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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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마차를 타고 이동 중입니다. 이번에는 짧은 여행이기를 바라야 할 텐데 말이죠. 어쩌면 문득 마차 안에서 이 이야기의 전말이었던 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편지는 가방 안에 넣어왔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한 편지를 받아 현재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이동 중이었습니다. 목적지는 인근에 위치한 평범한 병원이었는데,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니 딱히 문제 되는 건 없었습니다.
비록  저택의 도련님, 겸 배우자 되는 사람이 따라오기는 했지만요! 마차의 맞은 편에 앉은 이안은 사실 너 따라가는 거 아냐. 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요.
첸 티엔:(어쩐지 시무룩한 기색이다.) 그, 그럼…. 어디, 가시는데요?
첸 이안:그런 게 있어. (왜 시무룩하담. 당신의 신발 끝을 툭툭 차보기도 했다.)
첸 티엔:가, 같이 가면…. 좋, 을 텐데. (우웃. 신을 의자에 닿게끔 바짝 끌어당겼다. 닳은 굽이 의자 밑동에 긁히며 드르륵 소리가 났다.)
첸 이안:같이 가는 거 맞아. (뭐야?) 따라가는 게 아닐 뿐이지…. 나도 거기에 볼일이 있거든.
첸 티엔:(화색…. 이 되었다가, 금세 사색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벼, 병원….에요? 어, 어디, 아, 프신 건, 흑.
첸 이안:아, 아냐, 그런 거. (손 휘휘 저으며 눈 동그랗게 뜨고 있다.) 나 병원 혼자 못 가.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이건 진짜다.) 일전에 거래를 주고 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해서 가는 거야.
첸 티엔:(그제야 떨림이 멎어 들었다.) 으, 으음…. 다, 다음에, 건강검진 하러. 가, 같이 와요. (이어 눈치를 본다.) 무, 무슨 부탁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첸 이안:건강검진? 싫어…. 나 건강해. (이것도 진짜긴 하다…. 뜸을 들이기는 하였으나 곧 입을 열었다. 숨기는 기색은 없다.) 윙쿨룸의 땅문서, 기억하지? 그거 팔았었거든. 몰랐겠지만. (당연하다. 말 안 했으니까!) 나도 잊고 있었는데, 새 주인이 갑자기 연락이 왔어. 그러더니 나한테 시한부인 자기가 죽기 전 마을의 옛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좋은 조건을 걸길래 수락했어. 곧 죽을 사람이 되어서 그런가, 통이 크더라.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첸 티엔:거, 건강검진은…. 건강, 할 때 바, 받는 건데. (우웃.)
그, 그럼…. 당, 분간. 따로 지내야 하는 거예요? (이제는 당신이 없는 밤이 낯설다.)
첸 이안:응? 네 일은 얼마가 걸리지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야 대충 말해주고 끝내면 되는 거 아냐? 하잘것없는 저택 이야기, 10분 말해주고 치울 건데. (이런다….)
첸 티엔:어, 어엇. 그, 그래도…. 조, 조금 정성들여서…. 말씀, 해드리는 게…?
첸 이안:귀찮아. (멀끔….) 이미 그 사람은 ‘내가 마을과 저택 이야기를 해 주기만 하면 나를 상속인으로 임명하여 모든 재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약속했어. 내가 얼마나 오래 자세히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지는 계약에 안 들어가…….
첸 티엔:(홀라당 넘어갔다.) 그, 그런 거예요…?
첸 이안:으응, 그런 거지. (산뜻!) 그런데 의자가 딱딱해. (슬금슬금 당신 무릎 위에 앉는다.)
첸 티엔:앗. 바, 방석이라도 채, 챙겨올 걸 그랬나 봐요. (놀라지 않는다. 고작 몇 개월, 남은 평생을 함께하자는 언약을 나누며 두 사람의─정확히는 첸 티엔 혼자만의─ 거리가 좁혀졌던 탓이다. 무릎 내어주는 것 정도는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마차가 덜컹대니 당신이 떨어지지 않게끔 허리에 팔을 두르기도 했다.)
첸 이안:괜찮아, 그냥 무릎에 앉고 싶어서 말한 거니까. (첸 이안은 이안 브란트보다 조금 더 솔직해졌다. 허리에 두른 팔을 만지작거리고, 또 꼼질대는 손을 맞잡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으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도심지에 위치한 평범한 병원으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두 사람은 환자가 있는 방을 확인하다가, 그제서야 두 사람의 의뢰인이 동일인물임을 알게 될 겁니다.
같은 호실 앞에서 두 사람이 놀란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 안으로는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있는 것이 보입니다.
첸 이안:너한테 그림을 맡긴 사람이랑, 내 의뢰인이 같은 사람인가 보네. 그럼 얘기는 더 간단하지. 어째 찝찝하긴 하지만. (손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은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몽롱한 시선을 던지던 이가 느릿느릿하게 환영인사를 합니다.
의뢰인: 아, 브란트 씨. 어서 오십시오. 그 옆은... 첸 티엔 씨입니까?
첸 이안:이제 브란트 아닌데. (중얼중얼.)
첸 티엔:(눈썹 추욱 늘어트린다. 괜히 맞잡은 손을 꼼질거렸다.) 네, 네에. 체, 첸 이안 씨…. 랑, 같이. 차, 찾아뵙게 됐어요.
의뢰인: (놀란 기색이 스친다.) 몇 달 새 많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나저나 두 분이 안면이 있는 사이일 줄은 상상도 못 하였군요. (안면이 있는 이상인 듯하지만….) 반갑습니다. 르로아 자이에라고 합니다. 우선 이쪽으로, 가까이 오시지요. (느적대며 상체를 일으킨다.)
 :르로아 자이에라 소개한 이는 비쩍 말랐습니다. 볼이 움푹 들어가고 혈색이 없고, 입술은 시퍼렇게 질려 메말라 있습니다. 이따금 이불을 쥐어잡은 손에서 바들바들 잔떨림이 보이는데,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초점 없는 눈 탓에 고개가 완전히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 그가 어디를 응시하고 있는지도 헷갈렸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어딘가 확신에 찬 눈빛입니다.
르로아 자이에: 찾아와주어 감사합니다. (말 제대로 맺기 전 몇 번 기침을 토해냈다.) 미안합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의사의 말로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으니, 바로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첸 티엔:앗…. 무, 무리하진 마세요. (서둘러 침대 가까이 다가선다. 곁의 의자를 꺼내어 이안이 앉을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하고, 자신은 그 뒤에 서 있는다.)
첸 이안:(당신이 의자를 빼내는 순간부터 그 의자는 제 것이구나 싶었을 테니 자연스럽게 착석. 의뢰인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 뒤 의자에 기댄다.) 이전보다 얼굴도 많이 안 좋아지셨네.
르로아 자이에: (고개 끄덕인다.) 우선 첸 티엔 씨에게는 편지에 적은 대로 그림의 복원 및 수정을 요합니다. 오래된 풍경화인데,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림이기 때문에 그 그림 속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제 모습을 그려주셨으면 합니다.
배경은 제 별장 근처이니... 현실감을 위해 첸 티엔 씨가 함께 별장으로 가주었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안 브란트 씨, 아니..., 첸 이안 씨도 겸사겸사 함께 별장으로 가 제게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첸 이안:(티엔 빤히... 저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 으쓱이기만 했다.)
첸 티엔:음. 저, 저는…. 괜, 찮아요. (이안 눈치 흘끔 본다. 보다 확실한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듯하다.)
첸 이안:뭐어, 그렇게 하시죠. (결국 결정 내리는 것은 이쪽.)
르로아 자이에: 그러면… 당장 제 별장으로 가시겠습니까? 어차피 병의 차도가 없기 때문에 퇴원 수속도 간단합니다. 최대 일주일, 짧아도 3일 정도는 별장에 머물러도 좋습니다.
첸 티엔:(무게가 느껴지는 말에 차마 선뜻 답하지 못한다. 한참 눈치를 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이 첸 티엔이 내보일 수 있는 반응의 전부였다.)
 :르로아 자이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짐을 챙깁니다. 자이에 가의 운전수가 의뢰인의 물건들 그리고 두 사람의 짐―이안은 짐을 거의 챙겨 오지 않았으니 사실상 티엔의 짐―을 차에 싣습니다.
 :네 사람을 태운 증기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지면을 달립니다. 세 사람의 여행길은, 이따금 공백 사이 르로아의 기침 소리만 들릴 뿐 꽤 조용하게 목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이 여행길에 기시감을 느낍니다.
마차는 한참을 달려 외진 시골 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양 옆으로는 드넓은 밀밭이 펼쳐져 있고 바람에 밀밭이 빗으로 빗는 것처럼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한산하며 바람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마을 입구 앞 표지판에는 '윙쿨룸'이라고 적혀 있고요.
첸 티엔:(흘끔. 이안의 안색을 살핀다.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손 시트로 끌어내리더니, 당신의 손과 나란히 붙인다. 어쩌면 새끼손가락 하나쯤은 얽혔을 법하다.)
첸 이안:(익숙한 풍경이 이어지는 순간 얕게 미간을 찌푸렸겠으나, 당신이 손을 잡아온다면 창 밖에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을 것이다.)
 :르로아 자이에는 표정 변화를 보더니, 변명하듯 말하기 시작합니다.
르로아 자이에: 걱정하실 것 하나도 없습니다. 마을은 여전히 아름답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옛 저택의 주인이었던 브란트 씨께서 말했던 아름다운 것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아쉽지만... ... 어찌 되었든 흑심 없이 두 사람을 부른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이 고즈넉한 풍경을 좋아할 뿐이니까요. 의뢰대로 그림을 보수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한다면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차는 계속해서 달려 나갑니다. 창밖으로는 부서진 조각상 세 개와 메마른 분수가 보이는 정원을 스쳐지나갑니다. 이제는 불 타 없어진 것들.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이 지겹도록 끔찍한 마을의 풍경이 이어집니다.
 :도착한 르로아의 별장은 꽤 소박합니다. 마을 어드매 버려진 집을 뜯어고친 것인지 외부가 깔끔하기는 하지만, 비싼 가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당에는 창고와 차고가 있고,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집 안에서는 기분 좋은 원목 향이 납니다. 방은 네 칸이 전부고, 그마저도 침대와 탁자만 있을 뿐 인테리어 마저도 소박합니다. 부엌도 깔끔합니다.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보입니다. 본래 별장으로 올 때 사용인 몇 명을 데리고 오지만, 이번에는 간소하게 오느라 한 명밖에 데려오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르로아 자이에: 식사 정도야 함께 온 사용인이 준비해줄 테지만, 호화로운 식단은 어려우므로 양해 바랍니다. 저는 잠시 그림을 찾아올 테니 휴식을 취하고 계시길.
 :별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금방 다 둘러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르로아 자이에가 묵을 방은 잠겨있고, 객실 세 곳의 크기는 엇비슷하여 가장 마음에 드는 방을 골라도 되겠습니다.
거실을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부엌과 식당으로 향하는 짧은 복도가 있으며, 방으로 향하는 문은 각 벽마다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첸 티엔:저어, 마, 마당에 나가보려고 하는데…. 같, 이. 가시겠어요? (그곳과는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당신의 외출 아니었던가. 이렇게라도 안정을 되찾고 싶었다.)
첸 이안:(언제 앉은 것인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창 너머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한 표정.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서 당신의 어깨 위로 머리를 얹는다.) 으응, 나가 보자. (손을 찾아 쥔다.)
첸 티엔:(맞잡은 손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준다. 서늘한 손가락이 당신의 손에 얽혀들었을 것이다. 그대로 마당으로 나가 창고를 둘러보았다.)
 :본래는 마굿간과 창고가 붙어있던 곳 같은데, 별장을 수리하며 차고와 창고를 함께 쓰게끔 개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수 조지가 몰고 온 증기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곡식을 저장해둔 공간이지만 지금은 팬트리 곳곳이 비어있거나 오래된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르로아 자이에의 물건은 아닌 듯 하고, 폐가가 되기 전부터 있던 물건들로 보입니다.
첸 티엔:(팬트리 흘긋.)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 더불어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곡식이 담겨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구니나 낡은 상자오래된 시편책 등이 보입니다.
첸 이안:(등에 착. 붙어있다.)
첸 티엔:(이안 매단 채로 낡은 상자까지 본다.)
 :녹 슨 철제 잠금이 걸려있는 박스입니다. 안을 열어보면 목재 장난감이나 옷가지, 공책 등등 오래된 물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경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성경책을 꺼내 먼지를 털었다.)
 :수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 성경책입니다. 표지를 열면 가장 첫 장인 간지에 ‘친애하는 필립에게’ 라고 적혀 있습니다. 바로 한 장 넘기면 짧은 편지가 적혀 있습니다.
첸 티엔:(갸우뚱. 성경책을 원래 자리에 넣어둔 뒤 오래된 시편책을 꺼냈다.)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페이지에는 23편 다윗의 시가 쓰여져 있고, 쪽지는 색이 바래 낡은 종이 냄새가 납니다.
쪽지에는 ‘오후 3시 교회 뒤쪽으로! 드디어 그 날이야. -아벨-’ 라고 적혀 있습니다. 필체는 반듯합니다.
첸 티엔:(재차 갸우뚱. 그렇다. 첸 티엔은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드, 들어갈까요? 안으로...
첸 이안:그으래. (옆에 착 붙은 채 뒤뚱뒤뚱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첸 티엔:(익숙. 하게 매달고 거실로 들어선다.)
 :이 별장은 곳곳에 창문이 크게 나 있습니다. 커튼이 쳐져 있지 않아 바깥 햇살이 완전히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윙쿨룸의 어떤 저택을 생각한다면 완전히 반대되는 인상입니다.
넓게 펼쳐진 밀밭과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이 모두 보여서, 휴식을 위한 바캉스를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장소였을 겁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구절처럼 정말로 액자처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거실 한쪽 벽은 특히나 창문이 아주 큽니다. 직사각형의 가로로 길게 트인 창문 앞에는 의자 하나가 창 쪽을 향해 놓여 있습니다.
창밖으로는 드넓은 밀밭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고, 군데군데 불쑥 솟아오른 들이 보입니다. 저 멀리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에는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와 있습니다. 어떤 저택이 불타 사라지지 않았다면 분명 이 풍경 속에 그 건물도 들어있었을 겁니다.
이후 폐가와 교회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거실을 보고 있으면 자이에 가의 운전수가 당신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조지: 첸 티엔 님, 실례합니다만 한 가지 요청드려도 괜찮겠습니까?
 :4~50대로 보이는 남성, 자신을 조지라고 소개합니다. 보기 좋게 뒤로 넘긴 흑발의 포머드 헤어가 빛을 받으면 은빛이 감돕니다. 회색빛이 약간 도는 눈동자를 담은 짙은 눈매와 두꺼운 눈썹이 진중한 인상을 주고, 가지런히 깎은 콧수염이 멋들어집니다. 단정히 차려입은 정장은 차분하고 깍듯한 사람임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첸 티엔:무, 무슨…. 일, 이신가요?
조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실은 주인어른께서 상태가 좋지 않아 매우 걱정입니다. 피로가 누적되어 병이 심해진 것 같기도 하나, 병원에서는 애초 원인불명이라고 말하니 자이에 가의 사람들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만 가니 신경도 다소 예민해지셨으나, 그래도 이 별장에서만큼은 푹 쉬시니 다행입니다. 입원하기 전에는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하셨으며, 공기 좋고 아름다운 시골이라 그런지,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주인어른께서도 안정을 취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부디 첸 티엔 님께서 주인어른의 부탁대로 그림을 완성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분께서 기뻐하셨으면 하거든요. 별장에 오면 주인어른께서는 종종 식사도 거르고 밤낮으로 아름다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에만 빠져 계세요. 이따금 혼잣말처럼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하고 말하기도 하시면서요.
첸 티엔:으, 으음…. 노, 력해볼게요. 최대한…. (그러나 조지는 모를 것이다. 첸 티엔은 과거, 윙쿨룸에서도 이와 같은 대답을 건네었다는 점을. 물론 최선을 다하겠으나, 그 최선이 첸 이안에게 해가 된다면 금방이라도 멈추어 낼 셈이다.)
그, 런데…. 호, 혼잣말이라니…. (그것과 같은 현상에 홀린 것은 아닐까? 문득 떠오르는 가정 탓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것 외에…. 트, 특이한 점은. 어, 없으신 거죠?
조지: 글쎄요, 본래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분이시나 이상하게도 이 별장만큼은 소박하기 그지 없도록 수리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일까요. 이 땅의 풍경에 푹 빠지셨던 것인지, 땅을 인수한 다음 가장 멀쩡하고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폐가를 잡아 곧장 공사를 시작했더라지요.
그러고 보니 이 땅의 영주였던 분과도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압니다. 지금은 그 저택이 불타 사라졌다고 하지만, 예전에 그 저택에 초대 받아 다녀온 다음부터 저택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하시던 때가 있었지요.
이전에 땅을 팔겠다고 하셨을 때, (이안을 바라보았다.) 저도 같이 동행했었던 기억이 나군요. 마을에 도착하였더니 잿더미가 된 저택을 보고 주인어른께서 엄청나게 경악하긴 했습니다만... ... (아마 이안 브란트가 저택이 불 탔다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땅을 팔았던 모양이다.) 결론적으로는 잘 된 일이지요.
첸 이안:나는 분명 을 팔겠다고 말했어. 그 사람이 멋대로 저택이 있다고 판단한 거지... (뻔뻔.)
첸 티엔:(이안 옆에서 고개 마구마구 끄덕인다. 첸 티엔의 팔은 안으로 굽은 지 오래였다.)
조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잠잠해졌다. 이쪽도 별장으로 가자고 해놓고 윙쿨룸에 있는 별장엘 데려왔으니 별반 차이도 없다.) 그럼... 저는 이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할 테니 푹 쉬십시오.
 :조지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뜹니다. 마을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저…. 바, 밖에 나가 보려고요. (이번에도 허락을 구하듯 바라보았다.)
첸 이안:나도 갈래. (착...)
첸 티엔:(자연스럽게 이안 착 붙인 채 교회로 간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몹시도 조용합니다. 그 저택이 불탔으니 이제 이 마을에 남은 사람은 기껏해야 별장에 찾아오던 르로아 자이에가 다였을 겁니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야 하는 교회가 전부이기 때문에, 나즈막한 빈집들과 군데군데 보이는 풀들과 밀밭, 나무들이 조화로워 몹시도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따금 뻥 뚫린 시야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나 밀알이 서로 부닥치는 소리만이 풍경을 채워나갑니다. 두 사람은 교회였던 건물로 향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중소형 교회입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적어도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 지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앞문은 나무판자로 못질하여 막혀있고 근방에는 풀이 무성합니다.
창문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습니다. 건물 양쪽으로 교회 건물 뒤편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이 있지만, 이 역시도 풀이 길고도 높게 자라나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떠난지 오래 되어 보입니다. 이 교회는 흔한 로마네스크 양식처럼 위에서 바라본다면 십자가 모양일 겁니다.
첸 티엔:저, 저희…. 겨, 결혼도. 교, 교회에서 했잖아요. (헤헤…. 웃으며 앞문을 본다.)
 :앞문 위로 단단히 못질된 나무판에는 ‘OFF LIMITS’ 라고 적혀 있습니다. 굉장히 날려 쓴 글씨입니다.
첸 이안:으응, 좋았지, 첫날밤도…. (꼭 이런 농담을 쳤다.)
첸 티엔:(순식간에 얼굴 시뻘게진다.) 지, 지금은…. 그, 때보단, 더, 자, 잘해요…. (덩달아 이런 발언이나. 부부는 닮는다더니 꼭 그 말대로였다.)
첸 이안:맞아, 그저께도 좋았었던 것 같네…. (헤죽 웃는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어.
첸 티엔:(우물쭈물. 이번 말에는 대꾸하지 못한 채 문을 바라보기만 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을까?)
 :근력 판정...?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낡은 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밀립니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쪼르르.)
 :홀인 나르텍스를 지나면 중앙 복도인 네이브가 보이고, 양 옆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이 세워져 아일과 경계를 짓습니다. 복도 곳곳에는 먼지가 가뜩 쌓여 있습니다. 내부는 꽤 어둑어둑한 편입니다.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예배석을 가로질러 앞쪽까지 향하면 단상과 업라이트 피아노가 보입니다. 조율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피아노 건반은 묵직하며, 먼지도 가득 앉아 있습니다.
첸 티엔:저, 저기…. 피아노예요. 소, 소리가 날까요? (건반 꾹 눌러본다.)
 :조율되지 않은 불안정한 소리가 내부를 울립니다. 피아노 보면대 위에는 악보가 펼쳐져 있습니다.
첸 이안:다음에 이사 가면 피아노를 살까….
첸 티엔:저, 이, 일을 좀…. 늘릴까요? (냅다.)
첸 이안:응? 그럴 필요는…. 땅 판 돈에다가, 약속한 상속까지 얹으면 충분히 좋은 집으로 갈 수 있을걸.
첸 티엔:앗…. 저, 저도, 보, 보탬이…. 되, 고 싶은데.
첸 이안:필요 없어. (곱게 말하면 될 것을 꼭 이렇게.)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돼.
첸 티엔:(첸 티엔은 예로부터 당신의 말이라면 뭐든 좋게 받아들였고, 이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볼 발그레 물들인 채 고개 끄덕였다.) 으, 응…. 여, 옆에 있을게요. (수줍음에 손 꼼질거리다가도 악보에 시선을 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악보입니다. 가사도 적혀 있군요.
첸 티엔:(하필 이라니. 당신이 보지 못하게끔 악보를 뒤집어 둔다. 단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첸 이안:(옆에서 같이 구경…하는 것 같았으나 아마 흥미 없다는 듯 피아노나 건반이나 뚱땅뚱땅 두들기고 있었을 것.)
 :단상 아래에 종이 한 장이 보입니다. 연설문처럼 보이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90
판정결과:실패
(잠깐!!!!!!!)
(안경 뽀득뽀득.)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7
판정결과:실패
첸 이안:뭐... 뭐해? (티엔 구경)
첸 티엔:누, 눈에. 머, 먼지가 들어가서... (비비적.)
첸 이안:(흠.)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첸 티엔:으, 으음…. 조, 조금. 이, 상한 것 같은데.
첸 이안:그러게. (연설문 휙 던지고 바깥으로….)
첸 티엔:가, 같이 가요…. (후다닥 뒤쫓는다. 바깥으로 나와 창문을 본다.)
 :교회 내부가 보입니다. 불이 들어왔을 리는 만무했고, 십자가 모양의 좌우 날개 부분에는 가지런히 놓여진 예배석과 가장 앞의 앱스에 성모 마리아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첸 이안:(기다리다가 손 꼭 잡고 걷는다.)
첸 티엔:(손 맞잡으면, 그대로 샛길을 향해 발걸음을 튼다.)
 :교회 뒤쪽에도 풀이 길게 자라나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무덤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첸 티엔:(십자가 흘긋.)
 :나무로 만든 십자가에는 로켓 목걸이가 걸려 있습니다. 금속 십자가 모양으로, 목걸이를 돌리면 세로 기둥 부분의 안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목걸이 안에는 종이가 둥글게 말려 들어가있습니다.
첸 티엔:으음…. (분위기도 이상한 것 같고. 조금은 서둘러 걸음을 물린다. 폐가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샛길로 빠져 밀밭 가까이 걷습니다. 밀밭 가까이로 간 순간, 무언가에 걸리기라도 한 듯 이안이 휘청였으나, 손을 잡고 있던 덕에 넘어지지는 않습니다.
다시 길을 따라 걸으며 비어있는 집들을 지나쳐 갑니다. 척 보기에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시간이 몹시도 오래 되어 마당에 풀이 무성하거나, 덩굴이 자라 오르거나, 한쪽 벽이 부서진 집도 있습니다.
문득 한  앞의 우체통에 편지가 한가득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첸 티엔:이, 이안 씨…. 괘, 괜찮으세요? (붙잡은 손 위로 남은 손마저 겹쳐 낸다. 당신의 한 손을 양손으로 꼬옥 붙잡고 있는 셈.)
첸 이안:괜찮아, 그냥…. 갑자기 몸이 훅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갸우뚱, 고개 기울이기는 하였으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멀끔한 낯이다. 따지자면 당신의 애정 어린 걱정 덕에 기껍기만 하다.)
첸 티엔:계, 계속 잡고 있어야겠어요…. (울상짓는다. 손 놓지 않은 채 우체통을 보았다.)
 :편지나 신문이 꾸역꾸역 들어가있습니다. 더이상 쑤셔넣을 공간이 없자 바닥에 놓아둔 것들 중 가장 위에 있는 것은 1695년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니까 20세기인 지금을 기준으로 적어도 3세기 이전의 것들입니다. 편지들 뒤쪽에 적힌 수신인에는 '이레네오 목사님께' 라고 적혀있습니다.
대부분 안부를 묻는 내용이군요.
첸 티엔:(편지에서 시선을 떼고 을 둘러보았다.)
 :낡은 집입니다. 문이 닫겨 있으나, 문고리에 열쇠가 걸려 있습니다. 열고 들어갈까요?
첸 티엔:(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매캐한 먼지 냄새부터 납니다. 어둑어둑하고 곳곳의 거미줄, 잔뜩 쌓인 먼지 등. 분위기만 보면 오싹한 감정부터 듭니다. 내부는 방문이나 옷장이 활짝 열려있고, 옷장 안도 엉망입니다. 이불보는 아무렇게나 들춰져 있습니다. 더불어 가구도 이리저리 넘어져 있거나, 테이블에서 의자가 삐죽 튀어나와 있기도 합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몹시도 급하게 나갈 채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망이라도 간 것처럼...
책상 위에는 뚜껑이 열린 채 굳은 잉크병과, 구겨진 종이들이 보입니다.
첸 티엔:(종이를 펼쳐보았다.)
 :종이를 펼쳐보니 첫 번째 종이뭉치는 어떤 편지의 답신입니다.
두 번째 종이뭉치는 펼쳐보면 쓰다 만 편지입니다. 구겨진 종이 중 다른 것과 앞부분의 맥락이 비슷한 것을 보니 작성하다 틀린 부분이 있어 새로 써서 보냈을 겁니다. 정황 상 첫 번째 종이뭉치가 이 편지의 답신이었을 겁니다.
창 밖으로는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첸 이안:슬슬 돌아갈까? 어두워지고 있네.
첸 티엔:(느릿느릿 종이 뭉치들을 내려놓는다.) 으, 응…. 그, 그렇게 해요. 마, 맞다. 저희…. 방, 을 안 정했는데.
첸 이안:몰라, 아무 데서나… 같이 자.
첸 티엔:네, 네에. 방…. 가, 같이 쓰면 되겠어요. (헤헤. 웃으며 별장으로 돌아간다.)
첸 이안:따로 잘 생각이었던 건 아니지?
첸 티엔:(눈 동그랗게 뜬다.) 저어, 이, 이젠…. 호, 혼자 못 자요.
첸 이안:그래, 그래야지. 나만 혼자 못 자는 건 불공평하잖아. (어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함께 별장 방향으로 향한다.)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 잔잔한 마을에 점차 밤바람이 불어옵니다. 불긋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빈 집터 사이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솨아아, 솨아아, 나뭇잎과 곡식들이 서로 부딪힙니다. 바람이 저 뒤에서부터 불어오는지 녹음이 흔들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두 사람의 머리칼이 나부낍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시야 앞은 흔들림 없이 잔잔한 풍경이 보입니다.
별장의 불빛이 시야에 들어오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까지, 별장의 문을 열 때까지 바람은 계속 뒤에서 불어옵니다.
마치 무언가가 쫓아오는 소리처럼, 솨아아, 솨아아…
 :별장으로 돌아오면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메뉴는...
rolling 1d40
(
16
)
=
16
rolling 1d40
(
39
)
=
39
메뉴는... 새하얀 크림같은 카이막과 바삭하게 구운 식빵, 꿀을 넣은 따뜻한 우유와 볶은 소고기, 토마토, 파슬리를 넣어 양념에 다시 볶은 뒤 빵 사이에 끼운 탄투니, 콩 샐러드와 주먹만하게 구운 대왕 미트볼입니다.
마침 르로아 자이에도 그림을 찾았는지 거실 테이블 위에는 천에 싸인 캔버스가 놓여져 있습니다. 식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림 보수 작업은 내일 진행해도 좋으니 오늘은 쉬라고 말합니다.
식사를 진행하고 있으면 여전히 창밖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에서는 탁탁탁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바깥은 불빛 한 점 없어 칠흑같은 어둠이 이어져 창에는 서로의 얼굴만이 비춰져 보입니다만, 밀밭이 흔들리는 소리는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첸 이안:시끄러워…. (짜증스럽게 중얼대며 식기를 달각거렸다.)
르로아 자이에: (대수롭지 않은 표정.) 그리 말씀하시면 서운하지요. 이건 땅이 노래하는 것입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이 땅이 노래합니다. 밀밭과 나뭇잎이 흔들리고, 빈 집 사이로 공기가 들어갔다가 나오며 화음을 맞추는 것이지요.
낮에는 잔잔하기 그지 없다가도 밤만 되면 꼭 이렇게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기이하게도, 실상 바깥으로 나가면 그렇게 세차게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잘 들어보십시오. 정말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지 않습니까?
 :... ... 사실, 그것보다는 비명소리나 울음소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첸 티엔:(힐끔, 르로아 자이에의 표정을 살폈다.)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르로아 자이에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오늘 아침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말입니다. 그는 간간이 미소 짓기도 합니다. 마치 아름답고 황홀한 음악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는 이 시끄러운 소리를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첸 티엔:(식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 그 위로 카이막을 바른다. 그리고는 이안의 앞접시 위로 올려주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 저어, 그, 그럼…. 사계절 내내, 이렇게. 바람이…. 부, 부는 건가요?
르로아 자이에: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별장에서 지낼 때부터는 항상 그랬습니다.
첸 이안:(한 입 크기로 잘린 식빵을 콕 집어 먹는다. 당신의 호의에도 그는 고맙다는 인사 한 번 건네지 않고, 대신 음식을 당신 앞으로 밀어주며 너도 먹어, 같은 말을 하곤 했었다. 다만 오늘은….) 내가 저택에 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적 없는데. (중얼거리기만 했다.)
첸 티엔:(미트볼마저 한 입 크기로 잘라 당신의 접시에 놓아주니, 두 사람의 평소 식사 장면을 증명하는 꼴이다.) 으, 으음…. 이 노래한다는 건, 비, 비유적인 표현…. 인 거죠?
르로아 자이에: 비유라, 땅이 제게 말을 걸고 있는 데 그것을 고작 비유라 하시니 저로썬 불쾌하군요. (미친 자의 헛소리나 다를 게 없으나 그는 진지한 얼굴이다. 어찌 되었든 르로아 자이에가 환자라는 사실만은 옳은 것인지, 식사를 거의 그대로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천에 싸인 캔버스를 가지고 식탁 앞으로 돌아왔다. 밀밭이 그려진 풍경화.) 아마 당신께서 이 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거겠지요. 보수 작업은 내일부터 시작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제 별장과 밀밭에 서 있는 제 모습을 그려주길 원합니다.
 :르로아 자이에는 소중한 것을 다루듯 아주 조심히 캔버스를 가지고 옵니다. 유화 그림에는 차분하고 따뜻한 색감의 밀밭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그가 이 별장을 수리하다 발견한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첸 티엔:
예술(미술) Roll
기준치:65/32/13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붓터치가 생생하고 유화의 농담을 이용해 밀밭의 흔들림이나 곡식의 알, 푸른 하늘의 구름을 표현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인데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요?
첸 티엔:(기죽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인다.)
첸 이안:다 먹었어? (어느새 음식을 모두 당신 앞으로 밀어뒀다….)
첸 티엔:으, 으응…. 더, 안 드세요? (추욱.)
첸 이안:왜 이렇게 시무룩해졌어? 난 다 먹었어.
첸 티엔:제, 제가 실, 수한 것 같아서…. (이후 정적.)
첸 이안:뭔 소리야. 네 잘못이 어딨다고. (혹시 덜 먹은 건 아닐까 싶어 대충 자른 미트볼을 손수 먹여줬다. 이어지는 읊조림은 당신만 들었을 것이다.) 미친 사람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첸 티엔:(볼 빵빵해진 채 고개 끄덕인다. 여전히 어깨는 늘어져 있다.)
첸 이안:옳지. (두어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한 뒤에야 식기를 내려놓고 당신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첸 티엔:머, 먼저…. 씻으실래요? 아, 아니면, 도, 도와 드릴까요…?
첸 이안:일찍 자게 같이 씻자. (의뢰인이 제공해 준 잠옷이 따로 있지만, 그는 꼭 짐을 뒤져 당신의 잠옷을 두 개 꺼내둔다. 당신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
첸 티엔:(당신의 행동에는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그랬기에 자신의 짐에 제 잠옷을 여러 벌이나 넣어 온 것이겠지.) 으응…. 오, 옷 벗는 건…. 도, 와 드려요?
첸 이안:(아무 말 않고 팔 벌리고 가만 기다리는 중.)
첸 티엔:(이마저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능란히 단추를 풀어 내렸다. 셔츠 깃을 젖히고, 소매마저 잡아당기니 맨 살갗 드러나는 건 금방이었다.) 저어, 씻, 고…. 가, 같이, 욕조에서…. (우물거린다.)
첸 이안:(옷을 하나하나 벗겨내는 손길을 내려다 보며) 욕조에서?
첸 티엔:가, 같이…. 반신욕, 하고 싶어요. (헤헤.)
첸 이안:그러자. (한껏 풀어진 제 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당신의 옷깃 위로 손을 올렸다.) 벗겨줄까?
첸 티엔:(도리도리도리도리.)
첸 이안:왜?
첸 티엔:호, 혼자 할 수 있어요.
첸 이안:싫은 건 아니지?
첸 티엔:(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첸 이안:그럼 좋아?
첸 티엔:네, 네에...
첸 이안:내가 벗겨주는 건 부끄러워?
첸 티엔:네, 네에......
첸 이안:(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그러나 끄덕였을 뿐… 단추 풀어내기 시작한다.)
첸 티엔:(볼 잔뜩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이안 씨이...
첸 이안:좋잖아. (아주...)
첸 티엔:(우웃.) 그, 그렇긴 하지마안….
첸 이안:방음 잘 되는지 물어볼걸 그랬나? (농담이다. 진짜로.)
첸 티엔:(고개 푸욱 숙인다.) 자, 장난치지 마세요….
첸 이안:(끝내 셔츠 단추는 모두 풀어냈을 것.) 장난 같아?
첸 티엔:(어정쩡…. 하게 셔츠 깃 여미고 있다. 귀 끝까지 붉어진 채 고개 끄덕인다.)
첸 이안:(여미는 손을 붙잡고, 벌어진 셔츠 깃 쪽으로 제 손을 불쑥 집어넣는다. 쇄골 부근을 만지작거린다.) 그래, 장난 같구나….
첸 티엔:(당신의 손 밀어낼 리 없었으므로 셔츠는 금세 벌어졌을 것이다. 몸 움츠리며 웅얼거렸다.) 소, 소리도…. 잘, 모, 못. 참으시잖아요. 여, 여기선….
첸 이안:(허, 코웃음을 쳤다.) 지금 도발하는 거야?
첸 티엔:(눈 동그래진다.) 네, 네에?
첸 이안:(셔츠 주우욱 당겨 내린다.) 참을 수 있거든.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첸 이안:
근력
기준치:65/32/13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져 줘.
첸 티엔:
근?력 Roll
기준치:1/0/0
굴림:9
판정결과:실패
(스르륵...)
첸 이안:응. (벨트 위에도 손 올렸다...)
첸 티엔:저, 제, 제, 제가. 버, 벗을 수 있어요….
첸 이안:그럼 해 봐. (손 스르륵 놓고 팔짱 낀 채 쳐다보고 있는….)
첸 티엔:(수상할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첸 이안:뭐해? 안 하고.
첸 티엔:저, 저어…. 지, 진짜, 해, 요?
첸 이안:그럼 가짜로 하겠니.
첸 티엔:(우물쭈물.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다.) 코, 콘돔. 도…. 어, 없는데.
첸 이안:안에 하는 것도 좋아하잖아. (태연….)
첸 티엔:(셔츠가 벗겨졌으니 목이며 쇄골,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며, 드러난 부분마다 붉게 달아올라 있다. 그럼에도 부정의 말 내뱉지 않는 것을 보아….)
첸 이안:(제대로 구경이라도 할 양 한 걸음 멀어져 당신을 위아래로 주욱 훑는다.) 일단 벗어 봐, 할지 말지는 보고 정할게. (뭘?)
첸 티엔:(결국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벨트를 풀어내었다. 몇 번이고 헛손질해 버클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꽤 긴 시간이 소모되었을 것. 바지를 아래로 내리면, 명백히 부피 키운 것이 속옷 위로도 티가 났다.)
첸 이안:(드물게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침대맡에 걸터앉아 당신의 행위 하나하나를 관람하듯. 천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걸음 가까이로 다가간다. 그마저 여유롭다. 손끝이 당신의 속옷 위를 툭, 건드리고 조용한 속삭임이 이어진다.) 어디까지 상상했는데 벌써 세우고 있어? 내가 직접 벗겨주고 만져주는 거? 소리 참지도 못하게 쑤셔 박는 거? 그것도 아니면, 안에 잔뜩 싸지르는 건가?
첸 티엔:(당신과는 대조되게도 호흡에서부터 조급함이 드러났다. 혀를 내밀어 바싹 마른 입술을 훑었다. 내리 깐 눈을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볼 붉게 물들이는 꼴이 썩 순진해 보일 법도 하나,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순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저, 전부…. 요.
첸 이안:정말…. (귀엽게 군다니까. 제 앞에서는 말도, 몸짓도 유달리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피를 드러낸 것을 제 손바닥으로 감싸쥐었다가도 손길을 금세 멀어지고, 다시 어깨부터 팔까지 일자로 훑어내린다.) 이제 씻으러 갈까? (요구보다는, 넌지시 떠보는 말에 가까웠다.)
첸 티엔:(붉은 눈은 끊임없이 당신을 좇아댔을 것이다. 제 몸에 보드라운 손 닿을 적이면 기대 어린 눈빛이 되었다가도, 손 거두면 아쉬움을 내비친다. 다시금 팔에 온기 닿아오면 황홀한 듯 바라보았을 것이며, 종내에는….) 이, 이안 씨…. 너, 넣어…. 주세요. 안에, 허, 락해 주시면…. (더듬더듬 묻는다. 눈 깜박임은 현저히 줄었다. 진득한, 욕망만이 가닿았을 것이다.)
첸 이안:(황홀 겨운 눈을 마주하자니 그 또한 욕망에 젖어 온갖 것을 상상하고 만다. 여유 있는 태도는 놓아버린 채 곧장 입을 맞추고, 혀를 섞고, 허리를 흔들고 …. 그러나 손을 놓은 채 눈 휘기만 하였다.) 박아줬으면 좋겠어? (질 나쁜 말을 입에 담고 있으면서, 어울리지 않게 나긋나긋 물어온다.)
첸 티엔:네에, 자, 잔뜩…. 깊, 이요. (매사에 소심하기만 했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무언가를 갈망하다 못해 잠겨버린 탓이다. 그런데도 선뜻 손 뻗지 못하고 허벅지에 붙이는 것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치, 침구를…. 더럽힐, 수는. 어, 없으니까. 요, 욕실에서…. 하는 것. 가, 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첸 이안:으응, 그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비죽 웃는다.) 그래도 발칙하네. (그는 꽤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어 침대 바깥에서 행위를 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침실 아닌 공간에서 분위기가 무르익더라도 옷을 벗겨낼 즈음엔 당신의 목에 팔을 두르며 침실로 가달라 졸랐을 테고, 당신이라면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을 것이 분명하니까. 하나 오늘은 목을 껴안는 행동은 그대로이지만, 잇는 단어 없이 입을 맞추기만 하였다. 입맞춤은 순수하고 산듯하였으나, 손으로는 속옷 위로 당신의 것을 쥐었다 놓으며 농락하기 바빴다. 걸음은 느긋하게 욕실 방향으로 밀어내었으니 영락없이 이끌렸을 것. 당신의 등허리에 욕실문이 닿을 즈음 속옷마저 끌어내렸다.)
첸 티엔:(발가벗은 몸 뒤로 문이 닿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를 울렸다. 들어선 욕실은 미약한 온기만이 돈다.) 저어…. 추, 우실 것 같은데. (몸 바투 붙인 채 욕조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튼다. 당신의 손 아래에서 크기를 키운 것, 뜨거울 정도로 발기한 성기를 당신의 허벅지에 비빈다.) 따, 뜻하게…. 해, 드려도, 되, 될까요? (늘 당신을 욕망했으나, 그의 시작은 항상 허락을 구하는 것부터였다.)
첸 이안:으응, 춥네. (어리광 부릴 정도의 추위도 아니지만, 온기를 탐하듯 당신의 어깨에 뺨을 부볐다. 동시에 뜨겁고 단단한 감각이 허벅지 위로 비벼지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떤다. 뚜렷한 욕망의 색을 읽어낸 탓이었다. 귀하신 도련님으로 자라며 배운 것이라곤 몸에 밴 오만, 그리고 흉내 낸 여유 뿐이었다. 그러니 그는 제법 한가로이 구는 것 같았으나 실은 금세 좆을 세우고 흥분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얼마지 않아 기대에 찬 시선이 이어졌을 것이다.) 해 봐, 서두르지 말고….
첸 티엔:(허락이 떨어지면, 그제야 당신의 몸에 손을 댄다. 보드라운 허리를 감싸고, 그대로 들어 안아 욕조 안으로 들어선다. 소박히 꾸며진 별장이라고는 하나 부호의 별장인 만큼 욕조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두 사람을 들이고도 넉넉한 자리. 당신이 욕조의 끝자락에 상체를 기댈 수 있게끔 몸을 뉘어 준다. 그리고는 물을 튼다. 적당히 따뜻한 물이 욕조의 바닥을 자작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이, 러면…. 뻑, 뻑하지는. 아, 않겠어요. (말갛게 웃는다.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채였다. 흉흉하게 선 좆을 당신의 성기며, 배에 문지른다.) 손, 으로…. 푸, 풀어드려도. 될까요?
첸 이안:(당신이 들어 옮겨주는 것엔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당신의 목이며 머리를 끌어안고 하얀 머리카락 위로 콧등을 비빌 때면 저와 같은 향이 나는 것이 여전히 기뻤다. 데워지지 않은 욕조가 등에 닿는 순간 파드득 허리 세우며 차갑다고 몇 번이나 칭얼거리기도 하였겠지만 데운 물이 찰랑이기 시작할 즈음엔 뒤로 완전히 기대었다. 고개 꺾어 천장을 바라보고서는,) 소리 엄청 울리겠네. (나직한 목소리 뒤엔 쪽, 입을 맞추는 소리가 이어졌을 것이다. 예민한 피부 위로 뜨겁고 단단한 성기가 닿을 때면 그것이 배 안을 가뜩 채우는 상상이 들어 으응, 앓는 듯한 신음을 내기도 하고, 제 살결에 당신의 것이 비벼지도록 부러 허리를 움직이기도 했다. 이어 재촉하듯 끄덕인다.) 살살 해 줘야 해…. (언질 없더라도 당신이라면 충분히 배려할 것을 알면서도 수줍은 척을 해댔다.)
첸 티엔:으응, 소, 소리…. 참, 으실 수 있게끔. 해, 볼게요. (덧없는 말이다. 맞추어간다는 핑계 하에 몇 번이나 몸을 겹쳤음에도, 첸 티엔은 자신이 흥분할 적이면 거칠어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매끈한 살갗 위로 제 욕망이 비벼질 즈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평생을 물감에 잠기어 투박해진 손이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목적 확실한 손은 주저함이 없다. 곧장 엉덩이를 붙잡아 벌렸다. 야트막한 물 아래로 주름이 벌려지는 것이 보였다. 벌어진 구멍을 다물리지 않게 할 셈인지, 엄지를 밀어 넣은 채 조금 더 벌려 본다. 깊지도 않은 곳, 입구 근처의 내벽을 꾸욱 내리누르자 손 틈새로 물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오, 늘은…. 더, 많이…. 사, 삼켜주시겠어요. 제, 것 말고도….
첸 이안:으응, 참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해애…. (여지껏 행위 중 소리 제대로 참아본 적 없으면서 고개 끄덕이는 것은 망설임이 없다. 그는 흥분이든 사정감이든, 차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때면 당신의 어깨를 물거나 등 위로 붉은 손톱 자국을 내었으니, 오늘도 그 꼴이 나는 것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고 말이다.)
(오므렸던 다리를 벌리면 음부가 모두 드러났을 테지만,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제 사이에 자리 잡은 당신을 내려다 보듯 쳐다볼 뿐이다. 다만 원래 같았으면 푹신한 이불 위로 몸을 뉘여 더운 것이라곤 당신의 온기 뿐이었을 텐데, 오늘 제 뒤를 받치는 것은 딱딱한 욕조며, 당신의 온기가 희미할 정도로 더운 물이 찰박이는 탓에 내부를 가르는 손길도 평소보다 생경하게 느껴졌다.) 이, 상해, 이거……. (여전히 생소한 것은 기분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몸은 점차 달아올라 아래를 옴작대며 손가락을 물었다.)
첸 티엔:(그간 첸 티엔은 학습한 것이 있었다. 명확한 명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손 멈추지 않는 것. 직접적으로 거부하지 않았으니 손 거두지 않는다. 도리어 반대편 손을 끌어와 주름 위를 훑기까지 했다. 엄지 밀어 넣은 것 빼지 않은 채였으니, 두 손 모두 구멍 하나를 탐하고 있는 셈이다. 따듯한 물로부터 올라온 증기 탓인지, 혹은 그저 흥분 탓인지, 조금은 풀린 눈으로 당신의 모든 곳을 훑었다. 맨살 하나 놓치지 않고 더듬는 시선은 탐미적이기까지 했다.)
하, 하나 더…. 너, 넣을게요. 아, 프면. 마, 말씀해주셔야 해요. (옴작거리며 엄지 물어대는 입구 위로 중지를 문지르다가 틈새 놓치지 않고 밀어 넣는다. 속살을 가르고 들어가는 손가락은 썩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미 들어찬 엄지는 부동했으며,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은 허벅지 모으지 못하게끔 지탱하고 있었으니 꼭 두 사람분의 손가락을 욱여넣은 것처럼 움직이는 꼴이다.)
첸 이안:으응, 아직은 괜찮아…. (차오르는 물 때문인지, 평소보다 둔하게 느껴지는 감각 탓에 다리를 더욱 벌린 채 손가락의 움직임을 받아냈을 것이다. 열이 올라 얼굴은 붉어지며, 점차 숨이 가빠와 드러난 맨가슴이 오르락내리락거리기도 한다. 평소라면 시트를 쥐었을 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분부분이 허옇게 질릴 때까지 주먹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더니 종내 당신의 어깨 위에 얹는다. 땀인지 물인지 모르는 것에 의해 회보라색의 머리카락이 이마와 뺨 위로 척척하게 달라붙어있다.) 으응, 더, 어…. (어느새 눈가도 물기가 어리며, 재촉하기 시작한다.)
첸 티엔:(엄지를 빼내고, 그 자리에 약지를 채워 넣었다.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여 거친 손이 내벽을 갈랐다. 몇 번이고 파고들었던 안이다. 당신이 어디를 좋아하는지, 어느 부분을 문질렀을 때 소리를 참지 못하는 것쯤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중지와 약지를 한데 모아 깊숙한 곳, 조금은 볼록이 튀어나온 곳을 짓누르듯 문질렀다.)
여, 기이…. 조, 좋아하시죠. (확신 어린 말. 애태우는 것처럼 손가락을 뒤로 물린다. 입구에 마디 걸친 채 손가락을 벌리니, 빠끔대며 벌어진 구멍 사이로 물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첸 이안:(전립선을 짓누르면 파드득 쾌감이 올라와 고개를 뒤로 꺾었다.) 아…!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가, 민망한 듯 아랫입술을 물기도 하였다. 뺨이 조금 붉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짓을 내놓는 일은 없을 테니 겨우 끄덕이고,) 기, 분 좋아…. (조그만 목소리로 대꾸하였다. 끊어진 쾌감 탓에 애가 타 제 앞을 몇 번 문지르다가도 숨을 가다듬는다. 살면서 제대로 쥐어본 것이라곤 식기, 펜, 그리고 당신의 손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도련님의 곱다란 손바닥이 당신의 허벅지 위로 슬금 얹어지더니만 중심부까지 안착한다. 붉어졌을 귀두 끝을 손 끝으로 문질렀다. 나도 해 줄게, 속삭인다.)
첸 티엔:우, 읏…. (가난한 예술가는 부드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거친 옷감, 우둘투둘한 캔버스, 빳빳이 굳어 끝이 갈라진 붓…. 그러나 이안 브란트를 만나 매끄럽다는 감각을 배우고, 첸 이안과 지내며 고운 손 붙드는 데 익숙해졌으니 그 느낌 생소하게 여기지 않을 만도 하나, 당신의 손이 제 것을 쥐는 순간이면 늘 허리를 곧추세우며 꼼짝없이 신음을 뱉고 만다.)
이, 이안 씨, 손…. 기분, 좋아요…. (물기 젖은 목소리였다. 기저에는 흥분이 깔려 있다. 곧장 아랫입에 물린 손가락 개수를 늘린다.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손가락 세 개를 봉긋하게 모아 추삽질한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손에 들어간 힘을 짐작게 했다.)
첸 이안:(저택에 사는 내내 이안 브란트는 다듬어진 것들만 보고 살았다. 거칠며 세련되지 못한 것은 모두 외지인의 것이었으니 심술궂은 도련님의 눈에 찬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첸 이안으로 살면서 사랑하게 된 것은 두껍게 물감을 올린 캔버스, 가슬하게 굳은살이 밴 손, 그 손이 제 손과 겹쳐지거나, 혹은 몸을 훑는 순간들 ….)
(뒤로 기대었던 허리를 세워 몸을 당신 가까이로 기울였으며, 기둥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 때면 투명한 물소리가 울렸다. 그의 거친 숨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을 것인데, 손 끝은 굳은살로 투박하되 곧게 뻗은 손가락 각 마디가 내부에서 구부러질 때면 막힌 신음을 내기도 하였다. 뜨거운 공기 탓인지 평소보다 일찍 흥분이 고조에 다다른다. 욕망에 절은 새하얀 눈동자에는 오롯이 당신만이 담긴다.) 하아, 티엔…, 넣고 싶어….
첸 티엔:응, 너, 넣어…. 주세요. (홀린 듯 답했다. 앞에 닿는 자극 탓인지, 단순히 제 손가락 물어오는 속살이 좋은 탓인지 사뭇 느리게 손가락을 빼내었다. 제 좆 문지르는 손 부드러이 떼어낸 뒤 둔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살짝 들어 제 무릎 위로 당신을 올려 앉혔다. 첫 삽입은 늘 당신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으니, 이 순간 또한 당신이 주도권을 쥐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탓. 얄쌍한 허리 붙들어 바싹 당기고, 핏줄 불거진 좆을 엉덩이골에 비빈다.)
첸 이안:(느릿하게 빠져나가는 쾌락에 아쉬운 듯 손가락을 끝까지 물어대니 여린 점막이 뭉근하게 딸려온다. 동시에 안으로 물이 밀려드는 감각에 아래 힘주어 조이기도 하였다.) 착하네…. ( 곧장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언질하지 않았음에도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은 꼭 ‘교육의 결과’로 보였으니, 만족 아니할 수 없었다. 제게 주도권을 쥐어주면서도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몸을 가까이 붙이며 제 살결 위로 좆을 비벼대는 것이 발칙하니 뺨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당신의 머리칼 위로 얕게 입을 맞추고, 어깨를 감싸쥐었다. 부피감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뻐금거리는 입구를 피가 몰린 귀두 끝에 맞춘 뒤 천천히 내려 앉기 시작한다. 손가락으로 헤집어 두었음에도 내부는 귀두부터 빡빡하게 들이문다. 뱃속을 가르는 듯한 압박감에 더불어 더운 습기 탓에 숨이 턱 막혀 왔다. 간간이 물 튀는 소리만 이어지다가, 성기를 반쯤 삼킨 후에야 겨우 낮은 숨소리가 터져나온다.)
첸 티엔:(내부가 녹진하게 제 좆 물어오는 감각이 달갑기만 하다. 당신의 허리를 붙들고, 내벽을 가르고, 전립선을 짓뭉개듯 쳐올리고, 깊숙한 곳에 좆물을 뿌리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곧장 허벅지를 붙들어 뿌리 끝까지 처박고 싶었다. 이 좁은 공간은 당신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질 것이며, 그렇다면 자신은 당신의 입 속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당신은 막힌 신음을 내면서도 제 어깨에 손톱자국을 내고…. 이 모든 것이 교육의 결과였다. 첸 티엔은 명백히 첸 이안에게 욕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의 순종적인 반려는, 그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지 않나. 애정에 의거한 욕망은 사랑을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첸 티엔은 욕구를 참아내었다. 이 또한 교육의 결과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랫입술을 깨물어 사정감을 참아내는 것, 앓듯이 애원하는 것뿐이다.) 흣…. 조, 조금만, 더어. 기, 깊이….
첸 이안:후으, 깊이, 해 줄 테니까아…. (순간이지만 손톱을 세워 어깨를 짓눌렀다가, 다시 가쁜 숨 고른다. 기어이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이 뿌리까지 가득 삼켜낸다. 제게 욕정해 크기를 키운 것을 모두 머금으니 예민한 내벽으로 기둥의 핏줄마저 느껴져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대로 당신을 껴안고 무게를 앞으로 기울인다면 온기 덕에 금세 떨림은 멎어드나 여전히 움직이기는 버거운 듯. 느릿느릿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명백한 애정, 동시에 순종적인 반려에게 내리는 상.)
첸 티엔:(첸 티엔은 첸 이안의 체온을 기억했다. 미지근한 손. 꼭 당신의 성정처럼 무던하던 온기는 몸을 겹칠 때면 달떠올랐다. 손끝이며 드러난 목, 어깨, 그 얼굴마저 발그스름하게 물들 지경이 되면, 새초롬하던 표정은 열에 물들어 흐드러지고….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온기이며,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첸 티엔은 당신에게 욕정하고 마는 것이다. 꼭 당신의 유일임을 증명받는 것만 같아서.)
(그러니 이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을 리 없다. 여린 점막이 제 좆을 끝까지 물어 길을 내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손톱에 긁힌 어깨가 따끔거리는 것이 느껴졌으며, 달 뜬 온기, 선명한 애정 또한 느꼈다. 허리에 두었던 손을 느릿하게 아래로 끌어내린다. 굳은살 박인 손마디며 손바닥이 고운 살결을 긁듯이 훑었다. 가는 허리에서, 골반을 더듬듯 매만지더니, 양 허벅지를 움켜쥔다. 말랑한 살이 손가락에 눌리며 그늘이 지면, 이미 벌려진 다리를 더욱이 벌려 낸다. 붉은 시선이 접합부에 가닿았다.) 이안 씨…. 전, 부. 드, 들어갔어요. (말과 동시에 허벅지를 쥔 손이 등허리를 붙든다. 그리고는 잡아당기듯 앞으로 밀어오니, 내벽 가득 채운 좆이 한 차례 안을 헤집었을 터다.)
첸 이안:(첸 티엔은 틀림없는 제 유일이었다. 이안 브란트는 소유욕이 남다르며 그 소유를 증명하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으니,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첸 티엔은 티엔 브란트가 되었을 것이 뻔하다. 묶여 사는 게 싫었던 도련님, 죽기보다 지는 게 더 싫은 도련님이 기꺼이 첸 이안이 되어 당신을 제 것으로 삼는 동시에, 저를 당신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랑.)
(살결을 쓸어내리는 젖은 손길이며, 욕정을 담아낸 시선을 마주하니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며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그 탓에 내부를 꽉 조였을 테고,) 아, 윽…. (이내 몸이 바투 붙어옴과 동시에 내부로 치받는 성기를 받아내며 앓이를 내었다. 씨근대는 숨소리 뒤에 속삭인다.)
내가 움직일래…. (허리 움찔거리는 것도 잠시, 제법 능숙하게 좆을 반쯤 빼내었다가 끝까지 삼키기를 반복했다. 내려 앉을 때마다 퍽, 살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물이 크게 찰박였다. 내부 가득 채울 때마다 나직한 신음을 흘리다가, 곧 제 것이라는 흔적을 남기듯 당신의 손을 끌어다가 잘게 잇자국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예술가인 만큼 양 손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 잘 알면서도, 이따위 배려 없는 행동마저 기꺼이 허락 받을 수 있는 사람 저 뿐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
(몇 번이나 눌러 참는 신음, 그리고 물 소리가 반복되었다. 허리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즈음, 욕조에 무릎을 부딪히고야, 아파…,투정하듯 웅얼대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으응, 네가 움직여…. (이랬다 저랬다, 언제나 제 마음대로 명령하듯 말한다. 하나 상기된 뺨이며 축축이 젖어 바라보는 눈빛을 보아하니 마냥 명령만은 아닌 듯도 하고.)
첸 티엔:읏, 아…. 이, 이안, 씨. (흥분에 젖은 사람치고는 고분고분하였는데, 단순히 당신이 움직이겠다는 그 말 한마디 어기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니 당신이 제 손가락 위로 자욱 남기는 것도 거부할 리 없다. 거칠게 살아오면서도 중히 여겼던 두 손, 이제는 그 무엇보다도 첸 이안이 우선이었다. 설령 손을 쓰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오히려 기다란 손가락으로 뺨을 훑고, 입술을 더듬으며, 갈라진 틈에 검지 밀어 넣어 혀를 문질러보기도 했으니 온몸 써 자국 남겨주길 바라고 있는 꼴.)
너무, 조, 좋아요. 흑, 이아안…. (신음 참지 못하고 뱉어낸다. 당신이 움직이는 것에 능숙해졌듯 첸 티엔 또한 받아내는 것에 능숙해졌으므로, 구멍이 좆 물어 삼킬 때 허리 뭉근하게 움직여 내부를 휘젓기도 했다. 귀두로 전립선을 치받지 않더라도 부피 잔뜩 키워 낸 성기는 볼록 튀어나온 부분 짓뭉개듯 문질렀을 테니, 첸 티엔 또한 ─자신도 모르게─ 배려 없는 행동을 지속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아파, 한 마디에 파들짝 놀라 당신 얼굴 훑어내는 건 여전하다. 달아오른 뺨, 물기 어린 눈. 평소였다면 좆 바짝 세운 채 흥분해 달려들었을 법하나,) 아, 아, 아파요? 우, 읏…. (눈물이나 방울방울 흘려대고야 만다. 그럼에도 내부 채우고 있는 성기는 흉흉할 정도로 부풀려졌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
첸 이안:(처음에는 아프지 않게 잇자국 남기는 정도였을 터이나, 손가락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더운 혀가 손가락을 감쌌을 것이다. 손 끝을 툭툭 건드리는가 싶더니, 길게 핥아보고, 곧 중지와 검지를 물고 부러 자극하려는 듯 소리나게 빨아들였다. 츄읍, 츱…, 끈덕진 소리가 울릴 때까지 기다란 것을 물며 눈을 감았다가 슬며시 내리뜨는 꼴 보아 펠라치오 하는 모습이나 다름없다.)
우읏, 윽…. (빠져나갔던 좆이 내부를 끝까지 단번에 쑤시는 것도 모자라 부단히 예민한 부위 위로 문질러지니 고개나 허리를 꺾으며 끙끙 앓아대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대로 잔뜩 쑤셔져 가고 싶어, 그리 생각하며 성기를 빼내었다 집어넣는 타이밍에 맞추어 구멍을 움칠대기도 했다. 허나 눈물 흘리는 당신 얼굴을 마주하자니,)
하…. (숨결 섞인 웃음 내뱉기만 한다. 아프단 투정 한 마디에도 이리 안절부절못하니 귀엽기도 하지만, 귀여운 만큼 괴롭히고 싶어지기도 하고. 괜히 성기를 끝까지 빼낸 뒤 단박에 내려앉는다.) 응, 나아…. 여기 부딪쳤어. (그러고 나서야 제 무릎 위로 당신의 손을 얹어주고, 손이 당신의 눈가를 훑는다.)
첸 티엔:윽, 자, 잠시만…. (비좁은 곳을 가르는 감각. 부드럽게 풀린 내부가 좆 오물거리며 물어오는 느낌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자극적이다. 눈가를 샐그러트리고, 꼼짝없이 흥분 섞인 숨을 뱉으나, 눈물 그렁그렁 매달린 시선만큼은 그대로였다. 무릎 위를 더듬듯이 매만진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 그만. 하, 할까요? 많이, 아파요? 멍, 들기라도 하면…. 흑. 어, 어떡해요….
첸 이안:(걱정하는 도중에도 자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여 성기 흉흉하게 세운 채 거칠은 숨을 내뱉는 모습을 느긋하게 훑는다. 당신이 울음 그치기도 전에 멋대로 허리를 흔들며, 이리 예민하게 구는 주제에 정말 멈출 수 있겠느냐고, 그만해달라며 사정하는 도중에도 끝까지 몰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순간 치솟았으나 그랬다간 당신이 아주 눈물 펑펑 흘릴 것 같아 고개 가로 젓기만 했다.)
그 정도는 아냐. 만져 주니까 안 아픈 것 같기도 하구. 그냥…. 그런 거 신경 안 쓰일 때까지 해 주면 안 돼? (절대로 나쁜 생각은 한 적 없다는 듯 순진무구하게 눈 깜박인다.)
첸 티엔:으, 으응. (이어 들리는 훌쩍임. 울음 억지로 참아내기라도 할 셈인지 호흡이 가쁘다. 기다란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아래로 툭 떨구어지고, 히끅거리는 소리 멎어들 무렵에야 당신을 뒤로 뉜다. 신경 안 쓰일 때까지, 해 드리면…. 발간 눈, 그 위로 기묘한 맹목이 어리었다 사라진다. 혹여나 무릎 또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양다리 들어 올려 제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숙인다. 허연 머리카락이 아래로 늘어지며 당신의 시야를 가렸을 터다.)
잊, 게…. 해, 드릴게요. 이, 이안 씨가…. 바, 라는 대로…. (허리 뒤로 물린다. 핏줄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로 느린 몸짓이었다. 구멍이 움칠거리며 귀두를 물어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질 무렵, 퍽. 단번에 뿌리 끝까지 밀어 넣는다. 성이 난 것이 정확히 전립선 위를 쿵 찧었다.)
첸 이안:(울음 그칠 때까지 눈가 만질대거나 젖은 뺨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마주한 시야 위로 무분별한 애정 같은 것이 겹쳐지면 그는 하릴없이 숨을 죽였다. 당신이 울음 참아낸 것과 반대로, 웃음을 참아낸 것이겠지. 희고 곱다란 머리카락 몇 올을 제 손아귀에 쥐었다가도 손가락으로 가벼이 엮어내기만 한다.)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더디니 그는 더 안달이 나 아랫입을 움찍대었으며 귀두 끝이 빠져나갈 듯 걸쳐진다면 낮게 침음하였다.) 으음, 티에엔…. (재촉이라도 하듯 나직이 당신의 이름을 부를 즈음,) …아-! (단숨에 아래를 가르고 예민한 부위를 자극하는 몸짓에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을 헉, 들이켰다. 불현듯 불이 튀듯 시야가 희게 점멸하니 제 앞이 당신의 머리칼로 가려진 것인지, 눈을 감아버린 것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지경. 반사적으로 발 끝 오므라들고 허리가 휘어 들썩 들린다. 뱃속까지 치미는 압박감에 몸에 힘이 들어간 탓, 성기를 밀어내는 양 구멍이 꽉 조였으나 몸 물리지 않으니 외려 내벽은 기둥을 조여물며 오물대는 꼴이 되었다.)
첸 티엔:(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치미는 사정감 탓이다. 자신이 당신에게 길들었듯, 당신의 안 또한 제 좆에 맞추어 길이 든 것만 같았다. 깊은숨을 들이켜고, 느릿하게 내쉰다. 동시에 다시금 허리를 물렸다. 굼뜬 움직임이었다. 이어 치받는다. 그런 움직임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찰박이는 소리가 욕실 내를 가득 채웠다.) 여, 여기이…. 넣, 을 때마다,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다. 잠깐의 틈, 그 짧은 호흡을 놓치지 않고 좆을 욱여넣는다. 삽입한 것 빼내지 않은 채로 아랫배를 꾸욱 누른다. 그리고는 말 이었다.) 너무, 조여서. 조,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첸 이안:(깊은 곳까지 침범하며 내부를 뭉개듯 퍽, 박아올 때마다 히극, 힉, 밭은 숨만 내뱉었다.) 자, 잠까, 안, 아앗, 티, 엔…. (겨우 완성시킨 단어란 당신의 이름. 다시금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엔 이전보다 힘이 풀려있다. 쾌감에 잠식되어 눈빛 몽롱해진 채 제 것을 문지르기도 하였으며, 그럴수록 신음소리가 짙어졌다. 더어…, 웅얼대며 허리 들썩거렸다.)
(내벽 스칠 때마다 점막 위로 성기의 박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으며, 평소 다정하기 짝이 없는 손끝이 지긋하게 아랫배 누른다면 그 박동은 더욱 크고 빨라지는 듯 느껴졌다. 수치스러워 귓가 붉어진 채 도리질했다. 그러나 쉼 없이 이어지는 자극 탓에―어쩌면 수치심에 뺨 물드는 와중에도 당신의 말 마디까지 거나한 자극으로 받아들였고― 혀 끝으로 으응, 응…, 교성을 흘려대었으니 그것이 꼭 대답 같기도 했다.)
첸 티엔:으, 응. 아, 알겠어요. 좋아, 하신다니까…. 제, 제가. 노력, 하, 할게요. (추삽질이 빨라진다. 드문드문 들려오던 물소리가 이제는 끊이지 않는다. 당신을 제 아래에 단단히 옭아맨 채 좆을 처박았다. 더 깊숙이, 안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허릿짓에 따라 밀려온 물이 찰랑이다 못해 살결을 넘나든다. 당신의 배를 적시고, 가슴까지 튀어 오른다. 무얼 상상이라도 한 것인지 볼이 달아오른다. 홀린 양 물기 젖은 몸 내려다보더니, 즉시 뒤로 물렸던 허리를 쳐올린다. 조금은 거친 몸짓. 단단한 것이 내벽을 사정없이 갈랐다. 뱃가죽 아래로 좆의 윤곽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제, 조, 좆이. 조금만 더…. 컸, 으면. 조, 좋았을 텐데…. 그럼, 더, 깊이….
첸 이안:(깊이 박아넣는 대로 몸이 힘없이 흔들린다. 평소보다 조급하고 거친 행위가 이어지면 허억, 숨 크게 들이키며 당신의 팔을 붙잡았다. 분명 천천히 하라며 당신을 저지할 셈이었으나, 뺨 붉힌 채 온전히 저만을 바라보는, 넘쳐 흐르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 붉은 눈빛을 보자니 팔을 잡은 손엔 저절로 힘이 풀렸다. 오히려 맘껏 거칠게 다루어 당신 것으로 만들어 달라 조르고픈 마음 불쑥 치솟기까지 했다.)
맞물린 부위는 한계치까지 벌어진 데다가 이미 결장까지 처박히는 것만 같은데, 더 깊숙이 들어갈 리 없다며 도리질하기만 한다.) 그, 런 거어…, 흐윽, 시, 시러어…. 더느은, 안 드러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웃, 흐윽…, 우는 소리인지 앓는 소리인지 모를 것을 내더니 사정감이 저릿하게 밀려오자 아랫입술이 더욱 붉어질 정도로 물었다. 주변도, 저도, 당신도… 온통 물기로 젖었는데 제 목 안은 바짝 타들어가는 것만 같아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몇 번 입에 담을 뿐이다.) 티엔, 흐으, 키스해, 줘어….
첸 티엔:(곧장 몸을 숙여 입술을 부딪친다. 안 그래도 당신의 다리를 제 어깨에 걸쳐두었는데, 허리마저 숙였으니 상대의 몸을 더욱이 접어버리는 꼴이다. 그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혀를 밀어 넣는다. 뜨거운 살덩이를 쪽, 쪽 빨아들이고, 점막을 비비고, 하순을 살포시 물어 당기며 맞물린 입술 물려 숨구멍을 틔워주다가도, 다시금 삼키고…. 익숙하다 못해 능숙하기까지 한 모양새. 윗입 희롱하며 아랫입 가만히 둘 리 없으니 살갗끼리 마찰하는 소리 또한 거세어진다. 허리 쥔 손에 핏줄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한껏 처박았다. 체중 실었으니 더욱이 깊숙이 찧는 꼴이다. 끝까지 꿰뚫듯 박아 넣고서야 비로소 허리를 바르르 떤다. 파정이었다. 좆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게끔 허리 뭉근히 돌리며 성기를 욱여넣었다.)
첸 이안:(바짝 붙어오는 체온에 데이기라도 한 듯 허벅지를 파득 떨며 발 끝을 움츠렸다. 그러면서도 말캉한 살덩이의 끝을 얕게 할짝이기 시작하였고, 곧 당신이 제 숨이라도 쥐고 있는 마냥 아양 떨듯 혀를 치대어 오는 것이다. 하나 제 아래로 좆이 들락거리며 흥분감이 더해지니, 발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풀린 혀가 제대로 입맞춤에 응할 수 있을 리 없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흐르며 숨 고르는 것도 힘들어 헥헥거리는 꼴을 보아, 당신에게 혀 섞는 법을 가르친 쪽은 이쪽일 텐데도 외려 서툴러 보이기까지 할 것.)
(벌어진 입술 새로 새어나오던 신음이 점차 짙어지더니, 피가 몰려 붉어진 성기가 움찔대던 끝에 희뿌연 액을 울컥 쏟아내었다. 절정, 이어 내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듯한 액체를 느끼며 입 다물지 못하고 바르르 떨기만 하였다. 그럼에도 반사적으로 아래는 꽉 조였으니 정액을 제 안에 머금은 채, 당신의 목을 껴안고 숨을 쌕색 고른다.)
첸 티엔:(내벽이 경련하듯 떨리는 것을 느꼈다. 속살이 부드러이 풀리다가도 바짝 조이며 제 좆을 물어오니, 자신도 모르게 허리 바짝 붙여 문지르게 된다. 삽입한 성기를 얕게 빼었다, 부드러이 밀어 넣으며 내벽을 쿡쿡 찌른다. 사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탓이다. 새빨간 눈은 여전히 흥분에 젖어 흐물거리고, 정확히 당신만을 담아내고 있다. 다물리지 못한 채 벌어진 입에 제 입술을 겹쳐낸다. 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린다. 탐욕적일 정도로 숨을 갈취했다. 키스해 줘. 그 명이 거두어지기 전까지는 몸 떼어내지 않을 셈이다.)
첸 이안:(내부에 싸지른 액이 마찰되니 소리가 물에 잠기지 않았다면 찌익, 찌걱, 하는 소리 이어졌을 테다. 안 그래도 민감한 상태에서 애를 태우는 듯한 자극이 이어지니 비음과 함께 여직 가라앉지 않은 성기가 꺼덕이기도 했다. 힘없이 축 늘어졌던 이가 겨우 몸 바르작대며 웅얼거리는 말을 내뱉는다.) 히윽, 그마안…, 응? 나 갔, 어어…. (이대로 저지하지 않는다면 분명 한 번 더 일을 치르게 될 것 같아 ―심지어 조르는 쪽은 제 쪽이 될 것이 뻔하여― 가볍게 도리질했다. 이 정도로도 당신이라면 그만둘 테니까.)
(입맞춤에는 그대로 응하였지만 여전히 쾌락이 식지 않았으니 혀를 섞는 행위는 느릿느릿하다. 하아, 으응…. 혀를 빨아들이고 타액을 삼키는 와중에도 간간이 소리 내는 것도 여전하다. 어느 정도 페이스가 맞추어질 즈음에야 그만해도 된다는 듯 어깨를 톡톡 두드리기만 했다.)
첸 티엔:(어깨 두드리면 얌전히 몸 물렸을 것이다. 그러나,) 저어…. 이, 이안 씨, 것. 서, 섰는데. (올망졸망한 눈.) 마, 만족…. 못, 하신 거면….
첸 이안:(눈 가늘게 뜬다.) 됐어어, 여기서 더 못하겠어. (침실이었다면 더 했을 것이란 뜻이다….)
첸 티엔:으, 으응. 그럼…. 이, 입으로, 처, 청소. 해… 드릴까요? (딱 봐도 어디서 이상한 것 주워듣고 온 모양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뱉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굴. 말간 낯으로 몸 물려 삽입했던 성기를 빼낸다.)
첸 이안:(하? … ….) 너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뱃속을 채우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정액이 주륵 새어나가는 느낌이 묘하여 인상 찡그리기도 했다.)
첸 티엔:(순진한 낯. 눈 동글동글 뜬다.) 채, 책에서…. 앗, 다, 닦아 드릴게요. (잘랑이는 물 손으로 떠내어 당신의 허벅지에 뿌린다. 희멀건 것 엄지로 훔쳐내기도 했다.)
첸 이안:그런 눈 해도 소용 없어…. (뭐가?) 나 괜찮으니까 이제 씻겨 줘어. (등을 받치는 욕조가 딱딱했던 탓인지, 혹은 평소보다 행위 거칠었던 탓인지… 아래며 허리며 얼얼하지 않은 곳이 없다. 쾌락을 모두 물린 뒤에야 아픔이 스멀스멀 밀려드는 것을 보아 퍽 만족스럽긴 하였나 보다. 칭찬이라도 하듯 뺨 위로 짧게 뽀뽀.)
첸 티엔:(고개 갸우뚱 기울인다. 여전히 눈 동그랗게 뜬 채다. 당신의 말 전부 이해하지 못한 낌새이나, 뺨 위로 닿아오는 감촉에 그저 웃어버리고 만다.) 으, 으응…. 그럼, 무, 물을 조금 더 틀게요. (물이 콸콸 흘러나오게끔 수도꼭지를 돌린다. 차오르기 시작한 물로 당신의 몸을 적셔주었다. ) 씨, 씻고 나가면…. 오일을 발라 드릴게요. 그으, 저번에…. 향이 좋다고 하셨던 거. 챙겨 왔어요. (헤헤….)
첸 이안:(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제 이 말은 당신이 알아듣지 못하겠구나… 정도의 생각은 진작 하고 있으나 성격이 좋지 않아서 굳이 풀어 말하지 않는 것이다. 몸 적시는 손길 거부하지 않고, 뒤로 몸을 기울여 등을 기댄다.) 짐이 많다 싶었더니 그런 것도 챙겨왔구나?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라고 옷 하나도 챙겨오지 않은 사람이 말했다. 화자가 단단히 바뀐 것 같다….)
첸 티엔:하, 하지만…. (볼 발그레 물들인다. 바디워시를 샤워타올에 짜 거품을 잔뜩 내고, 당신의 몸에 거품을 문지르며 말 이었다.) 브, 란트 씨가…. 절, 호, 혼자 두실 리 없으니까. (첸 티엔은 본디 확신과는 거리가 먼 이였다. 언제나 상대의 눈치를 보며 몸을 움츠리고, 속단하는 일 없으며, 손에 쥔 것마저 제 것이 아니라 믿으며 놓아버리는…. 그러나 당신에게만큼은.) 절, 사랑하시잖아요….
첸 이안:(레몬 향인가? 간지러워, 그리 말하며 제 몸 위로 얹어진 거품을 덜어 당신 뺨과 어깨에 콕콕 올려보기도 했다.) 잘 아네, 혼자 내버려 뒀다간 사기 당할까 봐 걱정되니까…. (꼭 무드 깨는 말을 하다가 우뚝. 사랑하는 이가 제가 내어 준 애정을 확신하는 모습, 귀여워 보이지 않을 리 없다.) 그것도 잘 아는 것 같고.
첸 티엔:(얼굴이며 어깨에 거품 올려내니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된다. 눈꼬리 유순히 접어가며 웃었으니 더욱이 바보 같아 보였을 터다.) 이안 씨가…. 가, 가르쳐 주셨어요. 전부…. (수줍은 투. 손가락 하나하나 중히 여기며 거품 발라내더니, 이윽고 적당히 데워진 물을 몸 위에 끼얹으며 거품을 꺼트렸다.) 무, 물기도…. 닦아 드릴게요.
첸 이안:(티없이 맑게 웃는 표정을 볼 때마다 딱 두 가지의 행동을 했다. 바보… 속으로 생각하거나 저 또한 그 희소에 동화되어 슬 웃어버리거나. 오늘은 후자였다. 이어 당신 몸 위로 거품 잔득 올린 후 제게 해주는 행동을 얼추 비슷하게 따라 하였으니 얼추 씻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참고로… 그냥 심심해서 그랬다. 받은 만큼 나도 해 줘야지 같은 것은 이안 브란트의 사전에 없었으니까. 첸 이안이 된 지금은 생길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첸 티엔:(쑥스러워 하면서도 그 손길 얌전히 받아들였다. 이윽고 두 사람의 몸이 깨끗해지면, 먼저 욕조에서 빠져나와 수건을 챙긴다. 당신의 머리며, 어깨, 팔, 몸에 묻은 물기 모두 꼼꼼히 훔친 뒤에야 제 몸을 닦아내었다.) 치, 침대에…. 누워 보시겠어요?
첸 이안:(몸을 닦아줄 때도 별 생각 없이 당신에게 마른 몸을 치대었으니 두 번 일을 하게 만든 셈이나 다름없다. 옅지만 붉게 손톱 자국이 난 당신의 하이얀 어깨를 낼롱 핥아본 뒤에야 침대에 엎드렸다.)
첸 티엔:가, 간지러워요…. (부스스 웃었다. 당신이 침대에 엎드리면, 그 아래에 베개며 담요를 잔뜩 끼워 넣어 자세 편히 받쳐준 뒤에야 짐 더미를 뒤진다. 오일을 꺼내 제 손바닥을 축축이 적시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당신의 허리를 지압하듯 문지른다.) 아, 아프면…. 말씀해주셔야 해요.
첸 이안:별로 배기지 않아서 괜찮은데. (그리 말하면서도 저지하지 않고 당신의 호의를 모두 받아들인다. 기다리는 동안 고개를 틀어 당신의 행동 지켜보며 다리 동동거리기만 하였다.) 으응…, 기분 좋아. (베개 위로 고개 묻으며 웅얼댄다. 허리 부근은 꽤 예민한 편이었으니 간질거리는 감각이 슬그머니 올라와 끄응, 앓는 음성 내기도 하였을 테다. 그러다 문득 묻는다.) 안 귀찮아?
첸 티엔:(그 즉시 눈 동그랗게 뜬다. 못 들을 것을 들어버린 사람마냥 당신을 바라보았다.) 귀, 귀찮다뇨…?
첸 이안:안 귀찮은 거 아는데 그냥 해 본 말이었어. (태연…) 예의상 가끔 괜찮다, 번거롭게 하여 죄송하다 같은 말도 해야 한다고 배웠거든. (안 하지만.)
첸 티엔:하, 하지만…. 저는, 이, 이안 씨의. 남편…. 이니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 양 뺨 발그레 물들이며 말했다.) 그런, 예의상의 말은…. 하, 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첸 이안:음… 그것도 그래. 부부니까. (당신의 목소리 듣지 못할 리 없다. 순순히 납득한다.) 그럼 다리에도 발라 줘. (그리하여 원래의 도련님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다고 표현하기엔 멀리 간 적 없지만.)
첸 티엔:(헤헤…. 웃으며 손을 아래로 내린다. 허리 꾹꾹 지압하던 손이 골반을 거쳐 허벅지를 지그시 누른다. 뭉친 근육 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랑한 살결 문질렀다.) 자, 잠옷은…. 어떤 걸, 꺼내드릴까요?
첸 이안:손 힘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다니까, 연약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눈 깜박깜박. 당신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동안 문득 생각한다. 저택에 있을 때 초대 받은 귀족들의 우스갯소리나 음담을 주워 들은 적 잦았는데, 피부에 바르거나 향을 오래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춘약 같은 것이 있다고들…….) …다음에 써 먹을까. (홀로 중얼거림.) 아. 아무거나, 네 걸로….
첸 티엔:매, 매일…. 이젤이나, 캐, 캔버스를 옮기는걸요. (연약하지 않다는 것을 어필? 했다. 이어지는 중얼거림에는 고개를 기울였으나, 무어라 되묻지는 않았다. 당신이 바라는 것에 부연이나 까닭은 필요치 않다. 마사지를 끝낸 뒤에야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짐 더미에서 제 잠옷을 꺼내오고, 당신이 상체를 일으킬 수 있게끔 돕는다. 손수 팔 벌려내며 상의를 끼워주었다.) 바, 바지는…. 어떻게 할까요?
첸 이안:그렇지, 나도 옮기고…. (상체 일으켜 준다면 부러 몸에서 힘을 쭉 빼고 당신에게 기대었다. 그러니 옷 입히는 것은 가만 서 있을 때보다 훨 어려웠겠지만, 관계 이후 옷 꿰어줄 때라면 늘 어리광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비스듬히 기대거나 껴안았을 테니 이 상황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이어진 물음에는 대충 브리프만 챙겨 입은 채 이불 안으로 꾸물꾸물 들어간다. 당신 몫의 옆자리를 비워두고, 얼른 들어오란 듯 빤히 보기만 한다.)
첸 티엔:(제 몸에 닿아오는 온기나, 무게가 그저 기껍기만 하다. 당신이 이불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서야 제 옷을 꺼내어 입고, 매트리스가 출렁이지 않게끔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오른다. 당신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아 이불 끌어오는 손길이 퍽 익숙하다.) 저어….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마냥 입술을 우물거렸다.)
첸 이안:왜? (어깨에 착 붙는다.)
첸 티엔:(볼 붉혔다.) 구, 굿나잇 키스를…. 아, 아직. 못, 받았어요.
첸 이안:어디다가 해 줄까? (이런 거나….)
첸 티엔:(더욱 빨개졌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웅얼인다.) 이, 입술에….
첸 이안:(어깨 덥석 끌어안은 채 입술 위로 입도장 꾸욱… 눌렀다가 떨어진다. 이어 가만 쳐다보기만 하니 무얼 기다리는 모양새.) 나도오.
첸 티엔:(귀 끝까지 붉게 물들인 채 가만가만 웃는다. 몇 초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들이민다. 뺨 위로 짧게 뽀뽀하고 떨어졌다.)
첸 이안:왜지? (뚱...)
첸 티엔:(눈 댕그래졌다.) 뭐, 뭐가요…?
첸 이안:난 왜 입술에 안 해 줘? (여전히 뚱... 유치하다.)
첸 티엔:앗…. (더 붉어질 수 있나? 싶었으나 놀랍게도 더욱 볼을 붉혀 낸다. 다시 몇 초의 망설임. 눈 질끈 감은 채 입술 맞대었다 떨어졌다.)
첸 이안:(머리색 말곤 붉지 않은 구석이 없겠구만. 그제야 만족스런 낯이 된다. 아마 당신이 떨어지고 나서도 옷 잡아당겨 찌인하게 뽀뽀 한 번 더.) 잘 자.
첸 티엔:(첸 티엔은 첸 이안과 지내며 숱하게 죽?어왔으나, 함께 한 시간이 쌓인 만큼 더는 당신의 온기가 낯설지 않았다. 그러니 딱 3초만 죽었다. 되살아 난 뒤에야 느릿느릿 답했다.) 이, 이안 씨도요….
첸 이안:(그럼에도 얜 대체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같은 생각만 하고 있다. 으응, 대강 답하며 꾸물꾸물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단단히 옭아매듯 몸을 껴안는다.)
첸 티엔:(숨 합 들이켠다. 내쉬는 숨소리 하나가 당신의 단잠을 거슬리게 할까 봐 조심조심 호흡한다. 여느 때처럼 당신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끊이지 않았던 땅의 노래가 다시금 들려옵니다. 두 사람은 녹이 슨 소리 같은 노래와 함께 잠에 빠집니다.
이 날 새벽 네 사람은 모두 악몽을 꿉니다.
 :...
...
쇄애액, 쇄애액. 바람이 불어옵니다. 당신은 드넓은 밀밭에 가지런히 서 있습니다.
파도 포말처럼 일렁거리며 곱게 익은 밀알이 흔들립니다. 알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녹슨 종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요동치는 들판은 마치 밀밭 아래를 가로질러 동물 무리가 지평선 끝에서부터 더 먼 곳까지 내달리는 것만 같습니다.
하이얀 머리칼 마저도 흩날릴 때, 밀알이 부닥치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땅이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소리내어 울고, 풍경이 요동치고,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어느새 당신의 등 뒤로 커다란 그늘이 지며 비가 뚝, 뚝 내리기 시작합니다.
쇄애액, 쇄애액. 울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빗발이 거세집니다. 돌연 당신이 몸을 돌려 뒤돌아 고개를 들면 땅이 울며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당신은 이것을 본 적 있습니다.
 :새하얀 몸, 세 번 정도 관절이 꺾인 긴 팔과 다리 끝에는 물갈퀴가 큼지막하게 있고,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것. 가로로 길게 쭉 찢어진 입이 쩌억 벌리고 비명을 지르거나 울부짖습니다.
그것의 목울대가 성난 소리를 내며 진동합니다. 얼굴에 크게 박힌 행성을 닮은 폭풍의 눈만이, 이 땅을 대표하여 당신만을 응시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51/25/10
굴림:52
판정결과:실패
 :티엔, 이성 감소 1d3
첸 티엔:1
 :아침이 되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당신을 깨웁니다. 운전사 조지인 듯합니다. 사용인이 당신을 깨우는 상황이 꽤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첸 티엔:(기지개 한 번 켜지 않고 상체만 일으킨다. 혹여나 자신의 배우자가 깰까 봐 들인 습관이었다. 흐린 눈 비비며 옆자리를 훑는다. 이안은 자고 있나?)
첸 이안:일어났어? (웅크려 누워 있다가 당신이 일어나면 곧장 몸을 가까이로 붙여온다.)
첸 티엔:으응…. 버, 벌써 일어나셨어요? (후다닥 이불 끌어와 당신의 어깨까지 덮어 낸다.) 밖에, 사, 사람이 온 것 같아요.
첸 이안:시끄러워서 많이 못 잤어…. 피곤해. (퀭한 눈가 문지르다 말고 당신의 옷 위로 얼굴 부비적댄다.) 나가기 싫다.
첸 티엔:자, 자는 척할까요…? 아, 아니면…. 아, 프다고…? (급기야.)
첸 이안:자는 척…. (스르륵 눈을 감는다. 이렇게 되면 자는 척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첸 티엔:(등 도닥여준다.) 조, 금 더 주무세요. 바, 바깥일은…. 제가, 보고 올게요.
첸 이안:… ……. 너 나갈 거면 나도 그냥 갈래. (아주 껌딱지나 다름없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첸 티엔:앗…. 그, 그럼…. 잠, 시만요. (쪼르르…. 먼저 내려가 옷을 들고 돌아온다. 보드라운 재질의 셔츠와 바지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가, 갈아입는 것…. 도와 드릴게요.
첸 이안:으응. (침대 밖으로 다리만 솔랑 내밀고 앉는다. 상체는 앞으로 기울여 당신에게 기댄다.)
첸 티엔:(제게 기대 오는 무게 익숙히 얼러 내며 옷을 갈아입힌다. 포근한 가디건마저 가져와 팔 꿰어준 뒤에야 당신에게서 떨어져 제 옷을 갈아입었다.) 나, 나가볼까요…?
첸 이안:(익숙하게 당신의 손길을 받아, 당신의 옷을 껴입고…. 이래서야 상대가 없으면 못 사는 쪽은 이쪽일 게 분명하다. 당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
 :거실 밖으로 나가면 운전수 조지가 인사합니다.
조지: 편히 주무셨습니까? 변변찮기는 하나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었으니 앉으시지요. (따뜻한 빵과 스프를 차려둔 식탁으로 둘을 데려간다.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간혹 미간을 손으로 꾹꾹 누르거나 피곤한 안색이 눈에 띈다.)
첸 티엔:(이상한 꿈을 꾸기는 했으나…. 내색 않고 자리에 앉는다. 빈 접시 위로 빵을 덜고, 당신의 앞에 밀어주며 물었다.) 저어…. 피, 피곤해 보이세요. 어디, 아, 아프신 건…?
조지:그런 것은 아니고…. 밤새 꿈자리가 영 좋지 않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거든요. 땅에서부터 총알다발이 솟구치는 꿈을 꾸었는데….
 :조지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르로아 자이에가 제 방에서 나와 맞은 편 의자에 앉습니다.
르로아 자이에: 꿈은 반대라고 하지 않나, 분명 길몽일 게야. (태연한 낯으로 스푼을 든다.) 다들 좋은 꿈 꾸셨습니까?
첸 티엔:으, 으음…. (눈썹 늘어트린다.) 이, 이안 씨는…. 어떠셨어요?
첸 이안:(당신이 덜어준 빵을 깨작깨작 먹다가 말고 슬며시 미간 찌푸렸다.) 밤새 창문이 바람에 흔들려서 깊게 자지도 못했는데… 잠들기만 하면 계속 이상한 꿈을 꿨어.
 :그가 말하는 꿈의 내용이란 이렇습니다. 격하게 부는 바람 소리 때문인지, 꿈에서 창밖에 우글우글 모인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창문을 향해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얼굴 중앙에 커다란 눈알 하나만 단 채 부릅 뜬 수십 개의 외눈이 이안 한 사람을 노려보았습니다. 드문드문 그것들은 ‘돌아와’ 라고 말했습니다.
르로아 자이에: 각기 다른 꿈을 꾸셨나 보군요. (이어 자신은 좋은 꿈을 꾸었다며 자랑하듯 말문을 열었다.) 땅이 흔들리고 지면이 흐물흐물거리는데, 제가 진흙처럼 녹아 땅에 흘러내렸습니다. 분명한 길몽이겠지요.
첸 이안:정신이 나갔군….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댔다.)
첸 티엔:음…. (답지 않게 대꾸하지 않는다. 대꾸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무어라 할 말 찾지 못하고 손 꼼질거리기만 했다.) 저어…. 이, 전에는. 이런 꿈을…. 꾸신 적, 어, 없는 거지요?
르로아 자이에: 그렇지요. 이전에는 그렇다 할 꿈을 꾼 적이 없었는데, 땅이 이렇게까지 저를 반기는 일은 처음입니다. (처음보다 생기를 띠는 모습과는 반대로 음식을 얼마 먹지 않고 내려놓으니 그가 환자임을 보여준다. 티엔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 후 그림 작업을 시작합시다. 별장에서 가장 가까운 밀밭으로 가 작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첸 티엔:(우물쭈물….) 이, 이안 씨는요…? 가, 같이 가고 싶어요.
첸 이안:뭐어, 그럴까…. (느릿느릿 끄덕인다.)
첸 티엔:(그제야 고개를 주억인다.) 그럼…. 시, 식사 후에. 말, 씀해주신 대로…. 작업, 지, 진행할게요.
 :르로아 자이에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운전사 조지에게 밀밭이 그려진 풍경화나 이젤 등을 챙기라 이릅니다. 식사가 끝나고, 가까운 밀밭으로 향합니다.
 :밀밭이 그려진 풍경화, 이젤, 물감 등을 챙겨 걸음을 옮깁니다. 이젤처럼 무거운 짐은 운전수 조지가 들고 나르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는 것이, 지난 밤 격렬하게 불던 그 바람이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르로아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밀밭 안으로 걸어 들어가 섭니다.
르로아 자이에: 지금 이 모습을 그려주시면 됩니다. (조지에게 눈짓하면, 그는 곧 당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구들을 앞에 배치한다.)
 :당신이 자리 잡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면 드넓은 밀밭 뒤로 그의 별장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여전히 창백한 안색이지만, 눈빛은 기대감에 차 생기가 감돕니다. 조지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그저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립니다.
첸 이안:(티엔 어깨에 턱 괴고 구경이나 한다.)
첸 티엔:(익숙하게 팔레트를 손에 걸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붓을 쥔다. 짙은 색 물감을 사용해 형체만을 잡는다. 섣불리 작업하지 못하는 연유는 브란트 가에서 보고 겪었던 경험 탓이리라.)
 :예술 판정?
첸 티엔:
예술(미술) Roll
기준치:65/32/13
굴림:80
판정결과:실패
르로아 자이에: 잘 그리고 있으신 것 맞지요? (보이질 않으니 뭐...) 그나저나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티엔 씨도 이 마을에 익숙해 보이던데...
첸 티엔:(딸꾹.)
(딸꾹. 딸꾹. 너무 놀란 탓에 딸꾹질 멎질 않는다. 팔레트며 붓 내려두고 양손으로 입 틀어막은 채 이안 바라보기만….)
첸 이안:(등 툭툭 쳐서 딸꾹질 멈춰주려고 노력 중…. 르로아의 말은 간단히 무시했다.)
첸 티엔:(안절부절못하는 눈.)
르로아 자이에: (한참 기다려도 대답 돌아오지 않으니 허허, 웃기만 한다.) 뭐어, 이해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시겠지요. (굳이 캐묻지는 않는다. 밀밭을 둘러보며 말 잇는다.) 과거 브란트 가에서 초대를 해 주셨을 때부터 이 마을과 저택에 매료되었습니다. 물론 불에 탄 저택을 보고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이 땅은 여전히 아름다우니까요.
윙쿨룸의 저택 사람들은 모두 이 마을을 사랑했지요. 이안 씨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첸 이안:(불에 탄 저택 부분에서는 헛기침을 두 번쯤 했을 것이다. 묘하게 불편한 낯이 되더니 당신에게 기대었던 고개가 슬며시 멀어진다.) 재미없어. 나는 근처에서 산책이나 할란다. (당신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대충 힘내?라는? 말인 것 같다.)
첸 티엔:(추우우우욱…. 장화 신은 고양이 눈 한다.)
첸 이안:이, 이따 봐. (눈 데구룩.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기도.)
첸 티엔:(우웃….) 가, 같이 있어 주신 댔으면서….
첸 이안:그렇지만 미친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지긋지긋한걸…. 가까운 곳에 있을게. (당신을 달래듯 짧게 입 맞춘다.)
첸 티엔:(보는 눈이 있으니 이런 스킨십을 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한 모양이다. 그대로 등허리 빳빳하게 세운 채 고장 나기를 수 초, 고개 삐걱거리며 끄덕였다. 홀로 남으면 괜히 르로아의 눈치를 더욱 살필 터다.)
첸 이안:(머리 슥슥 쓰다듬어주기만. 왔던 길 그대로 느릿하게 걷는 모습이 보인다.)
르로아 자이에: (그저 웃는다.) 부부 금슬이 참 좋으신 것 같습니다. 저택에 초대 받았을 때 이안 씨를 처음 보았는데, 그때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고 혼자 계시기만 하였거든요. 티엔 씨도 저택에 초대 받은 적이 있으신 게지요?
첸 티엔:(달아오른 뺨 식히려 애를 썼다.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으…. 음. 네, 네에. 그림, 의뢰를 받아서…. 하, 하지만. 제게는…. 이, 이안 씨가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다, 다정한 분이세요.
르로아 자이에: 꽤나 의외군요. 당시에는 인사만 건네도 질색을 하며 까칠하게 행동하시던 탓에 말 제대로 걸어본 자가 없었는데 말이지요. 티엔 씨가 퍽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오해? 하고 있다.)
저택에 가보셨다면 저택이 소원을 들어주었다더라는 이야기 또한 들어 보셨겠군요?
첸 티엔:(안 그래도 붉던 뺨이 더욱 붉어졌을 것이다. 그렇다. 이쪽도 덩?달아? 오해를 해버리게 된 꼴. 나, 날…. 마음에, 드, 들어 하셨나?) 앗…. 네, 네에. 실, 제로…. 소, 원을 이룬 분들도…. 뵈었어요. (끝은 좋지 않았지만. 뒷말은 삼켰다.)
르로아 자이에: 그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었나 보군요. (뒷짐을 지고 먼 곳을 바라본다.) 그 저택의 사람들도 저택과 땅을 사랑했고, 이 땅도 그들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 나도 이 땅을 사랑합니다. 죽는다면 반드시 이곳에서 눈을 감고 싶어요.
 :여기까지 말하던 르로아 자이에가 중얼거리듯이 덧붙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돌연 바람이 조금 세게 불어옵니다. 우리가 걸어왔던 방향을 향해 세차게 불고 있습니다. 솨아아 하는 바람 소리에 르로아 자이에의 목소리가 묻힙니다.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곰곰...)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이 땅은 무엇보다 이곳에서 태어난 것들을 가장 사랑하고 있으니... ... ...
뒷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그림은 잘 완성되고 있을까요? 다시 예술 판정.
첸 티엔:
예술(미술) Roll
기준치:65/32/13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절레절레.)
르로아 자이에: (조금 불안한? 낯이 됐다...) 날이 저물기 전에 그림을 그려주셔야 돌아갈 수 있습니다... (빤히.)
첸 티엔:(우우.) 노, 노력할게요….
르로아 자이에: 부담 주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맞다.)
첸 티엔:(우우우.) 아, 알고 있어요. 서, 두를게요…. (붓 쥔 손이 덜덜 떨렸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면 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 겁니다. 슬슬 날이 저물기 시작합니다. 불빛 한 점 없는 마을이다보니, 해가 저문 후 바깥을 돌아다니려면 등불로도 부족할 정도의 어둠일 겁니다.
르로아 자이에와 더불어 운전수 조지도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고 말합니다. 그림은 다시 천에 감싸 르로아가 챙깁니다.
조지: (챙겨온 등불 하나를 당신에게 건넨다.) 일행 분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군요. 먼저 짐을 들고 들어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데려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첸 티엔:헉. 네, 네에. (등불 받아들며 꾸벅, 인사를 건넨다. 이안 씨, 평소보다 얇게 입혀드렸는데. 머플러라도 둘러 드릴걸. 감기라도 걸리신다면…. 잔걱정을 잔뜩 끌어안은 채 허둥지둥 주변을 살폈다.)
 :인적 없는 버려진 땅의 밤은 어느 곳보다 일찍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당신은 삽시간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길을 살핍니다.
솨아아, 솨아아, 길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밀밭이 흔들립니다. 마른 풀잎이 서로 비벼지는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분명 가까운 곳에 있겠다고 하였는데, 이안은 어디까지 걸어간 걸까요?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흙길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향방은 저 끝없이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밀밭입니다.
첸 티엔:(밀밭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밀밭 안으로 들어가 걸음을 옮기면, 저 멀리 익숙한 뒷모습이 보입니다.
첸 티엔:이, 이안 씨…! (목소리를 높인다.)
 :당신의 부름에도 먼 곳의 이는 뒤돌아보거나 반응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더욱 거세집니다. 나뭇잎과 먼지가 바람에 날리고, 밀들이 강렬하게 좌우로 흔들립니다.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갑니다. 흔들리는 기다란 곡식의 줄기가 갈대처럼 휘날립니다. 마치 두 사람을 잡아삼킬 것만 같습니다.
격동하는 풍경 속에서 보랏빛의 머리카락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그러다 정말로 눈앞에서 훅 사라집니다.
첸 티엔:이안, 씨…? (읊조렸다. 이어 달음박질친다. 손에 걸쳐진 등불이 아무렇게나 흔들렸다. 밀을 헤치며 발을 내딛고, 뛰었다.)
 :이안이 사라진 쪽으로 향해 빠르게 다가가면, 그는 밀밭 사이 주저 앉아있습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악몽이라도 꾼 듯한 모습으로, 숨을 내쉽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윙쿨룸이 나를 불러. 계속, 계속, 여기로 돌아오라고, 울부짖으면서…
첸 티엔:(곁에 주저앉는다. 옷에 흙이 묻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그렇게 옆자리를 지켰다. 온기를 나누기라도 하듯 어깨에 팔을 두르고, 등허리를 쓸어내리고….) 괘, 괜찮아요. 제가…. 곁에, 이, 있을게요. 그러니까…. 떨지, 마세요. (본인 또한 형편없이 떨고 있는 주제에 그리 말했다. 모든 두려움은 자신에게 넘기어도 좋으니 당신만은 힘들지 않길 바랐다.)
이안 씨는…. 어,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이곳에 남겠다면 기꺼이 따를 것이며, 다시금 도망치겠노라 답한다면 그 또한 기꺼이 따를 셈이었다. 어쩌면 첸 티엔은 윙쿨룸보다도 맹목적일 것이고, 윙쿨룸보다도 당신을 사랑할 테니….)
첸 이안:(익숙한 온기가 닿으면 둑이 무너지듯 감정이 터져나온다. 너랑… 같이 있겠다고 했는데 혼자 가 버려서 벌 받았나? 나 무서웠어. 그리 내뱉는 목소리는 퍽 태연하였음에도 눈물이 후둑 새는 것은, 정신없이 밀밭을 걷는 동안 곁에 당신이 없었던 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까. 당신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 체온을 한껏 껴안는다. 긴장과 함께 차갑던 몸이 녹고, 떨림이 차차 멎어든다.)
너랑 있고 싶어…. (이곳에 남겠다거나, 떠나겠다는 말보다도. 현재 그에게 두려운 것이라곤 당신이 없는 시간 뿐이라서.)
첸 티엔:(어쩔 줄 몰라 하며 당신을 끌어안다가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흰 손수건의 가장자리에는 보랏빛 장미가 그려져 있다. 언젠가 당신에게 주었던 손수건과 똑 닮은 모양새. 서로를 연상시키는 손수건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함께이길 빈 것이다. 다만, 수줍음 탓에 상대에게 언질 준 적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당신에게는 처음 보는 손수건일 터. 가장자리 조심스레 움켜쥔 채 눈물을 닦아주었다.)
가, 같이 있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떠, 떨어지라고 해도 안 떨어질게요. 멀리, 가라고 하시면…. 두, 두 걸음만 떨어져서 걸을 테니까요. (희미한 웃음.)
첸 이안:(어디 갈세라 옷을 꽉 움켜 쥐고 있었으니 떨어지고 나서도 당신의 셔츠 등허리 부분은 아주 구깃구깃한 채로 남았을 것이다.) 처음 보는 거. (눈물 닦아주는 내 훌쩍이면서도 콕 집어 말했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참고로 이안은 당신이 주었던 선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손수건 같은 것을 직접 가지고 다녔다간 당신 손길 닿는 일이 줄어들까 괜히 염려했던 까닭이다. 손수건은 장미가 잘 보이도록 고이 접어 새로 마련한 보석함에 보관해 두었다. 저택에서 훔쳐 온―따지자면 제 것이 맞긴 하지만― 값비싼 것들과 함께.)
응, 멀리 가라고 해도 멀리 가면 안 돼. 나 그러려고 결혼한 거야, 너 어디 못 가게 하려고….
첸 티엔:앗, 이, 이거…. 저번에, 드렸던 손수건이랑…. 세트처럼. 그, 그려 본 거예요. (쑥스러운 양 뺨을 물들인다. 기실 사위는 어둑하고, 손에 들린 등불만이 서로의 얼굴을 밝혔으니 첸 티엔의 온 곳은 붉었을 것이다. 늘 하얗던 머리카락마저 꼭 운명을 이르는 붉은 실처럼.)
머, 멀리 가라고 하는 건…. 당장, 어, 얼굴 보기가 힘들단…. 뜻, 이잖아요. 그럼…. (손수건 접어 품에 넣고, 등을 내보인 채로 쪼그리고 앉는다.) 이, 이렇게. 업어 드리면, 되, 지 않을까요?
무, 물론. 오늘은…. 가, 같이 있어 달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첸 이안:내 생각하면서? (그는 답이 훤한 질문을 던졌는데, 무수히 맥없는 물음을 받더라도 뺨을 발그레 붉히며 수줍게 미소 짓는 당신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붉은색으로 물이 든 머리카락을 제 손에 가볍게 얽는다.)
흠. (만일 멀리 가버리라는 말을 하더라도, 당신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졌을 리는 없고…. 그냥 성질 나쁜 놈이 또 성질 부렸다. 도련님이 도련님 했다. 정도의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정정하지 않고 고개 끄덕였다. 단순한 어리광이다. 목을 대롱 껴안으며 몸 기댄다.) 으응, 그렇게 해 줘. 오늘도….
첸 티엔:(분명 그리 웃었을 것이다. 당신이 상상한 모습 그대로. 등에 몸 기대오면 무릎 아래에 손 밀어 넣어 떨어지지 않게끔 단단히 붙든다. 이, 일어날게요. 굳이 이어질 것이 뻔한 행동을 예고하는 이유는 별것 없다. 혹여나 당신이 놀랄까 봐. 첸 티엔은 늘 그래오지 않았나. 당신이 깰까 봐, 놀랄까 봐, 슬퍼할까 봐, 혹은 기뻐해 줄 테니까, 사랑해 줄 테니까….)
(팔에 걸어 둔 등불이 길을 밝힌다. 두 사람의 온기가 맞닿았으니, 사납고도 섬뜩했던 바람마저 몸 식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어…. 아까, 자이에 씨와, 대, 대화를 나눴거든요. 이안 씨가…. 저, 저를. 마음에, 드, 들어 해주는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자랑을 닮은 말들.)
첸 이안:(당신의 모든 행동이 저에게 짜맞추어지더라도 부담 한 점 느끼지 않는다. 당신의 세상마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하니 외려 기쁨에 겨울 뿐. 그러니 첸 이안 또한 당신이 건넨 애정의 틀에 맞추어지고 있음을 인지하더라도 쉬이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 당신의 심장 위로 제 마음을 포개었으니 지금은 심장박동마저 같은 속도로, 아주 일정하게…. )
그래? …미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보는 눈은 있네.
 :솨아아아, 바람은 멈추지 않고 밀밭이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냅니다. 머리칼이 흩날리고, 풍경이 두 사람을 집어삼킬 듯이 요동칩니다.
까악, 하고 까마귀가 울었던 것 같은데, 아니, 사실 그게 까마귀 울음소리인지 누군가의 비명소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그때 별장에서 총소리가 들립니다. 탕, 탕. 총성은 두 발. 이후 고요한, 아니, 비명 혹은 울부짖는 것 같은 바람소리만이 공백을 채웁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별장으로 돌아갈 수도, 이대로 마을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첸 티엔:(총성 듣자마자 몸 뻣뻣이 굳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새파랗게 질린 낯,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안 씨…. 이거. 자, 자이에 씨의…. 별장, 쪽에서. 드, 들린 것 맞죠?
첸 이안:그런 것 같은데…. (목소리에 당황이 어린다. 당신의 굳은 몸을 달래기라도 하듯 어깨 두드린다.) 무슨 일 난 것 같지.
첸 티엔:(그제야 긴장을 푼다.) 가,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 어떡해요….
첸 이안:으응, 가 보는 게 맞겠지…. (머리카락 위로 코를 비빈다.) 내려갈까?
첸 티엔:으응, 그, 편이…. 좀 더 아, 안전하실 테니까. (조심조심 내려주었다. 대신, 손을 찾아 쥔다.) 다, 다음엔…. 제대로 어, 업어 드릴게요.
첸 이안:(두 발로 선 뒤에는 손가락 얽어 깍지 낀다.) 약속했어. (별장으로 향하는 걸음. 조금은 서두른다.)
 :총소리의 근원지로 오면, 별장 문을 훤히 열려 있습니다. 들어갈까요?
첸 티엔:(손 꼭 맞잡은 채 들어선다.)
 :별장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반기는 것은 벽에 튄 핏자국과 누군가의 노랫소리입니다. 거실 바닥에는 운전수 조지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고, 르로아 자이에의 방문이 열린 채입니다.
첸 티엔:조, 조지 씨…! (사색이 된 채 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손을 놓고, 쓰러진 이의 몸을 살폈다. 가슴팍은 오르내리고 있나? 숨은 쉬고 있을까?)
 :그의 가슴을 관통한 두 군데의 총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숨은 끊겼습니다. 르로아 자이에의 방에서는 여전히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첸 티엔:(표정이 굳어진다. 떨리는 시선은 열린 문으로 향한다. 그곳에 시선 고정한 채 말 이었다.) 이, 이안 씨는…. 여기, 계시는 게. 조, 좋겠어요.
첸 이안:싫어…. 같이 가. (서둘러 당신 손을 붙들었다. 떼놓을 생각 말라는 듯 단단히.)
 :방문 사이로 르로아 자이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
첸 티엔:(머뭇거리며 맞잡은 손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위, 위험해 보인단 말이에요.
첸 이안:나 혼자 두고 가면 마음대로 바깥에 돌아다닐 거야…. 불도 없이.
첸 티엔:그, 그것도 위, 험한데. (눈썹 늘어트렸다.) 그럼…. 떠, 떨어지시면 안 돼요.
첸 이안:우응. (찰싹 붙는다.) 걱정하지 마.
첸 티엔:(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선다.) 자, 이에 씨…?
 :르로아의 방으로 들어가면, 그가 이젤 위에 그림을 올려놓고 막 천을 들춰내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본 악보 속 그 노래와 가사입니다.
나의 복자 되신 이여 응답하소서,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푸른 풀밭이 귓가에 속삭이시매 우리가 이 땅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시나이다.
영원무궁하도록 우리 이 땅에서 잠들겠나이다...
노래를 막 끝마친 르로아 자이에가 목소리에 돌아보더니, 두 사람을 보고 실성한 것처럼 웃기 시작합니다.
르로아 자이에: 아아, 끝났다! 사랑스런 이 땅이 원하는 대로 저 자를 데려왔으니, 이제 나도 이 땅과 함께 잠들 테지!
자, 함께 가자. 너희들도 이 땅과 함께 살아가자!
 :르로아 자이에가 손을 캔버스 속으로 뻗습니다. 버터를 뜨거운 팬에 찍어누르듯 그의 팔이 순식간에 녹듯이 빨려 들어갑니다.
이후, 무언가가 가죽을 잡아뜯어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두 사람의 시야가 암전됩니다.
 :…...
쇄애액, 쇄애액. 바람이 불어옵니다. 두 사람은 별장의 거실에서 눈을 뜹니다.
근처에 쓰러진 르로아 자이에도 보이고, 전혀 달라진 풍경이 없어 보입니다. 아, 죽은 조지의 시체는 사라졌지만요.
첸 티엔:(퍼뜩 몸을 일으킨다.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훑는다.) 이, 이안 씨…?
첸 이안:(인상 찡그린 채 르로아 자이에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의 몸에 손을 대니, 당황한 표정이 스친다.) 숨을 쉬지 않아….
 :날이 저문 창밖으로는 파도 포말처럼 일렁거리며 곱게 익은 밀알이 흔들립니다. 꿈에서 본 풍경입니다. 알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녹슨 종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람 소리를 뚫고 끔찍할 정도로 기괴한 비명소리가 겹쳐 들립니다.
첸 티엔: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84
판정결과:실패
첸 이안: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안이 손을 끌어 당깁니다. 두 사람은 거실의 소파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바깥에서 계속 쿵, 쿵 하는 소리만 들리더니, 이내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백색 몸체에 팔다리가 길쭉한,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눈에 익은 거대한 행성 하나만을 얼굴에 박은 것. 이성판정 1/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정신 마저 멀어버릴 정도로 바람 소리 사이 굉음이 이어지더니, 돌연 창밖으로 보이던 이것의 몸체가 붕 뜹니다. 동시에 끼기기긱 하고 천장에서 소름 돋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첸 이안:(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지붕 위에 올라간 것 같아.
 :투둑. 콱. 끼기기긱. 천장을 지탱하던 판자 하나가 떨어지며 별장을 구성하는 자재들까지 비명을 지릅니다. 창밖에 마지막까지 보이던 그것의 발도 공중으로 붕 뜹니다. 집이 무너지기 전에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첸 티엔: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문으로 뛰어갑니다. 우지끈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짐과 동시에, 문 바깥으로 무사히 빠져나옵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갈대처럼 흔들리는 밀밭 사이에 숨습니다. 무너진 별장 쪽을 바라보면 잔해들 위에서 기괴한 것이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울고 있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빠르게 돌리고, 얼굴에 박힌 외눈이 360도 돌아갑니다.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6
판정결과:실패
첸 이안:흠.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92
판정결과:실패
하... 잠시만.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눈 비빗. 보인다.) 저기 봐. (어딘가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다.) 저기로 가야 할 것 같아.
 :이안이 가리킨 끝에는 밀밭 끝에 우뚝 서 있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물감으로 덕지덕지 칠해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첸 티엔:으, 으응. 몸…. 나, 낮춰서 가요. 들, 키면…. (불안한 낯으로 뒤를 흘끔 보았다. 손을 고쳐 쥐고, 이안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목성의 눈을 피하여 앞으로 나아갑니다. 바로 앞에는 흙이 푹 파여 있습니다.
첸 티엔: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맙니다. 근력 판정?
첸 티엔: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57
판정결과:실패
(낑...)
첸 이안:흠.
근력
기준치:65/32/13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뽑았다.)
첸 티엔:(쏙.)
첸 이안:(뽑혔군.) 가자.
 :두 사람이 이동하는 동안, 목성은 분주하게 주변을 살핍니다.
목성, 은하를 삼키는자를 닮은 것: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아무래도 두 사람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을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밀밭에 숨는다면...
첸 티엔: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94
판정결과:실패
 :밀밭에 숨었으나... 밀밭에 앉아있던 외눈의 까마귀가 까악, 소리를 내며 날아갑니다.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57
판정결과:실패
 :목성은 두 사람의 방향으로 별장의 잔해를 던집니다.
목성, 은하를 삼키는자를 닮은 것:
투척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다행히 비껴 나갑니다. 회피나 민첩 판정으로 다시 무성한 밀밭 사이로 숨을 수 있습니다.
첸 티엔: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첸 이안:흠.
민첩
기준치:75/37/15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손 질질 끌고 가는 중...)
첸 티엔:(머, 멋있어. 코끝 붉게 물들인 채 따라간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바로 앞은 밀들이 깎여나가 볼썽사나운 바닥이 훤히 드러나있습니다.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판정이 필요합니다.
첸 티엔: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31
판정결과:보통 성공
 :두 사람은 밀밭을 헤치고 나아갑니다. 문이 멀지 않은 곳에 보입니다.
목성, 은하를 삼키는자를 닮은 것: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90
판정결과:실패
 :목성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곧장 문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 티엔:(힘껏 문을 연다. 곧바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 어서 나가요. 우리….
첸 이안:(마주 본 순간 얼핏 웃는다. 이번에는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발을 디딥니다.
쿠당탕! 문 안으로 뛰어들자 두 사람은 의자 정도 높이에서 바닥을 향해 떨어집니다. 마치 어디선가 던져진 듯한 느낌입니다.
장소는 르로아 자이에의 방, 그러나 이번에 다른 점은 르로아 자이에 대신 죽은 조지가 눈앞에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예의 그 밀밭이 그려진 그림이 보입니다.
돌아온 걸까요? 그러나, 유화 그림이 느릿하게 움직입니다. 장면이 딱, 딱 끊긴 채 흘러가는 것처럼, 밀밭 속에서 무언가가 기어 다가옵니다.
그 외눈백색의 목성입니다. 탁, 탁, 탁, 점점 가까워집니다. 물갈퀴 같은 그 손을 그림 속에서 뻗고, 점점 가까워집니다.
첸 이안:그림을 찢어야 해! (주변을 더듬으면, 르로아 자이에가 사용하였던 총 하나를 주워든다.) 쏠 줄 알아?
첸 티엔:(잔뜩 겁먹은 눈. 고개 내저었다.) 하, 한 번도…. 쏴 본 적, 어, 없어요.
첸 이안:나도. (와중에 해맑다. 이렇게 쥐는 거였나? 철컥, 소리가 나더니...)
 :탕-!! 맹렬한 굉음과 함께 귀에 이명이 찾아듭니다. 캔버스에 가득 찬 백색의 물갈퀴 중앙에 뻥 구멍이 뚫렸고, 구멍을 중심으로 피가 튄 것처럼 물감 튄 자국이 엉망진창입니다.
산 것을 쏜 것도 아닌데 사방에 덕지덕지 물감이 튀었습니다. 그 상태로 더 이상 그림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불규칙한 숨소리, 그리고 바람소리만이 공기를 채웁니다.
첸 이안:나 총 처음 쏴 봐. (자랑?했다.)
첸 티엔:머, 멋졌어요. 아까도, 지, 지금도…. 그, 그런데. (손 끌어와 꼼꼼히 살핀다. 권총은 반동이 따르기 마련이니, 혹여나 쓸린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첸 이안:(힘주어 쥔 탓에 잠시 붉어지기는 하였으나 말끔한 손을 보여준다.) 나는 안 다쳤어. 너는?
첸 티엔:(붉어진 부분 식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물거린다. 눈꼬리는 아래로 처져 있다.) 저, 전…. 괜찮아요. 이안 씨가, 계속. 도, 도와주셨으니까….
첸 이안:도와줬다니? 나 없으면 못 살게 길들이고 있는 건데. (웃기만 한다. 손 주무르는 것 내려다 보더니만) 다른 거 해 주면 바로 괜찮아질 것 같은데.
첸 티엔:(눈 깜빡깜빡. 앞의 말도, 뒤의 말도 전부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멀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첸 티엔은 이미 당신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한참도 전에 길들여진 이를 재차 길들인다니?)
첸 이안:아냐, 됐어…. (부연설명은 하지 않는다. 어찌 되었건 당신은 곁에 있을 것이고, 당신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하면 될 일이다. 입가에 짧게 입을 맞춘다.) 이제 집에 가고 싶어.
첸 티엔:으, 으응. (어리숙하게 고개 끄덕이기만 했다. 구멍 뚫린 캔버스에 시선을 둔다.) 전부…. 끄, 끝난 건가요? 자, 이에 씨는….
첸 이안:(덩달아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그림 속에 남은 거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따지자면,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겠네…. (한숨 같은 말을 내쉰다.) 그 사람보다는… 이쪽이 문제겠지만. (눈 앞의 시신을 힐금.)
첸 티엔:(한동안 말 잇지 못했다.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떼어낸다.) 시, 신고…. 해야겠죠?
첸 이안:우리가 의심 받을 텐데…. (흐린눈.)
첸 티엔:으, 으음. (어깨 추욱 늘어진다.) 하, 지만…. 가, 가족분들에게 알, 리려면.
첸 이안:그래, 그래…. (어깨 두드린다.) 그렇게 하자. 어떻게든 되겠지. 의심 받아도 뭐, 이제 돈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르로아 자이에의 자필로 쓰인 상속서 떠올린다. 이거 꽤 많은 의심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첸 티엔:(우물쭈물.) 저어, 머, 먼저 돌아가실래요? 제, 제가…. 혼자, 남아서. 며, 며칠 뒤에 신고, 하, 할 테니까…. 그럼, 의심받더라도. 저, 저만….
첸 이안:왜 자꾸 나 두고…. (입술 삐죽인다고 말 더 잇지도 않는다.)
첸 티엔:이안 씨가, 고, 곤란해지는 건…. 싫, 어서….
첸 이안:혼자 남는 게 제일 곤란해.
첸 티엔:그럼, 그, 그냥…. 이대로. 도, 도망칠까요? 저희, 둘만….
첸 이안:네가 원하는 대로.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 (어깨 위로 뺨 부비적댄다.)
첸 티엔:(본디 그의 성정대로라면 시체를 은폐하는 것 따위는 상상조차 못 할 일이나, 혼자 남는 게 제일 곤란해. 그 말 한마디에 마음마저 고쳐 내고 만다. 지금의 자신에겐 당신의 말 한마디, 바람 하나가 제일 중요했으니. 이전처럼 등을 내보이며 헤헤 웃었다.) 그럼…. 도, 돌아가요. 집으로. 이, 번에는…. 제대로. 어, 업어 드릴게요.
첸 이안:(따라 배시시 웃는다. 그러다가 문득.) 운전할 줄 알아?
첸 티엔:앗, 네, 네에. 면허는 이, 있어요.
첸 이안:없었으면 내가 운전하려고 했는데. (첸 이안, 2n세, 무면허.) 다행이다. 그럼 집에 갈 방법도 있네. (어디선가 챙겨든 차 열쇠를 손가락에 걸고 빙글 돌렸다. 당신 손에 키를 쥐어주며 등에 폴작 업혔다.)
첸 티엔:어, 어엇. (갑작스레 무게가 실린 탓에 휘청였으나, 곧 중심을 잡아낸다.) 어, 어디서 난 거예요…?
첸 이안:(벽에 걸린 르로아의 자켓 손가락질.) 방금 훔쳤어. 아, 이제 내 거니까 따지자면 훔친 것도 아니지.
첸 티엔:음…. (어차피 상속자는 이안이니 따지자면 맞는 말 아닌가? 팔이 굽을 대로 굽은 이는 그저 고개 끄덕이기만 했다.) 조, 수석까지…. 이대로, 모, 모실게요. (헤헤.)
첸 이안:(목을 꼬옥 안다가 말고) 그런데 나아, 마지막으로 할 게 있어.
첸 티엔:으, 으응…?
첸 이안:쩌어기. (창문 너머 밀밭을 가리켰다.) 자, 출발. (저쪽으로 가 달라는 듯 어깨 툭툭.)
첸 티엔:앗. 네, 네에. 꼭, 자, 잡으세요. (순순히 걸음 옮긴다. 당신이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밀밭 앞에 서면 그는 훌쩍 내려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두 사람은 길을 조금 걸어 밀밭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솨아아, 바람이 저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밀려들어옵니다. 조금 생기가 가셔 퍼석한 소리를 동반합니다. 서서히 바람이 밀들을 쓰다듬으며 보이지 않는 저 먼 곳까지 날아갑니다. 쇠액, 쇠액 하고 밀알이 흔들리는 소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습니다.
첸 이안:(혼잣말처럼 땅을 보며 중얼댄다.) 밤마다 외로워 울고 있는 거지? 모든 것을 불태운 나를 원망하고, 동시에, 이 땅에서 태어난 것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것을 그리워하고….
 :이곳에서 태어난 것, 만들어진 것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그것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었던 저택과 마을.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은 눈앞에서 불타올랐고 마지막 남은 사랑하는 것 마저 품을 떠나려 할 때. 그래서 이 땅은 매일 밤 울었을지 모릅니다.
첸 이안:나는 다시 이곳을 떠나 으로 돌아갈 테지만…. (침묵 끝에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네가 또 울고 있다면, 가끔 너를 만나러 이곳에 올게.
내 소원…. 결국엔 들어줬으니까. (아래로 떨어졌던 시선을 든다. 하늘을 한 번 보았다가, 결국 첸 티엔에게로 고정되는 시선. 이안 브란트의 소원. 당신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가끔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올게. 솨아아, 세차게 불던 바람이 점점 멎어갑니다. 밀들의 노래가 끝나갑니다.
어느새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잔잔한 공기가 두 사람을 감쌉니다. 주변 소음이 점점 잦아들며 고요한 침묵만이 이어집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은, 그제야 평온한 감각이 듭니다.
첸 이안:(땅의 대답이라도 들은 것처럼, 말갛게 웃는다.) 가자, 집에. (언제 진지한 모습이었냐는 듯 당신을 비스듬히 껴안는다. 다시 업어 줘.)
첸 티엔:(그 모든 광경과 모든 말과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었으니, 입을 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어, 자, 잠시만….
(당신을 그러안은 채로 을 본다. 그리고 더듬더듬 말했다.) 고, 고생…. 시키지 않을게요. 무, 무엇보다도 더…. 소, 중히, 여길게요. 이번에는, 제가…. 사, 사랑할 테니까요. 다, 당신이 그래 왔던 것처럼. 그러니까…. 걱정, 하지 마세요. (눈을 돌리면, 하얀 애정을 마주하게 되었을 테니….) 이안 씨의 소원. 드, 들어주셔서…. 감, 사했어요. 가끔. 따, 따라서…. 만나 뵈러 올게요. (또다시 바보처럼 웃게 된다.)
이제…. 가, 갈까요? (업히란 듯 자세 낮춘다.)
첸 이안:(어깨 위로 고개 기울이고 있노라면, 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이는 것은 단순히 착각만은 아닌 것 같다. 당신의 보필은 응당 받아야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듯해도, 예상치 못한 애정의 말들은 여지껏 적응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기쁜 듯 상기된 낯으로 웃을 리가.)
(평범하게 상견례 같은 걸 하는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받나? 말 하나하나 얹는 모습을 가만 쳐다보다 보면, 곧 사랑스럽게 휘는 붉은 눈을 마주한다. 대꾸 없이 미소 짓더니, 느릿느릿 업힌다.) 네가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해, 언제까지나. (왜냐하며언, 나는 너를 다른 누구보다, 어느 무엇보다 가장 사랑할 테니까. 중얼거림.)
첸 티엔:(다리 아래에 손을 밀어 넣고, 떨어지지 않게끔 붙든다. 부러 밀을 가로지르며 걸었다. 당신의 다리에 바람이 닿을 수 있게끔, 마지막까지 작별할 수 있게끔.)
그, 그럼…. 저는, 이, 이안 씨의 사랑보다, 두 배, 정도, 더…. 사랑하는 걸로. 하, 할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당신을 사랑할게. 스스로가 가늠할 수 있는 최대의 사랑을 속삭였다.)
첸 이안:간지러워어. (다리에 닿는 손도, 바람에 흔들리는 밀도…. 온통 저를 간지럽힌다. 사랑은 원래 마음께가 간질거리는 것인가 봐.)
두 배? (비죽 웃는다.) 그러려면… 평생 나랑 있어야겠네. (두 사람만이 참석하는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분명 같은 맥락의 말을 하였겠지, 네 모든 것을 내게 줘. 영원까지도. 밤하늘이 아름다우니 속절없이 영원을 맹세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첸 티엔:펴, 평생. (볼 발그레 붉혔으나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터다.) 곁에…. 이, 있을래요. 이젠, 정말…. 멀리, 가라고 하셔도…. 아, 안 갈 거예요.
첸 이안:(하나 붉어진 귓가라면 알아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곧잘 붉어지니 변화 눈치채지 못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으응, 위험하다고 또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돼. 죽어도 같이 죽어 나랑…. (급기야 이런 발언까지.)
첸 티엔:네, 네에. 가, 같이…. (그걸 또 좋다고 냉큼 답한다.)
첸 이안:약속했어. 이제 진짜로 같이 죽어달라는 말도 할 거니까…. (전엔 분명 이런 말 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사랑이란 뭘까?)
첸 티엔:으응. 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조, 좋아요. (첸 티엔은 이미 같이 죽겠노라 말했던 적이 있지 않나. 처음 만났던 저택에서, 이곳에 남겠노라고, 당신이 외롭지 않길 바란다고….) 그럼, 우, 우리 둘 다…. 외롭지 않겠죠?
첸 이안:(당신의 맹목을 잊었을 리 없다. 그가 받은 가장 날 것의 호의, 가장 처음의 사랑…. 죽지 않게 도와달라는 말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어졌다. 당신이 곁에 있기만 하면 어떻게서든 살아남을 것이며, 당신은 언제나 제 곁에 있을 테니까. 그러니 삶 너머의 것까지 맹세하게 된다.) 으응, 외로울 일 만들지 않을게. (당신과 함께라면, 죽음을 말할 때마저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첸 티엔:저, 저도…. 계속, 가, 같이 있을게요. 외로울 일 없게끔…. (당신이 내어준 마음, 후회할 일 없게끔.)
첸 이안:(당신이 몇 번이나 확신을 주더라도 성가신 성격상 다시 되물을 것이 뻔하다. 함께 침대에 누워, 나를 가장 사랑하느냐고, 나를 위해 무어든 할 수 있느냐며…. 답이 정해진 질문을 귀찮을 정도로 물어 원하는 대답을 얻어낸다면, 그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고, 처음 고백을 들은 사람마냥 웃고…. 그 일을 아주 오래 반복할 것이다. 후회할 리 없다.)
 :두 사람은 차고로 향합니다. 주차된 차에 르로아의 방에서 가져 온 키를 꽂고, 시동을 겁니다.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바라본 밀밭은 작별인사라도 하는 양 가벼이 너울댑니다.
마침내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진녹갈색의 밀밭을 등지고, 두 사람은 이 외롭고 아름다운 마을을 벗어납니다. 두 사람이 외롭지 않게 만들어 준 마을을 말이에요.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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