여, 걱정하지 않습니다. (걸음의 속도를 맞추며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째 새 옷의 주인은 저인데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얼 내려주시든 제게는 과분한 것들입니다. (당신이 옷을 받아 들면 당연하다는 듯 제 손으로 옮겨 들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멋쩍은지 잠시 입매를 매만지고) 많이… 곤란하겠지요. 궐내에선 생각보다 소문이 빠르게 도니. 저보다는 전하께서 곤란하실 터입니다.
첸 티엔:어째서? (희게도 웃었다.) 네가 추문에 휩싸일까 봐 저어한 것이지, 나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단다. 그런 위치이지 않니? (이어 채근한다.) 볼일은 끝났으니 어서 돌아가자. 네가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구나.
위 련:(우물쭈물 거리다가) 이미 궁내에 전하께서 호위를 지극-히 아낀다는 말이 자자하니 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란 해석되기 나름이니.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불꽃놀이가 있기 전에 전하의 연설이 있으니, 일찍이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요. (걸음이 빨라지면 힘 주어 손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하며,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대하듯 말하기도 한다.)
첸 티엔:(맞잡은 손에 힘이 가해지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돌아본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한데, 아~주 틀린 말이기도 하고.
~네가 그리 걱정하니 어쩔 수 없구나. (잘도 걸음을 늦춘다.) 새 옷에 어울릴 만한 술띠는 내 것을 내어 주마. 이전에 멋대로 네 머리 끈을 가져왔었잖니. (원래 내 것이었지만.) 그 대신으로 말이야.
위 련:다시 말하는 거지만 저는 매번 받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전하의 것을……. (눈을 데록 굴린다. 허나 거부할 생각 없이, 외려 기껍게 받아들인다.) 전하께서는 받고 싶은 물건 없으십니까? (무어든 성에 찰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여쭙는다.)
첸 티엔:글쎄…. 가락지 같은 것? (본디 치장을 즐겼으나 보는 눈이 있으니 온갖 것들을 사 모으진 못하였다. 그 탓에 장신구를 입에 담기는 하였으나,) 허나 네게는 이미 많은 걸 받았단다. (문득 맞잡은 손을 놓고 당신의 이마를 문지른다. 애정 어린 손길이었다.) 늘 내 곁을 지켜 주니 이보다 더한 게 있을까.
위 련:(이마를 문지르는 손길에 일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친 것만 같다. 이제는 아프지도 않으며 다친 기억조차 희미해진 흉을 조심스레 문지르는 손길이 퍽 다정하여 자연히 손을 내릴 때까지 그 손을 내버려 두었다.)
(가락지라, 그러고 보니 반짝이는 것들을 제법 좋아하셨더라지. 그것을 되뇌이며 걸으면 금세 궐에 도착한다. 제게 내려준 옷을 소중히 안고는 총총…….) 입고 오겠습니다.
첸 티엔:얼마든지 기다리게 해도 좋으니, 편히 다녀오렴. (손을 팔랑이며 배웅한다. 그리고는 얌전히 시간을 죽였다.)
위 련:(행여 기다릴까 싶어 금세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어색하게 옷을 여미며 걸음을 옮기고, 눈이 마주치면 느리게 한 바퀴 빙글… 하며) 저는 마음에 드는데… 보기에 괜찮… 은지. (눈치!)
첸 티엔:음~ 역시 장식이 있어야겠구나. (속에도 없는 말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눈 색을 빼닮은 옷을 걸친 이가 마음에 차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일찍이 골라 두었던 검은 띠를 들고 당신의 앞에 선다. 그 품을 끌어안듯 팔을 둘러 띠를 매어주는 것은, 뻔하디뻔한 계교였다.) 자, 되었다. 어떠니?
위 련:(띠를 매는 동안엔 몸엔 절로 바짝 힘이 들어간다. 당신이 물러나고야 힘을 풀고 뻣뻣하게 올린 팔을 내렸다. 고개를 숙여 제게 둘러진 것을 만지작거리며) …… 마음에 듭니다. 이리 고운 옷을 지어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고개를 들면 시선을 맞추어 말간 웃음을 지었다.) 나라에 축제가 열릴 때마다 제게 무얼 쥐어주시는군요.
첸 티엔:(마음에 든다, 그 한마디에 더없이 기뻐한다. 당신만이 볼 수 있는 낯빛이었다.) 매 해마다 새로운 걸 쥐여 주마. 그러니 줄곧 내 곁을 지켜 주렴.
위 련:(끄덕임 끝에, 짧게나마 손을 쥐었다 놓고) 곧 전하께서도 환복하셔야 할 테니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다만 머리는 제가 만져도 괜찮을까요? (빤히…)
첸 티엔:내 호위가 머리를 정돈해 주기로 하였으니 건들지 말려무나, 라고 말 해두어야 할까? 없던 추문이 생겨나겠구나. (짓궂은 투. 숨죽여 웃는다.) 시중을 받은 뒤에 끈을 흩트려 놓으마. 그럼, 네가 어쩔 수 없단 것마냥 다가와 정리해 주렴.
위 련:그리 하겠습니다. … … 전하께서 괜찮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꿋꿋하게 말하면서도 열이 오르는 것만 같은 목덜미를 매만졌다. 이어 뒤를 돌아 문을 열고 나가는 이의 목덜미가 언뜻 붉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고.)
3일차 밤, 사건 3
어느 새 노을이 뉘엿하게 지고, 지평선 쪽으로는 별이 떠올라 있습니다.
곧 쌍어궁이 떠오르겠지요.
그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지만…
그게 완전하게 이 모든 일들을 막은 것은 아닐 겁니다.
예부 상서는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이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요.
여전히 영월 제국에서 온 이들은 남아 있고, 분명 계획을 실행하려 들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것이 어디에서 실행될 지도 모르는걸요.
그렇지만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그대는 우선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었다면 진즉 되었겠지요.
불꽃놀이가 이루어지기 전 하는 연설은 군주의 의례와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걸요.
련과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아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연단 위로 올라서면 모두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데,
군중 속에 섞여 있는 하나뿐인 새카만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입술이 벌어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 같이 그대에게 소리 없는 말들이 전해집니다.
'바로 지금, 하늘 위.'
입모양과 함께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반짝.
쌍어궁이 떠올라 있습니다.
그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애시당초 별조차도 아닙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는걸요.
저건…,
불꽃입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하나, 둘, 셋.... 도대체 이게 몇 개야?
어림잡아도 454개는 될 것 같네요.
순식간에 도성 안은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SanC 0/1d6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2/36/14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 옆에서 련 역시 아연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볼 뿐입니다.
지나친 충격이 닥쳐들면 오히려 반응이 늦어진다던가요.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가 훌쩍 뛰어듭니다.
그입니다. 위 련이요.
정신차리라는 짤막한 말과 함께 그는 두 사람에게 눈짓합니다.
그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언덕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연단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련은 이내 제가 눈짓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아연해집니다.
그는 이런 광경을 도대체 몇 번이나 보아온 걸까요?
3일차 밤, 후원
그의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후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나무 언덕 곳곳을 불태우고 있어요.
가뭄이 들어 바짝 말랐던 탓에 더욱 잘 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전부가 타 버리는 것도 금방이겠지요.
불꽃은 기이하리만큼 커다랗고, 어쩌면 감당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SanC(1D3/1D10)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2/36/14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1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불꽃 안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인영이 몇 개 보입니다.
아, 설마 저것은…
문득 주문에 적혀 있던 마지막 말들이 떠오릅니다.
주문을 외우는 사람마저 불타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납니다.
SanC (0/1D4)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1/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3
(그 광경을 보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글귀들이 있다. 나직이 읊조린다.) 재앙….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어 말한다.) 그것을 돌려보낼 수 있는 주문을 본 기억이 나. 련아, 내가 무얼 하면 되겠니?
余 漣:(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두어 사람 분의 주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러니, (주변을 둘러보면 불을 끄러 달려온 병사들이 있다.) 저들에게도 주문을 일러주고 그것을 동시에 읊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요.
첸 티엔:(고개를 끄덕이고, 급히 움직인다. 몰려든 이들을 한명 한명 붙잡고 주문을 일러 준다. 많은 이에게 명하고, 한데 모으고 나서야 당신의 곁으로 돌아왔다.)
몰려든 사람들은 그대의 말을 받들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余 漣:잠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 제가 돌아오면 사람들이 동시에 주문을 읊게 해주십시오. (그리 말하곤 훌쩍 자리를 벗어났고,)
그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 돌아와, 그대에게 천천히 끄덕입니다.
첸 티엔:(당신의 고갯짓을 보면, 짧은 숨을 들이켠 뒤 군중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는 명했다. 호흡을 고른 뒤 옆 사람과 맞추어 일러준 것을 읊으라며.)
많은 이들이 주문을 외웁니다.
……
얼마나 주문을 외웠을까요?
문득 그대는 주변의 온도가 한결 낮아진 것을 감각합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짓말처럼 불꽃들이 사라져 있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련은 주저앉습니다.
하나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얼굴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보자면 어떤 탈력감에 가까운 것도 같아요.
그대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감각들이 그를 뒤흔들어 놓는 것만 같습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글쎄요.
그대조차도 형용할 수 없는 어느 감각이 그대 자신을 흔들어 놓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재미있구나."
라고, 그대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첸 티엔:(주저앉은 이에게 시선을 뺏기는 것도 잠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꽃같은 얼굴을 하고서 남자는 한들한들 걸음을 옮겨 이내 련의 앞에 섭니다.
???: 그리 악에 바친 얼굴을 하고 있더니만…, 실로 그 재앙을 치워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아슬아슬했어, 아슬아슬했지만… 역시 너희들은 절박할 수록 퍽 즐거운 것들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상냥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남자는 눈물이며 화상자욱으로 엉망이 된 이의 뺨을 쓸어줍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까지 상냥하지는 않습니다.
???: 그렇지만, 이제는 약조를 지킬 시간이지?
첸 티엔:...약조, 라니? 무슨 소리를.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굳은 다리를 질질 끌어가며 련의 옆에 주저앉는다. 첸 티엔에게서 그나마 내세울 것이 있다면 눈치라, 낯선 존재의 말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감히 떨리는 손으로 련을 붙잡아 숨기듯 제 쪽으로 당긴다.)
???: 아아, 말해주지 않았나 보구나.
그대가 알듯,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지요.
그저 주어진 인과에 순응하며 휩쓸려 사는 수많은 것들에게도 그러할진대, 감히 그 인과를 거스르고 오른 이가 치러야 할 대가란 무엇일까요.
그래요, 그는 한 사람을 대가로 바쳤던 겁니다.
...
곧 낯선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기울이더니 호의를 베푼다는 투로 이야기합니다.
???: 네가 이 아이의 주인이더지. 그렇다면 네가 고르려무나, 반드시 나는 하나를 가져가야만 해. 그것이 이 아이가 맺은 약조의 대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러니 사람에는 사람이 맞지 않겠느냐?
그리 말하는 이는 같은 얼굴을 한 자를 눈에 담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러하다면 련에는 …….
그러니 그의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마땅합니다.
결국 전부 그대의 선택이 될 터예요.
첸 티엔:(한참이나 말을 고른다. 놀랍게도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눈길 둔 곳을 애써 무시하고, 말 잇는다.) 사람에는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제가 대신할 수는 없겠습니까?
余 漣:(그는 애달픈 손길로 당신을 붙잡는다.) 그러지 마십시오. … 이 모든 것은 오직 전하를 위해 벌인 일입니다. 그러니, 제 뜻대로 이제 행복하시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 부디 이 닳은 몸을 잊고, 최초의 저과 함께 하세요.
첸 티엔:(가만 손을 내려다보았다.) 련아, 참 어려운 부탁을 하는구나. 너답지 않게도.
너를 기억해야 할 나는 이미 죽어 없어졌는데, 그렇다면 나라도 너를 기억해야 하지 않겠어.
余 漣:… 마지막 부탁 정도는 들어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저를 사랑하시잖아요.
(이미 잃은 당신을 떠올리면, 고개를 툭 떨구어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그래, 아마 이것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한 자의 말로.) 그럼…, 그럼. (눅눅히 젖은 음성으로 재차 말을 잇는다.) 잊지 않아도 되니까 … 살아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첸 티엔:(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다. 여러 차례 눈을 깜박이고, 다시금 당신을 바라보면, 찡그린 듯 웃는 볼품 없는 낯이.) 내가 너를 연모하는 줄 알면서도…. (목소리가 잠겨 든다. 입을 달싹이는 것도 잠시, 고집스레 당신을 끌어안는다.) 어찌 그런 약조를 했단 말이야. 살아남았다면, 너야말로 나를 잊고 살아갔었어야지….
余 漣:… 울지 마세요. (눈매를 누그러뜨리고 당신을 쳐다보다, 안긴 채 가만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이리 될 것을 알면서도 도화국을, …아니, 그대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비참한 끝은 예정되어 있음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의 말대로 할 수 없었던 건… 미련하기 짝이 없는 감정 때문이다. 충정인 줄만 알았던 연모. 그 불경한 마음이, 당신을 위한 여섯 번의 삶을…….)
(고개를 들면, 제 머리에 묶인 푸른 끈을 풀어내어 당신의 손바닥에 얹고, 주먹을 쥐게끔 했다.) 이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엔 태워먹지 않았어요.
첸 티엔:(주먹 쥔 손 아래로 기다란 끈이 휘날린다. 푸른 빛 가닥이 결을 타고 흔들리다 아래로 처지는 모습이 사람의 눈물과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럼, 련아.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니?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늘 해왔던 일이었으므로 그리 어렵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아?
余 漣:어느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이 끈을 놓는 것을, 혹은… 그대를 위해 시간을 반복한 것을?
첸 티엔:모든 것을.
余 漣:후회하지 않아요. 어느 것도.
첸 티엔:왜?
余 漣:이제 전하의 곁엔 언제나 가 있을 테니까요.
첸 티엔:네 곁엔 내가 없을 텐데도?
余 漣:애초에, 이미 잃어버린 이를 곁에 두겠단 건 욕심이니까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물끄럼, 당신을 향하던 시선이 또 다른 련에게로 옮겨진다.) 저 자는 아니겠지만.
첸 티엔:(홀린 듯 시선을 따라 한다. 또 다른 련을 바라보면…. 무슨 표정을 지었던가? 알 수 없다. 첸 티엔은 기어코 고개를 떨구고야 만다. 그러나,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너의 내가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전해주는 것쯤은 괜찮겠지? 그 도 결국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테니까.
余 漣:(분명 위 련은 흔들리는 눈으로 당신을 마주했을 것이다. 당신의 안색을 살피며, 제게 어떤 명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다른 이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기만 한다.) 말씀해 주세요, … 나의 영원한 주군이시여.
첸 티엔:내년에도 복사꽃을 보러 가자꾸나. 후년에는 빗속을 거니는 것도 좋겠어. 내후년엔 단풍을 주워다 말릴 테니, 색이 비슷한 걸 나누어 가지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그다음엔…. (돌려받은 푸른 끈을 기다랗게 정돈하더니, 당신의 왼손 약지 위로 매듭지어 묶어 낸다.)
……련漣아, 련戀아. 너를 줄곧 은애했단다. 나는 네 곁을 지켜줄 수 없겠지만, 의 마음만은 가져가 주렴.
余 漣:(제 약지 위로 푸른 끈이 묶이면, 웃던 낯은 기어이 눈물을 머금고야 만다. 제 앞의 당신이 못내 그리워져서. 조금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까, … 아니, 사랑하지 않아야만 했을까. 이제 와서는 소용 없는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되돌려 받을 자가 없는 연정에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하나요.
(그럼에도 눈물로 젖은 뺨을 닦아내며 힘껏 끄덕인다.) 기꺼이 가져가겠습니다. 그러니까, 다음엔 복사꽃이 활짝 핀 봄의 끝자락에서 만나요.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어느 세계에서든 나는 몇 번이고 모든 일들을 반복할 것이니….)
(잠시 동안 당신의 손을 잡았다가 놓는다.) 그리고…, 그대는 최초의 나와 영원을 약속하셔야죠. 어서 가십시오.
첸 티엔:(떨어지는 손을 붙든다. 그리고 그 손바닥 위로 뺨을 가져다 댄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한동안 온기를 나누고서야, 미련스레 잡았던 것을 놓아 낸다.)
余 漣:(놓은 손, 그 손등 위로 짧게 입을 맞추곤 희게 웃는다.) 안녕, 나의…….
그대는 최초의 위 련과 함께하기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이를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문득 시선이 마주칩니다.
기나긴 시간에 난도질당해 셀 수 없이 상처가 남은 그와요.
한 쪽만이 남은 련의 눈은 여전히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눈은 그저 이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혹은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지극히 아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새 곁에는 그대의 련이 다가와 손을 붙잡습니다.
온전히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러므로…, 그대 없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낸 그를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대 없는 영원마저도 그 어깨 위에 얹혀들 테지요.
더 이상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어느 쪽이건 위 련은 그대를…,
다음 순간,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그 말과 함께 련의 발끝이 느릿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꼭 잔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발 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그 모양은 꼭 꽃잎과도 같습니다.
이내 붉은 바람이 련을 휘어감습니다.
무릎을 먹어치우고 이내 가슴까지 올라가, 마지막 순간 보이는 것은 오로지 그대 곧게 응시하는 하나의 시선이었다가…
그마저도 흩날려 사라집니다.
분명 각오하고 있었는데도 그 광경은, 그대 가슴 어느 한 켠을 베어내는 것만 같아요.
...
이제는 이 곳에 둘만 남았습니다.
단단히 손을 맞잡은 그와 그대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아요.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 알기 전과 알고난 후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죄책감일까요, 죄악감일까요.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어느 감각일까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문득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 어느 사이였을까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꽃잎입니다.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복사꽃들이 만개한 채로 새벽 바람에 흔들립니다.
툭, 투둑.
보세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선연하고 투명한 빗방울이 꽃잎 위로 부서져 내리고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아래로 온 세상이 드러납니다.
복사꽃이 피었어요.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이것으로 이 나라의 안온은 영원이 되겠지요.
두 사람을 감싸안듯 여우비가 내리고 빛이 쏟아져요.
어쩐지, 눈가가 젖어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것은 모두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아침의 이야기.
Ending 2. 桃花永泓
복사꽃 피어나는 영원이 지극히 깊어
KPC, PC 생환
이성보상 + 1D5
세상에서 사라진 단 한 사람에 대한 죄책감
기나긴 순간을 되돌아, 그는 요그 소토스의 만족스러운 먹을 거리가 되었을까요?
첸 티엔:(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여러 차례 눈을 깜박이면, 툭, 툭. 눈가를 타고 떨어지는 것은 분명 빗방울이리라.)
위 련:… 돌아가요. (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잡아 끌었다. 아마 오랜 시간 그대는 나의 모습에서 다른 이를 겹쳐 보게 되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련은 평생 그대 곁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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