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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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끔벅입니다.
정신이 멍합니다.
이상하게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밤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사흘 뒤는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
잠깐, 뭐라고요?
당신은 떠올립니다.
그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이안과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난데없이 정략 결혼이라뇨?
없던 일이 된 게 아니었단 말인가요?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사용인: 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첸 티엔:(얼떨떨한 낯으로 의복을 받는다. 결혼이라니?) …오늘 저녁이요?
사용인: 네, 짐을 챙겨서 오페라 하우스로 향하기 했지 않나요! 오늘부터 성대한 파티가 열리겠네요. 도련님의 결혼 축하 파티 말이에요. 너무 들떠 잠시 잊고 마신 거지요?
첸 티엔:아…. 맞아요, 그랬었지. (이어지는 침묵. 간극의 끝은 언제나 웃음이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첸 티엔이 결혼이라니! 안 어울리잖아요~. 뭐어, 마음의 준비라면 다 된 것 같지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사용인: 아직도 얼떨떨하신 모양이네요. 하긴, 그 유명한 브란트 가문의 자제분과 약혼하시다니! 비록 얼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결혼이 성공한다면 이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답니다.
소문으로는 그 자제 분도 굉장한 신사분이시래요.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도련님께 먼저 정략혼을 청하다니, 좋은 징조가 분명해요!
정말 놀라울 만큼 기억에 없는 내용입니다.
아니, 사실 이미 놀랐습니다.
놀라지 않았나요? 놀라지 않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한 일이네요.
첸 티엔:(놀라울 만큼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잠시만요. 브란트? (낯익은 성이다. 그리운 울림이기도 했다. 반사적으로 자신의 왼손 약지를 훑는다.) 혹시~ 그분의 성함을 알고 계신가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아서요. 유명한 분이신가?
사용인: 글쎄요… 안타깝지만 저는 잘 모르겠네요. 집안의 양자로 입적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리 유명하신 분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것이 중요할까요! 브란트 가문임이 중요한 거죠.
사용인은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이안이 당신에게 건넨 돌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이안은 없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요?
첸 티엔:그런가요~? 난…. (단 한 번도 가문의 위상 같은 건 바라지 않았는데. 뒷말은 삼킨다.) 아, 이번엔 이걸로 묶어 주세요. 괜찮죠? (가리킨 것은 금색 끈이다.)
사용인: 도련님께서 금색을 좋아하셨던가요? (그리 질문하면서도 선뜻 금색 끈으로 머리카락을 묶어준다.)
첸 티엔:최근에…, 좋아하게 됐어요. (…….) 이 정도면 됐네요! 고마워요.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마차에 탑승할까요?
첸 티엔:(탑승합니다...)
마차에 탑승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죠.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은 곁에서 그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티엔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나아가 식까지 진행될 거라 들뜬 목소리를 냅니다.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이동합니다.
...
브란트 가. 어떻게 보아도 이안의 성씨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그 자제라는 사람이……?
이안의 가문이 그 정도로 유명한, 왕가와 연결된 집안이었던가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결혼 축하 파티? 공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결혼식?
감이 오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브란트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시종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군중의 공통된 행위를 따라 입구를 바라보면,
???: 주인공이 모두 모였네!
누군가의 탄성과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이안, 이안 브란트가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깨끗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너덜하게 자리했던 상처가 조금도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은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던 이안이 맞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이안입니다.
당신에게 고정된 저 두 눈이 알립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첸 티엔:이안……?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탄식과도 닮아 있는 중얼거림이었다.)

첸 티엔:(바라 마지않던 이와 똑 닮은 외형과 목소리를 갖고 있으나, 그와는 다르게 이 자는 나를 알지 못한다. 그 사실이 첸 티엔의 당혹을 멎어 들게 했다. 네가 정말 내가 아는 이안이라면, 나를 모를 리 없다.) 음~…, 죄송해요. 인사가 늦었군요. (손을 맞잡으면, 이전의 허물어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저 질 나쁜 장난일 것이라고, 장단을 맞춰 주다 보면 언젠가는 이 꿈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라고. 그리 되뇐다.) 첸 티엔입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가문에 누가 되지 않게끔 노력할게요. 잘 부탁드려요.

알고 있으시겠지만 결혼식은 3일 뒤입니다. 일정이 생각보다 빠듯하나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웰컴 파티가 가볍게 준비되어 있고,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내려온 왕실 사람들과 저희를 위한 오페라 공연이 예정된 상태입니다. 모레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가 꽤 큰 규모로 열린다 들었어요.
첸 티엔:오페라 공연이요. 그건 좀 기대되네요~! (손을 거둔다.) 이만 들어갈까요?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네요.

첸 티엔:(계속 저 얼굴을 보고, 저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속이 울렁거린다. 그럼에도 웃었다. …일단은.)
이안이 사라지고, 티엔은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경쾌한 음악 소리가 홀 내부에 퍼집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이안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모르는 얼굴이 아는 체를 해오네요.
1:??” 아, 티엔!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 결혼 축하드려요, 티엔 씨. 저는 일찍이 두 가문이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첸 티엔:(누구신가요………….) 와, 절 축하해주시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 주신 건가요? 기쁘네요~! (대충… 답하면서 들어온 입구를 흘긋 봅니다...)
:대답을 들은 이들은 간단히 당신을 보내줍니다. 봐드립니다...
티엔이 들어온 입구입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입구로는 끝없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람들이 최소 젠트리 계급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마저도 일부이며, 대부분이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첸 티엔:(입구에서부터 쭉 직진하다 보면, 이윽고 홀의 중앙에 다다른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홀입니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과연, 파티장으로 쓰일 만큼의 크기네요. 모든 장식이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대부분이 신화와 연관된 것 같다는 사실도요. 천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고개를 들어 천장을 본다.)
:고개를 들면 천장에 그려진 명화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던가요? 꽤 수작입니다.
첸 티엔:(덤덤한 눈으로 명화를 훑고… 쉴 만한 공간을 미리 찾아두고자 휴게실 입구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휴게실로 이어지는 입구입니다.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휴게실 입구로 가면, 그 옆에 놓인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을 발견합니다. 아마 브란트 가문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살짝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첸 티엔:(이런 곳에 웬 책이지? 슬쩍… 곁눈질한다.)
:내용을 들추면,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들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딘가에서 지독한 시선이 느껴지며 미미한 오한이 듭니다. 정신을 다잡고 글자를 읽으면 몇 가지 단어를 건져냅니다. 세뇌에 관한 이야기 같습니다. 정신 조종을 통해 바라는 대로 사람을 조종하고 무언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 그 경우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의 접촉을 통해 벗어날 기회가 선사될 지도 모른다…….
첸 티엔:(곰곰….)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안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이와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집니다. 혹자는 다른 사람들도요. 우선 가장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는 이안이니, 그에게 접촉을 시도하거나 과거를 언급하면 조금 태도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첸 티엔:…….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긴 것마냥 먼 곳을 본다. 시선의 끝에는 식당 입구가 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닙니다.
첸 티엔:(닫혀 있군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내일 오페라를 볼 때 가볼 수 있겠군요. 지금은 볼 일이 없습니다.
모든 조사를 마치고 나면 사용인이 당신을 숙소로 모시고자 합니다.
홀을 벗어나는 찰나에 이안과 눈이 마주칩니다.
이안은 티엔을 보고 조용히 웃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휴게실이 있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당신과 이안만이 머무른다 들었습니다.
방문객, 손님들은 모두 오페라 하우스 근처 호텔에서 묵는다나요.
숙소에서 할 일이야 뻔합니다.
웰컴 파티를 위해 가꾸는 거죠.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런 것보다 다른 누군가가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요?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은 아까보다 사람이 적습니다.
웰컴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만 남은 거겠죠.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리는 말마따나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린튼 가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첸 티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결혼식일까요? 아니면……?
...
주위를 둘러보면 티엔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모르는 얼굴들도요.
척 봐도 고급진 옷, 고급진 장신구,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브란트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속해서 이안을 옅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브란트 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이안이 티엔을 발견합니다.
무리에게 양해를 구한 이안은 당신을 보자마자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애로 가득한 저 낯. 그러나 그는 당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첸 티엔:(그 시선이 아리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내색 않고 당신을 맞이했다.) 네, 신경 써주신 덕분에요. 특히 연주자들의 표현력이 마음에 드네요~! 예전부터 음악엔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안 씨는 어떠신가요?

첸 티엔:그래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괜한 걸 강요하고 싶진 않은걸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미묘히 비껴가는 시선. 히죽 웃는다.) 대충 출 줄은 알아요. 남들에게 내세울 정돈 아니지만요. ……이거, 큰일 난 건가요~?! 안 되겠다. 이안 씨께서 절 좀 가르쳐주셔야겠는데요.

첸 티엔:(당신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이안 씨, 그거 아세요? 춤을 가르쳐 달라는 건…, (문득 손을 내민다.) 손을 잡아달란 뜻이기도 해요. 그래야만 춤을 출 수 있으니까요~ (푸른 눈이 당신을 응시한다. 은근한 종용이었다.)

그나저나, 티엔 씨. (신중하게 이어질 단어를 고른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브란트 가의 사람: (이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탕한 웃음으로)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도 배우자 될 사람이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 그래!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부모님께서 찾으신다.
그에 응하면서도 이안은 난처한 기색을 띱니다.
결국 파티를 잘 즐겼으면 한다는 인사와 함께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이안은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떠나는 가운데, 문득 이안이 티엔의 뺨에 입맞추려는 듯 몸을 숙이다 거두고 사라집니다.
찰나에 눈이 마주쳤던 것도 같습니다.
밤이 오고 당신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이안의 방은 맞은편에 있습니다.
티엔와 이안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주어진 티엔의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하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뇨…….
뒤척이던 티엔은,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한 시선입니다.
인간의 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어떤 형체가 보이진 않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마치 꼭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이성 판정 (1/1d2)
첸 티엔:
| 기준치: | 74/37/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뇌가 둔해지고 사고가 멈출 것만 같은 순간…….
…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 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첸 티엔:(겨우 몸을 일으키고 가쁜 숨을 갈무리한다. 안정을 되찾고자 팔을 쓸어내렸지만, 불안 어린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노크 소리가 들렸던가. 애써 관심을 돌린다.) ……누구세요?

첸 티엔:(악몽을 꾸고 깨어날 때면 항상 당신을 찾곤 했다. 그러니 이 순간, 들려 온 목소리에 홀린 듯이 문을 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된 인사나 사과도 없이 대뜸 방 안으로 들어서서는 방문을 닫아버리고, 바쁜 걸음으로 당신을 지나쳐 서둘러 창문을 걸어 잠근다.)
첸 티엔:……너, (옛 버릇이 튀어나온다. 잠시 눈을 감고, 입을 다문다. 수 초가 지난 뒤에 다시금 말을 잇는다.) …이안 씨, 무슨 일이신가요? 거기에 뭐라도 있나요~?

짧은 입맞춤 후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집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이안이 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양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첸 티엔:(숨이 턱 막힌 것 같았다. 호흡을 잊은 사람처럼 당신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두 눈에 담긴 것은 일말의 당혹과, 미미한 기대와,) …뭔가, 떠오르기라도 한 거예요? (한 줌의 절박함…….)

… 그리고 그 대상은 아마 저 뿐만이 아니고요.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으니…, 부디 몸조심 하세요. (걱정을 머금은 시선.)
첸 티엔:(명백한 외면을 보며 서운함을 느꼈던가. 알 수 없다.) 그런 것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주저한다. 빈손을 머무적대다, 겨우 뻗는다. 찾아 쥔 것은 당신의 왼손이었다. 애틋함을 담아 비어 있는 약지 위로 입을 맞춘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부디 외면하진 말아 주세요…. 내가 버틸 수 있도록.

첸 티엔:(부정하려 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안 브란트는 내 기억 속의 인물이 아닐 것이라고, 그러므로 나는 고뇌할 일 없이 쓰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요, 이번에는. (그러나 첸 티엔은 줄곧 이 온기를 그리워했다. 괴로울지언정 확신하고 싶었다. 당신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친다. 흩날리던 꽃잎 속, 마지막으로 붙잡았던 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번에는 같이 고민해 봐요. 예전처럼 모든 걸 혼자 끌어안으려 들지 마시고요.
(그리고는, 그저 눈을 마주한다. 한참을 그러는 듯싶다가도 당신을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달밤에 나누었던 고백보다는 조금 더 긴 시간이었다.) ……아직은 다음 생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도는 봐줘요.

…. (조금 전 자신이 먼저 입을 맞추었던 사실은 아주 잊기라도 한 듯, 첫 키스를 한 사춘기 소년이라도 된 양 귓가가 잔뜩 붉어진 채 굳어있다. 그러기를 잠시, 끈질기게 당신을 바라던 눈이 한순간 감긴다. 재차 입술을 겹쳐 긴 시간 당신을 붙들고,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어 당겼다 곧 떨어진다. 좁은 거리를 두고 옅은 숨결이 섞인다.) 용서 받아야 하는 건 저일 텐데요.
첸 티엔:(첸 티엔은 표정을 갈무리하는 데 능숙한 인물이었다. 이 사실은 줄곧 변치 않으리라 믿어 왔으나,) …이런 실수라면, 오히려 반기고 싶은걸요~. (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두 눈에는 이상하리만치 애정이 아롱거린다. 한 차례 단절되었던 연정을 이어 붙인 탓이다.)
(그러나, 동시에 염려한다. 이 마음이 버거운 감정임을 잘 알고 있다. 또다시 당신에게 외면받고 싶진 않았다. 이안 브란트는 천성이 다정하므로 결코 자신을 밀어내지 않을 테지만, 단순한 가정만으로 두려움에 휩싸이는 연유는 무엇인가. 사모 앞의 첸 티엔은 그저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유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진 않았으므로,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그 표정이 보이지 않게끔.)
단 한번도 당신을 원망한 적 없다고는 말 못 해요. (방아쇠를 당기던 순간을 기억한다.) 하지만…,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다 다짐한 적 또한 없어. 그러니까 안심해요.

… 그리고 그게 문제인 건데도.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중얼댔다.)
(긴 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당신을 떼어내선 뺨에 입술을 스치듯 가져다 댄다. 손을 끌어다 당신을 침대 모서리에 앉히고, 그 아래 무릎을 꿇은 채 당신의 다리에 기대어 올려다 본다.) 오늘은, 같이 잘까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뒷말을 삼키고는 대상 모를 원망이 섞인 투로 읊조린다.) 결혼할 사이인데 이 정도는 봐주지 않겠나요. 그게 누가 되었든. ……말 없이 손만 잡고 잘 건데. (그 끝에는 장난기가 묻어난다. 당신의 찬 손을 빈틈없이 잡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
첸 티엔:이젠 날 좀 알게 되셨나 봐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리가. 한없이 고요하게 수긍했다. 이끄는 대로 순순히 이끌렸고. 침대 모서리에 앉아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래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이제 곧 결혼할 사이인데. (장난을 마주하면, 속절없이 웃어버린다. 당신만이 아는 첸 티엔의 표정이었다.) 눈 좀 감아볼래요? 지금요.

눈은 왜요? (의아한 얼굴로 보다가도 순순히 눈을 감는다.)
첸 티엔:사랑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네 삶을 살아야지. 마지막 순간 건네었던 말을 떠올린다.) …그래도~ 이번 생 정도는 제게 주시겠어요. 이번에는 행복하게 해 드릴 테니까요. (끝끝내 감춰 둔 욕심을 드러낸다. 이기적인 바람을 뒤로한 채 고개를 숙이고, 애정을 표하기라도 하듯 감은 눈꺼풀 위로 입술을 내리누른다.) 전 손 잡는 걸로는 만족 못 해요. 단단히 끌어안고 잘 건데, 괜찮겠어요? (이어지는 농.)

괜찮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별 건가요, 그게. (느슨하게 웃으며) 아무 꿈도 꾸지 말고 푹 자요.
잠들기 전, 티엔은 직감합니다. 누군가 당신과 이안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안은 현재 자유로운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부활은?
도대체 누가 주도한 짓인가요?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해보자면, 어쨌든 당신과 이안은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닿은 온기는 분명 산 자의 그것입니다.
살아 있었습니다…….
2일차
낮부터 이 오페라 하우스는 분주합니다.
오늘은 왕가에서 손님이 오는 날입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듣기로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합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결혼식을 앞두고요?
어쩐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러나 의문을 곱씹기도 전 이안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아침 인사와 함께 웃으며 간밤 잘 잤냐는 안부를 전하는 태도는 어제 밤 제 방에 들이닥친 그 사람이 맞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첸 티엔:(지난밤 느꼈던 시선을 기억한다.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책잡힐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지. 적당히 장단을 맞춘다.) 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긴 했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있잖아요~? 설레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죠.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무던한 낯이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는 이안 씨는 잘 주무셨나요?

첸 티엔:좋은 생각이에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을 수록 싸울 일도 줄어들겠죠. 가족 될 사람이랑 얼굴 붉히고 싶진 않거든요. (농….)

저 사람 좋은 미소와 매끄러운 말투는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가늠이 잡히지 않습니다.
짧은 대화 후 이안은 제 가문원 사람들에게로 돌아갑니다.
찰나 티엔에게 티엔의 집안 사람이 찾아옵니다.
???: 티엔! 결혼식이 코 앞이구나. 배우자 될 사람은 마음에 드니?
첸 티엔:음~ (고민하는 척….) 만난 지 겨우 하루인걸요~. 말을 얹기는 좀 조심스럽네요. …이런 대답은, 좀 식상한가요?
???: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이구나. (껄껄 웃고는) 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분명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지겠지. 네가 수고가 많다, 티엔. 브란트 가문 쪽에서 혼담이 들어온 건 엄청난 행운이야.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이안은 너를 굉장히 좋아했잖아? 예전부터 네 일이라면 껌뻑 죽었지. 그러니까 분명 일사천리일…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첸 티엔:…뭐라고 하셨나요? 죄송해요, 주변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렸네요.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 내가 뭐라고 말했나?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 어리둥절한 반응)
첸 티엔:…아니에요~ 제가 잘못 들었나 봐요. 그리고~ 저도 이 혼담을 놓치고 싶진 않으니까! 모쪼록 걱정은 마세요. 노력해 볼게요.
???: 그래, 공연이 시작할 때 다시 보지.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리를 떠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페라 하우스의 2층과 3층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2층으로 올라간다.)
:2층 홀은 넓고 텅 비어 있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첸 티엔:(1층으로부터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 2층에 도달한다. 느릿한 걸음걸이였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티 테이블을 살피거나,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슬그머니 티 테이블근처에 자릴 잡는다.)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긴 좀 그렇고……. 손님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엿들어볼 수 있나요?)
:티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라벤더 티입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공연 전에 마시기 합당한 걸까요?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귀부인1: 듣기로 이안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귀부인2: 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그 옆에는 이번 공연을 보러 온 귀족들이 있습니다.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첸 티엔:(쫑긋...)
손님: 이번 공연이요? 듣기로는 이안 브란트 씨가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 합니다. 신화에 기반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더군요.
멸망의 위기가 들이닥친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른 연인이 다시 부활함으로 시작되는 시놉시스라 들었네요.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활 후 다시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였나? 젊은이들이 꽤나 열광하는 모양이던데, 뭐, 그쪽 입맛에 맞는 내용인가 보죠.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 문득 몇몇 손님들이 티엔을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할 수 있나요?!)
:손님들에게 다가간다면 대인 기능 판정을 통해 직접 물어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속닥거리는 소리를 찾아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친다. 때마침 궁금한 것도 있고 하니 경쾌한 걸음으로 다가섰다.) 실례합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길래요.
첸 티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손님: 예? 별 얘기 아닙니다만… 어쩐지 이안 씨가 이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 소, 소문일 뿐이니까요!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변명을 덧붙인다.)
첸 티엔:에이, 뭘 떨고 그러세요. 전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대충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이라는 것. 그 가정대로라면 이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혹여 정말, 단순히 그가 이 결혼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탓이라면…. 생각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몫의 찻잔이 남아 있을까요? 이안 씨께서 손수 준비해주신 티라면서요? 저도 한번 맛보고 싶네요. (이안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리 없지 않나. 뻔뻔한 낯짝에는 근심 한 톨조차 찾아볼 수 없다.)
손님: 그,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뭐, 이곳이라 함이 그렇지 않습니까. 온갖 소문이 도는 판이니 말입니다. (황급히 화제를 돌리려는 듯 테이블을 두리번거리며) 찻잔은 얼마든 있죠. (티포트와 찻잔을 티엔의 쪽으로 밀어줍니다.)
:차를 마실까요?
첸 티엔:(마셔봅니다!)
:라벤더 티를 마시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미미하게 몽롱한 감각이 스며들고 생각이 편안해지며 무엇을 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SAN +1)
3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느긋하게 찻잔을 비워 내고, 객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3층으로 이동합니다.)
:3층 객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첸 티엔:(맡길 만한 짐이 있을까… 생각하며 캐비닛을 열어 본다.)
:사람들의 짐이 맡겨진 캐비닛입니다.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첸 티엔:(벌컥!)
:열어보면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브란트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잉글랜드 세번 밸리. 브리체스터와 캠사이드? 여러 개의 주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편지가 맞긴 한가요?
첸 티엔:(봉투 안에 편지가 있을까요?)
:편지 내용을 보려 하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첸 티엔:(몸을 숨길 만한 곳이 있을까요?)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다 보면… 발소리는 금세 잠잠해집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는 것 같진 않습니다. 편지를 읽어볼까요?
첸 티엔:(읽어봅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침침...)
:티엔은 이 주문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그건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제부터 알 필요가 있을까요?
확실한 사실은 이안은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았다면 진작 사용했을지도요.
첸 티엔:(편지를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둔다. 공연 시각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요?)
모든 장소를 돌아보고 나면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부름이 당신을 방문합니다.
2층 5번 박스석이 당신의 자리입니다. 이안도 동석한다는군요.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이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요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밉니다.
내부에서는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이안만이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옆 박스석, 약간의 거리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미미한 불쾌감이 듭니다.
첸 티엔:(당신을 물끄러미 보더니,) …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소리를 듣고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문득 물음을 건넨다. 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으므로 기다리지 않고 당신의 옷자락을 잡는다.) 자리 좀 바꿔주세요~. 어서요! (이런다고 해서 시선을 떼어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당신이 편히 있었으면 했다.)

:대화를 하고 있으면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이로군요.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이안이 중얼거립니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커튼이 올라갑니다.
극이 시작됩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숨을 거두고, 그리고…
여기까지는 꽤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네, 그렇죠. 어딜 봐도 당신과 이안의 이야기네요. 그러나 다음 순간 극은 기묘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했던가요?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극이 막을 내립니다.
…이게 끝이라고요?
이런 찝찝한 끝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허나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첸 티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티엔은 홀에 있는 명화를 떠올립니다. 연인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던 신…….
칸막이 너머의 이안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쩐지 몽롱한 기색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이안이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끕니다. 밤 바다로 나가자는 거겠죠. 그 눈은 굉장히 진중합니다.

첸 티엔:(무대를 흘긋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이안은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바닷 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이안이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바다의 짠내가 공기 중에 서린 장소입니다.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아래,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평선 밑에 태양은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이안은 유지해온 여유로움을 내려놓았습니다.

보고 싶었어, 티엔.
첸 티엔:(아, 그리운 부름이여.) ……이제야 내 곁으로 와 줬구나.

언제 시선이 향할지 모르니 모든 사정을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살아나서 과거로 온 거야…. 그리고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고. … 공연, 봤지?
첸 티엔:난…, 네가 날 잊은 줄 알았어. 어쩌면 내 앞의 너는 이안 브란트의 모습을 본뜬 누군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고. (품 안에 자리한 온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저 힘주어 끌어안았다.) ……결말이 수상쩍던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부활을 시킨 주체가 당신을 원해. 결혼식이 끝나는 즉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해. …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야. 결혼식에서 함께 도망치는 것.
첸 티엔:함께 도망치면, 그러면……. 이안, 너는? (얼굴 위로 불안이 드리운다.)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첸 티엔:맹세할 수 있어?

…당장은 도망칠 수 없겠지만. 보호 주문을 몇 번 더 덧입히고 나면 감시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첸 티엔: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힘없이 웃는다. 긴장이 풀린 것 같기도, 행복에 겨운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시선의 끝에는 당신의 손이 있다.) ……이번에는 간직해줄 수 있냐는 거였어.
…그 보호 주문이란 건? 내가 도울 수 있을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천천히 입술을 겹쳐 온다. 조금 떨어져서는) …… 이렇게. (점차 붉어지는 귓가.)
첸 티엔:(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말에 놀란 낯을 하는 것도 잠시, 풀어지듯 입가를 허문다.) 넌…, 매번 수줍음을 타더라. (손을 뻗어 당신의 귀를 감싼다. 그대로 귓가를 덧그리기도 했다.) 언제까지 부끄러워할 셈이야? 네 말대로라면 몇 번이고 더 키스해야 할 텐데.

첸 티엔:(달아오른 볼을 보며 기어이 파안한다. 눈썹을 늘어트리며 한껏 즐거워했다.) 부끄러워해야 하나? 그러길 바라? (짓궂은 어조로 말을 잇다가도, 찰나에 다정해진다.) 말만 해. 네가 바라는 대로 해 줄 테니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저 솔직하게 굴어줘. 있는 그대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보여줬으면 해. … 뭐어, 가끔은 부끄러워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농.)
첸 티엔:참 많이도 울렸지. 더군다나, 난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니잖아. 그런데 그렇게 울 정도였으면~…. (책망보다는 회한을 닮은 말들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너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뒷말은 삼켜 낸다. 지나간 일에 매몰될 필요는 없겠지. 다시금 웃음을 덧그린다.)
그건 너 하기에 달렸지. 안 그래? (애초에 숨길 생각은 없었다. 설령 속내를 감추게 되더라도, 당신이라면 알아채 줄 것이라는 확신 또한 있었다.)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끙, 낮게 신음하더니) 솔직히 말해봐. 나 믿음을 못 주고 있지?
… … …
뭐든 말해.
첸 티엔:……그, 그런 거 아니에요~! (…지레 찔린 탓에 말을 더듬는다. 물론, 모르는 체했다.)
그냥…….
…키스해 줘. 이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별빛이 휘감은 이 밤하늘 아래서 절벽 위의 들꽃, 히스가 아슴푸레 빛날 것이다. 바다의 포말이 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부는, 그래,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 Wuthering Heights, 그 아래, 나는 당신과 함께 서서…….)
첸 티엔:(흐르는 것들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람이 스치기 시작하면, 풀줄기들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그 틈을 메운다. 그 너머에는 파란이 해변을 뒤덮으며 틈 아래로 잔 것을 깔아 낸다. 무엇 하나 일정한 것이 없다. 그래, 이곳은 변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네가 없는 동안, 생각을 좀 해 봤거든. 네게 했던 말이나, 들었던 것들을 전부 되새겨봤어. 그러다가 하나 깨달은 게 있는데…. 뭐일 것 같아?

첸 티엔:노력만! 해 보겠다고 했잖아. 안 되는 걸 어떡한담~? (참 가볍게도 대꾸했다.) 네게 요구하기만 했다는 거. 사랑을 바라기만 했지, 정작 내 입으로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더라고. 아냐?

첸 티엔: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겠어? 이안, 좀 더 욕심내도 돼. (너만은 그래도 돼. 덧붙이며 당신의 왼손을 쥐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마냥 스스로 몸을 낮추어 당신을 올려다본다. 답지 않게 입꼬리는 처져 있다. 미미한 긴장 아래 수줍음이 깔린 탓이다.) 보는 눈이 많으니 반지는 못 주겠지만~….
(가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불변을 맹세했다. 오만한 행태임을 안다. 그러나, 이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가장 뱉고 싶었던 말을 이제서야.)

티엔. 나의 모든 순간에, 이 삶에 이유를 쥐어준 게 너잖아. (첫 만남부터 그랬다. 눈발에 갇혀 살던 소년은 당신이 건넨 웃음, 그 휘어진 푸른 눈을 보며 여름을 깨달았다. 그 여름을 동경하고, 사랑하며 평생을 산 나는,) … 네게 항상 과분한 것을 받기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 그래서 말이야, 이번에는 나도 내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다고,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티엔 너와 남은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 우리의 영원을…. 당신도, 허락해 줄 거지?
첸 티엔:그런 거창한 일을 한 기억은 없지만…,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야. 과거의 나도 꽤 잘 살았구나 싶네~. (멋쩍음을 감추려 괜한 농을 건넨다. 습관적인 태도였다. 강박적인 버릇이기도 했다. 타인에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론. 남은 평생을 너만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변하면 안 돼, 이안. (이제 와 당신을 남이라 칭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철이 들 무렵부터 모든 일상을 당신과 공유해왔다. 이제는 당신이 없는 삶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첸 티엔이 영원을 바라게 된 데에는 이안 브란트의 탓도 분명 있을 터다. 그렇게, 또다시 당신의 탓을 한 차례 하고서야 자세를 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결혼식에서 잘 도망쳐 나와야겠죠~?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말해요. 숨기지 말고요. 난 늘 당신 편이란 것도 잊지 말고.

변할 리 없으니까 마음 놓아요. 당신이 싫다고 해도 안 놓아줄 건데. (장난스러운 투로 대꾸한다. 이내 짧은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그러면, 내일은 데이트라도 갈까요? 그러니까, 음, 시간이 조금 빌 것 같아서…. (뒷말을 변명처럼 덧붙인다. 허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빤히 바라보고 서)
첸 티엔:(시선이 마주치면, 잠시간 당신을 바라보기만 한다. 푸른 눈 사이로 연인의 인형이 맺힐 무렵,) 그런 건 굳이 묻지 않아도 돼. (씩 웃는다. 그리고는 잡은 손을 푸는 듯하더니, 틈 하나 놓치지 않겠단 것마냥 재차 손가락을 얽어낸다.) 넌 이미 내 대답을 알고 있잖아. 그렇지?

…
…
…… 어서 돌아가서 괜찮은 데이트 코스라도 물어봐야겠어….
첸 티엔:(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막으려 했으나, 어깨가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그래. 그러려면 어서 돌아가야겠네요. 난 당신만 믿고 있을게요.

첸 티엔:또 부끄럼 타는 거예요~? 이렇게 수줍음이 많으셔서 어떡한담.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짓궂게 대꾸하며 뒤를 따른다.)

첸 티엔:정말~? 사실대로 말해야 책임 져 줄 거예요.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남 놀려먹기 좋아하는 성정은 어딜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덩달아 당신을 향해 물을 몇 번 튀기고는 손을 턴다.)

… 거짓말이에요. 안 미워요. (손을 대강 닦아내고는) 명분도 만들었겠다, 정말 돌아가요. 괜찮으면 오늘도 같은 방에서 자도 좋고….…
첸 티엔:알아요. 날 사랑하시잖아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대꾸한다. 뻔뻔한 태도였다.) ~…마침 손이 시리더라고요. (바닷바람이 차네요~ 괜스레 덧붙인다.) 그러니까…. 오늘도 잡아 주셔야죠. 아침이 올 때까지요.

우리는 숙소로 돌아갑니다.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도 있고, 이 부활을 기회라 느낄 수도 있겠죠.
어떠한 감상을 받았던 간에 당신은 보호 주문 하에 어제와 같은 따가운 시선과 공포감 없는 편안한 밤을 맞이합니다.
씻고 돌아오면, 방에 돌아오면 티 테이블 위 라벤더 차가 놓여 있습니다.
푹 자라는 이안의 배려겠죠.
작은 쪽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 나는 언제나 네가 원하는 걸 해. '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내일은 드디어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이안을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혼 대상이 생판 남인 것보다야 나을지도요.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이안과 함께 합니다.
브란트 가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이안이 벌써 자리에 앉아 당신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이안의 가문원들도 몇 보이고, 당신의 집안 사람들도 몇 착석한 상태네요. 당신의 자리는 이안의 맞은편입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의 창문과 부엌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슬쩍… 곁눈질로 부엌을 훑는다.)
첸 티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직원1: 그러고보니 브란트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직원2: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직원1: 그러고보면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 꽤…….
:더 이상 들리지 않네요.
첸 티엔:(꽤……, 뭐? 흥미로운 화제가 나올 찰나에 소리가 사라지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시선을 돌려 창문을 본다.)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데이지와 에리카네요.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그러고보니 부케는 무슨 꽃이면 좋을까요?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죠. … 현재 티엔은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첫날 밤부터 꾸준히 느껴지던 시선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정확히는 희미합니다.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습니다. 저 거미, 어디선가 본 적이…….
...
내부를 가볍게 훑고 마치고 나면 식사가 시작됩니다.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묘한 점은,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티엔을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이안의 가문원들이 이번에는 어쩐지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웃으며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 등의 인사를 건넵니다.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티엔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친척: 오늘은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니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피로연이 곧인 만큼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겁니다.

첸 티엔:(거절할 생각이었다. 흰 거미를 본 후로 마냥 웃기가 어려워진 탓이었다. 그러나,) 좋아요~ 마침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거든요. (용케도 당신의 신호를 알아채곤 고개를 끄덕인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군요.
기념품 가게,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첸 티엔:(잘… 빠져나온 것 맞나?! 찜찜한 기색으로 뒤를 살핀다.) …체하는 줄 알았어요! 식당에 흰 거미가 있던데, 제가 잘못 본 건 아니죠?

당신에게 보호 주문을 단단히 걸어뒀으니까, 지금은 편히 즐기면 돼요. (가볍게 웃다가) 그나저나…, (액세서리 가게 쪽을 흘끔 보고는 잠시 머뭇거린다.)
반지… 말이에요. 원하는 거 없어요? 가문에서 준비한 결혼 반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고른 게 아니니까…. (슬그머니 눈치 보는)
첸 티엔:글쎄요….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요. (볼을 긁적인다.) 어차피 정략결혼이니,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뭐든 다 준비되어있을 거 아녜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예요~? 골라 주시려고요? (히죽….)

별, 론가요? … (대답을 듣기 전 슬쩍 주제를 돌리는) 꽃집에 가도 괜찮고요. 부케 정돈 저희가 직접 골라도 된다고 들었어요.
첸 티엔:별로일 리가 없잖아요! 갑자기 왜 이렇게 의기소침해지셨어요? (화들짝 놀라 당신의 손을 붙잡는다. 안색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반지도, 부케도, 전부 당신이 골라 주세요. 그럼 참 기쁠 것 같은데…. 안 될까요? (혹여나 부담이 될까 봐, 바람의 끝은 의문으로 매듭짓는다.)

첸 티엔:두 개 다 끼면 되죠. 저 반지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부러 가벼운 말을 던지며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 보니, 당신 취향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참고할게요, 알려줘요.

첸 티엔:이런…, 좀 더 많이 선물해줄 걸 그랬나. (아쉬운 양 눈썹을 늘어트린다.) 그렇게 따지자면~ 푸른색은 안 돼요. 난 검은색이 좋단 말이에요. (꽤 긴 시간을 공들여 고민하는 듯싶더니, 문득 손을 뻗어 당신의 귓불을 매만진다.) 이안, 당신…. 귀는 안 뚫었죠? (흠.)

첸 티엔:영원도 영원이지만, 찰나의 순간들도 넘겨주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런 점에선 좀 아쉽지. (당신의 손에 사파이어 반지를 끼워주는 상상을 했다. 지난날의 고백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상 속 풍경은 더는 괴롭지 않다는 점. 갈채를 뒤로하며 우리는 웃고 있었다.) 음~…. 아녜요, 괜히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손을 거둔다.) 실은…. 남에게 귀걸이를 선물하면 그것도 하나의 의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반지처럼요~. 그런데, 뭐…. 굳이 그걸 나누지 않더라도 우린 이미 일편단심인 것 같아서요.

첸 티엔:(애초부터 첸 티엔에게 이안 브란트의 위세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당신에게 마음을 내어준 건 늘 제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고, 그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변함이 없던 탓이다. 신분에 따른 태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장식장을 둘러본다.) 아무래도…. 결혼반지를 빼 두고 생활하는 건 조금 곤란하겠죠? (왼손을 내려다본다. 첼로의 포지션을 가늠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움직여보더니,) 최대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고르고 싶은데요. (곰곰….) 이왕이면 당신을 떠올릴 수 있는 걸로요. (서로의 탄생석을 각인해두는 것도 좋겠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볍게 결정할 만한 일이에요? 이거…, 나쁜 버릇은 내가 들겠는데요. 이러다가 뭐든 다 해 주세요~ 라고 떼라도 쓰게 될까 봐 겁이 날 정도예요. (농.)

그럼요, 당신이 선물해 준다는데 귀 하나 뚫는 게 대수인가요. 뭐든 해 달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이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모든 걸 해줄 테니까.
첸 티엔:왜요~? 잘하시던데요. (옆구리를 콕 찌르며…. 짓궂은 투다.) 반지는 이런 디자인이 좋겠어요. (이전에 언급되었던, 사파이어로 장식된 반지를 가리킨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장식장을 둘러보더니,) 그럼~ 사양 않고 떼를 좀 써 볼까요. 당신 탄생석이…. 자수정, 맞죠? (덧붙이며 몇 가지를 추려낸다. 디자인은 심플한 것에서 화려한 것까지 제각각이었으나, 장식된 보석이 자수정과 페리도트임에는 변함이 없다.)

첸 티엔:아마도~? 이거 안 되겠네요! 앞으로는 당신이 생일을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드려야겠어요. (매년 초를 피울 작정으로 말한다. 이리도 자연스럽게 미래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꿈만 같다.) 가게는 필요 없어요. 난 너만 필요하거든. (뒷말은 흘려 낸다. 서로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처음은 심플한 게 좋겠죠. (이윽고 한 곳을 가리킨다. 단순히 보석으로만 포인트를 준 귀걸이였다.) 솔~직히, 제 취향은 좀 더…. 화려한 거긴 한데. 뭐, 차차 선물해드릴게요.

그런 말을 하면…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 맞추고 싶어졌어요. (붉어진 뒷목을 쓸며 웅얼거렸다.)
저거요? (당신이 가리키는 것을 눈여겨보더니) 예쁜데요. 마음에 들어요. 역시 예술하는 사람은 다른가. 아니면 사랑이 담겨 있어선지. (농담처럼 말하고는, 곧 사람을 불러 당신이 고른 것들을 꺼내어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지, 더 원하는 건 없는지 재차 물으며)
첸 티엔:……음. (짐작도 못한 답이 돌아오면, 일순 눈을 깜빡였다. 갈피 잃은 시선이 허공을 나부끼다 아래로 떨어진다. 당신의 애정이 새삼스레 와 닿은 탓이다.) 그럼~ 어서 밖으로 나가야겠어요. 보는 눈이 없는 곳으로. 그쵸? (귓가가 붉다. 늘 뻔뻔하던 낯은 느닷없이 마주한 마음에 그저 허물어지고 만다. 다만, 내색지 않으려 능청을 부릴 뿐이다. 용케도 그 어조는 장난스럽기만 하다.)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함께 드레스를 고르러 다니는 이유가 뭐겠어요. 다 사랑 때문이지. 애정이 있으면 한번 들여다볼 것도 여러 번 보게 되니까, 그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걸 더욱 잘 골라내게 되는 거예요. (농을 농으로 받지 않고 장황히 늘어놓는다. 결국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로 귀결되는 답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요. 당신은요? 더 필요한 건 없어요?

저는… 이게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검은색이 좋다고 하셨잖아요. (얇은 링, 그 중간에 검은 보석이 조그맣게 박힌 반지 하나를 가리킨다. 당신의 손을 끌어, 소지에 맞는 크기를 고르고야 모든 것들을 계산한다. 스스럼없이 돈을 지불하고, 글씨가 어지러이 휘갈겨진 종이 위로 능숙하게 서명을 끝내면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들을 받아온다.) 이제 나갈까요?
첸 티엔:…이건 뺄 수도 없겠어요. (사랑하는 이로부터 받은, 그의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반지. 떼어놓고 다닐 수 있을 리 없다. 당장 반지를 빼는 것보다도, 하루빨리 익숙해져 손을 채운 채로 악기를 다룰 생각만을 했으니 단단히 홀렸구나 싶다.)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다음엔 제 쪽에서 챙겨드릴 테니까, 또 같이 나와요.

첸 티엔:노력은 해 볼게요~! 하지만, 이상하게 애착이 가서요. 반지를 선물 받은 건 또 처음이라 그런가 봐요. (아마 빼놓을 일이 없겠지. 생각만 한다.) 꽃은 당신이 골라줄래요? 뭐든 괜찮아요. …아, 히스꽃만 빼고요.
:[꽃집] : 오늘의 특별 상품으로는 토끼풀 꽃으로 만든 드라이플라워, 캐모마일 차가 나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데이지, 수국, 에리카가 나와 있네요.

카라의 꽃말은 천 년의 사랑 이래요.
언젠가,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첸 티엔:(그 웃음을 마주하면,) …천 년씩이나요? 이번 생은커녕 다음 생을 끌어와도 안 되겠는걸요. (미묘하게 시선을 비껴 낸다.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기도 했다. 당신은 나를 더러 여름에 비유하곤 했지만, 내게는 당신이 곧 태양이었다. 감히 눈을 마주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꽃을 받아 든다.) 그런 말은 좀 자제해주시겠어요~? 이러다간 더 욕심내게 될 것 같잖아요.

(이안 브란트는 전생이나 후생 따위를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는 한참이나 그런 것을 욕심내었다. 덧없는 말만이라도, 이어질 영원까지 함께 할 수 있길 바랐다.)
첸 티엔:부추기지 마세요!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으니까~. (다음 생이 있다면, 날 사랑하지 말아. 마지막 순간 건네었던 말을 떠올린다. 이런 일상을 되찾았기에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었다.)
…쓰이지 못할 부케라는 게 아쉽긴 하네요. (어느 시점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든 결혼식에서 도망칠 예정이 아니던가. 그런 상황에서 꽃을 챙길 여력은 없겠지. 겹친 손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부케를 들려 드릴게요.
가게를 나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우리는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나무에서 꽃잎이 무수히 떨어집니다.
꽃향기 그 가운데 문득 이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이 가까워지고, 입맞춤은 금방이었습니다.
우리는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피로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식을 끝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이안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존재할까요.
밤이 찾아왔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조명의 색이 바뀝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풍경입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저마다 꾸민 옷차림의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 단 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목도합니다.
맨 얼굴의 이안은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두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행복을 위한 결혼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잖아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불빛 사이, 만인의 축복을 가장한 주목 가운데,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첸 티엔:(이미 얽힐 대로 얽힌 인연이지 않나. 별다른 망설임 없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 불안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던한 낯짝이었다.) 기꺼이요.
두 사람은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여 당신들을 구경합니다.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의 홀 정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이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안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안이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이안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지독한 열망.
그곳에서 파생된….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첸 티엔:당신이야 말로요. (창백한 손은 그저 당신의 온기를 휘감고 있었다. 맞잡은 것이 인연 그 자체라도 되는 것마냥 떨쳐내지 않는다.) 웬일이에요? 이번엔 수줍어하지 않으시네요~. (밀어를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춘다. 기저에는 짓궂음이 깔려 있다.)

이후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 이안은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이안이 떠나면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친척이네요.
오랜만에 본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이안을 바라봅니다.
게스트: 저 자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요? 그런데도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더군요. 관리에 힘쓰셔야 하겠어요.
첸 티엔:(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며… 평이하게 웃어 보인다.) 염려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소문은 소문이죠. 때가 되면 진위가 드러나지 않겠어요? 벌써 마음 앓이를 하고 싶진 않네요.
일부러 여기까지 와 주셨는데…. 그런 것 말고, 이왕이면 행복을 빌어 주세요. 네~?
게스트: 하하! 그래요, 결혼을 앞둔 분께 우를 범했군요. 행복하게 사실 겁니다. (호탕한 웃음을 그치곤) 그래도, 뭐,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이안 브란트 쪽에서 계획했다는데요.
결혼식을 위한 웨딩복은 보셨습니까?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아주 어마어마해요. 이 규모를 보세요.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걸까요?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혹은 둘 다거나.
첸 티엔:(사랑이거나, 미쳤거나, 둘 다거나. 되뇌었다.) …설마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머무적댄다. 이어 느릿느릿 말을 잇는다.) 뭐어, 사랑이라면 좋겠네요.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친척은 자리를 뜹니다.
찰나에, 티엔은 다시금 시선을 느낍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첸 티엔:(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며 시선의 근원을 어림해봅니다….)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자는 대뜸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고 모독적인 주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자.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z
아놔취소
■■■?: 소용 없다, 소용 없어!
상대를 언뜻 바라보면 이안의 가문원인 듯합니다.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SANc (0/1)
첸 티엔: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4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문원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첸 티엔:(손목을 매만진다. 묘하게 가라앉은 눈이 첸 티엔의 기분을 짐작게 했다.) 하필 손을…. 눈치도 없으시긴. (가문원의 등을 눈으로 좇는다. 잠시 망설이는 듯싶다가도, 조심스럽게 뒤를 밟는다.)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이안의 가문원들입니다.
일제히 당신을 응시합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가문원을 당당하게 따라갑니다. 동시에 시선이 거두어집니다.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함께 그쪽을 따라가면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첸 티엔:(눈 비벼요…. 뭔가 떨어트린 건 없는지… 흔적이 될 만한 것은 없는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흠! 살펴봅니다.)
두 번 접힌 종이 쪽지네요.
종이 쪽지에 적힌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첸 티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세뇌 주문은 이안을 아는 집안 전체에 걸려 있다 했죠.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에는요?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첸 티엔:(슬그머니 쪽지를 챙긴다….)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발목도 함께 부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춤을 추다 삐끗한 걸까요.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내일 아침은 결혼식 날입니다.
이 결혼식의 끝은…….
:휴게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첸 티엔:(곧장 자리에 앉아 쉴 생각을 했지만, 이걸 그저 지나칠 수는 없었다…. 어떤 음악일까? 턴 테이블을 살핀다.)
:LP판이 돌아가는 턴 테이블입니다. 턴테이블을 살펴보면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데이지, 바다, 폭풍…. 새삼스레 키워드를 되새기며 티 테이블로 걸음을 옮긴다.)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누군가 읽다 만 동화책이 존재합니다.
첸 티엔:(웬 동화책이지? 펼쳐봅니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첸 티엔:(턴 테이블 아래에 깔려 있던 종이를 떠올린다. 이어지는 내용이겠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기댄다.)
:푹신한 소파에는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소파 틈새에 무언가 끼워져 있습니다.
첸 티엔:(슬쩍 꺼내봅니다.)
:누군가 급하게 휘갈긴 듯한 쪽지입니다. 읽는다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파에 기대어 쉬고 있으면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첸 티엔:음?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죠. 이 정도쯤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멀끔…한 낯!) 당신은요? 무슨 일은 없었고요?

첸 티엔:별일 없, ……. (축 처지는 걸 가만 보더니,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별일…이 있긴 했죠. 그런데, 괜찮아요. (결과만 놓고 보자면 꽤 좋은 일이었지 않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그거…. 아무래도 춤을 추다 접질린 것 같아요. 별거 아니니까 일어나요, 네?

첸 티엔:(누군가 손을 내밀고, 남은 이가 그 손을 잡는 순간이 언제부터 이리도 익숙해진 건지. 이른 안도에 허물어지듯 웃는다.) 괜찮대도~! 혼자 걸을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주변을 살핀다.) 올라가서 얘기해 드릴게요.

첸 티엔:(낯간지러운 친절에 눈을 굴리다가도, 당신의 어깨를 붙잡으며 재차 만류한다.) 정말 괜찮다니까요. 저 못 믿으세요? (옆자리를 툭툭 두드린다.) 이리 와서 들어주세요. 어서요!

첸 티엔:(반사적으로 손목을 매만진다. 닿아도 아프지 않고, 움직이는 데에도 무리가 없으니 다쳤다고 말하기에는 엄살인가 싶다.) 손목을 붙잡히긴 했는데,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렇게 걱정되면 한번 봐주시겠어요~? 멀쩡할걸요. 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건강하다고요. (으쓱!)

(힐끗 바라보며) 보호 주문은 충분하게 걸어뒀으니, 아이호트의 감시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봐도 무방해요. (아이호트…, 기억 나죠?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그리 덧붙였다.) 우리는 내일 결혼식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기만 하면 돼요. 세뇌 당한 이들이 우리를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는 숨어 살아야겠지만….
첸 티엔:제 의사는요~? 전 업혀 다니는 덴 취미 없어요. (입술이 닿아오는 감촉이 간지럽게만 느껴진다. 킥킥대며 손을 거둔다.) 그 세뇌 말인데요…. (그리고, 거둔 손으로 당신의 손바닥 위에 글씨를 써 내렸다. 살갗이 스치며 띄엄띄엄 문장을 만들어 낸다. 세뇌를 푸는 주문을 알아냈어요.)

첸 티엔:음~…. 그건 흥미 있네요. (농.) 어쩌다 보니 발견하게 됐어요. 운이 좋았던 거겠죠. 이것만 있으면….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첸 티엔:그럴 수만 있다면,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첸 티엔:정말요~? 그럼…. 어디로든 떠나요, 우리. (괜히 당신의 손을 매만진다.) 이야기의 가장자리로…, 첸이나, 브란트라는 성이 회자되지 않는 곳으로 가요.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거예요. 남들처럼요.

첸 티엔:나쁘진 않네요. 사계 중 두 계절 동안 내 생각을 한단 뜻이잖아요. (장난스레 대꾸한다.) 이안, 그거 알아요? 당신, 눈 속에선 시선을 끄는 편이라는 거. 온 세상이 희뿌옇게 물들었는데, 그 사이로 당신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걸 보면…. 기분이 꽤 묘하거든요.
그래서 웃었던 거야. 처음 본 네 모습과 그 뒤로 이어진 풍경이 썩 마음에 들어서.

첸 티엔:(푸른 눈 속으로 밤이 내려앉는다. 그렇게 한참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하다, 숨죽여 웃는다. 어깨를 잘게 떠는 꼴이 울음을 터트렸을 때와 다를 바 없으나, 행복만큼은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도드라졌다.)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 겨울에도, 그다음 겨울에도…. (세월을 헤아리며 먼 훗날을 그린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그러려면 내일을 잘 넘겨야겠지. 결혼식에서도 이 손을 놓진 말아줘. 내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게끔.

첸 티엔: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영원히 알려주지 말아야겠어.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입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었잖아요.
그러니…….
창밖으로부터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차가운 바다는 가져올 봄을 안고,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그래요.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쳤습니다.
이만한 맹목에는 세 가지 이유밖에 없으니까.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둘다거나…….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이 결혼식이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이안입니다.
원칙 상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으나, 부득이하게 당신을 찾아왔음이 드러나는 얼굴입니다.

첸 티엔:겨우 이런 걸로 되겠어요? (멀어진 만큼 다가섰다. 그리고는 숨을 겹친다.) …나중에 봐요.

아무튼…. 서약까지는 얌전히 결혼식에 임해주는 게 좋겠더라고요. (스치듯 조용히 말하며) 이따 봐요.
문을 나서며 이안이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짧게 와닿고, 곧 스쳐지나가 사라졌습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축복과 환희와,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
당신과 이안, 두 사람의 결혼식입니다.
나갈까요?
첸 티엔:(나갑니다!)
그렇게 웨딩 로드를 한 발자국 밟으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첸 티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긴장해서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만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허공으로 꽃잎이 휘날립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마냥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없음을 압니다.
계획이 틀어진다면,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웨딩 로드의 끝에서 이안이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안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당신도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주례의 내용은 사실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손에 든 흰 카라꽃 부케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
서약의 시간입니다.
첸 티엔:(이안을 흘긋 보곤 답한다.) 네, 영원히요.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이안이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지금이야.'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례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 시간부로 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는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이안이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맞잡은 이안의 손은 단단합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브란트 가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이안을 바치려 움직입니다.
... 어떻게 할까?
첸 티엔:(데이지, 바다, 폭풍! 쪽지를 본 순간부터 끊임없이 되뇌고 있던 키워드를 두 번 반복해 외운다. 숨을 커다랗게 들이쉬고,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그 소리에, 두 사람을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행동을 멈춥니다.
또한 이안을 잊고 있던 첸 가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시간은 환한 대낮, 작열하는 태양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습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를 지납니다.
파도가 발치에서 넘실댑니다.
당신들은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시야에 잡힙니다.
한참을 달리던 이안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 기이한 현실, 이 기이한 고통, 이 기이한 헌신,
이 기이한… 환희.

첸 티엔:(더없이 즐거운 날이다. 바람과 파도가 곁을 맴돌고 있으며, 이 앞에는….) 그럴게. 그렇게 할게…. 마지막을 넘어선 순간까지 네 곁에 있을 테니까. (당신이 있다. 그 사실이 더없이 기꺼워서,) 너는 내 손을 놓지 말아줘.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브란트 가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첸 가의 가문원들의 ‘이안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생을 거머쥡니다.
에리카 꽃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이안이 깨끗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이안은 맹세하였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
.
.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END 4. In the middle of eternal
KPC 이안 브란트 생환, PC 첸 티엔 생환.
보상 이성치 1d5+1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다음 결혼식장은, 어느 쪽이 좋아? (새빨개진 얼굴로 그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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