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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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아침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제일 먼저 당신을 반겨줍니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이곳은 산속의 외진 커다란 저택, 즉 당신이 사는 고싱ㅂ니다. 당신은 힘들게 몸을 가누며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최근 상류층의 뒤처리로 인해 피로가 쌓인 참이거든요.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해 휴식은커녕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을 시킬지.
똑똑, 적막을 깨뜨리는 문소리와 함께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용인: 주인님, 신문이 도착했습니다.
이안 브란트:(졸려. 침대 모서리에 앉은 채 겨우 졸음을 몰아내다가, 노크 소리에 나직이 대꾸한다.) 으응, 가져다 주겠어요?
▶:사용인은 정중히 신문과 함께 차를 들고 들어옵니다. 테이블 위에 신문을 내려놓고, 준비한 찻잔에 찻물을 따라준 뒤에야 문을 조심히 닫고 사라지네요.
이안 브란트:고마워요. (테이블 가까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신문을 펼쳐 들었다.)
▶:오늘자 신문입니다 신문의 1면에는 제일 크게 사건에 대해 적혀있군요.
늑대 인간 사건. 대도시에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라 들었습니다. 범인의 모습이 흡사 늑대와도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해서 이리 붙였던가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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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50 25 10
실패
(졸려.)
▶:요즘 세상에 늑대 인간이라니, 허황된 기사 제목에 맥이 빠집니다. 그래도 범인을 잡았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곧 다시 문을 정중히 노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느낌이 영 좋지 않습니다. 이건 꼭…. 일거리가 늘어날 것만 같단 직감이에요.
문 너머로 사용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사용인: 주인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안 브란트:누가 오셨나요?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몸을 일으켜 문을 직접 열었다.)
사용인: 백작님이십니다.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백작이라면, 윌리엄 백작밖에 없겠네요. 늘 당신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찾아오는 늙은 남성입니다.
이안 브란트:(또 무슨 일을 주시려고. 끙, 골머리가 아파와 앓는 소리를 흘렸다. 금세 옷을 단정하여 응접실로 향한다.)
▶:응접실로 향하면, 아니나 다를까 윌리엄 백작이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당신을 보자마자 무척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네네요.
윌리엄: 오, 브란트 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하네. 하지만 급한 사항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다네.
이안 브란트:아,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늘어진 눈썹. 난처한 티를 숨기고 어설프게 입꼬리를 당겨 웃는다. 건너편 의자에 앉는다.) 무슨 일인가요? 급한 사항이라는 건….
윌리엄: 자네를 위해 아주 특별한 일거리를 가져왔지. 이 일만 해결된다면 긴 휴가를 주도록 하겠네.
늑대 인간 사건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있나?
이안 브란트:아, 오늘 신문에서 봤습니다. 범인을 검거하여 총으로 사살하였다고 들었는데…. (눈을 꿈벅인다. 아무것도 몰라요 눈. 참고로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과 관련 있는 일거리인가요?
윌리엄: 실은, 그 범인 말일세…. 사살되지 않았다네. 우리가 생포해두었지. 처분하기엔 참으로 아까운 힘 아닌가? 그 힘을 이용하면 우린 강한 군사력을 얻을 수 있게 될 텐데!
이안 브란트:(거짓 정보였군. 그래도 되는 거냐는 질문은 차마 을의 입장에서 할 수가 없고. 꾹 다문 입술이 ‘ㅡ’ 자로 늘어졌다.) 그 범인, 외형 이외에도 평범한 사람과 다른 부분이 있나요? 듣기로는, 인간의 외형에 이빨이나 발톱 같은 것이 유독 늑대를 닮았다고 들었는데….
윌리엄: 이가 좀 날카롭긴 하다만, 겉보기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네. 입마개는 물론이며 손발도 족쇄로 단단히 봉해두었으니 그것이 자네에게 해를 끼칠 일은 없을 걸세. (당사자의 동의는 구하지도 않고 결론 난 것마냥 말했다.)
이안 브란트:저… 제게요?
윌리엄: 그것을 관리할 곳이 달리 없더군. 연구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만 부탁 좀 함세.
자네 저택 주변은 인적이 드물지 않나? 지형도 완벽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지.
곧 내 사람들이 자네의 저택에 그것을 데리고 올 것이라네. 유능한 자네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겠지?
이안 브란트:(ㅠㅠ?????)
(벌써요. 저는 허락한 적 없는데도요. 허락할 거긴 하지만. 잠시 고개 숙여 이마 부근을 짚어댔다. 인적 드문 내 저택에서 끝장나게 살해 당하게 생겼군……) 연구라 함은, 어떤 연구인가요? 연구 준비엔 얼마나 걸리실지.
윌리엄: 연구에 관한 것은 자네가 알 건 없고. 며칠 걸리지 않을 걸세.
이안 브란트:(아, 네, 짤막하게 끊어 대답한다. 더 이상 물어 봤자 심기 거스르는 일밖에 더 되겠나. 원하는 답이나 내놓기로 했다.) 비밀 새어나가는 일 없도록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그제야 백작이 흡족한 미소를 내보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말소리가 들리는군요.
창밖을 슬쩍 바라보면 무언가 실은 마차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도착한 모양이네요.
윌리엄: 내려가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게나.
▶:백작과 함께 저택의 정문을 열고 나가면, 백작의 호위가 당신을 보며 정중히 인사합니다. 꽤나 당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네요. 곧 호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마차에 실린 그것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철창의 문이 열리고, 그다음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나며, 곧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에는 물리지 않게 입마개가 채워져 있으며, 날카로운 손발톱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족쇄로 단단히 채워져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닮은 외형인지라 전혀 늑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로 들어오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시린 눈동자가 묘하게 빛나는 것이 무언가 소름 끼치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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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65 32 13
성공
(평범해 보이지 않나? 호위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무 생각 없다.)
▶:이어서, 관찰 판정.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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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력65 32 13
극단적 성공
▶:그것이 당신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이상하리만치 호의적이네요.
백작이 그것을 보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의 어깨를 힘내라는 듯 툭 건듭니다.
윌리엄: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놓겠네. 그때까지 수고하게나. 이번에도 무사히 일을 마치길 바라지.
▶:백작은 서둘러 마차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갑니다. 호위들은 이것을 지하실까지 두고 가겠다며 저택에 발을 들이는 것에 허락을 구합니다.
신원 불명의 살인귀를 저택 안으로 들인다니,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긴 할까요?
이안 브란트:(도망쳤군.) 네에, 그렇게 하시지요. (호위들을 지하실로 안내하며 그를 곁눈질로 몇 번 힐끔거린다. 평범한 사람 같다. 평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는 손발 묶여 입마개까지 한 시점에서 제게 웃어 보이는 것 하나일까.)
▶:호위들이 당신의 지하실에 그것을 단단히 족쇄로 구속합니다.
호위: 족쇄가 단단하니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어 당신에게 족쇄의 열쇠를 건넨다.)
이안 브란트:(열쇠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작게 인사한다.)
▶:이윽고 기사는 지하실을 벗어납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들은 서로서로 무언가를 속삭이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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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65 32 13
극단적 성공
호위1: 뭔가 이상하지 않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얌전히 있는 거지?
호위2: 무슨 소릴 하나 했더니…. 가만히 있으면 우리야 편하고 좋지.
호위1: 아냐,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자고.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지하실 안은 적막해집니다. 무거운 공기가 흐릅니다. 그것은 여전히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네요.
첸 티엔:(단단한 구속구 속에서도 불편한 기색이라곤 내비치지 않는다. 눈꼬릴 사르르 휘며 묻는다. 허례나 격식과는 조금 멀어보였다.) 안녕.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이안 브란트:(말은 통하나? 뭐 이런 생각이나 하며 그를 찬찬히 뜯어본다. 족쇄의 열쇠는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미성이 사뿐히 내려앉으니 어깨를 흠칫 떨고, 곧 눈은 조금 느리게 껌벅거리고.) 말할 줄 아시네요.
첸 티엔:(낭랑히도 웃는다. 고요하며 어둑한 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 어떤 줄 알았는데요?
이안 브란트:악명에 맞게, 조금 더 ‘늑대’에 가까울 줄 알았어요. (늑대 인간. ‘늑대’에 치중해 있을 줄 알았는데 ‘인간’에 가깝다. 족쇄며 입마개 채워진 모습 가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느직이 대답한다.) 이안이에요. 이안 브란트.
첸 티엔:그런 건 다 오명에 불과해요. (고개 기울인다. 몸 움직임에 따라 매달린 쇠사슬이 드르륵,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이름을 들었으니 내 이름도 밝혀야 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내세울 만한 이름이 없네요. 당신이 하나 지어줄래요?
이안 브란트:(소음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이름이 없나요?
첸 티엔:으응. 나고 자라길 혼자였거든요.
이안 브란트:(어디부터가 거짓이고 진실인지 모르겠다. 하나 제게 거짓말을 한다고 당신에게 좋을 것이 무엇 있겠는가 싶어 그 말에 더 이상 물음을 붙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데 토를 단다.) 미안하지만 이름을 붙여드리는 건 좀 곤란하겠어요. 그랬다간 쉬이 정이 들 테니까.
첸 티엔:(순식간에 눈썹을 늘어트린다. 곡선 그리던 눈매마저도 추욱 처졌다. 이래서야 비 오는 날 어미며 주인에게 버려서 길거리를 나뒹구는 새끼고양이나 다를 바 없다. 삽시간에 그런 인상 자아낼 정도였으니 제 생김새가 어떠한지, 어느 근육을 당기면 어떤 표정 된다는 것을 완벽히 꿰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안 브란트:(금세 어쩔 줄을 몰라한다. 손끝끼리 맞대어 우물쭈물거리다가 그 손 등 뒤로 감추었다. 애써 단호해진다.) 그, 런 표정 지어도요. 며칠 뒤면 백작님이 돌아와 당신을 다시 데려갈 거니까요.
첸 티엔:(흘긋, 숨긴 손에 시선 두었다가도 금세 당신을 본다. 여전히 올망졸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며칠 동안만이라도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백작에게 인계된 뒤에는…….
이안 브란트:(시선이 뚜욱 떨어진다. 당신을 쳐다보지도 못한다. 목덜미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 뒤에는?
첸 티엔:(그럼에도 푸른 시선은 오로지 당신만을.) 다신 당신을 만날 수 없게 될 테니까.
이안 브란트:(애처로운 낯을 겨우 피해 시야에 담기는 것은 당신의 수족에 채워진 무거운 짐이다. 한숨 소리와도 같은 날숨이 바닥으로 꺼진다. 시선을 든다. 마주하는 눈은 시리도록 파랗다. 천천히 입술 달싹이고,) 블루. (집고양이에게나 붙여줄 법한 이름을 지껄인다.) 블루라고 부를게요. 며칠만이에요.
첸 티엔:(히죽 웃는다. 본디 인간은 이름 준 것에 정 붙이지 않을 수 없기에….) 좋다. 마음에 들어요. 그럼, 이안…. (느릿느릿 손을 들어 올린다. 괴괴한 쇳소리가 따라 울렸다.) 이걸 풀어줄 순 없나요? 난…. 다른 이들의 말처럼 그리 위험하지 않은걸요. 너무 갑갑하고 불편해요.
이안 브란트:(그건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이네. 거리를 두려 한 발짝 멀어졌다.) 그것만은 어렵겠는걸요. 족쇄를 풀어주었을 때 당신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간 제 신변도 멀쩡하진 못할 테니.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첸 티엔:(또다시 추욱 처진다.) 그럼…. 풀어달란 것 말고, 다른 부탁을 들어주실 순 없나요?
이안 브란트:(처량한 체를 하는 짐승에게 익숙해지려면 시간 꽤 걸리겠다 싶다.) 어떤 부탁요?
첸 티엔:(애수를 표방한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 깜빡이며 눈꺼풀 들어 올릴 적엔 숫제 당신을 올려다 보는 꼴이 됐을 것.) 다른 사람들은 저와 대화조차 해주시지 않는걸요. 이렇게 말을 나눈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처량한 목소리. 말끝이 떨리기까지 했다.) 절 혼자 두진 마세요…. 틈이 날 때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어 줘요.
이안 브란트:그렇게 할게요. 자주 오지는 못하더라도…. (순순히 부탁 들어주기로 했다. 그정도라면 어렵지 않은 청이다. 당신을 마냥 내버려 둘 생각은 애초에 없었으니까. 대화를 명목으로 한 감시가 될 테지만.)
▶:대화를 나누고 있노라면, 주변이 점점 서늘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위쪽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용인이네요.
사용인: 주인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안 브란트:금방 올라갈게요. (당신에게 눈인사한 뒤 계단을 오른다.)
첸 티엔:당신이 올 때까지 여기에 가만히 있을게요. 여기서, 가만히.
▶:지하실에서 나오면 사용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별일은 없었는지, 위험하진 않았는지. 한껏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당신에게 편지를 전달합니다.
사용인: 백작님께서 귀가하신 뒤 바로 도착한 편지입니다.
이안 브란트:(성격 급하시지. 아니면 새로운 일이라도 생기신 걸까? 편지를 열어 확인합니다.)
……. (쥐고 있는 편지의 끄트머리가 쪼끔 구겨진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분명 관리라고만 했을 텐데. 이런 위험한 일까지 시키다뇨?
편지의 끄트머리가 쪼끔 구겨지면, 뒷장에 겹쳐 있던 편지를 발견합니다. 뒷내용인가 보네요.
이안 브란트:(뒷내용을 마저 읽는다.)
(꾸깃! 접힌 편지 모서리를 다시 쭉쭉 손으로 편다.)
▶:...시간을 확인하면, 아직 낮 12시입니다. 하여간 이런 위험 요소를 가득 가지고 있는 살인범을 지하실에 두자니 영 꺼림칙하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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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50 25 10
실패
(머리 툭툭 침. 정신 차려.)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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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50 25 10
실패
(지짜모르게써)
▶:문득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건지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저택과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 살인마에 관한 정보를 모아야겠어요.
살인범 관리에,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 그리고 블루에 관한 것…. 오늘부터 또 바빠지겠군요. 한동안 쉬는 건 힘들겠습니다.
▶:우선 위에서 내려온 명령도 있고, 블루와 시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지하실에 내려가는 것이 좋겠네요. 물론, 그전에 처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결한 뒤에 내려가도 상관 없겠고요.
이안 브란트:(혈액과 관찰일지. 일이 벌써 배로 늘어난 기분. 기한은 10시 전까지라니 시간 충분하다지만, 꾸물거려봤자 할 일도 없으니 곧장 다시 지하실로 내려간다. 편지는 반듯하게 접어 바지 뒷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지하실로 내려가면, 여유롭게 앉아 있는 블루가 보입니다.
첸 티엔:생각보단 일찍 오셨네요.
▶:그를 보자 다시금 편지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분명…. 그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이었죠. 그러고 보니 무엇으로 피를 뽑는 걸까요? 의료기기 같은 건 동봉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설마 도구 없이 칼로 그어서 채취하라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진심으로?)
편지만 확인하고 돌아왔어요. 그것보다…. 실례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첸 티엔:실례라면, 어떤?
이안 브란트:당신의 혈액을 채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요…….
첸 티엔:(또다시 처지는 눈썹.) 당신도 나를 아프게 할 셈인가요?
이안 브란트:그게, 음. 죄송해요…….
첸 티엔:아녜요. 당신도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닐 테니까…. (뜸.) 하지만, 이렇게 묶인 채 피를 내주는 건…. 제겐 좀 두려운 일인 것 같은데에.
이안 브란트:(이쪽이 더 주눅 든 모양새다.) 제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세요?
첸 티엔:(냉큼 답한다. 낯 위로 염려나 불안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미미한 기대나 설렘 따위가 아른거렸을 테다.) 달래주세요.
이안 브란트:어, 어떻게요? (또 우물쭈물. 누굴 달래는 법엔 익숙지 않다.)
첸 티엔:보편적으로는 상대를 꼬옥 끌어안고 등을 쓸어내려 주던걸요. 동화책에서 봤어요.
이안 브란트:저 그러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와도 될까요. (뭔.)
첸 티엔:으응?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뭐어…. 그렇게 하세요. 대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끄덕끄덕.) 아, 그리고… 마땅한 도구 같은 게 없어서 그것도 찾아오게요. 최대한 아프지 않게 해드릴게요.
첸 티엔:(살살 눈웃음을 쳤다.) 으응.
이안 브란트:(네, 짤막하게 응답한 다음 계단을 다시 오른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바늘과 혈액을 담을 만한 공병, 그리고 두꺼운 담요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첸 티엔:(담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건 뭐예요?
이안 브란트:응? 담요예요.
첸 티엔:어디에 쓰시려고요?
이안 브란트:응? 블루 덮어주려고요.
(물음 자꾸 이어지니 머뭇 또 머뭇. 변명하듯.) 왜, 무서울 때는 그래도 몸이 따뜻해야 비교적 안심이 되잖아요. 여기, 지하실이라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첸 티엔:(방긋방긋 웃는다. 기꺼움 외의 감정은 내비치지 않았다.) 으응, 좋아요. 덮어주고 안아주세요.
이안 브란트:네에. (당신에게 한 발, 두 발 가까이 다가간다. 어깨 위에 보드라운 담요 덮어주고, 흘러내리지 않게 앞부분은 꽁꽁 묶어놓았다. 안았다기에는 어설픈 자세 그대로 당신의 어깨를 툭, 툭 보듬는다.)
첸 티엔:(당신의 품에 고개를 기댄다. 입마개일 것이 분명한 쇠가 당신 옷 위로 문질러졌을 테다.) 조금 더요.
이안 브란트:네, 에. (음성 뚝 끊겼다가 이어진다. 조금 떨어진 채 어깨 감싸던 팔이 결국 당신과 맞붙는다. 보드란 담요 위로 당신의 등을 두드린다. 어린아이 달래듯 느릿느릿 쓸어주기도 했다.)
첸 티엔:(품 위로 뺨을 부빈다. 검은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당신, 누군갈 안아본 적이 없나 봐요. 그렇죠?
이안 브란트:(흘러내리는 머리카락과 천을 사이에 두고 맞닿는 살결 모두 평범한 인간의 것과 다를 바 없다. 금방 떨어지지 않고 부동.) 처음 보는 사람을 안은 적은요.
첸 티엔:(상대의 온기를 느낀다. 귀를 움직여 가슴께에 대었으니, 어쩌면 당신의 박동까지도.) 나 외에 또 다른 누가 이 품에 안긴 적이 있나요?
이안 브란트:(심장 박동 마냥 느리고 일정하지만은 않다. 긴장 탓일까?) 어린 아이라면요, 가끔.
첸 티엔:(그마저도 기껍다.) 동생이 있나요?
이안 브란트:네에, 따로 사니 당신에게 소개할 일은 없겠지만요….
첸 티엔:왜 경계하시는 것 같지이.
이안 브란트:동생은 안 돼요. (뭐가.)
첸 티엔:뭐가요?
이안 브란트:겁이 많아서.
첸 티엔:아, 그러니까…. 내가 당신 동생을 겁박이라도 할까 봐요?
이안 브란트:그것보단, (몸 떨어뜨리고는 손끝으로 당신의 입마개를 살며시 들어올린다. 벌어진 입술 새로 보이는 이가 날카롭다.) 보기만 해도 겁낼까 봐. 당신이 함부로 남을 겁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첸 티엔:(순순히 입 벌려 송곳니를 내보인다. 야생 동물은 이를 내보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위협이며 습격의 단서와도 같으나 지금의 티엔에게서는 그러한 흔적 찾아볼 수 없다. 되레 제 위험 내보이며 이런 곳이 날카로우니 주의하라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만치 순종적이다. 아마도 당신에게만큼은.) 그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는데요?
이안 브란트: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꽤 얌전한 사람이라고. (언제 끌어안았느냐는 듯 몸을 모두 물린다. 수갑은 당신의 손목을 이어 묶어두었으며, 그 위로는 양 손이 두꺼운 가죽으로 덮여 있다. 가죽 천을 벗겨내니 허여멀건 손이 드러났다. 손가락 유난히 길쭉해 보이는 이유가 날카로운 손톱 탓인지, 본디 그런 생김새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충분히 달래드린 것 같나요?
첸 티엔:지금은요. (피를 뽑고 난 뒤에는 한 차례 더 어리광을 부리겠단 소리다. 공기와 맞닿은 손이 못내 어색한지 손 쥐었다 쭉 펴 본다.) 이런 행동은 해선 안 된다며…. 지시받진 않았나 봐요?
이안 브란트:세세한 지시를 받지는 못했거든요. 얼굴이나 목에 상처를 낼 순 없으니 가장 만만한 곳을 고른 건데. (순진한 낯으로 길게 뻗은 손가락을 살며시 감싸 잡았다.) 저도 당신에게 상처 내야 하니 당신도 원하신다면야, 조금은…….
첸 티엔:(달려들지 않았다. 닿아오는 손길을 가만 느끼기만 한다. 슬그머니 손가락을 뻗어 당신 손 위로 얽어보기도 했다.) 평범하게 팔을 걷는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당신은 너무 물러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움직임에도 반응하지 않고 손 무심히 내어준다. 사람의 손이라기엔 온기가 없다시피한 손, 의아하여 그에 제 손가락 얽었다가 놓는다.) 옷감이 흰색이니까요. 혈색이 물들면 싫으실 것 같아서.
첸 티엔:더러워지면 어련히 새 옷을 준비해주실 것 같은데. (떨어지는 손가락 덥석 붙잡는다.) 당신은 상냥하니까요. 안 그래요?
이안 브란트:준비해드릴 순 있겠죠. 갈아입히진 못하더라도.
첸 티엔:지금의 전 손도 발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걸요. 갈아입혀 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남의 옷을 갈아입힌 적은 없어서.
첸 티엔:처음 보는 사람을 안은 적도 없다고 하셨어요. 그것도 금방 익숙해지셨으니까, 분명 이것도.
이안 브란트:(그저 웃어 넘긴다.) 이제 제 할 일 좀 할게요.
첸 티엔:네에. (순순히 손을 내민다. 아무렴, 첫날이니 과히 떼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안 브란트:조금 아플 수도…. 미리 죄송해요. (한 손으로는 당신의 손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바늘을 들었다. 바늘은 일부러 날카로운 것으로 가져왔다. 그래야 차라리 덜 아프게 피를 볼 수 있다. 혈액은 가능한 많이, 라고 했었던가. 그 양 가늠이 되지 않으니 우선 아주 조그만 공병 채울 정도로 적은 양만 보낼까 싶다. 더 필요하면 말을 하겠지, 내일 좀 혼나지 뭐……. 검지손가락 끝 마디를 지압하듯 눌렀다 떼고, 끄트머리를 바늘로 찔렀다.)
첸 티엔:(눈가 살포시 찌푸린다. 그 이상의 부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늘 꽂히지 않은 손으로 당신 손바닥 간질이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많이, 아주 많~이…. 가져가셔도 돼요. (그리 속살거리는 것은 덤이다.)
이안 브란트:(바늘 찔렀다 떼어내면 핏방울이 차차 맺히기 시작한다. 제 손을 타고 흘러내리기 전 공병을 받친다. 방울진 핏방울이 툭, 툭 흘러내려 유리병을 채운다. 기껏해야 5ml짜리인 병을 반쯤 채웠을까.) 그쪽에서 가능한 많이, 보내달라고 하시긴 했는데… 그러려면 칼을 써야 할걸요. 그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첸 티엔:(불시에 당신의 손목을 움켜쥔다. 위해를 끼칠 의도는 아닌 듯싶다. 주삿바늘 떼어내지 못하게끔 힘주어 붙드는 것에 가깝다.) 써도 돼요. 이래 봬도 상처 남지 않는 몸이거든요. 금방 나아요. 봐, 이것도…. 아물었잖아요. (실로 그렇다. 자국 난 곳에 곧이어 새살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딘가 기이한 느낌이 들 정도.)
이안 브란트:(손목에 뻐근하게 힘 가해지니 움찔 떨었다. 바늘 대고 있는 찰나 움직였다간 당신이 다칠 듯하니 뒤척이지 않았다. 뒤늦게 몸 떨어트린다. 기이한 일에 인간의 외형, 그렇지 못한 성질. 상처 가심에 따라 핏방울 또한 멎어들었으니 공병 채워지지 않은 채. 거진 경악할 뻔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
이성65 32 13
극단적 성공
잘못봤나.
(조그만 공병 꼭 닫아버렸다. 바늘 쿡 찔렀다 뗐던 부위 문지른다.) 다른 사람도 알고 있어요?
첸 티엔:으응. (눈을 내리 깐다. 물색 눈 위로 물기가 어린다.) 몇몇은요…. 다 저를 괴물 취급했어요. 어릴 땐 몰매를 맞고 죽을 뻔하기도 했죠.
이안 브란트:(기울어진 눈썹 감추지 못한다. 손끝 문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바닥까지 꾹꾹.) 이 사실을 백작도 알고 있나요?
첸 티엔:(최선을 다해 히잉거렸다.) 글쎄요. 며칠 뒤엔 알게 되겠죠.
이안 브란트:우, 울지 마세요……. (어설프게 다시 당신을 그러안았다.)
첸 티엔:(히이잉.) 죄송해요…. 멈추질 않네. 그때는, 정말…. 괴로웠거든요. 많은 피를 흘렸어요. 바닥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 정도로요. 그 광경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품에 뺨을 비비적거린다. 나직이 덧붙였다.) 그때 느꼈던 고통도, 비명소리도, 전부요.
이안 브란트:(상처가 금방 가시더라도 고통이나 죽음은 잔재하기에 인간이다. 아무래도 피를 취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다. 지금의 양으로는 택도 없어 보이나, 적어도 당장은 백작의 주문보다 위로가 더 중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마땅히 불릴 이름도 없는, 차별 받고 지낸……. 그의 연민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이 달래듯 당신의 등을 찬찬히 두드린다.)
블루:(재차 당신의 온기를 느낀다. 박동을 찾았다. 이제는 어떨까. 이전처럼 빠르게 뛰고 있을까? 컴컴한 속내 삼켜 내고 퍽 순하게도 눈을 접는다.) 고마워요. 이런 얘기를 들어 주는 것도 당신이 처음이네요. 아무도 나를 이해하거나,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이안 브란트:(평소의 박동이다. 퍽 침착을 유지했다. 본디 남을 달래는 일은 제 쪽에서 안정을 찾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억지로라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러나는 몸짓이 늦다. 하나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말은,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당신은 덜 외로웠을까요?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무구하다. 모두 당신의 뜻대로 넘어가기 바쁘다. 마치 입 안의 혀처럼.)
블루:멀어지지 마세요….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 줘요.
이안 브란트:(정 줄 생각 없었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 이름 붙여주고 담요 둘러주고 안아주기까지 했다고 말하면 믿을 사람 단 한 명도 없겠지만! 아무튼 첫 마음가짐은 그랬다. 그런데 연민은 또 별개였다. 멀어지지 않았다.)
블루:(품에 고개 기댄 채 나직이 웃는다.) 내가 있는 곳이 지하실이 아니라 침실이었다면, 오늘 밤은 함께 자고 싶다고 졸랐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제가, 다 들어드릴 수는 없어서. (또 어쩔 줄을 몰라한다. 이 자 당신을 침실까지 데려다 놓을 수만 있더라면 진정으로 고민했을 지경이다. 하여간 이번에는 진짜로 몸을 떨어뜨려 놓았다. 조금은 단호해져야 했다.)
블루:
블루
21
히이잉65 32 13
어려운 성공
이안 브란트:지, 지, 진짜 안 돼요. (하나씩 들어주기 시작하면 점점 많은 걸 들어주게 될 텐데. 이미 많은 걸 들어주기 했다만, 더 이상은 곤란하다.)
이안 브란트
51
정신력65 32 13
성공
(라고 말하면서 어깨 쥔 그대로 다시 스르륵 당겼다.)
블루:(얌전히 품에 안긴다. 고롱거리는 소리는 덤이다.) 침실로 데려가 달라는 소리는 안 할게요. 대신…. 저녁에도 찾아와 줘요. 네에?
이안 브란트:(늑대는 개과 아니었나? 어째 하는 짓들은 고양이에 가깝다. 애초에 당신은 인간이니 개과니 고양잇과니 하는 구분 다 의미 없다.) 알겠어요, 약속할게요.
블루:(그제야 흡족한─속된 말로 배부른 고양이 같은─ 낯을 하곤 당신에게서 떨어졌다.) 으응,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안 브란트:네, (흐트러진 담요 다시 정돈해주었다.) 그래도 너무 기다리진 마시고요.
블루:(바스스 웃는다.)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기다렸는데 못 오면 죄송해지니까. 뒷말은 생략한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당신은 지하실을 빠져나옵니다. 혈액을 보낼 심부름꾼이 오기까진 시간이 꽤 남았네요.
이젠 이곳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블루에 관한 것, 즉, 늑대 인간에 관한 정보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우선 저택 안에 있는 서고로 가볼까요? 그곳이라면 무엇이든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이안 브란트:(조그만 공병을 찰랑찰랑 흔들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혈액과 다른 점이 없을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평범한 혈액처럼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대체로 인간과 비슷한 구석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서고로 걸어갑니다.)
▶:서고로 걸음을 옮기면,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이 보입니다. 책의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살펴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군요. 뭐라도 찾아야 할 텐데….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4
자료 조사55 27 11
실패
(힘들어서 그냥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책장 쳐다보고만 있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손 좀 뻗어 뒤적이나.)
이안 브란트
5
자료 조사55 27 11
극단적 성공
▶:손을 뻗어 책을 뒤적입니다. 책 한권을 꺼낼 때마다 먼지가 날립니다. 전설이나 미신과 관련된 책을 뒤지다 보면, 표지가 없는 책 한권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콜록. 표지 없는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제목마저 적혀 있지 않은 책입니다. 누군가의 일지 같기도 하네요. 문득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늑대 인간.
설마 정말로 발견할 줄은 몰랐네요. 일지는 딱 여기서 끝납니다. 설마 내용이 이게 전부일까요? 다른 것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페이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안 브란트:(이게 끝이야? 팔락… 엣취. 팔락팔락. 에엣치.)
이안 브란트
64
관찰력65 32 13
성공
▶:문득 책을 꺼낸 자리를 다시 살피자, 책 한 권 정도가 비어있는 공간이 보입니다. 누군가 꺼내가기라도 한 걸까요?
마침 청소를 하기 위해 서고를 관리하던 사용인이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사용인은 당신을 보자 정중하게 인사합니다.
사용인: 안녕하세요, 주인님. 무언가 찾으시는 자료라도 있으십니까?
이안 브란트:으응, 늑대 인간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어요. 그런데 혹시, 최근에 누군가 서고를 이용하기라도 했나요?
사용인: 아니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그런 걸 물어보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안 브란트:으음. (흠.) 이번에 새로 맡은 일 때문에요. 왜, 신문에 난 늑대 인간 사건과 관련해서.
사용인: 사건은 알고 있으나, 그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지는…. 죄송합니다. 서고를 정리하며 자료를 찾아본 뒤 혹 관련된 자료를 발견한다면 즉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안 브란트:(아는구나. 그렇다면 말이 쉽지. 얌전히 끄덕였다. 누군가가 쓴 일지를 사용인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걸 누가 썼는지도 알고 있나요?
사용인: (고개를 젓는다.) 그것까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안 브란트:아뇨, 아녜요. 죄송할 것까진 없구요. (손 빠르게 내저었다.) 나중에 자료를 발견하면 말씀해 주세요. 늘 감사해요.
▶:사용인이 긍정을 내어놓습니다. 서고를 빠져나갈까요?
이안 브란트:(서고 바깥으로 터덜터덜. 나는 이제 무얼 하는 게 좋을까요?)
▶:서고를 나오면 시간이 꽤나 지나있습니다. 창밖은 어둡습니다. 벌써 저녁이 되었나 봐요. 홀로 나오면, 지하실 입구에 서성거리는 사용인이 보입니다.
사용인: 주, 주인님…! 저, 그게…. (자루를 든 채 눈치를 보기만.)
이안 브란트:응? 그건 뭔가요? (사용인에게 다가갔다.)
사용인: 실은, 저희들도 전달받은 사항이 있어서요. 그게…. 백작님이 죄인의 상태가 항상 좋아야 한다고, 절대 굶기지 말라고 하셔서….
▶:다시금 사용인은 당신의 얼굴을 살핍니다. 그러니까 지금 블루에게 식사를 전달하는 게 무서워서 못 내려가고 있다는 말이군요. 확실히 식사를 하려면 입마개를 풀어야 할 텐데, 그 살인마가 그새 손을 물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이안 브란트:(상태가 항상 좋아야 하는 사람의 피를 그 정도로 채취하라고 한 거냐고. 사람 좋은 미소를 그려내고는 손에 들린 자루를 슬며시 가져간다.) 제가 대신 할 테니 다른 일을 봐 주세요.
사용인: (화색이 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안 브란트:(그런데… 식사를 왜 자루로 가져다 주는가? 자루 안을 슬쩍 확인했다.)
▶:고깃덩어리가 잔뜩 들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생?고기?)
▶:생?고기? 입니다.
이안 브란트:(사람한테 그런 걸 먹여도 되나 싶어 나는…. 하지만 백작이 직접 날것의 고기를 먹이라고 했다면 말이 다르지. 자루 얌전히 품에 안은 채 지하실 아래로 내려갔다.) 블루, 저 왔어요.
블루:(벽에 기대어 앉은 채 눈을 감고 있다, 당신의 기척 느껴지자마자 눈꺼풀을 올린다.) 이안, 보고 싶었어요. 손에 든 건 뭐예요?
이안 브란트:(당신 곁으로 가 앞에 앉는다.) 그게…. 당신 저녁 식사인데.
블루:(갸우뚱.) 저녁 식사를…. 트레이도 아닌 자루에?
이안 브란트: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블루:뭐길래 그래요?
이안 브란트:(자루 열어 보여준다.) 역시 조리해 오라고 시킬까요?
블루:(우. 고개 홱 돌려버린다.) 네에. 그런데…. 당신이 조리해주면 안 되나요?
이안 브란트:제가요오.
블루:으응. 당신은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말을 고른다. 고르는 척이겠지만. 하여간 뜸 들이며 말 이으니 퍽 처량해 보이긴 했다.) 절 두려워하잖아요. 독이라도 탄다면요? 또다시 아프고 싶진 않아요.
이안 브란트:제가 잘 감시하고 있으면 되는 일인걸요. 제가 조리한 것은 그닥 맛도 없을 테고….
블루:(히이잉.)
블루
68
히이잉65 32 13
실패
(웅?)
이안 브란트:응?
블루:(히이이잉.)
블루
14
히이잉65 32 13
어려운 성공
이안 브란트:음.
금방 돌아올게요. 맛이 좀 없어도, 이해해 주시는 거예요.
블루:(헤헤.) 그럼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안 브란트:(올라가기 전 문득.) 못 먹는 음식 있어요?
블루:으음. 그다지요. 좋아하는 음식은 있는데.
이안 브란트:어떤 거요?
블루:단 것과 매운 거요. 그리고, 또…. 스테이크는 레어가 좋아요.
이안 브란트:디테일하네요.
블루:그래도 까다롭진 않은걸요.
이안 브란트:요리 거의 해 본 적 없는 제게는 좀 까다롭네요…….
블루:(눈 동글동글.) 전 탄 것도 잘 먹어요오.
이안 브란트:최대한 노력할게요. 노력은.
블루:네에.
이안 브란트:(다시금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갔다. 주방으로 총총. 사용인이 있을까?)
▶:꽤 많은 수의 사용인이 남아있습니다. 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문 바깥에서 고개만 빼꼼. 이쪽에서 허락 구하고 있다.) 저어, 주방을 잠깐 써도 될까요? 구석에서, 잠깐만요.
사용인: 아이고, 주인님! 저희에게 허락을 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저택의 모든 것이 주인님의 소유인걸요. 얼마든 필요하신 게 있다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안 브란트:그래도 일하는 데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눈인사를 하고 주방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시선이 느껴지는 건 착각이겠지? 우선 고기는 두 덩이 굽는다. 하나는 타기 직전의 웰던, 하나는 생고기 수준의 레어. 불조절이 좀 어려웠다. 단것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꿀과 사과를 넣은 고기 소스로 대신했다. 매운것은 양파와 고추 따위 채소를 썰다가 눈가 새빨개져 눈물 그렁거리는 바람에 결국 뜯어 말려졌다. 얌전히 포기했다. 트레이에 가지런히 얹어 다시 지하실로 총총.)
블루:(눈 동그랗게 뜨고 기다리고 있다. 발소리 들리자마자 허리를 바로 세운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났다.) 이안?
이안 브란트:으응, 저 왔어요. (트레이를 당신 앞에 내려놓는다.) 보잘것없지만요….
블루:당신이 해준 거면 다 좋아요. 그런데…. (기민하게 당신의 눈가를 훑는다.) 울었나요? 왜?
이안 브란트:그게, 요리하다가……. (요리하다가 울었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부끄러워 끝을 흘린다.)
블루:(굳이 굳이 말꼬리를 잡는다.) 요리하다가?
이안 브란트:(눈 질끈!) 매운 것은 처음 썰어봤는데 눈이 많이 맵더라고요 그래서 매운것은 준비하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블루:(눈 크게 뜨인다. 이윽고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아하하, 제가 매운 걸 좋아한다고 해서요? 그래서 준비해주려고 하셨던 거예요?
이안 브란트:(호탕하게 웃는 소리에 눈 살며시 뜬다. 드러난 이 분명 날카로울 텐데, 웃는 낯에선 그래 보이지 않았다.) 네, 그, 치만. 그, 내일은 좀 나을 거예요. (그리 말하며 입마개를 풀어냈다. 맨 얼굴 샅샅이 훑어본 뒤에야 고개를 떨군다. 포크와 나이프를 대신 쥔다.) 먹여드릴게요.
블루:으응. 크게 잘라주세요. (구속구 풀렸음에도 감히 입질할 생각은 없어 뵌다. 아~. 애교 어린 음성을 내며 입을 벌렸다.)
이안 브란트:(고기 한 점 적당한 크기로 썰어 입가에 가져다 댄다. 완벽하게 구워진 고기를….) 네에, 꼭꼭 씹어서 드세요.
블루:(와앙 받아먹는다. 우물우물우물. 날카로운 이 가졌으니 면밀히 저작할 필요 없음에도 질겅이는 행위 이어지기만 한다. 어쩌면 돌려 눈치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고.)
이안 브란트:(눈매 슬며시 늘어진다.) 여, 역시 잘 못 구운 것 같아요…….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할까요?
블루:(꿀꺽. 삼킨 뒤엔 고개 젓는다. 눈짓으로 다른 고기를 가리켰다.) 저거어. 먹여주세요.
이안 브란트:아, 앗. 네. (좀 많이 덜 익은 고기도 한 점. 슥슥 썰었다.)
아.
블루:아~.
이안 브란트:(입에 쏙 넣어준다. 눈치.)
블루:(우물우물 꿀꺽. 이전보다 빨리 삼켜 낸다. 썩 흡족스러운 낯이다. 이 정도라면 생고기도 능히 씹어 삼켰을 게 분명하다. 내숭을 떠느라 조리된 요리를 요구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 으음. 제 입맛엔 이게 맞는 것 같아요. (재차 입을 벌린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의심하지 않고 끄덕끄덕. 하긴 레어를 좋아한다고 하셨지. 이 사람은 의심하는 버릇을 좀 들여야 한다. 고기 마저 써는 족족 당신 입에 쏙 넣어주었다.)
블루:(아기새마냥 잘도 받아먹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에야 묻는다.) 그런데, 당신은요? 보아하니 저녁도 안 드시고 오신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아 맞다…. (바보 같은 소리나 냈따. 요즘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끼니 거르고도 잊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올라가서 먹어야겠네요. 당신 다 드시면.
블루:제가 먹여드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안 브란트:제가 먹을게요. (방긋 웃는다. 플러팅?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블루:(삐죽. 고개를 숙여 당신의 손가락을 앙 문다. 물론, 아주 살짝 물었으니 잇자국 조금 난 것이 전부일 테다.)
이안 브란트:응? (잇자국 난 손가락 거두어가며) 아직 배가 고프신가요? 그래도 제 손은 못 드려요.
블루:그럼, 목은 줄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목?
블루:네에. 목덜미.
이안 브란트:그런 건 왜요?
블루:늑대들은 신뢰와 친밀감의 표시로 서로를 물곤 하거든요. 제가 방금 당신을 물었던 것처럼요. 입 안에 무어가 들어오더라도 당신을 해치지 않겠단, 그런 뜻이에요.
이안 브란트:음.
그렇지만 당신은 늑대보다는……. (여우를 닮았지 않나? 맥락 전혀 통하지 않는 생각이나. 입 꾹 다물고 남은 고기 한 점 마저 입가에 갖다댄다.)
블루:늑대보다는? (재차 말꼬리를 잡는다. 물은 뒤에야 들이민 것 받아먹었다.)
이안 브란트:여우를 더 닮았죠. (씹는 동안 대꾸했다.)
블루:(우물우물꿀꺽.) 왤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눈매를 손으로 따라 그린다.) 눈 때문에?
분위기도 그렇고요.
블루:(부러 눈꺼풀을 깜박인다. 날렵하게 빠진 눈매가 감겼다 떠오르길 반복했다.) 당신은 어떤 동물을 좋아하는데요? 늑대보단 여우를 좋아하나?
이안 브란트:(눈 사위 콕콕 누르며) 그렇다기보단, 귀여우면 좋아해요.
블루:(깜빡깜빡깜빡.) 그럼 저도 좋아하시겠네요.
이안 브란트:음. (귀엽나? 귀엽긴 하지, 성인 남자의 모습치고1는. 애교도 많은 편 같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생각이 길어져 답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남긴 바싹 익은 고기 한 점을 썰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블루:(이이잉. 눈썹 늘어진다.) 왜 대답이 없나요?
이안 브란트:어떤 대답이요?
블루:저도 좋아하시겠네요.
그렇죠?
이안 브란트:네, 뭐…. (미적지근한 대답.)
블루:시원찮은데요.
이안 브란트:처음 본 사이에 이러지 말자구요 우리.
블루:처음 본 사이에 안아도 주시고 먹여도 주셨는데 귀엽단 말은 못 하나요?
이안 브란트:무서울까 봐 달래준 거고, 손을 못 쓰니까 먹여준 거죠. 식사는 다 하셨죠?
블루:(입술 비죽.) 네에.
이안 브란트:자꾸 당신에게 넘어가는 것 같아서 정신 좀 다잡아야겠어요. (다시 입마개를 채우느라 당신 얼굴 부근에서 손을 꼼지락댄다.)
블루:(손의 자유에 이어 입마저 뚫렸다. 제멋대로 행하지 않을 이유 어디에도 없다. 그대로 당신의 옷깃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거칠진 않으나 부드럽지도 않았다. 오로지 힘만으로 장정을 끌어내리더니, 이어 입술과 입술을 맞물린다. 말캉한 살 닿을 무렵엔 이를 세워 하순을 물어뜯었다. 비릿한 맛이 입가에 맴돈다. 방울지며 흘러내리는 피를 혓바닥으로 삭삭 핥아준 뒤에야 멱 잡은 손을 놓았다.)
이안 브란트:(참 단정히 굴던 이였다. 그러니 이런 짓은 예상 밖이었다. 순식간에 당겨지니 분주히 움직이던 손은 입마개를 떨군다. 그것이 바닥을 놔뒹굴며 얇은 쇳소리를 흘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당신의 어깨에 다정히 둘렀던 팔로, 당신의 어깨를 힘껏 밀어내려 애썼다. 그래 봤자 상황 파악도 못한 이가 무얼 하나, 속절없이 입술이 비벼지고, 피가 나고, 핥아진다. 짐승에 의하여. 다리 힘이 풀리며 지탱할 데 몸은 뒤로 쿵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게, 무슨, 튿어진 입술 문지를 생각도 못하고 낯빛 하얗게 물들인 채 경악에 찬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블루:(여전히 무해한 낯이다. 눈매 유순하며 자아낸 미소는 순수하기까지 하다. 당신이 넘어질 적이면 눈썹 늘어트리며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부축할 것마냥 몸 움직였으나 잘그락, 소리와 함께 멈추어 선다. 족쇄 탓에 다가갈 수가 없다.) 이안, 괜찮아요? 꽤 큰 소리가 났어요.
이안 브란트:(눈 깜박일 줄 모르고 당신을 올려다본다. 철걱거리는 소리에 움찔, 겁에 질린 마냥 눈빛이 흔들렸다. 엉거주춤 넘어진 자세 그대로 몸을 뒤로 물리고, 찬 바닥을 짚은 손을 말아쥔다. 여전히 무해하기에 거부감이 들었다. 짐작과 실체 사이의 괴리감이 짙어진다. 미로 속에서 안개가 짙어지는 것처럼. 서둘러 몸을 일으킨다. 다시금 넘어질 뻔한 것을 억지로. 대꾸 없이 당신의 손 위로 천을 덮어 씌우고 입마개를 채웠다. 다시 낯선 사이가 된 양 거리를 두고 섰다.) 이제 가봐야겠어요.
블루:(원한다면 얼마든 당신을 덮쳤을 테다. 가죽 뒤집어씌우기 전에 천을 찢어발길 수 있을 것이고, 입마개 채우기 전 상대의 손을 물어뜯거나 목줄기를 깨물어 제압할 수도 있었을 테다. 그러나 티엔은 그러지 않았다. 기죽은 양 몸을 움츠리며 당신의 구속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힐금힐금 눈치를 본다. 귀가 달려 있었다면 분명 추욱 늘어졌을 것이다. 세상에 나고 처음으로 실수를 저지른 아이마냥 어쩔 줄 몰라 하며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저…. 이안. 제가, 뭔갈…. 실수했나요? 죄송해요. 저, 사람과 섞여 지내본 적이 없어서…. (더듬더듬 말 잇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행동일까? 적어도 당신에게만큼은 난제가 될 테다.) 어디까지가 실례인지….
이안 브란트:(당신이 저를 봐 주고 있음엔 변함이 없다. 이안 브란트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애처롭고 가련한 반응에 별다른 시선 주지 않는다. 얼기설기 덧댄 사과도 들은 체 만 체. 떨어진 고개는 제 닳은 신발코 무의미하게 보기 바빴다. 음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이안 브란트를 봐 주고 있음엔 변함이 없다. 하나 그것 또한 확실한 기회를 노리기 위한 연기에 불과하다면. 입마개를 벗기고, 손을 덮은 가죽 천 걷은 데서 그치지 않고 수족갑까지 풀었다면. 그때의 반응이 다를 줄 어떻게 아는가. 당신이 이곳을 빠져 나갈 때 해를 보는 건 한 사람이 아니지 않나. 생각이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기 전 허리 숙여 트레이를 들었다. 곧 자리를 뜬다는 의미였다. 대답 하나 내뱉지 않고 담담한 일상의 어조나 지어냈다.) 내일 올게요.
블루:(툭 뱉는다. 담긴 것은 가볍지 않다.) 제게 이름까지 주셨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래서 내일도 오는 거예요.
블루:아까부터 계속 제 시선은 피하고 계시잖아요.
이안 브란트:(느릿느릿 고개를 들었다. 당신을 바라본다. 핏기가 없다.) 잘 모르겠어서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고, 어디부터 끊어내는 게 좋을지. 어려워요.
블루:(드디어 시선이 맞닿는다. 환희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 감정 내비치지 않으려 애를 써야 했다. 그 노력 통한 것인지 물기 어린 낯에는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난…. 당신에게 예쁨받고 싶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랬어요. 인간들의 입맞춤은 각별하다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숨을 고른다. 이어 탁한 음성으로 묻는다.) 이건…. 허용범위 밖의 행동이었나요? 알려주세요. 당신이 날 길들이면 되잖아요….
이안 브란트:(처량하게 젖어든 파란 눈을 마주하니 도저히 끊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선이 이리저리 불안하게 튀었다. 그에 비하여 답은 퍽 간결했다.) 우린 며칠 뒤면 헤어질 사이인걸요.
블루:난 그 며칠을 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걸요. (가죽 뒤집어쓴 손을 내밀어 본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섬찟하다.)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이안 브란트:왜요? (그저 내밀어진 것 내려다 본다.) 제가 뭐라고…….
블루:(손 거두지 않는다.) 처음이요. 나의, 처음.
이안 브란트:처음보다 중요한 건 마지막일걸요. (질긴 가죽을 사이에 두고 제 손을 얹는다. 무게 실리지 않은 손.)
블루:(조심스레 그 위로 제 뺨을 기대어 본다. 뺨보다는 입마개를 지탱하는 쇠막대가 먼저 살갗에 닿았을 테다.) 마지막이기도 할 거예요. 저를 블루라고 불러 줄 사람은 이제 없을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손에 닿는 감촉이 시리다. 그 애정에 못내 침잠한 낯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남기엔 초라하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후회한다. 아, 역시 이름은 붙이지 말걸…….)
(틈.) 큰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저는 금방 당신을 잊을 테니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읊조렸다.)
블루:거짓말…. (손등 위로 뺨을 부빈다. 입꼬리 슬그머니 올린 채였다. 나직이 웃음 흘렸으니 바람 새는 것 살갗 위로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당신, 속내 숨기는 걸 잘 못하는 편인가 봐요. 티가 나네.
이안 브란트:(웃을 타이밍인가. 트집 잡으려니 당신을 길들이는 꼴이 될 것 같아 입술 앙 다물기만 했다. 거짓말 더럽게 못했다.)
블루:(슬며시 손 거둔다. 기울였던 고개마저 제자리로 돌려 낸다. 입가에 미미한 웃음 띄운 뒤 말했다.) …내일 봐요.
이안 브란트:(짧은 한숨. 그 흔한 눈인사도 없이 뒷모습을 보인다.)
▶:어느덧 시간은 열 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오기 전에 보고서를 작성해야겠죠. 적당히 적어도 괜찮을 겁니다. 명목상의 보고서일 뿐이니 열심히 적진 않아도 될 거예요. 오늘 하루 그에 관해 알아낸 것을 작성해봅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기이한 회복 능력이겠군요. 그 내용을 적느냐 마느냐는 당신의 마음에 달려 있겠지만요.
이안 브란트:(적당히 얼버무려 적었다. 많은 내용을 생략했다. ‘의외로 얌전.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구함. 애정을 자주 요구함. 피 소량 뽑음. 회복력 좋은 편. 식사로 생고기를 주었더니 조리해 달라고 요구함.’ 딱 이 정도로 그쳤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부름꾼이 찾아옵니다. 그에게 혈액과 보고서를 건네주나요?
이안 브란트:(돌돌 말아 건네줍니다.)
▶:물건을 받은 심부름꾼은 공손히 인사를 한 뒤 돌아갑니다. 이걸로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되었네요. 하루가 참으로 길고 깁니다.
일이 겹쳐 그런 것일까요? 긴장이 풀린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드네요. 하루를 마무리할까요?
이안 브란트:(하루가 길구나…. 곧장 잠자리에 든다.)
▶:...
...
어두운 밤, 당신은 아주 천천히 눈을 뜹니다.
잠깐 잠이 깬 걸까요. 꿈속에 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탓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아본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창문을 닫은 것 같지 않아요. 너무 피곤한 탓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문득, 무언가 당신의 몸을 스치는 느낌을 받습니다. 곧 목 부근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미처 확인할 틈 없이 그대로 잠들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 아침입니다. 아직도 몸이 나른하고, 또...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1
건강65 32 13
성공
▶:어깨 부근이 뻐근합니다. 잠을 잘못 잤나?
이안 브란트:(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니 어깨며 목이 뻐근한 감이 있다. 열어놓은 창문을 닫을 겸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창에 비친 제 모습을 힐끔.)
▶:창에 비친 모습을 확인해보면, 목에 붉은 자국이 생겨있음을 발견합니다. 자면서 어딘가에 부딪히기라도 한 걸까요? 하지만 부딪힐 데가 어디 있다고?
이어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용인: 주인님, 편안하게 주무셨는지요. 백작님이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이안 브란트:(벌레라도 물렸나. 하긴 창을 열어 놓고 잤으니……. 목 부근 손톱으로 긁다 말고 바깥 소리에 문을 열었다. 오늘도 할 일을 주셨으려나. 편지를 받습니다.) 고마워요.
▶:사용인은 편지와 함께 상자를 내려놓곤 방을 빠져나갑니다.
이안 브란트:(웬 상자. 편지부터 열어본다.)
독약? (곧장 상자를 벌컥 열었다. 마지막 문장 읽기도 전이었다.)
▶:백작이 보낸 상자입니다. 안을 열어보면, 약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설마 이 많은 약을 다 투여해보라고 보낸 걸까요? 제정신은 아닌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아 힘들어……. 백작님은 대체 내게 무얼 시키시는 걸까? 어제도 그랬지, 혈액을 가능한 많이 채취해 달라고, 의료 기구라고는 만져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러니 주사 바늘을 팔에 찔러 넣을 생각도 못하고 겨우 바늘로 손 끝 쿡 찔러 약간의 핏방울을 내기만 한 것인데. ―그 일에 대하여 혼나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아마 죽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가 앞섰기 때문이겠지만!― 의료 지식 하나 없는 이에게 이런 일을 맡겼다가 그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는 상황은 생각하지 못하시는 걸까? 한숨 푹푹 내쉬고는 약병을 하나쯤 꺼내어 흔들어 본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있을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또 한숨 푸우욱. 이걸 어쩐다. 그래, 일단, 우선 밥부터 먹이고……. 약병을 지하실 앞에 내려놓고 먼저 부엌으로 향하기나. 가까이 위치한 사용인에게 묻는다.) 아직 브……. (블루라고 할 뻔했다.) 지하실의 그 자에게 식사를 주지 않았지요?
사용인: 네…. (흘끔흘끔 눈치를 본다.)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준비시킬까요?
이안 브란트:아, 아뇨. 제가 준비할게요. 그의 식사는 제가 직접 챙겨달라는 백작님의 부탁이 있으셨거든요. (없었다.)
(주방 한 켠에서 또 호작질을 시작했다. 달구어진 화구 위에 나란히 놓인 팬 두 개. 왼편에는 당신 몫의 고기 두 덩이, 오늘의 굽기는 다행히 레어. 오른편에는 제 몫의 팬케이크 한 장. 기왕 굽는 김에 당신의 몫 한 장까지 해 총 두 장. 식기를 트레이에 고이 담아 지하실로 향한다.)
▶:지하실로 향하면, 블루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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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력65 32 13
성공
▶:음? 벽 부분에 조금 금이 간 것 같습니다. 설마 간밤에 날뛴 것은 아니겠죠.
이안 브란트:응?
블루:(순진한 눈망울.) 일찍 오셨네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앞에 트레이를 내려놓다 말고 벽을 멀뚱히 쳐다보나. 자연스레 당신에겐 시선 제대로 주지 않은 꼴이 되긴 했지만.) 밤 동안 무슨 일 있으셨나요?
블루:(어깨 축 늘어트린다.) 역시…. 저보단 건물이 중요한 거죠?
이안 브란트:그렇다기보단……. (갸우뚱. 당신도 마저 살핀다. 어제와 비교했을 때 변한 점이 있을까?)
블루:(쪼끔 기죽어 있을 것이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7
심리학40 20 8
실패
(갸우뚱??)
(다 다시 한 번만. 유심히. 빤히.)
이안 브란트
73
심리학40 20 8
실패
(잘 모르겠어……. 어제 너무 뭐라고 했나.)
우선 식사하세요. (입마개를 풀어준다. 간단히.)
블루:(묶인 손을 꼼질거린다.) 혼자선 못 먹어요.
이안 브란트:(어제처럼 손을 풀어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차. 먼저 말 꺼내는 게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명령 받은 게 있어요.
블루:으응, 뭔데요?
이안 브란트:(머뭇머뭇.) 당신에게 독을 먹여보라는……. 다, 당장 음식에 든 건 아니고요.
블루:(큰 반응 보이지 않는다. 눈 유순하게 내리뜬 채 그러라며 고개 끄덕이기까지 했다. 덧붙이는 말은 유난히도 맹목적이다.) 당신을 믿어요. 그리고…. 어젠 제가 당신을 아프게 했잖아요. 그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다면, 뭐….
이안 브란트:(당황한 기색으로 고개 내젓는다. 주눅든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당신에게 독극물을 투여해야 할 이가 그런 감정을 갖는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벌이라뇨,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어제는…… 아프지 않았어요, 조금 놀랐을 뿐이지. (결국엔 쉬이 당신의 잘못을 사하였다.)
일단 식사부터 해요. (그럼에도 당신의 손을 덮고 있는 천 아래로 끌어내리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 당신 몫의 고기를 잘게 썰어 입술 앞에 대어준다. 슬그머니 덧붙이는 말.) 오늘은 좀 나을 거예요.
블루:(입을 벌려 고기를 받아먹는 것 대신 오밀조밀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정말요? 아프지 않았나요?
이안 브란트:뭐어, (시선 슬그머니 피한다.) 입술은 금방 나으니까요.
블루:(끼이잉. 상태 되어선 입술을 흘끔흘끔 본다.) 정말…?
이안 브란트:저, 정말요. 저 원래 금방 나아요. (달라붙는 눈길을 피하듯 고개를 휙 돌렸다가.) 걱정하실 것 없어요. 얼른 아.
블루:(고개 홱 돌린다. 명백히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제 얼굴을 봐주지 않으시는걸요.
이안 브란트:(허공 배회하던 고깃덩이는 결국 자기 입으로 쏙. 입술만 우물거리다가 겨우 당신을 힐끔.) 자꾸 그런 표정 하시니깐…….
블루:(꿍.) 어떤 표정이요?
이안 브란트:이런 표정. (제 눈썹이며 눈매를 잔득 아래로 늘어뜨리고 눈치보듯 당신을 바라본다. 금세 난처하기만 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블루:그런 표정은 싫어하세요?
이안 브란트:곤란하죠. 당신에게 곧 못된 짓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엄두가 안 나니까.
블루:괜찮은데. 일이 다 끝난 다음엔 어제처럼 달래주세요. 전 그거면 되거든요.
이안 브란트:(제가 안 괜찮다구요, 목울대 아래까지 차오른 말을 집어삼키고 도리없이 끄덕이기만 한다.) 약속해요. 이제 드실 거죠?
블루:(당신이라면 분명히 이 일을 흘려보내지 못할 것이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정당화하지도, 자신을 위안하지도 못할 테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첸 티엔이 바라는 바였다. 당신 그 부채감 영영 그러안고 내게 다정해지기를. 속내 숨긴 채 순하게도 웃는다.) 으응. 그런데에…. 저건? (팬케이크를 흘긋 본다.) 당신 몫인가요?
이안 브란트:한 장은 제 몫이고, 한 장은 당신 후식이에요. (고기 또 조그맣게 썰어서 자기 입에 넣었다.) 얼른 아, 안 하시면 제가 다 먹어요?
블루:어차피 제 몫은 남겨주실 거면서. (입을 벌린다.)
이안 브란트:(큼지막하게 썬 한 조각 당신 입에 쏙 넣어준다. 괜히 거리 두는 말만.) 당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제 할 일에 포함되어 있어서요.
블루:(꼭꼭 씹어 삼켰다. 그럴 필요는 없음에도 말이다.) 거짓말. 제 모습이 눈에 밟히는 거잖아요.
이안 브란트:(못 들은 척……. 음식 먹여주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제가 썼던 포크 그대로 당신과 같이 쓰고 있고.) 어젯밤 지하실이 춥지는 않던가요?
블루:(입술 비죽 내민다.) 저도 대답 안 할래요. 당신도 그러시는데요 뭘.
이안 브란트:대답할 것도 없는걸요. 다 아시면서. (비죽이는 입술을 검지 끝으로 꾸욱.)
블루:(재차 입을 벌린다. 금방이라도 깨물 것처럼 당신 손가락을 입속에 들여놓고선, 한다는 짓은 혓바닥으로 살갗을 삭삭 핥는 것뿐이다.)
이안 브란트:(어제 한 번 물린 것으로는 경계가 서질 않나 보지, 짐승의 잇새에 손가락 밀어 넣은 꼴이 되고도 먼저 빼내지 않고.) 어허…. 식사하셔야죠.
블루:(기어이 입술을 모아 손가락을 빨았다. 날카로운 이가 살갗에 스치기도 했을 것. 입 안에 이물 있으니 평소보다는 발음이 샌다.) 겁먹지 않으시네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맘 먹는다면 진작 제 목덜미가 너덜해졌을 테니까요, 어제쯤. (사람답지 않은 송곳니가 여린 살 스치니 한 박자 늦게 손을 떨어뜨렸다. 겁을 먹은 낌새는 보이지 않고 고기나 마저 먹여준다.)
블루:(내미는 것마다 거부하지 않고 앙앙 받아먹는 꼴은 흡사 잘 훈련된 짐승을 연상케 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을 테지. 당신이 아닌 다른 이가 제게 이런 식으로 음식을 들이밀었다면….) 목덜미요? 설마…. 거긴 너무 로맨틱한 부위잖아요.
이안 브란트:로맨틱의 정의를 제가 잘못 알고 있나 싶네요. (잠시 시선 들어 허공을 좀 바라봤던가….) 목덜미가 아니면 어딜?
블루:글쎄요? 당신에겐 해당하지 않는 일일 텐데. 꼭 아셔야겠나요?
이안 브란트:궁금하니까요. (어서 말해보라는 듯 먹여주던 손도 멈추었다.)
블루:(갸우뚱. 주인의 말을 알아들었으나 알아듣지 못한 척하는 반려견처럼 굴었다.)
이안 브란트:흠. (남은 고기 한 점은 제 입으로 쏙.)
블루:제 몫이 아니었나요?
이안 브란트:대답 안 하시길래. (붉은 자욱이 남았을 목선을 손톱 세워 긁었다. 대체 어디가 로맨틱한 부위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고기 담아온 그릇 치워놓고 새로운 포크와 나이프로 팬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버터와 메이플 시럽이 잔뜩 뿌려진 팬케이크, 아마 당신의 취향을 맞춰주기 위한.)
블루:(시럽이 스며들어 촉촉해진 단면을 보았다. 과하게 달아 보인다. 제게는 알맞은 농도이긴 하나,) 당신도 단 걸 좋아하시나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단 것을 좋아한다길래. (제가 먼저 냠. 많이 단 모양인지 씹는 속도가 느리다. 당신에게도 한 입 먹인다.)
블루:(곧잘 받아먹는다.) 이리 줘요. 아무래도 당신 입맛엔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쵸?
이안 브란트:흠. (딱 한 입 더 먹었다가 스르륵 포크 내려놓았다. 손을 감싼 가죽 천을 벗겨준다. 그래봤자 제가 먹여줄 테지만.) 입맛에 좀 맞나요? 오늘 음식은.
블루:(손 위로 닿아오는 공기가 낯설다. 양손을 죔죔거리며 고개 끄덕였다.) 으응. 그런데…. 또 풀어주시네요?
이안 브란트:얌전히 있으셨?으니?까? (말 더 이어지기 전 팬케이크 왑 먹여주기나.)
블루:(냠 먹었다. 이후로는 포크 들이밀어질 때마다 고개 홱 돌려대었을 것이다.) 이젠 안 먹을래요.
이안 브란트:왜요오.
블루:(움찔….) 왜…. 그렇게 말하세요?
이안 브란트:응? 왜 안 드시나 싶어서.
블루:굉장히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들렸어요.
이안 브란트:어리광? (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처럼.)
블루: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이안 브란트: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블루:왤까요? 제겐 그렇게 들렸는데도요.
이안 브란트:절 너무 좋게 보고 계신 것 아닐까요? 그런데 진짜로 더 안 드세요?
블루:네에. 배불러요. 치워주세요.
이안 브란트:열심히 만들어왔는데…….
블루:실은 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입 더 주실래요?
이안 브란트:(큼지막한 조각 하나 쏙 먹여준다. 착하다. 북북 쓰다듬은 뒤.) 치우고 올게요.
블루:(음식물 탓에 입 꾹 다물고 소리 내었으니 저절로 맹맹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응.
이안 브란트:(접시를 치우고 돌아온다. 금방 지하실로 돌아온 이의 품에 안긴 것은 상자 하나, 새로운 트레이 하나. 트레이 위에는 찻주전자 하나에 찻 잔 둘.)
블루:(트레이에 눈길 두었다 거둔다.) 설명해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차예요. (간단!)
블루:그 상자는요?
이안 브란트:백작이 부탁한 것…….
블루:으응, 독이구나.
이안 브란트:으응. (맞는 말이니 수긍하는 수밖에.) 일단 상자는 좀 치워 놓고 느긋하게 티타임이나 가질까 싶은데요.
블루:괴물과 티타임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은 당신이 유일할 거예요.
이안 브란트:괴물이라기엔 사람 같으니까.
블루:어떤 점이?
이안 브란트:글쎄요, 말도 잘 통하고 사람 눈치 볼 줄도 알고…….
블루:그리고 당신을 물었고요.
이안 브란트:정정. 괴물이라기엔 강아지 같네요.
블루:굉~장히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네, 뭐어, 그렇죠. (오늘도 미적지근한 대답.)
블루: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투덜거린다. 단, 어제처럼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손으로 제 몫의 찻잔을 집어 들었다.)
이안 브란트:이제 안 먹여드려도 되나요? (손은 여전히 불편해 보이는데. 멀뚱.)
블루:(눈 동그래진다.) 이것도 먹여주시려고요?
이안 브란트:손 들기 어려우니까요? (아닌가? 그냥 지켜만 봄….)
블루:(여전히 눈 동그랗게 뜬 채로 그대로 손에 힘을 뺀다. 찻잔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쨍그랑! 거친 소리와 함께 유리 파편이 바닥을 나뒹군다.) 어려워요.
이안 브란트:(아주 질겁했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판명하기가 어려워 우선 책임 묻는 것보단 걱정을 표했다.) 아, 안 다쳤어요?
블루:(눈꼬리를 늘어트렸다. 하여간 피해자를 가장하는 것엔 도가 텄다.) 으응, 다치진 않았지만…. 조금 놀랐어요. (꿍.) 큰 소리는 역시 무서워요.
이안 브란트:(금방이라도 낑낑 소리를 낼 법한 표정에 감히 고의라는 생각은 못하는 듯. 당신의 머리 한 번 쓸어주고, 발치에 너즈러진 유리 조각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그대로 움직이지 마시구요. (큰 파편은 그대로 당신의 손이 닿지 않을 구석에 치워둔다.) 이따 사람을 불러 치워 달라고 할게요.
블루:응…. 죄송해요, 몸에 힘이 없어서. (처량한 척, 눈꺼풀을 팔랑였다.) 당신은 괜찮고요? 그렇게 막 집다가 손이 베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이안 브란트: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실 것 없, (는데. 조그만 파편 주워들며 말하기 무섭게 손끝에 송글송글 핏방울이 맺혔다. 얕게 베였으니 아프진 않으나 멋쩍다. 공연히 당신이 했던 말을 따라하기나 했다.) 어제 당신을 아프게 한 일에 대한 벌이라고 치면.
블루:(표정 굳는다. 가련한 척, 연약한 척, 마음 여린 척…. 온갖 척이란 척은 다 빼놓은 낯이었으니 당신이 아는 블루와는 썩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을 테다. 손을 드니 스산한 쇠사슬 소리가 따라붙는다. 그대로 당신의 팔을 움켜쥐고 제 쪽으로 당겼다. 파편을 잡아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는 피 새어 나오는 손가락을 입에 문다. 손끝에는 혓바닥이, 마디 위로는 습윤한 입천장이 닿는다. 쪽, 쪽, 노골적인 소리 들릴 정도로 상처 부위를 빨아들였다.)
이안 브란트:(낯선 표정 인지하기도 전 거센 손길에 이끌렸다. 놀란 시선은 파편을 쥐었다 떨어뜨린 당신의 손으로 향했다. 당신의 회복 능력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 습관처럼 걱정이 따라 붙었다. 어찌할 바 모르고 바짝 굳어 있으니 당신에게 내어준 것은 손을 넘어 몸까지. 억세게 쥔 손아귀도 축축한 살덩이도 영 낯설다. 그나마 익숙한 것에 매달리듯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블루? 블루, 저, 진짜…… 괜, 찮은데.
블루:(고집스레 쥔 손 놓지 않는다. 다만, 목소리 들릴 적이면 눈길을 돌려 당신을 올려다보았으니 푸른 눈 속 담긴 염려쯤은 숨겨내지 못했을 것. 여전히 손가락 문 채 답한다. 단어를 내뱉음에 따라 손 위로 더운 호흡이 내려앉는다. 담백하게 상처만을 핥던 행위는 거듭될수록 농밀해진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미묘함은 느낄 수 있도록.) 제가 괜찮지 않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덥고 가느다란 숨, 낯선 이의 여린 살갗, 오롯이 제게 향하는 시선. 모든 생소함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여전히 붙잡힌 채이니 그 떨림 당신에게 전해졌을 테고, 무얼 의식한 것인지 귓가 벌겋게 물들이는 것은 덤이다. 당혹이 뒤섞였던 검은 눈, 떳떳하지 못한 마냥 도리어 내리뜬다. 끝내 기어드는 목소리로 횡설수설.) 그, 조금 아파서, 이제, 놓아 주시면…….
블루:으응. (그리 대꾸하는 것치고는 붙든 손을 놓지 않았다. 아주 느리게 입안에서 손가락을 빼내었고 드러난 손목 위로 입술을 내리누른다. 동시에 미약하게나마 이를 세웠으니 손목 위로 잇자국 날 것은 자명하다. 그는 당신에게 상처 대신 자욱을 남겼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행태였다. 진정 당신에게 길이 들기라도 하였는지.) 올라가서, 제대로 치료받고 오세요. 바닥을 치울 사람 한 명쯤은 내려보내시고요. 약속할게요. 그이에게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이안 브란트:(아주 느리게, 말캉한 살결 떨어지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으응, 기어이 앓는 음을 내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제 귓바퀴엔 열이 올랐으니 수치를 참듯 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마저 날카롭게 와닿는 잇자국에 흡, 숨 들이켜기나 했고. 눈 질끈 감았다가 뜬다. 긴 날숨과 함께 억지로 무감을 연기했다.)
(덜그럭, 입마개를 집어들었다. 다시금 당신의 손과 입을 구속한다.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은 숨기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연기에는 소질이 없었다.) 당신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구요, 당신을 겁내는 이들이 많아서……. 죄송해요, 금방 올게요. (서둘러 뒷모습을 보인다. 드러난 목덜미가 제법 붉었을 것이다.)
블루:(앙다문 입, 단 숨, 평정을 가장한 낯, 떨리는 손, 붉어진 귓바퀴…. 이러한 암시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지 않나. 그렇기에 더없는 충족을 느낀다. 티 내지 않으려 안간힘 썼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으응,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그러니 사과하진 마시고요. 다녀오세요. (그의 뒷모습에 대고 속삭인다. 어서 이리로 돌아오라고, 짐승의 곁으로 와 목줄을 쥐어 달라고.)
이안 브란트:(당신이 비죽한 귀 달린 짐승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랬다면 당신의 손짓에 따라 빠르게 박동하는 제 심장소리도, 지하실의 문을 닫고 나서야 내뱉을 수 있었던 떨리는 숨소리도 들어버렸을 테니까. 당신이 물고 빨았던 제 상처 부근을 내려다본다. 평소 같았다면 반창고도 붙이지 않고 넘겨버렸을 만한 상처이나, 당신의 말대로 제대로 치료받고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을 벌기 위하여 그만한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사용인 중 하나에게 지하실을 치워달라 ―단단히 속박되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이르며― 부탁한 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치료받았다. 사용인은 손가락 위에 연고를 듬뿍 얹고 또 반창고를 덧대며, 목의 붉은 자욱도 혹 치료해 드려야 하는가 물어왔다.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다시금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말끔한 얼굴이다. 지하실의 바닥이 말끔해진 것처럼.) 오래 기다리셨죠, 별 일 없었나요?
블루:(내뱉은 말은 지킬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이안 브란트가 아닌 타인이 제 영역에 발 들이는 것도 눈감아 주었다. 경직된 표정이나 떨리는 몸에는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조각난 파편을 치우며 손이 베이든 아, 작은 신음 뱉든 눈길 한 줌 보내지 않는다. 완벽한 부정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짐승의 무시란 달가운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짐승이 반응 내보이는 것은 오로지 당신에 관한 일뿐이었다. 지금도, 보라. 계단 내려오는 발소리 하나에 고개를 번쩍 들고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나.) 네에. 저, 얌전히 잘 있었어요. 당신은요? 제대로 치료받고 오셨겠죠?
이안 브란트:(지하실 문을 열며 사용인과 마주쳤다. 그의 손에는 자루가 들려 있었으니 자잘한 상처를 확인할 틈은 없었다. 그저 질문했다. 그는 얌전히 있던가요? 아, 네, 아주……. 그래요, 고마워요. 사람 좋은 미소 얹으며 지하실로 내려간다. 사용인은 지하실의 문이 닫힌 뒤에야 안도하였을 것이다. 제 주인의 뒷모습에다 대고 염려의 시선을 보냈을 테고.)
(아, 짐승의 귀가 없어 아쉬운 점 하나. 커다란 귀가 쫑긋이거나 뒤로 젖혀지는 모습을 못 본다는 것.) 네, 깊은 상처는 아니라 금방 나을 거래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가기 전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입마개와 가죽 천을 벗겨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수족갑마저 풀어주는 일이 생길 것 같지.)
블루:(천 벗겨지자마자 냉큼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반창고 덧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손을 놓아주었다.) 많이 놀랐단 말이에요. 앞으로도 조심해 주세요. 아, 입술은 제외하고요. 그 부위는 특별히 봐드릴게요.
이안 브란트:입술은? 왜요?
블루:피가 난다면 핥아드릴 거거든요. 조금 전처럼요.
이안 브란트:허. (당황하여 헛웃음….)
블루:(헤헤?)
이안 브란트:어제의 그 행동(아마 입맞춤을 의미하겠지.) 꽤 마음에 드셨나 봐요.
블루:으응. 별로였나요?
이안 브란트:아무래도 평범하게 따지자면 성추행이니까요…….
블루:인간의 기준에서는, 요.
이안 브란트:당신은 어느 기준에서 살고 있는데요?
블루:짐승이죠. 인간은 아니잖아요.
이안 브란트:(짐승. 아무리 봐도 인간 같은데.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살면서 같이 어울려 지내던 이들은 없었나요? 가족 비슷한 거.
블루:딱히…. (티 나게 어물거린다. 거짓을 담았다기보다는 미지의 것을 가늠하기 어려워하는 쪽에 가까웠다.) 아주 어릴 땐 인간의 손에서 길러졌긴 했어요. 뻔해요. 부모님과 함께 있던 저를 보곤 괴물이라며 부모를 쫓아내고 아이만을 구해냈겠죠. 그렇게 한동안은 인간답게 자랐는데…. (뜸.) 뭐, 본성이 어딜 가겠나요?
이안 브란트:(몸을 틀어 당신의 옆에 앉는다. 여태 마주 보고 앉긴 했어도 비스듬히 앉는 일은 없었을 테지. 시선은 당신에게 무겁게 엉겨 붙은 사슬을 향해.) 부모님 기억은 나요?
블루:전혀요. 가끔은 그 점이 참 아쉬워요. 무엇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면 부모님을 찾아보기라도 했을 텐데 말예요. (고개를 기울여 당신 어깨 위로 툭 얹어 낸다. 검은 머리카락이 당신의 몸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래서…. 늘 외로웠어요. 지금을 제외하고는요.
이안 브란트:응, 아쉽네요. (위로의 말 건네기보단, 움직임 없이 어리광을 받아낸다. 당신의 손등 위를 툭, 툭 느리고 가볍게 건드리기만 할 뿐.) 이후에 당신을 키워준 사람들은 어땠어요? 그것도 일종의 ‘부모’잖아요.
블루:글쎄요…. (어깨 위로 뺨을 비비며 편하게 자세를 잡는다. 과거의 기억은 짙지 않다. 따지자면 그것은 사고였다. 하필이면 그날, 아이들과 언덕을 달렸다는 것. 누군가와 부딪혀 사이좋게 그 아래로 추락했다는 것. 마을의 어른들이 그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 자신은 상처 하나 없이 멀끔했으며 함께 떨어진 아이는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는 것까지…. 괴이한 소문 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리하여 첸 티엔은 마을을 뒤로하게 되었다. 원하지 않는 독립이었다.) 잘 모르겠는데. 백작이 이런 것까지 알아내라 시키던가요?
이안 브란트:(셔츠 위로 늘어지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제 손가락에 휘감았다가 풀었다.) 아뇨, 개인적인 질문이었어요. 좋지 않은 기억을 캐고 있는 거라면 그만 묻고.
블루:으응, 많이 물어 주세요. 그리고 동정해 줘요.
이안 브란트:불쌍히 여겨 주었으면 하나요?
블루:정확히는 당신의 관심을 받고 싶어요. 그래 주실 건가요?
이안 브란트:이만하면 관심은 드리고 있는 것 같은데. (손등 위에 얹혔던 손이 슬금슬금 당신의 손톱을 매만진다.) 원래 날카롭게 자라나요? (뭔 고양이한테나 할 법한 질문을.)
블루:(쓱 거둔다. 아직 발톱 깎기 훈련은 안 됐다.) 그으럼요. 제 이가 날카로운 것과 같은 이치랍니다.
이안 브란트:깎아보면 안 돼요?
블루:(경계하기 시작했다! 자세를 바로 하더니 슬금슬금 멀어졌다. 그래 봤자 손 뻗으면 닿을 거리긴 하다. 하여간 털이나 꼬리가 있었다면 바짝 부풀렸을 게 뻔하다.) 아~주 거부감 들고 위협적인 소리를 하셨어요.
이안 브란트:야생의 본능인가요? (제 옆자리를 툭툭 친다.) 억지로 안 할 테니까 이리 와요.
블루:(힐끔거리며 당신을 바라보다가도…. 아주 쪼금 가까이 붙어 앉았다.)
이안 브란트:얼르은.
블루:흥….. (딱 달라붙어 앉는다.)
이안 브란트:옳지. (턱 긁어준다. 복복.) 힘은 인간보다 센 편이에요?
블루:(가르릉.) 으음. 아마도요? 제대로 비교해본 적은 없어서요. 지금까진 힘에 밀려본 적은 없네요.
이안 브란트:우와. 팔씨름 해봐요. (초등학생인 걸까?)
블루:(대답 없이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내려다봤다.)
이안 브란트:아쉽당.
블루:풀어주시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는데.
이안 브란트:(솔깃했다가 뒤늦게 정신 차림!) 아, 안 돼요…….
블루:왜요? 저, 당신 말은 잘 듣잖아요. 어차피 여기까진 아무도 못 내려오니 들킬 염려도 없을 거고요.
이안 브란트:그렇지만, (손 꼼지락.) 당신에게 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블루:얌전히 있을게요. 네에?
이안 브란트:(우물쭈물거리다 끝내 당신과 제 새끼손가락을 얽어서.) 약속했어요, 얌전히 있겠다고…….
블루:(얽은 새끼손가락 위로 입술 맞붙인다. 부러 쪽 소릴 내곤 떨어졌다.) 으응, 약속.
이안 브란트:(파드득 손 떨어뜨리는 대신 우뚝 굳어있었다. 스르륵 손을 놓았다. 제 옷 안쪽을 뒤져 족쇄의 열쇠를 찾아냈다. 수갑을 풀어주었다.)
블루:(팔을 쭉 뻗어 양손의 자유를 만끽한다. 입꼬릴 끌어 올리며 불안하게도 웃었다. 다만 이어지는 행동은 썩 해롭지 않다. 단순히 당신을 답삭 끌어안고 어깨 위로 고갤 묻었을 뿐이다.) 늘 이러고 싶었어요.
이안 브란트:꿈이 소박하시네요. (얌전히 안긴 채 눈만 굴린다. 뒤늦게 당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기 시작했다. 얌전하기도 하지.)
블루:그래도요. 이루어줘서 고마워요. (고개 들어 올리니 당신 목에 남겨진 붉은 자욱쯤은 쉬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무어라 말 얹는 것 대신 히죽 웃기만 했다. 순순히 몸을 떨어트리곤 말했다.)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셔야죠.
이안 브란트:(응? 미소에 어떤 의아함 느끼기도 전.) 팔씨름? (이런 말이나 한다.)
블루:아뇨오. (상자 힐긋 본다.)
이안 브란트:하기 싫네요. (상자 봄 안 봄.) 그것보다 당신이 재촉하는 이 상황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블루:전 당신이 혼나지 않게끔 협조해드리고 있는 건데도요.
이안 브란트:좀 혼나고 말고 싶은걸요. (그래도 명을 따르지 않았을 때의 일이란 아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머무적거리다 당신의 손만 답싹 잡는다.) 한 판만 한 다음에 하죠.
블루:아니며언, (부러 말끝을 늘인다. 붙들린 손을 깍지 껴 고쳐 쥐었다.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붙이며 뭉근하게 문질렀다.) 제게 공격받은 척, 을 하시는 건 어때요? 그래서 독을 투여하지 못했다고요. 그런 이유라면 백작도 무어라 말을 하진 못할걸요. 그 겁 많은 녀석이 이곳까지 찾아와 당신의 무탈을 확인할 리도 없고요.
이안 브란트:(자연스럽게 깍지 끼는 것을 보아 당신도 참 예사로운 성격은 아니다 싶다. 손의 족쇄를 풀어낸 지금까지 무르게 대하는 것은 안 될 일인 듯해 슬그머니 깍지 낀 손을 풀어내려 애쓴다.) 백작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블루:(곧바로 끼이잉 표정을 지었을 것.) 날 이용해 이상한 연구를 하려고 한다는 것, 그런 점을 보았을 때 마냥 깨끗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 정도요. 그다지 아는 건 없어요.
이안 브란트:그으렇구나. (결국 손 빼내지 못했을 것. 붙들리지 않은 손을 뻗어 상자를 제 쪽으로 끌어왔다. 상자를 열면 그 안에는 약병 여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럼 이것도 뭔지 잘 모르시겠네요.
블루:아무래도요. …아프겠죠?
이안 브란트:(끙.) 하지 말까요? 당신 말대로…….
블루:(최선을 다해 눈을 올망졸망 떴다.) 그래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그래요, 그럼. (손 보듬어주기만 한다….)
블루:(헤.) 그럼 말이죠…. 위장을 해야 하잖아요.
이안 브란트:네에, 그렇죠. 생각해놓은 거라도 있으세요?
블루:네에. 아주 로맨틱한 방법일 거예요.
이안 브란트:어떤?
블루:(대답 대신 당신의 손을 끌어와 거리를 좁힌다. 흡사 매달리기라도 하는 것마냥 몸을 맞붙이고 당신의 목 위로 입을 가져다 댄다. 정확히 붉은 자욱 남겨진 곳에 입술을 문질렀다. 목선에 코끝이 비벼지며 더운 숨이 닿았을 테다. 다만, 어제와는 달리 힘이라곤 주지 않았으므로 밀어낸다면 충분히 밀려날 것.)
이안 브란트:(타인의 숨결이 닿을 일 없는 곳이다. 한껏 끌어안지 않는다면, 고개를 묻지 않는다면……. 앓는 음성과 동시에 일순 숨을 멈춘다. 질문과 함께 호흡을 내뱉는다.) 물 건가요?
블루:(목덜미에 입술 댄 채 말했으니 숨이며 진동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아주 살짝요. 인간처럼 굴게요.
이안 브란트:(으응, 나직이 대꾸하더니 뻣뻣하던 몸에 조금 힘을 풀었다. 당신에게 몸을 맡기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위장이라는 것이 통하려면.) 아프게 물어도 돼요.
블루:(허락 떨어지자마자 입을 크게 벌린다. 송곳니 아닌 비교적 날카롭지 않은 이로 드러난 목줄기를 물었다. 처음이 아니었으므로 어렵진 않았다. 간밤, 당신의 목에서 피를 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비죽 웃음 새어 나왔으니 그마저도 전해졌을 테다. 허연 살갗에 이 박아넣은 채 입술 아래 살을 빨아들인다. 붉은 자욱 더욱 커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짐승의 습격을 받았다기엔 정사의 흔적 같다는 감상 지울 수 없을 지경이다.)
이안 브란트:(그럼에도 이안 브란트에게는 처음인 일이었다. 윽, 짧은 음성 뱉고는 속눈썹 바르르 떨리도록 눈을 꾹 감았다. 이가 살갗을 파고드는 감각은 아주 잠시. 차라리 고통 뿐이었으면 견딜 만도 할 텐데, 붉은 자욱이 지도록 살갗을 빨아들이는 감각은 고통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터라. 어디에도 두지 못하던 손을 당신의 어깨 위에 얹어서 셔츠가 구겨져라 매달리듯 쥐었다. 블루, 떨리는 음이 당신을 짚어내기만 했으니 두 사람이 얽혀든 모양새를 아마 남들이 보았더라면 추문이 돌았을 법했다.)
블루:(짙은 자국 남긴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제 잇자국 위로 입술을 부비기나 한다. 질척한 소리가 이어졌다. 좁고 사방이 막힌 공간 탓인지 울리는 소리가 유난히도 큰 것만 같다. 손을 뻗어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는다. 팔뚝 아래 허리를 휘감고선 입맞춤을 이어간다. 자욱 남긴 곳에서, 울대 위에, 목줄기 타고 올라가 턱 바로 아래에, 그리고 턱 끝에, 기어이 당신의 뺨까지.)
이안 브란트:(목줄기에 닿는 더운 숨이 간지러워 고개를 자꾸 젖혔으니 제 살갗 내어주는 꼴이었다. 금방 귓바퀴가 달아올랐다. 제 모습 비추어보지 않아도 귓가가 뜨거웠으니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허리를 감싸는 손길을, 바투 붙여 오는 몸을 밀어내려 들었다. 하나 긴장감으로 인하여 손바닥이 축축해진 탓에 무력하게 미끄러지기만 했다.) 저어, 간지러워요, 이제 그만…….
블루:(기민하게도 당신의 손길 느낀 모양이었다. 입맞춤 이어가는 것 대신 고개 살짝 떼어내 시선을 마주한다. 여전히 몸 붙인 채였으며 허리 감아낸 손 풀지 않은 상태였다. 낮은 조도, 두 개의 푸른 점만이 기묘하게 빛난다. 괴괴한 침묵 끝에 속삭인다. 날 것 그대로의 갈라지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조금만 더요. 응…?
이안 브란트:(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더 이상 내어주었다간 위험해질 것만 같다고. 달아오른 몸과 달리 주변 공기가 서늘해진 양 느껴진다. 허리를 감은 팔은 점점 저를 옥죄는 것만 같고, 창백한 눈동자는 꼭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것을 닮았다. 그제야 늑대인간이니 짐승이니 하던 부명이 내려진 그 사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안, 되는데. 입술 뻐금거렸으나 울리는 성음이 없다. 하기사 피식자에게 선택권이 있을 리가. 머뭇거림. 종내 몸의 힘을 뺀 채 검은 눈을 꼭 감는 것으로 허용을 표했다.)
블루:(보챈 것은 자신이었으나, 허락 떨어트린 것은 당신이었다. 벗어날 기회 충분히 주었음에도 도망치지 않았으니 결과는 뻔하다. 짐승은 한 번 문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며, 첸 티엔 또한 그럴 것이다.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낸다. 양손으로 당신의 귀를 감싸 사위의 소음을 차단한다. 그리고는 목이 아닌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잇새를 비집고 혓바닥을 밀어 넣어 입안을 헤집어 대었으니 살과 살이 얽히는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을 테다.)
이안 브란트:(불가항력적 허용이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입맞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열이 오른 귓전에 찬 온기가 스치니 아,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렸다. 그 틈을 헤집어 들어오는 살덩이는 당신의 피부결과 대비되게 뜨거웠으니 흠칫 떨 수밖에 없었다. 젖은 살덩이가 얽혀 질척이는 소리, 어찌할 바 모르고 어설프게 학, 숨 들이쉬는 소리, 처음 타인과 입술을 비비는 탓 그 열감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콧소리까지. 그런 것만으로 머릿속이 들어차는 감이 버거워 더럭 겁이 날 지경이었다. 궁지에 몰린 쥐새끼마냥 몸을 바들거리기만 하다가, 이번엔 제쪽에서 당신의 입술을 물었다. 피가 나지는 않을 정도로, 하나 떨어질 만하게.)
블루:(품 안의 이가 나를 보며 떠는 것이 좋다. 피부 위 붉은 자욱 새기는 것도 좋다. 그러매 나는 기꺼이 약자를 자처하여 당신 품에 안겨들 것이고….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버릇이 들어버린 것만 같다. 하순 물리고서야 당신을 붙든 손에 힘을 푼다. 그대로 떨어지는 듯하였으나 짐승은 짐승인 건지.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개만을 살짝 비틀어 입을 떼어낸다. 귀 막았던 손 내려 당신의 목덜미를 지그시 누른다. 물러났다 말하기에도 민망한 거리였다. 나직이 웃었으니 몸 떨린 탓에 입술마저 스칠 정도로.) 그 정도론 제 핏방울을 볼 순 없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피를, 내려던 게 아니고……. (멀어지지 않은 간격 사이가 더운 숨으로 물든다. 자꾸 당신에게 말려들기만 하는 것 같다. 시선 마주하는 것이 어렵다. 푸른 눈이 소태에 젖어들수록 더욱. 애써 진정한 양 목소리를 낸다. 살갗 스칠 때마다 잘게 떨고 있으면서.) 이제 충분하잖아요. 그만하죠.
블루:(고집스레 눈을 좇는다. 검은 두 눈에 푸른 점 담기지 않는 점이 못내 불만족스러웠던 탓이다. 나직이 속삭인다. 숨결이 닿았다.) 떨고 계시네요.
이안 브란트:(깜박임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눈을 감고 긴 숨을 내쉰다. 다시 마주한 시선은 불안정하다.) 우리는 어제 처음 만났는걸요. (이어지는 말이 없다. 하지만 유추해볼 수 있겠지. ‘그러니 당신을 온전히 믿을 수 없어요.’ ‘그렇기에 당신이 무서워요.’ 그것도 아니라면, ‘처음 만난 사이에 이러면 안 돼요.’ 따위의 말일까? 어떻든간에 결국엔 뭉뚝한 투로 거절을 읊는 것이다. 이쯤에서 멈추라고.)
블루:(본디 눈매 새초롬히 휘어져 있기는 하였으나, 유독 누군가를 앞에 둔 채로는 날카롭던 눈매도 완만히 굽어지곤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이안 브란트의 앞.) 하지만 난 당신을 꽤 오래 봐왔는걸요. (몸을 숨기려 외진 곳까지 오게 된 것은 순전 우연이었다. 낡은 저택을 발견한 것은 더더욱 우연이었으며, 정원 거니는 이를 눈에 담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멀리서 담아낸 당신은 다정이었다. 호수와도 같은 사람, 잔잔한 표면에 물살 일으켜서라도 자신을 잠기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그랬기에 당신에게 왔다. 첸 티엔이 이안 브란트를 선택했다.)
이안 브란트:(꽤 오래?) 그렇지만 저는 당신을 본 적 없는걸요. (오랜 기억을 끄집어 헤집는다. 역시 본 적 없다. 하기사 ‘봐왔다’는 ‘만났다’와 동의어가 아니니. 당신과 스친 적이 있더라면 기억해내지 못할 리 없다. 당신은 그런 부류였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여름의 하늘을 빼다박은―비록 당장은 한없이 서늘하게 느껴지더라도― 눈동자. 상당히 출중한 외모를 옆으로 미루어 놓고 생각해도 그랬다. 오래 기억에 남는. 좀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잊히지 않는.’)
(당신을 앞에 두고 잠시 무의미한 상상이나 해볼까. 이안 브란트는 어느 늦겨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구한 적이 있다. 삐약거리지도 못하는 행색 초라한 것을 안아다 집에 데려가고 직접 우유를 먹였다. 등 따숩고 배가 불러 건강을 되찾은 녀석은 여름 즈음 훌쩍 떠나갔었더래지. 그러고 보니 그 고양이―걘 이름 지어달라는 요구를 안 해서 이름이 없었다.―도 털이 검은색이었는데. 멍하니 당신을 쳐다본다. 그때 구해주신 고양이입니다. …인 걸까? 아니. 아무래도 아니겠지. 태평한 상상 집어치우자.)
블루:(반박에는 답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방적인 관람을 들이미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섬찟할 만한 행동이지 않나. 대신 당신의 볼을 콕 찔러 본다. 물론, 손톱은 잘 숨긴 채다.) 무슨 생각 하세요?
이안 브란트:(파들짝! 놀란다. 몸을 물리려 들었으나 목덜미 누르는 당신의 손에 기대는 꼴이 되기나 했다.) 만난 적 없는지 떠올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고양이가 아닐지 하는 생각을…….
(…) 언제 보셨는데요? 저를.
블루:(갸우뚱.) 고양이?
이안 브란트:예전에 데려온 검은 고양이…….
블루:(어쩐지 표정이 뚱해졌다.) 검은 고양이? 설마…. 주워다 길렀나요? 이름도 지어줬어요?
이안 브란트:(뚱해진 것 같은데. 착각인가?) 혼자 비를 맞고 있기에 데려다 키웠어요. 아주 잠깐. 그래서 이름은 지어주지 않았구요. 그보다 제 질문에 대한 답은…?
블루:(데려다 키웠어요. 대목까지는 눈 점점 가늘어졌을 것이다. 이름 지어주지 않았다는 말 듣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것마냥 유순해졌지만) 일이 주쯤 전에요. 멀리서 보기만 했던지라, 당신은 절 모르는 게 맞아요.
이안 브란트:얼마 되지 않았네요. (일이 주 전이든, 하루이틀 전이든…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더 이상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겠단 듯. 당신의 어깨를 슬며시 밀어내려 든다.)
블루:
블루
4
히이잉65 32 13
극단적 성공
(이이잉. 눈을 올망졸망 떴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6
정신력65 32 13
성공
(웃. 포기를 담은 한숨 내쉬고는 손 거두었다. 그대로 제 목을 더듬거린다. 당신이 새긴 자국 위로. 당신의 숨결이 남아있는 듯 느껴져 묘했다. 재차 했던 말을.) 이제 충분한 것 같은걸요.
블루:(짐승은 때를 놓치지 않는 법이다. 한껏 여린 체를 했다. 히이이잉.) 하지마안…. 이대로 떨어진다면, 당신은 방으로 돌아갈 거잖아요. 그럼 저는 이 춥고 어둡고 서늘하고 컴컴한 곳에 홀로 남겨지게 되는걸요.
이안 브란트:(당신은 다시 제게 매달린다. 방금 전 옥죄듯 허리를 감고 입술을 비비던 자와 동일 인물이 맞는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렇다고 내내 이렇게, (새삼스럽게도 두 사람의 거리가 퍽 가깝다. 숨결 스칠 정도로. 별 어려움 없이 입술 맞댈 수 있을 정도로. 다시 의식하니 민망해진다.) 계속 있을 순 없잖아요.
블루:(머뭇거리며 팔을 풀어낸다. 물기마저 머금은 푸른 눈, 깜빡이는 눈꺼풀, 흘끔흘끔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모두 의도한 것일 게 뻔하다.) 그럼, 오늘은…. 당신 방에서 재워주면 안 되나요? 얌전히 있을게요.
이안 브란트:……. (잠시 고민했다!) 아, 안 돼요. 제 방까지는 어떻게 가시게요.
블루:(물기 어린 눈이 반짝반짝….) 모두가 잠든 시각에 창문을 타고 올라가면 되죠. 들키지 않을 자신도 있어요.
이안 브란트:(씁.) 그건 위험해요.
블루:하지마아아안.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끼잉.)
이안 브란트:(깊은 생각. 고뇌. 또 고뇌.) 당신이 잠들 때까지 여기 있다 갈게요. 그거면 되나요?
블루:(꾸웅.) 저도 푹신한 이불을 덮어보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이불을 가져오는 것쯤은….
블루:푹신한 침대 위에서요.
이안 브란트:이, 일단 우리 좀 떨어져요. 네?
블루:제가 싫어지셨나요…? (히이이잉.)
이안 브란트:(움찔.) 일부러, 자꾸 그, 러시는 거죠오오.
블루:(티엔은 잘 모르겠어요오 표정.)
이안 브란트:제 방이 어딘지는 아시구요…….
블루:(안다. 하지만 모르는 척했다.) 알려주시면 기억할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흠.)
당신을 풀어주었다가 다른 데 가버리면 어떡하죠.
블루:(눈 끔뻑끔뻑.) 당신이 여기 있는데 제가 어딜 가나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여기에 있다 보면 당신이 위험해질지도 모르는데.
블루:그래도 이곳이 좋아요. 정확히는 당신 곁이 좋은 거지만요. 저요, 실은 말하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당신은 제 말을 다 들어주시잖아요. 그래서 기뻐요.
이안 브란트:그런 건… 별것도 아닌 일인걸요. (겨우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 저를 좋아한다 말한다. 참 천진난만하지. 당신의 양뺨을 감싸쥔다. 당신을 도망치게 두어선 안 된다. 그렇지만, 차라리 당신이 도망치는 편이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 백작의 행적을 고려하면 말이다.) 풀어드릴까요? 다리.
블루:제게는 큰일인걸요. (유순히도 당신의 손바닥에 고개를 기댄다. 대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짐승보다는 반려동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으응, 그래 주신다면 좋겠지만…. 불안하진 않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저택의 사람들을 해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
블루:그렇게 할게요. 당신의 사람들이니까. (순순히 답한다. 다만, 당신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해치겠다는 소리로도 들릴 법하긴 했다.)
이안 브란트:애먼 사람들도요. (불안을 감지하고 냉큼 덧붙인다.)
블루:(눈 동그래진다. 불안한 침묵.)
이안 브란트:왜 대답이 없으신 걸까?
블루:저를 해치려는 사람들도요?
이안 브란트:그건 정당방위이려나…….
블루:(헤헤.) 그럼 약속할 수 있어요. 상관 없는 사람들은 해치지 않을게요.
이안 브란트:그렇다고 당신을 해치려고 했단 이유로 막… 그렇게… 막. 그러시면 안 돼요. (대충 어떠한 전달….)
블루:(재차 눈이 동그래진다.) 그럼…. 어디까지 허용되는데요?
이안 브란트:사,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
블루:(팔자 눈썹.) 그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 해도요?
이안 브란트:(손 꼬옥 잡는다. 조물조물.) 제가 지켜드릴게요.
블루:(흠? 이건 좀 괜찮은 것 같다. 이런 조건이 붙는다면 살생을 멀리하는 쯤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한 기색 숨기지 않고 내비치며─이 또한 계산된 행동이었을 테다─ 물었다.) 항상 지켜줄 건가요?
이안 브란트:(항상? 어려운 말이다. 예외 없는 법도 없는데. 그렇지만 당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도 싫고, 당신이 타인을 해하는 것도 싫으니까…. 얼른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풀었다.) 노력할게요. 말 뿐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정말로요.
블루:(웃었다. 눈꼬리 날렵하게 빠졌으나 눈썹만은 아래로 처졌다. 그 미소 썩 천진하게 보이기까지 한 걸 보면 꾸며낸 표정은 아닌 듯싶다. 실제로도 그랬다. 당신의 다정이 좋다. 제 목줄기 내어주게 될 줄도 모르고 감히 품 내어주는 그 다정이 좋았다.) 으응, 기뻐요. 그런데…. 이 약속은 언제까지 유효한가요?
이안 브란트:(역시 눈망울 적시는 것보다 이리 웃는 모습이 좋다. 따라 눈썹 늘어뜨린 채 미소 지었다.) 언제까지 유효하길 바라는데요?
블루:평생?
이안 브란트:평생?
블루:네에. 평생.
이안 브란트:평생 저랑 살게요?
블루:블루는 그러고 싶은걸요.
이안 브란트:그럴 수 있으면요. (평생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다.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꽤 긍정적인 반응 같았다.)
블루:(함의 읽어내지 못할 리 없다. 그러나 모르는 척 웃었다.) 으응. 저어, 블루 브란트가 되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응? 어려울 건 없죠. (이쪽은 ‘성의 공유’가 가지는 함의를 파악하지 못한 듯하고.)
블루:(방긋거리기만 한다. 원하는 바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얻어낼 셈이다.) 기뻐라. 그러엄, 오늘은 당신의 방에서 재워주시는 거죠?
이안 브란트:(몸 수그려 당신의 발을 묶어 놓은 족쇄를 풀었다. 몸 움직일 때마다 귀를 긁는 날카로운 소음이 그칠 참이다.) 네에, 약속했으니까. 2층 중앙에 있는 방이에요.
블루:(몸이 한껏 가벼워진 것 같다. 앞코를 바닥에 톡톡 두드려 보다가도, 폴짝 뛰어 당신을 끌어안았다.) 믿어줘서 고마워요. 먼저 돌아가 계세요. 모두가 잠들고 나서 찾아갈 테니까요. 아, 창문은 열어 두시고요.
이안 브란트:(신발 툭툭, 치는 소리는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들렸다. 소리 나는 대로 고갤 숙였다가 와락 안기는 당신을 엉거주춤 받아 안았다. 등을 두어 번 두드렸다. 구속구를 모두 풀어 헤치고 나니 짐승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멀끔한 사람 같다. 날카로운 이 드러내며 웃을 땐 인간 이외의 흔적 보이기도 하지만.) 그럴게요, 제 방 이외에 다른 곳은 가지 마시구요. 우리, 서로에게 한 약속은 지키기로. (당신의 새끼손가락 스치듯 만졌고. 적어도 당신이 타인을 해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 하에 지하실을 떠난다. 나중에 봐요, 그리 인사.)
(방의 창문은 활짝 열어두었다. 제 방임을 표시하듯 커튼도 젖혀 놓고!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백작에게 받은 두 번째 편지를 뒤적인다. 뭐라고 말해야 좋지, 그가 격하게 거부하여 독약은 투여하지 못함……. 고심 끝 짤막하게 흘려 쓴 답장 한 줄.)
블루:(게걸스러운 시선이 당신의 등 뒤로 따라붙는다. 이안 브란트의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시선 움직이는 법이 없다. 홀로 남겨진 뒤에는, 그저 침묵이다.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새벽이 다가올 적까지 미동이라곤 보이지 않더니 위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멎어든 뒤에야 몸 일으킨다. 손쉽게도 지하실을 빠져나가 저택의 바깥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벽 근처까지 가지 뻗어낸 나무를 찾아 타고 올랐다. 2층 중앙에 있는 방, 열린 발코니에 발을 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튼 젖혀둔 탓에 방의 내부가 훤히도 보인다.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 대신 열린 창문을 두드린다. 톡톡, 침입자를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는,) 야옹.
이안 브란트:(귀에 익은 목소리. 짐승의 울음 흉내나 노크 들리는 방향은 영 낯설지만. 마무리 못한 답신을 덮어두고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블루. (당신에게 다가간다. 한결 편안한 잠옷 차림이다. 잡고 내려오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땅과 방 사이 층고는 언뜻 보아도 아슬했기에.) 올라오는 데 위험하진 않았구요?
블루:그럼요. 이래 봬도 날쌘 편이라서요. (흔쾌히 손을 잡고 바닥을 디딘다. 이후 손 놓기는커녕 깍지를 껴 고쳐 쥐기까지 했다.) 당신은? 뭘 하고 계셨나요? 고민이 많아 보이시는데요.
이안 브란트:(깍지 낀 손은 별 의식 없이 그대로 잡고 있다. 벌써 당신의 온기가 익숙해진 모양이다.) 백작에게 무어라 편지 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보다 당신 거예요. 비록 급하게 준비하느라 새것은 아니지만……. (턱짓해 침대 위에 얹힌 파자마를 가리켰다.) 그대로 자기엔 불편하실 테니까.
(이안 브란트가 입은 옷은 남색. 당신에게 골라준 옷은 검은색. 둘 다 무늬 새겨지지 않은 실크. 소매가 조금 길어 자주 꺼내 입지 않았던 것이니 나름 새것 같다.)
블루:(침대 위의 파자마를 보고 당신이 입은 파자마를 본다. 두 가지를 번갈아 바라보더니만,) 제 건 남색이 아니네요?
이안 브란트:남색이 좋으신가요? (갸우뚱.) 벗어드려요?
블루:네.
이안 브란트:진심으로?
블루:네.
이안 브란트:왜요?
블루:남색이 더 좋아서요. 제 이름도 블루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수긍했다!) 뒤돌아 계세요.
블루:헤헤. (순진하게도 웃는다. 속이 시꺼멓다 못해 폭발해 하얘지기라도 한 걸까? 하여간 뒤를 돌았다.)
이안 브란트:(툭, 툭 느리게 단추 풀었다. 그러고 보니 추운 지하실에 있다 온 것이니 더운 물에 몸이라도 담그면 좋을 텐데.) 씻고 오실래요?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기는 해.)
블루:그래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네에, 저쪽. (작은 문을 가리킨다. 방에 딸린 욕실이다.)
블루:하지만 저 갈아입을 속옷도 없고요. (천진…. 한 목소리.)
이안 브란트:그것도 새것은 없는데…….
블루:으음. 안 입는 것보단 빌려주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네에, 드릴게요. (단추 풀어낸 상의 대충 여미는 시늉을 하며 옷장으로 걸어갔다. 옷장에서 속옷을 꺼내며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 파란색 잠옷 하나 있는데. 새거 드려요?
블루:으으응. 남색이 좋아요.
이안 브란트:이름은 블루면서. (그러면서도 순순히 옷을 벗어 속옷, 수건과 함께 당신에게 내밀었다. 쪼끔 큰 잠옷 입은 채로.)
블루:그래도요. (내민 옷과 수건을 받아 든다. 헐렁한 옷 입은 당신은 또 왜 이리 마음에 드는지. 실없이 웃으며 욕실을 향해 총총 걸었다.) 금방 씻고 나올 테니 하시던 일 마저 보고 계세요. 참, 편지 내용을 고민하시는 거라면…. 약을 투여하려다 짐승에게 목을 물려 실패했다고, 몸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적어두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는 쏙 들어갔다. 머지않아 물소리가 울린다.)
이안 브란트:천천히 나오셔도 괜찮아요. (당신이 욕실 안으로 들어갔으니 저는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그가 격하게 거부하여 독약은 투여하지 못함. 먼저 적어 놓은 문장 아래에 당신이 추천한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말도 잘 듣지. 투여 시도 중 목을 물려 실패함. 시간을 주셨으면 함……. 거짓부렁을 또박또박 곱게 적으려니 민망하여 글씨는 평소보다 날려 적었다.)
(잠시만 누워 있어야지… 하고 누워 있다가 그만 도로롱 잠들었다. 당신이 맞는 물줄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 소리가 언제 끊기는 줄도 모르고. 그래도 당신이 누울 만한 자리를 옆에 남겨 놓고, 벽을 보는 방향으로 웅크려 누웠다.)
블루:(뽀득뽀득 씻고 보송보송해졌다. 받은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오니 당신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듯싶다. 다만 첸 티엔은 그걸 가만히 둘 짐승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본디 사랑받는 짐승이란 주인의 잠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냉큼 침대 위로 올라가 당신의 곁에 자릴 잡는다. 부러 조심과는 거리가 멀게 행동하였으니 매트리스가 크게 출렁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등 뒤에서 당신을 끌어안는다. 팔이며 손이 당신의 배에 가닿았다.) 이아안.
이안 브란트:(타인과 함께 잠든 적이 없다시피 하니 침대의 흔들림에 금방 정신이 깨어났다. 으응, 잠꼬대처럼 대꾸했다. 옭아맨 팔로부터 벗어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방금 막 씻고 나온 이의 품이 따뜻해서일까. 졸음 겨우 떨치며 묻는다.) 다, 씻으셨어요?
블루:네에. 많이 피곤하세요? 바로 주무실 건가요? (등 뒤에서 당신 끌어안은 채였으니 말 뱉을 적마다 귓가 위로 숨결 내려앉았을 테다. 허리를 두른 팔에 힘 살짝 주어 제 쪽으로 당긴다. 아무래도 이쪽은 잘 생각이 없어 뵌다.)
이안 브란트:아니이, 으응……. (맞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이쪽도 바로 잠들 생각은 없음에도, 한 번 쏟아진 졸음 몰아내는 게 어려워 미적거리기만 하는 모양새다. 귓등에 와닿는 숨이 간지러우니 고개를 숙여 몸을 웅크린다. 동시에 웅얼거린다. 간지러워요.)
블루:(곱은 등 위로 제 상체를 바짝 붙여낸다. 그리고는 급기야 드러난 귓바퀴를 입술로 앙 물어버렸으니, 아무래도 당신을 자게 둘 생각도 없어 뵌다. 하여간 귓바퀴 문 채로 말했으니 입술의 떨림이며 숨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전 조금 더 놀고 싶은데에.
이안 브란트:간, 지럽대도요…. (타인이 귀를 만지는 일도 드문 판에, 무는 일이 있기 쉽지 않다. 낯선 감각에 거진 앓는 소리를 내었고 가물가물하던 눈이 결국 뜨였다. 귀를 물어대는 통에 앞서 귀를 감싸고 입을 맞춰대던 것이 떠올랐음도 한몫했다.) 저 이제 일어났어요. (그러니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허리에 감긴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약하게 밀어봤다.)
블루:으응. (답지? 않게? 순순히 밀려난다. 얼굴 마주하고 싶었던 탓이다.) 좀 더 얘기하다 자고 싶은데. 안 돼요?
이안 브란트:(당신을 보고 눕는다. 돼요, 그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이용하여 씻었을 텐데 어째 당신에게선 저와 다른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사람마다 체향이 다르다더니 그게 사실인가보다. 새초롬하게 올라간 푸른 눈을 마주한다. 검은 눈은 조금 느리게 감겼다 뜨인다.) 잠옷, 잘 어울리네요.
블루:제가 남색을 고집한 이유를 아시겠죠? (기실 당신의 짐작과는 전혀 다른 이유겠지만. 속내 숨긴 채 잘게 웃는다. 검은 눈이 눈꺼풀 아래로 숨겨지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아 당신의 배며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일어나요. 지금은 당신 얘길 듣고 싶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검정색도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그것보다, 자꾸 괴롭히시죠. (콕콕 간지럽히듯 찌르는 손길에는 구석으로 몸을 피하는 대신 당신을 답싹 안기나 했다. 그저 꼭 품에 묶어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심산이었다.) 저는 당신 얘기가 듣고 싶은걸요.
블루:(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입마개며, 손을 감싼 천이나 수갑들…. 온갖 구속엔 이제 진저리가 난다. 그럼에도 당신의 죔에는 거부감 들지 않으니 기이한 일이다. 도리어 이 버거움이 달가웠다. 떨쳐내고자 한다면 쉬이 빠져나올 수 있겠으나 그러지 않았다. 기실 감히 몸부림칠 상상조차 들지 않았다.) 제 얘기는 이미 많이 해드렸는걸요.
이안 브란트:(따끈하고 얌전한 사람.)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인걸요. 이를 테면…… 나이?
블루:글쎄요, 이십 대 중반쯤? 정확히는 몰라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몸을 꿈지럭대며 당신의 어깨 위로 턱을 처억 올려두었다. 음. 편하다.) 당신은요? 몇 살이신데요? 연애 경험은? 애인은 있나요? 설마 결혼하신 건 아니죠?
이안 브란트:(꽉 끌어안았던 팔에 힘을 조금 풀었다. 대답 내놓는 대신.) 전부 사랑과 관련된 질문이네요. 스물 중반의 질문이라기엔… 어린애 같기도 하고.
블루:어허, 흘려보내지 마세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드렸잖아요.
이안 브란트:(하하 웃기만.) 어디 한번 맞혀 보세요.
블루:부당해요. 전 물어보시는 족족 답을 다 해드렸는걸요.
이안 브란트:얼르은.
블루:(흥….) 없어 보이긴 하네요.
이안 브란트: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블루:그런 상대가 있다면 이 밤중에 외간 남자를 침실로 데려올 리 없으니까요.
이안 브란트:음. (잠시 침묵. 안았던 팔을 스르륵 풀었다.) 그 표현 좀 이상하게 들리네요.
블루:(그렇다면 능동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당신을 덥석 끌어안았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
이안 브란트:그건 맞지만. (얌전히 안겨 화제 돌리기나.) 원래 사람을 좀 좋아하나?
블루:아뇨오. 저 사람 가려요.
이안 브란트:저는 좋아요?
블루:네에.
이안 브란트:왜일까. (당신을 꾸욱 밀어내니 모로 뉘여졌던 몸이 천장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당신의 뒤통수는 그대로 푹신한 베개 위에 놓여졌을 테고, 그는 곧 당신의 위에 가볍게 올라탄다. 당신을 지그시 압박하는 동시에 내려다보는 자세가 된다.) 저 좋은 사람 아닌데요.
블루:(삽시간에 시야 뒤바뀌었음에도 반항하지 않는다. 푸른 눈만을 끔벅거리며 당신을 올려다 본다.) 그럼요? 어떤 사람인데요?
이안 브란트:그을쎄요. (나름의 위협이고 제압이었다! 행여 당신이 아프기라도 하면 안 되니 힘을 제대로 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위협과 제압의 의도 모두 알아볼 수 없게 되어 그저 ‘어쩐지 수상한 자세’가 되긴 했다만.) 실은 당신이 잠들면 이대로 다른 데 팔아 넘기려고……. (말 같지도 않은 말이나 하더라지.)
블루:당신, 거짓말엔 재능이 없네요.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가만두었던 팔을 뻗어 당신의 멱을 쥔다. 그리고는 힘주어 아래로 당긴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술을 맞물리고 하순을 빨아들인다. 행여나 처음처럼 피를 내기라도 할까, 우악스러운 손길과는 대조되게도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다.)
이안 브란트:(말간 웃음과 거센 손길은 별개. 가지런하되 날카로운 치열에 멍하니 시선 두었다가 속절없이 몸이 앞으로 무너졌다. 아, 비교적 수월하게 입술 새를 벌렸다. 손길과 입맞춤도 별개였으니까. 다정을 표방한 입맞춤은 꼭 연인 사이의 애정 표현 같았다. 바닥을 짚으려고 허우적댄 손은 당신의 목 양 옆의 공간을 눌렀다. 엉긴 데 없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바닥에 와닿았다.)
블루:(옷깃 붙든 것을 놓고 당신의 목 위로 팔을 두른다. 쪽, 쪽, 노골적인 소리가 이어졌다. 욕망보다는 구애에 가까운 행위였다. 숨결 탐하지도 않고 그저 맞닿는 것에 의미를 둔…. 마지막으로 입가에 입술 누른 뒤 느슨히 웃는다.) 밀어내지 않으시네요.
이안 브란트:(쪽쪽거리는 소리 날 때마다 몸을 흠칫 떨어댔다. 혀도 섞지 않았으면서 그랬다. 두 번째 입맞춤으로 각인된 게 있어서. 볼 붉힌 채 눈만 껌벅거린다.) 보기보다 능숙하신 것 같아요. 이런 게.
블루:으응, 이번이 세 번째니까요. 익숙해질 때도 됐죠. 당신은 여전히 서툴지만요.
이안 브란트:허.
블루:무슨 문제라도?
이안 브란트:세 번이나 마음대로… 그런 걸 하셨네요.
블루:마음대로라뇨. 두 번째랑 세 번째는 거부하지 않으셨는데도요?
이안 브란트:(못 들은 척했다.) 다른 사람한텐 이런 거 하신 적 없어요?
블루:(흥….) 제 말은 계속 무시하시고요.
이안 브란트:부끄럽단 말이에요. (당신의 위에서 스르륵 내려가 등을 돌려 누웠다….)
블루:(냉큼 따라붙는다. 등을 감싸며 허리 위로 팔을 둘렀다.) 어떤 점이요?
이안 브란트:서툴다고 강조하신 거나……. 아니, 그것보단.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런 걸' 할 사이는 아니니까.
블루:그런 거?
이안 브란트:네. 그런…… 거. (텔레파시.)
블루:(수신 오류. 사실 일방적으로 안테나를 부숴버린 쪽일 것이다.) 응?
이안 브란트:(장렬하게 수신 실패! 끄응, 앓는다.) 입을 맞추는 건 사랑하는 사이에서나 하는 일인걸요.
블루:(헤헤.) 너무 추상적인데요. 사랑하는 사이란 걸 명확하게 정의할 순 없잖아요.
이안 브란트:사귀는 사이에서나 할 법한…….
블루:하지만 책에선 사랑 없이도 곧잘 하던걸요?
이안 브란트:뭐, 뭘? 뭘요? 뭘해요?
블루:그런 거.
이안 브란트:무슨 책을 보신 거예요…….
블루:평범한 소설책이었어요. 눈을 마주하고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를 몇 번 하더니 곧장 침실로 들어가던걸요.
이안 브란트:소설은 어느 정도 과장이 있는 법이니까요.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은, 잘 없지 않을까요? (갸우뚱.) 물론, 눈을 마주하고 몇 마디 대화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허리에 감긴 손등을 가볍게 간질인다.)
블루:(간지러워요, 속삭이며 몸 맞붙인다. 웃음기 어린 음성, 거두지 않는 손, 떨어질 기미 보이지 않는 온기. 이 모든 것에 하나의 이름을 붙인다면 애정만큼 적합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몇 마디 대화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랑 느끼는 자가 있다고 하였나, 그렇다면 그자는 분명….) 나인 것 같아요. (결론짓는다. 앞뒤 모두 잘라먹은 탓에 맥락 외의 답처럼 보일 게 뻔했으나 신경 쓰진 않았다.)
이안 브란트:서둘러 단정지을 필요는 없죠. (여직 당신에게 등을 맡긴 채로. 이대로 눈을 마주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그러니까 무엇을? 이라고 묻는다면 아마 제 감정을― 같아서. 날카로운 손톱 끝을, 반창고 감은 손으로 더듬는다.)
블루:서두르지 않았어요. 말씀드렸잖아요. 난 당신을 꽤 오래 봐왔다고요. (손 빼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직접 이 손톱을 다듬을 것만 같지. 썩 나쁘진 않은 기분이다.)
이안 브란트:일이 주는 별로 길지 않은 것 같은데도. (하얀 손등 앙 물어보기나 했다.)
블루:시간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손등으로 당신의 입술이며 뺨을 문질러 본다.) 제 흉내를 내는 건가요?
이안 브란트:네에에. 그리고 당신에게도 잇자국이 남는가 궁금해서. (세게 물지 않았으니 당연하게도 자국 남지 않은 손등 쳐다본다.)
블루:왜 그런 걸 궁금해하시지. 남기고 싶은 거예요? 자국 말예요.
이안 브란트:그렇다기보단… ‘그런 것’도 빨리 낫는지 궁금해서요.
블루:'그런 걸' 할 사이는 아니라고 하셨으면서?
이안 브란트:그런 (아마 뽀뽀 이상의 어떤…) 건 할 사이 아니긴 하지만. 이건 다른 거죠. 이건 (제 목덜미 가리키는 것을 보아 아마 깨물기 따위의…) 벌써 했잖아요.
블루:이런 건 아무런 사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입력 오류.)
이안 브란트:응? 이런 건, 오히려 연인 사이에서 하는 게? 이상? 하? 아닌가? (같이 오류남!)
블루:계속 말이 바뀌시는 것 같아요. 헷갈려요. (라고 원인 제공자가 말했다. 당신의 등 위로 고개 묻은 채 묻는다.) 그럼, 우린 무슨 사이인데요?
이안 브란트:(이것이니 그것이니 하는 지시대명사 쓰지 않고 대놓고 말했으면 좀 정신 차리고 있었으려나. 아무튼 지금은 고장이 났다……. 눈만 도륵도륵 굴린다.) 우린.
(그닥 친구 사이는 아닌 것 같지. 연인은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듯싶다. 그럼 남은 건…….) 가족 같은 거, 아닐까 하고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때 주워온 고양이도 가족이라 여겼던 것 같다. 뭐어, 저택에 들이면 그때부터는 대충 ‘가족’이라 뭉뚱그릴 수 있지 않나.)
블루:(그닥 마음엔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허리를 두른 팔에 힘을 준다. 그저 투정으로 느껴질 정도로만, 아주 미약하게.)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데요?
이안 브란트:블루 브란트가 된다면 그땐 정말 가족이지 않나 하고…?
블루:전 당신의 형제 따위가 되려고 '브란트'라는 성을 달라 한 게 아니에요.
이안 브란트:그럼?
블루:으음. 안주인?
이안 브란트:안주인?
블루:네에. 대충 그런 거.
이안 브란트:(더욱 혼란은 깊어져만 가고…….) 자, 잘까요 슬슬.
블루:외면하지 마세요. 깨닫긴 쉬울 거예요. 내가 당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잘 아시잖아요.
이안 브란트:하지만…… 감정 같은 걸 따지기 이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걸요.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이름뿐인 귀족이다.)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기껏 지금의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당신을 백작에게 보내는 시간을 늦추는 일뿐이고. 내일이라도 상류층의 누군가가 제게 청혼서를 보낸다면, 저는 아마 거부할 수 없을 거고요. (조그만 목소리로 꾸역꾸역 대꾸했다. 몸을 자꾸 앞으로 수그리게 된다.)
블루:이안, 나를 이용해요. (속살거린다. 바람 섞인 미성이 당신의 귓가에 내려앉았을 테다.) 짐승을 길들였다고, 그는 나의 말만을 들으며 내 명이라면 누구든 해할 수 있다고…. 그렇게만 한다면, 그 누가 당신을 홀대하겠어요? 타인에게 휘둘릴 일도 없어질걸요.
이안 브란트:(머리 살랑살랑 내저으니 보랏빛 머리카락이 잘게 흔들렸다. 곧 몸을 틀어 천장을 보고 누웠다. 고개만 조금 돌려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에는, 당신이 인간답게 지내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요. 나는 누구도 당신을 짐승 취급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그런 건 싫어요.
……미련한가요?
블루:(예상치 못한 답이다. 가슴 한쪽 짓누르는 답이기도 했다. 기껏 목줄을 매어 건넸음에도 당신은 거부하였다. 고작 자신을 인간답게 살게 하겠다는 일념하에 말이다! 쉬이 대꾸할 말 찾아내지 못했으니 침묵은 길어지기만 한다. 짧지 않은 정적 끝에 묻는다.) 제가…. 스스로를 짐승 취급한다면요?
이안 브란트:(검은 머리칼에 손가락을 한 번 꼬았다 풀기만 했다. 감히 목줄을 쥐고 싶지 않아. 언젠가 당신의 목을 죌지도 모르는 그 목걸이를 풀어주고 싶은 거지. 아, 머리를 쓰다듬고 싶긴 할지도……. ) 왜 그런 취급을 하시는지 이유를 알아야겠는데요.
블루:늘 그런 취급을 받아왔으니까요. 어렸을 땐 제 이름이 괴물인 줄 알았는걸요. (첸 티엔은 뻔뻔하게도 피해자를 가장하기로 결심했다. 부러 목소리를 죽이니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한 음성이 꾸며내 진다. 가련하고 의기소침해 보일 법한 말만을 골라 내뱉었으나 실상은 정반대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제 존재를 부끄러워한 적 없다. 날카로운 이나 손톱 숨긴 적 없으며 타인을 해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죄책감 품어본 적 없으며 힘을 숨겨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모든 걸 내려두고 낑낑대는 고양이 행세나 하게 된다. 정말이지 웃기는 일이다.)
이안 브란트:(당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아무런 의심 없이. 한쪽의 열연이 뛰어난 덕이기도 하고, 한쪽의 성격이 원체 의심 없었던 탓이기도 하고. 당신은 걱정할 것 없는 게, 만일 이안 브란트가 남의 입으로 당신의 행적을 전해 듣더라도 그의 감정은 연민으로 기울어질 것이 뻔했다. 겁을 내는 동물일수록 털을 부풀리고 발톱을 세우며 사나운 짐승의 면모를 선보이고 싶어 한다고, 그는 믿고 있으니까. 말로 건네는 위로엔 서툴렀으니 얄쌍한 손을 쥐어 꼬물꼬물 깍지를 꼈다.) 중요한 건 당신의 생각인걸요, 그들이 아니라.
블루:그런 말을 해주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풀 죽은─속으로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게 뻔하다. 가증스럽기도 하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그러니 당신이 나를 책임져야지 않겠느냐며. 나를 맞이해 인간으로 길러내야지 않겠냐고….)
이안 브란트:다른 사람은 당신을 잘 모르니까. (순진하기도 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데. 그러나 이안 브란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다른 이들은 당신이 ‘사랑에 빠진 모습’은 본 적 없지 않나. 유일하게 당신의 애정을 맛보았고, 당신이 목줄 직접 내어줄 수 있음을 아는 존재. 오직 그만이 당신을 인간 취급하더라도, 당신은 인간의 흉내를 내며 살 테지? 속도 모르고 산듯하게 말했다.)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말씀해 주신 건 감사해요.
블루:으응. (당신의 품에 고개를 포옥 기댄다. 입꼬리 휘는 것 숨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리했다.) 계속 같이 있어 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네에, 그걸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을 그러안는다. 무엇보다 일어나면 새벽부터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당신을 지하실로 돌려 보내야 할 테니까.) 이제 잠드는 편이 좋겠네요.
블루:(품에 기대 눈을 감는다. 잠에 빠져들기 전 마지막으로 물었다.) 제가 실수를 해도 한 번은 눈감아 주실 거고요?
이안 브란트:실수?
블루:하아암.
이안 브란트:어떤?
블루:안 자요? 졸린데….
이안 브란트:으응. 잘 자요.
블루:당신도요.
이안 브란트:(아량 넓은 이는 양해 없이도 한 번의 사고는 넘겨버릴 것이다. 실수는 모두 하니까, 그런 말과 함께 풀이 죽은 당신을 외려 위로할지도 모르지. 당신을 품에 안고서 눈을 감는다. 금방 호흡이 고르게 가라앉는다.)
▶:어느덧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몽롱한 기분이 듭니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눈꺼풀은 지나치게 무거워 떠지지 않습니다.
잠에 취한 중에도 서늘한 손길만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익숙한 손길이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블루:더 주무세요. 전 이쯤 지하실로 돌아가 봐야겠네요. 나중에 봐요.
▶:이마 위로 입술이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꿈은 아니었는지 옆자리는 텅 비어있네요.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곱게 개인 남색 파자마만은 남겨져 있었습니다.
곧이어 노크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용인: 주인님, 백작님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이안 브란트:(혼자 가셨네, 직접 데려다 드리려고 했는데. 온기가 남지 않은 파자마 위에 손바닥을 한 번 올렸다가, 네에 하며 길게 대꾸했다. 바짓단이 길고 졸음이 꺼지지 않아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문을 열어 백작의 편지를 받아든다.)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 올려둔 편지가 보이지 않아요. 블루가 직접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두기라도 한 걸까요? 배짱이 두둑하네요.
사용인: 참, 서고를 관리하던 사용인이 주인님께 이 을 전해드리라고 하더군요.
이안 브란트:(블루가 편지를 내놓은 것도 당황스럽고, 백작님이 일주일이나 주신 것도 신기하고…. 편지를 대충 접어 놓고 책을 받아들었다. 표지를 확인합니다.)
▶:제목이 없는 책이네요.
보아하니 서고에서 발견한 일지의 뒷부분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갸우뚱. 하여간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 뒤로는 계속 도와달라는 절박한 말밖에 적혀있지 않네요. 나사 푸릴ㄴ 기계처럼 제정신이 아닌 글만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계속 넘겨볼까요?
이안 브란트:(팔락팔락. 넘겨봅니다.)
▶:'늑대와 7마리 아기염소'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네요. 늑대가 엄마인 척을 하며 아기 염소를 속여 끝내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지요. 한데, 왜 굳이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0
관찰력65 32 13
성공
▶:계속 읽던 도중, 붙어있는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뭐지? 새 페이지를 확인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2
지능50 25 10
어려운 성공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마치 꼭, 지하에 있을 블루의 이야기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잡아먹으려나. 눈만 꿈벅댄다. 이어지는 내용이 더 있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네요.
이안 브란트:(책을 탈탈 털어보지만 더 이상 나오는 것은 없는 듯하고. 블루에게 가봅니다.)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구속구를 일부만 찬 블루가 벽에 기대어 앉아있네요.
이안 브란트:(지하실로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지만.) 직접 차신 거예요?
블루:네에. 발이랑, 입마개랑. 손은 혼자선 못 차겠더라고요. 도와주실래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머리 위에 손을 톡 얹기만.) 백작에게 보내는 편지는 당신이 부친 거예요?
블루:(얌전히 있는다. 오히려 직접 나서 손바닥에 머리 비비기도 했다.) 네에.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넣어뒀죠. 잘 전달됐나 봐요?
이안 브란트:네에,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하시던데. 아마 그동안은 당신에게 별 간섭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예측일 뿐이지만.
블루:그래도 매일 같이 보러 와주셔야 해요. 식사도 챙겨 주셔야 하고요. 밤에는…. (눈 끔뻑.) 또 당신 방으로 찾아가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그런데요오.
블루:네에에.
이안 브란트:저 잡아먹으실 건가요?
블루:흠.
그런 건 왜 물으시는데요?
이안 브란트:응? 대답이 없으세요. (응?) 그냥, 이런 책을 봤거든요. (서재의 책을 보여준다…. 달랑달랑.)
블루:무슨 내용이 적혀 있길래 그래요? (역시나 대답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잡아먹는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지 않나? 아무래도.)
이안 브란트:직접 읽어보실래요? (요약 실패! 간단히 책을 넘겨준다.)
블루:네에. (책을 받아서 들곤 팔랑팔랑 넘겨 본다. 내용을 파악한 뒤엔 대답 손쉽게 튀어나왔다.) 아하. 이런 의미였구나.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잡아먹을 생각 없어요.
이안 브란트:그런 거라면? 다른 건 있는 건가요? (응?)
블루:응? (응?)
이안 브란트:아니죠? 응.
블루:블루는 잘 모르겠어요오.
이안 브란트:네에. (이쪽도 잘 모르겠다.) 그럼 됐어요. 밤엔 제 방으로 오세요. 오늘은 무리고, 적어도 내일은 새 잠옷을 준비해 둘게요.
블루:(헤헤 웃는다.) 전 어제 빌려주신 옷이 마음에 들었는걸요. 계속 입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더 보들보들한 것두 있는데?
블루:당신도 그걸 입나요?
이안 브란트:제가 입는 게 중요한가요?
블루: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이안 브란트:이유는?
블루:인간들은 각별한 사이임을 티 내기 위해 옷을 맞춰 입는다던데요.
이안 브란트:그렇지마안. 저희는 보는 사람도 없는걸요?
블루:그래두요오오.
이안 브란트:그러엄, 네. 저도 입으면 당신도 새 옷을 입으신단 거죠?
블루:네에. 똑같은 색이어야만 해요.
이안 브란트:파란색이어야 하나요?
블루:딱히 상관 없어요.
이안 브란트:어젠 분명 상관 있었던 것 같은데.
블루:블루는 잘 모르겠어요오.
이안 브란트:뭐, 응. 네.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할게요.
블루:(방긋 웃었다….) 으응. 새벽에 찾아갈게요. 나중에 봐요.
이안 브란트:네에, 그럼 손은 그대로 풀어놓을게요?
블루:좋~아요. 그리고….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네, 어떤 건데요?
블루:(입술 삐쭉 내민다. 뽀뽀.)
이안 브란트:나, 나중에요. (거절 멘트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튼 한 걸음 뒤로.)
블루:나중 언제요?
이안 브란트:새, 새벽에.
블루:(헤.) 기억해 둘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기억력이 잠시 나빠지길 바라는 수밖에…….) 이따 봐요.
블루:(이 순간만큼은 멘사 가입도 문제 없을 것이다….) 네에. 그때 봐요.
▶:다행스럽게도? 유예를 준 백작 덕분에 여유 있는 하루가 되겠네요. 미뤄두었던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벽에 찾아온 불청객이 뻔뻔스럽게도 뽀뽀를 요구한 건 작은 해프닝이었을까요. 하여간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릅니다. 백작과의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와 외출 준비를 마친 참이고요.
잠시 뒤, 사용인이 마차가 준비되었다며 당신을 부릅니다.
이안 브란트:(평소 저택을 돌아다니는 차림에 비하여 한두 겹의 옷을 더 걸쳤다. 복장이 화려하지는 않다. 예측 불가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서 터벅터벅 바깥으로…….)
▶:저택에서 나와 마차에 오릅니다. 터벅터벅.
출발한 지 몇 시간 뒤, 그제야 대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차의 불쾌한 승차감을 버티며 약속 장소에 도달해 지면에 발을 내딛습니다. 오랜만에 오는 수도의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어 조용했던 저택과는 달리 활기가 도는 것 같아요.
동행한 시종은 살 물건이 있다며 자리를 비웁니다. 약속 시간까진 조금 남았으니 주변을 둘러볼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
관찰력65 32 13
극단적 성공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독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사람이 모인 방향으로 다가갔다. 중앙을 힐끔거린다. 뭐가 있나?)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로 가자 경찰이 보입니다. 무슨 일인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6
듣기65 32 13
성공
??: 아침부터 살인 사건이라니, 끔찍하군.
???: 물어뜯겨 죽었다던데. 이거 설마 며칠 전에 난리 나던 살인마가 한 짓 아니야?
??: 그녀석은 사살됐지 않나. 들개가 한 짓이겠지.
▶:살인마, 분명 블루를 말하는 거겠죠. 하지만 그의 짓이라기엔 블루는 당신의 저택에 구금되어 있는걸요. 더군다나 이곳은 대도시입니다. 당신의 저택에서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마차를 타고도 몇 시간은 걸립니다. 아무리 블루라고 해도 이곳까지 왔다 갔다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잠시 생각하던 도중, 현장을 수사하던 경찰이 당신을 보고 인사를 건넵니다. 하긴, 몇몇 사건을 떠맡은 적이 있어 경찰과는 어느정도 면식이 있었죠.
경찰: 이거 브란트 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이안 브란트:아, 안녕하십니까. (간단히 목례했다.) 아는 분과 약속이 있어 간만에 이곳에 나왔는데……. 누군가 변을 당했나요?
경찰: (한숨을 푹 내쉰다.) 네, 안타까운 일이죠. 오늘 아침에 뒷골목에서 발견되었습니다만, 시체의 상태가…. (목소리를 낮춘다.) 몇 군데 물어뜯긴 자국이 있더군요.
모방범이라기엔 늑대 인간 사건의 범행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차라리 들개 짓이라면 좋을 텐데, 아니... 사람이 죽었으니 좋은 일은 아니지만요.
혹시 뭔가 의심 가는 곳은 없으십니까?
이안 브란트:(손을 부산히 움직이는 대신 가만 말아쥐었다. 입을 여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늑대 인간 사건의 범인은 이전에 사살되었다고 들었는걸요. 혹시 변을 당한 자의 이름을 알고 계시나요? 원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닐지…….
경찰: 역시 그런 걸까요…. (재차 한숨 푹 내쉰다.) 어서 신원을 파악하는 수밖엔 없겠습니다. 약속이 있다고 하셨죠? 모쪼록 늦은 시간에는 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보시다시피 거리가 흉흉하니까요.
▶:경찰은 이윽고 다시 수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지네요.
슬슬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니 약속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2
관찰력65 32 13
실패
(침침...)
▶:갑자기 누군가 당신의 손목을 낚아챕니다. 어딘가 정신이 불안해보이는 남자군요. 그는 힘주어 당신에게 매달리며 소리칩니다.
남자: 도, 도, 도와줘. 모두, 모두가 날. 어?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해.
이안 브란트:네? 잠깐, 도움이 필요하신 거라면 우선 놓고 말씀하심이….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어딘가 다친 데라도 있나?)
▶:상처는 보이지 않네요. 다만, 그의 표정은 마치 광기에 걸린 사람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5
이성65 32 13
성공
남자: 여전히 밤이 되면 그 녀석이 날, 나를 찾아와. 기괴한 눈동자가 아직도 나를 보고 있어. 아직도 쫓기고 있어. 지금 그것이 내 뒤에 있다고!
▶:이윽고 남자는 품에서 무언가 꺼냅니다. 달빛과도 같은 색, 은색의 나이프를 꺼내며 당신에게 그것을 들이댑니다.
남자: 이거 봐, 이게 뭔지 알아? 이거, 이것만 있으면 놈을 죽일 수 있어. 구하기 힘들었다고. 도와, 도와줘. 이거, 진짜인지 확인해 줄래?
▶:어느덧 남자는 나이프를 당신에게 가져다 대기 시작합니다. 마치 당신을 칼로 그으려는 것처럼.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누군가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앞에 드밀어진 날을 보고는 당황하여 붙잡는 손길을 약하게 뿌리친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9
근력70 35 14
실패
▶:빨리 뿌리쳐야 하는데... 당황한 탓인지 제대로 뿌리치지 못합니다. 결국 점점 다가오는 칼날을 피하지 못해 어깨에 스치고 마네요. HP-1.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5
근력70 35 14
성공
▶:억센 손을 간신히 뿌리쳐내고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남자는 당신을 쫓아오진 않는 모양입니다. 손목의 상태를 확인하면 멍이 들어있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작과 마주칩니다.
백작: 브란트 군! 여기일세. 자네답지 않게 지각을 하다니 별일이군. 그런데 꼴이 그게 뭔가? 무슨 일 있었나?
이안 브란트:늦어서 죄송합니다, 누군가 저를 붙잡아서 무얼 확인해 달라고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칼을 들이밀길래…. (옷을 대충 추스려 다친 부위를 가렸다. 빠져나온 길을 힐끔거린다. 따라오지 않는 듯하니 그나마 안심했다.)
백작: 저런. 요새 거리가 위험하니 부디 조심하게. 참,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군. 내가 아는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대화하자고.
▶:그리고는 백작은 당신을 데리고 꽤나 고급진 레스토랑에 들어섭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니 미리 주문해둔 요리가 서빙되네요.
백작: 편히 들게나. 이곳의 요리는 꽤 맛있다고? 자네니 특별히 데려온걸세!
이안 브란트:(앗. 아. 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어깨가 따끔거리는 탓인지 혹은 식사 자리가 불편한 탓인지 수저를 드는 게 느리다. 곧장 본론으로.) 그래서 만나서 할 이야기라 하심은…….
백작: 음. 그것에 관한 이야기라네. 며칠간 고생이 많았다지? 다쳤단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걱정했는지. 역시 자네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던 모양이야.
이안 브란트:아, 아닙니다. (얼른 부정했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소동도 없었고… 아주 얌전히 있던걸요.
백작: 그렇다면 다행이군. 연구 장소가 거의 다 준비되었네. 오늘 하루만 더 수고해줄 수 있겠나?
이안 브란트:그렇다는 건, 내일은 데려가시겠단 말인가요?
백작: 역시 이해가 빠르군. 보수는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네.
이안 브란트:(우물쭈물. 억지로라도 수저 들고 있던 손이 스르륵 내려가고.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눈빛 짬깐 했다가 지우기.) 그 연구라 함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는 건가요?
백작: 하하, 그건 극비이니 자네에게도 말해줄 순 없어. 다만 그것을 이용해 병기를 만들 계획이긴 하네. 성공하기만 한다면 아주 큰 돈을 벌어들이게 될 걸세. 기대되지 않나?
이안 브란트:저는 조금… 걱정되는걸요. 그의 신체 능력이 인간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격이나 아픔을 느낀다는 점들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끝 흐린다.)
백작: 허어, 자네…. 그간 그것에게 정이 들기라도 한 건가? 그를 인간이라 생각지 말게. 그건 괴물이야!
이안 브란트:(추우우욱.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 그것보다….) 아침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들으셨나요? 늑대 인간 사건과 범행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고 하던데. (전 솔직히 백작님이 돌아가셨을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같은 말은 절대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지.)
백작: 모방범의 소행이 아니겠는가? 브란트 군, 혹시라도 그것의 구속을 풀어주진 않았겠지?
이안 브란트:밥을 먹일 때 입마개를 풀어준 것 이외엔……. (바들바들.)
백작: 흠. (다행?스럽게도? 당신의 말을 믿는 모양이다.) 그 괴물은 아주 교활해. 그러니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조심하게.
▶:이윽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식사가 끝이 납니다. 백작은 용건을 전했으니 먼저 돌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네요.
당신도 슬슬 돌아가기로 합니다. 집에 있을 블루가 신경 쓰이기도 하니까요. 마차로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네에. (병아리 눈물만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로 돌아간다.)
▶:마차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아까 본 어두운 골목이 눈에 띕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1
관찰력65 32 13
극단적 성공
(빤짝.)
▶:반짝. 순간 안쪽으로부터 비릿한 향이 풍겨옵니다.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향이네요. 안쪽을 바라보면, 누군가 쓰러져있는 것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도 곧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아까 보았던 남자의 싸늘한 시체를 발견합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네요. 피가 마르지도 않은 채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4
이성65 32 13
성공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주변을 돌아봅니다.)
▶:경찰을 부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경찰을 불러 왔다. 아까 전 그가 광기에 차 저를 붙든 일이 있었다, 약속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리 된 상태로 발견하였다는 짤막한 설명과 함께.)
▶:경찰은 당신의 설명을 듣곤 시체를 조사합니다.
경찰: 아침에 본 시체처럼 짐승의 이빨자국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뭔가 다른데….
여기저기 뜯겨진 흔적도 없고. 단순히 물려 죽은 것 같습니다. 정말 들개라도 있는 건지, 원.
이안 브란트:(들개… 인 걸까? 묘한 이질감을 떨칠 수 없다.) 저항한 흔적은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그가 나이프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경찰: 나이프? 그런 흉기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런가요. (이상하네요….) 이후에라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알려주세요. (이름과 주소지를 경찰관에게 넘겨준다.)
경찰: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제보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이안 브란트:그럼 고생하십시오. (꾸벅 인사하고 마차로 돌아갑니다. 오늘 유달리 사건 사고가 많은 것 같다.)
▶:마차로 걸음을 옮기면,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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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40 20 8
어려운 성공
▶:순간 무언가 밟은 것 같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나이프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내가 아는 그 나이프일까? 혈흔이 묻어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아는 그 나이프가 맞네요. 은색의 나이프입니다. 혈흔은 묻어 있으나, 많은 양은 아닙니다. 당신의 어깨를 벨 적에 묻은 걸까요?
이안 브란트:(하……. 경찰관은 돌아갔을까?)
▶:이미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 …….)
(나이프를 가지고 마차로 돌아갑니다…….)
▶:저택에 구비해둘 물건을 다 사놓은 시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네요. 마차에 오르면 드디어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짧은 외출인데도 시간이 꽤나 지나있네요. 저택으로 돌아가면 해가 질 것 같습니다.
아, 오늘은 보름달이 뜨려나 봐요.
▶:점점 해가 저물어갑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요, 불쾌한 마차의 승차감을 버텨내면 드디어 저택에 도착합니다.
피곤함을 뒤로 한 채 마차에서 내리면, 평소와 다름없는 저택이 보이는군요. 정원에도 저택 내부에도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용인들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저택 안으로 들어서며 사용인에게 묻는다.) 별일 없었나요? 제가 없는 동안.
사용인: 주인님.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 참…. (곤란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것'에게 식사를 챙겨주지 못했어요. 다들 겁을 먹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이안 브란트:아뇨, 이해해요. (여태 굶었다는 뜻이겠군. 곧장 식사거리를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외출복 차림 그대로이다.)
▶:지하실로 내려가면, 그곳은 텅 비어있습니다. 아침만 해도 얌전히 있었는데 말이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이안 브란트:(우뚝…….)
블루? (우선 당신을 부른다.)
▶:메아리진 음성만이 되돌아옵니다.
이안 브란트:(트레이 떨어뜨린지도 모르고 급하게 방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도 눈동자 분주하게 굴리며.)
▶:방으로 향합니다. 문은 살짝 열려있습니다. 문을 열어두고 나간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안 브란트:(문을 열고 제 방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를 살피는 것보다 우선으로 제가 열고 들어온 문을 쿵, 닫았다.) 블루?
블루:(뻔뻔하게도 당신의 침대를 점거한 모양이다. 이불로 몸 돌돌 말아둔 채 고개만을 빼꼼 내민다.) 이안? 일찍 오셨네요?
이안 브란트:(익숙한 얼굴과 음성 확인하니 긴장이 풀려 문에 기댔다. 쭈르륵 아래로 미끄러지듯 주저앉는다.) 블루…. 곧장 지하실로 갔는데 당신이 없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블루:(눈 동그래져선 이불 더미에서 빠져나온다. 곧장 당신에게로 향했다.) 왜 그래요?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나요? (당신의 곁에 쪼그리고 앉는다.) 멋대로 나온 건 죄송해요. 당신이 보고 싶은데, 볼 방법은 없고…. 여길 오면 당신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으니까 그랬어요.
이안 브란트:아뇨, 별일 없었다면 다행이고요. 그냥… 오랜만에 외출을 했더니 좀 피곤해졌나봐요. (고개 살 내저으며 당신의 상태를 살핀다. 평소와 동일할까?)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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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력65 32 13
어려운 성공
▶:특별히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를 꼬박 굶은 것치곤 지친 기색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요.
블루:(눈썹 늘어트린 채 당신의 안색을 살핀다.) 하지만…. 이안, 당신에게서 피 냄새가 나요. 정말 괜찮은 것 맞나요?
이안 브란트:(상처 보였다간 당신이 걱정할 게 뻔하니 태연한 양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말끔히 씻고 난 다음 대면하는 게 좋을 듯하지.) 돌아오는 길에 사건 현장을 발견해서… 그래서 그런가봐요. 사용인들을 잠시 불러모아 둘 테니 먼저 지하실로 돌아가 있으시겠어요? 아직 식사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금방 저도 내려갈게요.
블루:(눈 깜박인다.) 거짓마알.
이안 브란트:(슬금 당신을 지나쳐 방 안쪽으로 향했다.)
블루:왜 도망가세요? (졸래졸래 뒤쫓았다.)
이안 브란트:저어, 조금 피곤한걸요. 씻고 나서 상대해 드릴게요.
블루: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렇다기보다는…. (잠시 멈춰 선다.) 블루, 오늘 대도시로 온 적 없는 것 맞죠?
블루:왜 그런 걸 물으시지?
이안 브란트:이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일어났어요. 당신을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말을 흐렸다.)
블루:결국은 절 의심하겠다는 거군요. 그렇죠?
이안 브란트:(당신에게 보인 등이 움찔 떨렸다. 짧은 침묵 사이 긴 생각을 했다. 솔직히 당신의 소행일 것 같지는 않다. 긴 거리를 다녀온 모습이라기엔 과히 말끔하지 않나. 그러나 이대로 당신이 저를 떠나는 편이 낫지 않나? 내일이면 백작이 찾아와 당신을 데려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그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요.
블루:당신, 역시 거짓말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잘게 웃는다. 떨리는 어깨며, 긴 침묵, 내뱉는 말에 스민 걱정….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그렇기에 밀려나지 않는다.) 왜, 백작이 나를 넘기라고 말하던가요? 도망치게 하려고 이러는 거고요?
이안 브란트:(결국 눈매 늘어뜨린 채 당신을 돌아보았다.) 웃지 마세요, 저는……. (진지하단 말이에요. 말 끝맺지 못하고 한숨만 내쉰다.) 내일이면 그가 돌아와 당신을 데려가려 할 거니까요. 잠시라도 그의 눈을 피하는 게 나을 거예요.
블루:괜찮아요. (한 걸음 다가선다. 순식간에 거리는 좁아 들었다. 고개를 기울여 이마를 맞댄다.) 보내주세요. 그리고 허락해줄래요? 한 번의 실수 말예요.
이안 브란트:(뒷걸음질 치려 한 발 물렸으나 그대로 멈춰서게 되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블루:어디까지 허용해주실 수 있는데요?
이안 브란트:(힐끔.) 일단 사람을 죽이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하구요.
블루:으음. 하지마안, 살려둔다면 계속 저를 잡으려 들 텐데도요.
이안 브란트:(급격히 눅눅해짐….)
블루:알았어요, 알았어. 죽이진 않을게요. 대시인, 아~주 많이 겁을 주는 것쯤은…. 괜찮죠?
이안 브란트:(죽이는 것보단 차라리 낫나 싶다.) …그런 걸 내 입으로 허락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네에, 거기서 그쳐야 해요.
블루:으응. 연구실은 불태워도 되죠?
이안 브란트:뭐어, 그건… 마음대로.
블루:네에. (눈웃음을 친다.) 씻고 나오실래요? 같이 잠들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네, 그럼……. (옷장에서 옷을 꺼내어 간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실로 상처로 인한 아픔은 거의 가셨다. 어색해 보이는 것은 그가 당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 그 뿐이고― 소지품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책상 구석의 붕대도 끄집어 갔다. 욕실로 향한다.)
블루:(그 뒷모습 가만 바라보고 있는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마냥 말이다. 기어이 붕대 챙겨 들고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 보고서야 흐, 하며 참았던 웃음 뱉는다. 아, 순진한 나의 사랑아. 의심을 했다면 끝까지 거두질 말았어야지. 그랬더라면 나라는 짐승이 상처를 받아 당신을 떠나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 아닌가. 내보이는 것이라곤 희생 감수한 염려며 애정뿐이니 아무래도 나는 영영 당신을 놓지 못할 듯싶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기꺼이 약자를 자처하며 무지를 가장한다.)
(내일, 백작은 죽을 것이다. 연구에 가담한 이들도 모두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테다. 물론 당신의 심기 거슬러서는 안 되므로 모든 안타까운 사고는 긴 텀을 두며 천천히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쉽긴 하나 이전처럼 물어 죽일 수는 없겠다. 당신의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어야 하니 입이며 손이며 피를 묻혀서는 안 될 노릇이다. 오늘만 해도 입을 백 번은 넘게 헹구지 않았던가. 다른 방법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겠다. 발칙한 계획을 세우며 침대에 엎드린다. 다리를 달랑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안 브란트:(가슴 한 켠에 남은 불안은 그저 연속된 사건 사고가 자아낸 헛된 감정이리라. 오늘의 사건 사고는 그저 모방범의 악행, 그리고 들개들의 사냥으로 치부한다. 빠른 시일 내에 경찰이 목격자의 진술을 듣기 위하여 찾아온다면 주운 나이프를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백작은 제 잘못을 깨달아 연구에서 손을 뗄 것이고, 블루는 악행 저지르는 일 없이 얌전히 제 곁에 남게 될 것이다. 아, 당신의 그 순진무구한 낯을 본 이상 의심을 이어낼 방도가 없었다. 당신의 방종이 용의주도하게 이루어지는 이상 무지한 주인은 그저 일이 제 뜻대로 일어날 줄로만 알 테지.)
(물소리 이어지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다. 그도 그럴 것이 씻고 난 뒤 물을 틀어놓은 채로 어깨의 붕대를 엉성하게 감고 있으니 말이다. 욕실 내 부옇게 끼는 수증기는 안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본인이 오리무중에 빠져든지도 모르고, 그저 당신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일부러 소매가 긴 것으로다 챙겨왔으니 손목은 붕대를 감아놓을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젖은 머리 말리는 데 또 긴 시간 소모한 뒤에야 욕실 바깥으로 나온다. 당신은 그대로 침대에 엎드려 있나?)
블루:(여전히 엎드려 있다. 끝까지 당신 의심 지워내기 위해 악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말간 표정으로 눈 감은 채 잠에 빠진 양 숨 새근새근 쉬고 있을 게 뻔하다.)
이안 브란트:(당신의 옆자리에 누워 눈가에 닿는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잘 거예요?
블루:으응. (뒤척이는 시늉. 느릿느릿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오래 걸리셨네요.
이안 브란트:그런가요? 별로 안 걸린 것 같은데.
블루:원래 늦는 사람이 자기가 늦는 걸 모른대요.
이안 브란트:(모른 척.) 배는 안 고파요?
블루:(고플 리가!) 밤에 먹으면 살찌니까 굶을게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먹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좀 쪄도 되잖아요. (옆구리를 쿡.)
블루:으으응. 건강 관리해야 한단 말이에요. 체중도요. (앞으로 당신 위에 올라탈 일이 늘어날 것 같은데, 버거울 정도로 무게 싣는 것은 좀 그렇겠지? 하여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안 브란트:건강 관리가 중요하다지만…. 당신 정도는 저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갸우뚱? 아무것도 모르는 눈.)
블루:제 미의식을 존중해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앗, 네. 네에. (얌전.)
블루:으응. (헤헤.) 이제 같이 잘래요.
이안 브란트:으응. (이불 안으로 들어가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린다.)
블루:(냉큼 옆자리를 꿰찬다. 슬그머니 당신의 허리를 그러안기도 했다.) 내일 백작을 따라가면요오. 며칠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기다려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몸이 찌뿌둥하니 당신을 마주 안지는 못하고 뻣뻣하게.) 네에, 다치치만 마세요.
블루:(그대로 당신을 힘주어 끌어안는다. 물론, 어깨에는 무리가 가지 않게끔.) 으응. 그러니까아…. 잘 다녀오라고 뽀뽀해주세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턱을 가벼이 쥐고 당긴다. 고개를 틀어 입을 짧게 맞추었다 떨어트렸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블루:(수줍게도 웃었다. 그대로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고 눈을 감는다.)
이안 브란트:(그래, 당신이 범인일 리가 없지, 이렇게 웃는 사람이……. 당신의 뺨을 몇 번 쓸어주다 저 또한 눈을 감았다. 금방 잠에 빠져든다.)
▶:기다려주실 거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평화로운 인사를 끝으로 우리의 하루는 저물어갑니다.
그렇게 블루는 예정대로 연구소로 넘겨집니다. 당신은 모처럼의 휴가를 받으며 평온하게 지냅니다. 늘 당신의 곁을 맴돌던 검은 머리 짐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것 없는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이안, 어떤가요? 그의 짧은 부재에 아쉬움을 느끼나요?
이안 브란트:(무사히 돌아오겠다 하였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 아야 했겠지만 솔직히 크게 염려했다! 그러니 부재 느낄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머무르던 지하실을 정리하고, 제 방 바로 옆의 빈 방을 꾸미고―아마 소용 없어질 것 같지만―, 제가 잘 입지 않는 옷들을 몇 개 처분하여 당신의 몸에 딱 맞을 만한 새 옷을 준비하고―당신이 보았다면 싫어했을 법하지만―, 요리를 배우고……. 당신의 공백을 메꾸는 방법이었다.)
▶:빈자리를 채워 줄 이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며칠 뒤 저택으로 신문이 날아옵니다. 대도시의 어느 연구실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불타 사라졌다는 내용이 실려있군요. 건물의 자재에 깔려 사망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사상자며 중상자가 없다고 하네요. 사고의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어 모두가 한숨을 돌린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그 괴한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범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도요.
당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지막 밤은 유독 달이 밝았던 날이었지요.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름입니다. 유독 잠이 오지 않아 창밖을 바라보면, 문득 발견합니다. 달처럼 선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를요.
그는 날쌘 몸짓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와 발코니에 발을 딛습니다. 아주 능숙하게 창문을 열어 방으로 들어오네요. 이어질 행위는 명백합니다.
블루:(폴짝 뛰어 당신의 품에 안겨들었다.) 저 왔어요, 이안.
▶:주인의 품으로 돌아온 늑대의 표정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것은 그림자와 같이, 달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겁니다. 달, 나의 달. 이안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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