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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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이안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며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입니다. TV에서는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언제 그치는 거야…. (뉴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쫑긋...)
▶:끊이지 않는 빗소리 사이, 이질적인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으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지역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올 사람 없는데. (빗소린가 싶었는데… 현관으로 나가 문에 대고) 누구세요?
▶:현관으로 걸음을 옮길 무렵,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첸 티엔:이안?
이안 브란트:…예? 선배?
첸 티엔:문 좀 열어줄래요? 비를 맞았더니 추워서.
이안 브란트:(황급히 문을 열고는) 선배가 여긴 어쩐 일로….
▶:문을 열고, 문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첸 티엔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첸 티엔:…이안.
▶:당신을 부르는, 파리한 인상의 그.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30/15/6 |
| 굴림: | 90 |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것도 모르겠어)
(선배는 정말... 수수께끼의 존재군아...)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답지 않게 여유를 잃은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첸 티엔:괜찮은 거예요?
이안 브란트:뭐가요? 그보다 무슨 일이길래…, 아니, 우선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겠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라는 눈짓)
첸 티엔:(언제 그랬냐는 것마냥 표정을 고친다. 목소리를 떨지도 않고, 그저 태연한 낯이 된다.) 그럼 사양 않고~ 실례할게요. (넙죽!)
갑자기 비가 내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우산이라도 챙겨 나올 걸 그랬나 봐요.
이안 브란트:제가 들어오라 하기는 했지만… 누굴 초대할 집 상태는 아니라 민망하네요. (발에 채이는 것들 슥슥 몰래 밀어버리기) 어디 가는 길이었어요? 별일 없는 거 맞죠? (안색을 살피며)
첸 티엔:뭐 어때요. 갑자기 찾아온 건 난데.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두 눈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어려 있고, 입가는 호선을 그린다.) 그러게요~? 어딜 가는 중이었더라?
▶:집 안으로 들어서면,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화장실에는 수건을 가져다 두었던가요. 부엌 찬장에 티백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티엔은 젖은 탓에 그저 현관에 우뚝 서 있네요.
이안 브란트:(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져와선 티엔에게 쥐어주고) 서 있지만 말고 들어와요. 바닥 젖어도 상관 없으니까.
▶:습기 가득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눅눅하지 않아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을 꺼내던 중, 가지런히 놓인 칫솔을 봤던 것 같기도 하네요.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아무튼, 이안은 수건을 가져와 티엔에게 쥐여줍니다.
첸 티엔:미안해서 그러죠~…. (머뭇…) 정말 괜찮겠어요?
이안 브란트:괜찮아요, 어차피 내일 청소하려던 참이었으니까. (팔을 슬쩍 잡아당기며 안으로 이끌고) 아니면 내일도 선배님께서 오셔서 도와줘도 되는 거고…. (농담! 그러고 보니 뉴스를 안 껐었나, 티비를 끄려다 말고 뉴스 내용을 들어봅니다.)
▶: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을, 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뉴스가 이어집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처음 듣는 내용인 것 같은데,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낯설기만 하네요.
첸 티엔:농담이에요, 진심이에요?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요. 그래야 내가 도와주러 올 수 있잖아요. (그제야 안으로 들어선다. 받았던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안 브란트:농담이에요, 농담. 가끔 이상한 곳에서 진지하시다니까요. (짧게 웃곤) 옷도 빌려드릴까요? 대충 사이즈는 맞을 테니까…. 우선 편하게 앉아있어요, (부엌으로 가서 찬장에서 티백을 꺼내고 물을 올립니다 바리스타 모드 ON)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단 하나만이 남아 있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티백을 꺼내고, 물을 올립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행히 사고 없이 차를 우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사고없이.)
(사고 없이 멋지게 선배에게 차를 대접합니다 ^_^)
첸 티엔:(와~!) 갑자기 들이닥쳐서 수건도 뺏고, 차도 얻어 마셨는데, 옷까지 빌려 입긴 좀…. (재차 눈치를 본다.) 미안해서 어쩌죠. 그냥 집까지 바로 뛰어갈 걸 그랬나 봐요.
이안 브란트:미안할 거 뭐 있어요. 맨날 얻어먹는데 이 정도도 못하겠어요.
그냥… 선배도… 키우던 다마고치 집에 놀러왔다고 생각하세요……..
첸 티엔:(번호에 등록해 둔 이름을 다시 다마고치로 바꾸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죄책감이 사라졌어요. 옷 좀 빌려주실래요?
이안 브란트:그럼요. (정말 아주 무난한 검은 반팔에 반바지를 꺼내서 쥐어드립니다 ^_^... )
(축축눅눅 첸티엔 선배님께 수건 한 장 더 쥐어주고 다른 방으로 쫓아냄) 다녀오세요, 감기 걸리기 전에!
첸 티엔:(후다닥… 어찌어찌 잘 갈아입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편하게 있다 가겠네요. 그보다도, 요즘…. 무슨 일은 없었고요? 무언가를 갑자기 잊어버린다든지,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든지, 뭐 그런 것들요.
이안 브란트:네? 그러고 보니까… (곰곰) 오늘 이상하게 원래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랑 실재가 다르긴 한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으세요? (오늘따라 더 수상하게 구시네… 이런 생각이나)
첸 티엔:음~ 대충 알겠어요. 그렇게 된 거였구나. (홀로 질문하고, 납득하길 반복했다. 배려 없는 태도였다.) …내일이 개학식이었던가요?
이안 브란트:대답 안 해주시네요. (옆구리 꾸욱…) 그렇죠. 학교… 가실 거죠? (괜히 물어보는)
첸 티엔:(옆구리 손으로 감싸며…) 저…. 무단 결석은 안 해요. (….) 이렇게 갑자기 양아치 취급을 하시는 건 좀 곤란한데요. (농…)
이안 브란트:(손 거두기…) 그렇지만 선배 지금 꼭 집 나온 고등학생처럼 구는 거 아시죠…. 자꾸 무슨 일 생긴 것처럼 말씀하시면서 대답은 제대로 안 해주시니까. 설마 진짜로 가출하셨어요? (단단히 오해!)
첸 티엔:(황당!) 뭐…, 그렇다고 하면 방이라도 내어주시려고요? (굳이 정정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이안 브란트:진짜예요? (눈 휘둥그레 뜨다가) 음, 안될 건 없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걱정하실 테니까 연락이라도 해두셔야……. (되긴 된다는 뜻;)
첸 티엔:농담이에요, 농담! 정말 가출한 거였다면 첼로를 둘러메고 왔겠죠. (양손을 들어 보인다. 빈손임을 어필하는 중….) 그래도, 좀 감동이네요~ 재워주긴 할 거란 소리잖아요?
(히죽!) 뭐어, 그러진 않을 테지만요. 슬슬 떠날 때가 됐거든.
이안 브란트:아니라면 다행이긴 한데… 혹시라도 그런 일 생기면 진짜 재워줄 수 있으니까 밖에서 주무시면 안 돼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풀고 가볍게 웃다가)
어딜 가요?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바라봐)
첸 티엔:(답하지 않는다. 대신,) 손 좀 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네? (그리 말하면서도 순순히 손바닥을 위로 내밀었고)
▶:찰나, 티엔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분명 어떤 형태를 이루면서요.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첸 티엔….
티엔이 당신의 손을 맞잡으면,
첸 티엔:이안.
이안 브란트:… 네에, 첸 티엔 선배님.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습니다. 티엔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티엔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요.
첸 티엔:이번에는 잘 될 거예요!
기억할 수 있죠?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실패 |
▶:이안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뭐가 잘 돼요? (당황스러운 낯으로 엉겁결에 손을 꼭 붙잡았다가) 이게 무슨,
첸 티엔:괜찮아요~ 별일 없을 거예요. (어르듯이 다정한 목소리를 낸다.) 자, 그럼…. 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날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티엔은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그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놓인 티엔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티엔은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깜빡.
▶:...
...
...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이안,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다, 제 손을 감싸쥐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꿈인가? 아니, 그렇다기엔, (입을 꾹 다물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티엔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다. 연결이 될 때까지 다른 손으로는 티비 뉴스를 틀고 특별한 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신호음이 한참 이어집니다.
뚝.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로 시작하는 기계음이 울리네요.
뉴스에는 기상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중입니다.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였는데…. 날짜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순간 그대로입니다.
이안 브란트:(문자라도 남겨볼까 간단히 글을 써내려가다, 두 자만 남기고 모두 지운다. [선배.] 답이 올 것 같진 않지만 우선 보내놓기로 한다. 방금의 기억이 어디까지가 진짜고 거짓인지 알기 위해… 우선 부엌의 찬장에 티백이 몇 개 있는지 살펴본다!)
▶:찬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마지막으로 남은 티백을 우려서 대접했었지요. 기억과 다를 바 없는 현실입니다.
이안 브란트:(마시던 찻잔도 그대로 있을까? 있던 자리를 살펴봅니다!)
▶:전부 그대로입니다. 다만, 물기만은 사라졌습니다. 가구들은 모두 마른 상태입니다.
이안 브란트:이상하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같이 하교하던 길에 분명 선배 집 앞까진 가본 적이 있었지…. 나갈 채비를 하고 티엔의 집 앞으로 가봅니다! 일단 무작정 가서 앞에서 서성… 서성… 하다가 용기를 내서 초인종을 눌러봐요.)
▶:초인종이 울립니다. ... ... ...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네요. 가족 모두 외출을 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안 브란트:(터덜…TT)
(어딜 가야 하지…, 고민하다가 티엔을 소개해준 선배에게 문자를 보내봅니다. 이럴 땐 겹지인 찬스를.)
[선배님 혹시 첸 티엔 선배님 어디 계신지 아세요?]
▶:답장은 금세 돌아옵니다.
[첸 티엔? 그게 누군데?]
이안 브란트:…….
▶:찾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일 뿐이네요.
바깥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꿈이라도 꾼 걸까요?
그러고 보니, 내일은 개학식이었죠. 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일단 학교로 가볼까 vs 개학식날도 아닌데 선배가 잇겟어… 의 두 자아가 싸웠는데 전자가 이겨서 털레털레 학교 교문으로 향합니다.)
▶:학교로 향합니다. 당연하게도, 거리는 한산합니다.
이안 브란트:(학교 가는 길에 마트라도 들러서 다 떨어진 티백을 사놓도록 합니다 혹시나 내일도 당신이 비를 맞고 올까 봐……. 매일 등하교하던 거리를 슬쩍 둘러보며 학교에 도착하면… 교문은 열려있나요?)
▶:교문은 열려 있습니다. 운동장을 개방해두려는 목적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티엔도? ........... ㅠ.ㅠ )
▶:티엔도.
이안 브란트:(이상하게도 푸른 하늘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입니다. 이렇게 된 거 멋지게 농구나 한 판 때리고 집에 갑니다….)
▶:공을 튀기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이면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나요?
이안 브란트:(마무리 합니다! 오늘은 집도 깨끗하게 치워 놓아요)
▶:...
...
...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티엔이 당신을 기다리며 서 있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이안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티엔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그럴 수가 있나...
학생: 그러니까! 어떻게 오늘부터 바로 수업을 할 수가 있냐? 이건 좀 아니지.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 그러게. 분명 비가 오기로 되어있지 않았던가, (하늘을 보다 말고) 그. 그런데 있지. 우리 원래 같이 등교하던 사이였나…? (조심스럽게 예의 없는 질문을)
학생: 뭐? 갑자기 뜬구름 잡는 소릴 하네. 당연히 아니지! 오늘은 우연히 마주쳐서 말 건 거고. 그런데, 그건 왜? 같이 등교하기로 한 사람이라도 있냐?
이안 브란트:역시 그렇지? (팔을 붙잡고 어색하게 웃는다.) 아니, 그냥…, 나 가끔 티엔 선배랑 등교했잖아. 왜, 전에 같이 농구하고 들어갈 때 마주치니까 마실 거 사준 선배. 네 것도 같이 사줬었는데. (이쪽도 모르는 눈치이려나, 슬쩍 떠보기나 하는)
학생: 티…엔? 그런 선배도 있었나? 처음 듣는 것 같은데. 디도 선배랑 착각한 건 아니지?
이안 브란트:나 디도 선배랑은 요즘 조금 어색해서………. 아무튼. 모른다니 뭐, 학교나 가자.
학생: 그래, 그럼.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걸음을 멈춘 학생은,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갈 두고 온 모양이네요. 덩그러니 남겨진 이안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실패 |
(흠...)
▶:아까 그 친구는 분명 티엔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당신을 놀리기라도 한 걸까요?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교문 앞 횡단보도에 도달합니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찰나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로부터 온 연락입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짧은 고민 끝에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첸 티엔:(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 겨우 목소리를 낸다. 이전과 달리 여유란 찾아볼 수 없고, 불안으로 가득 찬 볼품 없는 목소리를.) …이안?
이안 브란트:선배? (다급히 당신을 부른다.) 대체, 아침부터 도통 알 수 없는 일이……. (바람에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지금 어디 있어요?
첸 티엔:지금?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아, 지금요…. (반응이 느리다. 느적느적 말 이었다.) 학교예요.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르려고요. 미리 말할 걸 그랬나…. 기다렸어요?
이안 브란트:지금요. 그쪽으로 갈까요?
조금 기다리긴 했는데… 괜찮아요. 그게 제 전문이라. (괜히 농처럼 말을 뱉는다. 기다리는 게 대수인가, 그냥… 다시 만날 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첸 티엔:수업은 어쩌고요? (스피커 너머로 흐릿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러지 마세요, 어제도 말했듯 난 바른 학생이라서~…. 슬슬 교실로 돌아갈 거거든요.
그럼, 이안. 이왕 기다린 김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재차 이기적인 말을 뱉는다.) 첫 교시가 끝나고 옥상에서 봐요. 이 정도는 괜찮죠?
이안 브란트:수업 원래 잘 안 듣는데, (잠잠) … 지금 얼굴만 보고 가는 것도 안 돼요? (쭈볏대는 것도 잠시, 금세 수긍하여선) 알았어요. 그럼 이따 옥상에서 만나요. …꼭! 만나면 다 설명해 주세요.
첸 티엔:왜요~? 제대로 들으셔야죠. 그래야 같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거 아녜요. 설마…, 이대로 저랑 연을 끊으실 셈이셨나요?! (귀에 익은 음성과 반응이 돌아오면, 그제야 장난기 어린 목소릴 낸다. 같은 곳을 걸을 수 없단 걸 알면서도 그리 말했다.)
이안 브란트:(평소 같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조금은 떨떠름한 투로 대답한다.) 네? 그건 아니지만…. (애초에 대학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알았어요, 음, 그럼, 오늘부터는 열심히 들을게요…. (조금 욕심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이어 농담스레, 허나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선배님이야말로 먼저 졸업한다고 연락 끊으면 안 돼요.
첸 티엔:뭐…, (끊기지는 않을 터다. 다만, 매일같이 나누던 인사를 계절마다 나누게 될 것이고, 계절마다 나누던 안부를 해의 끝자락에나 전하게 될 것이고, 그 끝자락에 걸친 연락마저도 우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드물어지겠지. 청춘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각자의 이정표를 따라 방향을 트는 과정. 한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워서….) 그럴 리는 없지 않을까요? (괜한 사족을 덧붙인다.)
당신이 날 잊지만 않으면 돼요. 봐요, 지금도…. (일순 숨을 멈춘다. 그리고 뱉는다.) 혹시, 내 이름 기억해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첸 티엔. 당연하게도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기억해요, 당연하잖아요. 첸 티엔. 티엔 선배님. (그 이름을 느릿하게 몇 번이고 곱씹는다.)
걱정하지 마요. 제가 선배를 잊는 일은 없을 거예요. 뭐, 잊어버린 척은 할 수 있을지 몰라. 어쨌든 첫 만남부터 그렇게 임팩트 있는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거든요. (조그맣게 중얼거리고, 곧 주먹을 꾹 그러쥔 채) 아주 혹시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 여름에 우리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우린 틀림없이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모든 것을 잊어버려, 새로운 우주 속에 떨어지더라도, 당신이 손 내밀어 줄 테니까.)
▶:그럼요. 틀림없이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린다. `안녕~ 이 친구한테 얘긴 많이 들었어요. 이름이… 이안 브란트, 맞죠? 난 첸 티엔이에요.` 그리 넉살을 부리며 손을 내밀었던가. 당신은 내민 손 마다한 적이 없었으니,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다시금 내 손을 잡아오겠지. 그 사실이 첸 티엔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그 위안은 곧 안도가 된다. 명백히 잊혀지고 있음에도 자신을 잃지 않게끔.)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첸 티엔이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첸 티엔:그런데, 이안. 저…,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에요.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장난을 치는 기색은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고는 뚝. 전화를 끊어버리네요.
이안 브란트:… 선배? (끊어진 전화는 답이 없을 터. 길의 중간에 멈추어 서서는 잠시 액정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당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묻고 싶은 게 한가득이지만 일단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로 한다. …말을 잘 듣는 후배는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가야 하니까!)
▶:그 순간,
끼익!
큰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놀랐나... 안보이네...)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를 나누는 중이네요.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창밖은 무섭게도 푸르고, 지나가는 친구들은 이변을 감지하지 못한 채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이안 브란트:(대충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들고 왔겠지?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친구들은 반가이 인사를 받아줍니다. 그리고는 방학 때 있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네요.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입니다.
학생1: 근데, 나 좀 큰일난 것 같아. 방학 때 손을 다쳤거든.
학생2: 너 합주부 아니었던가? 여름에 경연대회도 있다고 했잖아.
학생!: 그러니까!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빠지든지 해야지. 내 자리는 어떻게 메워야 하나….
학생2: 담곰 선배한테 부탁해보는 건? 왜, 합주든 합창이든…. 공석만 생겼다 하면 선생님들이 불러오던 선배 있잖아.
학생1: 그 선배 이름이 담곰이었나? 일단 알았어….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선배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뒤로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들려오네요.
이안 브란트:그런 이름이 아닐 텐데…. (대화를 듣고만 있다가 툭 읊조린다. 곧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 너머의 푸른 하늘을 바라봐)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날씨 좋..다...)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일까요?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그림 같네. (매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수업 종이 울립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선생님: 이안이 오늘 영 집중을 못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올려 묶은 검은 머리, 그와 엇비슷한 키, 묘하게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까지.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그게.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보건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수업은 내일부터 열심히 듣는 걸로 하지, 뭐. 아프다는 사람 치고 아주 대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실 뒷문으로 나갑니다. 따라갈 수 있을까?!)
▶:교실을 벗어나 복도로 향하면, 낯익은 인영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복도에는 당신과 그뿐입니다. 따라갈까요?
이안 브란트:(조그만 목소리로 선배, 하고 불러보며... 따라갑니다!)
▶:이름을 부르며 뒤를 쫓습니다. 그러나 그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한참을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으면,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안 브란트:선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천천히 불러본다.)
▶:가까이 다가가면, 티엔은 천천히 뒤를 돕니다.
첸 티엔:…이안?
▶:올려 묶은 검은 머리와 조금은 높은 눈높이, 묘하게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까지. 당신이 알던 첸 티엔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2/31/12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첸 티엔:이안, 뭔가 이상해요.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당신은 날 알고 있나요? 지금 내 얼굴, 보여요?
▶:당혹스러운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블러 처리가 된 것처럼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이안 브란트:선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닿을 수, 있나?)
첸 티엔:(손을 맞잡는다.) …보이지 않나 보네요.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당신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습니다. 당신이 가진, 첸 티엔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이안 브란트:(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이를, 그 손을 붙잡고 한없이 서있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설명해줄 수 있어요?
첸 티엔:저도, 잘….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침착을 가장하며 덧붙인다.) 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가 없어요. 마치 꼭 이 세계에 갇힌 것처럼….
이안 브란트:차원의 관문…? 그게, 뭔데 그래요?
첸 티엔: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요.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계속 차원을 넘었잖아요.
물론,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지만…. (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말이 오갑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2/31/12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1d2]
2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사무칠 정도의 추위가 도사리고 있던 곳, 드넓은 평원 가득 연분홍빛 꽃이 피어있던 장소까지. 수많은 곳을 거쳤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이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티엔은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티엔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첸 티엔: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난…. 사라지는 중이고요?
어쩌면 당신 역시 날 잊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영문도 모를 처음 듣는 이야기들, 허나 모든 것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래, 이건, 모두 나와 당신이 겪었던 일이구나.) … 기억해내지 못해서 미안해요. (맞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초조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라지지 마세요.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을 테니까, 모두 기억할 테니까…, 포기하지 말아줘요. 그게 나든, 당신이든….
첸 티엔:전 포기한다고는 말 한 적 없는데요~?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개구진 웃음을 짓고 있었을 터다.)
그러니까, 이안. 당신도 사과하지 말아요.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왜 미안하단 소릴 그렇게 쉽게 하는 건지…. (투덜거리며 맞잡은 손을 놓았다. 이어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수첩과 연필을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 미약하게 떨리는 손 역시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어가고 있다.)
기록해 둘까요? 잊지 않게끔요.
이안 브란트:… 그 마음 계속 가지고 있기로 약속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않겠다고.
그래도… 한쪽만 모든 걸 기억하는 건 슬픈 일이잖아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어름거리다, 수첩과 연필을 건네 받고는 옥상 바닥에 털썩 앉는다. 곁에 앉으라는 듯 손 끝으로 제 옆자리를 톡톡 치며) 응, 전부 적어둘게요. 모든 나와 당신을 기억할 수 있게….
첸 티엔:그게 뭐 어때서요~? 당신은 늘 기다리기만 했잖아요. 이번 한 번쯤은 내가 기다려보죠, 뭐. (당신이 나를 기억해낼 때까지. 처한 상황치고는 썩 담백한 태도로 당신의 옆자리를 꿰찬다. 빈 수첩을 가리키며 말을 늘어놓았다.) 이름부터 써 줘요. 첸 티엔에 대한 정보~ 이렇게요. 아래로는 당신이 알고 있는 걸 써 주시겠어요?
……세 줄 이상 못 쓰시면 섭섭해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농.)
이안 브란트:저 원래 글을 잘 못 써요……. (일단 변명부터 시작!)
첸 티엔:(얼굴은 안 보이겠지만 아무튼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봄......)
이안 브란트:(<첸 티엔에 대한 정보> 맨 위에 그렇게 쓰고는)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글을 써내려가는 속도에 맞게 천천히 중얼거린다.) 일다안…. 이름, 첸 티엔. 지금은 열아홉. 첼로를 잘 켜요. 취미 겸 특기… 뭐 그런 거. 특이한 점은 연주자 치고 반지를 자주 하고 다닌다는 거? 또 뭐 있지, 삼 남매 중에 장남. (끄적이던 손을 뚝 멈추고) 그러고 보니 사실 어제 집으로도 찾아갔는데. 어제는 어디 있었어요?
첸 티엔:어제요? 그냥 걸음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려고 했죠. (수첩을 빤히 보더니, 펜을 넘겨달란 듯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이상한 곳이죠? 여기. 굉장히 작위적이던데. (펜과 수첩을 건네주며)
첸 티엔:…그런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쫓길 일도 없고, 평화롭고요. (수첩을 넘겨받고, 뒷장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이안 브란트:평화로움의 기준이 좀 낮은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당신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뭐어, 그런 걸로 해요. (힐끔) 뭐 쓰고 있어요?
첸 티엔:에이, 이건 어떻게든 될 거라니까요. 나 못 믿어요? (태연!) 첸 티엔에 대한 정보를 좀 추가해두려고요. 당신이 써둔 건…. 좀…, 평범했잖아요? 잘난 건 제대로 기록해 둬야죠!
이안 브란트:믿어요. … 조금은 못 믿는 것 같기도 하고? (열일곱 소년의 모습으로, 장난스레 웃는다. 보이지도 않을 옆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이런 거, 꼭 써놓아도 읽지 못하게 되던데. 특히 이름 말이에요. (예전에 영화에서 봤거든요, 하며 덧붙인다.) 그럼 어떡한담.
첸 티엔:걱정돼요?
이안 브란트:조금은요.
첸 티엔:괜찮아요. 아주 혹시라도, 메모를 읽어내지도 못한 채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전에 당신이 해 주었던 말들.) 이 여름에 우리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우린 다시 친해질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먼저 손 내밀게요. 잡아줄 거죠?
이안 브란트:(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 그 얼굴을 가만 들여다 본다. 당신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눈을 마주하고 있을까? 짧은 간극.) … 그럼. 당연하잖아요.
그땐 잡고 안 놓아줄지도 몰라. (장난스러운 어투와, 사뭇 진지한 눈빛. 언뜻 눈이 마주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첸 티엔:이런…, 전 어디 매여있는 건 딱 질색인데요. (나직이 웃는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을 찾아 쥔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기억만 해 준다면 뭔들 못 잡아주겠어요. 내가 키운 다마고치인데, 내가 책임져야지. (짓궂은 투.) 이름 불러 주세요. 지금요.
이안 브란트:(싫음 말고요…, 그리 장난을 친다.) 너무 멀리 가지만 마세요. (말하면서도 더욱 세게 손을 맞잡는다. 그는 생각한다. 하필 이 곳이 여름이라, 해가 내리쬐는 옥상은 더웠고, 제게 닿은 손이 유달리 시원해서.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건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일 거라고…. 모순투성이였다.) 티엔, 첸 티엔.
첸 티엔:장담은 못 해요. 멀리 갈 거거든요. 하지만~ 금방 돌아올게요. (이 기나긴 여름을 지나, 네 곁으로. 속삭인다.) …한 번 더, 한 번만 더 불러 줘요.
이안 브란트:첸 티엔- 선배님. 어디선가의 나는 티엔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네요. …첸이라고 부르기도 하려나? (짧은 웃음.) 티엔. 기다릴게요.
▶:계속, 다시. 티엔은 한참이나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첸 티엔:다시 만나요. 한 손 비워두는 거 잊지 말고요.
첸 티엔, 내 이름, 기억해요. 꼭!
▶:□□은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맞잡은 손의 서늘함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
...
...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의 옆, 빈 자리에는 수첩이 놓여 있네요.
이안 브란트:(수첩을 펼쳐서 읽어봅니다.)
▶:<첸 티엔에 대한 정보>
아래로는 당신이 썼던 내용들이 이어지네요. 그러고 보니, □□ 또한 수첩에 글을 쓰지 않았던가요? 뒷장을 살펴볼까요?
이안 브란트:(뒷장을 읽어봅니다.)
▶:한 장 더 넘겨볼까?
이안 브란트:도서실…. (조심스레 한 장 더 넘겨봅니다.)
▶:그 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종이 울리네요.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 남은 시간이요.
이제,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수첩을 챙겨, 조급한 발걸음으로 도서실로 향한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은 보이지 않네요.
이안 브란트:(차례대로 살펴보면 되겠지, [종교] 책장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외부 세계와 이어진 매개체라. ([예술] 분류로 가서 다시 책을 뒤적거립니다.)
([언어] 분류까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티엔이 표기해준 책이 있을지도 살펴보고)
▶:600번대의 예술 분류 책장을 지나, 700번대의 언어 분류 책장을 살펴봅니다.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는 800번대, 문학 책장이 놓여 있네요.
이안 브란트:840, 꽃…. (해당하는 책이 있는지 문학 책장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찾을 수 있을까?)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편지 한 장이 끼워져 있네요.
이안 브란트:(편지를 꺼내어 읽어봅니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첸 티엔.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할까요? 돌아간다 한들 두 사람은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이안, 당신에게 첸 티엔은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내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지 뚜렷이 설명할 수는 없다. 알지 않는가, 내 말솜씨가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쯤은…. 허나 당신이 없는 나는 평생 태양이 작열하는 옥상에 누워, 그 서늘한 손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내 모든 땀과 눈물이 말라버릴 때까지. 그렇기에 나는 영영 당신을 잃느니 어떤 기약도 없는 우주에서 길을 잃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고야 만다. 그게 얼마의 시간이 되든 상관 없을 정도로. 어쩌면, 천 년의 시간까지도! …, 있지, 당신의 눈을 마주 볼 수만 있다면 나는 새카만 우주, 영하의 온도에서도 파란 여름을 기억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 이름을 불러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이안 브란트:첸, 티엔…. (조용한 읊조림.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
깜빡.
▶:당신이 첸 티엔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떠들던 아이들의 목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그러나 익숙한 고요입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정전일까요? 아니, 정전이 아닙니다. 바깥을 보세요.
창밖으로는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첸 티엔:이안!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티엔이 서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서.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이안 브란트: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장 밖으로 나와요,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요!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무너지고 있어요. 당연합니다.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는걸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나, 다행히도 창문은 보이네요.
첸 티엔:받아 줄게요. 뛰어내려요!
(창문 봄) (티엔 봄) (창문 봄) 파, 팔 부러지면 어떡해요 (쿠궁…)
첸 티엔:지금 그걸 신경 쓸 때예요~?!
이안 브란트:당연히 신경 쓰이죠-!! …으, 모르겠다, (창문을 세차게 열고 조심스레?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티엔은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네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이가 묻습니다.
첸 티엔:내 이름, 기억해요?
이안 브란트:그럼, 당연하죠. 티엔. 첸 티엔.
▶:이안이 답하자, 티엔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첸 티엔: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기억해요?
이안 브란트:이제 잘 보인다. (눈을 마주하고 웃는다.) …… 어. 우리 친구 맞죠-?
첸 티엔:당연한 소릴! 왜 이렇게 확신이 없어요?
▶:이안이 답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이안 브란트:다마고치 쯤으로만 생각할까봐…. (농.)
첸 티엔:(……잠시간의 침묵!)
이안 브란트:…아니죠?
첸 티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어색한 낯으로 화제를 돌렸다…) 자, 마지막으로…. 제가 늘 하던 부탁 있잖아요. 그것도 기억해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민다.)
이안 브란트:… 너무해. 가장 아끼는 후배가 아니라 가장 아끼는 다마고치였던 거죠?
첸 티엔:우리, 복잡한 건 그냥 넘어가자고요.
이안 브란트:잠시만
그게 뭐가 복잡한데요...
첸 티엔:아~! 모르겠어요~ 너무 어렵다~
이안 브란트:.....................
아무트은… 손은 여기요. (슬쩍 손 잡아요)
첸 티엔:(히죽… 웃으며 맞잡는다.) 집으로 돌아갈 거죠?
이안 브란트:응, 돌아가요. 집으로.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이안이 답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으면,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첸 티엔:그런데 말이에요. 왜 내 이름을 부른 거예요? 아까도 말했듯이… 이 정도면 평화로운 세계잖아요. 그대로 남아도 좋았을 텐데.
이안 브란트:책임져 줄 사람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농담이고.
그냥. 손이 더워서요. (아리송한 대답 후에 가볍게 웃는다.)
첸 티엔:(입꼬리를 굳힌 채 눈을 두어 차례 깜박였다. 그렇게 하나, 둘, 셋. 다물린 입가를 허문다. 눈썹이 처지고, 늘 치켜 올라가 있던 눈매가 완만해지면, 그게 곧 웃음이 된다.) 아하~…. 그럼, 이 손 놓지 말고 계속 잡고 있어야겠네요. 그렇죠? (눈치 하나는 빨랐다. 예로부터.)
이안 브란트:…… 흠. 크흠. (괜히 민망해져 헛기침을 두어 번 한다. 정말이지, 숨길 수 있는 게 없다니까. 살짝 열이 오른 볼을 긁적이곤) 네에, 그러니까 안 놓을래요. 어쩔 수 없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계속 잡고 있어주셔야겠어요.
첸 티엔:도착할 때까지만요?
이안 브란트:어느 분이 어디 매여있는 건 딱 질색이라고 하셔서 제가 양보했는데. (힐금)
첸 티엔:그건 그렇긴 한데. 남들이랑 당신이 같나요~?
싫으면 말아요!
이안 브란트:… 싫다고 한 적 없어요!
첸 티엔:그래요, 그래요. 잘 기억해 두자고요. 다음 세계에서도 이 대화를 잊지 않을 수 있게끔요.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 [END 1. 집으로, 함께.]
▶:KPC 생환, PC 생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살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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