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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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 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입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쏴아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그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면,
라 콕스:체리?

라 콕스:괜찮은 거야?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라도 함께요.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그리고 파리한 인상의 그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라를 집안으로 들이면,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겠네요. 부엌 찬장에 티백이 남아있던 것도 같습니다. 라는 젖은 탓에 그저 현관에 우뚝 서 있어요.

라 콕스:갑자기 찾아온 것도 미안한데, 바닥을 어지를 수는 없잖아. (멋쩍은 양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수건은 좀 빌리고 싶네. 부탁해도 될까?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수건을 가지고 나오던 중,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색이었죠.

라 콕스:(머무웃….) 괜찮겠어? 그러려면 옷도 빌려야 할 테고, 네가 귀찮아질 텐데.

라 콕스:(당기는 대로 끌려간다.) 우리 사이니까 신세랄 게 있는 거지. 그럼, 실례 좀 할게.

▶: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갑니다. 그동안 집 안을 살펴볼까요?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찬장 문을 열어볼까요?

▶:문을 열면,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말이에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찬장 구석에 딱 하나 남은 코코아를 발견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휴! 다행히 물을 쏟거나, 가루를 쏟는 사고 없이 코코아를 타낼 수 있었습니다.

▶: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이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 기준치: | 90/45/18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러 차례 보도된 뉴스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낯설게만 들려오네요.
뉴스를 보고 있으면, 라가 차림새를 정돈하며 거실로 나옵니다.
라 콕스:뭘 보고 있었어?

라 콕스:(얌전히 받지만 동시에 물어요) 네 건?
특별한 내용이라도 있었어?

라 콕스:이상한 일은 없었던 거지?

라 콕스:그랬었지. 그런데, 네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 손으로 감싸 쥐고 있던 잔을 기울인다. 달다, 고마워. 덧붙이며 소파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개학식이네. 학교 갈 준비는 마친 거야?

라 콕스:나쁜 일이 없었다면 다행이야. 그럼, 기분 좋은 일은 있었나? (짧게 웃는다.) 난 아직이야. 돌아가면 챙겨둬야지. 그러니까…. 잠시 손 좀 빌려줄래?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라와 함께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라 콕스:맞아.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쥔다.) 자, 체리.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웃음기 어린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라의 손등 위로는 빛이 새겨져 있습니다. 헛것이 아닌 것 같아요.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치고, 동시에 라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요.
라 콕스:이번에는 잘 될 거야.
기억해줄 거지?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수치 감소하지 않습니다.
라 콕스:그래, 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라는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라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라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는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
깜빡.
▶:...
...
...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체리,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1 감소.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입니다. 꿈에서 보았던 시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네요.

▶:어디로 갈까?

▶:라의 집으로 향하면, 어라? 이곳에 이런 건물이 있었던가요? 명패를 살펴보아도 처음 보는 이름만이 새겨져 있어요.

▶:여러 차례 신호음이 울립니다. ... ...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만이 들려옵니다.

▶:학교로 향하면, 운동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교내로 통하는 문은 잠겨 있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까지는 방학이었죠. 내일이 개학식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담장을 넘어볼까?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우연이네요! 길을 지나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담을 폴짝 넘어 들어갑니다. 역시나 내부는 텅텅 비어있어요.

▶:전부 잠겨있습니다. 내일이 된다면 모두 열리겠지만요.

▶:체리는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마가는 늦잠을 자는 것 같고… 이건 나도 그랬지만… …이사했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잖아요~!
▶:여전히 교내에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할까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누구를 만났을까?

▶:같은 반 친구를 발견합니다! 마가는 보이지 않네요.

디도: 뒹굴거리면서 지냈지! 내일이 개학이라니 말도 안 돼... 학교 가기 싫다.

디도: 이거설마,,, 데이트 신청?

디도: 우와~ (우와~) 그럼 아이스크림은 내가 살게. 이 정도는 하게 해 줘~

디도: 내가 다른 말을 할 리가 있겠어? 나는 너랑 함께라면 터주작도 다시 시작할 수 잇어 .... 내가 캘리반 해저곡 북서부도 함께 가줄 수 있다구 했자나.

디도: 사랑하지... 너도 해볼래?

디도: (ㅠ.ㅠ)
▶:시간은 흘러 해가 저물어갑니다. 디도도 집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
...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라가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당신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라는 보이지 않네요.
친구: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친구: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계속 맑은 날씨만 이어지고 있잖아.

친구: 왜 그래? 악몽이라도 꿨어?

친구: 라? 걔가 누군데? 처음 듣는 이름인걸. 혹시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이야?

친구: 네 뒷자리? ...정말 모르겠는데. 빈 자리 아니었어? 야, 무섭게 왜 그래.

친구: 난 장난 친 적 없는데? (문득 가방을 뒤적이더니,)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미안, 난 집에 들렀다 와야겠다. 나중에 보자!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체리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 기준치: | 90/45/18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까 그 친구는 라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르는 눈치였죠.
교문 앞의 횡단보도에 이르면,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합니다. 발신인은 처음 보는 번호네요.
어떻게 할까?

라 콕스:...체리?

라 콕스:설마,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라 콕스:(한동안 말이 없다. 옅은 숨소리만이 들려 왔다.) ...아냐, 아니야. 괜한 걸 물었네. 그런데, 체리. 혹시…. 내 이름, 기억해?

라 콕스:꿈이 아닐 거야, 그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떨림이 멎어 든다.) 그래서, 서운했어?

서운했지, 왜 말 안 해줬어요? 지금 어디야?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데리러 갈게. 같이 등교해요.
라 콕스:미안. 오늘은 같이 등교 못 할 것 같아. 먼저 학교에 도착했거든. 알아볼 게 있어서…. (중얼중얼 말이 이어진다. 꼭 변명하는 것이 마냥.) ......화 난 건 아니지?

라 콕스:그래, 나중에 봐.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연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라가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라 콕스:그런데…. 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장난을 치는 기색은 아니네요.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버리네요.
그리고 동시에, 끼익! 큰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어요.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그 옆에 있는 차는, 바퀴가 없습니다. 다시 살펴보면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잘못 본 걸까요?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체리의 반이 보여요.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반으로 들어서면, 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라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아요.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출석부를 펼치면, 라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위화감을 눈치채지도 못한 것처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네요.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라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보이지 않습니다.

| 기준치: | 79/39/15 |
| 굴림: | 82 |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수치 1 감소.
매미의 울음소리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라는 어디로 간 걸까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달리 이상한 점은 없을까?)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네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 또한 지독하게 푸릅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라고 해도,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어요.
띠리링. 수업 종이 울립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라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바라보네요.
선생님: 체리가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두운 피부에, 갈색 머리카락, 낮게 내려 묶은 리본까지.
어떻게 할까?

▶:시계를 살피면, 수업이 시작한 지 20분가량이 지났습니다. 마칠 때까지는 한참 남았네요.
선생님은 문제의 답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려냅니다.

선생님: (시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반도 수업 중이니 조용히 다녀와야 한다.

▶:교실을 나서 복도로 향하면, 낯익은 뒷모습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따라가 팔을 붙잡으면, 그의 뒤로 활짝 열린 옥상 문이 보입니다.
▶:당신이 팔을 붙잡으면, 그는 천천히 뒤를 돕니다. 어두운 피부에, 갈색 머리카락, 낮게 내려 묶은 리본까지. 낯익은 차림새를 하고 있으나,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 기준치: | 78/39/15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수치 1 감소.
라 콕스:체리? 지금…. 수업 시간 아닌가? 왜 여기에 있어.

라 콕스:그야…. 내 자리가 없던걸.

라 콕스:갑자기 그런 걸 물으면…. (한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린다. 표정이 보일 리 없음에도 그리했다. 미미하게 틀어진 고개, 비껴간 듯 느껴지는 시선….)

라 콕스:그럴 리 없잖아. 네가 말해 주는 거라면 뭐든 좋으니까. (늘 그랬다. 가감 없이 생각을 뱉고,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인다.)
글쎄…. 얼굴만 사라지는 거면 차라리 다행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히고 있는 것 같아. (뜸….) 내 이름, 기억해?

라 콕스:어쩌면 조만간 잊히게 될지도 모르지. (쥔 손을 흘긋 보더니, 중얼인다.) 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어. 꼭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지….

라 콕스:아, 역시.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구나. (짧은 정적. 말을 고르듯 심호흡을 했다.) 체리,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 넘어왔지.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는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 기준치: | 77/38/15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하지 않습니다.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 세계에서 라 콕스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라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라 콕스: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그러니까…. (당신의 손을 이끌고 옥상으로 향했다. 철조망에 기대어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수첩과 볼펜을 꺼내 내밀었다.) 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도 않을 거고. …괜찮지?

라 콕스:덕분에 불안하지가 않아. 너라면 어떻게든 나를 기억해줄 것 같아서. (숨죽여 웃는다.) 네가 아는 나를 여기에 적어 줄래? 이름이나, 좋아하는 것, 뭐…. 그런 것들 말이야.

라 콕스:어떻게 대답할 것 같은데?

라 콕스:내가 원하니까, 그렇게 적어줘.

라 콕스:그 정도면 됐어. (제일 중요한 게 적혔으니까. 뒷말은 삼켜 낸다. 슬그머니 당신과의 거리를 좁히고, 어깨 위로 툭, 머리를 기댄다.) 난 곧 사라질 거야. 하지만,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테지. 그때까지 잊으면 안 돼.

라 콕스:(의아한 양 바라보았으나, 저지하진 않는다.) 네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그게 조금 걱정이 되네.

라 콕스:(멈춘 듯 떠도는 구름을 보며 가늠했다.) 아마…. 곧? (그리고, 맞닿은 이를 꼭 마주 안았다. 나도 보고 싶어.) 내 이름, 불러줄 수 있어? 마지막으로.

라 콕스:(품 속의 이에게, 그 붉은 머리카락 위로 몇 차례 입술을 내리 누르고서야 답한다.) 그래, 다시 만나.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
...
...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트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 기준치: | 77/38/15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하지 않습니다.
손에는 수첩이 들려 있네요. 직전 적어두었던 글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름, 라 콕스. 좋아하는 것, 독서, 가족, 체리 애쉬. 수첩을 넘기던 중 아래로 툭, 종이 쪽지 하나가 떨어집니다.

도서실? (기우뚱... 수첩에 다른 건 없나 넘겨봐요... 없다면 마가의 수첩 취향이라두 알아보겟다는 집념으로)
▶:특별한 점이 없는 수첩입니다. 이렇다 할 장식이 달려 있지도, 눈에 띄는 색으로 덮여있지도 않아요.

(수첩이랑 펜 챙겨서.. 아맞다 교실로 돌아가요)
▶:교실로 돌아가면, 어느덧 수업은 끝무렵이 다가옵니다. 띠리링. 종소리와 함께 선생님은 교실을 나가시고, 학생들은 제각각 흩어져 풀어집니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 800번대, 문학 책장이 이어지네요.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편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 □ □□. 그래요, 라 콕스.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입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할까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이제, 어떻게 할까?

▶:이름을 부르나요?

...
깜빡.
▶:당신이 라 콕스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입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낮인데도 이렇게 어두울 필요가 있을까요?
한 번 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 기준치: | 77/38/15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수치 감소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라 콕스:…체리 애쉬!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라 콕스가 서 있습니다.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라 콕스:당장 밖으로 나와.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는걸요.
주변을 둘러보면,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라 콕스:(대답 대신 팔을 활짝 벌린다. 언제든 뛰어내리라는 듯,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그런 당신을 라는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라 콕스:네가 날 불렀잖아.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라 콕스가 묻습니다.
라 콕스:내 이름, 기억나?

▶:당신이 답을 하자, 라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라 콕스:(또다시 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우리, 무슨 사이예요?
라 콕스:무슨 사이가 되고 싶은데?

라 콕스:……그러면 안 돼?

라 콕스:(슬그머니 눈치를 보다 말 이었다.) 두고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대답해 줄 건가?

라 콕스:난……. (좋은데, 그거. 뒷말은 유독 웅얼거렸던 탓에, 체리 애쉬에게 전달되었을지는 모를 노릇이다. 그저 힘주어 마주 안았다.)

라 콕스:(귀 끝이 붉다. 물론, 내색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걸. 나로도 괜찮겠어? 네게 주어진 평화로운 세계를 내려두면서까지…. 날 선택할 수 있겠어?

라 콕스:잘못 본 거야.
▶:두 사람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이윽고,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라 콕스: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갈 거지?

▶:답을 들은 라가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에요.
부서져 가는 세계, 거짓된 세계, 꾸며진 여름.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환히 웃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수없이 반복한, 수없이 넘은 이 여름을.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 END. 1: 집으로, 함께.
▶:라 콕스 생환, 체리 애쉬 생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살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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