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아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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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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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리기라도 한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빗소리가 이렇게 요란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한지 꽤 오래 된 차입니다. 상대적으로 빗소리가 요란히 들릴 법도 하죠.
어째서 여태껏 소리를 듣지 못했던 걸까요? 이상하게도,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랬었더라는 감각만이 본능처럼 한 어귀에 존재할 뿐입니다.
생각이 정리되는 속도가 묘하게 느립니다.
이후로 관찰, 듣기판정 진행시 패널티 주사위 1개가 부여됩니다.
...
▶:...
당신은 납골당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그저 내린다는 정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손에 들고 있는 것이 있나요? 우선 납골당을 둘러봅니다.)
▶:당신은 어떠한 흔적이라고는 남을 수도 없을 만큼 새까만 정장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소매 끝이나 어깨, 머리칼 따위가 살짝 젖어있네요.
바깥에 저렇게나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라도 맞으면서 온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맞은편에 위치한 안치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치단의 각 칸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납골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납골당에 온 이유라면 단연 하나밖에 없겠지…. 안치단을 살펴봅니다.)
▶:안치단을 살피면, 당신은 얼핏 누군가의 기일을 추모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하고 있었던 기억의 조각을 떠올립니다.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한 빗길을 가르고, 버스를 탄 채 홀로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기일이었죠? 누굴 기억하기 위해 이 납골당으로 향했던가요?
이상합니다. 기껏 오는 길에 잊을 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기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안치단의 각 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납골함이 안치되어 있고, 항아리 표면에 각기 다른 사람의 이름이 각인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그중 유독 시선이 이끌리는 칸이 있네요. 아래에서 여섯번째 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리입니다. 안치 칸에는 납골함과 액자편지, 그리고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칸이 있다는 건…, 우선 액자 속 얼굴을 살펴봅니다.)
▶:액자 너머에는 빛바래거나 뜬부분 없이 선명하게 인화된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와 당신,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뒤로는 어렴풋이 무대가 보이고, 누군가는 악기와 꽃다발을 쥐고 있네요.
다만, 누군가의 얼굴만큼은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함께 찍은 사진, 그 안의 기이하게 빈 얼굴을 가만 들여다 보았고. 시선을 옮겨 납골함에 적힌 것들이 있는지 봅니다.)
▶:액자를 바라보면, 동시에 사진 너머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흐릿해집니다. 그리고 종내엔 온전히 자취를 감춥니다. 사진은 당신의 독사진이 되어버렸네요.
납골함은 여타 유골함과 다를 것 없이 반질반질하게 빚어진 항아리입니다. 표면에는 다른 납골함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이름을 읽어볼 수 있나요?)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인식만이 있을 뿐 소리 내어 읽을 수도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72
판정결과:실패
▶:그렇지. 오늘은 …의 기일이었죠. 그래서 당신은 …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으로 찾아왔던 겁니다.
납골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표면에 새겨진 이름이 마치 바람에 풍화되듯 떨어져 나갑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4/32/12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아무렇지 않네 나…. 다른 것을 뒤로 하고 편지를 읽어봅니다.)
▶:흰 봉투 입구에는 씰도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나 받는 사람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뒷면엔 뭐가 없나요? 뒤집어 봄...)
▶:백지입니다. 다른 내용이 적혀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국화 꽃다발을 바라봅니다. 시들진 않았는지...)
▶:국화 꽃다발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으나, 동시에 무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꽃잎 하나, 줄기 하나마저 몽땅 썩어있어요. 아무래도 벌레가 꼬일 수 있으니 시든 꽃다발은 당신이 챙겨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안 브란트:(꽃다발을 챙겨 들고는 주변에 다른 것은 없는지 살펴봐요)
▶:안치실의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문 쪽으로 걸어가… 문에 창이 나있다면 바깥을 살펴보고… 아니라면… 그냥… 나갑니다..)
▶:안치실의 바깥으로 나가면, 온통 희고 넓은 복도가 드러납니다. 방금 전 지나 온 안치실의 출입구에는 안내판이 매달려 있네요.
이안 브란트:(안전하고... 아무도 없군요. 안내판에 무엇이라 적혀있는지 살핍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양귀비실(소거실)
흰색 크리스탈로 정교히 세공된 보석 꽃이 안내판의 주변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투명한 것들 뿐입니다.
복도로 나오면, 비내리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외따로 동떨어져 있는 부분 없이 하얗게 칠한 복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벌어진 안치실이 몇 군데 더 자리합니다. 복도 끝자락은 로비로 통하는 듯 탁 트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조용하네…. (안치실 내부를 살펴봅니다.)
▶:차례대로 윤회실회생실특별실, 그리고 당신이 머물렀던 양귀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윤회실과 회생실은 내부가 텅 비어 있습니다. 대신, 양귀비실과 마찬가지로 출입구 상단에 안내판이 달려 있네요.
이안 브란트:이름이 다…, (기이하네. 뒷말을 삼키고 윤회실과 회생실의 안내판을 읽어봅니다.)
▶:안내판마다 각기 다른 보석들로 정교히 세공된 꽃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윤회실은 루비, 회생실은 헤소나이트 가넷, 특별실은 자수정…. 보석은 모두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보석으로 세공된 꽃만큼은 전부 양귀비네요.
이안 브란트:다 양귀비네. (양귀비의 꽃말이 뭐더라. 전혀 모르겠군... 윤회실과 회생실을 지나쳐 특별실로 발을 들입니다. 무엇이 있는지 둘러봐요.)
▶:흰 양귀비실의 안치실과 별다를 것 없는 형식의 방이 가장 먼저 드러납니다. 벽면 가득 안치단이 책장처럼 들어차 있고, 전부 똑같은 모양의 납골함이 칸 안쪽을 듬성듬성 채웁니다.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을 자줏빛의 조화가 그저 헛헛치 않을 정도로만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누군가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울음 소리는 마치 빗소리와 같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내부를 요동치듯 쓸쓸하게 울리는 흐느낌은 남자의 것 같기도, 여자의 것 같기도, 아이의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의 것 같기도 하고, 덜 자란 소년이나 소녀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묘합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4/32/12
굴림:76
판정결과:실패
▶:흐느낌의 주인은 등을진 채 벽면의 안치단 앞에 우뚝 서있습니다. 꼭 마네킹처럼 느껴집니다만, 공포심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위험한 존재는 아닌 듯싶어요.
이안 브란트:(쫑긋…) 누구세요?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어떤 이목구비도 존재하지 않네요. 이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새까만 하나의 마네킹 덩어리입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눈물이 솟아 떨어지는 모습은 기이하면서, 어딘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서글픈 흐느낌 사이로 토막나고 뭉개진 발음이 새어 나옵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이제 내 이름은 누가 더 불러줄 수 있을까.
마네킹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납골함은, 바람에 풍화되듯, 빗물에 흩어지듯, 표면의 이름이 희미하게 지워져 가고 있습니다.
로비로 나가볼까요?
이안 브란트:(로비로 나갑니다...)
▶:공간 자체는 꽤 넓지만 단출하기 그지 없군요. 단지 꾸준히 관리가 되어온 듯 무척 깨끗합니다. 저 멀리 벽면의 중앙에 안내데스크가 놓여 있고, 왼쪽으로는 바깥으로 통하는 출구가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안내데스크에 사람이 있나요? 없다면… 몰래… 슬쩍… 안내데스크를 샅샅이 살펴봅니다.)
▶:반으로 잘린 타원형 모양의 데스크가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직원은 보이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이 두서 없이 책상 이곳 저곳에 널려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눈에 띄는 서류들을 읽어봅니다. 슬쩍 정리도 해줌...)
▶:바스락. 단조로운 내용의 서류들 틈바구니에서 조금은 다른 종류의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 한장을 발견합니다. 이건… 공문인가 봐요.
이안 브란트:(공문? 어쩐지 외부인이 읽으면 안될 것 같은데... 슬쩍......... 내용을 읽어봅니다.)
영혼 사냥꾼... (서류를 얌전히 내려놓고 착착 정리해 놓습니다! 출구로 나갑니다.)
▶:출구 쪽에는 당신과 동일한 검은색 상복, 정장을 입은 직원 하나가 서있습니다. 안내데스크의 직원인 걸까요? 그는 한참이고 비가 쏟아지는 바깥 정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당신의 인기척을 느끼고서야 돌아섭니다.
직원: 비가 많이 내리네요. 언제쯤 그칠는지 바깥을 잠시 보고 있었답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직원의 얼굴은, 특별실에서 보았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온 몸이 마네킹처럼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목구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보이지 않는 눈이 당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이안 브란트:예? 예…. 수고가 많으십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직원: 그야 납골당이지요. 이곳은 추모공원이고, 본 납골당은 제 1 납골당입니다. 다른 납골당은 공원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나올 겁니다.
이안 브란트:(갸우뚱…)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나요?
직원: 바깥으로 나가신 다음, 닦인 길을 따라 걸으시면 됩니다. 건물이 바로 보일 테니 찾기는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감사합니다. 혹시, (눈치… 주저… 눈치…) 영혼 사냥꾼… 은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너무 공문 본 티를 내는거가타……)
직원: 영혼을 포식하며 몸집을 키우는 존재들이랍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추모공원 부지 내에 사멸되었던 영혼 사냥꾼이 출현하고 있더군요. 그들은 굉장히 포악한데다 굶주려 있으니, 만일 조우하게 되시거든 맞써 싸우지 말고 즉시 도망치십시오.
듣기로는 악몽을 오래 꾸었던 영혼이 그것들에게 그렇게 별미라고 하던가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악몽? 오래 잠들어 있던 적이 있기는 한데.) 그럼… 알려주신 대로 가봐야겠습니다. 어서 비가 그치면 좋겠네요. (재차 인사를 한 다음 바깥으로 향합니다.)
직원: (그의 등에 대고 말을 던진다.) 참, 추모 공원에서 나가고자 하시거든, 버스 정류장까지 향하는 길에는 반드시 안내자를 동행하십시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깥에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립니다. 우산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나아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빗발의 세력이 조금 약해졌다는 정도일까요.
저 멀리 제2 납골당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길을 따라 제2 납골당을 향해 걸어갑니다. 내리는 비가 시야를 가리자 걷는 걸음도 조금은 빨라졌고.)
이안 브란트:
기준치:50/25/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걸음을 서두르면, 철퍽. 별안간 발이 무겁습니다. 물웅덩이라도 밟은 걸까요? 기분 나쁜 축축함이 느껴집니다. 무언가의 진득한 젤라틴 덩어리를 밟아버렸네요.
이안 브란트:(당황스러운 낯으로 발에 밟힌 것을 살피는 것도 잠시, 금세 발을 털어냅니다.)
▶:그저 새까만 덩어리입니다. 꼭 온 세상의 검은색을 한 방울씩 모아다 반죽에 굳혀 넣은 것처럼요.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착각일까요?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3/31/12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발을 털어내면, 끼야아아아악! 덩어리는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 곤도박질 치는 수은처럼 방울방울 흩어집니다.
걸음을 서두른 덕일까요? 앞에는 제2 납골당이 보이네요. 제1 납골당 건물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아보이지만, 그럼에도 잘 관리되어 왔는지 얼핏 보기에도 외벽에는 모난 부분이 없습니다.
납골당의 출입구는 열려 있고, 들어갈 수 있어 보입니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안내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안 브란트:(제2 납골당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봅니다.)
▶:제2 납골당으로 들어서면, 출입구 바로 왼편에 딸린 경비실이 보이고, 맞은편에는 규모가 작은 대신 한 공간으로 통합되어있는 안치실이 자리합니다. 그 옆으로 소담한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네요.
로비에는 제2 납골당의 관리자로 보이는 마네킹 하나가 서성이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경비실로 들어갑니다. 관리자 몰래...........)
▶:투명한 플라스틱 유리 너머로 마네킹 하나가 의자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우당탕...)
▶:우당탕. 소란을 느낀 경비는 어깨를 움찔 떨고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경비: 어이쿠. 깜박 잠이 들었나 보군. 필요한 게 있으신가?
이안 브란트:죄. 죄송합니다. (눈썹 추욱....)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기... 처음 와서..............
어딜 가야할지........................
경비: 괘념치 마시게. 이곳을 들르는 많은 이들이 길을 헤매곤 한다네. 추모공원은 다 둘러보았는가? 공원의 외부로 나갈 생각이라면,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할 걸세. 이곳의 부지는 꽤 넓거든.
이안 브란트:아직… 제1 납골당만 둘러보고 왔습니다. 버스 정류장이요? 혹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왔던 길을 떠올려 보려고 노력하나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경비: 제2 납골당에서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보일 게야. 다만, 최근 영혼 사냥꾼 일로 공문이 내려온 상태이니 꼭 안내자와 함께 동행하는 것이 좋을 걸세.
(대뜸 책 한 권을 건넨다.) 아무래도 자네에겐 이게 필요할 것 같군. 하지만 전부 읽고나서는 꼭 제자리에 꽂아두게나. 모든 것에는 돌아가야 할 정해진 자리가 있는 법이지.
이안 브란트:안내자요? (서성… 이런 것까지 부탁드리면 곤란하겠지… 서성…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받아든다. 그러고 보니 이 안에 도서관이 있었던 것 같지.) 다 읽고 도서관에 꽂아두겠습니다.
경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편안한 여행 되시게나. 나는 좀 더 자야겠어.
▶:경비는 다시 의자에 기댄 채 스르륵 잠듭니다. 다른 곳을 살펴볼까요?
이안 브란트:(밖으로 나와 잠시 책을 읽어보도록 합니다! 제목을 읽어보곤 내용을 찬찬히 훑어)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활자도 실려있지 않으므로, 읽을 수 없습니다. 다만 책장 사이에 은색 열쇠가 끼워져 있네요.
이안 브란트:(은색 열쇠를 들고 도서관으로 가봅니다.)
▶:도서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문에는 열쇠 구멍이 나 있네요.
이안 브란트:(열쇠 구멍에 방금 찾은 은색 열쇠를 끼워봅니다.)
▶:달칵. 열쇠와 구멍이 올바르게 맞물리며 소리를 냅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이안 브란트:(안으로 들어가 도서관 내부를 살핍니다! 책을 꽂을 만한 곳이 있는지도...)
▶:뽀얗게 먼지가 부유하는 적적한 도서관을 살피면,
이안 브란트: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도서관 벽면 한 켠과 인접한 천장의 일부분이 일그러지듯 울렁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3/31/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재차 확인하면 천장은 말끔합니다. 헛것을 보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피곤한가. (눈을 느리게 깜박거린다.)
▶:책을 꽂을 만한 곳이 있는지 살피면, 이곳에 자리한지 제일 오래 되어 보이는 책장 하나를 발견합니다.
존재증명저장고
개중 딱 두 권 만큼의 빈 공간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두 권,,, (일단 한 권을 얌전히 꽂고... 도서관을 나가 안치실로 향합니다.)
▶:안치실의 출입문에는 안내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안내판을 읽어봅니다.)
▶:밀짚꽃실. 노란 토파즈로 세공된 보석 밀짚꽃이 흐릿한 빛을 고아하게 반사합니다.
안치실의 내부에는 중앙의 테이블과 벽면을 가득 채운 안치단만이 전부입니다. 샛노란색의 밀짚꽃 조화가 부분부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안내판마다 저런 게 있네. (테이블 위를 살펴봅니다. 어쩐지 책이 있을 것만 같아요~!)
▶:메마른 원목을 잘라 다듬은 듯한 테이블 위에는 밀짚꽃이 꽃힌 화병과 함께 검은색 표지의 얇은 책이 한 권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제목을 살핀 후 책을 펼쳐 읽어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이전에 보았던 책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어떤 활자도 실려있지 않으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둘 다 아무 것도 안 적혀있네, 묘한 기분에 뒷목을 매만져. 곧 책을 챙기고는 시선을 옮겨 안치단을 바라봅니다.)
▶:대부분의 안치단 칸들이 듬성듬성 비어있습니다. 그나마 들어찬 칸의 납골함들도 그저 평범한 항아리 정도로 보일 뿐입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일컫기에 더없이 초라하고 쓸쓸해 보이는군요.
표면에는 이름 따위는 새겨져 있지 않을 뿐더러, 유족이 가져다 놓을 법한 앨범이나 꽃다발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영영 잊혀져 버린 사람들의 공간인 걸까요? 발길이 끊긴지 오래 된 모양입니다.
이안 브란트:잊혀진 곳…. (찝찝한 기분을 안은 채 다시 도서관에 돌아가 책을 마저 꽂습니다.)
▶:당신은 도서관으로 돌아가 두 권의 책을 꽂아넣습니다. 역시 이곳이 제자리였던 모양입니다. 단 한 치의 빈 공간도 없이 정갈히 맞물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은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힙니다.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한때 태어남으로써 당신에게 존재와 함께 부여되었으며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책의 제목이 가리키고 있던 것은, 바로 이름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이름을 기억해냅니다.
이안 브란트:존재를 증명하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삐───. 문득,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익숙한….
가장 중요한 기억의 조각 하나가 떠오릅니다. 맞아요, 이안. 당신은 죽은 사람이었죠. 산자로서의 마지막 순간에 당신은 저 기계음을 들었습니다. 임종을 코 앞에 두고 누군가와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허나, 사인만큼은 떠오르지 않네요.
... 제2 납골당의 바깥으로 나가 길을 따라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고 했던가요.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잠시 생각을 되짚어 보면, 그래, 당장 이 곳에 있는 것부터가 묘한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나 중요한 사실을 잊을 수가 있지. 잠시 자리에 서서 기억하는 것,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차츰 정리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납골당을 나가며 관리자로 보이는 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는다.)
▶:오가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을 따라 당신은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걷고 또 걸었을까요? 지쳐갈때 쯤 저 멀리 세워진 버스정류장 하나를 발견합니다.
협소해보이는 정류장의 벤치 이곳저곳에는 얼룩덜룩 곰팡이가 슬어 있고, 온통 녹슨 표지판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듯 노선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네요. 그 아래 도로 또한 잡초나 말라 비틀어진 꽃의 시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오래 전에 버려진 정류장인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녹이 슨 표지판을 들여다봅니다. 이렇게... 계속... 바라보다 보면... 무언가 건질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요? 표지판이랑 눈싸움을 해요)
▶:이안은 표지판과 눈싸움을 벌입니다. 과거에 필시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을 표기해 두었을 표지판입니다. 허나 지금은 잔뜩 녹이 슨 데다, 긁히거나 부러진 곳이 대부분인지라 내용을 살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터덜... 별건 없군요.얌전히 고개를 돌려 벤치를 살펴봅니다.)
▶:엉망으로 쪼개지거나 갈라져 더는 벤치로 쓸 수 없을 법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깨진 천장에서 낙수한 빗물 탓에 한껏 젖어 짙은 색을 띱니다. 특별한 점은 찾아볼 수 없네요.
이안 브란트:(벤치에 걸터앉으려다 말고 우뚝 서있기만…. 시선은 도로 쪽을 향합니다.)
▶:버스가 설 수 있도록 페인트로 정차 표기를 새겨 넣은 도로입니다. 오가는 차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아요. 다만 거무죽죽하게 시든 꽃잎들이 정처 없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무슨 꽃잎인지 살펴봅니다. … 국화꽃일까요?)
▶:짐작대로입니다. 시든 국화 꽃잎이 흩어져 있네요. 이상합니다. 이 주변에 국화 꽃이 피어있던가요?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71
판정결과:실패
▶:반사적으로 내도록 품에 안고 있던 국화 꽃다발을 바라보면, 몽땅 까맣게 시들어있습니다. 꼭 이 꽃다발의 꽃잎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문득, 비가 멎습니다.
아니, 정말 비가 멈추었다면 웅덩이 위로 자꾸만 낙수의 파동이 생길 리가 없지요.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음도, 습기처럼 지천에 가득한 수증기도 모두 소나기는 만들어낼 수 없는 장마의 흔적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추모공원의 끝부터 끝까지, 비가 멎은 장소는 오로지 당신의 머리 위 뿐입니다.
이안 브란트:(품에 안은 국화 꽃다발을 응시하다, 곧 고개를 들어 눈 앞을 바라봅니다.)
안내자:이 정류장은 이미 오래 전에 노선이 끊겨서 더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요.
▶:기이하지 않은, 비틀리지 않은,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이 명백하며 명확한 음성. 한없이 차분한 듯 들리면서도, 동시에 경쾌한 미성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고개를 들어 눈앞을 바라보면, 마찬가지로 새까만 정장 차림의 얼굴 없는 마네킹 하나가 당신에게로 우산을 기울인 채 서 있습니다. 눈높이는 당신의 것보다 조금 높았을까요. 마네킹은 어깨가 젖어 들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안내자:전 이 공원의 안내자예요. 그냥 안내자~ 라고 부르시면 되는데, 당신은요?
이안 브란트:(제 앞의 사람을 물끄럼 바라보는 낯이 제법 당혹에 젖어 있다. 허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잊지 않고) 이안 브란트, 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누구시죠? 정확히… 말이에요.
안내자:말씀드렸듯 이 추모공원의 안내자예요. 이 공원에서는 이따금 길을 잃은 영혼들이 발견되거든요. 그분들이 가야 할 곳까지 안내해드리는 역을 맡고 있죠. (가뿐히도 말했다. 분명 얼굴 없는 마네킹임에도, 꼭 웃고 있는 것마냥.)
이안 브란트:(꼭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심결에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려다 멈추고, 눈길을 돌린다.) 길을 잃은 영혼이요. 그래서… 저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안내자:(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당신의 손길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음~ 그 전에….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요?
이안 브란트:아…. (괜히 손 끝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알고 있습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요.
안내자:생각보다 덤덤하시네요. 부정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이안 브란트:…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납골당에서 처음 눈을 뜨고 보았던… … 그러니까, … 뭐더라?) 기억나질 않네요.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건지.
그나저나, 당신은… 살아있는 존재인가요? 아니면, 음… (고개를 기울이고) 저승사자, 뭐, 그런 건가요?
안내자:설마요~ 딱 봐도 살아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잖아요. (빈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저승사자라! 그렇다면~ 어쩌실 건가요? 도망치실 건 아니죠? (간혹 그러시는 분들이 있어요, 덧붙인다.)
당신은 그러지 마세요. 서운하니까요.
이안 브란트:도망치지 않아요. 도망칠 곳도 없고, 또, 오는 길에 만난 분께서 안내자와 동행하는 편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영혼 사냥꾼이었나…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나저나, (주변을 힐금 둘러보고) 다른 볼 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안내자:당신이 곧 제 볼 일인데요, 뭘. (가볍게도 대꾸하며 손짓했다. 이리로 오라며, 이 우산 아래에서 함께 걷자고.) 영혼 사냥꾼의 파편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지만, 파편과 파편이 만나 몸집을 키울 위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지켜 드리려고 온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럼… 부탁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조심스레 당신 곁에 선다. 잠시 멋쩍은 듯 말이 없다가 곧 미소 지으며) … 상냥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새카만… 진득한 덩어리 같은 걸 발견했는데, 혹시 그게 그 파편 같은 걸까요?
안내자:이런…. 벌써 마주친 거예요? 어디, 다치진 않았죠? (빈 얼굴이 당신의 무릎을 훑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관리실에 얘기해 둘게요.
▶:이상하죠. 눈도, 코도, 입도 없는데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니.
그러고 보니, 어째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전부 다 똑같은 마네킹처럼 되어 있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공원의 안내자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다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갈 길은 멀고, 비 내리는 거리는 한산하며, 안내자는 이상하리만치 당신에게 호의를 내비치고 있으니까요.
이안 브란트:아, 금방 털어내서 그런가 괜찮았어요. 기묘한 경험이긴 했지만. … 저어, 그 얼굴 말입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가요? (눈을 데록 굴리며) 마주친 사람마다 똑같은 마네킹처럼 보이던데. 아, 혹 실례라면 무시해 주세요.
안내자:무시하면 서운해하실 거면서~? (짓궂은 어조.) 모두에게 그렇게 보일 거예요. 특색 하나 없이,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요.
그럼~ 여기서 문제! 우리는, 는, 왜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서운하지 않은데… 그렇게 말씀하고 나니까 서운할 것 같기도 하고. (농. 그러곤 한참 말이 없다.) 저, 전혀 모르겠는데…. (눈치 봄.)
안내자:서운해해 주시면 안 되나요? (농담일까? 알 수 없다.)
아무래도~…. 잊힌 자들이라? (모호히 답했다.) 뭐어, 그런 것보다는…. 우리는 저승사자니까요. 저승사자는 생전 망자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고들 하지요? 보편적인 죽음의 여로라면 몰라도, 이곳은 죽음을 맞이한 자가 최종적으로 안식하게 되는 곳이에요. 이런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관리자를 만나면, 성불을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모두 한 개체처럼, 마네킹처럼 보이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서운해 하면 안 되지 않나요? (제가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이유라면 납득이 가요. 근데, 전…. (한참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꼭 이렇게 텅 비어버린 얼굴이,) 도저히 기억이 안 나요. 제가 누굴 사랑했는지.
(다시 고개를 돌린다. 민망한 듯 웃어보이며) 안내한 사람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곤란하시겠네요.
안내자:그런가…. 하긴, 그러지 않는 편이 당신에겐 좋을지도요. (멋쩍은 듯 볼을 툭 툭 건드린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며 둔탁한 소릴 냈다.)
네에, 정말 곤란해요. 겨우 놓아 드린 건데, 다시 붙잡고 싶어지게 되거든요.
이안 브란트:가야 하는 걸 알면서도 애써 머무르는 거라면, 그 사람도 붙잡아 줬으면 하는 마음일 테니까… 붙잡는 편이 서로 기쁘지 않을까요? 그, 전후 사정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둔탁한 소리에 얼굴을 재차 바라보고는 슬며시 미소 지어) 원래는 어떻게 생기셨는데요? 웃는 상일 것 같은데요.
안내자:맞아요…. 기뻐했던 것 같아요.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에서, 우리는 그렇게 영원을 맹세했었고. 짧은 정적이 내려앉는다.) …글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여쭤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그런 적 있으셨나 보네요. 네에, 그런 게 사랑이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낯으로 희미하게 웃는다.) 그냥… 목소리 톤도 그렇고. 언뜻 웃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안내자:(그 낯이 제게는 판명과도 다름이 없었다. 그래,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다고. 다만, □ □□은 그저….) 그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이안 브란트:저 말입니까? 저… 사람 다 좋아해요. 걱정 마세요. (대체 뭘? … 잠시 뜸을 들이다) 굳이 따지자면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자기 일에 프라이드 높은 사람- 인 것 같은데. 누구나 좋아할 만한 사람인 것 같네요. 아. 잘 웃는 것도 좋아해요. 아무트은, 그런 건 왜 물으세요? … 사후세계의 소울메이트 뭐 그런 걸 정하는 수순인가요? (농담 반 진담 반.)
안내자:언젠가는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이안 브란트:(역시 사후세계의 소울메이트를 정하는거구나…….)
안내자: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죠?
이안 브란트:네? 아, 아닙니다.
지금 당신과 제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틀린 말은 아닌)
안내자:흠~…. (이어 잔웃음이 터져 나온다.) 고마워요, 덕분에 긴장이 좀 풀리네.
더 웃을 수는 없겠지만…. (뜸 들인다. 수 초 후에야 말을 잇는다.)
이안 브란트 씨, 미리 사과드릴게요. 조금만 견뎌요.
이안 브란트:네? 왜요? 뭐… 가? (갸우뚱, 고개를 기울일 뿐)
▶:호명과 동시에 오한이 들었습니다.
한 번 젖었다 우산 속에서 느리게 말라가는 습기가 몸의 열을 빼앗고 기화하던 탓일까요.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이유 모르게 낯익던 탓일까요.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두가지가 전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당신은 종잡을 수 없이 온 몸을 당기던 오한의 정체와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끼이익! 고장난 브레이크를 밟는 마찰음. 언제부터 도로 위에 차가 다니기 시작했을까요? 흠뻑 젖은 도로 위를 갈팡질팡 위태롭게 누비던 트럭이 이윽고 어느 한 점에서 미끄러집니다.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작열합니다. 차선을 이탈한 트럭과 버스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충돌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2/31/12
굴림:79
판정결과:실패
1
▶:동떨어져 맞물리지 않는 정신을 일깨웠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옆으로 뒤집힌 버스입니다.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트럭입니다.
퍼붓듯 내리는 빗물을 받아내며 빨간 불길이 솟기 시작한 트럭이며, 어느 순간 찌그러진 버스에 옮겨 붙기 시작한 작은 불씨입니다. 깨진 창문 너머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피가 섞여 흘러내립니다. 아비규환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당신의 발치 앞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혼란의 도가니에서,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필사적일지언정 생명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당신은 버스 너머로 죽어가는 누군가를 끌어안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떠올릴 수 있나요?
명확하고 확실하게 눈에 박아 넣고 있나요?
그렇게, 다시 기억을 되새겼나요?
이미 숨이 멎은 누군가를 끌어 안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안, 당신입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1/30/12
굴림:69
판정결과:실패
1
▶:당신은 자신의 사인을 떠올립니다.
뒤늦게 도착한 소방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스패너로 창문을 깨고, 당신을 끄집어 냅니다. 그들이 당신의 품에 안겨 있었을 시신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버스가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습니다.
네, 당신은 죽었습니다. 기억대로라면 당신의 소중했던 사람과 함께 사망했어요. 화기가 느껴지지 않은 환영같은 진실을 떠올리며, 당신은 정신을 잃습니다.
...
...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뿐입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차창 너머로 장대비가 쏟아지고, 머리는 갈무리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75
판정결과:실패
▶:꿈이라도 꾸는 걸까요? 어쩐지 데자뷰를 느끼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덜컹.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국화 꽃다발입니다. 떨어지며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전부터 형편없이 시들어 있었던 걸까요? 순백색이 상징이었을 국화꽃은 이미 모든 색을 잃고 까맣게 죽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시야 속으로 불쑥. 손이 들어옵니다. 그 손은 바닥에 떨어진 당신의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
...
▶:꿈은 그곳에서 끊깁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삐────. 정처없이 바닥을 적시는 빗소리보다 선명하게 울리는 기계음 소리를 듣습니다.
당신은 이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사망하게 된 원인은 버스 사고였으나, 1년의 기나긴 혼수상태 끝에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허나 여전히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만 같다는 공허감은 그대로입니다. 무언가 더 떠올려야 할 부분이 있는 걸까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당신은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품에는 국화 꽃다발이 놓여 있네요.
이안 브란트:(단순히 꿈은 아닐 것이다. 따지자면 모든 것을 떠올렸다고 봐도 무방하나, 중요한 것을 잊은 듯한 기이한 기분이 뒤따라 붙는다. 대체, 왜?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 품에 안긴 국화 꽃다발에 자연스레 시선을 둔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85
판정결과:실패
▶:국화 꽃다발의 상태가 묘하게 호전된 기분입니다. 한참 걸으며 그만큼 비를 맞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요.
이안 브란트:(조금은 생기가 도는 듯한 꽃잎을 매만지며 겨우 숨을 들이내쉬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단 기시감이 든다. 지독한 악몽 끝에 정류장 벤치에 앉아, 나는 울지도 못하고 곁에 있는 당신을……, 당신을? 묘한 감각에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안내자는 당신의 왼편에 앉아 있습니다. 어쩐지 상처투성이인 채네요. 정장은 조금씩 긁혀 있고,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드문드문 꺾여 있거나 잘려 나가 나무의 단면이 보입니다. 얼굴 부분에도 긁힌 상처가 나 있으나, 단순히 마네킹의 검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을 뿐입니다.
안내자:(텅 빈 얼굴 위로 걱정이 드리운다.) …괜찮아요? 갑자기 정신을 잃으셨어요.
이안 브란트:잠시… 기억이 돌아와서 그랬나 봐요. 죄송해요. (처음 보는 당신에게 약한 모습을 내보일 수 없어 쌕쌕, 느리고 얕은 숨결을 내쉴 뿐이었다. 곧 제 옆 사람의 몸을 살피다, 조심스레 당신의 손 끝을 매만져) … 무슨 일 있었어요? 다친 거 아니에요?
안내자:아, 당신이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영혼 사냥꾼의 공격을 받았거든요. 그때 생긴 상처인가 봐요. (가만 손끝을 바라보는 듯싶더니, 중얼거린다.) 통각도 없고…. 다시 연주할 일은 없을 테니까, 이젠 어딜 다치든 상관이 없겠네요. (기이하게도 정돈된 어조였다. 무언가를 삼키고, 체념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주어진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가까운….)
일단 근처의 정류장으로 오긴 했지만, 여기도 버려진 곳이라서요. 잠시 숨만 돌리고, 다시 움직일까요.
이안 브란트:제가 짐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초조한 듯 눈썹을 늘어뜨리고) 그 손, 이리 줘보시겠어요. (단단하고 차가운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자연스레 손을 제 앞으로 가져왔지만 더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 끝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기만 했다. 문득 말을 잇는다. 애원에 가까운 투였다.) 예전에는 무얼 연주했는데요? 얘기해 줄래요?
… 네, 움직여야, 겠죠.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엔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래, 일어나기를 주저하고 있는 자신을. 제 무릎을 내려다 보면 일순 헛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누군가를 떠올린다. 이런 자신을 일으켜주었던 한 사람을. 나약한 영혼을 구원한 손길의 주인. 이안 브란트는 그저 입술을 짓씹었다.)
안내자:(별말 않고 손을 거두었다. 이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망설임 없는 한 걸음이었다. 그리고는 당신을 향해 몸을 돌린다. 부서질 대로 부서진 손을 내밀며,) …이래 봬도 꽤 유~명한 첼리스트였거든요.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종용한다. 다시금 일어서자고, 당신은 충분히 일어나 걸을 수 있다고.)
이안 브란트:첼리스트요. 당신, 이름은? … 제게 알려줄 수 없나요? (보이지도 않을 얼굴을 바라본다. 시선이 이어졌을 것만 같단 직감. 제 직감은 제법 잘 맞는 편이었고, 별 대꾸 없이 손을 맞잡는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었을 때, 그때도 바로 손을 잡았던가? 좀 더, 많은 대화를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 무엇보다도 특별한 걸 받았던 것 같은데.)
안내자:(시선이 맞닿으면, 곧장 고개를 돌린다. 다만, 이는 무언가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알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알고 싶어요. … 알려줄래요?
안내자:(자신조차 정의할 수 없는 심정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 □□은 비로소 얼굴을 들어 올린다.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죄송해요, 그건 안 돼요.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기억해 내세요. 나로하여금 당신을 선택하게 했다면, 당신도 나를 선택해야지…. 안 그래요?
이안 브란트:제가, 당신을요. (이어지는 당신의 말들엔 별다른 대꾸도 없다가) …그러니까. 잘은 몰라도 저희가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단 말이군요. (여전히 입 밖으로 낼 단어를 고른다.) 그럼, 제가 당신을…, (사랑했나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다시 긴 한숨처럼 말을 내뱉는다.) 아니다, 답하지 마세요. 모두 제가 떠올릴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안내자:(저, 기다리는 건 자신 없어요. 차마 뱉지 못한 말을 그대로 삼켜 낸다. 지금의 당신에게 투정을 부릴 수는 없지 않나. 그대로 당신을 일으킨 뒤에야 손을 놓는다.)
▶:두번째 정류장은 첫번째 정류장보다는 덜하지만, 이곳 역시 버려진 시설 중 일부인지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금이 간 플라스틱 천장 아래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한편, 벤치는 절반 가량이 푹 꺼져 있습니다. 그 아래 굴러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정류장의 노선도 표지판인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일으켜준 대로, 그 다리로, 찬찬히 걸음을 옮긴다. 아래에 뒹구는 표지판을 살펴본다.)
▶:엉망으로 할퀴어지거나 구부러져 훼손된 표지판이지만, 희미하게 들러 붙어 있는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1
판정결과:실패
▶:주의! …는 이용할 수 없는 정류장입니다. 길을 잃은 …이신가요? 지금 바로 공원 관리실에 문의해주세요.
안내자:이쪽이에요. 좀 더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이안 브란트:괜찮아요. 그래도… 잠시만 손 잡아줄래요? (쉽게 내보이지 않는 요구였지만 당신에겐 그래도 될 것만 같아서.)
안내자:(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만, 창백한 손이 내밀어졌을 뿐이다.)
이안 브란트:(내민 손을 맞잡는다. 언젠가 꼭 그랬듯. 그리곤 함께, 길로 나아간다.)
▶:두 인물은 다시 정처 없이 비 내리는 도로를 걷습니다. 서로를 감싼 장대비를 뚫고 그렇게 걸음을 내딛다 보면,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배고파…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찾고 있던 그 냄새다…!
기괴하게 비틀리는 듯한 목소리는 분명 최근에 들었던 것입니다. 속이 뒤틀릴 듯한 일그러진 음성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옵니다.
안내자 역시도 당황한 눈치입니다. 비의 세력이 다시 강해진 탓에 괴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혼란이 가중되던 와중,
가까운 곳에서 뛰쳐나온 괴물이 당신에게로 달려듭니다. 꾸물꾸물 왜곡되며 일그러졌다 다시금 맞붙는 끔찍한 형상을 한 괴물이요.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안 브란트:
회피
기준치:57/28/11
굴림:75
판정결과:실패
▶:괴물이 시커먼 아가리를 쫙 벌리는 순간, 무릎이 욱신거립니다. 주춤거리던 순간, 안내자가 당신의 몸을 확 밀칩니다. 영혼 사냥꾼의 피부가 안내자의 몸을 크게 스칩니다.
어떤 존재에 크게 공격당해 몸을 다친 듯, 비틀거리던 괴물은 다시금 자세를 다잡습니다.
이안 브란트:-! 괜찮아요? (서둘러 당신의 옷을 붙잡으며 몸 상태를 살폈고, 함께 도망칠 길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안내자:전 괜찮아요. 이 몸은 통증이 없거든요. (서둘러 당신의 안색을 훑는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네. 밭은 숨을 내쉬고, 당신에게서 국화 꽃다발을 뺏어 든다. 그 대신 손에 쥐여준 것은 자신이 들고 있던 우산이었다.)
이안 브란트 씨, 앞을 보고 직선으로 걸어요. 절대 돌아가려고 하지 마시고요. 제가 알려드린 길 외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서도 안 돼요. 알겠죠?
이안 브란트:… 왜, 같이 안 갈 것처럼 말씀하세요. (불안한 눈빛으로 제 손에 들린 우산, 그리고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안내자:눈치가 좀 느셨네요. (부러 짓궂은 농을 건넨다.) 영영 헤어지자는 건 아니니까, 불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꽤 유~능한 안내자라서, 이 정도쯤은 잘 따돌릴 수 있거든요. 나중에 보자고요.
이안 브란트:당신은 이럴 때도 농담을 하는 사람이군요. (눅눅한 목소리를 낸다.) 약속했어요, 다시 본다고……. 다치지 말아요.
안내자:(그저 웃으며 당신의 등을 떠밀고, 곧장 방향을 틀어 도로의 반대편으로 달렸다.)
▶:갈팡질팡 주춤대던 괴물은 곧 안내자의 뒤를 쫓아 꾸물꾸물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당신이 말했던 대로, 앞을 보고 걷는다. 또렷한 직선. 시야 끝에 당신이 보이지 않으면 그제서는 건네받은 우산을 움켜쥐었다.)
▶:이안 브란트는 올곧게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적막한 도로, 아무도 걷지 않는 인도.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자리는 고요하며, 다만 먹먹합니다.
하염없이 앞을 향해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살난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제 발치에 굴러다니는 표지판을 읽어봅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또 한 번의 기시감. 이건, 과거에 분명히 보았던 내용입니다.
맞아요, 당신은 버스 사고 이후 기나긴 잠 속을 헤엄치던 끝에… 이 도로에서,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분명 죽음의 여로에서도 잊지 못해 기어코 다시 만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 길은 분명 그 사람과 함께 지나쳐 왔던 길이에요. 온전한 죽음으로 향하기 위해 거쳐왔던 길입니다.
당신은 분명 자의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분명 그랬을 텐데, 어째서 또 한 번 이 도로를 걷기 시작한 걸까요?
당신은 죽음으로 향하던 과거 여로의 여정을 떠올립니다. 그 끝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것까지도요. 허나, 당신과 함께 하던 그 사람의 존재와 이름,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우산을 두 손에 바투 쥔 이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보고 싶어, 당신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면서. 고민의 찰나 잠시 멈추어 섰지만, 다시 발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우산 너머로 버려진 건물, 제3 납골당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전에 갔던 곳이랑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네, 생각하며 제3 납골당, 그 안으로 향한다.)
▶:로비에 들어섬과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던 공간이 퍼즐처럼 쪼개어졌다가, 맞붙으며, 다시 기이하게 일렁입니다. 납골당에서 그저 어두운 지하실로, 어두운 지하실에서 밝은 흰색 공간으로, 계속해서 시시때때로 뒤바뀌던 납골당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안 브란트:(기이한 현상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다 곧 내부 공간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이곳은 납골당이 아니라 꼭 미술관처럼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고아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있고, 마치 신전에나 세워져 있을 법한 장대한 기둥이 드높은 천장을 받친 채 우뚝 솟아있습니다. 중앙의 분수대를 기점으로 양 옆에 하나씩, 두 군데의 문이 존재합니다. 1관과 2관입니다.
이안 브란트:(납골당이라기엔 기묘한 디자인. 천장을 살펴보는 것도 잠시, 중앙으로 나아가 분수대를 살펴봅니다.)
▶:미술관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형물의 일부입니다. 물줄기가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지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분수대 테두리에는 작품명이 적혀 있습니다.
자비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분수대 아래 침몰해 일렁이는 검은 형상을 발견합니다. 이건, 검은색 장우산입니다. 누가 여기에 버려두고 간 걸까요?
이안 브란트:(우산이라면 이미 손에 쥐고 있는데. 장우산을 챙겨들어 특별한 것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우산을 살피면, 분수대 아래 잠겨있던 만큼 흥건한 양의 물기가 뚝뚝 떨어집니다. 꼭 온 세상에 내리는 비를 혼자 다 맞은 것처럼요. 물에서는 묘하게 비릿한 빗물 냄새가 납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우산이네요. 길이도, 크기도, 색상도 전부 똑같습니다.
우산을 챙길까요?
이안 브란트:(우산을 챙깁니다! 이후 방향을 틀어 1관으로 향합니다.)
▶:제 1관으로 통하는 왼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방대한 양의 비의 포화가 1관에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돔 형태의 천장이 뻥 뚫려 있는 탓이군요. 굵은 빗줄기 너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의 형태가 아스라이 흩어집니다.
이안 브란트:… 비가, (잠시 고민하다가 당신이 건네준 우산을 쓰고 조각상 가까이로 다가갑니다. 찬찬히 조각상을 살펴봐)
▶:우산을 쓰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면, 당신은 그 조각이 피에타상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어디를 살펴도 다른 작품은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이드 라인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조각상 바로 앞에 작품 안내 피켓이 세워져 있네요.
이안 브란트:(우뚝 놓여진 피에타상을 살피다, 시선을 돌려 작품 안내 피켓을 확인합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마리아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보고, 맡고, 말하고, 듣게 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예수와 마리아 사이의 작게 벌어진 틈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차가운 비를 대신하여 자비를. (그리 중얼거리며 분수대에서 가져온 장우산을 펼쳤고, 틈에 우산을 꽂아본다.)
▶:우산 아래 피에타. 탄식과 슬픔에 잠긴 피에타상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면, 거짓말처럼 그 뺨 위를 적시던 빗물이 턱끝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위태롭게 고여 있던 눈물같은 빗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가 좋아하던 것도, 싫어하던 것도, 나아가 그 손이 얼마나 차가웠는지도, 그럼에도 당신의 손을 잡아오던 손길도…. 하지만 이름과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아, (탄식과도 같은 숨을 내뱉는다. 기억하는 것,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눈물을 툭 쏟아낸다. 깊고 기다란 상념에 빠져 피에타상 앞에서 몇 분을 서고 나면, 손등으로 제 눈가를 훔쳐내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들어온 문을 열어, 분수대를 지나쳐, 2관으로 향한다.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모든 것을 기억해내기 위해서.)
▶:제 2관으로 통하는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은 평범한 미술관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병원의 복도처럼 보이네요. 쭉 이어진 복도를 걸어나가면, 맞은 편에 양문형의 입구가 하나 드러납니다. 유리문의 불투명한 라벨 위로는 중환자실이라고 적혀 있네요.
이안 브란트:또 병원이야. 지독하네, (기억이라는 건. 문을 열어 중환자실로 들어갑니다.)
▶:시선에 따라 넓게 보이기도, 좁게 보이기도 하는 이 병실에 들어찬 가구라고는 고작 침대와 책장뿐입니다.
이안 브란트:(다시, 저번과 같이. 침대맡에 선다. 제법 무던한 낯이다.)
▶:침대맡에 다가서면, 아니나 다를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삐───. 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역시나, 침대 근처에 설치되어 있던 심전도 기록장치에서 나오는 기계음이에요. 당신이 알기로는 죽음을 알리는 이명입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64
판정결과:실패
▶:허나 동시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삶과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공존하는 법입니다.
당신은 분명 죽음을 택했을 것인데. 그리하여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여즉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침상에 누워 있는 이안 브란트의 곱게 모은 양 손이 무언가를 쥐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대체 뭐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쥐고 있는지, 눈길을 돌려 손에 들린 무언가를 살펴봅니다.)
▶:꽃이 한 송이 놓여 있습니다. 토끼풀이네요. 다만, 그 줄기가 반지를 사이에 두고 놓여 있어요. 낯익은 모양의 반지이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당신을 기다리는 2년 항시 제 목에 걸려있던 것을…. 그런 주제에 당신을 제 곁에 둔 뒤론 단 한 번을 손에 쥐지도 못한, 기다림의 증표. 깊은 숨을 내쉬곤 침대에 누운 이를 외면해, 책장으로 향한다.)
▶:책장이라기보단 협소한 책꽂이라 일컫는 편이 나을 법합니다. 책장 사이로 푸른색 표지의 책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당신을 닮은 색. 푸른색 표지의 책을 꺼내어 펼쳐봅니다.)
▶:제목이 없는 책입니다. 다만, 커다란 회전목마가 표지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정지되어 있던 회전목마는 당신이 책을 꺼내어 듦과 동시에 천천히, 거꾸로,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눈을 감았다 뜨면 또 다시 버스 안입니다.
누군가 당신의 맞은편에 존재합니다.
그는 떨어트렸던 당신의 국화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첸 티엔: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제가 바래다 드릴 테니까요.
▶:티엔입니다. 이 목소리는 분명 당신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류장에서 만나, 다시 한 번 목적지를 향해 당신을 인도한 안내자.
여지껏 함께 했던 겁니다. 지나쳐 왔던 길을 거슬러 여즉 함께 걸어왔던 거예요.
당신은 안내자의 이름을 기억해냅니다. 다만,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삐───────.
▶:삶을 알리는 처절하고 간절한 기계음. 꽃의 개화는 계절의 의지입니다. 정신을 차리면, 당신은 텅 빈 납골당의 로비에 서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것도, 걷기를 택하는 것도 모두 당신의 몫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여전히 비도 그치지 않고, 이젠 걷는 것도 지쳤는데. 그래도 있지, 오늘은 당신을 보러 걸을까. (당신과 만나기 위해 몇 걸음 더 걷는 게 대수일까. 당신이 일러준 대로 걸음을 옮긴다. 내 앞으로 걷다 보면, 그 끝엔 당신이 있겠지.)
▶:당신은 당신의 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먹먹한 도로를 걸었습니다.
정말 한참을 걸었어요.
우산을 내리치는 빗방울의 중력이 너무나도 정확히 느껴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흐릿하게 비치는 시야 너머로 정류장이 보입니다. 어느새 싱그럽게 개화한 국화 꽃을 품에 안은 채 당신을 기다리며 서 있는 티엔도 함께, 한 장면에 담깁니다.
이안 브란트:… 안녕, 오랜만이에요. (손등으로 시야가 흐린 눈가를 문지르곤 희게 웃었다.)
안내자:(성치 못한 상태로 당신을 맞이한다. 바닥에 크게 구른 듯, 다친 듯, 처참한 꼴을 한 것치고는 멀쩡하게도 서 있었다.) …안녕, 이안. 오래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는 않았고요? (당신의 품 안에 흠뻑 젖은 국화 꽃다발을 안겨 준다. 꽃은 더욱 싱그러운 생명을 뽐내며 개화했다.)
어때요? 내 이름, 떠올렸나요?
이안 브란트:꽃은 활짝 폈는데, 몰골이 그게 뭐예요. 능력 있으시다면서, 이렇게 다쳐오는 게 어딨어요. (걱정이 묻어나는 얼굴로 당신을 살피며 손을 감싸 쥐었으나, 당신과의 재회가 못내 기뻐 눈을 휘어 웃었다.) 그래요, 보고 싶었어요. … 첸 티엔. 기다리는 것도 잘 하시네요.
첸 티엔:노력은 해 봤는데, 힘들더라고요. (언젠가부터 털어놓게 된 속내를,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도.) 당신의 2년이 이랬을까?
▶:당신이 첸 티엔의 이름을 최초로 호명하면, 그제야 떠오릅니다.
당신은 그의 얼굴과 외관을 기억해냅니다. 모든 기억이 떠오르면, 검은 마네킹은 곧 아주 낯익은 이의 형상으로….
이안 브란트:그때로 돌아가면 일찍 나와줄 겁니까? (짧게 웃고는) 힘들었나? 모르겠어요. 매일 생각하고, 가끔은 잊으려고 했는데. … 글쎄, 이제 그때 일은 다 잊었거든요. (제 시야에 들어오는 당신의 온전한 모습. 두 눈을 마주하며) 이제야 제대로 마주하네요.
▶:(간만이었다. 푸른 눈 속 검은 눈부처가 일렁이는 일은. 시선이 맞닿으면, 습관적으로 눈꼬리를 휜다.) 그때의 일도 잊지 말아 달라고 하는 건, 제 욕심일까요?
이안 브란트:…… 실은 어떻게 해도 못 잊으니까 걱정 마세요. 손은 괜찮아요? (한 손을 끌어 유심히 살피고) … 당신의 연주가 다시 듣고 싶어요.
첸 티엔:듣기 좋은 말을 해주시네요~ (끌린 손은 엉망이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다. 다만, 첸 티엔은 그다지 괴롭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더는 긴 잠 꾸길 택했을 적처럼 비탄에 잠기지 않을 것이란 점. 내뱉는 말들은 본인도 놀라울 정도로 덤덤했다. 도리어 실없는 투를 낼 정도였다.)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포기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시선이 툭 떨어지지만 잡은 손을 놓진 않는다.) 티엔 씨가 담담하게 말해서 더 슬프잖아요. 차라리 당신은 괴로운 상황에서 슬퍼 울었으면 좋겠어. (나직이 뱉은 말엔 슬픔이 묻어난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마음이 그렇다면. 다친 손을 끌어다 손바닥 위로 입술을 묻는다. 당신을 향한 애정, 그리고 갖은 비애가 묻어나는 절절한 입맞춤이었다.)
(곧 시선이 마주치고 입을 여는 데까지 짧은 간극이 있다.) … 이 얘긴 더 미루고 싶었는데. 할 얘기가 꽤 많은 것 같아서…. 분명 당신과의 죽음을 택했는데, 어째서 제가 살아있는지. 당신은 아시나요?
첸 티엔:이래 봬도 나름 표현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만큼은 전부 드러내는 중이라고요. (가장이 아닌 진심이었기에 더욱 멋쩍은 표정이 된다. 손을 움츠리면서도 거둘 생각 않는 것이 그의 마음을 오롯이 짐작게 했다.)
정확한 연유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정말 제 의지가 아니었거든요. 또 한 번의 기회를 강요당했어요. 다시 한번 이 거리에 서게 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그 부름에 응해 주었고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니까…, 이 뒤로 올 말은 대충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 어떨 것 같나요?
이안 브란트:그래, 저도 알아요. 그래서 더 슬픈 건데. (손 끝에 가벼이 입을 맞추고야 손을 놓아준다.) 그래서 또 신인가 하는 것에 의해, (신성모독… 속으로 생각했다.) 티엔 씨는 이번에도 죽어라 고생을 하고, 전 아직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 거고요? (이마를 짚었다.) … 이번엔,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일이 풀리는 구조예요?
첸 티엔:놓지 말아요. (떨어지는 손을 붙잡는다. 고집스레 온기를 쥐고 놓지 않았다.)
제가 드렸던 우산은 가지고 계시죠? 그걸 제게 씌워주시면, 당신은 삶으로 되돌아가고, 저는 평온히 성불할 수 있게 된다나 봐요.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죠? 내 사랑, 당신에게 삶을 돌려줄게요…. 라고 말했던 때 말예요. (미미한 미소를 띤다. 단, 그 표정은 숭고한 희생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말 대신… 다른 걸 묻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이안 브란트:원한다면 기꺼이. (손을 감아오는 감촉에 옅게 미소지었고, 아프지 않게 붙잡았다. 다신 놓지 않을 것처럼.) … 우산은, 가지고 있어요. (당신의 말을 들으면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린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는, 언제쯤 영원 앞에 설 수 있는 걸까?) 네에, 여쭤보세요, 뭐든. 당장 선택의 답변을 내놓으란 것만 빼면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처럼 중얼거렸다.)
첸 티엔:(짧은 숨을 들이켜면, 줄곧 되뇌었던 물음을 내뱉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뚜렷한 푸름이 당신을 응시한다.)
……이번에도 나를 선택할 수 있겠어요?
(많은 것이 생략된 질문이었다. 다만, 당신이라면 그 의미를 알아채리라.)
이안 브란트:… 그럼요. 오늘은 어렵지도 않은 질문을 하시네요. (온전한 푸른색을 눈에 담는다.)
첸 티엔:후회하지 않아요?
이안 브란트: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첸 티엔:……왜? (의문으로 피어난 물음이 아니다. 그 답은 짐작하고 있음에도 그리 물었다.)
이안 브란트:당신과 함께 하고 싶으니까.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요?
첸 티엔:이렇게까지 쉽게 답하실 줄은 몰랐지만, 네에. 뭐….
…함께 가 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좀 더 어려운 대답을 원하는 거라면… 당신을 많이 좋아해서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든요.
첸 티엔:(여러 답이 오가면, 그제야 후련히 웃는다.) 그럼, 마지막으로~… 예의상 여쭤볼게요. 제게 우산을 씌워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이젠 그럴 수 없는 거 잘 아시잖아요. (손에 쥔 우산이, 이어 품에 안은 꽃다발마저 바닥에 툭 떨어지면 빈 손으로 당신을 끌어안는다.) 나는 당신을 선택했으니까.
당신은 한 번 죽음을 감수했으나,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허나 또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해졌을지언정 당신의 선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미 한 번 티엔과 영원을 걷길 택하지 않았던가요. 이변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기어이, 비로소 서로를 선택합니다.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금 긴 여행을 하게 되겠지만,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곳에서 마주하게 되리라 믿으며.
우산 너머 차가운 비를 온 몸으로 맞아내며, 티엔은 웃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국화꽃이 차츰 빛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깨닫습니다.
삐─────.
삶을 알리던 기계음 소리는 이제 최초와 같이 죽음을 알리는 경종 소리가 되었음을요.
자, 다시 걸어볼까요.
우리는 이미 이 길을 여러 번 동행했으니,
도중에 방황하게 될 일은 없을 겁니다.
  END 2. 우리는 여전히 수몰할지어니
▶:첸 티엔 로스트, 이안 브란트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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