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ol & Love Wisher!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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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과 함께, 식당은 평소보다 배로 소란스럽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먹고 있습니다.
들뜬 기색이 가득한 이 점심시간에, 이안은 뭘 먹나요?
이안 브란트:(흠?! 혼자 샌드위치를 주워먹어요)
▶:근처의 친구들은 마찬가지로 샌드위치를 물고 떠들기 바쁩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예요. 다들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 이안, 그래서 넌 누굴 파트너로 데려갈 생각인데? 멋없게 혼자 갈 건 아니잖아. 아, 설마… 파티 자체를 참석하지 않을 생각인 건 아니지?
이안 브란트:(그러고 보니 곧 크리스마스구나. …그 날은 바쁘시려나.) 파티라, 딱히 갈 생각 없었는데…. (심드렁하다.)
친구: 왜? 1년에 단 한 번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파티인데, 이렇게 빠지는 건 아쉽잖아. 항상 경기 보러 오던 그 친구는? 바쁘대?
이안 브란트:크리스마스엔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지, 파티를 가는 게 아니고…. (장난스럽게 픽 웃고는) 바쁘신 분이니까 아마 스케줄 있으실걸. 파트너니 뭐니 할 사이도 아니고.
친구: 그래? 이상하네, 내 생각엔…. 아니, 아니다. 다 먹었으면 나갈까?
이안 브란트:네 생각엔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짧게 웃어 보이곤) 그래, 가자.
▶:그렇게 카페테리아를 나서 복도를 거닐면, 사물함 근처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티엔과 눈이 마주칩니다.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면 할 말이라도 있는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응?) … 저 오늘은 제 옷 입었는데요?
첸 티엔:…왜요? (…짧은 침묵.) 아니, 그걸 말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혹시, 지금 바쁘세요?
이안 브란트:아…, 좀 급하게 오시는 것 같길래 제가 뭐 잘못 입었나 싶었어요. 아님 말구요. (얌전) 아뇨, 별로…. 말씀하세요.
첸 티엔:제 옷 입으셔도 상관없는데요. 그, 버리시지만 않았다면야. (…재차 눈치를 보다가도 쭈뼛대며 말을 이었다.) 별건 아니고요.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 말예요…. 가실 거예요?
이안 브란트:안 버리니까 걱정 마세요. (멋쩍은지 뒷목을 매만지다) 가는 곳마다 그 얘기네요. 별로… 갈 생각 없었는데. 가시게요?
첸 티엔:당신의 스케줄이 비어있다면요. (슬그머니 덧붙인다.) 선약, 있으세요?
이안 브란트:선약은 없는데…. (의아한 듯 묻는다.) 같이 가실 분 없으세요?
첸 티엔:(울망…) 있어야 하나요?
이안 브란트:왜 또 그런…, (당황하며 말을 흐린다.)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물어본 거지,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첸 티엔:그럴 리가요. 저 인기 없는걸요. (빈말을 잘도 내뱉는다. 한참 손을 머무적대다, 귀 끝이 붉어지기 전에 입을 연다.)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 주실래요? 입장부터 페어로 받는 파티잖아요. 혼자 가는 건 외로울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거짓말….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별 거라고, 이렇게까지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면 별안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누군가는 저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았겠지, 하고….)
(딴 생각을 하느라 대답에 뜸을 들이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그런데… 가고 싶은 이유라도 있어요? (딱히 그런 건 없나? 갸우뚱거린다.)
첸 티엔:(답이 늦어질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윽고 허락의 답이 떨어지면, 그제야 퍼뜩 얼굴을 들어 올린다. 어렴풋이 어려 있던 긴장은 씻은 듯 찾아볼 수 없는 낯이다. 남아 있는 것은 일말의 설렘과 상기된 뺨 정도일까.)
그야……. (그날은 토요일이 아니니까, 당연하단 듯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는 날이었으므로.) 파티…, 잖아요. (그러나 속내를 털어놓을 용기는 없다. 결국은 되는 대로 핑곗거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날은 혼자 보내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싶거든요.
이안 브란트:보기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시네요. 아닌가, 그냥 사람을 좋아하시는 건가…. (그래, 그런 뻔한 이유인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고개를 든 당신의 얼굴을 눈으로 뜯어보고 있자니, 꼭 모든 것이 진심 같아서….) 아무튼. (끝내 마주하던 시선을 돌리고 만다.) 달리 챙겨야 하는 건 없죠? 드레스코드라거나….
첸 티엔:(떨어지는 시선이 못내 아쉽다.) 빨간색 옷을 준비해야 한다나 봐요. 그런데, 전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어서요…. 같이 사러 가실래요?
이안 브란트:(제 거 빌려 드릴까요 같은 말은 아무래도 곤란하겠지….) 전 시간 많으니까 티엔 시간 될 때 가요.
첸 티엔:그러엄, 오늘은 어때요? 학교 마치고 들렀다 가요. 볼일 끝나면 집까지 데려다 드릴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오늘,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수업 다 듣고 봐요.
첸 티엔:(무어라 답하려는 찰나에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입술을 달싹이다가도 멈추어 내고, 그저 눈인사를 건넨다.)
▶:교실로 돌아가는 복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9
판정결과:실패
친구1: 아, 걔도 온다고 했지? ….
친구2: 그……?
▶:소음이 섞인 탓에 대화를 전부 들어낼 수는 없었어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루한 시간은 유난히도 더디게 흘러갑니다.
▶:학생들이 쏟아지는 복도, 문밖으로는 벽에 몸을 비스듬이 기댄 티엔이 보입니다. 기다리고 있던 걸까요? 당신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휴대폰을 바라보고만 있네요.
이안 브란트:티엔. (곁에 서서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며) 일찍 마치셨네요. 뭐 하고 있었어요?
첸 티엔:아, 오셨어요? 잠시 캘린더나 보고 있었죠. (…문득! 방금 뱉은 발언이 대단히 핑계 같음을 눈치채고야 만다. 굳이 굳이 당신의 시야 아래를 지나치게끔 액정을 돌려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정말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던 듯싶다.) 조수석도 비워 뒀어요. 바로 갈까요?
이안 브란트:(진짜 아무 생각 없이 물은 거였지만 굳이굳이 보여주신다니 슬쩍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늘이나 크리스마스 날 둘 다 일정 없으신 거 맞죠? 연말이라고 바쁘실 것 같은데…. (함께 차로 걸어가다 문득 농을 던진다.) 첼로가 서운해 하겠는데요.
첸 티엔:네에, 다 비어 있어요. (정확히는 비워 둔 것이지만.) 그건 걱정 마세요~. 제 첼로라면 분명 이해해 줄 거거든요. 걔도 알고 있을 거예요. 조수석은…. (습관적으로 뒷좌석의 문을 열고 첼로 케이스가 잘 고정되었는지 살폈다. 한발 늦게 운전석의 문을 열며 당신을 본다.)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단 걸요. 자, 타세요~. 오늘도 안전하게 모실 테니까요.
이안 브란트: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무리해서 놀 필요는 없으니까요. (순순히 끄덕이다 당신을 따라 뒷자석에 실린 첼로 케이스를 쳐다본다.) 그래요, 조수석은 다시 제 자리니까 다른 사람 태우지 말고 잘 비워두세요-?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며 조수석에 탑승한다. 매번 운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 내년엔 정말 면허를 따야겠다 싶어진다.)
첸 티엔:이젠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멋쩍은 듯 웅얼거리며 운전대를 잡았다. 당신이 벨트를 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악셀을 밟는다.)
▶:주택가를 벗어나 시내에 도달해 차에서 내릴 무렵이면, 해가 지고 거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흥겨운 캐럴이 가게마다 흘러나오고, 반짝이는 전구로 꾸민 거리는 웃음소리가 효과음처럼 울립니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거리, 두 사람은 그 인파에 자연스레 섞여듭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곳으로, 큰 트리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옷가게, 반대편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주변을 둘러보다 말곤 큰 트리 앞에 서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파티 간다고 하길 잘한 것 같기도 하고요? (슬며시 웃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설치했다는 거대한 트리로, 높이는 건물로 따지자면 4층 정도 되겠네요. 색색 전구들이 초단위로 반짝입니다. 얼굴만 한 양말이나 밀랍 인형들이 달려있고, 꼭대기에는 흰 별이 눈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 저기, 죄송한데…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트리를 구경하던 이안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어린 꼬마를 안은 여성이 보여요.
이안 브란트:아,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물론이죠. (솔직히 사진 찍는 데는 자신이 없지만… 이런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않는가. 카메라를 건네받아선 조금 물러난다.) 이대로 찍으면 괜찮을 것 같나요? (티엔에게 슬쩍 물어보기!)
첸 티엔:(흘긋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나요?
이안 브란트:(손...놀..림?)
손놀림
기준치:10/5/2
굴림:22
판정결과:실패
▶:찰칵! 뭔가 각도는 어설프지만…. 아무튼 둘의 웃는 모습은 제대로 담았습니다.
잰걸음으로 뛰어오는 아이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입니다. 여성은 휴대폰을 돌려 받으며 한번 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 아, 두 분도 찍어드릴게요. 크리스마스인데 트리 아래 사진 정도는 남겨둬야죠.
이안 브란트:저희는 괜찮…? 습니다? (눈치……)
첸 티엔:(빠안….)
이안 브란트:찍을까요?
첸 티엔:괜찮겠어요? (눈치!)
이안 브란트:싫은 건 아닌데, 그냥… 이렇게 사진 남기는 게 조금 어색해서. 한 장 찍어요 그럼. (멋쩍게 웃다가 여성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감사합니다.
▶:여성은 휴대폰을 받아들더니,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찍을 준비를 합니다. 조금만 옆으로, 아니 왼쪽! 지시하는 모습이 프로 못지않습니다.
???: 하나, 둘, 셋… 브이!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거예요? 조금만 더 붙어요!
이안 브란트:(어쩐지 어색하지만 슬쩍 옆에 붙어 선다.)
첸 티엔:(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 본다. 나란히 선 채 렌즈를 보며 웃었다.)
▶:찰칵, 찰칵. 몇 번의 촬영음이 울린 후에야 포토타임은 끝이 납니다. 휴대폰을 건네며 해피 크리스마스, 그 말도 짧게 덧붙여주고요. 여성과 아이는 웃으며 거리를 빠져나갑니다.
엄마, 저 사람들도 서로 사랑해? 잡은 손을 붕붕 흔들며 걷는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집니다.
이안 브란트:같이 사진 찍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죠? 이따 보여드릴게요. (가볍게 웃고는 휴대폰을 다시 겉옷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옷 먼저 보러 갈까요? 그 말을 하고는 옷가게로 향한다.)
▶:진열된 마네킹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귀여운 산타 모자나 루돌프 머리띠를 쓰고 있어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신과 비슷한 또래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드레스 코드는 빨강이었죠?
첸 티엔:(낯익은 이들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다들 파티 준비를 하러 왔나 봐요. 이안은 드레스 코드에 맞는 옷이 있다고 하셨던가요? 혹시 없다면…, (내심 같은 디자인을 고르고 싶은 눈치다.)
이안 브란트:(친구 많으시네…, 티엔이 인사하는 것을 얼마 동안 쳐다보더니 곧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붉은 계열 옷이 많진 않으니 저도 하나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골라주실래요? (산뜻이 선택권을 넘기며)
첸 티엔:(화색을 띠며 당신의 소매를 붙잡고 진열대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톤이 튀지 않는, 버건디 계열의 셔츠를 집어 들곤 당신의 목 아래에 대어본다.) 이런 건 어때요? 원색보단 이쪽이 무난할 것 같은데.
이안 브란트:(지나가던 사람에게 밀리면 일순간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가, 싱겁게 놓는다.) 죄송해요, 놓칠 뻔해서. (눈치를 살피는 것도 잠시, 아무렇지 않게 상황에 어울리며) 괜찮아 보여요? 그럼 이걸로 하고…. (고민도 하지 않고 대꾸하고는) 당신 것은 봐둔 옷 있어요? (이런 덴 영 소질이 없어서 제가 골라주진 못하지만… 하며 덧붙였다.)
첸 티엔:(손이 붙잡히면,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첸 티엔으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다만, 귓가가 화끈거리는 것만 같아 황급히 옷걸이를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다. 반듯하게 걸린 셔츠 덕에 얼굴을 숨기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무작정 집어 든 옷이 당신에게 권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 거요.
이안 브란트:그… 거요? (제 눈을 의심하여 당혹 가득한 눈빛을 보내다 곧 거둔다. 무어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향이 어딜 가진 않아서,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곤 넘겨버린다. 다만…) 얼굴이 안 보이는데. 한 번 봐요. (얼굴을 가리고 있는 옷걸이를 툭 내리면… 당신의 귓가가 붉어 보이는 건 착각일까?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첸 티엔:(어떻게 당신의 손길을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힘주어 버틸 생각조차 않고 옷걸이를 내렸다. 귓가는 명백히 달아올라 있었으나, 애꿎은 손만 꼼질대며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왜요? 안 봐도 제 생김새 정도는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쓸데없는 말이나 내뱉으며 횡설수설하는 꼴이 단단히 사랑에 빠진 소년과 다를 바가 없다.)
이안 브란트:그걸 제가 기억 못할 리가 없지만…, 옷이랑 잘 어울리는지는 대봐야죠. (당신이 든 옷걸이를 제 손으로 옮겨 들었고) 고개 조금만 들어봐요. (다른 손으로는 당신의 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멀지 않은 거리에서 그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면,) … (묘한 기분이 들어 가져다 대었던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 … 이걸로 해요. (시선을 다시 마주하지도 못하고 옷걸이를 꾹 쥐기만 한다.)
첸 티엔:(첸 티엔은 이안 브란트를 거부하는 일이 없었다. 늘 그래 왔듯, 이번 또한 마찬가지다. 뻣뻣이 굳은 채 턱을 들어 올리면, 갈 길 잃은 시선이 애처로울 정도로 당신을 외면하고 있었다. 거절에서 우러나온 회피라 치부하기에는 이상하리만치 수줍음이 가득한….) …계산, 하고 올게요. (손이 거두어지자마자 황급히 옷걸이를 가져오더니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캐럴과 잔뜩 들떠 떠드는 사람들, 그 사이 같은 학년인지 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파트너라는 단어 외 제대로 들은 건 없지만요.
강당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는 늘 그랬습니다. 페어로 입장해 춤을 추고, 쿠키와 케이크를 먹으며 웃고 떠들고.
매번 드레스 코드와 진행하는 이벤트들도 다르지만, 하나 확실한 전통이 있습니다. 그건….
???: 잼이 나랑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던데?
??: 말 다 했네. 그 정도면 고백 아니야?
▶:베스트 커플상, 춤이든 뭐든 눈에 띄는 커플을 위한 학생들만의 소박한 시상식입니다.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커플은 졸업할 때까지 깨지지 않는다는, 그런 시시하지만 으레 있을 법한 이야기도 함께 내려오고 있죠.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계산을 마친 것인지 티엔이 종이가방을 든 채 당신에게로 돌아옵니다.
이안 브란트:(뭔가 못 들은 것 같은데.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런가….) 음…, (한창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돌아온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파티엔 신기한 것들이 많네요.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울 테니까,)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던데… 가볼래요?
첸 티엔:(반색한다.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인지, 당신과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나서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좋아요, 들렀다 가요.
▶:별모양 전구들로 꾸민 아이스크림 가게입니다. 흰 수염이 매력적인 산타 그림이 간판에 그려져 있네요.
짧은 줄에 합류해 차례를 기다릴 때면, 웃거나 화를 내며 아이스크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굉장히 분해 보이는 꼬마 아이도 있어요. 아, 그러니까 여긴….
첸 티엔:…이안, 한 번에 잡을 수 있겠어요?
▶:한 번에 잡으면 아이스크림을 한 층 더 쌓아준다는 돈두르마, 터키식 아이스크림 전문점입니다. 긴 막대를 쥔 사장님은 자신감이 넘쳐 보여요.
이안은 잡을 수 있나요?
이안 브란트: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안은 아이스크림이 크게 담긴 콘을 재빠르게 낚아챕니다! 사장님은 놀라워하며 콘 위로 아이스크림을 한 층 더 쌓아주시네요.
이안 브란트:(오늘도 민첩한 하루... 되었음!)
첸 티엔:(우와~)
이안 브란트:(와~ 돈을 지불하고 총총 사라집니다... 티엔한테 아이스크림 쥐어주기!)
첸 티엔:(응?!) 안 드세요?
이안 브란트:먼저 드세요. (빠안)
첸 티엔: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슬금… 눈치보다 한 입 먹고 돌려준다.)
이안 브란트:네? 그냥… 잘 드시면 좋으니깐……. (본인도 한 입 먹고) 집에 가기 아쉽네요. (문득 내뱉어놓곤 우뚝! 멈추어 선다.) 그러니까, 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서 그런가 봐요….
첸 티엔:(덩달아 우뚝!) 저……, 오늘 집에 아무도 없거든요. 빈집에 돌아가는 건 조금 외로울 것 같아서…. (우물쭈물.) 그러니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황급히 덧붙인다.) 물론 곤란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이안 브란트:(그 말에 금세 얼굴에 화색을 띠다가, 괜히 멋쩍은 듯 볼을 문지르며) 곤란하지 않으니까요, (짧게 헛기침 뒤에야) … 집에 가면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어느덧 밤이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캐럴은 끝없는 돌림노래처럼 흘러나옵니다.
트리의 별은 아까와 다르게 빨강, 주황, 노랑, 반짝이는 전구를 따라 색이 바뀌는 중이에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겠죠.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하는 그 길,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눈치 없는 전단지가 휙 날아 당신의 얼굴에 부딪힌 것만 빼면요!
이안 브란트:(뭐…야? 얼굴에 부딪힌 전단지를 떼어 확인해 본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25/12/5
굴림:38
판정결과:실패
▶:흐릿한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은 앳되어 보입니다. 기껏해야 또래, 혹은 그보다 조금 많거나 적어 보여요.
첸 티엔:뭐예요? (기웃...)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아, 보실래요? 서점에 도둑이 들었나 봐요. (전단지 보여주며)
첸 티엔:(전단지를 흘긋 보더니, 당황스러운 낯이 된다.) 어라…, 우리 학교 학생인 것 같은데요. 보세요, 여기. (사진 한구석을 가리킨다. 인물이 메고 있는 가방에는 두 사람이 다니는 학교 배지가 달려 있다.)
이안 브란트:아. 철두철미하지 못하네요…. (갸우뚱) 금방 잡히지 않을까요? 학교의 위상에 문제가 좀 생기긴 하겠지만…….
아는 얼굴이에요? (티엔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 같단 생각만….)
첸 티엔:화질 때문에 얼굴이 잘 안 보이네요…. 이런 일에 무턱대고 추측하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서. (고개를 젓는다.)
이안 브란트:(끄덕) 별 일이야 있겠어요. (냅다 플래그 꽂기.)
첸 티엔:(뭔가 꽂힌 것 같다.) 그럼~ 슬슬 돌아갈까요?
이안 브란트:(착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고민하다가 아이스크림 마지막 한 입 티엔에게 먹여주고 전단지를 대충 챙깁니다.) 가요, 집에.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택가에 가까워질수록 캐럴 소리는 점점 작아집니다.
그렇게 시간은 평소보다 조금 더 더디게 흘러…
이안 브란트:
건강
기준치:70/35/14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메리 크리스마스! 분명 짧은 낮잠이겠거니와, 하고 눈을 감았는데…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졌습니다. 시간을 확인해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안 브란트:(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함께 샀던 옷도 입고, 머리도 정리하고, 그러고 나면… 흠? 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얌전.)
▶:드레스 코드에 맞춰 옷을 입고, 준비를 끝마칠 무렵이면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티엔이 당신을 데리러 온 모양이에요.
이안 브란트:(나갈 준비를 모두 끝마치곤 문을 연다. 곧 눈 앞에 있을 당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첸 티엔:메리 크리스마스. (장난기 어린 어조.) 오늘도 조수석은 비워 뒀어요. 타 주실 거죠?
이안 브란트:그럼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는 조수석에 탑승! 파티로 향합니다.)
▶:파티는 학교의 강당에서 열린다고 했었던가요. 입구는 꽃으로 장식된 리스가 달려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캐럴과 박수 소리, 달콤한 쿠키 냄새와 웃음꽃이 핀 얼굴, 벌써 들떠 춤을 추는 친구들이 두 사람을 반겨요.
천장에는 색색의 헬륨 풍선들이 가득하고, 강당의 커튼은 작은 전구들로 한껏 꾸며져 있습니다.
어설프게 놓은 테이블 위로는 쿠키와 케이크가, 또 넓은 러그 위에는 교목을 이용해 만든 트리가 있네요. 형광등을 가린 갈색 종이 덕에 은은한 불빛이 강당 아래로 쏟아집니다.
친구: 메리 크리스마스! 이안이랑 티엔, 둘이 파트너인 거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장미꽃잎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친구 한 명이 대충 명단을 작성해주네요.
친구: 행복하고 애정 넘치는 파티를 즐기기 바라!
▶:사라지기 전 짧은 덕담을 덧붙이는 건 덤으로요.
리스가 주렁주렁 달린 벽 아래, 한쪽 테이블에는 간식거리가 가득하고, 단상 위 친구들은 춤을 추는 중입니다. 쉴 수 있는 소파와 창가 자리도 있지만, 저 자리를 차지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죠.
이안 브란트:(테이블 위를 기웃거린다.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어쩌구저쩌구…)
▶:테이블 위에는 쿠키나 잘게 썬 케이크, 과일 등 핑거푸드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테이블의 빈자리는 루돌프인지 산타인지, 알아볼 수 없는 도형들로 꾸며져 있고요.
이안 브란트:(쿠키 몇 개를 집어서 티엔 손에 얹어주며 또… 그냥 보고 있기)
첸 티엔:(눈치!) 저번부터 계속 주기만 하시고….
이안 브란트:잘 드시길래… 그냥……. 별론가요? …….
첸 티엔:(……냉큼 우다다 입에 집어넣음!)
이안 브란트:
기준치:50/25/10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첸 티엔:(알쏭달쏭한 표정이 된다.) 이거…, 쿠키 치곤 좀 매운 것 같은데요?
▶:그 옆에서 웃음을 참는 친구들이 보입니다. 산타가 먹을 간식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되지!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아무래도 악동들이 쿠키에 장난을 친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쿠키가… 매워요? 왜? 왜……? 뱉을래요? (손… 가져다 댐)
첸 티엔:…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당황!) 저 매운 거 잘 먹잖아요.
오히려 제가 먼저 먹어서 다행이죠. 당신에겐 좀 매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안 브란트:그래도… 쿠키가 매우면 맛없을 테니까…. (아리송하다. 다른 것도 먹으면 사고가 날 것 같으니 테이블에서 벗어나 단상 옆에 서 춤추는 모습 구경이나 하며)
▶:단상 위로는 벌써 친구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습니다. 화려한 턴, 탭댄스와 박수, 문워크와 정체 모를 막춤들…
첸 티엔:(문득 묻는다.) 이안, 춤에는 관심 없으세요?
이안 브란트:춤은 딱히… 춰 본 적이 없어서.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 출 줄 아세요?
첸 티엔:아뇨~ 몸 쓰는 덴 재능이 없거든요. 또…, 춤추려면 상대의 손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하잖아요? 왠지 불편할 것 같아서요.
이안 브란트:그렇긴 하죠…. (농구하던 티엔 생각함. 생각 안 함….) 그래도 배우면 잘하실 것 같았는데.
(괜히 뜨끔해서 허공 바라보며) 그쵸, 손 잡는 건… 아무래도… 별로, 좀, 그렇죠… 네……. (많아지는 점.)
첸 티엔:당신도 그래요? 손 쓰는 일을 해서 그런가, 뭔갈 쥐느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불안하더라고요. 그런데…, (뜸 들인다. 꽤 긴 고민을 끝마친 뒤에야 말을 이었다. 은은한 조명 탓에 평소보다 볼이 붉다.) 당신 곁에선 늘 편안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민다.) 그, 다른 뜻은 없어요. 한번 실험해보잔 거죠.
……물론, 불편하시다면…. (슬그머니 손을 뺀다.)
이안 브란트:글쎄요, (드물게 긍정이 아닌, 고심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일시 내뱉는 음성이 없었고, 눈썹이 팔자로 기울어지다가) … 별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이어진 말은 어쩐지 달갑지 않은 투였으나, 당신의 제안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행여나 제 손을 놓을 당신이, -쉬이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두려워서. 그럼에도, 더 멀어지기 전 당신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첸 티엔:그럴 것 같진 않아요. 왜냐면…. (맞잡은 손이 어색한 듯 검지를 떼었다, 붙이기를 반복했다.) 그, 저번에, 옷 가게에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한다. 워낙 소리 죽여 속삭였던지라, 당신에게 들렸을지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싫지 않았으니까.
이안 브란트:(손 위로 닿는 간지러운 감촉에 몸을 조금 움츠렸다가, 곧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귓가가 달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만 푹 숙였다 들었고,) 싫지 않기만 한 걸로는…. (스치듯 말하다 관두었다. 손등 위로 이마를 툭 가져다 대다 곧 고개를 들어선 진심 어린 시선을 맞춘다.) 해봐요, 그 실험이라는 거….
첸 티엔:(곧장 손을 고쳐 쥔다. 단순히 그러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깍지를 껴 냈다. 꼭 닿아 있는 면적을 늘리겠단 것마냥.) …어때요? 불편하신가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이안 브란트:(괜찮은가? 아니, 그것보단…. 무얼 망설이는지 입술을 달싹이다가) … 좋은 것 같아요.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흥겨운 캐럴과 사랑하는 사람, 모든 게 완벽한 크리스마스입니다.
떨어진 전구를 어설프게 다시 붙이는 일이나, 단상 아래에 이상하게 생긴 루돌프 그림이 있더라도요.
루돌프?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어지러이 움직이는 발아래, 루돌프도 산타도 아닌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는 네모, 세모, 또 별과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곡선이 가득 차 있어요.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히 본 그 순간 든 불쾌한 기분은 지워낼 수가 없습니다. 춤을 추는 아이들이 낙서 위에서 발을 강하게 끌면, 그 순간 낙서는 조금 지워지네요.
첸 티엔:다행이다. 당신이 싫어하실까 봐 걱정했거든요. (손가락을 꼼질거린다. 손을 단단히 맞잡은 탓에 그 조그만 움직임마저도 당신에게 전해졌으리라.) 혹시나 저번처럼 멀어지게 될까 봐…….
이안 브란트:내가 당신을 싫어할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건 지나간 일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는 미미하게 눈썹이 내려가 있긴 한데. 하여튼,) 저기, 발 밑에 뭔가 그려진 거 보여요? 되게 기이한 것 같은데….
첸 티엔:(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면, 눈을 깜박거리기만 한다.) 장식…, 은 아닌 것 같죠? 지워지게 두는 걸 보면 애들이 준비한 그림도 아닌 것 같고요.
▶:손을 붙잡고 낙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안 브란트: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손에 사과 주스를 든 친구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당신에게 돌진합니다! 이안은 몸을 돌려 피했지만, 어깨가 부딪힌 티엔의 옷에 주스가 왕창 쏟아졌어요.
친구: 미안, 진짜 미안!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세탁비, 연락, 밥 등 무어라 소리치던 상대는 그 짧은 사과를 끝으로 다시 달려갑니다. 흥건하게 묻은 주스는 뚝뚝, 옷을 적시다 못해 아래로 떨어지는 중입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티슈나 닦을 거리는 보이지 않아요.
이안 브란트:(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지만 대충 급하다는 건 알겠으니 보내준다….) 이런… 괜찮아요? (손으로 삐꾹삐꾹 최대한 닦아봄…….)
첸 티엔:어어, 그러지 마세요. 당신 손에 다 묻잖아요. (급히 만류한다.) 창고에나 가 볼까요? 럭비부가 거길 쓴다더라고요. 수건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이안 브란트:그건 상관없지만…, 그럴까요. (잰걸음으로 창고로 향한다.)
▶:창고로 걸음을 옮기면, 웅웅거리는 캐럴 소리는 누군가 귀마개를 씌운 듯 흐려집니다. 창고 문을 열면 지하 특유의 케케묵은 냄새가 훅 끼쳐오네요.
▶:럭비부 옷이 잔뜩 쌓인 파란 상자가 보입니다, 조금 높은 선반 위에는 갈색 상자가 있고, 너머에 닫힌 채 속이 보이지 않는 흰색 상자가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음, 수건은 이런 곳에 있지 않을까요…. (파란 상자를 먼저 열어본다.)
▶:상자를 뒤적거리면 유니폼 아래에 곱게 개어진 수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걸로 대충 옷을 닦을 수 있겠어요.
첸 티엔:(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묻는다.) 그쪽에 있나요?
이안 브란트:아, 네. 여기요. (수건을 건네주며) 옷 안 갈아입어도 되겠어요?
첸 티엔:그러고는 싶지만, 갈아입을 만한 옷이 없으니까요. (수건을 받아 들고, 옷을 털어내기 전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손… 줘 보실래요? 젖었을 텐데, 닦아야죠.
이안 브란트:그런 거라면 옷을… 제가… 잘 어떻게…. (아니다. 순순히 손을 내밀어)
▶:어느새 스며든 사과 주스를 닦을 때면 분위기가 조금 묘해집니다. 이 공간에는 두 사람뿐이고, 손을 닦느라 가까이 붙기도 했으니까요. 영화 속에선 꼭 이럴 때 둘의 눈이 맞던데 말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티엔은 당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뺨이 붉어질 정도로 어색한 거리, 그의 눈은 맞은편의 상대만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어쩐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예요. 티엔의 얼굴이 더 가까워집니다. 그 찰나…,
첸 티엔:저거…,  아니에요?
▶:티엔이 당신을 지나쳐 걸어갑니다. 그 미묘했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져요.
이안 브란트:총이요? (당신의 곁으로 가 살펴본다.)
▶:수건 아래, 살짝 튀어나온 길고 검은 무언가가 보입니다.
이안 브란트:(이거 너무 총 아냐?… 수건을 치워서 무언가를 확인합니다.)
▶:수건을 치워내면, 아니나다를까 총이 보입니다. 하나가 아니에요. 상자 아래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총들이 있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장난감이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나 서늘한 감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에요. 문득, 이 창고 안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무언가 인위적이고, 또…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선반 위 갈색 상자나, 닫힌 흰색 상자는 언제부터 있던 것이죠? 보호구나 공은 구석에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수건과 옷도 한 상자 안에 모두 정리되어 있고요. 럭비부의 물품은 이게 끝입니다. 그렇다면 저 상자들 속에 담긴 건?
이안 브란트:이런 걸 학교에…. (침착하게 닫혀 있는 흰색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를 열어보면 헤어 컬러 스프레이들이 가득해요. 갈색 스프레이가 유독 눈에 띄네요. 물에 잘 씻겨지며, 가격도 싸 학생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이안 브란트:(오늘 갈색 되게 수상하다…. 선반 위 갈색 상자도 열어봅니다.)
▶:높은 선반 위에 홀로 놓여 있습니다. 잡기 위해선 손을 뻗어야 할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
크기
기준치:70/35/14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안은 무리없이 상자를 선반에서 내립니다.
상자는 예상외로 가볍습니다. 바닥에 두어도 툭, 가벼운 소리만 날 뿐이에요.
이안 브란트:(성장기란 이런 거겠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봐요.)
▶:열어보면 흉흉한 무기 대신 낡은 책들이 가득합니다. 알아볼 수 없는 그림과 단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요. 그러나 그 사이사이 섞인 피나, 일그러진 형상에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몰려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90
판정결과:실패
▶:그 위로 올려진 양피지와 공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안 브란트:(단단히 잘못된 일에 휘말리는 것 같은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양피지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읽어봅니다.)
▶:돌돌 말린 양피지를 펼치면 동그라미 속 세모, 그리고 네모와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곡선…. 기이한 도형들이 가득합니다.
이안 브란트: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도형들,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단상 위나 테이블 위, 강당 곳곳에 이와 같은 그림이 있었죠.
그림 아래에는 꼬불꼬불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여전히 알아보기 힘든 문자들의 향연 아래, 누가 친절히 번역해 둔 글이 보여요.
이후 내용은 흐릿해 읽을 수 없습니다.
이안 브란트:...오늘 온 사람이 스무 명은 거뜬히 넘겠죠? (공책을 펼쳐본다.)
첸 티엔:…넘고도 남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바랜 공책입니다. 펼치면 날짜와 날씨가 적혀 있고, 그 아래 빼곡히 누군가의 일상이 적혀 있습니다. 마치 일기장 같네요.
23일, 그 날짜 이후로 적힌 내용은 없습니다.
처음 보는 문자와 그림, 주인 모를 일기장과 계획.
확실한 건 하나, 이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옆에서 일기를 함께 읽어내리던 티엔이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찰나…
뚜벅, 뚜벅.
누군가가 이곳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소리도 울려 퍼져요. 철컥. 그 불길한 소리는 기이할 만큼 익숙한 것입니다. 영화나 만화, 드라마에서 총을 장전할 때 보통 저런 소리가 났었지요.
침묵과 긴장이 맴도는 창고 속, 나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둘러보면 작은 캐비닛뿐이에요. 계단을 걷는 발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발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다 곧 결심한 듯 소리를 낮추어 말하였다.) 잠시, 이쪽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끌어선 조심스레 캐비닛을 열어 당신을 상냥하게? 밀어넣고? … 들어가지나? 잠시 가늠한다.)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몸을 구겨 넣는다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그래요… 얌전히 몸을 구겨 넣습니다.)
▶:좁은 캐비닛에 두 몸을 구겨 넣자, 남는 공간은 한 뼘 정도입니다. 문까지 닫으면 캐비닛 속은 새까만 어둠뿐, 숨소리가 유독 더 크게 들립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는 이 다리의 주인은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괜찮겠죠.
끼익.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 또 그 틈으로 들어오는 캐럴.
들어온 이는 내부를 계속해서 걸어 다닙니다.
이안 브란트: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웅얼거리며 무어라 말한 것 같은데, 제대로 들리지 않아요.
쾅! 캐비닛을 발로 찼는지 큰 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첸 티엔:(갑작스레 울린 소리 탓에 몸을 경직시킨다. 굳을 대로 굳은 표정이 당신을 눈에 담으면,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풀어지기도 했다.)
이안 브란트:(적막 속에서 서로의 얕은 숨결, 더운 촉감만이 느껴지면, 이런 상황 속에서 심장박동이 들릴까 걱정이 되어서. 소리 끝에 제 숨을 겨우 참아내고 당신에게 툭 기대었다.)
▶:바짝 붙은 몸에 따라 긴장이 고조됩니다. 숨도 옅어지는 캐비닛 속, 1분 같은 1초가 흐릅니다. 밖의 상대는 무언갈 챙기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요.
그렇게 짧고도 긴 시간이 흐르면, 뚜벅, 뚜벅… 그는 다시 창고 밖으로 나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멀어져요. 이제는 나가도 될 것 같네요.
이안 브란트:(발걸음이 멀어지면 비로소 깊은 숨을 내쉬고, 밀려나듯 당신에게서 떨어진다. 혹여 모를 상황에 캐비닛을 다시 여는 손길마저 조심스럽다. 이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붙잡아 바로 세워준다.) … 큰일날 뻔했네요.
첸 티엔:(떨리는 손을 단단히 붙잡는다. 맞붙으면 그 긴장마저도 희석될까 싶어서.) 몸 숨길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안, 괜찮아요?
이안 브란트:아, 조금 놀란 것 빼고는…. (내쉬는 숨이 안정될 때까지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가만 서서는,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돌려 사라진 것들을 확인한다.) 분명 뭔가 챙겨서 나갔죠.
▶:다시 둘러본 창고는 엉망진창입니다. 심지어 총이 들었던 상자는 사라졌네요. 제물, 20명 이상의 사람들. 양피지와 일기의 내용대로라면 그 제물이 우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떻게 할까?
이안 브란트:(흠! … 일단 창고에서 나가 파티장으로 돌아갑니다.)
▶:파티장으로 돌아가면, 밖은 여전히 소란스럽습니다.
아까와 별다름 없이 모두 춤을 추고 웃고 떠드느라 분주합니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쉬는 친구들도 보여요. 휴식을 위해 만들어진 창가에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계속 다리를 떠는 한 갈색 머리 학생이 보입니다. 옆에 둔 작은 박스를 불안하게 툭툭 치고 있어요.
첸 티엔: 씨네요. 저 상자는… 창고에서 봤던 거고요.
▶:티엔이 당신의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굉장히 수상해 보이네요. 파트너 없이 홀로 동떨어진 그는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어요.
첸 티엔:일단…, 그 이상한 낙서를 지우는 게 우선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안 브란트:아…, 최근에 들은 적 있어요. 정신이 팔려서 자세히 듣진 못했는데, 분명 누구에게 파트너 신청을 했다고 했었나…? (고개를 기울인 채 그를 바라보다, 단상으로 시선을 옮기고) 그러는 게 좋겠네요. 눈에 띄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낙서가 있는 곳은 단상 바닥과 테이블 위입니다. 대놓고 지우려 한다면 금방 들킬 거예요.
이안 브란트:테이블 위에 주스라도 엎을까요? (눈 데굴)
첸 티엔:괜찮을 것 같은데요. 가 볼까요?
이안 브란트:(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에 있던 주스 하나를 들어 마시는 시늉을 하다 툭… 테이블 위로 쏟아버린다.) 어라… 흘려버렸어요……. (테이블보로 대충 낙서 닦아버리는 남자 어때)
이안 브란트:
은밀행동
기준치:60/30/12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안은 자연스럽게 테이블보로 낙서를 지워냅니다. 잼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단상 위에는 낙서가 얼마나 지워졌을지 가늠해봐요…. 얘들아 빨리 더 춤 춰…….)
이안 브란트:
기준치:50/25/10
굴림:57
판정결과:실패
▶:아쉽게도 단상의 낙서는 거의 지워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이안 브란트:(아쉽당. 결국 단상 위로 올라서더니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 조금만 도와주실래요? 혼자 춤출 수는 없어서…….. (신발코로 꾹꾹 낙서 지우는 중)
첸 티엔: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뭐어,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거절할 일은 없었을 테지만요. (장난스러운 투. 기꺼이 손을 맞잡는다.)
이안 브란트:
은밀행동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두 사람은 꽤 자연스러운 춤사위를 펼칩니다. 이번에도 잼의 의심 없이 낙서를 지워낼 수 있었어요.
모든 낙서를 어영부영 지우면 시간은 벌써 11시 30분,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납니다.
정신없는 하루였어요. 예쁘게 반짝이는 전구들은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베스트 커플상에 대해 떠드는 중이네요.
이제 남은 행사도 그 소박한 시상식 하나가 전부입니다. 단상 위에 루돌프 모자를 쓴 학생이 올라오고, 대충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오늘 산타는 우릴 돕지 않을 생각인가 봅니다.
돌연, 티엔이 당신의 귀를 막습니다. 이윽고…
▶:탕!
요란한 총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 소리에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는 욕을 하며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 해요.
티엔은 당신의 팔을 꽉 쥔 채 몸을 숙입니다. 떠들고 웃던 친구들도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져요.
이거 총소리 아니야? 뭐? 누가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자 총소리가 수차례 더 울립니다.
그 과정에서 형광등이 두어 개 깨지고, 비명과 울음소리가 강당을 채워요. 문을 쾅쾅 두드리던 아이들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습니다.
▶:단상 위 마이크가 떨어졌는지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에요.
스피커는 치직, 그 짧은 비명과 함께 완전히 소리를 잃습니다.
잼: 다들 일어나! 내 말 안 들려?!
▶:눈이 빨갛게 충혈된 갈색 머리의 학생, 그는 한 번 더 천장을 향해 총을 쏩니다. 그 살벌한 소리에 다들 벌벌 떨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딸꾹질 소리, 또 울음소리만이 총소리 뒤를 불안하게 잇습니다.
잼: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이랑 손을 잡아! 뭐해? 빨리 움직이라고!
▶:천장을 향하던 총구는 이제 우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안과 티엔은 그 이유를 알지만, 다른 친구들은 당황한 채 서로를 쳐다보네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던 티엔이 순간 행동을 멈춥니다.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당신을 잡은 손에 힘을 줘요.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천장을 가득 채운, 기이하고 불쾌한 도형들의 향연. 우리는 이 그림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 지운 게 아니었어요. 가장 큰 걸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안 브란트: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70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손을 잡아선 안 됩니다. 하지만 잡지 않으면?
어느새 만들어진 타원은 둥근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권총의 슬라이드를 여러 번 당기던 잼은 다른 총을 꺼내 듭니다. 총알을 다 쓴 걸까요?
첸 티엔:손을, 잡으면….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이안 브란트:응, 큰일 나겠죠. 일단 조금, 물러서 있으실래요? (당신을 제 뒤에 두고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문다.) …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당장 그를 저지할 만한 방법이 있을지, 주변을 둘러본다.)
이안 브란트: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76
판정결과:실패
▶:주위를 둘러보면 장식용 오렌지와 사과, 그리고 석류가 보입니다. 강한 힘으로 던지면 꽤 아프거나 휘청거리지 않을까요?
이안 브란트:(총을 들고 있는 한 그를 쉬이 제압하진 못하더라도, 주의를 흐트린다면 사람들이 빠져 나갈 틈이라도 생길 것이다. 그걸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생각할 여력이 없다. 누군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엔 너무 가혹한 날이지 않지 않은가. 뭐…, 크리스마스니까, 신께서 도우시겠지. 손에 잡히는 장식용 과일을 잼에게 힘껏 던진다.)
▶:잼의 이마에 당신이 던진 과일이 완벽하게 명중합니다. 둔탁한 소리가 나고,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가 비틀거리기 시작해요. 금세 정신을 차린 잼은 소리를 지르며 총을 조준하지만,
철컥. 울리는 것은 힘 빠지는 소리뿐입니다. 총알이 다 떨어진 모양이죠?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퍽! 잼의 얼굴 위로 과일이 하나 더 떨어집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한 게 아닌데도요!
주변을 둘러보면, 덜덜 떨거나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된 친구들이 손에 잔뜩 과일을 쥐고 있습니다.
어라, 할 사이도 없이 쏟아지는 과일 폭탄들. 잼은 다트판처럼 그 과일들을 몽땅 맞으며 넘어집니다.
▶:망할 잼, 정신이 나갔지!? 저 자식 잡아!
당신의 행동이 방아쇠가 되어, 행동파 아이들은 그새 용기를 얻고 줄전구로 그를 칭칭 감습니다. 그 어이없는 상황에 벙찐 건 당신과 티엔, 또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엎드린 친구들뿐이에요.
잼이 줄전구, 리본, 테이프, 밧줄까지에 꽁꽁 묶이자 상황은 그제야 일단락됩니다.
경찰과 어른을 기다리며, 어수선한 강당 속 잔뜩 겁먹었던 아이들은 엉엉 울거나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에요.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는 완전 망했어요. 아니, 결과만 보면 다행인 걸까요?
분명 몇 분 전은 세계가 망하기 직전이었는데. 콩트의 한 장면이 짧은 시간 사이 휙 지나간 것 같습니다. B급 영화의 끝은 보통 이렇잖아요.
첸 티엔:이안…, 다친 곳은 없어요? (조심스레 당신의 안색을 살핀다.)
이안 브란트:저는 괜찮은데…, 어디 봐요. (당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던 시선은 곧 손으로 향한다. 행여 유리조각이라도 튀었을까 싶어, 두 손을 붙잡아 흠이 생긴 곳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야 놓아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제 행동이 유난이었나 싶은지 멋쩍은 듯 눈을 데록 돌리다가도) … 다치면 큰일이니까. (힐긋, 바라보는 시선에 안도의 기색이 엿보인다.)
첸 티엔:(손이 붙잡히면, 그 시선은 또다시 아래로….)
친구: 베스트 커플, 저기 나온 거 아니야?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번쩍,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당신과 티엔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안 브란트:(상황 파악 못하고 머뭇… 커플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머뭇…… 얌전히 티엔 눈치나 살펴요.)
첸 티엔:(곁눈질로 당신을 보더니,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혹시, 불편해요?
이안 브란트:당신이 괜찮으면 안 불편한데. … (이어 시선을 돌리며 덧붙인다.) 아니라면 불편한 걸로 치고요.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터집니다. 휘파람까지 불고, 또 두 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있어요.
불안하고 끔찍한 경험을 잊기 위해선 그보다 더 강한 이벤트가 필요한 법! 이벤트의 희생자로 당신과 티엔이 선정된 모양입니다.
뽀뽀나 키스, 으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도 귓가를 스쳐 지나가요. 데자뷔처럼 상황이 흘러갑니다. 다 부서진 강당 속, 그 악몽 같던 상황을 잊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시상식을 진행하려 듭니다.
아무래도 둘을 순순히 보내줄 것 같지 않네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순간, 가까워졌던 티엔의 얼굴이 멀어집니다. …분명 입술에 뭔가 닿았는데?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 강당은 더 소란스러워집니다.
첸 티엔:…오늘도 재워 줄 거죠? (입 모양으로만 벙긋거렸다.)
이안 브란트:(당황하여 한 걸음 물러나다가도, 멀어진 만큼 팔을 뻗어 당신의 손을 붙잡아온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붉어진 뺨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해요? 나는……. (목소리가 떨려 입을 꾹 다물었다. 힐긋, 눈이 마주치고야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가겠다고 했어도 붙잡았을 걸요. (당신에게만 들리게 중얼거린다.)
첸 티엔:다 아시면서…. (시선이 마주치면, 푸른 눈동자는 금세 눈꺼풀 아래에 가려지고야 만다. 양 뺨은 발그스름하게 물들고, 겹친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으며, 행복에 겨운 듯 벌어진 입까지… 당신만이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울며 손을 잡던 친구들은 이제 어깨동무를 하고 캐럴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남은 장미꽃잎을 모두 흩뿌리며 뛰어다니고, 끔찍했던 잼의 소행을 잊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해요. 겁먹지 않은 척, 10대 특유의 카랑한 목소리가 강당을 채웁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방금 일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건 해피엔딩이겠죠? 얼렁뚱땅 메리 크리스마스! 요란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베스트 커플, 사랑, 크리스마스.
12월 25일은 행복으로 가득하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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