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의 탈출구는 죽음 뿐이기에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나라에는 위대한 술탄이 살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술탄, 파디샤는 취임 이후 매일 밤 꿈을 꾸었습니다.
제국이 불타오르는 광경 속, 처음 보는 이가 하렘에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불길한 꿈이 계속되는 건 아마 반란 때문이겠죠. 전쟁과 정복은 그칠 새가 없습니다.
몇 번의 꿈을 꾸었을까요?
당신이 정복한 공국에서 화해를 위해 파디샤의 하렘에 왕자를 보내옵니다.
그날 밤, 걷은 베일 아래에는 매일 꿈속에서 보던 얼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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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신이 축복했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 수도. 눈부신 아라베스크 타일로 빼곡히 뒤덮인 궁전과 성전, 바람에 시트러스향을 실어보내던 과실수들, 형형색색의 튤립 꽃밭이 하나 같이 시커먼 재로 변해갑니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집채만한 범선들이 불길에 차례차례 바다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아비규환 속, 하렘에서 어떤 이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몸에 걸친 값비싼 장신구가 떨어져 나가고, 베일은 날리는 불씨에 그을립니다. 그럼에도 맨발로 달려나가고 있어요.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피에 젖은 땅이 번들거립니다.
모든 광경을 눈에 담은 체리는 어떤 행동을 하나요?
체리 애쉬:(불길로부터 도망치지 못한 사람을 돕습니다! 우선 저 앞에 있는 이 부터,,)
▶:미처 도망치지 못한 이들을 돕기 위해 걸음을 내디디면, 문득 도망자가 무심코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은 알지 못하는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당신의 얼굴이 또렷이 비칩니다. 일렁이는 불길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요.
그가 무어라 말을 하려 한 순간….
발리데 술탄:무슨 꿈을 그렇게 꾸시나요?
▶:누군가 당신의 손을 잡아 끌어 잠을 깨웁니다.
또각, 똑, 하는 소리, 손을 부드럽게 받쳐드는 감각, 향유의 화려한 장미 향이 느껴집니다.
눈을 떠 보면, 이곳은 화려한 석재 건물의 내부입니다. 술탄의 방은 금과 보석으로 잔뜩 꾸며져 있습니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창살 너머로 드리우는 달빛을 받으며 시종들이 당신을 치장하고 있습니다.
아, 또 그 꿈을 꾼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 계속 반복해서 꾸는 꿈 말이에요.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도, 꿀 때마다 마치 현실처럼 느껴져 자각하기란 어렵습니다.
당신에게 말을 건 발리데 술탄, 선왕비는 당신의 손톱을 막 다듬은 차입니다. 발리데 술탄이 입고 있는 검은 드레스와, 검은 베일은 선왕의 죽음을 상기시킵니다.
발리데 술탄:등극 초기라 정무가 많아 지치신 모양입니다. 그렇지요?
체리 애쉬:…음! 아마도요.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요, 잘 안되는 것 같아. …요. (어색하게 끝맺었다가,) 선왕께선 이것보다 더 많은 일을 보셨겠죠?
발리데 술탄:물론 선왕께서는 수많은 업무를 보셨지요. 하지만 지금의 술탄을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는 없을 것이랍니다.
선왕의 갑작스러운 승하를 두고 사방에서 음모가 돌고 있는 참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를 공격하는 이가 누군지 알지 못해요. 그렇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니 술탄께서는 타인에게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어요.
체리 애쉬:그럼요, 절 믿겠다고만 말씀해주신다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비록 잊은게 많지만… 제가 누군가요? 위기라면 몇 번이고 넘겨낼 자신 있어요! (장난스레 웃었다.)
발리데 술탄:물론 믿는답니다. 술탄 덕에 제가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인데요. (입가를 가리고 웃는다.) 위대한 선왕께서는, 모름지기 권력은 병력을 이기지 못하고, 병력은 재력을 이기지 못하며, 재력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민심은 정의로만 구현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술탄께서도 선왕을 본받아 술탄만의 정의를 세우시길 바라요.
불안한 정세라고는 하나, 동맹이 굳건하니 술탄께서 크게 근심하실 일은 없을 것이랍니다. 이번에 하렘에 들어온 이도 동맹의 일환에 불과하지요. 최근에 반란을 정복한 공국에서 화해의 의미로 보내온 사람이니까요. 혹, 기억하시나요?
피곤하시더라도 한 번쯤은 만나보시는 게 좋겠군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부터는 보지 않으면 될 일이니 부담은 갖지 마시어요.
체리 애쉬:(따라 작게 웃는 소리. 저를 죽이려 했던 이를 본받으란 말은 썩 와닿지 않았으나, 군주론만큼은 인정할만한 인물이다. 특히, 민심은 정의로만 구현할 수 있다는 것. 그럼, 당연하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입국하였다 했었죠? …저를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는데요, 화해의 뜻으로 보냈다곤 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건 아닐테니까. 목 너머로 삼켜냈다. 전쟁과 정복은 그러한 감정으로 빚어진다. 허나 정복당한 이들에게 선택지란 주어지는가, 어설픈 다정을 베풀어봐야 그들에게 기만이 될 것을 안다.) 선왕비께선 그를 본 적 있으신가요?
발리데 술탄:마주한 적은 있으나 얼굴을 본 적은 없답니다. 베일로 얼굴을 단단히 가리고 있지 뭐예요. (시종들을 물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하렘으로 가실 시간이니,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용무가 생기신다면 언제든 시종을 일러 제게 말씀을 전해주셔도 되어요.
체리 애쉬:그런가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럼 제가… 오늘 대화를 나누어보고, 선왕비께도 이야기 해드릴게요. 일정대로라면 저녁즈음엔 뵐 수 있을까요? (고개를 살풋 내려 인사한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하렘으로 향하면 수많은 반려들이 술탄의 행차를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화려한 미인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가득 모여 있습니다.
새로 오는 하툰은 신분 덕분에, 하렘에 들어오자마자 본인이 사용할 방을 얻는 특권을 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렘의 분위기는 차분할뿐입니다.
패전국이 보내는 사람은 대개 공물입니다. 원래라면 술탄이 되거나, 원하는 공국의 인물과 결혼하여야 마땅한 신분이었겠지만, 하람에 들어온 이상 앞에 놓인 것은 두가지 뿐입니다. 평범한 죽음, 혹은 술탄의 선택. 이번에는 어떤 선택이 이어질까? 서로 마주치는 하렘의 눈길들이 어지럽습니다.
당신이 하툰의 방 문 앞에 서면, 환관들이 문을 엽니다. 추상적인 무늬가 꼼꼼히 수놓아진 카페트 옆에는 무화과와 호두가 들어간 로쿰과, 진하게 우린 차와 같은 간단한 다과가 올려진 좌식 테이블과 쿠션 등이 놓여져 있습니다. 차에 열매와 꽃잎을 넣은 듯 찻주전자에서 풍기는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색유리가 끼워진 창은 빛을 받을 때마다 보석처럼 여러 색을 방 안에 드리웁니다.
의 중앙에는 여러 겹의 베일이 드리워진 문이 있습니다. 베일 너머로 흐리게 침대와, 그 옆 바닥에 꿇어앉은 하툰의 인영이 보입니다. 발리데 술탄이 말한 대로 여러 겹의 베일을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네요.
인사를 건네나요? 체리,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하툰? 잠은 좀 깨셨나요? 낯선 땅의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았고요?
라 콕스:(찰나 고개를 숙인다. 예를 갖추는 것치고는 가벼운 모양새다.) 신경 써 주신 덕분에 그리 고단치는 않았습니다. 다만, 파디샤께서는 고된 하루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말을 멈추고는 당신의 용태를 살폈다.)
체리 애쉬:나라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 만큼 그렇게 고단하지만은 않았어요. (눈 마주치면 살풋 웃는다) 앞에 앉아도 되나요? 내가 바쁘단 핑계로 도저히 찾아뵙질 못했지요.
라 콕스:파디샤께서 원하신다면. (퍽 순순히 곁을 내어주었다.) 애정을 바라고 하렘에 들어온 것이 아니니, 괘념치 않습니다. 이곳의 많은 이들이 저와 같을 테죠.
▶:시선이 마주치면, 당신은 기이한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이 시선을 잊을 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이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꿈속에서의 그 얼굴입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60
이성80 40 16
성공
▶:이성 수치 감소하지 않습니다.
체리 애쉬:그럼요, 하지만 마음이 맞는 이를 놓아주기 싫은 것도 파디샤의 마음입니다. (내어준 곁에 앉았다. 자수정을 잘 다듬으면 이런 모양새를 했던 것도 같다. 몇번이고도 꿈에서 그려내던 풍경, 이토록 강렬한 색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툰께서도 아시지요? …이런 말은 웃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시기로 보았을때 우리는 꽤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라 콕스:(형형한 보랏빛이 은자를 담아낼 무렵이면, 느릿하게 답한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파디샤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요.
체리 애쉬:(눈 땡글..) 내게 부탁할 것이 있나요?
라 콕스:(몸을 기울여 거리를 좁히고, 당신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인다.) 천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날 의심해서는 안 돼. 할 수 있겠어?
체리 애쉬:(!!!) 천 일이나 약속해 줄 거예요?!
라 콕스:네가 날 믿는다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날 신뢰해 줘야 해. (단단히 이른 뒤에야 거리를 벌린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천일 뒤 기꺼이 파디샤의 하툰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체리 애쉬:…. (기쁜 얼굴로 생글생글 웃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아랫입이 조금 튀어나온다.) …그것 뿐인가요? 그런 건 약속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요! 함께 하고싶은 것이라던가, 받고 싶은 것. 그런 걸 기대했는데요….
라 콕스:…그, 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낯이 된다.) 무엇이든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체리 애쉬:그럼요! 이런 건 그냥 계약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제일가는 친구가 되고싶은 거지, 거래로써 하툰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닌걸요. 나를 위해 죽어! 나라를 내놔! 같은 건 못해주더라도, 가지고 싶은 오아시스 하나정돈 내어줄 수 있어요. … …아마도! 많이 비싼가요?
라 콕스:…하렘의 모든 이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고 다니시는 건 아니겠죠.
체리 애쉬:… …. …나 그런 인상이에요?
라 콕스:그렇다기보다는……. 처음 본 이에게 턱없이 큰 것을 내어준다고 장담하시기에.
체리 애쉬:그만한 약속을 내보였잖아요. 천일이에요, 천 일 동안 믿어달라는 건… 천일간 내게서 얻고싶은 게 있다는 뜻이 아닌가요? 난 도박사가 아니야,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기야 하지만 감정을 헤프게 쓴 적도 없죠. 이런 이야기는 선왕비께도 한 적 없는데… 어때요? 이정도면 나, 하툰에게 좋은 사람인가요?
라 콕스:……더없이 그런 분이십니다. 이곳에 오겠다 결정한 일이 그릇되지는 않은 듯하여 안심이 되는군요. (둘러쓴 베일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어쩌면 웃음을 걸친 탓일지도 모르지.)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주무시고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체리 애쉬:뭘요, 실망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야. …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뒤늦게 창 밖을 살핀다) 그래도 돼요? 우리… 우리, 오늘 처음 만났는데!
라 콕스:저와 제일가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체리 애쉬:응! …… …… ……자고 갈게요. 하툰, 이름이 어떻게 돼요?
라 콕스:라…, 라 콕스입니다.
체리 애쉬:라, 태양신 이름인가요? (물끄럼…) 잘 때엔… 베일을 벗지요?
라 콕스:(양측에 대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어째서 그런 걸 묻는지, 의아한 낯이다.)
체리 애쉬:얼굴을 보여주기 싫은가 해서….
라 콕스: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원하신다면, 파디샤께서 걷어 주시지요.
체리 애쉬:…내가요?! (이런 것 해본 적 없는데, 작게 중얼이다 괜스레 빨갛게 굳는다. 우왕좌왕 서툰 손짓으로 베일을 걷어낸다.) 그냥… 베일을 잘 벗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아닌가요?
라 콕스:정을 쌓는 데엔 시선을 나누는 것만 한 게 없고, 이곳의 이들과는 친목을 도모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리하였습니다. …만, (베일을 걷어 내면, 보다 선명한 보랏빛이 오롯이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너는 예외가 될 테니까.
체리 애쉬:(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쉬움이 남는 대답이었으나 성향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붉은 체온을 진정시키고 나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기쁜 이야기네요…. 나, 말이 정말 많거든요. 자는동안 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지도 몰라. 그러니까… 둘만 있을 땐 편하게 이야기 해요. 라, 이런 말투 별로 써 본 적 없죠?
라 콕스:…… ……티가 나나?
체리 애쉬:응. …
…조금?
라 콕스:……나름 노력한 건데.
체리 애쉬:……최악은 아니었어요!! 괜찮아요, 이정도는! 노력했다는 게 중요한 거죠!
라 콕스:(차악이었다는 걸까….) 음…, 그래.
……이만 누울까? (급히 화제를 돌린다…)
체리 애쉬:좋아요! 먼저 누워요. (슬금슬금 침상 위로 밀었다)
▶:늦은 밤, 두 사람은 한 침상에서 잠을 청합니다.
창 밖에 보이는 달과 별들이 그런 파디샤와 하툰을 비추며 깜빡입니다.
차가 식어가는 향기만이, 패전국의 공물과 새로운 파디샤를 덮는 밤이 지나….
▶:하렘친위대 훈련소항구성전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항구! 를 살피러 갑니다)
▶:물새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항구입니다. 바다에서 직접적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생선의 비린내가 훅 끼쳐옵니다.
수많은 물자들이 하역되거나 선적되고 있습니다. 빠른 말투로 고함을 치는 상인들이 물건을 감독합니다.
이곳은 세무서와,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거리 안쪽과, 배를 가져다 대는 선착장으로 나뉩니다.
체리 애쉬:(선착장! 보러가요.)
▶:선착장에는 아름다운 범선부터, 산전수전을 겪은 듯 전투의 흔적이 있는 작은 사략선들까지 다양한 배들이 정박되어 있습니다. 세금을 신고하는 듯한 해적들이 두셋씩 모여 킬킬거리는 모습이 보여요.
체리 애쉬:(해적들도... 세금을 내는구나! 원래 내야하지만! 편견이 깨지는 중... 티나지 않게 근처를 기웃거려요)
해적1: 먹고 살려고 낚시를 하지만, 이것보다는 노략질로 한탕 하는 편이 낫겠는걸.
해적2: 이봐, 요즈음 바다 위는 그른 거 몰라? 진짜 보물은 사막 속에 있다고.
체리 애쉬:(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사막요?
해적2: 먼 곳에서 온 도련님이라도 되시나? 왜, 어디서 돈이 났는지 사막의 도시, 페트라로 향하는 상인들은 돈을 가득 가지고 있지 않수. 보아하니 노예도 잔뜩 거느리고 있던걸.
체리 애쉬:페트라! 들어본 적 있죠. 가는 길이 힘들어 포기했지만, 저도 그곳에서 물건을 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거든요. 도련님이라고 말해주니 고맙네요~! 난 지금 막 여기서 장사를 시작한 상인이에요. 좀 더 얘기해 주면 안 돼요?
해적2: 글쎄올시다, 나야 이곳에서 노략질이나 하는 처지니 그곳의 동향을 살피고 싶은 거라면 세무서 쪽으로 가보는 게 좋겠수다.
체리 애쉬:친절하셔라! 하지만 노력질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여기, 정보값! (동전 몇 닢을 손에 꼭꼭 쥐어주곤 세무서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나 이제 상인이 아닌데!)
▶:비단이나 보석부터 향신료와 각종 신기한 물건까지. 팔지 않는 것이 없는 제국의 상점가입니다. 상점가의 중앙에는 무역선이나 세무소가 있고, 그곳엔 언제나 재무대신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이번에도 기웃기웃... 페트라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사람은 없는지 물색하며 내부를 돌아다녀요)
▶:세무소를 기웃거리고 있으면, 당신의 얼굴을 알아본 상인들이 조용히 안쪽으로 안내를 해줍니다. 그곳에는 재무대신이 마중을 나와있습니다.
재무대신:제국의 태양, 술탄을 뵙습니다. 이곳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체리 애쉬:(손을 살레살레 저었다.) 너무 격식차리진 마시구요! 요즘 용무는 좀 어떠신가요?
재무대신:흠! 전쟁으로 인해 물류가 특수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포로를 이용한 노예 매매가 흔해졌고, 더불어 생필품이나 병기의 가격이 올랐지요.
체리 애쉬:으으음… 노예거래가 많아지는 이유는 인건비가 낮아졌기 때문일까요? 필요로 하는 물건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전쟁탓에 다들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곰곰곰...)
재무대신: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러나 전쟁은 제국의 부국을 위하는 합리적인 일입니다. 우리 나라는 줄곧 정복전쟁을 일으켜 지금의 제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공국도 마찬가지죠. 전쟁을 피하고자 화합을 앞세워 하툰을 보내왔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항구를 오가는 배달은 전부 검역을 받는데, 그 하툰의 몫으로 오는 짐은 조금 이상하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체리 애쉬:하툰에게 가는 짐이요? (기우뚱...)
재무대신:보통 하툰의 짐은 호화로운 물건이나, 돈이 되는 물건, 산지의 물건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라 콕스라고 했던가요? 그 하툰의 경우는 주기적으로 공국에 편지 같은 걸 보낼 뿐이지 받는 것이 없더군요.
체리 애쉬:(아하,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조할게요. 그러고보니! 페트라에 대해 아시나요?
재무대신:그쪽은 무역의 허브입니다. 페트라로 향하는 물류들은 대개 그곳을 거쳐 다른 곳으로 운송되지요. 그렇기에 그 물류나, 상인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워낙 유동이 많으니 특정할 수도 없고요.
체리 애쉬:음~…(팔짱끼곤, 고민하는 듯한 비음이 길어진다.) 하지만 대개 사막쪽으로 향하지요?
재무대신:대체로는 그렇습니다.
▶:대신과의 대화가 일단락 날 무렵이면, 체리는 항구에서부터 페트라를 향해 출발하는 거대한 상단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페트라는 사막 내륙에 있는 바위에 만들어진 도시로, 무역의 요충지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쳐가는 길목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물량이 오가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네요.
다음 시찰부터 [페트라]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왕궁으로 돌아갈까요?
체리 애쉬:(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체리의 통치가 100일 째가 되는 날입니다.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 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나누고 있습니다.
환관이 술탄께서 납시니 길을 열라.고 외치면, 일순 입을 다물지만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윽고 발리데 술탄과 현자가 앞으로 나옵니다.
현자가 먼저 입을 엽니다.
현자:백성들이 선왕의 인정을 받지 않고 제위에 오른 술탄을 향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는 술탄께서 궁 바깥에 있는 성전에 들러 백성들에게 신실함을 보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발리데 술탄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발리데 술탄:술탄께서 제위에 오른 것은 정당한 계승입니다. 하잘것 없는 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궁 바깥에 있는 성전으로 가 예배를 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신실함이라면 궁 내부의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수작일 뿐이에요.
▶:체리 애쉬, 어느 쪽의 의견을 받아들이나요?
체리 애쉬:(끄덕끄덕...) 민심을 살피는 것이야말로 술탄의 할 일이지만, 현재는 전쟁으로 민심이 흉흉한 때입니다. 이런 때에 외부에 나서 기도를 한다고 한들 얻는 민심이라곤 소금 바다에 녹아 사라질 아지랑이와 다를 것이 없을 거예요. 우선은 궁 내부에서 기도를 하겠지만, 권력을 찾게 되는 때엔 그들의 든든한 그늘막이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발리데 술탄: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현자:…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파디샤는 발리데 술탄의 뜻에 따라 권력을 강화합니다. 궁내를 총괄하는 환관들이 파디샤의 업적을 칭송합니다. 하지만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체리, 1D5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
rolling 1d5
(
4
)
=
4
▶:민중의 지지도가 4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첫 통치, 1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친위대 숙소성전페트라를 시찰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
체리 애쉬:(페트라에 시찰을 나갑니다!)
▶:페트라로 가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상단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어떤 지형지물도 보이지 않고, 시시각각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모래사장을 한참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를 뒤로 하고 별과 해의 방향만을 이정표 삼아 걷기를 며칠 째, 드디어 이야기로 듣던 바위로 만든 도시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각국에서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개방구역과, 이곳에서 생활하는 거주민이 사는 주거구역으로 나뉩니다.
체리 애쉬:(주거구역으로 향합니다~!)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무역상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여기서 나고 자란 이가 아니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독자적인 언어를 쓰기에 소통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확연히 이질적인 기색을 풍기는 탐험가가 한 명 섞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체리 애쉬:(얼레.. 다가가 말을 걸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이 곳에 자주 오시나요?
탐험가: 꽤 오랜 시간 이곳에서 머물렀습니다. 당신은… 상인인가요? 페트라에 방문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신가 보죠.
체리 애쉬:네! 맞아요. 개방 구역이 있지만,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헤헤. 자주 돌아다니시는 분 같은데 오래 머물렀다는 건… 알겠다! 고향이신 거죠?
탐험가: 하하! 고향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 대해 오래 연구하고 싶어서 계속 머물렀을 뿐이죠. 원래 이곳은 이렇게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됐지만요.
체리 애쉬:정말요? 딱 좋은 위치에 있어서, 본래부터 이런 곳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언제부터… 아니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아시나요?
탐험가: 몇달 전부터 이곳을 거점 삼아 상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분명 그게 기점이었을 겁니다. 늘 많은 짐과 돈을 지고, 가끔은 이상한 사람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죠.
체리 애쉬:이상한 사람들요? 행색이 독특했다거나…?
탐험가: 상인들은 그들을 노예라 칭하긴 했찌만, 노예치고는 지나치게 협조적이지 뭡니까. 마치 자발적으로 그 상인들을 따르는 것만 같았어요. 이건 제 생각일뿐인데…. 그 사람들은 요새 세를 불린 이교도가 아닐까, 하고.
체리 애쉬:…이교도! (목소리 낮춰 감탄했다가, 탐험가를 길목 벽으로 슬금슬금 끌어왔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종말을 믿는다던 그들을 말하는 건가요? 어째서 그들이 페트라에 온단 말예요? …비싼 물건을 옮기는 거라면 돈이 없는 건 아닐텐데….
탐험가: (순순히 끌려갔다.) 맞습니다. 이곳의 이교도라면 그들밖에 없으니까요. 정확한 이유는 짐작할 수 없지만…, 페트라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그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건 아주 잠깐이었거든요. 다른 상인들과 다를 바 없이 목을 축인 뒤 길을 떠나더군요. 다른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닐지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목적지라, 인원이 많았다면 먼 곳에 가는 건 아니었을 거예요. 대륙을 횡단하는 동안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니까, 다수의 인원이 조직을 비울 수는 없었겠죠! …어떤가요~?
탐험가: 그럴싸하군요! 역시 상인이라 그런가, 눈썰미가 있으신걸요. 맞아요, 바다를 건너려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야만 했다면 오히려 제국의 항구로 향했을 테니까요. 어쩌면 사막 한 구석에 근거지를 두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탐험가는 당신의 추측을 열심히 메모하더니, 이윽고 다른 곳을 살펴야겠다며 자리를 뜹니다.
체리 애쉬:(잘가요~ 인사하며 마주해주곤 개방구역으로 돌아갑니다!)
(마. 마중)
▶:개방구역으로 돌아오면, 무역상들은 적당한 곳에 짐을 놓고 쉬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단 근처에 모닥불을 피우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떠드는 외국인들이 가득 있네요. 특이하게도 구석에 웅크린 채 몸을 떠는 캐러밴이 한 명 보입니다.
체리 애쉬:많이 추운가요? (캐러밴옆에 앉았다.) 모래바람이 차지요?
▶:캐러밴은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이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19
정신분석1 0 0
실패
캐러밴: 난 분명 봤어, 봤다고! 그 사람들이 시신을 일으키고 있었어. 죽은 자를 되살렸다고. 우리 중에도 죽지 못한 자가 있을지 몰라. 그 사람들은 전쟁을 이용하고 있어…, 자기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캐러밴이 두 사람의 사이를 막아섭니다.
캐러밴2: 어이쿠,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국경 근처에서 전쟁이 끝난 벌판을 지나오다 그만 정신을 놓았지 뭡니까. 이보게, 엄한 사람 붙잡고 그러는 거 아냐.
체리 애쉬:아녜요, 떨고계시길래 걱정이 되어서. 몸이 상하지 않도록 잘 챙겨주세요. (아이코, 한 발자국 물러났다.) 아직 사체를 모두 회수하지 않았나 봐요. 한 명이 죽은 것을 보기도 버거운데, 그런 풍경은 더 힘들죠.
캐러밴2: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정세가 흉흉하니 시체를 수습하는 것도 부담스럽겠지요. (그리 말하더니 캐러밴을 부축하며 일어선다.) 저는 이 친구를 좀 숙소로 밀어넣고 와야겠습니다. 모쪼록 재물의 신께서 당신을 돕기를!
▶:이번 시찰로 페트라의 동향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체리, 본국으로 돌아갈까요?
체리 애쉬:(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200일 째가 되는 날입니다. 술탄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 처음 보는 방문자가 있습니다.
옷차림으로 보건대 신학자처럼 보이는 이는,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당신의 옷자락에 입을 맞춥니다.
신학자: 위대한 술탄이시여, 끔찍한 악몽이 국경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당신이 오셨다는 건, …나라에 역병이 돌고 있나요?
신학자: 예, 그렇습니다. 질병처럼 보이는 것이 손 쓸 도리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파디샤께서도 아시겠지만, 최근 이교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 대륙이 멸망에 빠질 거라 믿기에 끔찍한 일을 빈번히 저지르고 있지요.
살아있는 사람을 죽지 못한 자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질병이 번지게 된 것은 전부 이교도들의 탓임이 틀림 없습니다. 위대한 술탄이시여, 부디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 보시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체리 애쉬:그래서 질병처럼 보이는 것이군요…. 그들은 세상에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더니, 정작 본인들이 직접 종말을 끌어오고 있네요. 죽지 못한 자라는 건, 살아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가요?
신학자: (고개를 끄덕인다.) 죽었는지, 살아있는지조차 구별이 안 되는 자들이기에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보호를 받지 않는 민간의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파디샤께서는 이교도를 막기 위해 인력을 파견해 주십시오.
▶:하렘친위대항구성전중 한 곳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체리, 어디로 인력을 파견하나요?
체리 애쉬:(성전에 인력을 파견합니다!)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
rolling 1d5
(
5
)
=
5
▶:각 지지도의 최대치는 25입니다. 민심이 4만큼 회복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2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친위대 숙소성전으로 시찰을 나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
체리 애쉬:(성전으로 나갑니다!)
▶:도시의 중앙에 있는, 성전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부촌입니다. 반짝이는 타일들이 집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어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 시야가 번쩍거립니다.
이곳은 크게 현자가 머무는 성전과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로 나뉩니다.
체리 애쉬:(그 시국에... 다들 괜찬앗으려나 번화가로 나가봐요)
▶:사암으로 만든 판석이 깔린 길이 집의 윤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번화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 중정, 혹은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커피와 단 간식을 마시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간식맛잇겟다. 근처에서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볼게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78
듣기70 35 14
실패
시민: 이교도라니! 겉만 번지르르한 명칭이네요. 결국 이 …나,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일 뿐인데 말이에요. 종교란 그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 퍼지는 법이니까요.
누군가 이긴다면 누군가는 지게 되어요. 이건 당연한 명제랍니다. …한 사람들은 언제나 생겨나기 마련이고요. 그러니 종말론 같은 게 끊임없이 유행하는 것 아니겠어요?
▶:여러 속삭임 사이로 드문드문 대화 소리를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체리 애쉬:(다들 건강하군...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 성전으로 이동해요)
▶:경건한 분위기의 향 냄새가 풍기는 성전입니다. 이곳은 언제나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성전으로 들어서면, 현자가 마중을 나옵니다.
현자:위대한 술탄을 뵙습니다. 시찰을 나오신 모양이로군요. 번화가는 들러 보셨습니까? 그곳은 선왕께서 일구신 곳이죠. 부유한 자들은 배불리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체리 애쉬:오랜만에 보네요! 네, 질병이 돌았던지라 최근 동향이 어떨지 살피고 왔죠. 이젠 다들 큰 문제 없이 건강해 보이던 걸요. 그럼성전의 상황은 조금, 어떤가요?
현자:이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기는 교리를 따를 뿐인 장소니까요.
그러고 보니, 술탄께서 등극하신 지도 꽤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저희에게 내려오는 예언을 말씀드릴 때가 된 것 같군요.
체리 애쉬:예언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이야기같은 것 말이죠?
현자:맞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우리에게는 예언이 주어졌지요.
백성들이 말하는 종말이라는 건, 결국 이 예언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술탄께서는 모든 것들이 싸움을 시작하는 때가 도래한다면 어찌 대처하시겠습니까?
체리 애쉬:물론~! 그 전에 멈추는 게 가장 좋겠죠!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그 전에도 예언은 여럿 있었나요?
현자:말씀드린 것이 전부입니다. 하나의 예언이 떨어진다면 다른 예언이 나타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저희는 정말 종말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만약 종말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살아남는 이가 단 한 명도 남지 않는다면 술탄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죽음을 받아들이실 겁니까?
체리 애쉬:(끄응, 앓는 소릴 내다.) 미래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건 어렵네요. 글쎄요… 죽고싶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내가 죽는 것 보다 백성들이 먼저 죽는다는 점이 가장 슬프겠네요.
아, 사실 나는 만약이라는 명목으로 최악을 상정하는 건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반드시 나의 답을 들어야겠다면… 죽는 한까지 희망을 쥐려 노력하겠어요. 떠난 이들을 다시 만나는 건 못하더라도 새로 만나는 건 할 수 있을테니까~?
현자:그것이 술탄께서 생각하시는 올바른 길이라면. (공손히 고개를 조아린다.) 뜻하시는 바가 흐트러지지 않게끔 저희도 노력을 기하겠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저는 이만 제자리로 돌아가 봐야 할 듯싶습니다만, 이외에 볼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체리 애쉬:(슬금슬금 입꼬리 올린다.) 네, 잘 될 거예요! 들어가세요, 걱정말고.
▶:현자는 다시금 고개를 조아리곤 돌아갑니다.
성전과 번화가 사이에 서 있노라면, 여전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체리 애쉬:(발소리를 따라가 볼까용... 벅저벅저)
▶:걸음을 옮긴 곳에서도 사방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거 아세요? 제국엔 이교도의 손이 비교적 덜 뻗쳐 있었지만, 최근 하층민들을 위주로 비밀스럽게 집회나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저 소문이긴 하지만, 수도의 남부에 펼쳐진 갈대밭 어딘가에 이교도 사제가 방문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런! 왕궁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가요? 모쪼록 저희에게만큼은 피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다음 시찰부터 갈대밭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갈대밭! 우선,, 돌아갑니다)
▶:왕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3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친위대장과 재무대신이 앞으로 나옵니다. 친위대장이 먼저 입을 엽니다.
친위대장:술탄이시여, 오랜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친위대에 줄 봉급 지급이 닥쳐 있습니다. 한번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크지만, 병사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한시 바삐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술탄께서 친위대의 봉급을 지불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국의 신용에도 손실이 갈지 모릅니다.
▶:재무대신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재무대신:하지만 국고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급여 지급을 미루고, 그 금액을 이번 무역에 투자하면 이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생필품의 가격이 뛴 지금! 배에 물건을 싣고 교역해야만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이득을 얻기 힘듭니다.
▶:어느 측의 의견을 따르나요?
체리 애쉬:반반씩 하죠~! …라는 건, 안된다는 뜻이겠죠? 재력 또한 중요하지만, 봉급이라는 건 백성 하나하나의 생사가 걸린 문제잖아요. 노동한 값을 미룬다는 건 본래부터 정해져있던 약속을 어긴다는 뜻이고, 친위대장의 말대로 신용을 깎아먹는게 되어요. 당장에 군인들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백성들은 얼마나 불안할까요? 이런 건 가장 내부에서부터 쌓일 거예요. 나라가 풍족해지는 것 또한 물론 중요하지만, 백성이 있어 나라가 존재하는 거니까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술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대신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답합니다.
체리는 친위대장의 뜻에 따라 친위대의 봉급을 우선적으로 지불합니다. 친위대는 연이은 전쟁에 지쳐있었지만, 술탄이 하사한 금을 받고 기뻐합니다. 친위대의 연병장에는 언제나 입대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
rolling 1d5
(
2
)
=
2
▶:상인의 지지도가 2만큼 차감됩니다.
  그렇게 술탄의 첫 통치, 1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체리 애쉬:나는 라가 좋아요~ 라도 내가 좋아요? (만질만질..) 우리 처음 만났을 적 기억하죠? 라가 분명,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었는데. 나,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요. 1년이 되어 갈 동안 빠지지 않고요. 그 믿음들이 라라는 사람 자체를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엔, 라가 내게 가져다 줄 미래를 기대해요. 모든 게 다 어떤 것을 위해서였다고, 라의 입으로 들려줄 날들 같은 거~? (푸슬푸슬 스며드는 미소와,) 그 전에! 나는 라에게 믿을만한 사람이 되었나요?
라 콕스:(한결같은 사람. 대답 대신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그 손을 부드러이 잡아끌고, 드러난 손목에 입을 맞추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일과가 되었다. 기실 라 콕스는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 말하는 순간까지도 체리 애쉬의 불변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제 곁의 이가 보여준 신뢰는 이처럼 강건하여, 그 위로 몸을 누이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가 아니면 또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너도 여전히 나를 믿니? 듣자 하니 이상한 소문이 돌던걸.
체리 애쉬:그럼요! 그래서… 라는 나를 좋아해요? 응? 이것도 비밀이에요? (머리 비비적거렸다.) 소문, …으응…? 어떤 이야기요?
라 콕스:네가 말하는 좋아해와, 내가 생각하는 좋아해의 의미가 같을지 모르겠네. (밀어내지 않고 되레 당긴다. 어깨를 도닥여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교도를 퍼트리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는 말이 돌던걸. 궁내의 정보를 캐내어 본국에 넘긴다는 말도.
체리 애쉬:어떤의미예요? (허리 끌어안아 기대곤,) 아, 확실히… 이교도의 이야기는 제가 취임했을 적 부터 꽤 들은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무작정 사람을 의심하면 안되는 것도 있지만, 라는 항상 날 위해주는걸요. … (짧게 침묵하다가도 고개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맞죠?! 우연히 도와준 게 아니잖아요?
라 콕스:어떨 것 같은데? (그것도, 이것도.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으나 답을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확인받고 싶은 거니?
체리 애쉬:그럼요, 넌지시 아는 것 보다야 본인 입으로 듣는 편이 더 기쁘니까. 예를 들어… 뽀뽀해도 돼요? 조금 많이.
라 콕스:이왕이면 한참 많이 해 줬으면 하는데.
체리 애쉬:그걸~ 답으로 들을게요! (얼굴에 마구마구 뽀뽀함..) …본국이 그립진 않아요? 혹시 내가 잡아두고 있어요?
라 콕스:그립기야 하지. 가족들이 있는 곳인걸. (이어지는 말에는 가만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그런 생각을 했어? 어째서?
체리 애쉬:보내기 싫어서요.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니까. 라가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도 돼요. 그래도 가끔은 내 생각도 좀 해주구. 편지도 써주구. …만나러 오면 더 좋고!
라 콕스:돌아가려면 우리가 맺은 가약도 없던 일 취급을 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며 덧붙인다. 말의 무게와는 달리 여상한 태도다.) 네가 나 외에 다른 하툰을 들이는 건 달갑지 않거든. 넌…, 아무렇지도 않나?
체리 애쉬:적어도 즐겁지는 않을걸요…. 나는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겠지만, 누구를 들이더라도 라만큼 편애하지는 못 할 테니까. (제 머리칼을 넘겨드는 손을 조심조심 포개어 잡는다. 이어 한차례 입 맞추곤, 느지막이 속삭인다. 집착스러울 법도 할 문장을, 가엾을 만큼 여린 목청으로…) 떠나지 않을 거죠? 나를 두고….
라 콕스:(당신이 자신을 특별히 여기는 게 그저 기껍기만 하다. 그렇기에 나는 본분을 잊고, 사랑에 휩쓸리고….) 네가 바란다면.
체리 애쉬:(엷은 미소, 결코 평소같지는 못했던.) 나야 늘 바라는걸. 그보다 라가 날 떠나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우선, 내가 최고의 배우자가 되어야겠네. 그렇죠?
라 콕스: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포개어진 손 위로 남은 손을 얹는다. 도닥이기라도 하듯 부드러운 손길로 당신의 손등을 몇 차례 쓸어내렸다.) 지금도 최고의 배우자라고 생각하는데. ……아냐?
체리 애쉬:정말요? …라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그런 걸로 할래. (맞잡은 손등에 짧게 키스하곤) 그냥요~! 잠깐 자신이 없어져서. 왜 그랬을까, 어려운 게 너무 많아서 일지도 몰라. 좋아요. 그럼, 라는 나의 어떤 점을 최고라고 생각해요?
라 콕스:(아무런 답도 내어놓지 않았다. 그저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깜빡이기만 한다. 다만 미미하게 휘어진 눈가나,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가 그의 기분을 짐작게 했다. 기묘할 정도로 그 무엇도 담기지 않는 눈, 그 안에는 선명한 붉음이 어려 있다.)
체리 애쉬:(네가 대답을 마치면, 웃음이 목 끝을 간질인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항상, 소리 내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색 눈빛 끝에 일렁이는 수많은 맹목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하나 확실한 건 우리는 의심할 여유 없이 사랑에 빠져있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그 말을 직접 듣게 된다면 많이 부끄러울까?
라 콕스: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 (적어도 내게는. 속삭였다.) 듣는 너는, 어떨 것 같은데?
체리 애쉬:드으…… ……들을래요!
라 콕스:(고개를 기울여 이마와 이마를 맞댄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좁혀진 거리에서, 다시금 시선이 얽힌다.) 정말?
체리 애쉬:(맞댄 이마를 따라 열감이 타고 오른다. 애정의 온도. 부끄러움 한 점 없이 당신만을 원했던. 그는 바로 직전 자신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도 잊었는지, 네 허리 끌어안아 제 쪽으로 끌어와 재차 눈을 맞춘다. 아이를 닮아 어리광 피우는 목소리가 잇새로 흘러내린다.) 안돼요? 하툰.
라 콕스:(라 콕스는 본디 하툰이라 불리기를 꺼려 왔다. 하렘에는 수많은 하툰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름으로 날 부르면, 내가 널 어떻게 거절하지? (이제 와 그 부름을 반가이 여기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라 콕스는 뻔한 답을 반추하는 대신 당신을 마주 안길 택했다. 허락을 구하기라도 하듯 그 입가에 짤막이 입 맞추길 반복하다 보면, 호흡이 섞이는 것은 순간이다. 두 사람이 애정을 속살대는 일이 처음이 아니었듯 사랑이 있으매 숨결을 갈구하는 것 또한 처음이 아니리라.)
체리 애쉬:(하툰, 라 콕스. 체리 애쉬는 이 드넓은 하렘에서 제 하툰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제 곁에 있었고, 찾더라도 늘 있던 곳에서 자신을 기다렸으니까. …그러나 다시 떠올려 보자면, 그는 찾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 같았다. 두문불출하고, 언질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잦았으며, 제 시종마저 정신 차리고 있지 않다면 그를 잃어버리고 만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라 콕스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제게 모습을 숨기지 않는 이유엔 분명 자신이 있을 것이라 체리 애쉬는 장담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은 이런 시선으로 저를 옭아매지 않을 테니까.)
(나의 유일한 불안, 영원불멸할 사랑이여. 사실은, 당신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서 두려워요. 사람을 잃는 것은 물론 무서운 일이지만, 당신을 잃는 것은 죽음과도 같으니. 행복 아래 덮여있는 것은 심연이 아닌, 단순하고도 완벽한 연정이었으면 해요.) …거절하지 않았으면 해서, 라고 한다면요? (입가가 짧게 경련한다. 기쁨 숨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터다. 자신은 무지하여, 원하는 것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붉은 속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려 호흡을 맞추면, 낯선 행위에 손을 꼼질이던 것도 잠시 능숙하게 너를 받아들인다. 첫 입맞춤은 단내가 난다 했던가, 설탕의 단 향 같은 것이 물씬 올라왔다. 아마, 네가 마시던 커피가 달기 때문이겠지.)
라 콕스:(손과 손을 맞잡는다. 마디 사이로 손가락을 끼워 넣어 틈 없이 붙들었다.) 그런 이유라면…. 너도 날 거절해서는 안 되는데. 괜찮겠어?
체리 애쉬:내가 어떻게 라를 거절하겠어요~ (그쵸? 뻔뻔스레 덧붙였다. 재차 여상스레 웃는 얼굴이다. 붙든 손 놓칠세라 다정히 포개어 쥔 그는, 작게 속살거린다.) 제 하툰께서 원하신다면….
▶:밤이 깊어져 갑니다. 두 사람은 오늘도 한 침대에서 잠자리에 듭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여전히, 눈앞에서 라 콕스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돌아봅니다. 여러번 이 꿈을 꾸어서일까요? 이제는 그의 표정이 선명히 눈에 들어옵니다.
마주한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참상 속에서도 당신을 눈에 담아내려 드는 것만큼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라 콕스:체리, 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 둘 중 한 사람은 죽게 될 테니까.
체리 애쉬:왜 그런 말을 해요?
▶:의문을 해결할 새도 없이, 어딘가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한 감각과 함께 훅, 눈 앞이 어두워집니다. 마치 죽음을 겪는 것 같은 끔찍한 어둠입니다.
...
...
목소리를 구분하기 힘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이제 일어나야지. 무슨 꿈을 그렇게 꾸는 거야? 라며,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요.
▶:눈을 뜨면 그곳은 익숙한 침실입니다. 라가 당신을 흔들어 깨운 모양이에요.
체리 애쉬:아! …그냥요…~? 피곤했나봐요. (늘어지게 하품하며 고개를 저었다.) 잘 잤어요? 내 꿈은요?
라 콕스:(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며 답했다.) 미안.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버려서…. 네가 곁에 있어 줘서 그런가 봐.
체리 애쉬:정말? (기분 좋은 미소.) 난 라 꿈 꿨는데. 날 보러 온 줄 알았죠!
라 콕스:무슨 꿈이었는데?
체리 애쉬:무슨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눈 땡글)
라 콕스:이왕이면 네가 사랑받는다고 느꼈을 법한 꿈이길 바라.
체리 애쉬:그럼요~! (손 꼭 잡고 슬슬 당기며,) 이제 일어날까요? 배 많이 고프죠? 내가 너무 늦게까지 잤다.
라 콕스:얼마든 기다릴 수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말아. (순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 정무가 끝난 뒤에도 찾아와 줄 거지?
체리 애쉬:그래두~ 너무 기다리진 말아요. 내 마음 알죠? 정무가 끝난 뒤에도 만나러 올게요. 내 하툰께서 그러길 원하는데, 어찌 안 갈까요.
그동안 맛있는 다과도 먹고, 천천히 기다리기! 약속해요. 자아~! (소지 삐죽 내민다..)
라 콕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머뭇…. 아이 취급을 받는 것만 같아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소지를 내밀었으니, 당신에겐 이길 수 없겠다 싶다.)
체리 애쉬:응? 싫어요? (네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는 양 싶더니, 손 살살 흔들고는 놓아준다.)
라 콕스:싫진 않아…. (괜히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웅해 줄게.
체리 애쉬:그럼 좋아요! (다시금 맞잡은 손을 빤히 마주하다가도. 헤헤, 실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꿈을 꾸는 동안은 조금씩 미간을 구기는가 싶더니, 깨어나고부터는 한참을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다. 악몽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또는, 잊을만큼 현실이 즐겁다거나.) 얼레… 배웅은 내가 해줘야 하는 것 아녜요?
라 콕스:여긴 내 방인데. (웃음기 어린 투. 장난스러운 낯이 되어 당신의 볼을 감싸 쥔다.) 어떻게 해 주려고 그러는 거지?
체리 애쉬:나가서 정원도 거닐구, 사람들과 수다도 떨구….
같이 나서는 김에 하면 좋잖아요.
라 콕스:정원을 거니는 건 좋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진 않은걸…. 난 너만 있으면 되는데. 넌 아닌가 봐. (내용과는 달리 담백한 어조였다. 투기가 느껴지지도 않고, 서운함이 어려 있지도 않다. 단순히 타인을 만나고 싶지 않아 둘러댄 말에 가까운 듯 보인다.)
체리 애쉬:(비죽 입 내밀다, 장난이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라 자랑은 다음에 해야겠네.
라 콕스:(나직이 미소지었다.) 그래, 다음에.
▶ 그렇게 술탄의 다음 통치, 2년이 시작됩니다.
▶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당신의 통치도 2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까다로운 정무의 처리 방식에는 익숙해졌나요? 나라를 다스린다는 건 마치 키 큰 갈대들이 빼곡히 심겨 있는 풀밭을 헤쳐나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나아가는 발걸음마다 억센 줄기가 살을 찢습니다. 흔들리는 풀숲이 그저 지나가는 바람 탓인지, 풀 사이 숨어있는 독사의 움직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갑니다.
하렘친위대 훈련소갈대밭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갈대밭에 시찰나갑니다~~!)
▶:수도 남부에 펼쳐져 있는 갈대밭은 족히 도시의 절반은 될 듯한 습지입니다.
이곳은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길이의 갈대와 키 큰 풀이 아무렇게나 웃자라 있으며, 자칫 발을 잘못 딛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들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 몇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갈대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다들 경계하고 있으며, 서로 말도 걸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기색입니다.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머지? 들어가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요... 같이 주변을 살피며 갈대밭 안으로 조심조심 따라들어갑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92
관찰력75 37 15
실패
▶:풀이나 나뭇가지들이 기묘히 꺾인 흔적을 발견합니다. 흔적을 따라 나아가면,
저 멀리서 두런두런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교도 사제: 종말이 다가왔을지언정,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에서는 새로운 삶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시 바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걸인들이 한데 모여 썩어가는 등걸이나 바위에 걸터앉은 채 그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교도 사제: 제가 …일 전, 이 구덩이에 ……를 넣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있다면 …는 다… …날 것이고, 더는 ……을 …지 않을 겁니다.
자, 다들 들으십시오.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 …는 모두 그 …의 …… …이 …다,고 말입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16
듣기70 35 14
어려운 성공
▶:흐릿하기만 했던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집니다. 분명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3일 전, 이 구덩이에 죽은 이를 넣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있다면 그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더는 고통을 겪지 않을 겁니다. 자, 다들 들으십시오.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죽은 자는 모두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 고 말입니다.
당신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이교도 사제는 황급히 말을 멈추고 빠르게 도망칩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무리들이 풀 숲 사이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사람이 흩어진 자리엔 구덩이 하나가 있고, 그 위에는 판자가 덮여 있습니다.
체리 애쉬:(머지!? 판자를 치워볼겡요)
▶:죽은 자는 모두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는 문구가 써진 판자입니다. 판자를 치우면, 구덩이 안에는 시체가 놓여 있습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71
이성80 40 16
성공
(다시 조용히... 판자를 덮어주어요)
▶:자리에서 벗어날까요?
체리 애쉬:(자리에서 벗어납닌다..)
▶:자리에서 벗어나면, 당신은 도망간 사람들의 다수가 사막의 폐허로 향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제국에 오래 전 정복당한 도시의 잔해가 있는 지역입니다.
그 도시는 유골을 지하에 보관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도시가 오래될수록 매장을 하는 곳도 매장된 해골도 가득해져 결국은 지하납골당 자체가 거대한 미로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어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교도들의 행방이 폐허 아래에 거미줄처럼 깔린 지하 납골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요.
다음 시찰부터 지하납골당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이럴수가.터벅터벅.. 하렘으로 돌아가요)
▶:그리하여 어느덧 체리의 통치가 4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이 뜨거운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발리데 술탄과 재무대신이 앞으로 나옵니다. 재무대신이 먼저 입을 엽니다.
재무대신:하렘에 배당된 예산이 지나칩니다. 등극 초기라 예산이 쓰일 곳이 많은 건 이해하지만, 다른 하툰들이 사익을 취하는 것이 아닐지 저어됩니다. 왕실 개인이 가져가는 금액은 국고 지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발리데 술탄이 이어서 입을 엽니다.
발리데 술탄:지금의 파디샤를 위해서는 하렘 전체를 단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툰들은 이 시기를 중히 여기니 말린다면 내부에 반발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저 의견을 들어주는 건, 왕실의 사유재산을 재무대신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이에요. 그래서는 안 되지요.
▶:체리, 어느 쪽의 의견을 따르나요?
체리 애쉬:(1이면 재무대신.. 2면 발리데 술탄... 1)
(재무대신말을 듣도록햐요)
▶:대신들은 고개를 숙이며 술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고 이야기합니다.
체리는 재무대신의 뜻을 따라 하렘의 예산을 줄입니다. 그날 저녁, 재무대신에게서 서신이 도착합니다. 발리데 술탄이 선왕의 뜻을 따른다지만, 결국 파디샤는 술탄 뿐이십니다. 발리데 술탄은 언젠가는 물러날 인물이지요.
하지만 한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지는 법.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3
▶:귀족의 지지도가 3만큼 감소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4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친위대 훈련소지하납골당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지하납골당으로 향합니다!)
▶:이미 수백년 전 폐허가 된 도시 아래에는,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모를 긴 지하납골당이 있습니다.
석회를 발라가며 판 굴들이 개미굴처럼 이어져 있는데다 관리도 되지 않아, 횃불이 꺼지거나 길을 잃는 순간 이 곳 자체가 무덤이 됩니다.
먼지끼고 흙냄새가 나는 지하터널의 벽마다 안치된 채 방치된 해골들이 가득합니다. 수만 개의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37
행운70 35 14
성공
▶:먼지 속에서 누군가 미처 끄지 못한 촛불이 일렁이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곳은 아주 긴 복도입니다. 복도의 벽에는 일렁이는 별 같은 모양의 부조가 새겨져 있고, 그 별 중앙에는 붉은 색의 보석들이 깨진 마름모 모양으로 붙어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부조는 아주 최근에 새겨진 듯 다른 곳과 달리 깔끔합니다.
복도 끝에는 거대한 공간이 있고, 그 중앙, 테이블로 보이는 곳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초 하나가 일렁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초를 들고... 복도 끝의 공간으로 향할 수 잇을까요?)
▶:가능합니다!
체리 애쉬:(들고 이동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주변에 가득 놓인 것은 입니다. 그런 관들이 수십, 수백개가 존재합니다. 테이블 위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들이 놓여 있습니다.
체리 애쉬:(두루마리들을 펼쳐 읽어봅니다!)
▶:이교도들을 전파시키기 위한 자료들입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13
자료 조사60 30 12
어려운 성공
▶:두루마리 뒤로 다른 자료가 뭉쳐져 있습니다. 이 자료는 어떤 신화를 정리해둔 총론서인 것 같네요.
체리 애쉬:(두루마리를 내려둔다. 죽은 사람이 삶의 전부가 될 만큼 맹목적이었다거나, 찾아온 결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거나. 현재는 어렴풋 하지만, 과거 하렘 밖에서는 숯하게 겪던 일이다. 자신에게는 손을 뻗어주던 이들이 있었으나, 그들에겐 도움을 요청할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 몸뚱이를 이끌고 폐허로 돌아가던 이들의 등을 떠올린다. 심신이 망가진 이들은 종교를 찾거나, 미지의 지식에 손을 뻗곤 했다.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과, 다시 한 번 사랑할 수 있다는 희망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면, 그 일상을 누가 마다할까. 고개 돌려 탁상 주변의 관을 비추어 보였다.)
▶:관의 뚜껑에는 하나같이 죽은 자는 모두 그 분의 충실한 종이 된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체리 애쉬:(또 시체 보고싶지느... 터벅터벅.. 주변에 다른 건 없을까?)
▶:관에서 멀어지면, 당신은 어느새 뒤에 터번을 쓴 낯선 사람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신비주의자:꿈을 꾸고 있나?
체리 애쉬:(깜짝...) 꿈요?
신비주의자:매해 같은 꿈을 꾸지는 않나?
체리 애쉬:엇! … … (두리번 두리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신비주의자:(답하지 않는다. 뜬금없는 말만을 내어놓았다.) 과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군. 축하한다.
체리 애쉬:그럴리가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요….
신비주의자: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데, 어째서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하는가?
체리 애쉬:받아들이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영원히 살지 않는 것도, 인간으로 죽는 것도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거예요.
신비주의자:이해할 수가 없군. 도대체 어느 점이?
체리 애쉬:응?! 그렇게 물어본다면야… 음~ 흐음….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된다거나?
신비주의자:예정된 종말로 인해 남은 시간을 단번에 앗기게 된다면? 소중히 여겨 봤자 지킬 수 없다면 의미가 없지 않나.
체리 애쉬:그렇기에 더 소중한 거죠! 그동안 아끼고, 충실히 쓸모를 다해 사용했다면. 죽더라도 "그간 행복했다" 이야기 하며 편히 눈 감을 수 있을테니까요.
▶:신비주의자가 무어라 답을 하려는 찰나, 어수선한 목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동시에 모든 불이 꺼집니다.
멀리서 횃불이 가까워집니다. 당신을 걱정해 따라 온 호위들이네요. 어둡기만 하던 공간이 밝아지면, 신비주의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5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이 뜨거운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인물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술탄의 옷자락에 입을 맞춥니다.
신입 친위대: 위대한 술탄이시여, 이교를 퍼트리는 자를 목도했는데, 그 행위가 괴이쩍어 보고를 올립니다.
체리 애쉬:(와~ 처음보는 얼굴~) 네, 이야기 하세요!
신입 친위대: 암암리에 이교를 전파하던 이가 있어, 병사들이 그를 급습했습니다. 하나 그의 집 안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집 안의 지하에는 이미 죽은 시체들과 아직 죽지 않았지만 천천히 죽임을 당하는 듯한 사람들로 가득했던 것입니다.
저희는 신속히 그들을 구조하려 했으나,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들어왔다며 의식을 방해하지 말라고 저희를 쫓아냈습니다.
그 행위가 무척이나 기괴하여 따로 조사해보았습니다만, 이런 사람들이 현재 암암리에 제법 수를 불린 듯합니다. 그들은 이 방법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술탄이시여, 부디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술탄의 명이 있다면 저희도 더욱 면밀히 조사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체리,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9
▶:전 진영의 지지도가 9만큼 감소합니다.
하렘의 하툰들에게 이교도가 퍼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항구조차 이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체리, 이교도를 막기 위해 하렘친위대 훈련소성전항구중 어떤 곳을 중점으로 관리하나요?
체리 애쉬:(.,.,하렘을 관리합니다!)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2
▶:귀족의 지지도가 2만큼 상승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5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친위대 훈련소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친위대 훈련소에 시찰나갑니다!)
▶:왕궁 입구에는 친위대들이 숙식을 하고 훈련을 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언제나 정복 전쟁, 혹은 반란의 위험이 있기에 제국의 군대는 항상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크게 친위대 본부와, 새로 들어온 군인의 훈련소로 나뉩니다.
체리 애쉬:(훈련소에 먼저 들리도록 햐요)
▶:신입 친위대들이 훈련하는 곳입니다. 그들은 당신이 오는 것도 알지 못하고, 한창 이야기를 숙덕거리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자연스럽게 고개 들이밀고 들어보도록 해요)
신입: 적군이 항복해오는데도 그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게 어려워.
왜, 대대 별로 패잔병들을 모아놓고 전부 처형하잖아. 시체도 거두어주지 않고.
물론 다시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생각하면 전부 해치우는 게 맞긴 한데… 그래도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
노예로 데려와서 일을 시키면 이득일 텐데, 굳이 죽여야 하는 걸까?
체리 애쉬:하지만… 노예로 쓰는 것도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가끔은 호되게 일하는 것도 죽느니만 못할 때가 있잖아요. 나는 불우이웃을 위해 일하며 평생 봉사하는 게 좋다고 봐요.
▶:(1안다 2모른다 1)
신입: 그런가…. 듣고 보니 네 말도, ……응? 술, 술탄을 뵙습니다.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체리 애쉬:아이고, 아이고. 쉿! 쉿! (친위대들 꽁꽁 품에 둘러모으며...) 일부러 훈련소에 먼저 온 거란 말예요. 지금은 쉬는 시간?
신입: 예, 예…. (잔뜩 굳으며…) 훈련소에는 어쩐 일로 방문하신 건가요? …….
체리 애쉬:응? 그냥~… 구경하러? 잘 지냈어요? 요즘 하렘이 뒤숭숭하죠?
신입: 저희는 하렘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하툰들께서 기거하시는 곳이니까요…. 소, 소문은 들려오지만요. 이교도가 퍼지는 것 같다던데….
체리 애쉬:엇, 그랬던가? (뺨 긁적...) 뭐, 그쵸~ 걱정은 되지만… 젊은 사람들만 하겠어요. 그들은 모두 성인이라지만, 여기는 아니니까.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주변에 의지해야 해요~? 뭣하면, 나를 찾아와도 좋고. 들여보내주지 않는다면 술탄께서 부르셨습니다! 한다거나~? (하하~ 사람 좋게 웃었다.) 에구, 다들 엄청 긴장한 것 같으니까, 진짜 갈게. 열심히 해요! (손 흔들며 본부로 향해요.)
▶:친위대 훈련소에서 가장 큰 건물으로, 오랜 기간 친위대에 몸을 담았던 장군이나, 각 부대 대장들의 사무실 및 접견실이 있는 곳입니다. 군사자료가 있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금지되어있습니다만, 당신에겐 무용한 일이죠. 둘러볼 만한 곳은 친위대장의 접견실정도가 되겠네요.
체리 애쉬:(저벅저벅 접견실로 갈개요)
▶:접견실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접견실 중앙의 책상 위로는 자료들이 어지러이 놓여있네요.
체리 애쉬:(왜 아무도 없으까?? 무슨 자료인지 구경해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80
자료 조사60 30 12
실패
▶:국가에 관해 적힌 내역을 발견합니다. 공국 국민의 절반 가량이 부상을 입었으며, 자력으로 국가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요지의 보고시네요.
체리 애쉬:(이거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 훈련소에 물어보러 가두 대나요?)
▶:친위대장에게 보고된 자료이니 친위대장에게 물으면 될 것 같아요. 이곳은 그의 접견실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방의 주인이 돌아올 겁니다. 기다려볼까요?
체리 애쉬:(얌전히 앉아서 기다릴개요..)
▶:머지않아 친위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당신이 방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황스러운 낯이 되나, 그마저도 곧장 고개를 숙이는 탓에 보이지 않게 되어버립니다.
친위대장:술탄께서 이곳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체리 애쉬:(실실 웃다가.. 재미있는 게 생각났다는 듯 꾸며낸 표정을 지으며,) 왜 왔을 것 같아요?!
친위대장:친위대원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체리 애쉬:그럴리가요~ (하하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시찰나온 거예요, 다들 어떻게 지내나 하구. 그러다 자료를 조금 읽었는데, 신기한 내용이 있어서. 우리는 쭉 이렇게… 미래의 일도 기록해오고 있었나요?
친위대장:아, 자료를 보신 모양이군요. 그것은 선왕대에서부터 이행해 온 계획에 불과합니다. 미래의 일을 기록하다니, 그런 거창한 일은 저희 같은 인간은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체리 애쉬:아…?(솔직히... 기대햇다. 애써 아닌 척,,,) 응, 그렇죠. 보자, 이걸 선왕대에서부터 이행해왔다고 한다면, 무엇이 목적이었나요? (또 자료 뒤적뒤적,)
친위대장:거기까지는 제 권한이 아닌지라…. 저희는 그저 내려온 방침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만족스러운 답을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체리 애쉬:미안하긴요! 그냥, 나도 모르니까 물어본 거죠. 그럼됐어요~! 다른얘기 할까요? 요즘 근황은 조금 어때요?
친위대장: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제국이 연승하여 승리를 거머쥐고 있으니 근심이랄 것도 없군요. 이교도가 말썽이라고는 하나, 그 또한 곧 정리될 것입니다. 그러니 술탄께서도 이 모든 것들에 염려치 마십시오.
체리 애쉬:(그렇구나, 싱거운 대답 이후는 어물쩡 넘겼다.) 다친 사람은 없고요? 이기는 것도 좋지만, 사는 게 우선이니까. 힘들어지면 꼭 말 해요, 최대한 신경 써 볼게요. 친위대가 우리 하렘을 지켜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요.
친위대장:선왕대에서부터 계획해 왔던 전쟁이라 대비만큼은 확실히 해두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저희 쪽의 피해는 무척이나 경미하니 이 또한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술탄께서 이리도 저희를 두둔해주시니 사기가 북돋는군요. 더욱 국방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체리 애쉬:그럼요! (웃음을 마주하던 그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이어 힐끔 창 밖에 시선을 돌린다.) 시간을 너무 썼다, 이만 돌아가볼게요. 놀래켜서 미안해요, 다음엔 꼭 이야기 하고 올게요. 또 봐!
▶:친위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합니다. 본부를 나설까요?
체리 애쉬:(본부를 나섭니다~!)
▶:본부를 나서면, 훈련소 옆으로 물자를 옮기는 외국인들이 작은 항구를 향해 삼삼오오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쪽으로 이동하는 무리 중 한명이 기회를 보다 당신에게 다가와 말을 전하네요.
술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저를 믿으신다면 나중에 혼자서 북쪽 항구 아래 곁길로 와 주십시오.
그는 무어라 대꾸를 할 새도 없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다음 시찰부터 비밀통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하렘을로 도라가요)
▶:그리하여 어느덧 6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왕이 대신을 만나는 정원에는 허리를 굽힌 수많은 고관대작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친위대장과 현자가 앞으로 나옵니다. 현자가 먼저 입을 엽니다.
현자:친위대가 질서를 앞세운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가택을 수색하거나 멋대로 세금을 걷는 등 교란이 심합니다. 일부 병사들은 수색을 명목으로 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지요? 병사들이 멋대로 집안을 수색할 수 없도록 제재해야합니다.
▶:이어서 친위대장이 입을 엽니다.
친위대장:그들은 대개 오갈 곳 없는 신분 출신으로 업무에 비해 충분한 봉급을 받지 못해 생활을 할 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라도 생활을 유지해야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이들은 그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일을 핑계 삼아 수색을 멈춘다면 이교도 소탕에 지장이 생길 게 뻔하군요. 술탄이시여, 사람들의 말은 과장된 면이 있으니 전부 믿으셔서는 안 됩니다.
▶:체리, 어느 쪽의 의견을 따르나요?
체리 애쉬:나라에 저항할 힘이 없는 백성들을 상대로 사적으로 돈을 걷거나, 멋대로 개인의 공간을 침입하여 일상을 어지럽히는 것은 하렘의 도리가 아닙니다. 이교도를 수색하기 위함이라고 하나, 이대로는 신뢰를 져버릴 뿐이에요. 대신, 규정을 단단히 하여 믿음이 있는 친위대원 일부에게 수색 권한을 주고, 그 아래에 병사들을 함께 동행시키도록 합시다! 만일 문제가 빚어졌을 경우, 고발하는 자에게 보상을 주고, 고발당한 자는 반개월 간 시찰을 금하는 거죠. 어떤가요? (이야기를 마치곤 현자를 바라봅니다.)
현자:번듯한 규정이 세워지고, 법도에 따라 수색이 이루어진다면 저희로서도 거절할 명목은 없겠군요. 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2
▶:병사의 지지도가 2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600일째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하렘을 지나가는 도중 정원 구석에서 풀숲 아래를 살피고 다니는 라와 마주칩니다. 꼭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만 같아요.
체리 애쉬:(어느샌가 옆에 슥 다가와선...) 라? 무슨 일이에요?
라 콕스:체리. (반기듯 허리를 폈다가도, 다시금 바닥을 바라본다.) 이 근방에서 목걸이를 떨어트렸는데, 도통 보이질 않네.
체리 애쉬:목걸이요? (따라서 바닥 두리번거려요) 어떻게 생긴 건데?
라 콕스:음…. (말을 고르더니, 이윽고 손짓을 해가며 설명한다. 녹색 돌이 동전만 한 모양으로 달려있고, 그 돌에는 일렁이는 별 모양의 부조가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붉은색의 보석들이 마름모 모양으로 붙어있다.) …본 적 있어?
체리 애쉬:아뇨, (고개를 저었다.) 라가 가지고 다니는 것도 못 본 것 같아. 최근에 얻은 물건이에요? 같이 찾아줄게요, 라 혼자서 이 넓은 정원을 뒤지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라 콕스:하렘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니고 있던 거야. 드러나게 장식하지 않았으니 모를 만도 하지. (이어지는 말에는 느슨히 웃어 보인다.) 괜찮겠어? 나 때문에 정무도 놓아버리고 시간을 낸 건 아니지?
체리 애쉬:…그러면 안돼요? (눈치 보는 양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라 콕스:(당신의 한쪽 뺨을 감싸 쥐었다.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끔.) 정말, 도망쳐 온 거니?
체리 애쉬:(두 눈을 빤히 마주치다. 푸핫, 작게 웃음 터트린다.) 농담이에요! 오늘은 괜찮아요. 하툰에게 하루정도는 내어줄 수 있을만큼. (그 틈을 타 네 몸을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준다.) 목걸이, 찾아야죠. 가요!
▶:목걸이를 찾는다면,
체리 애쉬:
체리 애쉬
60
관찰력75 37 15
성공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분수대 안에 목걸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체리 애쉬:(분수대 안에 손을 뻗어 목걸이를 건져올렸다) 라! 여기 와 봐요. 이것 맞아요?
라 콕스:(부름이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신이 들어 올린 목걸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젖어 있네. 분수대 안에 흘렸을 줄은 몰랐어. (건네달라는 듯 손을 뻗는다.) 낮에 여길 들르긴 했거든. 소원을 비는 곳이라기에….
체리 애쉬:나는 운이 좋으니까요~ 금방 찾았죠? 아, 혹시 젖으면 안되는 거예요?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목걸이를 감싸고는 네 손에 얹어주었다.) 무슨 소원? 내가 들어줄 수는 없는 거야?
라 콕스:그런 건 아니지만. 손수건은 다음에 돌려줄게. (고마워, 덧붙이며 제 물건을 품에 갈무리했다.) 글쎄, 꼭 바라는 게 있어서 들른 건 아니어서. (분수대 너머로 시선을 둔다. 그곳에는 동전이 가득 쌓여 있다.) 저런 걸 던져 넣으면서까지 무언가를 이루려 드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을 뿐이야. 결국은 미신일 뿐이잖아.
체리 애쉬:(고개를 젓는다.) 가져도 돼요. (그리고, 분수대 앞으로 걸어가 턱에 기댄 채 그 밑을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동전이 이렇게나 많은걸요?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더라도, 소망만큼은 이 자리에 오롯이 남아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소원이나, 바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니까….
라 콕스:그런가…. (느지막이 걸음을 옮긴다. 당신 옆에 자리를 잡고선 말을 이었다.) 그럼, 너도 그런 소원이 있니? 단순히 바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그런 소망 말이야.
체리 애쉬:있죠! (해사하게 웃는다.) 궁금해요?
라 콕스:듣고 싶은데.
체리 애쉬:그건…… ……. ……라가 분수대에 빌고싶은 소원이 생겼을 때 얘기 해 줄게요. (한참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네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기대어 온다.)
라 콕스:(조금은 당황스러운 낯이 된다. 어쩔 줄 모르겠단 듯 손을 멈칫거리다가도, 이윽고 제게 기댄 고개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난…, 이런 걸 잘 안 믿어서…. 먼저 들을 순 없는 거야?
체리 애쉬:응, 안돼요! 아니면… 이런 평화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던가. (짧게 비비적거린다.) 해보면 의외로 나쁘지만은 않아요! 분수대에 풀어내는 소원이 동전 하나. 이렇게 말하면 꽤 괜찮죠?
라 콕스:그럼……. 한 번쯤은 눈이 내리는 걸 직접 보고 싶어. (슬쩍… 눈치 보고) …이건 소원으로 쳐줄 수 없는 건가?
체리 애쉬:좋네요! (네게서 몸을 거두곤 동전 한 닢을 쥐여준다.) 빌어볼래요?
라 콕스:(동전을 받아들었으나, 어색히 굴리기만 한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시범이 필요할 것 같아.
체리 애쉬:어라! 난~… 이미 오늘치 소원을 다 빌었는데요! 시범, 시범이라… 어떻게 해야할까…. (뒤로 서서 네 양팔을 붙잡은 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렇게?
라 콕스:(나직이 웃었다.) 이대로 네가 던져서 넣어주려고?
체리 애쉬:(입꼬리 올려 웃었다.) 어때요! 같이 소원을 비는 것 같잖아요.
라 콕스:그럼, 내 소원도 조금은 수정해야겠다. 너와 같이 눈이 내리는 걸 보고 싶다고…. (손을 움직여 동전을 던진다. 동전은 이윽고 풍덩, 소리를 내더니 분수대 안으로 가라앉았다.) 넌? 오늘치 소원을 다 빌었다면 내일 치 소원을 미리 빌면 되잖아.
체리 애쉬:나랑요? 기뻐라… (같이 눈이 내리는 걸 보고싶다.는 말이 체리 애쉬의 뺨을 간질인다. 아마, 하렘엔 영원히 눈이 내리지 않겠지. 하지만 만일, 모종의 이유로 내리게 된다면 한참 뒤의 일이 되길 바랐다. 철 없는 소원일까? 네가 듣는다면 조금은 투덜거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동안은 눈이 오기 전 하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소원을 더 비는 건 안돼요! 그런…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원은 하루에 한 번.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요!
라 콕스:처음 듣는 소리인데…. (타박하기라도 하듯 이마와 이마를 콩, 맞대었다. 금세 떨어지긴 했지만.) 내일이 되어도 갖은 핑계를 대면서 들려주지 않을 것 같고. 내게는 말하기 곤란한 내용인가 봐?
체리 애쉬:그건… 라가 분수대에 소원을 안 빌어서…!? (이어 횡설수설했다.) 아냐! 사실… 조금 민망해서. 필계를 대려던 건 정말 아니었어! 진짜야, 믿어줘. 응?
라 콕스:뭘 바랐길래 그렇게까지 당황하는 걸까. 말해준다면 믿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돼?
체리 애쉬:… …그, 그럼… 내 소원이 뭐였으면 좋겠어요?
라 콕스:글쎄, 그냥…. 네 소원 안에 라 콕스가 있었다면 좋겠는걸.
체리 애쉬:있어요! 그리고… 매번 같은 소원을 빌었어.
라 콕스:알려줄 수 있을까?
체리 애쉬:(눈 동글… 신기한 양 바라본다.) … …그렇게 궁금해요?
라 콕스:그렇게 숨기려 드니 더 궁금해져.
체리 애쉬:숨긴 거 아냐~! 이런 거 물어보면, 라가 늘 '모르겠어,' '없어.' '어떨 것 같아?' '너는?' …하고 말을 돌리니까. 나도 이번엔 제대로 라의 이야기를 듣고싶었을 뿐이라구요. 따라한 건데, 따라한 거란 말야. …알겠어! 이야기 해 줄게요. 대신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고 실망하면 안돼요, (큼, 짧게 목을 가다듬고 네 양 볼 감싸 눌렀다.) 라가 하렘에서 외로워 하지 않고, 오래오래 남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라 콕스:내가……, 그렇게까지 말을 돌렸었나? (…짧은 정적. 그간의 행실을 되돌아보는 듯하다.) 그래도 네게는 꽤 많은 걸 얘기해준 편인걸. (미약한 반박. 그마저도 머지않아 사그라든다.)
왜 그런 소원을 빌었는데? (이어 묻는 말에는 적나라한 웃음기가 담겨 있다.)
체리 애쉬:어? 정말 몰랐어요? 물론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보통 내 이야기를 먼저 듣고싶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차후로 미루면서… 바로 전처럼요! (슬금슬금 미소짓는 얼굴, 네 뺨을 엄지로 보드랍게 쓰담는다.)
소원을 빌기 시작한 건… 아마 몇 달 전부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 그랬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왜, 왜요? 왜 그렇게 웃어요?
라 콕스:(가만 눈을 감더니 그대로 그 손길에 뺨을 기대어 본다. 느릿느릿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 한 차례 시야를 차단했음에도 그 안에 어리는 인영만큼은 변함이 없다. 라 콕스는 여전히 체리 애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600일 전부터, 지금까지. 돌아서는 일 없이 줄곧.) 그냥, 좋아서. 네가 말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져. 그래서 내 이야기보다는 네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조르는 걸지도 모르지. 언제까지고 이렇게 굴 것만 같은데…, 이런 건 싫어할까?
체리 애쉬:그으… …음… …그렇게 말하니까 뭐라고는 못하겠네. 싫을리가, 오히려 기뻐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는 참아줄래요? 나도 라에게서 듣고싶은 이야기가 많은걸. (참, 의젓한 것 같다가도 가끔은 어리광을 부린다니까… 제 손을 간질이는 살결을 푹 누리다가도, 그만 놓아주곤 손을 맞잡아온다.) 못하는 이야기만 아니라면 상관 없어. 밤이 늦었네, 그만 잘까? 같은 말로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어때, 괜찮죠?
라 콕스:하지만, 체리. 밤이 깊어지면 잠을 자야 해. (갑자기 튀어나오는 맥락 외의 꼰대적인 발언.) 너는 특히나 공사다망하니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야 하고.
체리 애쉬:그럼요, 알고 있어요. 난 시간이 늦으면 저절로 눈이 감기니까… 라도 알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잠들기 전까지만요. (흔들흔들…)
라 콕스:(얌전히 흔들림….) 당장 궁금한 게 있다면 답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말해버리면,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을 거 아냐. 그렇지?
체리 애쉬:네에, 하지만 기약하는 거죠! …싫다면야 더 조르지는 않겠지만. (빤히…)
라 콕스:싫지는 않아. 하지만…. 자각하지 못한 새 말을 돌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떡하면 좋지. 네가 신호라도 주는 건?
체리 애쉬:음~ 그럼, 말 나온 김에 하나 정할까요? (무언가 떠올리는 듯 제 옆머리를 손가락에 빙빙 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손을 모아 쥐여주더니.) 라도, 나도.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렇게… 두 손을 모으는 걸로.
라 콕스:쉽네. 동시에 알아채기 어렵기도 하고. (모아 쥔 손을 내려다보다, 다시금 당신을 바라보았다.) 자칫하다간 별 의미 없는 제스처라 생각하고 넘어가 버릴 것만 같아. 이걸 빌미 삼아 서로를 더 신경 써서 바라보자는…, 그런 의미인가? (농.)
체리 애쉬:…응? 그렇게 되나? 아무렴요, 서로를 더 주의깊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죠! (제 손도 따라 쥐어보인다.) 설령 들키더라도 문제 될 건 없잖아요. 무엇보다… 라가 마음에 들어하는 걸 보면 이번엔 좋은 방법을 떠올린 것 같구.
라 콕스:이번엔? (문득 옛일을 들추어 본다.) 네가 날 생각해서 권해준 거라면 뭐든 좋다고 답했을 텐데. 이전에도 그랬고. ……아닌가?
체리 애쉬:물론이죠! 라만큼 날 생각해주는 사람이 또 어디있다구요. 그냥, 나는 종종 혼나니까요! (방긋 웃다가도 슬그머니 웃음을 거둔다.) …어, 웃으면 안되나?
라 콕스:(스쳐 지나가는 몇 가지의 추억들. 대강 생각을 정리하고서는 고개를 젓는다.) 웃어도 돼. 네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 (따지자면 라 콕스가 과한 걱정을─그러나 본인은 과하다 여기지 않는─ 한 탓일 터다. 적당히 말을 맺어내고 품 안에 넣어 둔 목걸이의 무게를 느낄 때면, 느릿느릿 손을 내민다.) 슬슬 들어가 볼까? 너라면 오늘도 나를 찾아왔을 테니, 우리가 같이 돌아가도 문제 될 건 없겠지.
체리 애쉬:그래두요… 탓을 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해요! 라가 해주는 말들은 모두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걸요. (늘 그렇듯 재차 입꼬리 올려 웃은 그가 내밀어오는 손을 부드럽게 맞잡는다. 오늘도, 라는 말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어물거리던 입가를 조심스레 열었다.) 그, 다들… 알고 있었을까요?
라 콕스:적어도 이 하렘 내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걸. (짧은 간극. 이어지는 말은 명백하게 장난기를 품고 있다.) 왜, 숨기고 싶었던 건가?
체리 애쉬:(사람의 말이라기엔 이상한, 짧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아뇨?! 그냥, 그냥, 그냥, 그냥요. 그냥요! …… ……왜요? 아니, 이게 아니지. 다들 생각보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구나 싶어서. 방금 막 상기했어요. 옛날엔 이만큼 집중받을 일이 없었으니까….
라 콕스:(이렇게까지 부정할 줄은 몰랐다. 한 차례 눈을 깜박이고는, 진정하란 듯 맞잡은 손을 고쳐 쥔다.) 옛날엔? 어떻게 지냈길래 그러지. 즉위 전이더라도 왕족이라면 따라오는 시선이 하나쯤은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네 과거 이야기는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들려줄 수 있을까?
체리 애쉬:(네 시선을 마주하면, 당황한 기색이 한층 가라앉는다. 이어 잡은 손을 꼼질인다.) 별로 좋은 시절은 아니에요. 물론 그때도 행복하긴 했지만, 지금에 견 줄 바는 아니죠! 라는 본래부터 왕족이었으니까,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어서.
라 콕스:실망하기야 하겠어. (꼼질이는 손 위로 제 손을 덮어 낸다. 당신의 손 하나를 양손으로 붙든 셈. 누가 본다면 유난이라 이를 만한 모양새다.) 답하기 어렵다면 억지로 말하진 말아. 듣지 못하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을 테니까.
체리 애쉬:그럴리가, 어렵지 않아요! 음, 음…. 그러니까… 우선, 나는 하렘의 바깥에서 살았어요. 우리 가족들은 대부분 상인이었고, 개중에는 의사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아니죠! 이렇다보니 나는 내가 왕족인걸 몰랐거든요. 가족들도 특별히 말해주지 않기도 했고, 물어보기야 했지만 그럴리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해서. 주변에서야 조금씩 이야기 하고 다닌다는 걸 알았지만 뜬소문이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평민 치고는 잘 살았으니까 오해할만도 하다고….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 부정하고 다녔죠. 진짜 왕족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 가족들이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 …민망할 것도 없이 사실이었다만.
라 콕스:왕족인 걸 모르는 채로 바깥에서 자랐다고. (그의 부모님께서는 정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셨던 걸까, 짐작만 한다. 의아한 양 고개를 기울이기는 하였어도 단순한 의문만을 내보였을 뿐, 실망 어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번 궁을 나서면 다시 돌아오기란 쉽지 않을 텐데. 어쩌다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된 거니.
체리 애쉬:난 완벽히 왕족은 아니었거든요. 혼혈이라고 할까요? …이건 더 이야기하면 민망해지니 그만두고! 하렘의 왕자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기억하지요? 그중에 나는 막내였는데, 다들 갖가지 이유로 단명하게 되었대요.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어요. 그중 막내가 사실 나였고, 여러 수소문 끝에 데리러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밖엔…. (태자가 모두 죽었으니 서자만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거겠지. 자신보다 능력있는 이들이야 하렘에 차고도 넘칠텐데도.) 이게 전부예요~! 난 그냥… 짧은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취임했을 뿐이야.
그러는 라는요? 라는 본국에서 어떻게 지냈나요?
라 콕스:(별다른 대꾸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신이 말을 맺어낸 뒤에야 고심하다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 그렇구나. ……오래 살아, 체리. (그러나 그 정적 속 단 한 순간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라 콕스가 체리 애쉬에게 집중하고 있었음은 티가 났을 것. 이어지는 물음에는 침음을 흘리더니, 느지막이 말문을 연다.) 이런 질문을 듣는 건 처음이라 뭘 말해야 할지….
(어색한 듯 눈을 굴린다. 이전처럼 화제를 돌리거나, 답을 피하려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고민.) 본국의 왕실 사람들은 유별나기로 유명하지. 허풍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일가는 계승 문제로 다툰 적은 없었거든. 늘 사이가 좋았어. 아까 네가 찾아 준 목걸이도 동생과 부모님께서 함께 준비해주신 거고. 잘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네.
체리 애쉬:(해사하게 웃는다. 민망하다 생각한 이야기를 털어낸 뒤였음에도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알아가는 점에도, 눈을 마주하며 의미를 읽어내는 일에도 분명,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그럼요! 오래 살아야죠, 이젠 라도 있는걸요. 죽을만큼 힘들어두 죽지 않을게요~!
허풍이라고 생각 안 해요! 좋은 곳이었네요,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더군다나, 하렘은 전쟁이 잦은 곳이잖아요. (한참을 대답 않으며, 네 손을 엄지로 쓰다듬었다.) 목걸이를 찾아서 다행이에요. 동생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왜 이야기 해주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셨어?
라 콕스:(죽지 않는다는 다짐을 들으면, 속절없이 웃어버리고 만다. 라 콕스는 타고 난 성정 탓인지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 한 조각 내비치는 것도 꺼렸으나, 이상하게도 당신에게만큼은 어찌할 도리 없이 모든 걸 내보이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이럴 때마다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체리 애쉬는 더 이상 라 콕스에게 있어서 완전한 타인이 되지 못한다고, 어떠한 형태로든 그의 인생에 관여하여 제 이름 석 자쯤은 기억하게끔 만들고 싶다고. 그리하여 라 콕스는, 재차 깨닫고야 만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좋은 분이셔.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정이 많으신 탓에 대신들의 걱정을 깨나 사셨지. 내가 본국을 떠나던 날에는 눈물까지 보이셨는걸. (문득 미래를 입에 담는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지만, 다음에…. 혹시라도 두 분께서 제국을 방문하시는 날이 온다면, 같이 뵐 수 있을까. (네 지위의 문제도 있으니 거절해도 돼. 조금은 급하게 덧붙인다. 행여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널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제국의 파디샤가 아니라 나와 평생을 약속해 준 사람으로서 말이야.
체리 애쉬:(따라 웃음 흘리다가도,) 어? 내가 그렇게 웃긴 말 했어요? 진짜예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만큼 각오했다는 말이라구요~
에구, 그럼요. 나라도 라같은 아들이 있어서, 타국에 보내야하는 일이 생긴다면 펑펑 울었을 거예요. 평생 함께한 가족을 오래오래 못볼텐데요….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문제 없어요, 파디샤는 위대할지 몰라도 체리 애쉬는 그렇게 대단치 않거든요. 원한다면 내가 직접 가도 좋아요, 외교를 위해 동맹국에 방문한다고 한다면, 무어라 이야기 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라 콕스:(눈 깜박인다.) 거기까지 허락해줄 줄은 몰랐는데. 이러다 내가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체리 애쉬:네에?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닌걸요! (손등 끌어와 가볍게 입 맞추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겨우 이정도가 과분한가요….
라 콕스:(손을 거둘 생각은 없다. 그저 붙들린 채 가만히 있었다.) 충분히 과분하다고 생각했지. 네게는 아닌 것 같지만. 네가 느끼기에 과분한 부탁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지는걸.
체리 애쉬:아하하, 없죠! 당연히. 내가 라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왜요? 만약 있다고 한다면… 부탁해보려 했어요?
라 콕스:그러면 안 되나?
체리 애쉬:들어볼래!
라 콕스:어디까지 허락해줄 수 있는데?
체리 애쉬:음… 음…. 나쁜 짓만 아니라면…?
라 콕스:나쁜 짓? (잔웃음을 짓는다.) 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랬다간 슬퍼하는 사람들이 생길 테지. 체리, 아무래도 난 착하게 살아야 할 운명인가 봐. (맞잡은 손을 이끈다.) 그러니 네게 과분한 걸 부탁할 일은 없을 거야. 이미 만족스러울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고.
체리 애쉬:그럼요, 지금도 충분히 착한걸요! 운명이 이끌어준 건가요? (즐거운 듯 웃는다.) 정말요? …하지만 요즘은 통 나랏일이라며 신경써주지 못했는걸요. 안되겠다, 다음엔 하렘뿐이 아니라 바깥에도 나가 봐요. 예쁜 장신구랑 옷도 사고, 길거리 음식도 조금 먹어보고. 좋은 공연도 구경하는 거예요.
라 콕스:바깥…, 제국의 수도는 번잡하겠지. (머뭇거린다. 꽤 긴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듯싶더니, 결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네가 그런 걸 좋아한다면야…. …….
체리 애쉬:… ….
…시, 싫어요? 안가도 돼요…?
라 콕스:싫은 건 아닌데. 인파에 치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게 그건가 싶다.)
체리 애쉬:(체리 애쉬는 말을 더듬다가도, 네 답에 입술을 달싹거리는 등 불안한 티를 내보였다. 쥔 손을 꼼질이는 그는 떠올린다. 전혀 몰랐다! 라 콕스가 조용하고 얌전한 성정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책 읽는 것이 취미라는 것 또한 알았다지만, 나가지 않는 이유는 그냥 기회가 나지 않아서… …일 거라고, 그가 하렘의 사람들을 피하는 것도 낯을 많이 가릴뿐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야, 자신의 주변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 뿐이었으니까…. 한참 뒤에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그는 애써 이해한 척 대화를 이어나갔다.) …응, 응응. 하렘은 바깥만큼 멋진 것들로 가득하니까요! 다들 그러던걸요, 온갖 진귀한 것들로 반짝이는 하렘을 동경한다구… 그랬어요.
라 콕스:(자색 눈이 분주하게도 당신의 안색을 살펴 낸다. 라 콕스는 본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그랬기에 자연스럽게도 소란보다는 고요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라.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즐거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라 콕스는 생각한다. 어쩌면 당신이 자신의 모든 예외가 될 것이라고.) 굳이 맞춰주지 않아도 돼. 네가 나가고 싶은 거라면 따라갈 수 있으니까. 인파는 싫지만, 너와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데에는 흥미가 있거든.
체리 애쉬:(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외출을 강행하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은 건 없는걸요. 전부 라가 마음에 들어했으면 해서 그런거니까! 정~말 나가야 한다면야, 탈것을 빌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그러면 걷지 않으니 다리도 아프지 않을테고, 독립적인 공간도 있으니 우리끼이 이야기를 한다거나, 사람에게 치일 일도 없어요. 그렇죠?
라 콕스:그건 좀 반가운 방법인걸. 네 시간이 허락하는 때라면 언제든 좋으니 말만 해 줘. (그리고는 맞잡은 손을 이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내일이 힘들어질 거야.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 거, 맞지?
체리 애쉬:꼭 보여주고 싶은 게 생기면요! (네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분주히 고개를 돌렸다.) 와아.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됐지? 나야 언제나 잘 자죠, 봤잖아요? 라가 걱정하지 않아두요. …에구, 미안하네. 많이 졸리겠다. 우리, 어서 들어가요. (쪼르르 따라들어가요)
▶:또다시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여전히 라 콕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뒤를 돌아봅니다.
마주한 얼굴은 이전과는 달리 사뭇 침착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혼란을 내비치는 것도 잠시입니다. 참상 속에서도 당신을 눈에 담아내려 드는 것만큼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라 콕스:체리, 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 둘 중 한 사람은 죽게 될 테니까.
▶:뒤이어 이쪽으로 날아오는 충격이 몸을 뒤흔듭니다. 그 충격이 지나면, 으레 꿈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끔찍한 고통이 엄습하더라도 꿈에서 깨지 않습니다.
커다란 충격 속에서, 당신은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들을 목격합니다. 살들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소리가 마치 사냥터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이 여흥의 사냥감은 사람입니다. 어깨가 뜨거워집니다. 오른팔에 둔중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날아오는 살 중 하나가 어깨를 관통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살은 그저 빗나간 것뿐입니다. 화살이 원래 목표로 했던 것은 당신이 아니니까요. 라 콕스에게 날아온 화살이 베일을 찢고 붉게 물들입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30
이성79 39 15
어려운 성공
▶:바닥에 깔린 피가 깊은 수로를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물 위에 뿌려진 화살들은 수면을 뚫지 못하고 맥없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훅 눈 앞이 어두워집니다.
목소리를 구분하기 힘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이제 일어나. 무슨 꿈을 그렇게 꾸는 거야?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눈을 뜨면, 그곳은 익숙한 침실입니다.
라 콕스:(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피로가 쌓였었나 봐. 여러 번 깨웠는데도 일어나질 못하는 걸 보면.
체리 애쉬:…아. (부스스한 안색으로 몸을 일으키곤, 양 손으로 얼굴을 헹구듯 더듬는다. 그는 잠이 덜 깼는지 조금씩 느리게 대답했다.) … …좋은 아침! …여러번? …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됐죠?
라 콕스:곧 정오가 될 거야. 바깥에서 환관이 애처롭게 너를 찾던걸. 어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일어날 순 있겠어?
체리 애쉬:…… ……아침이 아니네요?! (눈 번쩍!) 어떡해, 이렇게까지 자 본 건 처음인데. 그럼요, 오늘은 오래 잔 만큼 오래 일해야 해요. (급히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해요...)
라 콕스:(좀 더 열심히 깨워줄 걸 그랬나… 같은 생각을 하며 배웅했다.)
  그렇게 술탄의 다음 통치, 3년이 시작되어갑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하렘비밀통로 중 한 곳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비밀통로로 시찰을 나가요!)
▶:친위대 훈련소 근처에 위치한, 친위대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작은 항구입니다. 곁길로 들어서면, 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곳에 작은 길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 안쪽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여럿 있고, 외국인들이 지내는 판자촌이 보입니다. 그곳을 감시하는 듯한 불량배도 여럿 보이네요.
체리 애쉬:(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 불량배에게 말을 걸러 가요) 안녕하세요~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불량배에게 다가서면, 익숙한 차림새입니다. 그저 한량이 아니라 말단 친위대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얼굴을 알아본 것인지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우와, 잠깐! 도망치지 말아요! 어디 가요?! (마구 쫓아가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88
민첩성60 30 12
실패
▶:뒤를 쫓아보아도, 골목길 사이를 요리조리 숨어가며 도망치는 이들을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체리 애쉬:(숨을 고르며... 판자촌으로 돌아가요) 나라의 미래가 유망하네요….
▶:판자촌으로 들어서면, 이전에 당신에게 이곳으로 와 달라 말을 붙였던 외국인이 보입니다.
외국인 친위대: 정말 와 주셨군요! 감히 술탄께 이곳까지 와 달라 청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말이 쉽게 드리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술탄께서 저나 혹은 제 민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시겠다고 약조해주신다면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체리 애쉬:사실을 이야기 함으로써 민족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위험한 내용이란 말인가요? (고민하는 듯 말이 없다가,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말해봐요.
외국인 친위대: 실은…. 선왕의 암살에 외국 세력이 개입한 듯합니다. 처음 의심한 것은 선왕이 살아계실 적이었는데, 저희 국가 사람들 사이에서 제국의 술탄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오가곤 했거든요. 그때는 그냥 뜬 소문이라 생각했지만…. 정말로 술탄께서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체리 애쉬:하지만… …그게 외국세력이 선왕을 살해에 가담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하잖아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거죠? 함께 따라붙던 소문 같은 것 말예요.
외국인 친위대: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소문의 출처가 공국의 왕실인데다, 얼마전부터 공국의 사람들이 은밀히 제국을 벗어나고 있는 걸 보면 충분히 의심해볼 만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체리 애쉬:(손 끝으로 뺨을 두드리던 그는 고뇌에 빠진다.) 그럼… 이 곳 근처에 돌아다니던 귀국 백성들은, 하렘의 친위대가 맞는거네요. 그들이 언제부터 이 곳에 발을 들였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외국인 친위대: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서요.
체리 애쉬:아녜요, 사과할 것 까지야! 그냥, 확신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심증은 이미 있는걸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멋쩍게 뒷목을 쓸었다.) …아, 혹시 다른 할 말도 있나요? 자주 오지는 못 할 곳이라서….
외국인 친위대: (고개를 내젓는다.)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
체리 애쉬:(그제야 사람 좋게 씩 웃어보인다.) 뭘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요! 잘 지내구요. (손 도닥여주고..이만 돌아가기로해요)
▶:왕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통치 700일 즈음이 되는 날입니다. 환관이 긴밀히 다가와 말을 전합니다.
환관: 발리데 술탄과 친위대장이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친위대장의 딸이 하렘으로 끌려왔는데, 동시에 발리데 술탄이 아끼는 심복이 실종되고 친위대장의 사람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친위대장은 딸이 하람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지만, 발리데 술탄의 명을 아무도 어길 수가 없었나 봅니다. 그러자 발리데 술탄의 사람이 보복처럼 죽어버렸고요. 이대로라면 세력의 핵심끼리 부딪혀 왕실에서도 큰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두 쪽 다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고 싶어하니, 서로 대립을 포기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파디샤께서 한 쪽을 지지해주시어 힘의 기반을 다져주십시오.
▶:체리, 어느 쪽을 지지하나요?
체리 애쉬:(발리데 술탄을 지지하도록 햐요...)
환관: 파디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날 늦은 밤, 발리데 술탄이 체리에게 찾아와 말합니다. 파디샤의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친위대장은 선왕의 죽음 이후 자신의 세력을 늘리려 했지요. 군대가 그를 따른다면 왕가에 위협이 있을 것입니다. 파디샤는 당신의 권위를 바로 세운 것이에요.
하지만 한 쪽의 뜻을 따르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그림자는 서서히 어둠에 삼켜집니다.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3
▶:병사의 지지도가 3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700일 가량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하렘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하렘으로 시찰 나갑니다~!)
▶:하렘으로 향합니다. 복도로 들어서면, 생활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관리들과 마주칩니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듯한 이들을 치장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이네요.
체리 애쉬:바쁜가 봐요! 내가 뭐 도울 건 없나요? (관리들 근처에서 서성거려요)
관리: 술탄을 뵙습니다. 이 무렵의 하렘은 항상 손이 바쁘지요. 으레 해오던 일이니 술탄께서는 염려를 거두어 주십시오.
체리 애쉬:음… (뒷머리를 만질이다,) 이 무렵이라 하면요?
관리: 새로운 술탄께서 즉위하셨으니, 발리데 술탄을 제외하고는 하렘의 모든 하툰들이 교체되는 것이지요. 선왕의 반려들은 모두 구궁전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실 겁니다.
그 탓에 하렘이 바쁜 것이지요. 발리데 술탄께서 한시바삐 술탄의 마음에 드는 인물을 찾으라 명하셨기에, 당분간은 계속 새로운 하툰께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실 겁니다.
체리 애쉬:(끄덕…) 그럼 이젠 선왕의 하툰들께서는 본궁에서 뵙기 어렵겠네요. 새로운 하툰… 새로운 하툰이라…면. 네? 저요? (어리둥절!) 괜찮은데요!
관리: 네? 하지만 발리데 술탄의 명이시기에…. 제가 감히 술탄께 사양하시는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체리 애쉬:하지마안… 정말 괜찮은걸요. 지금의 하툰이 제게 무척 잘해주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음….(새 하툰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아껴 줄 자신이 없다. 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간 사람에게 정을 주기 어려웠던 적이라곤 전혀 없었기 때문일터이다. 다만, 이야기로 할 수 없는 것과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별개이므로, 체리애쉬는 얼버무렸다.) …아무튼, 전 한 명만 있으면 돼요! 발리데 술탄께두, 그렇게 전해주세요.
관리: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네, 발리데 술탄께 말씀을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그 하툰을 뵈러 가시는 건가요?
체리 애쉬:헤헤, 그렇죠 뭐. (어깨를 으쓱였다.) 어때요, 내가 일거리 하나 줄여줬죠?
관리: (재차 고개를 숙인다.) 참, 혹시나 해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구궁전에 방문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특히 발밑을 조심해주십시오. 한창 짐을 옮기는 중이라 길이 어지러울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마침 구궁전으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환관들이 보입니다. 많은 짐을 옮기는 것이 마치 큰 이사를 하는 것 같네요.
발리데 술탄의 물건이니 조심해서 옮기라. 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아무래도 발리데 술탄의 거처 또한 구궁전으로 옮겨지는 모양이에요.
다음 시찰부터 구궁전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덧 8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한가로운 저녁, 수평선에서 소금기를 머금은 주홍색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바람을 타고 후궁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가 파도 소리와 함께 울려퍼집니다. 당신은 하렘의 해안가가 보이는 정원에서, 발리데 술탄이 당신을 위해 연 연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하툰들이 그 연회에 참가하여 파디샤의 잔을 채우거나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우드를 뜯는 이, 노래를 부르는 이, 춤을 추는 이들로 정원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라 콕스도 끼어있네요. 물론, 연회가 기껍지는 않은 모양인지 다른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무리를 빠져나와 슬쩍 마가 옆에 서고는 포도알 하나를 입가에 대어주어요) 라, 여기서 뭐해요?
라 콕스:(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체리? 널 위한 연회인데, 다른 이들 곁에 있지 않고.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가?
체리 애쉬:에이, 생일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랑 보내는 게 제일이죠! 사실 이렇게 성대하지 않았어두, 다들 한 번씩 집무실에 들러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됐는데. (어깨에 살풋 머리를 기대었다.) 하렘은 슬슬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이런 파티의 주체이 된다는 건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모처럼 아무도 안 보는데 다음 행사 전 까지만이라두, 우리끼리 놀러 나가면 안돼요?
라 콕스:파티의 주인공이 연회장을 벗어나면 안 되지. 누군가가 너를 찾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가벼이 타이르는 모양새다. 어르기라도 하듯 당신의 손을 끌어와 손등을 도닥여주었다.) 만약, 놀러 나간다면…. 어디를 둘러보려고?
체리 애쉬:하지만~ 내 하툰께서는 이렇게 왁자한 곳은 즐기지 않는다구요. (적게 투정부리는 투였으나 장난기가 묻어났다.) 음~ 글쎄요! 아무튼 조용한 곳? 이 곳의 간식들을 조금 챙기어서 정원으로 도망치는 것도 좋겠죠.
라 콕스:나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건가? (손등을 툭, 툭 간질이더니) 네가 바란다면 그렇게 할까. 금방 돌아오기만 한다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야.
체리 애쉬:(여전히 기댄 채, 고개를 살레살레 젓는다.) 하툰이 껄끄러운 곳은 나도 그렇거든요. 정말요? 그럼… 라도 그러고 싶어요?
라 콕스:어떤 대답을 바라? 듣기 좋은 말을 해줄 수도 있고, 솔직히 답해줄 수도 있는데.
체리 애쉬:응?! … …. …답이 달라요…?
라 콕스:글쎄, 어떨 것 같은데?
체리 애쉬:(고민하는 듯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같았으면 좋겠는데…. 아냐, 나 준비 됐어요. 솔직하게 얘기해줘요! (질끈 감았다)
라 콕스:너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마다할 리가 있겠니. (상체를 숙여 이마를 툭, 맞댄다.) 이게 솔직한 대답.
체리 애쉬:… …긴장하느라 혼났어요. (짧게 숨 내쉬곤 슬쩍 마주안았다.) 그럼… 듣기 좋은 대답은요~?
라 콕스:그건…. (뜸 들인다. 짧지 않은 시간 시선을 마주하기만 하다,) 조금 전 들려줬던 답과 다를 바가 없어. (기어이 웃어버리고 만다.) 왜 긴장했을까, 내가 너를 거절할 리가 없잖아.
체리 애쉬:헤헤, 그냥요. 사실 시끄러운 곳도 썩 나쁘지 않다고 대답하면 어떡하나 했거든. 잘못 알고 있던게 되는 거잖아요. 라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되는 건 싫어서.
라 콕스:상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무관심의 척도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애초에 내 얘기를 즐겨 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 (짧은 침묵.) 네가 나에 관해 모르는 게 있다면, 10할 중 9할은 내 탓이 아닐까 싶은데.
체리 애쉬:그럴리가! 요즘 라가 얼마나 노력해주고 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아는걸요. 평균대비 20%정도는 올랐을 걸요? 아마두…~? (주변을 살피다 네 어깨를 돌려 슬슬 밀어낸다.) 보자. 그럼 그 말인 즉슨, 내게 해주지 않은 이야기가 아직도 아주 많다는 소리죠? 가서 전부 들어봐야겠네요! 좋아하는 과일도, 술도, 음… 독서 외의 취미같은 것도요. 동물을 키우는 건 좋아하나? 동물이 싫다면 식물은? 방에 들이는 게 좋아요? 아니면, 새 온실을 들일까요?
라 콕스:평균 대비 20% 정도면…. (별 차이 없다는 거 아닌가? 미묘한 낯이 된다. 밀리는 대로 슬슬 걸음 옮기며 답했다.) 못 말해줄 것도 없다지만…. 하나씩 물어봐 준다면 더 성의껏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마지막 물음에 관한 답만 해보자면…. 그런 걸 멋대로 만들었다간 대신들에게 한 소리 들을 텐데. 감당할 수 있나? (농.)
체리 애쉬:(네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실히 모르는 얼굴이다만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양새다. 어느정도 연회장과 멀어지고 나면 응석을 부리듯 네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 위로 턱을 기대었다. 그리곤 한참 앓는 소릴 내더니, 곤란한 어투로 이야기 한다.) … …라가, 라가 도와주면 안돼요? 자신 없는데… 대신들은 나보다 말재간이 좋단 말예요. 똑똑한 사람들은 다르다니까요. 같은 말을 쓰는 게 맞는지, 그들은 언어 사이사이에서 지성이….
라 콕스:내가? 너를? (온기를 나누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안겨 오는 품을 밀어내지 않고 마주 안는다. 라 콕스가 응석쟁이를 내치지 않는 것도 이례적인 일일 것. 두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의 나는 그렇게까지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니라서. 대신들을 막아줄 수는 없겠는걸. 네가 모든 걸 팽개치고 공국으로 망명해 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체리 애쉬:그럴까요! …라고 해도, 진심이라면 당연히 말릴 거죠? 알아요, 내가 떠나면 누가 하렘을 맡겠어요~ 아직 해결해야 하는 일도 산더미인데, 분명 발리데 술탄께서도 만류할 거고. 실컷 하렘에서 살다가 아무것도 못한 채 도망쳐봤자 혼은 혼대로 나서 다시 붙잡혀 올 걸요. 결정적으로, 그렇게 되면 내가 라에게 선물해줄 수가 없잖아요. 이대로는 안돼, 나도 열심히 문학을 깨우쳐야지. 글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읽고 있지만. (작게 웃는 소리가 이어졌다.) 얼른 문제가 해결되어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라 콕스:글쎄, 진심이라면 말리지 않았을 거야. 그거 알아? 체리. (난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따르고야 말 거야. 속삭였다.) 하지만, 넌 늘 남겨질 이들을 걱정하곤 했잖아. 그런 면모를 생각해 보면…. 네가 하렘에서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닌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아이를 어르는 투.) 지금도 매일 같이 만나고 있는걸. 얼마나 더 함께하고 싶길래 그러지.
체리 애쉬:음… 하루종일? 마음 같아서는 하툰 방에 콕 박혀 구경만 하다 잠들고 싶은걸요. (쥔 손을 꼼질였다.) 섭섭하지는 않아요? 내가… 하렘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남겨진 사람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거나.
라 콕스:섭섭해할 것 같아?
체리 애쉬:섭섭해해도 돼요!
라 콕스:그건 예상치 못한 답변인걸. 섭섭해하면? 달래주기라도 할 건가?
체리 애쉬:놀리는 거 아니죠~? 당연히 달래겠죠. 그리고 라가 섭섭할 틈 없이 더 열심히 일해서, 평소보다 빨리 침전에 돌아온다거나.
라 콕스:설마…. (말끝이 흐려지기도 전에 웃음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네가 제시해 준 해결책이 썩 마음에 들어. 이대로 섭섭한 척해 버릴까.
체리 애쉬:놀리는 것 맞잖아요~! (장난기 어린 투로 네 허리를 살살 긁어 간지럼 태운다.) 난 정말 섭섭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떤지 이야기도 안 해주고~ 이러기예요?
라 콕스:하하. (특별히 제지하진 않았다. 거리낌 없이 말 잇는다.) 덧붙일 말이 없어서 그랬어. 정말, 단 한 치도 섭섭하지 않거든. 네가 하렘을 떠나지 않는 것, 그리고 남겨진 사람을 더 걱정하는 것…. 내게는 그다지 걱정거리가 되지 않아. 네가 나 외의 어느 것에 얼마큼의 관심을 쏟든, 남은 몫은 전부 내게 주고 있는걸. 아쉬워 할 틈도 없이 말이야. 그렇지 않나?
체리 애쉬:정말요? 단 한 치도요? 나는 이해는 했더라도, 쪼오금은 서운했을 것 같은데. (볼 만질만질만질.) 어쩌다 이런 사람이 내 하툰일 수 있지?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고, 마음씨도 곱고, 아량도 넓고. 신께서 내려주셨나봐. 그래서, 얼마 전에는 전혀 필요 없다고 했거든요. 내게는 라가 있으니까….
라 콕스:단 한 치도. (재차 답한다. 볼을 문질러오는 손길에 뺨을 기대었다가도, 다시금 자세를 정돈한다.) 그것 봐. 남은 몫은 전부 내게 주려고 노력도 해주고 있잖아. 내가 네게 서운해할 일은 없을 거야. 문제는 네가 내게 서운해하는 일이 없느냐는 거지…. (짤막한 침음.) 숨긴 것도 많고, 숨기려 드는 것도 많고. 언급을 피한 일도 많았는데. 서운하진 않았니?
체리 애쉬:이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입꼬리 올려 빙긋 웃어보였다.) 글쎄요, 옛날엔 조금 서운했지만 지금은 아냐. 답을 피하는 거야, 음.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어떻게 해서든 듣고싶다며 조르면 이야기 해주는데다가~ 꼭 숨겨야 할 말은 건 언젠가 이야기 해주기로 약속하잖아요. 기다리는 것 쯤은 어렵지 않으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며 함께 놀다보면 인내하는 시간도 감쪽같이 잊어버리기도 하고. 특별히 힘들진 않아. (떨어진 손을 마주 잡아 깍지를 낀 그는, 네 턱 아래에 대곤 이야기했다.) 그렇죠? 약속…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난 무척 기대 돼.
라 콕스: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엄지로 깍지 낀 손등 위를 툭, 툭 두드렸다. 꼭 수를 헤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약속한 날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볼까. 내가 뭘 숨기고 있을 것 같아? 상상해본 적 있니.
체리 애쉬:어… …아, 아뇨? (동그란 눈. 황당, 또는 당황이 담긴 것.) 생각했어야 했나? 당연히 언젠가는 이야기 해 줄테니까, 떠올린 적이라곤 전혀 없었는데. 난 그냥… 그냥, 날만 열심히 세었죠! 100일, 300일… 그리고 오늘이 딱 800일 째 되는 날이잖아요? 잠깐, 뭘까, 뭐였더라! 애초에, 내가 뭘 물어봤었죠?
라 콕스:(그저 붉은 머리를 쓰다듬기만….) 좋아하는 과일이 있는지, 독서 외의 취미가 있는지, 동식물을 좋아하는지…. 온실을 들일지, 뭐…. 그런 것들? (명백히 장난스러운 투다.)
체리 애쉬:…그런게 아니었을텐데. 내가 까먹었다고 슬쩍 넘어가거나 하면 안돼요, 내가 라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죠? 쭉 기다렸단말예요. 비록, 지금은 잊어버렸을 지라도… 지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라 콕스:천 일 동안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 믿어달라고 했잖아. 시간 들여 믿어준 만큼 그걸 저버릴 수는 없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 더 약속해 주겠어? 내가 무얼 말하더라도, 나를 멀리하지는 않겠다고.
체리 애쉬:그럼요, 라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건 이 땅,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아요. 가끔 이렇게 장난을 쳐서 그렇지이~… 음음, 흐음…. 라의 부모님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천 일이 지나더라도 라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정말 만약에, 내가 그 사실로 너무 힘들어하게 되면, 나를 위해서라도 떠날 생각은 하지않기로. 장담컨대 라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닐거 거든요. 오히려 곁에 없다면 슬퍼서 엉엉 울다 하루를 꼬박 우울에 잠길테지. …농담이지만! 그만큼은 슬플거란 뜻인 거, 알죠?
라 콕스:그럼.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 (잠시 맞잡은 손을 놓고, 눈가를 쓸어 본다. 흘리지 않을 눈물을 훔쳐내는 것마냥 그리했다.) 그리고…. 네가 내 비밀을 알게 되어도 그렇게까지 슬퍼하진 않을 것 같거든. (이 말에는 묘한 확신이 어려 있다.) 오히려 괜찮다며 나를 달래줄 것만 같지. ……착각일까? (지금 물어도 너는 대답할 수 없겠지만. 덧붙이며 소리 없이 눈을 휜다.)
체리 애쉬:아직 안 우는데, 에구…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걱정만해서 어떻게 해요? (마주어 쥔 손을 내려두고, 제 몸을 네 팔 밑으로 끼워 넣은 그는 푸스스 부수어지는 웃음을 잘게 흘렸다.) 그러게요~! 지금은 대답해줄 수 없겠지만, 나는 라를 믿으니까. 아마 그렇겠지. 힘들어하는 건 라가 될 지도 모르겠네, 이렇게 안고있으면 기분이 나아질까요?
라 콕스:이러다 평생 끌어안고 지내게 되겠는걸. 벌써 나쁜 버릇을 들여서 어쩌려고 그래.
체리 애쉬:헤헤, 나쁜 버릇 들면 좀 어때요. 그리고, 부부끼리 힘들 때 끌어안고 있는 게 나쁘다고 할 정도로 안 좋은 버릇인가?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구, 난 좋은데요!
라 콕스:일반적인 부부라면 그렇겠지만. 여긴 보는 눈이 많잖아. 자리라는 건 사람을 점잔 떨게 만들기 마련이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대신들이 잔소리깨나 할 텐데. (이마 꾸욱 문질러 준다.)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겠어? 그런 거 힘들어하잖아.
체리 애쉬:아잇… (쭈욱 밀려난다) 나도 자리정도는 가릴 줄 안다구요. 물론 혼나는 건 싫지만… … …나 그렇게나 방정맞아요?!
라 콕스:응? 그렇다기보다는…. 네가 항상 내 처소를 나설 때 짓는 표정이 있거든. 정치하러 가고 싶지 않다는…….
체리 애쉬:….
그, 그럴리가요?
라 콕스:말 더듬었네.
체리 애쉬:정말인데~! 이건 그냥… 그렇지! 놀라서 그런 거죠! 나 믿어요?
라 콕스:널 믿는 것과 이 상황은 별개이지 않나. 그럼, 지금 당장 일하러 갈 수 있어? (농.)
체리 애쉬:지금으은… (슬쩍 어깨동무한다….) 내 생일이잖아요~? 그쵸~?!
라 콕스:생일이라면 응당 파티를 즐겨야 하는데, 이런 으슥한 곳까지 나와 있으면서?
체리 애쉬:(다시 무어라 변명하려는지 입가를 달싹이다가, 아랫입을 댓 발 내민다.) …그럼 돌아가요?
라 콕스: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아냐?
체리 애쉬:그럼요, 날 찾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요. 일생, 그렇게 시간도 아니구.
라 콕스:그런 소리를 하면 꼭 누군가 널 찾게 될 텐데. (플래그.) 들키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테니까, 슬슬 돌아가는 게 좋긴 하겠어. 일단은 너를 위한 연회잖아. 준비한 이들의 성의는 생각해 줘야지.
체리 애쉬:(빙긋 입꼬리 올려 웃는다.) 라는요? 즐거웠어요? 내가 멋대롤 빠져나오자고 했다고, 실은 불편하지 않았고요?
라 콕스:(입꼬리 올리는 대로 볼을 문질러주고,) 이래 봬도 싫은 건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야. 너도 알고 있을 텐데. 확인받고 싶어서 그래?
체리 애쉬:(그제서야 시원한 웃음소리) 그럼 됐어요~! 몰래 돌아가요, 아무도 빠져나간 줄 모르게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연회장으로 돌아가 남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연회장 한 구석에서부터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툰들이 마치 광대를 보는 것처럼 웃거나, 가벼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서는 바다에서부터, 불안정한 모습으로 흔들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광대 같은 걸 부른 적은 없지요. 당신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은 노을을 등진 탓에 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 순간, 그의 품에서 무언가 반짝 빛을 내며 시야를 방해합니다.
술탄께 신의 영광이 있기를!
그는 반짝이는 것을 휘두릅니다. 삽시간에 평화롭던 연회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몇몇 하툰들이 그림자의 칼에 베여 쓰러집니다.
▶:소란을 감지한 경비병들이 지체없이 연회장으로 달려와 사람?을 제압합니다.
경비병: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이 있다면 곧바로 의무병을 부르겠습니다.
체리 애쉬:아니, 아뇨! 난 괜찮아요, 다친 사람이 많아요! 그들부터 치료하러 가요. 나도 도울게요….
경비병: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하툰들께도 곧 의무병을 보내겠습니다. 침입자가 하렘까지 들어온 줄은…. 아무래도 바다를 통해 침입한 것 같습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체리 애쉬:괜찮아요, 오늘이 좋은 날이라 다행이네요. 사상자는 없지요? 아, 하툰은요? …바다? 배를 타고 돌아왔다는 말인가요?
경비병: 예, 다행스럽게도요. (잠시 말을 멈추어 낸다. 고뇌하는 눈치였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배를 타고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바다를 횡단해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싶습니다. 이자는 저희에게 목을 베이기 전부터 심장이 뛰지 않았으니까요. 죽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괴이한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게 수도나 궁궐까지 닿을 것이라고는….
▶:체리,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10
▶:감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 진영의 지지도가 10만큼 감소합니다.
경비병: 제국 내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폐하, 어느 곳을 중점적으로 회복에 힘쓰시겠습니까?
체리 애쉬:친위대부터요. 정서가 혼란하니, 그들이 나라를 받쳐주어야 해요.
경비병: 명을 따르겠습니다.
▶:체리, 1d1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6
▶:병사들의 지지도가 6만큼 상승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800일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구궁전을 시찰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구궁전으로 향합니다~!)
▶:수백년 전부터 조금씩 증축된 궁전은 보안을 위해 건물을 쌓아올릴 때마다 그 건물을 설계하고 건설한 사람들을 처형합니다. 그 탓에 설계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도망칠 길을 몰래 만들어두곤 했습니다.
수백명이 만들어낸 복잡한 퇴로들이 얽혀, 구궁전의 길은 마치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은 크게는 선왕의 하툰들이 지내는 별실과, 죄를 저지른 이들이 갇히는 감금실로 나뉩니다.
체리 애쉬:(감금실에 먼저 들릴게요!!)
▶:구궁전에서도 안쪽 깊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입니다. 이곳의 창문들은 창문이라기보다는 숨구멍에 가깝습니다. 몇몇 칼파들은 이곳에서 유령이 나온다고 기피하기도 할 정도예요. 그런 감금실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체리 애쉬:유령이 나올 정도로 으스스한 것 같기도 하고… (소리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21
추적10 5 2
실패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면, 뒤늦게 복도의 벽돌들이 옆으로 밀려나 벽처럼 보이는 곳에 낡은 길이 생긴 것을 목격합니다.
라 콕스가 그 안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 반응하기도 전에 벽은 도로 닫혀 버리네요.
체리 애쉬:(벽! 을 더듬더듬해서 어떻게 다시 열 방법은 없나 궁리해봏게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75
행운70 35 14
실패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체리 애쉬:(우째서...) 나는 운이 좋을텐데도...
(벽을 두드려요) 라~! 거기 있어요?! 나 여기 꼇어요...
▶:꼭 벽 뒤에 공간이 있는 것처럼 텅텅거리는 소리가 울리네요. 돌아오는 반응은 없습니다.
체리 애쉬:(이미 멀리 갓나보다.. 주변에 특별한 건 없을가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체리 애쉬:(이번은물러난다.. 올라가 별실로 향해요)
▶:하툰들이 가득 모여있는 별실입니다. 선왕이 승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검은 휘장이 여럿 드리워져 있네요. 내부엔 모여 앉은 중년의 하툰들이 조용히 잡담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체리 애쉬:(무슨 이야기를 하나 먼저 들어볼게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45
듣기70 35 14
성공
하툰1: 선왕 폐하의 죽음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툰2: 분명 시신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테죠.
하툰1: 듣자하니 훼손이 심했다면서요? 장례를 치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툰2: 너무 자세히 말하진 말아요. 어느 하툰께서는 시신을 본 뒤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신다네요.
그리고, 발리데 술탄께서 선왕의 시신이 훼손되었다는 게 알려진다면 국가적으로 사기가 떨어질 테니 입단속을 하라 이르셨잖아요. 저희부터 조심해야죠.
하툰1: 그렇긴 하죠…. 참 무서운 일이에요.
체리 애쉬:(이만 본궁으로 도라가기로해요)
▶:그리하여 어느덧 통치 9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환관이 긴밀히 다가와 말을 전합니다.
환관: 술탄이시여, 상인들과 민중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이교도의 전파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필수품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상인들은 물건의 가격을 내리지 않고, 사람들은 물건을 비싸게 사거나 사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이대로라면 어느 한 쪽의 시민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술탄께서 한 쪽을 지지해주시어 싸움을 중재해주십시오.
체리 애쉬:물건 값이 치솟게 되면 구매자가 줄어들겠죠? 구매자가 줄어들면 상인들이 돈을 못 벌고… 상인들이 돈을 못 벌면 상인들도, 나라도, 백성도… 모두 힘들어질 거예요. (끙, 앓는 소리를 낸다.)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물건의 상한가를 정합시다. 비슷한 품목은 성능이나 품질에 따라 내릴 수 있도록 돕고요. 대신, 규모가 작은 상단엔 장사에 드는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는 게 좋겠어요. 요즘 장터에도 자릿세같은 게 아직 있겠죠?
환관: 예, 그렇습니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상단에서는 반발이 일 듯한데, 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체리 애쉬:음… 규모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 한다거나? 반발이 아예 없도록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그 규모라도 줄이기 위해선… 기준을 명확히 명시해야겠다! 고… 생각해요. 사실, 나는 장사치 집안이잖아요. 상인도 백성인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서 그런 것 뿐이에요. 그러니까아, 이런 건 나 혼자 고민하기 보다야 대신들의 의견을 모아 정하는 게 어떨까요! 하하~ 재무관들을 불러주시겠어요? (환관의 등을 꾹꾹 밀었다..)
환관: 그렇다면…. 곧 재무대신을 불러오겠습니다.
▶:체리,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체리 애쉬:3
▶:상인의 지지도가 3만큼 하락합니다.
  그렇게 술탄의 통치, 900일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서서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술탄의 다음 통치가 시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렘에서 전갈이 옵니다.
환관: 공국의 하툰께서 술탄을 긴히 뵙고 싶다 요청하셨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체리 애쉬:당연히 자리를 준비해야죠! (손 벌벌벌…)
환관: 정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로 모실까요?
체리 애쉬:네, 네. 가요. 가야죠…… ……어디라고 했죠?
환관: 정원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몸 상태가 좋지 못하신 것이라면 거절하셔도….
체리 애쉬:아뇨! 그냥… 네… 긴장해서 그래요. 물 한 잔만 마시면 괜찮아 질 것? 요? (잔을 한껏 들이키곤 심호흡했다) 가요! 이제 준비 다 됐어요!
▶:환관은 당신을 정원으로 안내합니다.
라 콕스:체리. 전해줄 게 있어서 불렀는데. ……안색이 왜 그래? 어디 아파?
체리 애쉬:아뇨… …사실 마음이 조금….
라 콕스:마음이?
체리 애쉬:잘못했어요! 난 그렇게 하면 재정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하지만 돈 벌 힘 없는 백성들은 어떻게 해요?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는걸요… 더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모처럼 재무관들도 도와줬는데 이, 이렇게까지 나라가 기울 줄은.
라 콕스: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체리 애쉬:그야, 라가… …혼… 내려고 부른 거 아니었어요?
라 콕스:내가… 너를? (왜? 당황스러운 낯이 된다.) 제국의 정치는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네가 고심해서 한 선택인 만큼 무어라 말을 얹을 생각은 없어.
체리 애쉬:정말요? 전혀요? (양 옆머리를 손잡이마냥 붙들었던 그는, 곧 안도하며 내려놓는다.) …그으럼 어쩐 일이에요?
라 콕스:전혀. 오히려 그런 걱정을 했다는 게 놀라운걸. 내가… 그런 이미지였나?
전해줄 게 있다고 했잖아. (목걸이를 건넨다. 지난번 당신이 찾아주었던 물건이다.)
체리 애쉬:이걸요? (두 손 내밀어 받아들고는,) 내 기억이 맞다면, 라의 부모님께서 주셨다는 걸로 알고있는데… 내게 주는 게 맞아요?
라 콕스:(끄덕인다.) 한 번쯤은 소지자를 지켜준다는 미신이 얽혀 있는 목걸이거든. 부적처럼 지니고 있던 것이니까, 더더욱 네게 주어야겠다 싶어서.
체리 애쉬:그럼 더욱 라가 가지고 있어야죠! (깜짝 놀라 다시 네 손에 쥐여주었다.) 타국으로 영영 떠나는 자식에게 어떤 마음으로 선물했겠어요.
라 콕스: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이에게 주었다고 한다면 분명 입을 가리고 웃으실걸. (눈가가 부드럽게 휜다. 재차 당신의 손에 목걸이를 쥐여주었다.) 나보다는 네 쪽이 좀 더 위험한 자리이기도 하고. 받아주지 않겠어?
체리 애쉬:그건… 나라도 그랬을 것 같긴 하네요. (휴, 바람 빠지는 소릴 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재차 목걸이를 손에 쥔다.) 그 위험한 나와도 가장 가까운 게 라잖아요. 다음에는요, 나도 무언가 찾아서 선물할게요. 신묘한 목걸이는 찾지 못하더라도, 애정이 잔뜩 담긴 반지라도요.
라 콕스:다음, 언제? (굳이 정확한 대답을 요구하는 것은 이 모든 게 사랑이기 때문일 것.)
체리 애쉬:으으음, …내이일~?
라 콕스:(?) 그…렇게나 빨리?
체리 애쉬:… 모레…~?!
라 콕스:무리하는 거 아냐?
체리 애쉬:그래두, 내일 당장이라도 큰 일이 나면 어떡해요!
라 콕스:그럼 큰일이 지나간 다음에 받는 쪽이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보통 큰일이 오기 전에 그런 물건을 주고받으면 둘 중 한 사람은 죽는다던 걸.
체리 애쉬:(울상…) 그럴리가요! 아녜요, 우린 안 죽어요. 그러니까 아프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고… 무리해서 모험하지도 말고. 행복하고, 또 건강하고. 그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그 누가….
라 콕스:그냥, 그런 말이 있다는 것뿐이지…. 특별한 의미를 담아 말한 건 아니었어. (다시금 표정 위로 당황이 스친다. 손을 뻗어 눈가를 문질러 준다.) 내가 널 불안하게 했니?
체리 애쉬:아니에요, 요즘 다들 힘들어하잖아요. 민심도 불안하고, 정세도 혼란하고. 그 일이 있은 직후, 하렘도 무척 바빠진 것 같아요. (푹 숙였던 고개. 눈짓하듯 네 얼굴을 힐끔이며,) 걱정되어서요, 그 날 칼에 맞은 하툰들이 종종 어른거려요. 비록 지금의 라는 이렇게나 멀쩡하지만, 어서 해결하지 못하면 나중엔 그렇게 다치게 될까봐. 에잇, 나 원래 이런 생각 잘 안한단 말예요! 그러니까 죽는단 말은 말아요. 알겠죠?
라 콕스:(라 콕스는 체리 애쉬의 눈길 한 줌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러니,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보랏빛 눈이 있을 터다.) 하렘의 탈출구는 죽음뿐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체리, 이게 무슨 소리인 줄 아니?
체리 애쉬:(섣불리 떠올리던 것을 멈추곤 고개를 내젓는다. 멀뚱히 응시하던 은빛 망막엔 거울처럼 자색빛이 어른거리고,) 무슨 뜻이에요?
라 콕스:이곳에서 도망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말아. 응?
체리 애쉬:그, 그. (적게나마 그늘졌던 얼굴에 어둠이 거두어진다. 제멋대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움찔이며 애써 내리려는 꼴로 몇 차례 말을 더듬어댄다. 그리도 좋을까, 제 무안함을 달래려 몇 마디를 얹으려 든다.) …기뻐요! 엄청, 기쁜데. 위험할 땐 꼭 도망쳐야 해요! 곁에 없더라두, 어딘가엔 꼭 살아있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럼요. 이젠 하나도 불안하지 않아요.
라 콕스:글쎄, 떨어지고 싶진 않은데. 같이 도망치는 건?
체리 애쉬:나 달리기 엄청 잘하잖아요! 잠깐이에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걸요… …으응? 보여준 적 없던가? 파디샤의 위신이 떨어진다구, 혼나기야 했는데….
라 콕스:(이어지는 말에는 웃어버리고 만다.) 알았어. 그렇게 할 테니까…, 너무 오래 혼자 두진 말아. 이 정도는 약속해줄 수 있지?
체리 애쉬:물론이죠! 약속할게요, 라에게서 목걸이도 받았는 걸요. (네게서 받은 목걸이를 하곤 옷 속으로 집어넣는다.) 맞다, 반지는 뭐가 좋아요? 요즘… 어떤게 유행하더라. (네 약지를 만질거렸다…)
라 콕스:붉은색 보석이 박힌 것, 링은 백금을 사용해서. (줄곧 생각해왔기라도 한 이마냥 막힘없이 답한다.) 안 되나?
체리 애쉬:… …이미 준비하고있던 반지가 있었던 건 아니죠?!
라 콕스:아니, 따로 준비하진 않았어. 반지는 네게 받고 싶었거든.
체리 애쉬:그럼 쭉 그 반지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고민하는 기색이 전혀 없던걸요.
라 콕스:(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라면 꼭 내 취향을 물어봐 줬을 테니까. 최대한 내 의견을 반영해 준비해주려고 할 테지. 지금처럼 말이야.
체리 애쉬:정말요?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안 물어보고 멋대로 만들어올 수도 있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려 했어요? (손 꼭..) 쭉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 더 빨리 물어볼 걸.
라 콕스:멋대로 만들어왔더라도 좋아했을 거야. 그만큼 빨리 날 묶어두고 싶었다는 뜻, 아닌가? (짓궂은 투. 입꼬리가 미미하게 휜다. 재차 당신의 뺨을 쓸어보고 손을 거둔다.) 밤공기가 서늘한 모양이야, 볼이 따뜻하질 않으니. 남은 이야기는 처소에 돌아가서 나눌까.
체리 애쉬:묶기는요! 라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 …(이미 답을 마쳤음에도 무언가 떠올려보는 모양새다,) 아, 아닌가…. (네 말에 제 뺨을 쓸었다가,) 뭔가, 기온을 알려주는 영험한 물건이 된 기분인걸요. 헤헤, 장난이에요. 좋아요! 이 다음 건~ 침전에서 이야기 하기로.
▶:두 사람은 침전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꿈을 꿉니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비명과 광기에 찬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여전히 라 콕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연극을 반복하듯 미끄러집니다. 피로 더러워진 얼굴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마주한 얼굴은 침착을 가장합니다. 혼란을 내비치는 것도 잠시였습니다. 참상 속에서도 당신을 눈에 담는 것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니, 평소보다도 더 애정 어린….
라 콕스:체리, 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 둘 중 한 사람은 죽게 될 테니까.
하지만….
▶:뒤이어 이쪽으로 날아오는 충격이 몸을 뒤흔듭니다. 마치 반복되는 연극처럼 수백개의 화살이 날아듭니다. 그 화살 중 하나가 빗나가 어깨를 관통하지만, 수백번 꾸어 온 꿈 속에서 이제는 아픔도 무가치합니다. 눈 앞의 이로부터 흐른 피가 수로를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물 위에 뿌려진 화살들은 수면을 뚫지 못하고 맥없이 물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54
관찰력75 37 15
성공
▶:화살은 을 뚫고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물에 뛰어든다면?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어 눈앞이 빙글 돕니다. 불타는 갈대밭의 아우성이 펼친 비단처럼 눈에 들어옵니다.
한발자국 늦게서야, 당신은 꿈속에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보이는 것은 발리데 술탄과 신비주의자입니다.
발리데 술탄:파디샤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당신이 어떤 반응을 내비치든,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어 발리데 술탄이 지시합니다.
발리데 술탄:둘 다 데려오라.
▶:데려간다니, 어디로?
훅, 눈앞이 어두워집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라 콕스:체리, 이젠 일어날 시간이야.
▶:지하수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체리 애쉬:(번쩍 눈을 떴다.) …나 늦잠 자지는 않았죠?
라 콕스:이번에는 내가 늦지 않게 잘 깨웠지.
체리 애쉬:(입꼬리 올려 웃곤 뺨에 가볍게 입맞춘다.) 좋은 아침! 이제… 일 하러 가야지! (미묘하게 떨리는 동공...)
라 콕스:(하는 일이라곤 매일 같이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뿐이었으니, 그 이변을 놓칠 리 없다.) 체리, 시선이 흔들리고 있는데. 무슨 일 있어?
체리 애쉬:…저번 복지정책으로 국가 예산이 바닥이에요. 이번 해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재무관들에게 나는… ….
이, 이게 아니지. 지각하면 더 밉보일 거예요! (후다닥 일어나 준비했다..)
라 콕스:(저런……. 별다른 말 덧붙이지 않고 옷이나 챙겨 주었다.)
체리 애쉬:(꼭꼭받아서챙겨입고 지하수로로 시찰갑니다~)
▶:제국의 지하에는 멀리 있는 수원지로부터 물길을 끌어오는 상수도 시설이 거미줄처럼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도관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사람이 들어가 보수할 수 있는 길을 복잡하게 뚫어두었습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80
행운70 35 14
실패
▶:수로의 통로는 분명 구궁전과 이어져있을 겁니다. 하렘의 구궁전을 둘러보던 도중, 우연히 짚은 벽이 뒤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그대로 벽 안으로 밀려들어가 어딘가로 떨어져버립니다.
체리, 체력 -2, 이성치 -3
수로 안으로 들어오면, 문은 저절로 닫힙니다. 옆으로 수로가 흐르는 길은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넓이입니다.
수로의 안쪽으로 갈수록 파도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이런 소리가 들려올 만한 곳은 한 군데 뿐입니다. 왕궁에서 가까운, 점점히 이어지는 섬을 따라 연결해놓은 수로입니다. 궁과 지나치게 가까운 탓에 군사 훈련만 이루어질 뿐 사람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지요.
안쪽으로 들어갈까요?
체리 애쉬:(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저수조가 보입니다. 자연동굴을 다듬은 듯 종유석이 자라있는 저수조의 물 한 가운데 작은 배 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 배 자체가 녹색 불빛을 내며 지하를 밝히고 있네요. 저수조의 가장자리에는 간단한 책장이 있고, 그곳에는 작은 단지가 올려져 있습니다.
체리 애쉬:(단지를 살핍니다!)
▶:타버린 옷가지의 잔해와 잿더미가 담겨 있습니다.
체리 애쉬:(넘치지 않게 흔들어바요.. 먼가 수상한 점은 더 없을가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체리 애쉬:(어절수없다.. 내려놓고 책장을 보러 갑니다)
▶:자료가 방대한 탓에 간단히 살펴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체리 애쉬:
체리 애쉬
57
자료 조사60 30 12
성공
▶:저자가 환각 상태에서 목격한 이계의 신들과, 그들에 관한 지식들이 적힌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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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90 45 18
성공
▶:문득 깨닫습니다. 알 아지프라는 이 문서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지 않던가요?
두 책에서 강조된 부분은 하나로 연결되는 구간입니다. 두 부분이 겹쳐지면, 그제서야 책의 원문이 드러납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17
이성76 38 15
어려운 성공
▶:이성 수치 1 감소.
체리 애쉬:(저거진짜밴가?? 물에 들어가도 되나요??)
▶:배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물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나요?
체리 애쉬:(들어갑니다!)
▶:저수조의 물은 가슴까지 차오르는 정도입니다. 들어가서 배를 살펴보면, 당신은 그것이 잿더미로부터 비롯된 배임을 깨닫습니다. 잿빛 알갱이들이 얼기설기 얽혀 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은 누군가가 이 수로의 통로를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발리데 술탄:파디샤께서 어찌 이곳에 계신단 말입니까?
체리 애쉬:어… (시선을 굴렸다.) 물놀이를 하러? (멋쩍게 웃으며 젖은 몸을 일으켜 물 밖으로 나온다.) 으쌰, 농담이에요! 사실, 길을 잘못 든 것 같아서 돌아가려는데, 물 밑에 뭔가 있는 거예요. 궁금해서 구경하려는데, 발리데 술탄께서 오셨네요. 어쩐 일이세요?
발리데 술탄:그것 외에 발견하신 것은 없는 거지요?
체리 애쉬:아마도요. (젖은 머리를 짜내며, 물에 잠긴 배를 가리켰다.) 저건 발리데 술탄의 것인가요?
발리데 술탄:아니요. 모두 파디샤를 위해 안배된 것이랍니다. 그리고…. 이제 곧 우리의 제국은 영원불멸할 힘을 얻게 될 것이어요.
▶:그 순간,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커다란 충격이 밀려들어옵니다. 땅이 찢어지면서 내는 비명소리, 하늘이 벌어지면서 내는 신음소리가 전신을 울립니다. 어떤 소리는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집니다. 인간인 이상, 어디서든 이 충격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71
이성75 37 15
성공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지하 전체가 떨립니다. 천장에서 흙과 돌 가루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발리데 술탄:때가 되었군요. 저는 채비를 할 테니, 파디샤도 준비를 하십시오.
▶:발리데 술탄은 말을 맺고는 바깥으로 나갑니다.
체리,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찢어지는 듯한 비명에 귀를 틀어막곤 뒤따라갔다.) 준비요? 무슨 준비를 해요? 이건 무슨 소리고요?
▶:수로를 벗어난다면,
바깥은 지상에 현현한 지옥입니다.
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해가 있었던 자리가 마치 벌어진 듯 갈라져 있고, 그 안으로 이채가 도는 틈새가 생겨나 있습니다.
인간의 가시를 벗어난 색이 구멍 내부에서부터 일렁입니다. 그 속에서부터 생전 보지 못한 생물체들이 유영하듯 허공을 흘러 내려옵니다.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도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대롱 같은 입으로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면, 먼 거리임에도 두뇌를 헤집는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73
이성74 37 14
성공
▶:이성 수치 1 감소.
모두가 자각하지 못하는 새 뛰거나, 말을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달리는 시간이 아주 찰나 같기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사방이 불타고 있어 길이 어딘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사방에서 멸망의 때가 왔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거리로 죽지 못한 자들이 걸어나옵니다. 성전의 아라베스크 무늬가 손톱에 긁혀 의미를 잃어갑니다.
그 아수라장 중, 궁궐의 벽이 무너집니다. 가장 비천한 자부터 고귀한 자들까지 다를 것 없는 날 것의 모습으로 뛰어다닙니다.
하렘에서 수많은 시체들이 뛰쳐나왔으나, 동시에 수많은 병사들이 앞장 서서 그 광기에 맞섭니다. 뛰쳐나온 죽지 못한 자들을 검과 창으로 제압합니다. 호화로운 비단과 테피티가 붉은 색으로 물듭니다.
한편 거리에서는, 배와 창고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부유한 자부터 빈한 자들까지 다를 것 없는 날 것의 모습으로 뛰어다닙니다. 죽지 못한 해적들이 시민에게 달려듭니다.
▶:수많은 해적들이 칼을 든 채 이 집 저 집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 아래에서는 범죄가 법이라는 듯 황금 귀걸이를 주머니에 욱여넣습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수많은 눈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던진 돌이 죽지 못한 자의 머리를 맞힙니다. 돌을 던진 이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이지만,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항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돌의 수는 하나씩 늘어갑니다. 시체에게 던진 돌이 만들어 낸 선은, 어느 새 산 자와 죽지 못한 자를 가르는 경계가 됩니다. 건물의 잔해와 사람이 만들어 낸 그 경계 너머로,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버티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그 혼란 속에서, 익숙한 데쟈뷰를 느낍니다. 수천 번은 들었던 절박한 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이곳이 자신의 궁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눈앞에서 라 콕스가 하렘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피로 더러워진,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뒤를 돌아봅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입에서 천번을 들었던 경고가 이어집니다.
라 콕스:체리, 우린 함께 있으면 안 돼. 둘 중 한 사람은 죽게 될 테니까.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
체리 애쉬
29
지능90 45 18
어려운 성공
▶:꿈속에서는 저 말이 끝난 직후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날아오던 화살은 수면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물로 뛰어든다면….
체리 애쉬:그럴리가! 내가 누구도 죽을 일 없게 할 거예요. (소매를 끌어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디 다쳤어요?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물가, 물가에라도 가요.
▶:지대의 아래로 수로가 흐르고 있습니다. 뛰어드나요?
체리 애쉬:(라를 끌고 수로로 뛰어듭니다!)
▶:두 사람은 수로로 뛰어듭니다.
체리 애쉬:
체리 애쉬
16
행운70 35 14
어려운 성공
▶:등 뒤로 화살이 날아들지만, 누구도 상처 입지 않습니다.
귓가를 스쳐나가는, 공기가 갈려 나가는 듯한 소리에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두려워 하기도 전 수면의 표면이 둘을 사정없이 두드립니다. 온 몸을 스치는, 부글거리는 물거품이 둘을 감싸안습니다.
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거대한 물살이 소용돌이처럼 두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정신을 차리면, 왕성 근처의 어떤 섬 위입니다. 규칙적으로 등을 쓸고 지나가는 파도가 당신을 흔들어 깨웁니다.
라 콕스:(그 옆에 앉아 당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있었다. 젖어 늘어진 붉은 색 가닥을 한 올, 한 올.) 왜 나를 구했니? 말했잖아. 우린 함께 있으면 안 된다고,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거라고.
체리 애쉬:(숨을 들이쉬고 있으면, 폐부에 급히 들어찬 공기에 적게 기침하곤 몸을 일으킨다.) 둘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쉽게 죽는다고 놓아줄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랑 그런 말 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까먹은 것도 아니잖아요, 라는 머리가 좋으니까… 내가 하는 말 정도는 기억한다는 거 알고 있다구요.
라 콕스: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보다, 너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날 두렵게 하는걸.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내뱉은 말쯤이야 얼마든 번복할 수 있어.
체리 애쉬:내가 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나라는 무너져도 다시 세우면 되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요. 모르는 이가 죽었다 해도 안타까워하는 게 사람인데, 라가 죽으면 나는 어떻겠어요. 물론 라가 나를 대신해서 죽어도… 슬프기야 하겠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는 않겠지만. … …잠깐, 설마 그래서 그런 건 아니죠?
라 콕스:그럴 것 같았나? (미미하게 떨리는 어깨.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이것도 말했잖아. 난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직전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치자.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한 사람은 아니라서.
천일 째 되는 날 모든 걸 말해주겠다 했었지. 이 말을 듣고도 네가 나와 함께 할 마음이 남아 있다면, 내 손을 잡아 줄래.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낯 위로 불안이 내려앉는 일은 없었다. 당신이라면 분명히 자신의 손을 찾아 쥘 것이라는 확신이라도 가진 것마냥.)
난 공국에서 왔어. 정확히는…, 공국에서 제국의 일을 캐내기 위해 보낸 사람이지. 이런 나라도 곁에 두어 줄 수 있겠니?
체리 애쉬:그럼요! 잘됐다, 그럼 나보다 우리나라를 더 잘 알겠네요? 무려 천 일이나 조사했는걸요! 발리데 하툰은 내게 알려주지 않는 곳도 많고, 몇몇 역사도 유폐한 것 같고… 아무튼요, 나라의 아주 중요한 기밀이 있다고 해도 내가 알지 못하면 다 무슨 소용이에요. 아! 그래도… 전쟁은 안 하면 안될까요? 너무 많은 민간이 죽는데다가, 겨우 땅덩이를 갖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별로예요. 그리고… 그리고… 넓어지면 할 일도 많아지겠죠? 게으름을 피우려는 건 아냐! 그니까 이건… 주제를 아는 거죠! 알죠~?
라 콕스:글쎄……. 내가 조사한 건 제국의 실정이 아니라, 이교도의 근원이라서. 처음에는 네가 나서서 이교도를 퍼트리는 줄 알았어. 이제는 아니란 걸 알게 됐지만. (시선을 돌려 먼 곳을 가늠하더니, 다시금 당신을 본다.) 전쟁을 멈추는 건 나 또한 바라는 바이고.
그리고…. 손은 안 잡아 줄 건가? (이어지는 재촉.)
체리 애쉬:아! (깜짝 놀라 그제서야 손을 붙잡았다.) 나, 비록 이런 일이 벌어질 때 동안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두 노력할게요. 정권이 안정되면, 침략했던 땅들도 모두 풀어줄 거고요. 우선 노예제부터 어떻게 해야겠죠. 가면 안돼요, 응? 우리 아직 제대로 된 반지도 선물해주지 못했는데….
라 콕스:도망칠 생각은 없대도. (손등 위로 제 손을 겹쳐 낸다. 도닥이며 말 이었다.) 네가 날 구한 걸 발리데 술탄이 봤어. 그들은 의식을 완료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 나설 테지….
이야기를 끝낼 방법을 알고 있는데. 믿어줄 수 있어?
체리 애쉬:(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이든 도울게요, 말만 해요!
▶:이제, 어떻게 할까?
체리 애쉬:발리데 술탄이 죽지는 않겠죠?
라 콕스:발리데 술탄은 신이 되지 못했어. 그러니 네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체리 애쉬:그럼 해야죠! 이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을 시간 없어요, 살아남은 사람은 괜찮다고 했죠? 어서 가요. 그러니까… 어디에서…? 주문 외기 좋은 곳 알아요?
라 콕스:이곳도 충분히 트여 있으니 주문을 외기엔 부족함이 없을 거야. 손도, (맞잡은 손 들어 보인다.) 잡고 있고.
체리 애쉬:(놀란 표정으로 잡은 손과 라를 번갈아본다.) 똑똑해!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외는 거예요.
하나, 둘, 셋.
바람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야기의 다음 장을 열 때가 되었다!
▶:둘은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끝내고자 선언합니다.
바다에서 불어온 돌풍과 사막의 모래바람, 불타오르는 대지의 냄새가 주변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지평선에서부터 일어나는 파도의 벽, 그리고 사막에서부터 불어나는 모래연기의 덩치가 마치 화산의 폭발을 연상시킵니다.
두번째로 주문을 외치면, 이계의 생물들이 몸을 떱니다. 그들의 대롱, 피리 같아 보이는 무언가가 손에서 떨어집니다. 끔찍한 불협화음이 멎으면, 그들은 음악 대신 그들 자신의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허공에 떠있는 이채, 해가 있던 자리에서 무언가 일렁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선언을 하자… 둘 사이에서 곧은 빛이 하늘로 뻗어나갑니다. 빛이 이채를 가르면, 이채를 중심으로 창공과 바다, 땅이 둘로 나뉘어갑니다. 행성이 비명을 지르고, 우주가 뜯겨나가며 저항합니다.
▶:일순, 세상이 멈춥니다. 파도가 몰아치던 모습 그대로 굳습니다.
불어오던 모래폭풍이 허공에 뜬 암반처럼 숨을 참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 번져 있는 수채화처럼 보입니다. 허공에 튄 물방울이 빛을 프리즘처럼 반사합니다. 세계의 멸망이라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서로의 맥박이 잡은 손으로 전해져 옵니다. 그 찰나가 지나면,
모든 재해가 거꾸로 돌아가듯 되감깁니다. 세상을 가른 균열이 아물어갑니다. 불어오던 모래폭풍도, 밀려오는 파도도 이전으로 빠져나갑니다. 바람이, 공기가, 대기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듯 휘돕니다.
그 흐름에 흉악한 비명을 지르던 이계의 것들이 떠오릅니다. 구르듯, 혹은 쫓겨나듯 균열 안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들과 함께 죽지 못한 자들,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먼지처럼 스러집니다.
▶:세상을 반으로 가르던 이채는 이제는 오색의 태양처럼 큰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계와 이곳을 잇는 아주 작은 구멍, 그 구멍이 닫히는 걸 거부하는 것처럼 안쪽에서 발악하듯 어두운 손이 뻗어나옵니다.
하지만, 거대한 빛과 함께 균열은 닫혀갑니다.
하늘에는 언제나 우리를 비추던 해가 떠 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에서 불씨와, 여름의 장미가 내는 녹진한 향기, 소금의 냄새를 전해줍니다.
맞잡은 손이 우리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제국이 쌓아올린 문명과 아름다움들은 파괴되었습니다.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이룩한 것들은 찰나의 미미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지켜낸 사람들, 그리고 서로가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예언대로 멸망은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예정되어있는 종말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위대한 신의 입장에서 찰나일 뿐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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