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노을 (GM) 장례식 날
 :비가 내리는 날 오후, 장례식이 끝나고 관이 마침내 땅 아래 묻힙니다. 비석의 주인공은 헤스터 백작입니다. 주변에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으나 세 번째
반려자인 이안 브란트는 소수의 사람들만 불러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안 브란트. 그 이름을 조용히 입 안에서 읊조리면 과거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그와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하나요? 당신은, 어찌하여 이 장례식에 오게 되었나요?
첸 티엔:(첸 티엔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짝사랑 상대의 결혼식에 찾아간 것도 모자라 그의 남편을 대신해 맹세의 키스마저 나누었으니, 그날 이후 이안 브란트와의 연락이 끊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다만, 첸 티엔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신의 소식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들어내었다. 그런 그가 헤스터 백작의 장례 소식 하나 들어내지 못할 리 없지 않나. 첸 티엔은 뻔뻔하게도 장례식에 모습을 비추었다. 검은 상복을 입고, 조문객이 아닌 구혼자로서.)
 :당신이 이 자리에 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멀찍이 서 먼 곳을 응시할 볼 뿐입니다. 검은 상복과 얼굴을 가린 검은 베일, 손에 들고 있는 흰 꽃. 멀리서나마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묘하게 가슴이 뛰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그 때, 뒤에서 수근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장례식 일을 도운 하인들입니다.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휴우, 우리도 이제 정리하고 갈까?"
“안주인 님께서 하인 한 명 남기지 않고 전부 휴가를 보내시다니, 참 별일이지.”
“고생이 많으셨으니 누군가 옆에서 도와드려야 할 텐데. 어째서일까?”
“쉿... 그 일은 비밀이잖아. 밖에서 이야기 하면 안 돼.”
잠시 후, 하인들은 주변을 정리한 뒤 자리를 뜹니다. 이안은 신부님을 정문까지 바래다주러 장례식 자리를 비웁니다.
우산 아래에서 조문객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도 손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신사, 중년의 사업가, 노부인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이안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고 바라보다, 노신사에게 다가섰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노신사는 능글맞게 생겨서는 콧수염을 멋지게 말고 상복조차 화려한 느낌이 듭니다. 당신을 보고 말을 잇기 시작합니다.
노신사: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나야, 생전 백작과 친한 사이였으니 말이네. 자네도 백작과 친분이 있던 사이였나?
첸 티엔:아뇨, 저는 백작님보다는…. 부인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죠. (안타깝다는 것마냥 눈을 아래로 내리 깐다.) 이렇게 백작님을 떠나보내게 되시다니,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노신사: 그래, 마음이 좋지 않군.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내가 아플 때 묘한 약을 보내 주었는데, 그 약이 어찌나 잘 들었는지! 참으로 사려 깊은 친구였어. (한숨을 내쉰다.)
한 달 전부터 몸이 안 좋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는데. 결국은 이리 가는군.
그나저나 부인이라면, (턱을 만지며 뜸을 들인다.) 그 자 또한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그에 대해 잘 아는 건 없지만 백작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들리더군. 죽은 자만 안타까운 불운한 결혼생활이었겠지.
첸 티엔:(죽은 자만 안타깝다? 이보다 더한 헛소리가 있을까? 첸 티엔이 아는 이안 브란트는 사려 깊은 인물이었다. 곁의 이에게 고요를 나누어 주는 사람이었다. 새까만 눈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 가라앉힌 적만 몇 번이었던가. 사이가 좋지 않을 수는 있다. 결혼 생활이 기껍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할 수는 없을 텐데. 감히 불운하다 말할 수는 없을 텐데. 고작 노신사의 말 한마디로 헤스터 백작의 인품을 폄하하는 꼴이었으나, 생각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무엇도 대꾸하지 않는다.) ……그 묘한 약이라는 것은요? 백작님의 병세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나요?
노신사: 흠흠,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부인과의 결혼을 반대했었지. 어디서 굴러온 돌인지 몰랐으니까. (당신의 침묵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눈치 살피는 일에는 퍽 둔한 모양이다.) 약이라면, 몸이 허해져 한참 앓아 누웠을 때인데, 백작이 보내준 것이지. 동물의 쓸개즙이라고 들었네.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지자 노신사는 웃으며 이제 이만 가봐야겠다고 손을 젓습니다. 곧 자신과 함께 온 하인을 불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첸 티엔:(반대했겠지. 당장 첸 티엔마저도 결혼식 당일 이안 브란트를 붙잡고 애원하지 않았던가. 결혼하지 마세요. 저를 사랑하시잖아요.)
(노신사를 배웅한 뒤 중년의 사업가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에 뵙네요. 백작님과 친분이 있으셨나요?
 :조금 우울해 보이는 중년 사내입니다. 오래 전, 사업이 어려울 때 귀족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중년 신사는 당신과 인사를 하고선 조금씩 이야기를 풀기 시작합니다.
사업가: (음울한 표정.) 그 분께서 제가 좀 더 젊은 시절, 경영난으로 힘들어 할 때 돈을 빌려주신 분입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죠. 제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 없어요.
그나저나...
첸 티엔:
말재주
기준치:55/27/11
굴림:57
판정결과:실패
각별한 사이셨군요. 상심이 크시겠어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이곳의 어느 누구보다 공감 능력이 좋아 보일 것이다…)
말재주
기준치:55/27/11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업가: (결국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지만 현 안주인께서는 지금 어떨지 모르겠군요. 그에 대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그 사람이 조금 미심쩍습니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헤스터 씨가 선의를 베풀어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은 걸 보면 재산을 탐내서 그분을 제대로 돌봐드리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어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두 번째 부인은 아주 고분고분한 사람이었는데. 참 아쉽게 되었지요.
첸 티엔:(이안 형. 그러게, 결혼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이 왜 이런 소릴 들어야 하나요? 억울함에 눈썹이며 입매마저 아래로 처졌으나, 타인의 시선에선 그저 당신의 말에 깊이 슬퍼하는 것처럼 보일 터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두 번째 부인과는 어쩌다 헤어지게 되셨을까요. (영영 같이 살 것이지. 제게서 이안 브란트를 데려갈 생각 말고, 그 부인과 평생을 보낼 것이지.)
사업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모르셨습니까? 두 번째 부인께서는 결혼생활 도중 갑작스레 병환을 얻어 앓다 가셨지요.
첸 티엔:두 번째 부인께서요? 그럼, 첫 번째 부인께서는…?
사업가: (쓰읍, 고민하는 듯 혀를 차다가) 백작가와는 별로 친분이 없으셨나 보군요. 이것은 비밀이지만… (당신의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보고야 조용히 속삭인다.) 첫 번째 부인께서는 마음의 병을 얻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지요.
참으로 기구한 결혼생활을 보내셨지 않나요? 이제 결혼한 지 1년이 되어 겨우 자리를 잡아가시는 듯하였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시다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훌쩍인다.)
첸 티엔:(첫 번째 부인은 자살. 두 번째 부인은 병사. 아무래도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라도 죽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가라앉은 눈으로 비석을 훑다가도, 사업가에게 인사치레를 건넨다. 그곳에서는 행복하실 테죠. 저희가 백작님의 평온을 빌어드리기로 해요. 마음 없는 소리를 잘도 내뱉고는, 노부인에게 걸음을 옮겼다.) 실례합니다, 부인. 어깨가 많이 젖으셨어요. 이 손수건이라도 쓰시겠어요?
 :중년의 사업가는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뜹니다.
부인은 이안과 안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든 여인은 손가락의 반지를 만지고 있습니다. 어쩐지 비석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섭고,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시선이 차가워집니다. 상당히 날이 서 있는 사람입니다.
첸 티엔:
매혹
기준치:65/32/13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노부인: 미안하지만 지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기분은... (당신을 보고서는 미미하게 인상을 편다.) 자네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군. 누구인가?
첸 티엔:저는…. 헤스터 부인을 만나 뵈러 왔어요. 그러니까…. 이안 형을요. 부인께서는 형과 친분이 있으신 듯한데, 형에게 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첸가의, 티엔이라고….
노부인: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또한 단 한 번 만나본 것이 다인지라, 그 정도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여기 온 사람들 중 헤스터 놈이랑 친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기쁘군. 그놈의 헤스터... 잘 죽었지, 잘 죽었어.
이안 군과 친분이 있는 사이인가본데, 자네가 좀 잘 달래주게. 헤스터 그 놈이 얼마나 잔인하고 사악한 놈인 줄 아나? 그 놈 때문에 내 자식이 죽었다네! 가면을 쓰고 다니던 놈이지. 근데 그걸 아무도 몰라! 기가 막혀서 원.
첸 티엔:(울적한 낯이 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조문객분들께 말을 전해 듣기론, 백작의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 모두 별세하셨다고 들었어요. 헤스터 백작은, 대체….
노부인: 그와 두 번째로 결혼한 아이가 바로 내 자식이라네. 그 놈과 결혼시킨 것이 참 후회돼. 다 내 잘못 같지... (눈가를 짚으며 눈물을 참아내는 모습.)
백작이 제 부인을 얼마나 괴롭히는 줄 아나? 폭력을 일삼고, 모욕을 주고, 희롱하고... ... 내 그것을 아이가 마음의 병을 얻은 뒤에야 알게 되었으니, 원통하기만 하지...
자식을 떠나 보낸 뒤, 백작이 다른 사람과 또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그리고 그 놈이 집을 비운 날 이곳에 와 새 부인과 만났는데... 그도 마음고생이 참 심한 듯 했어. 얼굴이 어찌나 안 좋던지!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마르고 창백해지지 않았나, 분명 백작 놈 때문일 게지.
 :감정이 격해졌는지 노부인은 어지러움을 느끼고, 동행하였던 마부의 손을 빌려 자리를 비웁니다.
모두가 떠나고, 잠시 후 이안은 옷자락을 사박거리며 돌아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베일에 비쳐 보이는 얼굴이 수척해 보입니다. 단순히
반려가 죽어서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눈꺼풀도 푹 꺼져 보입니다. 눈물은 흘리지 않은 듯합니다.
빗소리만이 옅게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모두가 떠난 자리 남은 당신을 발견하고는 놀란 듯 다가온다.) 어째서 이런 곳에……. (언뜻 당황한 것 같기도 하다. 말을 고르고 골랐으나 초라한 재회의 인사를 내뱉는다.) 오랜만에, 뵙네요….
첸 티엔:형…. 보고 싶었어요. (이후 짧지 않은 침묵이 흐른다. 말을 골라내는 데 시간이 걸렸던 탓이다. 당장에라도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캐묻고 싶었으나, 당신이라면 그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말을 삼킨다. 내뱉는 대답 또한 초라했을 것이다.)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이안 브란트:(보고 싶었다는 말에는 감히 대답하지 못하였다. 침묵 동안 바닥만 쳐다보다가,) 잘… 지냈죠. 당신은요?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든다. 배우자의 장례식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태연한 체를 하며 말을 잇는다.) 1년 만인가요? 비도 많이 오는데 정문까지 배웅해 드릴게요.
첸 티엔:으응…. 저도, 뭐.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젓는다.) 몸이 많이 젖었어요. 이대로 돌아가다간 감기에 걸릴 것만 같은데… 차라도 한 잔 얻어 마실 수는 없을까요?
이안 브란트:(망설이는 듯하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곧 잘게 고개를 끄덕인다. 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기 시작한 탓이다.) 그럼……. 하루 묵었다 가시겠어요?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어느 정도 챙겨드릴 순 있을 거예요.
첸 티엔:그래도 될까요? 전, 괜찮지만…. (우물쭈물, 시선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다가도 슬그머니 당신의 안색을 살핀다. 1년 전의 첸 티엔이 자주 내비쳤던 모습이었다. 유난히 당신의 애정을 받고 싶은 날이면 늘 이리 행동하곤 하지 않았던가.) 형이, 불편하실까 봐….
이안 브란트:구름을 보아하니 비가 점점 더 심해질 테고, 이 날씨라면 마차로 댁까지 돌아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으니까…. 별로…, 전 불편하지도 않아요. 첸 씨만 괜찮다면. (이전에는 아마 당신을 티엔 씨라고 불렀겠지. 1년의 공백만큼 거리감이 더해진다. 어쩌면 1년 이상의,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따라오라는 듯 한 걸음 앞서 걷기 시작하여, 당신을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들어오세요.
 :무거운 어두운 초록색 대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면 이안이 베일을 벗고 우산을 우산꽂이 안에 넣어 둡니다. 앞서 들었던 하인의 말대로, 내부는 사람의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고 텅 비어 있습니다.
첸 티엔:왜…. 첸 씨라고 부르는 거예요? 예전엔 이름으로 불러 주셨잖아요.
이안 브란트:아…. (작게 소리내더니 문을 연 채 쭈뼛거린다.) 드, 들어와서 이야기해요. 추우시잖아요.
첸 티엔:(고집스레 발을 멈추어 낸다. 대답 듣기 전에는 걸음 떼지 않을 심산이었다.)
이안 브란트:티엔 씨…. (손에 든 베일을 움켜쥔다.) 그, 죄송해요. 얼른 들어가요.
첸 티엔:죄송하단 말은 하지 말고요. (그제야 문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당신 곁에 나란히 선 채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손수건을 꺼내 쥔다. 제 어깨 젖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당신에게 묻은 물방울 닦아내는 데에 여념이 없다.) 조용하네요. 사용인들도 다 내보내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뒤늦게 대문을 닫는다. 기름칠 되지 않은 이음새에서는 끼익, 불쾌한 소리가 이어졌다.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면 몸을 흠칫 떨었는데, 타인의 다정한 손길이 퍽 낯설었던 까닭이다.) 아, 놀라셨죠…. 혼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모두 휴가를 주었어요. 집안이 북적이면 그이가 평소처럼 나타날 것만 같아서요.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털어준다. 신경써 주어 고맙다는 인사 뒤 2층으로 향하여 걷는다.)
 :커다란 저택임에도 불구하고 적막이 가득한 이 곳. 음산함이 감돌기도 합니다. 벽지와 장식들 모두 화려한 것이 귀족의 과시욕과 취향이 드러납니다.
어느 정도 걸으니 두 사람은 저택 복도의 수많은 방들 중 하나 앞에 멈춰 섭니다. 이안이 문을 열며, 이곳이 손님 방이라고 말합니다. 대략 하루간 당신이 묵을 곳이겠네요.
첸 티엔:(이런 배려쯤은 아무렇지 않아야 할 텐데.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텐데. 당신이라면 응당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직전 들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니, 습관적으로 당신의 시선을 좇는다. 이 눈이 다시금 마주치기를.) 형은…. 어디서 주무시는데요? 저어…. 천둥이, 무서워서…. 함께 있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그는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가도, 금세 시선을 돌려 버렸다.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맞은 편의 방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잠들기 전까지는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씻고 갈아입을 옷도 필요하실 테고, 뭐라도 드시는 게 좋을 테니까…. (그는 함께 있자는 말 대신, 객관적인 필요성을 나열했다.)
 :방 안은 어둡습니다. 이안이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방 안의 촛대 위로 손짓하자 방안이 점차 환해집니다. 그가 난로 앞으로 다가가 불을 피우는 동안 젖은 옷을 벗고 잠시 방 안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눈꼬리가 아래로 처진다. 느릿느릿 코트를 벗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은 꽤나 넓습니다. 창문은 모두 꽉 닫혀 있고 커튼이 쳐져 있으나 그 틈새로 어두운 바깥 풍경이 보이고 빗소리가 새어 들어옵니다.
옷걸이는 문 옆에 있고 침대 왼쪽 맞은편에는 난로와 작은 옷장, 침대의 오른 편에는 넉넉한 크기의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그 외에는 책장과 그림이 걸린 이 있습니다.
첸 티엔:(책장 앞으로 다가섰다.)
 :책장을 살펴보면 너비가 좁은 5단 책장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이 꽂혀 있는 걸 보아하니 여러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책으로 보입니다. 제목은 <다락방>입니다. 앞에는 F-12라는 일련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첸 티엔:(책장을 넘겨본다.)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은... 관능소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손님방에 왜 이런 것을 놔둔 것일까요?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좋겠네요.
첸 티엔:(어라…. 슬그머니 제자리에 끼워넣는다. 앞에 서서 아무것도 읽지 않은 체를 했다. 혀엉, 저 아무것도 안 봤어요.)
 :이안은 아무것도 모르고 난로 앞에서 불을 붙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맙시다! 벽에는 고풍스러운 벽지와 촛대, 그림 두 개가 걸려 있습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초상화와 비교적 최근 그린 듯한 풍경화입니다.
첸 티엔:(휴우. 초상화에 시선을 둔다.)
 :살펴보면 한 젊은 사내가 그려져 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침침.)
 :익숙한 얼굴이네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죽은 헤스터를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첸 티엔:(기억나지 않을 만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풍경화를 바라보았다.)
 :검회색 물감만 사용된 일그러져가는 숲입니다. 검은 나무껍데기 사이로 누군가 당신을 살펴보는 것만 같습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이성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72
판정결과:보통 성공
 :자세히 보니 한쪽에 사인이 적혀 있습니다.
첸 티엔:(눈가 찌푸린 채 사인을 바라보았다.)
 :IB. 흘려 쓴 글씨입니다.
잠시 후 불을 피웠는지 이안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이안 브란트:(무얼 보고 있었는지, 갸우뚱대다가) 너무 오래 걸렸죠? 죄송해요. 씻고 계시면 간단히 식사할 거라도 가져 올게요.
첸 티엔:으응, 아녜요. 그런데…. 이 그림 말이에요, 형이 그린 거예요?
이안 브란트:아, 그냥… 최근에 취미로 그린 그림이에요. (눈을 느릿하게 깜박인다. 방을 마저 안내하기만.) 욕실은 저쪽이고, 옷장에 손님용 잠옷이 있을 테니 편히 사용하시면 돼요.
첸 티엔:(흠. 어쩐지. 대담한 붓 터치가 시선을 끈다 싶었다. 이다지도 생생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우리 형은 천재일지도.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렇구나. 잘 그린 그림이라 시선이 갔는데, 형의 이니셜이 적혀 있길래 여쭤봤어요.
(당신이 안내하는 대로 시선 분주히 움직인다. 욕실이나 옷장 번갈아 바라보다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 것인지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굳이 당신이 서 있는 방향으로 넘어지는 것은 고의인지 실수인지. 진위는 첸 티엔만이 알 것이다.)
이안 브란트:잘 그렸다니…. (의아한 눈치였으나 구태여 그림에 대한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외려 얼버무리듯 넘기기만 했다.)
(당신의 몸이 기울어지면 거진 본능적으로 넘어지려는 이를 껴안았다가, 화들짝 놀라며 놓았다. 그리 말하며 어깨를 붙들어 일으키는 손길이 조금은 느렸을지도 모른다. 둘 뿐인 저택,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자 눈동자를 데록 굴리다가 애꿎은 바닥을 내려다본다. 구두에 묻은 물기로 바닥이 조금은 젖어 있었을까.)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첸 티엔:넘어진 거 아녜요. (다시금 당신의 어깨 위로 고개를 폭 기댄다. 양손은 뒷짐 진 채 무게만을 실었으니,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저…. 이제는 어린애가 아닌걸요. 일부러 그런 거예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어깨를 가볍게 감싸쥔 채.) 어린애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당신이 오늘 그이가 아닌 저를 보러 왔다는 것도 알겠어요. 그렇지만, (한참 말이 없었다.) 이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법 단호한 어조였다. 시선은 여전히 구둣발을 향해 있었지만.)
첸 티엔:하지만…. 여전히 절 사랑하시잖아요. (그렇기에 제 눈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며, 어깨를 붙들지언정 밀어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형에게 선택받고 싶어요…. (물기 어린 목소리. 어깨마저 잘게 떨고 만다.)
제가, 형을 도울 수는 없을까요? 이상한 추문이나 비난에 휩쓸릴 일 없게요. 그냥, 평온하게 지내실 수 있게끔요….
이안 브란트:아뇨, (젖은 음성이 잦아들 때쯤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이 당신을 마주보더니, 기어코 속삭인다.) 사랑하지 않아요.
(마음 둔 적 없는 자와 지속한 일 년의 결혼생활 동안 능숙해진 것이 있다면 바로 거짓을 고하는 일일까. 감정을 삭이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아졌다.) 저희 만났던 게 기껏해야 며칠이라고, 당신을 사랑하겠나요. 그것도 일 년 전 일인데…. (어깨를 밀어내어 당신을 일으켰다.)
(더 이상 당신이 내게 관여할 필요는 없다. 이안 브란트는 그저 이 모든 것이 버거웠다. 떨리는 목소리가 한숨처럼 내뱉는다.) …이 폭풍우가 그치면 떠나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첸 티엔:거짓말. 그럼, 그때, 왜…. 절 밀어내지 않으셨어요?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선다. 비로소 시선이 마주했다.) 왜, 키스한 거냐고요.
이안 브란트:…혼란스러웠으니까. (눈을 느릿하게 깜박인다.) 착각했던 거예요.
첸 티엔:이것도, 거짓말…. (당신을 내가 모를까. 고작 며칠의 만남, 당신의 사소한 손짓 하나 놓치지 않고 읽어내곤 했다. 그래, 머들러를 쥔 손길조차….) 착각인지 아닌지 시험해 볼까요?
이안 브란트:(한 걸음 멀어졌다. 다른 이의 앞에서 가식하는 것은 점차 쉬워졌는데, 당신 앞에서는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 상처 받을 만한 말들만 내놓는다.) 시험할 것 없어요. 저는 기혼자고, 당신은……. (짧은 정적.) 어린애처럼 행동하지 말아요….
첸 티엔:그래서 그동안은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이젠, 혼자가 되셨고요…. (또다시 한 걸음 다가선다. 다만 그뿐이었다. 위압적이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 애정을 갈구하는 청년만이 당신의 눈앞에 서 있다.) 제 앞길을 막을 것 같다느니, 그런 말은 말아요. 제 앞길에는 형이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야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이번에는 멀어지지 않았다. 부질없는 행동임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기만 한다.) 당신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요, 당신 말대로 사랑했을지도 모르고…. (체념한 듯 읊조린다. 아니, 사랑했지. 속으로 생각하되 정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에요. (저를 낮추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평소 같았으면 검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웃어주었겠지만, 오늘은 양손을 맞잡은 채 꼼지락대기만 한다. 시선 또한 비스듬히 가라앉는다.) 저는, 부담스러워요…. 티엔 씨의 애정이.
첸 티엔:…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이전에는,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잖아요….
이안 브란트: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제 뺨을 쓸어내렸다.)
첸 티엔: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저, 돌려받지 않아도 되니까…. (희미하게 웃는다.) 곁에만 있을 수 있게,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허탈하다는 듯한 표정. 결국 울 것 같은 눈이 당신을 마주본다.) 그 점이 부담스러운 거예요. (곁에만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당신 위치에 걸맞는 사람에게 충분히 사랑 받았으면 한다. 폭풍우 같은 사랑에 휘말리지 않고, 저를 떠나길 바란다.)
첸 티엔:(문득 손을 들어 올린다. 곧장 당신의 뺨에 가져다 대지 않고, 허락 구하는 것마냥 시선을 맞추었다.) 또, 거짓말…. 지금도 제 걱정하고 계시잖아요.
이안 브란트:(습관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다가도, 올곧은 손을 본 뒤엔 다시금 내려뜨린다. 허락을 구하는 시선에는 그저 눈을 마주할 뿐이었다. 당신은 허락 같은 것 구할 필요 없는데. 그리 생각하면서. 당신의 손이 뺨에 닿을 즈음엔 무엇이 불안한지 눈을 분주하게 돌리다가 결국 화제를 돌릴 테다.) 차를 내어올게요, 추우시죠.
첸 티엔:(시선 마주하면, 손 가득 채운 반지들 천천히 빼내었을 것이고 곧장 당신의 뺨을 감싸 쥐었을 것이다. 엄지로 눈가 살살 문질러주다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갈까요?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이안 브란트:(당신의 손목을 잡아 은근하게 밀어낸 뒤 고개 내저었다.) 손님에게 그런 것을 시킬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왜인지 본능이 시키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씻고 계세요. 옷도 다 젖었잖아요, 감기 걸려요.
첸 티엔:(첸 티엔은 자기 객관화에 능했다. 그렇다. 본인이 요리치라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단 소리였다. 그러니 별다른 말 않고 순순히 수긍하는 것이겠지.) 으응, 알았어요. 빨리 씻고 나올게요.
이안 브란트:천천히 나오세요. (당신을 방에 두고 먼저 자리를 뜬다.)
 :당신은 잠시 혼자 남습니다. 풍경화 속에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본다는 감각이 얼핏 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착각이겠지만요!
당신은 이안이 돌아올 때까지 무엇을 하나요?
첸 티엔:(출처 모를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못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만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 이외의 것에 눈길 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당신이 방을 나서자마자 옷장을 열어 잠옷을 꺼내고, 곧바로 욕실로 들어선다. 뜨거운 물에 몸을 적셔 온기 되찾은 다음에야 방으로 돌아온다. 물기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그대로 둔 이유는 혹여나 당신의 눈길 한 줌, 손길 한 번 끌 수 있을까 기대한 까닭일 터다.)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누군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가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따뜻한 크림 스프와 샌드위치 두 개, 채소 샐러드, 따뜻한 허브차 한 잔이 당신을 반깁니다. 이안은 트레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안 브란트:드시고 주무세요. (단연 당신의 젖은 머리카락 위로 시선을 둔다.) 머리도 꼭 말리시고….
첸 티엔:말려주시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사용인이 말려주는 것에 익숙해 혼자 말리는 건 어려워하나? 그럴 수도 있지…. 이안 브란트는 당신을 어린애 취급한 적 없다고 말하였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아 아주 아니라곤 말 못하겠다. 침대 옆의 의자를 끌어 난로 앞에 둔다.) 앉아봐요.
첸 티엔:(세간에 널리 퍼진 로맨스 소설 중 연하가 연상을 짝사랑할 때면 유독 애 취급하지 마세요. 라는 대사가 적혀 있곤 했다. 그러나 첸 티엔은 아이 취급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 또한 당신의 시선을 끌 수단으로 삼았던 탓이다.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 않나. 아이 같은 웃음─물론 수작일 것이다─을 지으며 냉큼 의자에 앉는다.) 스프나, 샌드위치도 직접 만드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욕실에서 보송한 수건 하나를 꺼내와 당신의 뒤에 자리 잡는다. 당신의 해맑은 미소를 볼 때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곤 했다. 또한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당신에게 샌드위치 하나를 쥐여준다.) 스프는 다른 분들이 한가득 만들어놓고 간 거고, 샌드위치는 제가 만든 거예요. 못 먹는 것 없죠? 안에 양상추랑, 햄이랑, 토마토랑, 뭐 넣었더라…. 아, 치즈. (하나씩 손가락을 접어가며 속재료를 읊었다.) 남겨도 괜찮으니 편하게 먹어요. (이어 느리고 세심한 손길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훑기 시작한다.)
첸 티엔:다 좋아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설령 못 먹는 것이 있었더라도 냉큼 베어 물었을 것이다. 달가운 손길에 몸 맡긴 채 부지런히 입을 우물거리니, 금세 샌드위치 하나가 동이 났다.) 형은 안 드세요?
이안 브란트:다행이다. 저는 별로 입맛이 없어서. (당신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면 너무…. 그렇지? 응. 그렇지. 참자. 뒷말은 삼키기로 했다. 머리를 모두 말리고 나서는 어디선가 빗 하나를 가져와 찬찬히 쓸어내린다.)
첸 티엔:그래도 굶으면 안 돼요. (남은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어깨 너머로 밀어주었다.) 나눠 먹어요. 네에?
이안 브란트:굶지는 않지만요. 그럼…. (당신이 쥐고 있는 그대로 고개만 숙여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으니, 당신의 어깨 위로 머리카락이 스치고 지나갔다. 가끔 이렇게 선이 모호하곤 했다.) 무난한 맛이라 다행이네요. (내심 안도했다.)
첸 티엔:(그 감각마저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느껴내었으니,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얼까. 다만 내색지 않고 웃기만 했다. 제 쪽에서도 샌드위치를 베어 물고, 다시금 어깨 너머로 밀어주고…. 당신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이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했을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는…. 함께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이정도 호의를 마다할 리 없었으니 기꺼이 샌드위치 하나를 그대로 나눠 먹었을 것이다.) 네에, 무섭다고 하셨으니까…. 잠드는 것까지 보고 갈게요. 음식 다 드시는지도 보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빗소리가 새어 들어오는 창을 바라본다. 커튼을 쳤으니 바깥은 보이지 않았겠지만.) 얼른 그쳐야 할 텐데.
첸 티엔:(기쁜 티 숨기지 않았다. 헤헤 웃으며 뒤돌아 앉는다. 의자 등걸이 위로 팔짱 낀 손을 올려 두고, 그 위로 턱을 괸다. 유순히 휜 눈매가 당신만을 담아낸다.) 왜요? 조금 더 쏟아져도 될 것 같은데. 며칠이고 계~속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샐쭉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거절을 표하기가 어렵다. 당신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는걸요. 집에는 가셔야죠. (볼을 손 끝으로 콕, 찌른다.) 가족 분들이 걱정하실 거예요.
첸 티엔:(곧장 손가락 닿은 쪽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의 앞에서만큼은 아양을 아끼지 않았다.) 여행 간다고 말해두고 나왔으니까, 며칠 정도면 괜찮아요.
이안 브란트:(그 뺨을 손 끝으로 쓸어내렸다. 아마 이안 브란트는 당신이 원래부터 애교도 많고 선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애초부터 저희 집에 들어올 생각이었나 봐요. (농.) 아니면, 다른 들를 곳이라도?
첸 티엔:(손끝 위로도 뺨을 부비작거린다. 첸 티엔을 잘 아는 이가 이 광경을 봤다면 분명 눈을 비벼댔을 것이다.) 맞아요. 애초부터 형네 집에서 신세 질 생각 하고 나왔어요. 안 된다고 하셨다면, 뭐…. 이 비를 맞으면서 노숙이나 했겠죠.
이안 브란트:(누가 봐도 당신을 귀여워하는 눈빛으로 내려보았을 테다. 자각은 없었겠지만. 하나 이어진 말에는 허, 어이없다는 듯 탄성 내뱉으며 제 이마를 짚었다.) 그이가 있었더라면 쫓겨나고도 남았을 거예요. (무심결에 걱정을 내놓다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적당한 말거리를 찾는 동안 손을 떨어뜨렸다.) 아무튼…. 계시는 동안은 편히 있다가 가세요. 둘밖에 없으니까.
첸 티엔:(이것 봐. 형은 역시 날 사랑해. 설령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애정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터였다. 당신의 눈빛, 행동, 말 한마디를 거칠 적마다 확신은 깊어져만 간다. 떨어진 손을 붙잡아 재차 그 손등 위로 뺨을 비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으니, 이것이 구애가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아뇨, 그러진 않았을 거예요. 전, 형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남편분이 계시지 않을 때를 노렸겠죠. (손등 위로 입술마저 가져다 댄다. 입맞춤은 가벼웠으나, 떨어지는 간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거울 정도로 느릿한 행위.) 지금처럼, 둘밖에 없을 때요.
이안 브란트:(틀림없는 애정이다. 말할 순 없겠지만. 붙잡아오는 손을, 하얀 뺨을, 마지막으로는 푸른 시선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동안은 당신을 볼 수 없었던 걸까. 결혼생활 동안 당신이 온다면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곤란해졌을 것이 뻔하니까. 마구잡이로 흔들려,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에 잠식되고, 필히 더욱 불행해졌을 테니까…. 붉은 입술이 손등을 스치면 귓가가 달아오른다. 그는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도 황급히 당신의 어깨를 붙들어 자리에서 일으키곤, 꾹꾹 밀어다 탁자 앞에 앉혔다. 이어 당신이 앉아있던 의자까지 맞은편에 끌고 와 앉았고, 샐러드를 쿡 찍어 당신 입 앞에 가져다 대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얼른 먹이고 재울래요…….
첸 티엔:(달아오른 귓가 하나 놓칠 리 없지 않은가. 샐쭉 웃는다.) 천천히 씹으면 늦게 자겠다, 그쵸.
이안 브란트:(그대로 포크를 제 입으로. 포크를 제 입에 문 채 스푼으로 스프나 떠 먹였다.) 마시세요. (아니다.)
첸 티엔:이잉. (앙탈을 부리면서도 순순히 입을 벌린다.)
이안 브란트:(먹여주기 전 스프가 식었는지 슬쩍 확인하기도 했다.) 피곤하실 것 같은데 일찍 주무셔야죠.
첸 티엔:(도리어 묻는다.) 피곤하세요?
이안 브란트:음…. (곰곰.) 견딜 만해요.
첸 티엔:그러엄, 천천히 먹을래요.
이안 브란트:피곤하다고 하면 빨리 먹나요? (그제야 샐러드도 먹여준다….)
첸 티엔:(꼭꼭 씹어 삼킨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다.) 네에, 일찍 보내드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걸요. 안 되나요?
이안 브란트:글쎄요. (턱을 괸 채 얼핏 웃음 지었다. 시선을 내려 샐러드를 쿡쿡 찍으며) 비가… 금방 그치지는 않을 테니까. 내일까지 같이 있으면 되죠.
첸 티엔:모레에도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큰 저택에 혼자 남아있는 건 외롭잖아요. 적어도 사용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함께 있고 싶은데.
이안 브란트:휴가를 며칠 줬더라…. 기억이 안 나네요. (고개 반쯤 기울이다가 다시 샐러드 먹여준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는 않아요. 좀 스산할 뿐이지.
그나저나 저택은 좀 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화려한 편이니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첸 티엔:그러엄, 혼자 남아있는 건 스산하잖아요. 라고 말을 바꿔야겠네요. 저, 괴담 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서워하거든요. 곁에 둔다면 조금은 덜 섬뜩하지 않을까요?
(부지런히 받아먹으면서도 용케 답을 내어놓는다.) 글쎄요, 전…. 형이 있는 곳이면 다 좋아서요. 그렇게 따지자면 마음에 든다고 답해야 할까요.
이안 브란트:으응, 그렇지만 저도 별로 안 무서워하는걸요. (무서워한다.) 그런데…. (또 갸우뚱.) 저택에 유령이 있어요. 종종 사용인들도 봤다고 말하는데.
(되묻는다.) 다? 어디든 상관없이?
첸 티엔:(또 거짓말. 이 말은 삼켜내었다.) 그럼요, 어디든 상관없이. 유령이 있는 곳이라도요.
이안 브란트:으응, 그렇구나. (신기하다는 듯 말 이었다. 어째 불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릇이 빌 때까지 스프를 떠먹여주었다.) 천둥 무서워한다는 거 거짓말이죠?
첸 티엔:(얌전히 그릇을 비워낸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싫어하시나요?
이안 브란트:(샐러드에 있는 방울 토마토까지 쏙 먹여준다.) 음…. 솔직한 사람이  좋기는 하죠.
첸 티엔:(처음으로 당신이 먹여주는 것을 거절했다. 고개 살짝 물려 포크를 피하는가 싶더니, 급히 줄줄 말 이어낸다.) 거짓말이었어요. 저어,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해요. 그냐앙, 그렇게 말하면 형이랑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을까 봐 그런 거예요.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정말로요.
이안 브란트:(도착지를 잃은 방울토마토는 허공을 배회하더니 제 입으로 쏘옥 들어갔다. 연신 끄덕인다.) 그, 그? 그렇구나. 응. 그렇구나. 그, 그 정도 거짓말은 신경 안 쓰니까요. 응. (당신을 안심?시켜주는 것 같다.)
첸 티엔:(티 나게 안심한다. 곧이어 올망졸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엄, 저….  좋아해 주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어? 응. 그, 그렇게 되나. 어. 그. 네. (포크를 내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첸 티엔:(헤헤.) 같이 자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직은 욕심이겠죠?
이안 브란트:(눈썹 슬며시 기울인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통 잠을 못 자서. 미안해요. 옆에 앉아있다가 갈 테니까요.
첸 티엔:아녜요. 사과하실 일은 아니잖아요. (뜸.) 그럼…. 잠들기 전까지 손잡아달라고 하는 건요? 이건…. 욕심내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왜 잡고 싶은지 물어봐도 되나요?
첸 티엔:사랑해서요.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요?
이안 브란트:(고개 내저으며 손을 잡았다. 이 정돈 괜찮겠지. 정당화하며.)
첸 티엔:제 사랑은 부정하지 않으시네요.
이안 브란트:제가 부정하면 바뀌는 건가요?
첸 티엔:그럴 리가요. 인지해주신다는 게 기뻐서요.
이안 브란트:응. 그래서요…. (사랑이겠지. 회피와 공백에도 불구하고 저를 찾아왔다는 것은. 가혹한 말 마디에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본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랑이겠지. 다만 사랑이란 언제든 꺼지기 마련이라고, 내심 단정 지을 뿐이다.)
첸 티엔:(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사랑의 크기는 행동으로써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저 맞잡은 손을 끌어와 손등 위로 입술을 내리누르기만 할 뿐이다.) 아침엔 깨우러 와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별일 없으면. (미미하게 웃는다.)
첸 티엔:으응. (작게 웃고, 슬며시 맞잡은 손을 놓는다.) 잘 준비하고 올게요. (쫑쫑쫑 욕실로 뛰어 들어가나 싶더니, 칫솔─멋대로 하나 꺼낸 모양이다. 낯짝이 참 두껍다.─ 하나 입에 문 채 고개만을 빼꼼 내민다.) 가신 거 아니죠?
이안 브란트:(이 방의 물건은 모두 손님용으로 마련된 것일 테니 마땅히 사용해도 된다. 실은 뭐, 손님용이 아니라도 어쩌겠나? 이제 이 저택의 모든 것은 이안 브란트의 몫으로 돌아갔으며, 당신이 무얼 원하든 내어줄 테니까.) 여기 있어요. (어느새 침대맡에 걸터앉은 채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아이 같은 모습에 웃음이 샌다.)
첸 티엔:(헤헤 웃는다. 손 흔드는 이 확인하고서야 욕실로 돌아간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었고, 곧장 침대로 가 몸을 뉜다.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몸 돌려낸 뒤에는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조용히 당신을 기다리기만 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당신의 손을 맞잡았다.) 동화책이라도 읽어드려야 할 것 같네요.
첸 티엔:동화책은 됐어요. 어릴 때 부모님께서 많이 읽어주셨거든요. 덕분에 아주 질릴 지경이에요. (맞잡은 손의 손가락을 꼼질거린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당신의 온기가 좋아서.) 대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제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는지…. 그런 것들을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서두를 여는 목소리는 퍽 담백한 투.) 잘 지냈어요. 결혼생활도…. 적응도 하기 전에 끝난 셈이죠. 당신 생각을 가끔 했어요. 보고 싶었고요. (가끔?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 거짓말이 늘었다는 것은 이런 모습에서 드러난다.) 당신은요? 어쩌다가 장례식에 오게 된 거예요? 그이와 가까운 사람만 초대하였던 것 같은데…. 친분이 있었던가요?
첸 티엔:아뇨. 초대 같은 건 받지 못했어요. 그냥…. 멋대로 찾아온 거예요. (슬그머니 당신의 눈치를 살핀다.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하지만, 이런 걸 숨기고 싶진 않았다. 당신이 솔직한 사람이 더 좋다며 말하기도 했고.) 설령 친분이 있었더라도 끊어냈을 테지만요…. 제게서 형을 데려가신 분이잖아요.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별 거부 반응 없는 얼굴이다. 어쩌면 예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멋대로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대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당신이 이리 찾아오지 않았다면…. 평생 보지 못했을 테니까.
첸 티엔:그럴 것 같아서 찾아온 거예요. 제가 먼저 다가가기만 한다면, 형은 나를 밀어내지 않을 테니까…. (눈이 가물가물 감겨온다. 목소리에도 잠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이안 브란트:나는 충분히 밀어낸 것도 같은데. 밀려나지 않은 거면서…. (잡은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부드러운 손길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분명 웃음 짓고 있었을 것이다. 드문드문 속삭임이 들린다.) 잘 자요. 부디 내일도 사랑해 주세요.
 :잠결에 빗소리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당신이 완전히 잠에 든 이후에야 자리를 뜨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이어졌을 테지요.
 :커튼 자락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 나와 당신을 깨웁니다. 몇 시쯤 됐을까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은 아닌 것 같아요.
첸 티엔:(졸린 눈 깜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이 몇 시지? 방을 둘러보았다.)
 :시계를 살펴보면 늦은 아침입니다. 집안은 아주 조용하고요. 주변을 살피면 탁자에 시선이 꽂힙니다. 아직 따뜻한 허브차와 으깬 감자 샐러드, 식어버린 스크램블 에그와 잼이 발라진 구운 빵. 그리고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첸 티엔:(편지를 펼쳐본다.)
 :이안이 돌아올 때까지 잠시 시간을 때우는 것도 괜찮겠지요. 가벼운 식사를 하고 저택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이안 브란트. 그 이름자를 한참이고 쓰다듬었다. 언젠가는 이 이름이 첸 이안으로 바뀔 수 있기를. 남모를 바람만을 속삭인 뒤 식사를 시작했다. 느릿느릿 접시를 모두 비워 낸 다음에야 방을 나선다.)
 :저택의 1, 2층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슬그머니 방2의 문을 열었다.)
 :방2는 청동 문 고리의 문이 잠겨 있는 것 같은데요. 힘으로 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곳에서 열쇠를 찾아볼까요? 힘으로 열어도 되긴 하겠지만...
첸 티엔:(흠. 얌전히 물러난다. 이안의 방으로 향했다.)
 :이안의 방은 살짝 문고리를 돌리니 쇳소리를 내며 문이 열립니다. 문을 열면 짙은 푸른색 바탕에 금빛 덩굴무늬 벽지로 꾸며진 방이 드러납니다.
눈에 띄는 것은 책상, 침대, 옷장 정도가 있습니다.
첸 티엔:(푸른색이네. 책상으로 다가가 위며 아래를 살폈다.)
 :책상 위에는 과 노트가 1권씩 놓여 있습니다.
첸 티엔:(의 제목을 본다.)
 :제목은 모르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아니, 언어가 맞긴 한 걸까요? 꽤나 두꺼운 책입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우연히 모국어로 적힌 부분을 찾아냅니다.
이교도적인 내용이 적혀 있는 책 입니다. 이안은 왜 이런 책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첸 티엔:이안 형, 이런 건 무서워하셨는데…. (유령이니 괴담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고개 기울이다가도 옆에 놓인 노트로 손을 뻗었다.)
 :이안의 필체입니다. 일기장 같습니다. 자물쇠가 걸려 있지만 풀려 있으니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볼까요?
첸 티엔:(괜히 주변 슥슥 둘러보더니, 이윽고 페이지를 넘긴다.)
 :많은 페이지가 찢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페이지는 몇 되지 않습니다.
첸 티엔:(한 줄 한 줄 시선이 내려갈 적마다 표정이 무너져 내린다. 제게서 당신을 데려갈 것이었다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줄 것이지. 나 같은 건 생각할 틈도 없이 사랑해주었어야지. 당신이 후회할 일 없게 만들어주었어야지…. 일그러진 낯은 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일기장에 적힌 티엔이라는 이름을 손으로 훑기만 할 뿐이다.)
형은…. 잘못한 거 없어요. (속삭이듯 읊조린다. 악마를 불러들였든, 대가를 약속했든, 당신은 어느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그저 호수처럼 자리하기를. 그 겉면에 비친 하늘이 호수의 이름을 뒤집어쓸 수 있게끔.)
(일기장을 내려두고 옷장을 열어본다.)
 :문을 열면 안에는 묶여있는 열쇠꾸러미가 있습니다. 아마 집 안의 열쇠인 것 같습니다. 챙길까요?
첸 티엔:(주머니에 넣어두고, 침대를 살핀다.)
 :잘 정돈 되어 있고 평범해 보이는 침대입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96
판정결과:실패
(조금만 더 매달려 볼걸. 나와 함께 도망치자고 말이나 해 볼걸. 괜히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만 같아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아래로 손 내려놓으니 이불이 잡혔을 것이고, 별생각 없이 그것을 들추어낸다.)
 :이불이 들추어지면서 곱게 놓여있던 베개가 흐트러집니다. 베개 아래에서 은으로 이루어진 나이프 하나를 발견합니다.
첸 티엔:(나이프를 들어 챙긴다. 주인의 허락 없이 당신의 방을 뒤진 증거를 남긴 꼴이나, 위험한 물건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나.)
(그대로 이안의 방을 나가 방1로 향했다.)
 :금으로 된 문고리의 문은 잠겨 있으나, 열쇠를 사용하면 쉽게 열 수 있습니다.
첸 티엔:(망설이지도 않고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얀 천으로 가구들이 덮여 있습니다. 죽은 자의 방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귀족의 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가구들의 수가 매우 적은 것 같습니다. 귀족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방을 치웠겠어요?
흰 천이 걸려있는 벽면, 천으로 덮인 침대가 보입니다.
첸 티엔:(다 업보지. 코웃음을 치며 벽면의 천을 들추어본다.)
 :천을 들춰 본다면 마치 짐승이 날뛴 것처럼 온갖 방향으로 찢어져 있는 벽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곳곳에는 갈색으로 일그러진 핏자국이 들러붙어 있고 그 핏자국과 이어지는 음산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살려줘
여기서 나가게 해줘!
악마로부터 구원해 주소서
순간 소름이 끼칩니다. 이성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핏자국 눈에 들어올 무렵이면 입을 틀어막긴 하였으나, 그저 생리적인 반응일 뿐이었다. 일말의 동정심도, 안타까움도 없다. 몇 명의 목숨을 빼앗은 이이니, 그에 걸맞은 죽음을 맞이한 것이겠지. 곧장 시선을 돌려 침대의 천을 걷어본다.)
 :흰 천을 거두자 깨끗하게 아무 것도 없는 침대가 드러납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시트 틈 사이로 무언가 박혀 있음을 확인합니다.
첸 티엔:(응? 무언가를 살펴본다. 꺼낼 수 있을까?)
 :유리병 같습니다. 손만 잘 뻗으면 꺼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첸 티엔:(병을 꺼내본다.)
 :꺼내보면... 작은 약병인 듯합니다. 겉에는 <신경질환. 환각증세>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귀족이 먹던 약일까요?
첸 티엔:(흠. 곧바로 흥미없음. 상태가 되어버린다. 병을 있던 곳에 욱여넣었다.)
(미련 없이 방을 나와 방3의 문을 연다.)
 :은으로 된 문고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서는 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방 안에는 많은 캔버스와 물통, 붓, 물감이 놓여 있습니다. 냄새는 물감과 기름 냄새였던 것 같아요.
첸 티엔:(그러고 보니, 손님방의 그림도 형이 그린 거라고 했지. 또 다른 그림은 없을까? 화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방 안을 살펴보면 수많은 캔버스가 놓여 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기괴하고 흉물스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들이 하나가 되어 당신을 노려보는 것만 같습니다. 이성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흠. 다시 보아도 생생하다. 우리 형은 이런 곳에도 재능이 있고. 정말 어디 한 곳 부족함이 없다.)
 :그림 이외에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방에서 나오고자 뒤를 돌면, 문고리에 걸린 앞치마가 눈에 띕니다. IB, 마찬가지로 이안 브란트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안의 화방인 걸까요?
첸 티엔:(다음엔 그림 그리는 걸 보여 달라고 할까? 내 모습을 그려달라 떼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 평화?로운 생각을 하며 방2의 문을 연다.)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책장이 있습니다. 서재인 것 같네요. 대부분 학문서적이나 순수문학 소설들인 듯하며, 책장 위에는 A, B, C 라고 일련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96
판정결과:실패
(F는 없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다시금 책장을 살펴보았다.)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88
판정결과:실패
 :그러고 보니 일련번호 F는 이 방에서는 일절 보이지가 않습니다. 다른 서재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서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첸 티엔:(비밀 통로…. 같은 게 있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역시 3층에?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서재 나들이를 했다. 벽면을 더듬더듬.)
 :티엔은 서재 나들이를 합니다. 아기는 가끔 나들이를 가야 하는 법이니까요... 벽면을 더듬어도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네요. 3층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안이 3층은 가지 말라고 언질 두었던 것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요?
첸 티엔:(형이 3층엔 들어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속 편한 생각을 하며 1층으로 향한다. 중앙계단을 내려가 옆에 나 있는 문을 벌컥 열었다.)
 :나무 문은 잠겨 있는 것 같았으나 힘을 주니 벌컥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하인이 쓰던 방인지 침대와 옷걸이, 작은 책상이 있습니다.
첸 티엔:(책상을 뒤적인다.)
 :책상 위에는 종이 몇 장, 알약이 들어있는 병 몇 개가 있습니다.
첸 티엔:(종이를 찾아 손에 쥔다.)
 :소견서에 적힌 날짜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소견서 뒤에 다른 종이가 겹쳐져 있습니다. 하인이 가족들에게 쓰던 편지 같습니다.
첸 티엔:(안색이 좋지 않기는 했는데…. 악몽때문인 걸까? 병환에 걸리기라도 한 거라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대로 종이를 내려두고 창고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창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샅샅이 살펴보려면 시간이 걸리겠는데요.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부서진 나무 가구가 있습니다. 핏자국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첸 티엔:(가구를 슬쩍 살핀다. 이런게 왜 여기에 놓여있는 거지?)
 :글쎄요, 방 내부에는 끊어진 쇠사슬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것에 이용되었는지는 알기 어려울 듯합니다.
저택은 얼추 둘러보았고, 이안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하나요?
첸 티엔:(슬그머니 식당으로 들어간다. 귀가하셨을 때 따뜻한 음식이 준비되어있다면… 좋지 않을까?)
 :티엔은 식당?에 들어갑니다? 식당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으며, 안쪽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재료는 충분하니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첸 티엔:(분명 사용인이 스프를 잔뜩 만들어두고 갔다고 했는데. 남아있는 스프가 있을까? 뒤적뒤적.)
 :큰 냄비에 스프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데?울?까요?
첸 티엔:(첸 티엔은 자기 객관화가 아주 잘! 되어있는 인물이었다. 실패할 수도 있을 테니, 조그만 냄비를 찾아 스프를 덜어낸다. 한 사람 몫의 스프만을 불에 올려 데우기 시작한다.)
기준치:40/20/8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치이익…. 소리를 내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어, 어라? 왜… 이러는 거지?
 :타는 냄새가 나는 건 착각?일까요? 티엔은 불을 끄나요? 아니면... 그대로 올려두나요?
첸 티엔:(그대로 올려둔 채 허둥지둥 주변을 살핀다. 차가운 물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 냅다 냄비 위로 물을 붓는다.)
 :치이익... 소리가 납니다. 다시 한 번 행운판정?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91
판정결과:실패
 :연기가 그대로 납니다. 어쩐지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첸 티엔:(허둥지둥. 허둥지둥. 냄비를 냅다 들어 싱크대에 내려둔 뒤─또다시 치이익 소리가 났을 것이다.─ 불을 끈다. 침울… 한 얼굴로 타 버린 냄비를 바라보았다. 이건… 어쩌면 좋을까?)
 :주방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으면 홀에서는 이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티엔?
첸 티엔:(허억. 죄 지은 사람마냥 식당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다. 눈썹이며 눈이 죄다 추욱 처져 있다.) 이, 이안 혀엉….
 :그는 어김없이 오늘도 검은 옷에 베일을 쓰고 나갔다 돌아왔습니다. 우산을 쓰고 나가긴 하였으나, 현재 바깥에는 비가 거진 그친 것인지 젖은 구석도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종종걸음으로 식당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면 제 착각일까요?
첸 티엔:(움찔. 티 나게 어깨를 떤다.) 그으, 저어…. 오, 오셨을 때 따뜻한 식사가 차려져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히잉….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표정이다.) …죄송해요.
이안 브란트:다친 덴 없죠? (당신의 뺨을 감싸쥔 채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바닥이며 손 끝도 확인한 뒤에야 주방 안으로 들어선다. 긴 정적….) …… 어,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라고 묻고 싶은 것 같다.)
첸 티엔:(점점 움츠러들었다.) 불길한 소리가 나서…. 물을 넣었는데도 끓는 소리가 나길래…. 서둘러 내리긴 했는데요…….
이안 브란트:음…. 그렇구나.
응.
주방은 출입 금지예요…….
첸 티엔:(우웃…) 네에….
외출은… 잘 다녀오셨어요?
이안 브란트:그, 그래도 마음만은 감사해요. (잠잠.) 오늘 먹고 싶은 건 있어요? 뒤에서 지켜보는 것까지는 괜찮을 것 같으니까…. (잔혹한 발언!)
아, 네. 저택 앞의 길이 막혔다는 곳을 보고 왔는데…. 마차가 이동하려면 적어도 내일은 되어야 할 것 같더라구요. 음…. 괜찮으시죠? 하루 더 묵는 건.
첸 티엔:(냉큼 당신의 옆에 들러붙었다. 슬그머니 팔짱을 끼기도 했다.) 전 너무 좋아요오. (가증스러운 말 늘이기.) 식사는 뭐든 괜찮고요. 어제 먹었던 샌드위치도 맛있었는걸요.
이안 브란트:으응. 다행이에요 금방 기운을 차려서…. (눈 앞의 냄비들은 모른 척했다. 버리는 게 나을 테니 나중에 사용인들에게 처리를 맡길 작정이다.)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샌드위치 정도는… 당신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불도 안 쓰는데.
첸 티엔:(화색이 돈다.)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옆에서 지켜봐 주시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으응. (베일과 장갑, 겉옷까지 식당의 의자에 대강 걸쳐놓고 돌아왔다. 흰 빵, 양상추, 토마토, 햄, 치즈 같은 어제의 재료들을 주르륵 나열된다. 당신을 빤히. 보기만.) 무,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첸 티엔:네에. 저 자신 있어요. (그리 말하며 결연한 표정으로 칼을 찾아 쥔다. 응? 어째서인지 날이 위로 올라가 있다.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이안 브란트:칼 그렇게 쥐면 다쳐요! (화들짝 놀라 당신의 손을 바로잡아준다.)
첸 티엔:앗…. 그런 거예요? (아무것도 몰라요 눈. 이번만큼은 가식이 아니다. 당신이 고쳐준 대로 칼을 쥐고, 토마토 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 썰기 시작했다. 실력에 비해 자신감은 높은 것인지, 칼을 쓰는 손길에는 거침이 없다. 너무나도 거침이 없던 탓에 손가락을 썰어버릴 것만 같은 정도로. 다행히?도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썰어낸 토마토란 것들이 죄다 잘게잘게 찢어져 있다. 흡사 난도질이라도 된 모양새.)
이안 브란트:그으, 흠. 입에 들어가면 원래 음식이라는 게 다 다져지긴 하지만요 티엔 씨…. 너무 잘게 썬 것 같아요. 그러다가 손도 다칠 것 같구…. (다른 재료들은 보아하니 칼을 많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슬그머니 칼을 뺏어갔다.)
첸 티엔:(울망울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저…. 실수했나요?
이안 브란트:시, 실수한 건 아니고. (난도질 난 토마토를 하나 티엔 입에 넣어주며… 남아있는 토마토를 하나 적당한 크기로 썰어 시범을 보였다.) 이, 이쪽이 평범? 하니까요?
첸 티엔:(울먹울먹…. 한 눈으로 재차 당신을 바라보았다.) 제가 썬 건… 평범하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아, 아니…. 아니. 아뇨. 아닙니다. 잘게 썰어서 먹기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썬 토마토까지 하나 먹여줬다.)
첸 티엔:(그제야 헤헤 웃는다.) 다음은 뭘 하면 되나요? 그대로 재료를 쌓으면 되나?
이안 브란트:으응. (칼을 손에 꼬옥 쥔 채 물러난다. 어째 불안한 눈치.) 다른 것은 샌드위치 크기에 맞게 이미 잘려 있으니까, 잘 겹쳐 보세요.
첸 티엔:(당신의 속도 모르고 즐거워하기만…. 망설임 없이 재료를 턱턱 쌓아 올린다. 불이나 칼을 쓰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겉모양은 멀쩡한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칭찬을 기대하기라도 하는 것마냥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이안 브란트:(우와 다행이다. 안도하며 박수를 두어 번 쳐줬을 거다….) 잘하시는 것 같아요. (주방은 출입 금지지만.)
첸 티엔:(쑥?스러워 했다.) 그러엄, 내일 아침도 제가 만들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아… 아뇨. (놀란 나머지 단호하게 말했다…. 흠, 헛기침을 한 뒤.) 여기 있는 동안은 제가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티엔 씨는 손님이니까, 일을 시키기는 죄송한걸요. 오늘 저녁식사는 티엔 씨가 만드신 것이나 다름 없잖아요. (무해하게 웃는다.) 하나 더 만들어 주실래요? 그동안 저는 스프 데우고 있을게요.
첸 티엔:(단호한 말 듣자마자 눈썹 추욱 늘어트렸으나, 임?무가 주어지니 금세 헤실헤실 웃는다.) 네에, 두 번째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엔 더 예쁘게 만들어볼게요.
이안 브란트:(음. 다행이군. 티엔이 샌드위치를 무사히 만드는 동안―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며― 옆에서 스프를 데우고 스테이크까지 하나 꺼내어 굽는다. 애한테는 고기도 자주 먹여야 한다. 햄 같은 가공육만으로는 안 되는 법이다….)
첸 티엔:(어느새 샌드위치를 완성한 것인지, 손을 씻은 뒤 당신의 곁으로 쫑쫑 다가섰다. 어깨 위로 제 턱을 투욱 올려 둔 뒤에야 입을 연다.) 혀영, 요리도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좀 배워 둘 걸 그랬나 봐요. 매번 사용인 분들께 부탁드리기만 했거든요.
이안 브란트:다 만들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샌드위치를 힐긋. 멀쩡한 샌드위치가 하나 더 놓여 있다면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테다. 칭찬의 머리 쓰다듬음 두 번.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기다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세팅한다.) 저도 간단한 것만 할 줄 알아요. 티엔 씨는…. 음. 잘 먹기만 하면 되죠. (차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의자 하나를 빼내어 당신더러 앉으라는 듯 눈짓했다.)
첸 티엔:(잠깐. 이안이 빼내어 준 의자는 그의 옆자리 의자가 맞는가?)
이안 브란트:(옆자리 의자일 것이다! 스테이크도 제가 썰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아이 취급에서 비롯된 자리 선택이긴 한데.)
첸 티엔:저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그렇다면 냉큼 앉는다. 헤헤 웃으며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 접시를 끌어와 당신의 앞에 놓아주기도 했다.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안 브란트:(옆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스테이크를 당신 쪽으로 밀어주려던 손이 허공에 머물다가… 기대하는 눈빛에 못 이겨 티엔이 만든?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삼키기도 전 맛있다는 듯 열심히 끄덕였다…. 최대한의 칭찬!) 으응, 맛있어요…. 고생하셨어요. 요리 안 배우셔도 될 것 같아요. (여러 의미로.)
첸 티엔:(올망졸망.) 하지마안, 배우자에게 직접 만든 식사를 차려주는 게 로망이란 말예요. 형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제가 만들어드릴 수 있는 거면 좋겠는데. (헤실헤실 웃는다. 순수한 아이인 척, 헤프게도 웃고 있으나 속내만큼은 뚜렷하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당신이 내 배우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안 브란트:저요? (당신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짧은 고민 끝에 대답한다.) 샌드위치 좋아해요.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안 브란트는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메데타시메데타시.) 이미 만들어주셨네요. 맛있구요…. (그 웃음에 어찌 좋은 내색을 숨길 수 있겠는가. 마주 웃기만 했다. 샌드위치를 반쯤 먹고 난 뒤엔 스테이크를 썰어 당신쪽으로 밀어준다.)
첸 티엔:다행이다. 제가 앞으로도 많~이많이 해드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해가 갈수록 더 맛있어질 테니까요. 전 배우는 게 빠르거든요. (첸 티엔은 줄곧 이런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곤 했다. 애정이 아롱거리는 눈. 상대를 시야에 담고, 눈꺼풀이 감겼다 들어 올려질 때까지 그저 사랑밖에 담기지 않은 눈.)
(포크로 스테이크를 한 조각 찍는다. 들어 올린 것을 그대로 당신의 입 앞에 가져다 댄다.) 그동안 식사는 잘 챙겨 드신 것 맞죠? 어제….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 많이 했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눈에 담긴 사랑은 여전히 제가 받아들이기엔 과분하였으며, 당신이 입에 담는 미래를 이안 브란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막연히 기쁘다고 느꼈으니 미소 짓는다. 차마 고개는 끄덕이지 못했다.)
(주저한 뒤에야 고기 조각을 받아먹는다. 입 안에 든 것을 느릿느릿 씹으며 머리를 굴려본다.) 한동안 일 처리가 바빠 식사에 소홀했던 것이니 걱정할 것 없어요. 으레 장례식이 그렇잖아요. (생각에 잠긴 듯 손톱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이제 바쁠 일도 없는걸요. 중얼대며 당신에게 접시를 밀어준다.) 저만 계속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도 좀 드세요. 계속 안 드시면 하나씩 먹여드릴 거예요?
첸 티엔:(자신의 구애는 여태껏 이어져 왔다. 1년 전의 당신은 황급히 자리를 떴으며, 어제의 당신은 슬퍼했으며, 오늘의 당신은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내일은? 모레의 당신은? 언젠가는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을까?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아뇨, 이안 형은 앞으로도 바빠지실 거예요. 결혼식 준비란 게 으레 그렇잖아요. (능청스럽게도 대꾸한다. 손에 쥐었던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두고, 뻔뻔스럽게도 입을 벌린다.) 먹여주세요.
이안 브란트:(챙강, 날카로운 소리가 이어진다. 쥐고 있던 포크를 바닥으로 떨어트린 탓이었다. 결혼식 준비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장이 난 이안 브란트는 허둥지둥 자세를 숙여 포크를 주워들었다. 삽시간에 귓바퀴며 목덜미가 새빨개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테다. 명백히 당황한 얼굴로,) 그, 그런 농담 마세요…. (포크를 멀리 치우고 멀쩡한 스푼이나 챙겨들어 스프를 당신에게 먹여주었다. 손을 달달 떠는 와중에도 행여 스프가 뜨거울까 불어주는 것은 잊지 않았으니, 참, 얼마나 당신을 아끼는지!)
첸 티엔:(냉큼 당신의 접시 위로 자신이 쓰던 포크를 내려놓는다. 결혼할 사이인데, 식기 정도는 같이 써도 되지 않나? 그렇다. 첸 티엔은 이미 당신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까지 상상을 끝내놓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붉어진 모습을 보면…. 형도 여전히 저를 사랑하시네요. 확신할 수밖에 없지 않나.)
(망설임 없이 스프를 받아먹는다.) 농담 아닌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남들이 들으면 큰일날 소리를…. (고지식한 말. 냉큼 당신이 놓은 포크를 집어들었고,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어주었다. 당신이 말하는 텀이 길어지도록, 변명 생각할 시간이 길어지도록…. 아주 끊임없이 먹여주었을 것이다.) 조, 좋아한다고 다 결혼을 하는 건 아니에요. 현실을 생각해야죠.
첸 티엔:(우물우물우물꿀꺽. 참 빠르게도 씹어 삼킨다.) 가끔은 다른 사람의 시선도, 현실도 뒤로한 채 사랑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고요. 유명한 사랑 이야기들도 다 그렇게 전개되잖아요. 그리고 결국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맞고요. 우리도 그렇게 될 거예요. 분명 행복해질걸요.
이안 브란트:처, 천천히 드세요. 체할라…. (빈 접시 쿡. 찍었다가 허망한 눈! 이내 잠잠해진다.) 글쎄요, 저는 티엔 씨가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일 년 전이었으면 모를까…. (이어지는 대꾸는 꽤 회의적이다. 빈 접시를 한 데 모아 정리했다.)
첸 티엔:서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 괴로워지려면 그 마음이 식는 수밖에 없는데, 저는 도무지 그럴 것 같지가 않아서요. (서둘러 일어나 뒷정리를 돕는다. 식기와 그릇이 부딪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에 비해 두 사람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잔잔했을 테니, 시끄러운 소리가 뒤섞이는 와중에도 서로를 놓칠 리는 없을 테다.) 형은…. 정말로 제가 부담스러우세요?
이안 브란트:영원을 믿나요? (덤덤하게 질문하였다. 당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식기를 정리하면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지만.) 어쩌면… 당신의 영원까지는요. 저는 몇 날이면 충분하거든요.
첸 티엔:(당신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어느덧 식기를 쥔 손은 허공에서 멈춘다.) 형이, 제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봐 주신다면, 믿게 될 것 같은데. 안 돼요? (짧은 머뭇거림. 그러나 이번에는 말 삼켜내지 않는다.) …몇 날이 아니라, 제 영원마저도…. 가져주시면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마른 눈가를 손등으로 비비니 손에 묻은 물기가 뺨 위로도 번진다.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가는 영원까지 욕심내고 말 것이 분명하니 시선을 들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스스로를 죄인이라 단정 지은 자이니 당신의 며칠을 탐내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잠기었는데. 이안 브란트가 어떤 사람이든 저를 사랑할 수 있겠냐는 말을, 무얼 보더라도 당신의 사랑이 영원할 것 같느냐는 말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당신의 영원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영원이 향하는 곳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만….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금 피곤하네요. (이번에도 회피를 선택했다.)
첸 티엔:저…. 딱 한 번만 더, 떼를 써 봐도 될까요? (손에 쥔 것들을 식탁 위로 내려놓는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한 발자국을 뗀다. 서로의 간격이 좁혀지면, 매달리듯 당신을 끌어안는다. 그대로 어깨 위로 고개를 묻는다.) 도망가지 마세요. 이쪽을, 봐주세요…. 절, 사랑하시잖아요….
(옷감 위로 제 뺨을 비비적거린다. 어쩌면 그 위로 물기가 스며들었을 테지. 속삭이듯 읊조린다.) 이안 브란트라는 사람을 사랑해요. 그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괴물이든, 악마이든 상관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악마를 불러내었든, 그리하여 백작을 살해하였든, 자신에게는 하등 문제 되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런 거잖아요. 더는 물러날 수 없게 되는 것, 함께 죄인이 될 수 있는 것….
이안 브란트:(감히 당신을 밀어낼 수 없었다. 밀어내는 것이 옳다 여겼음에도, 그러고 싶지 않았고. 사랑이란, 더는 물러날 수 없게 되는 것…. 불안으로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이 앞으로 조금 기울어졌을까.)
(비가 많이 오니 하루이틀은 괜찮겠지 당신은 추위를 많이 타는 것 같았으니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재회의 순간 생각하였다. 그러나 당신을 더 사랑하진 말아야지…. 저택, 다시 마음 한 켠의 작은 공간 그 이상은 내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도무지 당신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애초에 당신을 저택에 들인 이유부터가 사랑이었으니 빤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당신을 사랑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이 싫어요…. 고작 사랑을 이유로 죄인이 될 필요가 어디 있나요? (가느란 떨림. 어깨 위로 머리를 기댄다. 쓸데없는 말이다.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다.) 저어, 그만 쉬고 싶어요…….
첸 티엔:(틈 없이 당신을 끌어안는다.) 고작 사랑을 이유로 죄인이 된다면, 저는 평생 행복할 거예요. 평생 웃으며 살 수 있을 거고요. 이 정도면…. 고작이 아니지 않나요?
(이어 짧은 침묵.) ….죄송해요. 먼저 들어가실래요? 뒷정리는 제가 해 둘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한참의 침묵. 당신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음에도, 그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힘없이 늘어졌던 팔이 당신을 한 번 느릿하게 감싸안다가, 어깨를 쥐어 떨어뜨려 놓는다.) 아니에요, 당신이 사과할 것 없잖아요. (시선이 툭 떨어졌다가, 다시금 정적.) 그럼, 죄송하지만…. 오늘만 부탁할게요.
(의자 위에 걸쳐 둔 검은 천들을 움켜쥐고 먼저 식당을 뜬다. 연신 손등으로 뺨을 문지르며.)
 :식당에는 적막이 찾아옵니다. 언제든 방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첸 티엔:(빈 접시와 식기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라며 단언했으나, 자신은 당신을 울리기만 하는 것 같다고. 모든 곳을 깨끗이 정리한 뒤에야 방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방으로 올라옵니다. 올라오며 본 이안의 방은 굳게 닫혀 있으며, 당신의 방 안 또한 여전합니다. 어느새 바깥에는 다시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첸 티엔:(방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의 방문 앞에서 멈춰 선다. 몇 분을 머무적대다 문을 두어 번 노크하고,) 형, 안녕히 주무세요. 이 말 하려고 온 거예요. (그리고는 제 방으로 돌아가 잠들 준비를 한다.)
이안 브란트:…으응, 잘 자요. (멀리서 조그맣게 대답한다. 빗소리에 파묻힐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였으나, 당신에게만은 들렸으리라.)
 :짧은 인사 후, 당신은 잠자리에 듭니다. 적막한 저택 속 빗소리만큼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피곤한 탓이었을까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든 당신은 잠결에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것을 느낍니다.
어둠이 당신을 덮쳐오고 점점 그 밑으로 끌어당깁니다. 끈적거리는 불쾌한 감각이 당신의 발끝부터 전신으로 퍼지고 불결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무언가가 당신을 괴롭힙니다.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당신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음에 눈을 뜨고 맙니다. 이성 판정 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기분 나쁜 감각은 금방 사라집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면, 무언가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의 근원지는 저택의 바깥이 아닌 안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할까요?
첸 티엔:(저택엔 당신과 나, 두 사람뿐이지 않나? 생각이 미치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킨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소리를 따라 방에서 나오면, 그 소리란 맞은편 방에서 들려왔음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안의 방입니다. 문은 잠겨 있고요. 웅얼거리는 목소리만이 방 안에서 들려옵니다.
첸 티엔:(서둘러 방문을 두드린다.) 형? 무슨 일 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안에서는 재차 소란스러운 소리가 이어졌으며 대답처럼 들린 중얼거림은, 좀, 내버려 둬요…, 평소와 달리 퍽 짜증스러운 음성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처음 듣는 어조일지도 모르겠네요.
첸 티엔:형? (문고리를 돌려 본다. 잠겨 있을 테니 소용은 없겠지만.) 저, 티엔이에요…. 열어주세요. 네?
 :이어지는 대답은 없습니다. 듣지 못한 걸까요? 혹은 무시하는 걸까요.
첸 티엔:(문을 억지로 열 수 있을까요?)
(문을 부술 수는 없으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열쇠 꾸러미를 챙겨온다.) 실례할게요…. (조심스레 덧붙이며 문을 연다.)
이안 브란트:(문을 열고 들어가면, 엉망이 된 방 안이 눈에 들어온다. 협탁 위 액자가 바닥에 던져져 유리조각이 널브러져 있으며, 책상 위의 물건들 또한 그 부근 엉망으로 흩어진 채. 아마 소란의 원인인 듯하다. 그는 멍하니 침대맡에 걸터앉아 흐트러진 바닥을 내려다보다,) 제발, 그만 좀…. (문소리가 들리자 문이 열리는 방향으로 손에 집히는 물건를 픽 던졌다. 책 한 권이 문의 모서리에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야, 희게 질려 일그러진 낯이 당신을 향하더라. 초점 없는 눈을 몇 차례 깜박이곤….)
……티엔 씨? (본래 알던 목소리로 돌아왔다.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괘, 괜찮으세요? (행여 제가 던진 물건에 맞았을까 걱정하는 것인지 당신의 안색을 살피려 한 걸음 내딛다가도 문득 걸음을 관둔다.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고정된 채 아, 숨을 멈추었다.)
첸 티엔:(당혹스러운 낯으로 당신을 살핀다. 악몽을 꾸었던 걸까? 그도 아니라면, 그 목소리란 걸 듣기라도 한 걸까?) 형…. 괜찮으세요? 제가 가까이 갈게요. 움직이지 마세요. 가만히, 네. 그렇게요. (당신 스스로 걸음 멈추어 낸 것을 제 말 들은 것마냥 포장했다. 이렇게라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액자가 깨져서…. 자칫하다간 베일 거예요. (조심스레 한 걸음 내디딘다. 당신의 앞에 서서 양손을 잡아 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그는 당장이라도 뒷걸음질 치고 싶었으나 당신의 말을 듣고 겨우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었다. 꿈에서 깨기라도 한 양 낯빛 위로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스친다. 불안한 시선이 주변을 어지러이 둘러보기만 했다. 엉겁결에 잡힌 손을 뿌리쳤으나, 곧장 제가 되려 놀라선 손을 붙잡는다.) 기분 나쁜… 꿈을. (중얼거림과 함께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죄송해요, 괜히 소란스럽게…….
첸 티엔:으응, 저 소란스러운 거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파티도 좋아하는 거고요. 다 아시면서. (놀란 기색을 갈무리하고 그저 다감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이 그렇게 해내기만 한다면, 당신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맞잡은 손을 깍지 껴 고쳐 쥔다.) 무슨 꿈? 듣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에 조금은 안심한 듯한 모습. 그는 당신의 눈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이토록 푸른 것은 꿈에서 본 적이 없었으니, 지금은 온전한 현실일 테다. 그러니 꿈에서 보았던 것들을 몇 나열해 본다.) 기이한 것들이 쳐다봐요. 어둠 속에서, 혹은 물 속에서. (손을 만지작댄다.) 제 그림, 보셨죠.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오늘은, 그이가 나타나서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뜨더니 손을 이끌어 당신을 제 침대에 뉘였고, 그 옆에, 당신의 방향을 보고 나란히 누웠다.) 머지않아 그이처럼 되지 않을까요? 저도….
첸 티엔:제가 형의 그이가 될게요. 그럼, 그이처럼 된다는 건 저를 닮아간단 뜻이겠네요. 나쁘진 않은 이야기죠? (손등으로 당신의 볼을 쓸어 본다.) 이 저택을 떠나서…. 우리 집으로 오지 않을래요? 여긴 너무 삭막해요. 백작이 근처에 묻혀 있기도 하니 더욱 터가 안 좋고요. 그래서 악몽을 꾸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하나씩 바꿔 가요. 그러면서 조금 더 나아져 봐요, 우리. 그러니까…. (끝은 말하지 말아요.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뒷말은 삼켜 낸다.)
이안 브란트:당신을 닮아가는 거면 좋아요. 당신이 저를 닮아가지 않는다면 그런 것은 좋아요…. (눈매 찡그리다가도 당신의 손 위로 얼굴을 비볐다. 이어지는 말들은 중얼거림에 가깝다.) 그런가요? 화려하기만 한데…. 또, 다른 사람들은 싫어할 거예요. 반기지 않을 것이 뻔한걸. (당신의 품에 파고든다. 오늘만요. 덧붙이며.)
첸 티엔:전 형을 닮고 싶은걸요.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단 말예요. 그걸 닮아갈 수만 있다면, 형도 제 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겠죠? 언젠가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꺼이 품을 내어준다. 품 안의 이를 한껏 끌어안고, 얼마 되지 않는 온기마저 나누었다. 말을 내뱉을 적마다 서로의 숨결이, 심장 소리가 전해져 온다. 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릴 낸다.) 틀렸어요~. 우리 집 사람들은 모두 형을 환영할걸요. 드디어 우리 도련님이 저택에 머무르시겠구나, 라면서요.
부모님껜 이미 허락받았어요. (사실 1년 전에도 그랬는데. 덧붙였다.) 계속 말했잖아요. 형만 허락해주면 된다고요. 저, 빈말은 안 해요.
이안 브란트:그런 거라면 이미, (팔을 뻗어 더듬더듬 당신을 껴안는다.) 그렇게 되었는데. 봐아, 당신이 있을 때는 악몽을 꾸지 않잖아요…. (불안할 정도로 빠르게 뛰던 심장박동이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다. 1년 전에? 이것만큼은 단순 농으로 받아들였는지 흐, 웃기만 했다.) 당신은 타인의 허락 따위 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 텐데, 그렇게 만드니 미안하긴 하네요….
(곧 생각에 잠긴 듯 당신의 등을 톡, 톡 느린 박자로 두드린다. 창밖의 빗소리와 닮아 있다.) 그럼요, 내일은…. 저택을 모두 둘러보세요. 그 뒤에도 저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때는 티엔 씨 곁에 있을게요. (힘없는 웃음.) 마음이 바뀌면요, 인사 같은 건 남기지 말고 떠나주세요.
첸 티엔:(맞붙인 몸 살짝 떼어내더니, 얼굴을 들이밀어 콧잔등 위로 제 콧대를 비비적거린다.) 같이 둘러볼까요? (이어지는 것은, 그럴 일은 없다는 완곡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이었다.)
이안 브란트:(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3층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요,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기만 했다. 꼭 거리를 두는가 싶다가도, 지근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입 맞춰주시면 안 될까요?
첸 티엔:(기꺼이 입술을 맞댄다. 농밀하지 않은, 담백한 입맞춤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 있잖아요….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다시금 짧게 입을 맞춘 뒤에야 대꾸했다.) 으응, 말씀하세요.
첸 티엔:(입가가 풀어진다. 애써 웃지 않으려 참는 모양새.) 절 사랑하세요?
이안 브란트:(괜히 미적거린다.) 이미 들어놓고선.
첸 티엔:들어도 들어도 부족하단 말예요. 안 돼요?
이안 브란트:(안 될 리가 없지 않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기로 하였으니까. 시야에 온전히 한 사람을 담는다.) 사랑했어요, 1년 전부터. 지금도 사랑하구요. 당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첸 티엔:저도요. 제가 형을 많이 사랑해요. (힘주어 끌어안는다. 웃음기 어린 말들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푹 주무세요. 내일은…. 짐이라도 싸고 계실래요? 제가 저택을 둘러보고 돌아왔을 때 바로 떠날 수 있게요.
이안 브란트:어떻게 단언하신담. (모호한 대답 이후 한껏 껴안는다.) 오늘 저희 같이 자요?
첸 티엔:(반박하지는 않는다. 내일이 되면 함께하게 될 테니까.) 으응. 이러고 잘래요. 그럼 악몽도 안 꾸실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마지막으로…. (안은 팔을 풀더니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린다.) 잘 자라는 의미로.
첸 티엔:(히히 웃으며 재차 입맞춘다.) 꿈에서도 만날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볼을 슬 문지른다.) 좋은 꿈은 꾼 지가 오래됐는데.
첸 티엔:오늘 꾸면 되죠. 꿈에서도 만나요, 우리.
이안 브란트:(왜인지 당신이 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것만 같아서.) 그럴까, 그럼…. (희미하게 웃으며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는다. 긴장이 풀린 탓 금세 졸음이 밀려든다.) 잘 자요. 부디, 내일도…. (속삭임이 멎어들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이어졌다.)
첸 티엔:(당신의 편안히 잠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눈을 감는다. 맞닿은 이를 조금 더 끌어안고, 그대로 잠을 청한다.)
 :거센 빗소리와 바람소리가 밖에서 거칠게 휘몰아치는 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안은 옆에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방 안은 어제의 소란을 증명하듯 여전히 엉망진창이네요. 언제든 3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잠든 이안의 볼 위로 입술을 가져다 댄다. 부러 쪽쪽 거리는 소릴 내기도 했다.) 혀엉.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이안 브란트:(파득 놀라다가도 곧 눈이 가물가물, 다시 감긴다.) 네에, 아침…. (손만 뻗어 당신을 쓰다듬었다.) 아침인사가 꽤 거창하네요…….
첸 티엔:응? 그냥 굿모닝 키스일 뿐인데요. (능청을 떨며 당신의 품으로 안겨든다.) 아침은 드시고 주무세요. 제가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올까요?
이안 브란트:저, 갑자기 잠이 깨는 것 같아요. (급기야…. 한 손으로는 당신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눈을 비비면, 곧장 흐트러진 방안이 눈에 들어온다.) 방은…. 이따 치워둘 테니까 나오실 때 발 조심하세요.
첸 티엔:응? (이해하지 못한 눈치. 전날 밤 맛있다는 칭찬을 들었으니 당신이 제 요리를 거부하지 않으리라 짐작했던 탓이다….)
방은 치우실 필요 없어요. 우리, 오늘 이 저택을 떠날 거잖아요. 유리 조각은 그냥 놔두고…. 대신 짐을 챙기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응…. 아니에요 아무것도. (절레절레절레절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척 입을 꾸욱.)
그래도, 이런 것을 어질러 놓으면 그이가…. (아차. 습관처럼 타인을 입에 올리려다 말을 끊는다. 일 년 내내 붙어있던 말버릇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는가 보지. 다만 제 앞에 있는 것은 당신이니, 금세 시원스레 미소 짓는다.) 당신 뜻대로 할게요. (챙길 만한 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첸 티엔:그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할 거예요. 형이 다칠까 봐 걱정은 하겠지만요. (이젠 내가 형의 그이인걸. 미소 짓는 걸 보고서는 재차 입가에 쪽, 입 맞춘다. 마주 보며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금방 다녀올게요. 발, 베이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이안 브란트:으응, 그런 것 같네. (허리를 감싸안은 뒤 놓아주었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너무, 기대하는 것 같으니 생략했다. 말갛게 웃을 뿐이다.)
첸 티엔:(그대로 3층으로 향했다. 방A의 문을 연다.)
 :3층으로 올라간다면 청동 문과 고리가 없는 문 두 개 보입니다. 아무래도 고리가 없는 문은 바깥쪽에서 열 수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첸 티엔:(청동 문을 열어본다.)
 :열쇠를 사용하여 문을 연다면, 굉장히 고급스러운 방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책과 난잡하고 사악한 그림들이 걸려 있는 방안입니다.
책장1책장2책장3책상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책장1을 본다.)
 :책장1의 책을 살펴보면, 난잡한 내용의 글들, 춘화 같은 것들 뿐입니다. 책 뒷면에는 간단한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둔 것 같습니다.
밑에는 백작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이 서재는 역시 그의 것인 듯합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다른 이임은 틀림없네요.
첸 티엔:(책을 던지듯 내려놓고 손을 탈탈 턴다. 책장2를 뒤졌다.)
 :E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 책장입니다. 다시 살펴보니 책장1에는 일련번호 F가 붙어 있네요.
해당 책장에는 사특한 내용들이 적혀 있습니다. 인간을 제물로 바치거나 상상 속의 신에 대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당신은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을 발견합니다.
내용을 다 읽고 난 후 책을 덮으면, 어쩐지 표지가 두껍다는 느낌이 듭니다. 관찰 혹은 근력 판정?
첸 티엔:
근력
기준치:65/32/13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뚜둑? 겉표지를 떼어내면, 그 사이 작은 푸른색 열쇠가 나옵니다.
첸 티엔:응? (열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그대로 주머니에 쏙 넣는다. 책을 내려두고 책장 1로 돌아간다. 일련번호 F-12 책이 비어있는지 확인해보자.)
 :책을 마구잡이로 꽂아두어 금방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F-12 책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손님 방에 있던 책의 출처가 이곳인 듯합니다.
첸 티엔:(흠. 그대로 책장 3으로 향한다.)
 :아무런 일련번호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책이 있으며 비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 입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얇은 흰 책을 찾아냅니다. 책을 펼치자 안에는 속지 대신 목걸이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첸 티엔:웬 목걸이람? (목걸이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 본다. 특별한 점은 없을까?)
 :목걸이 메달에 처음 보는 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첸 티엔:음…. (이것도 훔친다. 책상을 살펴본다.)
 :책상에는 서랍이 하나 달려있습니다. 서랍을 열면 검은색 열쇠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첸 티엔:열쇠가 많네. (다 훔치겠다.)
 :책상 가까이로 오자, 방 너머에는 작은 이 하나 달려 있음을 확인합니다. 검은색 칠이 칠해진 문 입니다.
첸 티엔:(잠겨있지는 않나? 문고리를 잡아 돌려 본다.)
 :잠겨 있습니다. 열쇠로 열 수 있을 것 같네요.
첸 티엔:(검은색 열쇠를 넣어 본다.)
 :문이 수월하게 열립니다. 방 안을 둘러보다 보면...
묘한 한기가 느껴집니다. 잠시 후 눈앞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하얀 연기가 뿌옇게 펼쳐지더니 사람의 형체를 띄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안이, 흘러가는 말로 저택에 유령이 있다 하지 않았던가요? 그 말이 사실인 것인지, 그것은 당신에게 무얼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 놀랐?을?까요?
첸 티엔:
정신
기준치:75/37/15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멀뚱멀뚱.)
 :유령과 눈이 마주칩니다. 멀뚱...
그것은 속삭입니다. 그자가 내 물건을 가져갔어. 나의 어머니가 주신 물건인데. 찾아냈니?
첸 티엔:아, 혹시….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낸다.)
 :목걸이를 보자 그것은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위를 보겠니?
첸 티엔:(순순히 위를 올려다본다.)
 :위를 올려다 본다면, 천장 위에 달려있는 다락방 문을 발견합니다. 손이 닿지 않을 듯하니 도구를 쓰는 것이 좋겠네요.
그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 이내 그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언가 떨어져 있습니다.
첸 티엔:(정말 유령이 있었구나. 형, 이분도 형이 살아가길 바라나 봐요. 잠시간 허공에 대고 묵념한다. 이어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주워 든다.)
 :흰 종이에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어느덧 한기는 사라집니다.
방 안의 한쪽 벽에는 계단으로 된 사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첸 티엔:(사다리를 가져와 그 위로 오른다. 팔을 뻗어 다락방의 문을 당겼다.)
 :다락방 문은 잠겨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른색 열쇠 구멍이 보입니다.
첸 티엔:(주워두었던 푸른색 열쇠를 넣는다.)
 :다락방의 문이 열립니다.
 :다락방의 위로 올라가면 기괴한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푸른빛의 흉측한 바다 생물처럼 생긴 존재는 물감으로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무언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덕인지, 빠르게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안을 둘러보면 걸린 그림 아래에는 간이책상과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검은 핏빛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은빛의 나이프가 떨어져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식이라도 치룬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첸 티엔:(간이 책상을 살펴본다.)
 :위에는 종이 한 장과 자물쇠로 굳게 잠긴 책 한 권, 펜과 잉크가 놓여 있습니다.
첸 티엔:(종이를 본다.)
 :익숙한 필체입니다.
준비 과정 중 만일의 가능성을 버릴 수 없어 유서를 적습니다. 나는 책 한 권을 발견하였으며 그것은···. 이하 책의 내용 일부, 그리고 백작의 실체에 대하여 적혀 있습니다.
그 책이란 것이 아마 눈 앞의 굳게 잠긴 책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자신이 가진 열쇠 꾸러미들 중 이 책의 자물쇠와 맞물리는 것이 있을까?)
 :없는 듯합니다. 아마 책의 열쇠는 이 유서의 주인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당신에게 그런 것을 보여줄 리는 없겠지만요.
첸 티엔:(책을 내려놓고 은빛의 나이프를 주워 든다.)
 :핏자국을 닦아낸 흔적이 보이는 은빛 나이프는 이안의 방 침대에서 발견한 것과 동일합니다.
첸 티엔:(그리 놀라지 않는다. 이 또한 이미 예상했던 탓이다. 다만, 이 저택에 사용인들이 돌아오고, 혹여나 이것들이 발견된다면 당신이 곤란해지겠지.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당신은 이후 무탈히 행복하기를. 그렇기에 증거들을 챙긴다. 유서와 은빛의 나이프를 품에 넣는다. 불에 태워 없애버릴 심산이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돌아간다.)
 :당신은 이안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이안 브란트:(유리조각만을 방 구석으로 치워둔 채 침대 가에 앉아 발을 툭툭 구르다가, 당신을 쳐다본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제 옆자리를 두드리기만.)
첸 티엔:(냉큼 당신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여전히 당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애정이 어려 있다. 첸 티엔은 변하지 않았다.) 저 왔어요.
이안 브란트:으응, 고생했어요. (애써 침착을 그려내던 낯 위로 웃음이 번졌다.) 안아도 되나요?
첸 티엔:앗,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바닥에 내려둔다.) 찔리면 위험하잖아요. (헤헤.) 이제 안아주세요.
이안 브란트:(슬그머니 안는다.) 베개 밑에 둔 것도 없어졌던데.
첸 티엔:으응, 그것도 제가 챙겼어요. 참, 형이 그린 그림들 말예요, 이니셜 부분을 지워두고 싶은데…. (말 잇길 머뭇거린다. 그러면서도 당신을 마주 안으니, 품에 고개 묻고 웅얼거리는 꼴이 된다.) 기껏 그린 그림을 망치자고 해서 죄송해요. 하지마안…. 증거는 없애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모두 태워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어떻게 그렸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바람 빠지는 웃음.) 당신이 내린 결론이 그거예요?
첸 티엔:네에. 저뿐만이 아니고, 백작의 전 부인께서도 그걸 바라고 계세요. (어깨 위로 뺨을 비비적댄다. 쓰다듬어 주세요. 덧붙이기도 했다.) 저택의 유령 말예요, 부인이셨어요. 만나 뵙고 오는 길이거든요. 그분께서 악몽에서 벗어나는 주문을 알려 주셨어요.
이안 브란트:으응, (당신의 머리카락을 훑어 내리다 말고는 뒷통수를 찬찬히 쓰다듬었다.) 그런 줄은 전혀 몰랐는데…. 감사드려야겠네요. 당신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머리 위로 입술을 꾹 찍어눌렀다가 떼며) 주문이라면? 위험한 건 아니구요?
첸 티엔:(헤헤 웃으며 허리 위로 양팔을 감아 낸다. 고개만을 빼꼼 들어 시선을 마주한다.) 네에, 보호 주문이에요. 이걸 쓰면 다른 세계의 사악한 존재로부터 대상을 보호할 수 있대요. 해드려도 될까요?
이안 브란트:(아껴둔 어리광이라도 부리는 양 제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는 당신을 보자니 웃음이 샌다.) 그러엄…. 부탁드릴게요.
첸 티엔:(그대로 입술을 내민다. 한껏 몸을 숙여 당신을 올려다보는 자세였으니, 수줍?은 입맞춤은 겨우겨우 당신의 턱에 닿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몸을 물린다. 이안 브란트를 대상으로 주문 보르의 성호를 욉니다.)
 :주문을 외자, 이안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을 뜹니다. 그는 제 앞에 있을 당신을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이안 브란트:어제는 당신 꿈을 꾸었던 것 같고요, 방금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어요. (손을 찾아쥔 채 바스스 웃는다.) 당신과 있으면… 모두 괜찮아지는 것만 같아.
첸 티엔:(다시는 끊어질 리 없도록 단단히 맞잡는다. 이마를 맞댄 채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개구진 웃음이었다.) 이젠 괜찮아지는 것으로 만족하시면 안 돼요. 약속할게요. 앞으로는,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평생요.
이안 브란트:(종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당신의 영원을 바라며.) 으응, 곁에 있을 테니까…. 같이 행복해 주셔야 해요. (빈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다 말곤 느릿느릿 말을 잇는다.) 참, 짐은 가져가고 싶은 것이 없어서 그러는데에…. 괜찮다면, 당신이 전부 채워주셨으면 좋겠어요. (타인의 흔적이 남은 것은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수에 담기는 것은 하늘 하나였으면 한다.)
첸 티엔:(기꺼이 그 손바닥에 뺨을 기댄다.) 그렇게 할게요. 물건도, 추억도, 사랑도…. 전부 제가 채워드릴 테니까요. (그리하여 두 사람이 영원토록 수평선에서 맞닿을 수 있도록.) 대신~…. 키스해 주세요. 지금 당장이요.
이안 브란트:(대답 없이 곧장 입을 맞춘다. 그대로 목을 껴안은 채 숨결을 나누었다 떨어진다. 상기된 얼굴로 웃는다. 퍽 장난스러운 분위기다.) 이번엔 도망도 안 가고…, 잘했죠.
첸 티엔:네에. 이젠 평생 곁에 있어 주셔야 해요. 도망가시기엔 너~무 늦었거든요. 앞으로 더 바빠지실 테니까요. (말씀드렸었죠? 결혼식은…. 덧붙이며 끌어안는다. 어렵사리 쟁취한 사랑, 두 번 다시 놓치는 일은 없다. 평생 행복하게 해드려야지. 간간이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가져다드리고, 함께 나들이를 나가서, 이번에는 그저 밝기만 한 그림을 그려보자고 해야겠다. 첸 티엔은 여전히 미래를 꿈꾸었다. 당신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평생 당신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꾸게 될 것.)
이안 브란트: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사귀지도 않으면서 결혼부터 생각하는 거 정말 어이없고 귀여운 거 아시죠…. 티엔. (발개진 뺨, 그리 말하면서도 거부의 의사는 없으니 우습기만 하다. 당신을 꼭 마주안는다.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해 준다면, 나의 머무름만으로도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곁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하 할 일을 끝낸 두 사람은 짐다운 짐도 없이 저택에서 나옵니다. 어느새 바깥은 비가 그쳐 구름 사이 해가 비치기 시작합니다.
저택의 밖에는 이안의 연락을 받고 도착한 마차와 마부가 두 사람을 기다립니다.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티엔의 집으로, 곧 우리의 집이 될 곳으로 향합니다.
세간에서 두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떠들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분명히 행복해질 거예요. 여느 사랑 이야기처럼.
그럼, 잘 있어요. 악인의 저택. 슬픈 유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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