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짐승이라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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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몇 번이고 미로 같은 길을 돌다보면, 두 세걸음 먼저 앞서나가던 주인장이 툭, 충고를 합니다.
집주인: 거, 여기서 촌티 내지 마시오. 어리숙하게 굴면은 여기 사람들 다 눈치까니께.
▶:실제로 당신과 동행하고 있는 주인장 덕분이긴 한 건지,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수없이 마주하는 방들의 주민들은 당신을 흘긋흘긋 보기만 하고 더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아예 문짝이 없는 집안도 있을 뿐더러, 벽 하나를 뜯어내고 수없이 알 수 없는 기계를 돌려대는 공간들 속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집주인: 생긴 건 멀쩡해 보이는데, 뭣하다 여기에 흘러든거요?
이안 브란트:(얼굴의 상처나 덕지덕지 붙여놓은 반창고를 보고도 생긴 게 멀쩡해 보임이라고 말해준 사람은 또 처음이라 살짝 감동? 받는다.) 뭐어, 사는 게 다 그렇죠….
집주인: 거야 그렇지만. 아무튼, 딱 보니 어리바리한 것이 위험한 꼴 당할까 일러주는 것인데. 무얼 하든 좋으니 흑사회와는 연관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이안 브란트:어리바리…. (이런 말은 가끔 들어봤을 것이다. 눈치 없이 군 날은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오늘도 순진하게 두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흑사회요? 그게… 뭐길래요?
집주인: 이 구룡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이요. 그짝 말인데, 약물은 하나?
이안 브란트:흠. 한다고 가정하면요…? (참고로 안 한다.)
집주인: 에잉, 쯧. 오래는 못 살겠군.
이안 브란트:(멋쩍은 듯 웃는다.) 농담입니다. 그런 거 안 해요. 건강 챙겨서 오래 살아야죠….
집주인: 앞으로도 몸 멀쩡히 살고 싶으면 그짝은 쳐다보지도 마시오.
이 구룡에는 독이나, 마약이 수백, 수천가지가 넘게 돌아다니고 있다오. 전 세계로 유통되는 약물들은 전부 여기를 거치지. 그리고 흑사회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지. 어지간해선 관련되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거요.
▶:집주인은 한 뭉텅이의 열쇠자루를 들고선 한 빌라에 멈춰섭니다.
구룡에서는 꽤나 구석에 떨어진, 건물 한 채가 뚝 떨어져 있는 빌라입니다.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콘크리트가 전부 드러난 채 쩍쩍 갈라져있습니다. 3층이 전부인 것 같네요.
한 사람이 지나갈 법한 입구 앞에 서면, 마름모 무늬로 구멍이 숭숭 뚫린 방범창이 접근을 막습니다. 집주인이 열쇠를 꺼내 풀면, 묵직한 쇠자물쇠가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콘크리트가 쩍쩍 갈라진 빌라는 겉이나 안이나 외관이 똑같은 수준이군요.
이안 브란트:네에.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면 역시 그쪽을 알아봐야겠군. 속으로 생각했다.)
집주인: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 집은 2층이여. 203호. 여기, 집 열쇠 받으시오.
이안 브란트:(열쇠 받아들며 건물 내부를 대강 훑는다.) 네에, 제 몸 하난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집세 밀릴 일은 없을 거예요. (근접전(격투) 75 찍어왔다는 것은 대충 그런 의미 아닐까? 하여간 집주인은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다행이다.)
집주인: 들은 말 중 제일 좋군. 아무튼, 소란 피우지 말고. 몸 조심해서 다니소.
▶:집주인은 그대로 빌라를 떠납니다. 203호로 올라가볼까요?
이안 브란트:(꾸벅, 인사한 뒤 203호로 올라갑니다.)
▶:철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면, 깔판도 없이 맨 바닥에 덜렁 놓인 매트리스와, 오로지 사는 것을 위해 기초적으로 놓인 가스레인지, 냉장고, 그리고 책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화장실이 있네요.
벽과 바닥, 싱크대, 냉장고, 창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그래도 있을 건 다 있네. (우선 벽과 바닥을 살펴본다. 벌레는 없었으면 좋겠당.)
▶:검은 체크타일이 깔린 바닥은 대리석으로 녹슬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제대로 치우지 않은 종이쪼가리나 휴지들이 널브러져 있네요.
이안 브란트:(그래, 이런 곳에서 청소된 깨끗한 방을 바라는 것은 사치겠지. 싱크대 위를 훑는다. 물은 나오나?)
▶:이럴수가… 수압이 매우! 약합니다.
성인 기준으로 꽤나 높게 만들어진 싱크대이지만, 당신에겐 딱 맞는 높이네요.
이안 브란트:(약하게 조르르 나오는 물을 보고 있자니 조금 슬퍼졌다…. 물 끄고 냉장고 살펴보러. 잘 작동하고 있나…. 누가 안에 놓고 간 건 없나.)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7
행운40 20 8
대실패
▶:아…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걸까요? 미지근합니다. 텅텅 비어있네요.
이안 브란트:(미지근한 냉장고 내부에 손 넣어봤다가 뺀다. 어째 기계 만질 때마다 운이 안 좋은 것 같다면 착각일까? 창문으로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갔다. 바람 드는 집은 조금 곤란하다.)
▶:구룡의 전경이… 다 보이지는 않는군요. 하늘을 포기하고 바닥을 보면 집주인과 얘기하고 있는 한 아이가, 그리고 저 너머에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5
관찰력60 30 12
어려운 성공
▶:누군가의 인영이 골목 근처에 보입니다. 행인인가?
저녁 노을이 성채 위로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당장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깥으로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리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 찾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테지. 집안 정리는 조금 미루고, 열쇠를 챙겨든 채 바깥으로 향한다. )
▶:계단을 따라 빌라 밖으로 나오면, 축구공을 가지고 놀던 한 아이가 당신을 향해 살갑게 다가옵니다.
???: 안녕! 당신, 여기 새로 이사 온 사람이지?
▶:척 하니 악수라도 하자는 듯 손을 내밀고선 씨익 웃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아, 집주인분께 들으셨나요? (순순히 악수에 응하였다.)
샤샤:척 봐도 알지! 어리바리하잖아. 하하하. (손을 붕붕 휘두른다.) 내 이름은 샤샤. 난 여기 말고 저~ 건너편에 있는 골목에서 살고 있어. 잘 부탁해!
이안 브란트:으응, 샤샤. 제 이름은 이안이에요. 잘 부탁해요. (손 붕붕 휘둘린다.) 여어기 빌라에 살고…. 혼자 놀고 있었어요?
샤샤:응, 난 여기 산 지 오래됐으니까. (축구공을 몇 번 올려 차고 받기를 반복한다. 공중을 가볍게 한 바퀴 돌던 공이 이윽고 샤샤의 손 위로 떨어지면,) 이만 가봐야겠다. 그럼, 나중에 또 봐!
▶:딱히 대화가 이어지지도 않았건만, 샤샤는 금세 손을 흔들며 가버립니다.
상당히 정신 사나운 아이입니다. 발랄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응?
이안 브란트:그럴 나이지…. 응?




이안 브란트
53
관찰력60 30 12
성공
▶:샤샤가 당신에게 등을 보이는 순간, 그의 손에 들린 지갑을 발견합니다. 어라? 저건?
이안 브란트:(나의 지갑인가? 흠. 슬쩍 붙잡을 수 있을까?)
▶:눈에 아주 익은 것을 보면, 당신의 지갑이 맞는 것 같네요. 쫓아간다면, 자유롭게 판정 선언해주세요.
이안 브란트:저어, 샤샤~…. (종종 따라걷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안 브란트
86
민첩성70 35 14
실패
▶:샤샤는 약오르게 한 눈을 찡긋 윙크하고선 바보! 거리며 달려갑니다. 그러나,
샤샤:악!
▶:미처 앞을 보지 못하고, 꺾어진 골목에서 튀어나온 누군가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찍고 맙니다.
이안 브란트:앗…. (당황한 표정으로 총총….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참. 얼른 옆으로 다가간 뒤 자세를 숙여 넘어진 아이를 살펴보았다. 일으켜 줄 요량으로 손을 뻗다가도 누군가를 올려다 본다.) 안 다치셨어요? (어느 쪽에게 질문한 것이냐 묻는다면 둘 다일까.)
▶:샤샤는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도, 황급히 몸을 일으켜 도망칩니다. 결국 당신은 지갑을 되찾지 못했고요.
첸 티엔:(누군가가 이어 답했다.) 저야 다칠 일이 없긴 한데. 무슨 일이에요~? 지갑이라도 털리셨나?
이안 브란트:아…. 안녕하세요. 안 다치셨다니 다행입니다. (자세 일으켜 인사했다. 겸연쩍은 웃음.) 보셨어요?
첸 티엔:네에. 쫓지 않으셔도 되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이미 실패해서…. (뭘?) 사실 지갑 안에 든 것은 별로 없어서요. 잘하면 내일도 마주치지 않을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대책이라는 게 없다. 당신을 흘긋 쳐다보며) 이곳 주민이신가요?
첸 티엔:이상한 분이시네. (히죽 웃는다.) 첸 티엔이에요. 그쪽은요?
이안 브란트:하루 쯤은 밥 안 먹어도 지장 없으니까…. (갸우뚱.) 이안 브란트입니다. 저어기, (빌라 방향으로 턱짓했다.) 새로 이사 왔어요.
첸 티엔:으응, 그래 보여요. (이곳의 주민은 대개 약아빠졌으니, 당신 같은 인물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게다가, 누가 보아도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싶은 분위기를 폴폴 풍기고 있지 않나.) 내일 쓸 밥값은 남아 있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으음. 집에 가서 확인해 보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무대책의 말을 내놓기는 뭣하니까….) 네에, 있을 거예요. (그저 끄덕였다.)
첸 티엔:왜 있지? 없다고 해요. 어서요.
이안 브란트:네? 왜, 왜지?
첸 티엔:빨리요.
이안 브란트:그. 응? 네. 없습니다?
첸 티엔:으응, 다행이다. (눈꼬리 살살 접어 웃었다.) 그럼, 제가 돈 좀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없는 건 아마 돈이 아니라 자아인 것 같다.) 빌려 주시려고 그러시는 거라면, 괘, 괜찮은데.
첸 티엔:응? 빌려주는 거 아녜요. 말했잖아요. 드린다고.
이안 브란트:(쭈뼛쭈볏.) 저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함부로 돈 같은 거 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첸 티엔:전 그래도 되는데.
이안 브란트:(고개만 기울어진다.)
첸 티엔:우리가 만난 지 3분밖에 안 됐긴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반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좀… 해드리고 싶네요?
▶:쿠르릉, 쾅!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라는 말이 실제로 벌어지는 건지, 귀를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두 사람 위로 주룩주룩 쏟아집니다.
이 사람, 지금 뭐라는 거죠?
▶:이런 날씨를 예상하기라도 한 건지, 저 뒤에 있던 검은 정장을 쫙 빼입은 사람 한 명이 티엔의 뒤에 섭니다. 우산을 펼쳐 티엔에게 씌워주면, 우산 그늘에 가려진 티엔은 멀뚱히 당신을 쳐다볼 뿐입니다.
이안 브란트:(범상치 않은 사람이구나, 여러모로. 반했다? 라는 말은 적당히 걸러 들었다.) 그으, 말씀만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딱히 돈이 궁한 것은 아니라….
첸 티엔:(눈 댕그랗게 뜬다.) 사양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위험을 감지하였으니 섣불리 말 꺼내지 못한다. 한참 당신의 눈치를 살피다가,) 저한테 바라는 게 있으신지요?
첸 티엔:으음. (고민하는 체 침음 흘리는 것치고는 이어지는 말의 간격이 짧다. 헤쭉 웃으며 덧붙인다.) 사랑?
이안 브란트:사… 랑? (되묻는다. 아니, 사실상 되묻는 것은 아니고…. 예상치 못한 단어를 들으면 그게 난생 처음 듣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어서 그렇다.)
첸 티엔:네에, 그거. (흘긋, 뒤를 눈짓하니 우산 들고 있던 하수인은 허리를 숙이며 자리를 뜬다. 소나기는 하릴없이 떨어졌다. 노을 진 골목에 당신과 나, 두 사람만이 남으면 한 걸음을 내디딘다. 곧게 뻗은 손이 당신의 옷 위로 닿는다. 굳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손이 흠뻑 젖은 셔츠 깃을 곱게 정돈한다.) 사랑하는 척이라도 좋으니까요.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는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싸움에 휘말려 정체 모를 액체를 주입 당하였던 것도, 조금 전 어린 아이의 악수를 받아들이다 지갑을 잃었던 것도 결국엔 다 그런 이유다. 그만큼 무방비한 자가 사랑이라 이름 붙인 손길에는 어깨를 움칠 떨었다. 지독하게 낯선 것 앞에서도 꾸역꾸역 제 의견을 내어놓는다.) 합당하지 않은 거래는…. 곤란한걸요. (어느 쪽에게 치우친 거래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지만.)
첸 티엔:글쎄요, 당신에게도 좋은 제안일 텐데요. (깃을 정리하던 손이 그대로 아래로 내려간다. 검지가 가슴께를 쿡 찔렀다. 정확히 심장 위로.) 당신, 독에 당해서 여기까지 왔다면서요?
이안 브란트:(눈이 가늘게 뜨인다. 말아쥔 주먹에 조금 힘이 들어갔을까.) 그런 것은 어떻게…. (퍽 솔직한 반응이다. 한 번 부정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약점을 드러낸다.)
첸 티엔:(말아쥔 손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성채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곱다란 손이 당신의 어깨를 감싸 쥔다. 끌어안듯 밀착된 자세. 그대로 귓가에 속삭인다.) 당신이 사는 집의 옆집에, 취 시디옌 이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지금은 실종됐지만요.
이안 브란트:(단단히 휘말리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도망쳤어야 했나? 아니,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없으니 언제든 만나러 올 수 있었겠지. 몸에 들어간 힘은 쉬이 놓일 생각이 없는 듯 꼿꼿하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가?
첸 티엔:글쎄요, 그건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 (급기야 당신의 목에 팔까지 둘러내고 만다. 눅눅한 장미 향이 이안 브란트를 뒤덮었을 터다. 끌어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귓불마저 만져오니, 가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귀는 안 뚫었네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기도 했다.) 아무튼, 그 사람…. 독에 아~주 해박하거든요. 어쩌면 당신이 당한 독도 그 사람이 만든 것일지도요.
▶:그러고 보니, 당신이 받았던 메일의 발신자 주소가….
그가 말하는 취 시디옌이라는 사람이 어쩌면 당신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과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당신에게 메일을 보낸 건지는 의문이지만요.
이안 브란트:(젖은 장미. 소낙비 내리는 현 시각에 꼭 들어맞는 동시에, 열악하기 짝이 없는 성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저어. 만지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 (말과 달리 먼저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야 당신이 저를 안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낮은 한숨.) 그러고보니 그 사람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일을 받긴 했었어요.
첸 티엔:으응. (투정에 가까운 앓이. 어깨 위로 뺨 두어 번 비비적대다가도, 순순히 몸을 물린다.) 나도 그 사람을 찾고 있거든요. 겸사겸사 당신도 돕고,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이 정도면 합당한 거래이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확신 못할 것에 운명을 맡기는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당신이 내민 것이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한 걸음 물러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긴장으로 굳었던 낯이 조금은 풀어지고,) 그럼… 그렇게 하죠. 장담은 못 하지만.
첸 티엔:그러엄, 사랑은 어떻게 표현해주실 건데요?
이안 브란트:(잠시 정적.) 사랑 받을 쪽에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첸 티엔:키스라든지?
이안 브란트:허.
첸 티엔:으응?
이안 브란트:어떤 의미로는 명료하네요….
첸 티엔:싫어요?
이안 브란트:조금, 생각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첸 티엔:그게 힘들면, 이건~? (제 뺨을 톡톡 두드린다.)
이안 브란트:수준이 낮아졌네요, 갑자기. (좋다는 의미.)
첸 티엔:그렇게 말씀하시면 수준을 올려버리고 싶어지잖아요.
이안 브란트:지금 하면 될까요?
첸 티엔:네에.
이안 브란트:(당신의 뺨 위로 짧게 입 맞추었다가 떨어진다. 손은 뒷짐을 진 채였으니 주먹을 쥐었을지, 혹은 뭐, 중지를 들어올렸는지 당신은 모를 일이겠다. 물론 평범하게 주먹만 쥐었을 것이다….) 됐나요?
첸 티엔:아뇨오. (눈썹 추욱 늘어트린다.) 뒷짐을 지고 계시니까,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의무적이기만 한 스킨십 같고.
이안 브란트:어딜 잡아드릴까요? (그는 무의식적으로 멱을 내려보았다….)
첸 티엔:(눈치 하나는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른 모양. 눈 동그랗게 뜬다.) 제 멱살을 쥐시려고요?
이안 브란트:그, 음. 어딜 잡아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첸 티엔:손이나, 허리를 붙잡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음. 그렇군요. (하나 배웠다는 눈치. 가볍게 당신의 팔목을 붙잡은 채 쪽.) 지금은?
첸 티엔:(수줍게 웃는다. 속눈썹 아래 푸른 눈이 깜박, 깜박.) 으응, 딱 좋아요.
이안 브란트:네. (정확히 두 걸음 멀어졌다.)
첸 티엔:조금 차가워지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그럴 리가요.
첸 티엔:그런 것 같은데에.
이안 브란트:착각입니다. (꽤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첸 티엔:저녁이나 먹으러 갈까요? 그러려고 나온 거 아닌가~?
이안 브란트:응. 맞지만요. 네. (눈 꿈벅이다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해요.
첸 티엔:갑자기요?
이안 브란트: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와주시는 거니까. (따져 본다면 이 거래에는 제 목숨값이 걸려 있다. 여기다가 밥값까지 보태면 그건 또 얼마인가? 그 거래에서 제가 치루어야 하는 대가란 거짓 사랑놀음 뿐이라니! 당신의 목적 불순하다 셈 치더라도 이안 브란트가 느끼기에 이 거래는 당신에게 명백히 불리―사실상의 갑이 누군지는 잠시 잊도록 하자―했다. 동시에 당신이 단순히 외로운, 대화 상대가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말았으니…. 같이 있는 동안엔 평범하게 잘 대해줘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다.)
첸 티엔:어떻게 생각하시든, 그건 당신의 자유지만~…. (또다시 손 뻗는다. 검보라빛 머리카락을 제 손에 돌돌 감았다 풀기를 몇 번, 느릿느릿 말 이었다.) 고개는 숙이지 마세요. 당신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이안 브란트:(이해하지 못한 양 눈을 몇 번 깜박이기는 했으나, 결국 당신과 시선을 올곧게 마주했을 터이다.)
그런데… 여쭤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걸음을 옮기기 전 문득 묻는다.) 뭐 하는 분이세요? (당신에게 우산을 씌워주던 사람이 되돌아갔을 자리를 바라보았다. 눈치껏 알아내면 될 것을 꼭 물어보아야 직성이 풀렸다.)
첸 티엔:응? 보면 아시잖아요.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 (실실 눈웃음을 쳤다.) 현지인 맛집 중 잘 아는 곳이 있어요. 안내할 테니까 따라오세요.
이안 브란트:음. (쿨하게 흘려 들었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걸음을 따른다.)
첸 티엔:흘려듣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네? 뭐라고 하셨어요? (귀 잠시 닫아놨음….)
첸 티엔:(부러 까치발을 든다. 한 손을 펼쳐 당신의 귓가에 가져다 대고,) 좋아한다고요.
이안 브란트:그……. 네. 네네. 네.
첸 티엔:대답은~?
이안 브란트:저?도요?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아니. 하나씩 익히고 있어요.
첸 티엔:으응, 익힌 걸 보여주실 시간이에요.
이안 브란트:응? (이해못했다.)
첸 티엔:흥. (옆구리 콕 찌르고 앞서 걸었다.)
이안 브란트:응? …응? (쫑쫑 뒤따를 뿐.)
▶:두 사람은 빌라가 늘어선 골목을 빠져나와 구룡성채의 번화가로 접어듭니다.
▶:테이블이라고 해봤자 서너 개가 전부인, 당신의 방보다는 조금 넓어보이는 가게 앞에 도달합니다.
왕 씨네 왕만두라 적힌 간판은 으레 이 거리의 모든 식당들이 그렇듯 노후되어 있습니다. 식당 밖에 소소하게 차려진 테이블 한 쪽에서는 이미 하루의 일을 마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군요.
첸 티엔:들어가요.
이안 브란트:(간판 힐긋 살펴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자주 오는 곳이에요?
첸 티엔:자주는 아니고, 종종? 왜요~? 드디어 제게 관심이 생기셨나요?
이안 브란트:(의아….) 제가 당신에게 관심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런 질문쯤은 큰 관심 없어도 물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신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첸 티엔:왜요? 관심 가져 주셔야죠.
이안 브란트:뭐, 호기심도 관심이니까. 관심 있는 거 맞아요.
첸 티엔:(헤헤.) 좋아요. 저기 앉을까요?
이안 브란트:네에. (순순히 당신이 가리키는 위치에 앉았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이는 티엔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메튜판을 건네줍니다.
첸 티엔:드시고 싶은 건 다 시키셔도 돼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메뉴 정해주길 얌전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원래 자아 없는 사람은 메뉴 고르는 거 아니다.) 아, 아무거나.
첸 티엔:응? 아무거나?
이안 브란트:네에, 좋아하시는 걸로 시키세요. (눈 깜박.)
첸 티엔:여기이. (손 들어 주인장 부르더니,) 전부 하나씩 주세요.
이안 브란트:(이건 또 갸우뚱.) 많지 않을까요?
첸 티엔:하지마안,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전부 시켜봐야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음. 어…. 그. 네. 열심히 먹을게요. (힘내야겠다.)
첸 티엔:남겨도 돼요. 억지로 드시진 마시고.
이안 브란트:(끄덕끄덕.)
▶:저녁 시간과 딱 맞아떨어지니, 가게 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두를 포장하러 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왕 씨는 손님을 상대하다, 잠시 후 미안하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왕 씨: 아이, 이것 참 미안해서 어쩌지? 두 분께서 오기 전부터 포장 손님이 많아서… 그쪽 테이블 만두는 30분 뒤에 나오겠는데. 서비스라도 두둑이 챙겨줄 테니까, 말씀들 나누고 계셔.
첸 티엔:그렇다는데요? 기다릴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네에, 상관없어요. 별로 할 일도 없고…. (티엔 힐금.) 안 바쁘세요?
첸 티엔:저 정도 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가한 편이죠.
이안 브란트:(저 정도 되는 사람? 어느 정돈지 가늠하다가 대충 실패한 얼굴.) 음. 그렇구나.
첸 티엔:당신은요? 여기 오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요?
이안 브란트:(눈을 데구룩 굴렸다.) 그냥 뭐어, 이런저런 하청….
첸 티엔:하청?
이안 브란트:하청… 받고 몸 쓰는 일이요. (곰곰.) 조금 전에 당신 뒤에서 우산 씌워주던 사람이랑 비슷한 일? 했어요?
첸 티엔:아하~. 그럼, 해독한 뒤에는 다시 그 일을 하러 가시겠네요?
이안 브란트:그렇지 않을까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제 손 빤히 내려다본다.) 잘리는 건 곤란해서…. (뭐가?)
첸 티엔:(올려둔 손 덥석 붙잡는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매만지며 답했다.) 으응, 곤란하긴 하겠네요. 이직할 생각은 없고요?
이안 브란트:잘 아시네요. (느슨하게 웃었다.) 아직은 없네요. 그래도 좋은 곳이지 않나요? 장기 휴가도 보내주고…. (좋음의 기준이 낮다.)
첸 티엔:더 좋은 곳을 알아요.
이안 브란트:(새끼손가락 내려다보다가 티엔 보기를 반복….) 그렇군요…. (맥없는 대답.)
첸 티엔:(여전히 당신 손 위에 제 손 겹쳐두었을 테니, 새끼손가락 문지르는 손길 또한 그대로일 터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텐데. 대신, 다른 걸 받아가긴 할 거지만요.
이안 브란트:다른 거요?
첸 티엔:네에. (새끼손가락을 문지르던 손이 약지로 향한다. 둘레를 재는 것마냥 손가락을 감쌌다.) 이건 내어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첸 티엔:눈치 없다는 소리 자주 들으시죠.
이안 브란트:어. 어떻게 아셨어요?
첸 티엔:(흥… 대꾸 않는다. 손을 거두며 좁은 식탁 바깥으로 다리를 내밀어 꼬기까지 했다.)
▶:타이밍 좋게 주인장이 양 손에 푸짐한 접시를 들고 나타납니다. 금세 한상이 차려지네요.
이안 브란트:(정말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기울이다가 공손하게 젓가락 챙겨준다.)
첸 티엔:(흥. 고개 팩 돌리면서 젓가락 받아든다.)
이안 브란트: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당신이 먼저 들길 기다리고 있다….)
첸 티엔:연장자 우대는 그닥 바라지 않아서요.
이안 브란트:아, 사주시는 거니까 기다린 거였는데…. 나이가?
첸 티엔:당신보다는 많겠죠?
이안 브란트:왤까요?
첸 티엔:뒷조사 하나 안 해봤을까요?
이안 브란트:어디까지?
첸 티엔:애인은 없다는 것 정도까지?
이안 브란트:(웃었다.) 무슨 일 했는지는?
첸 티엔:(그제야 턱 괴고 당신을 온전히 바라본다. 웃는 표정이 썩 마음에 든 듯.) 대충은 알았지만, 직접 듣고 싶었어요.
이안 브란트:그런데도 마음에 드셨다니 조금… 신기하네요. 취향이 독특하신 것 같아요. (입술 매만지기만 했다. 당신이 바로 앉으니 저 또한 젓가락을 들었는데, 쥐는 모양새부터 서툴다.)
첸 티엔:응? 그게 뭐 어때서요? 난~ 당신이 어떤 일을 했든 마음에 들어 했을걸요. (한입 크기로 자른 창펀 집어 당신의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안 브란트:왜지이. (어느 발언에 대한 질문인지는 분간 가지 않는다. 내밀어진 음식과 당신을 번갈아보다가도, 거부 없이 받아먹었다. 오물오물 음식을 씹는 동안 맛있다는 듯 고개만 작게 끄덕대기만.) 당신도 얼른 드세요.
첸 티엔:하지마안, (이번에는 하가우를 집어 당신의 입 앞으로 가져다 댄다.) 이러지 않으면, 한 입 드시는 데 십 분씩 걸릴 것 같단 말예요.
이안 브란트:당신도 드셔야 하는, 그, 그,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러면서도 또 받아먹었다.)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는 것 같아요.
첸 티엔:으응~? 그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저, 마음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애쓰고 있는 거예요. (마라완툰을 반으로 잘라 한 입 거리로 만들고선, 그것조차 당신의 입 앞으로 가져다 댄다. 아, 당신에겐 조금 매우려나? 으음. 이 정도는 상관없나?)
이안 브란트:좋아하는 사람 생길 때마다 이렇게 해 주시는 거예요? 아, 이것까지 먹고 당신 드셔야 해요…. (이번에도 똑같이 받아먹었는데, 5초 뒤 반응은 조금 달랐다. 우물대던 입술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결국 씹는 것도 머뭇머뭇. 겨우 삼키고는 물 두 잔을 따랐다. 한 잔은 당신에게 밀어주고, 남은 잔은 그대로 반 이상 마셨다. 싫어하는 음식도, 가리는 음식도 없었지만 향신료 강하거나 매운 음식에는 내성이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은 민망한 탓인지, 음식이 매웠던 탓인지 알 길이 없다.) 제, 제가 먹을게요….
첸 티엔:글쎄요?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태연히 답하는 것도 잠시, 당신 행동 보며 눈 크게 뜬 채 끔벅거리기만 했다.) 매운 거… 못 드시는구나. 죄송해요. (이 정도도 못 드실 줄은 몰랐어요. 조그만 목소리로 덧붙인다. 벌겋고 진하며 향신료 가득 쓰인 접시를 제 앞으로 당기고, 남은 것들을 당신에게 밀어주었다.)
이안 브란트:괘, 괜찮.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진짜로요.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수상할 정도로 많이 한다. 별로 안 괜찮았다는 뜻이겠지만, 물은 두 모금 더 마신 뒤엔 얼굴의 붉은 기도 가라앉았으니 아마 괜찮아진 것이겠지. 제 앞으로 밀어진 음식 중 샤오롱바오를 숟가락 위에 밀어올린 뒤 젓가락 하나로 깨작깨작 반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하얀 음식을 집어든 것이며, 최대한 젓가락 덜 쓰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그러기를 십여 초.) ……처음이요? (그제야 되물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든다.)
첸 티엔:(주인장을 불러 무어라 말을 건네니, 머지않아 식탁 위로 찻주전자가 올라온다. 희멀건 손이 익숙하게도 다관을 집는다.) 네에, 처음이요. 그게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인가요? (정돈된 자세로 주전자를 기울이니, 빈 잔 위로 맑은 수색이 차오른다. 질 좋은 잎을 쓴 것은 아닌지 향이 짙진 않았다) 모리화차예요. 물보단 나을 테니 이걸로 진정시켜요.
이안 브란트:놀랄 일…. 아닌가요? 그러니까…. (뜸.) 익숙해 보이셔서요. 전부. (흔히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 하기에는 여유가 과히 넘치지 않나. 애초에 좋아한답시고 초면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만일 누군가 제게 뺨 위로 입 맞추어 온다면, 사랑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일지언정 목덜미까지 붉히며 돌아섰을 텐데. 단순한 굿나잇 키스일지라도 말이다. 당신은 노골적인 애정을 보이면서도 태연자약하니, 이래서는 도저히 이안 브란트가 생각하는 평범의 축에 들 수가 없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
감사해요. 그리고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많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차를 한 모금 홀짝인 뒤엔 찻잔의 수색이 잔잔해질 때까지 가만 내려다보기만 했다.)
첸 티엔:익숙해 보여야만 하거든요. 전부. (딤섬 하나를 앞접시에 덜어와 잘게 쪼갠다. 용케 집었다 싶은 정도로 작은 조각을 입에 밀어 넣곤 우물거린다. 입 안에 음식이 있는 탓인지, 눈꼬리 처지지 않고 입꼬리 올라가지 않는다. 소리 없이 씹은 것을 삼켜 낸 뒤에는 찻잔을 기울인다. 잔 내려놓는 소리가 유달리 크다. 일련의 행동을 모두 끝낸 뒤에야 눈 접어 웃는다. 여상한 태도였다.)
이안 브란트:(소리가 멎어들었다. 고개를 들어 일련의 행동을 눈에 담더니, 나직이 묻는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첸 티엔: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시선이 맞닿는다.) 별로예요?
이안 브란트:네에, 호감인지 사랑인지. 아무튼요. (제법 무신경한 어조.) 별로라기보단…. (수저를 내려놓으니 다시 시선은 아래로 떨어진다. 왼손으로 턱을 괸 채 말한다. 테이블매너에 어긋남은 알고 있으나 지금의 이안 브란트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져도 되지 않아요? 그런 모습까지 좋아해 줄 사람을 찾으셔야죠.
첸 티엔:(당신이 턱을 괴었다면 첸 티엔 또한 손을 올려 턱을 괴었을 것이다. 그의 애정이란 대체로 이런 형태를 띠곤 했기에. 상대가 무엇을 하든 그것이 괜찮아지게끔 행동하는 것.) 그러다 멀어지기라도 하면? 타인의 유약한 모습이란 거, 쉽게 사랑할 만한 건 아니잖아요.
이안 브란트:취향이 독특한 게 아니라…. (턱을 괴며 기울었던 몸은, 시선이 당신에게 닿은 뒤에야 바로세워진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것은,) 눈이 낮으신가?
(언제 건방지게 굴었냐는 듯 곧은 자세. 눈매가 느슨하게 휜다.) 유약한 모습도 좋아하고 계시잖아요, 지금. 젓가락질 못하는 사람 밥도 떠먹여주시는 분이 왜 그런 말을 하실까. 그런 거, 어려운 일 아니에요.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유연한 말들과 달리 젓가락질을 하는 손은 서툴기 짝이 없으니 우스울 지경이다. 말보다 손짓에 집중하며 주절주절 말을 이어나간다. 꽤나 진심.) 다 따져보고 만나세요. 당신의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고 기억할 사람으로. 당신을 위해서라면 얼마의 시간이며 마음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좋은 분 만나셨으면 좋겠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아니꼽게 듣지는…. (꼭 남일처럼 말하는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앗. (용케 집어들었던 것이 바닥으로 데구르르. 젓가락질 실패한 것도 제외시키는 게 좋겠다.)
첸 티엔:(짤막한 한숨. 웃음을 닮아 있다. 다시금 당신의 입 앞으로 딤섬을 가져다 댄다.) 왜 이렇게 확신에 차 계시지. 당신은 해본 적 있어요? 그런 사랑 말예요.
이안 브란트:(이번에는 5초 정도 고민했다. 이어지는 행동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네에, 그래서 저는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포기해 주시겠어요. (명백한 농조.)
첸 티엔:제가 없애 드릴 수 있어요. (뭘?)
이안 브란트:(다급하게 정정.) 없어요. 없습니다.
첸 티엔:(눈꼬릴 휜다.) 왜 거짓말을 하셨담?
이안 브란트:(허.) 더 좋은 분 만나시라는 말이죠.
첸 티엔:이미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더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맬 필요가 있나요?
이안 브란트:(바람 빠지는 웃음소리.) 정말…. 말은 잘 하신다니까.
첸 티엔:전 행동도 잘 해요.
이안 브란트:무… 무슨? (잠잠.) 안 물어야지.
첸 티엔:으응~? 저는 이런 걸 말한 거였는데. (음식 이것저것 집어 당신 앞접시 위로 올려주었다.) 이상한 생각 하신 거 아니죠~?
이안 브란트:(힐끔.) 누굴 처리할까 봐 그러죠.
첸 티엔:그게 두려운 거라면, 저를 사랑하시면 될 텐데도요.
이안 브란트:저 나름 노력하고 있어요?
첸 티엔:어떻게요?
이안 브란트:당신 생각 많이 하기…. 이런 거. (티날 리가.)
첸 티엔:많이 했어요?
이안 브란트:신경쓰는 것 같지 않나요?
첸 티엔:조금요. 아까보단 자주 웃어주시는 것 같거든요.
이안 브란트:(다시 웃었을 것이다.) 네에, 긴장이 좀 풀려서요.
첸 티엔: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마주 웃는다. 조금은 풀린 미소였을까.)
▶:얼마나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주인장이 작은 접시 하나를 들고 다가옵니다. 접시 안에는 포춘 쿠키가 놓여있네요.
왕 씨: 자, 이건 아까 말했던 서비스.
이안 브란트:(솔직히 서비스치고 별 것 없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래도.) 감사합니다아. (포춘 쿠키 하나 집어든다. 반으로 또각 해보나.)
▶:안에는 돌돌 말린 두루마리 종이가 들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종이를 열어봅니다.)
첸 티엔:운수대통~? 시시해라. (마찬가지로 쿠키를 갈라본 것인지, 투정 어린 목소리를 낸다. 금세 흥미를 잃고 종이 쪽지를 휴지통에 버렸다.)
이안 브란트:다 비슷한 게 들었나 보네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쿠키 뜯어먹기나….)
▶:주인장은 아무런 낌새도 없이 건너편에 앉아있는 테이블의 이들과 잔뜩 떠들어대기만 하네요. 곧이어 식사를 꺼낸 건너편의 무리가 테이블을 제대로 치우지도 않고 종이봉투 안에 담겨있던 작은 비닐봉지를 꺼냅니다.
손님1: 주인장, 이게 신상인 몽상화야? 빛깔 쥑이는데. 이것 봐. 조각이 빛에 반사되어서 무지개빛이 나잖아.
손님2: 이야, 태가 다르네. 난 집에 가서 한다. 잘 있어라.
▶:한 손님은 종이봉투 안에 만두며 포춘쿠키, 반짝거리는 조각들이 들어있는 비닐봉지 하나를 주섬주섬 넣고 자리를 뜹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장을 포함한 남은 두 사람은 비닐을 뜯어 떨어진 가루를 테이블 위에 펼치다 그대로 머릴 박아 코로 가루를 흡입합니다. 헤헤실실하는 멍청한 소리들. 꼭 마약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니, 이미 하고 있군요.
첸 티엔:(이 광경이 익숙한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도리어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기까지 했다.)
이안 브란트:저거, 뭔지 알아요? (다른 테이블의 방향으로 턱짓했다.)
첸 티엔:응? 마약이겠죠, 뭐. (주머니 뒤적인다.) 혹시, 불 있어요?
이안 브란트:음…. (쿨하네. 주머니를 뒤적여 본다.) 오늘은 없는데.
첸 티엔:저 친구들. (헤실헤실 엎어진 이들을 눈짓한다.) 쪽엔 없으려나요. 한 번 봐주세요.
이안 브란트:으응,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이터며 담배 심부름은 익숙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약에 절은 이들의 테이블로 향했다. 이건 영 익숙해지지를 않았다. 테이블 위를 주욱 훑으며 특별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라이터든, 다른 것이든. 진작 정신 놓은 이들에게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따위 예의 차린 말들은 필요없겠지.) 불 있나요?
▶:약에 쩔어있는 탓인지 이렇다 할 대답은 돌아오지 않네요. 테이블 위에는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엎어진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친다. 필요한데.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하여 봉투를 집어들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0
관찰력60 30 12
극단적 성공
▶:봉투 위로 도장이 찍혀있네요. 黑巳會.
당신이 봉투를 집어들 찰나, 테이블에 엎어진 이들이 기침을 뱉어냅니다. 연이어 기침하는 듯싶더니, 울컥. 피마저 뱉어냅니다.
당신의 옷 위로 핏자국이 튄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겠네요.
첸 티엔:아, 죽은 거 아니니까 겁먹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아, (황급히 한 걸음 물러났다. 놓칠 뻔한 봉투를 겨우 붙든 채, 고개를 돌려 당신을 쳐다봤다. 의아함이 묻어나는 얼굴.) 그럼?
첸 티엔:잠깐 잠든 것뿐이에요. 너~무 많이 흡입해서 저러는 거고요. 부작용이죠, 부작용.
보통 하루 정도 자다보면 낫더라고요. 그냥 내버려 둬요.
이안 브란트:잠깐 잠든 것치곤 상태가 이상한데요. (꽤 침착하게 사람의 등을 짚어본다. 잘 살아있는 것 같다면 뭐, 더 이상의 행동은 얹지 않겠지만.)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라이터…. (슬며시 주인장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흠. 봉투는 챙겨가도 괜찮을까?)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요.
이안 브란트:(봉투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별로 죄송하느니 고맙다느니 하는 마음은 들지도 않고. 주방장 또한 멀쩡해 보이진 않으니 계산대 위에 놓여 있을 라이터를 하나 훔쳐왔다. 그런데 이런 건 원래 손님 가져다 쓰라고 놔둔 것 아니겠는가. 다시 티엔에게로 돌아간다.) 가져왔어요.
첸 티엔:(입에 담배 문 채 고개 살짝 숙이기만 한다. 보필받는 것이 익숙한 모양새.)
이안 브란트:전 예의 바르고 다정한 사람이 좋아요. (그러면서도 익숙하게 담배 아래 라이터를 가져다 댄다. 탁, 소리와 함께 라이터 불이 켜지자 당신의 담배 위로 잔불이 붙는다.)
첸 티엔:(잔불 붙자마자 휴대용 재떨이를 꺼낸다. 이어질 행동은 서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투명했을 것이다. 손 탈탈 털고 향수마저 몸에 뿌려대는 꼴이란. 몸단장 바르게 한 것도 모자라 하얀 손수건을 꺼내 들고 당신 옷 더럽힌 핏자국 톡톡 닦아낸다. 눈은 올망졸망 떴다. 가증스러운 눈빛이다.)
이안 브란트:허. 가식적인 모습 말고.
첸 티엔:이게 제 본모습이에요.
이안 브란트:방금 담배 물고 고개 까닥하셨는데요.
첸 티엔:으응? 티엔은 잘 모르겠어요.
이안 브란트:담배 안 필 거예요?
첸 티엔:담배 냄새 싫어하세요?
이안 브란트:아뇨. (의자를 끌어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금연 중이라.
첸 티엔:왜요?
이안 브란트:건강 챙겨야죠. (당신의 손을 끌어 제 심장 언저리에 얹었다가 툭 놓는다.) 몸에 이상한 거 들어갔는데 계속 안 좋은 거 집어넣었다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사실 피시면 한 모금 뺏어 필까 했는데…. 아주 감사해요. (별로 감사한 것 같지는 않다.)
첸 티엔:그럼 저도 금연하죠, 뭐.
이안 브란트:아쉽다.
첸 티엔:이것도 다~ 당신을 위한 일이에요. 어때요? 이제 좀 예의 바르고 다정해 보이나요?
이안 브란트:좀 덜 예의 바르고 다정해도 될 것 같은데. (테이블 위로 비스듬히 팔을 얹는다.) 집에는 어떻게 가세요?
첸 티엔:응? 그건 왜요?
이안 브란트:슬슬 집에 가셔야 하지 않아요? 그으, 당신 뒤에 서 있던 그런 사람들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갸우뚱.) 어두우면 위험하잖아요.
첸 티엔:전 당신이랑 같이 있을 건데요?
이안 브란트:왜?지?
첸 티엔:같이 사람 찾기로 했잖아요. 또 이상한 생각 하셨어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잠은 주무셔야죠.
첸 티엔:잠들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걸요~. 다 드셨으면 일어나요. 빨래방도 들러야 할 것 같으니까요.
이안 브란트:밤이 되면 위험할 텐데? (나름 걱정하는 중.) 빨래방? 거긴 왜요?
첸 티엔:(대답 대신 당신의 옷을 빤히 본다.)
이안 브란트:피?
첸 티엔:네에. 그대로 나갔다간 시비에 휘말릴 걸요.
이안 브란트:음.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느릿느릿 길을 안내합니다. 머지않아 빨래방에 도착하네요.
탈탈탈… 흑백의 체크무늬 타일이 화려하게도 깔린 바닥 위로 커다란 세탁기들이 줄지어 윙윙 돌아갑니다.
첸 티엔:옷 좀 벗어보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음. (빨래방 내부를 둘러본다. 핏자국은 재색 자켓부터 흰 셔츠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자켓을 잠근다면 셔츠의 얼룩은 가려질 정도였으니 자켓만을 툭 벗었다.)
첸 티엔:(빠아안.) 왜 그래요? 도와드려요?
이안 브란트:네? 여기. (자켓만 건네준다.)
첸 티엔:셔츠도 벗으셔야죠.
이안 브란트:흠. 그게요.
첸 티엔:네에.
이안 브란트:문제가 좀 있어서요.
첸 티엔:뭔데요?
이안 브란트:아래까지 벗기는 좀 그렇지 않나요?
첸 티엔:(눈 동그래진다.) 네에? 아래는 왜요?
이안 브란트:(제 허벅지를 잠시 더듬더니 셔츠 가터의 윤곽이 보일 정도로 바지 원단을 꾹 누른다. 당신 보라는 듯 턱짓.) 이거 때문에요. 티 별로 안 나죠.
셔츠에는 핏자국, 많이 남지도 않았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첸 티엔:(순순히 허벅지를 내려다본다. 건전? 한? 눈빛이었을까? 전말은 첸 티엔과 이안 브란트만이 알 것이다. 한 차례 콧소리를 내뱉고는, 의외로? 정상적인 말을 내어놓는다.) 하지마안, 핏자국은 빨리 빼는 게 좋아요. 이왕 온 거 전부 세탁해두는 게 편하지 않겠어요? 당신 지갑도 털렸잖아요. 이럴 때 제 돈 쓰셔야죠.
이안 브란트:(건전?했나? 잘 모르겠지만 이안 브란트의 동물적 감각이 허벅지 누르고 있는 제 손을 스르륵 놓게끔 만들었다.) 저 손빨래 잘 하는데. (중얼거리기는 하였으나, 당장 집에 세제나 락스 같은 것이 없음을 깨닫자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인다. 나중에 갚을 거예요. 덧붙이기도 했다. 받기만 하는 것은 성정에 맞지 않아서.)
그럼…. (제 벨트 위에 손을 얹다가도 당신을 힐끔.) 뒤 도세요.
첸 티엔:(또다시?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까닥이더니, 뒤를 돈다.)
이안 브란트:(벨트 절그럭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없으니 바지 뒤척이는 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린다.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대충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 셔츠를 고정하고 있는 버클을 모두 풀었다. 셔츠를 바깥으로 빼낸 뒤에야 바지를 추스리는 소리. 이후 한참 잠잠해졌으니 이번에는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는 모양이다. 번거로운 절차가 끝나는 데까지 몇 분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 뭐 이리 길게 느껴지는 것인지.) 다 됐어요.
첸 티엔: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시나 봐요. (허락 떨어지자마자 뒤를 돈다. 옷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으음, 그건 아니에요. 움직일 때 불편하지 말라고 해두는 거라서. (셔츠까지 모두 건네주었다.)
첸 티엔:그렇구나~ 참고할게요. (뭘? …아무튼 받아 든 옷들을 세탁기에 넣는다. 커다란 세탁기에 자켓과 셔츠 두 벌만이 담긴다. 내부는 휑할 정도로 비어 있다.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인 세제 한 컵을 붓고, 섬유유연제를 넣는 곳에는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탈탈 털어 넣는다.)
이안 브란트:뭐… 뭐를요? (고개가 기우뚱. 답을 바란 질문은 아니다. 황당해서 한 거지. 뒤에서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묻는다.) 뭘 준비해오신 거예요?
첸 티엔:응? 향수요.
이안 브란트:향수?
첸 티엔:네에, 제가 쓰는 거.
이안 브란트:장미향?
첸 티엔:네. 별로예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나. 아뇨. (쿨하게 넘겼다.)
첸 티엔:왜 넣었는지 안 물어봐도 돼요?
이안 브란트:응? 그냥 세제만 넣는 것보다 향 많이 나라고…. 배려해주신 거 아니에요?
첸 티엔:뭐어, 비슷하긴 한데…. (헤쭉 웃는다.) 그럼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이안 브란트:응? 뭔데요? 말씀해 주세요. 응?
첸 티엔:관심 없으신 거 아녔어요?
이안 브란트:응? 아닌데. 노력하는 중이라구 했잖아요. 음. 뭐, 이건 진짜 궁금하긴 한데요.
첸 티엔:(걸치고 있던 검은 자켓을 벗어 당신의 어깨 위로 둘러준다. 그 과정에서 기다란 손가락이 맨살을 훑긴 하였으나, 실수일 것이다. 아마도.) 당신에게서 내 향이 났으면 해서요.
이안 브란트:아, 감사해요. (사양하지 않고 둘러준 옷을 받아들였다. 군데군데 상처 지거나 문신 새긴 몸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일종의 시비거리 아니던가. 단순한 이유였다. 스친 것은 실수겠거니 넘겼을 것이다. 당신의 대답조차 쿨하게 넘겨버렸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제 할 말만 한다.) 다정하시네요.
첸 티엔:(수줍은 양 눈 깜박이기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예의 바르고 다정한 사람이 좋다는 소릴 들었지 않나. 여기서 입을 열었다간 애써 만들어 낸 다정한 이미지가 박살 날 것만 같았다.)
(문득 휴대폰을 꺼낸다.) 저어, 이 앞에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겠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생각은 알 턱이 없다.) 네에,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문제 생기면 부르시구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열고 나가 전화를 받습니다. 간간이 말소리가 새어들어오는 걸 보아 멀리 가진 않은 모양이에요.
잠시 빨래방이라도 구경할까요. 세탁이 끝날 때까진 20여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요.
세탁물이 돌아가는 세탁기, 문이 닫혀있는 세탁기, 발래 바구니, 다리마 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흘러들어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금방 집중력을 잃는다. 어련히 들어오시겠지. 할 일도 없으니 세탁물이 돌아가는 세탁기 내부를 살펴본다. 빤히……. 응? 이거 재미있는 것 같기두.)
▶:두세 개 정도 되는 세탁기는 열심히 빨래감을 돌리느라 바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옷을 넣은 세탁기도 마찬가지이고요. 타이머는 4분을 가리키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야겠네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얼마 안 남았네. 끝나면 열어볼 생각으로… 아니 근데 내 것 빼고는 다 다른 사람 빨래 아닌가? 이래도 되나? 문이 닫혀있는 세탁기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2
관찰력60 30 12
실패
▶:문이 닫혀있는 세탁기 중 유독 특이한 세탁기 하나를 찾아냅니다. 안에 세탁물이 가득 쌓여 있는데도,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채 방치된 세탁기입니다. 위에는 쪽지가 하나 붙어 있네요.
이안 브란트:(바로바로 가져가셔야지…. 내부를 살피다가도 쪽지를 읽어봅니다.)
▶:[세탁물 주인 찾아가시오 - 10일 후도 안 찾아가면 X월 X일 버리겠음.]
쪽지에 적힌 날짜는 오늘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쓰레기통 행이겠어요.
세탁기를 열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오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열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하…. 열어봅니다.)
▶:이안은 세탁기의 문을 열어봅니다. 쿱쿱한 냄새가 확 올라오네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6
관찰력60 30 12
성공
▶:옷 사이로 눅눅히 젖은 종이가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실례…. (종이를 집어들어 확인한다.)
흠? (종이가 마를 때까지 손가락에 대충 끼워두기로. 검지와 중지 사이 종이를 말아 끼워놓고, 이번에는 다리미 판을 눈으로 훑는다.)
▶:다리미판 위에는 읽다 만 신문 하나와, 다림질이 덜 되어 까맣게 탄 자국이 남은 셔츠가 올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오기 전에 누가 있었던 걸까요?
이안 브란트:탔네…. (셔츠를 확인했다. 어떤 사람의 것일까? 사이즈나 디자인을 살펴봅니다.)
▶:셔츠 윗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는 건지, 불록하게 튀어나온 물체가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실례합니다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튀어나온 물건을 꺼내본다.)
▶:플라스틱 명찰이 들어있네요.
[추사 연구소 연구사원]
[청 샤오]
이안 브란트:뭘까? (훔쳤다.)
(신문을 펼쳐 읽습니다.)
▶:날짜를 보아하니 이틀 전 신문이네요. 보아하니 흑사회가 이곳 구룡에 끼치는 영향력이 꽤나 큰 모양입니다.
이안 브란트:(도마회니 흑사회니…. 별로 엮이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미 엮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손가락 사이 끼워두었던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빨래 바구니를 확인한다. 주머니가 무거워진 것은 기분 탓이다.)
▶:누군가 빨래를 한가득 담아놓은 바구니입니다. 대충 쑤셔진 옷들 중 보기에는 드문 연구복이 여러벌 담겨져 있네요.
이안 브란트:(연구복? 방금 명찰에서 봤던 거긴가. 연구복을 슬쩍 빨래바구니에서 꺼내어 마음대로 구경합니다….)
▶:연구복을 꺼내어 마음대로 살펴보면, 주머니에서 카드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이안 브란트:(연구복에서 흥미를 잃고 다시 바구니에 넣었다. 카드를 주워들었다.)
▶:카드 뒷면의 서명란을 보면, 사람의 이름이 엉망으로 휘갈겨져 있습니다.
첸 티엔:(때마침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뭐하고 계셨어요?
이안 브란트:응? 구경이요. (당당….)
전화는 잘 하고 오셨어요?
첸 티엔:네에,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세탁은 다 됐으려나~? (세탁기 벌컥! 열어 옷 꺼낸다. 탈수된 옷 탈탈 털어 펼쳐둔 뒤 드라이기로 말리기까지 했다.)
이안 브란트:(얌전히 당신 뒤에 서 있다가, 작동을 마친 다른 세탁기 내부도 구경한다. 특별한 것은 없을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그렇구낭. 아무 자리에나 앉는다.) 도와드릴 건 없어요?
첸 티엔:응? 딱히요. 자, 다 됐으니까 갈아입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옷을 먼저 건네준다.) 감사해요. 그나저나…. (제 셔츠에 팔을 끼우며 담담한 어조로.) 여기도 꽤 시끄럽네요? 흑사회니, 도마회니….
첸 티엔:(옷 건네받으며 답한다.) 조용한 날을 찾는 게 빠른 곳인걸요.
▶:옷을 갈아입고 나면, 빨래방 안으로 누군가 전화기를 든 채 들어옵니다.
샤샤:아~ 진짜. 그놈의 옷 좀 자주 다려입으라니까… 헉!
▶:샤샤는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헉, 소리를 내더니 다시 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가고 맙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제 지갑 저 친구한테 있어요. (태연….) 다녀와도 될까요?
첸 티엔:응? 이렇게… 여유부려도 되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뭐, 이 정도는…. 괜찮지 않으려나? (빨래방을 나와 샤샤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갑니다.)
▶:이안은 느지막이 빨래방을 나와 샤샤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 뒤를 티엔이 설렁설렁 따라가고 있고요.
빨래방을 빠져나오자마자, 저만치 보이는 샤샤는 으슥한 골목 안쪽을 향해 들어갑니다.
쫓아가나요?
이안 브란트:아, 기다리고 계셔도 되는데. (아직 당신에게 말할 여유까지 있는 듯. 쫓아갑니다!)
첸 티엔:싫~어요. 같이 있고 싶다고요. ……. (조금? 시들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직진하는 길과 왼쪽,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샤샤는 어느 쪽으로 간 걸까요?
이안 브란트:흠.




이안 브란트
54
추적10 5 2
실패
다, 다시.




이안 브란트
72
관찰력60 30 12
실패
응? (티엔 바라봄.)
첸 티엔:응?
이안 브란트:도와주세요오.
첸 티엔:어떻게요? 잡아서 데리고 올까요?
이안 브란트:아, 아, 아니. 어디로 갔을지.
첸 티엔:응? 왜요?
이안 브란트:응?
응??
첸 티엔:잡아준대도.
이안 브란트:저… 저의 힘으로? 할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
94
관찰력60 30 12
실패
못하겠어요.
첸 티엔:도와드려요?
이안 브란트:우응.
첸 티엔:그러엄. (제 뺨 톡톡 두드린다.)
이안 브란트:(어디로 갔는지 땅바닥만 살펴본다고 대답도 설렁설렁. 살작 시들…해졌다가 고개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뽀뽀?
첸 티엔:네에.
이안 브란트:(당신의 어깨 위로 손 얹은 채 뺨 위로 입 맞추었다가 떨어진다. 꾸욱.)
첸 티엔:(헤헤 웃는다.) 이름도 불러주시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어떻게요?
첸 티엔:티에엔, 하구요.
이안 브란트:티엔, 씨이. 됐나요?
첸 티엔:티에엔.
이안 브란트:그렇게 말꼬리도 늘여야 해요?
첸 티엔:그래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이안 브란트: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유는 영 모르겠다는 표정.) 티에엔, 얼르은. (팔 쿡쿡 치기까지.) 이러다 놓치겠어요.
첸 티엔:으응. (썩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다. 배부르고 등 따수운 고양이 같은 낯짝. 순순히 대답 내어놓은 것치고는 행동이 굼뜨다. 당신 어깨에 고개 기댄 채 휴대폰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안 브란트:안 따라가도 되나요? (휴대폰 힐끔.)
첸 티엔:응? 왜… 따라가야 하죠?
이안 브란트:(조금 거리감을 느꼈다.) 좋겠네요…….
첸 티엔:이러는 쪽이 당신도 편하지 않겠어요? (이윽고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샤샤는 조만간 부하들의 손에 붙들려 이곳으로 끌려올 테지.)
이안 브란트:지금이야 편하지만 원래는 제가 쫓아가는 쪽이었어서요…. (뭐어, 아무렴 어떤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첸 티엔:이제는 기다리는 쪽이 되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응? (또…. 이해 못했다.)
▶:머지않아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의 손에 붙들린 샤샤가 당신의 앞에 무릎 꿇려집니다. 티엔은 개입하지 않을 모양인지, 그저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기만 하고 있네요. 아, 슬그머니 팔짱도 끼고요.
샤샤:제발! 지갑은 돌려줄게. 좀 봐줘라, 응?
이안 브란트:아, 무릎… 안 꿇어도 괜찮은데. (여기저기 눈치 힐끔. 양손 공손히 내밀었다.)
▶:샤샤는 급히 지갑을 꺼내 당신에게 내밉니다. 내용물은… 텅 비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앗.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곰곰.) 여기 뭐 있었죠? (오히려 묻고 있다.)
샤샤:몇 푼 안 되는 지폐랑, 카드, 신분증…. 아니, 이걸 왜 나한테 물어?
이안 브란트:저도 궁금해서요…. (응?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빨래방에는 뭐 찾으러 온 거였어요?
샤샤:빨래방? 셔츠를 찾으러 갔어. 가족에게 부탁받아서, 심부름으로….
저기, 용서해주는 거야? 가… 봐도 되나?
이안 브란트:셔츠? 다 탄 거? (그건가? 아닌가? 잘 모르겠군….)
내용물…. 다 어디에 사용하셨어요? (진심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다. 신분증은 남아 있나?)
▶:없습니다. 텅텅 비어있네요.
이안 브란트:(내 개인정보…….)
첸 티엔:(흰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당신의 지갑을 가져간다.)
이안 브란트:응? 왜요?
첸 티엔:응? (눈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본다. 어느덧 당신의 지갑 안에는 지폐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으응? (다시 돌려주고 팔짱이나 꼈다.)
이안 브란트:…응??? (얼떨떨.)
첸 티엔:으응. (어깨에 고개 포옥.)
이안 브란트:네. 네. (나중에 돌려드려야지.)
샤샤:(으… 스러운 눈으로 둘 바라보다가도) 돈은 대충 해결 된 것 같으니까, 가 봐도 돼?
이안 브란트:잠깐만요오.
샤샤:왜, 왜?
이안 브란트:추사 연구소라고 아세요? (티엔한테 물어보는 편이 더 빠른가? 싶기도 하지만.)
샤샤:응? 우리 형이 일하는 곳인데. (티엔 눈치 흘금 본다.)
이안 브란트:형? (곰곰. 주머니 만지작거렸다.) 청 샤오?
샤샤:그, 그걸 어떻게 알아?
이안 브란트:아하.
샤샤:(슬쩍…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나려고 한다.)
이안 브란트:으음, 나중에 소개해 주세요. 그 형 분. (아니다….) 근데에, 누군지 알아요? (티엔 힐끔. 티엔 눈치를 하도 보는 것 같아서, 이쪽이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샤샤가 듣기에는 뉘앙스가 기묘할 것이다….)
첸 티엔:다른 사람한테 관심 갖지 마세요. (팔 꼬옥.)
이안 브란트:앗. 그. 흠. 네. (얌전히 샤샤 답변이나 기다린다.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좀 알려 주세요. 눈 깜박깜박.)
샤샤:두, 두 분….
친한?
(티엔 표정 흘긋 보더니) …애인? 관계인 거 아니야, 요?
첸 티엔:(너그러워짐. 손짓으로 부하들을 물린다.)
샤샤:(쭈뼛쭈뼛 몸 일으키며 덧붙였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요?
이안 브란트:응? (너그러워진 것 같다?) 샤샤보다 늦게 만난 사람인데…….
샤샤:(약점이라도 잡힌 건가? 두 사람 흘긋흘긋 본다.) 나도 잘은 몰라. 그냥, 이 구룡에서는… 저렇게 잘 입고도 멀쩡히 다니는 사람을 보면 도망쳐야 한다고.
이안 브란트:음…. (생각 중.) 하긴. 그렇네요. (생각 끝.)
(더 물어보기엔 티엔 눈치도 보이고, 슬슬 보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떤 인사말이 좋으려나.) 조심해서 들어가시고오… 다, 다음에 또 봐요?
▶:샤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몸을 온전히 일으킵니다. 동시에 그의 헐거운 주머니에서 지갑이 하나더 데구르르 굴러 떨어집니다.
이안 브란트:어. 지갑 떨어졌는데…. (지갑 주워들었다.)
▶:양쪽으로 펼쳐진, 해진 지갑에는 어떤 사람의 신분증이 들어 있습니다.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이름만은요.
이안 브란트:가져도 되나…. (샤샤는 갔나?)
▶:아직 남아있습니다. 눈치를 보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지갑 팔랑팔랑.) 아는 사람 거예요?
샤샤:후, 훔친 거 아냐! 그냥, 주인이 잠깐 맡아달라기에 가지고 있던 것뿐이야.
이안 브란트:그, 그런 말 안했는데. (얌전.) 언제 맡아달라고 했는데요?
샤샤:(지레 찔려서 그렇다.) 어, 어…. 대, 대충 어제 쯤에?
이안 브란트:실종되었다고 했죠? (티엔 보았다가 지갑 보았다가 샤샤 보았다가….)
첸 티엔:네에. 분명 그랬죠. (지갑 보며 묘한 얼굴이 된다.)
이안 브란트: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샤샤 빤….)
샤샤:모, 몰라. 그게 필요한 거라면 너희들 가져. 이제 됐지? 나는 가면 되는 거지?
첸 티엔:아뇨.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그제야 당신에게 기대고 있는 몸을 바로 세운다.)
아무래도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지…. 소매치기범이라면 으레 아지트 같은 게 있기 마련이잖아요. 안내해줬으면 하는데.
괜찮죠? (허락을 당신에게 구하고 있다. 당신만 승낙한다면 냉큼 쳐들어갈 것처럼.)
이안 브란트:(이번에는 제 쪽에서 당신 어깨에 머리 얹고 있다. 음. 그렇구나. 신기하네. 앞으로도 쭉쭉 알아서 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멀쩡하게 살고 싶어서 말야.) 네에.
▶:티엔이 눈짓하니, 샤샤는 울며 겨자먹기로 길을 안내합니다. 쌓이고 쌓인 물건들로 가득 찬, 잡동사니의 방으로 들어섭니다.
이안 브란트:뭐가 많네요. (주변을 주욱 둘러본다.)
첸 티엔:그러게요. 천천히 둘러보자고요.
이안 브란트:(문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쓰레기통과 쓰레기를 툭툭 신발 끝으로 찬다.)
▶:쓰레기통에는 잡다한 쓰레기들이 넘치다 못해 주위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찢다가 만 영수증, 꾸깃하게 접힌 각종 이면지까지.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종이도 보이네요. 명함입니다.
이안 브란트:(허리를 굽혀 명함을 주워들었다.)
▶:[추사 연구소 연구부장]
[취 시디옌]
이안 브란트:아하. (가졌다. 이번엔 훔친 것 아니다.)
(옆으로 조금 걸음을 옮기면….) 싱크대. (집에 있는 싱크대 생각함. 안 함. 물 틀어본다. 잘 나오나?) 새로 이사 온 집 싱크대 수압이 엄청 약해요. (TMI 남발 중.)
첸 티엔:새로 지어 줄까요?
▶:평범한 주방의 싱크대입니다. 찌든 때가 곳곳에 슬어난 구릿빛 위로 감자칩, 김이 다 샌 맥주캔, 과자봉지 등등이 굴러다닙니다.
이안 브란트:그, 그럴 필요까진. 저도 일만 해결하면 원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거긴 물 잘 나와요. (냉장고 벌컥.) 비록 여긴 냉장고도 미지근하지만….
첸 티엔:하나 사서 넣어드려요?
▶:냉장고 안에는 맥주병이나 콜라캔, 먹다 남은 즉석식품이 어지럽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냉동실을 열어보면, 겹겹이 쌓인 포대들 사이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조심스레 보관된 것이 보입니다.
완벽하게 밀봉처리된 시험관입니다만, 꼭 냉동된 혈액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도리도리.) 전기부터가 제대로 안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건 뭘까요? (냉동된 혈액 빤히…. 적혀 있는 것은 없을까?)
▶:겉에 붙여진 라벨지를 보면… 티엔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티엔의 피란 말인가요?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본능적으로 그가 이걸 알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이안 브란트:(얌전히 냉장고 문을 닫고…. 상자2를 열었다.)
▶:안을 보면 각종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닙니다. 잘 보면 투명한 봉지 아래 정체불명의 흰 가루약들이 몇 묶음씩 들어있기도 하네요.
이안 브란트:(흠? 주머니에 든 것―훔쳐온 약―과 같은 것일까?)
▶:정체야 먹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는 없겠습니다.
이안 브란트:(별로 손대고 싶지는 않으니 상자1을 열어보기나 했다.)
▶:내용물이 텅 빈 지갑들, 정체 모를 열쇠들이 여러 개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천일빌라 202호라고 적힌 열쇠를 찾아냅니다.
이 열쇠 형태, 상당히 눈에 익지 않나요? 당신이 받은 열쇠와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그러고 보니, 천일빌라는… 당신이 세를 얻어 살고 있는 빌라의 이름이네요.
이안 브란트:옆집 열쇠. (훔쳤다.)
(이어 눈길을 돌려 책장을 살펴보았다.)
▶:책장 안에는 다양한 서적들이 잡다하게 꽂혀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1
자료 조사50 25 10
어려운 성공
▶:그 사이에서 중요해보이는 파일철을 한 권 뽑아냅니다.
이안 브란트:흠. (연구기록은 이곳에 없는 걸까? 책장 뒤적뒤적.)
▶:원하는 자료는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터벅터벅 걸어 상자 몇 개를 지나쳤다. 시험관대 앞에 선다.)
▶:각종 형형색색의 액체나, 가루들이 시험관에 든 채로 나란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살무언독 샘플], [몽상화 변형]…. 함부로 건들지 않는 게 좋겠네요.
이안 브란트:(컴퓨터를 돌아본다. 켜져 있을까?)
▶:전원은 꺼져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켜질까? 아무 버튼이나 꾹.)




이안 브란트
97
컴퓨터 사용5 2 1
대실패
첸 티엔:응? 갑자기 연기가 나는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차, 착. 착각.
(서둘러 자리를 뜬다. 애써 모른 척 조리대 좌편을 살펴본다….)
▶:라면 봉지가 여러 개 놓여있네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조리대 우편도 본다.)
▶:알 수 없는 시약들이 널려 있습니다. 위험하니 함부로 손대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이안 브란트:(마지막으로 장식장을 살펴보았다…. 컴퓨터 방향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느 연구소 앞에서 찍은 것 같은 사진이 액자에 들어있었습니다. 샤샤와 닮은 사람이 하나 보이네요. 특별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형인 걸까요? (닮은 사람 콕콕 가리켰다.)
첸 티엔:아~마도요.
이안 브란트:으응. 얼추 내부는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첸 티엔:이제 돌아갈 거예요?
이안 브란트:어디로요?
첸 티엔:응? 집으로요.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요.
이안 브란트:몇 시길래?
첸 티엔:(휴대폰 본다.) 9시를 막 넘겼네요.
이안 브란트:으응, 가시는 거 보고 들어가면 되지 않으려나.
첸 티엔:데려다 주려고요?
이안 브란트:혼자 못 가실 것 같아서…. (이런 발언.)
첸 티엔:(냉큼 연약한 체를 한다. 당신의 팔에 찰닥 달라붙었다.) 그러엄, 저~어기. 나가서 대로변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이안 브란트:네에. (샤샤에게 짧게 인사한 뒤 바깥으로 나왔다. 티엔이 지시한 대로 대로변까지 당신을 데려다주고, 누군가? 당신을 모시고 가길 얌전히 기다린다.)
첸 티엔:(누군가? 가 자신을 모시러 오기 전 묻는다.) 굿나잇 키스는?
이안 브란트:(볼 위로 쪽.) 안녕히 주무세요.
첸 티엔:(당신의 목에 팔을 두르고, 덩달아 뺨 위로 입맞춘다.) 으응. 당신도요.
▶:티엔은 머지않아 도착한 차를 타고 자리를 뜹니다. 오후 10시에 근접한 시각. 가로등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구룡성채는 그저 알전구나 지나가는 상가마다 구비된 형광등의 빛으로 겨우 밤을 밝힐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천일빌라로 돌아갑니다. 곧장 202호로 갈 수 있을까요?)
▶:그전에 들를 곳은 없나요?
이안 브란트:아, 집에 청소도구도 없는데. (현실적인 생각이나 하며 주머니를 뒤졌다. 두툼해진 지갑과 정체 모를 약물, 무수한 종이 쪼가리의 축복……. 구겨진 종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새삼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시루 거리의 백 씨 약국. 종이 건네준 사람을 알 수 없으니 찝찝하기는 하지만, 속는 셈치고 가보기로 했다. 열심히 길을 찾아 백 씨 약국으로 가 봅니다.)
▶:오후 10시가 되어가는 밤에도 반짝거리는 네온 사인등이 켜진 곳들도 있습니다. 술집, 유흥가, 도박장. 대체로 다 그런 곳들이죠. 불이 꺼진 곳이라고 해봤자 그저 평범한 식당이나 주택집들 뿐입니다.
당신이 서있는 약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형광등 하나가 켜진, 몇 평도 안 되는 좁은 가게 안에는 희끗한 노년의 약사가 가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10시가 지날 때까지 얌전히 바깥 구경을 했다. 술집, 유흥가, 도박장, 그런 류의 장소는 스스로와 어울리지 않음을 익히 인지하고 있었으니 시선 몇 초 주는 것에서 그쳤다. 10시가 지난 뒤 약국 안으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그러니까…. 한 손으로는 주머니 안쪽을 매만지고,) 십전대보탕 있습니까? (다른 손으로는 테이블을 두드렸다. 정확히 세 번.)
▶:테이블을 세 번 두드리면, 약사 백 씨는 당신을 훑어보더니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선 카운터쪽으로 가까이 다가옵니다.
백 씨: (갈색 병 하나를 내어준다.)
이안 브란트:(이게 뭔가요? 냅다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갈색 병을 살펴본다.)
▶:라벨지 위로는 [베이스 - 30ml] 라 적혀 있군요.
이안 브란트:(저어 실례합니다 제가 이런 것은 또 처음이라 여쭈어 보는데, 이런 말들은 생략했다.) 어떻게 쓰는 걸까요?
백 씨: (재차 당신을 흘긋 훑어본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은 아닐세. 다만, 언젠가 자네에게 필요해질 물건 중 하나겠지.
한데, 자네… 아직도 그 자와 함께 다니는가? 간이 큰 건지, 아님 이미 없는 건지 원. 대단한 인간이로구만.
▶:약사는 찬장에서 탈취제를 꺼내 사방에 뿌려댑니다.
이안 브란트:(아무 생각도 안 했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가 보다….) 응? 아직? 그 자? (바로 아방.)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4
지능50 25 10
극단적 성공
▶:그러고 보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에는 티엔의 향이 맴돌고 있습니다. 꽤 오래가네요, 이 향수.
백 씨: 끔찍한 냄새가 나. 비린내여, 비린내.
이안 브란트:무슨 냄새… 인데요? (갸우뚱.) 오늘 처음 만난 분인데.
백 씨: 사람 피를 묻히고 다니는 것의 비린내지! 떼어낼 수 있다면 얼른 떼어버리게.
이안 브란트:사람 피? (냄새만 킁. 잘 모르겠는데. 그런 일을 하시는 걸까.) 정확히 무얼 하는 사람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백 씨: 흑사회의 머리이지 않나! 그것도 모르고 그 자와 어울린 겐가? 이제라도 좋으니 도망치는 것이 좋겠어.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골치 아프게 엮일 생각일랑 말게.
이안 브란트:그쪽인 거구나. (반쯤은 예상하였던 터라 덤덤한 투로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랑은 엮인 게 있어서요, 독과 관련하여…. (테이블만 탁탁 두드린다.) 말씀만은 감사합니다.
백 씨: 그래. 이젠 정말 문을 닫을 시간이네. 이만 가 보게나.
이안 브란트:네에. (공손히 인사… 하다가.) 앗. 돈 드려야 하는데.
백 씨: 값은 이미 받았다네. 취 시디옌에게.
이안 브란트:(눈을 끔벅였다.) 그 자가요?
백 씨: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브란트:언제요? (당황한 기색 숨기지 못한다.)
백 씨: 그가 사라지기 직전에.
이안 브란트:그는 어제도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갸우뚱.)
백 씨: 어린 것이 이 노인을 거짓말쟁이 취급하는구먼.
이안 브란트:아니이. (눈썹 추욱.) 그런 것이 아니라아. 그. 음. (설명은 장렬히 실패했다. 오늘 하루 주입된 정보가 과하게 많았던 탓이다.) 하여간 감사했습니다…. (꾸벅 인사한 뒤 약국에서 빠져나온다.)
▶:완전히 어둑해진 밤의 거리. 밤이 되며 오히려 생기가 돋아난 구룡성채에는 약에 쩔은 인간들이 바닥을 구르고 그 위를 술에 취한 이들이 기어다니며 유흥에 젖은 인간들이 그들을 내려다볼 뿐입니다.
집으로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돌아갑니다. 터덜터덜.)
▶:이안은 천일 빌라로 돌아옵니다. 콘크리트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면,
당신의 집 현관문이 열려있군요.
이안 브란트:(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표정으로 올라왔다가 우뚝 멈추어 선다. 문을… 안 잠그고 갔나? 침착하게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9
관찰력60 30 12
실패




이안 브란트
30
관찰력60 30 12
어려운 성공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는 티엔이 보입니다. 저 사람이 여긴 어떻게 온 거죠?
이안 브란트:(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티엔 씨?
첸 티엔:이아안. 왜 이제 와요?
이안 브란트:어, 어떻게 오셨어요?
첸 티엔:응? 그냐앙, 문 따고 들어왔죠.
이안 브란트:어떻게… 알고? (아니, 이건 이상할 것도 없던가.) 집에 가셔야죠. 차 타고 가셨잖아요…?
첸 티엔:집에 갔었는데, 문득 너~무 외로워져서…. 당신이 보고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왔는데. 안 돼요?
이안 브란트:저 심장 떨어질 뻔했어요.
첸 티엔:왜요?
이안 브란트:왤까요? (빤히.)
첸 티엔:(수줍?게 웃는다.) 눈빛이 열렬하세요.
이안 브란트:저어. 무서운 거 싫어해요. (마른 세수 북북.) 진짜 놀랐어요. 다음부턴 이렇게 오시면 안 돼요. 말씀이라도 해 주셔야 해요.
첸 티엔:네에. 다음엔 전화라도 드리고 올 테니까요. (냉큼 매트리스 위로 몸을 뉜다.) 왜 이렇게 딱딱하담~?
이안 브란트: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그제야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온다. 당신에게 보이지 않게끔 조용히 짐을 정리했다.)
응? 근데 전화번호 드린 적 없는데.
첸 티엔:응? 집 주소도 알려주신 적 없으세요.
이안 브란트:그거야 그렇죠. 네. 그. 네. 지당한 말씀이세요.
첸 티엔:네에. (얌전히 누워 다리를 쭉 편다.) 이아안, 매트리스가 짧아요. 다리가 튀어나오는데요. 이런 곳에서 주무시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저도 오늘 처음 이사 와서 잘 모르겠는걸요. 청소도 해야 하고…. (주섬주섬 빗자루질이나.)
첸 티엔:청소를 직접 하세요?
이안 브란트:네에에. (바지런히 창문까지 열고 청소.) 끝날 때까지 누워계세요.
첸 티엔:으응. (고분고분해졌다.) 그런데에…. 옆집엔 안 가봐도 되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이거 끝나면 갈 생각. (젖은 수건으로 눈에 보이는 책상 위부터 문틀까지 닦았다.) 같이 가실래요?
첸 티엔:아뇨오, 전 여기서 당신 이불 덮고 쉬고 있을래요.
이안 브란트:제 이불이라고는 하지만 저도 아직 안 덮어봤으니까요? (좋아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얼추 청소를 끝내니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지 않은 수트케이스에 받아온 갈색 병부터 훔쳐온 것들을 대충 쑤셔넣어 옷으로 덮은 뒤 잠갔다.) 다녀올게요?
첸 티엔:(샐샐 웃는다.) 왜 잠그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정리 안 한 건 보여드리기 뭣해서요.
첸 티엔:정말~?
이안 브란트:(푸우, 한숨 같은 웃음.) 알고 싶으면 언제든 알아낼 수 있으시잖아요. 다녀올게요. (손 짧게 흔든 뒤 202호로 향한다.)
첸 티엔:당신이 싫다고 하면 안 해요. (손 살랑살랑 흔들어준다.)
▶:202호의 현관문 앞에 서면, 벌써부터 각종 전단지가 들러붙어 엉망이 된 문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이안 브란트:(전단지를 하나씩 떼어보며 특별한 것은 없는지 확인. 괜히 노크도 했다.) 계세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훔쳐왔는지 가져왔는지 알 수 없을 천일빌라 202호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202호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난장판입니다. 제대로 치우지도 않아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맥주병들, 바닥에 여기저기 떨어진 종이들은 얼핏 한 눈에 보아도 어려운 단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침대 쪽에는 휑한 행거랑 책상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깔끔한 실험대와 책장이 놓여 있습니다. 덜 비워진 쓰레기통과 싱크대, 냉장고는 너저분하네요.
이안 브란트:지저분하네…. (맥주병을 집어들었다. 한쪽으로 치워둘 작정이다. 들어온 티를 내도 되나, 얄팍한 걱정이 들기는 하였으나 뭐, 이 집 주인도 나를 알대로 아는 것 같으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맥주병입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9
관찰력60 30 12
성공
▶:어떤 병은 끄트머리가 깨져 있습니다. 유리 파편이 바닥에 떨어져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23
지능50 25 10
어려운 성공
▶:술, 담배, 마약이 으레 인체에 해롭기는 하지만, 때로는 심신을 안정시키거나 침착해지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지요?
이안 브란트:(그래, 지금 이안 브란트도 정확히 담배가 말리는 심정이었으니 다 이해할 수 있다! 맥주병을 한 곳에 밀어두며 유리 파편까지 대충 손으로 쓸어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든다.)
▶:취 시디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군요.
종잇장 사이로 무언가가 섞여 떨어집니다. 연구 기록은 이것이 전부인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흠? (새로운 종이를 획득하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젠 아주 자연스럽다. 몸을 일으켜 침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행거를 확인한다.)
▶:옷가지가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습니다. 그저 텅 비어있네요.
이안 브란트:옷이 하나도 없을 리는 없고. (옷을 모두 챙겨서 다른 곳으로 숨은 건가? 책상 위를 훑는다.)
▶:책상은 아예 깨끗하게 치워져 있습니다. 당신의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네요.
이안 브란트:(본인이 직접 숨은 거라면…. 이유가 뭐지? 침대 방향의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런 방에 실험대까지 놓을 일인가?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인가 보다…. 실험대 위를 살펴봅니다.)
▶:실험대 또한 깨끗하게 치워져있네요.
이안 브란트:있는 게 없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책장에 시선을 둔다. 책장에 책은 잘 꽂혀 있는가? 혹은 이쪽도 비웠을까?)
▶:이쪽도 비워져있네요. 모든 책을 다 갖다 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허. (쓰레기통 안을 내려다본다. 오늘따라 쓰레기통을 자주 뒤지는 기분은 착각일까? 쓰레기장이라도 뒤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은 진짜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쓰레기통을 뒤지면, 흔히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쓰레기가 쏟아집니다. [경 씨 정육점]이라 적힌 가게의 영수증이 가장 마지막으로 결제한 내역인 것 같네요. 그외에는 종이도 함께 섞여 들어있습니다. 신문 끝을 자른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이건 또 무슨 일일까아. (내일은 정육점을 가봐야 하나? 터벅터벅.) 싱크대. (또 싱크대 물을 틀었다. 잘 나오나? 싱크대 위도 주욱 둘러본다.)
▶:행운 판정?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73
행운38 19 7
실패
▶:어라. 콸콸 쏟아집니다. 왜 이 집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왜 이 집만?
하. (냉장고 벌컥.)
▶:먹다 남은 음식들이 부패해가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터가 안 좋아, 터가. (냉장고 문 쾅 닫았다. 술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마지막으로 침대 위를 살펴본다.)
▶:당신의 집과 마찬가지로 매트리스만 하나 달랑 깔려있습니다. 위로는 담요가 덮어져있네요.
들추어보나요?
이안 브란트:(뭐지? 담요를 휙 들춘다.)
▶:담요를 들추면, 신문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신문을 주워들어 확인했다. 끝이 잘린 그 신문일까?)
▶:그것과는 다른 신문인 것 같네요. 날짜를 보면, 2주 전 기사입니다.
이안 브란트:2주 전…. (신문을 제자리에 놓은 뒤 203호로 돌아갑니다.)
첸 티엔:(이불 위로 눈만 빼꼼 내민다.) 오셨어요?
이안 브란트:네에, 안 주무셨네요.
첸 티엔:네에, 기다렸는걸요.
이안 브란트:피곤하진 않으시구요? 자리는 안 불편해요? 옷은? (티엔의 옷 차림새를 훑었다.)
첸 티엔:(낮과 다른 옷을 입었긴 하나, 여전히 창파오였다.) 불편해요~. 하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이리로 들어오라는 것마냥 이불 한쪽 살짝 들춘다.)
이안 브란트:저야 좁은 곳에서 자는 것도 상관없지만…. (흠.) 옷 빌려드려요?
첸 티엔:응? 그래도 돼요?
이안 브란트:돌아가라고 해도 안 돌아가실 거 아니에요? (침대 위에 걸터앉기만 했다.) 저는 지금 갈아입을 건데, 당신만 불편하게 있는 건 좀 그렇잖아요.
첸 티엔:그사이 저를 너~무 잘 알게 되셨어요. (슬금슬금 이불 밀어내더니, 상체만을 일으켜 앉는다.) 그럼 좀 빌려주세요. 당신 옷, 입어 보고 싶으니까.
이안 브란트:네에. (마지막 말은 또 흘려들었다. 가방을 뒤져 잠옷 하나를 당신 방향으로 휙 던져주었다.) 먼저 갈아 입으세요.
첸 티엔:왜 계속 못 들은 척하세요?
이안 브란트:(응?) 사이즈는 얼추 맞을 거예요.
첸 티엔:못 들은 척이 아니라 아예 안 들으신 거구나.
이안 브란트:춥진 않으시죠?
첸 티엔:또 그러시네.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관심이 없는 거예요, 의식을 안 하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네? 관심 있어요. 의식도 하고 있어요. (그런 의식은 아니긴 한데.) 이건 진짠데.
첸 티엔:그런데 저를 왜 이렇게 홀대하시지.
이안 브란트:집에 무단침입한 사람을 쫓아내지 않고 옷까지 빌려드리는 것만으로도 저는 저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첸 티엔:낮보다 좀 더 차가워지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남의 집 문을 따고 들어오는 사람은 제 예의에서 조오금, 어긋나서요~…. (힐긋.)
첸 티엔:(눈 깜빡깜빡.)
우리 이안 브란트 씨는 방금 어딜 다녀오셨죠?
이안 브란트:202호?
첸 티엔:남의 집이죠?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문을 따고 들어가셨죠?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당신이나 나나 똑같네요.
이안 브란트:전 그래도 되는데. (딱 한 마디 중얼거렸다. 이름부터 메일주소, 심지어는 언제 어디를 찾아올지까지 뻔히 아는 미친 사람의 신상은 자기도 조금 알아야 공평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 꾹 다물었다. 그러려면 약국에 다녀온 것까지 설명해야 하지 않나. 깊은 한숨을 쉬고.) 담배 있어요?
첸 티엔:건강 챙기신다면서요?
이안 브란트:정신 건강도 챙겨야 해요.
첸 티엔:담배 말고, 더 확실한 방법을 아는데.
이안 브란트:(눈 깜박깜박.) 저 약은 안 해요.
첸 티엔:응? 저도 약은 안 해요.
이안 브란트:그럼?
첸 티엔:가까이 와 보세요.
이안 브란트:(딱 두 걸음 가까이 갔다.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거리.)
첸 티엔:더 가까이요.
이안 브란트:(다시 두 걸음 가까이.)
첸 티엔:조금 더.
이안 브란트:(침대에 다시 걸터앉는다.) 됐나요?
첸 티엔:조금 더어.
이안 브란트:이상한 거 하려고 그러는 거죠. (말과 달리 당신 곁에 당겨 앉는다.)
첸 티엔:아니이, 기분 좋은 거요. (그런데… 안 피하시네요. 웃음을 닮은 말이 바람처럼 귓전을 맴돌았을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한껏 좁혀진 거리마저도 부족한 것인지, 제 상체를 기울여 당신에게 몸을 바투 붙이고….)
싫으면 밀어내세요. 밀려날 테니까. (그대로 입술을 겹친다. 검은 머리카락이 당신의 이마를 간질였다.)
이안 브란트:(기분 좋은 것? 술, 담배, 약, 이 세 개가 아니라면 정황상 기분 좋은 것이란 말할 것도 없겠지. 그걸 알면서도 이안 브란트는 몸 물리지 않았다. 조용히 읊조리는 말.) 피할 곳도 없거든요. (이 좁은 방에서. 당신의 손아귀 안에서.)
(간지럽다. 검은 머리칼이 닿은 이마도, 낯선 감촉이 느껴지는 입술도…. 짧은 입맞춤 동안 숨을 멈추었으며, 겨우 손끝으로 이불을 말아쥐기만 하였다.)
첸 티엔:(입술과 입술이 담백이 맞물린다. 아무래도 당신은 숨 쉬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얼굴 위로 흩어지는 호흡이 없으니 필시 참고 있는 것이겠지. 가느다란 입술이 곱게 말려 올라간다. 입을 맞대고 있는 순간에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보면, 자신은 아무래도 당신을….)
숨 쉬어야죠. (하순을 빨아들이다가도 놓았다. 이어 채근하듯 말했다. 답은 기다릴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짧은 틈새 다시금 입술을 겹친다. 이전보다는 거친 애정이었다. 입술 전부를 삼키기라도 하는 것마냥 덮어 낸다. 곱다란 손이 시트 위를 더듬거리더니, 이윽고 당신의 손등 위로 겹쳐진다. 손마디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깍지를 껴 내리누르는 듯한 모양새.)
이안 브란트:(그는 이러한 행위가 처음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리 없다. 감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가, 독촉의 음성이 떨어지고야 얕은 숨 내쉬며 어깨가 들렸다 놓인다. 참, 이리 순종적일 수가 없다. 긴장으로 굳은 입술이 겨우 당신의 숨을 삼킨다.)
(본래의 상태라면 당신의 손은 밀어내고도 남을 텐데, 이상하게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이 단단히 망가진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주어는 마음이리라. 시트를 움킨 손을 풀어내었던가, 당신의 손길을 받아들였던가? 이대로라면 딱 정신을 놓아버리기 좋을 것 같아, 그제야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밀어냈다.) 자, 잠시만요……. (호흡과 함께 목소리가 잦아든다.)
첸 티엔:(누구에게도 쉬이 밀려날 것 같지 않던 이가 당신의 말 한마디에 행동을 멈추어 낸다. 푸른 눈이 오롯이 당신만을 담았다.) 으응, 천천히 숨 고르세요. (종내에는 겹쳐둔 손마저 거두고, 당신 쪽으로 기울인 상체마저 바로 세웠으니 검보라빛 머리 위로 얽혀들었던 검은 머리카락 또한 제자리를 찾아 낸다.)
이안 브란트:(호흡을 몰아쉰 뒤에야 낮추었던 시선을 든다. 당신의 다정은 유독 낯설다. 특별대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당신은 그 이유로 애정을 들었다.) 아직, 제가, 왜 좋으신지…. (그 낯섦이 싫지 않았음에도 당신을 밀어낸 까닭은, 당신의 마음만은 여직 납득하지 못하여서. 만난 지 만 하루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첫키스를 내어준 주제에, 방 한 켠, 곧 마음 한 켠까지 내어줄 주제에. 바보 같은 말만 튀어나온다.) 오늘은 이만 자는 게 좋겠어요…. (한숨처럼 앞으로 기우는 몸, 당신에게 머리를 기댔다.)
첸 티엔:(사랑의 까닭이란 명확하면서도 동시에 분명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스치는 웃음에도 마음을 빼앗기곤 하는 것이 인간이라. 구태여 답을 찾자면 무엇이든 내어놓을 수 있었다. 당신은 정이 많으니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서. 불청객을 내쫓기는커녕 마음 한 켠마저 내어주려는 인물이기에. 품 안의 이를 조심스레 끌어안는다.) 당신에게 나는 고작 하루인 사람이겠지만, 나에게 당신은 하루가 아니니까. 이안, 브란트. 내가 당신을 선택했어요. 또, 당신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요.
그러니까, 미워하지 마세요…. (애원을 닮은 말들이 늘어놓아진다. 머리 위로 입을 맞추고, 당신 끌어안은 채 몸을 뉜다.) 이대로 잘래요.
이안 브란트:(내가 당신을 모를 때도, 당신은 내 생각을 했을까? 당신의 마음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눈으로 똑똑히 본 이상 부정할 수도 없다.) 미워하지 않아요. (그러니 함부로 사랑에게 애원하지 말아. 마음을 바꾸는 것은 내가 할 터이니, 당신은 그대로 그쳐 있으면 된다. 노력을 약속한 쪽은 본인이다. 그럼 그렇게 하죠, 장담은 못하지만. 이 뒤 생략된 말은 처음부터 사랑해 보도록 노력할게요. 였으니까.)
옷…. 불편할 텐데. (그러나 이번에는 일절 밀어냄이 없다.)
첸 티엔:조금 불편한 것 정도는 괜찮아요. (어깨 위로 고개를 묻는다. 유난히도 당신의 몸에 뺨을 비비적대는 연유는, 제 향을 묻히고 싶기도 하거니와 당신의 향을 맡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조~금 편한 것보다는… 조~금 불편한 게 기억에 남는 법이거든요.
이안 브란트:높으신 분이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는 거 알면 부하들이 기겁하시지는 않으려나. (현재 이안 브란트는 이미 첸 티엔의 향에 묻혀 있을 텐데.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마나 기억하시려고요.
첸 티엔:무슨 상관이람. (이리 말하는 것을 보면 낮은 곳에 서 본 적 없는 이라는 게 티가 났다. 물론, 그러한 지위는 당신의 앞에서는 무용이겠지만. 고분고분 쓰다듬을 받는다. 손길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글쎄요, 어떨 것 같은데요~?
이안 브란트:제가 모시는 분이 이러고 있었으면 기함했을 것 같은데. (짧은 웃음소리. 기다란 머리카락과 손가락이 얽혀든다.) 모르죠. 모로 누울 때마다 제 생각을 하시려나.
첸 티엔:너~무 사소하잖아요. 조금만 더 욕심내보세요.
이안 브란트:사소하다뇨? 저 최대한 욕심낸 거예요. 높으신 분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농치고는 진지한 것 같기도….)
첸 티엔:흐~음. 안 되겠다. 제가 더 노력할게요. 당신의 최대란 걸 조금씩 늘려가야겠어요. (허리 위로 팔 둘러 낸다. 그대로 꼬옥 끌어안았다.) 내일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거예요. 그 소매치기범의 형제를 만나보기로 했거든요. 아침 9시에, 경 씨네 정육점에서. 괜찮죠?
이안 브란트:(낯선 온기에 눈이 대번 분주하게 구른다. 손이 어색하게 주변을 배회하다 당신을 마주안았다.) 네에, 장소도 좋네요…. (두어 번 등을 토닥이던 손이 멎는다. 오늘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꿈에서만은 조용하고 순탄하길 바라며 느릿느릿 눈을 감는다.) 안녕히 주무세요.
▶:구룡성채에 온 지 겨우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만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군요. 밝으면서도, 동시에 밝지만은 않은 밤이 저물어갑니다.
▶:9시 즈음, 구룡은 온전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두 사람은 일찍이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나서는 중이었고요.
첸 티엔:제가 소매치기범을 만나러 갈 테니까, 당신은 그의 형과 만나주시겠어요? 서로서로 취 시디옌과 관련된 정보를 캐고~ 다시 합류하면 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네에. 설레네요…. (뭐가?)
첸 티엔:응? 뭐가요?
이안 브란트:응? 소개받기로 한 분이잖아요. (아니다 농담이다…. 점차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으니 곧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극히 평범한 기대감의 표현이다.)
첸 티엔:(눈 가늘게 뜬다.) 다른 사람한테 관심 갖지 마세요.
이안 브란트:그런데요오.
첸 티엔:네에.
이안 브란트:제가 자기 전에 생각을 해봤는데요.
첸 티엔:네에에.
이안 브란트:능숙하신 것 같아서요.
첸 티엔:으응? (눈 깜빡깜빡.)
이안 브란트:(제 입술 톡톡.) 이거.
첸 티엔:으으응? (눈 깜빡깜빡.)
이안 브란트:잘하시던데요.
첸 티엔:티엔은 잘 모르겠어요.
이안 브란트:처음이랬으면서. (키스가 처음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첸 티엔:처음 맞아요. (답삭 들러붙는다.) 첫사랑.
이안 브란트:은근슬쩍 넘기려 하시네요.
첸 티엔:맞다니까안.
이안 브란트:잘 다녀오세요. (팔 떼어놓고 손 흔들어줬다.)
첸 티엔:왜 밀어내세요.
이안 브란트:응? 일 하러 가야죠.
첸 티엔:일보다 중요한 게 생겨버려서요. 방금.
이안 브란트:그래도 그 일에 달려 있는 제 목숨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주시겠어요?
첸 티엔:제가 그것 하나 해결하지 못할 것 같나요?
이안 브란트:그럼 지금 당장 해결해 주세요…. (뻔뻔.)
첸 티엔:절 사랑하세요?
이안 브란트:사랑해야 해결되는 거예요?
첸 티엔:네에. 티엔은 애정을 원동력 삼아 움직여요. (재차… 답삭 안긴다.)
이안 브란트:이거 순 협박…. (조그맣게 중얼댔다. 뒷머리 쓰다듬은 뒤 놓아준다.)
첸 티엔:한눈 팔지 말기. 약속.
이안 브란트:네에, 약속.
첸 티엔:(그제야 만족스러운 낯이 되어 제 할 일을 하러 갔다.)
▶:경 씨의 정육점은 구룡성채에서도 나름 구석에 자리잡은 곳입니다. 단골이 아니면 쉽게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자리네요.
안으로 들어갈까요?
이안 브란트:(외관을 한 번 살핀 뒤 안으로 들어간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한 순간에 두 사람 분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힙니다.
카운터 쪽에는 험악한 흉터가 죽죽 그인 채 당신을 노려보는 사람이 한 명, 맞은 편에는 테이블에 앉아 다리를 떨어대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샤샤와 똑 닮은 구석을 보아하니 저자가 청 샤오겠군요.
청 샤오: 샤샤는, 샤샤는… 이제 풀어주셔도 되잖아요.
▶:아무래도 당신의 일행이 약간의? 겁을 준 모양입니다.
이안 브란트:풀어준 거…. (아녔나? 눈만 깜빡였다.)
청 샤오:네?
이안 브란트:네?
청 샤오:푸, 풀어줬다고요? 언제요?
이안 브란트:아, 아닌가요? 어젯밤에 그 아지트인가 하는 곳까지 같이 가서 그냥 나왔던 것 같은데? (어리둥절.)
청 샤오:(이쪽도 어리둥절해진다.) 어, 어라…? 하지만, 분명 메세지에는…
이안 브란트:메세지… 어떤 거요?
청 샤오:새벽즈음에, 동생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오전 아홉 시까지 경 씨네 정육점으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한편 이 상황이 못마땅한 건지, 정육점 주인으로 보이는 이는 혀를 쯧, 하고 소리나게 찹니다.
경 씨: 내 이러니까, 샤샤 그 녀석 도둑질 좀 작작하라 했잖냐. 이게 웬 소란이야? 이봐, 그쪽 형씨. 이 녀석에겐 무슨 볼일이고?
이안 브란트:저도 따지자면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는 건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안전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확신 없는 목소리….)
아, 그러고 보니 샤샤 형 되시는 분이라고.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려니 죄송하지만 샤샤가 그, 소매치기 때문에 위험한 일에 빠질 뻔했거든요. 다시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게 형님 분께서 조금 언질을 주셨으면……. (꽤 간곡한 어조로 당부를 줄줄이 이어갔을 것이다. 몇 마디 설명 뒤에야 아차, 싶은 얼굴로 주머니를 뒤졌다. 건네는 것은 청 샤오의 플라스틱 명찰.) 추사 연구소에서 일하시죠? 그쪽 연구부장님께 볼일이 좀 있어서요….
청 샤오:네, 네에. 제가 잘 말해보겠습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의아한 낯을 내비친다.) 저희 부장님에게요? 무슨 용무이신지…?
이안 브란트:(말 통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도의 숨을 포옥.) 그 분과 최근에 연락 닿은 게 언제이신지요?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눈을 꿈벅.)
그러고보니 그 분의 최근 영수증에 이 정육점이 남아 있었는데. (경 씨를 흘금 돌아본다.) 취 시디옌 이라는 사람, 아시나요?
경 씨: 그 녀석? 약물쟁이지. 말 그대로. 약물쟁이기에 약을 아주 잘 알어. 이 구룡에서 그보다 약에 뛰어난 인간은 흑사회의 독을 만드는 자 말고는 없을 걸. 그런데…. (청 샤오를 본다.)
청 샤오:저희 부장님, 10일 전부터 연락이 끊기셨거든요.
이안 브란트:10일 전이요?
청 샤오:네, 10일 전이요.
흑사회의 몽상화랑 살무언독에 관해 독자적인 연구를 좀 하셨는데, 그게 조직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에요. 계속 불안해보이셨죠.
이안 브란트:그 몽상화나 살무언독에 대해 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만…. 10일 전이라는 얘기는 믿기 어려운걸요. 어제, 샤샤에게 들은 대로라면 이틀 전에도 모습을 보이셨는걸요. 지갑을 맡아달라고 했다며….
청 샤오:아, 그….
음.
이안 브란트:응?
청 샤오:샤샤의 말은….
정말 면목없지만 아마 거짓말일 거예요….
곧잘 그렇게 말하고 다니거든요. 이 지갑은 내가 훔친 게 아니고, 받은 거라면서요.
이안 브란트:흠.
그.
그렇군요. (시무룩.)
괘,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아직 어린 친구니까. 그. 네. (쭈볏.) 어디 있을지 짐작 가는 곳은 없고요?
청 샤오:네, 네…. (고개 꾸벅꾸벅.) 죄, 죄송합니다. 이것 참….
그, 독에 대한 것이라도… 말씀을 드릴까요?
이안 브란트:(이쪽에서도 연신 손을 내저었다.) 네, 네에.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청 샤오:그럼, 독 얘길 하기 전에… 흑사회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이안 브란트:조금요. (아!) 정말 조금이니까 처음부터 설명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청 샤오:아… 구룡의 무법자들입니다. 약육강식의 꼭대기에 서서, 사람들을 갈취하는 자들이에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소문도 있고요.
이안 브란트:(흠.)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청 샤오:흑사회를 대적할 조직이 없다 보니 부풀려진 소문이 아닐는지…. 그들은 단 한 번도 바닥으로 떨어진 적이 없거든요. 군림이 이어지면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니…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지만요.
이안 브란트:그럴 수도 있겠네요…. (턱을 매만진다.) 흑사회의 우두머리에 대해선 아시는 것 있으신지요? (뒷조사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당신도 했잖아요-!)
청 샤오:네?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걸…. (괜히 주변 슥슥 살피고) 수장이 누구인가, 정도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지만요. 자세한 것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알았다면, 이미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걸요. (하하…)
이안 브란트:(재미없네…. 김 빠진 얼굴.)
청 샤오:(뻘뻘... 뻘뻘...)
이안 브란트:다, 다른 것 말씀해 주시겠어요….
청 샤오:네, 네. 궁금해하시던 독은, 흑사회에서 취급하는 것인데요….
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살무언독은 주입량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있고, 몸에 지니고 있어도 멀쩡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몇몇 사람에게 실험을 해보았는데… 살무언독을 품고서도 잘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시더라고요.
이안 브란트:(그저 깊은 한숨….) 살무언독이 그, 몽상화에 독성을 추가하여 만든 것이라 했던가요? (식당에서 훔친 마법의 하얀 가루 보여준다.) 이게 몽상화고?
청 샤오:네, 네. 잘 아시네요.
이안 브란트:네에, 그래서 그 연구부장이라는 분께서 무독화 방법을 얼추 알아냈다고 들었는데. 그와 관련해서는 아는 것 없으시고요?
▶:
(To GM)rolling 6
6
=6
▶:
(To GM)rolling 76
76
=76
청 샤오:글쎄요, 그것까지는….
▶:청 샤오는 말을 맺음과 동시에 쿨럭, 짧은 기침을 뱉습니다. 붉은 피가 후두둑 쏟아집니다.
순식간에 귀신처럼 창백해진 낯을 한 그는 벌벌 다리를 떨며 뒷걸음질 치다가 그 자리에서 넘어집니다.
(To GM)rolling 3
3
=3
▶:이를 목격한 경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경 씨 또한 컥, 컥, 거리며 몇 번 가슴을 쳐대더니,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찾는 듯 더듬거립니다. 표정은 어둡습니다.
이안 브란트:(금세 얼굴이 당황에 물든다.) 저, 저어, 괜찮으세요?
▶:
(To GM)rolling 18
18
=18
청 샤오:당신…!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 당신의 발목을 잡아다가 그대로 확 밀어넘어트린다.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미, 다 알고 염탐하러 온 거지…!
우리 정체, 눈치 채고 온 거잖아…! 설마 했는데, 역시 흑사회의…!
▶:그러다 결국,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을 때… 청 샤오는 스스로 목에 칼을 가져다대고선 자결합니다. 순식간에 정육점 바닥 타일이 피로 물듭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3
이성65 32 13
성공
▶:
(To GM)rolling 70
70
=70
▶:청 샤오를 바라보던 경 씨가 어느덧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그대로 당신의 멱살을 잡고선 벽까지 밀어붙이자, 등이 가볍게 벽에 부딪힙니다.
경 씨: 이 역겨운 냄새, 비린내…! 네놈들이 취 시디옌을 죽인 거지? 이미 그를 죽였으면서, 잘도 뻔뻔하게 여기에…!
▶:먹먹한 고함소리에 고막이 울릴 지경입니다. 한참이고 소리를 지르던 경 씨는 순식간에 손을 벌벌 떨더니, 그대로 쥐고 있던 식칼을 들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댑니다.
해탈한 듯한 웃음소리. 실성한 숨을 내뱉고선, 마찬가지로 자결합니다.
대체, 어째서?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9
이성65 32 13
실패
rolling 1d3
()
3
3
▶:당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란이 멎어듭니다.
그와 동시에 유리문이 젖혀지네요.
첸 티엔:(안의 풍경을 보고서도 태연한 눈치다. 그의 곁에는 샤샤가 있다. 제 형이 죽은 것을 보고서는 실성한 눈치였지만. 샤샤의 등을 밀치듯 밀어 제 곁에서 떨어트려 놓고서는, 당신에게 다가선다.) 이안, 무슨 일이에요? 옷이 엉망인데. 여기이, 구겨졌잖아요.
이안 브란트:(낭자하는 선혈은 익숙해질 만도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믿지 못할 광경에 넋이 나가는 것은 어째서일지. 확장된 동공, 멍하니 당신을 올려다보는 낯이 새파랗게 질렸다.) 왜…. (왜 그렇게 태연한 거예요? 물음은 입속을 맴돌기만 한다. 당신이 뻗은 팔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가도 탁, 놓아버린다. 걸음은 금세 당신 옆을 스쳐지나가고,) 보면, 안 돼…. (샤샤의 앞을 가로막고 피 고인 바닥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만 한다. 이미 늦어버린 것을 알면서도.)
첸 티엔:(멀뚱멀뚱 제 팔을 내려다보다, 몸을 돌린다. 목적지는 언제나 당신. 한 걸음 내디딘다.) 이안? 왜 그래요?
이안 브란트:당신이야말로…. 왜?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아, 당신은 내 업을 알고 있으니 이런 모습 오히려 우스우려나.)
첸 티엔:그야…. 낯선 광경이 아니니까요. (당신의 안색을 살피면, 그제야 표정이 뒤바뀐다. 일말의 불안, 두려움, 다수의 걱정…. 선뜻 몸을 낮춘다. 그는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바닥을 자처하곤 했으며, 이번이라고 다를 바는 없다. 기꺼이 당신을 올려다본다.) 아, 혹시…. 이런 건… 보기 싫어요? 치우라고 할까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애정은 늘 기꺼웠다. 낯설어도 아주 싫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만은 장기가 뒤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만 같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네?
첸 티엔:왜…. 그런 말을 해요? 왜, 그런 표정으로 절 보시는 거고요?
이안 브란트: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아는 건지…. 나,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데……. (드문드문 음성이 이어진다. 방금까지 대화하던 사람이 알지 못할 말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그의 가족 되는 자가 그 광경을 목격하였음에도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밀어내고, 당장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나 하나. 기이할 정도로 나만을. 왜? 이런 건 낯설지 않다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잖아…. 되짚을수록 속이 울렁거려 몸을 숙였다.)
▶:당신의 옷에 묻어나오는 피가 당신의 것인지, 아니면 저 둘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저 두 사람을 보면 자꾸만 두통이 몰려오는 것 같아요. 어지럽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봐서, 아니면 냄새가 지독해서…
이안, 이안? 괜찮아요? 잠깐, 눈 감으면 안 돼요…!
그의 목소리마저 저멀리 아득하게 웅웅 울릴 뿐입니다.
그리고 시야가 암전합니다.
▶:...
...
...
손을 짚어 몸을 일으키면, 바닥이 아니라 푹신한 이불 위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딱딱한 매트리스조차 아닌, 고급진 비단 이불을 덮고 있군요.
드넓은 방입니다. 당신의 앞으로 정갈하게 차려입은 이가 나타납니다. 유난히도 인기척이 없군요.
집사: 정신이 드십니까? 첸 님께서 브란트 님을 극진히 모시라 명하셨습니다.
첸 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이곳은 첸 님께서 머무르시는 저택이고, 브란트 님께서는 어디든 걸음하실 수 있습니다. 바깥을 제외하고는요.
저녁 식사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이안 브란트:(몸을 일으키다 말고,) 그, 그 사람은 언제쯤 돌아오는지….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몰라 눈치를 살폈다.)
집사: 내일 아침 즈음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급히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다면, 전화를 내어드리겠습니다.
이안 브란트:(고개 내저었다. 얌전히 집사를 따라간다.)
▶:집사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는 길, 방 너머의 창문을 보면 노을이 완전히 져가고 있습니다. 쓰러진 지 시간이 꽤나 지난 모양인요.
그를 따라 복도를 지나 1층의 식당으로 향하면, 이곳이 으리으리한 저택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구룡에… 이런 집이 있었던가요?
식당으로 들어서면, 기다란 테이블이 보입니다. 당신은 당연하게도 상석으로 안내됩니다. 호화로운 음식이 차려지고, 사용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시립합니다. 기묘한 정적이 식당을 가득 채우네요.
이안 브란트:(어디냐고 묻고 싶다. 그런데 물어봤자 첸 님의 저택이라는 말만 해주겠지? 갑자기 마음이 힘들어졌다…. 눈치를 살피어 수저를 들었으나 음식은 조금 깨작이는 정도.)
집사: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이안 브란트:아,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체할 것 같아.)
집사: (고개를 숙인다.) 식사가 끝나시면 벨을 울려주십시오. 첸 님께서, 브란트 님의 식사가 끝나면 모리화차를 내어드리라 명하셨습니다.
이안 브란트:네에…. (왜 하필 같은 차인지 의심되는 나, 정상일까요. 힘없이 시들시들 대꾸했다.)
▶:순식간에 식당에는 당신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안 브란트:하……. (저택이 떠나가라 깊은 한숨.)
▶:이안, 어떻게 행동하나요?
이안 브란트:(수저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은 뒤 우선 식당 내부를 살펴보았다.)
▶:그저 호화롭기만 한 식당입니다. 특별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안 브란트:하. (음식 간단히 먹을 만한 것 있나…. 음식도 주욱 살펴봅니다.)
▶:각종 샐러드와 수프, 갓 구운 빵이며 치즈들이 종류별로 올라와 있습니다. 메인으로는 산딸기 향 소스를 뿌린 스테이크와 생선 구이가 준비되어 있네요.
이안 브란트:(샐러드만 조금 주워?먹었다. 붉은 음식에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어진 문이나 창 밖을 살펴봅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한 하늘만이 보일 뿐입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저택은 구룡의 외부에 자리한 곳인 듯하네요.
이안 브란트:(도망치기는 그른 것 같군….)
(차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어디든 걸음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눈에 보이는 문을 일단 벌컥 열어본다.)
▶:문을 벌컥 열면, 복도 벽에 나란히 붙어선 채 대기하고 있는 사용인들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메이드: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차를 내어드릴까요?
이안 브란트:(하…….)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이드: 모리화차가 입맛에 맞지 않으시다면, 다른 종류의 차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나 주스를 원하신다면 그것으로 준비해드릴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잠잠.) 그럼 오렌지주스로…. (제일 무난하고 유치한 음료를 선택했다.)
메이드: (고개를 숙인다.) 브란트 님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방으로 올려드릴 테니 휴식을 취하시겠어요?
이안 브란트: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할게요. (혼자 있고 싶다.)
▶:메이드는 곧장 당신을 방으로 안내합니다. 곧이어 주스와 함께 초콜릿 머핀도 차려지네요.
시계를 보면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아무래도 늦게 일어나 맞이한 저녁식사였나 봅니다.
주인도 없는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는 불도 거의 꺼져있는 상태고요.
댕, 댕, 댕... 저택에 놓인 괘종시계가 10시를 가리킵니다. 10번, 종소리가 울리면 저택의 불이 소등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당신이 잠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사용인들도 휴식을 취하러 돌아갔을 테니, 이제는 저택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이안 브란트:(내가…. 돌아봐도 괜찮을까? 주스와 머핀은 잠시 미뤄놓은 채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방은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1층으로도 내려가볼 수 있겠군요.
이안 브란트:(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2층을 먼저 살펴봅니다.)
▶:창고, 문이 닫힌 방, 첸 티엔의 침실, 서재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흠. (가장 궁금하고 가장 가면 안 될 것 같은 곳부터 가자. 첸 티엔의 침실로.)
▶:푸른 커튼으로 뒤덮인 방은 들어가자마자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이상하네요,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엣취.)
▶:화려하게 장식된 가구들 투성이임에도 무언가 삭막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볼만한 것이라곤 협탁 위가 전부겠네요.
이안 브란트:(이런 취향인가? 가구를 느긋하게 훑어보다가, 협탁 위를 확인했다.)
▶:넓은 유리 협탁 위에는 덮여진 액자와, 너덜너덜한 가죽 수첩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액자를 위로 보이게 돌렸다.)
▶:평범한 가족 사진입니다. 뒤로는 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앞으로는 티엔을 중심으로 나란히 서 있는 동생들이 보이네요. 가족사진 치고는 이상하게 소름이 끼칩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진인데 말이에요. 왜 이렇게 위화감이 드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응? 평범하게 귀여운데.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 걸까? 빤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 어릴 적의 사진인지 지금과는 달리 키가 작았다는 것만 빼고는요.
이안 브란트:쪼그맣다. (잘 모르겠다. 액자를 다시 덮고 가죽 수첩을 열어본다.)
▶:상당히 흘려쓴 글씨체가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받았던 메일 주소. 그런데…. (비밀번호는 왜? 괜한 생각에 또 속이 안 좋아졌다. 저녁은 대충 거른 게 잘한 일 같기도 하고.)
▶:이 주소를 왜 티엔이 가지고 있는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92
이성62 31 12
실패
▶:수첩을 몇 장 더 넘겨보면, 알 수 없는 공식들이 적혀있습니다.
역린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약입니다. 동시에 익숙한 재료가 눈에 띄는군요. 십전대보탕. 이 수첩… 취 시디옌의 것인 걸까요?
이안 브란트:아…. (속 안 좋아. 글씨체…. 누구의 글씨체인지 알 수 있을까? 취 시디옌의 글씨체는 전에도 봤으니 판별 가능하지 않을까?)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3
관찰력60 30 12
성공
▶:취 시디옌의 필체가 맞습니다.
이안 브란트:이게 왜 여기에 있지. (몰라 나는 진짜 이제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싫다. 수첩 덮어둔 채 티엔의 방을 빠져나간다. 서재로 향한다.)
▶:그의 방보다는 조금 좁은 방이지만,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의 수많은 서적들이 책장에 꽂혀있습니다. 한자로 된 서적이 대부분이며, 한 쪽에는 영어로 된 서적이, 그리고 나머지에는 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책들이 모여 있습니다. 책장 외에도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더 올려져있네요.
이안 브란트:(책장을 뒤적였다. 특별히 눈에 띄는 책이 있을까?)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0
자료 조사50 25 10
성공
▶:다른 책들에 비해 겉표지 질감이 유독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합니다. 꼭 파충류의 비늘을 엮어 만든 것만 같은 촉감이에요.
그 옆에는 책 한 권이 더 붙어있습니다. 구룡의 역사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한 연구 논문들이 엮여져 있는 책이네요.
다소 빈약해보이긴 하지만, 사진과 내용만큼은 잘 써져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책을 설렁설렁 읽다가, 사진에 시선을 둔다.)
▶:티엔을 닮은 듯한 두 사람이 구룡성채에서 건물을 짓는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모님인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9
관찰력60 30 12
성공
▶:사진 아래로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을 발견합니다.
구룡은 그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 그 어떤 존재마저 섞여 들어와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곳에, 하다못해 인간이 아닌 존재들마저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안 브란트:인간이 아닌…. (중얼대다 말고 책상 위의 책을 펼친다.)
▶:먼지가 낀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유달리 깨끗합니다. 최근에 책을 꺼내 읽어보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
지능50 25 10
극단적 성공
▶:어쩌면 신문 기사에 나왔던 정 씨는, 더 이상 정 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안 브란트:(걸음걸이가 조금 느려졌다. 서재에서 나와 창고 문을 벌컥 엽니다.)
▶:각종 물건들이 가지런하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각종 열쇠를 보관하는 함도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열쇠를 훔쳐도 될까?)
▶:티엔이라면 열쇠꾸러미를 내어줬겠죠. 집사가 말했듯, 당신은 어디든 걸음할 수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이안 브란트:(가졌다. 그래도 저택 탐사?가 끝나면 고이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거다. 문이 닫힌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문은 잠겨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가져온 열쇠로 열어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철컥. 문은 부드럽게 열립니다.
안은 창고와 비슷해보이면서도 분위기가 다른 곳이었습니다. 꼭 실험실 같으면서도, 제조실 같아보이기도 하네요. 온갖 재료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눈치 볼 것 없이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위험해 보이니 두 걸음 떨어져서.)
▶:라벨링 된 재료들이 보입니다.
<흑련 가루>, <혈청>, <독>, <몽상화>, <살무언>…
익숙한 재료들이 보입니다. 첸 티엔은 어째서, 취 시디옌을 쫓는 당신을 도왔던 걸까요?
이안 브란트:(뇌가 일을 멈췄다….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얼 만들다가 사고라도 나는 것은 곤란하니 얌전히 나가기로 했다. 문을 쾅! 닫으려다가 그냥 조심히 닫았다. 1층으로 내려갑니다.)
▶:거실, 주방, 정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으리으리한 거실의 모습을 상상하며 거실로 발을 내딛는다. 원래 저택은 이런 곳이 가장 화려한 법이지 않나.)
▶:당신이 상상한 대로입니다. 거실은 이 저택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합니다. 화려한 동양풍의 기둥부터, 장식장, 그림까지… 이것보다 더 화려한 곳이 구룡에 존재하기는 할까요?
이안 브란트:(이러니저리니 해도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꾸며진 모습을 하나하나 훑어보다가 주방으로 향한다.)
▶:주방 안은 조용합니다. 냉장고를 열어볼까요?
이안 브란트:(열어봅니다.)
▶:소나 돼지, 닭의 고기가 부위별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육식에 치우쳐진 재료네요. 그밖에 눈에 띄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샐러드도 맛있었는데. 아닌가? 사실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원의 입구는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달칵! 열쇠로 엽니다. 열릴까?)
▶:달칵! 아주 손쉽게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이안 브란트:(들어갑니다.)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전체적으로 검고 붉습니다. 흑련이 많이 피어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어떻게 이렇게도 많은 흑련이 이 정원 안에 수두룩하게 피어있는지. 곳곳에 양귀비가 피어있는 것도 보이네요. 하지만, 식물의 향에도 가려지지 않는 이 메스꺼운 향. 폐부를 찌르는 비린내.
이건 도대체 어디에서 올라오는 것일까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66
관찰력60 30 12
실패




이안 브란트
75
관찰력60 30 12
실패
▶:냄새가 올라오는 곳을 찾아 정원을 맴돌다 보면,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36
민첩성70 35 14
성공
▶:아주 민첩하게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체력 감소하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기분나빠…. 인상 찌푸리며 주변을 돌아보다, 발에 채였던 것을 내려다본다.)
▶:발에 걸린 것은, 무언가의 홈이군요. 잡아당길 수 있게끔 조그만 손잡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응? 잡아당길 수 있게끔 돼 있다면 잡아당긴다. 딱히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생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장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홈을 잡아당기면, 그대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져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괜히 정원으로 들어왔던 문 방향을 살피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비린내, 그리고 정신이 몽롱해질 것만 같은 향이 묻힌 곳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다 타들어가는 양초 하나뿐만이 유일한 불빛인 지하실입니다.
지하실 안쪽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디디면, 그저 사람이었다는 형상만이 남은 인간의 시체가 당신의 시야 속으로 들어옵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84
이성61 30 12
실패
rolling 1d4
()
4
4
▶:신원이 누구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체입니다. 끔찍한 광경이군요.
동시에, 등 뒤로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아, 젠장….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으나 들고 오지도 않은 담배가 나올 리 없다. 마음 추스릴 겨를도 없이 뒤돈다. 몸을 숨길 곳이 있을까?)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5
은밀행동60 30 12
극단적 성공
▶:당신은 잔해 속에 몸을 숨겨냅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 거기, 누, 누구 없습니까?
이안 브란트:(누구일까? 살펴볼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
15
지능50 25 10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니, 어떤 신분증에서 이런 얼굴을 본 것도 같습니다. 분명….
취 시디옌:누가, 있었는데… 여보시오? 거기 누구 없습니까?
이안 브란트:(잔해 속에 더 몸을 숨기고 있자니 숨이 막혀 결국 그 밖으로 나온다.) 살아 계셨나요? 어떻게?
취 시디옌:그, 미친 녀석이… 나를 가뒀어. 당신도 잡혀온 건가?
이안 브란트:잡혀온 건가? (이건 좀 고민이 필요하다. 취 시디옌의 상태를 위아래로 훑는다.)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취 시디옌:(척 봐도 꼴이 좋지 못하다.) 이곳에서, 계속, 저 시체와 함께…. (어깨를 벌벌 떨었다.) 당신은 왜 붙잡힌 거지? 당신도 살무언독을 연구했습니까?
이안 브란트:아…. 아뇨? (흠. 별로 설명하고 싶진 않다.) 그것 때문에 잡혀오신 건가요?
취 시디옌:그럼… 대체?
이안 브란트:당신 메일을 받고 구룡성채에 왔었는데요, 그이가 독에 대하여 아는 것 같아 동행했습니다.
취 시디옌:뭐? 그게 무슨 소리지. 나, 난 메일 같은 건 보낸 적 없어.
이안 브란트:(마른 세수.) 짜증난다.
취 시디옌:도통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아무튼, 당신은 그 녀석과 동행했다는 거지? 그렇담, 이 지하실에서 나갈 수도 있는 건가?
이안 브란트:흠. (잘 모르겠는데.) 당신은 그, 독을 해독할 방법을 아는 거죠?
취 시디옌:알다마다! 그 독을 뒤집어 엎을 방법조차 개발했지. 그것 때문에 이, 이런 곳으로 납치되었지만….
이안 브란트:그럼 나갈 수 있죠. 네. (사실 몰라도 나갈 수 있지만요….)
취 시디옌:그런데, 해독제는 왜 찾는 거지? 중독되었나?
이안 브란트:네에, 그런 것 같아요. 독에 대하여 찾아 헤매던 도중 그이가 당신인 척 제게 이곳으로 오라고 메일을 보냈었어요. 알고 보니 그게 그 독인 것 같고요.
취 시디옌:대체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이봐, 당신. 살무언독이 정확히 어떤 독인지는 알고 있나?
이안 브란트:당신의 연구 자료를 조금 읽긴 했는데, 뭐…. 따지자면 아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괜찮다면 설명해 주시겠어요?
취 시디옌:소리없이 사람을 죽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
그 독을 섭취한 사람은 그녀석에게 조종당해. 의지를 박탈당한다는 뜻이다. 그가 바라기만 했다면, 당신은 굳이 그런 메일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곳으로 걸음하게 됐을 거야. 네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이안 브란트:조종 당한다? (제 턱을 매만진다.) 그런 것치곤 말 그대로…. 번거롭게 행동하셨네. 그것 이외에는 부작용이 없나요?
취 시디옌:언제든 그녀석의 말 한마디에 죽을 수 있단 것도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일까. 당신,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지?
이안 브란트:잔인하네요. (사랑하지 않으면 죽으려나? 하하…. 실없는 생각을 잇는 중이다.) 지하실 바깥이라면, 당장 나갈 수 있지만…. 저택 바깥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취 시디옌:지하실 바깥이라도 좋아. 아마, 이 저택 어딘가에 내 연구 기록이 남아 있을 거야. 그대로 역린제를 만들어서, 그녀석을 죽여줘…. 제발.
이안 브란트:죽여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취 시디옌:그 녀석이 살아있다면, 나는 여기에 갇힌 채 산 채로 죽어가겠지. 그 녀석 때문에 정 씨는 끔찍하게 살해당했어.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아나? 흑사회는, 흑사회는 무너져야만 해….
당신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며? 저택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안 브란트:예에, 맞지만요. 죽이지 말아달라고 하면요? (고개만 갸우뚱. 세상 속 편한 이야기를 한다.)
취 시디옌:헛소리군….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지 않나.
이안 브란트:드, 들어줄 텐데. (간극.) 안 들어주려나. (안 들어줄지도 모르지. 먼저 그런 표정으로 봤잖아. 붙잡지 않고 그냥 지나쳤잖아. 눈썹이 추욱 내려간다.) 이, 일단 알겠습니다….
취 시디옌:(넋 나간 이마냥 중얼거린다.) 당신의 피로 역린제를 만들어 먹이기만 하면 돼. 그럼, 그 녀석은 네 말 한마디에 죽게 될 테니까. 그래, 그 독처럼, 그 독처럼….
▶:그리고, 다시금 뒤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구두 굽 소리가 울리네요.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수, 숨으세요…. (취 시디옌을 잔해 사이로 꾹꾹 밀어넣는다.)
첸 티엔:(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온다. 뒤늦게 당신을 마주했다.) ……이안. 찾았어요.
이안 브란트:(그는 잘 숨었을까? 쭈뼛거리며 시선을 마주한다.) 티엔 씨….
첸 티엔:몸은 좀 어때요?
이안 브란트:그냥저냥…. 속이 안 좋고 조금 토할 것 같은 거 빼면 괜찮아요. (방금 전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는 사실은 잊고, 금단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내일 오신다고 들었는데.
첸 티엔:(머뭇거린다. 시선 마주치기 주저하는 것만 같다.) …보고 싶어서, 일찍 처리하고 왔어요. 일단… 올라가서 얘기할까요? 당신, 몸도 안 좋은데. 이런 곳에 둘 수는….
이안 브란트:(왜 주저하는 거지? 긴장은 의문으로 바뀐다. 순순히 끄덕인 뒤 당신의 걸음을 뒤따랐을 것이다.) 여긴… 뭐하는 곳인데요?
첸 티엔:음. 말 안 할래요. 그랬다간 또 충격받으실 것 같아서. (그대로 앞장선 채 당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걸음 걷는 내내 뒤 돌아보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별 대꾸 없이 뒤따르다가도 저택 안으로 들어오면 말을 붙인다.) 당신이 지내는 곳이에요?
첸 티엔:네에. 저… 멋대로 데려와서 죄송해요. 그때, 당신을 쓰러지게 만든 것도….
이안 브란트:아, 아뇨. 오히려…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쓰러지게 만든 게 당신은 아니지 않나요? (조금은 의아한 어조.)
첸 티엔: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저를 믿으세요? 아까, 다 들으셨잖아요.
이안 브란트:뭘요? (걸음 멈춘다.)
첸 티엔:당신이 내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
이안 브란트:(헛웃음.) 다 들었어요? 그럼…. 제가 당신 의지로 움직이고 있나요? 구룡성채에 온 것도, 당신을 생각하는 것도, 쓰러진 것도…. 전부 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그것 때문에 죽은 거예요?
첸 티엔:제 생각을 하셨나요?
이안 브란트:그게 중요한가요?
첸 티엔:가장 중요해요. 그것만은 당신의 의지일 테니까.
이안 브란트:왜 그렇게 확신해요? 그것 또한 당신의 의지일지 내가 어떻게 알고….
첸 티엔:말했었잖아요.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결단코, 당신의 마음을 조종한 적은 없어요. 못 믿으시겠지만.
이안 브란트:한 번도? (짧은 한숨. 화제를 돌리듯, 다음 물음을 던진다.) 샤샤는? 괜찮아요?
첸 티엔:당신이, 그 아이를 걱정하는 것 같아서….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괜찮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왜 그렇게…. (뜸.) 풀이 죽었어요?
첸 티엔:(우물쭈물. 답하지 않는다. 답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터다.)
이안 브란트:(어느덧 당신 옆에 선다.) 내가 그런 표정 지을 거라는 건 예상 못했어요?
첸 티엔:(목소리 들리는 쪽 바라보려다가도, 고개 숙인다.) 당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니까…. 죄송해요.
이안 브란트:저한테 죄송할 건 없고요….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쥐어 치켜올렸다.) 고개는 좀 들고.
방금까지 대화하고 있던 사람들인걸. 아주 관련이 없더라도 평범한 사람이 죽는 건 싫어요. 가족의 죽음을 어린애가 보는 건 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시선 마주하였을까?) 이해했어요?
첸 티엔:(당신의 손길이 닿으면, 그제야 시선을 마주한다. 이마저도 당신의 뜻대로 된 것. 주눅 든 눈이 굼뜨게도 당신을 담아낸다.) 솔직히 대답해도 되나요?
이안 브란트:(처음 보는 눈이네.) 네에, 그러세요.
첸 티엔: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억할게요.
이안 브란트:으응, 일단 그거면 됐어요. (가르칠 게 태산이네. 턱 감싸쥐었던 손을 떨어뜨린다.) 저어, 무서운 거 싫어해요. 이것도 기억하셔야 해요.
첸 티엔:(황급히 당신의 손을 붙든다. 그 손바닥 위로 뺨을 부볐다.) 무서운 거라면, 어떤 것?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내가 당신을 거스를 수 없게요….
이안 브란트:(어제 같았으면 애교로 받아들였을 텐데. 오늘은 애절함을 읽어냈다. 당신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도 고민에 잠긴다. 낮은 침음 뒤엔 가벼운 음성.) 글쎄, 뭐가 있을까.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 안 좋아해요. (어제처럼! 덧붙였다. 또….) 주변 사람이 다치는 거? 아, 혼자 남는 것도….
첸 티엔:그것만 지키면…. 미워하지 않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나중에 더 추가해도 돼요? (단순.)
첸 티엔:으응. 얼마든지요.
이안 브란트:그럼 네, 일단은요.
첸 티엔:절 죽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이안 브란트:주변 사람이…. (가슴팍을 쿡 찌른다.) 다치는 거.
그런데에.
첸 티엔:(눈 끔뻑인다.) 네에.
이안 브란트:당신 사랑이 식으면 어떡해요? (눈 깜빡인다.) 저 죽나요?
첸 티엔:식을 것 같나요?
이안 브란트:저희 따지자면 아직 초면에 가까운 사이예요.
…당신은 아닌가요? 이건 좀 궁금하네.
첸 티엔:글쎄요. 조금 오래되었나…. (상체 숙인다. 여느 때처럼 당신의 어깨 위로 고개를 기대었다.) 당신은 늘 어려운 말만 해요. 사랑을 어떻게 증명하나요?
이안 브란트:왜지? 우리 혹시 구면이에요? (당신 머리카락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겼다.) 증명할 방법을 찾아봐요. 기다릴 테니까. 도망갈 생각 없어요, 아직. (부러 웃는다.)
첸 티엔:아파요~. (칭얼거린다. 어떠한 물음에도 답하지 않은 채였다. 첸 티엔이 감히 이안 브란트의 말을 흘릴 리 없으니, 이것 또한 그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터다.)
참, 당신에게 줄 해독제를 준비했어요. 며칠간은 이 집에서 쉬면서 회복에 전념하는 걸로 해요. (몸 살짝 물리니 시선이 맞닿는다. 다정 어린 눈. 애정 겹겹이 쌓인 푸름이 당신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손을 들어 검보라빛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안 브란트:(말하기 싫나? 그럴 수 있지…. 당신의 말을 수도 없이 흘려들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해독제 같은 거 줘도 되는 거예요?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런데 회복이 끝나면 집에 가도 되나? 이것도 의외네요.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는데. (태평한 목소리로 범상치 않은 예상들을 나열했다.)
첸 티엔:도망치지 않을 거잖아요. (이마의 흉도 한 차례 문지른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제가 기억해야 할 것들, 나중에 더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는걸요.
이안 브란트:사람을… 너무 잘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당신은 좀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라고 이안 브란트가 말했다…. 손을 엮어 당신을 잡아 끌면서.) 그런데 이 저택은 좀…. 오래 지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첸 티엔:당신에게만 이러는 거예요. 당신만 믿고, 당신에게만 주의하지 않는 건데. (순순히 이끌린다. 시린 체온 끝에 닿아오는 살갗이 마냥 좋아 부러 손바닥 바짝 붙이기도 했다.) 어디가 부담스러운데요? (금방이라도 뜯어고칠 것마냥 물었다….)
이안 브란트: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하려고. (잠자코 듣고만 있다가도, 들릴 듯 말듯 중얼거렸다. 온도 낮은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아니, 그냥, 그, 이대로도 좋아요. 네. 아무것도 고치지 마세요. 제발.
첸 티엔:(멀뚱멀뚱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당연하다. 이 구룡에서 가장 잔악한 이를 꼽아보라면, 분명 제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제 눈으로 바라본 당신은 그저 선하기만 해 보였다.) 하지만…. 오래 지내기에 부담스럽다고 하셨는걸요.
이안 브란트:응? (당신 속도 모르고 덩달아 바라보기만 했다…. 조금 전 했던 말은 빠르게 번복했다.) 한 며칠 지내기에는 충분히 부담스럽지 않은 곳인 것 같아요. 좋아요. 네.
첸 티엔:(순하게 웃는다. 아마 내숭일 것이다.) 으응, 그렇담 다행이에요. 방으로 돌아갈까요? 당신과 함께 잠들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제 몫으로 마련된 방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불편하게 주무시게요?
첸 티엔:아뇨, 오늘은 편하게 자려고요. 도와주실래요? (뭘?)
이안 브란트:네? 음? 그래요. (뭔지 몰라도 일단 OK.)
첸 티엔:응? 정말요? 벗겨주신다고요? 이안도 차암. (꺄악♡ 하는 투다. 하트가 중요하다.)
이안 브란트:(손을 투욱 놓았을 것이다….)
첸 티엔:여기이, 매듭을 먼저 풀면 되거든요. (아랑곳 않고 투욱 떨어진 손 끌어온다….)
이안 브란트:황당해요.
첸 티엔:왜요? 당신이 허락했잖아요.
이안 브란트:(허.) 당신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양손 올려 매듭을 얼추 풀어낸다.)
첸 티엔:(곧장 가녀린 척을 했다.) 걱정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에.
이안 브란트:이제 제 걱정 먼저 하려고요. (옷 매만지는 손길이 썩 부드럽지는 않다. 북북.)
첸 티엔:으응, 그런 거라면 제가 양보할게요. 저보단 당신을 우선하는 게 맞죠. (거친 손길에도 수줍?어 했다. 겉옷의 매듭이 얼추 풀리면 긴 옷이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내의 또한 비슷한 형태를 띤 옷일 터. 매듭 풀어주길 기다리는 이마냥 얌전히 서 있다.)
이안 브란트:응…. 같은 사기 안 당하게 조심할게요. (짐짓 심각한 어조. 겉옷을 풀어내린 뒤 당신의 기대?대로 내의까지 주섬주섬 헤치기 시작했다.) 옷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첸 티엔:(금세 맨 살결이 드러난다. 상체 고스란히 드러내고, 하의만을 꿰입은 채로 당신에게 엉겨붙는다.) 그래도 셔츠 가터 같은 건 안 해도 돼서 편해요. (이어 파렴치하게도 당신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나름대로 건전?한 손길이다. 아마도.) 지금도 하고 계세요?
이안 브란트:쓰읍. (손등 안 아프게 툭 친다….)
첸 티엔:아파요오. (순식간에 눈 올망졸망해진다.)
이안 브란트:엄살 부리지 마시구. (그러면서도 손등 함 문질러줬다….) 오늘도 하고 있고 저는 제가 알아서 벗을 수 있어요.
첸 티엔:왜요? 저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이안 브란트:그 도움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첸 티엔:왜요?
이안 브란트:저는 혼자 옷을 벗을 수 있으니까요…?
첸 티엔:하지마안. (눈 촉촉….)




첸 티엔
42
매혹70 35 14
성공
이안 브란트:흠.




이안 브란트
22
정신력65 32 13
어려운 성공
안 된다고 했어….
첸 티엔:(기 죽은 양 어깨 추욱 늘어트렸다.)
이안 브란트:왜 이런 걸로 기가 죽고 그래요. (어깨 콕콕.)
첸 티엔:저도 도와드리고 싶었단 말이에요. (히잉.)
이안 브란트:(콕콕에서 문질문질로 바뀌었다.) 다음에 도와주세요, 다음에. 너어무 피곤해서 혼자 옷도 못 갈아입겠다 싶으면 그땐 말씀드릴게요.
첸 티엔:그러엄, 대신에…. (제 볼 톡톡 두드린다.)
이안 브란트:수작이 점점 느시네요…. (볼 위로 짧게 입 맞추었다.)
첸 티엔:이런 건 싫어하세요? (긴 속눈썹이 나부낀다. 깜빡깜빡.)
이안 브란트:(무얼 곰곰이 생각하더니 당신을 따라하듯 제 뺨 두드린다.)
첸 티엔:(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쪽, 입맞춘다.)
이안 브란트:음. 싫진 않은 것 같아요.
첸 티엔:(히히 웃는다.) 어서 옷 갈아입고 오세요. 오늘은 같이 편하게 자요.
이안 브란트:(따라 표정 느슨하게 풀리다가도 빤히.) 뒤도세요.
첸 티엔:(남몰래 혀를 찬다. 뒤돌았다.)
이안 브란트:(이전처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상의를 벗었다. 뒤돈 당신의 머리카락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주욱 훑는다.) 내일은 저택 구경시켜 주세요, 정식으로. 혼자 보긴 했는데. (당당….)
첸 티엔:으응, 그렇게 할게요. 여기 있는 모든 게 당신 것이 될 테니까…. 제대로 소개해 드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시선 눈치채지 못한 이마냥 계속 뒤돌아 있었다. 허락 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벽을 바라볼 셈인 듯싶다.)
이안 브란트:그것까진 필요없어요…. (단호하게 잘랐다. 하얀 어깨 위로 얼굴을 묻는다.) 자요, 이제.
첸 티엔:(이잉.) 다 거절하기만 하시구.
이안 브란트:다라니. 거절 안 한 거 있잖아요.
첸 티엔:어떤 거요?
이안 브란트:이거. (손끝으로 등을 쿡 누른다. 정확하게 심장 위로.)
첸 티엔:뒤 돌아도 돼요?
이안 브란트:네에.
첸 티엔:(그대로 당신을 껴안는다. 껴안기보다는 매달림에 가까운 행위였으나, 이전과는 달리 애절하지 않다. 그저 사랑이었다.) 키스하고 싶어요.
이안 브란트:(마냥 익숙지는 않아 처음에는 허리 위에 손을 얹기만 하였으나, 머지않아 마주안았다. 당신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는 손길 같기도 했다. 말간 낯이 옅은 웃음을 걸치더니,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첸 티엔:(그대로 한참 동안, 몇 번이고 입술을 맞물렸다. 숨이 차오르더라도 호흡 섞길 멈추지 않는다. 애정이란 이름의 무게를 끊임없이 들이민다. 어느덧 당신의 허벅다리 뒤로는 침대가 닿았을 것이다.) …절 사랑하세요?
이안 브란트:(겨우 두 번째인 키스는 낯설지 않았다. 당신의 더운 숨 하나하나가 다정이다. 제 숨이 찰 때까지 그 애정을 받아마신다. 밀려나듯 침대에 걸터앉아 당신을 올려다 보았다.) …잘 모르겠어요, (설익은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게 옳은 일인지, 아직껏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지만….
입맞춤이 싫지 않아. 날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좋아요. 당신이 거스르지 못하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면 해……. (짧은 간극.) 이런 것으론 부족해요?
첸 티엔:(멀쩡한 성인의 몸을 한 채 앳되게도 웃는다. 이리도 풋풋한 웃음 지어낼 수 있는 까닭은, 필시 이안 브란트라는 이가 첸 티엔의 모든 처음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아뇨, 충분해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될 테니까….
언제든 더 욕심내주세요. (그리고 허리를 숙인다. 이마의 흉 위로 입술을 내리누른다. 굽혀질 일 없던 몸이 숙이고 구겨졌다. 굽어보기만 하던 이가 우러르기 시작했다. 기저든 겉이든 애정 품어내지 않은 곳이 없다.)
이안 브란트:(그 웃음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아, 당신은 기쁠 때면 이렇게 웃는구나….) 최대한 욕심내고 있는 건데. (어느 정도냐면, 이 웃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자신 뿐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정도로.) 그래도 더… 애써볼게요? (허리 숙여 제 이마 위로 입 맞출 때면, 당신을 껴안아 침대 위로 잡아끌었다. 두 사람의 체온이 틈없이 겹쳐진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들었던 대사를 그대로.) 이대로 잘래요.
첸 티엔:(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두 사람분의 무게가 쏠린다. 그마저도 기꺼워 당신의 콧잔등에 제 콧날 비벼대기나 하였다.) 으응, 먼저 주무세요. 전 당신 자는 얼굴 좀 구경하다가 잘래요.
이안 브란트:이것도 애교인가? (당신의 콧등을 슬 문지른다.) 안 피곤해요?
첸 티엔:네에. (어느 쪽에도 해당하는 대답인 듯. 얌전히 손길 받아들였다.)
이안 브란트:구경할 거 없을 텐데.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라리 구경할 건 이쪽이 많지 않나? 이런 생각이나 했다.) 저 그러면 진짜 먼저 자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쭝얼.)
첸 티엔:응? 많기만 한데요. (손 들어 올려 당신의 얼굴을 훑는다. 처음은 이마의 흉이었을 것이다. 흉의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틈 없이 더듬다, 눈가를 쓰다듬는다. 눈을 감는다면 기다란 속눈썹이 아래로 향할 테지. 호흡에 따라 나긋나긋 흔들리기도 할 터다. 이어 손은 뺨으로 떨어진다. 손바닥으로 볼 문지르다가도, 손등으로 쓸어내린다. 콧날에 가려진 뺨에 그림자가 지는 것조차 마음에 들 것이며, 턱선에 붙어 있는 반창고마저 눈에 담아야 하니 오늘 밤은 무척이나 짧겠다 싶다. 이 모든 것 말하지 않고 그저 속으로 삼켜내기만 한다.) 그러니까, 제 걱정은 마시고 먼저 주무세요.
이안 브란트:취향 독특해…. (말 이어내지 않더라도 당신의 손이 닿는 곳마다 마음이 묻어난다. 기민하지 않더라도 그런 것쯤은 눈치챌 줄 안다. 손바닥이 뺨을 감쌀 때면 눈을 감은 채 그 위로 볼을 가벼이 비볐다. 느릿하게 깜박인 검은 눈동자 위로 푸른 것이 반짝인다.) 당신도 늦지 않게 주무셔야 해요. (당신을 조금 더 당겨안은 뒤에야 다시금 눈을 감는다. 잘 자요…, 조그만 속삭임. 금세 잠에 빠져든다.)
▶:두 인물은 서로를 바투 안은 채 잠에 빠져듭니다. 티엔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당신을 눈에 담았을 테죠. 고른 숨을 확인하고, 몸이 뜨겁거나 차갑지는 않은지 신경을 기울이며, 결국은 그 품에 한껏 고개를 묻은 채 잠들었을 거예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습니다.
그는 정말로 당신에게 해독제를 내어놓았습니다. 모리화차와 함께요.
원체 강한 독이었던 탓에 해독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당신의 자유를 제한하였으니, 당신은 저택 바깥으로는 걸음 한 발자국 내딛지 못했을 겁니다.
불완전한 자유 속, 곁에는 항시 그가 자리했을 테지요. 이안, 사흘 간 어떻게 지내왔나요? 가택 연금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았나요?
이안 브란트:(으리으리한 저택, 그중에서도 넓은 침대 속에 파묻혀 있었을 테니 갇힌지도 모르게 지냈을 것이 뻔하다. 당신이 곁에 있으니 심심할 일도 없었을 테고. 간간이 저 산책하고 싶은데. 하며 바라보긴 했겠지만, 사흘 정도라면 저택 구경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다 잠들며, 함께 저택을 거니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늘따라 저택 안이 상당히 조용하네요.
첸 티엔:이안, 이제는 집에 돌아가셔도 될 것 같아요.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된 것 같고. (그리 말하면서도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안색은 나쁘지 않은지, 불편한 곳은 없어 보이는지….)
오늘 흑사회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요. 그래서어, 직접 데려다 드리지는 못 할 것 같지만…. (결국은 부하를 시켜서 모셔다 주겠다는 소리다.)
이안 브란트:으응, 감사했어요. 이렇게 제대로 쉬는 건 또 처음이라 나름 즐거웠구요…? (흠.) 혼자 가는 게 편할 것 같지만…. (그러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은 길을 모른다. 얌전히 고개 끄덕였다.) 잘 다녀오세요, 회의.
첸 티엔:으응. 저녁은 드시지 말고 기다려 줄래요? 데리러 갈게요. 같이 식사해요.
이안 브란트:응? 오늘 바로 보는 거예요? 그렇구나. 네에.
첸 티엔:……안 보려고 하셨어요?
이안 브란트:아, 아니. 하루는 건너뛸 줄 알았지.
첸 티엔:절 사랑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매일 매일 보고 싶어야 하는 거 아녜요?
이안 브란트:제가 그렇게 말했던가요?
첸 티엔:네.
이안 브란트:제가요.
첸 티엔:(우웃….)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당신도 저를 사랑해주셔야죠….
이안 브란트:아, 알았어요. 그렇게 기죽을 것까진 없잖아요…. (볼 위로 쪽.) 이따 봐요.
첸 티엔:(헤헤.) 으응. 방에 돌아가시면, 제가 준비해둔 게 있을 거예요. 천천히 둘러보고 계세요.
이안 브란트:그? 흠? 되게 불안한 말이네. 네. 그래요.
첸 티엔:(방긋방긋 웃으며 당신을 끌어안는다.)
이안 브란트:(얼떨결에 마주 껴안고 등까지 두드려줬다.)
▶:이안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이 티엔의 저택에서 지냈던 동안 부하를 시켰던 모양인지 집 안은 잘 정돈된 모습이네요. 책상 위로 쪽지가 놓여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이런 정리 정말 필요 없는데도…. 급격히 차분해져서 쪽지를 열어봅니다.)
▶:[202호, 싱크대 뒤]
이안 브란트:(그대로 시키는 대로 한다. 202호로 향합니다. 문은 열려 있을까?)
▶:문은 닫혀있으나, 잠겨있지는 않네요. 안으로 들어갈까요?
이안 브란트:(본인 집처럼 들어갑니다. 벌컥.)
▶:이안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202호 역시 흑사회의 손길─조직폭력배를 청소에 가담시켜도 되는 걸까요? 아무튼─이 닿은 것인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깔끔해진 202호를 눈으로 훑는다. 그러고보니 이 집 주인…. 죽었을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만다. 하하…. 난 모르겠다. 싱크대 뒤를 살핍니다.)
▶:싱크대 뒤를 살피면, 굳게 닫힌 문이 보입니다. 비밀 통로의 입구처럼 보이네요.
이안 브란트:허. (문은 바로 열릴까?)
▶:당신이 원한다면요.
이안 브란트:(문의 겉면을 살피다가, 특별한 점이 없다면 바로 문을 열어젖힙니다.)
▶:문을 열면, 내부는 캄캄합니다. 바로 옆에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네요. 불을 켤까요?
이안 브란트:(벽을 더듬다가 곧장 불을 켜 내부를 확인한다.)
▶:단칸방 하나에 불이 들어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정돈된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연구실처럼 보이는 공간이네요. 취 시디옌이 사용했던 공간인 걸까요.
방의 양옆으로 늘어진 것은 흑련꽃입니다. 냉동 장치들도 보이는군요. 살무언독이라 적힌 유리병이 한 움큼씩 놓여 있습니다. 사면의 벽은 근래에 페인트칠을 한 모양인지 이질적이게도 깔끔합니다. 방의 중앙에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고, 보란 듯이 일기장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뭐 이런 걸 알려주나…. 페인트칠이 된 듯한 벽을 손끝으로 주욱 쓸어보았다. 이내 테이블 위의 일기장을 펼쳐 읽는다. 누구의 것이지?)
▶:아무래도 취 시디옌의 일기장인 듯싶습니다. 역린제를 만드는 데 성공은 했으나, 저택의 지하실에 감금되었던 자를 생각하면 약을 먹이지는 못했던 모양이에요.
역린제. 지하실에서 취 시디옌의 입을 통해 들어본 약의 이름입니다. 분명, 제조자의 피를 사용해 만든 약을 먹이기만 한다면 뱀 인간은 제조자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티엔은, 어째서 이 모든 내용을 당신에게 보란 듯이 안배해둔 것일까요?
심지어 실험대 위에는 약을 제조하기 위한 재료마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이대로 집어 넣고 끓이기만 한다면 약을 완성시킬 수 있을 정도로요.
이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나요?
이안 브란트:(그저 혀를 차며 제 앞의 것들을 한참 훑기만 했다. 이런 악취미도 싫어한다고 해둘 것을 그랬나? 당신이 원하는 것도, 의도한 바도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짧은 고민 끝에 순순히 당신이 닦아놓은 길을 걷기로 했다. 당신이 저를 손아귀 안에 꽁꽁 넣어두고 싶다면 갇혀 줄 테고, 반대로 우러르고 싶다면 우위에 서 줄 작정이다. 이것이 당신이 찾아낸 증명의 방법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지, 충분히 추어올려야지…. 다른 수가 있나?)
(일전 보았던 역린제 제조법을 떠올린다. 비율에 맞추어 재료를 준비한다. 십전대보탕을 먼저, 다음으로 살무언독을 넣어 끓인다. 뱀의 피를 넣고 다시 3분간 가열한다. 3분 동안 203호로 돌아가 본인의 잭나이프를 챙겨왔다. 왼쪽 팔목을 기다랗게 그어 피를 냈다. 가장 뜨거운 순간 집어넣는다. 마지막으로 흑련가루를 넣어 15초 흔든다. 완성되었을까?)
▶:뱀의 피를 넣어 검었던 액체가, 당신의 피가 섞이자마자 검붉은색이 되고, 이윽고 흑련 가루를 섞으면 다시금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실패의 낌새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네요. 실험대 위에는 공병마저 놓여 있습니다. 역린제를 담아내나요?
이안 브란트:아주 만반의 준비를 해두셨네…. (그래도 한번은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또. 역린제를 공병에 담는다.)
▶:때마침 당신의 핸드폰이 울립니다. 메세지가 도착해있네요.
이안 브란트:(여기… 카메라 있는 건 아니지? 허공 구경?하다가 메세지를 확인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 안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그래서 연락 먼저 드려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녁이 되기까지는 한참 멀었는데 말이에요. 회의가 있다는 것조차 당신을 이곳으로 안내하기 위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각오하고 기다리세요….]
(답장 후 바깥으로 나간다. 공병은 자켓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깥으로 나오면, 빌라의 입구 쪽에 서 있는 티엔이 보입니다.
첸 티엔:(금세 당신을 찾아낸다. 시선 마주하자마자 방긋 웃었다.)
이안 브란트:(얼굴 보자마자 당신 가까이로 걸어갔다.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툭.) 회의는?
첸 티엔:아얏. (픽… 밀려난다.) 부하들에게 맡기고 왔죠. 제가 준비한 건 다 보셨어요?
이안 브란트:연약해요. (어깨 붙잡아 바로 세운다.) 네에, 다 봤죠. 뭐 이런 걸 준비했어요….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 헛웃음.)
첸 티엔:(수줍?게 웃으며 자세를 바로했다.) 하지마안, 제게 물으셨잖아요. 제 사랑이 식는다면 당신은 죽게 되느냐고요. 줄곧 고민했어요. 이 영원을, (손으로 제 가슴께를 짚는다. 심장 위를 지그시 눌렀다.)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그리고 이게 제가 찾아낸 방법이에요. 물론~ 나는 이런 독 없이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테니,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요.
이안 브란트:누구를 처음 좋아해본다는 말, 갈수록 믿음이 가네요….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손톱을 세워 가슴팍을 느리게 더듬었다.) 증명의 방법은 사실 간단한 거거든요. 오랜 시간 곁에 있는다거나, 곁에 없더라도 오랜 시간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그런 거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예상보다 화끈한 방법을 찾아오셨네.
(나직이 웃은 뒤, 곧 주머니에서 공병을 꺼내 보인다. 흔드는 대로 검은 액체가 찰랑인다.) 일단은 당신이 원하는 것 같길래 만들었는데. 어때요? 마음에 드나?
첸 티엔:으응…. 또 배웠네요. 당신의 증명 말예요. (다시금 웃는다. 지난날 당신이 좋아해 주었던 그 웃음. 풋풋하고 어린 미소.)
오랜 시간 곁에 있을게요. 오랜 시간 당신만을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선 대꾸 없이 당신을 바라보기만 한다. 푸른 눈 속 담긴 것은 오로지 당신뿐. 선고를 기다리는 이마냥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기실 약을 먹지 않더라도 이미 당신에게 매여있던 셈이다.)
이안 브란트:자꾸 그렇게 웃죠. (양손으로 뺨을 꾸욱 눌렀다 뗐다.) 더 혼내려고 했는데 참는 줄 알아요.
(돌아오는 음성이 없더라도 그 시선을 마주하면, 아, 탄성 같은 웃음을 흘린다. 이다지도 순수한 사랑이 있나. 나의 무엇이 당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어떤 선택이든 진정 상관하지 않는지… 묻고픈 것이 하나둘 쌓이지만 결국 답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은 이쪽일 테다. 모두 이안 브란트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당신이 말하였으니까.)
(짧은 숨을 들이켰다. 시선은 검은 액체를 담았다가도, 다시 푸른 것을 바라본다.) 역시… 안 쓸래요.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휘둘러 드릴 의향도 있지만요. 적어도 지금은 온전한 당신의 뜻대로 내게 매이면 좋겠어요. (병은 그대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마음 변할 것 같으면 그때 쓸래. 그래도 괜찮죠? 퍽 농담스레 덧붙일 뿐이다.)
첸 티엔:으응, 당신이 원한다면요. 언제든지 좋아요. (고분고분 고개를 조아린다. 어깨 위로 뺨을 대어 비빈다.) 그럼, 이안. 이제는 들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어조에는 이미 확신이 어려 있다. 본디 사람의 심경에 기민한 이였으니 당신의 애정 한 줌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그런데도 구태여 운을 떼는 이유는, 단순히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속삭임 받고 싶었던 탓이리라.)
이안 브란트:그럴 땐 한 번 결정한 것은 무르지 못한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죠. (떨림 하나 없이, 익숙하게 당신의 뒷통수를 쓰다듬는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흰 손가락을 엮었고, 감겨들듯 부드러이 얽힌 머리카락을 훑어내린다.) 그래요, 당신을 사랑해요. (수긍하듯 찬찬히 끄덕인다. 사랑고백 치고 가히 담담한 어조.)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온몸으로 사랑을 말했잖아요. 제게 유약한 모습을 보이고, 기어이 입을 맞추게 했잖아. 당신이 바랐으니, 나는, 어떻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당신의 머리카락 위로 뺨을 부빈다.) 그러니 책임져야 해요, 당신의 영원으로…. (숨죽인 이가 겨우 입술을 달싹였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 재차 속삭인 사랑은, 담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첸 티엔:(당신이 사랑을 속삭이면 자신은 속절없이 젖어 들고 만다. 이는 변치 않을 명제이니, 첸 티엔의 영원이 마를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있잖아요, 나…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나보다도 더, 죽을 만큼. 고개를 들이미는 생각에는 웃음 참지 못하고 흘려내고 만다. 이 생각을 들켰다간 또다시 당신에게 혼이 나겠지. 그마저도 기꺼우니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얼까. 그러므로 귓전에 속삭인다. 오로지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을.)
▶:치외법권의 지대, 한번 발을 들인 외지인은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는 마계의 입구, 인간들의 아수라阿修羅.
이곳은 구룡성채입니다.
그곳의 패자霸者가 기꺼이 당신을 향해 몸을 수그립니다. 고개를 조아립니다. 사랑을 갈구합니다.
그 짐승은 당신의 시선 한 줌, 내뱉는 호흡 하나, 맴도는 목소리와 머무는 체향, 심지어는 살갗의 온도마저 탐하려 들 것이나,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가증스럽게도 순진한 낯을 깜빡이기만 할 테죠.
당신이 그를 사랑하기만 한다면요.
그래요. 이안 브란트가 첸 티엔을 사랑하는 한, 첸 티엔의 영원이 이안 브란트를 거북하게 만들 일은 없을 겁니다.
▶:뱀이란 그런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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