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이미지
xx
베이비시터
이미지
 :이안에게서 돌연 연락이 온 것은 실은 얼마 전입니다. 겨우 편지 한 통을 보냈었습니다. 날려 쓴 글씨체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내용이라 할 것은 별로 없었어요. 그저 자신은 잘 지낸다고,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는 말. 주소를 보내 온 곳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흑록의 녹음을 가르고 오지의 심장으로 들어가면 그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험한 도로의 흙이 자동차 바퀴에 덜그럭거리며 밟힙니다.
이리저리 몸을 비트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마차는 더욱더 깊은 숲속으로 향합니다. 우거진 풀숲을 헤집을수록 그나마 있던 길은 점점 옅어집니다. 결국 마부는 당신을 내리게끔 합니다.
마부: 이 길부터는 도무지 마차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첸 티엔:목적지까진 얼마나 남았죠?
마부: 글쎄요,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지도를 보면 이 근방인 것 같습니다. 이리로 직진하면 일러주신 그 주소거든요.
첸 티엔:그래요, 그럼. 근방이라면 산모에게 부담이 되지도 않을 테니까. (제 것을 데려올 생각만을 하는 듯싶다. 이 정도라면 걸을 수 있겠지. 혹여나 예상보다 먼 거리라면 자신이 먼저 이곳으로 와 말을 끌고 돌아가면 될 일이다.)
마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을까요? 혹은 다시 부르시면….
첸 티엔:대기하고 계세요. 일행이 두 명 늘 테니까요.
 :마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워낙 우거진 탓에 이젠 자동차 바퀴가 앞으로 굴러가길 꺼려합니다. 당신은 마차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합니다.
녹음이 얼마나 짙은지 한낮인데도 밤같이 어둡습니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존재할 수 있긴 한 건지.
인기척은커녕 풀벌레의 작은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안을 찾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그에게서 편지를 받았을 때,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었었나요?
첸 티엔:(드디어…. 따위의 생각을 했을 터다. 당신이 말한 아이란 이 첸 티엔의 아이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당신이야 원래 고요를 좋아하는 인물이었으니, 이런 곳까지 들어와 몸조리를 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딛는 걸음걸이는 썩 경쾌하다. 수확 철을 앞둔 이마냥 사뿐사뿐 걸었다.)
 :분명히 이 근방이라고 하였는데, 아무리 걸어도 보인는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찾았나, 생각이 들 때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2
판정결과:실패
 :눈살을 찌푸리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길은 도통 보이지 않습니다. 정처없이 서성이다 보면 당신은 뾰족하게 튀어나온 잔가지에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맙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야가 낮아진 덕분에 아까는 못봤던 공터 하나가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보입니다.
첸 티엔:(이쪽이 길인 건가? 공터쪽으로 향했다.)
 :당신은 공터로 향합니다.
우거진 숲을 완전히 빠져나와 마주한 공터의 크기는 광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짧게 깎은 잔디와 완만한 언덕들 위로는 층운이 희끗하게 하늘을 메워 느리게 흘러갑니다.
바람도 불지 않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언덕의 가장 위에 자리 잡은 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언덕을 올라갈까요?
첸 티엔:(걸음을 재촉했다.)
 :언덕 위로 올라갈수록 갈색빛을 띠던 잔디가 점점 생기를 찾습니다. 햇윗쪽일 수록 빛을 더 잘 받아서일까요?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6
판정결과:실패
 :아까 전 숲속에서와는 다르게 풀 내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언덕의 정상에 도달하자 황량했던 초원이 싱그러운 연녹빛을 띠는 잔디로 가득합니다. 동시에... 발밑으로 닿는 감촉이 부자연스러우면서 익숙했던 이유를 깨닫습니다. 이건 잔디가 아닙니다.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잔디도, 잔디라 칭할 수 있을까요? 드넓은 초원의 어디부터가 이런 건지, 그리고 누가 이렇게 해놨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여간 싱그러운 초원과 달리 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고 허름합니다. 창문 하나 나 있지 않으며,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진 데다 드러난 원목에는 곰팡이까지 슬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모양새도 요즘보다는 중세배경 영화에서나 볼법한 건축 양식입니다. 집 뒤편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첸 티엔:(눈가를 미미하게 찌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산모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환경 아닌가? 제게 언질이라도 주었다면 부하의 손에 재물이라도 들려 보냈을 텐데. 허름한 건물의 대들보를 짚으며 집의 뒤편으로 향한다. 곧이어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무는 당신의 키와 엇비슷한 크기의 사과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이 또한 값싼 플라스틱 향만 옅게 풍기는 장식품이지만요.
깊은 숲 속 자리 잡은 무성한 위조(僞造)는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길을 잃은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 안에 이안이 있는 걸까요?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첸 티엔:(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은 몸에 배어있는─믿기지 않겠지만!─ 모양이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문 위로 두어 번 노크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선다.)
 :노크에도 아무런 반응은 돌아오지 않으나, 반동에 의해 문이 되려 조금 열려 버립니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이요.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린 낡은 문 뒤로 구리터분한 먼지와 썩은내가 당신을 반깁니다. 내부는 밖에서 본 것과 똑같이 낡았으며 햇빛 한 줌 들지 않아 어둡지만 기대보다는 아늑하고 포근한 가정집입니다.
거실에는 소파와 TV초상화가 있으며 식탁을 사이에 두고 거실과 부엌이 붙어 있습니다. 부엌 쪽에는 조리대와 찬장이 보입니다. 당신이 들어온 현관의 맞은편에는 방으로 향하는 이 닫혀 있습니다.
첸 티엔:(초상화를 슬쩍 본다. 누가 그려져 있는 거지?)
 :먼지가 켜켜이 쌓여 바래졌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뻗으면 촉감이 느껴질 것만 같이 섬세하게 그려진 유화 한 점이 벽 중앙을 차지합니다.
보드라운 머리칼을 단정히 빗어 넘긴 젊은 여성이 흰 천으로 감싸진 아이를 소중히 안고 있습니다. 한번 그려진 그림은 변하지 않으니 둘은 영원한 행복에 잠겨 있겠지요.
첸 티엔:(이안도 아니고 자신도 아니다. 금세 흥미가 식어 소파와 TV로 시선을 옮긴다.)
 :한때 고급스러운 윤기를 뽐냈을 가죽 소파는 곳곳이 헤져 있어 간신히 제 모습을 유지할 뿐입니다. 맞은 편에는 가로세로 한 뼘 정도의 앙증맞은 크기에, 보이는 화면보다 뒤로 뻗은 면적이 더 큰 구식 텔레비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리모컨은 보이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자체에는 전원 버튼만 있으며, 눌러보아도 까만 화면만이 당신의 모습을 비출 뿐입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72
판정결과:실패
 :특별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첸 티엔:이안? (결국은 소리 내 당신의 이름을 불러 본다. 동시에 식탁 위에 올려둔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외출이라도 한 걸까요? 누렇고 보잘 것 없는 천 쪼가리 하나가 식탁을 감싸고, 그 위에 놓인 유리 꽃병엔 붉은 튤립 몇 송이가 난만하게 피어 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화려하고, 매혹적이지만… 어딘가 이상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화입니다.
게다가... 이미 시든지 오래인 생화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썩어 문드러진 채 꽃병의 가장 밑에 구겨져 있는 것을 추가로 발견합니다. 날카로운 플라스틱 줄기가 연약한 꽃잎을 관통하고 짓이기는 모습이 영 꺼림직합니다.
첸 티엔:온통 가짜뿐이고…. (조리대로 시선을 옮긴다.)
 :부엌 안에는 최소한의 살림살이도 갖춰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칼집에 꽂힌 커다란  하나,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진 냄비 하나가 조리대의 전부입니다.
첸 티엔:(을 칼집에서 빼내어 본다.)
 :칼은 얼핏 보기엔 낡았지만 서슬 퍼런 빛을 내고 있는 게 꽤 쓸만해 보입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챙겨갈 수 있겠네요!
첸 티엔:(칼집째 챙겼다. 이어서 냄비를 본다. 뚜껑이 덮여 있나?)
 :뚜껑은 덮여 있지 않습니다. 냄비의 바닥에는 누군가가 한입 크게 베어 문, 잘 익은 사과 한 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플라스틱 모형일 뿐입니다. 아까 전 집 밖에서 본 사과나무의 열매와 동일합니다.
대체 왜인진 모르겠으나, 이빨 자국의 주인은 페인트칠 된 비닐 껍질을 뚫고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내부까지 야무지게 먹어 치웠네요.
첸 티엔:(한쪽 눈썹만을 치켜올린다. 기이하군. 찬장을 연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상해버린 음식 찌꺼기와 얼룩들이 곳곳에 조금씩 묻어 있습니다. 그 외 빈공간에는 먼지만 소복히 쌓여 있을 뿐입니다. 썩은 내의 근원지가 여기 였을까요? 그러나...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부엌을 둘러보면서 줄곧 느껴졌던 괴리감의 정체를 눈치챕니다. 코끝을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 할 정도면 썩은 음식 찌꺼기들 주위로 자연스럽게 벌레가 꼬일 만도 한데… 이제까지 작은 초파리 한마리 조차도 보지 못했습니다.
첸 티엔:(혹시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마뜩잖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더 살펴볼 만한 것이 있나?)
 :거실에서는 더 둘러볼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평화로울 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볼까요?
첸 티엔:(닫힌 에 노크했다. 다만, 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단 것이 흠이라면 흠.)
 :베이지빛 방 안에는 마주 보고 있는 침대 하나와 안방 문 하나가 전부입니다. 한 뼘 정도 열린 안방 문 틈새로는 누군가의 구둣발이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침대에는 낯익은 이안의 뒷모습이 당신을 등진 채 누워 있습니다. 바닥에는 오래된 혈흔과 발자국이 난잡하게 찍혀 있습니다. 꽤 지난 듯 갈색으로 변해 있지만, 범위가 꽤나 커 보입니다.
첸 티엔:이안? (익숙한 뒷모습. 익숙한 이름을 부르며 안방 문을 열어젖힌다. 툭 튀어나온 구둣발이 썩 거슬렸던 탓이다.)
 :한 뼘 열린 틈새로 구둣발 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당신이 문을 여는 즉시 비릿한 썩은내가 코끝을 강타합니다. 어두운 복도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검은 인영들은… 모두 시체입니다.
가장 깊숙한 안쪽에는 이미 뼈가 반쯤 드러난 것들이 쌓여 있고, 당신의 발치 근처에 잇는 것일수록 부패의 정도가 덜합니다.
부엌과 마찬가지로 벌레 한 마리조차 탐하지 않은 곳에 이렇게 수많은 시체가 쌓여있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이성 판정 (1d2/1d4)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2
 :앞에 위치한 구두의 주인이 가장 최근에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열려 있는 문 그림자에 의해 얼굴의 절반이 어둠으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새어들어온 빛은 목의 검푸른 멍 자국을 비추고, 싸늘하게 식은 심연과도 같은 눈 속으로 삼켜집니다. 끔찍한 두려움에 잠겨 있으나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같이 느껴지는 그의 마지막 표정은… 이곳에서 본 것들 중 유일한 진실 같습니다.
방의 문 안으로는 긴 복도가 이어져 있습니다. 시체가 가득할 뿐이지만요.
첸 티엔:(발끝으로 구둣발을 툭 걷어찬다. 튀어나온 발마저 안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아버린다. 별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 안의 당신은 기운이 없고 연약한 이였으니, 이 많은 이들을 교살하는 중에 몸에 무리가 가기라도 했다면? 아이와 산모의 건강이 상하기라도 했다면? 이건 좀 큰일이 될 것 같다. 그제야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안, 왜 대답이 없어요? (재촉하며 바닥의 혈흔을 발로 비빈다.)
 :사방에 난잡하게 찍힌 발자국과 혈흔은 방의 중앙에 위치한 피 웅덩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꽤나 큰 웅덩이는 거의 다 말라붙어 검은빛을 띠지만, 가장 최근에 찍힌 끈적한 발자국은 안방 문과 누워있는 이안의 쪽으로 향합니다.
첸 티엔:(침대로 다가가 당신의 어깨를 붙든다. 참, 이제는 폭력적으로 굴면 안 되지. 금방이라도 제 쪽으로 몸 돌려내려던 것을 멈추어 낸다.) 이안.
 :이안의 곁으로 다가가면 그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습니다. 생기가 맴도는 볼, 편안한 표정, 이마를 쓸고 흘러내리는 머리칼, 미소를 머금은 입꼬리... ‘행복해 보인다’는 말로밖에 표현 할 수 없습니다.
...기분이 조금 이상해집니다. 그야, 이렇게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이안이 한치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잠들어 있잖아요. 당신의 곁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로요.
하얀 이불 사이로 이안에게 안겨 머리카락만 살짝 튀어나온 아이가 보입니다. 복슬 거리는 짧은 머리칼은 이안이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작게 살랑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첸 티엔:(당신의 행복을 보며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도 잠시, 이불 사이로 튀어나온 선명한 붉은빛의 머리카락을 보고는 자신 또한 웃음을 머금고 만다.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당신의 반대편에 몸을 뉜다. 이불 위로 잘 차려입은 옷자락이 마구잡이로 구겨졌다.) 이안. 이제는 일어나야 해요. (손등으로 당신의 뺨을 쓸어내린다. 반지는 빼지 않은 채였다.)
 :이안은 뒤척거리다 겨우 눈을 뜹니다. 느리게 몸을 일으킵니다. 말라붙은 피가 이안의 옷과 아이를 감싼싸고 있는 더러운 천에 엉망으로 묻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오셨어요? (주변의 환경 같은 것은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는 듯 나긋한 어투로 말을 건넨다. 당신에게 이리 다정다감하게 말을 건네던 것이 언제였던가? 아, 그런 적이 존재하기는 했었나? 비척이며 몸을 일으키면, 작은 움직임마다 인공적인 사과향이 공기 중으로 퍼진다.)
 :몸을 일으킨 이안은 아이에게 입을 맞춥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활짝 피어납니다. 초상화 속 모녀처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나, 당신만이 깨닫습니다. 아까부터 속이 뒤틀리는 기분을 들게 했던 이의 정체 말이에요.
그가 안고 있는 건.. 단지 플라스틱 인형일 뿐입니다.
낡은 고무 냄새가 코를 찌르며,
딱딱한 안구는 영원히 빛을 잃지 않고,
봄꽃처럼 발그스레 홍조 핀 뺨이 창백해질 리 없는,
 :영원하고 완벽하며 역겨운 존재.
이성판정 (1/1D2)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3/36/14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깨달음과 동시에 티엔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면… 방안에 순진무구한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위화감으로 가득했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합니다. 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초라하고 더러웠던 방 안에 햇살이 들어차면서 안락하고 따뜻한 모습을 갖춥니다. 이안을 따라 아이도 꾸물거리며 웃음을 지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부셔서… 더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신화 같은 존재에 이르른 것처럼 보입니다.
환상을 보고 있는 걸까요? 싱그러운 초원을 타고 흘러들어온 햇빛이 당신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적셔옵니다.
첸 티엔:(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썩 어렵지 않게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이미 위대한 마법사를 알고 있었으며, 그런 존재가 펼쳐내는 환각이 얼마나 정교한지 또한 알고 있었던 탓이다. 아마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겠지. 지금은 당신이 웃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에게 사랑을 주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족하다.) 편지를 받고 왔어요. 그 아이는?
이안 브란트:이곳에서 구해낸 아이예요. 제가 악으로부터 구한…. (그리 말하며 안방의 문을 쳐다본다. 그는 흉측한 괴물에게서 제가 아이를 구하였다고 설명한다. 아이, 그러니까 플라스틱 모형을 쓰다듬으며 퍽 애정 어린 눈빛을 한다. 제 구원이에요, 속삭이기도 했다. 본인의 발언에 대하여 한 치 의심도 찾아볼 수 없다. 순한 눈으로 고개를 든다. 광기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저는 드디어 행복을 찾았거든요. 그래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당신도 분명히 행복해지실 거예요. (행복하지 않았잖아요? 그렇게 묻는 듯했다.)
첸 티엔:구해낸 아이? 난 내 아이인 줄 알았는데요. (플라스틱 인형에 달린 붉은 가발을 손가락에 감으며 대꾸했다. 힘없이 늘어진 몸을 보던 것보다는 차라리 모독적인 빛으로 번들거리는 눈이 낫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당신의 광기 어린 모습마저 마음에 품었다. 참 기이한 일이다. 이안 브란트의 존재만으로 갈망하던 모든 것들이 채워지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틀렸다. 그렇기에 답하지 않는다. 자신은 당신을 곁에 두기만 한다면 행복할 터다.) 역시, 저 사람들은 직접 죽인 거예요?
이안 브란트:제 아이예요. 빼앗아 가지 마세요, 이번에는….(아이를 더욱 품에 안으며 당신의 손으로부터 떨어뜨린다. 제법 경계적인 눈빛이었다. 그래, 그는 오래도록 당신을 제 평온을 빼앗아 간 이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이리 털을 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불유쾌하게도, 조금은 당신에게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다.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행동마냥 인형의 붉은 가발 위로 입술을 묻고, 다시 뺨을 비빈다.) 사람이라니요. 농담이라도 그렇게 말씀 마세요. 모두 악마일 뿐인데. (흘리듯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제가 해한 것은 단 하나예요. 다른 것들은 처음부터 저곳에 있었는걸요.
첸 티엔:그럼 우리의 아이인 걸로 할까요. (당신의 거부란 익숙한 일이었으니 경계 어린 눈빛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팔을 뻗어 당신을 끌어안아 제게 당겼으니, 당신과 더불어 그 인형마저 제 품에 품어낸 셈이다. 충분히 불쾌한 감정 끓어오를 법한 상황임에도 그리했다. 은연중에 당신을 제 아내라 여기고 있었으니 타인과 비교하였을 때 더욱 관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것들? 당신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건데요?
이안 브란트:(아이에게 닿는 손길은 완강히 거부하였던 데 비해 제게 닿는 손길만은 쉽사리 떨쳐내지 않는다. 다만 불안한 듯 어깨를 조금 떨었으며, 시선을 푹 낮추었다. 몸에 밴 반감이었다.) 이 주변에서 길을 잃었어요. 그러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여기에 오게 되었고요. (제 머리카락의 끄트머리를 비비 꼬다가 입술을 열었다. 재차 종용한다.) 같이 살아요, 셋이서. 여기에서요. 여기선 당신도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예요.
첸 티엔:(대답 대신 당신의 목덜미를 감싸고 제 쪽을 향해 지그시 누른다.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억지로 입술을 비집고 혓바닥을 밀어 넣는다. 서로의 타액을 훔치지 못해 질척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혀를 섞은 뒤에야 고개를 떼어낸다.) 내 행복을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이안 브란트:(양팔로 아이를 안고 있으니 당신을 밀어내지 못한다. 그대로 숨이 먹혀들어감과 동시에 몸을 움찔거렸다. 입맞춤에 응할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 이를 세우지 않았다. 완벽히 조교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입술을 뗀 뒤에는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다. 아프도록 문질렀다.)
제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요. 제가 그랬듯, 당신도 필히 그렇게 될 거예요. (사이비 신도나 할 법한 발화. 명확한 근거도 없이 그리 되리라 믿는 것. 무엇이 그를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렸는가에 대한 모든 정황은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의 품에 안긴 섬뜩한 플라스틱 모형이 광기의 중심축이라는 것만은 불보듯 뻔하다.) 당신을 부른 이유는 하나예요. 당신에게도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구원이 무엇인지….
첸 티엔:(입술을 닦아내는 그 행위에는 표정을 굳혔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제 가족인데, 아내가 남편을 거부해서는 안 되지 않나. 그럼에도 손길은 퍽 다정했다. 반지로 가득 찬 손이 물색 머리카락을 손마디마다 얽으며 빗어내렸다.) 그럼, 그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이런 곳에서 지내고 싶진 않거든요.
이안 브란트:왜요? (이런 곳이라니. 부정적 함의에 눈매를 얕게 일그렸다. 이안 브란트에게는 지금 이곳이 가장 평화롭고, 안온하고, 따스한….) 아이는 여기가 좋다는데….
첸 티엔:아이에겐 좀 더 넓은 환경이 필요해요. (다시금 손을 들어 당신의 뺨을 쓸어내린다. 눈가를 문지르는 행위에는 애정이 담겨 있었으니, 손을 채운 반지와 더불어 당신에게는 버거울 것이 뻔한 사랑이 몸집을 부풀려 살갗을 긁었다.) 지금이야 갓난아기니 편히 지낼 수 있겠지만,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닐 무렵에는 이마저도 좁게 느껴질걸요. 난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쥐여줄 수 있어요. 그러니 함께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아픔에 예민한 이였으니 금세 눈매 찌푸려야 했겠지만 특별한 반응 튀어나오지 않는다. 감각은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긁힐 대로 긁힌 몸이며 마음에, 이제 와 흠 나는 것을 신경 쓸 이유가 있나?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듯하다가도, 제 품에 안은 플라스틱 인형과 시선을 맞추는 순간 금세 도리질했다.) 안 갈래요…. 여기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당신 혼자 돌아가요.
첸 티엔:이젠 당신에게 거칠게 굴고 싶지 않은데. 내 말을 따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아이를 단단히 안기만 한다.) 왜 당신은 그때와 변함이 없나요?
첸 티엔:변할 만큼의 사건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당신이 내 옆에서 나를 바꿔보는 건 어때요?
이안 브란트:그런 건 이제 지쳤어요. (고개 푹 숙인다.) 바뀔 생각도 없으면서…. 그만 가 주세요.
첸 티엔:날 불러들인 순간부터 이런 일쯤은 각오했어야죠.
이안 브란트:(하나도 바뀌지 않았네. 중얼거렸다.) 그땐 왜 놓아주신 거예요? 내가 불쌍하지는 않던가요? 행복하길 바란 적 없었나요?
첸 티엔:(숙인 턱을 붙잡고 들어 제 눈을 마주 보게끔 했다.) 내 곁에서 행복하길 바라요.
 :행복, 그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낯선 목소리가 마치 당신에게 속삭이듯 머릿속에 스며듭니다.
광활하고 영원한 우주에 비해 인간의 삶은 형편없을 정도로 짧은데, 살아가며 받아야만 하는 고통과 불행은 너무나도 많아요.
이건… 그런 덧없고 불완전한 생에 나타난 하나의 기회가 아닐까요?
이안이 당신의 앞에서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요?
깨지 않을 영원한 꿈이라면 그곳이 곧 현실 아닌가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며 그 고통이 결국 가치가 있나요? 나중엔 다 죽어 흙으로 돌아갈텐데도요?
 :다시 물을게요, 그가 과연 당신의 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첸 티엔:(행복할 수 없다면 행복하게 만들어야지.)
이안 브란트:(공허한 시선.) 가당키나 한가요? 당신이 날 망쳐 놨잖아요.
첸 티엔:망쳤으니 고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이안 브란트:내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첸 티엔:우리 집으로 돌아간다면 들어드리죠. 약속해요.
이안 브란트:거짓말. (꼼질꼼질 인형을 안는다. 당신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눕는다.) 당신 말 같은 거 못 믿어요.
첸 티엔:뭐, 못 믿는 것도 이해가 가요. 말이란 건 증명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러니…. (그대로 당신을 번쩍 안아 든다. 어차피 당신의 두 팔은 아이를 붙잡는 데 쓰일 테니 그리 거센 저항은 하지 못 하리라 판단한 탓이다. 어깨를 감싸고 무릎 아래에 팔을 밀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 그곳에서 보여드릴 테니까.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안 브란트:
근력
기준치:50/25/10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첸 티엔:(거세게 붙들었다.)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안 브란트:봐, 또, 전부… 모두 당신 마음대로 해결하려고…. (발버둥쳤을 것이다.)
근력
기준치:50/25/10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첸 티엔:(여전히 당신의 말은 듣지 않았다. 당신의 의사를 묻지 않았으며, 당신의 행동을 존중하지 않았다. 첸 티엔이란 그런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당신을 향한 애정만큼은 진실되었으니, 역설적이게도 첸 티엔을 바꿀 수 있는 이 또한 이안 브란트가 유일할 것이다.)
(그대로 당신을 안아 들고 집을 나선다.) 아이와 산모에게 긴 여행길은 고된 법이잖아요? 그걸 대비해 마차를 준비시켜 뒀어요. 푹신한 방석도 함께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곁에서는 늘 무력해진다.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다, 심지어는 구원조차! 정녕 무엇이 구원인지 구분하지도 못하며, 일그러진 낯, 결국 울음 터뜨린다. 원망 섞인 울먹임이 튀어나온다.) 당신이 싫어요….
 :원망조의 말소리가 어느 순간 뚝 멈춥니다. 동시에 줄곧 당신을 감싸고 있던 꺼림칙한 무게도 잠잠해집니다.
집의 바깥으로 나오면, 어느덧 의식을 잃은 이안의 품에서 플라스틱 인형이 툭, 떨어지고… 처참하게 박살이 납니다. 부러진 목이 바닥을 놔뒹굴며, 그 플라스틱 위조품의 속은 텅 비었습니다.
순간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이성판정 (1/1D4)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2/36/14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목이 부러진 인형을 보면서도 이렇다 할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성가신 일이 알아서 사라졌구나. 정도의 감상은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기실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가 원한다면 이 싸구려 플라스틱 인형에게조차도 이라는 성을 붙여 줄 작정이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아이의 나이에 걸맞은 인형을 새로 준비할 계획까지 짜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안이 잠든 사이에 인형을 갈아치웠을 테지. 마치 사람의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가짜 아이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진짜 아이를 가질 때인가…. 돌아가면 이안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겠다. 제 품에 안긴 아내의 이마 위로 입술을 내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가정을 사랑하는 남편의 것이다.)
 :초원 위의 낡아빠진 집, 수 많은 시체들, 이안의 품에 안겨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아이, 아니… 인형. 또다시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정신을 빼앗기기 전, 기이한 목소리를 듣기 전 당신은 이곳에서 벗어납니다.
분명 같은 길을 돌아가는 것임에도, 길을 몇 번이나 헤매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바짝 쫓기는 듯한 감각이 들기도 합니다. 숨이 차오를 때쯤 마차에 겨우 도착합니다.
반복되는 풍경을 스쳐 지나는 동안 들리는 건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뿐.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원할 것만 같았던 녹음이 점점 옅어지더니 포장도로에 도착합니다.
익숙한 풍경을 보자, 불과 방금 전이었던 생생한 경험이 마치 오래전에 꾼 꿈같이 느껴집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가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조차 망각해 버리고, 오늘도 언제나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지냈다, 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어쩌면 우린 이런 일을 몇 번이라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나요?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면, 이것이 곧 진실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믿는다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걱정은 망각에 맡기고 나의 진실한 삶을 마저 살아가면 됩니다.
이미지
 :2 시간 후 두 사람은 숲에서 있었던 일을 완전히 잊습니다.
- 이성치가 원래대로 회복됩니다.
- 당신이 느꼈던 무언가는, 어쩌면 기시감 아니었을까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안 브란트 생환, 첸 티엔 생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심장이 얼어붙은 용 이야기

러브호텔 609호

609번지 칵테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