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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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성 탐사 프로젝트 '이안 브란트' 6946일째의 보고
  이안 브란트와 첸 티엔의 현재 위치: 천왕성 궤도 공전 중
▶:억겁의 적막을 깨는 신호는 두 기체의 고향을 상기시키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6946일째 우주 공간을 부유하던 중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A:마지막을 장식할 음반은 뭐가 좋겠어?
C:역시 이거지.
오늘을 위해 LP판을 구했어. 그거 알아?
너희가 출발할 적에는 테이프도 통용됐지만 이제는 나오지도 않아.
20년 만에 기술 하나가 사장되는 건 역시 신기하지?
▶:귓가에 지구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두 사람의 발밑에서,
푸른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얼음의 별, 천왕성입니다.
20년간 동고동락한 별은 제법 눈에 익습니다. 저곳은 곧 두 기체의 무덤이 되겠지요.
오늘은 2022년 7월 7일, 20년의 여정을 마치는 그랜드 피날레 미션을 수행하는 날입니다.
▶:천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허공에서 불타 사라져라. 이름하여 죽음의 다이빙!
지구 유기물이 천왕성 환경을 오염시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정이었죠.
당연한 처사입니다. 연료도 다 떨어졌고, 못 쓰게 된 도구는 사장되어야 하니까요.
항공우주국 소속 엔지니어인 A와 C는 평소보다 들뜬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C가요.
C:기자들이 엄청나게 왔어. 카메라가 몇 대인지 셀 수 없다니까!
이안, 믿겨? 전 세계 사람들이 네 마지막을 보게 될 거야. 수백 수천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네게 향했다구!
A:호들갑 떨지 말고 준비해. 곧 B가 올 시간이야.
티엔, 미션 시작 전에 이안의 기체를 정비하도록 해. 자그마한 오류가 치명적인 실수를 낳을 수 있으니까.
▶:핸드아웃 [PC 1의 몸체], [PC 2의 몸체]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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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란트:사람은 죽어서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는데, 안드로이드는 어디로 갈 수 있지?
(창밖의 푸른 별을 보다 말곤 문득 고개를 돌린다. 또 다른 푸른색, -제 눈에 가장 익숙한- 당신의 두 눈을 마주하며) 티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첸 티엔:(반응이 굼뜨다. 몇 차례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답을 내어놓았다.) …으응~? 뭐가 궁금한데요?
이안 브란트:이 모든 게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는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느린 반응이 돌아올 때까지 당신의 손을 붙들고 있거나 어깨에 머리를 부비는 것은 언제부턴가 생긴 습관이었다.) 왜애…, 무無로 돌아간다는 말은 너무 막연하잖아요.
첸 티엔:(20년 간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단순히 당신을 돕기 위해 프로그래밍 된 탓인지, 친애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된 탓인지 구분하기엔 이제 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마는. 익숙한 무게 위로 자신의 고개를 기대며 느릿느릿 말을 잇는다.) 우리를 '인간'에 비유한다면, 그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기체가 불타 사라진다는 건 그런 거니까요. 왜요~? 새삼스럽게 두려워지기라도 한 거예요?
이안 브란트:나는 두려운 걸까요? (외려 묻다가도 차분히 답을 내놓는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이 모두 사라지고, 그저 내 이름만 남는다는 건…. 당신은 아무렇지 않아요?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음 생을 기약하곤 한다던데. 고작 불명확한 미래조차도 그릴 수 없는 생명체는, …아니, 생명체라고 할 수 있나? 짧은 한숨 뒤에는 제 무게를 당신에게 기울인 채 제 생체 코드가 새겨진 머리 부근을 매만진다. 처음 부여 받은 삶을, 동시에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을.)
(프라이즈-생체 코드의 비밀을 확인합니다!)
첸 티엔:아무렇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련스럽게 당신의 손을 찾아 쥐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곁에서 작동할 수 있길 바랄 뿐이죠. 혼자는 외로울 거 아녜요. (우리는 한날한시에 눈을 떠 작동하였으니 그 끝 또한 함께함이 옳다. 속내를 가득 채운 허전함을 그리 포장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같이 뛰어들어 줄까요?
이안 브란트:… 그렇게 해줄 거예요? (그 말에 어두운 기색이 가셔 기쁜듯 웃으며, 손등을 뺨에 가져다 대었다. 다음을 약속할 수 없다면 당장의 끝이라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잔인한 애정을 말한다.) 약속했어요. 그러니까 당신 먼저 떠나면 안 돼. (이어 걱정스레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몸체를 낱낱이 훑는 눈길은 마치 온몸을 분해하기라도 하듯.) 당신도 정비를 하면 좋을 텐데.
이안 브란트《분해》 판정
6+5
목표치 : 5
▶:성공. 핸드아웃 [PC 2의 몸체]의 비밀이 공개됩니다.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공포판정
5+1
목표치 : 8
▶:실패. 광기 카드를 한 장 부여받습니다.
첸 티엔:(한참을 침묵했다. 공백이 이전보다 길다.) …미, 안. 뭐라고 하셨나요? (인식이 느리네…. 중얼거리며 제 귀를 만지작거렸다.) 날 정비해서 뭐 해요. 이 프로젝트의 주역은 당신인걸. 괜히 나서서 당신에게 갈 스포트라이트를 뺏고 싶진 않네요~.
이안 브란트:소모품이나 다름 없는 역할인 걸요, 나는, 내게 필요한 건 고작 그런 것이 아니라…, (붙잡은 손이 차가운 것은 당연한데도 일순 그것이 퍽 두려워져서) 떠나지 않겠다고 해 줘요, 응? 빈말이라도 좋으니까.
첸 티엔:소모품일 리 없어요. 적어도 제게는…. (이어지는 말에는 그저 눈을 깜박였다. 자신의 말로를 짐작조차 하지 못한 낯이다.) 그 말이 당신의 심리에 도움이 되나요? 그런 거라면야…. 더 필요한 건 없고요? 마지막 정비잖아요. 부족함 없이 준비해야죠.
이안 브란트: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당신의 이마 위로 짧게 입을 맞추고) 사람들 사이에선 맹세의 증표 같은 거래요. 있죠, 당신이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곁에 있을게요.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그때는 내가 당신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당신이 수년 씩 나를 보살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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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티엔:SYSTEM ERROR: 푸르게 빛나는 저 별이 천왕성인가? 색채 인지 기능이 고장 난 눈에는 흑백으로 보일 뿐이다.
(어느 별을 눈에 담아도 빛나 보이지 않으니 주변을 살피는 눈에는 감흥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고장 난 시야에도 당신의 눈 만큼은 원색과 다름없이 담아낼 수 있단 것 정도일까. 뒤늦게 감각된 촉감에 허덕이고 있노라면, 문득 깨닫고야 만다.) …당신에게 는 뭐길래? 이안 브란트에게 첸 티엔을 보살피라는 명령은 입력되지 않았을 텐데요.
이안 브란트: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요. …그러면 안 되나요?
첸 티엔: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단 거 아시면서. (그간 당신을 바라보았던 까닭은 프로그래밍 된 행동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그저 멋대로 품어 낸 연심일 뿐이라고.) 뒤돌아보세요. 이 고물 같은 팔이 멈추기 전에 당신 몸체를 정비해야겠으니까. (연심으로 PC 1의 몸체를 조사합니다.)
첸 티엔《연심》 판정
3+6
목표치 : 5
이런! 균열이 가 있잖아요. 이제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지…. 제가 잘 수리해 둘 테니까 걱정 마세요~.
이안 브란트:… 고마워요. 나도 당신에게 뭔가 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뒤를 돌아선 몸을 얌전히 내어주었고, 잠시 동안 뜸을 들이다 입을 연다.) 그런데요, 그럼… 나는 당신에게 뭔가요?
첸 티엔:그게 중요한가요?
이안 브란트: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첸 티엔:구형 안드로이드의 감정 프로세스는 썩 주목받을 만한 화제는 못 되죠.
이안 브란트:그런 게 대수인가요, 사람들의 주목 따위…. 말해주세요, 나에겐 중요하니까.
첸 티엔:…확신할 수는 없지만, (더딘 연산에도, 버벅대는 의사에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어쩌면…. 난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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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씩 늦는 대답도 익숙해진 참이었지요. 천왕성 주변을 공전하며 티엔과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곁을 보면 고개가 푹 꺾인 채 미동하지 않는 기체가 보입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멈추지 못했습니다. 정지를 허락받지 못해 당신과 함께 천왕성을 맴돌다가……
고철 덩어리가 된 몸을 붙드는 손길에 마침내 멈춰 섭니다. 작동을 멈춘 첸 티엔, 행동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이상하게도 6946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절대영도에 가까운 우주의 추위가 느껴집니다. 곁을 지키던 금속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요? 이안 브란트는 혼자입니다. 억겁이 지나도 번복되지 않을 완벽한 명제죠. 검은 우주가 이안을 좀먹습니다.
이안, <<우주>>로 공포 판정.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공포판정
4+1
목표치 : 7
▶:실패. 광기 카드를 한 장 부여받습니다.
프라이즈 [공구 상자]가 이안 브란트에게 양도됩니다.
핸드아웃 [작동을 멈춘 PC 2]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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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란트:짝별을 잃은 지금, 회로를 엮어 만든 심장은 비로소 상실감을 배운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곁에 있음을 한 번도 당연시 여긴 적 없었으니까. 매번 느린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차갑고 건조한 손을 붙들고 있자면, 나는 꼭 당신이 없는 시간을 상상했다. 당신이 멈추어도 나는 의연하게 굴 수 있을 거야. 슬퍼하지도 않고 곁을 지켜줄게, 어쩌면 금방 당신을 일으킬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항시 주문처럼 되뇌었음에도,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닥치면,)
티엔. 일어나봐요. … 티엔. 응?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당신마저 보채고 마는 것이다. 차디 찬 당신 앞에 무릎 꿇어 애원하듯 중얼댔다. 허나 몇 번의 10초가 이어져도 들려오는 답은 없다. 상실감은 파도처럼 덮쳐 와 온몸을 짓눌러, 속절없이 죽음의 무게를 껴안은 채 당신의 무릎 위로 고개를 파묻고 있자면 마지막까지 저를 수리하던 공구들이 눈에 보인다. 힘없이 손을 바르작대다 당신의 공구상자를 열어본다.)
날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울먹이듯 작동이 멈춘 당신을 바라본다. 다신 없을 고통이며, 한없이 이어질 인내다.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인내로 작동이 멈춘 PC2를 조사합니다… … …)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인내》 판정
6+4
목표치 : 5
▶:성공. 핸드아웃 [작동이 멈춘 PC 2]의 비밀이 공개됩니다.
이안 브란트:… 당신이 없는 내가 무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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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이안, 곧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돼. 이상은 없지?
이안 브란트:(타인의 목소리가 들리면, 멍하니 소리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먹먹한 음성이 이어진다.) C, 티엔이, 작동을 멈췄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C:티엔이? 생각보다 이른걸. 우리 측의 계획대로라면 티엔은 네가 그랜드 피날레를 실행한 뒤에 처분될 예정이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정비는 제대로 끝낸 거 맞지?
이안 브란트:처분…. (단어 하나를 입 속에서 읊조리다,) 티엔이 마지막까지 봐줬으니까, 아마도요. (짧은 간극.) 다 괜찮을 거예요.
C:그거 다행이네! 혹시라도 오차가 생기면 안 되니까. 아, 참!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프로젝트 '이안 브란트'를 설계하신 분인데, 그랜드 피날레에 맞추어서 항공우주국으로 돌아오시게 되었거든. 선배님! 이쪽이에요. 연결은 다 되어있으니 말씀만 하시면 되구요.
B:고마워요~. 그러니까…, 이안 브란트?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 건 처음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지금부턴 제가 당신과 통신하게 될 텐데, 불편한 점은 없죠?
이안 브란트:네, 괜찮습니다. (힘없이 대꾸했다.)
B:목소리에 힘이 없는데. 어디 고장 난 건 아니고요?
이안 브란트:제가 아니고, 티엔이……. (눈썹이 아래로 축 처진다. 이런 말을 해봤자 신경이나 쓸까.)
B:티엔이?
이안 브란트:티엔이, 작동을 멈췄어요. 혼자서는 정비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데…. 아무 방법도 없을까요?
B: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희로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미안해요. (통신기기 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종이 뭉치를 넘기는 소리였다.) 너무 상심하진 마세요. 그도 자기 죽음을 슬퍼하진 않았을 테니까.
B《소리》 판정
4+4
목표치 : 5
그것보다도, 지구에서 당신에게…. 아니, 내게서 당신에게 전해야 할 자료가 있거든요. 한번 확인해줄래요?
(방대한 자료의 비밀을 확산합니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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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란트:고체 표면도 존재하지 않는 얼음의 무덤, 푸른 진주를 닮은 천왕성이 눈앞에서 반짝인다.
(시선에 닿는 것은 눈에 익은 청색이다. 하지만 이안 브란트는 여전히 제 보았던 것 중 가장 푸른 것을 기억해내려고 할 뿐이다. 그는 당신을 제 무릎에 누이고, 우주를 담은 새카만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티엔, 사랑이란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지워낼 수 있는 감정일까? PC2에게 시간으로 감정판정합니다…)
이안 브란트《시간》 판정
2+2
목표치 : 5
이안 브란트《시간》 판정
2+4
목표치 : 5
공감 : 불신
(당신을 조심히 내려놓고는 그 곁에 누웠다. 미동 없는 모습은 꼭 깊은 잠이 든 것만 같아, 당신은 꿈이라도 꾸고 있을까?)
이안 브란트:티엔, 말해준 적 없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요.
…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들리지 않을 감정을 전한다.)
(공감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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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이제 정말 머지않았네요. 그랜드 피날레를 앞둔 소감은 어때요?
이안 브란트:아무렇지도……. 당신은 제게 무얼 전하고 싶은 건가요?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B:뭘 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이안 브란트:모르겠어요, 저의조차도….
B:별 뜻은 없어요. 당신이 자신을 소모품 취급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려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죠.
이안 브란트:그렇지 않다면, 제가 무얼 할 수 있는데요?
B:살아갈 수 있겠죠. 죽음의 다이빙을 피해낼 수만 있다면요.
이안 브란트:제가 그렇게 했으면 하나요?
B:어쩌면요.
이안 브란트:노력해볼게요. …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B:잘 될 거예요. 시간이라면 얼마든 벌어줄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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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저는 지금 항공우주국에 와있습니다."
  "이제 이안 브란트의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됩니다."
  "이안 브란트가 완전히 전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안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들이 희미하게 스쳐 갑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80억 쌍의 시선이 느껴지나요.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항공우주국의 전 직원이 데스크에 앉습니다. 우주의 그것처럼 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그들의 시선은 정면 스크린의 이안 브란트를 향합니다.
A:이안, 바로 지금이야.
남은 연료를 전부 소모해 천왕성의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지구와 이안을 잇던 생명줄을 끊을 시간입니다.
당신의 발밑에,
푸르게 빛나는 얼음 무덤이 존재합니다.
이안은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이행해 대기권으로 추락하나요?
이안 브란트:(이안 브란트는, 애초부터 죽음을 위하여 탄생한 존재였던가. 그러나 기꺼이 타올라 재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으며, 그는 제게로 향하는 시퍼런 시선들을,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어 넓게 펼쳐진 우주를, 너무 많이 사랑해버려서. -마지막으로는 오로지 첸 티엔, 당신을 바라보았다.)
… 그러니까,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결국은 중얼거렸다. 나의 무덤 정도는 내가 선택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당신도 그것을 원할 테고.)
A:이안, 이안 브란트! 왜 명령을 따르질 않는 거지? 선배님, 그러게 도구에 감정을 주는 건 위험하다고 말씀드렸지 않나요.
▶:A는 이윽고 강제로 명령을 입력합니다. 그 순간 이안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이 몸은 처음부터 당신 게 아니었지요.
당신의 몸이 멋대로 방향을 틀어 천왕성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대체 누가 당신에게 감정 따위를 선사한 걸까요. A의 오른편에 앉은 C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위선 가득한 그의 슬픔은 당신의 죽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당신 또한 알고 있을 겁니다.
드넓은 우주에 당신을 위한 이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B:도구라니요~!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를 도구로 여긴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자, 이안…. 제가 전해드렸던 건 기억하고 있죠? 연료도 잘 챙겨 뒀을 테고요.
시간은 벌어 드린다고 했잖아요. 당신이 바라는 일을 하세요.
▶:B가 항공우주국의 직원들을 막아섭니다.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추락할 뻔한 이안의 몸이 순간 멈춥니다. 무장한 경비들이 몰려와 제압용 무기를 B에게 겨누며 소리칩니다.
경비: 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랜드 피날레 끝나면 원하는 모든 걸 가질 텐데, 왜…….
▶ 턴제 행동이 시작됩니다.
▶:행동 순서를 결정합니다.
이안, 플롯 다이스를 보내주세요.
(From 이안 브란트): 이안 브란트의 플롯 ▶ 3
▶:이안 브란트 3, B 1, 경비 3
▶ 1 라운드
이안 브란트:왜 그렇게까지…. (당황, 기쁨, 놀라움… 여러 감정이 엉망으로 뒤섞이지만, 무엇보다 슬픔에 가까웠다. 울 수만 있다면 아주 울어버렸을 것이다. 모두가 한 영혼 분의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에서 저도 아닌 누군가가 자신을 삶으로 떠밀어내는 손길이란 꼭 그런 것이었다.)
이안 브란트《슬픔》 판정
1+1
펌블
목표치 : 6
이안 브란트《슬픔》 판정
2+1
목표치 : 6
이안 브란트《슬픔》 판정
2+3
목표치 : 6
(이 우주를 유영하는 영혼이 하나임을 느끼면 그것은 곧 슬픔이었고, 자신이 타오르지 않길 바라는 다른 누군가를 상기하면 그것은 곧 기쁨이 되었다. 그래, 이안 브란트는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까.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음에도 제 눈가를 문질렀다.)
경비: 엔지니어님, 그만 통신을 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80억 쌍의 인구가 당신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까.
▶:
경비기본공격
2+2
목표치 : 5
지정특기 : 포박 | 타입 : 공격
목표를 1개 선택하고 공격 판정을 시도합니다. 판정이 성공하고 적이 회피에 실패하면 1d6 점의 피해를 입힙니다.
B:죄송해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잖아요. 이성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요. (상황을 지켜봅니다.)
▶ 2 라운드
이안 브란트:당신이 꼭 익숙한 사람 같아. (마땅한 근거가 없었음에도 문득 읊조렸다. 일종의 육감 같은 것이었다. 이 상황이 끝나면, 내가 살아나간다면, 그땐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건가요?)
이안 브란트《육감》 판정
6+6
스페셜
목표치 : 5
(어느새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없다는 건, 지금을 살고 싶게 만든다. … 그런데 말이야, 나, 그리고 당신 모두. 한낱 감정에 휩쓸려 이 그랜드 피날레를 망쳐버려도 괜찮은 걸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몇 가지 물음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온다.)
경비: 20년, 그 이상을 들인 프로젝트입니다. 그것도 엔지니어님께서 직접 설계하신 프로젝트요! 이대로 모든 업적을 백지로 만들 생각이십니까?
▶:
경비기본공격
6+4
목표치 : 5
지정특기 : 포박 | 타입 : 공격
목표를 1개 선택하고 공격 판정을 시도합니다. 판정이 성공하고 적이 회피에 실패하면 1d6 점의 피해를 입힙니다.
B:
경비회피판정
3+2
목표치 : 5
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거예요. 전 이 프로젝트를 설계한 걸 후회하거든요. 시작부터 잘못됐던 거예요, 이건….
(연이어 속삭인다.) …이안, 염치없는 말이지만, 전…. 당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늘 그래 왔고, 지금도 변함없이요.
▶ 3 라운드
이안 브란트:나 홀로 행복해질 수 있나요? (나는 티엔, 당신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꿔.)
이안 브란트《꿈》 판정
1+1
펌블
목표치 : 9
이안 브란트《꿈》 판정
6+2
목표치 : 9
(이십 년을 순응하며 지냈다. 그가 주어진 것에 순응하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기에 그랬던 것일지는 몰라도, 이안 브란트는 언제나 받은 임무를 수행하였고, 또, 그것이 퍽 싫지만은 않았다. 당신이 없었으면 오늘도 그랬을 것이다. 제 임무를 거절하는 방법도 모르고, 더욱이 제 다리로 무덤에 뛰어들면서도 죽음이 괴로운 줄을 몰랐을 테니까.)
나는, 당신 때문에 살고 싶어졌어…. (영영 모르고 살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감정이고, 살고 싶다는 충동이고, 당신이고, 혹은 사랑이고 하는 것들을 전부……. 모든 것이 틀어지는 순간에서 그는 역설적이게도 말간 웃음을 지었다.)
티엔. (대답 없을 부름을 내놓는다.)
B:(그러나, 대답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티가 나나?
이안 브란트:내가 당신을 모를까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무얼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데, 나는… (한참 말이 없더니, 떨리는 손으로 눈가를 훔쳐냈다. 진상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저, ) … 당신이 보고 싶은 것 같아.
B:…다음에, 다시 만날까요? (흔들리는 목소리를 겨우 다잡는다. 한 차례 심호흡하고, 여전히 일렁이는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이젠 그렇게 약속할 수 있게 됐잖아요. 그쵸.
이안 브란트:나 기다리는 거 잘해요. 어쩌면 내가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물기 젖은 음성은,) … 우주를 돌아, 다시 만나.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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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을 헤아리고 충동을 느끼며 꿈을 꾸는 존재를 안드로이드라 칭할 수 있나요?
전 세계가 숨죽여 이안의 죽음을 기다리던 중, 당신의 신경 체계가 폭주를 일으켜 한계를 극복합니다.
무엇도 당신을 붙들지 못합니다.
이안은 8.4GHz 주파수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제 5초간 지연되는 지긋지긋한 목소리도, 신호가 오가는 까닭에 10초간 지연되는 티엔의 느린 대답도 필요 없게 됐습니다.
  5초의 간극.
  27억 킬로미터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만큼 먼 그곳에서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됩니다.
▶:경비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진 B, 아니, 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의 모든 광경을 모니터로 지켜봅니다.
당신을 응시하는 동료와 후배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어기고 막심한 자본과 정보 손실을 낸 티엔은 국가 단위의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당신의 명예와 권위, 여태껏 이룩한 모든 것이 허공에서 불타 사라집니다. 이것이 첸 티엔의 그랜드 피날레, 죽음의 다이빙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엔지니어로 남겠죠.
당신의 창조물은 인간을 뛰어넘었으니까요.
  천왕성 탐사 프로젝트 '이안 브란트', 그랜드 피날레 미션 실패.
▶ END 1, 그랜드 피날레
▶:그러나 먼 훗날,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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