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웨이 패스파인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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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유난히 화창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는 소소한 점을 제외하면 어제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날입니다.
오늘도 이안은 평소처럼 등교했습니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서니 뭔가 이상한 게 보입니다.
원래 자리 배정상 이안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난데없이 책상 하나가 생긴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누군가가 앉아 있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뭐야? 나 없을 때 누가 자리 바꿨나… 별 생각 없이 옆자리를 지나쳐 본인 자리에 앉습니다. 앉은 뒤에야 고개 돌려 누군가의 얼굴을 힐끔.)
▶:옆자리를 지나쳐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 갑자기 여러 일이 동시에 벌어집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위쪽 창문이 이안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반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고, 우당탕 소리가 들립니다. 그 순간 누군가 당신을 잡아채 뒤로 확 끌어당겼습니다.
첸 티엔:안 돼요, 이안 씨. 144번째는 안 되지.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그 목소리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정신을 차리자, 바로 조금 전까지 이안이 앉아 있던 자리에 떨어진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나 있었습니다. 놀란 반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당신을 잡아챈 사람의 명찰에는 첸 티엔이라고 적혀 있네요. 난생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짓습니다. 시선이 마주치면, 아찔한 두통이 밀려듭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저림, 가슴을 할퀴고 가는 그리움….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83
판정결과:실패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선 한참 어리숙한 낯, 눈만 깜빡대다가) 144번째? (먼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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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와중 조례와 수업들이 차례차례 지나갑니다.
당신의 질문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은, 도통 누구인지 모르겠는! 옆자리 학생은 아주 태연하게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누구도 티엔의 존재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찾아옵니다.
이안 브란트:저기요. (저기요는 너무한가?)
첸 티엔:(주변 휙휙 둘러보더니, 눈 동그랗게 뜬 채로 저요?스러운 제스처를 취했다.)
이안 브란트:응. (끄덕거렸다.) 당신 말고 누가 있나요.
첸 티엔:왜… 그렇게… 차갑게 부르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럼 어떻게 불러요?
첸 티엔:평소대로 티엔, 이라고 부르면 되죠. 늘 그러셨잖아요?
이안 브란트:(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가요?
첸 티엔:네에. 또 왜 그래요? 삐쳤어요? 아니, 그럴 만한 장난을 친 기억은 없는데….
이안 브란트:삐친 게 아니고요. 저 진짜 모르겠어요. (당신을, 하며 턱짓했다.)
첸 티엔:저 오늘은 이안 브란트 씨의 심술을 받아 줄 여력이 없어서요. (휴, 과장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잠시 옆 반 좀 다녀올 테니까~ 이따 봐요?
이안 브란트:왜 없는데요? 저기요. 저기요? (뒷통수에 대고 말하는 중.)
▶:티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비웁니다.
차라리 본인보단 주변 친구들에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침 근처에 모여 잡담 중인 반 친구들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뒷통수 북북 문지르다가 반 친구들에게 다가갑니다.) 저 사람 전학생이에요? (밖으로 나간 티엔을 가리켰다.)
친구 A: 누구? 티엔?
이안 브란트:(말없이 고개만 끄덕.)
친구 A: 뭐야… 너네 또 싸웠냐?
이안 브란트:또? (황당한 눈빛.)
친구 A: 이번엔 어떤 장난을 쳤길래 그래? 전에는 뭐였더라…. 꼭 전학이라도 가는 것처럼, 영영 못 만날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해 놓고선 다음 날에 뻔뻔하게 인사하기, 였었나?
이안 브란트:아니 저는 진짜 저런 사람 모르는데요?????
친구 A: 네 10년 절친도 못 알아보면 어떡하냐.
이안 브란트:십 년?
친구 A: 너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 나왔다며. 맨날 붙어다녔으면서?
이안 브란트:제가요? 저런 사람이랑? (저런 사람이라는 말도 너무한나? 아니 근데)
친구 A: 첸 티엔, 대체 무슨 장난을 쳤길래 이래?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잖아?
이안 브란트:작년…에도? (혼란스러움!) 저 진짜 기억 안 나요. 오늘 아침에 뭐 잘못 먹었나.
친구 A: 진짜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작년에 너네 체육 수행평가도 같이 했잖아.
농구한 거 기억 안 나? 티엔 녀석, 너랑 패스 연습하다가 기어이 양호실을 찍었었잖아.
이안 브란트:농구하다가 양호실을 왜 가요? 이것도 황당하네. 아니 근데 진짜…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래로 추욱 떨어지는 눈썹.)
친구 A: 적당히 하고 화 풀어. 어차피 오늘 급식도 같이 먹을 거 아닌가?
이안 브란트:저 진심으로 머리에 문제 생긴 것 같아서 오늘 조퇴해야 할 것 같아요.
친구 A: 고삼이라 안 될 걸…….
이안 브란트:고삼도 사람인데…….
친구 A: 그래, 나중에 선생님께 말씀드려보든지.
▶:친구는 당신이 굉장히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듯 의아한 반응만 보일 뿐입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보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당신과 티엔 두 사람은 대단히 절친한 친구였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아요.
의문 속에서 남은 수업을 들으면, 빠르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느덧 하교할 시간, 티엔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첸 티엔:이안, 집에 가요.
이안 브란트:그러니까… 티엔? (어색하게 부른다.)
첸 티엔:네에. 이제 화 풀리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화 안 났어요. 그리고 집 대신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첸 티엔:네에? (높아지는 목소리.) 어디 아프세요?
이안 브란트:머리가……. (잠잠해진다.)
첸 티엔:(의아한 낯. 손을 들어 당신의 이마에 대어 본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안 브란트:그런 이유가 아니라, 정신과 같은 곳으로…….
저 정말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첸 티엔:당신 소꿉친구, 첸 티엔이잖아요?
이안 브란트:다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상한 건 나인 것 같고.
첸 티엔:(갸우뚱.) 장난… 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당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돌아가자고요.
이안 브란트:오늘 아침에 충격적인 일이 있긴 했잖아요? 왜, 유리창이 떨어져서…. 그것 때문에 제가 이상해진 거 아닐까요? (눈 데록 굴리다가) 내일 되면 괜찮아지려나.
첸 티엔:아~…. 위험한 상황이긴 했죠. 많이 놀라서 그런 걸지도요.
내일 되면 멀쩡해지는 거 아녜요? 또 점심 시간마다 절 두고 농구나 하러 가실 거고…….
이안 브란트:당신 농구 못 한다는 것도 들었어요. 아무튼 그런 거면 좋겠네요, 저도. (한 걸음 걷다 말곤 멈추어 선다.) 그런데요.
144번째는 대체 무슨 말이에요?
첸 티엔:응? 그건 또 무슨 소리람?
이안 브란트:이안 씨라고 불렀잖아요. 원래 그렇게 불러요? 144번째는 안 된다는 말 하면서.
첸 티엔:이안 씨가 던진 농구공에 144번 쯤은 맞아본 것 같은데요. (아니다. 당연히 과장이며, 몇 번 맞았다 한들 본인이 패스를 받지 못한 것뿐이다.)
이안 브란트:그렇게까지 운동을 못 해요?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첸 티엔:(뚱…….)
당신이 잘하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이안 브란트:저도 농구 잘 못 해요…. 농구부 주전이랑 붙으면 당연히 지니까. (기준이 다르다.)
첸 티엔:주전이랑 붙는다는 게 뭐예요?
이안 브란트:아… 아니에요. 집에 가요.
첸 티엔:왜 말을 피하세요.
이안 브란트:저 머리 아파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이마 짚었다.)
첸 티엔:거짓말 치지 마세요.
제가 당신 한두 번 보나요? 이거 분명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꾀병이에요.
이안 브란트:머리가 아픈 건 진짠데. (정신머리가 아픈 것 같기는 하니까요.)
첸 티엔:(입술 삐죽 내민다.)
이안 브란트:왜 삐치시는 거예요?
첸 티엔:맨날 저만 매달리고……. 사실 제가 사라져도 아무 상관 없으신 거죠…….
이안 브란트:그건 내일 생각나면 답 해드릴게요. (차갑다.)
첸 티엔:방금 건 정말 상처받았어요.
이안 브란트:난 진짜 우리가 처음 보는 사이인 것 같아서…. (얌전) 상처 받았으면 미안해요.
첸 티엔:됐어요. (흥.)
▶:여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당신의 집 앞입니다. 티엔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춥니다. 이곳이 당신의 집 앞이라는 사실도 아는 모양이에요.
첸 티엔:제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당신은 모를 걸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그다지 표정이 바뀐 것 같지도 않지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당신은 티엔을 처음 만난 순간처럼 아찔한 통증을 느낍니다.
당신이 보고 싶은 것 같아.
다음에, 다시 만날까요?
나 기다리는 거 잘해요.
자신의 기억에 없던 어떤 장면을 스치듯 떠올립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69848
+2:극단적 성공
+1:실패
  0:실패
-1:실패
-2:실패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뒤늦게 정신을 차려 보니, 당신은 이미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분명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혼란스럽기만 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날 밤, 당신은 꿈을 꾸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형상이 어릿하고 시점조차 흐려 어떤 내용인지 쉽게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티엔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공기로 자은 실처럼 연약한 슬픔이 거기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당신은 몹시도 뒤숭숭한 상태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이안 브란트: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96
판정결과:실패
▶:무슨 꿈이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찝찝합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열흘 정도 계속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이상한 꿈에 시달리면서도 의도치 않게 계속해서 티엔과 붙어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쩐지 내내 달라붙는 티엔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었겠죠.
이윽고 찾아온 주말 아침,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첸 티엔:[이아안]
[브라아안트씨이이이]
[바빠요?]
[바쁘세요?]
이안 브란트:[안 바빠요. 왜요?]
첸 티엔:[시간 있어요?]
이안 브란트:[있긴 해요.]
첸 티엔:[저한테 줄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어디에 쓰시려고요?]
첸 티엔:[데이트란 걸 한번 해보려고요.]
이안 브란트:[언제요?]
첸 티엔:[오늘!]
이안 브란트:[어디 가게?]
첸 티엔:[번화가요. 거기 볼 게 많대요.]
이안 브란트:[네. 금방 준비할게요.]
첸 티엔:[ヽ(✿゚▽゚)ノ]
[그럼, n시에 번화가 지하철역 앞에서 만나요~]
이안 브란트:[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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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티엔의 제안을 따르기로 합니다.
이안 브란트:
기준치:50/25/10
굴림:1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오늘따라 머리 정리도 잘 되고, 입은 옷도 잘 어울리네요! 약속 장소에도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멀리서 당신을 발견한 티엔이 손을 흔듭니다.
이안 브란트:일찍 오셨네요.
첸 티엔:그러는 당신도요.
어릴 때 이후로 여기에 둘만 와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지 않아요?
맨~날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오거나, 그대로 당신 집에 놀러가거나 했으니까요.
이안 브란트:(흠. 잘 모르겠지만 일단 끄덕거렸다.) 어릴 때라 함은 얼마나 어릴 때요?
첸 티엔:초등학생 즈음?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첸 티엔:반응이 밋밋해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첸 티엔:반응에 성의가 없으세요.
이안 브란트:빨리 갑시다.
첸 티엔:저번부터 너무 차가운 거 아녜요~?
이거…… 데이트인데도요?
이안 브란트:원래는 저 어땠는데요? (데이트라는 말은 간단히 무시했다.)
첸 티엔:(볼 부풀린다.)
이안 브란트:(꾸욱 찔러요.)
첸 티엔:(찌르는 대로 빠지는 바람.) 원래는…….
……원래도 이러셨던 것 같기도?
이안 브란트:(다시 그렇구나, 하는 반응.) 저희 그냥 친구였던 거죠?
첸 티엔:네에. 그냥 소꿉친구요.
저희 부모님들께서 서로 친하시잖아요. 그래서…. 자식들끼리 결혼을 시키자는 둥…. 그런 말씀도 하셨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이안 브란트:진짜 기억 안 나요. 하나도. 왜… 머리 아프다고 한 날부터요. (눈 데록 굴리다가) 계속 기억 안 나면 어떡하지?
첸 티엔:뭐어…. 그건 정말 어릴 때 이야기니까요. 기억이 안 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기억 못해도 상관 없으니까요. 부담 갖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섭섭해하는 것 같아서. (저라도 그럴 것 같긴 하네요, 덧붙였다.) 오늘 어디 갈까요?
첸 티엔:괜찮아요. 이제는 기다리는 법도 배웠거든요.
흠~ 제가 먼저 코스를 짜 봤는데요….
서점이랑, 노천 카페랑, 길거리가 볼 만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안 브란트:착하네.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고,) 길거리 먼저 둘러볼까요? (앞서 걷는다.)
▶:여러 노점과 가게가 줄지어 선 번화가입니다. 가끔은 화려한 거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죠.
수많은 이들이 두 사람 주변을 흘러 갑니다. 곁에서 걷는 티엔과 손등이 스칩니다.
첸 티엔:(냉큼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그리고는 한쪽으로 이끌었다.) 이안, 저기 봐요! 초상화를 그려준다나 봐요.
이안 브란트:원래 손도 잡았나요 저희? (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다. 순순히 이끌려 가서는 초상화 그리는 모습을 눈에 담는다.)
첸 티엔:어릴 땐 자주 잡았어요. 크고 나선 당신이 부끄럼을 타는지 저를 두고 가셔가지고……. (종알종알 잘도 답한다.)
저희도 한번 그려볼까요?
이안 브란트:그런가? 어릴 때 잡고 다녔으면 습관이 되어서라도 계속 잡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제가 당신을 의식했던 거 아닐까요? 아무렇지 않게 폭탄 발언!) 그래요, 그려봐요. (초상화 그려주는 앞으로… 총총.)
첸 티엔:(우뚝……. 총총 걸어나가는 이안과는 달리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서로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붙잡은 팔만 느슨히 들릴 뿐이다.)
이안 브란트:안 가요? (잡아당겼다.)
첸 티엔:(휘청.)
저, 저 좋아하세요?
이안 브란트:넘어질라. (제대로 세워주고) 지금은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는데,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는 추측이죠.
첸 티엔:(입술만 달싹이다, 결국은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한 채 화가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얼결에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지만, 붙임성이 아주 좋은 화가의 화술 덕인지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금세 흘러갑니다.
화가: 귀여운 학생들이 왔네. 둘이 사귀는 사이에요?
이안 브란트:(대답 않고 티엔 바라본다.)
첸 티엔:왜 저를 보세요?
이안 브란트:안 사귄대요.
첸 티엔:왜……?
이안 브란트:사실은 사귀는 사이… 라는 전개일 수도 있잖아요.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첸 티엔:아쉽게도 그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어요.
이안 브란트:네. 그렇대요.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이안 쪽의 스케치가 먼저 완성되어 종이를 건네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특징을 잡아 아주 잘 그린 그림이네요. 티엔에게도 보여줍시다.
이안 브란트:금방 그려주시네요, 신기하다…. (제법 들뜬 목소리. 건네받은 종이 살펴보다가 티엔 쪽으로 돌려서 보여줘요.)
첸 티엔:(가볍게 고개를 기울여 그림을 바라보면, 한참이나 말을 잃게 된다. 뚫어져라 종이만을 내려다보더니, 끝끝내 당부한다.) 이안…. 이거, 잘 간직해주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 보며 눈앞으로 손 한 번 흔들어 보았을 것.) 그런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왜요?
첸 티엔:(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잃어버릴까 봐 그러죠. 찢기거나 그림이 상해도 안 돼요! 이렇게나……. 당신이 귀엽게 그려졌으니까요! (이게 중요한 듯.)
이안 브란트:저 귀여움이랑은 거리가 좀 멀지 않나 싶은데…? (흠.) 일단 알았어요.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니까, 소중히 간직할게요.
첸 티엔:(헤헤 웃으며 다시금 손을 맞잡아 온다.) 좋아요. 그러엄, 다른 곳도 둘러볼까요?
이안 브란트:당신 것도 보여주세요. 그림. (눈 깜빡거렸다.)
첸 티엔:응? 제 거는 왜요?
이안 브란트:원래 인생은 등가교환. (아니다.)
첸 티엔:(웅?) 전 교환 하기 전에 이미 받았는데요. 그냥 먹고 나르면 안 되나요?
이안 브란트: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이없어!)
첸 티엔:농담이에요, 농담. (순순히 자신의 그림도 내어준다.)
이안 브란트:(티엔의 그림 구경하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와서야 입을 연다.) 역시 실물이 나은 것 같아요. 그림으로만 담기엔 아쉬운……. (얼굴 바라본다.) 그래도 잘 간직해 주세요. 추억이니까.
(손 잡고 서점으로 향한다.)
▶:음반이나 문구까지 취급하는 대형 서점입니다.
근처에 있는 코너에는 소설 서가역사 서가 등이 있네요.
이안 브란트:(역사 서가로 향합니다.)
▶:동아시아의 나라 역사서 특별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역사 코너 뒤쪽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책장 하나가 마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같이 갑니다. 손 잡고. 같이.) 잘 안 보여서 그냥 지나칠 뻔했네요. (책장 살펴봐요.)
▶:책장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지 약간 그늘져 먼지가 쌓인 세계야담집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세계야담집… 펼쳐봅니다.)
▶:세계 각지의 각종 야사, 구전 등을 모은 책입니다. 총 열두 챕터가 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챕터는 2챕터입니다.
챕터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푸른 눈의 남자>. 그러고 보면 티엔도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죠.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1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다음 장의 삽화를 주목하게 되는데, 기록을 토대로 삽화에 그려진 남성의 옷차림이 당시의 유행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첸 티엔:뭘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이안 브란트:티엔 몇 살이에요? (냅다.)
첸 티엔:당신이랑 동갑이잖아요?
이안 브란트:신기하네요…. (뭐가.)
첸 티엔:뭐가요……?
이안 브란트:책에 나오는 사람, 당신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요. (턱짓해서 가리키고는) 볼래요?
첸 티엔:으응? (선뜻 책을 펼쳐 본다. 한동안 글을 훑더니,) 뭐어… 이렇게만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아안… 실은 오컬트 같은 거에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이쪽이 더 중요한 듯.)
이안 브란트:그런 건 아니지만 신기한 내용이긴 하잖아요? 저 이런 거 영화에서 봤거든요, 왜애, BBC의 인기 드라마……. (그뭔씹 얘기는 더 하지 않기로 한다.)
티엔은 시간여행 같은 거, 믿어요?
첸 티엔:네에, 당연히 믿죠. 저 이런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세상이 이렇게나 넓은데, 분명 어딘가에 시간여행자 한 명쯤은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그렇죠? (헤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얼추 다 본 것 같다면 소설 서가로 총총….)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유명작 <일시적 동맹 관계>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팔려 나간다더니, 그 인기가 사실인가 보네요.
이안 브란트:저거 읽어봤어요? (쌓여있는 책들 가리켜요)
첸 티엔:네에. 경찰 주인공이 취향이었어요.
이안 브란트:응? 취향이라고 할 정도예요? 감명 깊게 읽으셨나 봐요?
첸 티엔:나름 재밌게 읽긴 했죠? 당신은 읽어보셨어요?
이안 브란트:네에, 뭐. 후속 안 나오긴 했지만 주인공 둘이 잘 될 것 같던데요.
첸 티엔:(헤.) 그럴까요? 하지만 마피아 쪽 주인공이 경찰 쪽 주인공한테 몹쓸 말을 많이 하던걸요…. 잘 될까요?
이안 브란트:아… 그건 그래요. 업보 쌓고 있던데. 흠. 청산은 본인 몫이겠죠.
그래도 경찰 쪽 주인공이 상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나쁜 남자가 취향인가 봐. (아니다.)
첸 티엔:우와……. 왜… 좋아하는 거예요? 경찰 쪽 주인공… 취향 이상한 것 같아요.
이아안…. 당신은 나쁜 남자 좋아하면 안 돼요. 아셨죠? (….)
이안 브란트:몸정? (아니다. 진짜 아니다.)
네에, 저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취향이에요.
첸 티엔:소설에서는…. 키스밖에 안 한 것 같은데. 몸정이랄 게 있었나요?
이안 브란트:나중에 하겠죠 뭐…. (급기야.)
당신은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그냥 궁금해서.
첸 티엔:(머뭇….) 전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당신은요?
이안 브란트:예의 바르고 다정한 사람? 또 자기 일에 프라이드 있고…. 그리고 가벼운 건 좀 별로니까 진중한 사람이요. (일상적인 어조로 말하며 소설 서가 더 둘러보기…. 특별한 게 없다면 노천 카페로 향합니다!)
▶:다시 걸음을 옮기던 그때, 티엔이 갑자기 당신의 손목을 잡아챘습니다.
그림
▶:티엔은 몇 발짝 뒷걸음질을 치며 당신을 잡아끄는가 싶더니, 자리에 멈춰 섭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시선은 어딘가 단단히 고정되었고, 침착을 유지하려 애쓰는 표정 너머로 공포가 어려 있습니다.
티엔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티엔의 뒤쪽 방향, 한 블록 너머 거리 구석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화재라도 발생한 걸까요?
그러는 동안 피어오르던 연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어떤 형체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이계의 공포, 불쾌한 역관절, 미끈거리는 표면,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지나치게 선명한, 뒤틀려 굽은 등뼈….
▶:원시적인 공포가 전신을 훑고 흘러나갑니다. 기괴하게 번쩍이는 안광이 무엇인지,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도저히 지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외형입니다.
저 끔찍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걸까요? 연기는 계속해서 뭉치며 하나의 외형을 다듬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85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5
(
5
)
=
5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광기의 발작 - 실시간
필사적인 도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최대한 멀리 도망칩니다. 1D10 라운드 동안 계속 도망칩니다.
For 7 rounds.
(떨리는 숨 들이키고는) 티엔, 가요. (황급히 손을 잡아끌었다.)
▶:손을 잡아끄는 순간,
티엔이 당신의 양 뺨을 감싸쥡니다. 당신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돌려 놓더니, 그대로….
첸 티엔:(망설임은 짧다. 그대로 숨을 겹쳐 낸다.)
▶:흔히들 키스를 하면 귓가에 종이 울린다거나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들 하지만, 포옹은 그냥 포옹이고 입맞춤은 그저 입맞춤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흐르고 설령 두 사람에게 행인들의 눈길이 머무른다 한들 잠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티엔이 당신을 껴안은 채 입술을 맞물린 동안, 금방이라도 이곳으로 튀어오를 듯 했던 저 역겨운 생물들은 주변을 마구 두리번거리다 도로 연기로 녹아 사라졌습니다.
이안 브란트:(자리를 벗어나야겠단 생각에서 비롯된 초조함은 금세 가시고) 티엔, 방금… 당신도 봤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 당장의 입맞춤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첸 티엔:입 맞춘 건 신경 안 쓰시네요? 금방이라도 밀려날 줄 알았는데.
이안 브란트:그것보다는……. (손 붙들었다. 불안으로 물든 손끝이 차다.) 설명해 주세요. 응?
첸 티엔:(힘주어 잡는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손이 왜 이렇게 차요. 오늘은 나보다 당신이 더 차가운 것 같아.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짧은 간극.) 그냥, 저 때문에 휘말린 거라고 생각하세요. 시선을 돌려 두었으니 별일 없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잘 알고 있는 거죠? 방금 그건 대체 뭔지, 왜 나타난 건지, 또 왜 사라진 건지… 알아듣게 설명해 주면 안 돼요? 무엇보다… 당신, 위험한 거 아녜요? (걱정스런 낯이다.)
첸 티엔:그게 대체 뭔지, 왜 나타난 건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왜 사라진 건지는 확실히 설명할 수 있겠어요. 그것들은 호흡을 쫓거든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시 그것들을 마주하게 되거든 누구든 붙잡고 입을 맞추세요. (이왕이면 그 누가 제가 됐으면 좋겠네요! 부러 가벼운 투로 덧붙인다.)
위험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도망칠 수 있게끔 도와줄 거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때마다 옆에 있어줄 거예요?
첸 티엔:네에, 그러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그럼 나도 도와줄 수 있겠네…. 응. 그럼 됐어요. (손끝을 꼼지락대다가 놓는다.) …… 기억 사라진 것과도 관련 있을까요?
첸 티엔:글쎄요,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음……. (머뭇거리더니, 묻는다.) 싫지는 않았어요? 갑자기 키스했잖아요.
이안 브란트: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아는 것도 없는 거죠. 티엔 바보. (괜히 삐죽거렸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요……. 싫지도 않았고요. (뜸.) 사람들 보는 앞에서 한 건 좀 별로였을지도.
첸 티엔:(뒤늦게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으,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잖아요. 사람들을 피해서 골목 같은 곳으로 도망쳤다간 붙잡혔을 수도 있고….
……그런데, 왜 싫지 않았어요?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매번 그런 스킨십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이안 브란트:됐어, 변명할 필요 없어요. (팔꿈치로 가볍게 쿡.) 일부러 한 게 아니란 것도 잘 알아요. 골목에서 숨어서 하는 것도 별로고. (그건 너무 연인 같잖아. 속으로 생각했다.)
저 그런 말 했어요? 의사표현 확고했네요…. (무슨.) 그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랑 있었어도 입 맞추었을 거 아녜요. (인공호흡 같은 거니까, 아닌가? 질문했다.)
첸 티엔:아~니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입 맞추지도 않았을걸요. 제가 좀 보수적이어서요.
이안 브란트:저 좋아하세요? (나직이 물었다.)
첸 티엔:좋아하기만 할까요? (드물게도 말을 멈추어 낸다. 잠시간 당신의 얼굴을 훑더니, 이윽고 웃는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지.
쉿, 답하지 마세요. 어떤 답을 듣고자 말한 게 아니니까요.
……이만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망설임 끝에) 나중에는 답해도 돼요?
첸 티엔:아뇨, 듣고 싶지 않아요.
이안 브란트:왜요?
첸 티엔:무서워서요.
이안 브란트:보기보다 겁쟁이구나. (소리 없이 웃었던 것도 같다.) 돌아가요.
▶:점차 날이 어두워집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오늘 겪은 일에 관해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볼까 싶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봐도 좋겠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은 문득 당신의 소지품 중 하나가 없어졌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하루를 되짚어 보니 아무래도 서점에 놓고 온 것 같아요. 조금 귀찮게 되었네요.
어찌 됐든 시간이 늦었으니 복잡한 일들은 내일로 미뤄두어야 할 겁니다.
피곤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그림
▶:그러고 보니, 학교에는 PC실도, 도서관도 있었죠. 어쩌면 어제 목격한 괴생물체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내어 무어라도 검색해보려 했으나 주머니를 더듬거리고서야 서점에 두고 왔었던 사실을 깨닫는다. 이래서는 연락도 못 하겠네. …연락할 사람도, 연락할 건덕지도 없지만. 터덜터덜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도서관으로 향하면, 수많은 책장들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컬트 서적들이 모여 있는 책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책을 훑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살펴봅니다 도움이 될 만한 거면 뭐든 뒤적거리기!)
▶:닥치는 대로 책을 뒤적이다 보면, 어제 목격했던 것과 흡사한 묘사가 적힌 존재를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틴달로스의 사냥개… …… 시간여행자? 어제 보았던 책, 그리고, 입맞춤을 떠올린다. 무의식 중에 제 입술을 매만지다가 책을 자리에 꽂고 PC실로 향한다.)
▶:다행스럽게도 PC실의 문은 열려있네요.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나요?
이안 브란트:(틴달로스의 사냥개… 검색해 봅니다!)
이안 브란트: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시간 여행자에 대해서도 검색해 봅니다. 뭔가 뜨는 게 있을까요?)
▶:온갖 종류의 SF소설이 키워드에 노출됩니다. 특별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터덜터덜… 자리를 정리합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56
판정결과:실패
(아무생각없다. . .)
▶:문득 이런 의문을 건져 올립니다. 어제 당신이 목격한 그것이 이 정체 모를 생물이라면, 그것들이 쫓는 티엔은 혹시….
이안 브란트:… 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관자놀이 꾹꾹.)
그림
▶:그날은 당신과 티엔이 따로 하교를 했습니다. 며칠 내내 같이 가자고 달라붙더니, 갑작스럽게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요~!라며 훌쩍 사라져버렸죠.
당신은 어제 서점에 두고 온 소지품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기 앞에서 바쁘게 걷는 사람은 티엔이 아닌가요?
이안 브란트:(뒤에 쫑쫑 따라붙어요 은밀하게….)
▶:그는 당신의 기척조차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휴대폰에 뭔가 장치 같은 것을 끼워 몇 걸음 옮길 때마다 액정을 뚫어져라 살펴봅니다.
정말 우연히도, 티엔이 향하는 방향은 서점이네요.
이안 브란트:(하… 나는 티엔을 따라가는 게 아니고 서점에 가는 건데 티엔이 앞에 있었을 뿐이고 어쩌고저쩌고 변명거리 생각 중. 티엔 구경하며 서점까지 걸어가기!!!)
▶:티엔은 이윽고 서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서점은 어제 방문했을 때와 대단히 달라진 건 없지만, 평소 작가 사인회나 토크 콘서트 따위를 열던 중앙 무대에 오늘은 공개 라디오 팟캐스트 코너가 설치된 모양이에요.
티엔은 코너 옆에서 서성거리기를 반복합니다.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고….
이젠 흡사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휴대폰을 보고, 시계를 보고.
첸 티엔:이제 4분…….
이안 브란트:(분실품 확인 좀 해보려 데스크로 걸어가다가……) 티엔. (결국엔 말을 걸었다. 불쑥! 하고.) 우는 거 아니죠?
첸 티엔:(화들짝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당신을 본다.) ……이안?
이안 브란트:무슨 일이에요? 그런 얼굴을 하고선.
▶:한편 오픈형 라디오 부스에서는 진행자들이 서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주제가 영 시덥지 않네요. 이 순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같은 것을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티엔이 당신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보고,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보고,
시계를 보고,
다시금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는 답지 않게 안색이 변합니다. 낯빛이 새하얘졌다가 시퍼래졌다가,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서서 바람을 맞는 사람인 양 숨을 크게 들이킵니다.
대단히 큰 충격을 받은 듯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사랑에 빠진 듯도 하고, 깨달음에 빠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첸 티엔:(다급히 당신을 라디오 부스 쪽으로 밀어 낸다.) 이안, 제 소원 하나만 들어주세요. 거절은 받지 않을게요, 급하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왜 그래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이마를 짚어보다 말곤) 뭔데요?
첸 티엔:지금 저기에 가서,
나를 만나러 와. 라고 말해주세요.
이안 브란트:(의아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 물어도 설명 안 해줄 거죠?
첸 티엔:(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마냥 눈썹을 늘어트렸다.) 설명할 시간도 없어요! 이제 2분밖에 안 남았단 말이에요. 제발….
이안 브란트:아, 알았으니까 울지 마요. (방황하던 손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고, 돌아서는 성큼 라디오 부스로 향하였다.)
▶:부스로 향하면, 라디오 진행자들은 당신의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을 물으며 잠시 대화를 이어 나가다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를 줍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지금이 그때인가 봅니다.
이안 브란트:(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이 정도는 망설일 것도 없다. 질문에 맞추어 시답잖은 대답을 이어가다, 때에 다다르면 짧은 숨을 들이켰다. 티엔, 그는 호흡을 멈추고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티엔, 나의 기억은 온전치 않으며 어떠한 맥락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를 만나러 와. (우리 사이를 고작 친구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꼭 그런 생각이 들어.)
▶:근처에 선 티엔은 이 순간 어떤 어휘로도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저항하지 못할 감정에 휩쓸린 사람마냥 떨다가도, 하늘로부터 떨어진 비가 결국은 호수로 흘러가듯이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까닭 모를 환희 너머로, 당신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검게 뭉쳐 거꾸로 흐르는 듯한 연기가 책장과 바닥이 이루는 90도의 모서리 각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잊지 못할 바로 그 형체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합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티엔은 아직 자신의 등 바로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안,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서둘러 당신을 향하여 움직인다. 당장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등 뒤로 스멀대는 끔찍한 형체 같은 것은 모른 체를 하며 한 걸음, 두 걸음… 금세 당신 앞에 다다르면,) 생각보다…… 손 많이 가네요. (떨림을 숨긴 채 웃는다. 차가운 손을 잡았고, 숨을 겹쳤다.)
▶:영원처럼 찰나가 흐르고, 놀라 굳은 티엔은 뒤늦게야 자신의 등 뒤에서 배어 나온 죽음 같은 연기를 발견합니다.
그 순간 티엔이 당신을 밀어냅니다. 그러나 이미 검은 연기는 도로 뭉그러져 사라진 후였습니다.
첸 티엔:(당신의 곁에선 두려움조차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천천히 당신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그래서, ……싫어요?
이안 브란트:(고개 가로젓는다.) 옆에 있고 싶어요.
첸 티엔:왜요?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이안 브란트: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말 하는 건 싫어요?
첸 티엔:궁금해서 그렇죠.
이안 브란트:당신이랑 내가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아서요.
틀렸어요?
첸 티엔: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이안 브란트:다음에, 다시 만날까요, 누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서.
첸 티엔:(한참을 말 잇지 못하다, 겨우 뱉는다.) 이안 브란트 씨. ……바쁘세요?
이안 브란트:시간 많아요. 드릴까요?
첸 티엔:이번에는 어디에 쓰시려고요, 같은 질문은 안 하시네요?
이안 브란트:데이트할 거 아녜요?
첸 티엔:그렇긴 한데. 같이 가 줄래요?
이안 브란트:(손을 내밀었다. 대답이 되었을까.)
첸 티엔:(붙잡는다. 이거면 충분해.)
▶:티엔은 당신을 어떤 빌딩 옥상으로 이끕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어느덧 밤이 되고, 달조차 뜨지 않은 날 가로등과 헤드라이트 조명이 세상을 비춥니다.
도시 야경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꼭대기층입니다.
첸 티엔:(난간에 기댄 채 맞잡은 손을 꼼질거렸다.) 음. 어디에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요?
실은~ 저 말이에요, 아주 먼 미래에서 왔어요. 믿겨지나요?
이안 브란트:으응, 과거가 아니고? (농처럼 묻는다.)
첸 티엔:장난하는 거 아닌데. 그렇게 들려요?
이안 브란트:장난 아닌 거 알아요. 당신, 그거잖아요…. 시간 여행자. 저 열심히 찾아봤어요.
첸 티엔: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저한테 너~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관심 많은 건 당신인 것 같은데…. (고개 돌려 바라본다.) 날 얼마나 봐 왔어요?
첸 티엔: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당신을 만날 때마다 꼭 물어보곤 했던 게 있는데. 말해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응, 뭔데요?
첸 티엔:지구에서 보는 하늘은 어땠나요?
이안 브란트:하늘? 뜬금없는 질문이네요. (그리 말하면서도 질문을 흘려 넘기진 않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어 새카만 위를 바라본다. 우주는 꼭 이런 색이었나?) 글쎄요. 지구에서 보는 하늘은 아주 파랗고…, (순간 바람결에 머리칼이 흩날려 표정이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웃었을지도 모른다.)
… 아름다웠을까. (어느새 눈이 마주친다. 아, 이안 브란트는 틀림없이 웃고 있었다.)
첸 티엔:(눈이 마주치면, 곧바로 답한다. 10초의 간극은 옛말이 되었다. 더는 대답이 늦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지금,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서서…) 그거면 됐어요. 나는, 늘, 그 말을 듣고 싶었어….
어느 시간의 난 말예요, 되~게 유명한 엔지니어였었 거든요.
어쩌다 보니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거하게 말아먹고요, 하루하루를 실의에 빠져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오래 된 초상화를 보게 됐어요. 정말 우연한 계기로요.
잘 간직하고 있죠? 지난번 길에서 받았던 초상화 말예요.
이안 브란트:엔지니어? 그런 것보단 예술가가 더 어울리는데…. (가만 웃더니) 응, 간직하고 있어요.
첸 티엔:나도 알아요. (괜히 당신의 허리를 쿡 찌르고.) 잘 간직해줘야 해요. 그걸 보면서 버텼거든요.
또…. 그런 나날이 지속되던 중에, 정말 우연히도. (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이라던데. 아무래도 당신과 나는 그렇게 엮일 운명이지 않았을까. 숨죽여 웃는다.) 어떤 주파수를 송신하게 됐거든요.
어떤 내용이었을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확실히 보통 사이는 아니네.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계속 말해줘요.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었다.)
첸 티엔:티엔,
나를 만나러 와.
처음엔 좀 놀랐어요. 사장된 기술로부터 제 이름이 흘러나오지 뭐예요.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또 놀랐고,
어쩌면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만 같아서 기뻤어요.
그래서 당신을 만나러 왔어.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약속했었잖아.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이안 브란트: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나를 많이 좋아했다는 거. 시간을 넘어서라도 날 보고 싶어했다는 거. (턱을 괸 채 중얼댔다. 이어 무심결에 묻는다.)
내가, 당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첸 티엔:(언젠가 들었던 말을 그대로.) 내가 당신을 모를까요.
이안 브란트:… 사랑.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단어. 감히 얄팍하게 정의 내리자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당신을 사랑하였고……. 손등으로 마른 눈가를 문지른다.)
… 겨우 다시 만나 놓곤. 지금의 당신은 꼭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구네.
떠날 건가요?
첸 티엔:그래야만 할 것 같아요. 사냥개들이 당신을 내 동료로 인식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같이 있으면, 당신마저 쫓기게 될 거예요.
(자세를 바로하고,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풀어 당신에게 걸어 준다.) 이 시계에는 큰 힘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내가 혹시라도 그 사냥개들에게 먹혀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잊는다고 해도 당신만은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요.
이안 브란트:함께 도망치는 삶도 나쁘진 않을 텐데. (농처럼 뱉은 말 속 거짓은 없었다. 그야, 당신도 그렇게 해주었을 테니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도망치고선,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냐는 이기심에도, 기꺼이 내게 영원을 묻어두겠다고…….)
(조심스런 손길이 목걸이에 닿았고. 곧 당신의 뺨을 스친다. 애초에 잊을 수 있을 리 없는데.) 기억할게요. 그럼,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첸 티엔:찾아와 줄래요?
이번에는 내가 기다릴 테니까.
이안 브란트:기꺼이. (이번에는 당신의 손길 없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넓은 우주, 그리고 깊은 심해에서 벗어나, 두 발로 땅을 딛고……. 이안 브란트는 파란 하늘을, 당신을 마주한 채 웃었다. 여전히 울지 않는다. 우린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첸 티엔:(한 차례 시선을 마주한다. 자신이 기적처럼 당신과 재회했듯이, 당신은 유성처럼 내게 돌아오기를. 이윽고 고개를 돌린다. 이후, 첸 티엔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림
▶:그가 무엇인가 저지르려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옥상 멀리 구석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한 검은 연기가 건너편 건물의 조명을 어릿어릿하게 지워가고 있었습니다.
그저 당신을 사랑하였고, 그러는 데에 어떤 이해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 미래인을 보세요.
한 세기를 겨우 살아가는 인간은 아마 절대 단번에 공감하지 못할 테지만, 서로의 유일한 이해자인, 이해자였던 당신에게 만큼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첸 티엔은 망설이지 않고 연기 방향으로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이것의 그의 두 번째 그랜드 피날레인 걸까요?
어느덧 반쯤 형상화한 연기는 시시각각 거리를 좁히며 그의 몸을 가립니다.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가장 확실하기 짝이 없는 무존재로, 사라짐을 극복한 사라짐으로. 억겁의 세월을 뛰어 넘어 온전히 자신만의 죽음이 될 수 있는 어둠으로 그가 녹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이토록 적막한데,
높은 옥상에는 칼바람만이 붑니다.
그러나 주파수는 하늘로 쏘아 올려졌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티엔, 나를 만나러 와.
시간은 지금조차도 당연한 듯이 흐르니 앞으로 수쳔 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머나먼 어떤 행성에서 누군가 반드시 그 전파를 받아 볼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겠죠.
그곳에 당신이 있을까?
라디오 전파는 끝없이 우주를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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