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 Blue

 :오늘도 아름다운 날입니다. 봄과 죽음을 주관하는 여신의 샛노란 축복이 커튼처럼 얇게 내리쬐며 이곳저곳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아이와 연인이 행복해진다는 봄과 여름의 사이, 그 틈바구니에서 불어오는 따사로운 향기가 당신의 세계를 가득 채웁니다. 소위 말하는 ‘지독하게도’ 맑고 화창한 날씨입니다.
오늘은 결혼 상대와의 첫 대면식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적당한 나이의 가문 사람이라면 아무나 상관없을 결혼이었으니까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죠.
아마 앞으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결혼식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상대편 가문을 배웅하던 그때, 마지막 마차가 당신의 바로 앞에서 멈춥니다.
이안 브란트:저어, 잠시만….
 :그렇게 말하며 마차에 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과 결혼할 상대인 이안입니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어 이 결혼이 불쾌한가 싶었는데,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걸까요?
첸 티엔:(눈 깜빡할 새 자세를 단정히 고쳤다. 흠잡을 것 하나 없는 태도로 당신을 본다.) 네에?
이안 브란트:타이가 흐트러지셨길래…. 잠시 실례할게요.
 :그는 당신의 타이를 손수 고쳐 매줍니다. 섬세한 손끝은 당신의 목가를 오가며 얇은 천을 다듬고 쓸어내립니다. 체온까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 잠시뿐이지만 숨결까지 교환합니다.
문득 당신은 그의 속눈썹이나 목선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의 향기와 그의 숨이 어우러집니다. 이 모든 상황이 당신에게 꿈결 같아, 조금 더 취하고 싶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그와 동시에 이안이 손을 뗍니다. 아쉽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라탑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뜁니다. 이윽고 얇은 커튼이 두 사람의 거리를 차단하고, 이안의 수심 가득한 옆얼굴을 눈에 새기기도 전에 마차는 당신만을 남겨두고 떠나갑니다.
첸 티엔:(풋내 나는 사랑에 빠진 이는 상대의 감정보다는 제 사랑에 집중하게 되는 법이다. 참으로 철없게도 수심 어린 낯보다는 제게 닿았던 손길이나, 가까이에서 느껴졌던 숨결만을 곱씹었다.) 전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게 운명이 아니면 뭘까요? (급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감히 운명을 입에 담을 정도로, 꽤 멋진 날이었어요. 이대로 결혼식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어리석긴,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걸 놓쳐!”
 :오늘도 멋진 날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으니 그 날에 대한 회상은 이쯤 해둘까요. 분노로 가득 찬 고함 한 번에 테이블이 흔들리고, 찻잔이 깨지자 당신은 눈앞에 놓인 난관의 심각성을 실감합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 사내는 당신의 백부 되는 사람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을 쏟은 사람입니다. 일단 조금 더 들어볼까요…….
백부: 네 결혼이니 직접 책임지고 되찾아 오는 게 좋을 게다. 결혼식 직전에 상대가 도망쳤다고. 어디 부끄러워서 고개 들고 말이나 할 수 있겠어?
 :네, 못 말하겠죠. 상대는 비록 기나긴 시기 원수로 여기던 적대 가문의 사람이지만, 이번 결혼으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습니다.
결혼, 드디어 완전한 가문의 평화를 손에 얻을 기회였음이 분명합니다. 쭉 분명해야 했는데…….
가문 사람들에게는 하룻밤 사이에 이안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청천벽력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다가오는 충격이 조금 달랐습니다. 그야 그 날 이후로 당신은...
백부: 내 말 듣고 있는 게냐?!
 :아차 하는 사이에 백부는 당신에게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 던집니다. 불행히도 그것이 화병이었던 지라, 피할 새도 없이 꽃을 담고 있던 섬세한 물건은 단숨에 바닥에 부딪혀 박살 나고, 파편을 튀깁니다.
잠시 따끔하다고 생각하던 손등을 확인해보니 화한 통증과 함께 가느다란 상처가 나 있습니다. 화병의 물까지 뒤집어쓰자 기분이 그다지 쾌적하지 않네요.
첸 티엔:(왜…. 도망가신 거지? 귀족이란 으레 정략결혼을 하기 마련이고, 자신 정도의 외모라면 충분히 당신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거라며 자신했었는데.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고민이 깊었다. 나…. 실은 먹히지 않는 외모였던가? 이런 고민이나 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어린 것이 티가 났다. 손등에서 화한 감각 느껴진 이후에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앉아있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뒤늦게 고개를 파뜩 든다.) 물론 듣고 있었죠. (하나도 안 들었다. 뭐…. 뭐라고 하셨더라? 적당히 주눅 든 체를 하기로 했다. 모를 땐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백부: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의자 뒤로 기대며 한숨을 내쉰다.) 그만 나가보거라.
첸 티엔:네에. (눅눅하다. 물론, 집안의 어른에게 혼이 났기에 눅눅해진 것은 아니었다. 얼른 방으로 올라가 거울을 봐야겠다….)
 :당신이 문을 열고 나오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의 사용인들이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합니다. 백부는 물론이고 집안의 어른들은 전부 예민하고 까탈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가세가 기운 걸까요.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만든 걸까요?
분명 지독하게 화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집안 곳곳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 깊은 한숨만이 가득 맴돌다 흘러나옵니다. 방으로 걸어가던 그때,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82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손님방을 청소 중인 사용인 두 사람의 대화 소리를 듣습니다.
"... ... 들었어?"
"뭔데?"
"티엔 도련님... ... 도망가셨다잖아. 그게 사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새벽에 도피를 한 거라고..."
"뭐? 세상에... ... 불쌍해서..."
첸 티엔:(우울…. 한 낯으로 손님방의 문을 연다. 끼이익, 소리마저도 축축했을 터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용인: (헉, 놀라 숨소리를 낸다. 입을 싹 닫는다.) 아, 아무것도...
첸 티엔:(눅눅….)
재력
기준치:60/30/12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한 표정으로 품에서 은화 하나를 꺼냈다.)
사용인: (앗. 우물쭈물거리다 결국 말을 꺼낸다.) 시, 실은 일하는 사용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처럼 도는 소문이 있는데….
첸 티엔:어떤 소문인데요?
사용인: 도련님의 결혼 상대가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새벽에 도피한 거라고요. 따로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고도…. (서둘러 덧붙인다.) 저, 저희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브란트 가의 저택 사용인 중 한 명이 보았다고 하던걸요….
첸 티엔:(눅눅눅눅눅….) 있잖아요, 제시.
제가 그렇게 별론가요? (냅다 이런 질문이나.)
제시: 네? 무, 무슨 말씀을…. 도련님은 충분히 객관적으로도 훌륭한 외모이시고, 주관적으로도….
첸 티엔:
외모
기준치:80/40/16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제시: ...는 조금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첸 티엔:…… …… …….
전 제가 꽤 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안 씨와도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눅눅….) 모두 제 착각이었던 거죠….
제시: 아, 아니에요! (뻘뻘.) 그분도 다 사정이 있으시겠죠. 절대로 도련님의 외모 문제는 아닐 거라고 모두 생각할 걸요. (아기도련님 요시요시. 그리고 은화 하나는 잊지 않고 챙겨갔다.)
첸 티엔:네에. 큰 위로가 되었어요. 감사해요….
 :별로 위로가 되진 않은 것 같지만 당신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저택의 2층, 볕이 잘 들지 않는 복도 끝에는 당신의 방이 있습니다. 양탄자가 깔린 바닥은 푹신하지만 어쩐지 단단한 느낌은 아니라, 걷는 내내 발이 빠지는 듯한 착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시선을 돌리면 고급스러운 벽지에 걸린 이름 모를 이들의 초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마다의 시선을 고정한 채, 이어지되 남진 못한 자들의 흔적이 오늘도 차츰차츰 세월에 낡아갑니다.
언젠가, 저택을 좀먹는 몰락의 파도가 당신까지 삼키는 날이 올까요? 기계적으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면 오늘도 익숙한 방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아니, 펼쳐져야 했는데…….
이게 뭔가요? 방이 엉망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뒤집고 헤집은 것처럼 온갖 물건이 바닥을 뒹굴고, 찻잔은 깨졌으며, 종이들은 흩어져 휘날립니다.
 :손버릇 나쁜 사용인이 다녀간 것 또한 아닐 테죠. 값나가는 물건 중 사라진 것은 없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른 건가요?
첸 티엔:흠. (백부님인가? 타당한 의심을 했다. 무언가 특별한 점은 없을까?)
 :문 바깥에서 보기에는, 특별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심히 걸어야 할 것 같아요.
첸 티엔: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내팽겨쳐진 옷을 밟고 뒤로 쿵 넘어집니다. 다행히 여우는 도톰하고 폭신한 꼬리가 있어서 다치지 않았습니다….
겨우 방의 중심에 다가간 당신은 발견할 겁니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흐트러진 방에서 유일하게 단정한 형상을 유지 중인 테이블, 그 위에 자리 잡은 편지 봉투를요.
첸 티엔:(편지 봉투를 살핀다. 발송인은 적혀 있나?)
 :편지봉투는 겉보기엔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봉인한 실링은 처음 보는 것이라 누가 보냈는지도 짐작 가지 않습니다. 다만 또렷한 서체로 티엔 님께라고 적혀 있으니 필히 당신에게 온 편지인 것 같습니다. 열어볼까요?
첸 티엔:(열어봅니다.)
 :정말 이안이 보낸 편지일까요? 봉투 안에는 간단한 지도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마침 창밖으로, 외출을 마친 마차 하나가 돌아오는 것이 보이니 원한다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겠지요.
첸 티엔:(잠깐!!!!!!!)
(거울은 멀쩡한가?)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멀쩡합니다. 흠 하나 없어요.
첸 티엔:(옷장에 있던 옷을 전부 꺼내 침대에 늘어놓는다. 안 그래도 어질러진 방이 더욱 혼란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 꺼내둔 옷 중 제게 가장!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환복했다. 거울 앞에서 제 머리카락을 슥슥 빗어 내리고, 향수마저 뿌린 뒤에….)
외모
기준치:80/40/16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완벽하다. 이대로 이안을 만나러 가자.)
 :아름다운 당신은 이안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합니다.
모든 것이 기묘할 정도로 매끄럽게 들어맞지만 아무렴 어때요? 그는 분명히 당신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를 떠올리는 순간 당신은 순간 몹시 초조해지고 심장이 세차게 뜁니다. 이 감정은 분명히!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랑일 거예요. 이런 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기대감은 한없이 달큰해 마음을 높은 곳까지 올려놓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분명 처음 맛보는 사랑에 대한 공포심일 거예요…….
마차는 지도가 알려주는 장소로 향합니다. 오는 길이 무척 험준해 몇 번이고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속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긴 시간 끝에 마차에서 내리면, 놀랍게도 지도가 가리킨 곳은 허허벌판, 그 위에 덜렁 세워진 황폐한 저택이었습니다.
 :본디 푸른색이었을 저택의 지붕은 선명한 채도를 잃고 좌측으로 조금 기울어있습니다. 기둥 몇 개가 부실한 까닭에, 저택은 전체적으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지붕을 받치는 거무죽죽한 회백색 벽면은 썩은 거미줄과 빗물로 끔찍한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창문가의 검은 커튼만이 간간이 부는 서늘한 바람을 따라 음산하게 흔들립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물다 못해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돌보는 이 없이 삭막하게 말라죽은 정원이나, 녹슬어 열리지 않을 듯한 철창문을 살펴봐도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속인 것은 아닐까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이상한 곳으로 불러내는 장난을 친 건 아닌지... 그때,
??: 누구십니까?
 :어느새 나타난 낯선 남자가 철창문 너머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첸 티엔:(자신이나 이안과 나이대는 비슷한가? 비슷하다면, 자신보다 잘생겼을까? 아주 조금. 의식한 채 상대를 바라보았다.)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2
판정결과:실패
첸 티엔이에요. 이곳에 이안 브란트 씨가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낯선 사람인가요? 분명 익숙한 얼굴인 것 같은데. 약혼식에서 보았던 사람 같기도 합니다.
나이는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며, 이안과 같은 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보다는 잘생기지 않았습니다.
첸 티엔:(장인어른?)
윤: 아, 티엔 님이시군요. 사석에서 만나 뵙는 건 처음이라 바로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실례를 사과드립니다.
아, 저는 이안의 친척 되는 사람입니다. 재차 실례를 범하는 것 같아 두려우나…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이안도 당신과 만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같으니….
첸 티엔:(잘 보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 순식간에 윤의 평가가 절하됐다.) 저는 이안 씨의 연락을 받고 이곳에 온 거예요. 이안 씨에게 첸 티엔이 왔노라고 말씀을 좀 전해주실 수 있나요?
윤: 이안이 연락을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 애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제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상황이 이해 되지는 않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시겠습니까? 정말 그 애가 보낸 편지라면, 저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첸 티엔:(어라. 생각보다 순순히 믿어주시네. 지금이라도 잘 보여둘까?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될까요?
윤: (기꺼이 철창문을 열어준다. 끼이익, 기름칠되지 않은 듣기 거북한 파열음 끝에 문이 차츰 열린다.) 하지만 만남에 응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첸 티엔:(냉큼 안으로 들어선다.)
 :저택의 정원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너머에서도 끔찍한 풍경이었으나, 가까이서 보니 더욱 지저분한 정원입니다. 잡초조차 시들어 죽은 바닥을 까마귀가 두어 번 부리 짓을 하곤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이곳은 모든 것이 죽어 스러진 세계라, 봄이라는 계절을 잊을 것만 같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풀의 시체가 잘게 바스러집니다. 회색 하늘로 떠나간 새는 굶주림에 힘없이 울고, 번들거리는 검은 깃털만이 허공에 흩날립니다.
첸 티엔:저어, 이안 씨의 친척분이라고 하셨죠?
윤: 예, 소개가 늦었군요. 윤이라고 합니다. 또래라 어렸을 때부터 그 애와 친구처럼 지내온 사촌입니다. 약혼식 때에도 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럼요. 이안 씨에게도 말씀 많이 들었어요. (들었나? 하여간.) 그런데…. 이런 질문을 드리면 곤란해하실 건 알지만, 그래도 궁금해져서요. 이안 씨가 저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요.
윤: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도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결혼식 전날 갑자기 결혼하지 않겠다고 제게 말하였습니다. 이번 결혼식은 가문간의 단합 아닙니까? 그러니 저도 한 번 거세게 만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홀로 떠나려 하길래, 이안이 걱정되어 여기까지 함께 따라 왔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하여 아직까지도 이유에 대해서는 캐묻지도 못하였고요.
첸 티엔:건강이요?
윤: 자세한 것은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일단 직접 만나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죽은 잡초들이 앞다투어 산자의 발목을 잡는 정원을 지나, 두 사람은 저택의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윤은 주머니를 뒤져 또 다른 열쇠를 꺼내 허리를 숙이고 자물쇠를 열기 시작합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83
판정결과:실패
(웅?)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문득 들릴 듯 말듯 귀를 간질이던 사용인들의 잡담 소리가 떠오릅니다. 이안에게는 숨겨둔 애인이 있어 사랑의 도피를 떠난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 사람은 정말 친척일 뿐일까요?
불현듯 그런 의심이 머릿속에 생겨났다가 사그라듭니다. 이안을 똑닮은 머리색만 아니었다면 더 의심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끼이익, 오래된 경첩의 고통스러운 한숨과 함께 문이 열립니다. 훅하고 진한 꽃향기가 풍겨오는 것과 동시에, 음산한 외부와는 전혀 다른 저택 내부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고풍스러운 적색 벨벳으로 휘감은 듯, 카펫의 선명한 색상이 시선을 확 잡아끕니다. 단단하지만 매끄러운 나무 계단, 산산 조각난 빛이 부서져 내리는 샹들리에, 다소 낡았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로비가 분명히 잘 관리 중인 저택임을 보여줍니다.
윤: 그 애는 2층 가장 안쪽 방에 있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다면, 가보셔도 좋습니다.
첸 티엔:당연히 만나 뵈어야죠. 그러려고 온 건데요. 감사합니다. (옷매무새를 단장하며 이안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윤은 당신을 안내하지도, 뒷모습을 살피지도 않고 다른 방으로 들어갑니다. 이윽고 복도에는 당신의 발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2층으로 걸어갑니다. 계단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카펫은 왜 미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정체 모를
꽃향기는 방에 가까이 갈수록 짙어집니다. 당신은 곧 이안이 있는 방문 앞에 도착합니다. 문을 열까요?
첸 티엔:(우선은 노크했다.) 이안 씨, 저 왔어요.
이안 브란트:(방문 가까이로 걸어오는 빠른 발소리가 들린다. 언질도 없이 벌컥, 문이 열리더니 아연한 낯으로 당신을 쳐다보았다.) 티엔 씨?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놀란 듯 두어 발 뒷걸음질을 쳤다.)
 :문이 열리자 방 안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새카만 커튼이 나부낍니다.
당신의 우연뿐인 삶을 일그러뜨려 비집고 들어온 사랑은 스스로 운명이라 주장합니다. 첸 티엔의 삶을 뒤흔드는 사랑은 이미 피어났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창문을 등지고 선 이안과 눈이 마주친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인생을 장식할 완전하며, 완고하되, 완벽한 사랑이라는 것을…….
짙은 꽃향기가 옷깃에 스며듭니다. 이안과 마주한 당신은 어쩐지 숨쉬기 괴롭고, 가슴 언저리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첸 티엔:(짝사랑은 본디 괴로운 것이라 하였다. 그렇기에 이 답답함 또한 그 탓이라 여겼다. 품에서 편지를 꺼내 당신에게 내민다.) 제게 편지를 남기지 않으셨나요? 지도도 함께 동봉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찾아뵌 건데….
이안 브란트:저는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 적 없는걸요. (한 걸음 당신의 가까이로 다가간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민 편지를 받아들더니 가늘게 뜬 눈으로 편지를 읽어내렸다. 그 짧은 편지를 한참이나 눈에 담았다.) 죄송하지만 제 글씨도 아니에요. 누가 이런 편지를 남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편지를 당신에게 내밀었다.)
첸 티엔:(눈 동그랗게 떴다.)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63
판정결과:실패
(부릅!)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표정 숨기는 데 서툰 모양인지,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정으로 드러납니다. 당신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당혹스런 낯입니다. 동시에 당신과의 대면을 껄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렇죠, 당신과의 결혼식에서 도망친 이잖아요?
이안 브란트:(죄송스러움을 겨우 감춘다.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결혼식의 건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첸 티엔:(기대로 부푼 가슴이 식어가는 것만 같다. 기껏 차려입은 옷마저 초라하게 느껴졌으니, 상심의 정도가 꽤 큰 모양이었다. 미소 잃지 않았으나 조금은 가라앉은 낯, 담담한 투로 대꾸했다.) 아녜요. 정략결혼이었으니까요. 싫을 만도 하죠.
하지만…. 제가 뵈었던 이안 브란트 씨는 사려 깊은 분이셨어요. 이렇게 언질 없이 책임을 내려놓고 도망치실 분도 아니시고요.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이안 브란트:(무표정하려 노력했으나 분주하게 굴러가는 눈동자며 추욱 처진 눈썹은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신의 미소 지은 낯 아래의 수심을 파악한 뒤로는 더욱 그러했다.) 별로…. 아무일도 없었어요. 결혼하기 싫어졌을 뿐이에요.
(당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결혼하기 싫어진 이유를 대야만 했다. 정략결혼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마땅한 변명거리를 찾는 듯 당신을 힐끔거리다가 시선 떨구기를 반복한 이가 뜸을 들이다 기어코 입을 열었다.) 티, 엔 씨는…. 어, 어리시니까요……. (마치 미안, 안되겠네. 역시 연상이 좋아. 따위 이별을 통보하는 듯한 어조로!)
첸 티엔:연상이 취향이셨나요?
이안 브란트:(바들바들바들……. 대답하지 않았으니 해석은 자유다.)
첸 티엔:(아무래도 당신은 여린 것에 약한 듯싶었다. 지금도 보라. 제 기분 파악하여 어떻게든 답을 내어주려 노력하고 있지 않나.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첸 티엔은 타고나길 눈치가 좋았기에 당신의 변명은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눈썹을 기울이고 어깨마저 축 늘어트렸다. 버려진 고양이 같은 눈을 한 채 당신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물론, 모두 꾸며낸 행동이었다.) 그것도 이유가 되진 않는걸요. 정략결혼이란 건…. 그런 거잖아요. 이득을 위해 스무 살 차이 나는 이에게 팔려 가기도 하는 거요. 저 정도면 나쁜 조건은 아니었을 텐데…. (우물거린다.) 설마,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계신 건가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예상대로였다. 힐끔거리는 당신과 눈 마주칠 때마다 어깨를 흠칫! 떨었다. 어떤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 같기도 했다…. 내, 내가 이런 어린 사람을…. 잠시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하면 포기하실 건가요?
첸 티엔:(추우욱.) ….좋은 사람인가요?
이안 브란트:(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까지 했다…. 기어이 대답을 피한다. 입을 꾹 다물었다가 맥락과 관계 없는 말을 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묵고 가세요. 손님 방을 내어 드릴게요.
첸 티엔:
히이잉 Roll
기준치:65/32/13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안 브란트:
지짜안대요 Roll
기준치:65/32/13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첸 티엔:(히잉…….)
이안 브란트:(애써 마음을 가다듬는다.) 가문의 문제라면 최대한 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모두 제 탓을 하시면 되는걸요, 다른 사람을 사랑해 약속을 저버렸다고….
첸 티엔:아니잖아요, 그런 거…. (물기 어린 목소리였다. 치기 어린 감정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겨우 삼켜낸 뒤에야 시선 마주할 수 있었다.) …손님 방은 어디인가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어깨 부근까지 손을 올렸다가도 힘없이 팔을 떨구었다. 어린 아이를 달래려는 듯한 손길이었다. 덩달이 눅눅한 목소리를 내었다.) 1층의 방이에요. 주방 옆에 있는…. (직접 안내하는 대신 일러주기만 했다.) 윤과는 만났나요?
첸 티엔:(당신을 흘긋 보더니, 이윽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린다.) 네, 친한 친척분이시라고 들었어요.
이안 브란트:(느리게 끄덕인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윤에게 부탁해 주세요. 저는 일찍 잠자리에 들 듯해 티엔 씨를 챙겨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윤에게 들은 대로 건강이 안 좋기라도 한 것일까? 덥지 않은 날씨임에도 얇은 잠옷만을 걸친 채, 식은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걷어냈다.)
첸 티엔:(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안색이 나빠 보여요. 괜찮으신 거예요?
이안 브란트:괜찮아요, 그냥…. 조금 더워서요.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결혼식 날 도망쳐 당신을 곤란하게 만든 이에게, 곤란한 일이 있지는 않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걱정하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런 여린 사람을 내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안은 아마 주방에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말을 건넵니다. 주방과 손님방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아녜요…. 푹 쉬세요. (아픈 이를 붙들고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물러나기로 했다. 눈인사를 건넨 뒤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당신은 주방으로 향합니다. 주방에 도착하면, 윤이 차린 것인지 식탁 위에는 간단한 수프, 으깬 감자, 삶은 달걀과 빵처럼 간소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대로 식사를 해도, 원한다면 요리를 해도 될 것 같?아요??
첸 티엔:(아무래도 짝사랑 상대의 거처를 태우는 건 좀 곤란하다. 크게 상심했음을 티 내기 위해 빵 한 조각만 챙겨가기로 했다.)
 :티엔은 오늘도 하나의 주방을 살립니다. 빵 한 조각을 챙겨 자리를 뜨려던 그때,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안의 목소리는 아니며, 윤은 더더욱 아닌데……. 누구죠?
첸 티엔: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주방 식재료 창고에서 끊임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저택에는 분명 윤과 KPC, PC 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닌가요? 설마 귀신이라도>?
첸 티엔:(창고를 훔쳐볼 수 있을까?)
 :창고 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훔쳐볼?까요?
첸 티엔:(훔쳐봅니다.)
 :창고의 구석, 희끄무레한 인영 두 사람이 어깨를 떨며 흐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이 문을 열자, 상대를 안은 한 사람만이 고개를 듭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은 당신과 무척 닮았으나, 새하얀 옷을 입고 있습니다. 꼭 결혼식에서 입는 것과 같군요. 어째서인지 두 사람 모두 피에 푹 젖어있습니다.
“괜찮아요.” 그 사람은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로 우는 이를 위로합니다. “함께 있잖아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이건 정말로 사랑이니까.”
두 사람은 채 어떤 행동을 하기도 전에 상대를 감싸 안고 바닥으로 스며듭니다. 정말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기이한 경험을 한 당신, SanC(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래된 별장에 귀신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손님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렇죠, 원래 오래된 별장은 심령스팟 중 하나입니다. 티엔은 쿨하게 손님방으로 돌아갑니다. 손님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저택, 이안의 거절, 이어지는 알 수 없는 것들……. 잠잠해질 기미가 없는 심장 박동은 당신을 괴롭게 만듭니다.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끝없이 쏟아지는 피로에 당신은 일찍이 잠을 청하게 됩니다. 앞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당신에게 남아있겠네요. 이안을 설득하거나, 돌아가서 파혼을 알리는 방법 중 어느 쪽도 쉬워 보이진 않지만요.
첸 티엔:
정신
기준치:75/37/15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몸단장을 새로 한 뒤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가 봐야지.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티엔은 잠자리에 듭니다. 코오오.
 :날카로운 절규와 울음이 휘몰아칩니다. 새빨간 버진 로드를 또다시 붉은 것들이 적시고, 낯선 사람들이 그 위로 스러집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곤충의 날개가 비비는 소리가 결혼식장에 울려 퍼집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애원, 어떻게든 도망쳐보려는 이들과 칼을 빼든 자들의 실랑이, 눈물, 비명, 절망과 공포, 그 모든 것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낯설고도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요.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이니까요. 기분 나쁜 오한과 함께 식은땀에 젖은 채 꿈에서 깨어납니다. SanC(0/1)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77
판정결과:실패
(황급히 눈을 떴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결혼식장이라니? 지난날 창고에서 보았던 귀신들의 옷차림까지 떠올리고 나니 찝찝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몸을 일으켰다.)
 :악몽에서 깨어난 당신은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킵니다. 아주 늦은 밤, 바람이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창문을 두드립니다. 그것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또다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아까처럼 노골적으로 우는 소리는 아니나, 조금씩 천천히 훌쩍거리는 소리는 잠을 방해하기 충분합니다. 물론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이 울음소리의 근원을 찾아내지 않으면 다시 잠들기는 글러먹은 것 같아요.
마침 방 안에 비치된 초는 분리되는 것이군요. 어두운 저택을 그냥 돌아다닐 순 없으니, 이걸 챙겨서 저택을 살펴볼까요?
저택의 1층에는 주방, 손님방, 윤의 방이 있으며 2층에는 이안의 방 그리고 서재가 있습니다.
첸 티엔:(습관적으로 제 옷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담뱃대나 성냥을 찾는 행위였으나, 당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그런 흉측한 물건을 챙겼을 리가 없지. 결국은 빈손으로 일어나 방 안의 를 떼어낸다. 다시 그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소리 죽여 주방으로 향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싸늘함이 주방을 메우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오간 흔적도 없으나 차려져 있던 음식은 말끔히 정리되어있군요. 윤의 인기척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자고 있을 때 치운 걸까요? 찬장과 식재료 창고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첸 티엔:(왼손으로 초를 옮긴 뒤 찬장을 열어본다.)
 :섬세한 페인팅의 새하얀 사기그릇이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첸 티엔: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의 저택에 있는 것과 같은 것임을 깨닫습니다. 분명 아득하게 오래전, 왕께 다른 보물들과 함께 하사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게 왜 이런 낡은 저택에?
동시에 당신은 찬장 깊숙한 곳에서 은색 열쇠를 발견합니다.
첸 티엔:(열쇠를 꺼내 손에 쥔다. 이게 뭐지?)
 :저택 내부로 들어오면서 볼 때 특별히 잠겨 있는 방은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열쇠를 챙겨갈까요?
첸 티엔:(훔쳤다.)
(식재료 창고의 문도 슬쩍 당겨본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반쯤 열려 있었는데, 어느덧 닫혀 있습니다. 문을 열어 확인하니 각종 식재료를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나무통이나 선반에는 뿌리채소, 말린 고기, 포도주 따위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울고 있는 유령은 없습니다...만 문득,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아이야, 이쪽이 아니다." 황급히 주변을 돌아봐도 어둠과 정적뿐, 말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 없습니다.
첸 티엔:…돌아가면 제시에게 유령을 봤다고 말해줘야겠어요. (괜히 팔뚝을 문지르며 주방을 벗어난다. 윤의 방으로 향했다. 주무시고 계시겠지?)
 :방의 문을 두드려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늦은 시간이니만큼 곤히 자고 있는 걸까요? 깨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첸 티엔:(흠. 이안의 방으로 향했다. 역시 주무시겠지?)
 :이안의 방으로 향합니다. 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방의 어느 곳에서도 이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침대와 책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괜히 도둑고양이처럼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러니까, 자신은 일단 이안 브란트의 약혼자이니 방에 들어가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자기합리화를 하며 침대를 살폈다.)
 :티엔은 약혼자 겸 미래배우자의 방에 들어갑니다…. 침대 위에 손을 올려도, 미약한 온기만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고개를 들자 흐릿한 두 명의 인영이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손을 사이좋게 겹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속살거리며…….
어라? 눈을 깜빡이자, 흐릿한 인영은 씻겨나간 것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놀랐다면?? 이성판정(0/1)
첸 티엔:
정신
기준치:75/37/15
굴림:83
판정결과:실패
SAN Roll
기준치:74/37/14
굴림:75
판정결과:실패
(귀신이 왜 이안 씨의 방에 있는 걸까? 귀신이라는 존재보다는 당신의 방에 삿된 것이 나왔다는 점에 더욱 놀라워했다. 기가 약한 사람은 영적인 현상을 겪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악화된다지. 어쩌면 당신의 안색이 좋지 못했던 것도 이런 심령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침이 밝으면 이곳을 떠나자고 말해 볼까? 잡다한 생각을 하며 책상을 본다.)
 :가죽 표지의 작은 노트가 한 권 펼쳐져 있습니다. 엉망으로 휘갈겨 쓴 글입니다. 굉장히 두서없이 작성된 문장들은 일기도, 편지도 되지 못한 채 고해성사처럼 적혀있습니다.
첸 티엔:(사랑하는 게 아니다…. 읊조리며 노트를 덮는다. 제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이런 때만큼은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원망스러웠다. 드러내 보일 수도 없으며 증명할 수도 없다. 참임이 당연한 명제임에도 단 한 순간의 불신으로 결괏값이 바뀌어버리고 만다. 차라리 제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좀 더 받아들여 주었을까….)
(제 자취를 모두 지워낸 뒤에야 방을 나선다. 그대로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면, 고풍스러운 서재입니다. 창문으로부터 비쳐든 흐릿한 달빛이 먼지 쌓인 마룻바닥을 기어갑니다. 이곳 역시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독서용 책상, 쓰레기통, 책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독서용 책상을 손끝으로 쓸어보았다.)
 :낡았지만 흠이 적은 책상입니다. 편지지와 편지 봉투, 깃펜, 실링 스탬프가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실링 스탬프의 문장은 당신이 받은 편지를 봉한 것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첸 티엔:(쓰레기통도 흘긋 본다. 텅 비어 있을까?)
 :구겨진 편지가 여러 장 있습니다. 대체로 찢어진 상태입니다.
첸 티엔:(편지를 펼쳐본다.)
 :비교적 멀쩡한 편지를 꺼내서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첸 티엔:
정신
기준치:75/37/15
굴림:1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정보는 분명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그대로 가져가 가문 사람들에게 바친다면. 역으로 브란트 가문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책략을 짜낼 수도 있는 정보입니다.
“참 슬픈 일이지.” 누군가가 중얼거립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지만요.
첸 티엔:(쥐고 있던 편지를 촛불에 그슬리더니, 이윽고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잿더미를 모아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뒤 책장을 살폈다.)
 :빼곡한 책장에는 아주 오래된 책들이 가득합니다. 어림잡아도 200년은 된 책인데, 상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습니다. 마치 새 책처럼요.
첸 티엔: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얇은 가죽 노트를 발견합니다. 연인의 교환 일기인지, 노트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티엔이 펼친 페이지에는 첸 가의 인장과 함께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 편지와 저택이 역사 속 연인인 선조들의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저택의 내부가 이렇게까지 보존되는 것이 가능한가요? 믿을 수 없어요. 꼭 ‘마법’ 같습니다.
문패가 달린 곳을 모두 찾아봤으매 아무리 살펴봐도 미약한 흐느낌의 근원은 찾을 수 없으며, 이안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못해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던 그때 티엔은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2층 복도 끝, 닫힌 문틈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첸 티엔:(홀린 듯이 불빛을 따라 걸었다.)
 :그곳은 2층의 욕실입니다. 익숙한 뒷모습의 사람이 서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이안은 눈물로 짓무른 눈가를 문지릅니다. 아, 드디어 소음의 근원을 찾아냈군요.
첸 티엔:(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전처럼 노크를 했다.) 이안 씨…. 저 왔어요.
이안 브란트:(익숙한 음성에 어깨를 파득 떨었다. 다른 감정보다 우선되는 것은 무안이었다. 타인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다니, 심지어는 그 사람이 제가 지독한 잘못을 저지른 상대라니…. 서둘러 젖은 뺨을 훔치고 눈을 마주한다.) 주무시지 않으셨나요?
첸 티엔:(붉어진 눈가에서 시선 떼지 못했다. 어떤 위로를 건네든 지금의 당신에게는 닿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몇 마디 격려 대신 자신 또한 창피를 겪기로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무안도 조금은 덜어갈 수 있지 않을까. 곧장 울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는 도도도 뛰어 당신의 품에 포옥 안긴다. 일곱 살 배기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한껏 물기 어린 목소리를 내었으니, 진정 나잇값이란 걸 잊어버린 사람 같다.) 저어, 악몽을 꿔서요…. 무서웠어요.
이안 브란트:(울상이 된 낯을 보자마자 당신에게 눈물 보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오늘 처음 대면하였을 때는 뚝 떨어뜨렸던 팔을, 이번에는 냉큼 올려 등허리를 쓸어준다. 외려 당신보다 제 쪽에서 더 밀착하여 안아줄 정도로, 이것저것을 따질 새가 없었다. 잠긴 목소리를 억지로 높이더니 아이 달래듯 사근사근한 어조로.) 아, 여기가…. 예로부터 유령이 나오는 저택이었대요. 그래서 나쁜 꿈을 꾸셨나 봐요. (등허리 단단히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 사람 당신을 번쩍… 들어보려고 했다.)
(읏차….)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79
판정결과:실패
(안 들리네. 왜지? 그냥 힘만 준 사람 됐다.)
첸 티엔:(당신의 품에 안겨든 순간부터 눈을 또랑또랑하게 떴을 것이다. 보이지 않을 표정을 가꿀 필요는 없지 않나. 등허리에 미약한 힘 가해질 적이면 안 그래도 동그랗게 떴던 눈을 조금 더 둥글게 다듬었다. 뭘 하시려는 걸까? 아, 설마…. 나를 안아주시려고? 옳은 추측 도출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눈썹을 늘어트리고 당신에게서 몸을 떼어낸다. 단 몇 초 만에 뒤바뀌는 표정이 썩 가증스럽다.) 죄송해요…. 무거웠죠.
이안 브란트:(몸을 떼어내려던 그때, 울망한 눈빛과 마주쳤으니 재차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빠르게 고개를 내젓고, 다시금 당신을 품에 안기까지 했다.) 아, 아뇨. 안 무거워요. (기껏해야 학생의 평균적인 몸무게를 가정하고 힘을 주었으니, 생각보다! 무거웠을 뿐이다.) 더 자러 갈까요? 특별한 일 없을 테니까….
첸 티엔:(다시금 말간 낯이 된다. 당신의 어깨에 뺨을 기댄 채 물기 어린 목소리를 꾸며내었다. 물론, 목소리이다.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또…. 악몽을 꾸면 어쩌죠? (머뭇거린다. 이마저도 계산된 간극이었을 것이다. 몇 차례나 입술을 달싹였는데, 당신의 어깨에 뺨 대고 있었으니 그 움직임 또한 당신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터다. 이 또한 상정한 바였다.) 혀엉…. 무서워요.
이안 브란트:옆에 있어드릴……. 형? (너무 놀란 나머지 육성으로 소리내고 말았다.)
첸 티엔:(또다시 몸을 떼어냈다. 작정하고 올망졸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안 씨… 라고 부르는 건 너무 멀어 보여서…. 안 되나요?
매혹
기준치:65/32/13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웅?)
(눈을 촉촉하게 물들였다. 푸른 두 눈에 금세 물기가 어린다. 이 정도면 극단엘 취직해야 했다.)
매혹
기준치:65/32/13
굴림:89
판정결과:실패
(웅?)
이안 브란트:(너무 놀란 나머지? 마음 가다듬느라 당신이 표정을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지. 몸을 스르륵 떨어뜨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은걸요. 결혼할 생각 없으니까….
첸 티엔:(급기야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저…. 늘 형이 가지고 싶었거든요. 형제라곤 동생밖에 없고, 집안의 어른들께선 장남이라며 압박을 주시니까…. 이안 씨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그래요. 정말 안 될까요?
이안 브란트:죄송해요, 우, 울지 마세요…. (엉겁결에 당신의 눈가를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서둘러 변명거리를 덧붙여야 했으니 가다듬지 못한 말까지 튀어나왔다.) 티엔 씨가 싫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아차 싶어 뒤늦게 입을 꾹 닫는다.)
첸 티엔:(이때다 싶어 상대를 몰아붙이는 건 하수나 할 행동이다. 첸 티엔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당신 손길 닿고서야 진정한 것처럼 부러 씨근거렸던 숨을 느슨히 풀어낸다. 여전히 촉촉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제가 알면 이 곤란해지는 이유인 거죠?
이안 브란트:(눈가에 머무르던 보드란 손길이 살며시 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망설임 끝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저보다는 티엔 씨가 곤란해지실걸요. 제게 더욱 질리실 거예요. (결국 형이라는 단어에는 토를 달지 않게 되었다! 당신의 승리다.)
첸 티엔:(흡족한 낌새 내비치지 않으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럴싸하게 우울한 낯을 꾸며내며 묻는다.) 그렇게 단정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도요….
이안 브란트:(한 톨의 의심조차 없이 당신을 믿고 있는 눈치.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손이 힘없이 떨어지는 대신 당신의 어깨를 단단하게 붙들었다.) 그러지 않을 자신 있다는 거. (가라앉은 목소리가 읊조렸다. 무어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비스듬하게 틀고는 두 사람 사이의 사이를 좁혔다. 호흡이 뒤섞일 정도의 거리. 그 순간 당신에게 짙은 꽃향기가 스미고, 어쩐지 숨이 답답하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듯한 착각이 들었을 테니….)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계셔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첸 티엔:(사랑하는 이와의 접촉이었다. 그것도 줄곧 자신이 짝사랑해왔던 이와의!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였으니 아득한 감각에 숨 참는 것은 당연하며, 심장 빨리 뛰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착각만은 아닐 터였다. 혹여나 착각에서 기인한 감정일지언정 상관은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않나. 아주 단순한 의문에서부터 물꼬를 트는 것. 불어난 물살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 네에, 형을 사랑하게 됐어요. 하지만…. 형이 생각하시는 사랑과 제 사랑은 조금 다른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순순한 인정에 오묘한 낯을 띤다.) 당신의 사랑은 뭔데요?
첸 티엔:오롯이 제가 키워낸 감정이요. 타인이 개입할 수 없는 거예요.
이안 브란트:제가 당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말하더라도요?(당신의 사랑을 신뢰할 수 없었다. 눈빛에 처연이 비치더니 힘없이 물러났다.) 왜 그렇게 단언하시는지…. 저로선 잘 모르겠어요.
첸 티엔:사랑에 빠져들 수는 있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단순한 두근거림마저도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불쾌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걸요. 그러니까…. (당신이 물러난 만큼 다가섰다. 금세 거리가 좁아 든다. 다시금 호흡이 뒤섞였다. 자신이 다가선 만큼 이번에는 꽃향기가 아닌 바람 내음이 둘 사이에 스며들었을 터다.) 제가 형을 선택한 거예요. 형이 저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 게 아니고요.
이안 브란트:(그렇지만, 저는…. 당혹에 음성이 먹혀 들었다. 당황한 듯 몸을 뒤로 물리려 들었으나 욕실의 세면대를 손으로 짚게 되었을 뿐이다. 시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종내 아래로 추락했다. 아득한 감각에 숨을 참아야만 했으며, 심장이 누구보다 빨리 뛰었다.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어느 누군가가 분명히 제 앞에 있는데…. 당신의 말 중 그것만은 유일하게 반박하고 싶었다. 차츰 고개를 드는 이의 귓가가 붉다.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제게…. 입 맞춰주실 수 있나요? (당신의 사랑을 신뢰하고 싶었으니, 우습게도 확인 받고 싶었다. 그런 방식으로 말이다.)
첸 티엔:(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당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으며, 고개 틀어낸 채 입술과 입술을 맞물린다. 단순히 입을 마주대었을 뿐인 입맞춤이었다. 그럼에도 심장이 과하게 뛰는 것을 보면 당신에게 단단히 빠져들긴 한 모양이다. 뒤늦게 몸 물릴 적에는 아쉬움 티 내기라도 하듯 제 입술로 당신의 하순을 물어 당기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감은 눈 그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온 신경이 당신과 닿은 입술에 몰리는 듯하다. 빠른 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이 제 것인지, 혹은 당신의 것인지 분간하지도 못했다. 몸이 물러날 때면 또한 아쉬움 표출하듯 당신의 팔을 붙들어 입술을 한 번 더 겹쳤다. 입술을 맞대는 것. 그저 그뿐이었으나 무엇보다 충분하게 여겨졌다. 짧은 숨결, 가벼운 몸짓 하나하나 모두 당신의 마음을 꺼내어 보여주는 것만 같잖아…. 영 홀려버린 것은 당신이 아니라 저인 것만 같지.) 질리지 않으셨어요? 제게…. (괜히 답을 아는 질문을 던졌다.)
첸 티엔:(당신이 자신을 붙들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내색지 않았으나 귀 끝이 붉다. 이어진 질문에는 조금 먼 대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잘게 웃으며 이전에 꺼내었던 말을 되풀이했다. 더는 울상짓지 않고 얄쌍한 눈꼬리 휘기만 하였으니 이전의 행동 또한 수작이었음을 선포라도 하는 꼴이다.) 혀엉, 무서워서 혼자서는 잠들지 못할 것 같아요. 해가 뜰 때까지…. 계속 곁에 있어 주실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이젠 울지도 않으시네요. (고이 접힌 눈가를 매만졌다. 비록 홀라당 넘어가버린 것은 당신의 울상 지은 얼굴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더욱 보기 좋았다. 제 방으로 가요, 그리 말하며 당신을 제 방으로 이끌었다. 호기롭게 당신의 옷 소매를 쥐어 제 방까지 데려갔으나, 파드득 놀라 당신의 팔뚝을 껴안은 건 한순간이었다. 아까 전 당신이 보았던 침대 위 두 사람 분의 유령을 함께 목격한 탓이었다.) 보셨어요?
첸 티엔:(다시 생각해보아도 유령의 집이라는 건 꽤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제 흥미도 충족될뿐더러 사랑하는 이와의 합법적인 스킨십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덩달아 당신의 팔을 꼬옥♡ 끌어안으며 연약한 체를 했다.) 네에, 여기 말고 주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는걸요. 가위도 눌렸고요. (아니다. 그런 적 없다.)
이안 브란트:(어리고 연약하고 순수한 당신이 제 팔에 꼬옥 붙어오자 뒤늦게 당신을 달래듯 등을 쓸어주었다.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라고 지금 제일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사람이 생각했다. 당신과 침대 가에 나란히 앉고는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200년 전 저희 가문 사이의 결혼식 참사에 대해서 알고 계시죠? 그때의 예식장이 저택이거든요….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의 혼령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내심 추측하고 있어요.
(잠시 망설인 뒤 말을 잇는다.) 제가 결혼식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윤이 제게 이곳으로 도망치는 건 어떠느냐 제안했었거든요. 껄끄러워서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 별다른 수가 없어서 이리 오게 되었네요.
첸 티엔:(손을 올려 당신의 이마를 문질러주었다. 굳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손가락이 당신의 흉을 꼼꼼히 쓸어내린다.) 윤 씨가요? 그건…. 좀 이상한데요. 제게는 거세게 만류하였지만, 이안이 홀로 떠나려 들었다고 말씀하셨는걸요.
이안 브란트:(처음에는 몸을 물리는가 싶더니만 곧 당신의 손길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잔 웃음을 흘리기까지 했으니 감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저는 오히려…. (잠시 잠잠해졌다. 한 번 숨을 고른다.) 처음부터 설명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실은 저희 가문에서 결혼식을 함정으로…. 200년 전의 역사를 재현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나 봐요. 결혼을 받아들인 처음부터요. (그 말은 즉슨 결혼식을 함정으로 파고 학살을 벌이려 들었다는 뜻이다. 낯 위로 다시 근심이 맴돈다.) 저는 그걸 뒤늦게 알게 되었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찰나 윤이 도피를 제안했어요. 저만 없으면 결혼식은 시작되지 않을 테니까, 도망가면 전부 해결될 수도 있다고. 그러면 당신도 죽지 않을 거라고….
몇 번 거절하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도망치게 되었는데…. (우선 윤에 대한 의심을 밀어놓고 당신의 양 손을 꼬옥 모아 쥐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사과드리는 것 같네요, 죄송해요. 말도 안 하고 가버린 것도, 가문의 일도요….
첸 티엔:(양손이 잡히자 뒤늦게 쓰라린 감각이 느껴져 인상을 찌푸렸다 편다. 백부의 난동으로 손등에 생채기가 남았던 탓이다. 다만 금세 표정 가다듬고 당신의 손등 위로 입술을 내리누르기나 했다. 결혼식이 파투 난 것은 서운하였으나, 이렇게 까닭을 듣게 되었으니 남은 감정은 없다. 오히려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으니 감사해야 함이 옳다. 가문의 일은, 뭐……. 어른들의 추한 이권 다툼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정리하자면 당신에게는 어떠한 유감도 남지 않았다는 것. 얼굴색 하나 변치 않은 채 태연하게도 답했다.) 그러엄….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시겠어요?
이안 브란트:(상처를 확인하고는 덩달아 눈썹 사이가 좁아졌다. 다치셨어요? 어쩌다가…. 웅얼거리는 소리도 손등에 닿는 말랑한 감촉에 점점 잦아들었다. 대신 뺨을 발갛게 물들이기나 했다.) 으응…. 어떤 보상?
첸 티엔:으응, 넘어져서요. 별거 아녜요. (재차 손등에 입술을 묻는다. 이번에는 입술 떼어내지 않고 고개만을 들어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손등 위로 입술 묻은 채 답했으니 발음은 절로 뭉개졌다.) 우리 같이 도망쳐요. 그게 제가 원하는 보상이에요.
이안 브란트:(별거 아니긴! 고운 도련님이 다칠 일이 대체 어디에 있다고. 험한 일이라고는 한 적 없을 뽀얀 손등에 길다랗게 난 상처라면 어딘가 단단히 긁힌 모양인데, 척 봐도 어리광 부리길 좋아하는 당신이 제게 함구하는 일이니 틀림없는 별일이었다. 숨기는 일 없이 모두 터놓게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열심히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겠지. 그리 생각했다. 제 피부결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같이…. 어디로요?
첸 티엔:어디든지요. (뒤늦게 입술을 떼어낸다.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물리는 듯싶다가도 깍지 껴 고쳐 쥐었다.) 거행되지 말아야 할 결혼식이라면, 함께 도망치면서 피해 다녀요. 형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요. 형이랑 윤 씨가 같은 저택에서 지내는 것도 싫어요. 형은 제 약혼자잖아요…. (이어지는 끼잉. 떼를 쓰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음성이었다.)
이안 브란트:그렇다고 같이 힘들어할 필요는…. (당신이 얼마나 어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지에 대하여 구구절절 설파하려다 끼잉 소리에 묵묵해졌다. 아이 달래듯 깍지 낀 손등을 살살 간지럽힌다.) 바깥으로 나가려면 열쇠가 필요한데, 열쇠는 모조리 윤이 가지고 있어서요…. 그와 잠시 얘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괜찮을까요? 묻듯 순한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첸 티엔:부부는 행복한 일도 힘든 일도 같이 나누는 사이잖아요오. (손 놓지 않은 채 당신의 어깨 위로 고개를 포옥 기댄다.) 저도 따라가도 되나요? 혼자 보내는 건 불안하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부부…. 잠시 단어를 곱씹는다.) 으응, 괜찮다면 지금 같이 가볼래요? (턱까지 복복 긁어줬다.)
첸 티엔:네에. (냉큼 답했다.)
이안 브란트:(손을 맞잡고 1층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얇은 잠옷 차림이었다. 문득 말한다.) 그런데요….
첸 티엔:네에, 듣고 있어요.
이안 브란트:결혼을 안 했으니까 부부는 아니지 않나요?
첸 티엔:예비 부부.
이안 브란트:저희 진짜 결혼하나요?
첸 티엔:(우뚝!) …안 하시려고요?
이안 브란트:아, 아니…. (잡은 손에 힘을 주지 않았으니 같이 끼익 멈춰서게 된다.) 하기 어렵지? 않을까? 같은? 생각?
첸 티엔:(곧바로 울먹이나….)
이안 브란트:아, 앗…. (냉큼 안기부터 했다.) 해요, 네. 해요….
첸 티엔:(그제야 방긋 웃었다…. 이마저도 계략이었을 것.) 무르면 안 돼요.
이안 브란트:네에, 조금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요. (해결할 일이 아직 쌓여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금 손을 잡은 채 1층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은 윤을 깨워 대화하기 위해 윤의 방으로 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크하고, 윤의 이름을 불러도 방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저택의 모든 열쇠는 윤에게 있으므로 윤의 방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방에 없는 걸까요? 이상하네요…. (문을 연신 두드리다가 포기했다.)
첸 티엔:역시 좀 이상해요…. 왜 윤 씨가 열쇠를 가지고 계시는 거예요? 꼭 형을 가둬두는 것 같잖아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이안 브란트: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같은 자아 없는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이상한 점이 많긴 하네요, 이 저택에 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저와 윤뿐인데 티엔 씨가 여기 올 수 있었다는 것부터요. 그렇지만 편지의 필체는 윤의 것과는 영 달라서 의심 안 하고 있었는데…. (곰곰.) 묘하게 제 필체를 닮긴 했지만 제가 쓴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고 보니 윤이 지하실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곳에 있는 건 아닐까요?
첸 티엔:음모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털 바짝 세운 고양이마냥 말했다.)
이안 브란트:(잘 모르겠다는 표정.) 가 볼까요? 지하실로….
첸 티엔:으응. (주변을 둘러본다. 여차하면 무기?로? 쓸만한 게 있을까?)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70
판정결과:실패
 :무기로 쓸 만한 것은 없지만... 괜찮아요! 이안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믿읍시다.
이안은 당신을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로 안내합니다. 육중한 나무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열쇠 없는데…. (눈 깜박깜박.)
첸 티엔:(덩달아 눈 깜박깜박. 연약함?을? 어필했다.)
이안 브란트:문 따는 법 아시나요? (알 리가.)
첸 티엔:으음. 주방에서 이런 걸 발견하긴 했는데요…. (훔쳤던 열쇠를 꺼내 자물쇠에 끼워 본다.)
 :훔친 열쇠는 자물쇠에 알맞게 들어갑니다. 끼익, 비명과 같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두 사람의 앞에는 길고 어두운 계단이 이어집니다.
이안 브란트:oO(싫다.)
첸 티엔:(주변에 촛대가 있을까? 다시 휙휙 둘러본다.)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27
판정결과:보통 성공
 :불을 밝힐 수 있을 만한 초와 성냥이 놓여 있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첸 티엔:(익?숙한? 손놀림?으로 촛대에 불을 밝힌다. 또다시 익숙한? 손놀림?으로 성냥을 주머니에 챙기고는 걸음을 내디뎠다.) 제가 먼저 내려갈게요.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이안 브란트:익숙하신 것 같아요.
첸 티엔:(앗차.) 으응, 아까도 켜 봤거든요. 제 방에도 똑같은 촛대가 있더라고요.
이안 브란트:그 일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불 붙일 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잠시 눈이 가늘어졌다.) 뭐어, 이해해요.
첸 티엔: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오.
이안 브란트:아녜요, 티엔 씨도 성인이시고….
첸 티엔:(끙.)
이안 브란트:(얌전히 당신의 뒤를 따라 걷는다. 길이 어두운 탓인지 당신의 손을 슬그머니 잡아왔다.)
 :어둡고 좁은 길을 두 사람은 손잡고 내려갑니다. 어두운 분위기 때문인지, 혹은 이안에게서 풍기는 달콤한, 가슴을 저미는 향 때문인지 당신의 심장은 미칠 듯이 쿵쾅거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통로의 끝은,
 :놀랍게도 예식장입니다. 아니, 예식장이 맞을까요?
적어도 누군가가 결혼을 하려 했던 곳임은 분명합니다. 샹들리에는 영롱하게 빛나며, 장식된 새하얀 꽃과 이파리는 아직 싱싱하고, 새하얀 단상과 하객석에는 섬세한
무늬가 세공되어있습니다.
문제는 그뿐이라는 것입니다. 버진 로드를 비롯한 예식장의 바닥은 선혈이 낭자합니다. 누군가의 칼이 바닥에 꽂혀 있고, 피에 젖은 시체가 질질 끌려간 흔적이 무늬처럼 남아있습니다.
마치, 200년 전의 결혼식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요. SanC (1/1d2)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3/36/14
굴림:98
판정결과:실패
2
(눈가를 찌푸렸다.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안 브란트:대체 이게…. (그 또한 이곳의 풍경을 처음 본 것인지 하얗게 질렸다. 윤을 찾기라도 하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윤은 대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건가요?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면 신랑과 신부의 입장을 알리는 오르간 소리가 저절로 울려 퍼집니다.
이건 이미 과거의 저택이 잘 보존된 수준이 아닙니다. 어떤 불가항력이 과거의 저택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현장의 모든 것들이 기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단상 위에는 생전 처음 보는 불길한 날붙이의 조합, 기묘하게 조립된 금속의 무언가들이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계처럼 단순한 톱니바퀴의 조합이 아닙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부품이 오르간 연주에 맞춰 기이한 비명을 지르며 돌아갑니다. 이건 절대로 이 세상에 있어서 안 되는 것이라는 직감이 듭니다. SanC (1/1d3)
첸 티엔:
SAN Roll
기준치:71/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2
형…. (불안하다. 단순히 불안이라고 표현되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정도로 감이 좋지 못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안 브란트:으응…. 괜찮아요? (당신의 안색을 살피는 이의 낯빛이 영 좋지 않다. 지하실로 내려와 몇 걸음 걸은 뒤로부터 꽃의 향은 더욱 거세지며, 지친 사람처럼 걸음이 비틀거린다.) 여기 뭐가 있는데….
 :이안이 장치 옆에서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이안이 가리킨 곳, 제단 위 기이한 장치 뒤에는 누군가가 사용한 듯한 간이 책상이 있습니다. 책상 위의 종이와 두꺼운 책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첸 티엔:(곧바로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부축했다.) 그것보다도…. 안색이 안 좋으세요. 먼저 올라가 계실래요?
이안 브란트:아뇨, 그냥 같이 있어요. 당신만 두고 가기는 불안한걸요. (당신의 어깨 위로 뺨을 비빈 뒤 떨어진다. 묘한 향이 남는다.)
첸 티엔:그럼…. 손은 놓지 말아요. (촛대를 당신에게 들려준 뒤 남은 손은 자신이 붙잡는다. 그런 뒤에야 책상 위의 종이를 집어 살폈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진 종이입니다. 종이들은 필체 연습을 하는 것처럼 단순한 알파벳의 나열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이 필체는 당신에게 매우 익숙할 겁니다.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고, 두 사람을 내내 혼란스럽게 한 그 편지의 필체니까요.
이안의 글씨를 유난히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이 여태 이안의 필체를 따라하기라도 한 걸까요? 대체 무엇을 위해서?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73
판정결과:실패
(곰곰….)
 :당신을 불러온 것이 윤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혹 브란트 가의 진실을 알리고자 당신을 이 저택까지 이끈 것은 아닐까요?
첸 티엔:(종이를 내려두고 을 펼쳐본다.)
 :표지에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적힌 두꺼운 두께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노란색과 붉은색, 두 개의 책갈피가 꽂혀 있어 원하는 대로 펼쳐볼 수 있습니다.
첸 티엔:(노란색 책갈피가 꽂힌 부분을 펼쳐본다.)
 :노란색 책갈피가 꽂혀 있는 페이지는 푸른 꽃의 삽화와 함께 다음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옆에서 같이 글을 읽다가 우물쭈물 말을 꺼낸다. 말을 몇 번이나 더듬거린다.) 제가 이렇게 생긴 꽃을 삼켰어요. 그게, 처음에, 가문의 화합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면…. 당신이 저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 겠느냐고, 가문에서….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새하얗게 질리길 반복했다.) 죄송해요, 제 마음대로 그렇게….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연다.) 저는, 그저 사랑에 빠지는 것뿐이지 저나 당신에게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첸 티엔:(당신의 말이 맺어지기도 전에 입을 맞추었다. 입가에 입술을 부빈 뒤에야 몸을 물린다. 책의 내용쯤은 아무런 신경 쓰지 않는 이마냥 그리했다.) 제게 형이라는 선택지를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이걸 계속 품고 있으면 형이 위험해지는 것, 맞죠? 뱉어낼 수 있겠어요?
이안 브란트:(당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마저 잊고 흡, 입술을 얌전히 다물었다. 입을 다물게 하는 퍽 괜찮은 방법이었다.) 으응, 노력해 볼게요…. (마저 일 보라는 듯 손을 살살 저었다.)
첸 티엔:꼭 뱉어야 해요. (눈썹 늘어트린 채 당신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엄한 투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어 붉은색 책갈피가 꽂힌 부분을 펼쳐본다.)
 :붉은색 책갈피의 페이지에는 인간의 삽화와 함께 다음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설명 위, 종이들이 지저분하게 붙어있습니다. 대부분 욕설과 불평불만입니다.
유심히 글을 읽던 당신은 문득 이안이 당신의 팔을 꽉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는 이안을 따라서 시선을 돌리면…….
달그락, 달그락. 기묘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걸어오는 소리는 아닙니다.
기계에서 나는 소리 외에도 무언가 부품들이 부딪치고, 빠르게 회전하며 내는 마찰음이 들립니다.
윤: 이안, 티엔 님……. 여기 계시나요? 이것 참, 이번의 몸도 고물이군.
 :"이쪽으로!" 동시에 이안이 당신의 팔을 잡아당깁니다. 덜커덩, 이안은 언제 생겼는지 모를 바닥 아래의 공간으로 당신과 제 몸을 밀어 넣고 재빨리 문을 닫습니다. 가까스로 몸을 숨겼으나 심장이 미친 듯이 뜁니다.
이안 브란트:(얼결에 당신의 무릎에 앉은 자세가 되었다…만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이야기한다.) 누군가 가르쳐줬어요. 전혀 처음 듣는 목소리였는데…. 이곳으로 숨으면 된다고. 유령인 걸까요?
첸 티엔:유령…. (읊조린다. 무릎 위로 당신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이 이다지도 안정이 될 줄은. 꾸물거리며 양팔을 뻗더니 그대로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상대의 맥박을 듣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가라앉았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끔…. 저희를 도와주시는 걸지도요.
(느지막이 고개를 든다. 염려로 가득한 눈이 정확히 당신만을 담았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지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안색이 나빠지셨잖아요.
이안 브란트: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무거울 텐데…. 그럼에도 얽힌 다리를 떼어낼 수 없으니 잠자코 당신에게 무게를 실었다. 둘 데 모르던 팔 또한 당신의 어깨 위에 얹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공간에서 자욱하게 꽃의 향이 퍼져 나간다. 힘이 좀 없을 뿐이지, 어딘가 대단히 아픈 것은 아니니 엷은 웃음을 지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마 이곳이 그 마력을 받아 이루어지는 공간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윤은 계속해서 넓은 예식장을 배회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부릅니다. 어디 숨은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찾아다니고, 하객석을 뒤집습니다.
윤은 인간이 아닌 존재고, 미지의 물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곳을 빠져나가 두 사람이 맞서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은 몸을 피했지만, 윤이 언제 이곳을 찾아낼지 모르죠.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85
판정결과:실패
혀엉.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조금, 무서워서 그러는데…. 입 맞춰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이런 데서 뽀뽀만 할 자신 없는걸요. (농….)
첸 티엔:전 그보다 더한 것도 좋은걸요. (농?)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응?
이안 브란트:해도 되나요? 더한 것….
첸 티엔:해주시려고요?
이안 브란트:으응…. 별로면 안 하구.
첸 티엔:저는 좋지마안. 그걸 해버리면 저랑 결혼하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이미 예비 부부잖아요. (고개를 틀어 입술끼리 맞물렸다. 오물거리며 윗입술을 물었다가, 쪽 소리 나게 빨아들이고, 다시 머금길 반복했다. 혀는 단 한 번 입술을 핥은 뒤 떨어졌다. 그저 입맞춤이라기엔 농밀했고 키스라기에는 담백했다.) 진정이 좀 되셨어요?
첸 티엔: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으응, 아주 많이요. (그마저도 아쉬운 듯 입가에 쪽 입 맞춘 뒤에야 떨어졌다.) 나중에 또 해주셔야 해요.
이안 브란트:여길 무사히 빠져 나가면 얼마든지요. (이곳을 나가면 결혼하자 같은 플래그는 꽂지 않는 편이 좋겠지. 콧잔등에 쪽.)
 :윤이 정말 생체 자동인형이고, 그 책이 옳은 내용이라면 마력을 차단해야 합니다. 블루 피오나가 마력의 원천이라면 예식장의 수상한 기계가 마력을 모으고 옮기는 종류의 것이겠죠.
거대한 기계를 부수는 일은 당장 불가능하니, 이안에게 블루 피오나를 토해내게 한 후, 꽃술을 끊으면 윤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첸 티엔:으응. (문득 끌어안은 팔을 풀더니 당신의 배를 더듬기 시작했다.) 혀엉, 아무래도 꽃을 토해내야 할 것 같아요. 그 꽃이 마력의 근원인 거잖아요?
이안 브란트:가, 간지러워요. (얇은 잠옷 위로 느껴지는 감촉에 파득 떨었다. 팔다리 얽혀 있지만 않았으면 저만치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잘 안, 되던데…. (끙.) 도와 주실래요?
첸 티엔:으응. (눈 동그랗게 떴다. 순진한 척.) 어떻게 해드리면 되나요?
이안 브란트:음. (머뭇거리다가 아… 입을 벌렸다.)
첸 티엔:응? (냉큼 입을 맞물린다. 슬그머니 혓바닥을 밀어 넣기도 하였으니 과연 파렴치했다.)
이안 브란트:(으으응, 이게 아니라는 듯 음 흘려댔으나 앙탈처럼 들리기만 한다. 혀가 맞부딪혔다가 떨어졌다. 얼굴이 시뻘겋다.) 이, 입 말고…. 손가락.
첸 티엔:아하. (작위적인 감탄사를 뱉는다. 잘 몰라서 그랬어요오. 무해함을 어필하며 손가락의 반지를 빼냈다. 이윽고 검지를 들어 당신의 입술을 톡톡 건드린다.)
이안 브란트:거짓마알…. (군말 덧붙이다 말고 입술을 벌렸다.)
첸 티엔:(답하지 않는다. 의뭉스럽게 웃을 뿐이다. 벌린 입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이안 브란트:더 너어더 개차아여…. (더 넣어도 괜찮아요. 옹알이에 가까운 발음이었다. 눈이 깜박깜박.)
첸 티엔:으응. 힘들면 말해주세요. (검지로 혓바닥을 꾹 눌렀다. 침입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듯한 행위였다. 이윽고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밀어 넣는다. 혓바닥을 문지르듯 쓸며 들이밀었으니 구역감 이는 것은 순간일 터다.)
이안 브란트:(네에, 대답 뭉그러진 채 이어졌다. 혓바닥에 닿는 낯선 감각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칠 떨었다. 뒤늦게 막힌 기침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나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 뿐 무엇도 토해내지 못했다. 뱃속에 자리 잡은 미지의 것이 몸부림 치기라도 하는지 좁은 공간에 더욱 단내가 퍼진다. 입술에서부터 당신의 손가락까지 타액이 이어졌다.)
첸 티엔:
기준치:40/20/8
굴림:62
판정결과:실패
기준치:40/20/8
굴림:97
판정결과:대실패
 :한껏 억누른 신음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계속되지만, 이안은 그것을 한 번에 토해내지 못해 헛구역질만 해댑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달콤한 향이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머리가 아득해지고, 지하실의 공기는 뜨겁기만 하고, 눈물 고인 얼굴을 보는 것이 제법 힘겹습니다.
그 순간, 발걸음 소리가 가까운 데서 멈춥니다. 바로 위에 윤이 있는 것을 눈치챕니다. 두 사람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수 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뒤에야 그가 떠나갑니다.
첸 티엔:(향보다는 억눌린 신음이나, 눈물 아롱거리는 눈가며 늘어진 타액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발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짐승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애써 마른침을 삼키고는 자세를 다잡는다. 좁은 공간이었다.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상체를 기울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위를 점하며, 당신이 제 아래에 깔린 듯한 모양새가 된다. 하체와 하체가 더욱 맞붙게 되었을 테니 물건 세운 것마저 들킬지 모르는 일이나, 우선은 꽃을 토해내는 게 급했다.) 형….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그리고는 곧장 당신의 입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개수마저 늘려 안을 헤집었으니 손으로 목구멍을 범하는 꼴이다.)
이안 브란트:(몸을 겹친 적 있더라면 분명히 의식했을 상황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부끄럼 한 점 없이 눈물 그렁그렁 매단 채 당신을 올려다 보기나 했다. 대꾸하려는 듯 입술이나 목구멍을 좁혔으나, 곧바로 손가락이 안을 헤집으니 켁, 하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푸른 색의 꽃잎 몇 개가 젖은 손가락에 들러 붙었고….)
 :마침내 이안은 얇은 꽃잎이 중심을 겹겹이 둘러싼 풍성한 꽃을 토해냅니다. 꽃술은 풍성한 꽃잎에 가리어져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안은 기분 나쁜 오한을 느끼며 당신의 품으로 잠시간 늘어집니다.
첸 티엔:으응, 고생했어요. 장하다. (한쪽 팔로 당신을 그러안은 채 남은 손으로는 꽃을 집어 들었다. 꽃잎을 헤집으며 꽃술을 끊으려 든다.)
 :꽃술을 뜯어내기 위해 꽃 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휘젓자 이안은 다시 밭은 기침을 하며 당신을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뚝, 술을 끊어내자 이안의 고통스러운 기침 소리도, 바깥에서 들리던 소리도 완전히 멎어듭니다.
첸 티엔:대충 정리된 것 같네요. (꽃을 완전히 짓이긴 뒤에야 양팔로 당신을 붙들었다. 몸 바짝 붙인 채였으니 순식간에 호흡이 섞여든다.) 어때요, 좀 괜찮으세요?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이안 브란트:(앓는 소리를 내며 젖은 눈을 껌벅거렸다. 마침내 숨결에 뒤섞이던 기이한 꽃향이 완전히 잦아들었다.) 응, 괜찮아요. 덕분에…. (맥없는 웃음을 흘린다.)
첸 티엔:다행이다. (당신의 목에 코를 묻곤 킁킁거렸다.) 어라, 향이 사라졌어요.
이안 브란트:정말 끝났나 봐요…. (목 부근에 닿는 머리카락에 웃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을 느릿느릿 안았다 놓는다.) 나가 볼까요?
첸 티엔:으응. (돌아가면 향수를 선물해드려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신과 꽃향기는 퍽 잘 어울렸던 탓이다. 향은…. 라벤더가 좋겠다.) 그런데 다리에 쥐가 나서 못 움직이겠어요오. (과연?)
이안 브란트:아. 마, 많이 무거웠죠…. (당신의 종아리부터 허벅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첸 티엔:
건강
기준치:75/37/15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혀엉.
이안 브란트:네?
첸 티엔:거긴 조금 부끄러워요. (발그레….)
이안 브란트:다리?
첸 티엔:으으응.
이안 브란트:응?
첸 티엔:허벅지요오.
이안 브란트:이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주무른다….)
첸 티엔:(침묵했다. 이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안 브란트:(흠.)
교육
기준치:70/35/1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갸웃?)
첸 티엔:(순진하시군. 결국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곳에서 초야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꾸물거리며 몸을 뒤로 물렸다.) 아녜요오. 일으켜주세요.
이안 브란트:(참고로 이안 브란트는 온전한 성 지식을 갖추고 있는 성인이며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다 그저 그런 상황 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못하는 것뿐이다….) 으응. (당신을 일으켜주며 다시 뭔가 생각해보나.)
교육
기준치:70/35/14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
응?
첸 티엔:응?
이안 브란트:설마?
첸 티엔:(발그레.)
이안 브란트:아! 죄, 죄, 송해요. (바들바들바들바들. 시뻘게졌다. 뒤이어 할 말을 찾는다.) 건강하시네요…….
첸 티엔:(수줍은? 듯? 웃었다?) 좋으시죠? (이런 발언까지.)
이안 브란트:왜… 왜요? 왜 조, 좋아야 하나요?
첸 티엔:으응, 형 게 될 거니까?
이안 브란트:(잠시 혼란….) 거, 건강한 게 좋긴 하죠. 네! 좋아요. 좋은 것 같아요. 네. 먼저 나가 있을게요. (얼른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첸 티엔:(쪼르르 뒤따라 나갔다.) 혀엉, 손 잡아주셔야죠오.
이안 브란트:앗…. (손은 냉큼 잡았다. 나중에 잘 해? 드려야지, 로맨틱한 장소에서, 분위기도 괜찮게 잡고…. 후일을 기약하는 중이다.)
 :밖으로 나온다면,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모든 것이 생생했던 화려한 예식장은 삭막하게 썩어 부서진 꽃, 거미줄, 먼지가 가득한 단순한 지하실이 되어있습니다.
이 저택 자체가 블루 피오나의 마력으로 유지되어 있었기 때문일까요? 기계는 움직이지 않는지 아무 소리도 없습니다.
윤은 하객석에, 아무런 힘도 없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 같기도, 진열대에서 넘어진 마네킹 같기도 합니다.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으며, 풀린 눈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정말 끝났네요. 마지막으로…. (그의 품을 뒤적여 열쇠를 찾아냈다.)
첸 티엔:(조심스레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그래도 가족이라며 의지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셈 아닌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안 브란트:(눈 앞에 있는 것은 단순한 인형이겠지. 그러니 꺼림칙하게 느껴질 뿐 특별히 슬프거나 괴로운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사람이 아닌 것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 뒤엔 집안 살림을 좀 훔쳐 당신과 단둘이 도망갈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난스러운 어조, 그럼에도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첸 티엔:…저, 저도 훔쳐 놓을게요. (뭘? 하여간 첸 티엔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커다란 애정을 마주할 적이면 고장이 나고는 했다. 귀 끝이 타오를 것처럼 붉어졌다.) 그 뒤에는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너른 들판에서, 저희 둘끼리만요.
이안 브란트:이럴 땐 정말…. (어린 것 같기도 하네. 붉어진 귓바퀴에 시선을 주며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네에, 그렇게 해요.
 :두 사람은 지하실을 벗어납니다. 아래와 마찬가지로, 저택의 모든 것은 엉망입니다. 다시는 엎어진 음식들이 수복되지도, 샹들리에가 새것처럼 반짝이지도 않겠죠.
문득 입구 쪽을 바라보자 티엔은 흐릿한 두 명의 인영을 발견합니다. 사라질 듯 말듯, 아스라이 흔들리는 사람들은 어서 나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첸 티엔:(손 놓지 않고 그 인영들을 바라보았다. 문득 당신에게 건네었던 말이 떠오른다.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우리를 도와준 것. 그러니 주저할 필요는 없다. 맞잡은 손을 입구 쪽을 향해 당겼다.) 어서 가요.
이안 브란트:(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과 나란히 걸었다. 당신과 있으니 두려울 것은 없었다.)
 :그 손짓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오면, 천천히 동이 트는 하늘 아래 삭막한 정원이 보입니다.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흔들립니다. 새벽을 넘기고 아침을 맞이하는 빛이 메마른 땅을 내리쬡니다.
앞서 저택을 나온 인영들은 차츰차츰 흐려지고 희미해지지만, 얼굴만은 또렷합니다. 두 사람을 닮은 얼굴들은 몹시 늙어 있습니다. 유령들은 동시에 입을 엽니다.
우리는 너희와 달리 운명을 바꾸지 못했어. 참혹했던 결혼식 날, 우리 두 사람만이 비밀의 방에 숨어 살아남았다. 가문을 버리고 서로를 택했기에, 대가로 우리 가문은 200년의 원수가 되었지.
후회하지 않는 것은 이것이 옳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야, 너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거다. 망설이지 말고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렴.
말을 마친 인영은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져버립니다.
그와 함께 주인을 배웅하듯, 저택은 먼지처럼 부서지며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멸망은 소리 없이 이루어집니다.
 :…. 두 사람을 도운 것이 그들의 작은 속죄라면,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이안입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유리병을 보여줍니다.
이안 브란트:이거…. 마지막에 윤의 주머니에서 찾아냈어요. 해독제예요, 블루 피오나의. (당신을 가만 쳐다보기만 한다. 당신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듯.)
 :그들이 말한 결정은 이런 것이라면, 드디어 종장입니다.
첸 티엔:(흔쾌히 해독제를 가져와 마개를 뽑는다. 그 행동에서 망설임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다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마셔두는 게 좋겠어요. 전 형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이안 브란트:(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낯에서 불안은 찾을 수 없다. 지금 이곳에는 사랑에 빠져든 단 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무수한 선택지 사이에서 이안 브란트라는 사랑을 고른 것은 당신이다.)
첸 티엔:(사랑으로 가득 찬 낯을 보곤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그리고는 해독제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당신이 예상했듯, 첸 티엔은 어떠한 변화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제 사랑을 당신에게 증명한 셈이니 조금은 의기양양해졌을 것.) 저택까지 동행해도 될까요? 딱 대문 앞까지만요. 안 들키게 잘 숨어있을 테니까아, 응? 함께 있고 싶단 말이에요.
이안 브란트:(혹 감정의 변화를 겪더라도 그것은 순간일 것이라고, 당신은 다시 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 확신마저 무상하게 당신은 곧장 제게 애교를 떨었으니 그 끝에 흐드러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네에, 데려다 주신 뒤엔 제가 금방 데리러 갈게요. (새끼손가락을 엮어 약속을 한다. 그때는 정말 둘만의 결혼반지를 맞추어 갈까.)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안의 저택 앞에서 짧은 이별의 입맞춤을 나누었던가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이안은 가문으로 돌아가 윤과 같은 자동인형을 찾아내어 처분했습니다. 놀랍게도 과격한 주장을 펼쳐 이 결혼식장을 학살의 장으로 바꾸려 했던 사람들은 전부 인형이었습니다.
오래 묵은 증오가 완전히 씻겨나간 것은 아니나,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은 분명합니다. 악역은 퇴장하고, 선역만이 남았으니 분명 극으로 따지면 해피 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자, 새삼스러운 회상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뜰까요. 저 멀리 버진 로드 끝에서 이안이 면사포를 쓴 채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너른 들판, 아침해가 빛나는 이 곳. 오르간 소리 하나 없이도, 두 사람만의 결혼식은 아주 완벽할 거예요.
이로써 두 사람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메리지 블루의 막을 내립니다. 증오를 지우고, 영광을 대물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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