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영난상지

 


 :그 누구의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대 스스로인 편이 좋지 않을까요? 련의 희생 위에 여태껏 지탱해오고 있었는걸요.
그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대 옆에 선 이에게 그 막중한 짐을 대신 짊어지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사람뿐이겠죠, 위 련의 몫을 련으로 대신할 수 없다면 달리 방도가 있겠어요. 하나와 하나를 제하고 나면 남은 것은 그대 단 하나뿐입니다.
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눈 앞의 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어요.
…전하, 그대를 불러오는 아연한 목소리에 웃었던가요. 그토록 두렵던 무언가가 막상 눈 앞으로 다가서니 괜찮은 것도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며 그대 복숭아 나무 아래에 섰습니다. 수없이 많은 도화 몽우리들이 그대를 향하는가 싶더니,
다물렸던 꽃봉오리들이 천천히 벌어집니다. 아, 드디어 복사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발 아래가 그 꽃잎들에 휩싸이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마땅히 존중하는 수밖에.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붉은 바람이 그대를 휘어감아요. 발 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꽃잎들은 이내 무릎을 먹어치우고 가슴께까지 올라옵니다.
그제서야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두 사람이 숨이 막힐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런 결말은 두 사람 다 생각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가혹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어요. 그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대가 기어이 간과하고야 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지극한 충정을 말이에요.
이미 여섯 번 세상을 되돌린 사람에게 일곱 번이라고 어려울까요? 그 일은 말릴 틈도 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대를 바라보던 그가 붉은 빛의 은장도를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그것을 그대로 제 왼 가슴 위로 찔러 넣습니다. 그러자,
새어나온 피가 은장도를 물들입니다. 붉었던 그것이 피를 머금는가 싶더니…, 이내 새까맣게 물듭니다. 왼통 검은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게 불길함만이 가득합니다. 다음 순간,
툭…, 투둑. 하늘에서부터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빗방울인가요? 아니요, 그것은…
붉고 검은 그것은 피와 닮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릅니다. 깨닫고 보면 어느 샌가 그대의 모든 것을 휘어감던 붉은 바람도 사라져 있어요. 올려다보면 아, 하늘이…
한 구석이 핏빛으로 물듭니다. 하늘이 갈라지고, 무언가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 저것이 무엇인가요?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커다란 빛의 구체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은 터져 흘러 내리고, 온갖 빛깔들과 그것들을 삼킨 새까만 것들이 흘러 모여 어느 표현할 수 없는 형태를 이루어냅니다. 상상에서조차 본 적 없던 어느 것을 마주한 그대, (SanC 1D10/1D100)
 :그리고, 그래요. 어느 새 눈 앞이 어두워지고, 찢어질 것같은 감각이 전신을 관통하고….
콰득, 우드득, 콰득.
아, 어쩌면 이것은 어떤 마땅한 대가일지도 몰라요.
신하의 마음 하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어느 가여운 군주의….
...
Ending 3. 桃花零訌
복사꽃 모조리 떨어지던 날에
도화 185년, 나라가 저주받아 기어이 복사꽃과 함께 멸망하더라.
KPC, PC 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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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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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英難上枝
낙영난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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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눈을 떴을 때는 온통 어둠뿐인 곳이었습니다.
깜박, 깜박. 눈을 감았다 떠도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그대 뿐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돌이켜보면 마지막 순간이 흐릿합니다. 몸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고통을 밧줄 삼아 겨우 어렴풋한 흔적을 쥐어 잡으면, 아.
그제서야 돌연 눈앞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실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붉게 빛나던 도화(桃華)의 하늘, 수없이 떨어져 내리던 불덩이들, 그것들을 겨우 어떻게든 떼어놓았더니 그 다음에 따라온 것은 잔혹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놓아야 했던 손 가운데 어느 것도 놓을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버리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요. 그랬기 때문에 그대는 분명 손에 쥐었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대가 귀중히 여겨 놓고자 하지 않았던 것들 전부를요. 여즉 그 목소리가 귓가에 선연합니다.
그것은, 글쎄요. 그대가 후회하지 않더라도 분명 그가 원했던 선택은 아니었겠지요. 쓰고 아픈 기억에 욱신거리는 몸을 겨우 추스릅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리던 순간,
 :마주합니다.
눈앞에 존재하는 것은 난생 처음 보는 새까만 눈동자입니다. 온통 칠흑으로 물든 눈동자는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고이 모아 빚은 것만 같습니다. 히죽,그 눈동자가 휘어졌다 여겼을 때 그대의 뇌리로 전해져 오는 단 한 마디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대 손 안에. 목소리가 칭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분명합니다.
위련, 그를 떠올리는 순간 숨통을 틀어쥐고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감각이 심장을 두드립니다.
무어라 말하려, 혹은 이 막혀오는 숨이라도 내뱉어야 할 것 같은 감각에 입술을 벌리면 다시금 목소리가 그대에게로 떨어져 내립니다. 얄팍한 기다림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요.
 :무엇을, 어디까지요? 그 의미가 무엇이건 단박 답할 수 없는 물음인 것만은확연합니다. 마주하는 시선은 여전히 그대를 꿰뚫어볼 것처럼 짙고
형형합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마냥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저것이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말이어요.
상념을 밀어낼 틈도 없이 그런 그대를 보던 눈앞의 것이 다시 히죽, 입 꼬리를 끌어당겨 웃습니다. 그러자 어둠 뿐이던 곳에 미약하나마 일렁이는 불꽃이 번져듭니다.
몇 번인가 반복되고 나면 그제서야 주변이 조금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변이라고 해봤자 눈앞의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정도가 전부지만요.
들여다보이는 그것은… 사람입니다. 물론 보통의 사람은 아닐 테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처럼 생긴 것이겠지요. 온통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흰 것이라곤 오로지 히죽 웃을 때마다 얇은 입술 사이로 드러나는 이 뿐입니다.
첸 티엔:(같은 흑黑일진대 어찌 이리 다를 수 있단 말인가? 터져 나오는 숨을 삼키고, 마른 입술을 달싹인다.) 그를 위해서라면 영원도 내어줄 수 있으나, 그를 제 손안에 두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길을 여는 자:그래, 무얼 내걸어서든….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주어진다면, 받아들이겠는가?
첸 티엔:(그 모든 날을 건너 다시 한번 그대를 볼 수 있다면, 그리하여 당신이 하늘 바라보길 주저할 수만 있게 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길을 여는 자:원하지 않는다면 포기해도 관계 없으나….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나와 계약하지. 그렇다면 이전에 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네게도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주겠다. 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이며, 모든 결과는 네 손에 달려 있단다. 너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
첸 티엔:(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공간도, 눈앞에 있는 것도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문득 이전 련에게서 들었던 것을 떠올려 봅니다. 그가 몇 번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반복해 그대에게로 돌아왔던 그 모든 이야기들을요.
한 번 그 말도 안 되는일들을 이뤄냈다면, 분명 두 번도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이뤄낼 수 있다 이야기하는 존재에 비해 그대는 얼마나 무력한가요. 결국 생각의 끝은 하나로 향합니다. 과연 이 계약을 거절한다고 그가 그대를 놓아줄까요?
그대가 계약에 수긍하면 눈앞에 선 이는 아주 즐겁게 웃습니다 꼭 원하던 것을 얻은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 모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밉니다. 이건,
익숙한 물건이지? 그리 말하며 그는 웃습니다.
그럼요. 그대 역시 본 적 있는 물건입니다. 이곳에서 눈을 뜨기 직전의 순간 련이 스스로의 몸을 찔렀던 바로 그 작은 은장도가 앞에 선 이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련의 손에 들려 있던 때와는 분명 다릅니다. 길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검습니다. 검어요. 분명 련이 제 몸을 찌를 때까지만 해도 붉기는 했을지언정 이토록 새까맣지 않았던 물건입니다. 분명 그러했을진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것을 앞에 선 이가 그대 손 위로 올려놓습니다. 조금 더 가까워지면, 자세히 살피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본디는 희었을 것이건만 보았을 때는 붉었으며 이제는 완연히 검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겹겹이 묻어있는 것은 오래된 혈흔입니다. 그 은장도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린다면, 그리고 그가 어떻게 시간을 되돌렸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 검은 은장도가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길을 여는 자:그것으로 네 심장을 찌르면, 그것이 계약의 증표가 될 것이다.
첸 티엔:(눌어붙은 자욱을 엄지로 쓸어 보면, 버석한 것이 묻어 나온다. 한 번이 아니구나. 두 번도, 세 번조차 아니었어. 당신은 대체 몇 번을 생을 거쳐 나에게로 돌아온 것인지, 어째서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는지, 대체 왜 나를 두고 살아가지 않았는지…. 수많은 의문을 머금으면, 그저 탄식만이 흘러나온다. 은장도를 심장 위에 가져다 대고 짧게 심호흡한다. 가시에 손을 긁힌 것만으로도 엄살을 떨며 네게 어리광을 부렸거늘,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겠구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미미하게 웃는다. 망설임이 없으니 증표를 새기는 데에도 꺼림이 없다.)
 :힘을 주어 팔을 그대 쪽으로 당기면 그것이 그대로 살갗을 가르고 핏물을 머금습니다. 아주 천천히, 혹은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고통이던가요? 아주 서늘하고 동시에 펄펄 끓는 이 감각은 얼음과 불꽃을 닮아 있어요. 온 몸의 혈맥을 타고 흐르는 이 감각이 뜨거운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혹은 그 중 어느 것도 아닌 감각의 잔여물인지도 이제는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견뎌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요. 숨길을 헤집고 목을 틀어쥐는 것만 같은 칼날을, 그 모든 감각을 그대는 마땅히 감내합니다. 악문 입술 사이 그저 소리 없이 고요합니다.
그리고 한 순간, 날뛰던 모든 것이 고요해집니다. 본디라면 심장이 박동해야할 자리 위로 무엇인가 덧그려집니다. 꼭 그대 심장을 보호하는 갑옷처럼 단단하게 감싸고 도는 것이 어딘가 묘하게 든든하고 따스하기까지 한 걸요.
고개를 들어 올리면 그제서야 그대를 흡족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칩니다.
길을 여는 자:이로써 맹약이 이루어졌으니, 마땅한 곳으로 길을 열어 주마.
 :다시 한 번 그 입술이 호선을 그리던 때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점멸합니다.
제대로 정신을 붙들려 하지만, 이내 눈앞조차 어두워지고 의식마저 곧 가라앉고 말아요.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으며 생각합니다. 이 기나긴 여로가 끝날 때에는 다시 그대 곁에 그가 서 있을까….
어디선가, 그윽한 도화(桃花) 향이 났던 것도 같았습니다.
??의 여름
 :눈을 떴을 때는 청명한 여름의 햇살이 그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가장 먼저 시야에 담기고, 무언가 얹힌 것처럼 무지근한 몸을 일으키면 그제서야 제대로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와요.
저 멀리 장엄하게 솟은 건물이 수없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소리가 왁자지껄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중 익숙한 것 하나 없네요.
분명 길을 여는 이는 그대 스스로에게 마땅한 곳으로 보내 주리라 하였는데…, 적어도 이곳이 그대가 사랑하던 도화의 일상과 다른 곳, 다른 시간이라는 것만은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곁을 둘러보면 아마도 이곳은 공원이거나… 그런 곳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 아닐까 싶네요.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한 쪽으로는 민가로 보이는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고, 다른 쪽을 바라보면 손님으로 북적이는 객잔이 보입니다. 손님이 굉장히 많은 듯 객잔의 규모가 무척 크네요. 건물 몇 채가 바삐 오가는 종업원들과 손님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정도 규모로 객잔에 손님이 붐비려면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 들고 나는 이들이 많은 것이겠지요. 대부분 그러한 이들은 무언가가 유명하여 보러 오는 이들이거나 혹은 볼일들이 많은 이들일 것입니다.
만일 전자라면 아마도 풍경이 수려하다 알려진 어느 곳이겠고, 후자라면 아마도… 한 나라의 도읍일 것입니다.
어쨌거나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저 객잔으로 우선 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곳이니 분명 이 곳의 지도도 갖고 있을 것이어요.…, 잠깐. 그전에 그대 지갑 사정은 여유롭던가요?
그제서야 자각한 아찔한 사실에 급히 그대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차려입고 있는 옷은 주변 돌아다니는 이들이 흔히 입고 있는 평민들의 일상복입니다. 음, 아무래도 높으신 분을 마주하거나 누군가를 부리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는 차림새가 분명해요.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나라는 법은 있는지, 주머니를 뒤져보면 찰그랑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패물 몇 개인가가 손에 잡힙니다. 일단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어요. 조금 아껴 쓰기는 해야겠지만….
첸 티엔:(어떻게든 되었나…. 패물의 수를 가늠하다 객잔으로 향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객잔의 문을 들어서면 안쪽은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로 떠들썩합니다. 놓여 있는 탁자들 가운데 구석진 것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이쪽으로 온 종업원이 그대를 보며 인사합니다. 어서옵쇼-!
첸 티엔:(슬그머니 다가온 종업원에게 말을 건다.) 실례합니다. 제가 이곳에 걸음 한 지가 워낙 오래되어 그러는데…, (거리를 훑는 체.) 이전보다 더욱 붐비는 것 같길래요. 그 사이 무슨 볼거리라도 생겼나요?
종업원: 무어… 얼마나 오래 되었길래 그려요? 공명(空明)이야 매일 분비지요, 영월의 수도인데.
첸 티엔:(영월? 입가를 문지르다, 다시금 묻는다.) 혹, 도화국의 소식을 들으신 적은 없나요? 듣자 하니 요즈음 괴상한 소문이 돈다던걸요.
종업원: 도화국? (눈을 가늘게 뜨고) 어디 절간에 있다 왔는감. 그 나라가 망한 지 언제인데 여기서 도화를 찾소?
이성판정 (1/1d2)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99
판정결과:실패
1
……네?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도화국이 망했다니요.
 :에궁… 그걸 모르다니, 세상에 관심을 좀 가지고 사쇼. (쯧쯔, 혀를 차지만 별달리 수상하게 여기진 않고 술술 대답한다.) 그런 지도 꽤 오래 되었을 거요, 황제께서 승전 연회를 연 지 한 계절은 되었으니.
종업원: 에궁… 그걸 모르다니, 세상에 관심을 좀 가지고 사쇼. (쯧쯔, 혀를 차지만 별달리 수상하게 여기진 않고 술술 대답한다.) 그런 지도 꽤 오래 되었을 거요, 황제께서 승전 연회를 연 지 한 계절은 되었으니.
완전히 무너져 내렸지, 무너졌어. 무너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상징과도 같았던 복숭아 나무들을 재건하려면 한참은 걸릴 것이여. 도화국의 왕은 멸망하던 그 날 목이 잘려 죽었더래지?
관리들은 모두 처결되었고, 도화에서 데려온 백성들은 노비로 삼아 공명의 관리구역에서 관할하고 있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전리품은 황제의 손으로 직접 황궁으로 데려갔다고 하던디.
첸 티엔:…무능한 왕 탓에 괜한 백성들만 고통받는 셈이군요. (짧은 침묵. 애써 입을 연다. 짐작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틀렸기를 바랐다.) 그 전리품이란 건 역시 재보일까요~?
종업원: 전리품? 잘은 몰라도, 단순히 금은보화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 하나라고 들었소. 도화국의 왕을 유독 따르는 이였다던가…. 뭐어, 하여간, 나라가 폭삭 망하는 것도 한순간이여….
첸 티엔:사람 하나를…. 그것참, 괴상한 일이네요.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종업원: 뭐, 다들 아는 얘기를 해주었을 뿐인디…. 공명에는 처음 오셨는지요?
전에 와봤다던 사람이라기엔 수상하니…. 처음 와 본 것이면 지도라도 드릴까 싶어서 물어보오. 물론 답례를 쪼~매라도 주시면 좋구.
첸 티엔:(히죽, 웃더니 주머니에서 장신구 하나를 꺼내 내민다.) 답례랄 것까진 아니고, 그저 감사해서 드리는 거예요. 이것저것 알려 주신 데다 지도까지 주신다고 하니 얌전히 받고만 있을 수가 없네요.
종업원: 에이~ 이런 것까진 필요 없는데두. (슉 챙겨간다.)
 :종업원은 지도를 건네준 뒤 몇 마디를 더 나누더니 자리를 뜹니다. (핸드아웃-공명)
종업원이 건네주고 간 지도를 들여다보면 이 도시의 대략적인 전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구획이 나뉘어 있어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네요. 공명은 대로를 기준으로 하여 크게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 모양입니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황궁의 앞으로는 거대한 수로가 흐르고 있습니다. 황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히 수도 경비대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을 영월교를 지나야만 합니다.
대로의 서쪽으로 그림자 언덕과 관청들이 모여 있을 행정 지구, 그리고 무기나 도구를 제조하는 공업 지구가 자리하고 있으며 대로의 동쪽으로는 상업·유흥지구와 관리구역, 황궁의 관리들이나 평민들이 거주하는 거주지구와 지금 그대가 있는 이 곳, 객잔이 보입니다.
탐사할 수 있는 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자 언덕│황궁│수로│영월교│수도 경비대│행정지구
 :상업·유흥지구│관리구역│공업지구│객잔│거주 지구
첸 티엔:(객잔을 나서기 전 스치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붐비고 있는 객잔입니다. 여의치 않는다면 이곳에서 잠을 청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녁에 다시 와 잠들 방값이라도 미리 지불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대가 마주한 이 순간이 당장 오늘 안으로 끝나지는 않겠지요.
첸 티엔:(거주 지구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구역입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민가들과 반촌에 있을 법한 기와집들이 섞여 있습니다. 도화의 민가와 반촌, 그리고 빈민가를 합치더라도 이 구역보다 작을 것 같네요. 확연히 제국은 지나칠 정도로 커다랗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도화를 집어 삼켰습니다.
어째서, 왜? 인간의 욕망이 그런 것과는 연관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가면 갈수록 커지고 일그러져 결국 자기 자신을 잡아 먹고야 마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동원되어 살아가는 수많은 도화국의 백성들을, 여전히 황궁에 붙잡혀 있는 이를 생각하면 더욱이요.
첸 티엔:(어째서, 왜….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을 자격조차 없으니 그저 발을 놀릴 뿐이다. 상업 유흥 지구로 향했다.)
 :단순히 필요한 것들을 파는 시장에서부터 걸칠 것들을 판매하는 포목점, 기호물품들을 파는 약재상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기루, 도박장… 규모가 큰 만큼 그대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은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굴을 가릴만한 것을 사는 것도 좋겠네요.
첸 티엔:(얼굴을 가릴 만한 것을 살까, 고민했으나 이윽고 고개를 내젓는다. 어차피 이곳의 자신은 죽은 사람이니 신분을 들킬까 우려할 필요도 없겠지. 좌판을 지나쳐 관리구역으로 향했다.)
 :수도 경비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특별관리구역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거주민들이 노동을 위해 동원된 탓인지 그 안은 한산합니다.
첸 티엔:(입 안이 쓰다. 대로를 건너 공업 지구로 걸음을 옮겼다.)
 :무기나 도구를 제조하는 공방들이 소규모에서부터 대규모까지 몰려 있는 공업 지구입니다. 쇳덩이를 두들겨 내리치고 나무를 깎아내는 소리들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여 왁자지껄합니다.
첸 티엔:(엿들을 만한 화젯거리가 있는지 귀를 기울여 본다.)
 :특별한 화젯거리는 없으나, 공공 노비로 일하고 있는 도화국민을 업신여기는 영월제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첸 티엔:(피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서 그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내게 쏟아져 마땅한 비난이거늘, 어찌하여 너희가 이리도 천대받는단 말이냐. 애써 행정 지구로 방향을 틀었다.)
 :영월의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관청들이 대거 자리 잡은 행정지구입니다. 죄인들을 가두고 심문이 이루어지는 감옥도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 크게 눈여겨볼만한 것은 없겠습니다만 그저 그대 낯을 알아보고 의아하게 여길 이들이 조금 더 많을 지도요. 이런 곳에선 얼굴을 가리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네요.
첸 티엔:(어느 누가 도화국의 왕이 되살아났다는 가정을 한단 말인가? 별다른 걱정 없이 얼굴을 드러낸 채로 배회했다. 그대로 그림자 언덕으로 향했다.)
 :공명의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고, 트여 있는 언덕입니다. 그러나 오르기 전부터 눈에 띄는 것은 언덕의 한 가운데 서 있는 45척 가량의 높은 석탑입니다.
얼추 보아도 경비가 삼엄하고 정성이 가득해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이곳은 하늘에 제(祭)를 지내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석탑 앞에 서 있는 넓은 제단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깨닫습니다. 아마도 길을 여는 자가 그대에게 바란 것이 이것이겠지요. 이곳에서, 한 사람의 피와 살이라는 마땅한 제물을 바치고 주문을 외어 길을 여는 것.
그러나 지금은 여의치 않습니다. 제물로 삼을 사람도 마땅치 않을 뿐더러 경비가 삼엄하니, 우선 그들의 눈을 돌리는 것이 먼저일 터입니다. 그러나… 어떻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첸 티엔:(탑의 위치만을 가늠해 둔다. 언덕을 내려와 수도경비대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영월의 수도인 공명을 경비하는 경비대의 건물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로를 기준으로 동쪽은 경비대의 훈련장으로, 서쪽은 경비대의 본 건물과 숙소로 용도가 나뉘어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보통 낮에는 대로의 동쪽이 북적이며, 밤에는 서쪽에 조금 더 사람이 많으리라는 뜻이겠지요.
첸 티엔:(이어 영월교를 본다.)
 :커다란 성문을 향해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그렇지만 그 위로는 빽빽하게 영월의 수도 경비대원들이 도열해 있어 섣불리 들어가려 들었다간 황궁에는 발 한 짝도 들여놓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말 것입니다.
사실, 쫓겨나기만 한다면 다행이겠지만요. 망국의 군주와 꼭 같이 생긴 얼굴 – 비록 목이 베였다고는 하나-을 하고 있는데, 똑같이 목을 베어 성문 위로 내걸겠다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첸 티엔:(당장은 방도가 없으려나…. 다리를 건너지 않고 저만치 위치한 황궁을 바라보기만 했다.)
 :영월의 황제가, 그리고 이제는 련이 있는 곳입니다. 저 곳까지 가기가 쉽지만은 않겠지요. 일단 무작정 돌진하는 것보다는 달리 황궁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겠지요.
첸 티엔:(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둔다. 수로를 살폈다.)
 :성문까지 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벽돌로 단단하게 마감 공사가 되어 있는 주변으로 다가가 보면 그 바닥이 깊고 간격도 넓어, 까딱 잘못 빠졌다가는 기껏 돌려놓은 목숨이 다시금 황천길을 걷고 말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스칩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4
판정결과:실패
 :이런 순간에도 흐르는 물은 참 맑다는 생각이나 들어 헛웃음이 납니다….
모든 것을 보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수많은 것들이 가슴 속에 맺힌 듯 얹힙니다.
고작 전리품 취급을 받던 련과, 도화국의 백성들과 그들을 업신여기던 영월 제국의 사람들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대의 사람들이었고, 그대가 지키지 못했으며… 결국은 그대가 잃어버린 것들입니다. 이렇게라도 구할 수 있어 다행인가 싶다가도 결국 도화국이 건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수많은 상념들이 가슴 속을 부유합니다.
얼마 즈음이나 걸었을까요? 누군가 그대의 어깨를 붙듭니다.
첸 티엔:(어깨를 움츠렸다가도, 이윽고 뒤를 돈다.)
 :고개를 돌리면…, 마주하는 것은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입니다.
조우
 :고급스러운 옷을 차려 입고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아요.
시선을 마주하노라면, 곧 그가 느릿하게 입술을 벌리고 그대를 향해 묻습니다.
이름 없는 자:너는…, 이곳에 있어야 할 이가 아닌 것 같은데.
첸 티엔:…어느 존재의 힘을 빌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요.
이름 없는 자:그래,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 해야만 하는 일이라 함은?
 :기이하게도 분명 그대는 그를 알건만, 그는 그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다지 잊힐 만한 기억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요.
그대에게만 그런 기억이었던 것일까요?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0
판정결과:실패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된 건지 영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가 련과의 약조를 이루고 그를 제게로 돌려보냈으니, 그는 적어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대를 도와줄 지도 모르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가 '재미있구나.'라고 말했던 것을 그대는 여즉 기억하고 있을 테지요. 그가 만일 그 '흥미'라거나 '재미'를 그대에게 느낀다면, 어쩌면…….
첸 티엔:소중한 이가 구중궁궐 어딘가에 갇혀 있습니다. 그를 구해 제게서 떠나보내야만 해요. 한데, 경비가 삼엄하여 발이 묶인 상황인지라. (난처한 양 볼을 긁적였다.)
이름 없는 자:소중한 이를 위해 나도 모르는 새 다른 존재의 힘을 빌렸단 말인가.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너희들은 매번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는구나. 하나,누구길래 궐에서 제 발로 나오지도 못하는 자를 만나려 드는 것인지. 뇌옥에라도 갇혀 있는 이인가?
첸 티엔: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기에 인간인 것이지요. (네게만은 휘둘려도 좋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쓴 웃음을 머금고, 입가를 문지른다.) 듣기로는 그렇다더군요. 혹…, 도움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대가를 원하신다면…. (무엇이든. 띄엄띄엄 묻는다.)
이름 없는 자:그럼 뇌옥으로 가지. 대가라…. 그곳엔 이미 나의 구미를 자극하는 이가 있거든, 가는 길이 겹치니 동행하는 것이라고 해두지. 재미있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되었어. 가면서 자세한 이야기라도 듣고 싶구나. (하며 영월교 쪽으로 찬찬히 걸음을 옮긴다.)
첸 티엔:사랑 놀음을 끝맺으러 가는 길인데, 이야기랄 것이 있겠습니까. 무어라 늘어놓기에도 멋쩍은 일이니 한 번만 넘어가 주십시오. (너스레를 떨며 걸음을 나란히 한다. 긴말 않을 셈이다.)
이름 없는 자:제대로 된 사랑 놀음을 시작하러 가는 것이 아니고? 하하…. 그저 나의 시종인 척 따라붙기만 하면 된단다.
첸 티엔:설마요. (자신이 괜한 애정을 품었던 탓에 당신이 나를 놓지 못했던 게 아닌가…. 불쑥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후회하고 마는 것이다. 주어진 마지막 기회, 만회하진 못하더라도 덜어낼 순 있지 않겠나.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붙는다.)
이름 없는 자:(짧은 대답에 당신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그러고 보니, 오던 길에 수로를 보았나?
첸 티엔:네,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만….
이름 없는 자:그래, 겉보기엔 별 것 없지만 수로 아래에는 물길을 위해 공사한 지하수로가 있어. 그 중 한 곳이 뇌옥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차하면 뇌옥에 있는 죄인들을 전부 익사 시키려는 잔혹함이 배어 있는 게지. (그리 말하며 곁눈질로 당신의 안색을 슬쩍 살피곤 황궁으로 앞장선다.)
 :뇌옥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는지, 영월교 위에 빼곡하게 서 있던 병사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수그립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그대가 누구인지 이리저리 살피는 것도 같지만, 입이 무거워 새로 들인 시종이라 말하자 대번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길이 이렇게나 쉬웠나 싶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어요.
황궁 안쪽으로 들어서면 앞장선 이의 발걸음은 동쪽으로 향합니다. 넓디넓은 황궁을 얼마나 걸었을까요?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 전각의 앞, 걸어 나오다 허리를 숙이는 이가 있습니다. 눈에 익은 이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방향은 아닙니다만….
이재하:어찌 재상께서 이 뇌옥까지 친히 걸음을 옮기셨습니까.
 :잊을 수 없는 얼굴, 이재하가 그 곳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름 없는 자:그러는 그 쪽은 오늘도 뇌옥에 출근 도장을 찍으셨습니까.
이재하:하하…, 이것이 제 일이지 않겠습니까?
이름 없는 자:그렇습니까, 나로서는 그대에게 맡겨진 임무는 그것이 아니었다 기억하고 있는데.
이재하:……황제 폐하를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이름 없는 자:최선이라, 최선이라면 무엇이 말입니까. 그즈음 되었다면 처결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이재하:저는 그저 황제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행할 뿐입니다. 폐하께서 그를 얻고 싶어 하셨으니, 마땅한 결과를 얻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름 없는 자:글쎄요, 포기를 아는 것도 사내의 미덕이라 하지요. 그만 그를 놓아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뜻입니다.
폐하께서도 슬 그를 잊어 가시고 황궁 안에서도 비명과 살타는 냄새가 자욱하다 이야기하건만….
 :한 마디가 들려오면 바로 다음 마디가 이어집니다. 팽팽한 설전이 오고 가면 어째서인지 이야기들이 이어질수록 이 재하의 혈색이 울긋불긋해집니다. 분명 그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들인 탓이겠지요.
그리고 그대 역시도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들을 모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분명, 저 뇌옥에 갇혀 있다는 련의 처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하다는 것은 분명, 저 자는 뇌옥에 출근 도장을 찍을 정도로 KPC를 괴롭혀댔다는 뜻이 되지 않던가요. 이성 판정(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4/37/1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이름 없는 자는 여전히 태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갑니다.
이름 없는 자:그만 관심을 돌리라는 뜻이지요. 그를 그리 만듦으로써 그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는 말입니다. 내 그대 이런 자리에 있는 것이 퍽 아쉬워서그렇습니다만…,
 :
rolling 1d100
(
6
)
=
6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재하는, 이어지는 이름 없는 자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관심이 없어진 것에 가깝게 보입니다. 외려 그 시선은 흥미롭다는 듯 그대를 향합니다.
눈길은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그대의 전체를 훑었다가 오래도록 숙인 그대 낯에 머무릅니다.
문득 아연해집니다. 혹여 그대가 도화국의 왕이었던 자이며 망국의 군주였음을 알아보기라도 한 것이던가요.
이재하가 느릿하게 입술을 벌립니다.
이재하:새 종자라도 들이셨습니까? 낯선 이로군요.
이름 없는 자:종자란 언제고 바꿀 수 있는 것이지. 입이 더 무거운 이가 필요해서.
이재하:그렇다고는 하나…,
이름 없는 자:흠, 그렇다고는 하나?
이재하:……닮았군요. 쌍둥이처럼 꼭 닮았습니다.
이름 없는 자:닮았다, 라….내 종자가 누구와, 무엇이 그리 닮았습니까?
이재하:…죽은 사람과 닮았습니다. 그 치가 목이 잘려 나가고, 눈조차 감지 못하는 것을 직접 이 눈 안에 담지 못하였다면 분명 저조차도 착각하였을 만큼.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명확합니다. 대화가 이어진 이후로도 이 재하는 그대를 한참 훑어봅니다. 그러나 그 의심이 합리적이며 진실에 가까우리라는 것까지는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도화를 불에 사르고 직접 끌어내 목을 쳤는데, 죽은 이가 어찌 살아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뇌까리는 말들은 그 스스로에게 건네는 것에 가깝습니다.
천년 같은 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이재하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옆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또 뵙겠습니다.
목소리는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계속 그대 귓가에 맴돌아요. 그런 그대를 이름 없는 자가 흘금 바라보고는 앞장서 걸음을 옮깁니다. 마치 지금은 분노할 때도, 멈춰 서 있을 때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어요.
뇌옥
 :그러므로 곧, 뇌옥으로 두 개의 인영이 들어섭니다.
뇌옥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어둠이 눈앞을 가리고 축축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쌉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습기가 천장에 고이고 물이 되어 떨어져 내립니다.
황궁의 뇌옥은 그 죄질이 엄중하여 도저히 세상 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이들만 가둬 두는 곳이라 들어가면 나올 수 있는 이가 손에 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대부분이 안에서 죽어 나오지 못하기에 경비조차 두지 않는다는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뇌옥 안은 바깥과 엇비슷하게 텅 비어 있습니다. 서늘한 한기가 어깨 위로 얹혀듭니다.
이름 없는 자는 그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계속해서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즈음이나 걸었을까요. 한 곳의 철창 앞에 멈춰 섭니다. 이 뇌옥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 공간 앞에요.
그러나 낡은 거적 위로 길게 늘어져 있는 인영은
 :사람이라기보다 그저 호흡하고 있는 덩어리에 가깝습니다. 이재하의 말로 미루어 분명 좋은 취급은 아닐 것이라 예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성 판정(1/1d2)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3/36/14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인기척을 알아차렸는지 늘어졌던 인영이 겨우 시선을 들어 이쪽을 향합니다.
화상 자욱으로 잔뜩 엉망이 된 얼굴이 보이고…, 어둠 안에서 마주치는 시선은 하나 뿐입니다. 그 시선이 한참 말도 안 된다는 듯 몇 번이고 깜박입니다.
그러다가 꿈이거나 환상이라 여기기로 한 듯, 헛웃음이 샙니다. 수없이 바랐으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도 되지 않는 기대였음을 스스로도 잘 아는…
그래요,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조와 체념에 가까운 얼굴입니다. 말라 꺼슬해진 입술이 열립니다. 목소리는 낮고 온통 갈라져 있어요.
위 련:…주군을 뵈었으니, 분명 이곳은 꿈 안이군요.
첸 티엔:(한쪽 무릎을 굽혀 철창 앞에 쪼그려 앉는다. 이제는 자세를 낮출 수 있으며, 속내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 모든 게 제 죽음 덕이란 것이 아연한 일이기는 하나.) 꿈이라 생각해도 좋아. 련아, 널 만나러 왔단다.
위 련:(힘겹게 몸을 일으켜 당신의 얼굴을 마주하나, 이어 흔들리는 시선을 돌려 외면한다. 중얼거리듯 이어지는 말들.) 처음으로, 꿈에라도 나와 주시는군요. 꿈에서조차 단 한 번 만나지를 못해, 나는 그것을… 제 군주를 지키지 못한 벌이라 생각하였는데. 그 정도로 내게 세상이 각박하진 않은 건지….
첸 티엔:(맞닿은 시선이 떨어지면, 짓궂은 농을 건네며 종용하곤 했다. 어서 이리 오라고, 나와 시선을 맞추어 달라고, 그 손을 뻗어 내게 온기를 나누어 달라고, 그리하여 우리 함께 걷자고…. 하지만,) 죽은 이를 보아 무엇하나. 산 자는 살아야지 않겠어. (이전처럼 대할 수는 없다. 말하지 않았는가, 사랑 놀음을 끝내러 이곳에 왔노라고.) 이 모든 일은 내가 무능한 탓일진대 어찌 네가 자책을 한단 말이니.
위 련:어찌 산 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죽지 못하여 붙여 놓은 목숨을…. (자못 진지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다시금 시선을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가슴에서 무언가 쿵, 내려앉는 듯한 감각이 든다. 선연한 그 얼굴이… 웃고 있지를 않아서. 한 계절 이 곳에서 당신을 떠올릴 때면 억지로라도 여름볕처럼 웃는 얼굴만을 기억해냈다. 그것이 아니고는 온통 당신의 마지막만이 생각나서, 나는, 그 기억을 억지로 덮지 않고선 당신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기에. 엷은 미소조차 없이 저를 바라보는 그 낯이 퍽 오랜만이면서도 낯설고, 또 너무나 선연해서,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바라보던 이가 입술을 달싹였다.) …… 전하.
첸 티엔:(첸 티엔은 위 련의 충정을, 나아가 연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 손으로 내쳐야 했다. 그래야만 당신이 나를 놓을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 시선만큼은 떨쳐낼 수 없었기에 미련하게도 붙들고 놓지 않는다. 부러 건조한 투를 흉내 낸다. 내뱉는 말에는 지난날처럼 애정이 담겨 있던가. 적어도 드러나지는 않았을 터다.) 말하렴. 듣고 있으니.
위 련:이게 꿈이 아니라면…. (짧은 주저 끝에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절,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보고 싶었다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첸 티엔:(문득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본다. 그렇게 여러 차례 눈을 깜박이고 다시금 당신과 시선을 마주하면, 그 낯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널 원망하지 않아.
……. (이어지는 말은 없다.)
위 련:(그는 비로소 확신한다.) …… 꿈이 아니군요.
첸 티엔:어찌 그리 생각하니?
위 련:… 제 꼴이 이리 된 판국에 돌아오셨다면, 감히 그리웠단 말은 하지 않으실 것이고, 그럼에도 저를 걱정하여 원망 않는단 답은 해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천연하게도 내뱉는다, 주제 넘게 당신을 시험했다고. 불편한 몸을 끌고 철창 가까이로 다가선다.)
주군이시여. 신은… 한 번도 그대를 탓한 적 없으며, …… 아주 그리워 했습니다. (하나의 눈으로 당신을 마주하며 겨우 웃음을 짓는다.)
첸 티엔:(넋 놓은 이처럼 그 웃음 가만 바라보더니, 기어이 고개를 숙인다. 검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늘어지고, 움츠린 어깨가 떨려 올 무렵이면 담아 둔 슬픔을 바닥으로 떨구어 낸다. 눈물 닦을 줄 모르는 이마냥 그렇게,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탓, 했어야지. 그리지도 말았, 어야지. (불안정한 호흡, 일정치 못한 음색. 들키고 싶지 않았으므로 크게 숨을 고른다.) 겨우 목숨 건졌다면…, 네 몫 챙겨 부귀를 누렸어야지. 멸망한 나라에 충정을 바친다 한들 누가 알아주겠느냔 말이야….
위 련:(허둥지둥 손을 뻗어 옷자락을 붙잡았다. 손을 붙잡아주고 싶었으나 닿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 우, 울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 (우는 이를 달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울상을 지은 채 손 끝의 천을 힘주어 쥐고 있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볍게 농처럼 읊조린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것은, 당신이 없는 삶에선 홀로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음을 그 날에야 깨닫고 말아서….)
첸 티엔:(옷자락 쥔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낸다. 너는 언제나 내 다짐을 흐트러트리는구나. 여전히 고개 숙인 채로 말 잇는다.) 련아, 이번에는 그래야만 한다. 네게 가혹한 말임을 알아. 하지만…. 조금은 불행하더라도 살아남는 걸 우선해야지 않겠어. 안 그러니?
위 련:(손 끝을 감싸 쥐며) 꼭… 떠나실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첸 티엔:나라고 네 곁을 떠나고 싶겠어. (손가락을 얽어낸다.) 뒷일이 어찌 될지 모르니 당부해두는 거란다. 이생에 더는 함께 할 수 없게 되더라도, 살아남은 이는 그저 살아가자고…, 약조해 주겠니?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천 년을 건너서든 너를 만나러 갈 테니까. 응?
위 련:(눈가가 뜨거워져 숨을 꾹 참았다 내쉬었다. 겨우 이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있다. 그런 가정조차도 그에겐 버거웠으나, 그럼에도 당신을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그대를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
 :내뱉던 목소리가 점차 느려지더니, 툭, 힘을 잃은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기진하여 쓰러진 것인지 숨소리가 옅습니다.
옆에서 한참을 지켜보던 이름 없는 자가 짧게 혀를 찹니다. 그가 철창에 몇번 손짓을 하면 거짓말처럼 자물쇠가 삐걱이며 떨어져 내리고 문이 열려요.
첸 티엔:(문이 열리면, 황급히 다가가 당신을 끌어안는다. 맥동을 확인하고서야 참았던 숨을 내쉰다. 고개를 틀어 이름 없는 자에게 말 없는 감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련을 안아올리면 이름 없는 자는 다시금 자기를 따라오라며 손짓을 남깁니다.
첸 티엔:(주저 없이 걸음을 옮겼다.)
 :길은 더욱 깊은 안쪽으로 이어집니다.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묻은 쇠사슬과 아직까지 불씨가 남아 있는 화로 같은 것들을 지나 걷습니다. 점점 습기가 짙어집니다. 쇠로 된 철창을 옆으로 밀어 열면 어둠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지하수로
 :어둠 안쪽으로 들어서면 물이 흐르는 수로의 옆으로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가 보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로 안으로 크게 발소리가 울립니다.
수로는 미로처럼 길고 어두워, 한참을 걸어야 빠져나갈 수 있을 성 싶습니다.
위/아래/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위72 아래5 오른쪽32)
(아래로 갑니다...)
아래/왼쪽
첸 티엔:(아래75 왼쪽63)
(왼쪽으로 갑니다 ...)
왼쪽으로 가면...
부싯돌이 있습니다.
떠내려 온 것인지,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인지 부싯돌이 구석에서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챙겨두면 어딘가 쓸모는 있을까요.
막다른 길이니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왼쪽/오른쪽
첸 티엔:(왼쪽으로 갑니다.)
낡은 단도가 있습니다.
이 슬었지만 대강 옆의 벽돌에 문지르면 그럭저럭 쓸 만하도록 날이 서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적지를 잘 노린다면 치명적인 상처 역시 입힐수 있겠군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챙기나요?
첸 티엔:(챙깁니다!)
왼쪽/아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아래로 이동합니다.)
누군가 흘리고 간 것 같은, 얼마 되지 않는 을 발견합니다.
챙길까요?
오른쪽/아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보이는 건 다 주워가는 중...)
(아래로 갑니다.)
낡은 뼛조각 몇 개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두개골이 처량하게 데구루루 굴러갑니다.
이 지하 수로에서 눈을 감아야만 했던 사람은 어떤사람이었을까요.
어쩌면 그 역시도 저 뇌옥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온 이가 아니었을까요?
막다른 길이므로 이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위/아래/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아래로 갑니다.)
이런 곳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두루마기가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하, 그것도 수로에 있던 물건이니만큼 약간의 습기가 묻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걸칠 만은 한 것입니다.
크기가 크고 얼굴 역시 가릴 수 있도록 여유분의 옷자락이 달려 있습니다.
일단은, 제대로 된 옷을 구하기 전까지 련에게 입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련에게 옷을 둘러주었다.)
오른쪽/왼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첸 티엔:(오른쪽으로 갑니다.)
...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구석에서 엎드려 자던 거지가 냉큼 앞으로 달려 나옵니다.
거지: 어이쿠, 나으리. 여기에서 무엇 하십니까? 한 푼만 주십쇼. 한 푼만 주신다면 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드립죠.
어떻게 할까요? 무해해 보이긴 합니다...
첸 티엔:(이 상황에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적당히 가진 것 중 하나를 내어줍니다.)
거지: 어이구. 감사합니다요. 절 따라 오시면 됩니다. (하며 앞으로 곧장 나아갑니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음? 누군가가 옷을 수로에 빠뜨리기라도 한 것일까요?
잔뜩 젖고 삭아 있어입을 수 없는 옷가지가 한 구석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96
판정결과:실패
옷가지의 한 구석에서 문득 다른 빛깔을 볼 것 같습니다.
이름 없는 자는 다가가 발끝으로 옷가지를 헤치기 시작합니다.
그가 무엇을 하나 다가가 보면, 옷의 안에는 고급스럽고 독특하게 세공된 패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습기나 물에 상하지 않도록 기름을먹이고 칠해 만든 물건인 것 같네요.
첸 티엔:이건…?
척 보아도 보통 물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름 없는 자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물건이었던 모양입니다.
정확하게는 영월의 이에게 특별한 것이겠지요.
이름 없는 자:기루의 물건이구나, 이것을 가진 이 이제는 공명 안에 없다 들었건만….
그대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자 이름 없는 자는 자연스럽게그것을 집어 들어 그대에게 건넵니다.
이름 없는 자:흥미롭구나, 이것이 이런 곳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줄이야.
이어지는 설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니까 이름 없는 자의 말에 따르자면 이것은 기루의 귀빈에게만 주어지는 물건이므로,
내보이는 그 순간 마치 이 공명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루의완벽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여요.
따지자면 안전 가옥 같은 것이겠지요.
그 때였을까요, 련에게서 미약한 침음이 번져 나옵니다.
정신을 차리려나 싶어 잠시 멈춰서면, 곧 눈을 뜹니다.
깜박, 깜박.
하나만 남은 눈이지만 주변을 살피는 시선은 여전히 예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거지: 저기 앞에 희미하게 빛이 보이십니까? 저기가 출구입니다요. 그럼 이만...
첸 티엔:(거지에게 고갯짓하고, 문득 련에게 시선을 둔다. 뜨인 눈을 마주하면 다급히 그의 상태를 살펴 낸다.) …정신이 드니? 조금 더 눈을 붙여도 돼. 무리하지 말아.
위 련:(고개를 가로 저으며 두 발로 서 걷는다.) 괜찮습니다. 다만…., (당신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 무슨 의미인지는, 아마 당신이 더 잘 알 테니.)
첸 티엔:(혹여나 넘어지기라도 할까, 불안한 눈으로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다. 내민 손 위에 제 손 얹어내는 일은 유난도 아니었기에 생각을 거칠 필요도 없다. 그저 붙잡았다. 끊이지 않도록.)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길의 끝에서 찬 공기가 번집니다.
더 이상 습기 찬 그것이 아닌 청명하고 맑은 하늘의 그것이요.
수문을 밀어 열고 나서면 어두운 골목길이 등장합니다.
...
 :이 골목길은 지금까지 그대가 마주했던, 전부가 깔끔하고 그린 것처럼 단장되어 있었던 공명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건물의 외관은 낡았고 골목은 정비되어있지 않으며 길거리를, 건물 안을 밝히는 불빛조차 몇 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소리며 웃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이 공간은 공명 전체에서 유리되어 있는 것만 같아요. 그저 세 인영의 발자국 소리만 나는 공간, 걸음을 옮길수록 그대는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습니다.
이곳은 공명 대로 서쪽에 자리한 관리구역입니다.
관리구역
이름 없는 자:이리 나와 걷는 것만으로도 수도 경비대에 잡혀갈 수 있는 곳이지. 그대들이야 나와 함께 걷고 있으니 안전하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이며 이름 없는 자는 그대로 걸어 나갑니다. 아마도 일행을 기루로 안내하려는 모양이지요.
첸 티엔:(어째서 이리도 호의를 베푸는가? 의심 가실 날 없으나, 구태여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첸 티엔은 이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련의 손을 쥔 채 뒤를 따른다.)
이름 없는 자:의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그저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리고)
 :뒤에 서 있던 련은 섣불리 발걸음이 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느릿한 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면 한참 걸음을 떼지 못하고 정적만이 감도는 그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대는 본 적 없는 멸망이라 하나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짓씹은 입술 아래 침묵만이 흐릅니다.
그 모양을 말끄러미 보던 이름 없는자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하늘이나 바라봅니다. 밝히는 불빛이 없는 탓인지 별이 밝네요.
그대 역시 그 시선을 따라 하늘로 눈을 두면,
어째서인지 유독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쌍어궁이…,
아. 순간 탄성이 새어나옵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언젠가 빈민가에서 보았던 글월을 떠올립니다. 줄줄이 읊을 수 있을 정도인걸요. 기억하지 못할 리 없습니다.
타오르는 재앙이 이 세상에 현하시며 그 수하인 수많은 불꽃들을 함께 하늘에서부터 내리게 만드니, 원수를 지저에 처박고 불태워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만한 주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무어라 적혀 있었던가요. 그 역시 떠올려냅니다. 아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
그래요, 이는 타오르는 재앙을 도화에 내리게 했던 바로 그 주문입니다. 생각은 멈출 곳을 모르고 끝없이 뻗어나갑니다. 한없이 뻗어나가던 생각은 곧 어쩌면 도화가 받았던 것 그대로, 공명에도 그 불꽃들을 내리게 할 수 있으리라는 데까지 닿고 맙니다.
무심결 닿은 잔인함에 흠칫 놀랐던가요, 아니면 그저 담담히 직시했던가요.
 :예전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때의 그대는 그저 평화로웠던 도화국의 군주였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보고 들었던 모든 것들을 돌이킵니다. 업신 여겨지던 백성들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영월의 이들, 만신창이가 된 련과 이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도화의 모든 것들을요.
그대가 사랑하던 복사꽃 만연하던 나라는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잿더미에서 어찌 다시 꽃이 피어날 수 있겠어요.
...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외려 그대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있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들지도 모릅니다. 이미 지워진 이름이 되어버린 나라, 그것에 의미를 두어 남는 것은 또 무엇인가요.
그대에게 남은 것이나 온전히 잘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이 아닐까요. 이미 지키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되새깁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러므로 그대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 앞에 섭니다.
히죽, 길을 여는 자의 미소가 문득 눈앞에 떠오른 것도 같았습니다. 눈이 마주칩니다. 이름 없는 자의 눈이 끝없이 깊은 어둠만을 담고 그대를 응시합니다. 예감은 선연하도록 다가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는 몇 번이고 다시 돌이켜 생각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어쩌면 그 위에 얼룩지는 것이 후회일지도, 혹은 안도일지도 모른다고.
 :어느 것도 확답할 수 없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하나를 택해야만 합니다.
자, 그러니,
첸 티엔.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첸 티엔:(버거운 빛에서부터 시선을 돌린다. 날 적부터 하늘天이란 거창한 명을 쥔 것치고는 만물을 품어내긴커녕 제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였으니 언제까지고 고고할 수 있으랴. 문득 걸음을 돌려 당신의 뒤에 선다. 정적을 응시하는 이의 표정은 어떠한가. 알 도리가 없으니 그저 끌어안는다. 그 어깨 위로 고개마저 묻어 내면, 그제야 볼품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가 보았을 도화국의 마지막은 어땠는지 듣고 싶구나. 말해줄 수 있겠니?
위 련:그런 것을 꼭 듣고 싶으십니까, 들어서 하등 좋을 것이 없는 이야기를. (당신의 손등을 쓸어보며)
모든 것이 타올랐지요. 궁궐부터 시작하여 복사나무까지, 그래…, 모든 도화가 불에 집어 삼켜져……. (먹먹한 음성이 끊어진다.) 그것 이외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을 여쭈어 보십니까?
첸 티엔:그 화마가 얼마나 지독하였는지 알지 못하기에 망설이게 되는 건가, 싶어서. 그래서 물었단다. 기나긴 고통 없이 명을 달리했기에 악에 받쳐 울 자격조차 얻지 못한 건지……. (위 련의 생애를 바침 삼아 얻어낸 개화를 떠올린다. 동시에 반추했다. 감히, 또다시 당신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 선택했던 길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까지도. 짧지 않은 침묵 끝에 읊조린다.) …련아, 숨길 필요 없다. 네가 를 잊을 리 없지 않니. 모든 걸 말해주지 않으련?
위 련:저는……. (붙잡았던 손을, 마치 당신을 밀치듯이 떼어낸다. 한 걸음 떨어져서는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섰다. 제게 둘러진 옷자락을 움켜쥔 손 만큼이나 목소리가 떨린다.) 송구스러우나…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달리 무얼 숨기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 당신을 눈 앞에 두고 겨우 묻어둔 악몽을 기억해내자니 속이 아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간다.)
당장 전하께서 무엇 앞에서 망설이시는지는 무지하여 알지 못합니다만…, 어느 길을 선택하시든 스스로를 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 말하고야 뒤를 돌아 시선을 마주한다. 하나 남은 눈으로나마 그댈 응시하면, 눈빛으로나마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느 여정의 끝에서든 제가 있을 것이라는, 그 말을.)
첸 티엔:(온기 잃은 손이 시리다. 놓친 것을 찾아 쥘 생각조차 못 한 채 고개 숙인 뒷모습을 바라만 보다, 종내에는 뒷짐을 지고 선다.) …네 뜻이 그러하다면. (어찌 책하지 않을 수 있으랴. 첸 티엔은 과거, 련戀과 조우했던 그날부터 단 한 순간 자신을 원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다만 내색지 않고 웃어 보일 뿐이다. 살아 숨 쉬고 있다 한들 이미 죽어 없어진 이요, 괴이한 존재와 엮였으니 후일을 기약할 수도 없는 몸이다. 잿더미가 된다 한들 무엇이 두려울까.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당신만큼은 불길에 휩싸이지 않기를.)
(굳은 눈을 마주하면, 두어 차례 눈을 깜박이더니 머지않아 고개를 돌려 낸다. 지금의 첸 티엔에게는 그 시선을 받아 낼 자격이 없다.)
위 련:(돌아오는 답도, 돌아오지 않는 시선마저도 마뜩잖으나 제가 무어라 말을 얹을 처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대의 뒤에 서 다음 걸음이 이어질 것을 기다리기만 한다.)
 :...
복수심은 둘째치고서라도 히죽거리며 웃던 얼굴이, 심장을 감싸고 돌던 격통이 떠오르면 섣불리 길을 여는 자와의 계약을 어겼을 때 무엇이 일어날 지도 자명해집니다. 결국 해야 하는 것은, 혹은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명확해집니다.
천천히 기루로 향하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깁니다. 그림자 언덕에 있는 탑에 제물을 바치기 위해서는 그 곳에 있는 이들을 다른 곳으로 끌어내야만 합니다.
다른 곳으로 끌어낼 수 있을 만큼 주목을 끄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그 중 가장 규모와 피해가 큰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타오르는 재앙을 이곳으로 끌어내리는 것이겠지요.
마침 쌍어궁이 밝게 떠올라 있으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기원이 닿는다면 타오르는 재앙은 그 모습을 즉시 현하실 것이나, 그는 재앙이며 동시에 타오르고 있으므로 주문을 외는 이 그 자신마저도 불태울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둘 것.
 :그 날, 후원에서 불타오르고 있던 이들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역한 감각이 듭니다. 그것이 그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음을 압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에 대해 가장 잘 알 것 같은 이는 아무래도….
고개를 돌리면 거짓말처럼 이름 없는 자와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의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언제 도착한 것인지 눈앞에는 도화의 것보다 몇 배 거대한 규모의 기루가 그 화려함을 뽐내며 서 있습니다.
험악한 인상의 경비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급스럽게 세공된 패를 내밀면 그 얼굴색과 표정이 대번 변하며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합니다.
안전가옥
 :미로 같은 기루를 오르고 몇 번이고 앞에 선 사람이 바뀝니다. 한참을 이동한 끝에 일행은 깊숙한 곳의,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호화로운 내실로 안내 받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종을 울려 달라 말하며, 종업원은 깊이 허리를 숙이고 물러갑니다.
이름 없는 자:그래서, 무얼 계획하고 있지? (련에게 들리지 않게끔 낮은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져)
첸 티엔:(오랜 고민 끝에 답을 내어놓는다.) 불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그래야만 탑으로 향하는 길을 열 수 있을 테니까요.
이름 없는 자:탑으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 (알면서 묻는 것인지, 모르기에 묻는 것인지… 의중을 알 수 없는 묘한 낯이다.)
첸 티엔:(순순히 대답한다. 체념 어린 투다.) 대가를 치르기 위함입니다. 그런 약조 하에 이곳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니까요.
이름 없는 자:재앙을 불러올 것인가?
첸 티엔:다른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이름 없는 자:그래, 그렇단 말이지…. (물약을 건네주며) 가지고 있는 편이 좋겠구나.
첸 티엔:이건…. (조심스레 받아 든다.)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름 없는 자:재앙을 불러오기 전, 잊지 말고 사용해야 할 거야.
 :그는 뒤이어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가 건넨 것은 인간의 육체가 살아있는 불꽃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1회성 물약으로, 2명 분의 양입니다.
마력과 이성 1점을 더 소비할 때마다 10배의 상해와 열기를 견딜 수 있으며, 살아있는 불꽃의 열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최소 이성 4점과 마력 4점을 소비해야 합니다.
첸 티엔:어째서 저희를 도우십니까?
이름 없는 자:그것이 그리 중요한가?
첸 티엔:(고개를 젓는다.) …이제 와 무엇이 중할까요. 약은 잊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없는 자:하하… 재앙은 불러오는 것은 아마, 다음 밤이 좋을 게야.
 :말을 끝마치면, 이름 없는 자는 거짓말처럼 눈 앞에서 사라집니다. 높이 자리한 내실, 그 바깥으로 온통 불빛 창연한 공명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바라보며 그대는 무엇을 생각하였나요, 무엇을 바랐고 무엇을 다짐하였습니까?
그것만은 이 기이한 모든 일들 가운데서, 신마저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오로지 그대만의 것입니다.
등 뒤로 련이 시립한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 멀지 않은, 그러나 두 사람 모두에게 지나치게 멀게 느껴지는 언젠가에 그랬던 것처럼요.
두 사람 다 이전과는 같을 수 없는 어느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만은 꼭 같은 밤입니다.
 :그리고 밤이 흐르고, 별은 기울며.
이윽고 아침이 밝아 옵니다.
 :아침부터 온 공명이 소란스럽습니다. 내실을 담당하는 종자의 말에 따르면 뇌옥에서 죄인이 없어졌다고 해요.
영월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니 만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뒤숭숭한데다가, 사라진 이가 도화국에서 전리품으로 잡아들였던 이라 하여 더욱 난리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이 나라의 재상이 뇌옥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하여 그를 잡아 들이러 병사들이 향하고,
관리 구역의 이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불려나와 엄중한 조사를 받고 땅 아래 뇌옥에 가두어졌다 합니다.
뒤숭숭한 도시를 물끄러미 내려다봅니다.
대가 지금부터 저지를 일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도화국 백성들은 뇌옥에 갇혀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재상은 잡히지 않을 것이고 관리구역에서 나오는 것은 없겠지요. 운이 좋아 이곳까지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입은 가볍고, 하루 이틀 사이에도 소문은천 리를 달려 나가는 것을요. 그러니 오늘 밤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합니다.
이 밤, 도시는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그 어느 날의 도화가 그리하였듯이요.
첸 티엔:(잠든 이의 모습을 가만 내려다보다, 소리 죽여 몸을 일으켰다. 서신 하나 남겨두지 않고 자리를 뜬다. 살 것이 많으니 서둘러야겠지.)
(준비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횃불이나 기름 따위를 마련해두어야겠지. 그러나 걸음이 향하는 곳은 생뚱맞게도 포목점이었다. 언제까지고 닳은 옷을 입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가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옷을 마련하진 못하였으나, 당신이 입을 법한 옷 한 벌 갖출 수는 있었다. 뒤늦게나마 재앙을 준비하고, 기루의 종업원에게 묽은 죽을 부탁한 뒤에야 내실로 돌아온다.)
위 련:(그는 서둘러 자리서 일어나 당신을 맞이하였다.) 걱정… 하였습니다. (그 근심의 반은 당신이 행여라도 홀로 낯선 곳에서 불온한 일에 휘말리기라도 했을까 하여, 나머지 반은… 당신이 제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었다. 그래, 그럴 리가 없는 걸 아는데도…. 안도의 숨을 내쉰다.) 어딜 다녀오셨습니까?
첸 티엔:몸도 성치 않은 이가 어딜. (짐짓 단호한 투로 만류한다. 눈짓으로 앉으라 종용하고, 민망한 듯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반듯이 개어진 옷을 내민다.) …요깃거리를 부탁하고 오는 참이란다. 네 상태가 중하여 당장은 제대로 된 것을 씹어 삼키긴 어려울 테니까….
위 련:그렇지만, 혼자 돌아 다니시면 안 되실…. (하던 말을 멈추면 짧은 정적이 인다. 아닌가, 이젠 된다고 봐야 하나…. 난 여전히 그대의 뒤를 따라 붙어 다녀야만 할 것 같은데, 기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멋쩍은 듯 어정쩡하게 앉는다.)
이건… (머뭇. 고민. 머뭇.) 환복…, 도와드릴까요? (이건가? 아닌가?……………)
첸 티엔:글쎄, 혼자이기에 나을 수도 있지. 죽었기에 의심받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별스럽지 않은 투로 대꾸하다, 기어이 웃음을 머금고야 만다.) 이곳의 나는 네게 옷 한 벌 선물해준 적이 없었나 보구나. 아니면, 네 환복을 도와달라 에둘러 표현한 것을 내가 알아듣지 못한 걸까? (농…)
위 련:… (그러고 보니 요주의 인물이 본인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얌전히 고개나 끄덕인다. 그러다 또 우뚝 행동을 멈추어 서서는) 옷이 아니라도 선물 받은 것은 많으, … 아, 아니, 아뇨. 아닙니다……. (일어나 내밀어진 옷을 낚아채다시피 하여선 갈아 입는단 핑계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곧 어색한지 쭈볏거리며 좁은 보폭으로 걸어 들어오고… 한눈에 민망한 기분이 느껴지지만 나름 아무 일 없었다는 양 자리에 착석한다.)
첸 티엔:농이었을 뿐인데…, 그리 도망칠 정도로 싫었던 거니? (그럴 리 없단 걸 알면서도 물었다. 기실, 이런 장난이라도 입에 담지 않는다면 한없이 떨게 될까 그리했다. 구태여 답을 들어낼 의향은 없었으므로 쉬이 화제를 돌린다.)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가진 것이 부족하여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주겠노라, 차마 뱉지 못하고 볼을 긁적인다.)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리지 않니. 남자색 또한 네 색이로구나.
위 련:시, 싫은 것이 아닙니다. (눈썹을 늘어트리곤 슬며시 눈치를 살핀다. 난… 그대의 무엇도 싫어할 수 없는데.) 부족한 것 없이, 오히려… 분에 겨울 정도입니다. (이내 엷은 웃음을 띠며 제 소매 끝을 매만졌고, 아무렇지 않은 투로 물음을 던졌다.) 망설이던 것은… 모두 결론을 내셨습니까?
첸 티엔:(여상한 낯으로 시선을 마주했을 터다. 위 련이 첸 티엔을 싫어할 리 없단 사실을 아주 잘 아는 것마냥. 이어지는 물음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돌이킬 수 없으니 결론을 내었다고 봐도 되겠구나. 그보다도…. 미음을 준비하라 일러두었는데, 조금이라도 먹어두는 게 좋지 않겠어. 원한다면 손수 떠먹여 줄 수도 있단다.
위 련:(짧은 생각에 잠긴다.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서 걸어가야 한다면, 당신은 그 여정에 나를 기꺼이 포함해줄는지….)
자꾸 무얼 해주려 하시는데… 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옷도 잘 입고 밥도 잘 먹는 씩씩하고 당연한 어쩌구를 어필하는 호위. 수저 들다가 동작을 그만 두고) 전하께선… 무얼 좀 잡수셨는지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첸 티엔:몸이 성치 않으니 묻는 것이지. 괜히 시선 한 줌 더 쏟게 되는 건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구나. 네가 좀 참아 주렴. (짓궂은 투. 변함없는 어조로 말 잇는다.) 그러엄. 련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내 몸 하나는 끔찍이 여긴단다. 바깥에서 요기하고 돌아온 참이니 내 걱정은 말아.
위 련:(여전히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지만… 그 말이 거짓이라고 한들 설득할 방도가 없어 무어라 하지도 못한다. 보기보다 고집도 세고, 또 얼마나 잘 잡아떼시는지… 속으로 불평 아닌 불평을 하며 제 앞에 놓인 음식을 들었다. 어서 나아서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땐 같이 드셔주려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느 새 성벽 너머로 해가 뉘엿하게 내리 비칩니다.
 :별이 떠오르는지, 하나 둘씩 반짝이는 것들이 하늘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선을 돌려 있어야 할 것을 찾습니다. 오늘도 청명한 하늘 위, 쌍어궁이 떠오릅니다.
첸 티엔:(준비해 둔 것이 있다. 이름 없는 자에게 받은 약을 마시고, 횃불을 밝힌다. 일련의 행동에 두려움은 없으나, 단 한 가지 염려하는 것이 있다면….) …떠나라 말해도 듣지 않을 테지, 너는. 그렇지?
위 련:(그 모든 것을 지켜보다, 빙그레 웃는다.) 그렇게 잘 아시니 기어코 저를 두고 가진 않으실 거지요?
첸 티엔:(모호한 낯이 된다.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 했다.) 네게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면목이 없구나. 그래도…, 곁에 있어 주겠니?
위 련:(손 끝으로 그 뺨을 찬찬히 쓸어내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까지나, 그대의 곁에.)
첸 티엔:(얌전히 그 손길을 받아들인다. 이윽고 당신을 뒤로한 채 몸을 돌리면, 시선의 끝에는 쌍어궁이 있다. 짧게 숨을 내쉬고 주문을 왼다.)
2
 :몇 번이고 문양을 그리면…
어느 순간이던가요.
쌍어궁의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저것이 별이 아님을 이제는 확연하게 압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아요.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처럼 떨어져 내리지도 않을 겁니다.
저건…,
 :언젠가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들이, 그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쾅, 타오르는 재앙이 공명에 현신하는 동시에 수많은 불덩이들이 함께 강하합니다.
이름 없는 자가 준 물약 덕분인지 기이하게도 그 불꽃은, 약간의 따뜻함만 느껴질 뿐 그대에게 위협적으로 굴지 않아요.
도시가 불로 뒤덮이는 것은 금방입니다.
아수라장이 된 구역으로 경비대원들이 달려가니, 이 틈에 그림자 언덕으로 향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첸 티엔:(횃불을 버리고, 일언반구 없이 빈손을 내민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언덕을 바라보고 있으나, 당신과 나라면 이 의미를 쉬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위 련:(제게 내밀어진 손의 의미를 안다. 그 적연함을 마지막 동아줄처럼 붙잡으면, 당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다시, 그림자 언덕
 :공명의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고 트여 있는 언덕입니다. 오르기 전부터,그리고 오르고 나서도 눈에 띄는 것은 언덕의 한 가운데 서 있는 45척 가량의 높은 석탑입니다.
본디 이곳은 경비가 삼엄하고 정성이 가득했건만, 도시에 크게 난 화재 탓인지 지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석탑 앞에 서 있는 넓은 제단을 바라봅니다.
길을 여는 자는, 이곳에 한 사람의 피와 살을 바치고 주문을 외기를 바랐습니다. 해야 할 것은 거의 다 했으며, 남은 것은 그저….
이재하:내 눈이 틀리지는 않았군요.
 :제물이겠지요.
뒤를 돌아서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재하가 서 있습니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합니다.
즐거움인지 탐욕인지 모를 것이 눈 안에 일렁입니다. 칼을 빼드는 소리가 선연합니다. 해야 할 것은 명확합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이재하는 칼을 빼들어 공격적으로 다가옵니다.
 :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피해:5
첸 티엔:망명한 나라가 불타고 있음에도 웃음이 나오는가? (헛웃음을 흘린다.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으나, 쥔 손이 어색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도검
기준치:30/15/6
굴림:36
판정결과:실패
피해:7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87
판정결과:실패
피해:5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51
판정결과:실패
피해:6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5
첸 티엔:
회피
기준치:40/20/8
굴림:95
판정결과:실패
도검
기준치:30/15/6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8
이재하:
Dodge Roll
기준치:40/20/8
굴림:61
판정결과:실패
명중 부위
오른팔
이재하는 오른팔을 크게 베여 칼을 놓칠 뻔하나, 이를 악 물고 칼을 다시 휘두릅니다.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73
판정결과:실패
피해:3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77
판정결과:실패
피해:8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피해:4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32
판정결과:실패
피해:10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2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1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5
이재하:
명중 부위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93
판정결과:실패
피해:3
(잘려 나간 옷자락을 움켜쥔다.)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칼을 휘두릅니다.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81
판정결과:실패
피해:3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37
판정결과:실패
피해:8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3
첸 티엔:
회피
기준치:40/20/8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검
기준치:30/15/6
굴림:77
판정결과:실패
피해:7
이재하:
도검
기준치:50/25/10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
첸 티엔:
도검
기준치:30/15/6
굴림:75
판정결과:실패
피해:9
도검
기준치:30/15/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9
이재하:
Dodge Roll
기준치:40/20/8
굴림:57
판정결과:실패
명중 부위
왼쪽 다리
 :그대의 칼이 이재하의 다리를 베면, 그는 속절없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맙니다.
그럼요, 이것이 그의 결말입니다. 진작 그가 겪었어야 할 일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겪은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는, 지금까지 그리 그대를 괴롭힌 것이 허망할 만큼 그는 몇 번 팔을 허우적거리고 몸을 바르작대더니 금세 절명하고야 맙니다.
이재하를 제물로 바칠까요?
첸 티엔:(이제 와 망설여 무엇하리. 시신을 제단 위로 옮겼다.)
 :죽어 나자빠진 시체를 거리낌 없이 들어 제단 위에 올립니다. 흘러나온 피가 질척하게 제단을 물들입니다.
그리고 전해 들은 것을, 해야 하는 주문을 몇 마디 입 안으로 뇌까리면…
 :그 순간 하늘에서부터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빗방울인가요? 아니요,그것은… 붉고 검은 그것은 피와 닮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릅니다.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분명 그대는 이것을 마주한 적 있어요. 그것은 그 날, 붉은 꽃잎이 온통 그대를 휘어 감던 그 순간….
올려다보면 하늘 한 구석이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하늘이 갈라지고, 무언가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옵니다.
그대에게는 익숙할 광경이나 련에게는 아니겠지요. 그는 그저 아연하게 그 광경을 응시합니다.
집고 나오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커다란 빛의 구체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은 터져 흘러내리고, 온갖 빛깔들과 그것들을 삼킨 새까만 것들이 흘러 모여 어느 표현할 수 없는 형태를 이루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저 멀리 보이는 황궁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 없는 광경에 그림 안이라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요. 공들여 지었을 건물들이 부서져 내리고 온통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 풍경을 두 사람은, 그저 높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도록이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던 날로부터 먼 길을 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다시금 흐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롯이 둘뿐이어요.
지켜야 할 것도 하나, 감싸 안을 것도 하나.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야 밤을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아침을 새로이 맞이합니다.
보세요.
 :저기, 달 그림자가 가라앉고 있어요.
끝맺음 4,
落影亂翔止
떨어진 그림자 어지럽던 날갯짓을 그치나니.
영월 28년의 여름, 도읍 공명과 황실이 하루아침에 궤멸하다.
KPC 위 련, PC 첸 티엔 생환.
...
재앙은 공명 전체를 포식하고 나서야 돌아갑니다.
소수의 영월 제국민들과, 지하 뇌옥에 갇혀 있던 도화국 주민들만이 어떻게든 무사할수 있었습니다.
황실이 궤멸하였으니 황권으로 유지되던 제국 역시 갈래갈래 찢어지고 맙니다.
이후 그대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그대의 선택에 맡깁니다.
도화국을 재건할 수도,
영월의 이름을 이어 새 황실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혹은,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고요.
그 모든 날을 건너, 우리 다시 만났으니.
생환 이성 보상 +1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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